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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선 르포

총선 승패 걸린 수도권 격전지 르포

국민의힘이 만드는 ‘운동권 청산’ 구도 윤곽… 유권자들에게 효과 있을까

글 : 권세진  월간조선 기자  sjkwon@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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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흥 부촌 서울 중·성동갑, 운동권 임종석 vs 경제 전문가 윤희숙 대결 가능성은
⊙ ‘험지’ 구로에서 운동권 현역 의원과 맞붙는 국민의힘 호준석·태영호
⊙ 운동권의 상징 對 보수의 상징? 영등포을에서 만난 김민석-박민식
⊙ 국민의힘 수원 탈환 가능할까… 3선 중진에 도전하는 정치 신인 이수정
⊙ 이재명의 정치적 고향인 경기 성남중원, 민주당은 內戰 중
⊙ 원희룡-이재명 ‘명룡대전’에 유동규 참전? 혼돈의 인천 계양을
국민의힘은 22대 총선에서 ‘운동권 청산’을 주장하며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역시 청산 대상인 운동권이라고 밝혔다. 국민의힘 한동훈 비대위원장(왼쪽)과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 사진=뉴시스
  수도권(서울·경기·인천)에는 전국 253개 선거구 중 절반에 가까운 121개가 몰려 있어 총선의 승패 여부는 사실상 수도권에서 결정된다. 시도별로는 서울 49, 경기 59, 인천 13곳으로 21대 총선에서는 더불어민주당이 103석(서울 41, 경기 51, 인천 11)을 얻어 완승했다.
 
  국민의힘은 지난 총선에선 참패했지만, 22대 총선은 윤석열 정부의 안정적인 국정 운영을 위해 한 치도 물러설 수 없는 절체절명의 선거다. 국회 과반수 의석을 차지하지 못할 경우 남은 국정과제를 제대로 수행해나가기 어렵다. 더불어민주당 입장에서도 그동안 누렸던 다수당의 특권을 놓칠 수 없는 중요한 선거다.
 
  다만 이번 선거 결과는 유독 예측하기 어렵다는 게 정치권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대통령과 여당 지지율은 답보 상태이고, 야당도 이재명 대표 사법 리스크에 따른 사당화, 방탄 정당 등의 비판에 시달리면서 내부적으로는 친명-비명 간 갈등이 확산되고 있다. 판세는 안갯속이지만 승패를 어느 정도 가늠할 수 있는 여야의 격전지는 윤곽이 드러났다. 《월간조선》은 설 연휴를 전후해 수도권 격전지로 꼽히는 6곳(서울 중·성동갑, 서울 구로, 서울 영등포을, 경기 수원정, 경기 성남중원, 인천 계양을)을 찾아 민심을 청취했다.
 
 
  ◆임종석 vs 윤희숙 붙을까… 서울 중구·성동구갑
 
서울 중·성동갑에 출마 선언을 하고 지역 활동 중인 국민의힘 윤희숙 전 의원(왼쪽)과 임종석 전 대통령비서실장. 사진=후보 제공
  서울 중구·성동구갑(이하 중·성동갑)은 더불어민주당의 임종석 전 대통령비서실장과 윤희숙 전 국민의힘 의원의 맞대결이 예상되면서 주목받는 선거구다. 21대 총선에서는 민주당 홍익표 의원과 진수희 전 보건복지부 장관이 맞붙었지만 홍 의원이 지역구를 외연 확장 명목으로 서울 서초을로 옮기고 진 전 장관이 불출마를 선언하면서 여야 모두 무주공산이 됐다.
 
  성동구는 전통적으로 민주당이 우세한 지역이다. 2000년 이후엔 한나라당이 수도권을 휩쓸었던 18대 총선을 제외하면 모두 민주당 후보가 승리했다. 또 한양대가 위치하고 있어 20대 인구가 많고 이 지역에서 재선 이상을 지낸 인물(임종석, 홍익표)은 모두 한양대 운동권 출신이라는 점이 특징이다.
 
  윤희숙 전 의원은 지난 1월 28일 출마 선언을 하며 이 점을 주목했다고 밝힌 바 있다. 그는 “민주화운동 경력이란 완장을 차고, 특권 의식과 반시장·반기업 교리로 경제와 부동산 시장을 난도질하는 것이 껍데기”라며 “껍데기는 가라”고 주장했다. 윤 전 의원이 중·성동갑을 택한 이유는 또 있다. 그는 “근래 서울의 변화를 주도하는 에너지 넘치는 곳으로 경제 전문성을 가진 미래 지향적 정치인이 꼭 필요하다”고 했는데, 이는 이 지역의 부동산 환경과 관련이 있다. 새로운 부촌(富村)으로 떠올랐기 때문이다.
 
 
  “세금·부동산 민감… 운동권보다 경제 전문가”
 
  신흥 부촌으로 떠오르고 있는 성동구 성수동1가를 찾았다. 서울숲과 한강을 양쪽에 둔 이곳에는 고급 아파트의 상징으로 불리는 서울숲 트리마제가 47층 건물의 위용을 자랑하고 있었다. 성동구갑은 성수동, 왕십리, 행당동 등이 포함돼 있는데, 임 전 실장이 당선되던 2000년대 초반에는 오래된 주택가가 많았지만 최근에는 강남 중심지 집값을 넘어서는 초고층·초고가 아파트들이 대거 등장했다. 2017년 입주한 성수동1가 서울숲 트리마제는 평당 가격이 1억원 전후로 유명인들이 많이 사는 것으로 유명하며, 인근 아파트인 갤러리아포레(2011년 입주)와 아크로서울포레스트(2021년 입주) 역시 한강과 서울숲 조망이 가능한 45층짜리 초고가 아파트로 가장 비싼 집은 100억원에 달하는 등 ‘성수동 3대장(아파트)’으로 불린다. 또 왕십리뉴타운 인근이 재개발되는 등 최근 10여 년간 선거구 내 주민들의 소득 수준이 높아졌고, 선거 민심은 부동산 정책에 많은 영향을 받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갤러리아포레에 거주 중인 40대 여성 김모씨는 “입주민들은 대부분 성동구 원주민이 아니라 강남이나 해외에서 온 경우가 많고 정치나 선거에 큰 관심이 없는 분위기지만, 워낙 집값이 비싸다 보니 세금이나 부동산 관련 뉴스에는 다소 예민한 편”이라고 했다. 이번 총선 지역 판세에 대해 묻자 그는 “아무래도 운동권 출신보다는 경제 전문가가 좋지 않겠느냐, 주민들도 대부분 그런 생각일 것”이라고 했다. 인근 상가의 부동산에서 만난 공인중개사 이모씨는 “3대장 아파트 가구 수는 총 1300가구 정도여서 민심을 크게 좌우한다고 보기는 어렵지만, 성수동이 서울 제일의 부촌으로 떠오르고 주변 환경도 좋아지면서 분위기가 강남, 한남동과 비슷해지고 있다”고 했다.
 
