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증외상 ‘골든타임’은 1시간… 이재명은 5시간 뒤 수술받아
⊙ 이재명의 ‘서울대병원행’에 대한 ‘청탁금지법’ 위반 의혹 제기 가능성
⊙ 병상포화지수 ‘4등급’인 서울대병원… ‘이재명 전원’ 신속하게 이뤄진 비결은?
⊙ SMICU(움직이는 중환자실) 특혜 출동 의혹, 서울대병원은 ‘답변 거부’
⊙ “이재명 이송 헬기 요청 안 해… 부른 적도 없고, 부르는 방법도 몰라”(부산대병원)
⊙ 부산소방본부는 ‘헬기 이송’ 요청 주체 묻자 “고발당해 답변할 수 없다”
⊙ “부산대병원은 부산소방, 서울대병원은 소방청에 ‘헬기 이송’ 요청”(소방청)
⊙ 이재명의 ‘서울대병원행’에 대한 ‘청탁금지법’ 위반 의혹 제기 가능성
⊙ 병상포화지수 ‘4등급’인 서울대병원… ‘이재명 전원’ 신속하게 이뤄진 비결은?
⊙ SMICU(움직이는 중환자실) 특혜 출동 의혹, 서울대병원은 ‘답변 거부’
⊙ “이재명 이송 헬기 요청 안 해… 부른 적도 없고, 부르는 방법도 몰라”(부산대병원)
⊙ 부산소방본부는 ‘헬기 이송’ 요청 주체 묻자 “고발당해 답변할 수 없다”
⊙ “부산대병원은 부산소방, 서울대병원은 소방청에 ‘헬기 이송’ 요청”(소방청)
- 사진=뉴시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월 2일 오전 10시27분쯤, 부산광역시 가덕도 신공항 부지 현장에서 60대 남성 김모씨에게 피습됐다. 김씨는 흉기로 이 대표의 목 왼쪽 부위를 찌른 것으로 추정된다. 피습 13분 후, 구급 장비를 갖춘 부산광역시 소방재난본부 소속 산불차가 피습 현장에 도착해 지혈했다. 피습 21분 뒤, 구급차가 와서 응급처치를 하고서 119헬기를 탑승할 수 있는 장소(신호축구장)로 이 대표를 이송했다.
피습 38분 후, 신호축구장에 도착한 이 대표는 119헬기를 타고 권역외상센터가 있는 부산대병원으로 향했다. 이 대표가 부산대병원에 도착한 시각은 오전 11시13분이다. 피습 후 46분 만의 일인데, 이후 과정은 ‘응급’을 요하는 통상적인 ‘중증외상 환자’의 경우와 차이가 있다. 여기서부터 지금까지 전국 의사를 들끓게 한, ‘지방 의료’를 폄하했다는 비판을 받는, 문턱 높은 병원 앞에서 ‘절대 을(乙)’로 굽신거려야 했던 대다수 국민에게 무력감(無力感)을 안긴 일들이 발생했기 때문이다.
이를 통칭하면 소위 ‘이재명 특혜 이송 의혹’이다. 이 대표는 자신이 원해서 병원을 옮겼다. 간병을 할 가족의 편의와 서울대병원이 잘하는 병원이라고 여겼기 때문이라는 게 그간 이 대표 측에서 얘기한 ‘전원(轉院) 사유’다.
‘특혜 시비’
이 사유를 떠나서 이 대표의 ‘전원’은 의학적 판단에 따랐다고 보기 어렵다. 즉 자신이 원해서 병원을 옮기면서도 이 대표는 119헬기와 특수 구급차를 번갈아 이용해 서울대병원으로 갔다. 1차로는 부산대병원에서 119헬기를 타고 서울시 용산구 이촌동 노들섬 헬기장에 내렸다. 이다음에는 경찰의 교통 통제하에 서울 중증환자 공공이송센터 특수 구급차(SMICU, 일명 ‘움직이는 중환자실’)를 타고, 서울대병원에 도착했다.
일련의 과정은 절대다수 국민에게는 상상할 수 없는 일이다. 여러 대목에서 ‘특혜’ 의혹이 제기됐다.
이와 관련해서 언론 매체들이 의혹들에 대해 기사를 쏟아내고 각종 해설이 나왔지만, ‘특혜 시비’에 대한 ‘설명’은 미흡하다. ▲부산대병원 ▲서울대병원 ▲부산소방본부 등 당사자들의 주장이 상충해 논리적으로 받아들이기 어려운 대목들이 있다. 특혜 시비와 관련한 법률적 검토도 부족하다. 이에 ‘이재명 헬기 특혜 이송 의혹’과 관련해서 의문점을 정리하고, 이에 대한 당사자들의 입장을 들은 뒤 각각의 타당성을 분석했다.
‘이재명 전원’은 ‘청탁금지법’ 위반?
이재명 대표 비서실장인 천준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평소 자신이 알던 서울대병원 응급의학과 의사에게 전화해 이재명 대표의 전원 가능 여부를 문의했다. 해당 의사와 서울대병원 의료진은 통화 도중 천 실장으로부터 휴대전화를 넘겨받은 부산대병원 의료진에게 이 대표 검사 결과를 건네받고, 이재명 대표의 전원을 협의했다. 그 결과, 이 대표는 부산대병원에서 나와 피습 후 5시간 만에 서울대병원에서 수술을 받을 수 있었다.
이 과정에서 천준호 의원이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청탁금지법)’을 위반했다는 의혹이 제기될 가능성이 있다. 아직 이에 대한 고발은 이뤄지지 않았지만, 해당 법률 조문을 보면 경우에 따라서는 ‘위법’이란 지적이 제기될 수 있다.
‘청탁금지법’은 공직자 등의 공정한 직무수행을 보장하고 공공기관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확보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해당 법률 제2조는 법률 적용 대상인 ‘공공기관’과 ‘공직자 또는 공적업무수행자’의 정의와 그 범위를 규정한다. 이에 따르면 ‘고등교육법’에 따라 설치된 국립대학교의 ‘장(長)’과 교직원, 학교법인의 임직원은 ‘공직자’ 또는 ‘공적업무수행자’에 해당한다. 즉 서울대 의대 교수 또는 서울대병원 의료진 역시 ‘청탁금지법’ 적용 대상이다. 서울대병원이 매해 ‘청탁금지법’ 관련 상담을 하고, 그 내역을 ‘일지’로 만들어서 공개하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청탁금지법’ 제5조 1항은 “누구든지 직접 또는 제3자를 통하여 직무를 수행하는 공직자 등에게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부정청탁을 해서는 아니 된다”고 규정한다. 여기서 중요한 대목은 “누구든지~” “부정청탁을 해서는 아니 된다”이다. ‘제3자’를 위하여 부정청탁을 한 공직자인 천 의원은 ‘3000만원 이하의 과태료’, 천 의원의 부정청탁을 들어준 서울대병원 의료진은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다는 말이다.
“국립대병원 용역도 청탁금지법 대상 직무”
‘이재명 서울대병원 이송’과 관련해 천준호 의원의 ‘청탁금지법’ 위반 여부를 따지기 위해 살펴야 할 항목은 해당 조항 9호다. 이에 따르면 “공공기관이 생산·공급·관리하는 재화 및 용역을 특정 개인·단체·법인에게 법령에서 정하는 가격 또는 정상적인 거래관행에서 벗어나 매각·교환·사용·수익·점유하도록 하는 행위”는 ‘청탁금지법’상 ‘법률 위반’이다.
