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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제도 개편, 대타협의 길은 있다

비례대표 폐지하고 지역대표 선출하자

글 : 함성득  경기대 정치전문대학원장  

글 : 임동욱  차의과학대 부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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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회의원 정수는 300명으로 동결
⊙ 국회의원을 ‘인구대표(252명)’와 ‘지역대표(48명)’로 구분해 선출… 인구대표는 하원, 지역대표는 상원 역할
⊙ 비례성, 대표성, 표의 등가성 등 산적한 문제들 일거에 해소 가능
⊙ 인구대표 국회의원 선거구는 광역의회가 획정

咸成得
1963년생. 연세대 정치외교학과 졸업, 美 텍사스대 존슨정책대학원 석사, 美 카네기멜론대 정책학 박사 / 美 레이건대통령 정책연구소 선임연구원, 美 조지타운대 정책대학원 및 경영대학원 조교수, 고려대 행정학과 교수, 現 (사)한국대통령학연구소 이사장 / 저서 《대통령학》 《대통령비서실장론》 《장관론》 《제왕적 대통령의 종언》 등

林東郁
1962년생. 서울대 국제경제학과 졸업, 서울대 행정대학원 행정학 석사, 서울대 행정대학원 행정학 박사 / 국회 입법조사연구관, 한국교통대 교수, 現 (사)한국대통령학연구소 소장 / 저서 《국회 생산성 높이기》 《디지털 관료 키우기》 《한국의 지방자치》 등
국회는 4월 10일 내년 총선에 적용할 선거제 개편안을 논의하기 위한 국회 전원위원회를 개최했다. 사진=조선DB
  지난 2월 국회의장 직속 ‘헌법개정 및 정치제도 개선 자문위원회(이하 자문위)’는 선거제도 개편과 국회의원 정수 증원이라는 논란이 생길 수밖에 없는 대안(代案)들을 제시했다. 자문위는 분과위원회에서 제시한 세 가지의 선거제도 개편 대안을 논란 끝에 자문위 전체 의견으로 국회의장에게 보고했다. 국회의장은 자문위의 의견을 기초로 헌법개정 및 정치제도 개선에 매진했고 지난 3월 국회정치개혁특별위원회의 정치관계법개선소위원회는 자문위 안(案)과 비슷한 3개의 안을 국회 전원위원회에 제출했다.
 
  자문위에는 필자들도 위원으로 참여하고 있다. 우리는 자문위 전체 회의에서 국회의원 정원을 증원하지 말고 현 인원을 유지하거나 줄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자문위의 대안이 전체 회의에서 의결된 것이냐, 의원 정수 증원을 정식 의제로 다루었느냐 등등의 구체적인 회의 내용은 여기서 언급할 사안이 아니다. 다만 언론에 보도된 내용만으로도 ‘이것은 아니다’라는 문제를 충분히 제기할 수 있다. 더 나아가 비례성, 대표성, 단원제(單院制) 등 현재 국회의원 선거제도의 문제점과 한계를 극복할 수 있는 대안도 있다. 우리가 생각하는 ‘대타협(Great Compromise)’의 길은 따로 있다. 그 길을 제시하기 위함이 이 글을 쓰게 된 이유이다.
 
 
  자문위 대안들
 
  자문위에서 마련한 선거제도 개편 대안은 크게 3가지이다.
 
  첫째 대안은 지역구는 소선거구 다수(多數)대표제로 하고, 비례대표는 유권자의 정당 선택에 따라 전국 또는 권역별로 배분하자는 대안이다. 제20대 총선까지 투표한 유권자라면 익숙할 것이다. 이 대안은 국회의원 정수 증원을 제안하면서 논란이 되고 있다. 자문위는 지역구 의석은 현재의 253석을 유지하고 비례대표 의석을 현재의 47석에서 97석으로 50석 늘리자고 제안했다. 국회의원 정수 증원의 논거는 정치적 대표성 확대, 양극적 대립 완화, 지역 대표성 강화 등이다.
 
