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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북아 포커스

바이든 시대와 중국의 대응

“바이든의 동맹 개선 의지는 중국에 큰 고통이 될 것”

글 : 황효순  한양대 중국경제통상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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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는 미국 국민들이 좀더 예측 가능하고 합리적인 지도자를 선택할 수 있는 지혜로운 국민임을 알고 있다”(후춘화 부총리, 2020년 4월)
⊙ “백악관 주인이 바뀐다고 해서 중국에 유리한 상황이 올 것이라는 낙관적인 태도 경계해야”(스인홍 인민대 교수)
⊙ “바이든은 패권을 추구하고 있는 시진핑과 중국 정부에 가장 실망한 사람 중 한 사람”(《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
⊙ 바이든, “신장 위구르 지역의 인권탄압과 홍콩 국가안전법 문제는 양보할 수 없는 사안”

黃孝淳
1965년생. 한양대 사학과 졸업. 한양대 문학박사 수료(중국경제사). 미국 동서문화센터 경제학 박사 / 現 한중경제지식교류회 정회원, 국제지역개발학회 상임이사, 세종로포럼 중국경제위원장, (사)중국지역개발연구원 원장, 한양대 중국경제통상학부 교수 / 저서 《한비자의 독설》 《사마천이 찾아낸 사람들》 《한비자》(역서) 《알다가도 모를 중국 중국인》(역서)
2013년 12월 4일 중국 베이징 인민대회의당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만난 부통령 시절의 바이든 미국 대통령 당선자. 사진=신화/뉴시스
  중국 외교부는 2020년 2월 정례브리핑에서 시진핑(習近平) 주석의 외교 분야 싱크탱크 구성원을 미국 정부와 정세에 대한 분석에 정통한 전문가들로 조직했다고 밝혔다. 이들은 연말에 드러날 트럼프 대통령 재선(再選) 여부에 따른 다각적 분석과 로드맵을 준비할 것이며, 중국 정부는 합리적 대응을 위해 모든 자원을 동원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는 미국 대선(大選) 과정과 대선 이후를 대비한 중국 정부의 행보에 관한 최초의 공식 언급이었다. 이 모임의 국제경제문제 책임자로 알려져 있는 후춘화(胡春華) 국무원 부총리는 지난 4월 외신기자 브리핑에서 전례 없었던 미·중(美中) 갈등의 해법을 묻는 기자들에게 트럼프 행정부와 합리적인 대화의 가능성이 사라졌다고 전제하고 “우리는 좀 더 합리적이고 정상적인 미국 정부를 원한다”며 미국이 추진하고 있는 대(對)중국 정책들을 하나하나 거론하며 강도 높게 비판했다.
 

  이 발언에 대해 베이징 주재 한 미국 기자(CNN)는 “중국 정부는 트럼프 행정부의 대선 패배를 원하는가”라며 다소 직선적인 질문을 던졌다. 후춘화 부총리는 이 의견은 중국공산당이나 중국 정부의 공식적인 의견이나 외교적 입장이 아님을 분명히 전제한 후 “우리는 미국 국민들이 좀 더 예측 가능하고 합리적인 지도자를 선택할 수 있는 지혜로운 국민임을 알고 있다”고 답했다.
 
  이 소식을 들은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트위터에 “중국 국민들은 이상한 꿈이나 꾸는 비합리적인 지도자를 선택한 것으로 보아 지혜가 없음이 분명하다”고 올렸다. 이 트윗은 외교적 파장을 고려했는지 바로 삭제하긴 했지만 중국 고위 공직자의 발언에 대해 불편한 심정을 보였음이 분명했다. 후춘화 부총리는 시진핑의 유력한 후계자 중의 한 명으로 중국 최고 지도자의 복심으로 알려진 사람이다.
 
 
  中 미국전문가들, “바이든 집권이 낫다”
 
