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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법 前文에 5·18 삽입,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헌법 前文에 역사 동원하는 것은 후진국·공산국가에서나 있는 일”(이영훈)

글 : 배진영  월간조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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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헌법적 가치는 제1조에 충분히 표현… 前文 삭제해도 돼”(인보길·이영훈)
⊙ “헌법 前文에 규범적 효력·법적 구속력 없어”(최대권·정종섭)
⊙ “근대 국민국가 건국·건국 이념 포함되어야”(류근일·정경희)
⊙ “진상규명도 안 됐다면서 헌법 前文에 5·18 넣겠다는 건 모순”(김광동·차기환)
문재인 대통령은 5·18 기념사에서 5·18 정신을 헌법에 넣고 싶다는 희망을 밝혔다. 사진=조선DB
  문재인(文在寅) 대통령은 지난 5월 18일 5·18민주화운동 40주년 기념사에서 “‘5·18민주이념의 계승’을 담은 개헌안(改憲案)을 발의한 바 있다”면서 “언젠가 개헌이 이뤄진다면 그 뜻을 살려가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2018년 3월 문재인 대통령이 국회에 제안했던 개헌안 전문(前文)에 ‘3·1운동으로 건립된 대한민국임시정부의 법통과 불의에 항거한 4·19혁명, 부마민주항쟁과 5·18민주화운동, 6·10항쟁의 민주이념을 계승하고…’라는 내용이 포함된 것을 상기시키는 발언이었다. 이 기념사 내용이 현 집권세력이 4·15총선에서 개헌선에 육박하는 다수 의석을 차지한 여세를 몰아 개헌을 추진할 수도 있다는 의도가 담긴 것으로 보도되자, 청와대는 이튿날 “당장 개헌을 추진하겠다는 것은 아니다”라며 진화에 나섰다.
 
  하지만 문재인 대통령은 5·18기념식을 앞두고 광주MBC의 특집 프로그램에 출연해서도 현행 헌법 전문과 관련해, “4·19 이후 장기간의 군사독재가 있었던 만큼 우리나라의 민주화운동을 설명하기에 부족한 면이 있다”며 “5·18민주화운동과 6월항쟁이 헌법에 담겨야 우리 민주화운동의 역사가 제대로 표현되는 것이고, 국민적 통합도 이뤄질 수 있다고 믿는다”고 주장했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도 5·18 정신의 헌법 전문 삽입에 찬성하고 있다. 원내대표가 5·18 행사장에서 주먹을 내지르며 ‘임을 위한 행진곡’을 열창했던 미래통합당 역시 이 문제가 나오면 반대하기 어려울 것이다. 일각에서는 ‘촛불정신’, 심지어 ‘동학혁명’까지 헌법 전문에 넣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5·18을 비롯한 역사적 사건들을 헌법 전문에 삽입하는 것이 바람직한지에 대한 이견(異見)도 존재한다. 아예 헌법 전문을 삭제해버리자는 주장도 있다. 지난 2018년 3월호에서 문재인 정권이 내놓은 개헌안을 집중 분석, 비판한 바 있는 《월간조선》은 제헌절을 앞두고 7월호를 준비하면서 헌법 전문에 대한 우리 사회 원로 언론인·법학자·정치학자·역사학자·법조인·시민운동가 15명의 목소리를 들어보았다.
 
 
  “헌법 前文에 역사 동원하는 것은 후진국·공산국가에서나 있는 일”
  이영훈 이승만학당 교장·전 서울대 교수
 
이영훈 전 서울대 교수
  헌법은 과거와 단절하고 살아 있는 사람들끼리 더 이상 싸우지 말고 평화롭게 살자는 정치적 약속이다. 선진국에서는 이를 헌법 전문에 일종의 종교적 신앙고백의 형태로 짤막하게 표현하고 있다. 헌법 전문에서 역사를 동원하고 역사적 서술을 하는 것은 후진국이나 공산국가에서나 있는 일이다. 지금 헌법 전문에 5·18 정신 등을 넣겠다는 것은 자신들이 중국 공산당이나 북한 전체주의 집단과 같다는 얘기다. 헌법 전문이 과연 법률적 효력을 갖는지에 대해 의문을 갖는 헌법학자도 있다.
 
