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윤석열, 국정 운영 순위 잘못 설정, 소통 부족 우려
⊙ 정권 교체 직후 총선·지방선거에서 大選 後光 효과 작용한다는 假說, 잘 맞지 않아
⊙ 집권 초부터 尹-安 공동정부 구성에 異常기류 발생하고, 地選 결과가 나쁘게 나오면 ‘취임덕’에 시달릴 것
⊙ 정치 新人으로 大權 잡은 윤석열, “내가 하는 것은 항상 옳다”는 ‘최초 증후군’ 경계해야
金亨俊
1957년생. 한국외국어대 중국어과 졸업, 미국 아이오와대학 계량정치학 박사 / 국민대 정치대학원 교수, 한국선거학회장, 한국정치학회 부회장 역임 / 現 명지대 인문교양학부 교수, 한국정책과학연구원(KPSI) 원장 / 저서 《젠더 폴리시스》
⊙ 정권 교체 직후 총선·지방선거에서 大選 後光 효과 작용한다는 假說, 잘 맞지 않아
⊙ 집권 초부터 尹-安 공동정부 구성에 異常기류 발생하고, 地選 결과가 나쁘게 나오면 ‘취임덕’에 시달릴 것
⊙ 정치 新人으로 大權 잡은 윤석열, “내가 하는 것은 항상 옳다”는 ‘최초 증후군’ 경계해야
金亨俊
1957년생. 한국외국어대 중국어과 졸업, 미국 아이오와대학 계량정치학 박사 / 국민대 정치대학원 교수, 한국선거학회장, 한국정치학회 부회장 역임 / 現 명지대 인문교양학부 교수, 한국정책과학연구원(KPSI) 원장 / 저서 《젠더 폴리시스》
- 6·1지방선거는 윤석열-이재명 후보간 大選의 연장전이 될 것이다. 사진=조선DB
대선(大選) 후 신·구(新舊) 권력이 정면충돌하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했다. 현재 갈등의 핵심에는 윤석열(尹錫悅) 당선인의 청와대 대통령 집무실 이전 계획, 임기 말 인사권,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등이 자리 잡고 있다.
이례적인 신구 권력 갈등 속에서 윤석열 당선인의 지지율이 낮게 나타나고 있는 상황이 전개되고 있다. 한국갤럽이 2022년 4월 첫째 주(5~7일)에 실시한 조사 결과, 56%가 윤석열 당선인이 앞으로 5년 동안 대통령으로서의 직무 수행을 ‘잘할 것’이라고 응답한 반면, 38%는 ‘잘 못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윤 당선인의 향후 국정 운영 기대치는 과거보다 낮은 편이다. 전임 대통령들의 당선 2주 이내 시점 직무 수행 긍정 전망은 80% 내외였다. 2007년 12월 이명박(李明博) 당선인 84%, 2012년 12월 박근혜(朴槿惠) 당선인 78%, 2017년 5월 문재인(文在寅) 대통령 87%였다. 한국리서치가 실시한 조사(3월 28~29일)에서는 윤 당선인이 국정 운영을 ‘잘 못 할 것’이라는 부정 평가(50%)가 ‘잘할 것’이라는 긍정 평가(39%)보다 높게 나타났다.
현재 당선인 지지율이 지난 대선 때 얻은 득표율(48.6%)보다 낮게 나오자 권력 누수를 뜻하는 ‘레임덕(lame duck)’에 빗대어 ‘취임덕’이라는 얘기까지 나온다. 통상 대선이 끝난 직후 당선인에 대한 지지율이 높았다. 당선인을 찍지 않았던 사람들도 상당수가 미래에 대한 희망을 품고 당선인이 잘해주기를 바라기 때문이다. 그런데 대선 후에도 윤 당선인 지지율이 오르지 않는 근본 원인은 무엇일까? 구조적 요인과 개인적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동한 것으로 보인다.
尹, ‘콘크리트 지지층’ 형성하지 못해
첫째, 국론(國論) 분열과 진영 대결에서 찾을 수 있다. 유례없는 역대급 비(非)호감 대선에서 윤석열 후보가 초박빙(0.73%포인트) 차이로 승리했고, 여전히 대선 관성(慣性)의 법칙이 작동하면서 대결 구도가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대선 때 이재명(李在明) 후보(47.8%)와 심상정 후보(2.4%)를 지지했던 ‘반(反)윤석열’층이 여전히 강한 응집력을 보이면서 윤 당선인에 대한 기대를 유보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덩달아 윤 당선인이 아직 ‘콘크리트 지지층’을 형성하지 못하고 있는 것도 중요 요인이다. 이는 지난 대선에서 윤석열이 좋아서 찍은 사람도 많겠지만 이재명과 문재인, 민주당이 싫어서 찍은 사람도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정권 교체를 위해 윤석열 후보를 지지했지만 아직 윤 당선인과 강력한 정서적 일체감이 형성되어 있지 않다는 것을 보여준다.
실제로, 한국갤럽이 이번 선거에 투표한 유권자를 대상으로 실시한 대선 사후(事後) 여론조사(3월 10일)에 따르면, 윤석열 투표자는 가장 많은 39%가 ‘정권 교체’, 그다음으로 ‘상대 후보가 싫어서’가 17%로 나타났다. ‘신뢰감’(15%), ‘공정/정의’(13%), ‘주관/소신’(5%) 등 윤 당선인의 개인 역량과 지향하는 가치 때문에 투표했다는 사람의 비율은 상대적으로 적었다. 견고한 ‘반윤석열층’이 이미 형성됐고, 정권이 교체된 상황에서 윤석열 개인에 대한 열정적 지지층이 약하기 때문에 향후 국정 운영의 동력을 확보하기가 쉽지 않을 전망이다.
총리는 補完財
더구나 국회는 민주당이 172석의 압도적 우위를 차지하고 있기 때문에 정국 운영이 녹록지 않을 것이다. 당장 윤석열 정부는 초대 국무총리에 대한 국회 인준도 장담하기 어렵다. 결국, 윤 당선인은 지난 4월 3일 새 정부 초대 국무총리 후보자로 전북 전주 출신이고 노무현 정부 시절 경제부총리·국무총리를 지낸 한덕수 전 총리를 지명했다.
그동안 역대 정권의 초대 총리는 새 정부의 국정 철학을 드러내면서도 대통령의 부족한 부분을 채우는 ‘보완재(補完財)’ 역할을 주로 해왔다. 정통 관료 출신인 한 총리 지명자도 2003년 참여정부 초대 총리로 지명된 행정의 달인인 고건(高建) 전 총리처럼 풍부한 경륜과 경험으로 외교·경제·통상 분야 지식이 부족한 윤 당선인을 돕는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한국갤럽 조사(4월 5~7일)에서 한덕수 후보의 국무총리 적합 여부를 물은 결과, 38%가 ‘적합하다’고 응답했고 22%는 ‘적합하지 않다’고 봤으며 39%는 의견을 유보했다. 현 정부 지지가 강한 40대(38%), 민주당 지지층(38%), 진보층(36%) 등에서도 부적합 쪽으로 크게 기울지는 않았다.
둘째, 국정 운영의 우선순위가 잘못됐다. 국민들은 경제·안보 복합위기 및 코로나19 오미크론 대확산 속에서 민생 대책과 신(新) 방역 대책을 바란다. 그러나 윤 당선인은 대통령 집무실의 용산 이전을 최우선 과제로 내놓았다.