진료 등 병원이 제공하는 용역에 대해 권익위는 “공공기관이 생산·관리하는 용역인 진료 관련 직무 역시 청탁금지법 제5조 제1항 제9호에서 규정하는 부정청탁 대상 직무”라고 하면서 “특별한 사정 없이 공공기관의 내부 기준, 사규 등을 위반하여 특정인에게 특혜를 부여하는 경우 등은 정상적인 거래관행에서 벗어난 행위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즉 서울대병원이 이재명 대표 입원·수술·치료를 결정하는 과정에서 ‘특별한 사정’ 없이 통상적인 내규 등을 어기고 천준호 의원의 요청을 수용해 이 대표에게 ‘특혜’를 줬다면, 천 의원과 서울대병원 의료진 모두 ‘청탁금지법’을 위반했다는 의심을 피하기 어렵다. 혹시 이 대표 또는 김혜경씨 등 그 가족이 ‘서울대병원 이송’을 천 의원에게 요구하고, 천 의원이 이를 수용해 ‘서울대병원 의료진’에 이를 부탁했다면, 이는 ‘제3자를 통한 청탁’에 해당되므로 역시 ‘청탁금지법’ 위반이다. ‘이재명 헬기 이송’ 등 각종 특혜 의혹과 무관하게, 참고 삼아 언급하면 ‘청탁금지법’상 ‘제3자’를 통해 공직자에게 부정청탁을 한 이는 ‘1000만원 이하의 과태료’ 처분을 받는다.
서울대병원 ‘전원’이 정당했다는 근거는?
위법 논란에서 벗어나는 방법은 간단하다. 해당 논란은 평소 친분이 있는 서울대병원 의료진에 전화해 입원·수술을 요청한 행위가 정상적인 거래관행에서 벗어나지 않았다는 걸 입증하면 끝난다. 그 누구나 서울대병원에 이런 식으로 ‘전원’할 수 있다는 사실을 밝혀 이재명 대표가 ‘특별한 혜택’을 받지 않았다는 점을 증명하면 된다. 부산대병원 권역외상센터에서 충분히 치료받을 수 있었던 이 대표가 서울대병원으로 옮겨 수술·입원·치료받는 과정이 정당했다는 근거를 제시하면 된다는 얘기다.
또 ‘이재명 수용’을 요청받은 당시, 서울대병원의 응급실·수술실·중환자실·입원실 등에 여유가 있어서 ‘이재명 전원’이 기존 환자 치료에 방해되지 않았다는 점을 공개하면 된다. 이 과정에서 서울대병원이 ▲일방적인 다른 환자 치료 일정 조정 ▲타 환자의 ‘치료받을 권리’ 침해 ▲중환자실 이용 순서 변경 등을 하지 않고, 이재명 대표의 전원을 결정했으며, 수술·치료·입원이 이루어졌다는 점을 국민 앞에 명백하게 밝히면 ‘특혜 시비’는 잦아들 수 있다.
참고로, 이재명 대표는 2023년 7월 22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10곳의 병원을 80분간 헤매다가 급성폐쇄성후두염으로 사망한 5세 남아 오정욱 군을 언급하면서 “의료선진국으로 불리는 대한민국의 서글픈 민낯”이라고 한탄한 바 있다. 또 그는 “중증 응급환자 2명 중 1명이 골든타임을 놓칠 정도로 ‘응급실 뺑뺑이’는 주변에서 빈번하게 일어난다”고 지적했다. 그의 말처럼 서울시내 주요 병원 응급실은 항상 ‘만원’이다.
항상 환자로 꽉 차 있는 서울대병원 응급실
서울대병원 응급실은 전국 병원 중 가장 붐비는 곳이다. ‘병상포화지수’는 응급실 병상 수 대비 내원 환자를 반영한 과밀화 측정 기준이다. 100%를 초과할 경우에는 응급실 병상에 여유가 없어서 즉각적인 응급 의료 서비스를 받을 수 없다. 치료 대기 시간도 길다.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2023년 응급의료기관 평가’에 따르면 서울대병원의 ‘병상포화지수’ 등급은 ‘4등급’이다. ‘4등급’은 ‘120.0% 이상 또는 100.0% 이상이면서 전년도 대비 5.0%p 이상 감소했을 때’에 해당한다. ‘중증 상병(傷病) 해당 환자 재실 시간’ 부문에서도 ‘4등급’을 받았다. 이는 서울대병원 응급실에 내원(來院)한 중증 상병 해당 환자들의 ‘진료 후 퇴실까지 시간’이 6시간을 초과한다는 걸 의미한다.
이 같은 평소 상황을 고려했을 때, 서울대병원이 법적 논란 가능성을 차단할 수 있는 방법은 먼저 와서 치료 대기 중이던 응급환자보다 이재명 대표가 더 ‘위급’해 ‘우선 치료 대상’이었다는 사실을 뒷받침하는 의료 기록을 공개하면 된다.
‘응급의료에 관한 법률’상 “응급의료종사자는 응급환자에 대하여는 다른 환자보다 우선하여 상담·구조 및 응급처치를 하고 진료를 위하여 필요한 최선의 조치를 하여야 한다”(제8조 1항), “응급의료종사자는 응급환자가 2명 이상이면 의학적 판단에 따라 더 위급한 환자부터 응급의료를 실시하여야 한다(제8조 2항)”고 규정하기 때문이다.
또 부산대병원에서는 이재명 대표의 외상을 수술할 수 없어서 불가피하게 전원을 수용했다는 근거를 제시하면 된다. 이와 관련, 서울대병원 측은 1월 4일, ‘이재명 치료 경과 발표’에서 “목정맥이나 목동맥의 혈관재건술은 난도가 높은 수술이라서 경험 많은 혈관외과 의사의 집도가 꼭 필요했다”면서 “우리는 부산대병원의 전원 요청을 받아 우리가 수술할 수 있는지 상황을 점검하고 중환자실을 예약하고, 수술실을 예약하였고, 정해진 대로 수술을 진행했다”고 밝혔다. 부산대병원이 ‘능력 부족’을 자인하고, 서울대병원에 ‘전원’을 요청했다는 식으로 오해될 소지가 다분한 주장이다.
이에 1월 2일, 이재명 대표가 부산대병원에 이송됐을 때 그 주치의 역할을 했던 김재훈 부산대병원 외상외과 과장은 “우리가 맨날 하는 수술”이라고 반박했다. 여러 지표를 고려하면, 객관적으로 역내 중증외상환자 치료를 최종적으로 담당하는 부산대병원 권역외상센터로서는 ‘1.4cm 자상’에 의해 손상된 혈관을 ‘재건’하는 수술은 버겁다는 식의 주장은 설득력이 없다.
‘이재명 전원’은 왜 ‘특별’한가?
보건복지부 등이 2022년 12월에 내놓은 ‘2022년 응급의료서비스 이용자 실태조사 결과 보고서’에 따르면 이재명 대표의 전원은 통상적인 경우와 큰 차이가 있다. 2022년 당시 우리 국민 중 응급실을 이용한 이들을 선별해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응급실 방문 경로’로 이 대표의 경우처럼 ‘외부 전원’을 꼽은 이는 전체의 2.3%에 불과했다.
이들의 전원 소요 시간은 평균 ‘29.5분’이다. ▲15분 미만 20.8% ▲15~30분 미만 20.8% ▲30~60분 미만 48.6% ▲60분 이상 9.7% 등이다. 산간 지역이 많은 강원권과 도서 지역이 산재한 전라권 환자들의 소요 시간을 제외하면 평균적인 ‘전원 소요 시간’은 단축될 수 있다. 즉 2022년 당시 ‘외부전원’에 의해 응급실을 방문한 이들의 경우 이동 시간이 ‘30분 미만’인 곳에 있는 다른 역내 의료기관으로 갔을 뿐이다. 이에 따르면 이재명 대표처럼 ‘헬기’와 ‘구급차’를 타고 ‘장시간·장거리 이동’을 한 경우는 ‘희귀한 사례’라고 할 수 있다.
