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각지에 들어서는 선관위 건물들 : 월간조선

최근 ‘간부 자녀 특혜 채용 의혹’ 등으로 공분을 사고 있는 선거관리위원회(이하 선관위)의 예산 집행 실태를 《월간조선》이 분석한 결과 전국 각지에 선관위 청사가 건축됐고, 현재도 다수 구·시·군 선관위 청사 신축 추진 사업을 진행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중앙선관위가 작성한 문건들과 조달청 자료에 따르면 2018년부터 2022년까지 중앙선관위는 전국 각지에 구·시·군 선관위 청사 14개소를 새로 지었다. 같은 기간, 중앙선관위가 해당 청사들을 신축하는 데 쓴 돈은 261억원이다. 구·시·군 선관위 청사 신축 1건당 18억6000만원을 지출한 셈이다.

후술하겠지만, 구·시·군 선관위의 경우 직원이 10명 미만인 곳이 대다수다. 이들 구·시·군 선관위의 정원은 평균 7.8명이다. 지난 5년 사이 신축된 청사에 입주한 구·시·군 선관위 정원 총합은 108명이다. 이들 신축 청사의 평균 건물 면적은 808㎡(244평)다. 해당 선관위 직원 1인당 건물 면적은 101㎡(31평, 복도·계단 등 공용 면적 포함)다. 참고로 서울특별시 중구 태평로 1가 소재 서울시청 본청의 연면적은 9만4097㎡(2만8464평), 근무 인원은 2733명(2019년 기준)이다. 서울시청 본청 근무자 1인당 건물 면적은 34㎡(10평)다.

이를 고려했을 때 중앙선관위가 평균 18억6000만원을 들여 정원이 8명에 불과한 구·시·군 선관위들이 쓸 단독 청사를 신축하는 것은 과연 타당할까. 소위 ‘국민적 상식’에 맞는 예산 집행이라고 할 수 있을까. 이와 관련, 《월간조선》은 중앙선관위가 작성한 문건 〈전국 청사 보유 현황〉〈전국 각급 선관위 청사 신축 내역〉과 선관위 청사 신축 계약 관련 자료 등을 종합해 전국 각지에 우후죽순처럼 들어서는 선관위 청사들의 실태를 확인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2018년부터 5년 동안 261억원을 들여 구·시·군 선관위 청사 14개를 신축했다. 자료=중앙선거관리위원회

읍·면·동까지 뻗은 선관위 조직들

‘헌법’ 제114조 1항은 “선거와 국민투표의 공정한 관리 및 정당에 관한 사무를 처리하기 위하여 선거관리위원회를 둔다”고 규정한다. 선관위 조직과 직무를 규정한 ‘선거관리위원회법’ 제2조 1항에 따르면 전국 각급 선관위는 ▲중앙선관위 ▲특별시·광역시·도 선관위 ▲구·시·군 선관위 ▲읍·면·동 선관위 등으로 구분할 수 있다. 같은 조 2항은 “특별시·광역시·도와 구·시·군 및 읍·면·동에 각각 대응하여 특별시·광역시·도 선관위와 구·시·군 선관위 및 읍·면·동 선관위를 둔다”고 규정한다.

이를 근거로 전국 행정구역 전역에 각급 선관위가 설치·운영되고 있다. 선관위는 중앙에 중앙선관위, 전국 광역단체에는 17개 특별시·광역시·도 선관위, 구·시·군에는 251개 구·시·군 선관위(행정구 포함), 읍·면·동에는 3505개 읍·면·동 선관위를 운영한다. 지방자치제 시행 이후 전국 시·도, 시·군·구가 각기 다른 법인격을 가진 ‘자치단체’가 됐으므로 선관위처럼 중앙에서 지역 말단까지 조직을 갖춘 행정기관은 사실상 경찰을 제외하면 전혀 없다고 할 수 있다.

