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미애, 김봉현 옥중 편지에 ‘수사지휘권’ 발동… 증권범죄합수단 해체
⊙ 수사당국, ‘민노총 집회 조정·통제 실세 A씨(라임 카지노 실권자)’ 內査
⊙ 캄보디아 투자 후 ‘회수 불능’ 1200억원… 수상한 中 기업으로
⊙ 미국으로 간 뒤 증발한 IIG 대출금 2438억원의 종착지는?
⊙ 사라진 1조6679억원, 길목마다 등장하는 親文 인사들
⊙ 베일에 싸인 라임의 ‘비공개 펀드’들… 계좌주와 가입자 드러나나
⊙ 수사당국, ‘민노총 집회 조정·통제 실세 A씨(라임 카지노 실권자)’ 內査
⊙ 캄보디아 투자 후 ‘회수 불능’ 1200억원… 수상한 中 기업으로
⊙ 미국으로 간 뒤 증발한 IIG 대출금 2438억원의 종착지는?
⊙ 사라진 1조6679억원, 길목마다 등장하는 親文 인사들
⊙ 베일에 싸인 라임의 ‘비공개 펀드’들… 계좌주와 가입자 드러나나
-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은 지난 2020년 1월 라임 사태 직후 증권범죄합동수사단을 해체했다. 사진은 그해 3월 국회 법사위원회 전체회의. 사진=조선DB
민주당에 ‘이재명의 사법 리스크’뿐 아니라 또 하나의 악재가 덮쳤다는 말이 나온다. ‘라임 리스크’다. 추미애 전 법무장관의 합동수사본부 해체로 답보 상태였던 라임자산운용(라임) 사태를 이번 정권에서 다시 들여다보는 것으로 알려졌다. ‘권력형 비리’라는 말만 무성했던 사건의 실마리가 풀릴지 주목된다.
라임 사태의 실상이 본격적으로 드러난 건 2019년 12월경이다. 당초 라임 수사는 ‘여의도 저승사자’로 불리던 서울 남부지검 증권범죄합동수사단(합수단)이 담당했다. 그러나 다음 달인 2020년 1월 추미애 당시 법무장관은 합수단을 해체한다는 골자의 직제개편안을 발표했다. 일부 검사들은 ‘금융비리 사건 수사가 사실상 불가능해진다’고 반발했지만 문재인 정부는 ‘검찰개혁’을 앞세워 이를 강행했다.
검찰과 금융당국에 따르면 이렇게 덮은 라임 사건을 이번 정권에서 본격적으로 수사할 것으로 보인다. 한동훈 법무장관은 지난해 10월 개정 시행령을 통해 검찰 직접 수사 기능을 회복하고, 자본시장 범죄 수사 인력과 부서를 인사·파견·재배치 등을 통해 증설했다. 대검찰청은 금감원을 포함한 사정기관 소속 특사경과 수차례 회의를 열고 연계를 강화했다.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부활하거나 신설된 서울남부지검합수단·서울북부지검합수단 등과 금융당국 간 연계도 강화할 방침이다. 라임 관련자들의 녹취록, 재판, 수사기록과 취재를 통해 문재인 정권의 ‘권력형 비리’ 의혹을 추적해 봤다.
어떻게 그리 많은 펀드가 팔렸을까
라임의 돈은 대부분 문재인 정부 시절인 2017~2019년 움직였다. 보유자금 중 약 절반이 들어온 시기며, 공격적인 투자도 이때 이뤄졌다. 2017년 5월부터 펀드 수익금과 총수익스와프(TRS) 대출자금을 활용해 해외 무역금융 펀드와 장외기업 전환사채(CB) 등에 편법 투자하면서 부실이 터졌다. 결국 2019년 말 1조6679억원 규모의 환매 중단이 발생했다. 개인투자자 4035명과 법인 581곳이 피해를 입었다.
지난 2012년 투자자문사로 사업을 시작한 라임은 2015년 전문 사모운용사로 전환했다. 초기 자본금 338억원이었던 라임의 수탁고(受託高)는 2019년 7월 6조원을 찍고 단숨에 국내 1위 사모펀드운용사가 됐다.
라임은 펀드를 조금이라도 더 많이 팔기 위해 모자(母子) 펀드 구조를 도입했다. 유동성이 부족해 폐쇄형으로 만들 수밖에 없었던 대형 펀드를 모펀드로 하고, 그 모펀드에 투자하는 구조로 자펀드를 만들어 6개월 만기로 팔았다.
모펀드는 총 4개다. 국내 사모사채에 주로 투자한 ‘플루토 FI D-1호’, 국내 메자닌 채권에 주로 투자한 ‘테티스 2호’, 해외 무역금융 자산에 투자한 ‘플루토 TF-1호’, 무역금융 펀드 ‘크레딧인슈어드 1호’ 등이다. 이 아래 자펀드는 현재까지 드러난 것만 173개다.
당시는 제로금리 시대였다. ‘평균 연 8% 이상 수익률’ 조건을 내건 펀드는 날개 돋친 듯 팔렸다. 우리은행(3577억원), 신한금융투자(3248억원), 신한은행(2769억원), 대신증권(1076억원), 메리츠증권(949억원) 등 대형 금융사가 라임 펀드를 판매했다. TRS 대출도 대형 금융사로부터 받았다. 법조계 한 관계자는 “신생 운용사의 펀드가 어떻게 이렇게 많이 팔릴 수 있었는지, 그런 운용사가 대형 판매사와 긴밀하게 관계한 배경이 무엇인지 등도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고 했다.
피해를 입은 개인투자자들에게는 결국 은행, 증권사 등 펀드 판매사가 손실의 일정 부분을 물어줬다. 그래서 마치 일단락된 것처럼 보이지만, 가장 중요한 부분이 미결(未決) 상태다. 사라진 돈 1조6679억원의 행방이다.
캄보디아로 간 1279억원과 中 해군기지
이 중 1279억원은 캄보디아로 간 뒤 돌아오지 않았다. 지난 2018년 10월 라임은 캄보디아의 유니온디벨롭먼트그룹(UDG)이 시행하는 ‘캄보디아 코홍(Kohong) 복합리조트개발사업’에 1억 달러(1279억원) 규모의 자금을 대출해줬다. 모펀드인 ‘라임 플루토 FI D-1호’를 통해서다.
운용상 ‘편의’를 위해 라임의 ‘아바타 운용사’로 알려진 라움자산운용에 주문자위탁생산(OEM) 펀드 설정을 맡겼다. 이에 따라 ‘라움 ORED 하이일드 전문투자형 사모투자신탁 1호’가 홍콩 소재 특별목적회사(SPV) 위탈렌트(We Talent)에 투자하고, 이 SPV가 캄보디아 리조트 개발 사업에 필요한 토지사용권 확보 목적의 대출을 제공하는 구조가 됐다.
하지만 이후 만기가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금액은 상환되지 않았고, 결국 환매가 중단됐다. 라임의 실사(實査)를 담당한 삼일회계법인은 캄보디아 리조트 개발 사업에 투자된 1279억원에 대해 C등급으로 분류하고 ‘회수 불능’이라고 평가했다. 법인은 금융감독원에 제출한 보고서에서 “투자 대상(캄보디아 리조트)의 토지 면적과 지번 등이 확정되지 않은 점, 담보물이 토지의 소유권이 아닌 전차권인 점과 실질적 처분 가능성을 고려할 경우 회수 가능성은 불확실하다”고 했다. 또 “토지 전차권 매도인, 사모사채 연대보증인에 상환을 청구했으나 답변이 없다”라고도 했다.
라임의 캄보디아 리조트 요약투자설명서를 살펴보면, 이 프로젝트는 ‘캄보디아-중국 투자개발시범지구’의 일부로, “중국의 일대일로 전략의 동남아 지역 교통 허브인 캄보디아 칠성해(海) 개발 프로젝트(다라 사코르 프로젝트)”라고 돼 있다.