또 응급실 이용자를 대상으로 ‘적절한 병원으로 이송 만족도’를 조사한 결과를 보면 ▲매우 만족 62.7% ▲만족 34% 등 ‘만족’이라고 답한 이의 비율은 96.7%다. ‘보통’은 3%다. 이는 우리 국민 1000명 중 967명은 자신이 이송된 ‘병원’에 대해 ‘만족’하고, 30명은 ‘보통’이라고 여긴다는 걸 의미한다. ‘불만’과 ‘매우 불만’은 각각 0.2%와 0.1%에 불과했다.
한편, 2022년에 병원 응급실을 이용한 우리 국민의 절대다수는 자신이 방문한 ‘응급실 의료진 전문성’을 ‘신뢰’한다고 밝혔다. 해당 조사 결과는 ▲매우 신뢰한다 27.9% ▲신뢰한다 65.9% ▲보통 5.7% ▲신뢰하지 않는다 0.4% ▲전혀 신뢰하지 않는다 0.1% 등이다. 긍정과 부정 답변 비율이 각각 93.8%, 0.5%다. 자신이 이송된 병원의 의료진을 ‘불신’한 이는 1000명 중 5명에 불과한 셈이다.
앞서 살핀 것처럼 자신이 이송된 병원에 대해 ‘불만족’하거나 ‘불신’한 이는 극소수다. 이 중에서도 ‘자원’해 다른 병원으로 옮긴 이는 소수에 불과할 것이다. 이 가운데, 자신이 최초 방문한 병원이 ‘상급종합병원’이고, ‘권역외상센터’를 운영해 중증외상 치료 경험이 풍부하고, 각종 시설·장비·병상 등을 다 갖췄는데도 ‘자원(自願)’에 의해 타 병원으로 ‘전원’한 이는 극히 드물 것이라고 추정된다. 또 이 와중에 ‘119헬기’ ‘공공 특수 구급차’ 등을 타고 2시간 이상 이동한 경우는 거의 없다고 봐도 무방할 것으로 추정된다.
서울대병원이 ‘답변 거부’한 이유
이재명 대표가 119헬기를 타고 서울시 용산구 이촌동 노들섬 헬기장에서 내려 서울 중증환자 공공이송센터 특수 구급차(SMICU)를 탄 일 또한 ‘특혜 논란’이 제기될 수 있다.
SMICU는 서울시가 현재 서울대병원에 위탁해 운영하는 중증 응급환자 이송 체계를 말한다. 이동 중 상태 악화가 우려되는 중증 응급환자를 ‘중환자실’과 같은 장비를 갖춘 특수 구급차로 옮기는 체계가 바로 SMICU다. 서울시는 2016년부터 해당 사업을 시작했다. 2017년에 이어 2020년 특수 구급차를 추가 도입해 총 2대로 중앙(서울대병원)·강남(서울의료원 강남분원) 이송단을 각각 운영했다. 2023년부터는 서남출동거점(보라매병원)과 동북출동거점(서울의료원)으로 이송단을 추가 배치해 총 4팀으로 확대 운영했다. 인공호흡기와 체외막산소공급장치(ECMO)를 갖춘 SMICU 특수 구급차에는 응급의학과 전문의·간호사·1급 응급구조사가 탑승한다.
SMICU는 원래 서울시내 병원 간 이송을 필요로 하는 중증응급환자에 한해 서비스를 제공하다가 2022년 6월부터 수도권으로 그 범위를 확대했다. 이 ‘SMICU 이송 환자 기준’에 비춰보면, 부산대병원에서 서울대병원으로 이동한 이재명 대표의 경우 SMICU 서비스 제공 대상자에 해당하지 않는다. 서울시에서 해당 사업을 위탁해 운영하는 서울대병원이 ‘특수 구급차 운영 기준’을 어기고 이 대표에게 ‘특혜’를 제공했을 가능성에 대한 의문이 제기될 수 있는 대목이다.
이와 관련해 문의를 하니, 서울대병원은 “문의한 내용에 대해 알아본 바, 송구하지만 확인할 수 있는 부분이 없어 답변이 어렵다. 도움을 드리지 못해 죄송하다”고 밝혔다.
‘SMICU 출동 요청 환자 기준’
이런 이유로 SMICU 사업자를 선정하고, 보조금을 집행하는 서울시에 문의했다. 서울시 보건의료정책과 관계자에게 ‘SMICU 운영 규정’을 요청했다. “확인 후 연락하겠다”는 취지로 답한 해당 관계자는 이후 회답을 하지 않았다.
기자가 입수한 ‘SMICU 운영 규정’에는 ‘SMICU 출동 요청 환자 기준’이 있다. SMICU와 의료진은 이 ‘출동 요청 환자 기준’에 부합하는 환자만 이송할 수 있다. ▲심정지 후 자발순환이 회복되어 통합적인 소생 후 치료가 필요한 환자 ▲급성 심근경색증 진단 또는 의심되는 환자 ▲급성 뇌졸중 진단 또는 의심되는 환자 ▲출혈성 쇼크 또는 기타 쇼크 상태의 중증외상환자 ▲패혈증 진단 또는 의심되는 환자 ▲인공호흡기를 적용하고 있거나 인공호흡기 치료가 필요한 호흡부전 환자 ▲응급수술 및 중재술이 긴급하게 필요한 환자 ▲특수 전문인력 또는 특수 의료장비가 필요한 환자(고위험 산모, 신생아, ECMO, 체온조절장치 등) ▲감염병 또는 감염병이 의심되는 중증환자 등이 아닌 경우 SMICU 출동 요청은 불가하다.
지금까지 이재명 대표의 상태와 관련해서 서울대병원이 발표하거나 부산대병원이 언론에 밝힌 내용, 관련 언론 보도를 종합해 판단할 경우 ‘부산대병원-서울대병원 이동’ 당시 이 대표는 상기 기준에 해당한다고 보기 쉽지 않다. 다만, ‘SMICU 출동 요청 환자 기준’ 말미에는 “기타 의학적으로 전문적 모니터링과 처치가 필요하다고 판단되는 환자”란 기술이 있다. 그렇다면 서울대병원은 이 대표가 이에 해당하는 ‘환자’였다는 사실을 뒷받침하는 의학적 근거를 제시할 필요가 있다.
중증외상 ‘골든타임’은 1시간인데…
이재명 대표 피습 직후 그의 이송·치료 과정에서 발생한 각종 ‘특혜·위법’ 논란은 결국 “이재명은 정말 중증 응급환자였나?”란 근본적인 의문에서 비롯된다.
‘응급의료법’ 제2조 1항은 ‘응급환자’를 “질병, 분만, 각종 사고 및 재해로 인한 부상이나 그 밖의 위급한 상태로 인하여 즉시 필요한 응급처치를 받지 아니하면 생명을 보존할 수 없거나 심신에 중대한 위해(危害)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는 환자 또는 이에 준하는 사람으로서 보건복지부령으로 정하는 사람”이라고 정의한다.
같은 법률 시행령에 규정된 ‘기준’에 따르면 ‘응급에 준하는 중상’ 중 ‘출혈: 혈관 손상’이 있다. 흉기에 찔려 외상을 입은 이 대표는 이에 해당한다고 볼 수도 있다. 다만, ▲119구급대가 피습 현장에 도착했을 때 이미 지혈이 잘 된 점 ▲부산대병원 도착 후 응급처치를 했고 당시 출혈은 없었던 점 ▲부산대병원이 2시간 이상 걸리는 ‘장거리 이송’에 동의한 점 등을 고려하면 “이재명은 정말 중증 응급환자다”고 단언하기는 쉽지 않을 수도 있다.