  두 번째 대안은 현재의 선거제도를 수정한 것이다. 이는 지역구는 소선거구 다수대표제를 유지하면서, 권역별로 준(準)연동형 비례제를 도입하자는 대안이다. 제21대 총선에서 탄생한 준연동형 비례제는 만든 사람도 계산이 혼란스러운 괴물이다. 준연동형 비례제가 그대로 유지된다면 비례 국민의힘과 비례 더불어민주당 등 위성정당이 또 등장해 유권자를 우롱할 것이다. 이와 관련해 자문위원들도 위성정당 방지 방안을 마련할 것을 주문하고 있다.
 

  두 번째 대안 역시 비례대표 의석을 50석 증원할 것을 주장하고 있다. 현재의 47명으로는 국민 대표성, 지역 대표성, 비례성에서 한계가 있으니 비례대표 의석을 97석으로 늘리자는 것이다. 대안에 따르면 97개의 의석은 전국 단위 비례대표가 아니다. 지역 대표성의 강화를 위해 6개 권역의 지역별 득표율에 따라 정당 의석을 배분, 비례대표를 선정하고 있다.
 
  세 번째 대안은 지역구 선거는 복합선거구(중대선거구와 소선거구)로, 비례대표는 권역별 개방형 명부 비례제로 개편하자는 대안이다. 구체적으로 지역구 선거의 경우 인구 밀집의 대도시 지역은 지역구별 3~10인의 중대선거구제, 인구 밀집도가 낮은 농·산·어촌 지역은 소선거구제 채택을 제안하고 있다. 이에 따르면 지역구 선거는 선거구제 개편을 통해 일정 수준 축소가 가능하고 축소한 것만큼 비례대표가 늘어난다. 비례대표 의석 배분은 병립형으로 되돌아가는 경우 유권자의 선택이 가능한 개방형 명부제 채택을 권고하고 있다. 이 대안은 앞의 두 대안과 달리 의원 정수를 현행 300명으로 유지하고 있으나 비례대표 의석 비율을 늘리자는 점은 두 대안과 같다.
 
 
  증원 동의하는 국민은 30% 미만
 
  깊이 고민하지 않아도 자문위 대안의 한계와 허점은 누구나 쉽게 한두 가지씩 말할 수 있다. 자문위의 선거제도 개선 대안은 소선거구제와 중대선거구제, 그리고 국회의원 정수 증원과 현행 유지라는 두 가지 잣대가 핵심이다. 세 개의 대안 중 두 개의 대안은 소선거구제를 유지하면서 국회의원 정수를 350명으로 늘리자는 제안을 하고 있다. 나머지 하나는 현재의 국회의원 정수를 유지하면서 비례대표 증원을 주장하고 있다. 결국 자문위의 대안은 모두 비례대표를 늘리자는 제안을 하고 있다.
 
  국회의원 정수 증원은 국민 정서에 부합하지 않는다. ‘실정법 위에 정서법이 있다’는 궤변을 얘기하는 것이 아니다. 대한민국은 국민의 선택에 따라 움직였고 발전했다. 국민의 바른 선택 덕분에 건국 이후 대한민국은 계속 전진해왔다. 때로는 자유민주주의에 대한 배반, 좌절, 왜곡의 역사도 있었지만 큰 틀에서 대한민국은 계속 전진하고 발전했다. 이런 역사의 중심에 국민이 있었다. 국민의 생각과 바람을 늘 무겁게 받아들이면서 대안을 고민해야 한다. 국회의원 정수 증원에 동의하는 국민은 30% 미만이다. 대다수 국민은 정치 현실에 실망하면서 국회의 대수술을 원하고 있다. 자문위의 대안은 이런 국민의 생각과 바람에 정면으로 도전하고 있다.
 