  박정희(朴正熙) 대통령이 훌륭한 일을 많이 했지만, 가장 잘못한 일은 제헌헌법 자체를 거의 폐기하고 사실상 자기가 새로운 헌법을 만든 것이다. 제1공화국 때 개헌이 몇 차례 있기는 했지만, 몇몇 조문을 그때그때 수정하는 방식으로 했을 뿐이다. 박정희 대통령은 헌법의 편제 자체를 바꾸면서 헌법 전문에 4·19와 5·16을 집어넣었다. 헌법 전문에 4·19를 집어넣은 것은 이승만(李承晩) 대통령을 역사적으로 매장시키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이것이 이후 악선례가 되었다.
 
  나는 기본적으로 헌법 전문을 폐기하자는 입장이다. 제1조 1항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에 모든 것이 함축되어 있기 때문이다. 이를 잘 실천하는 것이 헌법의 가치를 구현하는 것이다. 헌법 전문 폐지가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면 제헌헌법 전문으로 돌아가야 한다. 구체적인 역사적 사건들은 헌법에서 굳이 언급할 필요가 없다.
 
 
  “민족주의가 아니라 근대 국민국가 탄생 강조해야”
  류근일 전 《조선일보》 주필
 
류근일 전 《조선일보》 주필
  헌법 전문은 마땅히 대한민국의 건국은 한반도 5000년 역사상 최초의 근대 국민국가의 탄생이라는 점을 선언해야 한다. 근대 국민국가를 탄생시킨 ‘이승만 혁명’이라는 것이 엄청난 사건인데, 현행 헌법 전문에는 그 점이 충분히 나타나 있지 않아 아쉽다.
 
  헌법 전문에서 3·1운동, 4·19, 5·18을 얘기하는 건 일종의 민족사적 항쟁을 강조하는 민족주의적 입장에 바탕을 둔 것이다. 봉건적 잔재 내지 일제(日帝)시대 ‘황국신민(皇國臣民)의 맹세’나 국민교육헌장처럼 국가주의·국수주의(國粹主義)·종족적 민족주의, 혁명적 저주 같은 게 느껴지는데, 그런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근대 국민국가의 탄생이라는 관점에서 대한민국의 의미는 그런 내용을 헌법학자들이 법률적 형식으로 담아줬으면 좋겠다.
 
 
  “특정사건 명기보다 ‘민주회복운동’으로 표현하자”
  남시욱 전 《문화일보》 사장
 
남시욱 전 《문화일보》 사장
  전문이 너무 긴 한 문장으로 된 것이 흠이므로 미국 헌법 전문처럼 간단명료하게 하는 것이 좋을 듯하다.
 
  헌법 전문에서 3·1운동을 언급하고 있는 것은 한일합병으로 상실했던 주권(主權)을 독립운동으로 회복한 사실과 해방 후 대한제국이 부활한 것이 아니라 대한민국이 탄생했다는 사실, 그리고 대한민국의 정체(政體)인 민주공화정의 유래를 설명한 것이므로 그대로 존치해도 좋을 것이다.
 
  4·19는 독재에 대한 항거이므로 헌법 전문에 그대로 놔두어도 의미가 있다. 다만 현재는 ‘불의에 항거한 4·19민주이념’이라 표현하고 있으나 그보다는 집권자들에 의한 민주주의 말살 내지 일탈행위를 국민들의 힘으로 바로잡은 부마사태, 6·10항쟁 등 일련의 국민저항운동을 포괄해서 ‘4·19혁명 이래 여러 차례의 민주회복운동을 거쳐’ 하는 식으로 표현하는 것이 어떨까 싶다. 다만 헌법 전문에 5·18을 삽입하는 것은 아직 이에 대한 역사적 평가가 진행 중이므로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일각에서는 ‘촛불정신’을 헌법 전문에 넣자고 주장하고 있으나, 이를 4·19와 유사한 것으로 본다면 굳이 명시하기보다는 위에서 언급한 방식으로 반영하는 것으로 충분하다고 본다.
 