그런데 취재 결과 이 지역은 투자 시행 이듬해 미국과 중국의 군사분쟁에 휘말린 것으로 드러났다. 미국에서는 이 지역이 중국의 ‘해군기지’로 쓰일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지난 2019년 7월 19일 자 ‘블룸버그’는 “미국은 중국 해군기지가 될 수도 있는 이 거대한 동남아 휴양지를 두려워한다”는 기사를 통해 이 같은 사실을 보도했다.
미국 재무부는 지난 2020년 9월 다라 사코르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는 기업이자, 라임이 대출해준 회사인 UDG를 제재하겠다는 내용도 발표했다. UDG의 지분 100%는 중국 투자개발회사가 보유하고 있다.
美 재무부, “中, UDG 통해 戰力 확대 야망 키워”
미국 재무부 외국자산관리국(OFAC)은 지난 2020년 9월 15일 ‘캄보디아 주재 중국 법인 재무부 제재’라는 보도자료를 내고 “UDG는 이 땅을 ‘표면적으로’ 관광 개발용으로 사용하지만, 캄보디아 정부 대변인인 페이 시판(Phay Siphan)은 이 땅을 군사 자산 유치의 목적으로 전환할 수 있다고 발표했다”면서 “캄보디아에 영구적인 중국 군사 주둔은 지역 안정을 위협하고 분쟁의 평화적 해결, 해양 안전 및 안보 증진, 항해 및 비행의 자유를 제한한다”고 밝혔다.
이에 따르면 UDG는 개발 부지 확보를 위해 과거 부패에 연루돼 OFAC 경고를 받았던 캄보디아 고위 장성 쿤킴(Kun Kim)에게 거액의 자금을 주고 부대를 동원, 해당 지역에 살던 주민들의 집을 불태우는 등 비인도적인 방법으로 몰아내게 하기도 했다.
OFAC은 또 “중국은 UDG의 캄보디아 프로젝트를 통해 전 세계적으로 전력(戰力)을 확대하겠다는 야망을 한층 키우고 있다”면서 “UDG는 캄보디아인들을 그들의 땅에서 몰아내고 환경을 황폐화시켰다. 베이징의 ‘일대일로’ 계획이 늘 그렇듯, 캄보디아 사람들을 희생시키면서 중국에 불균형적인 이익을 줬다”고도 했다.
지난 2020년 9월 16일 마이크 폼페이오 당시 미 국무장관은 ‘로이터’와의 인터뷰에서 “‘다라 사코르 프로젝트’가 중국군을 주둔시키는 데 사용될 수 있다는 믿을 만한 보고들이 있다”며 “해당 프로젝트는 캄보디아 헌법을 위반할 뿐만 아니라 인도·태평양 지역의 안정을 위협할 수 있다”고 했다.
법조계 한 관계자는 “문재인 정부 시절 빠져나간 돈이 중국 기업으로 간 뒤 군사분쟁에 휘말린 것은 우연치고는 너무 절묘하다”고 했다.
이 같은 캄보디아 투자 펀드의 법률 검토를 맡은 건 법무법인 지평이다. 지평은 노무현 대통령 시절 법무장관이었던 강금실 변호사가 동료 변호사 10여 명과 설립한 곳이다. 라임은 투자자들에게 제공한 요약투자설명서에서 지평으로부터 법률 검토를 받은 사실을 거론하면서 “안정적인 자산 안전성을 확보했다”고 홍보했다.
한편 라임 관련자들의 판결문을 보면, 재판부는 캄보디아 건의 손실만 언급할 뿐 빼돌린 정황 등의 판단은 누락하고 있다.
라임 돈, 민노총 집회에 들어갔나?
1조6679억원 중 약 3500억원은 지난 2018년 라임의 부동산 시행사인 메트로폴리탄으로 흘러갔다. 그리고 메트로폴리탄 여러 계열사로 흩어진 뒤 대부분 증발했다. 김영홍 메트로폴리탄 회장(적색수배 중)은 그해 12월 이 중 약 300억원을 횡령한 후 필리핀 세부 막탄섬에 있는 이슬라리조트를 인수했다. 이 리조트의 법인은 건물과 토지, 운영권 및 스파권, 그리고 카지노까지 총 3개인데, 이 중 카지노 법인의 실권자는 A씨다.
민노총 간부 출신으로 알려진 A씨는 이 카지노로부터 현재까지 배당을 받고 있다는 등의 혐의로 검찰·경찰에 고소 및 고발된 상태다. 지난 2022년 10월 강원경찰청에서 춘천지검에 송치한 문건에서 A씨는 “부동산 개발업에 종사하는 사람으로서 2016년 8월경 이슬라카지노 인수자금을 명목으로 약 60억원을 투자해 카지노 지분 100%를 취득한 자”로 명시돼 있다. 복수의 카지노 업계 관계자들에 따르면 A씨는 이 60억원을 ‘불법 스포츠 토토’ 대부로 알려진 수원 남문파 조모씨를 통해 받았다고 한다. 수원 남문파는 경기도 최대 폭력 조직으로 김만배가 대장동의 현장관리를 맡긴 곳이기도 하다.
A씨는 김영홍이 2018년 12월 이슬라리조트를 인수한 이후에도 카지노 지분을 보유, 현재까지 실질적 권한을 행사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국내 카지노 대부 격인 한 인사는 “최근 A씨 측으로부터 이슬라카지노 매각 제안이 들어온 일이 있다”면서 “매각에 직접 관여한다는 것은 아직도 상당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는 뜻”이라고 했다.
수사기관 또한 이슬라카지노의 지분은 100% ‘더미(dummy·바지사장)’이기 때문에 주주명부에 이름은 없지만, 주변인의 진술과 증거자료 등을 통해 A씨의 지분을 인정하고 있다. 실제로 검찰 송치 문건에는 “A씨는 이슬라리조트 카지노와의 관계성을 부인했지만, 이는 거짓진술”이라고 명시하고 있다.
이 카지노에서 한국으로 온라인카지노를 불법 송출, 차명계좌를 통해 들어오는 수익금은 매년 약 250억원으로 추산된다. A씨가 지분을 획득한 2016년부터 현재까지 수익금은 1000억원이 훨씬 넘는다는 계산이다.
라임 카지노 실권자, 민노총 막후 실세
라임 돈이 들어간 필리핀 리조트 카지노의 실권자인 A씨는 2022년 대선 당시 이재명 후보의 거대 외곽 조직인 민주평화광장 산하 금융 관련 위원회에서 집행위원장을 맡기도 했다. 과거 A씨와 가까이 지냈다는 한 사업가는 “‘민노총 간부 출신’임을 내세워 민노총에 대한 각종 납품 건으로 ‘슈킹[집금(集金)의 일본식 발음]’해 자금을 모았으며, 주로 민주당 라인을 타고 움직인 인물”이라고 말했다. 전북 지역의 조폭 B씨는 “좋게 말하면 친북(親北), 소위 말해 간첩 집안에서 태어나 어릴 때부터 노동운동을 한 인물”이라면서 “A씨의 부인은 전화 한 통으로 박원순 전 서울시장과 뭐든지 협의하는 사이였다”고도 주장했다.
A씨는 현재 부동산 사업뿐만 아니라 비상장회사 투자, 자산운용사, M&A 사업에도 관여하며 막대한 자금을 운용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그가 운영하는 사업체 중에는 김영홍 메트로폴리탄 회장의 가족과 연관된 곳도 있다. 코스닥 상장사 ‘L기술투자’는 김영홍의 둘째 동생이 사내이사고, 셋째 동생이 감사(監事)로 있는 곳이다. 이 회사의 ‘대주주에 대한 신용 공여 현황’에 따르면 ‘L기술투자’는 A씨가 회장으로 있는 J사(社)에 2022년 4월자로 200억원을 출자해줬다. 라임과의 연결고리가 명백한 셈이다.