이재명 대표와 그 가족, 더불어민주당 인사들이 부산대병원에서 서울대병원으로 ‘전원’할 것을 요구한 것도 많은 이가 ‘이재명 위중설’을 불신하게 된 이유 중 하나다.
통상적으로 ‘중증외상환자’의 소위 ‘골든타임’은 ‘1시간’이다. 다친 직후 수술방으로 들어가는 데까지 1시간을 초과하면 생존율이 떨어진다는 얘기다. 이 대표는 피습 46분 후 부산대병원에 도착했다. 당시 그의 부상 정도가 ‘중증외상’이었다면, 신속하게 검사와 수술을 받아야 했다. ‘잘하는 병원’을 고르고, ‘가족의 편의’를 생각할 여유 자체가 없다는 얘기다. 그런데 실제로는 그렇지 않았다.
부산대병원에 있을 당시 실제 이재명 대표가 ‘위중’했다면 그 가족이 ‘간병 편의’를 위해 서울로 전원을 요청했을까. 이 대표와 그 가족, 더불어민주당 인사들이 돌아가며 요구했다고 해도 정말 위험한 상황이었다면, 부산대병원 의료진이 ‘전원’에 동의했을까. 그것도 역내 타 병원이 아니라 차량으로는 아무리 빨리 가도 4~5시간 걸리는 서울대병원으로 가는 걸 ‘허락’했을까. 이 대표가 ‘응급환자’였고, 응급 진료를 하지 않을 경우 위험한 상황이라고 인식했는데도 부산대병원이 ‘서울대병원 전원’에 동의했다면, 이는 ‘상식적 판단’이란 평가를 받기 쉽지 않다.
‘이재명 헬기 이송’ 근거도 찾기 어려워
이재명 대표를 서울대병원으로 이송하기 위해 119헬기가 출동한 것도 같은 이유로 의문이 제기될 수밖에 없다. 부산대병원이 ‘서울대병원 전원’에 동의했다는 건 이 대표 상태가 ‘위중’까지는 아니었다는 걸 의미한다고 볼 수 있다. 그럼 ‘위중’한 환자도 아닌 이가 자원해서 서울대병원으로 가겠다는데, 119헬기는 대체 왜 뜬 것일까.
‘119항공대 편성·운영’ 목적을 규정한 ‘119 구조·구급에 관한 법률’ 제12조 1항에는 “소방청장 또는 소방본부장은 초고층 건축물 등에서 요구조자의 생명을 안전하게 구조하거나 도서·벽지에서 발생한 응급환자를 의료기관에 긴급히 이송하기 위하여 119항공대(이하 항공대)를 편성하여 운영한다”고 명시돼 있다. 이미 119헬기를 타고 부산대병원에 도착해 응급처치를 받고, 수술을 기다리던 이 대표의 경우는 이에 들어맞지 않는다.
소방청의 ‘119응급의료헬기 구급활동지침(2019~)’에는 “그 밖의 사정으로 인하여 지상에서 응급환자 이송이 상당히 지체될 것으로 예상되는 경우에는 응급의료헬기를 요청할 수 있다(제4조 3항)”고 돼 있지만, 이미 치료 능력이 충분한 부산대병원에 있던 이 대표가 이에 해당하는지는 단정하기 어렵다.
소방청이 내놓은 ‘범부처 응급의료헬기 공동운영에 관한 매뉴얼(2019~)’은 ‘헬기 이송 환자 기준(주요 외상)’을 ▲GCS(의식장애 평가 척도) 13 이하 ▲호흡수가 분당 10회 미만 또는 30회 이상 ▲맥박수가 분당 80 미만 또는 121 이상 ▲수축기압이 90mmHg 미만 ▲관통상(머리·목·몸통·몸통에 가까운 사지) ▲2개 이상의 긴 뼈 골절 의증 ▲연가양 흉부(늑골 골절로 가슴 움직임이 호흡과 반대될 때) 의증 ▲척추손상 또는 사지마비 의증 ▲절단상(손·발가락 제외) ▲골반 골절 의증 ▲두개골의 개방성 골절 또는 압좌상 등이다. 이 대표는 이 중 어디에 해당했던 것일까.
덧붙이면, 이재명 대표와 헬기에 동승했던 소방 관계자는 “(헬기에서) 바이탈 체크(혈압·맥박·체온·산소포화도 등 생체징후)와 산소 공급 등 기본 조치를 했다”고 했다. 당시 이 대표가 위중하지 않았다는 의미다.
‘이재명 헬기’는 대체 누가 띄웠나?
‘119응급의료헬기 구급활동지침’에는 ‘응급의료헬기 출동기준’으로 “의료기관이 다른 의료기관으로 긴급한 환자를 이송하기 위하여 요청하는 경우(제5조 2호)”란 내용이 있다. 이재명 대표 경우를 예로 든다면, 부산대병원이 이 대표를 서울대병원으로 긴급하게 보내기 위해 소방청 또는 부산광역시 소방재난본부에 ‘119헬기 출동’을 요청했다면, 이재명 대표의 헬기 이송은 법적으로 문제 될 게 없다.
그런데 문제는 부산대병원은 헬기를 부른 일이 없다고 주장하고, 지금까지도 그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김영대 부산대병원 권역외상센터장은 “이재명 대표 가족 측의 요청을 받아들여 서울대병원 측에 즉시 수술이 가능한지 물었고, 서울대병원 측에서 가능하다고 해 전원을 결정했을 뿐, 부산대병원이 전원을 요청한 것도 아니고, 헬기를 요청한 일도 없다”고 주장했다. ‘헬기 요청’과 관련해 부산대병원에 질문했다. 다음은 1월 10일에 진행한 병원 관계자와의 문답이다.
— 부산소방본부에 따르면 부산대병원이 헬기를 요청했다고 하는데요. 다수 언론 보도도 그렇고요.
“같은 말을 계속하는데, 저희가 요청한 건 아닙니다.”
— 기사를 보면, 부산소방본부가 그랬다는데요.
“그건 부산소방본부 주장입니다. 이미 그 비서실장님(천준호)이 서울대병원이랑 다 정한 상태였는데, (서울대병원으로) 간다고 하니까, ‘지금 환자 상태로 헬기는 탈 수 있다’고만 한 건데요.”
— 부산대병원이 ‘이재명 헬기 이송’을 부산소방본부에 요청한 일은 없다는 거잖아요? 그럼 부산소방본부가 지금 ‘허위사실’을 주장한다는 거네요.
“그건 모르겠어요. 그건 있습니다. 헬기를 타려면 탑승자 정보를 알려줘야 하잖아요. 그 통보는 한 일이 있습니다.”
— 통상적으로 탑승자 정보를 얘기하는 게 ‘119헬기 출동 요청’으로 인식되나요.
“탑승자 정보를 통보하는 연락은 했는데요, 저희는 지금까지 헬기를 불러본 일도 없고, 부르는 방법도 모릅니다.”
이에 대한 부산소방본부의 입장을 듣기 위해 질의했지만, “논란 발생 초기에는 부산대병원이 헬기를 요청했다고 언론에 밝혔지만, 1월 8일에 고발당해 곧 수사(이재명 헬기 이송 특혜 의혹 관련 형법상 직권남용·명예훼손·업무방해 등의 혐의)에 들어가므로 대답하기 어렵다”는 취지의 답변을 들었다. “부산대병원은 헬기 요청을 극구 부인한다”고 재질문했지만, “수사가 진행되면 확인될 문제이므로 답변할 수 없다”는 식으로 밝혔다.
