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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로 ‘脫文’ 선언한 주부들

親文 성지 ‘맘카페’도 균열 시작

글 : 박지현  월간조선 기자  talktome@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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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평범한 일상이 주는 소중함, 그땐 몰랐다”
⊙ 주부층 대거 이탈로 中道層 두꺼워져
⊙ 中道 주부 흡수하려면? “정권 심판론 접고 생활정치 해야”
2017년 3월, 문재인 당시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맘카페 회원들. 사진=뉴시스
  봄이 오면, 새싹이 트는 줄 알았다. 부산 연제구에 사는 주부 김성연(39·가명)씨는 “모든 계획이 틀어졌다”고 했다. 한때 무역회사를 다녔던 그는 아이를 낳고 3년간 ‘경단녀(경력단절여성)’로 지냈다. 재취업이 녹록지 않아, 올해 3월부터는 공인중개사학원을 다니기로 했다. 티는 안 냈지만, 짐짓 기대가 컸다. 새 공책과 필기구를 살 땐 설레기까지 했다. 만 세 살이 된 아들은 집 앞 공립어린이집에 입소 예정이었다. 1년을 대기한 끝이었다. 하지만 모든 게 수포로 돌아갔다. 학원은 한 달 휴강을 알려왔고, 어린이집까지 휴원에 들어갔다. 봉급이 50% 삭감된 남편은 남편대로 속이 탄다. 그래도 여기까지는 견딜 만했다.
 
  지난 3월 2일, 김씨는 “경북에 있는 시댁에 가기 위해 짐을 싸고 있다”고 했다. 사정은 이랬다. 시어머니가 요양보호사로 일하는데, 그 요양병원에서 3월 9일부터 22일까지 ‘예방적 코호트 격리조치(cohort·동일집단격리)’를 시행한다. 2주간 환자뿐만 아니라 직원들까지 모두 격리하는 조치다. 그러면 70대 시아버지가 혼자 집에 있게 된다. 김씨는 “시아버지가 지병이 있어 거동이 불편한데, 시어머니가 2주 동안 집을 비워야 하니 내가 수발을 들어야 한다”고 했다. 새로운 일을 시작하기는커녕 세 살배기 아들에다, 시아버지까지 돌봐야 하는 처지가 된 셈이다. 김씨는 “평범한 일상이 얼마만큼 소중했는지, 그땐 알지 못했다”면서 “피해가 이렇게 사방에서 터지는 동안 정부는 뭘 했나 싶다”고 했다.
 
 
  ‘사상 초유의 위기’
 
  주부들의 민심이 들끓고 있다. 지난해 12월 중국 우한에서 발발한 코로나19가 석 달째 지속되면서다. 피해는 실로 전방위적이다. 우선 국내 간판기업들이 공장 문을 닫았다. 지난 3월 10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코스피 상장사 14곳이 길게는 2주 동안 공장 가동을 중단했다. 공장 문이 닫히자 수출이 줄었다. 지난 2월, 한국 하루 평균 수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12.2% 감소했다. 사람들이 바깥출입을 안 하니, 소비절벽도 뒤따랐다. 카드업계에 따르면 8개 주요 카드사의 2월 승인액(28조2146억원)은 1월(51조3364억원)의 절반 수준이다. 2월 소비자심리지수도 한 달 전보다 7.3포인트 급락한 96.9를 기록했다. 전문가들은 ‘사상 초유의 실물경제 위기’라고 입을 모은다.
 
  주머니 사정이 안 좋아지면, 사는 게 팍팍해진다. 그 중심에 주부들이 있다. 국내 기혼 여성은 1500만명으로 추산된다. 이들은 어디에나 있다. 자영업자의 아내이고, 격리 중인 60대 노모의 딸이며, 유학생 아들을 둔 엄마이기도 하다. 각기 다른 지역에서, 다른 처지로 살고 있는 이들의 목소리를 들어봤다. 사는 모습은 다를지라도, 아픔은 같았다. 공통점은 또 있다. 이들은 모두 한때 문재인 지지자였다.
 