  헌법 전문은 이미 건국 이래 72년 동안 헌법에 존재함으로써 역사가 되었으므로 적절하게 수정해서 존치하는 것이 마땅하다.
 
 
  “前文 삭제… 헌법 가치는 헌법 제1조에 충분히 담겨 있어”
  인보길 ‘뉴데일리’ 회장
 
인보길 ‘뉴데일리’ 회장
  헌법 전문은 삭제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우리 헌법의 기본가치를 표현하는 것은 헌법 제1조에서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고 한 것만으로 충분하다. 국민의 자유와 권리, 평등권 등에 대해서도 헌법 본문에서 언급하고 있다. 이를 충실하게 실천하는 것이 중요하다.
 
 
  “3·1운동 언급은 민족사적 정통성의 근거”
  최대권 전 서울대 법대 교수·헌법학
 
최대권 전 서울대 교수
  우선 현행 헌법은 손대지 않는 것이 좋다. 1987년 민주화를 하면서 새 출발의 의미를 전부 녹여 넣은 것이 현행 헌법이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법률이나 시행령 바꾸듯이 헌법을 바꾸려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헌법의 전문은 구체적 조문이 아니고 추상적이므로 거기에 법적 구속력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 다만 대한민국이 지향하는 가치, 목표, 이상(理想)을 표현한 것으로 헌법 해석의 기준이 된다는 의미에서의 구속력은 있다. 그렇다고 해서 헌법에 언급된 역사적 사실들이 헌법 해석의 기준이 되는 것은 아니다.
 
  헌법 전문에 담긴 역사적 사실 가운데 의미가 있는 것은 ‘3·1운동으로 설립된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법통’에 대한 대목이다. 3·1운동의 정신은 자유와 독립(주권)이다. 여기에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라는 우리 헌법의 가치가 들어 있다.
 
  이 대목은 북한과의 관계에서도 중요하다. 북한은 만주에서 항일운동을 했다는 김일성의 ‘백두혈통’에 그 정통성의 기준을 두고 있는데, 이는 3·1운동과 임시정부의 정신을 전면 부정하는 것이다.
 
  3·1운동은 헌법에서 말하는 ‘우리 대한국민’-미국 헌법에서 말하는 ‘We the people’-이 성립되는 계기가 됐다. 우리 역사에서 처음으로 양반과 상놈, 남녀, 지역을 넘어 자유와 독립을 위해 하나가 됐기 때문이다. 이런 점에서 3·1운동은 우리나라 민족주의의 시발점이 됐다. 북한이나 좌파는 민족주의가 자기들의 전유물이고 자기들만이 민족의 중심이라고 생각하는데 천만의 말씀이다. 3·1운동과 임시정부의 법통에 대한 대목은 대한민국 건국을 남한 단독정부 수립으로 비하하는 이들의 주장을 반박하고, 자유통일을 꿈꿀 수 있게 하는 근거이기도 하다. 이런 의미에서 헌법을 흐트러뜨리는 것은 말이 안 된다.
 
  5·18이 헌법 전문에 들어가야 한다는 주장에는 동의하지 않는다. 그런 식으로 하다 보면 4·3도 헌법 전문에 들어가야 한다고 하지 않겠나?
 
 
  “역사적 사실·정치적 선언은 규범적 효력 없다”
  정종섭 전 행정자치부 장관·전 서울대 법학과 교수·헌법학
 
정종섭 전 행정자치부 장관
  우리나라에서는 제헌헌법 이래 헌법 전문에 대해 과장평가해왔다.
 