이 가운데 수사당국은 최근 A씨가 민노총 노동쟁위에 불법 개입한 정황도 들여다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당국 소식통은 “A씨가 대기업 노동쟁의에 개입해 노조 시위를 조율하며, 민노총 및 각종 진보단체 집회 시 필요 자금 공급 역할을 하고 있다는 증언이 있었다”면서 “특히 지난해 10~11월경 등 대규모 반정부 시위에 앞서 A씨 측이 주변인들에게 이를 예고한 것, 강원도 소재 A씨의 별장에 이해찬 전 민주당 대표가 종종 들른다는 점 등 여러 정황을 바탕으로 A씨가 민노총을 배후에서 조종하는 막후 실세일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내사 중”이라고 했다. 당국은 또 A씨를 1962년생, 사노맹 출신으로 파악하고 있다.
정식 수사를 통해 이 내용이 사실로 밝혀진다면, 라임 돈이 민노총의 대규모 집회에도 쓰였을 수 있다는 얘기가 된다.
미국으로 간 2438억원의 종착지는
2438억원은 미국으로 간 뒤 종적을 감췄다. 지난 2017년 5월 라임의 해외 무역금융펀드인 ‘플루토 TF-1호’는 자산 약 6000억원 가운데 40%에 해당하는 2438억원을 미국 사모펀드인 인터내셔널 인베스트먼트그룹(IIG)에 투자했다. 펀드 자산 6000억원은 개인 고객 투자금(2436억원)과 신한금융투자에서 받은 대출금(3500억여원) 등을 합친 금액이다.
회수 불능은 예견된 일이었다. 라임이 투자할 당시 IIG는 이미 부실기업이었기 때문이다. 결국 2019년 11월 미국 증권관리위원회(SEC)는 증권사기 혐의로 IIG 등록을 취소하고 펀드 자산을 동결했다.
라임 측은 “우리도 IIG에 사기를 당한 것”이라 주장하지만, 2019년 11월 SEC의 IIG 기소장에 따르면 IIG는 이미 2007년부터 돌려 막기로 근근이 버티는 회사였다. 라임 피해자들은 “수천억원 투자 대상 기업의 건전성을 살피지도 않았다는 건 말이 안 된다”고 했다.
기소장을 보면 SEC는 IIG가 한국에서 돈을 끌어오기 직전에 빼돌릴 창구를 만들어놨다는 점에 주목했다. 라임이 2438억원을 입금하기 직전에 IIG는 ‘파나마론(Panama Loans)’이라는 상품과 함께 유령회사들을 만들어놨다. 돈이 들어오면 곧바로 유령회사들에 흘러가게끔 하는 구조였다. 2438억원의 ‘용도’가 처음부터 정해져 있었다는 얘기다. 기소장에는 IIG에서 돈을 빼돌리는 데 관여한 직원도 비실명으로 등장한다. ‘직원-1(Employee-1)’인데, 이 직원의 변호사가 법원에 제출한 요청서에는 “‘직원-1’이 수사에 협조했으니 수사 자료에 이 직원의 신원을 노출하지 말아달라”고 요청한 구절이 있다. 미국 수사당국은 ‘직원-1’ 등의 도움으로 2438억원의 행방을 파악했을 가능성이 크다는 의미다.
지난해 6월 29일 한동훈 법무부 장관의 미국 출장이 라임과 연관된 것이 아니냐는 얘기는 이래서 나왔다. 한 장관은 이 출장 중 미국 내 증권·금융범죄 수사의 최전선인 뉴욕남부연방검찰청을 방문했는데, 이는 당초 방미 일정에 없던 것이었다. 출장 이후 법무부 측은 “라임 포함, 각종 금융 범죄에 대한 양국의 공조수사 등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고 밝혔다. 한 장관의 방미로 한미 공조 수사 가능성이 높아 보이는 부분은 라임의 해외자금 은닉 의혹 수사다. 라임 피해자들은 “조만간 증발한 돈의 실체를 파악할 수 있을 것”이라 기대했다.
쌍방울과 라임… 광범위한 차명계좌들
해외로 나간 돈이 증발하는 동안 라임은 한국에서 부지런히 코스닥 기업들의 전환사채(CB)를 편법 거래했다. 라임은 CB 거래에 대형 증권사들과 파생계약을 맺어 증권사 명의로 수십 개 코스닥 기업 CB를 펀드에 편입한 뒤 장외에서 사고팔았다.
라임의 이 같은 CB 거래는 지난 2018년부터 시작됐다. 첫 타깃은 ‘파티게임즈’였다. 2018년 3월 파티게임즈가 감사의견 거절로 상장폐지되면서 400억원이 휴지 조각이 됐는데, 라임은 일주일 뒤 400억원 규모 신주인수권부사채(BW)를 대형 증권사를 통해 메트로폴리탄 관계사에 넘겼고, 메트로폴리탄 관계사는 이를 권면총액 수준으로 사 갔다. 이후 폴루스바이오팜, 바이오빌의 CB 매입도 같은 식이었다. 이득이 나면 두는 거고, 손실이 나면 다른 회사 이름으로 돌려 막기를 한 것이다.
파티게임즈는 김성태 전 쌍방울 회장과도 연관이 있는 곳이다. 딜로이트 안진회계법인의 ‘파티게임즈 포렌식 조사보고서’에는 ‘모다-파티게임즈’ 주가조작 사건의 핵심 인물인 구모씨와 쌍방울의 관계가 나온다. ‘기업사냥꾼’으로 알려진 구모씨 측의 페이퍼컴퍼니인 (주)대신에셋파트너스는 2017년 6월 쌍방울 자회사 그릿에이를 인수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그러나 잔금을 지불하지 못했고 계약 이행을 위해 쌍방울과 40억원의 금전소비대차계약을 추가로 맺었다. 구씨는 이마저도 상환일을 지키지 못했는데, 쌍방울이 페이퍼컴퍼니에 불과한 대신에셋파트너스에 40억원을 빌려준 뒤 연체되는 상황에서 연대보증인으로 선 게 파티게임즈다.
김성태 전 회장은 이종필 라임 전 부사장에게 ‘라임 브로커’ 엄모씨를 소개해주기도 했다. 엄씨는 2020년 10월 이종필로부터 금전을 수수하고 금융감독원에 라임과 관련해 로비를 시도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져 징역 1년 6개월을 선고받았다. 엄씨의 1심 판결문에는 ‘쌍방울 회장 김성태를 통해 이종필을 소개받은 뒤 이씨의 부탁으로 현금을 수수해 범행을 저질렀다’는 내용이 나온다. 한편 현재 김 전 회장은 지난 2018~2019년 중국으로 640만 달러(약 84억원)를 밀반출해 북한에 건넸다는 ‘대북 송금’ 혐의로 수사를 받고 있다.
라임의 한계기업 CB 거래는 이 밖에도 적지 않다. 관련된 코스닥 기업이 파악된 것만 30곳이 넘는다. 이 과정에서 누군가는 이득을 얻었고, 누군가는 피해를 봤다. 부장검사 출신 한 변호사는 “부정부패, 부정이득의 실마리를 찾으려면 광범위한 차명계좌들을 추적해야 하는데, 2020년 합수단 폐지 이후 그 기능이 막혀 있었다”고 했다.
