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취재] 선거제도 개편 ‘찬반’ 난무 ‘빈손’으로 끝난 국회 全院委 : 월간조선

내년 4월 제22대 총선을 꼭 1년 앞두고 선거제도 개편 논의를 위한 국회 전원위원회(이하 전원위) 토론이 4월 10~13일 나흘에 걸쳐 열렸다. 헌정사상 선거제도를 주제로 전원위가 열린 것은 처음인 데다 여야 의원 100명이 참여하기로 한 만큼 정치권 안팎의 기대도 컸다. 난상토론에도 이렇다 할 결론은 나오지 않았지만, 원내 의견 개진과 토론의 장을 열었다는 의미가 있다.

국회 전원위란 특정 사안에 대해 국회의원 전원의 의견을 듣는 기구다. 여기서 전원은 모든 구성원, 즉 ‘全員’이 아니라, 국회의원 전체를 뜻하는 ‘全院’이다. 전원위는 2003~2004년 이라크 파병 및 파병 연장을 논의한 이후 19년 만에 열렸다. 국회가 전원위를 구성한 때는 지난 3월 30일로 위원장은 김영주 국회 부의장,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 간사는 김상훈 의원과 전재수 의원이 맡았다. 활동 기간은 2주간. 본격 토론은 10일 비례대표제, 11일 지역구, 12일 기타 쟁점, 13일 종합토론의 순서로 나흘간 진행됐다. 토론은 국회방송으로 생중계됐다.

19년 만에 국회 전원위가 소집된 것은 지난 21대 총선을 앞두고 탄생한 현행 선거법이 위성정당이라는 꼼수를 가져오는 등 기형적인 형태를 가진 ‘괴물’이었다는 점을 여야가 사실상 인정한 것이다. 나흘에 걸쳐 열린 전원위 토론을 현장에서 지켜본 결과는 “의도와 과정은 바람직했지만 결론은 아쉽다. 다만 민주주의의 발전은 기대할 만하다”였다.

全院委 안건 살펴보니

국회에서 19년 만에 전원위가 열린 것은 김진표 국회의장이 선거법 개편을 향한 강한 의지를 보였기 때문이다. 사진=뉴시스

전원위가 구성된 것은 김진표 국회의장이 22대 총선 전에 반드시 선거제도를 개편해야 한다는 강한 의지를 보였기 때문이다. 김 의장은 한 달여 전부터 국회의장 직속 헌법개정 및 정치제도 개선 자문위원회(이하 자문위)를 구성하고 대안을 마련하도록 했다. 자문위는 ▲지역구는 소선거구 다수(多數)대표제로 하고, 비례대표는 유권자의 정당 선택에 따라 전국 또는 권역별로 배분하는 방법 ▲지역구는 소선거구 다수대표제를 유지하면서 권역별로 준(準)연동형 비례제를 도입하는 방법 ▲지역구는 복합선거구(중대선거구와 소선거구)로, 비례대표는 권역별 개방형 명부 비례제로 개편하는 방법 등 3가지를 제시했다.

전원위에 앞서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이하 정개특위)는 전원위에서 토론하고 결정할 주제로 3가지 결의안을 내놓았다. ▲중대선거구제(도농복합형)+권역별 병립형 비례대표제 ▲소선거구제+권역별 준연동형 비례대표제 ▲개방명부식 대선거구제+전국 병립형 비례대표제다.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은 정개특위와 자문위가 내놓은 개편안 등을 기초로 토론을 준비했다. 주요 입장은 국민의힘의 경우 의원수 축소와 지역구 중대선거구제, 비례대표는 병립형 비례제도 채택이었다. 더불어민주당은 비례대표 확대와 의원 정수 확대, 지역구 소선거구제, 권역별 비례대표제를 주장했다. 애초 정개특위에서 여야가 내놓은 안은 의원 수를 늘리거나 현재 수에 고정하는 안이었지만,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가 의원 수 축소를 공언하면서 국민의힘 의원들도 이에 동조하고 나섰다.