《시사저널》·시사리서치 조사(3월 29일)에서 ‘대통령 집무실 용산 이전을 반대하는 이유’를 물은 결과, 가장 많은 58.4%가 ‘청와대 이전의 필요성을 못 느껴서’라고 응답했다. 다음으로는 ‘이전에 비용이 너무 많이 들어서’(21.8%), ‘시기적으로 너무 성급하다’(15.3%) 등이었다.
여론의 이런 반응은 윤 당선인의 생각과는 크게 달랐다. 윤 당선인은 청와대 이전을 추진하는 이유에 대해 “(청와대를 벗어나는) 결단을 하지 않으면 제왕적 대통령제에서 벗어나기 어렵다. 공간이 의식을 지배한다고 생각한다”고 밝힌 바 있다. 문재인 대통령과의 회동에서도 ‘용산 이전 협조’가 최우선 요청 사항이 된 것에 대해 국민들의 실망감은 컸다. 추가경정예산안을 통한 민생 회복, 북한의 대륙간 탄도미사일(ICBM) 발사와 같은 안보 위기 극복이 최우선 요청 사항이 되어야 했는데 당선인 측이 미숙했다.
‘소통 없는 결단’
셋째, 만기친람(萬機親覽)식 일 처리와 소통 부족과 같은 윤석열 당선인의 통치 스타일에 대한 우려다. 5월 10일로 빠듯하게 시한을 정해놓고 집무실·국방부·합참 연쇄 이전을 행하는 것은 무리수였다. 윤 당선인이 “제왕적 대통령제에서 벗어나려다 오히려 ‘제왕적 방식’으로 이를 처리한다”는 비판이 쏟아진 이유다. 또한 ‘광화문 시대’를 공약해놓고 ‘용산 시대’를 연 것에 대해 사과가 없었던 것도 미숙했다. ‘소통 없는 결단’이 오히려 ‘집무실 이전’에 대한 부정적 여론을 만든 것 같다.
당선인에 대한 향후 5년 직무 전망과 현재 직무 평가는 구분되어야 한다. 일례로 한국갤럽 조사에서 2012년 12월 대선에서 승리한 박근혜 당선인에 대한 2013년 2월 첫째 주 ‘향후 5년 직무 수행’ 긍정 전망은 71%였다. 하지만 ‘당선인으로서의 현재 직무 수행’ 긍정 평가는 48%였다.
비슷한 맥락에서 현재 당선인으로서 직무 수행과 새 정부 출범 후 직무 전망과는 차이가 있을 수 있다. 향후 인수위 직무 수행이 긍정적으로 평가받으면 향후 국정 운영 기대치도 상승할 수 있다. 청와대가 개방되면 분위기가 바뀔 수도 있다는 견해도 있다.
2002년 서울시장 선거 당시 이명박 후보는 청계천 복원을 약속했지만 당시 여당과 진보 언론으로부터 격렬한 비판에 직면했다. 그러나 막상 2015년 9월 청계천이 복원되자 많은 찬사를 받았고 이를 기반으로 이명박 시장은 2007년 대선에서 승리해 대통령이 됐다.
大選 後光 효과?
윤 당선인의 지지도가 기대한 만큼 높게 나오고 있지 않은 상황에서, 새 정부 출범 20여 일 만에 치러지는 6·1 지방선거 결과가 어떻게 나오느냐가 국정 운영의 큰 변곡점(變曲點)을 만들 것이다. 국민의힘은 대선 승리의 여세를 몰아 문재인 정부 심판론을 재(再)가동해 지방권력을 탈환해 국정 운영의 동력을 확보하려고 한다. 반면 민주당은 대선 패배 후폭풍을 끊어내서 새 정부 견제론에 불을 댕기려고 한다. 결국 이번 지방선거는 대선 연장전 성격이 짙다.
통상적으로 대선 후 1년 이내 전국 선거가 있을 경우, 새 정부에 힘을 실어주자는 민심이 표출되면서 대선 성적표와 어느 정도 연동(連動)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 통설(通說)이다. 대선 승리 효과와 대통령 후광(後光) 효과가 존재해 여당에 유리하다는 이유다. 하지만 이런 가설(假說)은 절대적이지 않다. 대선 득표율, 새 대통령에 대한 기대, 여론 지형, 선거구도 등이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1노3김’ 구도 속에서 치러진 1987년 대선에서 노태우(盧泰愚) 민주정의당 후보는 36.6%의 낮은 득표로 당선되었다. 하지만 노태우 정부 출범 2달 만에 치러진 1988년 4월 총선에서 여당인 민정당은 대선 승리 프리미엄을 얻지 못하고 완패(完敗)했다. 민정당은 125석으로 제1당이 되었지만 대한민국 정치에서 최초로 ‘여소야대(與小野大)’가 만들어졌다. 야(野) 3당의 총 의석수는 164석(54.8%)이었다. 이런 결과는 1987년 대선을 거치면서 철저한 지역패권정당체제가 구축되었기 때문이다.
1997년 대선에서 최초로 정권 교체를 이룩한 김대중(金大中) 정부의 경우, 출범 100일째 되던 날에 6·4 지방선거가 치러졌다. 여당인 새정치국민회의와 자유민주연합은 대선 승리 효과와 연합공천 덕분에 승리했다.
광역단체장 선거 결과는 대선 결과와 동일했다. 광역단체장 16곳 중 1997년 대선에서 김대중 후보가 승리한 10개 지역(수도권, 충청도, 호남, 제주도)에서 이긴 반면 한나라당은 이회창(李會昌) 후보가 승리한 6개 지역(영남 5개+강원)에서 이겼다.
기초단체장과 광역의원 선거에선 그야말로 여권이 압승했다. 232개 기초단체장 선거에선 새정치국민회의 84석, 자민련 29석 등 총 113석(48.7%)을 획득했다. 반면 한나라당은 74석을 얻는 데 그쳤다. 광역의원 선거(616석)에서도 새정치국민회의 303석, 자민련 95석 등 총 398석(64.6%)을 획득했다. 반면 한나라당은 지난 1995년 6·27 지방선거 때보다 무려 80석을 잃은 253석을 얻는 데 그쳤다.
MB, 보수분열로 총선에서 겨우 과반 획득
2008년 4월 총선은 2007년 대선에서 531만 표의 큰 차이로 이명박 대통령이 당선된 후 약 2달 만에 치러졌다. 여당인 한나라당은 개헌(改憲)선인 200석에 육박하는 승리를 거둘 것으로 예상했지만, 약간 과반(過半)인 153석을 얻어 여대야소 구도를 형성하는 데 만족해야 했다.
한나라당은 2004년 총선과 비교해 41석을 더 얻었고 전통적으로 약세를 보이던 수도권(111석)에서도 대승했다. 서울(48석)에서 40석, 인천(12석)에서 9석, 경기(51석)에서 32석 등 총 81석(73.0%)을 얻었다. 그러나 공천 파동으로 보수 진영이 분열되어 친박 연대(14석)와 무소속 친박(13석) 등이 선전하면서 대선 승리 효과가 반감(半減)되었다. 야당인 통합민주당은 지난 2004년 총선보다 무려 55석이 줄어든 81석을 얻으면서 완패했다.