  국회의원 정수 확대론자들은 인구 대비 적은 의원 수를 증원을 주장하는 근거로 제시한다. 국회의원 1인당 대표하는 국민 수를 계산해보면 우리나라는 약 17만 명, 프랑스 7만 명, 영국은 5만 명으로 OECD 회원 36개국 가운데 우리나라는 미국, 멕시코, 일본에 이어 네 번째로 의원 수가 적은 국가이다. 의원 1인당 대표하는 국민이 너무 많아 대표성이 떨어지고 국민의 다양한 이해와 요구 반영에 어려움이 있다는 것이 정수 확대론자들의 전형적인 주장이다. 이러한 주장은 나라의 현실에 대한 진단에서 나온 것이 아니라 확대론을 입증하는 데 필요한 자료를 무리하게 차용해 나온 결과에 불과하다.
 
 
  표의 等價性
 
  지리적 영토가 넓은 나라의 경우 그리고 디지털 발전이 느려 사회적 연결이 발전되지 못한 나라는 많은 수의 국회의원을 필요로 할지 모른다. 반면 우리처럼 지리적 영토가 작고 디지털 통신 기술의 발전으로 사회적 연결이 우수한 나라는 많은 수의 국회의원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 깊은 사유(思惟)와 통찰에 근거하지 않고 외국의 제도만 훑어보면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다. 문제는 또 다른 문제를 낳고 문제의 언저리만 맴돈다. 현실을 기초로 문제의 방법을 찾아야 한다. 이 땅에 발을 딛고 사는 실천가들이 이를 선도해야 한다.
 
  현재의 국회의원 선거제도가 안고 있는 문제점은 적지 않다. 그중에서 선거구제 및 국회의원 정수 증원과 관련한 문제점은 크게 두 가지이다. 이는 구체적으로 표의 등가성(等價性)과 비례대표의 기능과 관련한 문제점이다.
 
  우선, 우리나라는 수도권에 인구가 집중된 단핵(單核) 구조의 나라이다. 이것은 현실이다. 수도권 도시로 인구가 집중하면서 수도권과 비수도권 유권자의 선택은 등가성에서 심각한 오류를 안고 있다. 현행 국회의원 선거제도는 ‘표의 등가성 문제’를 전혀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 자문위는 이 문제를 심각하게 다루지 않고 있다. 이번에 제시한 자문위의 대안들은 ‘표의 등가성’ 문제를 해결하지 못했다.
 
 
 
“현 비례대표는 ‘핵심 戰士’ 확보 수단”

 
참여연대, 범시민사회단체연합 등 시민사회단체들은 3월 6일 국회 소통관에서 선거제도 개혁에 대한 보수·진보 시민단체 공동 기자회견을 열었다. 사진=조선DB
  다음으로 자문위 대안은 비례대표의 증원을 주장하고 있다. 문제는 비례대표 국회의원은 현재 정치적으로 제 기능을 하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비례대표 명부를 작성하는 현실은 암울하다. 여당은 실질적으로 영향력을 행사하는 대통령, 그리고 야당은 당대표의 뜻에 좌우되면서 비례대표 명부를 작성하고 있다. 최근 김진표 국회의장조차 현재의 비례대표는 양당 진영의 ‘핵심 전사(戰士)’를 확보하는 수단으로 전락했다고 말했다. 이 현실을 애써 부정하지 말고 이것을 극복할 수 있는 길을 찾아야 한다.
 
  정치학 교과서와 논문에서 강조하는 비례성, 대표성, 직능성 등 아름다운 비례대표의 철학은 현실에서는 전혀 작동하지 않는다. 현실은 아름답지 않다. 원내에 진입한 비례대표는 다음 총선을 거치면서 다시 원내에 살아남는 것이 정치의 첫째 목표이다. 직능대표라는 비례대표의 근본 기능은 전혀 작동되지 않고 있다. 그들은 비례대표라는 상징성만 강조하면서 여야 정쟁(政爭)의 최첨단을 장식하며 정치를 어지럽히고 있다.
 
  비례대표 정수 증원 확대론자들은 지방소멸 대응, 지역주의 해소, 비례성 확대, 정치 분열과 양극화 극복 등을 정수 증원의 이유로 주장하고 있다. 이유 하나하나는 숭고하고 엄숙한 국가 과제이다.
 