라임 연루 민주당 인사들
지난해 11월 대법원 판결에서 징역 20년형을 선고받은 이종필 라임 전 부사장의 녹취록에는 이런 얘기가 나온다. 라임 펀드 판매사 중 하나였던 모 증권사 팀장이 이종필에게 “(금감원에서) 인터불스도 물어보던데, 그건 딜 소싱(타깃 기업을 찾은 후 투자 후보를 선별하는 작업)을 어떻게 했다고 해야 할까요?”라고 묻자 이종필은 “아, 인터불스는 진짜 애매하다. 뭐라 그래야 돼, 진짜? 저쪽에서 한 거니까…. 애매하네”라고 답한다.
이종필과 공모한 혐의로 재판을 받았던 이 팀장은 라임 자금의 흐름을 잘 알고 있는 인물 중 하나다. 또 다른 녹취록에 따르면 이 팀장은 이후 지인과 만난 자리에서 “이종필이 말한 ‘저쪽’은 청와대를 의미한다”며 “(추미애가) 어떻게든 육탄방어를 했지만, 라임의 돈이 (문재인 정부 당시) 여권으로 흘러간 건 사실”이라고도 말했다.
인터불스는 스타모빌리티의 전신이다. 회장은 김봉현이다. 현재까지 김봉현으로부터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민주당 전·현직 의원들은 기동민·이수진(비례대표) 의원과 김영춘 전 민주당 의원, ‘원조 친노(親盧)’인 김갑수 전 열린우리당(민주당 전신) 대변인 등 총 4명이다. 당사자들은 혐의를 부인하고 있다.
지난 2021년 9월 15일에는 이상호 전 더불어민주당 부산 사하을 지역위원장이 징역 1년 6개월 실형을 확정받았다. 자신이 감사로 있던 전문건설공제조합이 김봉현의 사업에 투자해주는 대가로 5000만원을 받은 혐의(배임수재)다. 과거 ‘노무현을 사랑하는 모임(노사모)’을 주도해 만든 이씨는 2017년 대선 당시에는 문재인 후보 캠프 조직기획실장을 맡았다.
금융감독원 출신 전 청와대 행정관 김모씨도 징역 3년형을 받았다. 문재인 정권 당시 청와대 경제정책비서관실 행정관으로 재직하면서 김봉현에게 뇌물을 받고 금감원 라임 관련 문건을 유출한 혐의다.
이종필과 모 팀장의 말처럼 ‘인터불스의 딜 소싱을 청와대가 한 것’이라면, 현재까지 거론된 민주당 관련자 외에 ‘설계자’는 따로 있다는 말이 된다.
추미애가 사건을 덮은 방법
추미애 전 장관은 이런 김봉현을 적극 ‘활용’했다. 지난 2020년 4월 체포 이후 꾸준히 ‘문 정권에 대한 로비’가 있었음을 증언했던 김씨는 6개월 후 돌연 태세를 바꿔 그해 10월 ‘폭로성 입장문’을 냈다. 골자는 “사실 문 정권 정치인은 한 명도 연루되지 않았는데, 검사의 회유로 거짓 증언했으며, 이 과정에서 노무현 수사를 맡았던 한 전관 변호사와 현직 검사 3명에 대한 접대가 있었으므로 반드시 ‘검찰개혁’을 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앞서 지난 2020년 1월 합수단을 해체한 데 이어 추 전 장관은 이 입장문을 기반으로 2020년 10월 “중앙·남부지검은 윤석열 총장 지휘를 받지 말고 결과만 보고하라”면서 라임 로비 의혹 사건에 대해 ‘수사지휘권’까지 행사했다. 또한 “라임 사건에서 술 접대 의혹이 불거진 검사와 수사관을 수사와 공판팀에서 배제하라”며 ‘권력형 비리’를 ‘검찰 게이트’로 탈바꿈했다. 추 전 장관은 그해 10월 26일 국정감사에서 “김봉현의 말이 사실이라면 공익제보자로 치켜세워야 하는 것 아니냐”는 말도 했다.
당시 김봉현의 사건을 맡았던 로펌은 엘케이비앤파트너스(LKB)와 사람법률사무소 등이다. LKB는 ‘우리법연구회’ 창립 멤버인 이광범 변호사가 2012년 설립한 로펌으로 조국 전 법무부 장관, 김경수 경남도지사 등 친문(親文) 핵심 인사의 변호를 담당해 당시 ‘여권 구세주’로 불리던 곳이다. 사람법률사무소는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민변) 출신의 변호사 부부가 개업한 곳으로, 이 중 남편인 이모 변호사가 김봉현의 이른바 ‘집사 변호사’ 역할을 했다. 이 변호사는 지난 2014년 민변에서 세월호 관련 변호 활동을 했으며, 최근에는 김건희 여사 허위 경력 의혹, 한동훈 법무장관 자녀 논문 의혹에 대한 고발에도 관여했다. 검찰은 현재 이 변호사가 당시 김봉현의 옥중 입장문 발표와 진술 번복 등에 관여했는지 수사 중이다. 검찰은 또 보강수사 과정에서 이 변호사가 옥중 입장문 발표 직전 당시 열린민주당 손혜원 의원, 황희석 최고위원과 만난 사실도 확인한 것으로 전해진다. 검찰은 이 만남이 김봉현의 옥중 입장 발표에 영향을 미쳤는지도 들여다보고 있다.
김봉현에 ‘전자보석’ 약속한 인물
김봉현은 옥중 입장문 발표 약 9개월 후인 지난 2021년 7월 ‘전자보석’으로 풀려났다. 이는 피고인 도주 방지를 위해 전자 장치 부착을 조건으로 보석을 허가하는 것으로, 추미애 장관이 2020년 8월 도입한 제도다.
전자보석으로 풀려나기 전인 지난 2020년 11월 김봉현의 옥중 입장문에 등장하는 ‘전관 변호사’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김봉현이 옥중 서신을 통해 얻으려고 한 것은) 전자보석밖에 없다”면서 “법적으로 맞지 않기 때문에 전자보석 결정이 떨어지지 않아야 옳지만, 아마 김봉현에게 전자보석을 약속한 세력이 있을 거다. 기다려보면 알 것”이라고 했다. 그는 이어 “김봉현 성향상 만일 전자보석이 거부되면 이를 약속했던 세력이 누군지 또 폭로할 것”이라고도 했다.
‘옥중 입장문’을 통해 ‘검찰개혁’이라는 소기의 목적을 달성할 수 있었던 누군가가 김씨에게 전자보석을 약속해줬다는 뜻이다. 법조계 관계자는 “김봉현에게 전자보석을 약속한 이가 누구인지도 수사를 통해 반드시 밝혀야 한다”고 했다.
한편 김봉현은 전자보석 이후 부착 장치를 끊고 도주했다 붙잡혀 지난 2월 1심에서 징역 30년형을 받은 상태다. 소식통들에 따르면 정권이 바뀐 지금 김씨는 또다시 본인에게 유리한 상황을 만들기 위한 전략을 펴고 있다. 이모 변호사가 옥중 입장문 ‘위증 교사’로 수사를 받는 것도 김봉현이 “사실은 그때 이 변호사가 시켜서 한 것”이라고 진술했기 때문이다. ‘전형적인 사기꾼’ 행태를 보이는 김봉현의 말 한마디에 추미애는 ‘수사지휘권’을 발동한 셈이다.
세간에 알려지지 않았지만 라임에는 공개 펀드와 비공개 펀드가 있다. 현재까지 드러난 173개 자펀드 중 일부는 비공개 펀드로, 펀드명과 조건, 계좌와 가입자 등이 아직까지 베일에 싸여 있다. 173개 외 또 다른 펀드가 있을 것으로 분석하는 이도 있다.
라임의 비공개 펀드들, 가입자는?