이번에는 소방청에 물었다. 소방청 관계자는 “부산대병원은 부산소방재난본부에, 서울대병원은 소방청에 ‘헬기 이송’을 요청했다”고 하면서 “부산본부와 기상 상황, 의사 탑승 여부 등의 헬기 이송 요건을 확인하고 충족된다고 판단해 헬기를 띄웠다”고 말했다. 지침상 ‘의료기관이 다른 의료기관의 긴급한 환자를 이송할 때 요청’이라고 명시돼 있다. 즉 응급환자를 상담·처치·진료한 의료기관이 다른 의료기관으로 옮겨 보낼 때 헬기를 요청할 수 있다는 얘기다. ‘이송’의 정의를 고려하면, 소방청에 대한 서울대병원의 ‘헬기 출동’이 타당했느냐는 의문이 제기될 수 있다.
이재명은 어떤 ‘머슴’인가?
앞서 여러 정황을 언급하고, 특혜 의혹에 대해 정리했지만 가장 큰 의문은 이재명 대표의 피습보다는 ‘헬기 이송 특혜 논란’이 더 주목을 끈 점, 그 자체다.
언론 보도 양상을 보면, 1월 2일 사건 발생 당일에는 ‘이재명 피습’이 주요 관심사였지만, 그 이튿날부터는 ‘이재명 헬기 이송 특혜 논란’이 언론 지면을 도배했다. 더불어민주당의 한 친명계 의원이 이와 관련해 언론에 불만을 표하기도 했다.
이재명 대표는 과거 정치인을 ‘머슴’에 비유하며 “제가 머슴이 아니라 주인이라 착각하는 인간, 주인 때리고 무시하는 인간, 맡긴 권한과 돈을 주인이 아닌 제놈들을 위해 쓰는 인간, 주인에게 거짓말하는 인간, 이 중에 국민에 상습적으로 거짓말하는 머슴은 절대 머슴으로 뽑으면 안 된다(2016년 4월 4일)”고 주장한 바 있다. 이 대표는 여기에서 자유롭다고 자부할 수 있을까.⊙
피습 38분 후, 신호축구장에 도착한 이 대표는 119헬기를 타고 권역외상센터가 있는 부산대병원으로 향했다. 이 대표가 부산대병원에 도착한 시각은 오전 11시13분이다. 피습 후 46분 만의 일인데, 이후 과정은 ‘응급’을 요하는 통상적인 ‘중증외상 환자’의 경우와 차이가 있다. 여기서부터 지금까지 전국 의사를 들끓게 한, ‘지방 의료’를 폄하했다는 비판을 받는, 문턱 높은 병원 앞에서 ‘절대 을(乙)’로 굽신거려야 했던 대다수 국민에게 무력감(無力感)을 안긴 일들이 발생했기 때문이다.
이를 통칭하면 소위 ‘이재명 특혜 이송 의혹’이다. 이 대표는 자신이 원해서 병원을 옮겼다. 간병을 할 가족의 편의와 서울대병원이 잘하는 병원이라고 여겼기 때문이라는 게 그간 이 대표 측에서 얘기한 ‘전원(轉院) 사유’다.
‘특혜 시비’
이 사유를 떠나서 이 대표의 ‘전원’은 의학적 판단에 따랐다고 보기 어렵다. 즉 자신이 원해서 병원을 옮기면서도 이 대표는 119헬기와 특수 구급차를 번갈아 이용해 서울대병원으로 갔다. 1차로는 부산대병원에서 119헬기를 타고 서울시 용산구 이촌동 노들섬 헬기장에 내렸다. 이다음에는 경찰의 교통 통제하에 서울 중증환자 공공이송센터 특수 구급차(SMICU, 일명 ‘움직이는 중환자실’)를 타고, 서울대병원에 도착했다.
일련의 과정은 절대다수 국민에게는 상상할 수 없는 일이다. 여러 대목에서 ‘특혜’ 의혹이 제기됐다.
이와 관련해서 언론 매체들이 의혹들에 대해 기사를 쏟아내고 각종 해설이 나왔지만, ‘특혜 시비’에 대한 ‘설명’은 미흡하다. ▲부산대병원 ▲서울대병원 ▲부산소방본부 등 당사자들의 주장이 상충해 논리적으로 받아들이기 어려운 대목들이 있다. 특혜 시비와 관련한 법률적 검토도 부족하다. 이에 ‘이재명 헬기 특혜 이송 의혹’과 관련해서 의문점을 정리하고, 이에 대한 당사자들의 입장을 들은 뒤 각각의 타당성을 분석했다.
‘이재명 전원’은 ‘청탁금지법’ 위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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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1월 2일, 부산광역시 가덕도 신공항 부지 현장에서 김모씨의 공격을 받고 쓰러졌다. 사진=뉴시스 |
이 과정에서 천준호 의원이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청탁금지법)’을 위반했다는 의혹이 제기될 가능성이 있다. 아직 이에 대한 고발은 이뤄지지 않았지만, 해당 법률 조문을 보면 경우에 따라서는 ‘위법’이란 지적이 제기될 수 있다.
‘청탁금지법’은 공직자 등의 공정한 직무수행을 보장하고 공공기관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확보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해당 법률 제2조는 법률 적용 대상인 ‘공공기관’과 ‘공직자 또는 공적업무수행자’의 정의와 그 범위를 규정한다. 이에 따르면 ‘고등교육법’에 따라 설치된 국립대학교의 ‘장(長)’과 교직원, 학교법인의 임직원은 ‘공직자’ 또는 ‘공적업무수행자’에 해당한다. 즉 서울대 의대 교수 또는 서울대병원 의료진 역시 ‘청탁금지법’ 적용 대상이다. 서울대병원이 매해 ‘청탁금지법’ 관련 상담을 하고, 그 내역을 ‘일지’로 만들어서 공개하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청탁금지법’ 제5조 1항은 “누구든지 직접 또는 제3자를 통하여 직무를 수행하는 공직자 등에게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부정청탁을 해서는 아니 된다”고 규정한다. 여기서 중요한 대목은 “누구든지~” “부정청탁을 해서는 아니 된다”이다. ‘제3자’를 위하여 부정청탁을 한 공직자인 천 의원은 ‘3000만원 이하의 과태료’, 천 의원의 부정청탁을 들어준 서울대병원 의료진은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다는 말이다.
“국립대병원 용역도 청탁금지법 대상 직무”
‘이재명 서울대병원 이송’과 관련해 천준호 의원의 ‘청탁금지법’ 위반 여부를 따지기 위해 살펴야 할 항목은 해당 조항 9호다. 이에 따르면 “공공기관이 생산·공급·관리하는 재화 및 용역을 특정 개인·단체·법인에게 법령에서 정하는 가격 또는 정상적인 거래관행에서 벗어나 매각·교환·사용·수익·점유하도록 하는 행위”는 ‘청탁금지법’상 ‘법률 위반’이다.
진료 등 병원이 제공하는 용역에 대해 권익위는 “공공기관이 생산·관리하는 용역인 진료 관련 직무 역시 청탁금지법 제5조 제1항 제9호에서 규정하는 부정청탁 대상 직무”라고 하면서 “특별한 사정 없이 공공기관의 내부 기준, 사규 등을 위반하여 특정인에게 특혜를 부여하는 경우 등은 정상적인 거래관행에서 벗어난 행위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즉 서울대병원이 이재명 대표 입원·수술·치료를 결정하는 과정에서 ‘특별한 사정’ 없이 통상적인 내규 등을 어기고 천준호 의원의 요청을 수용해 이 대표에게 ‘특혜’를 줬다면, 천 의원과 서울대병원 의료진 모두 ‘청탁금지법’을 위반했다는 의심을 피하기 어렵다. 혹시 이 대표 또는 김혜경씨 등 그 가족이 ‘서울대병원 이송’을 천 의원에게 요구하고, 천 의원이 이를 수용해 ‘서울대병원 의료진’에 이를 부탁했다면, 이는 ‘제3자를 통한 청탁’에 해당되므로 역시 ‘청탁금지법’ 위반이다. ‘이재명 헬기 이송’ 등 각종 특혜 의혹과 무관하게, 참고 삼아 언급하면 ‘청탁금지법’상 ‘제3자’를 통해 공직자에게 부정청탁을 한 이는 ‘1000만원 이하의 과태료’ 처분을 받는다.