  하지만 이러한 과제들은 비례대표 정수 증원으로 해결되지 않는다. 정치 현실을 생각해보면 국회의원 증원과 그 이유 사이의 논리적 상관관계를 이해하기가 어렵다. 역사는 국회의원 정수 증원 주장을 탁상공론의 한계에서 벗어나지 못한 이상주의 실패의 전형으로 기록할 것이다.
 
  자문위 대안의 한계와 문제점을 하나 더 덧붙인다. 현재 국회의원 선거제도는 준연동형 비례제에서 벗어나지 못하면 비례 위성정당 출현을 막을 수가 없다. 제도와 법은 단순하고 명쾌해야 한다. 현재의 제도는 만든 사람조차 헷갈릴 정도로 복잡하다. 복잡하게 만들어서 유권자의 바른 선택을 방해하려는 의도가 아니라면 반드시 수정해야 한다. 고치되 단순하고 명쾌하게 수정해야 한다.
 
 
  대타협의 길
 
  현재 자문위 세 대안의 구체적인 내용은 들여다볼수록 약삭빠르고 머리 좋은 정치 기술자의 준동 문제만 떠오른다. 정치 기술자의 두뇌 구조를 이해하지 못하니 그들이 만들어낼 정치 괴물의 구체적인 모습은 잘 모르겠다. 한층 더 진화한 비례 위성정당의 출현이나 위헌시비 등 정치 괴물의 탄생 가능성을 사전에 완벽하게 제거해야 한다. 자문위 대안의 한계와 문제점을 완벽하게 극복한 길을 우리는 ‘대타협’이라고 부른다.
 
  대타협은 단순하고 명쾌하다. 대타협의 길은 ▲현재 국회의원 정수 300명은 동결 ▲현재 비례대표제 폐지 ▲현재 253명의 지역구 국회의원과 47명의 비례대표의원 틀을 미세조정 ▲국회의원을 ‘인구대표’와 ‘지역대표’로 구분해 선출하는 것이다.
 
  자문위 대안의 핵심은 의원 정수 증원이다. 대타협의 길은 현재 300명의 의원 정수를 그대로 유지하면서 논의를 시작하기 때문에 의원 정수 논란에 종지부를 찍는다. 대타협의 길은 한국 정치의 두 가지 치명적인 문제점, 즉 표의 등가성과 비례제 문제를 해결해준다. 또한 이는 헌법을 개정하지 않아 단원제의 테두리 안에 있지만 사실상 ‘양원제(兩院制)’를 도입하는 것과 같다. 이를 실현하는 인구대표와 지역대표 국회의원에 대해서는 상세한 설명이 필요하다.
 
  우선 지역대표 국회의원 선출은 현재의 비례대표제를 폐지하는 것이 그 출발이다. 대신에 현재 47명의 비례대표 국회의원을 1명 증원하여 48명의 지역대표를 대선거구제로 선출한다. 이 경우 48명의 지역대표 국회의원은 지역 대표성을 강조하고, 특히 인구가 적은 지방의 대표성을 강화하게 된다. 우리는 이미 1960년 7월 참의원 선거에서 이와 비슷한 경험을 축적했다. 이 역사와 경험을 되살리면 우리 현실에 맞는 지역대표를 선출할 수 있다.
 
  이와 관련 비례대표제 폐지 반대론의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헌법 조항과 관련된 것이고 다른 하나는 현실적인 이유다.
 
  먼저 헌법 해석과 관련 우리 헌법은 제41조 3항에 “국회의원의 선거구와 비례대표제 기타 선거에 관한 사항은 법률로 정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 조항이 비례대표제 폐지 불가의 헌법적 근거이다. 그러나 이 조항 어디에도 비례대표제 폐지는 불가하다고 해석할 수 있는 부분은 없다. 비례대표 선출은 법률로 정하면 된다. 현재의 비례대표제를 발전시키는 지역대표를 법률로 규정하면 헌법적으로 문제가 없다.
 