중앙선관위 인사과가 작성한 〈각급 선관위 정·현원(2023년 4월 30일 기준)〉에 따르면 선관위 정원은 2977명이다. 중앙선관위의 정원은 367명이다. 시·도 선관위의 경우에는 ▲서울시 선관위 53명 ▲부산시 선관위 38명 ▲대구시 선관위 36명 ▲인천시 선관위 36명 ▲광주시 선관위 34명 ▲대전시 선관위 32명 ▲울산시 선관위 33명 ▲세종시 선관위 22명 ▲경기도 선관위 54명 ▲강원도 선관위 35명 ▲충북 선관위 37명 ▲충남 선관위 37명 ▲전북 선관위 37 명 ▲전남 선관위 41명 ▲경북 선관위 41명 ▲경남 선관위 41명 ▲제주 선관위 30명 등으로 총 637명이다. 251개 구·시·군 선관위에는 총 1957명이 근무한다.

선관위 보유 청사는 204개

이들 선관위 직원들의 근무처는 전국 각지의 선관위 청사다. 중앙선관위 시설과가 작성한 〈전국 선관위 청사 보유 현황〉에 따르면 선관위 보유 청사는 204개에 이른다.

중앙선관위는 경기도 과천시 중앙동 정부합동청사에서 단독 청사를 운영한다. 1996년에 준공된 해당 청사가 자리 잡은 대지의 면적은 2만4929㎡(7540평)이다. 지하 1층·지상 4층으로 구성된 건물의 면적은 1만6524㎡(5000평)에 달한다. 중앙선관위 청사는 서울시 관악구 남현동에도 있다. 2004년에 개청한 중앙선관위 관악청사(지상 4층·지하 1층)의 대지 면적은 2231㎡(675평), 건물 면적은 2723㎡(824평)다. 이를 종합하면, 중앙선관위 직원 1명당 건물 면적이 52㎡(16평)에 이른다고 할 수 있다. 물론 이는 계단, 복도 등 공용공간 면적을 포함한 것이므로 실제 사무공간 면적은 이와 다를 수 있다.

서울시 선관위는 서울시 종로구 와룡동 소재 국유 건물 4·5층을 서울시 종로구 선관위와 함께 쓴다. 사용 면적은 3506㎡(1060평)다. 서울시 선관위와 종로구 선관위 정원이 각각 53명, 8명인 점을 감안하면 직원 1인당 건물 면적은 57㎡(17평)다. 부산시 선관위는 부산시 연제구 연산동 소재 단독 청사를 쓰고 있다. 해당 청사의 대지 면적은 2003㎡(789평), 지상 4층·지하 1층으로 구성된 건물의 면적은 2389㎡(941평)다. 부산시 선관위 정원이 38명이므로 직원 1인당 건물 면적은 63㎡(19평)다.

‘1인당 면적’이 33평인 세종선관위 청사

광주광역시 선관위 청사의 대지와 건물의 면적은 각각 2647㎡(800평), 2563㎡(775평)다. 해당 청사에서 광주 각 구 선관위까지의 거리는 1~7km다. 가장 먼 곳에 있는 동구 선관위까지 차량으로 갈 경우 이동 시간은 길어야 20분에 불과하다.

정원이 36명인 대구시 선관위의 청사(지상 4층·지하 1층)는 2014년에 준공됐다. 대지와 건물의 면적은 각각 5785㎡(1750평)·2979㎡(901평)다. 정원이 8명인 대구시 서구 선관위도 해당 청사를 같이 쓴다. 대구시 선관위 1인당 건물 면적은 69㎡(21평)인 셈이라고 할 수 있다. 37명이 근무하는 인천시 선관위의 경우 직원이 9명인 인천시 미추홀구 선관위와 함께 정부인천지방합동청사 일부를 이용한다. 이들 기관이 전유하는 건물 면적과 직원 1인당 건물 면적은 각각 1638㎡(495평), 36㎡(11평)다. 서로 같은 선거 관리 업무를 하는데도 앞서 살핀 중앙선관위, 서울·부산·대구시 선관위보다 1인당 건물 면적이 작다.

광주시 선관위 청사는 광주시 서구 치평동에 있다. 이 일대는 소위 ‘상무지구’라고 불리는 광주시의 최고 중심가다. 광주시 선관위 청사의 대지와 건물의 면적은 각각 2647㎡(800평), 2563㎡(775평)다. 광주시 선관위 정원이 34명인 점을 고려하면, 해당 선관위 직원 1인당 건물 면적은 75㎡(23평)다.