후춘화 중국 부총리(왼쪽), 진찬룽 중국인민대학 국제관계학원 부원장. 사진=뉴시스
  중국 내 미국전문가로 잘 알려진 진찬룽(金燦榮) 중국인민대학 국제관계학원 부원장은 “바이든이 집권하면 중·미 관계가 호전될 것이며 트럼프가 연임하는 것보다 낫다”고 주장했다. 양이(楊毅) 국방대학 전략연구소장 또한 “바이든이 집권하면 미·중 관계의 예측 불가능성이 감소하고 미국의 대(對)중국 정책에 극단성이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다수의 중국 미국전문가들이 미국이 처한 팬데믹하의 경제적 문제와 미국 대선을 통해 드러난 국내 정치적 갈등을 수습하는 것이 2021년 미국의 가장 시급한 문제이기 때문에 집중되고 강화된 외교적 추진력은 약화(弱化)될 것이며, 바이든 행정부가 들어서면 지난 4년간 트럼프가 추진해온 정책들의 일부 조정이 예상되므로 그 추진동력은 더욱 약화될 것이라 전망했다. 그리고 이러한 미국의 조정 국면을 기회로 삼아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중국 정부 고위 인사들과 중국의 외교전문가들이 노골적으로 트럼프의 재선에 대해 반대의 입장을 분명히 하자,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중국의 이러한 입장들을 자신의 대선에 활용했다. 그는 임기 내 줄곧 미국 국내 경제 침체의 가장 큰 장애물로, 또 전례 없는 전염병의 세계 확산의 주범으로 중국을 지목해왔다. 또한 중국이 거대한 시장을 발판으로 국제사회의 양대(兩大) 축(軸)으로 부상(浮上)하려고 집중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중국몽(中國夢)’을 미국에 대한 위협으로 규정하고 이를 분쇄하기 위해 미국은 전력(全力)을 다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급기야 트럼프는 선거유세 중에 “만약 바이든이 승리한다면 미국인은 중국어를 배워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유엔대사를 지낸 니키 헤일리(Nikki Haley)는 선거를 앞두고 치러진 공화당 전당대회에서 “바이든이 공산주의 중국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예전의 바이든이 아니다”
 
스인훙 중국인민대학 교수. 사진=조선DB
  미·중 갈등을 바라보는 외교전문가들은 트럼프의 대중(對中)정책으로 미국이 혜택을 본 것은 사실이라고 인정했다. 중국 지도부가 내심 트럼프의 낙선을 기대하는 발언을 쏟아내면서 예측 가능하고 합리적인 미국 지도자를 지지하는 발언, 파국으로 치닫고 있는 미·중 관계로 인한 곤란을 호소하고 있는 것으로 보아 트럼프의 재선이 중국에 큰 위협이었으며, 트럼프의 대중정책이 효과적이었다고 평가하기도 한다.
 
  트럼프는 임기 내내 줄곧 관세전쟁을 통한 대중무역 압박을 추진했다. 대만에 대한 지지를 통해 ‘하나의 중국’을 흔들었으며, 중국 관리들에 대한 제재와 미국 내 중국인들에 대한 통제, 화웨이를 비롯한 중국 초대형 기술기업에 대한 활동금지책은 중국을 당황시키기에 충분했다.
 
  중국은 이러한 트럼프의 대중정책에 대해 관영 및 여론전을 통해 저항하기 시작했다. 더 이상 미국과의 이해나 공조가 불가능한 상황에 이르렀다고 판단했다. 따라서 명확한 입장 표명은 없었지만 내심 새로운 백악관의 주인을 기대한 것은 분명해 보인다.
 
  하지만 미국 대선이 임박해지면서 중국 내부에서는 바이든에 대한 신중론이 하나둘씩 제기되기 시작했다. 이는 바이든 민주당 후보의 선거공약 및 선거유세 현장에서 발언한 내용과 외교·안보 분야의 참모들에 대한 분석 결과에 기초하고 있다.
 
  국무원 고문인 중국인민대학 국제관계학 스인훙(時殷弘) 교수는 중국 관리들을 대상으로 한 특강에서 “미국과 중국은 계주(繼走) 중이다. 바통이 전달되어 주자가 바뀐다고 해도 그 역시 우리의 경쟁 상대임을 잊어서는 안 된다. 혹시 백악관의 주인이 바뀐다고 해서 미국의 정책에 급격한 변화나, 중국에 유리한 상황이 올 것이라는 낙관적인 태도는 중국이 가장 경계해야 할 내용이다”라고 주장했다.
 
  홍콩의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는 사설에서 “바이든은 예전에 중국이 알고, 관계를 맺었던 바이든이 아니다”라고 하면서 “중국의 세계무역기구(WTO) 가입을 돕고, 중국이 더 많이 개방되고 국제사회의 일원이 되면, 중국 정부의 개방성과 합리성이 제고될 것이라고 믿었던 바이든은 현재 새로운 패권(覇權)을 추구하고 있는 시진핑과 중국 정부에 가장 실망한 사람 중 한 사람이다. 만약 바이든이 백악관의 주인이 된다면 그 역시 앞으로 상대할 중국이 과거의 중국이 아니라는 것을 분명히 알고 있을 것이다”라고 논평했다.
 
 
  “트럼프가 중국에 더 유리” 주장도
 
  이와 동시에 비록 소수이긴 하지만 트럼프 체제가 중국에 더 유리한 환경을 만들어줄 것이라는 의견도 제기되었다. 이들은 트럼프가 지난 4년 동안 미국의 전통적 동맹외교 체제를 파괴했고, 미국 우선주의를 표방하는 일방적이고 무모한 그의 정책들은 미국의 국제적 명성의 추락과 미국 국내의 정치적 혼란을 가져왔다고 평가했다.
 