통합민주당이 얻은 비례대표 득표율은 25.2%로 2007년 대선에서 정동영 후보가 얻은 25.1%와 거의 같았다. 2007년 대선에서 이명박 후보는 48.7%를 득표했지만 2008년 총선에서 한나라당의 비례대표 득표율은 37.5%에 불과했다. 보수가 친박연대(13.2%) 등으로 분열되었기 때문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이후 정권을 잡은 더불어민주당은 문재인(文在寅) 정부 출범 후 약 1년 만에 치러진 2018년 6월 지방선거에서 압승했다. 17개 광역단체장 선거의 경우, 민주당은 대선에서 문재인 후보가 승리한 13곳과 박빙으로 패한 경남 1곳을 포함 14곳(82.4%)(+4곳)에서 승리했다. 226개 기초단체장 선거에서 151석(66.8%)(+71), 824개 광역의원 선거에서 652석(79.1%)(+3)을 얻어 승리했다. 자유한국당은 광역단체장 2석(-6)/기초단체장 53석(-64)/광역의원 137석(-404)을 얻는 데 그치면서 참패를 당했다.
대선이 끝난 지 1년여 만에 치러지는 지방선거이기 때문에 문재인 정부에 대한 중간 심판이라는 견해가 많았지만, 북한의 평창동계올림픽 참가(2월), 판문점 남북 정상회담 개최(4월), 미북 정상회담 개최(6월) 등 대형 정치 이벤트들이 여당 압승의 결정적 요인이 되었다.
광역지자치체장 선거, 大選 결과와 유사
이상의 분석을 통해 확인된 것은 정권 교체 직후 치러진 지방선거(1998년, 2018년)에서 광역단체장 선거에서는 대선 승리 효과가 별로 작동되지 않고, 대선 결과와 유사한 양상을 보인다. 한편, 대선에서 지지율 격차가 크면 클수록 대선 승리 효과는 어느 정도 존재한다.
지난 대선에서 이재명 후보는 17개 광역시·도 중 7곳(인천, 경기, 세종, 광주, 전북, 전남, 제주)에서 승자인 윤석열 후보보다 더 많은 득표를 했다.
6·1 지방선거의 최대 승부처 중 하나로 꼽히는 경기도지사 경선에 민주당에서는 김동연 새로운 물결 대표, 안민석·조정식 의원에 이어, 염태영 전 수원시장이 출사표를 던졌다. 이재명 전 민주당 후보(현 상임고문)의 의중(명심)은 지난 대선 과정에서 단일화를 위해 손을 맞잡았던 김동연 대표에 있다는 것이 정설이다.
국민의힘은 유승민 전 의원에 이어 김은혜 의원이 출마를 선언했다. ‘대선 후보급 거물’ 정치인인 유 전 의원이 출마를 선언한 상황에서 김 의원이 출마를 결단한 것은 사실상 윤심이 반영된 결과라 할 수 있다.
《경기일보》·모노리서치가 실시한 경기지사 후보 지지도 여론조사(4월 8~9일)에서 김은혜 국민의힘 의원이 17.6%로 깜짝 선두에 나섰다. 그 뒤를 유승민 전 의원(14.6%)과 김동연 새로운물결 대표(13.7%)가 이었다.
김동연, 김은혜 후보가 각 당의 최종 후보로 선출된다면 이번 경기도지사 선거는 ‘윤석열-이재명의 대리전(代理戰)’ 양상이 뚜렷해질 것으로 보인다. 경기도는 지난 대선에서 윤석열 당선인이 45.6%를 득표해 이재명 민주당 후보(50.9%)에게 46만 표 차이로 패한 지역이다.
이재명 고문은 적극적으로 선거운동을 할 수 있는 반면, 윤석열 대통령은 정치적 중립을 지켜야 하기 때문에 기울어진 운동장이 될 수 있다. 그만큼 국민의힘 입장에서는 어려운 게임이 될 것이다. 만약 국민의힘이 경기도지사직 탈환에 성공하면 윤 당선인의 국정 장악력도 한층 강화될 수 있다.
국민의힘, 충남·충북·강원에서 불리
중원은 이번 지방선거 전체 승패를 좌우할 절대적으로 중요한 지역이다. 지난 대선에서 윤석열 후보는 세종을 제외한 대전(3만), 충북(5.6만), 충남(8만)에서 승리했다.
그런데 이 지역의 민주당 소속 현역 광역단체장들의 저력이 만만치 않다. 지난 1월 리얼미터 평가 결과 충남의 양승조 지사는 전국 광역단체장 평가에서 상위(6위)를 차지했다.
국민의힘 김태흠 의원은 원내대표 경선을 포기하고 윤 당선인의 권유로 충남지사 선거에 출마했다. 그러나 충남 전체 인구의 약 과반을 차지하는 천안·아산에서 양 지사가 강세를 보이고 있기 때문에 국민의힘의 고전이 예상된다.
충북도 비슷하다. 국민의힘은 민주당 4선 의원 출신인 오제세 전 의원, 경기 안산에서 4선을 지낸 김영환 전 의원, 서울 서초에서 3선을 지낸 이혜훈 전 의원 등이 후보 등록을 마쳤다. 그러나 이들은 국민의힘 정통성이 없고, 충북 연고가 약하다. 따라서 3연임 금지 규정 때문에 출마하지 못하는 이시종 현 지사를 대체할 노영민 전 대통령 비서실장과의 경쟁에서 우위를 차지하기 어렵다.
강원지사 선거도 예측불허다. 지난 대선에서 윤석열 당선인은 이 지역에서 이재명 후보보다 12만 표를 더 득표했다.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회는 4월 14일 6·1 지방선거 강원도지사 선거에 KBS 앵커 출신인 황상무 예비후보를 단수 추천했다. 김진태 전 의원은 과거 5·18 민주화운동 비하 발언 등이 문제가 돼 ‘컷오프’ 됐다. 김 전 의원은 이에 반발하며 무소속 출마 가능성을 시사했다.
황상무 전 앵커는 ‘윤석열 후보가 발굴한 강원도의 미래’라고 자처하지만 인지도가 낮다. 반면 민주당의 경우, 강원도지사를 지낸 바 있는 이광재 의원이 출마한다면 인지도도 높고 그동안 최문순 지사가 3선을 하면서 닦아 놓은 조직을 활용할 수 있어서 유리하다.
민주당, “9개 지역 승리 목표”
민주당 박홍근 원내대표는 지난 4월 3일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17개 광역단체장 중 9개 선출을 목표로 해야 한다”고 했다. 박 원내대표가 말한 광역단체장 9곳은 호남(전북·전남·광주)과 제주, 충청(충북·충남·대전) 7곳에 인천·경기를 더한 것이다. 만약 국민의힘이 광역단체장 선거에서 반수(9개)를 넘기지 못하면 패배하는 것이다. 그야말로 ‘파국적 균형’ 상태가 도래할지 모른다. 선거 패배 책임을 지고 이준석 대표는 물러나야 할지 모른다.
반면 이재명 상임 고문의 조기(早期) 등판론은 탄력을 받을 공산이 크다. 8월에 열리는 민주당 당대표 선거에 출마해 당권을 잡으려 할지 모른다. 반대로 국민의힘이 과반 승리를 하고 경기지사 선거에서 승리하면 윤석열 대통령은 국정 운영의 동력을 만들어낼 수 있을 것이다. 이재명의 조기 등판론도 크게 위축될 것이다.
