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탕평인사·겸손한 태도 호평… 인맥 부족·연설 실력 미흡 지적도
⊙ 수도권 출마 예정자들, “비대위 출범 후 현장 분위기 호의적으로 바뀌는 것 느껴져”
⊙ “한동훈이 尹心 거스를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하지 않아… 공관위원장은 정치 모르는 법조인” 우려도
⊙ 수도권 출마 예정자들, “비대위 출범 후 현장 분위기 호의적으로 바뀌는 것 느껴져”
⊙ “한동훈이 尹心 거스를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하지 않아… 공관위원장은 정치 모르는 법조인” 우려도
-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사진=조선DB
1월 5일,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중앙당사 강당에서 ‘2024 사무처 당직자 시무식’이 열렸다. 보통 총선이 있는 해의 사무처 시무식은 필승을 다짐하는 엄숙한 분위기다. 특히 비대위 체제가 시작된 지 일주일밖에 되지 않은 시점인 만큼 무거운 긴장감이 예상됐지만, 이날 시무식은 무척이나 화기애애하고 희망찬 분위기였다. 한동훈 비대위원장의 인사말 중간중간에 당직자들은 환호를 보냈고, 이어 연단에 오른 윤재옥 원내대표와 유의동 정책위의장, 장동혁 사무총장도 가벼운 농담을 섞어가며 당직자들을 격려해 박수를 받았다.
이 자리에 참석한 이승진 당 정책위원회 교육수석전문위원은 “작년 말까지만 해도 이어지는 여야(與野) 정쟁(政爭)과 부정적인 여론조사 결과 등으로 당내 분위기가 좋지 않았는데, 비대위 출범 후 당내에 희망과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며 “비대위원장에 대한 기대도 크지만, 위원장이 오신 후 지도부도 전반적으로 달라진 모습을 보여 당직자들의 사기는 더 올라가고 있다”고 했다.
1월 10일 경남 창원컨벤션센터에서 열린 국민의힘 경남도당 신년인사회에서도 당원들은 한동훈 위원장을 보기 위해 행사장 안팎을 가득 메웠다. 한 위원장이 입장하는 중앙통로는 당원들이 몰려들어 주최 측이 질서 유지에 애를 먹을 정도였고, 한 위원장의 연설 한마디 한마디에 당원들은 환호했다. 한 위원장을 응원하는 각종 피켓이 셀 수 없을 정도로 등장했고, ‘우윳빛깔 한동훈’이라는 대형 피켓을 든 청년 당원들도 있었다. 이번 한 위원장의 부산·경남 지역 방문에 동행한 윤희석 국민의힘 선임대변인은 “1월 한 달에 걸쳐 전국 시도당을 돌며 신년인사회에 참석하고 있는데 시간이 갈수록 당원들의 응원과 환호 강도가 높아지고 있다”며 “특히 한 위원장이 각 지역에서 해당 지역과의 연고를 소개하면서 언론으로부터 ‘팔도 사나이’라는 별명을 얻을 정도로 지역에 신경을 쓰고 있어 당원들도 이런 점을 좋게 보고 있다”고 했다.
“경기도도 판도 달라질 것”
한동훈 위원장의 전국적인 인기와 최근 대선 후보 여론조사 결과 등에 힘입어 국민의힘 내부 사기가 심상치 않다. 한 위원장은 사무처 시무식에서 “가는 곳마다 우리를 응원하는 분들이 늘고 있다, 예전에도 이랬냐”며 자신의 인기를 언급했다. 이는 자신을 내세우기 위한 것이 아니라 국민의 반응이 달라지고 있다는 점을 강조하며 당직자들의 사기를 진작시키기 위한 발언이었다.
실제로 취재 중 만난 국민의힘 당직자와 전·현직 당협위원장, 출마 예정자들은 작년과는 분위기가 달랐다. 정치권뿐만 아니라 현장에서 국민의힘을 긍정적으로 주목하는 현상이 실감 난다는 것이다. 총선 판도도 비대위 출범 후 변화가 있을 것이라고 기대하는 분위기였다. “그래도 수도권이 여전히 어렵지 않으냐”는 기자의 질문에는 하나같이 “언제는 (수도권이) 어렵지 않았나. 이번엔 다르다”며 자신감을 보였다.
