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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세진의 여의도 포커스

높아지는 더불어민주당의 비명(非明)소리

이재명 사퇴냐, 인적쇄신이냐… 기로에 선 민주당

글 : 권세진  월간조선 기자  sjkwon@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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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非明(비이재명)계, 前 경기지사 비서실장 사망 후 본격적으로 목소리 높여
⊙ 이재명 대표 체제 지속은 국민의힘 좋은 일만 시킨다는 의견도 확산
⊙ 총선 공천 TF팀 출범, 이낙연계 부상
⊙ 이재명 사퇴하면? 이낙연·정세균·김부겸 등 대안으로 주목받아… 박영선·이해찬·김경수도 거론
⊙ “팬덤 정치가 민주주의 후퇴시켜, 팬덤 혜택 정치인이 결단해야”(건국대 이현출 교수)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13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해 모두발언을 마친 뒤 생각에 잠겨 있다. 사진=조선DB
  원내 제1당인 더불어민주당에 먹구름이 드리우고 있다. ‘이재명 리스크’가 갈수록 심화되고 있어서다. 지난 2월 27일 이재명 대표 체포동의안 무더기 이탈표 사태에 이어 3월 9일 경기지사 시절 비서실장 사망이라는 겹치기 악재로 당 지지율은 유례없이 하락을 거듭하고 있다.
 
  특히 체포동의안 표결 직후만 해도 친명계가 내부단속에 나서는 분위기였지만, 이 대표의 전(前) 비서실장이 극단적 선택을 한 것으로 알려진 후 “더 이상은 안 된다”는 주장이 확산되고 있다. 민주당 내 ‘비명(비이재명)소리’가 높아지고 있는 것이다. 한 전직 민주당 의원은 “이 대표 주변인 사망이 벌써 5번째다. 아무리 이 대표가 검찰 수사에서 빠져나간다 해도 더 이상 여론을 극복하기 힘들고, 당이 이대로 총선을 치르기는 어렵다”고 토로했다.
 
 
  한 달 새 당내 분위기 달라져
 
  더불어민주당은 이재명 대표 체제 출범 후 끊임없이 ‘이재명 사당화(私黨化)’라는 비판을 받아왔다. 지난해 6월 민주당의 지방선거 참패 후 이재명 대표 책임론이 불거졌지만, 역대급 지지율(77.1%)로 대표에 당선된 이 대표에게 힘을 실어줘야 한다는 친명계의 강력한 주장이 먹히면서 이재명 책임론은 금세 진화됐다.
 
  이재명 대표에 대한 소환조사 등 사법리스크가 가시화되고 지난 2월 17일 국회에서 ‘검사독재 규탄대회’를 열 때만 해도 참석하지 않는 의원은 ‘배신자’로 찍히는 분위기였다. 국회의원과 당원 등 2500여 명이 참석한 이 대회에서 이 대표는 “그깟 5년 정권이 뭐 대수라고 그렇게 겁이 없냐”라며 자신만만한 태도를 보였다. 2월 27일 국회에서 이재명 의원 체포동의안이 부결됐지만 이탈표가 최소 31표가 넘은 것으로 나타났을 때도 비명계의 목소리는 그리 크지 못했다. 강성 친명계와 이 대표 강성 지지자인 ‘개딸(개혁의 딸들)’들이 “당의 분열은 총선 필패”라며 찬성표를 던진 의원들을 비판하고 색출하기에 바빴다.
 

  당시 민주당의 한 당직자는 “이 상황에서 분열하면 총선 필패라는 위기감이 있었고, 민주당의 분열은 여당 좋은 일만 시킬 것이라는 생각도 강했다”며 “이 대표도 이탈표에 충격을 받아 ‘겸손한’ 태도를 보였고, 친명계도 비명계도 당을 다시 추스르고 단일대오로 나가야 한다는 분위기였다”라고 했다. 이 대표 강성 지지자들이 임의로 만든 찬성자 명단에서 비명계로 ‘찍힌’ 의원들도 앞다퉈 “나는 (체포동의안) 반대표를 던졌다”고 밝힐 정도였다.
 