  또한 트럼프 대통령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의 대유행에 효과적으로 대응하지 못하고, 세계보건기구(WHO)에서 탈퇴하는 등 글로벌 리더로서의 역할을 포기한 것은 중국이 국제사회의 주도적 지위를 얻게 되는 중요한 기회를 제공했다고 주장했다. 중국 정부는 미국의 탈퇴 후 WHO에 향후 2년간 20억 달러를 제공함으로써 세계적인 전염병 확산 방지를 돕겠다고 발표했다. 심지어 중국의 일각에서는 시진핑 정권을 든든하게 떠받들고 있는 것은 코로나19와 트럼프라는 시각도 있다.
 

  조심스럽긴 하지만 트럼프의 재선 성공을 기대하는 중국 미국전문가들은 민주당 전당대회 당론과 바이든의 발언을 근거로 바이든 행정부가 중국에 더 큰 고통을 안겨줄 것이라 전망했다. 바이든은 의심할 바 없이 국제보건기구, 국제환경연합 등을 포함한 다자간 기구에 대한 미국의 주도권을 회복하려 할 것이며,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와 인도태평양 지역에서의 한국·일본과의 동맹을 강화하여 중국을 압박할 것이라 예상했다. 이들은 바이든이 대선유세 과정에서 시진핑 주석을 ‘폭력배’라 지칭했고, 트럼프 대통령이 코로나19 확산에 대해 중국에 책임을 묻지 않았다고 공격했던 점을 상기시켰다.
 
  이들은 또 바이든의 정치적 행보를 예견할 수 있는 민주당 당론(黨論)의 몇 가지 내용을 소개했다. 이 문서에는 ‘미국 제조업을 위협하는 중국에 대한 대응 방안, 신장 위구르 지역의 인권문제 개입 방안, 홍콩의 민주화와 통제에 대한 대책’ 등이 구체적으로 기술되어 있고, 바이든의 향후 정책 방안이 중국에 더 이상 호의적이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이상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미국 대선을 둘러싼 중국 내부의 시각은 트럼프를 대신한 바이든 행정부에 대한 기대감, 바이든 행정부에 대한 지나친 낙관을 경계하는 신중론, 그리고 트럼프 체제가 비록 ‘예측하기 어려운(unpredictability)’ 점이 있지만 중국이 국제질서의 리더로 자리 잡는 데 오히려 유리할 수 있다는 트럼프 체제 옹호론 등 다양하다.
 
 
  ‘14.5계획’
 
  그런 가운데 중국 정부는 2020년 10월 말 ‘중국 14차 5개년 계획(2021~ 2025) 건의안’(이하 14.5계획)을 공식 발표했다. 향후 5년간 중국 경제의 청사진이라 할 수 있는 방안은 2025년까지의 단기계획과 함께 2035년까지의 장기적 계획을 동시에 언급하고 있다. 이처럼 단기·중장기 계획을 동시에 언급한 것은 처음이다. 이런 중국 정부의 청사진을 놓고 중국 전문가들은 중국이 조심스럽게 바이든 행정부의 가능성을 예상하고 있으며, 향후 바이든 정부의 중국 정책에 대한 대비책을 담고 있다고 분석했다.
 
  ‘14.5계획’의 주요 내용은 ▲질적(質的) 성장 추구 ▲이중순환(쌍순환) 경제발전 전략 추진 ▲기술자립 ▲시장개방의 확대 ▲첨단제조업 육성 ▲녹색발전 등이다.
 
  질적 성장은 산업구조를 첨단 산업으로 재편하고, 인위적인 경기부양책 대신 산업과 경제성장의 질적 향상을 높이겠다는 의미다. 건의안에서는 명확한 경제성장률의 목표치를 명시하지 않았지만 2035년 중진국에 진입한다는 목표를 분명히 했다.
 
  ‘이중순환경제발전 전략’이란 ‘14억 소비시장의 내수(內需) 확대라는 전략적 기반을 통해 내수시스템을 육성하고 혁신 기술의 고품질 제품을 통한 수요창출이라는 내순환과 국제무역의 외순환이 맞물려 돌아가게 한다’는 전략이다. 중국 정부는 미국과의 무역갈등이 장기화될 것이고, 코로나19의 영향으로 인한 경제 침체를 타개하기 위해 중국의 내수시장을 이중순환의 동력으로 삼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했다.
 
  ‘기술자립을 통한 첨단 제조업 육성’ 역시, 트럼프 행정부가 취해온 첨단기술 공급 제재, 전략과학기술의 견제에 대한 대비책으로 대미(對美) 의존도를 줄이기 위한 방안으로 구상되었고, 미국의 대중국 경제규제 및 기술력을 통한 압박이 바이든의 시대에도 큰 변화 없이 추진될 것이라는 전망이 바닥에 깔려 있다.
 