함경우 경기 광주갑 당협위원장(전 조직사무부총장)은 “정당에 몸담은 지 20년이 넘었는데 새로운 비대위가 출범한 지금이야말로 변화가 눈에 보이는 시기이며, 국민의힘에 대한 주민들의 반응도 날로 달라지고 있다”고 했다. 그는 “경기도에 민주당 다선(多選) 의원이 많지만 대부분 정치적 무게감에도 불구하고 지역에 기여한 바가 없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며 “경기도가 국민의힘에 험지(險地)이긴 하지만 이번엔 도민들의 변화에 대한 열망이 큰 만큼 판도가 달라질 것으로 본다”고 했다.
서울 서대문에서 출마 준비 중인 김수철 전 서울시의원은 “현장을 뛰다 보면 새해 들어 우리 당을 향한 주민들의 반응이 더 좋아지는 것이 느껴진다”며 “비대위가 세대를 교체하고 새 시대를 열어간다는 사실을 적극 홍보하고 있다”고 했다. 그는 “2008년 18대 총선에서 한나라당이 서울 40석을 가져와 대승할 수 있었던 것은 이명박 대통령의 뉴타운과 청계천 등 정책에 서울시민이 호응했기 때문이고, 이번에도 여당이 정책만 제대로 내놓는다면 ‘한동훈 비대위 바람’과 함께 승리를 바라볼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당내 결속력도 단단해지는 분위기다. 이준석 전 대표와 그를 따르는 신당(新黨) 세력이 탈당(脫黨)한 일도 당내 결집력을 높이는 데 한몫했다. 한 당직자는 “과거 이인제·유승민 등 정치인들이 탈당해 신당을 만들 때 따라나가는 당직자들이 상당수 있었고 신당파와 잔류파가 서로 비난하는 일도 있었지만, 이번 이준석 신당에 합류하기 위해 탈당한 당직자는 거의 없다”며 “솔직히 우리 비대위와 이준석 신당이 비슷한 시점에 출범하면서 우리 당 내부의 사기는 더 높아진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한 위원장이 여야 정쟁보다 민생에 집중하고 있다는 점도 긍정적인 평가를 받는다. 작년 10월 최고위원이 된 데 이어 올해 1월 비대위원으로 임명받은 김예지 의원은 “비대위 출범 후 지도부 회의 분위기가 크게 바뀌었다”며 “회의에서 정쟁 언급은 크게 줄었고 정책과 민생을 이야기하는 빈도가 훨씬 늘었다”고 했다.
人事와 인재 영입에 호평
한동훈 위원장이 당내에서 환영을 받고 있는 이유는 대중적인 인기와 당내에서의 겸손한 태도 때문이기도 하지만, 인사(人事) 때문이기도 하다. 계파나 성향을 가리지 않고 여러 인사를 포용하는 탕평인사, 이른바 ‘무지개 인사’다.
한 위원장은 취임 후 비서실장에 김형동 의원, 사무총장에 장동혁 의원을 임명했다. 두 사람은 서울대 출신 법조인이라는 공통점 외에 김형동 의원은 1975년생으로 국민의힘 의원들 중 나이가 젊은 편이고 장동혁 의원은 보궐선거로 국회에 입성한 이른바 ‘0.5선’이어서 계파의 영향을 크게 받지 않는 인물이다.
또 과거 유승민계로 불렸던 유의동 정책위의장을 유임시켰고, 조직부총장에 김종혁 경기 고양시병 당협위원장(전 《중앙일보》 편집국장), 홍보본부장에 김수민 충북 청주청원 당협위원장(20대 국회의원)을 임명했다. 김수민 위원장은 국민의당 비례대표 출신이며 김종혁 위원장은 대선 후보 경선 당시 최재형 캠프에 있었다. 한 위원장이 지명직 최고위원으로 지명한 김예지 의원은 대선 후보 경선에서 유승민 캠프 소속이었다. 실무진인 사무처 인사도 무리한 이동 없이 기존의 조직을 존중하는 의미에서 최소한의 인사만 시행했다.
인재 영입 면에서는 현재까지 무리 없이 진행해왔지만 더 적극적인 노력이 필요하다는 얘기도 나온다. 인재 풀이 부족하지 않으냐는 것이다. 한 위원장이 지명한 비대위원 대부분은 국민의힘에서 작성한 영입 명단에 속해 있는 인물들이다. 김경율·박은식·민경우(사퇴) 위원은 국민의힘이 작년 가을부터 접촉해온 인물이며, 박은식 위원은 인요한 혁신위원장이 확정되기 전까지 유력한 혁신위원장 후보이기도 했다.