  그러나 3월 9일 이 대표의 경기지사 시절 첫 비서실장인 전모씨가 극단적 선택으로 사망한 사실이 밝혀지면서 분위기가 달라졌다. 이 대표는 다음 날인 10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전씨의 사망이) 검찰의 압박수사 때문이지 저 때문이 아니다”라고 항변했지만 비명계의 시선은 차가웠다.
 
  이날 윤영찬 의원은 페이스북에 “이 대표 본인이나 주변에서 고인에게 부담을 주는 일이 있었다면 (이 대표가) 도의적 책임을 져야 마땅하다. 그게 인간이고 사람이다”라고 썼다. 신경민 전 의원도 같은 날 유튜브를 통해 “5월부터 (이 대표) 재판의 홍수가 시작될 텐데 모든 당무를 법정에서 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3월 12일 김해영 전 의원도 이 대표 측근 사망과 관련해 페이스북에 “이 대표 같은 인물이 민주당 당대표라는 사실에 당원으로서 한없는 부끄러움과 참담함을 느낀다”고 비판했다. 그동안 ‘이재명 책임론’이 사법리스크와 당의 정치적 부담에 대한 것이었다면, 지금은 한 사람의 사망에 대한 인간적인 책임으로까지 확산된 것이다. 부정적인 여론을 극복하기 어려운 이유다.
 
 
  움직이는 이낙연계
 
  측근 사망에 대한 이재명 책임론을 제기한 윤영찬 의원은 ‘이낙연계’로 불린다. 이 대표와 대권 후보 자리를 두고 경쟁했던 이낙연 전 대표는 지난해 대선 후인 6월부터 1년 일정으로 미국으로 떠나 조지워싱턴대 한국학연구소 방문연구원 자격으로 미국에 머무르고 있다. 예정대로라면 오는 6월 귀국하지만, 이재명 사법리스크가 확산되던 지난 2월 말부터 이 전 대표의 복귀가 임박했다는 소문과 함께 조기귀국설이 나왔다. 이 전 대표는 4~5월에는 미국과 유럽 등에서 강연 일정이 잡혀 있으며 예정대로 6월 중 귀국하겠다는 뜻을 밝힌 바 있다. 이 전 대표는 미국 체류 기간 동안 국내 정치에 대해서는 말을 아꼈지만, 각종 강연에서 북핵과 관련해 북한-미국 수교와 단계적 비핵화의 필요성을 강조하는 등 대권 주자로서의 면모를 보이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낙연 전 대표의 행보와 별개로 민주당 내에서는 이낙연계의 움직임이 이미 시작된 것으로 보인다. 지난 3월 10일 민주당은 2024년 총선 공천 관련 TF(태스크포스)를 구성했는데, 이 중 핵심 보직을 이낙연계가 맡고 있다. 총선RF 단장은 3선 이개호 의원, 부단장은 정태호 민주연구원장, 위원으로는 맹성규·문진석·송옥주·조승래·고영인·김영배·이해식·이소영 의원과 배재정 부산 사상구 지역위원장이 참여한다. 이 중 단장인 이개호 의원과 부단장 정태호 의원은 친이낙연계 현역 의원이다. 또 이낙연 전 대표 체제에서 당대표 정무실장을 맡았던 김영배 의원과 배재정 전 의원도 포함돼 있다. 이낙연계가 4명이며, 이낙연 전 대표는 TF팀 고문으로 참여한다. 이낙연계의 영향력이 고개를 들고 있다는 것으로 분석된다.
 
  다만 이재명 대표 강성 지지자들이 “대장동 의혹을 제기한 사람이 바로 이낙연”이라며 이 전 대표를 향해 당을 분열로 몰아넣었다는 비판에 나선 상태다. 더불어민주당 홈페이지 당원게시판에 지난 2월 28일 올라온 ‘이번에 이낙연 전 대표를 민주당에서 영구제명 해야 됩니다’라는 제목의 청원은 3월 중순 현재 동의자 수가 7만 명을 넘어섰다. 더불어민주당 출범 후 역대 세 번째로 많은 동의자 숫자다.
 