  윤희숙 전 의원은 서울대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한국개발연구원(KDI) 교수 및 연구위원으로 활동하다 21대 총선에서 미래통합당 영입 인재로 서울 서초갑에 출마해 당선됐다. 2020년 7월 민주당 주도로 처리한 임대차보호법 등 부동산3법 부작용을 지적한 자유연설, 이른바 “저는 임차인입니다” 발언으로 일약 스타가 된 윤 전 의원에 대한 주민들의 생각은 어떨까.
 

  성수동에서 20여 년간 부동산을 운영해온 공인중개사 이모씨는 “윤 전 의원이 부촌인 서초갑에서 왔고 경제 전문가라는 점, 당찬 이미지까지 좋게 보는 사람이 많은 것 같다”고 했다. “연고 없이 지역구를 옮겨온 사람에 대한 불편함은 없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그는 “임종석 전 실장은 성동에서 은평, 종로까지 다 갔다 온 사람 아니냐”며 “서울에서 고향이나 연고를 따지는 것도 무의미한 것 같다”고 했다.
 
  윤 전 의원은 임 전 실장과 맞붙게 되면 ‘운동권 vs 경제 전문가’ 구도가 형성되고 승리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나타내고 있다. 윤 전 의원 출마를 권유한 한동훈 비대위원장도 “임종석과 윤희숙 중 누가 경제를 살릴 것 같냐”며 힘을 실어주고 있다.
 
 
  임종석 공천 여부 불투명
 
  한편 임종석 전 실장은 출마 선언 후 출근길 인사와 방송 출연 등 적극적인 활동에 나섰지만 그가 더불어민주당 공천을 받아 출마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공천을 놓고 친문재인-친이재명 세력 간 견제와 갈등이 계속되는데다 운동권 친문 세력의 대표적인 인물인 임 전 실장의 공천을 반대하는 목소리가 높기 때문이다.
 
  2월 초에는 임혁백 민주당 공관위원장이 “윤석열 검찰 정권 탄생 원인을 제공한 분들이 책임 있는 자세를 보여주길 바란다”고 발언하며 문재인 정부의 대통령실장이었던 임 전 실장을 겨냥했다는 보도가 이어지기도 했다. 임 위원장은 특정인을 거론한 적이 없다고 해명했지만, 당내에서는 임종석 전 실장이 불출마하거나 험지에 출마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친명계 원외 조직인 민주당혁신행동은 “윤석열을 검찰총장에 발탁한 진실부터 밝히라”며 임 전 실장의 불출마를 요구했다. 조상호 민주당 법률위원회 부위원장은 “친명-친문 갈등을 멈추기 위해 임 전 실장의 대승적 결단을 촉구한다”며 “중·성동갑은 영입 인재를 위한 전략 선거구로, 영입 인재에 양보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다만 조 부위원장은 대장동 사건에서 이재명 대표 변호를 맡았던 인물인데다 친명 지도부가 조 부위원장에 대해 중·성동갑 전략 공천 여부를 검토했던 사실이 알려지면서 당내에서 분란을 자제하자는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다.
 
  임종석 전 실장이 중·성동갑에 출마하면 민주당의 운동권 이미지가 더 강화돼 전국 선거에 악영향을 줄 수 있는 만큼 공천하면 안 된다는 경계의 목소리도 나온다. 이 지역에서 민주당 소속으로 한때 출마를 준비했던 한 전직 의원의 얘기다. “2000년대 중반 출마를 계획하고 성동구를 꼼꼼히 돌아봤는데, 유별나게 상인들의 시선이 곱지 않았다. 알고 보니 상권을 잡고 있는 상인 중에 한양대를 비롯해 전대협 운동권 출신이 많았고, 임종석을 오랫동안 후원해온 상인들도 많았다. 그 후원을 그대로 물려받은 인물이 임종석의 한양대 친구 홍익표 의원이라는 얘기도 들었다. 지금 다시 임종석을 공천한다면 성동구가 ‘전대협의 성지’가 되는 셈 아닌가.”
 
 
  “임종석 대신 이언주” 주장도 나와
 
  한편 더불어민주당이 임 전 실장 공천에 적극적이지 않은 모습을 보이면서 대안으로 이언주 전 의원 공천설도 끊이지 않고 있다. 이 전 의원은 민주당 소속으로 19·20대 총선(경기 광명을)에서 당선돼 재선을 하고 탈당했다가 21대 총선 당시 미래통합당에 합류했지만, 최근 국민의힘에서 탈당해 운동권 세력 타파를 주장하고 있다. 이 전 의원은 이재명 대표에게 직접 입당 제의를 받았지만 친문 및 운동권 세력의 격렬한 반대로 입당 논의가 멈춘 상태다. 민주당 내 친문-친명 갈등설이 확산되면서 이재명 대표 팬카페에서는 “임종석이 아닌 이언주를 중·성동갑에 공천해 서울대 출신 여성 전문가 대결을 꾀해야 한다”는 글에 찬성 의견이 이어지고 있다.
 
  만약 임종석 전 실장이 공천을 받지 못한다면 “운동권 대항마가 되겠다”며 중·성동갑 출마를 선언한 윤희숙 전 의원도 출마 명분이 약해질 수밖에 없다. 국민의힘은 2월 15일 현재 서울 15개 지역에 대해 단수공천 대상자를 선정했지만 중·성동갑 지역은 결정하지 않았다. 국민의힘에서는 윤 전 의원 외에도 한양대 출신 권오현 전 대통령실 행정관이 출마를 선언한 상태다. 권 전 행정관은 당 후보 면접에서 “임 전 실장이 공천을 못 받거나 다른 지역으로 간다면 윤 전 의원도 따라가는 것이냐”고 공관위원들에게 질문하기도 했다.
 