반면 한 위원장이 오랜 기간 검사로만 재직한 데다 외부와 유대관계도 많지 않아 여의도, 즉 정치권 인맥이 부족하다는 지적도 끊임없이 나온다. 1월 중순까지 한 위원장이 직접 영입한 5명 중 2명이 법조인 출신이다.
공천에 ‘尹心’ 개입할까
한동훈 비대위에 대한 당내 기대감이 큰 가운데 공천을 앞두고는 미묘한 입장차가 있다. 국민의힘 지지율이 올라가는 것과 별개로 출마 예정자들은 자신의 공천에 더 관심이 많을 수밖에 없다. 공천관리위원회 구성이 완료되면서 현역 의원과 당협위원장을 포함해 출마 예정자들의 긴장감은 커지고 있다. 가장 큰 관심사는 윤심(尹心)이 상당 부분 개입하느냐인데, 이에 대한 예상은 반반으로 갈린다.
먼저 대통령의 의견이 영향을 미칠 수는 있지만 비대위가 적정 단계에서 선을 그을 것이라는 예상이다. 한 고위 당직자의 얘기다.
“원칙은 공정하고 객관적인 공천이다. 윤심을 일부러 배제하는 것도 공정함에는 어긋날 수 있다. 사실 여당이 대통령의 의견을 아예 받지 않을 수는 없다. 만약 당이 대통령의 의견을 완전히 거부한다면 이른바 ‘옥새 파동’이 일어나는 것이고 총선 패망의 지름길이다. 대통령실의 입장도 어느 정도 받아들이면서 검사 및 대통령실 출신 인사의 공천은 최대한 국민 눈높이에 맞추는 쪽으로 조정하게 될 것이다.”
예비 후보 중 상당수는 비대위의 변화에 기대감을 갖고 있다. 경남 마산회원에 출마 예정인 차주목 예비 후보(전 국민의힘 경남도당 사무처장·중앙당 조직국장)는 “비대위가 새로운 시대, 공정한 시대를 천명한 만큼 공천도 공정하고 객관적으로 할 것으로 본다”며 “영남 지역 당원들도 새 비대위가 해묵은 공천 행태에서 벗어나 공정한 경선, 정치 신인 발굴 등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길 기대하고 있다”고 했다. 또 다른 예비 후보는 “경선 원칙만 확실히 밝힌다면 공정성 논란은 없을 것”이라며 “새 비대위에 기대가 크다”고 했다.
공관위 한계 지적도
다만 비대위와 공관위가 출범하면서 인요한 혁신위원장이 주장했던 영남 중진, 친윤계 핵심 불출마 또는 험지 출마 방안이 사실상 백지화(白紙化)됐고, 공관위 면면을 볼 때 인요한 혁신위 이전과 별다른 변화가 기대되지 않는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 전직 의원의 얘기다.
“(비대위로) 공천 판도가 바뀔 것이라고 기대하는 사람이 있나. 비대위 체제로 가기 전까지 다들 어차피 윤심이 작용할 것이라고 예상해 공관위원장이 누가 되느냐에 관심을 갖지 않을 정도였다. 지금도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다. 한동훈 위원장이 윤심을 거스를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하지 않고, 공관위원장은 정치를 모르는 법조인이고, 윤심의 핵심인 이철규 의원이 공관위에 합류했다. 한 위원장은 공천은 자신이 직접 챙길 것이니 걱정 말라고 했지만 사실 그 말 자체가 당헌·당규나 원칙에 부합하지 않는 말이다. 과거 총재나 대표의 독단적인 공천 행태를 막고 공정한 공천을 하기 위해 공관위원장을 외부에서 모셔오는 것 아닌가.”
“한동훈의 총선 불출마 다소 아쉽다”
국민의힘 당직자와 당원들은 한동훈 위원장의 향후 행보에도 관심이 많다. 한 위원장은 총선 불출마를 선언하며 “4월 10일(총선 당일) 이후 저의 인생은 생각하지 않는다”고 했다. 대선 출마나 당대표 출마 등에 대한 질문을 차단하면서 총선 승리를 위해 모든 힘을 집중하겠다는 의미다. 또 자신의 불출마 선언을 통해 중진급 물갈이의 명분을 만들기도 했다.