 
  정세균·김부겸 등 대안으로 떠올라
 
  이낙연 전 대표 외에 정세균 전 총리, 김부겸 전 총리의 역할론도 나온다. 비명계를 비롯해 민주당 일각에서는 “전직 총리가 세 명이나 건재한데 이재명 외의 대안이 없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는 의견이 나온다. 5선 이상민 의원은 “민주당 의석수가 몇 석인데 대안이 없겠느냐”며 “이재명 대표가 당대표에 압도적 지지로 당선됐고, 자신의 개인 비리에 당 전체가 보호와 방탄에 나섰고, 차기 대선 주자 선호도 1위를 달리고 있으니 ‘기고만장’해서 그동안 당이 잠잠했던 것뿐”이라고 했다. 그는 “지켜보고 있는 중진급은 많았고, 이제 나설 때가 됐다고 본다”고 했다.
 
  당 안팎에서는 정세균, 이낙연, 김부겸, 박영선, 이해찬, 김경수 등 당대표급 인재 풀이 적지 않다며 다양한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
 
  정세균 전 총리는 여전히 민주당 내 ‘정세균계’가 존재하는 만큼 가까운 의원들과 왕래하며 당내 상황을 청취하고 있다. 또 호남(전북) 출신이면서 새정치민주연합 시절부터 오랜 기간 당을 지켜온 인물인 만큼 이낙연 전 대표와 차별화되는 존재감이 있는 것으로 평가되기도 한다. 정 전 총리는 친문계와도 가깝다. 지난해 3월부터 노무현재단 이사장을 맡고 있으며, 올해 1월에는 문재인 정부 고위직 인사들로 구성된 정책포럼 사의재의 고문을 맡아 사의재 출범식에 참석했다.
 
  김부겸 전 총리도 주목받고 있다. 김 전 총리는 최근 경남 양산을 찾아 문재인 전 대통령을 만났고, 전 정권 청와대 출신들과도 만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 전 총리는 TK 출신이면서 계파색이 옅어 내홍에 휩싸인 민주당을 봉합할 수 있다는 기대감을 받고 있다.
 
  정세균 전 총리와 김부겸 전 총리의 주변인들에 따르면 두 전 총리는 현재 정치에 나설 생각은 없는 것으로 전해지지만, “당의 위기에 책임감을 갖고 나서달라”는 요청은 수없이 받는다고 한다.
 
 
  주목받는 ‘사의재’의 행보
 
1월 18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정세균 전 총리, 박능후 전 보건복지부 장관 등 문재인 정부 인사들이 참석한 가운데 ‘포럼 사의재 창립’ 기자회견을 가졌다.
  민주당의 위기상황이 계속되면서 친문(친문재인)계의 행보에도 관심이 쏠린다. 문재인 정부 고위 인사들은 지난 1월 정책포럼 ‘사의재’를 출범시켰다. 상임대표는 박능후 전 보건복지부 장관이 맡는다. 공동대표에는 정현백 전 여성가족부 장관과 조대엽 전 정책기획위원장이, 운영위원장에는 방정균 전 청와대 시민사회수석이 선임됐다. 이낙연·정세균·김부겸 전 국무총리가 고문이다. 출범식에는 도종환·박범계·전해철·한병도·고민정·윤영찬·이용선·정태호 의원 등 문재인 정부 출신 민주당 현역 의원이 다수 참석해 친문계 모임이라는 점이 가시화됐다.
 
  사의재는 현 정부의 도를 넘어서는 문재인 정부 지우기 및 범죄화에 대응한다는 방침이다. 다만 사의재 구성원들은 “사의재를 당내 계파로 봐서는 곤란하다”며 포스트이재명 체제에 대해 말을 아끼고 있다.
 