 
  시장개방과 녹색발전 내세운 속셈
 
  중국 정부가 중장기 전략으로 시장개방과 녹색발전을 택한 것 역시 바이든 행정부가 들어설 것을 예상하고 있음을 분명히 보여주고 있다.
 
  바이든은 그의 정치활동 과정, 특히 선거유세 과정에서 다자주의(多者主義) 외교노선을 명확히 했다. 그는 트럼프가 과소평가한 동맹국들과의 유대를 강화하고, 국제사회에서 경제무역뿐 아니라 인권·환경·의료공조 강화 등 정치 어젠다를 다변화(多邊化)할 것이라고 주장해왔다.
 
  중국은 바이든 정부가 들어서면 그동안 트럼프의 일방주의 덕분에 중국이 국제사회의 협조와 동맹에 유리한 위치를 차지해온 것에 대한 위기가 도래할 것을 분명히 인식하고 있다. 따라서 중국 정부는 미국의 다자외교로 인해 파생될 국제사회의 고립을 피하기 위해 과감한 시장개방과 자국 내 외자(外資)기업들의 규제 완화 및 윈윈정책을 통한 상호 연대(連帶)를 가속화하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2020년 하반기부터 외국인의 금융시장 접근 규제를 완화하고 10월부터는 기존 적격외국인기관투자자(QFII)와 위안화적격외국인기관투자자(RQFII) 제도를 일원화하고, 투자가능 자산을 기존의 상장주식, 채권, 공모펀드에서 비상장주식과 사모펀드, 파생상품으로 확대하는 과감한 금융 개방을 추진하고 있다.
 
  또한 2030년까지 탄소배출량 저감 목표를 제시하고 2060년까지 탄소중립을 달성할 것이며, 이를 위해 영향력 있는 국가들과 녹색지구환경을 위한 협력을 추진할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중국이 탄소배출량 저감 목표 연도를 구체적으로 제시한 사례는 이번 ‘14.5계획’이 최초이다. 이는 세계 최대의 탄소배출국에서 기후변화 대응 주도국으로 이미지를 전환하고 녹색성장 전략의 의지를 보여주었다는 해석으로 볼 수 있다.
 
  중국이 이례적으로 국가발전 계획에 녹색발전전략을 명시화하고, 노동환경 개선, 인간 삶의 질적 수준 제고 등을 거론한 것은 바이든의 공약 및 추진과제와 공통분모를 설정하여 향후 미국과의 관계 개선의 가능성을 열어놓은 것이란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중공당 선전부, 美 대선 관련 보도 통제
 
  2020년 11월 7일 바이든 후보는 승리를 공식 확인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곧이어 세계 각국 정상(頂上)들의 축전(祝電)이 이어졌고, 바이든 행정부 관계자들과의 접촉을 위해 외교 담당자들을 미국에 파견했다. 문재인(文在寅) 대통령도 바로 다음 날인 11월 8일 트위터를 통해 축하의 뜻을 보냈고, 강경화 외교부 장관은 방미를 서둘렀다.
 
  하지만 중국의 대응은 달랐다. 중국은 바이든의 승리선언 후 무려 18일이 지난 11월 25일에서야 시진핑 국가주석이 바이든에게 축전을 보내 ‘바이든의 시대’를 공식 인정했다. 시진핑 주석은 축전에서 “중·미 관계의 건강하고 안정적인 발전을 추구하는 것은 양국 인민의 근본이익일 뿐만 아니라 국제사회의 기대에도 부합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양측이 충돌과 적대적 충돌을 피하고 상호존중과 협력의 정신으로 갈등을 관리하여, 양국 관계의 안정적 발전과 세계 평화 발전을 추진하자”고 덧붙였다. 시진핑이 바이든을 향해 내민 손은 그동안 양국 관계가 충돌과 대결로 점철되었으며, 상호존중과 협력이 부족했음을 시인하는 것이었고, 이를 통해 양국 국민이 힘든 시기를 겪었음을 부각하려는 의도가 담겨 있다.
 
  시진핑 주석의 참모들은 줄곧 미국 대선 결과에 대한 공식 반응에 신중해야 한다고 강조했고, 바이든 시대에도 미·중 관계의 획기적인 변화는 없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특히 트럼프 임기 말년에 미국 사회 내부에서 확산된 반중(反中) 정서를 의식해야 하고, 임기를 몇 개월 남긴 트럼프를 자극하지 말아야 한다는 신중론을 제기해왔다.
 
  이에 중국 정부는 공식적 반응을 자제하고, 미국 대선 결과에 섣부른 논평이나 언급을 강력히 통제했다. “미국의 선택에 대해 미국 유권자들의 의사를 존중한다”는 상투적이고 외교적인 어법이 그동안 중국 정부가 미국 대선을 언급하는 가이드라인이었다. 중국공산당 중앙선전부는 관영매체의 기사 외에 개별적인 취재와 보도를 금지시켰고, 외신 기사 번역 보도 금지 지시를 내렸으며, 미국 대선 결과에 대한 비방이나 조롱 투의 게시물을 삭제하도록 명령했다.
 