그러나 당내에서는 한 위원장의 총선 불출마가 아쉽다는 반응이 있다. 한 원외 당협위원장의 얘기다.
“한 위원장이 총선에 출마하지 않는다는 점은 다소 아쉽다. 총선 지휘에만 집중하는 것도 좋고 대선 직행도 좋지만 비례대표라도 해서 국회 경험을 갖고 가는 게 좋지 않으냐는 의견들이 있다. ‘여의도 사투리’를 쓰지 않겠다고 했지만 국회의원은 매우 중요한 경험이며 여야 막론하고 인맥의 폭을 넓히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당대표가 되더라도 원외 당대표는 한계가 있다. 하지만 한 위원장이 어떤 방식으로든 총선 후에도 정부·여당을 위한 역할을 해줄 것으로 기대한다.”
취재 중 만난 당내 인사들은 거의 대부분 한 위원장에 대해 총선 승리를 이끌고 대선에 출마해 정권 재창출을 이뤄낼 것이라며 큰 기대를 걸고 있었고, 한 위원장의 성공을 필사적으로 바라고 있었다. 그래서인지 한 위원장의 단점과 한계에 대해서는 언급을 꺼렸는데, 총선 승리를 위한 최후의 카드인 만큼 혹시 부족한 면이 있더라도 주변에서 채워주겠다는 의지가 많은 것으로 보였다.
인맥·연설 실력 한계 지적도
일부는 굳이 아쉬운 점을 꼽는다면 무엇이냐는 질문에 넓지 않은 인맥(人脈)과 연설 실력을 꼽았다. 인맥의 경우 비서실장, 사무총장, 공관위원장이 법조인 출신인데다 비대위원, 영입 인사에도 법조인이 적지 않아 인맥의 한계를 드러냈다는 것이다.
연설 실력은 개선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온다. 한 고위 당직자의 말이다.
“한 위원장의 말투는 세련되고 조용한 편이어서 듣는 사람에게 호감을 불러일으킨다. 민주당과 맞붙을 때가 아니면 날이 선 말투를 사용하는 일이 없다. 사람들과 직접 접촉할 때도 친절한 태도를 보이는데다 같이 사진 찍기에도 적극적이어서 좋은 평가를 받는다. 다만 앞으로 전국 유세를 다녀야 할 텐데 연설은 좀 더 힘 있게, 요점 중심으로 간결하게 하는 연습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전국 시도당 신년인사회 현장에서 만난 한 당원은 “행사 현장에서는 한 위원장의 이야기가 잘 들리지 않았고 나중에 뉴스를 보고 내용을 알게 될 정도”라고 했다. 이어 “다들 한 위원장을 보러 간 것이고 행사에 참석한 다른 현역 의원과 지자체장들의 흡입력 있는 연설에 비하면 아쉬웠지만, 정치에 익숙해지면 나아질 것이라 기대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당원은 “1997년 대선 때 이회창 후보도 처음엔 당원들의 근심이 깊었지만 곧 걱정이 사라졌다”며 시간이 해결해줄 것이라고 말했다.⊙
이 자리에 참석한 이승진 당 정책위원회 교육수석전문위원은 “작년 말까지만 해도 이어지는 여야(與野) 정쟁(政爭)과 부정적인 여론조사 결과 등으로 당내 분위기가 좋지 않았는데, 비대위 출범 후 당내에 희망과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며 “비대위원장에 대한 기대도 크지만, 위원장이 오신 후 지도부도 전반적으로 달라진 모습을 보여 당직자들의 사기는 더 올라가고 있다”고 했다.
1월 10일 경남 창원컨벤션센터에서 열린 국민의힘 경남도당 신년인사회에서도 당원들은 한동훈 위원장을 보기 위해 행사장 안팎을 가득 메웠다. 한 위원장이 입장하는 중앙통로는 당원들이 몰려들어 주최 측이 질서 유지에 애를 먹을 정도였고, 한 위원장의 연설 한마디 한마디에 당원들은 환호했다. 한 위원장을 응원하는 각종 피켓이 셀 수 없을 정도로 등장했고, ‘우윳빛깔 한동훈’이라는 대형 피켓을 든 청년 당원들도 있었다. 이번 한 위원장의 부산·경남 지역 방문에 동행한 윤희석 국민의힘 선임대변인은 “1월 한 달에 걸쳐 전국 시도당을 돌며 신년인사회에 참석하고 있는데 시간이 갈수록 당원들의 응원과 환호 강도가 높아지고 있다”며 “특히 한 위원장이 각 지역에서 해당 지역과의 연고를 소개하면서 언론으로부터 ‘팔도 사나이’라는 별명을 얻을 정도로 지역에 신경을 쓰고 있어 당원들도 이런 점을 좋게 보고 있다”고 했다.