대전시 선관위는 대전시 서구 월평동 나라키움대전센터에 있다. 대전시 선관위(정원 33명)는 대전시 대덕구(8명)·유성구 선관위(9명)와 2층, 6·7·8층을 사용한다. 총 사용 면적은 4654㎡(1408평), 1인당 건물 면적은 93㎡(28평)다.

울산시 중구 학성동에 있는 울산시 선관위의 청사는 지상 4층·지하 1층 구조다. 대지 면적은 3648㎡(1108평), 건물 면적은 2528㎡(765평)다. 해당 청사는 울산시 중구 선관위도 함께 사용하는 ‘합동 청사’다. 울산시 선관위와 울산시 중구 선관위 정원이 각각 33명, 7명이므로 1인당 건물 면적은 63㎡(19평)다.

2019년에 준공된 세종시 선관위 청사(지하 1층·지상 4층)의 경우 대지 면적은 2393㎡(724평), 건물 면적은 2426㎡(734평)다. 세종시 선관위 정원이 22명이므로 직원 1인당 건물 면적은 110㎡(33평)다. 2009년부터 시행된 행정안전부의 〈이전 공공기관 지방 이전 계획 수립지침〉에 따르면 신축 청사일 경우 ‘1인당 건물 면적’ 상한은 39.4㎡(12평)다. 세종시 선관위 신축 청사의 ‘1인당 건물 면적’은 해당 기준치의 약 3배다. 물론 앞서 언급한 ‘정부 지침’은 지방 이전 공공기관을 대상으로 한 것이므로 선관위 건물에 일률적으로 적용하기는 쉽지 않지만, 선관위 청사 규모의 타당성을 확인하는 과정에서 유효한 ‘기준’이 될 수 있다.

‘1인당 연면적’이 60평인 광주 동구 선관위

8개 도(道) 선관위 청사의 경우에도 앞서 언급한 시(市) 선관위의 경우와 크게 다르지 않다. 8개 도(道) 선관위 청사 면적에 근무자 수를 대입해 산출한 직원 1인당 건물 면적은 ▲경기도 선관위 48㎡(15평) ▲강원도 선관위 57㎡(17평) ▲충북 선관위 67㎡(20평) ▲충남 선관위 40㎡(12평) ▲전북 선관위 68㎡(21평) ▲전남 선관위 73㎡(22평) ▲경북 선관위 40㎡(12평) ▲경남 선관위 60㎡(18평) ▲제주 선관위 64㎡(19평) 등이다.

행정안전부의 〈이전 공공기관 지방 이전 계획 수립지침〉에 따르면 정부가 공공기관의 ‘1인당 건물 면적’ 최대치로 정한 넓이는 56.53㎡(17평)다. 물론 선관위는 행정부 소속이 아니므로 적용 대상이 아니지만, 국민 입장에서는 정부·국회·법원·선관위 모두 세금으로 운영되는 공공기관이란 점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이를 감안해 전국 시·도 선관위의 ‘1인당 건물 면적’을 다시 보면, 정부 기준 ‘1인당 건물 면적’에 들어맞는 경우는 서울·인천·경기·강원·충남·경북 선관위뿐이다.

중앙선관위, 시·도 선관위, 시·도 선관위와 청사를 함께 쓰는 구·시·군 선관위를 제외한 기타 선관위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중앙선관위 자료를 바탕으로 합산한 이들 선관위 청사의 총 면적은 12만2526㎡(3만7064평), 정원은 1875명이다. 이에 따르면 해당 선관위 청사들의 경우 ‘직원 1인당 평균 면적’은 65㎡(20평)에 이른다. 그중에서도 ‘직원 1인당 면적’이 넓은 대표 사례는 ▲광주시 동구 선관위 198㎡(60평) ▲경북 울릉군 선관위 189㎡(57평) ▲인천시 남동구 선관위 171㎡(52평) ▲충북 제천시 선관위 142㎡(43평) ▲대구시 중구 선관위 140㎡(42평) ▲충북 영동군 선관위 140㎡(42평) ▲인천시 연수구 선관위 111㎡(34평) 등이다.

정부 상한의 2배 초과하는 선관위 청사들

중앙선관위가 2018년에 신축한 경기도 파주시 선관위 청사(684㎡·207평)와 경남 창녕군 선관위 청사(690㎡·209평)의 등기부등본이다. 파주시 선관위와 창녕군 선관위의 정원은 각각 9명, 6명이다.

