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로가기 메뉴
메인메뉴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

현장 추적

김만배 ‘지하 금고 說’

김만배, 10달간 공사비용 15억원이나 들여 지하실 리모델링… 여기에 비자금이?

글 : 김세윤  월간조선 기자  gasout@chosun.com

  • 트위터
  • 페이스북
  • 기사목록
  • 프린트
  • 스크랩
  • 글자 크게
  • 글자 작게
⊙ 천화동인 1호가 62억 주고 산 집, 실소유주 김만배씨로 추정
⊙ 검찰, 김만배 ‘지하 금고 說’ 입수
⊙ 공인중개사 “이한성 천화동인 1호 대표, 이 집 지하실 공사에 15억원 썼다고 말해”
⊙ 前 집주인 “서둘러 집 빼줬는데, 공사만 오래 하고 사람은 살지 않아 짜증 났다”
⊙ 주민들 “새벽녘 젊은 남성들, 이 집에서 박스 들고 나가”
김만배씨가 범죄수익은닉규제법 위반 등의 혐의로 지난 2월 17일 서울중앙지방법원의 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천화동인 1호 명의의 성남 분당구 타운하우스 단독주택 지하실에 ‘대장동 개발 수익’ 390억원 중 일부가 은닉됐다는 설(說)이 여의도 정가(政街)를 중심으로 돌고 있다. 검찰도 이 정보를 입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천화동인 1호는 대장동 사업에 참여한 김만배씨가 최대주주로 있는 화천대유의 지분 100% 자회사다. 당초 이 집의 구매 목적을 두고 여러 의혹이 제기됐지만, 2021년 10월 10일 《한국일보》는 “김만배씨 측은 그러나 ‘타운하우스는 김씨가 살기 위해 구입한 집’이라고 반박했다”고 보도했다. 이 집은 대장동 개발 비리 의혹으로 몇 차례 압수수색을 거쳐 현재는 부당 수익 환수를 이유로 서울중앙지방검찰청에 가압류된 상태다.
 
  그렇다면 정말로 이 집 지하실에 대장동 개발 수익금 일부가 숨겨져 있을까? 지난 4월 25일부터 5월 4일까지 이곳으로 나가 소위 ‘김만배 지하 금고설’을 취재해봤다.
 

  ‘산운 아펠바움’이란 이름의 이 타운하우스는 신분당선 판교역에서 대장동 방면으로 마을버스를 타고 10여 분을 더 들어간 곳에 자리해 있다. 이 동네는 판교 내에서도 으뜸가는 고급 주택이 모여 있어 ‘부촌(富村)’으로 꼽힌다. 그중에서도 산운 아펠바움은 최고급 타운하우스로 불린다. 총 가구 수는 34가구에 불과하다. 인근 주민들은 “산운 아펠바움은 다른 주택들에 비해 사생활이 철저히 지켜진다. 그래서 유명 기업인과 정치인들이 많이 거주한다”고 밝혔다. 인근 부동산 중개사무소는 “더불어민주당 전직 국회의원, 모 대기업 총수 등이 살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온라인 부동산 중개 사이트에서는 이 집을 ‘상위 1%를 위한 명품 타운하우스’ ‘배산임수(背山臨水) 최고의 풍수지리’라는 수식어로 홍보하고 있었다. 가장 최근(2023년 3월)에는 416㎡(125평)짜리 매물이 78억원에 거래됐다.
 
 
  “업무 방해 말고 당장 가라”
 
산운 아펠바움 정문 모습. 보안요원들은 외부인의 출입을 엄격히 통제하고 있었다.
  산운 아펠바움 단지 입구는 성인 남성 키만 한 철문으로 굳게 닫혀 있었다. 이 출입문 옆엔 보안요원이 근무하는 사무실이 있었다. 기자가 단지 입구에서 주택을 살펴보려 하자 제복을 갖춰 입은 보안요원 3명이 나와 “누구시기에 이곳을 배회하느냐”고 물었다. 경계심 가득한 말투와 표정이었다. 일반 아파트의 경우 보통 60대 이상의 남성이 보안요원(경비원)으로 근무하지만, 이곳 보안요원 3명은 모두 20~30대, 많아야 40대 초반 정도로밖에 보이지 않았다.
 