차분한 분위기의 1일 차 토론

4월 10일 오후 2시 국회 본회의장에서 전원위 1차 토론이 시작됐다. 국회 본회의가 끝난 후 열렸고 토론 첫날인 만큼 의석은 대부분 차 있었다. 이날 발언한 의원은 더불어민주당 15명, 국민의힘 11명, 비교섭단체 2명 등 총 28명이었다.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은 비례대표 의석을 늘려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고, 국민의힘 의원들은 의원 수를 동결하거나 축소해야 한다는 취지로 발언했다. 여야의 입장이 정반대로 대치되는 분위기였지만 토론은 차분한 분위기에서 진행됐다. 의원들은 동료 의원들의 발언을 경청했고 상대 당 의원의 발언에 야유하는 일도 없었다.

첫 발언자로 나선 이탄희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으로 표기) 의원은 “선거구를 키워 의정 활동 단위를 키우고 실력 있는 정치인을 키워야 한다”고 했다.

최형두 국민의힘(이하 ‘국’으로 표기) 의원은 국민의 표심과 실제 의석 간의 괴리를 줄여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는 “21대 총선 당시 수도권에서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 득표율 차이가 12%포인트였는데 의석수는 민주당 104석, 국민의힘 17석으로 격차가 600%, 즉 6배에 달했다. 민주주의가 발달한 세계 어느 나라도 이런 경우는 없다”고 지적했다.

김영배 의원(민)과 윤호중 의원(민)은 비례대표 의석수를 늘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 의원은 소선거구의 폐해를 지적했다. 그는 “한 표만 이겨도 이기는 소선거구제 243석 위주의 승자독식 선거제도가 양극화 정치를 부추기고 선거에 올인하는 정치 투기꾼을 양산하고 있다. 비례대표 의석수를 최소 60석 이상 확보해야 한다”고 말했다. 윤 의원은 “비례 의원 비율은 최소한 의원 정수의 4분의 1인 75석은 돼야 한다. 지역구 의석수를 28석까지 줄일 필요가 있다”고 했다.

정개특위 소위원장인 조해진 의원(국)은 “지방 소멸 위기에 대응하고 지방의 정치적 대표성을 강화하기 위해 지방의원의 수를 보강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인구 기준인 현재 의석 분배 기준을 다양화해야 한다는 점도 덧붙였다. 이헌승 의원(국)은 “지역구는 소선거구제 유지, 비례대표는 현행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를 폐지하거나 개정해야 한다”고 했다.

심상정 정의당 의원은 비례대표를 확대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는 “국민의 정치적 의사가 100% 반영되는 정당명부 비례대표제가 최선이라고 보지만, 현행 제도보다 비례성과 대표성이 높아진다면 그 어떤 제도도 열어놓고 검토하겠다”고 했다. 이날 토론은 논란이나 의견대립 없이 조용히 마무리됐다.

소신발언 이어진 2일 차

토론 2일째인 4월 11일 오후, 전날과는 사뭇 다른 분위기가 연출됐다. 의원들이 더 강력하게 자신의 목소리를 높였다. 특히 여당 의원들이 비례대표제 폐지를 주장한 점이 눈길을 끌었다. 비례대표 확대 여부를 놓고 여야 난상토론이 예상됐던 가운데 여당 5선(選) 중진인 조경태 의원(국) 등이 비례대표 폐지라는 극단적인 방안을 내놓았다. 조 의원은 “G7(선진 7개국) 국가 중 반 이상은 비례대표가 존재하지 않는다”며 미국·영국·프랑스·캐나다 국회에 비례대표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어 비례대표 폐지를 국민의힘 당론으로 추진하겠다는 뜻도 밝혔다.

황보승희 의원(국)도 거들고 나섰다. 부산이 지역구인 황보 의원은 “소멸 위기에 내몰린 비수도권 지방 지역구를 살리려면 지역구 의석을 늘려야 하는데, 의원 정수를 늘리는 것은 국민 정서에 반하기 때문에 대신 비례대표를 폐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비례대표의 도입 취지는 좋았지만 지금은 불투명한 비례대표 선정 절차와 비례대표 의원들의 극단적인 표결 양상 등으로 국민 불신과 정치 양극화를 심화시켰다”고 지적했다.

당적이 다른 조응천 의원(민)도 비례대표제 폐지에 힘을 보탰다. 조 의원은 비례대표 의원이 여야 진영의 싸움을 촉발하는 수단이 됐다는 취지로 발언했다. 그는 “현행 비례대표 제도는 전문가나 정치적 소외계층의 목소리를 국회에서 반영하겠다는 본래의 취지와는 거리가 멀고 오히려 양대 진영의 전사를 양성하는 수단으로 전락했다”고 했다.