  신생독립국가가 출범하면서 전문이 필요했겠지만, 헌법 체계에 대한 이해 없이 독립선언서 쓰듯 헌법 전문을 만들었고, 그것이 대(大)선언문이나 되는 듯 과장되게 평가되어왔다. 때문에 무슨 일이 있으면 그것을 헌법 전문에 넣자고 하게 됐다.
 
  현행 헌법 전문은 내용상 규범적 효력을 가지는 것도 있지만, 역사적 배경, 정치적 선언에 해당하는 내용들도 혼재되어 있다. 예컨대 헌법 전문에서 언급하고 있는 자유나 ‘각인의 기회를 균등히 하고’ 등의 내용은 헌법 본문에서 자유권, 평등권을 규정하고 있으므로 규범적 효력을 갖는 것으로 보아야 한다. 다른 한편으로 이는 본문의 내용을 반복하고 확인하는 데 불과한 것으로 볼 수도 있다.
 
  하지만 역사적 배경, 정치적 선언에 해당하는 전문 내용에 대해서는 규범적 가치를 인정하기 어렵다. 임시정부의 법통, 4·19 민주이념 같은 역사적 사실들은 ‘국가 만들기’의 차원에서 의미 있다고 생각하는 내용들을 하나씩 넣으면서 전문에 들어가게 된 것인데, 여기에 법적 의미가 있다고 하기는 어렵다.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법통’이라는 말은 법적으로 해석하기 어렵다.
 
  헌법 전문이 없는 나라들도 많다. 간략하게 전문에서 헌법 개정의 연혁(沿革), 공포(公布)에 대한 내용만 언급하고 있는 헌법들도 있는데, 그게 제일 낫다고 본다. 헌법 전문 때문에 갈등을 빚을 바에야, 헌법의 다른 곳에 담을 수 없는 헌법 개정의 연혁이나 공포에 관한 내용 정도만 남기고 헌법 전문을 없애버려도 아무런 문제가 없다. 헌법의 가치 같은 것들은 헌법 본문을 통해 확인하면 될 일이다.
 
 
  “前文 통해 건국이념 분명히 선언해야”
  정경희 미래통합당 의원·전 영산대 교수·미국사
 
정경희 미래통합당 의원
  헌법 전문에서 몇몇 역사적 사건들을 적시(摘示)하고 있는데, 이는 ‘왜 하필이면 이것들만 헌법에 담겼는가’, 또는 ‘왜 이런 것이 꼭 필요한가’ 하는 논란을 부를 수 있다.
 
  헌법 전문에 우리 역사에 획기적인 사건들을 기술(記述)해야 한다면, 6·25 국난(國難)의 극복이 당연히 포함되어야 한다. 하지만 아직 역사적 해석이 정리되지 못한 5·18이나 ‘촛불혁명’ 등은 현재로서는 제외하는 것이 타당하다.
 
  헌법 전문에서 ‘3·1운동으로 건립된 대한민국임시정부의 법통’ ‘불의에 항거한 4·19 민주이념’에 대해 언급하고 있는 것에는 찬성하지만 ‘법통’과 같은 애매한 용어는 피하는 것이 좋다고 본다.
 
  헌법이 나라의 근간인 기본법이라는 위상과 비중을 생각하면 전문을 두는 것은 나쁘지 않다. 이 전문을 통하여 우리나라의 건국이념과 나아갈 방향을 대내외적으로 분명히 선언하고, 국민 교육과 계몽이라는 중요한 기능을 담당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점에서 전문에 대한민국의 건국이념인 자유민주주의를 더욱 명확하게 표현하는 것이 합당하다.
 
  현행 헌법 전문은 좋은 것들을 너무 많이 한꺼번에 담으려는 의욕으로 인해 번잡한 문장이 되었다. 헌법 전문 전체가 하나의 문장이다 보니 이들 요소 상호 간의 관계 역시 한 번에 명확하게 인식하기 어려운 문장이 되었다. 더욱이 ‘법통’처럼 평소에는 거의 사용하지 않는 용어까지 사용하는 바람에 오해를 야기한다.
 