비공개 펀드 중 하나는 지난 2021년 수면으로 드러났다. 김부겸 전 국무총리의 차녀 가족이 총 12억원 상당으로 가입했던 ‘테티스 11호’다. 실제로 테티스 11호는 일반인에게는 판매되지 않던 상품이었다. 정구집 라임자산 피해자대책위원회 공동대표는 지난 2021년 5월 7일 김부겸 후보자 국회 인사청문회 증인으로 출석해 “피해자들이 테티스 11호의 존재를 알고 경악했다. 펀드 가입자가 누군지 알고 말을 잇지 못했다”면서 “일반인에게는 테티스 11호 펀드 같은 건 안내조차 없었다. 상상도 할 수 없는 펀드”라고 했다. 일각에서는 “라임 측에서 김 총리 가족에게 이런 특혜를 주며, 펀드를 뒤탈 없이 운영할 뒷배로 삼았다”고도 봤다.
테티스 11호는 매일 환매가 가능하고, 환매수수료 및 성과보수가 0%인 상품이다. 공짜로 돈을 불려주고, 손해 날 것 같으면 바로 빼준다는 얘기다. 일반인이 가입한 펀드는 리스크 100%였는 데 반해, 비공개 펀드는 리스크 0%로, ‘비공개 펀드의 위험을 공개 펀드에 전가하는’ 구조였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도 “라임 펀드는 손실이 나면 일반 투자자가 우선적으로 떠안는 구조”라고 했다.
검찰은 라임의 비공개 펀드가 테티스 11호 이외에도 수십여 개 더 있을 것으로 보고 수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비공개 펀드의 가입자가 누구인지 밝혀내는 데 집중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라임 사태의 핵심은 ‘다수의 손실로써 특정 인물이 부당한 이득을 취했다’는 거다. 그 이득이 무려 1조6679억원이다. 나머지 ‘특정 인물’이 누구인지는 점차 가시화할 것으로 보인다.⊙
라임 사태의 실상이 본격적으로 드러난 건 2019년 12월경이다. 당초 라임 수사는 ‘여의도 저승사자’로 불리던 서울 남부지검 증권범죄합동수사단(합수단)이 담당했다. 그러나 다음 달인 2020년 1월 추미애 당시 법무장관은 합수단을 해체한다는 골자의 직제개편안을 발표했다. 일부 검사들은 ‘금융비리 사건 수사가 사실상 불가능해진다’고 반발했지만 문재인 정부는 ‘검찰개혁’을 앞세워 이를 강행했다.
검찰과 금융당국에 따르면 이렇게 덮은 라임 사건을 이번 정권에서 본격적으로 수사할 것으로 보인다. 한동훈 법무장관은 지난해 10월 개정 시행령을 통해 검찰 직접 수사 기능을 회복하고, 자본시장 범죄 수사 인력과 부서를 인사·파견·재배치 등을 통해 증설했다. 대검찰청은 금감원을 포함한 사정기관 소속 특사경과 수차례 회의를 열고 연계를 강화했다.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부활하거나 신설된 서울남부지검합수단·서울북부지검합수단 등과 금융당국 간 연계도 강화할 방침이다. 라임 관련자들의 녹취록, 재판, 수사기록과 취재를 통해 문재인 정권의 ‘권력형 비리’ 의혹을 추적해 봤다.
어떻게 그리 많은 펀드가 팔렸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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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훈 법무장관은 지난해 10월 개정 시행령을 통해 검찰 직접 수사 기능을 회복하고, 자본시장 범죄 수사 인력과 부서를 보강, 증설했다. 사진은 지난해 7월 7일 미국 출장 후 귀국하는 한 장관. 사진=뉴시스 |
지난 2012년 투자자문사로 사업을 시작한 라임은 2015년 전문 사모운용사로 전환했다. 초기 자본금 338억원이었던 라임의 수탁고(受託高)는 2019년 7월 6조원을 찍고 단숨에 국내 1위 사모펀드운용사가 됐다.
라임은 펀드를 조금이라도 더 많이 팔기 위해 모자(母子) 펀드 구조를 도입했다. 유동성이 부족해 폐쇄형으로 만들 수밖에 없었던 대형 펀드를 모펀드로 하고, 그 모펀드에 투자하는 구조로 자펀드를 만들어 6개월 만기로 팔았다.
모펀드는 총 4개다. 국내 사모사채에 주로 투자한 ‘플루토 FI D-1호’, 국내 메자닌 채권에 주로 투자한 ‘테티스 2호’, 해외 무역금융 자산에 투자한 ‘플루토 TF-1호’, 무역금융 펀드 ‘크레딧인슈어드 1호’ 등이다. 이 아래 자펀드는 현재까지 드러난 것만 173개다.
당시는 제로금리 시대였다. ‘평균 연 8% 이상 수익률’ 조건을 내건 펀드는 날개 돋친 듯 팔렸다. 우리은행(3577억원), 신한금융투자(3248억원), 신한은행(2769억원), 대신증권(1076억원), 메리츠증권(949억원) 등 대형 금융사가 라임 펀드를 판매했다. TRS 대출도 대형 금융사로부터 받았다. 법조계 한 관계자는 “신생 운용사의 펀드가 어떻게 이렇게 많이 팔릴 수 있었는지, 그런 운용사가 대형 판매사와 긴밀하게 관계한 배경이 무엇인지 등도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고 했다.
피해를 입은 개인투자자들에게는 결국 은행, 증권사 등 펀드 판매사가 손실의 일정 부분을 물어줬다. 그래서 마치 일단락된 것처럼 보이지만, 가장 중요한 부분이 미결(未決) 상태다. 사라진 돈 1조6679억원의 행방이다.
캄보디아로 간 1279억원과 中 해군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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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DG가 시행하는 다라 사코르 복합리조트개발사업 부지 일대. 라임이 이곳에 1279억원을 투자했다가 돌려받지 못했다. 사진=구글맵 캡처 |
운용상 ‘편의’를 위해 라임의 ‘아바타 운용사’로 알려진 라움자산운용에 주문자위탁생산(OEM) 펀드 설정을 맡겼다. 이에 따라 ‘라움 ORED 하이일드 전문투자형 사모투자신탁 1호’가 홍콩 소재 특별목적회사(SPV) 위탈렌트(We Talent)에 투자하고, 이 SPV가 캄보디아 리조트 개발 사업에 필요한 토지사용권 확보 목적의 대출을 제공하는 구조가 됐다.
하지만 이후 만기가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금액은 상환되지 않았고, 결국 환매가 중단됐다. 라임의 실사(實査)를 담당한 삼일회계법인은 캄보디아 리조트 개발 사업에 투자된 1279억원에 대해 C등급으로 분류하고 ‘회수 불능’이라고 평가했다. 법인은 금융감독원에 제출한 보고서에서 “투자 대상(캄보디아 리조트)의 토지 면적과 지번 등이 확정되지 않은 점, 담보물이 토지의 소유권이 아닌 전차권인 점과 실질적 처분 가능성을 고려할 경우 회수 가능성은 불확실하다”고 했다. 또 “토지 전차권 매도인, 사모사채 연대보증인에 상환을 청구했으나 답변이 없다”라고도 했다.
라임의 캄보디아 리조트 요약투자설명서를 살펴보면, 이 프로젝트는 ‘캄보디아-중국 투자개발시범지구’의 일부로, “중국의 일대일로 전략의 동남아 지역 교통 허브인 캄보디아 칠성해(海) 개발 프로젝트(다라 사코르 프로젝트)”라고 돼 있다.
그런데 취재 결과 이 지역은 투자 시행 이듬해 미국과 중국의 군사분쟁에 휘말린 것으로 드러났다. 미국에서는 이 지역이 중국의 ‘해군기지’로 쓰일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지난 2019년 7월 19일 자 ‘블룸버그’는 “미국은 중국 해군기지가 될 수도 있는 이 거대한 동남아 휴양지를 두려워한다”는 기사를 통해 이 같은 사실을 보도했다.