  정치권에서는 임종석 vs 윤희숙 매치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임 전 실장은 당내에서 전방위 압박을 받으면서도 중·성동갑에 출마할 의지를 강하게 다지고 있고, 민주당 입장에선 임 전 실장을 공천하지 않을 경우 사실상 윤 전 의원에게 지역구를 내주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는 점 때문에 결국은 공천을 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서울 영등포을에서 운동권(김민석 의원) 저격 나선 박민식-박용찬
 
서울 영등포을에서 출마 선언을 한 박민식 전 보훈부 장관(왼쪽)과 박용찬 국민의힘 당협위원장(가운데), 더불어민주당 김민석 의원. 사진=후보 제공
  서울 영등포을은 보수세가 강한 여의도동과 민주당 지지세가 강한 신길동·대림동이 섞여 있어 늘 접전지로 분류되는 곳이다. 국민의힘 권영세 의원이 4선, 더불어민주당 김민석 의원이 3선을 지내는 등 정치 성향이 여야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는 것이 특징이다. 또 국회의사당이 지역구 내에 있어 주로 중진급 정치인들이 도전하는 곳이다. 22대 총선에서도 더불어민주당 3선 현역 김민석 의원, 국민의힘에서 재선을 지내고 초대 국가보훈부 장관을 역임한 박민식 전 장관, 박용찬 국민의힘 당협위원장(전 MBC 앵커) 등이 출마 예정이다.
 
  애초 21대 총선에서 대결했던 김민석 의원과 박용찬 위원장의 리턴매치가 예상됐지만, 부산에서 재선을 지낸 박민식 전 장관이 지난 1월 11일 영등포을 출마 선언을 하면서 구도가 달라졌다. 서울 중·성동갑과 구도가 비슷하게 운동권 대 정통보수 대결 분위기가 연출되고 있다. 21대 총선 당시 김민석 의원은 미래통합당(현 국민의힘) 박용찬 후보에게 5.91%P 차이로 승리했지만, 여의도동 개표 결과는 박용찬 후보가 64.96%, 김민석 의원이 32.06%로 더블스코어를 기록해 강남 3구 수준의 보수 정당 지지율을 보였다.
 
 
  경합 지역 된 신길동 잡아야
 
  여의도 주민들은 대체로 총선에 크게 관심이 없는 편이라고 했다. 광장아파트에서 20여 년째 거주 중인 50대 직장인 박모씨는 “원래 (영등포을은) 현역 의원들이 지역을 챙기는 분위기가 아니었고 주변인들도 국회의원에게 지역 발전에 대한 기대 없이 대부분 자신의 정치 성향에 따라 투표한다”며 “개인적으로는 운동권의 좌장 격인 사람(김민석)이 여기서 또 나온다는 데 대한 껄끄러움은 있다. 국민의힘 지지자는 아니지만 운동권은 이제 물러날 때가 된 것 아니냐”라고 했다. 여의도자이에서 살고 있는 40대 주부 이모씨는 “여의도의 경우 특별히 지역 발전이 필요한 것도 아니어서 지역 국회의원에게 바라는 바도 없다”며 “이번엔 운동권(김민석)과 정통 보수(박민식)의 대결이라고 하니 그냥 마음가는 대로 뽑을 것 같다”고 했다.
 
  여의도에서 여의교를 넘어 신길동 신길뉴타운으로 이동했다. 한강 이남 최대 규모의 뉴타운인 신길뉴타운은 고층 아파트와 대형 상가들이 들어서 예전 판자촌이 있었던 신길동의 이미지는 찾아볼 수 없었다. 래미안, 자이, 힐스테이트 등 메이저 건설사 아파트의 입주가 완료됐고 지하철 1호선과 7호선, 경전철 신림선이 가까운데다 내년에는 광역철도 신안산선도 개통될 예정이어서 서울 서남권의 핵심 주거 지역으로 발전할 것이라는 인상을 받을 수 있었다.
 
  이곳에서 20여 년째 부동산을 운영 중인 공인중개사 이모씨는 “신길뉴타운 입주자는 대부분 신길동 원주민이 아니라 여의도와 마포 등으로 출퇴근하는 직장인이 많고, 뉴타운이 조성되면서 신길동에 많이 살던 중국 동포들도 차츰 대림동과 구로동 등 더 남쪽으로 옮겨가 동네 분위기가 과거와는 많이 바뀌었다”고 했다. 이어 “여의도와 대림동은 인구가 안 늘었지만 신길동은 인구가 늘고 있어 출마할 후보라면 신길동을 선점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여의도 기계회관에 위치한 국민의힘 서울시당의 한 관계자는 “영등포을은 여의도동은 국민의힘 우세, 대림동은 민주당 우세가 확실하고, 신길동은 과거 민주당 우세 지역이었지만 뉴타운 입주 이후 경합 지역으로 분류되고 있다”며 “국회가 있는 상징적인 지역구인데다 한강 벨트의 중심이기도 해서 영등포을은 중앙당과 서울시당에서 전략적 요충지이고, 반드시 탈환해야 하는 지역”이라고 말했다.
 
  영등포을 관전포인트는 운동권 정치인 1세대인 김민석 의원과 보수의 스타 정치인으로 떠오른 박민식 전 의원의 대결이 성사되느냐다. 김 의원은 1996년 총선에서 32세에 국회의원이 되면서 ‘386(30대, 80년대 학번, 60년대생) 정치인’ 시대를 연 상징적인 인물이다. 박 전 장관은 보훈부 장관을 지내며 보훈외교, 이승만기념관 건립 추진, 백선엽 장군 옹호, 정율성 비판 등으로 주목받으면서 보수 우파로부터 열렬한 지지를 얻고 있다. 박민식 전 장관은 김민석 의원을 명확하게 겨냥해 지역구를 결정했다. 그는 출마 선언에서 “기득권이 돼버린 운동권 세력의 낡아 빠진 이념 공세와 무조건적 트집 잡기는 대한민국 발전에 걸림돌이 돼버렸다”며 “대한민국이 가야 할 길이 무엇인지를 놓고 야당의 기득권 운동권 세력과 정면승부를 펼쳐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대 총학생회장 출신인 김 의원을 잡겠다는 목표를 공표한 것이다.
 