  헌법 전문에 나오는 ‘발휘하게 하며’ ‘완수하게 하여’ 등의 표현은 어색할 뿐 아니라 국민을 수동적(受動的) 대상으로 보는 듯한 인상을 풍긴다. 전문의 모든 주어는 ‘우리 대한국민’이며, 따라서 모든 동사는 기본적으로 적극적인 의미가 있는 동사의 능동태(能動態)를 사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헌법에 너무 자주 손대지 말아야”
  정진석 전 한국외국어대 교수
 
정진석 전 한국외국어대 교수
  광복 이후 여러 차례 개헌이 있었는데, 헌법 전문을 포함해서 헌법을 자꾸 바꾸는 것을 찬성하지 않는다. 영국처럼 성숙한 민주국가와 비교하기는 어렵겠지만, 정권이 바뀔 때마다 헌법을 뜯어고쳐서는 안 된다는 생각이다.
 
  제3공화국 이래 몇 차례 전문이 개정된 것도 바람직하지 않다고 본다. 제헌헌법(건국헌법)의 전문이 그대로 유지되었어야 한다. 제헌헌법이 진선진미(盡善盡美)하다는 이야기가 아니라, 한 번 만들었으면 헌법에 너무 자주 손을 대지 말아야 한다는 생각에서 하는 얘기다. 영국은 성문헌법 없이도 잘 하고 있지 않나?
 
  헌법 전문에 특정 사건을 집어넣는 것 자체를 찬성하지 않는다. 지금 헌법 전문에 있는 4·19도 바람직하지 않다. 5·18을 전문에 넣겠다는 것은 반대한다. 5·18에 대한 평가도 덜 내려져 있다. 문재인 정부 스스로 아직도 5·18에 대해 진상규명을 더 해야 한다고 하면서 그걸 헌법 전문에 넣겠다고 하는 것은 자체 모순이잖나?
 
 
  “前文이 짧은 나라 헌법들 참조해야”
  최광 전 보건복지부 장관
 
최광 전 보건복지부 장관
  2010년에 국회도서관에서 발간한 《세계의 헌법》 책자를 보면, 이 책에 헌법이 수록된 35개 국가 중 전문이 없는 나라는 그리스·네덜란드·노르웨이·뉴질랜드·덴마크·룩셈부르크·멕시코·벨기에·스웨덴·아이슬란드·오스트리아·이탈리아·캐나다·핀란드·헝가리 등이었다.
 
  비교적 짧은 전문을 가진 나라는 남아공·독일·러시아·미국·스위스·스페인·슬로바키아·아일랜드·체코·프랑스·필리핀·호주 등이었다. 대한민국이나 일본은 비교적 긴 전문을 가진 나라였고, 북한이나 중국은 아주 긴 전문을 갖고 있었다.
 
  헌법 전문을 폐지하는 것이 바람직하지만, 꼭 두겠다면 헌법 전문이 짧은 나라들의 경우를 참조해 우리 실정에 맞게 보완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본문과 관련해서는 현행 헌법의 경제 조항과 4대 의무 조항을 폐지함으로써 자유주의적 색채를 강화하는 것이 좋을 것이다.
 
 
  “후손은 헌법 前文에 손을 댈 수 없다”
  주대환 죽산조봉암기념사업회 부회장
 
주대환 죽산조봉암기념사업회 부회장
  헌법 전문과 관련해서 얘기하고 싶은 것은 딱 하나, 즉 제헌헌법의 전문에 손을 대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헌법을 고칠 수는 있다. 하지만 전문은 개별 조항들과는 달리 건국의 과정과 정신을 밝히는 것이다. 여기에 손을 대는 것은 후손들이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여러 가지 이유로 헌법 조문들은 바꾸더라도 전문은 바꾸는 것이 아니다.
 