반면 민주당 소속 의원들은 각론상 일부 차이를 보였지만 전반적으로 비례대표를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의원 정수를 늘릴 수 없다면 지역구 의석수를 줄이고 비례대표를 늘려야 한다는 취지의 발언이 이어졌다.

한편 전원위 토론 이틀째에 접어들면서 국회방송과 유튜브 생방송이 이어져서인지 이날 의원들의 분위기도 다소 변화가 있었다. 전원위에 참여하는 한 여당 의원 보좌관은 “전원위 토론 자료를 원론적이며 당론에 맞추는 차원에서 준비했었는데 지난 6일 김기현 대표의 의석 정수 축소 발언 후 자료를 전체적으로 다시 검토하고 바꿔야 했다”고 토로했다. 이 얘기는 다음 날 현실로 나타났다.

3일 차, 여야 견제와 신경전 벌어져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가운데)는 전원위를 일주일여 앞둔 시점에서 “국회의원 수를 줄여야 한다”고 발언했다. 사진=뉴시스

사흘째인 12일 토론에서는 국민의힘 9명, 더불어민주당 13명, 비교섭단체 2명 등 총 24명의 의원이 참여했고 외부 전문가들도 토론에 가세했다. 외부 전문가는 여야에서 추천한 김형철 성공회대 교수, 박명호 동국대 교수, 이현출 건국대 교수, 지병근 조선대 교수 등이었다. 국회 본회의장에 교수들이 들어온 것은 이례적으로, 국회법에 따르면 본회의장에는 의원과 국무위원, 그 외 의장이 허가하는 사람만 출입할 수 있다. 전원위 여야 간사가 “전문가가 토론에 참여할 필요가 있다”고 합의한 결과다.

전날까지 침착하게 토론에 임했던 여야는 이날 서로를 강하게 견제하기 시작했다. 더욱 활기를 띠었다고 봐도 무방했다. 전원위 개최 전까지 여야 관계자들은 비례대표 축소 또는 확대 여부, 의원 정족수 확대 여부 등에 대해 심도 있는 논의를 가진 바 있다. 정개특위와 자문위에서는 비례성과 대표성 확대를 위해 국회의원 정수 확대가 불가피하다는 의견이 계속 나왔다. 다만 여론의 반대가 예상되면서 의원 정수를 고정하고 늘리더라도 비례대표 일부만 늘리는 안이 여야 의원들의 합의하에 채택됐다.

그런데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가 전원위 토론 시작 며칠 전인 4월 6일 “전원위 논의에서 의원수 감축을 논의해야 한다”며 “최소 30석 이상 줄일 수 있다고 본다”고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면서 국민의힘 분위기가 바뀌었다. 김 대표는 “국회에 대한 신뢰가 회복되지 않고 있는 마당에 신뢰 회복을 위한 특권 내려놓기조차 없이 선거 제도만 개편하자는 것은 국민에 대한 예의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취지를 밝혔다. 사실상 의원들을 향한 ‘오더’인 셈이다.

이에 따라 이날 전원위에서 여당 의원들은 김기현 대표의 입장에 동조하는 발언을 했다. 안병길 의원(국)은 “고물가·고금리·고환율 삼중고 시대에 국회도 의석수에 연연하지 말고 과감하게 의석수를 줄여보자”고 했다. 박영호 의원(국)도 “다수 국민의 입장은 의원 정수를 줄이자는 것이고, 현재 나와 있는 안 중 합리적인 것은 도농복합형 중선거구제”라고 발언했다. 다른 여당 의원들도 김 대표의 취지에 따라 발언했다. 전날 여당 모 보좌관으로부터 들었던 얘기가 맞았던 것이다.

안철수 “의원 개인의 의견이 무질서하게 쏟아지고 있다”

19년 만에 열린 국회 전원위에는 정치학 교수 등 전문가들도 참여했다. 사진=뉴시스

이런 여당 의원들의 발언이 이어지자 야당에서 비판의 목소리가 높아졌다. 김경협 의원(민)은 “국회 정개특위가 치열한 논의 끝에 결의안을 합의했고 전원위에서 심사를 진행하고 있는데, 여당 대표가 국회의원 정수 10% 감축을 제안하자 소속 의원들은 소중한 질의 토론 시간에 정수 축소만 외치고 현 정치의 문제를 모두 남 탓으로 돌리며 정쟁으로 몰아가고 있다”고 비판했다.