  다만 양자대결이 이뤄질지는 미지수다. 김민석 의원은 당내의 운동권에 대한 곱지 않은 시각, 18대 총선 당시 불법 정치자금을 받아 대법원에서 확정된 추징금을 아직 완납하지 않은 점 등이 공천 리스크로 꼽힌다. 박민식 전 장관의 경우 경선을 통과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국민의힘이 2월 14일 서울 단수공천 지역을 선정해 발표했지만 영등포을은 선정하지 않아 사실상 경선 지역으로 분류됐다. 경선을 할 경우 21대 총선에 출마했고 지역구 활동을 계속해왔던 박용찬 국민의힘 당협위원장과 힘겨운 경쟁을 벌여야 한다. 박용찬 당협위원장과 김민석 의원이 붙을 경우 박 위원장이 오차 범위 내에서 앞서는 것으로 나타난 여론조사 결과도 있다 (박용찬 39.9% 김민석 35.4%/박민식 36.5% 김민석 36.6%/리서치앤리서치-여론조사공정, 2월 5~6일, 서울 영등포구 만 18세 이상 남녀 501명 대상).
 
  또 다른 변수는 영등포을에서 3선을 지낸 신경민 전 의원의 출마 여부다. 신 전 의원은 더불어민주당 소속으로 영등포을에서 재선을 지냈고 최근 이낙연 전 대표와 함께 탈당해 개혁신당에 합류한 상태다. 신당 후보로 출마할 가능성이 있다. 신 전 의원이 출마할 경우 국민의힘,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함께 3파전을 형성할 수 있다. 최근 일부 여론조사에서 신 전 의원을 포함해 조사한 결과 두 자릿수의 지지율을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 구로, 민주당 운동권·친문에 도전하는 국민의힘 후보들
 
서울 구로갑에서 대결 예정인 국민의힘 호준석 후보(왼쪽)와 더불어민주당 이인영 의원. 사진=후보 제공
  서울 구로구(갑·을)는 전통적으로 민주당 우세 지역이었지만 이번 총선에서는 인지도 높은 국민의힘 후보들이 현역 민주당 의원들에 도전한다. 국민의힘은 2월 14일 1차 단수공천 지역으로 25곳을 발표했는데, 구로갑에 호준석 전 YTN 앵커와 구로을 태영호 의원으로 후보를 일찌감치 확정해 국민의힘 후보들이 현역 의원들에 맞서 활동할 수 있게 됐다.
 
  구로갑과 구로을은 과거부터 공단이 많아 노동계의 영향력이 강했고, 현역 의원도 운동권의 상징적인 인물들이다. 구로갑 이인영 의원은 고려대 총학생회장, 구로을 윤건영 의원은 국민대 총학생회장 출신이다. 또 이 의원은 전대협(전국대학생대표자협의회) 1기 의장을 지냈고, 윤 의원은 문재인 전 대통령의 최측근이자 복심(腹心)으로 잘 알려진 인물이다. 둘 다 한동훈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이 청산 대상으로 삼은 운동권의 상징적인 인물로, 국민의힘이 계획한 ‘저격공천’ 대상이기도 하다. 이에 영입 인재인 호준석 전 앵커가 국민의힘 험지인 구로갑에 도전장을 냈고, 태영호 의원도 양지 강남갑을 떠나 구로을에 도전한다.
 
 
  구로갑, ‘또인영(또 이인영)’ 7번째 출마
 
  구로갑은 국민의힘 호준석 후보와 더불어민주당 이인영 의원이 맞붙을 전망이다. 호 후보는 이미 공천을 받았고, 이 의원은 당내 경쟁자가 사실상 없는 상태다.
 
  호준석 후보는 1969년생으로 방송을 통해 얼굴이 잘 알려져 있고 최근 국민의힘에 영입된 후 한동훈 비대위의 대변인을 맡아 운동권 청산의 최전방에 나섰다. 그는 60대 운동권, 4선 출신인 이 의원에 맞서 청년 공략에 적극적으로 나선다는 전략이다. 호 후보는 “우리 정치와 사회의 발목을 잡는 운동권을 뿌리 뽑아야 한다”며 “운동권이란 단순히 과거 학생운동을 했던 사람이 아니라 자신만 옳다는 당시의 사고와 행동방식으로 대한민국을 퇴화시키고 있는 사람”이라고 강조했다. 그의 얘기다. “운동권 정치의 최대 피해자는 청년으로, 운동권의 견고한 특권 카르텔이 청년 세대를 짓누른다. 이재명 대표도 전형적인 운동권이다.”
 
  개봉동, 고척동, 오류동 등 구로갑 지역을 돌아다녀보니 이 의원에 대한 피로감이 쌓여 간다는 느낌을 받을 수 있었다. 이 의원은 구로갑에서 17·19·20·21대 의원으로 4선을 지냈다. 고척동 거주 민주당원이라고 밝힌 40대 여성 박모씨는 “민주당에는 인물이 없나. 이 의원은 구로갑에서 6번 출마했고 이번이 7번째다. 국민의힘은 다선 출신은 양지에 못 가게 하는데 왜 민주당은 그런 움직임조차 없는지 답답하다”고 했다. 그는 호준석 후보에 대해서는 “참신하고 똑똑한 인물이라는 생각은 들지만 지역 발전보다는 운동권 청산만 부르짖고 있는 것 같아 아직 더 지켜봐야 할 것 같다”고 했다.
 
  이인영 의원은 최근 정치권의 운동권 논란을 의식한 듯 지역 내 학교와 시장, 취약계층시설 등을 방문하고 민생 경제에 집중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SNS에도 정권심판론이나 현 정부 비판에 대한 내용은 배제하고 지역 활동 중심의 내용만 올리는 중이다.
 
 
  “서울에서 구로는 한국에서 호남”
 
서울 구로을에서 맞설 국민의힘 태영호 의원(왼쪽)과 더불어민주당 윤건영 의원. 사진=후보 제공
  구로을은 서울 선거구 중에서 민주당 지지세가 가장 강한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더불어민주당이 장기 집권해온 선거구다. 2000년 이후 선거에서 단 한 차례(2001년 재보궐 선거)를 제외하고 모두 민주당 후보가 당선됐으며, 18·19·20대에 걸쳐 박영선 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이 3선을 지냈다. 구로디지털단지가 위치해 근로자들의 표심이 강하게 작용하는 곳이기도 하다. 재선에 도전하는 민주당 윤건영 의원은 전대협 출신 주류 운동권과는 결이 다르지만 국민대 총학생회장을 지냈고 문재인 정부 초대 국정상황실장을 지냈다.
 
  취재 중 만난 주민들은 윤건영 의원에 대해 대체로 “못 한 건 없지만, 잘 한 것도 없다”는 반응이었다. 신도림역 인근 대단지 아파트에 거주하는 40대 직장인의 얘기다. “대선, 총선, 지선에서 계속 민주당을 찍었는데 지역은 발전이 없다. 지난 총선에서는 (문재인) 대통령 최측근이라는 기대를 갖고 뽑았지만 달라진 게 거의 없다.”
 