 
  中, ‘트럼프의 마지막 광기’ 우려
 
우신보 푸단대 교수.
  중국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 자매지 《환구시보》는 논평을 통해 “미국 대선 과정에서 ‘가장 큰 피해를 본 것은 중국’”이라고 전제하고, “미국 양당의 후보들이 유리한 입지를 확보하기 위해 반(反)중국 정서를 활용했다”면서 “따라서 중국은 미국 대선 결과에 대해 섣부른 낙관론을 갖는 것은 위험하다. 특히 재선에 실패한 트럼프를 자극하는 것은 중국에 불리하다”고 주장했다. 이 신문은 또 “만약 트럼프 대통령이 남은 임기 동안 더 강력한 중국압박정책에 사인을 한다면 이는 바이든과 중국에 큰 장애물로 작용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중국 관영 《글로벌타임스》는 한걸음 더 나아가 “트럼프 대통령이 퇴임을 앞두고 중국 문제에 대해 더 강경한 조치를 취할 것이다. 중국 정부는 트럼프 행정부의 마지막 광기(madness)에 대비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신창(信强) 푸단대 미국연구센터 부주임은 “트럼프 대통령은 대중 강경책을 통해 자신의 외교적 성과를 부각할 것이며, 이는 자신의 지지세력은 물론 중국 정치 엘리트 집단의 찬사를 받고 있다”고 밝히면서 “그가 남은 약 10주간 대중 카드의 영향력을 최대한 사용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를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중국공산당 외교참사인 푸단대 국제문제연구소장 우신보(吳心伯) 교수 역시 “트럼프는 훨씬 더 강력한 행정명령을 통해 바이든 당선자를 괴롭힐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는 “만약 바이든 당선인이 행정명령을 수정하거나 철회한다면 바이든을 판다허거(Panda Hugger·중국의 지지를 받는 친중 정치인)로 몰아세울 수 있고, 수용한다면 중국의 저항과 보복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따라서 바이든은 현재 미국의 반중 정서와 분열된 미국인을 봉합해야 하는 최우선 과제 앞에서 중국에 유리한 방향으로 선회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시진핑 주석이 바이든 당선자에게 축전을 보내 화해의 제스처를 취한 당일 중국공산당 확대 간부회의에서 우신보 교수는 “바이든 당선인이 트럼프 행정부의 모든 정책을 철회할 것으로 기대할 수도 없으며, 이런 기대를 갖는 것은 순진한 것”이라고 경고했다. 아울러 그는 “양보할 수 없는 사안에 대해서는 결사의 의지를 가지고 미국과의 장기전(長期戰)에 대비하는 것만이 중국 정부의 현명한 선택”이라고 주장했다.
 
 
  트럼프 정부, 對中제재 쏟아내
 
  중국 미국전문가들의 예상대로 트럼프 대통령은 대선 패배 이후에도 중국을 강하게 압박하는 행정명령을 쏟아내고 있다. 2020년 11월 12일 그는 “중국 군사조직이 소유하거나 통제하는 중국 기업에 대한 미국의 투자를 금지”하는 행정명령을 추진했다. 미국 국방부가 ‘중국공산당-군 기업’으로 지정한 31개 회사가 행정명령의 대상이 되었다. 이 명령은 바이든 행정부가 출범하기 직전인 2021년 1월 11일 발효하며, 이 기업들은 2021년 11월까지 모든 주식을 처분하고 투자를 청산해야 한다.
 
  미 국무부는 뉴욕 증시(NYSE)뿐 아니라 세계 증시에 상장된 중국 기업을 퇴출시키려는 전략을 추진했다. 이에 영국주가지수 제공업체인 FTSE는 8개 중국 기업의 주식 정보를 삭제했다. 이와 함께 미 국무부는 중국이 지원하는 5개 미·중 간 교류 프로그램이 중국의 선전 도구와 기술 유출, 인재 유출의 창구로 악용되어왔다며 ‘종료’를 선언했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은 성명을 통해 “미국의 상호교육문화교류법(MECEA)을 통해 시행해온 이 프로그램들은 ‘문화 교류’로 위장돼왔다며, 프로그램 중단 방침의 배경을 설명했다. 미·중 양국 간에는 다양한 교류 프로그램이 운용되고 있지만, ‘공자학교’를 포함한 5개 프로그램은 중국의 선전도구와 여론 조성 및 동향 수집의 사례가 뚜렷하며, 중국 정부와 당기관의 자금으로 운용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또한 미 국무부는 중국공산당원이나 직계가족이 취득할 수 있는 미국 방문비자인 B1·B2의 만료기간을 기존 10년에서 1개월로 단축하며, 이 비자를 통해 입국할 수 있는 횟수도 1회로 제한하여 사실상 중국당원의 미국 출입을 차단했다. 이 조치로 인해 약 3억명의 중국인의 미국 방문이 제한될 수 있다.
 