  또 다른, 비례대표제 폐지 불가의 이유는 여성 국회의원 등용을 위해서 비례대표제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러나 국민이 직접 선출하지 않은 비례대표 여성 국회의원의 의정 활동 성적표 역시 기대 이하이다. 오히려 여성의 국회 진출을 장려하려면 지역대표 선출에 여성 몫을 강제 할당하는 방식이 더 민주적이고 소망스럽다.
 
 
  지역대표가 상원 역할
 
  지역대표 선출 기준은 ▲인구와는 무관 ▲현재 17개 광역자치단체를 기준 ▲광역자치단체별로 3석의 지역대표를 기준 ▲16개 광역자치단체 선거구(세종시 제외)는 최소한 한 명의 여성을 지역대표로 선출 ▲지역의 특수성을 감안하여 제주와 세종은 정수 조정이다.
 
  이 기준에 따르면 17개 광역자치단체 중 제주와 세종을 제외한 15개 광역자치단체별로 3석의 지역대표를 선출한다. 그리고 지역의 특수성을 반영하여 제주와 세종은 각각 2석, 1석의 지역대표를 선출하여 총 48석의 지역대표를 안분해 선출하게 된다.
 
  선출 기준에 따르면 여성 지역대표는 최소한 16명이다. 결국 전체 지역대표의 3분의 1 이상을 여성이 차지하게 되는데 이를 국민이 직접 선출하는 게 특이점이기도 하다. 이렇게 되면 3선 이상의 인지도가 높은 후보는 지역대표로 출마할 가능성이 커진다. 정치적 경륜이 높고 많은 의정 경험을 쌓은 인사들이 지역을 대표하는 의원으로 활동하면서 지역대표가 사실상 상원 역할을 하게 될 것이다.
 

  인구대표 국회의원 선출 기준은 단순하고 명쾌하다. 그 기준은 첫째, 표의 등가성 확보를 위해 철저하게 데이터에 기반, 둘째 현재의 지역구 의원 수를 253석에서 1석 줄여 252석의 단순 소선거구제로 인구대표를 선출하는 것이다.
 
  우선 인구대표 국회의원을 선출하는 절대 원칙은 표의 등가성이다. 표의 등가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1인 1표(one man one vote) 원칙에 따라 선거구를 획정하면 된다. 이를 철저하게 준수하면 인구가 많은 수도권을 중심으로 도시의 대표성은 높아진다. 인구대표 중 많은 의원이 도시 기반 인구대표로 선출될 것이다. 인구대표는 정치 신인의 등용문 역할을 할 수 있으며 실질적으로 하원 역할을 하게 된다.
 
 
  지방-중앙정치 유기적 연결
 
  252개의 인구대표 의석은 매 5년 인구 조사에 의해 결정되며 인구에 따라 17개 광역자치단체 선거구에 의석을 배분한다. 인구대표 산출 방식은 우선 전체 인구를 252석(인구대표 국회의원 정수)으로 나누어 인구대표 국회의원 1인이 대표하는 유권자 수(2023년 2월 기준 20만4053명)를 산출한다. 이 숫자를 잣대로 17개 광역자치단체 의회가 각자 선거구를 획정한다. [표 1]은 인구대표를 산출하는 구체적인 데이터를 정리한 것이다.
 
  [표]에서 보여주듯이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5년마다 인구주택총조사의 인구에 따라 17개 광역자치단체 의회에 광역자치단체별 인구대표 국회의원 의석 숫자를 통보한다. 이 숫자를 통보받은 광역자치단체 의회는 다수당을 중심으로 선거구획정위원회를 구성하여 선거구를 획정한다. 이 경우 광역자치단체 의회 다수당의 횡포에 의한 ‘게리맨더링’ 문제가 불거질 수는 있으나, 이것은 지방정치가 무르익어가는 성장통(成長痛)으로 봐야 한다. 특히 우리의 경우는 미국과 달리 흑인 등의 유색인종을 대표하는 국회의원의 선출을 방지하기 위한 게리맨더링이 발생하지는 않는다. 오히려 광역자치단체 의회의 중요성이 커지고 광역자치단체 의회가 중앙정치와 밀접하게 연결될수록 지방정치가 국민의 주목을 받게 될 것이고 국민의 선택 또한 더욱 정교해질 것이다.
 