  구로동에서 태어나 평생 구로구에 거주했다는 한 60대 여성은 “서울에서 구로의 입지는 대한민국에서 호남의 입지와 비슷하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주민들은 늘 민주당을 밀어주지만 대형 상업시설이나 교통수단, 문화시설이 새로 들어서는 경우가 거의 없다. 그렇다고 보수 정당을 찍기는 껄끄러운 분위기다. 국민의힘이 좋은 후보를 내놓으면 고민하겠지만, 여길 험지라고 생각해서인지 괜찮은 인물이 도전하지 않고 늘 경쟁력 없는 인물만 출마하는 분위기였다. 태영호 후보에 대해서는 자세히 모르지만 이름이 잘 알려진 인물인 만큼 이번에는 양쪽 공약과 인물을 살펴보고 고민할 것 같다”고 했다.
 
 
  태영호, “주민 위해 열심히 일할 정치인”
 
  태영호 의원은 여당의 험지인 이 지역에 출사표를 던진 이유에 대해 “지금은 586 운동권 정치인 청산이 문제가 아니라 주민들을 위해 열심히 일하고 미래를 준비하는 정치인이 필요하다”고 했다. 태 의원은 지역밀착형 선거운동을 펼치면서 특히 구로구민의 숙원사업인 철도 지하화에 적극적으로 나선다는 계획이다. 구로구에는 경인선 구로역-인천역 구간 철도가 주요 지역을 차지하고 있어 재개발 난항과 주민편의 등에 어려움을 겪어왔다.
 
  태 의원의 얘기다.
 
  “민주당은 20여 년간 선거 때마다 철도 지하화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했지만 한 걸음도 나아가지 못했다. 20년 민주당 텃밭에서 발전되지 못한 지역을 국민의힘이 바꾸겠다고 주민들께 호소하고 있다. 구청장도 12년 만에 여당 소속으로 바뀌었고 국민의힘이 발제한 철도지하화특별법도 지난 1월 국회를 통과해 철도는 지하로 가고 기존 철도 부지는 개발과 분양이 가능해졌다. 윤석열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면서 한동훈 비대위원장의 중점 정책이기도 하다. 이 지역에는 장기 집권하며 자기 정치하는 정치인이 아닌, 일 잘 하는 의원이 필요하다.”
 
  서울 강남갑에서 4년간 지역구 의원을 지낸 태 의원은 재건축, 교통 문제, 교육 등 다양한 민생 현안을 접하며 관련법 제정에 적극적으로 나선 바 있다. 태 의원과 함께 일했던 한 전직 보좌관은 태 의원에 대해 “두뇌가 비상하고 천성이 부지런해 재건축, 교육 등 강남구의 현안을 빠르게 습득했고, 기성 정치인에게서 나오기 힘든 아이디어도 많이 내놓아 주변에서 놀랄 정도였다”며 “학연·지연 등에 얽매이지 않고 추진력이 강한 것이 장점으로, 어느 지역구에 가도 일 잘하는 의원이 될 것”이라고 했다.
 
 
  ◆국민의힘 수원 탈환? 3선 박광온에 도전하는 정치 신인 이수정
 
경기 수원정에서 국민의힘 후보로 출마하는 이수정 경기대 교수(왼쪽)와 지역구 현역인 더불어민주당 박광온 의원. 사진=후보 제공
  설 연휴 직전인 지난 2월 8일, 수원 영통구의 유일한 재래시장인 구매탄시장에 국민의힘 총선 후보(수원정 선거구)인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가 ‘2번’ 마크가 달린 롱패딩을 입고 나타나자 상인들이 반가워하며 악수를 청했다. 상인들은 그를 향해 “정치판 좀 바꿔달라” “범죄 없는 수원을 만들어달라”고 했고, 한 상인은 “방송에서 볼 때보다 젊어 보인다”며 친근감을 보이기도 했다.
 
  출마 선언 후 구매탄시장을 두 번째 찾았다는 이수정 후보는 지난해 말 선거운동을 시작했지만 초기엔 ‘잡상인 취급’을 받았다고 했다. “지역 행사에서 쫓겨나는 일도 있었고 정치인에 대한 혐오감을 드러내는 분도 많았다”며 “한 달 이상 시장, 마트, 양로원, 학교 등을 꾸준히 방문하면서 응원하는 사람이 늘고 있고, 변화를 감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국민의힘에는 험지 중의 험지이면서 야당의 3선 의원(더불어민주당 박광온)이 버티고 있는 수원정에 도전장을 내민 정치 신인 이수정 후보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국민의힘 영입 인재가 많지만 이 후보만큼 대국민 인지도가 높은 인물은 거의 없기 때문이다.
 
  인구가 119만7000여 명에 달하는 수원은 국내 기초자치단체 중 가장 인구가 많은 도시다. 수원에는 경기도청이 자리 잡고 있고 선거구도 5개에 달해 수원은 수도권 민심을 가늠할 수 있는 지역으로 불린다. 21대 총선에서는 5개 선거구 모두 더불어민주당이 독식했고, 국민의힘은 22대 총선에서 영입 인재를 투입해 수원 탈환을 노리고 있다. 국민의힘은 이수정 후보를 비롯해 김현준 전 국세청장(수원갑), 방문규 전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수원병) 등 수원에 출사표를 던진 이들을 2월 15일 단수공천했다.
 
 
  험지에 도전한 ‘잔다르크’ 이수정
 
  수원정은 국민의힘에 있어 험지 중의 험지로 불린다. 영통구의 광교동, 영통1동, 매탄동 등 신도시가 해당되는 수원정은 수원 5개 선거구 중에서도 민주당이 강한 우세를 보이는 지역이다. 지역 내에 삼성전자 본사가 있고, 소득 수준이 높은 30·40대가 주로 거주하는 광교신도시를 중심으로 민주당 지지세가 강해 17·18·19대에 걸쳐 김진표 국회의장이 세 차례 연속 당선됐다. 2014년 김 의장이 경기지사 선거 출마로 사퇴한 후 치러진 보궐선거에서는 더불어민주당 박광온 의원이 당선됐고, 박 의원은 20·21대까지 내리 3선에 성공했다. 한나라당이 수도권을 휩쓸고 수원 지역 4개 선거구를 한나라당이 차지했던 18대 총선에서도 수원정은 민주당 후보가 당선될 정도로 민주당세가 강하다. 국민의힘 이수정 후보는 정치 신인이면서 험지에, 그것도 4선에 도전하는 야당 원내대표 출신 현역 의원(박광온)에 도전하겠다고 나서면서 당내 일각에서 ‘잔다르크’라는 별명을 얻기도 했다.
 