서울대병원 ‘전원’이 정당했다는 근거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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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습 후 46분 만에 ‘권역외상센터’를 운영하는 부산대병원에 도착했지만, 이재명 대표와 그 관계자들은 ‘서울대병원’으로 전원해달라고 의료진에게 요구했다. 사진=뉴시스 |
또 ‘이재명 수용’을 요청받은 당시, 서울대병원의 응급실·수술실·중환자실·입원실 등에 여유가 있어서 ‘이재명 전원’이 기존 환자 치료에 방해되지 않았다는 점을 공개하면 된다. 이 과정에서 서울대병원이 ▲일방적인 다른 환자 치료 일정 조정 ▲타 환자의 ‘치료받을 권리’ 침해 ▲중환자실 이용 순서 변경 등을 하지 않고, 이재명 대표의 전원을 결정했으며, 수술·치료·입원이 이루어졌다는 점을 국민 앞에 명백하게 밝히면 ‘특혜 시비’는 잦아들 수 있다.
참고로, 이재명 대표는 2023년 7월 22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10곳의 병원을 80분간 헤매다가 급성폐쇄성후두염으로 사망한 5세 남아 오정욱 군을 언급하면서 “의료선진국으로 불리는 대한민국의 서글픈 민낯”이라고 한탄한 바 있다. 또 그는 “중증 응급환자 2명 중 1명이 골든타임을 놓칠 정도로 ‘응급실 뺑뺑이’는 주변에서 빈번하게 일어난다”고 지적했다. 그의 말처럼 서울시내 주요 병원 응급실은 항상 ‘만원’이다.
항상 환자로 꽉 차 있는 서울대병원 응급실
서울대병원 응급실은 전국 병원 중 가장 붐비는 곳이다. ‘병상포화지수’는 응급실 병상 수 대비 내원 환자를 반영한 과밀화 측정 기준이다. 100%를 초과할 경우에는 응급실 병상에 여유가 없어서 즉각적인 응급 의료 서비스를 받을 수 없다. 치료 대기 시간도 길다.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2023년 응급의료기관 평가’에 따르면 서울대병원의 ‘병상포화지수’ 등급은 ‘4등급’이다. ‘4등급’은 ‘120.0% 이상 또는 100.0% 이상이면서 전년도 대비 5.0%p 이상 감소했을 때’에 해당한다. ‘중증 상병(傷病) 해당 환자 재실 시간’ 부문에서도 ‘4등급’을 받았다. 이는 서울대병원 응급실에 내원(來院)한 중증 상병 해당 환자들의 ‘진료 후 퇴실까지 시간’이 6시간을 초과한다는 걸 의미한다.
이 같은 평소 상황을 고려했을 때, 서울대병원이 법적 논란 가능성을 차단할 수 있는 방법은 먼저 와서 치료 대기 중이던 응급환자보다 이재명 대표가 더 ‘위급’해 ‘우선 치료 대상’이었다는 사실을 뒷받침하는 의료 기록을 공개하면 된다.
‘응급의료에 관한 법률’상 “응급의료종사자는 응급환자에 대하여는 다른 환자보다 우선하여 상담·구조 및 응급처치를 하고 진료를 위하여 필요한 최선의 조치를 하여야 한다”(제8조 1항), “응급의료종사자는 응급환자가 2명 이상이면 의학적 판단에 따라 더 위급한 환자부터 응급의료를 실시하여야 한다(제8조 2항)”고 규정하기 때문이다.
또 부산대병원에서는 이재명 대표의 외상을 수술할 수 없어서 불가피하게 전원을 수용했다는 근거를 제시하면 된다. 이와 관련, 서울대병원 측은 1월 4일, ‘이재명 치료 경과 발표’에서 “목정맥이나 목동맥의 혈관재건술은 난도가 높은 수술이라서 경험 많은 혈관외과 의사의 집도가 꼭 필요했다”면서 “우리는 부산대병원의 전원 요청을 받아 우리가 수술할 수 있는지 상황을 점검하고 중환자실을 예약하고, 수술실을 예약하였고, 정해진 대로 수술을 진행했다”고 밝혔다. 부산대병원이 ‘능력 부족’을 자인하고, 서울대병원에 ‘전원’을 요청했다는 식으로 오해될 소지가 다분한 주장이다.
이에 1월 2일, 이재명 대표가 부산대병원에 이송됐을 때 그 주치의 역할을 했던 김재훈 부산대병원 외상외과 과장은 “우리가 맨날 하는 수술”이라고 반박했다. 여러 지표를 고려하면, 객관적으로 역내 중증외상환자 치료를 최종적으로 담당하는 부산대병원 권역외상센터로서는 ‘1.4cm 자상’에 의해 손상된 혈관을 ‘재건’하는 수술은 버겁다는 식의 주장은 설득력이 없다.
‘이재명 전원’은 왜 ‘특별’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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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대표는 부산대병원에서 서울대병원으로 이송되는 과정에서 ‘119헬기’를 탔다. 이를 두고 ‘특혜 이송 의혹’이 제기됐다. 사진=뉴시스 |
이들의 전원 소요 시간은 평균 ‘29.5분’이다. ▲15분 미만 20.8% ▲15~30분 미만 20.8% ▲30~60분 미만 48.6% ▲60분 이상 9.7% 등이다. 산간 지역이 많은 강원권과 도서 지역이 산재한 전라권 환자들의 소요 시간을 제외하면 평균적인 ‘전원 소요 시간’은 단축될 수 있다. 즉 2022년 당시 ‘외부전원’에 의해 응급실을 방문한 이들의 경우 이동 시간이 ‘30분 미만’인 곳에 있는 다른 역내 의료기관으로 갔을 뿐이다. 이에 따르면 이재명 대표처럼 ‘헬기’와 ‘구급차’를 타고 ‘장시간·장거리 이동’을 한 경우는 ‘희귀한 사례’라고 할 수 있다.
또 응급실 이용자를 대상으로 ‘적절한 병원으로 이송 만족도’를 조사한 결과를 보면 ▲매우 만족 62.7% ▲만족 34% 등 ‘만족’이라고 답한 이의 비율은 96.7%다. ‘보통’은 3%다. 이는 우리 국민 1000명 중 967명은 자신이 이송된 ‘병원’에 대해 ‘만족’하고, 30명은 ‘보통’이라고 여긴다는 걸 의미한다. ‘불만’과 ‘매우 불만’은 각각 0.2%와 0.1%에 불과했다.
한편, 2022년에 병원 응급실을 이용한 우리 국민의 절대다수는 자신이 방문한 ‘응급실 의료진 전문성’을 ‘신뢰’한다고 밝혔다. 해당 조사 결과는 ▲매우 신뢰한다 27.9% ▲신뢰한다 65.9% ▲보통 5.7% ▲신뢰하지 않는다 0.4% ▲전혀 신뢰하지 않는다 0.1% 등이다. 긍정과 부정 답변 비율이 각각 93.8%, 0.5%다. 자신이 이송된 병원의 의료진을 ‘불신’한 이는 1000명 중 5명에 불과한 셈이다.