  이 제도는 인구대표 국회의원을 선출하는 선거구 획정권을 광역자치단체 의회에 부여한다. 즉 국회나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서 선거구를 획정하는 것이 아니라 17개 광역자치단체 의회가 각자 구성한 ‘선거구획정위원회’에서 기계적으로 선거구를 획정하는 것이다. 이와 비슷한 사례로 미국의 경우 주(州)의회가 연방정부 하원의원 선출 관련 선거구 획정권을 갖고 있다.
 
  이 제도가 안착하게 되면 각 정당은 선거구 획정 과정에서 주도권을 잡기 위해 치열하게 경쟁할 것이다. 17개 광역자치단체 의회에서 다수당의 위치를 확보하는 문제가 매우 중요한 정치 과정이 될 것이다. 중앙정치와 지방정치가 하나의 유기체로 움직이게 될 것이다. 지방정치의 영향력이 자연스럽게 강화되면서 나라 정치의 격(格) 또한 한 단계 올라갈 것이다.
 

 
  개헌 없이 양원제 효과
 
  인구대표와 지역대표 국회의원 선출을 시뮬레이션해보면 나라 정치에 대한 기대가 커진다.
 
  예컨대 서울의 경우 지역대표는 3석이지만 인구대표는 46석이 된다. 막연하게 우리가 알고 있던 서울은 현재의 인구에 비해 상대적으로 많은 국회의원(현재 49석)을 갖고 있다. 67석의 인구대표 국회의원을 선출하는 경기도는 현재 상대적으로 적은 국회의원(현재 59석)을 갖고 있다. [표 1]을 자세히 볼수록 현재의 국회의원 선출제가 유권자 표의 등가성을 심각히 훼손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물론 제주, 세종, 경남, 경북 등 많은 지역은 현재의 국회의원과 같은 수의 인구대표 국회의원을 갖게 된다.
 
  이러한 사정은 미국도 마찬가지다. 인구가 많은 캘리포니아주는 하원 52석에 상원 2석이고 인구가 적은 노스다코타주, 델라웨어주, 버몬트주, 사우스다코타주, 알래스카주, 와이오밍주 등은 하원 1석에 상원 2석이다(이에 대한 보다 자세한 이해는 앞의 [표] 인구대표 국회의원 수 참조).
 
  대타협의 길이 연착륙되면 우리는 표의 등가성 문제를 완벽하게 해결하면서 지역을 대표하는 국회의원도 갖게 된다. 지방정치의 역동성도 꿈꾸게 된다. 아울러 인구 데이터라는 과학을 기반으로 사회적 합의와 공론화 과정을 민주적으로 거치면 국회의원 정수의 삭감이 가능해진다. 반대로 252명의 인구대표 국회의원이 기능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한다는 데이터가 생성되고 사회적 합의가 이루어진다면 증원 역시 이루어질 수 있다. 극단이 치열하게 대립하는 국회의원 정수 증원 논란은 누구도 반박할 수 없는 데이터를 기반으로 해결해야 한다.
 
  이상이 대타협의 핵심이다. 대타협은 인구대표 소선거구 의원과 지역대표 광역선거구 의원으로 구성된다. 헌법을 개정하지 않고 단원제 안에서도 양원제를 실시하는 효과가 있다. 인구대표와 지역대표로 나누어 국회의원을 선출하면 비례성, 대표성, 표의 등가성 등 산적한 문제들을 일거에 해소할 수 있다. 궁극적으로 도시와 지방, 그리고 중앙정치와 지방정치의 대타협을 거치면서 나라 정치의 통합성이 크게 높아진다. 대타협은 지역갈등 해소와 양극화 극복에 도움이 되는 길이기도 하다. 단순한 숫자 늘리기가 아닌 대타협의 길은 따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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