“경기도도 판도 달라질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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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 5일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당사에서 열린 사무처 당직자 시무식에서 당직자에게 선물 받은 운동화를 들어 보이고 있다. 사진=조선DB |
실제로 취재 중 만난 국민의힘 당직자와 전·현직 당협위원장, 출마 예정자들은 작년과는 분위기가 달랐다. 정치권뿐만 아니라 현장에서 국민의힘을 긍정적으로 주목하는 현상이 실감 난다는 것이다. 총선 판도도 비대위 출범 후 변화가 있을 것이라고 기대하는 분위기였다. “그래도 수도권이 여전히 어렵지 않으냐”는 기자의 질문에는 하나같이 “언제는 (수도권이) 어렵지 않았나. 이번엔 다르다”며 자신감을 보였다.
함경우 경기 광주갑 당협위원장(전 조직사무부총장)은 “정당에 몸담은 지 20년이 넘었는데 새로운 비대위가 출범한 지금이야말로 변화가 눈에 보이는 시기이며, 국민의힘에 대한 주민들의 반응도 날로 달라지고 있다”고 했다. 그는 “경기도에 민주당 다선(多選) 의원이 많지만 대부분 정치적 무게감에도 불구하고 지역에 기여한 바가 없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며 “경기도가 국민의힘에 험지(險地)이긴 하지만 이번엔 도민들의 변화에 대한 열망이 큰 만큼 판도가 달라질 것으로 본다”고 했다.
서울 서대문에서 출마 준비 중인 김수철 전 서울시의원은 “현장을 뛰다 보면 새해 들어 우리 당을 향한 주민들의 반응이 더 좋아지는 것이 느껴진다”며 “비대위가 세대를 교체하고 새 시대를 열어간다는 사실을 적극 홍보하고 있다”고 했다. 그는 “2008년 18대 총선에서 한나라당이 서울 40석을 가져와 대승할 수 있었던 것은 이명박 대통령의 뉴타운과 청계천 등 정책에 서울시민이 호응했기 때문이고, 이번에도 여당이 정책만 제대로 내놓는다면 ‘한동훈 비대위 바람’과 함께 승리를 바라볼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당내 결속력도 단단해지는 분위기다. 이준석 전 대표와 그를 따르는 신당(新黨) 세력이 탈당(脫黨)한 일도 당내 결집력을 높이는 데 한몫했다. 한 당직자는 “과거 이인제·유승민 등 정치인들이 탈당해 신당을 만들 때 따라나가는 당직자들이 상당수 있었고 신당파와 잔류파가 서로 비난하는 일도 있었지만, 이번 이준석 신당에 합류하기 위해 탈당한 당직자는 거의 없다”며 “솔직히 우리 비대위와 이준석 신당이 비슷한 시점에 출범하면서 우리 당 내부의 사기는 더 높아진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한 위원장이 여야 정쟁보다 민생에 집중하고 있다는 점도 긍정적인 평가를 받는다. 작년 10월 최고위원이 된 데 이어 올해 1월 비대위원으로 임명받은 김예지 의원은 “비대위 출범 후 지도부 회의 분위기가 크게 바뀌었다”며 “회의에서 정쟁 언급은 크게 줄었고 정책과 민생을 이야기하는 빈도가 훨씬 늘었다”고 했다.
人事와 인재 영입에 호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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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 10일 부산 중구 BIFF광장을 찾은 한동훈 비대위원장을 인파가 둘러싸고 있다. 사진=조선DB |
한 위원장은 취임 후 비서실장에 김형동 의원, 사무총장에 장동혁 의원을 임명했다. 두 사람은 서울대 출신 법조인이라는 공통점 외에 김형동 의원은 1975년생으로 국민의힘 의원들 중 나이가 젊은 편이고 장동혁 의원은 보궐선거로 국회에 입성한 이른바 ‘0.5선’이어서 계파의 영향을 크게 받지 않는 인물이다.