  트럼프 행정부의 극단적 대중압박과 동시에 미국 정계 전반에 확산된 반중 분위기를 예견할 수 있는 조치에 대해 중국 정부는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미국 하원은 2020년 12월 2일 자국회계감사 기준을 따르지 않는 외국 기업을 미국 증시에서 퇴출할 수 있도록 한 ‘외국회사문책법(The Holding Foreign Companies Accountable Act)’을 만장일치로 통과시켰다. 이 법은 외국 회사가 미국의 회계 감독 기구인 상장기업회계감독위원회(PCAOB)의 회계 감사를 3년 연속 통과하지 못하면 증시에서 퇴출한다는 내용이다. 법 적용 대상이 ‘외국 회사’로 명기되어 있지만 실제로는 중국을 겨냥한 법이다. 중국 정부는 ‘국가주권’을 앞세워 정부 승인 없이 자국 회사가 외국 당국에 회계자료를 제출할 수 없도록 했기 때문이다.
 
  이 법안이 시행되면 화웨이 등 중국 기술기업 제재 등 다양한 경제 통상 분야의 기존 갈등에 새로운 갈등구조가 형성될 가능성이 높아진다. 중국 미국전문가들이 이 법안에 촉각을 세우는 것은 이러한 조치가 공화당뿐 아니라 새로운 행정부에 합류하게 될 민주당 인사들도 대중(對中) 강경책에 적극적이라는 것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계속되는 민주당의 對中 적대 발언
 
  게다가 중국이 내심 기대했던 바이든 찬스가 자신들의 예상과는 다른 방향으로 전개될 가능성이 있다. 중국 미국전문가들은 시진핑 주석의 협력과 상호 존중에 대한 유화적 접근에 대해 바이든이 명확한 동조 의사를 표시하지 않았고, 대선유세 기간 동안 취했던 중국에 적대적인 발언 수위가 당선 확정 이후에도 전혀 낮아지지 않았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중국 정부의 바이든 행정부 공식 인정이 발표되자 중국의 관영매체는 앞다투어 공식 입장을 발표하기 시작했다. 중국 정부나 관영 언론의 주요 논지는 미·중 관계가 예측 가능하게 변하고, 양국 관계는 새로운 국면을 맞게 될 것이라는 기대로 채워졌다. 미·중 간 고위급 교류가 사실상 중단되어 실질적인 협력이 사라졌던 트럼프 정부와 달리 무역갈등을 포함하여 코로나19 방역, 기후변화 대응 등 좀 더 실무적이고 건설적인 협력을 예상했으며, 미·중 간 관세갈등도 손해가 비교적 적은 영역에서부터 점차 완화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다자간 협정에서도 중국이 미국과 함께 논의를 시작한다면 양국은 서로 소통할 새로운 플랫폼을 갖게 될 것이다. 홍콩과 대만 문제에 대해서도 트럼프 정부가 취한 기존 조치에서 더 나아가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했다. 특히 바이든은 대만문제의 데드라인을 명확히 인식하고 있어, 이 지역을 둘러싼 긴장이 극대화될 가능성은 낮다는 것이 중론(衆論)이다.
 
  하지만 정권인수위원회를 구성하고 초기 내각을 구성하는 과정에서 보여준 바이든의 행보는 중국 정부와 중국 내 전문가들을 당혹하게 하고 있다. 바이든과 그의 초기 행정부의 구성원들은 지난 선거유세 과정에서 밝힌 대중정책을 재확인하고, 일부 사안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정책 방안을 표명했다.
 
  바이든은 “중국을 그들이 국제사회를 주도하는 운전석에 앉히는 것은 매우 위험한 시도”라고 언급하면서 그동안 주장해왔던 “중국과 같은 국가에 대한 전 세계의 과도한 의존도를 줄이고, 100만 개의 제조업 일자리를 중국으로부터 되찾아오겠다”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바이든의 외교·안보 정책 자문 제이크 설리번과 엘리 래트너는 기고문과 인터뷰를 통해 트럼프가 중국을 ‘파괴적 경쟁자’로 규정한 것은 인정할 만한 인식이며, 과거 오바마 민주당 정부는 중국을 과소평가했고, 그것은 분명한 오류였다고 말했다.
 
  바이든은 12월 8일 선거인단 투표를 앞둔 한 모임에서 민주당 정강정책 보고서를 언급하며 중국에 대해 강경노선을 취할 것임을 시사했다. 그는 “중국의 환율조작, 불공정 보조금, 덤핑, 국유기업 남용행위 등이 미국에 위협요인임을 분명히 인식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자유, 민주주의 가치의 수호, 인권문제에 대해서는 미국의 글로벌 리더십은 이와 같은 문제에 도덕적 권위를 부여하는 전통을 따를 것이고, 그것이 새로운 정부의 최우선 과제”라면서, 특히 신장 위구르 지역의 인권탄압과 홍콩 국가안전법 문제는 양보할 수 없는 사안임을 분명히 했다.
 