이런 상황에서 중앙선관위는 2018년부터 2022년까지 전국 각지 14개 구·시·군 선관위 청사를 신축했다. 신축 사업비는 총 261억원이다. 전술한 것처럼, 이들 구·시·군 선관위의 정원은 채 10명이 되지 않는다. 그럼에도 최소 지상 2층 구조 단독 건물을 청사로 쓴다. 이들 선관위 청사의 평균 면적은 808㎡(244평)에 달한다. 해당 기간 신축 청사를 갖게 된 구·시·군 선관위 정원은 총 108명, 청사 면적 합계는 1만1307㎡이므로 ‘1인당 건물 면적’은 105㎡(32평)다. 정부 상한의 약 2배에 달하는 면적이다. 대지 면적 평균은 3151㎡(953평)에 이른다.

조달청 자료에 따르면 중앙선관위는 지난 5년 동안 14개 구·시·군 선관위 청사 신축 관련 계약들을 맺었다. 2018년의 경우 중앙선관위는 경기도 파주시·전남 함평군·경남 창녕군 선관위 청사를 신축했다. 중앙선관위는 파주시 선관위 청사 신축 사유로 “임차청사 대체”라고 밝혔다. 함평군·창녕군 선관위 청사 신축에 대해서는 “노후청사 재건축”이라고 명시했다.

2018년, 중앙선관위가 13억3800만원을 써서 만든 전남 함평군 선관위 청사(789㎡·239평)다.

중앙선관위의 〈전국 각급 선관위 청사 신축 내역〉에 따르면 파주시(684㎡·207평)·함평군(789㎡·239평)·창녕군(690㎡·209평) 선관위 청사 신축 사업비는 건당 13억3800만원이다. 이들 선관위의 정원은 9명, 7명, 6명이다. ‘1인당 건물 면적’은 각각 76㎡(23평), 113㎡(34평), 115㎡(35평)다. 중앙선관위는 2019년에 ‘노후청사 재건축’ 명목으로 인천시 동구 선관위, 경기도 안성시 선관위 청사 신축 공사를 진행했다. 이들 선관위의 정원은 각각 7명이다. 신축 청사 건물 면적의 경우 인천시 동구 선관위는 694㎡(210평), 안성시 선관위는 759㎡(230평)다. ‘1인당 건물 면적’은 99㎡(30평), 108㎡(33평)다. 신축 사업비는 건당 13억4400만원이다.

중앙선관위는 2020년, 15억6600만원을 들여 건물 면적만 672㎡(203평)에 이르는 전남 장흥군 선관위 청사(지상 2층)를 신축했다. 장흥군 선관위 정원 역시 ‘7명’이다. 사진=월간조선

2020년에는 27억6900만원을 들여 경기도 수원시 장안구(7명)·팔달구(8명) 선관위 청사(지하 1층·지상 3층)를 새로 지었다. 총 15명이 근무하는 해당 청사의 건물 면적은 1337㎡(404평), ‘1인당 면적’은 89㎡(27평)다. 경북 봉화군 선관위, 전남 장흥군 선관위 청사(각 지상 2층, 이하 동일)도 신축했다. 정원이 7명인 해당 선관위들의 청사를 새로 짓는 데 투입된 사업비는 13억9300만원, 15억6600만원이다. 봉화군 선관위 청사 면적은 721㎡(218평), 장흥군 선관위 청사 넓이는 672㎡(203평)다. ‘1인당 면적’은 각 103㎡(31평), 96㎡(29평)다.