  국민의힘 경기도당에서 근무했던 한 당직자는 “광교와 영통을 중심으로 하는 수원정은 주민 연령층이 높지 않으면서 소득 수준과 생활 편의도가 높은 것이 특징이고, 따라서 주민들은 다른 수도권 지역과 달리 지역 경제 발전이나 부동산 문제보다는 교통, 교육 등 실생활과 관련된 섬세한 정책을 원한다”고 했다. 수인분당선과 신분당선이 통과해 교통 요건이 경기도에서는 좋은 편이지만 연계 교통편이 촘촘하지 못하다는 점, 교육 여건도 성남분당과 용인에 밀린다는 점 등 주민들의 바람을 채워줘야 한다는 것이다. 이수정 후보가 최우선 공약으로 내건 것도 교통과 교육 인프라 개선이다.
 
 
  “젊은 엄마들, 이수정에 호감”
 
  무난하게 4선 고지에 오를 것으로 기대했던 박광온 의원 측도 이수정 후보의 출마로 긴장할 수밖에 없게 됐다. 매탄동 아파트 단지에서 만난 한 30대 주부의 얘기다.
 
  “그동안 선거에선 나이 지긋한 남성 후보들만 나와 별로 관심이 없었는데 이번에 이수정 교수가 출마한다고 해 다들 호기심을 갖는 분위기다. 아파트 단지에는 젊은 아이 엄마들이 많은데, 이수정 교수가 아동·청소년이 살기 좋은 나라를 만들기 위해 정치를 시작했다는 얘기를 듣고 정당 지지 여부를 떠나 호감을 갖고 있고, 앞으로 공약을 지켜볼 생각이다.”
 
  지역 민주당원 사이에서는 박광온 의원이 당 사무총장, 국회 법사위원장, 원내대표 등을 수행하며 중앙 정치에만 집중한다는 지적도 나온다고 한다. 광교에 거주하는 민주당원 40대 직장인 최모씨는 “이 지역이 한 번 당선되면 쉽게 3선까지 하다 보니 현역 의원이 지역 현안이나 주민 생활에 소홀하다는 느낌을 받는다는 사람도 많다”며 “수원이 민주당의 텃밭이라고 안심할 지역은 아니다”라고 했다. 그는 “유권자들이 간단하게 후보를 판단할 수 있는 기준이 후보들의 소셜미디어인데, 박 의원의 소셜미디어는 대부분 ‘김건희 디올백’, 의사협회 파업, 정권심판, 비례정당 찬성 등 정치적인 내용이고, 이수정 후보의 소셜미디어는 주민과의 만남과 민생 정책을 강조하고 있어 유권자 입장에서는 비교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친명 vs 비명 경쟁 중인 경기 성남중원, 이재명 영향력은
 
경기 성남중원에서 더불어민주당 공천을 두고 경쟁 중인 윤영찬 의원(왼쪽)과 비례대표 이수진 의원. 사진=후보 제공
  “탈당하려다가 주저앉은 후보도, 불출마하려다가 갑자기 나타난 후보도 마음이 가지 않기는 마찬가지네요.”
 
  설 연휴를 앞둔 2월 초, 성남 중원구 모란시장에서 만난 한 상인이 이 지역(경기 성남중원)에서 출마 예정인 더불어민주당 윤영찬 의원과 이수진 (비례대표) 의원에 대해 한 얘기다. 모란시장 상인들은 선거에 관심이 많은 편이었다. “윤영찬 의원은 이재명 대표를 그렇게 비판해놓고 어떻게 여기서 또 나오겠다고 할 수 있느냐”고 현역 의원을 비판하는 상인도 있었고, “선거운동을 하면서 정책이나 공약보다 이재명만 강조하는 모습이 이 대표를 이용만 하는 것 같다”며 이 의원에 대한 불편함을 표시하는 상인도 있었다. 시장이 위치한 성남중원 선거구는 과거 경기동부연합의 근거지이며 성남시장을 지낸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정치적 고향이라 할 수 있는 곳이다. 22대 총선에서도 민주당의 친명(이수진)-반명(윤영찬) 간 내전(內戰)이 표면화되면서 이 대표에 대한 민심이 선거의 주요 이슈로 떠오른 상태다.
 
 
  이재명의 정치적 고향 성남중원
 
  성남중원은 성남 4개 선거구(수정구·중원구·분당구갑·분당구을) 중 성남 원도심(原都心) 지역에 해당하며 공단을 중심으로 노동운동이 활발했다. 현재 성남시의 인구 중심이 분당-판교로 이동하면서 재개발 사업이 활발하게 이뤄지는 곳으로, 민주당계 및 진보 계열 정당이 쭉 우세를 보여왔다. 19대 총선에서는 통합진보당 김미희 전 의원이 당선될 정도로 진보 세력이 강세를 보이는 곳이기도 하다. 현역 윤영찬 의원은 21대 총선 당시 이 지역에서 4선을 지낸 미래통합당(현 국민의힘) 신상진 후보를 12.95%P 차로 승리를 거뒀다. 4선 출신 현역 의원을 정치 신인이 꺾은 것이다.
 
  또 이재명 대표에 대한 지지세도 강하다. 2018년 6월 제7회 지방선거 당시 이재명 경기지사 후보가 도내 가장 높은 득표율(64%)을 기록한 지역이며, 2022년 제20대 대선에서 전국 시·군·구 중 호남을 제외하면 전국 1위(57%)를 기록했다. 따라서 민주당 친명계 입장에서는 놓칠 수 없는 지역인데, 윤영찬 의원이 대표적인 비명계인 만큼 친명계 이수진 의원이 “이재명 대표를 지키겠다”며 도전장을 던졌다.
 