 
  “5·18 넣으면 國論 분열 불가피”
  고영주 전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장·변호사
 
고영주 전 방문진 이사장
  현행 헌법 전문은 헌법 제정의 경위와 목적, 헌법이 추구하는 정신 등을 간명하게 잘 정리해놓았다고 생각한다. 3·1운동은 민족의 자주독립정신을, 4·19민주이념은 형식뿐만 아니라 실질적으로도 자유민주주의 이념에 충실하여야 한다는 정신을 표현한 것이라고 본다. 헌법 전문을 바꿀 이유는 전혀 없다.
 
  5·18민주화운동이나 ‘촛불정신’ 등은 아직도 진상이 정확히 규명되지 못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그에 대해 전적으로 공감하지 못하는 국민들이 많다. 이를 헌법 전문에 넣으려 할 경우 국론(國論) 분열이 불가피하다. 헌법 자체에 대하여 일부 국민들이 승복하지 못하는 현상이 초래될 수도 있다.
 
  헌법 전문은 헌법의 해석기준이 되므로 존치하여야 한다. 특히 일부 불순세력들은 우리 헌법이 자유민주주의 헌법이 아니라고 억지를 부리고 있으므로. 우리 헌법이 자유민주주의 헌법임을 분명히 하기 위해서도 반드시 필요하다.
 
 
  “국론 분열의 씨앗이 된다면 헌법 前文 없애야”
  주익종 이승만학당 교사·전 대한민국역사박물관 학예실장
 
주익종 이승만학당 교사
  헌법 전문에 그 국가의 성립 경위와 지향하는 가치, 이념을 표기하는 것은 나름 의의는 있다. 하지만 1962년 제3공화국 헌법부터 집권세력이 전문을 멋대로 뜯어고치기 시작하더니, 1987년 개정된 현행 헌법에는 일부 인사들의 주장에 따라 ‘임정(臨政)법통론’을 끼워 넣었다. 그러면서 특정 이념, 특정 주장이 헌법 전문을 차지하게 되었다. 특정 정치세력의 주장이 마치 대한민국의 성립 유래나 지향하는 가치인 것처럼 포장되어 있는 게 문제다. 헌법 전문에서 특정 정치사건을 언급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
 
  이런 식이면 앞으로 중요한 정치적 사건이 벌어질 때마다 그것을 헌법 전문에 다 넣어야 할 것이다. 4·19 민주이념도 박정희 정권이 제3공화국 헌법을 만들면서 5·16을 전문에 넣으면서 같이 끼워 넣은 것이니 정당성이 없다. 4·19가 들어가면 5·18은 왜 안 들어가며, 6·10도 들어가야 하지 않느냐는 말이 나오고 있다. 개별 사건들을 다 열거하는 대신 ‘민주화운동’이라는 표현으로 포괄해서 넣자는 주장도 있겠지만, 사실 민주화운동만으로 대한민국의 민주주의가 발전한 것은 아니므로 그것도 타당하지는 않다.
 
제헌헌법에 서명하는 이승만 대통령. 제헌헌법의 헌법 전문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주장들도 있다. 사진=조선DB
  헌법 전문은 대한민국의 유래, 발전 과정, 지향 등에 관한 국민적 합의를 담아야 한다. 그에 관한 국민의 생각이 제각각이고 갈래갈래 찢겨져 있는 상황에서 어떤 내용을 담아도 국론 분열, 국민 분열의 또 다른 불씨만 될 뿐이다. 그 때문에 헌법 전문을 없애는 게 타당하다고 생각한다.
 
  굳이 헌법 전문을 둔다면 제헌헌법 전문 정도로 간소화하는 게 좋겠다. ‘유구한 역사와 전통에 빛나는’ ‘3·1운동으로 건립된 대한민국임시정부의 법통과 불의에 항거한 4·19 민주이념을 계승하고’ 등을 삭제하는 대신 ‘3·1운동의 위대한 독립정신을 계승해서 대한민국을 세운 우리 대한국민은’으로 수정하는 정도면 족할 것이다. ‘사회적 폐습과 불의를 타파하며’ 같은 구절도 삭제하는 게 낫다. 이를 굳이 언급할 필요가 없다.
 