또 과거 유승민계로 불렸던 유의동 정책위의장을 유임시켰고, 조직부총장에 김종혁 경기 고양시병 당협위원장(전 《중앙일보》 편집국장), 홍보본부장에 김수민 충북 청주청원 당협위원장(20대 국회의원)을 임명했다. 김수민 위원장은 국민의당 비례대표 출신이며 김종혁 위원장은 대선 후보 경선 당시 최재형 캠프에 있었다. 한 위원장이 지명직 최고위원으로 지명한 김예지 의원은 대선 후보 경선에서 유승민 캠프 소속이었다. 실무진인 사무처 인사도 무리한 이동 없이 기존의 조직을 존중하는 의미에서 최소한의 인사만 시행했다.
인재 영입 면에서는 현재까지 무리 없이 진행해왔지만 더 적극적인 노력이 필요하다는 얘기도 나온다. 인재 풀이 부족하지 않으냐는 것이다. 한 위원장이 지명한 비대위원 대부분은 국민의힘에서 작성한 영입 명단에 속해 있는 인물들이다. 김경율·박은식·민경우(사퇴) 위원은 국민의힘이 작년 가을부터 접촉해온 인물이며, 박은식 위원은 인요한 혁신위원장이 확정되기 전까지 유력한 혁신위원장 후보이기도 했다.
반면 한 위원장이 오랜 기간 검사로만 재직한 데다 외부와 유대관계도 많지 않아 여의도, 즉 정치권 인맥이 부족하다는 지적도 끊임없이 나온다. 1월 중순까지 한 위원장이 직접 영입한 5명 중 2명이 법조인 출신이다.
국민의힘-한동훈 지지율 추이 2024년 1월 현재 대선 후보로서 한동훈 위원장의 지지율은 모든 여론조사에서 여권 대선 주자 중 1위를 차지하고 있다. 2022년 5월 한 위원장이 법무부 장관에 취임하면서 여론조사업체들이 대선 후보에 포함시키기 시작했고, 비대위 출범 후엔 이재명 대표와 오차범위 내 지지율을 기록하고 있다. 1월 2주(1월 9~11일)에 조사한 한국갤럽 여론조사에 따르면 차기 대권 주자에 대한 설문조사인 ‘장래 정치 지도자’ 설문에서 한동훈 위원장은 22%를 차지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23%)와 1%포인트 차이를 기록했다. 갤럽의 장래 정치 지도자 조사에서 한 위원장이 포함된 것은 2022년 6월 2주부터인데, 당시 한 위원장의 지지율은 4%에 불과했지만 2022년 12월 1주에 10%로 두 자릿수를 돌파했고, 2023년부터 11%(2월 1주), 12%(9월 1주), 14%(10월 2주), 16%(12월 1주)로 꾸준히 오르다 비대위원장 취임 후 첫 조사인 2024년 1월 2주에는 22%로 훌쩍 뛰어올랐다. 이재명 대표의 경우 같은 기간 15%(2022년 6월 2주)에서 시작해 한때 27%(2022년 9월 1주)까지 올랐지만 이후 작년 연말까지 19~22%를 유지해왔다. 국민의힘 지지율도 한 위원장 취임 전후로 소폭 올랐다. 한국갤럽 조사에 따르면 국민의힘 지지율은 작년 11월 5주 33%에서 12월 1주 35%, 12월 2주 36%로 상승세를 기록했다. 연말 여론조사 휴식기 이후인 올해 1월 2주에도 36%를 기록해 더불어민주당(34%)을 2%포인트 차로 앞섰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관리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한동훈 위원장 취임 전후 한 달간(2023년 12월 초~2024년 1월 초) 지지율 변화를 보면 한 위원장 지지율이 16%에서 22%로 크게 뛴 반면 국민의힘 지지율은 36%로 똑같다. 한 위원장 지지율이 가파르게 오르는 데 비해 국민의힘 지지율 상승세는 그에 미치지 못하는 상황이다. 한 위원장은 이에 대해 1월 14일 고위당정협의회를 마친 후 “제 개인 지지는 국민께서 잘 봐주는 것이고 대단한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국민의힘이 정말 열심히 하려 노력하고 있어 국민께서 서서히 알아봐 줄 것”이라고 했다. |
공천에 ‘尹心’ 개입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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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 8일 국회에서 열린 국민의힘 인재영입위원회 입당 및 영입환영식 모습이다. 사진=뉴시스 |
먼저 대통령의 의견이 영향을 미칠 수는 있지만 비대위가 적정 단계에서 선을 그을 것이라는 예상이다. 한 고위 당직자의 얘기다.