입장이 다소 바뀐 여당 의원들에 비해 야당 의원들은 애초 준비한 대로 발언을 이어갔다. 대부분 권역별 비례대표제 도입을 언급했다.

맹성규 의원(민)은 “모든 것을 바꿀 수 없다면 우선 다양성과 비례성, 지역주의 완화라는 난제부터 해결할 수 있는 연동형, 권역별 비례대표제 도입부터 시작해야 한다”고 했다. 위성곤 의원(민)도 “지역주의 타파, 비례성 강화, 지역 소멸 방지의 원칙하에 지역 대표성 강화가 보장된 권역별 연동형 비례대표를 도입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최인호 의원(민) 역시 권역별 비례대표를 강조하며 “이 제도는 지금보다 사표를 많이 줄여서 비례성을 높이고 지역주의가 상당히 해소되며 소수당도 의미 있는 의석을 획득해서 국회의 다양성도 확보가 가능한 안”이라고 했다. 문진석 의원(민)은 “여러 현실적인 문제들을 감안해서 이번 선거제 개편은 현재 시행되고 있는 소선거구제의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 현재 지역구 의석을 줄여서 지역구 의석과 비례대표 의석 비율을 최소 4대 1로는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다만 발언자로 나선 의원들의 의욕은 높았지만 출석률이 점점 줄어 토론의 효과가 크지 않았다는 지적이 나왔다. 안철수 의원(국)은 “의원 개인의 의견이 무질서하게 쏟아지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의원들 스스로 기대가 없고 국민의 호응도 없다. 이래서 회의 참석률이 점점 저조해지는 것은 당연한 결과”라고 했다. 안 의원은 “토론 절차를 효율화하고 표결도 실질화해 본회의까지 이어가도록 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토론 마지막 날, 결론은 없었지만…

토론 마지막 날인 13일에는 주목할 만한 발언이 있었다. 이원욱 의원(민)이 현행 선거법, 즉 준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에 대해 사과했다. 현행 선거법은 21대 총선을 앞두고 있던 2019년 원내 다수당인 더불어민주당이 자유한국당(현 국민의힘)과 협의 없이 자유한국당을 제외한 다른 당과 함께 일방적으로 통과시킨 것이다. 이 선거법은 위성정당이라는 양대 정당의 꼼수를 가져왔고 계속 비난을 받은 바 있다. 이 의원은 “당시 원내수석부대표로서 큰 책임을 져야 할 사람으로, 이 자리를 빌려 국민 여러분께 사과드리겠다”며 고개를 숙였다.

이 밖에 의원들의 발언은 지난 사흘간 벌어진 토론 내용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국민의힘 의원들은 김기현 대표가 주장한 의원 정수 축소 주장을 그대로 이어갔다.

이헌승 의원(국)은 “비례대표 의석은 폐지하거나 줄여야 한다”고 했고, 박수영 의원(국)은 “국민 70%가 국회의원 정수를 줄여야 한다는 여론조사가 있고, 국민은 의원 수가 늘어나는 것을 바라지 않는다. 현재 300석의 10%라도 줄여보자”고 했다.

야당의 반응은 곱지 않았다. 박상혁 의원(민)은 “여당이 지지율 하락의 위기를 만회해보려는 꼼수”라고 비판하기도 했다.

이날 막을 내린 전원위원회는 해결책을 도출해내지는 못했지만 토론의 장을 가졌다는 데 의미가 있었다. 조해진 정개특위 소위원장(국)은 전원위 종료 다음 날인 14일 오전 한 라디오 프로그램과의 인터뷰에서 “의원들이 차분하게 자기 생각을 말하고 서로 경청하는 자리였다. 12년째 국회의원을 하면서 국회에서 이런 장면은 처음 본다”고 했다. 전원위 회장을 맡았던 김영주 국회 부의장(민)은 전원위 마무리 발언을 통해 “다소 생소하고 낯선 방식이었음에도 의원들의 참여도가 매우 높았고 경청해준 의원들의 열기는 그 어느 회의보다 뜨거웠다”며 “정당과 정파의 이해에만 머물러 있던 선거제도 개편을 공개적인 자리에서 다 함께 논의했다는 것에 큰 의의가 있었다”고 밝혔다.

김진표 국회의장도 “구체적 대안에 대해서는 다양한 의견이 있었지만 비례성과 대표성을 강화하고 지역 소멸에 대응하며, 지역주의를 완화하자는 것에 대해서는 큰 흐름에서 공감대가 형성됐다고 생각한다”고 평했다.