현재의 상황을 종합적으로 평가하면 윤석열 대통령의 통치 환경은 좋은 편이 아니다. SWOT 분석 결과, 강점(Strength)과 기회(Opportunity)보다는 약점(Weakness)과 위협(Threat) 요인이 더 강하게 작동될 개연성이 크다.
윤석열 당선인의 최대 강점은 좌파 정부를 상대로 5년 만에 정권을 교체하는 과정에서 형성된 보수의 아이콘이란 이미지이다. 동시에 절대 권력에 저항했던 용기와 결단력이다. 윤 당선인이 주장하는 핵심 가치인 ‘공정과 상식’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가 크다는 것도 큰 강점이다. 국민들의 정치에 대한 혐오가 광범위하게 펼쳐져 있는 상황에서 ‘정치 아웃사이더 이미지’는 큰 기회 요인이다. 윤 당선인은 기존 정치권에 빚진 것이 없기 때문에 눈치 보지 않고 정치 대개조에 나설 수 있다.
지난 2008년 이명박 대통령은 정권 교체에는 성공했지만 당시 한나라당 내에는 강력한 이념(보수)과 지역(영남)으로 무장된 비주류의 박근혜 전 대표가 마치 여당 내 야당처럼 종종 국정 운영의 발목을 잡았다. 그런데 윤 당선인의 경우, 집권당인 국민의힘 내부에 강력한 ‘반윤(反尹) 세력’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은 좋은 환경이다.
172석의 거대 야당인 민주당이 향후 당내 주도권을 둘러싸고 친(親)문재인(친문) 대 친이재명(친명) 간에 계파 갈등이 본격화될 가능성이 있어서 이이제이(以夷制夷)할 수 있는 기회를 잡을 수 있다.
불리한 미디어 환경
약점 요인으로는 윤석열 당선인에 대한 낮은 호감도다. 한국리서치 조사(3월 25~28일) 결과, 국정 운영 기대감과 관계없이 윤 당선인에 대해 ‘호감이 간다’는 응답은 32%로 기대치(39%)보다 더 낮았다. 특히 ‘호감이 가지 않는다’는 응답이 62%나 됐다. 주목해야 하는 것은 윤 당선인이 ‘국정 운영을 잘할 것’이라고 긍정 평가한 사람 중에서도 19%가 ‘호감은 가지 않는다’고 응답한 점이다.
특이한 점은 이런 수치들이 퇴임을 앞둔 문재인 대통령 국정 운영 지지도(43%)와 호감도(48%)보다 낮다는 것이다. 이는 새 정부 출범 후 과거와 같은 문재인 정부에 대한 적폐 청산을 밀어붙이면 만만치 않은 저항에 부딪힐 수 있다는 것을 예고한다. 자칫 잘못하면 ‘정치 보복 프레임’으로 흘러갈 공산이 크다.
이럴 경우 윤석열 당선인이 추진하는 각종 정책 의제는 절대 의석을 가지고 있는 민주당의 벽에 걸려 한 발짝도 나가지 못할 수 있다. 그야말로 식물정부로 전락할 수도 있다.
문재인 정권 5년 동안 만들어진 미디어 환경도 새 정부에 큰 걸림돌이다. 2008년 5월 이명박 정부의 미국산 쇠고기 수입 재개 협상 내용에 대한 반대 의사를 표시하기 위한 대규모 촛불 시위 사태가 있었다.
이 시위를 촉발시킨 것은 MBC 〈PD 수첩〉이 방영한 ‘미국산 쇠고기, 과연 광우병에서 안전한가’였다. 대법원은 2011년 9월 2일 ‘대한민국 국민이 광우병에 걸릴 가능성이 더 크다는 보도’는 명백한 허위 보도이며, 이에 정정(訂正) 보도를 내보내라고 판결했다. 하지만 집권 초기 광우병 사태로 이명박 정부가 받은 내상(內傷)은 컸다. 이명박 대통령 국정 운영 지지도가 20%대로 추락했다. 이 모든 것은 열악한 미디어 환경에서 초래된 결과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최대 위협 요인은 극단적인 여소야대 상황이다. 야당의 협조 없이는 법안, 예산, 인사를 관철시킬 수 없다. 윤석열 당선인은 임대차3법에 대한 전면적인 수정·보완 혹은 폐지 등을 공약으로 내세웠지만 야당 협조 없이는 불가능하다. ‘검수완박’과 같이 거대 민주당이 주도하는 법안에 대해 국민의힘은 이를 제도적으로 막을 수 없다. 따라서 ‘협치(協治)의 제도화’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3대 딜레마’
한편 윤석열 대통령은 집권 후 ‘3대 딜레마’에 봉착할 가능성이 있다. 성난 부동산 민심을 등에 업고 대선에서 승리한 윤석열 당선인에게 정부 출범 초 ‘집값 안정’은 포기할 수 없는 과제다. 그런데 대선에서 공약한 대로 규제 완화를 밀어붙이다가 자칫 집값이 과열될 수 있다. 실제로 재건축 규제 완화에 대한 기대감으로 서울 강남권과 목동 등에선 집값 하락세가 멈췄다는 통계가 나오고 있다. 이럴 경우 민심이 바로 되돌아설 수 있고 국정 전반의 동력 상실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윤석열 정부 초대 경제 사령탑으로 낙점된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내정자는 10일 정부의 “최우선 과제는 서민 생활 물가와 민생 안정”이라고 했다. 이에 못지않게 추 내정자는 재정건전성 강화 및 ‘재정준칙’ 법제화도 주요 과제로 꼽았다. 하지만 ‘재정건전성’에 집중하다 보면 문재인 정부가 추진했던 보편적 복지국가의 근간을 뒤흔들 수 있다.
세금으로 일자리를 만드는 것은 사라지고, 퍼주기식 복지 예산도 줄여야 할지 모른다. 이것이 또 다른 민심 이반의 요인이 될 수 있다. 사회적 약자층에서 “문재인 정부 때가 좋았다”라는 말이 나올 수도 있다.
서욱 국방부 장관은 지난 4월 1일 “북한의 미사일 발사 징후가 명확할 경우 발사 원점과 지휘·지원시설을 정밀 타격할 수 있는 능력과 태세도 갖추고 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김정은의 여동생 김여정은 다음 날 담화에서 “남측이 ‘심각한 위협’에 직면할 수 있다고 강력히 경고한다”고 협박했다.
지금 상황은 2008년 이명박 정부 때와 비슷하다. 보수로 정권이 교체된 후 남북 관계가 교착 상태에 빠지면서 북한은 금강산을 관광 중인 박왕자씨 피살, 천안함 폭침, 연평도 포격 등 각종 도발을 감행했다.
향후 윤석열 정부도 북한과 초갈등 상황에서 어떻게 ‘북한 비핵화’를 이끌어내야 할지 고민이 깊어질 것이다.
‘최초 증후군’ 경계해야
한편, 윤석열 당선인에게는 ‘최초 증후군’의 위험성도 내재(內在)되어 있다. 정치 경험이 전무(全無)하고 정치 선언 9개월 만에 대선에서 승리한 것은 대한민국 헌정사상 처음 있는 일이다. 그 과정에서 윤 당선인은 “내가 하는 것은 항상 옳다” “나는 전임자와 다르다”는 확신을 가질 수 있다. 그러나 자신감이 지나쳐 ‘자기 마음대로 한다’는 이미지가 만들어지면 앞으로 윤 당선인에게 가장 위험한 요인이 될 수도 있다.