  기자가 이들에게 신분을 밝히고, ‘대장동 개발 수익 은닉 관련 제보를 받고 왔다’고 하자 이들은 “우리 주민 분 중에 그런 제보를 하실 분은 없다. 그런(대장동 개발 수익 은닉 관련) 사실은 더더욱 없다”며 언성을 높였다. 이어 “그간 우리가 기자들에게 얼마나 시달렸는지 아느냐”면서 “업무 방해하지 말고 당장 가라”고 윽박질렀다. 그러면서도 몇몇 고급 차량이 들어오고 나갈 때면 90도로 허리를 굽히는 ‘폴더 인사’를 했다.
 
  도로 반대편으로 건너가 단지 내 상황을 살폈지만, 높은 철문과 단지 내 심어진 나무들 탓에 자세히 볼 수는 없었다. 그런데 얼마 지나지 않아 흰색 포터 트럭 한 대가 나무를 가득 싣고 나왔다. 내부에서 조경 작업을 하고 있다는 사실을 짐작할 수 있었다. 기자가 차량을 바라보며 수첩과 휴대전화에 취재 내용을 기록하자 포터 운전자는 뭔가 수상하다고 느꼈는지 운행을 멈추고 차량에서 걸어 나왔다. 운전자는 날카로운 목소리로 “지금 혹시 우리 차량을 찍은 것이냐. 함부로 사진 찍지 마라”고 소리쳤다.
 
 
  “마당에 키 높은 나무 심어”
 
단지 내부에서 나온 조경 관리 차량의 모습. 운전자는 차량에서 내려 기자에게 “함부로 사진 찍지 마라”고 소리쳤다.
  산운 아펠바움 주민들은 ‘대장동 개발 수익 은닉’ 관련 정보를 알고 있을까? 기자는 며칠을 기다린 끝에 주민 몇몇을 인터뷰할 수 있었다. 한 주민은 “이삿짐은 박스로 수십 개 들어왔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그간 사람은 살지 않았던 것 같다”고 말했다. 또 다른 주민은 “자세히 기억나지는 않지만, 2월 정도까지만 해도 새벽녘이면 종종 젊은 남성들이 이 집에 들러 박스를 들고 나갔던 것 같다”고 했다. 다른 주민도 “지하실 공사만 1년 가까이 했다”면서 “전 주인이 심어놨던 마당의 나무를 들어내고 키 높은 나무들을 새로 심었다”고 했다. 또 다른 주민은 “(천화동인 1호가) 집을 구매한 뒤 집 철창을 이중으로 설치했다”고 밝혔다.
 
  주민들의 증언처럼 단지 내부로 외부인이 들어왔다 나갔다면 출입기록이 남아 있지 않을까? 산운 아펠바움에 보안요원을 파견하는 보안업체 관계자들을 만나 이 업체의 업무 시스템에 관해 물었다. 아파트 보안을 담당하고 있다는 A씨는 “파견 기관에 따라 근무 체계는 다를 수 있겠지만, 출입기록은 무조건 남기게 돼 있다”고 했다. 공공기관 출입 보안을 담당하고 있다는 B씨도 “종종 특정 외부인이나 특정 외부 차량이 오면 ‘프리패스’ 시키라는 상부 지시가 있기도 하지만, 이때도 어쨌든 내부적으로는 출입기록을 남긴다”고 말했다.
 
  산운 아펠바움의 보안요원들로부터는 정보의 사실 여부를 확인할 수 없었지만, 주민들의 말이 사실이라면 새벽녘 젊은 남성들이 돈이 들어 있을 법한 박스를 들고 오고 간 기록은 남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2달 안에 집 비워달라더니…”
 
  등기부등본에 따르면 천화동인 1호는 2019년 10월 23일 이 집(433㎡, 131평)을 법인 명의로 매매했다. 그러고 이듬해 1월 31일 소유권 이전 등기를 마쳤다.
 
  천화동인 1호에 집을 판 K씨와 접촉해 거래 당시 상황을 자세히 들어봤다. K씨는 “‘천화동인 1호’라는 법인명이 특이하다고 생각했지만, 그땐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면서 “대장동 개발 비리와 관계가 있다는 보도를 접하고는 놀랐다”고 말했다. K씨는 집 계약이 굉장히 빠르게 진행됐다고 기억했다. K씨는 “(천화동인 1호 관계자에게) 계약 이후 3~4달 정도 새집을 알아볼 수 있는 시간을 달라고 부탁했으나, 이들은 2달 내로 집을 비워달라고 통보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런데 주변 사람들로부터 이들이 지하실 공사만 1년 가까이하고, 아무도 살고 있지 않는다는 이야기를 듣고는 짜증이 났다”고 말했다.
 