“원칙은 공정하고 객관적인 공천이다. 윤심을 일부러 배제하는 것도 공정함에는 어긋날 수 있다. 사실 여당이 대통령의 의견을 아예 받지 않을 수는 없다. 만약 당이 대통령의 의견을 완전히 거부한다면 이른바 ‘옥새 파동’이 일어나는 것이고 총선 패망의 지름길이다. 대통령실의 입장도 어느 정도 받아들이면서 검사 및 대통령실 출신 인사의 공천은 최대한 국민 눈높이에 맞추는 쪽으로 조정하게 될 것이다.”
예비 후보 중 상당수는 비대위의 변화에 기대감을 갖고 있다. 경남 마산회원에 출마 예정인 차주목 예비 후보(전 국민의힘 경남도당 사무처장·중앙당 조직국장)는 “비대위가 새로운 시대, 공정한 시대를 천명한 만큼 공천도 공정하고 객관적으로 할 것으로 본다”며 “영남 지역 당원들도 새 비대위가 해묵은 공천 행태에서 벗어나 공정한 경선, 정치 신인 발굴 등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길 기대하고 있다”고 했다. 또 다른 예비 후보는 “경선 원칙만 확실히 밝힌다면 공정성 논란은 없을 것”이라며 “새 비대위에 기대가 크다”고 했다.
국민의힘 총선 인재 영입 현황 한동훈 비대위원장은 1월 3일부터 총선 인재 영입을 위한 당 인재영입위원장을 직접 맡았다. 한 위원장은 “국민의 선택을 받기 위한 핵심은 좋은 사람들이 우리 당으로 모이게 하는 것이며, 내가 직접 인재영입위원장을 맡아서 좋은 분들이 우리 당으로 오도록 앞장서겠다”고 했다. 업무 효율성을 위해 이철규 기존 인재영입위원장과 공동위원장을 맡고 있다. 한 위원장이 취임 후 처음으로 영입한 인사는 1월 8일 입당한 정상국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회장과 학폭 피해 전문 박상수 변호사다. 이어 12일 이레나 이화여대 의학전문대학원 의공학교실 교수와 강철호 한국로봇산업협회 회장, 전상범 전 의정부지방법원 부장판사를 영입했다고 발표했다. 이레나 교수와 강철호 회장은 과학기술 분야 이력을 보유한 과학 인재이며, 전 전 부장판사는 독립유공자 전종관 선생의 손자다. 국민의힘은 비대위 출범 전 1, 2차 영입인재단을 발표한 바 있다. 작년 12월 8일에는 하정훈 소아청소년과의원 원장, 박충권 현대제철 연구개발본부 책임연구원, 윤도현 자립준비청년 지원(SOL) 대표, 구자룡 변호사, 이수정 경기대학교 대학원 범죄심리학과 교수 등 5명을 1차 총선 영입 인사로 발표했다. 이어 12월 19일에는 호준석 전 YTN 앵커, 김금혁 보훈부 정책보좌관, 공지연 변호사, 채항미 이화여대 경영학부 교수, 정혜림 카이스트 녹색경영정책학과 학생, 심성훈 청년창업가, 임형준 스마트농업 대표를 2차 영입 인사로 발표했다. 한 위원장은 최근 ‘삼성 갤럭시 신화’의 주인공인 고동진 전 삼성전자 사장을 만나 직접 영입을 제안했고, 대답을 기다리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출신 5선 이상민 의원도 한 위원장이 직접 설득해 영입한 인물이다. 당 내부에서는 이밖에도 복수의 거물급 인사를 한 위원장이 직접 영입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국민의힘 인재영입위는 ‘국민인재’를 콘셉트로 ▲국민 눈높이에 맞는 사람 ▲공익을 우선할 수 있는 인성을 가진 사람 ▲소통과 화합에 앞장설 수 있는 사람 ▲고난을 불굴의 의지로 극복한 사람 등을 기준으로 2월까지 국방안보 분야, 바이오 분야, 보건·간호 분야, 행정 직능 분야 등 총 40여 명의 인재 영입을 발표할 계획이다. |
공관위 한계 지적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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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 11일 정영환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장이 당사로 출근하며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조선DB |
“(비대위로) 공천 판도가 바뀔 것이라고 기대하는 사람이 있나. 비대위 체제로 가기 전까지 다들 어차피 윤심이 작용할 것이라고 예상해 공관위원장이 누가 되느냐에 관심을 갖지 않을 정도였다. 지금도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다. 한동훈 위원장이 윤심을 거스를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하지 않고, 공관위원장은 정치를 모르는 법조인이고, 윤심의 핵심인 이철규 의원이 공관위에 합류했다. 한 위원장은 공천은 자신이 직접 챙길 것이니 걱정 말라고 했지만 사실 그 말 자체가 당헌·당규나 원칙에 부합하지 않는 말이다. 과거 총재나 대표의 독단적인 공천 행태를 막고 공정한 공천을 하기 위해 공관위원장을 외부에서 모셔오는 것 아닌가.”