단언컨대, 윤 당선인이 향후 국정 운영에서 약점과 위협 요인을 극복하지 못하면 집권 시작부터 어려움을 맞이할 수 있다. 안철수 대표의 최측근이며 야권 후보 단일화 과정에서 물밑 협상을 맡았던 이태규 국민의당 의원이 4월 11일 인수위 기획조정분과 위원직에서 사퇴했다. 초기 내각 구성에서 이 의원을 비롯한 국민의당에 대한 배분이 이뤄지지 않은 것이 전격 사퇴 배경으로 꼽힌다. 집권 초반부터 윤석열-안철수 공동정부 구성에 이상(異常)기류가 발생하고, 지방선거 결과가 나쁘게 나오면 윤석열 대통령은 그야말로 ‘취임덕’에 시달릴 수 있다.
따라서 윤 당선인이 성공한 대통령의 길을 가려면 최악의 상황에 대비한 ‘컨틴전시 플랜’(위기대응비상계획)을 수립해야 한다. 미국 백악관처럼 청와대 안에 ‘대미지컨트롤 팀(damage control team)’을 구축(構築)해야 한다. 더 나아가 집권 3개월, 집권 6개월, 집권 1년에 맞춰 추진해야 할 정책 의제들을 정교하게 만들어야 한다. 정책이 최상의 방어다.⊙
이례적인 신구 권력 갈등 속에서 윤석열 당선인의 지지율이 낮게 나타나고 있는 상황이 전개되고 있다. 한국갤럽이 2022년 4월 첫째 주(5~7일)에 실시한 조사 결과, 56%가 윤석열 당선인이 앞으로 5년 동안 대통령으로서의 직무 수행을 ‘잘할 것’이라고 응답한 반면, 38%는 ‘잘 못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윤 당선인의 향후 국정 운영 기대치는 과거보다 낮은 편이다. 전임 대통령들의 당선 2주 이내 시점 직무 수행 긍정 전망은 80% 내외였다. 2007년 12월 이명박(李明博) 당선인 84%, 2012년 12월 박근혜(朴槿惠) 당선인 78%, 2017년 5월 문재인(文在寅) 대통령 87%였다. 한국리서치가 실시한 조사(3월 28~29일)에서는 윤 당선인이 국정 운영을 ‘잘 못 할 것’이라는 부정 평가(50%)가 ‘잘할 것’이라는 긍정 평가(39%)보다 높게 나타났다.
현재 당선인 지지율이 지난 대선 때 얻은 득표율(48.6%)보다 낮게 나오자 권력 누수를 뜻하는 ‘레임덕(lame duck)’에 빗대어 ‘취임덕’이라는 얘기까지 나온다. 통상 대선이 끝난 직후 당선인에 대한 지지율이 높았다. 당선인을 찍지 않았던 사람들도 상당수가 미래에 대한 희망을 품고 당선인이 잘해주기를 바라기 때문이다. 그런데 대선 후에도 윤 당선인 지지율이 오르지 않는 근본 원인은 무엇일까? 구조적 요인과 개인적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동한 것으로 보인다.
尹, ‘콘크리트 지지층’ 형성하지 못해
첫째, 국론(國論) 분열과 진영 대결에서 찾을 수 있다. 유례없는 역대급 비(非)호감 대선에서 윤석열 후보가 초박빙(0.73%포인트) 차이로 승리했고, 여전히 대선 관성(慣性)의 법칙이 작동하면서 대결 구도가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대선 때 이재명(李在明) 후보(47.8%)와 심상정 후보(2.4%)를 지지했던 ‘반(反)윤석열’층이 여전히 강한 응집력을 보이면서 윤 당선인에 대한 기대를 유보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덩달아 윤 당선인이 아직 ‘콘크리트 지지층’을 형성하지 못하고 있는 것도 중요 요인이다. 이는 지난 대선에서 윤석열이 좋아서 찍은 사람도 많겠지만 이재명과 문재인, 민주당이 싫어서 찍은 사람도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정권 교체를 위해 윤석열 후보를 지지했지만 아직 윤 당선인과 강력한 정서적 일체감이 형성되어 있지 않다는 것을 보여준다.
실제로, 한국갤럽이 이번 선거에 투표한 유권자를 대상으로 실시한 대선 사후(事後) 여론조사(3월 10일)에 따르면, 윤석열 투표자는 가장 많은 39%가 ‘정권 교체’, 그다음으로 ‘상대 후보가 싫어서’가 17%로 나타났다. ‘신뢰감’(15%), ‘공정/정의’(13%), ‘주관/소신’(5%) 등 윤 당선인의 개인 역량과 지향하는 가치 때문에 투표했다는 사람의 비율은 상대적으로 적었다. 견고한 ‘반윤석열층’이 이미 형성됐고, 정권이 교체된 상황에서 윤석열 개인에 대한 열정적 지지층이 약하기 때문에 향후 국정 운영의 동력을 확보하기가 쉽지 않을 전망이다.
총리는 補完財
더구나 국회는 민주당이 172석의 압도적 우위를 차지하고 있기 때문에 정국 운영이 녹록지 않을 것이다. 당장 윤석열 정부는 초대 국무총리에 대한 국회 인준도 장담하기 어렵다. 결국, 윤 당선인은 지난 4월 3일 새 정부 초대 국무총리 후보자로 전북 전주 출신이고 노무현 정부 시절 경제부총리·국무총리를 지낸 한덕수 전 총리를 지명했다.
그동안 역대 정권의 초대 총리는 새 정부의 국정 철학을 드러내면서도 대통령의 부족한 부분을 채우는 ‘보완재(補完財)’ 역할을 주로 해왔다. 정통 관료 출신인 한 총리 지명자도 2003년 참여정부 초대 총리로 지명된 행정의 달인인 고건(高建) 전 총리처럼 풍부한 경륜과 경험으로 외교·경제·통상 분야 지식이 부족한 윤 당선인을 돕는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한국갤럽 조사(4월 5~7일)에서 한덕수 후보의 국무총리 적합 여부를 물은 결과, 38%가 ‘적합하다’고 응답했고 22%는 ‘적합하지 않다’고 봤으며 39%는 의견을 유보했다. 현 정부 지지가 강한 40대(38%), 민주당 지지층(38%), 진보층(36%) 등에서도 부적합 쪽으로 크게 기울지는 않았다.
둘째, 국정 운영의 우선순위가 잘못됐다. 국민들은 경제·안보 복합위기 및 코로나19 오미크론 대확산 속에서 민생 대책과 신(新) 방역 대책을 바란다. 그러나 윤 당선인은 대통령 집무실의 용산 이전을 최우선 과제로 내놓았다.
《시사저널》·시사리서치 조사(3월 29일)에서 ‘대통령 집무실 용산 이전을 반대하는 이유’를 물은 결과, 가장 많은 58.4%가 ‘청와대 이전의 필요성을 못 느껴서’라고 응답했다. 다음으로는 ‘이전에 비용이 너무 많이 들어서’(21.8%), ‘시기적으로 너무 성급하다’(15.3%) 등이었다.
여론의 이런 반응은 윤 당선인의 생각과는 크게 달랐다. 윤 당선인은 청와대 이전을 추진하는 이유에 대해 “(청와대를 벗어나는) 결단을 하지 않으면 제왕적 대통령제에서 벗어나기 어렵다. 공간이 의식을 지배한다고 생각한다”고 밝힌 바 있다. 문재인 대통령과의 회동에서도 ‘용산 이전 협조’가 최우선 요청 사항이 된 것에 대해 국민들의 실망감은 컸다. 추가경정예산안을 통한 민생 회복, 북한의 대륙간 탄도미사일(ICBM) 발사와 같은 안보 위기 극복이 최우선 요청 사항이 되어야 했는데 당선인 측이 미숙했다.