미국 재무부는 지난 2020년 9월 다라 사코르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는 기업이자, 라임이 대출해준 회사인 UDG를 제재하겠다는 내용도 발표했다. UDG의 지분 100%는 중국 투자개발회사가 보유하고 있다.
美 재무부, “中, UDG 통해 戰力 확대 야망 키워”
미국 재무부 외국자산관리국(OFAC)은 지난 2020년 9월 15일 ‘캄보디아 주재 중국 법인 재무부 제재’라는 보도자료를 내고 “UDG는 이 땅을 ‘표면적으로’ 관광 개발용으로 사용하지만, 캄보디아 정부 대변인인 페이 시판(Phay Siphan)은 이 땅을 군사 자산 유치의 목적으로 전환할 수 있다고 발표했다”면서 “캄보디아에 영구적인 중국 군사 주둔은 지역 안정을 위협하고 분쟁의 평화적 해결, 해양 안전 및 안보 증진, 항해 및 비행의 자유를 제한한다”고 밝혔다.
이에 따르면 UDG는 개발 부지 확보를 위해 과거 부패에 연루돼 OFAC 경고를 받았던 캄보디아 고위 장성 쿤킴(Kun Kim)에게 거액의 자금을 주고 부대를 동원, 해당 지역에 살던 주민들의 집을 불태우는 등 비인도적인 방법으로 몰아내게 하기도 했다.
OFAC은 또 “중국은 UDG의 캄보디아 프로젝트를 통해 전 세계적으로 전력(戰力)을 확대하겠다는 야망을 한층 키우고 있다”면서 “UDG는 캄보디아인들을 그들의 땅에서 몰아내고 환경을 황폐화시켰다. 베이징의 ‘일대일로’ 계획이 늘 그렇듯, 캄보디아 사람들을 희생시키면서 중국에 불균형적인 이익을 줬다”고도 했다.
지난 2020년 9월 16일 마이크 폼페이오 당시 미 국무장관은 ‘로이터’와의 인터뷰에서 “‘다라 사코르 프로젝트’가 중국군을 주둔시키는 데 사용될 수 있다는 믿을 만한 보고들이 있다”며 “해당 프로젝트는 캄보디아 헌법을 위반할 뿐만 아니라 인도·태평양 지역의 안정을 위협할 수 있다”고 했다.
법조계 한 관계자는 “문재인 정부 시절 빠져나간 돈이 중국 기업으로 간 뒤 군사분쟁에 휘말린 것은 우연치고는 너무 절묘하다”고 했다.
이 같은 캄보디아 투자 펀드의 법률 검토를 맡은 건 법무법인 지평이다. 지평은 노무현 대통령 시절 법무장관이었던 강금실 변호사가 동료 변호사 10여 명과 설립한 곳이다. 라임은 투자자들에게 제공한 요약투자설명서에서 지평으로부터 법률 검토를 받은 사실을 거론하면서 “안정적인 자산 안전성을 확보했다”고 홍보했다.
한편 라임 관련자들의 판결문을 보면, 재판부는 캄보디아 건의 손실만 언급할 뿐 빼돌린 정황 등의 판단은 누락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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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트로폴리탄 김영홍 회장이 횡령한 라임 돈 300억원으로 인수한 이슬라리조트. 사진=카지노 업자 제공 |
민노총 간부 출신으로 알려진 A씨는 이 카지노로부터 현재까지 배당을 받고 있다는 등의 혐의로 검찰·경찰에 고소 및 고발된 상태다. 지난 2022년 10월 강원경찰청에서 춘천지검에 송치한 문건에서 A씨는 “부동산 개발업에 종사하는 사람으로서 2016년 8월경 이슬라카지노 인수자금을 명목으로 약 60억원을 투자해 카지노 지분 100%를 취득한 자”로 명시돼 있다. 복수의 카지노 업계 관계자들에 따르면 A씨는 이 60억원을 ‘불법 스포츠 토토’ 대부로 알려진 수원 남문파 조모씨를 통해 받았다고 한다. 수원 남문파는 경기도 최대 폭력 조직으로 김만배가 대장동의 현장관리를 맡긴 곳이기도 하다.
A씨는 김영홍이 2018년 12월 이슬라리조트를 인수한 이후에도 카지노 지분을 보유, 현재까지 실질적 권한을 행사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국내 카지노 대부 격인 한 인사는 “최근 A씨 측으로부터 이슬라카지노 매각 제안이 들어온 일이 있다”면서 “매각에 직접 관여한다는 것은 아직도 상당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는 뜻”이라고 했다.
수사기관 또한 이슬라카지노의 지분은 100% ‘더미(dummy·바지사장)’이기 때문에 주주명부에 이름은 없지만, 주변인의 진술과 증거자료 등을 통해 A씨의 지분을 인정하고 있다. 실제로 검찰 송치 문건에는 “A씨는 이슬라리조트 카지노와의 관계성을 부인했지만, 이는 거짓진술”이라고 명시하고 있다.
이 카지노에서 한국으로 온라인카지노를 불법 송출, 차명계좌를 통해 들어오는 수익금은 매년 약 250억원으로 추산된다. A씨가 지분을 획득한 2016년부터 현재까지 수익금은 1000억원이 훨씬 넘는다는 계산이다.
라임 카지노 실권자, 민노총 막후 실세
라임 돈이 들어간 필리핀 리조트 카지노의 실권자인 A씨는 2022년 대선 당시 이재명 후보의 거대 외곽 조직인 민주평화광장 산하 금융 관련 위원회에서 집행위원장을 맡기도 했다. 과거 A씨와 가까이 지냈다는 한 사업가는 “‘민노총 간부 출신’임을 내세워 민노총에 대한 각종 납품 건으로 ‘슈킹[집금(集金)의 일본식 발음]’해 자금을 모았으며, 주로 민주당 라인을 타고 움직인 인물”이라고 말했다. 전북 지역의 조폭 B씨는 “좋게 말하면 친북(親北), 소위 말해 간첩 집안에서 태어나 어릴 때부터 노동운동을 한 인물”이라면서 “A씨의 부인은 전화 한 통으로 박원순 전 서울시장과 뭐든지 협의하는 사이였다”고도 주장했다.
A씨는 현재 부동산 사업뿐만 아니라 비상장회사 투자, 자산운용사, M&A 사업에도 관여하며 막대한 자금을 운용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그가 운영하는 사업체 중에는 김영홍 메트로폴리탄 회장의 가족과 연관된 곳도 있다. 코스닥 상장사 ‘L기술투자’는 김영홍의 둘째 동생이 사내이사고, 셋째 동생이 감사(監事)로 있는 곳이다. 이 회사의 ‘대주주에 대한 신용 공여 현황’에 따르면 ‘L기술투자’는 A씨가 회장으로 있는 J사(社)에 2022년 4월자로 200억원을 출자해줬다. 라임과의 연결고리가 명백한 셈이다.
이 가운데 수사당국은 최근 A씨가 민노총 노동쟁위에 불법 개입한 정황도 들여다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당국 소식통은 “A씨가 대기업 노동쟁의에 개입해 노조 시위를 조율하며, 민노총 및 각종 진보단체 집회 시 필요 자금 공급 역할을 하고 있다는 증언이 있었다”면서 “특히 지난해 10~11월경 등 대규모 반정부 시위에 앞서 A씨 측이 주변인들에게 이를 예고한 것, 강원도 소재 A씨의 별장에 이해찬 전 민주당 대표가 종종 들른다는 점 등 여러 정황을 바탕으로 A씨가 민노총을 배후에서 조종하는 막후 실세일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내사 중”이라고 했다. 당국은 또 A씨를 1962년생, 사노맹 출신으로 파악하고 있다.