  K씨는 또 ‘믿거나 말거나’ 한 이야기임을 전제로 당시 집을 내놨던 이유를 설명했다. K씨는 “그 집이 풍수지리적으로 좋지 않다는 말을 들었다”며 “당시 우리 가정 상황에 비춰보니 이 말이 크게 와닿았다”고 했다. K씨는 “2012년경부터 산운 아펠바움에 들어와 사는 동안 아내가 많이 아팠다”면서 “교통사고도 크게 나 자동차를 폐차하기도 했다”고 밝혔다. 이어 “2019년쯤 카페를 차리고 싶어 한 역술가에게 풍수지리에 관해 물어본 적이 있다”며 “이왕 봐주는 김에 집도 같이 봐달라고 했는데 집 안에 수맥(水脈)이 가득하니 빨리 이사 가는 것이 좋겠다고 하더라”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K씨는 “범죄 사실 여부를 떠나 그 집이 ‘대장동 개발 비리’에 연루되고, 가압류까지 걸렸다는 걸 들으니 씁쓸하면서도, 그 역술가의 말이 어느 정도는 맞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오랜 기간 지하실 공사했다’ 사실로 확인
 
  K씨와 천화동인 1호 사이에서 이 집을 중개했던 공인중개사 C씨와 만나 자세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C씨는 이한성 천화동인 1호 대표가 직접 판교에 있는 자신의 부동산 중개 사무소를 방문해 계약했다고 했다. C씨는 당시 집 계약에 사용했던 두툼한 서류 뭉치를 꺼내 보여주면서 “여기 이한성씨의 신분증 사본도 있다”고 말했다.
 

  계약 내역을 살펴보니, 이씨는 집값 62억원 중 선(先)계약금 6억2000만원과 잔금 43억4000만원은 수표로, 중도금 12억4000만원은 계좌이체로 지급했다.
 
  C씨는 계약 이후 이 집 지하실에 대대적인 리모델링 공사가 있었다고 말했다. 산운 아펠바움 주민들의 증언과 일치했다. 그러면서 ‘공사기간 10달, 공사비용 15억원’이라는 구체적인 기간과 액수도 밝혔다. 그것을 어떻게 아느냐고 묻자 C씨는 “녹음하면 안 된다”고 당부하면서 “이한성 대표가 공사 이후 직접 찾아와 해준 말”이라고 귀띔했다. C씨는 “산운 아펠바움 지하실 공사는 흔한 일”이라면서도 “기간은 길어야 3달, 금액은 많아야 2억~3억 정도”라고 말했다. 따라서 C씨가 이씨로부터 들었다는 ‘공사기간 10달, 공사비용 15억원’은 대단히 이례적이라고 할 수 있다.
 
 
  주요 공범 모두 기소
 
  김만배씨는 지난 2월 검찰에 구속 기소됐다. 2021년 10월부터 2022년 11월까지 대장동 개발로 얻은 범죄 수익 390억원을 수표 발행 및 소액권 재발행·교환, 차명 오피스텔 교환, 제3자 계좌 송금 등의 방식으로 은닉한 혐의(범죄수익은닉규제법 위반)를 받고 있다.
 
  지난 4월 24일에는 이성문 전 화천대유 대표와 이한성 대표, 최우향 화천대유 이사, 김만배씨의 아내 등 10명이 같은 혐의로 불구속 기소됐다. 이로써 대장동 개발 비리 390억원 은닉에 가담한 주요 공범은 모두 기소됐다. 다만, 지난해 11월부터 구속 수사를 받던 정진상씨와 김용씨가 각각 4월 21일과 5월 4일 보석(保釋)으로 풀려났다. 여기에 법원이 김씨의 보석 여부 또한 고민하고 있어 검찰 수사에 차질이 예상된다.
 
  대장동·백현동 개발 비리에 대한 수사가 가속화되면 산운 아펠바움 지하실에 은닉됐을 수도 있는 범죄 수익의 전말도 점차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
Copyright ⓒ 조선뉴스프레스 - 월간조선.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NewsRoom 인기기사
Magazine 인기기사
댓글달기 1건
댓글달기는 로그인 하신 후 남기실 수 있습니다.
  zeoz4327    (2023-05-20) 찬성 : 6   반대 : 0
잘 읽었습니다!

202306

지난호
전자북
별책부록
북스토어
프리미엄결제
2020년4월부록
  • 지난호
  • 전자북
  • 별책부록
  • 정기구독
  • 월간조선 2018년 4월호 부록
내가 본 뉴스 맨 위로

내가 본 뉴스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