‘소통 없는 결단’
셋째, 만기친람(萬機親覽)식 일 처리와 소통 부족과 같은 윤석열 당선인의 통치 스타일에 대한 우려다. 5월 10일로 빠듯하게 시한을 정해놓고 집무실·국방부·합참 연쇄 이전을 행하는 것은 무리수였다. 윤 당선인이 “제왕적 대통령제에서 벗어나려다 오히려 ‘제왕적 방식’으로 이를 처리한다”는 비판이 쏟아진 이유다. 또한 ‘광화문 시대’를 공약해놓고 ‘용산 시대’를 연 것에 대해 사과가 없었던 것도 미숙했다. ‘소통 없는 결단’이 오히려 ‘집무실 이전’에 대한 부정적 여론을 만든 것 같다.
당선인에 대한 향후 5년 직무 전망과 현재 직무 평가는 구분되어야 한다. 일례로 한국갤럽 조사에서 2012년 12월 대선에서 승리한 박근혜 당선인에 대한 2013년 2월 첫째 주 ‘향후 5년 직무 수행’ 긍정 전망은 71%였다. 하지만 ‘당선인으로서의 현재 직무 수행’ 긍정 평가는 48%였다.
비슷한 맥락에서 현재 당선인으로서 직무 수행과 새 정부 출범 후 직무 전망과는 차이가 있을 수 있다. 향후 인수위 직무 수행이 긍정적으로 평가받으면 향후 국정 운영 기대치도 상승할 수 있다. 청와대가 개방되면 분위기가 바뀔 수도 있다는 견해도 있다.
2002년 서울시장 선거 당시 이명박 후보는 청계천 복원을 약속했지만 당시 여당과 진보 언론으로부터 격렬한 비판에 직면했다. 그러나 막상 2015년 9월 청계천이 복원되자 많은 찬사를 받았고 이를 기반으로 이명박 시장은 2007년 대선에서 승리해 대통령이 됐다.
大選 後光 효과?
 |
| 1998년 지방선거 개표를 보면서 환호하는 새정치국민회의 수뇌부. 이때 선거 결과는 1997년 대선 결과와 거의 비슷하게 나왔다. 사진=조선DB |
통상적으로 대선 후 1년 이내 전국 선거가 있을 경우, 새 정부에 힘을 실어주자는 민심이 표출되면서 대선 성적표와 어느 정도 연동(連動)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 통설(通說)이다. 대선 승리 효과와 대통령 후광(後光) 효과가 존재해 여당에 유리하다는 이유다. 하지만 이런 가설(假說)은 절대적이지 않다. 대선 득표율, 새 대통령에 대한 기대, 여론 지형, 선거구도 등이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1노3김’ 구도 속에서 치러진 1987년 대선에서 노태우(盧泰愚) 민주정의당 후보는 36.6%의 낮은 득표로 당선되었다. 하지만 노태우 정부 출범 2달 만에 치러진 1988년 4월 총선에서 여당인 민정당은 대선 승리 프리미엄을 얻지 못하고 완패(完敗)했다. 민정당은 125석으로 제1당이 되었지만 대한민국 정치에서 최초로 ‘여소야대(與小野大)’가 만들어졌다. 야(野) 3당의 총 의석수는 164석(54.8%)이었다. 이런 결과는 1987년 대선을 거치면서 철저한 지역패권정당체제가 구축되었기 때문이다.
1997년 대선에서 최초로 정권 교체를 이룩한 김대중(金大中) 정부의 경우, 출범 100일째 되던 날에 6·4 지방선거가 치러졌다. 여당인 새정치국민회의와 자유민주연합은 대선 승리 효과와 연합공천 덕분에 승리했다.
광역단체장 선거 결과는 대선 결과와 동일했다. 광역단체장 16곳 중 1997년 대선에서 김대중 후보가 승리한 10개 지역(수도권, 충청도, 호남, 제주도)에서 이긴 반면 한나라당은 이회창(李會昌) 후보가 승리한 6개 지역(영남 5개+강원)에서 이겼다.
기초단체장과 광역의원 선거에선 그야말로 여권이 압승했다. 232개 기초단체장 선거에선 새정치국민회의 84석, 자민련 29석 등 총 113석(48.7%)을 획득했다. 반면 한나라당은 74석을 얻는 데 그쳤다. 광역의원 선거(616석)에서도 새정치국민회의 303석, 자민련 95석 등 총 398석(64.6%)을 획득했다. 반면 한나라당은 지난 1995년 6·27 지방선거 때보다 무려 80석을 잃은 253석을 얻는 데 그쳤다.
MB, 보수분열로 총선에서 겨우 과반 획득
2008년 4월 총선은 2007년 대선에서 531만 표의 큰 차이로 이명박 대통령이 당선된 후 약 2달 만에 치러졌다. 여당인 한나라당은 개헌(改憲)선인 200석에 육박하는 승리를 거둘 것으로 예상했지만, 약간 과반(過半)인 153석을 얻어 여대야소 구도를 형성하는 데 만족해야 했다.
한나라당은 2004년 총선과 비교해 41석을 더 얻었고 전통적으로 약세를 보이던 수도권(111석)에서도 대승했다. 서울(48석)에서 40석, 인천(12석)에서 9석, 경기(51석)에서 32석 등 총 81석(73.0%)을 얻었다. 그러나 공천 파동으로 보수 진영이 분열되어 친박 연대(14석)와 무소속 친박(13석) 등이 선전하면서 대선 승리 효과가 반감(半減)되었다. 야당인 통합민주당은 지난 2004년 총선보다 무려 55석이 줄어든 81석을 얻으면서 완패했다.
통합민주당이 얻은 비례대표 득표율은 25.2%로 2007년 대선에서 정동영 후보가 얻은 25.1%와 거의 같았다. 2007년 대선에서 이명박 후보는 48.7%를 득표했지만 2008년 총선에서 한나라당의 비례대표 득표율은 37.5%에 불과했다. 보수가 친박연대(13.2%) 등으로 분열되었기 때문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이후 정권을 잡은 더불어민주당은 문재인(文在寅) 정부 출범 후 약 1년 만에 치러진 2018년 6월 지방선거에서 압승했다. 17개 광역단체장 선거의 경우, 민주당은 대선에서 문재인 후보가 승리한 13곳과 박빙으로 패한 경남 1곳을 포함 14곳(82.4%)(+4곳)에서 승리했다. 226개 기초단체장 선거에서 151석(66.8%)(+71), 824개 광역의원 선거에서 652석(79.1%)(+3)을 얻어 승리했다. 자유한국당은 광역단체장 2석(-6)/기초단체장 53석(-64)/광역의원 137석(-404)을 얻는 데 그치면서 참패를 당했다.
대선이 끝난 지 1년여 만에 치러지는 지방선거이기 때문에 문재인 정부에 대한 중간 심판이라는 견해가 많았지만, 북한의 평창동계올림픽 참가(2월), 판문점 남북 정상회담 개최(4월), 미북 정상회담 개최(6월) 등 대형 정치 이벤트들이 여당 압승의 결정적 요인이 되었다.