“한동훈의 총선 불출마 다소 아쉽다”
국민의힘 당직자와 당원들은 한동훈 위원장의 향후 행보에도 관심이 많다. 한 위원장은 총선 불출마를 선언하며 “4월 10일(총선 당일) 이후 저의 인생은 생각하지 않는다”고 했다. 대선 출마나 당대표 출마 등에 대한 질문을 차단하면서 총선 승리를 위해 모든 힘을 집중하겠다는 의미다. 또 자신의 불출마 선언을 통해 중진급 물갈이의 명분을 만들기도 했다.
그러나 당내에서는 한 위원장의 총선 불출마가 아쉽다는 반응이 있다. 한 원외 당협위원장의 얘기다.
“한 위원장이 총선에 출마하지 않는다는 점은 다소 아쉽다. 총선 지휘에만 집중하는 것도 좋고 대선 직행도 좋지만 비례대표라도 해서 국회 경험을 갖고 가는 게 좋지 않으냐는 의견들이 있다. ‘여의도 사투리’를 쓰지 않겠다고 했지만 국회의원은 매우 중요한 경험이며 여야 막론하고 인맥의 폭을 넓히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당대표가 되더라도 원외 당대표는 한계가 있다. 하지만 한 위원장이 어떤 방식으로든 총선 후에도 정부·여당을 위한 역할을 해줄 것으로 기대한다.”
취재 중 만난 당내 인사들은 거의 대부분 한 위원장에 대해 총선 승리를 이끌고 대선에 출마해 정권 재창출을 이뤄낼 것이라며 큰 기대를 걸고 있었고, 한 위원장의 성공을 필사적으로 바라고 있었다. 그래서인지 한 위원장의 단점과 한계에 대해서는 언급을 꺼렸는데, 총선 승리를 위한 최후의 카드인 만큼 혹시 부족한 면이 있더라도 주변에서 채워주겠다는 의지가 많은 것으로 보였다.
인맥·연설 실력 한계 지적도
일부는 굳이 아쉬운 점을 꼽는다면 무엇이냐는 질문에 넓지 않은 인맥(人脈)과 연설 실력을 꼽았다. 인맥의 경우 비서실장, 사무총장, 공관위원장이 법조인 출신인데다 비대위원, 영입 인사에도 법조인이 적지 않아 인맥의 한계를 드러냈다는 것이다.
연설 실력은 개선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온다. 한 고위 당직자의 말이다.
“한 위원장의 말투는 세련되고 조용한 편이어서 듣는 사람에게 호감을 불러일으킨다. 민주당과 맞붙을 때가 아니면 날이 선 말투를 사용하는 일이 없다. 사람들과 직접 접촉할 때도 친절한 태도를 보이는데다 같이 사진 찍기에도 적극적이어서 좋은 평가를 받는다. 다만 앞으로 전국 유세를 다녀야 할 텐데 연설은 좀 더 힘 있게, 요점 중심으로 간결하게 하는 연습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전국 시도당 신년인사회 현장에서 만난 한 당원은 “행사 현장에서는 한 위원장의 이야기가 잘 들리지 않았고 나중에 뉴스를 보고 내용을 알게 될 정도”라고 했다. 이어 “다들 한 위원장을 보러 간 것이고 행사에 참석한 다른 현역 의원과 지자체장들의 흡입력 있는 연설에 비하면 아쉬웠지만, 정치에 익숙해지면 나아질 것이라 기대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당원은 “1997년 대선 때 이회창 후보도 처음엔 당원들의 근심이 깊었지만 곧 걱정이 사라졌다”며 시간이 해결해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