 
  “진상규명도 안 됐다면서 5·18 을 헌법에 넣겠다?”
  김광동 나라정책연구원장
 
김광동 나라정책연구원장
  지난 2017년 문재인 정부가 헌법 개정안을 국회에 상정했다가 폐기됐다. 그럼에도 문 정부가 다시 개헌안을 추진하는 것은 부적절하다. 개헌을 하려면 왜 개헌을 해야 하는지에 관한 불가피한 사유가 있어야 하는데, 그런 게 보이지 않는다.
 
  도대체 현행 헌법 때문에 뭐가 문제가 된다는 것인가? 왜 지금 이 어려운 시국에, 경제도 어려운데, 미래를 향해 가기도 바쁜데 왜 개헌을 통해 사회를 혼란에 빠뜨리고 분열로 몰아가려 하는가?
 
  일각에서 헌법 전문에 삽입하자고 주장하는 5·18은 역사적 합의도 사회적 합의도 이루어지지 않았다. 5·18을 보는 다양한 시각이 존재한다. 소위 민주화운동권이라고 하는 집권세력의 일부에서는 이를 계급투쟁, 무장폭동이라는 관점에서 보고 있는가 하면, 다른 한편에서는 좌파들의 난동사태로 보는 등 시각차가 매우 크다. 이에 대해 역사적·사회적 합의가 이루어질 때까지 논란을 할 필요가 없다. 이는 시간이 가면 자연히 해결될 문제다.
 
  문재인 정권이 5·18 진상규명을 추진하고 있는 것은 아직 그 실체가 밝혀지지 않았다는 이야기 아닌가? 역사적·법적 실체도 안 밝혀놓고 헌법에 그걸 집어넣어야 한다는 건가? 문재인 정권은 5·18 정신이 무엇인지, 5·18을 계급투쟁적 관점에 바탕을 둔 민중폭동으로 보는 시각에 동의하는지 여부 등을 먼저 밝혀야 할 것이다.
 
  후일 헌법을 개정하게 된다면 전문에 대한민국 건국의 의의는 반드시 들어가야 한다. 현행 헌법 전문을 보면 3·1운동으로 설립된 임시정부의 법통을 계승한다고 규정하고 있는데, 그 법통을 계승한 주체, 대한민국을 설립한 주체가 누구인지가 불분명하다. 그 법통 계승의 주체는 1948년 8월 15일 건국한 대한민국이라는 것을 밝혀야 한다. 불의에 항거한 4·19를 헌법 전문에 넣겠다면 근대화를 지향한 5·16도 헌법에 들어가는 것이 좋을 것이다.
 
 
  “5·18 이 무엇을 지향했는지에 대한 합의부터 해야”
  차기환 전 KBS 이사·변호사
 
차기환 변호사
  헌법 전문에 5·18을 넣는 건 굉장히 부적절하다. 미국 헌법 전문을 봐라. 구구절절 역사적 사건을 늘어놓았나? 헌법 전문에는 헌법이 지향해야 할 가치만 들어 있으면 된다.
 
  5·18에 대해서는 사회 구성원 대다수의 합의가 없다. 심지어는 5·18이 지향했던 바가 무엇이냐에 대한 합의조차 없다. 5·18 주역 중 한 사람인 윤상원이 파리 코뮌 같은 것을 지향했다는 주장이 있는가 하면, 5·18은 직선제 개헌을 열망하는 것이었고, 자유민주주의를 지향했던 것이라는 주장도 있다. 어느 쪽이든 간에 5·18이 무엇을 지향했던 것인지에 대한 합의조차 없는데 그걸 헌법에 넣는 것은 곤란하다고 생각한다.
 