광역지자치체장 선거, 大選 결과와 유사
이상의 분석을 통해 확인된 것은 정권 교체 직후 치러진 지방선거(1998년, 2018년)에서 광역단체장 선거에서는 대선 승리 효과가 별로 작동되지 않고, 대선 결과와 유사한 양상을 보인다. 한편, 대선에서 지지율 격차가 크면 클수록 대선 승리 효과는 어느 정도 존재한다.
지난 대선에서 이재명 후보는 17개 광역시·도 중 7곳(인천, 경기, 세종, 광주, 전북, 전남, 제주)에서 승자인 윤석열 후보보다 더 많은 득표를 했다.
6·1 지방선거의 최대 승부처 중 하나로 꼽히는 경기도지사 경선에 민주당에서는 김동연 새로운 물결 대표, 안민석·조정식 의원에 이어, 염태영 전 수원시장이 출사표를 던졌다. 이재명 전 민주당 후보(현 상임고문)의 의중(명심)은 지난 대선 과정에서 단일화를 위해 손을 맞잡았던 김동연 대표에 있다는 것이 정설이다.
국민의힘은 유승민 전 의원에 이어 김은혜 의원이 출마를 선언했다. ‘대선 후보급 거물’ 정치인인 유 전 의원이 출마를 선언한 상황에서 김 의원이 출마를 결단한 것은 사실상 윤심이 반영된 결과라 할 수 있다.
《경기일보》·모노리서치가 실시한 경기지사 후보 지지도 여론조사(4월 8~9일)에서 김은혜 국민의힘 의원이 17.6%로 깜짝 선두에 나섰다. 그 뒤를 유승민 전 의원(14.6%)과 김동연 새로운물결 대표(13.7%)가 이었다.
김동연, 김은혜 후보가 각 당의 최종 후보로 선출된다면 이번 경기도지사 선거는 ‘윤석열-이재명의 대리전(代理戰)’ 양상이 뚜렷해질 것으로 보인다. 경기도는 지난 대선에서 윤석열 당선인이 45.6%를 득표해 이재명 민주당 후보(50.9%)에게 46만 표 차이로 패한 지역이다.
이재명 고문은 적극적으로 선거운동을 할 수 있는 반면, 윤석열 대통령은 정치적 중립을 지켜야 하기 때문에 기울어진 운동장이 될 수 있다. 그만큼 국민의힘 입장에서는 어려운 게임이 될 것이다. 만약 국민의힘이 경기도지사직 탈환에 성공하면 윤 당선인의 국정 장악력도 한층 강화될 수 있다.
국민의힘, 충남·충북·강원에서 불리
중원은 이번 지방선거 전체 승패를 좌우할 절대적으로 중요한 지역이다. 지난 대선에서 윤석열 후보는 세종을 제외한 대전(3만), 충북(5.6만), 충남(8만)에서 승리했다.
그런데 이 지역의 민주당 소속 현역 광역단체장들의 저력이 만만치 않다. 지난 1월 리얼미터 평가 결과 충남의 양승조 지사는 전국 광역단체장 평가에서 상위(6위)를 차지했다.
국민의힘 김태흠 의원은 원내대표 경선을 포기하고 윤 당선인의 권유로 충남지사 선거에 출마했다. 그러나 충남 전체 인구의 약 과반을 차지하는 천안·아산에서 양 지사가 강세를 보이고 있기 때문에 국민의힘의 고전이 예상된다.
충북도 비슷하다. 국민의힘은 민주당 4선 의원 출신인 오제세 전 의원, 경기 안산에서 4선을 지낸 김영환 전 의원, 서울 서초에서 3선을 지낸 이혜훈 전 의원 등이 후보 등록을 마쳤다. 그러나 이들은 국민의힘 정통성이 없고, 충북 연고가 약하다. 따라서 3연임 금지 규정 때문에 출마하지 못하는 이시종 현 지사를 대체할 노영민 전 대통령 비서실장과의 경쟁에서 우위를 차지하기 어렵다.
강원지사 선거도 예측불허다. 지난 대선에서 윤석열 당선인은 이 지역에서 이재명 후보보다 12만 표를 더 득표했다.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회는 4월 14일 6·1 지방선거 강원도지사 선거에 KBS 앵커 출신인 황상무 예비후보를 단수 추천했다. 김진태 전 의원은 과거 5·18 민주화운동 비하 발언 등이 문제가 돼 ‘컷오프’ 됐다. 김 전 의원은 이에 반발하며 무소속 출마 가능성을 시사했다.
황상무 전 앵커는 ‘윤석열 후보가 발굴한 강원도의 미래’라고 자처하지만 인지도가 낮다. 반면 민주당의 경우, 강원도지사를 지낸 바 있는 이광재 의원이 출마한다면 인지도도 높고 그동안 최문순 지사가 3선을 하면서 닦아 놓은 조직을 활용할 수 있어서 유리하다.
민주당, “9개 지역 승리 목표”
민주당 박홍근 원내대표는 지난 4월 3일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17개 광역단체장 중 9개 선출을 목표로 해야 한다”고 했다. 박 원내대표가 말한 광역단체장 9곳은 호남(전북·전남·광주)과 제주, 충청(충북·충남·대전) 7곳에 인천·경기를 더한 것이다. 만약 국민의힘이 광역단체장 선거에서 반수(9개)를 넘기지 못하면 패배하는 것이다. 그야말로 ‘파국적 균형’ 상태가 도래할지 모른다. 선거 패배 책임을 지고 이준석 대표는 물러나야 할지 모른다.
반면 이재명 상임 고문의 조기(早期) 등판론은 탄력을 받을 공산이 크다. 8월에 열리는 민주당 당대표 선거에 출마해 당권을 잡으려 할지 모른다. 반대로 국민의힘이 과반 승리를 하고 경기지사 선거에서 승리하면 윤석열 대통령은 국정 운영의 동력을 만들어낼 수 있을 것이다. 이재명의 조기 등판론도 크게 위축될 것이다.
현재의 상황을 종합적으로 평가하면 윤석열 대통령의 통치 환경은 좋은 편이 아니다. SWOT 분석 결과, 강점(Strength)과 기회(Opportunity)보다는 약점(Weakness)과 위협(Threat) 요인이 더 강하게 작동될 개연성이 크다.
윤석열 당선인의 최대 강점은 좌파 정부를 상대로 5년 만에 정권을 교체하는 과정에서 형성된 보수의 아이콘이란 이미지이다. 동시에 절대 권력에 저항했던 용기와 결단력이다. 윤 당선인이 주장하는 핵심 가치인 ‘공정과 상식’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가 크다는 것도 큰 강점이다. 국민들의 정치에 대한 혐오가 광범위하게 펼쳐져 있는 상황에서 ‘정치 아웃사이더 이미지’는 큰 기회 요인이다. 윤 당선인은 기존 정치권에 빚진 것이 없기 때문에 눈치 보지 않고 정치 대개조에 나설 수 있다.
지난 2008년 이명박 대통령은 정권 교체에는 성공했지만 당시 한나라당 내에는 강력한 이념(보수)과 지역(영남)으로 무장된 비주류의 박근혜 전 대표가 마치 여당 내 야당처럼 종종 국정 운영의 발목을 잡았다. 그런데 윤 당선인의 경우, 집권당인 국민의힘 내부에 강력한 ‘반윤(反尹) 세력’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은 좋은 환경이다.