  윤영찬 의원은 민주당 내 비명계 의원 모임 ‘원칙과 상식’ 4인방(김종민·이원욱·조응천·윤영찬) 중 하나였고 원칙과 상식이 1월 10일 탈당 선언을 했지만 윤 의원은 잔류를 선택했다. 기자 출신으로 문재인 청와대에서 홍보수석을 지낸 윤 의원은 친문재인계로 이 대표가 당을 사당화하고 있다는 비판을 계속해왔다. 윤 의원에 대한 이재명 지지자들과 민주당원들의 비판이 계속되던 상황에서 이수진 의원은 1월 22일 성남중원 출마를 선언했다. 문제는 이 의원이 애초 우상호 의원의 불출마로 비어 있는 서울 서대문갑 출마를 준비하다 1월 21일 불출마를 선언했고, 바로 다음날 “민주당의 기본 정체성조차 없는 사람에게 이재명 대표의 심장을 뺏길 수 없다”며 성남중원 출마에 나선 것이다.
 
 
  재개발로 바뀌는 지역 분위기
 
  성남중원은 전통적인 민주당 및 진보 세력 강세 지역이지만 지역에서 만난 주민들은 “이번 총선은 결과를 장담하기 어렵다”는 반응이었다. 중앙동에 거주 중인 한 50대 남성은 “이재명 대표를 지지하지만 윤영찬-이수진 중 누가 공천을 받든 나는 민주당을 찍을 것”이라며 “다만 요즘 동네 분위기가 바뀌면서 진보 세력이나 이 대표에 대한 지지도가 예전 같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은 든다”고 했다.
 
  성남의 구도심인 중원구는 최근 활발한 재개발 및 재건축으로 생긴 신축 아파트로 이주해온 주민들이 늘었고 이들의 정치적 성향은 아직 가늠하기 쉽지 않기 때문이다. 원래 성남에서 중원과 수정은 민주당 우세, 분당은 국민의힘 우세 지역으로 꼽혔지만 이번 총선은 민주당이 경기도 일대를 휩쓸었던 21대 총선 당시와는 상황이 달라질 수 있다. 중앙동에서 공인중개사로 활동 중인 김모씨는 “구도심 재개발이 진행되면서 최근 그랑메종, 하늘채 등 지역 내에서 비교적 고가인 아파트에 수천 가구가 새로 입주했고 이들의 투표 성향은 아직 확인된 바가 없다”며 “서울도 대단지 아파트가 새로 들어서면 입주민들이 보수 성향을 띠는 경우가 많은 만큼 중원구도 변화가 있을 것 같다”고 했다.
 
 
  민주당 후보 경선할 듯
 
  성남중원을 두고 민주당 내부 셈법이 복잡해진 데는 사연이 있다. 비명계 대표 인물 중 하나인 윤영찬 의원은 애초 이재명 대표 체제에서 공천을 받지 못할 분위기였고, 강성 친명계인 현근택 민주연구원 부원장이 이 지역 출마를 준비하고 있었다. 그러다 현 부원장이 성희롱 논란에 휩싸이고 불출마하게 되자 윤 의원은 공천 배제 위험 요소가 사라지면서 탈당 아닌 잔류를 선택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친명계에서는 “이재명 대표의 정치적 고향인 성남중원을 그대로 둘 수는 없다”는 의견이 나왔고, 노동계(전국의료산업노동조합연맹 위원장 및 한국노동조합총연맹 부위원장) 출신인 이수진 의원이 총대를 멘 것이다. 이 의원은 노동운동 경력과 21대 국회에서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간사 경력 등 노동 전문가임을 내세우며 “노동자, 시민, 사회적 약자들과 함께하는 진정성으로 이재명, 성남중원 주민과 함께하겠다”며 출사표를 던졌다. 또 소셜미디어 등을 통해 ‘배신하지 않는 정치인’임을 강조하며 윤 의원을 겨냥했다.
 
  윤 의원과 이 의원은 공천을 앞두고 신경전을 펼치고 있다. 윤 의원은 민주당을, 이 의원은 이재명 대표를 앞세워 주민들에게 지지를 호소하는 중이다. 윤 의원은 “누가 민주당을 지키는지 지켜봐 달라, 오직 민주당과 오직 중원구를 위하는 힘으로 똘똘 뭉치겠다”고 했고, 이 의원은 “이재명과 함께하겠다, 소년공이 꿈꿨던 대한민국을 중원구 주민들과 함께 만들겠다”고 했다.
 
  두 사람은 지난 2월 3일 민주당 공관위 후보 면접을 마쳤다. 이 의원은 ‘민주당과 이재명을 지키겠습니다’라는 문구가 적힌 상의를 입고 참석해 “현역 의원들은 당연히 도전을 받아야 한다”고 했고, 윤 의원은 “비주류의 존재는 당의 확장성에 있어 반드시 필요하다”며 이 의원에 대해서는 “지역구 선택은 본인의 결정이지만 지역 주민들의 판단을 존중해야 할 것”이라고 날 선 반응을 보였다. 민주당에서 성남중원에 공천을 신청한 예비후보는 두 현역 의원을 포함해 6명이며, 공관위는 이곳을 경선 지역으로 선정할 것으로 보인다.
 
  한편 국민의힘에서는 심규철 전 의원(16대), 윤용근 전 언론중재위원, 임진기 전 성남시장 비서, 강백룡 전 광주 북구청장, 염오봉 전 성남수정 당협위원장이 공천을 기다리고 있다. 국민의힘 공관위가 이 중 경쟁력 있는 인물이 없다고 판단할 경우 영입 인재를 투입할 가능성도 있다.
 
 
  ◆인천 계양을, 이재명-원희룡 명룡대전에 유동규까지 합세
 
인천 계양을에서 국민의힘 후보로 출마하는 원희룡 전 국토교통부 장관(왼쪽)과 이 지역에서 재선에 도전하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사진=후보 제공
  매번 총선에서는 대권 주자들의 맞대결 성사 여부에 관심이 집중된다. 주로 서울 종로에서 이뤄졌던 대권 주자 대결은 22대 총선에서는 인천 계양을에서 전개될 전망이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지역구에 국민의힘 후보로 원희룡 전 국토교통부 장관이 나섰기 때문이다. 여기에 판을 뒤흔드는 ‘메기’ 역할을 할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본부장도 출마할 예정이어서 계양을은 이번 총선에서 가장 뜨거운 관심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계양을은 송영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5선을 지낸 곳으로, 20여 년 동안 한 번의 보궐선거(2010년)를 제외하면 모두 민주당 후보가 당선됐던 민주당 텃밭과도 같은 지역이다.
 