  지금은 헌법 개정을 얘기할 때가 아니다. 후일 개헌을 한다면 전문에 국가 개입을 줄이고 자유주의적 요소를 강화하겠다는 의지를 보이면서, 국제주의와 국제협력, 자유와 같은 문명사적 흐름에 대한 내용들을 강조하는 방향으로 고치면 좋겠다.
 
 
  “6·25 건국전쟁, ‘자유민주적 가치에 입각한 통일’ 명시해야”
  주동식 《제3의 길》 편집장·지역평등시민연대 대표
 
주동식 지역평등시민연대 대표
  현행 헌법 전문에서 ‘3·1운동으로 건립된 대한민국임시정부의 법통’ ‘불의에 항거한 4·19 민주이념’에 대해 언급하고 있지만, 솔직히 말하자면 대한민국 건국에서 가장 중요한 사건은 6·25라고 생각한다. 이 전쟁은 ‘건국전쟁’이었다. 한 국가의 정체성(正體性)은 결국 이념적으로 표현되어야 한다. 대한민국의 이념적 정체성을 가장 분명하게 드러내는 사건은 3·1운동이나 임시정부, 4·19가 아니라 6·25건국전쟁이라고 생각한다. 이런 점에서 그동안 원칙 없이 6·25나 한국전쟁으로 불렀던 이 전쟁을 ‘건국전쟁’이라고 분명히 의미 규정하고 이를 헌법 전문에 넣는 게 바람직하다.
 
  일각에서는 5·18을 헌법 전문에 넣자고 주장하는데, 그것이 헌법 전문에 넣을 만큼 중요하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현재의 대한민국을 만든 3가지 사건을 언급하자면 건국, 산업화, 민주화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건국과 산업화를 상징하는 사건에 대한 언급은 헌법 전문에 없다. 일각에서는 ‘촛불정신’도 넣어야 한다고 주장하는데, ‘촛불정신’은 절대 넣어서는 안 된다고 본다. 그 사건은 대한민국의 퇴행(退行)과 추락, 반동(反動)의 추세를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대한민국을 만든 역사적 사건들에 대한 평가가 완료되기 전까지는 헌법 전문 자체를 삭제해버리는 것도 가능한 대안(代案)일 것이다.
 
  현행 헌법 전문을 바꿀 경우, ‘유구한 역사와 전통에 빛나는’ 같은 감정적인 표현은 뺐으면 한다. ‘평화적 통일’이라는 표현은 ‘자유민주적 가치에 입각한 통일’로 바꾸는 게 좋다고 본다. ‘평화적 통일’이라는 것은 방법론을 말하는 것인데, 통일이 어떤 방식으로 이뤄질지 헌법이 미리 예측하거나 규정하거나 제한하는 것은 어불성설(語不成說)이다. 무기를 들고 위협하는 적 앞에서 ‘우리는 무기를 내려놓자’는 선언을 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본다.
 
  ‘민족의 단결’이라는 개념도 어불성설이다. 한마디로 국가의 정체성을 이념이나 가치보다는 ‘핏줄’이나 종족이라는 전(前)근대적 개념에서 찾자는 것 아닌가? 자칫 김씨조선의 ‘우리 민족끼리’라는 정치 슬로건에 협력 복무하는 내용이 될 수도 있다. ‘항구적’이니 ‘영원’이니 하는 비현실적인 수식어도 가급적 줄여야 한다. 내용의 빈약함을 감추기 위한 설레발처럼 느껴지기 때문이다.
 
  대한민국의 건국은 한마디로 말해 우리 민족의 근대화로 나아가는 노력과 진통, 피땀의 현실 정치적인 결과물이다. 그 근대화 방법론의 극명한 대조가 바로 북한 김씨조선의 존재이다. 그렇다면 헌법 전문에는 근대화의 성과와 향후 지향점에 대한 가치가 분명히 표현되어야 하고 그것이 결국 북한 김씨조선에 대한 최종적인 승리여야 한다는 것을 드러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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