정식 수사를 통해 이 내용이 사실로 밝혀진다면, 라임 돈이 민노총의 대규모 집회에도 쓰였을 수 있다는 얘기가 된다.
2438억원은 미국으로 간 뒤 종적을 감췄다. 지난 2017년 5월 라임의 해외 무역금융펀드인 ‘플루토 TF-1호’는 자산 약 6000억원 가운데 40%에 해당하는 2438억원을 미국 사모펀드인 인터내셔널 인베스트먼트그룹(IIG)에 투자했다. 펀드 자산 6000억원은 개인 고객 투자금(2436억원)과 신한금융투자에서 받은 대출금(3500억여원) 등을 합친 금액이다.
회수 불능은 예견된 일이었다. 라임이 투자할 당시 IIG는 이미 부실기업이었기 때문이다. 결국 2019년 11월 미국 증권관리위원회(SEC)는 증권사기 혐의로 IIG 등록을 취소하고 펀드 자산을 동결했다.
라임 측은 “우리도 IIG에 사기를 당한 것”이라 주장하지만, 2019년 11월 SEC의 IIG 기소장에 따르면 IIG는 이미 2007년부터 돌려 막기로 근근이 버티는 회사였다. 라임 피해자들은 “수천억원 투자 대상 기업의 건전성을 살피지도 않았다는 건 말이 안 된다”고 했다.
기소장을 보면 SEC는 IIG가 한국에서 돈을 끌어오기 직전에 빼돌릴 창구를 만들어놨다는 점에 주목했다. 라임이 2438억원을 입금하기 직전에 IIG는 ‘파나마론(Panama Loans)’이라는 상품과 함께 유령회사들을 만들어놨다. 돈이 들어오면 곧바로 유령회사들에 흘러가게끔 하는 구조였다. 2438억원의 ‘용도’가 처음부터 정해져 있었다는 얘기다. 기소장에는 IIG에서 돈을 빼돌리는 데 관여한 직원도 비실명으로 등장한다. ‘직원-1(Employee-1)’인데, 이 직원의 변호사가 법원에 제출한 요청서에는 “‘직원-1’이 수사에 협조했으니 수사 자료에 이 직원의 신원을 노출하지 말아달라”고 요청한 구절이 있다. 미국 수사당국은 ‘직원-1’ 등의 도움으로 2438억원의 행방을 파악했을 가능성이 크다는 의미다.
지난해 6월 29일 한동훈 법무부 장관의 미국 출장이 라임과 연관된 것이 아니냐는 얘기는 이래서 나왔다. 한 장관은 이 출장 중 미국 내 증권·금융범죄 수사의 최전선인 뉴욕남부연방검찰청을 방문했는데, 이는 당초 방미 일정에 없던 것이었다. 출장 이후 법무부 측은 “라임 포함, 각종 금융 범죄에 대한 양국의 공조수사 등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고 밝혔다. 한 장관의 방미로 한미 공조 수사 가능성이 높아 보이는 부분은 라임의 해외자금 은닉 의혹 수사다. 라임 피해자들은 “조만간 증발한 돈의 실체를 파악할 수 있을 것”이라 기대했다.
쌍방울과 라임… 광범위한 차명계좌들
해외로 나간 돈이 증발하는 동안 라임은 한국에서 부지런히 코스닥 기업들의 전환사채(CB)를 편법 거래했다. 라임은 CB 거래에 대형 증권사들과 파생계약을 맺어 증권사 명의로 수십 개 코스닥 기업 CB를 펀드에 편입한 뒤 장외에서 사고팔았다.
라임의 이 같은 CB 거래는 지난 2018년부터 시작됐다. 첫 타깃은 ‘파티게임즈’였다. 2018년 3월 파티게임즈가 감사의견 거절로 상장폐지되면서 400억원이 휴지 조각이 됐는데, 라임은 일주일 뒤 400억원 규모 신주인수권부사채(BW)를 대형 증권사를 통해 메트로폴리탄 관계사에 넘겼고, 메트로폴리탄 관계사는 이를 권면총액 수준으로 사 갔다. 이후 폴루스바이오팜, 바이오빌의 CB 매입도 같은 식이었다. 이득이 나면 두는 거고, 손실이 나면 다른 회사 이름으로 돌려 막기를 한 것이다.
파티게임즈는 김성태 전 쌍방울 회장과도 연관이 있는 곳이다. 딜로이트 안진회계법인의 ‘파티게임즈 포렌식 조사보고서’에는 ‘모다-파티게임즈’ 주가조작 사건의 핵심 인물인 구모씨와 쌍방울의 관계가 나온다. ‘기업사냥꾼’으로 알려진 구모씨 측의 페이퍼컴퍼니인 (주)대신에셋파트너스는 2017년 6월 쌍방울 자회사 그릿에이를 인수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그러나 잔금을 지불하지 못했고 계약 이행을 위해 쌍방울과 40억원의 금전소비대차계약을 추가로 맺었다. 구씨는 이마저도 상환일을 지키지 못했는데, 쌍방울이 페이퍼컴퍼니에 불과한 대신에셋파트너스에 40억원을 빌려준 뒤 연체되는 상황에서 연대보증인으로 선 게 파티게임즈다.
김성태 전 회장은 이종필 라임 전 부사장에게 ‘라임 브로커’ 엄모씨를 소개해주기도 했다. 엄씨는 2020년 10월 이종필로부터 금전을 수수하고 금융감독원에 라임과 관련해 로비를 시도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져 징역 1년 6개월을 선고받았다. 엄씨의 1심 판결문에는 ‘쌍방울 회장 김성태를 통해 이종필을 소개받은 뒤 이씨의 부탁으로 현금을 수수해 범행을 저질렀다’는 내용이 나온다. 한편 현재 김 전 회장은 지난 2018~2019년 중국으로 640만 달러(약 84억원)를 밀반출해 북한에 건넸다는 ‘대북 송금’ 혐의로 수사를 받고 있다.
라임의 한계기업 CB 거래는 이 밖에도 적지 않다. 관련된 코스닥 기업이 파악된 것만 30곳이 넘는다. 이 과정에서 누군가는 이득을 얻었고, 누군가는 피해를 봤다. 부장검사 출신 한 변호사는 “부정부패, 부정이득의 실마리를 찾으려면 광범위한 차명계좌들을 추적해야 하는데, 2020년 합수단 폐지 이후 그 기능이 막혀 있었다”고 했다.
라임 연루 민주당 인사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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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필 전 라임 부사장 녹취록에는 여권(문재인 정부)에 대한 로비가 있었음을 시사하는 발언이 담겨 있다. 사진은 2019년 10월 14일 환매 지연 사태 관련 기자간담회. 사진=뉴시스 |
이종필과 공모한 혐의로 재판을 받았던 이 팀장은 라임 자금의 흐름을 잘 알고 있는 인물 중 하나다. 또 다른 녹취록에 따르면 이 팀장은 이후 지인과 만난 자리에서 “이종필이 말한 ‘저쪽’은 청와대를 의미한다”며 “(추미애가) 어떻게든 육탄방어를 했지만, 라임의 돈이 (문재인 정부 당시) 여권으로 흘러간 건 사실”이라고도 말했다.
인터불스는 스타모빌리티의 전신이다. 회장은 김봉현이다. 현재까지 김봉현으로부터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민주당 전·현직 의원들은 기동민·이수진(비례대표) 의원과 김영춘 전 민주당 의원, ‘원조 친노(親盧)’인 김갑수 전 열린우리당(민주당 전신) 대변인 등 총 4명이다. 당사자들은 혐의를 부인하고 있다.