앞서 살핀 것처럼 자신이 이송된 병원에 대해 ‘불만족’하거나 ‘불신’한 이는 극소수다. 이 중에서도 ‘자원’해 다른 병원으로 옮긴 이는 소수에 불과할 것이다. 이 가운데, 자신이 최초 방문한 병원이 ‘상급종합병원’이고, ‘권역외상센터’를 운영해 중증외상 치료 경험이 풍부하고, 각종 시설·장비·병상 등을 다 갖췄는데도 ‘자원(自願)’에 의해 타 병원으로 ‘전원’한 이는 극히 드물 것이라고 추정된다. 또 이 와중에 ‘119헬기’ ‘공공 특수 구급차’ 등을 타고 2시간 이상 이동한 경우는 거의 없다고 봐도 무방할 것으로 추정된다.
서울대병원이 ‘답변 거부’한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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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MICU는 서울시가 서울대병원에 위탁한 ‘서울시 중증환자 공공이송센터’ 사업이다. 사진=뉴시스 |
SMICU는 서울시가 현재 서울대병원에 위탁해 운영하는 중증 응급환자 이송 체계를 말한다. 이동 중 상태 악화가 우려되는 중증 응급환자를 ‘중환자실’과 같은 장비를 갖춘 특수 구급차로 옮기는 체계가 바로 SMICU다. 서울시는 2016년부터 해당 사업을 시작했다. 2017년에 이어 2020년 특수 구급차를 추가 도입해 총 2대로 중앙(서울대병원)·강남(서울의료원 강남분원) 이송단을 각각 운영했다. 2023년부터는 서남출동거점(보라매병원)과 동북출동거점(서울의료원)으로 이송단을 추가 배치해 총 4팀으로 확대 운영했다. 인공호흡기와 체외막산소공급장치(ECMO)를 갖춘 SMICU 특수 구급차에는 응급의학과 전문의·간호사·1급 응급구조사가 탑승한다.
SMICU는 원래 서울시내 병원 간 이송을 필요로 하는 중증응급환자에 한해 서비스를 제공하다가 2022년 6월부터 수도권으로 그 범위를 확대했다. 이 ‘SMICU 이송 환자 기준’에 비춰보면, 부산대병원에서 서울대병원으로 이동한 이재명 대표의 경우 SMICU 서비스 제공 대상자에 해당하지 않는다. 서울시에서 해당 사업을 위탁해 운영하는 서울대병원이 ‘특수 구급차 운영 기준’을 어기고 이 대표에게 ‘특혜’를 제공했을 가능성에 대한 의문이 제기될 수 있는 대목이다.
이와 관련해 문의를 하니, 서울대병원은 “문의한 내용에 대해 알아본 바, 송구하지만 확인할 수 있는 부분이 없어 답변이 어렵다. 도움을 드리지 못해 죄송하다”고 밝혔다.
‘SMICU 출동 요청 환자 기준’
이런 이유로 SMICU 사업자를 선정하고, 보조금을 집행하는 서울시에 문의했다. 서울시 보건의료정책과 관계자에게 ‘SMICU 운영 규정’을 요청했다. “확인 후 연락하겠다”는 취지로 답한 해당 관계자는 이후 회답을 하지 않았다.
기자가 입수한 ‘SMICU 운영 규정’에는 ‘SMICU 출동 요청 환자 기준’이 있다. SMICU와 의료진은 이 ‘출동 요청 환자 기준’에 부합하는 환자만 이송할 수 있다. ▲심정지 후 자발순환이 회복되어 통합적인 소생 후 치료가 필요한 환자 ▲급성 심근경색증 진단 또는 의심되는 환자 ▲급성 뇌졸중 진단 또는 의심되는 환자 ▲출혈성 쇼크 또는 기타 쇼크 상태의 중증외상환자 ▲패혈증 진단 또는 의심되는 환자 ▲인공호흡기를 적용하고 있거나 인공호흡기 치료가 필요한 호흡부전 환자 ▲응급수술 및 중재술이 긴급하게 필요한 환자 ▲특수 전문인력 또는 특수 의료장비가 필요한 환자(고위험 산모, 신생아, ECMO, 체온조절장치 등) ▲감염병 또는 감염병이 의심되는 중증환자 등이 아닌 경우 SMICU 출동 요청은 불가하다.
지금까지 이재명 대표의 상태와 관련해서 서울대병원이 발표하거나 부산대병원이 언론에 밝힌 내용, 관련 언론 보도를 종합해 판단할 경우 ‘부산대병원-서울대병원 이동’ 당시 이 대표는 상기 기준에 해당한다고 보기 쉽지 않다. 다만, ‘SMICU 출동 요청 환자 기준’ 말미에는 “기타 의학적으로 전문적 모니터링과 처치가 필요하다고 판단되는 환자”란 기술이 있다. 그렇다면 서울대병원은 이 대표가 이에 해당하는 ‘환자’였다는 사실을 뒷받침하는 의학적 근거를 제시할 필요가 있다.
중증외상 ‘골든타임’은 1시간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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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증외상’ 때문에 ‘위중’했다던 이재명 대표는 부산대병원 응급수술을 받지 않고 ‘피습 후 5시간’ 뒤에 서울대병원에 도착해 치료를 받았다. 사진=서울대병원 |
‘응급의료법’ 제2조 1항은 ‘응급환자’를 “질병, 분만, 각종 사고 및 재해로 인한 부상이나 그 밖의 위급한 상태로 인하여 즉시 필요한 응급처치를 받지 아니하면 생명을 보존할 수 없거나 심신에 중대한 위해(危害)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는 환자 또는 이에 준하는 사람으로서 보건복지부령으로 정하는 사람”이라고 정의한다.
같은 법률 시행령에 규정된 ‘기준’에 따르면 ‘응급에 준하는 중상’ 중 ‘출혈: 혈관 손상’이 있다. 흉기에 찔려 외상을 입은 이 대표는 이에 해당한다고 볼 수도 있다. 다만, ▲119구급대가 피습 현장에 도착했을 때 이미 지혈이 잘 된 점 ▲부산대병원 도착 후 응급처치를 했고 당시 출혈은 없었던 점 ▲부산대병원이 2시간 이상 걸리는 ‘장거리 이송’에 동의한 점 등을 고려하면 “이재명은 정말 중증 응급환자다”고 단언하기는 쉽지 않을 수도 있다.
이재명 대표와 그 가족, 더불어민주당 인사들이 부산대병원에서 서울대병원으로 ‘전원’할 것을 요구한 것도 많은 이가 ‘이재명 위중설’을 불신하게 된 이유 중 하나다.
통상적으로 ‘중증외상환자’의 소위 ‘골든타임’은 ‘1시간’이다. 다친 직후 수술방으로 들어가는 데까지 1시간을 초과하면 생존율이 떨어진다는 얘기다. 이 대표는 피습 46분 후 부산대병원에 도착했다. 당시 그의 부상 정도가 ‘중증외상’이었다면, 신속하게 검사와 수술을 받아야 했다. ‘잘하는 병원’을 고르고, ‘가족의 편의’를 생각할 여유 자체가 없다는 얘기다. 그런데 실제로는 그렇지 않았다.
부산대병원에 있을 당시 실제 이재명 대표가 ‘위중’했다면 그 가족이 ‘간병 편의’를 위해 서울로 전원을 요청했을까. 이 대표와 그 가족, 더불어민주당 인사들이 돌아가며 요구했다고 해도 정말 위험한 상황이었다면, 부산대병원 의료진이 ‘전원’에 동의했을까. 그것도 역내 타 병원이 아니라 차량으로는 아무리 빨리 가도 4~5시간 걸리는 서울대병원으로 가는 걸 ‘허락’했을까. 이 대표가 ‘응급환자’였고, 응급 진료를 하지 않을 경우 위험한 상황이라고 인식했는데도 부산대병원이 ‘서울대병원 전원’에 동의했다면, 이는 ‘상식적 판단’이란 평가를 받기 쉽지 않다.