다만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는 비판은 피할 수 없었다. 한 의원은 “자신이 준비한 것을 일방적으로 발표하는 자리였고, 현실적으로 토론이 이뤄질 순 없었다”고 했다. 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은 “나흘간 (전원위를) 지켜보며 자괴감만 들었다. 남는 것 없는 말잔치로 끝났고, 전원위는 실패했다”고 비판했다.

“현행 제도라면 70%가 수도권·광역시 국회의원으로만 채워져”

전원위가 명확한 결론을 얻은 것은 아니지만 여야가 입장을 함께한 사안도 있었다.

현행 선거제도가 수도권·도시를 대표하는 데 집중돼 있어 농촌·산촌·어촌 등 비수도권의 발전을 저해해 국토 전체의 균형발전을 가로막고 있다는 데는 여야가 한목소리로 지적했다.

김형동 의원(국)은 “현행 선거구가 지나치게 인구에 따르고 있다. 비수도권 의원 정수가 줄어들며 대표성이 약화되고 지역발전이 안 되면서 인구 유입이 안 되는 악순환의 연속”이라고 했다. 신정훈 의원(민)도 “인구 대표성이 지나치게 강조돼 농·산·어촌의 대표성은 현저히 약화됐고 국회의 의사 결정도 수도권 중심으로 편향돼 있다. 지역균형 의석 배분을 통해 소멸 예상 지역에 대한 특례를 제공해야 한다”고 했다.

소병철 의원(민)은 “현행 제도라면 70%가 수도권·광역시 국회의원으로만 채워지는데 이러면 대한민국의 미래는 어디 있느냐”고 했다.

석패율제는 선거제 개편 때마다 나오는데 이번 토론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지역구에서 아깝게 낙선한 후보를 비례대표로 당선시키는 방법이다. 정운천 의원(국)과 문정복 의원(민)은 지역색이 강한 영호남 지역에서 낙선하더라도 국회에 입성할 수 있는 제도를 마련해야 한다고 밝혔다.

총선 전 선거법 개정 가능할까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는 전원위에 앞서 3가지 선거법 개혁안을 제시했다. 사진=뉴시스

전원위 토론으로 다양한 의견이 개진됐지만 선거법을 바꾸는 과정은 순탄치 않을 전망이다.

거대 양당의 내부 의견도 확실하게 정리되지 않은 상황에서 여야를 아우르는 합의안을 도출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또 야당 의원들이 비례대표 확대와 의원 정수 확대를 주장하고 있지만, 정작 의원 세비 감축 등 특권 내려놓기 행동은 하지 않고 있다.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 모두 최대 과제는 차기 총선 승리다. 바람직한 개선방향보다 자신들이 승리할 수 있는 방향을 추구할 수밖에 없는 형편이다. 각 정당의 입장에 따른 셈법을 적용한다면 그 과정에서 이견 및 충돌은 불가피하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선거법 개정이 이뤄지더라도 지난 4·15 총선(2020년)에서 가장 큰 문제였던 위성정당을 생성할 수 있는 조항을 삭제하는 수준에 그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전문가들도 선거제도가 바뀌어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현실화 가능성에 대해서는 엇갈린다.

최진봉 성공회대 교수는 “선거제는 의원 개개인이 가진 이해관계가 달라 당내에서도 의견을 모으기 힘들고, 일부 변화는 있겠지만 전원위 결과로 결론이 나지는 않을 것”이라고 했다. 전원위에 전문가 자격으로 참석한 이현출 건국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국회의원들의 제도 개편 의지를 볼 수 있었다”며 “어떤 방식이든 제도 개선이라는 결과가 나올 것으로 본다”고 했다.

전원위 토론 결과는 정리된 후 정개특위로 넘어가고, 정개특위는 토론 내용을 바탕으로 최종적으로 선거제 개편안을 결정해 본회의로 넘기게 된다.

다만 의원들도, 전문가들도 이번 전원위 결과가 바로 선거법 개정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기대는 하지 않는 분위기다. 그러나 전원위의 의미는 분명히 있었다. 사상 최초의 선거법 관련 전원위라는 점, 정족수 3분의 1이 선거법 관련 입장을 정리하고 발표할 수 있었다는 점은 이번 전원위 개최의 성과라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