 
  中, 美의 동맹외교 견제 나서
 
미국 대선이 끝난 후 왕이 중국 외교부장은 한국과 일본을 방문했다. 사진=뉴시스
  이러한 바이든의 대중정책에 대해 중국의 한 정치분석가는 “바이든은 트럼프와 달리 중국 정책 전반을 미국 양당의 합의를 대표하는 방식으로 추진할 것이므로 결국 중국은 트럼프가 더 쉬운 상대였음을 알게 될 것이고, 특히 트럼프가 지난 4년간 무시했던 동맹국과의 관계 개선에 대한 바이든의 의지는 중국에 큰 고통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중국의 외교전문가들의 다수가 바이든 행정부에 대해 기대보다 경계의 입장을 취하는 것과 궤를 같이하여 중국 정부 내에서도 바이든 행정부에 대한 깊은 고민과 우려를 표시하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
 
  미국 대선이 끝난 이후에 왕이(王毅) 중국 외교부장은 한국과 일본을 방문하여 중국의 입장을 전달했고, 관계 개선과 발전을 위한 당근을 제시하였다. 또한 아프리카 동맹국들에 지원 확대를 약속하고, 결속 강화를 요구했다. 후춘화 국무원 부총리는 유럽연합 상공회의소 만찬을 개최한 자리에서 “중국은 유럽 각국의 지도자들과 공감대를 형성하고, 투자협상을 적극적으로 추진할 것이며, 지속적인 협력을 통해 전략적 동반자 관계 발전에 새로운 동력을 제공할 것”을 약속했다. 시진핑 주석은 의례적으로 브릭스 정상회의 연설집을 출판하여 전국에 배포하였다. 그 책 제목은 〈상호협조를 통해 코로나19 위기를 극복하고, 협력과 한마음으로 합작을 추진하자〉였다. 이러한 중국 정부의 전방위적 행보는 바이든 행정부가 향후 추진할 국제동맹관계 회복과 글로벌 리더로서의 역량 강화를 견제하겠다는 의도가 분명하다.
 
  이와 동시에 중국은 앞서 언급한 ‘14.5계획’의 구체적 추진 방향에 의거해 연일 ‘중국의 소비시장 규모와 실적’을 대대적으로 보도하고 있다.
 
  중국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는 거의 매일 ‘과학기술의 성과와 지원’ ‘혁신사회와 첨단산업에 걸맞은 인재육성’에 대한 보도와 함께 그동안 미국에 대한 과도한 의존이 중국에 가져온 폐해와 손실 등을 특집기사로 다루고 있다. 특히 미·중 관계에 대해서는 지난 트럼프 정부와의 갈등은 물론 신(新)중국 성립 이후의 갈등까지 확대하면서 “미국의 대중국 견제와 정책은 사실상 크게 변화되지 않은 일관된 정책이므로 경각심을 잃지 않아야 한다”며 자국민의 결집과 협력을 설득하고 있다.
 
  중국 정부는 “14억 인구가 중국 경제 성장의 주력군이며, 이미 소비 규모에서 미국을 앞서기 시작했고, 이러한 광대한 내수시장을 통한 안정적 성장이 미국의 압박에 큰 영향을 받는 시기는 넘어섰다”고 주장했다. 또한 미국이 향후 추진하게 될 동맹관계를 앞세운 중국 압박 역시 동맹국들의 중국 시장과 중국에 대한 의존도를 고려할 때 큰 실효가 없을 것이라고 자신한다.
 
  하지만 중국 내 신중론자들은 이러한 중국 정부의 주장에 일부 동의하면서도 중국 내부의 문제가 변수(變數)가 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이들은 코로나19로 인한 불안정한 정국이 당분간 지속될 것이며, 이미 레드라인을 넘어선 지방채(地方債)의 위험, 부동산과 금융시장의 버블 등으로 중국의 내부 환경이 생각보다 안정적이지 않을 것으로 본다. 향후 강화될 핵심기술 기업 제재, 첨단 부품에 대한 기술유입 차단, 또한 반도체·항공우주·양자통신·인공지능 등 첨단 미래 산업에 대한 기술패권 경쟁이 강화되고 선도적 지위에 있는 미국의 견제가 중국 경제 성장에 큰 장애물이 될 수 있다고 본다. 이들은 중국 정부의 약속과 전망과 달리 부정적 결과가 초래된다면 시진핑과 중국공산당에 대한 신뢰와 지지가 약화될 것이며, 미국 국민이 트럼프 정부하에서 경험한 분열과 혼란이 중국 내부에서도 가능할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美中 갈등은 필연
 
  미국 대선을 바라보는 중국 정부와 중국 미국전문가들의 시각은 낙관론과 신중론, 그리고 경쟁이 더 심화될 수 있다는 위기론 등 다양하지만 대체로 중국의 경제 규모와 국제사회에서의 지위가 높아질수록 미국과의 경쟁은 질과 양 모두에서 더 강화될 것이라는 것이 중론이다.
 