‘이재명 헬기 이송’ 근거도 찾기 어려워
이재명 대표를 서울대병원으로 이송하기 위해 119헬기가 출동한 것도 같은 이유로 의문이 제기될 수밖에 없다. 부산대병원이 ‘서울대병원 전원’에 동의했다는 건 이 대표 상태가 ‘위중’까지는 아니었다는 걸 의미한다고 볼 수 있다. 그럼 ‘위중’한 환자도 아닌 이가 자원해서 서울대병원으로 가겠다는데, 119헬기는 대체 왜 뜬 것일까.
‘119항공대 편성·운영’ 목적을 규정한 ‘119 구조·구급에 관한 법률’ 제12조 1항에는 “소방청장 또는 소방본부장은 초고층 건축물 등에서 요구조자의 생명을 안전하게 구조하거나 도서·벽지에서 발생한 응급환자를 의료기관에 긴급히 이송하기 위하여 119항공대(이하 항공대)를 편성하여 운영한다”고 명시돼 있다. 이미 119헬기를 타고 부산대병원에 도착해 응급처치를 받고, 수술을 기다리던 이 대표의 경우는 이에 들어맞지 않는다.
소방청의 ‘119응급의료헬기 구급활동지침(2019~)’에는 “그 밖의 사정으로 인하여 지상에서 응급환자 이송이 상당히 지체될 것으로 예상되는 경우에는 응급의료헬기를 요청할 수 있다(제4조 3항)”고 돼 있지만, 이미 치료 능력이 충분한 부산대병원에 있던 이 대표가 이에 해당하는지는 단정하기 어렵다.
소방청이 내놓은 ‘범부처 응급의료헬기 공동운영에 관한 매뉴얼(2019~)’은 ‘헬기 이송 환자 기준(주요 외상)’을 ▲GCS(의식장애 평가 척도) 13 이하 ▲호흡수가 분당 10회 미만 또는 30회 이상 ▲맥박수가 분당 80 미만 또는 121 이상 ▲수축기압이 90mmHg 미만 ▲관통상(머리·목·몸통·몸통에 가까운 사지) ▲2개 이상의 긴 뼈 골절 의증 ▲연가양 흉부(늑골 골절로 가슴 움직임이 호흡과 반대될 때) 의증 ▲척추손상 또는 사지마비 의증 ▲절단상(손·발가락 제외) ▲골반 골절 의증 ▲두개골의 개방성 골절 또는 압좌상 등이다. 이 대표는 이 중 어디에 해당했던 것일까.
덧붙이면, 이재명 대표와 헬기에 동승했던 소방 관계자는 “(헬기에서) 바이탈 체크(혈압·맥박·체온·산소포화도 등 생체징후)와 산소 공급 등 기본 조치를 했다”고 했다. 당시 이 대표가 위중하지 않았다는 의미다.
‘이재명 헬기’는 대체 누가 띄웠나?
‘119응급의료헬기 구급활동지침’에는 ‘응급의료헬기 출동기준’으로 “의료기관이 다른 의료기관으로 긴급한 환자를 이송하기 위하여 요청하는 경우(제5조 2호)”란 내용이 있다. 이재명 대표 경우를 예로 든다면, 부산대병원이 이 대표를 서울대병원으로 긴급하게 보내기 위해 소방청 또는 부산광역시 소방재난본부에 ‘119헬기 출동’을 요청했다면, 이재명 대표의 헬기 이송은 법적으로 문제 될 게 없다.
그런데 문제는 부산대병원은 헬기를 부른 일이 없다고 주장하고, 지금까지도 그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김영대 부산대병원 권역외상센터장은 “이재명 대표 가족 측의 요청을 받아들여 서울대병원 측에 즉시 수술이 가능한지 물었고, 서울대병원 측에서 가능하다고 해 전원을 결정했을 뿐, 부산대병원이 전원을 요청한 것도 아니고, 헬기를 요청한 일도 없다”고 주장했다. ‘헬기 요청’과 관련해 부산대병원에 질문했다. 다음은 1월 10일에 진행한 병원 관계자와의 문답이다.
— 부산소방본부에 따르면 부산대병원이 헬기를 요청했다고 하는데요. 다수 언론 보도도 그렇고요.
“같은 말을 계속하는데, 저희가 요청한 건 아닙니다.”
— 기사를 보면, 부산소방본부가 그랬다는데요.
“그건 부산소방본부 주장입니다. 이미 그 비서실장님(천준호)이 서울대병원이랑 다 정한 상태였는데, (서울대병원으로) 간다고 하니까, ‘지금 환자 상태로 헬기는 탈 수 있다’고만 한 건데요.”
— 부산대병원이 ‘이재명 헬기 이송’을 부산소방본부에 요청한 일은 없다는 거잖아요? 그럼 부산소방본부가 지금 ‘허위사실’을 주장한다는 거네요.
“그건 모르겠어요. 그건 있습니다. 헬기를 타려면 탑승자 정보를 알려줘야 하잖아요. 그 통보는 한 일이 있습니다.”
— 통상적으로 탑승자 정보를 얘기하는 게 ‘119헬기 출동 요청’으로 인식되나요.
“탑승자 정보를 통보하는 연락은 했는데요, 저희는 지금까지 헬기를 불러본 일도 없고, 부르는 방법도 모릅니다.”
이에 대한 부산소방본부의 입장을 듣기 위해 질의했지만, “논란 발생 초기에는 부산대병원이 헬기를 요청했다고 언론에 밝혔지만, 1월 8일에 고발당해 곧 수사(이재명 헬기 이송 특혜 의혹 관련 형법상 직권남용·명예훼손·업무방해 등의 혐의)에 들어가므로 대답하기 어렵다”는 취지의 답변을 들었다. “부산대병원은 헬기 요청을 극구 부인한다”고 재질문했지만, “수사가 진행되면 확인될 문제이므로 답변할 수 없다”는 식으로 밝혔다.
이번에는 소방청에 물었다. 소방청 관계자는 “부산대병원은 부산소방재난본부에, 서울대병원은 소방청에 ‘헬기 이송’을 요청했다”고 하면서 “부산본부와 기상 상황, 의사 탑승 여부 등의 헬기 이송 요건을 확인하고 충족된다고 판단해 헬기를 띄웠다”고 말했다. 지침상 ‘의료기관이 다른 의료기관의 긴급한 환자를 이송할 때 요청’이라고 명시돼 있다. 즉 응급환자를 상담·처치·진료한 의료기관이 다른 의료기관으로 옮겨 보낼 때 헬기를 요청할 수 있다는 얘기다. ‘이송’의 정의를 고려하면, 소방청에 대한 서울대병원의 ‘헬기 출동’이 타당했느냐는 의문이 제기될 수 있다.
이재명은 어떤 ‘머슴’인가?
앞서 여러 정황을 언급하고, 특혜 의혹에 대해 정리했지만 가장 큰 의문은 이재명 대표의 피습보다는 ‘헬기 이송 특혜 논란’이 더 주목을 끈 점, 그 자체다.
언론 보도 양상을 보면, 1월 2일 사건 발생 당일에는 ‘이재명 피습’이 주요 관심사였지만, 그 이튿날부터는 ‘이재명 헬기 이송 특혜 논란’이 언론 지면을 도배했다. 더불어민주당의 한 친명계 의원이 이와 관련해 언론에 불만을 표하기도 했다.
이재명 대표는 과거 정치인을 ‘머슴’에 비유하며 “제가 머슴이 아니라 주인이라 착각하는 인간, 주인 때리고 무시하는 인간, 맡긴 권한과 돈을 주인이 아닌 제놈들을 위해 쓰는 인간, 주인에게 거짓말하는 인간, 이 중에 국민에 상습적으로 거짓말하는 머슴은 절대 머슴으로 뽑으면 안 된다(2016년 4월 4일)”고 주장한 바 있다. 이 대표는 여기에서 자유롭다고 자부할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