지난 2021년 9월 15일에는 이상호 전 더불어민주당 부산 사하을 지역위원장이 징역 1년 6개월 실형을 확정받았다. 자신이 감사로 있던 전문건설공제조합이 김봉현의 사업에 투자해주는 대가로 5000만원을 받은 혐의(배임수재)다. 과거 ‘노무현을 사랑하는 모임(노사모)’을 주도해 만든 이씨는 2017년 대선 당시에는 문재인 후보 캠프 조직기획실장을 맡았다.
금융감독원 출신 전 청와대 행정관 김모씨도 징역 3년형을 받았다. 문재인 정권 당시 청와대 경제정책비서관실 행정관으로 재직하면서 김봉현에게 뇌물을 받고 금감원 라임 관련 문건을 유출한 혐의다.
이종필과 모 팀장의 말처럼 ‘인터불스의 딜 소싱을 청와대가 한 것’이라면, 현재까지 거론된 민주당 관련자 외에 ‘설계자’는 따로 있다는 말이 된다.
추미애가 사건을 덮은 방법
추미애 전 장관은 이런 김봉현을 적극 ‘활용’했다. 지난 2020년 4월 체포 이후 꾸준히 ‘문 정권에 대한 로비’가 있었음을 증언했던 김씨는 6개월 후 돌연 태세를 바꿔 그해 10월 ‘폭로성 입장문’을 냈다. 골자는 “사실 문 정권 정치인은 한 명도 연루되지 않았는데, 검사의 회유로 거짓 증언했으며, 이 과정에서 노무현 수사를 맡았던 한 전관 변호사와 현직 검사 3명에 대한 접대가 있었으므로 반드시 ‘검찰개혁’을 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앞서 지난 2020년 1월 합수단을 해체한 데 이어 추 전 장관은 이 입장문을 기반으로 2020년 10월 “중앙·남부지검은 윤석열 총장 지휘를 받지 말고 결과만 보고하라”면서 라임 로비 의혹 사건에 대해 ‘수사지휘권’까지 행사했다. 또한 “라임 사건에서 술 접대 의혹이 불거진 검사와 수사관을 수사와 공판팀에서 배제하라”며 ‘권력형 비리’를 ‘검찰 게이트’로 탈바꿈했다. 추 전 장관은 그해 10월 26일 국정감사에서 “김봉현의 말이 사실이라면 공익제보자로 치켜세워야 하는 것 아니냐”는 말도 했다.
당시 김봉현의 사건을 맡았던 로펌은 엘케이비앤파트너스(LKB)와 사람법률사무소 등이다. LKB는 ‘우리법연구회’ 창립 멤버인 이광범 변호사가 2012년 설립한 로펌으로 조국 전 법무부 장관, 김경수 경남도지사 등 친문(親文) 핵심 인사의 변호를 담당해 당시 ‘여권 구세주’로 불리던 곳이다. 사람법률사무소는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민변) 출신의 변호사 부부가 개업한 곳으로, 이 중 남편인 이모 변호사가 김봉현의 이른바 ‘집사 변호사’ 역할을 했다. 이 변호사는 지난 2014년 민변에서 세월호 관련 변호 활동을 했으며, 최근에는 김건희 여사 허위 경력 의혹, 한동훈 법무장관 자녀 논문 의혹에 대한 고발에도 관여했다. 검찰은 현재 이 변호사가 당시 김봉현의 옥중 입장문 발표와 진술 번복 등에 관여했는지 수사 중이다. 검찰은 또 보강수사 과정에서 이 변호사가 옥중 입장문 발표 직전 당시 열린민주당 손혜원 의원, 황희석 최고위원과 만난 사실도 확인한 것으로 전해진다. 검찰은 이 만남이 김봉현의 옥중 입장 발표에 영향을 미쳤는지도 들여다보고 있다.
김봉현에 ‘전자보석’ 약속한 인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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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봉현은 옥중 편지 이후 전자보석을 받았다. 2020년 4월 검거 후 이송 중인 김봉현 스타모빌리티(구 인터불스) 회장. 사진=조선DB |
전자보석으로 풀려나기 전인 지난 2020년 11월 김봉현의 옥중 입장문에 등장하는 ‘전관 변호사’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김봉현이 옥중 서신을 통해 얻으려고 한 것은) 전자보석밖에 없다”면서 “법적으로 맞지 않기 때문에 전자보석 결정이 떨어지지 않아야 옳지만, 아마 김봉현에게 전자보석을 약속한 세력이 있을 거다. 기다려보면 알 것”이라고 했다. 그는 이어 “김봉현 성향상 만일 전자보석이 거부되면 이를 약속했던 세력이 누군지 또 폭로할 것”이라고도 했다.
‘옥중 입장문’을 통해 ‘검찰개혁’이라는 소기의 목적을 달성할 수 있었던 누군가가 김씨에게 전자보석을 약속해줬다는 뜻이다. 법조계 관계자는 “김봉현에게 전자보석을 약속한 이가 누구인지도 수사를 통해 반드시 밝혀야 한다”고 했다.
한편 김봉현은 전자보석 이후 부착 장치를 끊고 도주했다 붙잡혀 지난 2월 1심에서 징역 30년형을 받은 상태다. 소식통들에 따르면 정권이 바뀐 지금 김씨는 또다시 본인에게 유리한 상황을 만들기 위한 전략을 펴고 있다. 이모 변호사가 옥중 입장문 ‘위증 교사’로 수사를 받는 것도 김봉현이 “사실은 그때 이 변호사가 시켜서 한 것”이라고 진술했기 때문이다. ‘전형적인 사기꾼’ 행태를 보이는 김봉현의 말 한마디에 추미애는 ‘수사지휘권’을 발동한 셈이다.
세간에 알려지지 않았지만 라임에는 공개 펀드와 비공개 펀드가 있다. 현재까지 드러난 173개 자펀드 중 일부는 비공개 펀드로, 펀드명과 조건, 계좌와 가입자 등이 아직까지 베일에 싸여 있다. 173개 외 또 다른 펀드가 있을 것으로 분석하는 이도 있다.
라임의 비공개 펀드들, 가입자는?
비공개 펀드 중 하나는 지난 2021년 수면으로 드러났다. 김부겸 전 국무총리의 차녀 가족이 총 12억원 상당으로 가입했던 ‘테티스 11호’다. 실제로 테티스 11호는 일반인에게는 판매되지 않던 상품이었다. 정구집 라임자산 피해자대책위원회 공동대표는 지난 2021년 5월 7일 김부겸 후보자 국회 인사청문회 증인으로 출석해 “피해자들이 테티스 11호의 존재를 알고 경악했다. 펀드 가입자가 누군지 알고 말을 잇지 못했다”면서 “일반인에게는 테티스 11호 펀드 같은 건 안내조차 없었다. 상상도 할 수 없는 펀드”라고 했다. 일각에서는 “라임 측에서 김 총리 가족에게 이런 특혜를 주며, 펀드를 뒤탈 없이 운영할 뒷배로 삼았다”고도 봤다.
테티스 11호는 매일 환매가 가능하고, 환매수수료 및 성과보수가 0%인 상품이다. 공짜로 돈을 불려주고, 손해 날 것 같으면 바로 빼준다는 얘기다. 일반인이 가입한 펀드는 리스크 100%였는 데 반해, 비공개 펀드는 리스크 0%로, ‘비공개 펀드의 위험을 공개 펀드에 전가하는’ 구조였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도 “라임 펀드는 손실이 나면 일반 투자자가 우선적으로 떠안는 구조”라고 했다.
검찰은 라임의 비공개 펀드가 테티스 11호 이외에도 수십여 개 더 있을 것으로 보고 수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비공개 펀드의 가입자가 누구인지 밝혀내는 데 집중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라임 사태의 핵심은 ‘다수의 손실로써 특정 인물이 부당한 이득을 취했다’는 거다. 그 이득이 무려 1조6679억원이다. 나머지 ‘특정 인물’이 누구인지는 점차 가시화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