172석의 거대 야당인 민주당이 향후 당내 주도권을 둘러싸고 친(親)문재인(친문) 대 친이재명(친명) 간에 계파 갈등이 본격화될 가능성이 있어서 이이제이(以夷制夷)할 수 있는 기회를 잡을 수 있다.
불리한 미디어 환경
약점 요인으로는 윤석열 당선인에 대한 낮은 호감도다. 한국리서치 조사(3월 25~28일) 결과, 국정 운영 기대감과 관계없이 윤 당선인에 대해 ‘호감이 간다’는 응답은 32%로 기대치(39%)보다 더 낮았다. 특히 ‘호감이 가지 않는다’는 응답이 62%나 됐다. 주목해야 하는 것은 윤 당선인이 ‘국정 운영을 잘할 것’이라고 긍정 평가한 사람 중에서도 19%가 ‘호감은 가지 않는다’고 응답한 점이다.
특이한 점은 이런 수치들이 퇴임을 앞둔 문재인 대통령 국정 운영 지지도(43%)와 호감도(48%)보다 낮다는 것이다. 이는 새 정부 출범 후 과거와 같은 문재인 정부에 대한 적폐 청산을 밀어붙이면 만만치 않은 저항에 부딪힐 수 있다는 것을 예고한다. 자칫 잘못하면 ‘정치 보복 프레임’으로 흘러갈 공산이 크다.
이럴 경우 윤석열 당선인이 추진하는 각종 정책 의제는 절대 의석을 가지고 있는 민주당의 벽에 걸려 한 발짝도 나가지 못할 수 있다. 그야말로 식물정부로 전락할 수도 있다.
문재인 정권 5년 동안 만들어진 미디어 환경도 새 정부에 큰 걸림돌이다. 2008년 5월 이명박 정부의 미국산 쇠고기 수입 재개 협상 내용에 대한 반대 의사를 표시하기 위한 대규모 촛불 시위 사태가 있었다.
이 시위를 촉발시킨 것은 MBC 〈PD 수첩〉이 방영한 ‘미국산 쇠고기, 과연 광우병에서 안전한가’였다. 대법원은 2011년 9월 2일 ‘대한민국 국민이 광우병에 걸릴 가능성이 더 크다는 보도’는 명백한 허위 보도이며, 이에 정정(訂正) 보도를 내보내라고 판결했다. 하지만 집권 초기 광우병 사태로 이명박 정부가 받은 내상(內傷)은 컸다. 이명박 대통령 국정 운영 지지도가 20%대로 추락했다. 이 모든 것은 열악한 미디어 환경에서 초래된 결과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최대 위협 요인은 극단적인 여소야대 상황이다. 야당의 협조 없이는 법안, 예산, 인사를 관철시킬 수 없다. 윤석열 당선인은 임대차3법에 대한 전면적인 수정·보완 혹은 폐지 등을 공약으로 내세웠지만 야당 협조 없이는 불가능하다. ‘검수완박’과 같이 거대 민주당이 주도하는 법안에 대해 국민의힘은 이를 제도적으로 막을 수 없다. 따라서 ‘협치(協治)의 제도화’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3대 딜레마’
한편 윤석열 대통령은 집권 후 ‘3대 딜레마’에 봉착할 가능성이 있다. 성난 부동산 민심을 등에 업고 대선에서 승리한 윤석열 당선인에게 정부 출범 초 ‘집값 안정’은 포기할 수 없는 과제다. 그런데 대선에서 공약한 대로 규제 완화를 밀어붙이다가 자칫 집값이 과열될 수 있다. 실제로 재건축 규제 완화에 대한 기대감으로 서울 강남권과 목동 등에선 집값 하락세가 멈췄다는 통계가 나오고 있다. 이럴 경우 민심이 바로 되돌아설 수 있고 국정 전반의 동력 상실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윤석열 정부 초대 경제 사령탑으로 낙점된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내정자는 10일 정부의 “최우선 과제는 서민 생활 물가와 민생 안정”이라고 했다. 이에 못지않게 추 내정자는 재정건전성 강화 및 ‘재정준칙’ 법제화도 주요 과제로 꼽았다. 하지만 ‘재정건전성’에 집중하다 보면 문재인 정부가 추진했던 보편적 복지국가의 근간을 뒤흔들 수 있다.
세금으로 일자리를 만드는 것은 사라지고, 퍼주기식 복지 예산도 줄여야 할지 모른다. 이것이 또 다른 민심 이반의 요인이 될 수 있다. 사회적 약자층에서 “문재인 정부 때가 좋았다”라는 말이 나올 수도 있다.
서욱 국방부 장관은 지난 4월 1일 “북한의 미사일 발사 징후가 명확할 경우 발사 원점과 지휘·지원시설을 정밀 타격할 수 있는 능력과 태세도 갖추고 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김정은의 여동생 김여정은 다음 날 담화에서 “남측이 ‘심각한 위협’에 직면할 수 있다고 강력히 경고한다”고 협박했다.
지금 상황은 2008년 이명박 정부 때와 비슷하다. 보수로 정권이 교체된 후 남북 관계가 교착 상태에 빠지면서 북한은 금강산을 관광 중인 박왕자씨 피살, 천안함 폭침, 연평도 포격 등 각종 도발을 감행했다.
향후 윤석열 정부도 북한과 초갈등 상황에서 어떻게 ‘북한 비핵화’를 이끌어내야 할지 고민이 깊어질 것이다.
‘최초 증후군’ 경계해야
한편, 윤석열 당선인에게는 ‘최초 증후군’의 위험성도 내재(內在)되어 있다. 정치 경험이 전무(全無)하고 정치 선언 9개월 만에 대선에서 승리한 것은 대한민국 헌정사상 처음 있는 일이다. 그 과정에서 윤 당선인은 “내가 하는 것은 항상 옳다” “나는 전임자와 다르다”는 확신을 가질 수 있다. 그러나 자신감이 지나쳐 ‘자기 마음대로 한다’는 이미지가 만들어지면 앞으로 윤 당선인에게 가장 위험한 요인이 될 수도 있다.
단언컨대, 윤 당선인이 향후 국정 운영에서 약점과 위협 요인을 극복하지 못하면 집권 시작부터 어려움을 맞이할 수 있다. 안철수 대표의 최측근이며 야권 후보 단일화 과정에서 물밑 협상을 맡았던 이태규 국민의당 의원이 4월 11일 인수위 기획조정분과 위원직에서 사퇴했다. 초기 내각 구성에서 이 의원을 비롯한 국민의당에 대한 배분이 이뤄지지 않은 것이 전격 사퇴 배경으로 꼽힌다. 집권 초반부터 윤석열-안철수 공동정부 구성에 이상(異常)기류가 발생하고, 지방선거 결과가 나쁘게 나오면 윤석열 대통령은 그야말로 ‘취임덕’에 시달릴 수 있다.
따라서 윤 당선인이 성공한 대통령의 길을 가려면 최악의 상황에 대비한 ‘컨틴전시 플랜’(위기대응비상계획)을 수립해야 한다. 미국 백악관처럼 청와대 안에 ‘대미지컨트롤 팀(damage control team)’을 구축(構築)해야 한다. 더 나아가 집권 3개월, 집권 6개월, 집권 1년에 맞춰 추진해야 할 정책 의제들을 정교하게 만들어야 한다. 정책이 최상의 방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