  일각에선 친노·친문계이면서 이재명 대표와도 가까운 이해찬 전 대표가 나서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지난해 말 사면된 김경수 전 경남지사의 이름도 나오지만, ‘드루킹’의 그림자가 강한 데다 사면은 됐지만 복권이 되지 않았다는 점에서 김 전 지사를 언급하는 사람은 많지 않은 편이다.
 
  당 안팎에서 포스트이재명 체제와 대안에 대한 얘기가 조금씩 나오고 있지만, 이 대표는 자진사퇴의 뜻이 전혀 없는 것으로 전해진다. 친명계 의원들도 위기일수록 당의 단결과 신뢰 회복이 중요하다며 이 대표를 흔들어서는 안 된다고 주장하고 있다. 강성 친명계 정청래 최고위원과 정성호 의원, 김남국 의원 등은 “당원 70% 이상이 뽑은 대표를 검찰에 희생시킬 수는 없다”는 취지의 발언을 이어가고 있다. 따라서 이 대표가 거취를 고민하지 않고 인적쇄신을 통해 분위기 전환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인적쇄신 시기는 4월 원내대표 선거가 예정돼 있는 만큼 원내대표 선거를 앞당겨 치르면서 인적쇄신도 단행할 가능성이 높다.
 
  현재 자천타천으로 거론되는 원내대표 후보군으로는 4선 안규백, 3선 박광온·윤관석·이원욱·홍익표 의원이 있다. 비명·친문계로 분류되며 차기 원내대표로 유력하게 거론됐던 전해철 의원은 최근 불출마를 시사했고, 뚜렷한 친명계 후보도 보이지 않는 상태다. 따라서 아직 원내대표 선거를 둘러싼 갈등 기미는 보이지 않지만, 친명계가 유력 후보를 내놓는다면 계파갈등이 다시 불붙을 수 있다.
 
 
  팬덤 정치, 민주주의는 물론 민주당 망쳐
 
  한편 이재명 대표 체제 출범 후 꾸준히 제기돼왔던 분당(分黨)설도 끊이지 않는다. 친명계가 장악한 민주당에서 비명-친문 등 계파가 분당을 주도할 수 있다는 것이다. 다만 분당에는 ‘부동산’이라는 현실적인 장벽이 있어 최근에는 다소 잠잠해졌다. 서울 여의도의 민주당사 건물(舊 영산빌딩)은 민주당이 지난 2016년 9월 193억원에 매입했다. 매입 당시 은행대출이 많았지만 현재는 모두 갚은 상태이며, 현재 자산가치는 300억원 이상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당이 여의도 핵심 지역에 지상 10층, 지하 4층의 건물을 보유하고 있는 만큼 분당을 원하는 세력이라도 이를 포기하고 당에서 집단으로 나가서 새 살림을 꾸리기는 쉽지 않은 일이다.
 
  더불어민주당이 살기 위해서는 이재명 팬덤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건국대 정치외교학과 이현출 교수는 “팬덤 정치가 한국 정치와 정당 민주주의의 위기를 증폭시키고 있다”며 “이른바 ‘문빠’와 ‘개딸’로 불리는 극성 지지층이 다른 사람들에게 무차별 공격을 가해 대립을 조장해왔고, 민주주의의 근간인 대화와 토론, 타협이 어려워졌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 같은 폐해를 막기 위해 팬덤의 혜택을 보는 정치인이 결단을 내려야 한다고 했다. 이 교수는 “과거 김대중·노무현 전 대통령은 지지자들이 극렬하게 반대하더라도 국가와 민족을 위한 선택을 했고, 욕먹을 각오를 하고 전두환·노태우 전 대통령 사면, 일본 문화 개방, 이라크 파병,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체결 등의 결단을 내렸다. 또 노무현 전 대통령은 노사모(노무현을 사랑하는 모임) 간부들을 청와대로 불러 노사모 해체를 당부했다”며 민주당은 과거 사례를 참고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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