7명 근무하는 ‘30억짜리 2층 건물’

중앙선관위는 2021년, 정원이 7명에 불과한 곡성군 선관위 청사(913㎡·276평)를 새로 짓는 데 20억1800만원을 썼다. 해당 청사의 ‘1인당 건물 면적’은 130㎡(39평)다. 사진=월간조선

2021년, 중앙선관위는 경남 하동군·전북 임실군·전남 곡성군 선관위(정원은 각 7명) 청사를 신축했다. 사유는 역시 ‘노후청사 재건축’이다. 662㎡(200평) 면적의 하동군 선관위 청사 신축비는 15억6600만원이다. 임실군 선관위 청사(870㎡·263평)의 경우에는 29억2400만원이다. 곡성군 선관위 청사(913㎡·276평)를 새로 짓는 데는 20억1800만원이 들었다. 세 선관위 청사의 ‘1인당 건물 면적’은 95㎡(29평), 124㎡(38평), 130㎡(39평)다. 중앙선관위는 2022년에 경남 거제시·충남 당진시·강원 속초시 선관위 청사를 신축했다. 거제시 선관위 정원은 8명, 당진시·속초시 선관위 정원은 7명이다. 이들 선관위가 사용하는 청사를 신축하는 데 든 비용은 순서대로 30억5400만원, 20억7300만원, 20억2600만원이다. 건물 면적은 712㎡(215평), 928㎡(281평), 876㎡(265평)다. ‘1인당 건물 면적’은 각각 89㎡(27평), 133㎡(40평), 125㎡(38평)다.

광주시 남구 월산동 소재 광주시 남구 선관위 청사다. 중앙선관위는 현재 해당 선관위를 비롯한 전국 11개 구·시·군 선관위 청사 신축을 추진하고 있다. 사업비는 설계비 11억원, 건축비 258억원 등 269억원이다. 사진=월간조선

중앙선관위는 올해에도 청사 신축을 계속할 계획이다. 확인 결과, 6월 10일 현재 중앙선관위는 ▲광주 남구 ▲강원 철원군 ▲강원 양양군 ▲충북 청주시 흥덕·서원구 ▲충남 서산시 ▲전북 부안군 ▲전남 해남군 ▲전남 구례군 ▲전남 완도군 ▲전남 진도군 ▲경남 밀양시 등 11개 구·시·군 선관위 청사 신축을 추진하고 있다. 이에 투입될 사업비는 설계비 11억원, 건축비 258억원 등 총 269억원이다. 청사 1개소를 신축하는 데 24억4500만원이 드는 셈이다. 과연 이 정도 돈을 써 가며 정원이 7명(진도군 선관위는 6명)에 불과한 구·시·군 선관위의 청사를 새로 짓는 게 ‘국민 상식’에 들어맞는 ‘세금 지출’이라고 할 수 있을까.

‘신축 청사’와 ‘공명선거’의 상관관계

이 같은 선관위의 청사 신축 행태는 여러모로 비판을 자초할 가능성이 있다. 먼저, 왜 구·시·군 선관위들이 단독 청사를 사용해야 하느냐는 비판이 제기될 수 있다. 과거 대다수 선관위가 지방자치단체 청사 또는 공공기관 건물 일부를 쓰던 것과 달리 지금은 왜 단독 청사를 신축·운영하는지 의문이 들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예전보다 지금의 선관위가 ‘공정한 선거 관리’를 하고 있다고 자신할 수 없고, 단독 청사 사용 여부 또는 청사 규모에 따라 업무 효율과 성과가 달라진다고 여길 만한 근거가 전혀 없다. 청사가 신축된 구·시·군 선관위 관계자들의 얘기를 들어봐도 그렇다. 무슨 이유 때문에 청사를 신축했는지, 신청사 건립 이후 어떤 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가에 대한 언급이 없다. 다음은 이와 관련한 지역매체 기사 내용이다.

〈김태은 위원장(당시 파주시 선관위원장)은 “신청사 건립은 파주시민들에게 감동을 주는 최상의 선거 서비스를 제공할 뿐 아니라 공명선거 정착과 올바른 선거문화 풍토를 조성하는 데 매진할 것과 중추적인 역할의 소명을 다할 것이다”고 말했다.〉 -2018년 11월 10일, 《파주시대》 기사 중

〈김신경 안성시 선관위 사무국장은 “새 청사가 준공됨에 따라 새로운 각오로 안성 지역의 공명선거 문화 정착에 최선을 다하겠다”며 안성시민과 각급 기관, 단체 등의 많은 협조를 부탁했다.〉 -2020년 5월 21일, 《민안신문》 기사 중