  선두다툼을 하는 계주에서 주자가 바뀌어도 결국은 경쟁자이고 바통을 넘기는 순간 약간의 지체는 있을지 모르나 결국은 힘겨운 경쟁을 해야 하는 것이 미·중 관계이다. 시진핑의 외교 참모들은 “미·중 갈등의 근본적인 원인은 중국의 성장이며, 이는 필연이다. 중국이 성장을 멈추지 않는 한 양국 간의 갈등은 피할 수 없는 운명이다”라고 입을 모은다. 다만 양국이 이익을 공유하고, 상호존중하는 협조적 관계를 통해 갈등의 수위를 조절할 따름이지, 갈등 자체를 부정할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중국의 입장에서 미국과의 피할 수 없는 경쟁에서 경제·기술 분야의 자력갱생(自力更生)이 유일한 활로임을 분명히 인식하고 있으며, 중국이 활로를 찾고 경쟁력을 강화하는 만큼 미국과의 갈등은 더 심화될 것임을 부인하지 않는다. 이는 누가 백악관의 주인이 되는가의 문제 그 이상의 문제이다.
 
  미·중 양국은 이러한 갈등의 필연성을 인정하면서도 국제공조와 협력, 세계평화, 상호존중이라는 수사(修辭)를 앞세운다. 바이든을 백악관의 새 주인으로 공식 인정한 시진핑의 축전에서도 예외 없이 ‘평화’ ‘협력’ ‘상호존중’이 동원되었다. 이는 바이든 당선자의 경우에도 동일하다.
 
 
  ‘예외주의’의 위험
 
  여기서 우리는 하버드대학 국제관계학 중국분과 교수인 앨러스테어 이언 존스턴의 ‘자국 예외주의’라는 개념을 상기할 수 있다. 전통적으로 평화와 상호존중을 앞세우나 자국 예외주의에 빠진 국가나 지도자들은 훨씬 호전적이고 공격적이라는 사실이다.
 
  평화 지향적이라는 믿음과 현실 정치에서의 세계관 및 정치적 선호도 사이에는 상호 모순되는 관계가 있다. 실제로 베이징 거주민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이러한 모순이 존재함을 확인했다. 조사 결과 ‘중국인은 평화를 사랑하는 민족’이라고 답한 응답자가 미국이나 일본을 우호적으로 보는 수준이 매우 낮았고, 군비지출 확대를 지지하는 비율이 높게 나타났다.
 
  이는 미국의 경우에도 다르지 않았다. 미국공공종교연구소(Public Religion Research)의 조사에 따르면, 종교적 신념을 바탕으로 미국 예외주의를 신봉하는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군국주의 성향이 더 강하고 고문 사용을 더 지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바이든 당선 이후 한국을 방문한 왕이 중국 외교부장은 “한국 방문이 바이든 정부의 동맹강화에 대비한 것인가”를 묻는 기자에게 느닷없이 “세계평화와 국제공조가 중요하며, 세계에는 미국 이외에 190여 개의 독립국이 있다”고 위압적으로 답했다. 외교부 책임자가 한 나라의 국민을 상대로 마치 질책과 경고의 태도로 ‘세계평화질서’를 말하는 것이 중국 예외주의의 전형이며, 중국 정부와 중국 고위 관료의 태도임을 확인할 수 있었다.
 
  앨러스테어 교수는 미국 예외주의 또한 더 심하면 심했지 덜하지 않다고 주장했다. 미국을 ‘언덕 위에 빛나는 도시’로 인식하는 미국 예외주의에 대한 믿음 자체가 정치인의 진가와 자질을 평가하는 척도로 사용된다. 바이든은 같은 당 오바마 대통령에 대해서 ‘미국 예외주의’에 대한 믿음이 없다고 평한 바 있다.
 
  평화를 사랑하며, 침략의 유전자가 중국인에게 존재하지 않는다고 입버릇처럼 외치는 ‘순한 아저씨’를 연출하는 시진핑 주석과 합리적이고 세계평화와 안정의 질서회복을 외치는 ‘점잖은’ 바이든 당선자가 국제사회의 주역으로 경쟁하는 시대가 도래했다. 어쩌면 많은 사람이 낙관하는 것과는 달리 미·중 관계는 물론 국제사회가 이들의 극단적 대립으로 예전에 경험하지 못한 갈등과 혼란의 시기를 만나게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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