 
  시장에서 마주친 이재명-원희룡
 
  현재 이재명 대표는 공관위 면접을 마치고 공천을 기다리는 상태다. 비례대표설도 나왔지만 원 전 장관과 전면전을 피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겠다는 판단에 따라 지역에서 주민 인사와 시설 방문 등 선거운동을 적극적으로 하고 있다. 원 전 장관은 2월 15일 단수공천됐다. 이변이 없는 한 맞대결이 펼쳐질 것으로 보인다.
 
  이재명 대표와 원희룡 전 장관은 설 연휴 직전인 2월 9일 계양구 변방동의 전통시장인 계양산시장에서 각각 설 인사를 하던 중 우연히 마주쳤지만, 양쪽 모두 지지자들에 둘러싸여 인사는 나누지 못하고 지나쳤다. 며칠 후 계양산시장을 찾아 상인들을 만났다. 대부분 “민주당을 선호하지만, 이번 선거는 잘 모르겠다”는 반응이 많았다. 시장에서 15년째 건어물상을 운영 중인 김모씨는 “여기는 민주당의 텃밭이라기보다는 송영길의 텃밭 아니냐”며 “지금은 이런저런 이유로 비판받고 있지만 송영길이 지역구 관리는 참 잘 했다”고 했다. 또 다른 상인은 “이재명이 처음 왔을 때는 다들 냉정한 판단을 할 겨를이 없이 투표했는데, 이번에는 꼼꼼히 살펴보고 투표하겠다는 사람이 많다”고 했다. 상인들은 원희룡 전 장관에 대해서는 “똑똑한 인물인 건 알지만 우리 지역 국회의원으로는 아직 잘 모르겠다”는 반응이었다.
 
 
  “대장동 싸움을 왜 여기 와서 하나?”
 
  원 전 장관은 이재명 대표를 향해 전의(戰意)를 불태우고 있다. 그는 공관위 공천 면접 후 “국회를 방탄용으로 쓰는 돌덩이일 뿐 아니라 지역 발전도 가로막는 돌덩이를 치워내겠다”며 “그 자리에 뿌리를 내리고 국민의힘의 새로운 정치를 몸으로 증명해 보이려 한다”고 강조했다. 원 전 장관이 연일 계양을을 뉴스의 중심으로 끌어내면서 지역 주민들의 반응은 다양하게 나타나고 있다.
 
  계양동에서 개인의원을 운영 중인 40대 의사 박모씨는 “어차피 이곳에 연고도 없는 사람들인데 대장동 싸움을 왜 여기 와서 하는지 모르겠다. 둘 다 당선돼도 지역을 어떻게 지킬지 신뢰가 가지 않는다”고 했다. 반면 영향력 있는 국회의원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적지 않다. 계양동 거주 60대 주부 정모씨는 “수십 년간 인천을 민주당이 장악하고 있어 발전이 없다는 얘기가 시민들 사이에서 계속 나온다. 시장도 여당 소속(유정복)으로 바뀐 만큼 지역 발전을 위해 여당의 힘있는 국회의원이 나왔으면 한다”고 했다. 계산동에 거주 중인 대학생 김모씨는 “어릴 때부터 국회의원은 송영길밖에 없는 줄 알았는데 대선 주자들이 우리 지역으로 몰려든다는 점은 지역 발전을 위해서 긍정적이라고 생각한다”며 “지역을 당선 수단으로만 여기지 말고 애정을 가져주길 바랄 뿐”이라고 했다.
 
 
  유동규, 보수 표심 흡수할까
 
  대장동 의혹의 중심인 이재명 대표와 ‘대장동 일타강사’ 원희룡 전 장관의 대결인 ‘명룡대전’을 이끌어갈 최대 이슈는 단연 대장동 의혹이다. 최근에는 또 다른 변수가 등장했다. 대장동 개발 의혹 중심에 있는 유동규 전 본부장이 자유통일당 후보로 출마하겠다고 2월 14일 선언한 것이다. 자유통일당은 전광훈 목사를 주축으로 하는 우파 정당으로 당대표는 장경동 대전중문교회 담임목사다. 유 전 본부장은 출마 선언을 통해 “이재명보다 일을 잘할 자신이 있고, 이재명이 자랑한 정책도 제가 했던 것”이라며 “(이재명은) 책임지지 못하면 정치를 그만두라”고 이 대표를 비판했다. 명룡대전에서 두 후보가 큰 차이 없는 접전을 벌일 경우 유 전 본부장이 반이재명 및 보수 성향 표를 얼마나 흡수할지, 최종적으로 원 전 장관의 손을 들어줄지 등 시나리오에 따라 결과가 달라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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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써머스비    (2024-02-19) 찬성 : 1   반대 : 0
여의도자이에서 살고 있는 40대 주부 이모씨가 이번엔 운동권(김민석)과 정통 보수(박민식)의 대결이라고 하니 그냥 마음가는 대로 뽑을 것 같다”고 했다. 라고 기사에 나왔는데, 기자가 마치 영등포을이 김민석과 박민식의 대결인것 처럼 조장 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지역에서는 박민식의 지역구 철새론에 따른 거부감이 너무나 큰데 오히려 양자 대결인 것처럼 포장 했군요. 이건 취재 오류가 아니라 여론 왜곡이라고 볼 수밖에 없습니다. 그 증거는 기사에도 나와 있듯이 최근 팬앤드마이크에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박용찬 후보가 김민석, 박민식 후보를 모두 압도하는 결과가 이를 증명 합니다. 선거 상황을 지상 중계 하려면 최소한의 팩트는 가지고, 특정 후보에 편중되지 않는 것이 기자의 기본 도리라 생각 합니다.
  소리비도    (2024-02-19) 찬성 : 1   반대 : 0
영등포을 주민입니다. 언론의 속성을 모르진 않지만, 소제목에 박용찬 후보를 뺀 것은 문제가 있습니다. 지역에서는 지난 4년 신발이 닿도록 누빈 박용찬 후보에 대한 지지가 더 큰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현장을 수박 겉핥기식으로 취재하고서는 확정되지 않은 가상 대결로 마치 성사된 것처럼 보도하는 것은 언론의 본분이 흐트려진 건 아닌가 싶습니다. 생각과 사실은 다르니까요. 감사합니다.
  ystevejung@yahoo.com    (2024-02-19) 찬성 : 1   반대 : 0
임종석이 뜨겁다. 뜨거운 감자다. 공천줘서 당선되면 재명이는 차기 당대표자리와 대통령 후보가 불안 해지고, 잘라버리면 북한 김정은이 내려보낸 자객에 칼침맞고 골로가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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