〈정선오 위원장(임실군 선관위원장)은 “낡고 협소한 청사로 인해 주민에게 쾌적한 선거환경을 제공하지 못했다”며 “신청사 준공을 계기로 공정하고 투명한 선거행정을 실현하겠다”고 말했다.〉 -2022년 9월 7일, 《전북일보》 기사 중

〈당진시 선관위 김진혜 위원장은 “새 청사 준공을 계기로 더욱 새로운 각오를 다지고 시대의 요구에 부응하는 바르고 깨끗한 선거문화 창출에 모든 노력을 할 것”이라며 “시민과 관내 유관기관 및 단체의 많은 성원을 당부드린다”고 밝혔다.〉 -2023년 2월 1일, 《당진신문》 기사 중

선관위가 구·시·군별로 있어야 하는 까닭은?

이미 준공·사용되는 선관위 청사들의 규모 또한 비판을 받을 수 있는 대목이다. 선관위는 다수의 투표함·기표대 등을 보관해야 하므로 다른 공공기관과 달리 넓은 공간이 필요하다는 식으로 주장할 수도 있다. 하지만 시·도 선관위가 ‘선거물품 집중보관’ 명목으로 용역 입찰 공고를 낸 점을 감안하면, 이는 설득력이 크지 않다.

중앙선관위에 따르면 68개 구·시·군 선관위가 현재 청사를 임차 사용하고 있다. 앞으로 중앙선관위가 지금 하는 식으로 이들 68개 구·시·군 선관위 청사를 모두 지을 경우 국민이 부담해야 할 건축비는 총 1663억원(2023년 신축 추진 청사 사업비 평균 24억4500만원×68개 구·시·군 선관위)에 달한다. 정원이 10명도 되지 않는데, 이처럼 20억~30억원가량의 세금을 들여 구·시·군 선관위의 단독 청사를 짓는 행태는 세금을 부담하는 국민의 동의 또는 공감을 얻기 어렵다.

관할 범위가 넓지 않은 서울시와 6대 광역시의 구(區) 선관위를 중앙선관위가 한데 모으거나, 권역별로 ‘합동 청사’를 꾸리지 않는 점도 마찬가지다. 선거 관리는 일상적인 업무가 아니다. 각급 선관위가 전국 곳곳에 산재해야 할 정도로 ‘주민 밀착형 공무’라고 보기도 어렵다. 이를 방증하는 지표가 바로 ‘민원’이다. ‘민원’은 주민이 행정기관에 대하여 원하는 바를 요구하는 일을 말한다. 바꿔 말하면, 주민이 해당 행정기관에 요구할 게 많지 않으면 당연하게도 ‘민원’도 적을 수밖에 없다.

예산 절감 의지는 없나?

중앙선관위가 작성한 〈각급 위원회 민원 접수 현황〉에 따르면 2018년 1월 1일부터 2023년 5월 23일까지, 서울시 선관위 산하 25개 구 선관위가 접수한 민원은 총 426건이다. 한 해 접수된 민원이 79건인 셈이다. 이를 또 25개 구 선관위로 나눌 경우에는 선관위당 연간 민원 접수 건이 3건에 불과하다는 결론이 나온다. 다른 지역 선관위 상황도 비슷하다. 이를 감안하면, 왜 담당 범위가 얼마 되지도 않는 구·시·군 선관위들이 단독 청사를 사용해야 하는지 의문이 들 수밖에 없다.

‘합동 청사’ 운영 근거가 충분한데도 중앙선관위가 구 선관위에 단독 청사를 사용케 하고, 청사를 신축하는 행태 역시 이해하기 쉽지 않다. ‘선거관리위원회법’ 제2조 5항은 “시·도 선관위와 구·시·군 선관위의 사무소는 다른 선관위와 청사의 공동사용 등 특별한 사유가 있는 때에는 그 관할하는 행정구역의 밖에 둘 수 있다”고 규정한다.

그럼에도 현재 서울시와 6대 광역시 관내 구 선관위 간 ‘합동 청사’를 운영하는 경우는 ▲서울 동대문구·성동구 선관위 ▲서울 중랑구·노원구 선관위 ▲부산 동래구·금정구 선관위 ▲부산 연제구·수영구 선관위 ▲대구 동구·북구 선관위 ▲대전 서구·동구 선관위 ▲울산 남구·울주군 선관위 등 7건에 불과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