 
  “자영업자 지원 혜택? 하늘의 별 따기”
 
지난 3월 10일 서울 명동거리. 평소 사람으로 붐비던 거리가 썰렁하다. 사진=조선DB
  경기도 고양시에 거주하는 안수연(42)씨는 남편과 작은 식당을 운영한다. 개업 1년. 어느새 직원도 두 명이다. 안씨는 “직원들도 생계가 있으니, 장사가 안된다고 문을 닫을 수도 없는 노릇”이라고 했다. 요즘 하루 매출은 한창때의 15%를 밑돈다. 20평 남짓한 가게의 월세와 인건비까지 하면 매달 최소 500만원을 지출해야 한다. 여기에 최근 매입한 아파트의 원리금까지 갚아야 하는 상황이다. ‘개점휴업’ 상태에서 고정비와 이자까지. 안씨는 “대출금 이자를 내려고 또 대출을 받아야 하는 형국”이라고 했다. 안씨는 “이런 상황에 TV에선 국무총리라는 사람이 ‘손님이 적으니 좋겠다’ ‘그동안 많이 벌어놓은 걸로 버텨야지’라며 웃더라”며 씁쓸해했다.
 
  비단 안씨뿐만이 아니다. 650만명의 자영업자들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19’로 일제히 곡소리를 내고 있다. 이에 정부는 총 11조7000억원 규모의 추가경정예산안을 발표하며 긴급 수혈에 나섰다. 이 중 1조4000억원을 ‘소상공인 긴급경영안정자금’에 쓰기로 했다. 그러나 이내 실효성 논란에 부딪혔다. 현재까지 대출신청이 6만4368건(3조3625억원)에 달하지만, 실제 대출은 약 4% 수준인 3066건(1360억3700만원)만 이뤄졌기 때문이다(3월 9일 기준). “도대체 추경은 다 어디로 갔느냐”는 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서울 서대문구에서 네일숍을 하는 지유(43)씨는 “신청을 하더라도 서류심사 완료까지 두 달을 대기해야 한다더라”면서 “신용보증재단에 전화를 걸어봤는데, 신청인 폭주로 상담 연결조차 쉽지 않았다”고 했다. 지씨는 이어 “손님과 얼굴을 맞대고 하는 일인데다가, 대부분 결혼을 앞둔 예비 신부들이 많이 찾았는데, 결혼식마저 미루는 추세라 요즘은 예약이 완전히 끊겼다”면서 “우리 같은 영세 자영업자들은 유보율이 0%에 수렴해 당장 내일이 급한데, 두 달을 기다리라는 건 그냥 문 닫으라는 얘기”라고 말했다.
 
  자영업자들의 부채는 한국 경제의 대표적인 ‘부실뇌관’으로 꼽힌다. 이미 지난해 말 338조5000억원에 육박한 상태다. 여기에 코로나19로 인한 대출까지 가세하면 그 규모는 눈덩이처럼 커지게 된다. 전문가들은 “대규모 자금을 빌린 영세 자영업자와 가계가 채무불이행에 빠지면, 금융회사 위기로 번지는 복합불황이 닥칠지도 모른다”고 지적한다. 지씨는 “줄도산이 본격화되면, 코로나로 사망한 사람보다 자살한 자영업자 수가 더 많아질 수도 있을 것 같다”고 우려했다.
 
 
  “마스크값도 못 잡는데 집값이 웬 말”
 
공적 마스크 판매가 시작된 경기도 성남시의 한 약국 입구에서 오전부터 어린아이를 데리고 줄 서 있는 주부가 눈에 띈다. 사진=조선DB
  보험사에 다니는 워킹맘 박수경(41)씨는 요즘 알람을 꺼놓고 산다. 매일 아침, ‘안전 안내 문자’가 대신 깨워주기 때문이다. 그중에는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 오는 문자도 있다. 문자는 오늘 누가 마스크를 살 수 있는지 알려온다. 주민번호 끝자리 ‘2, 7’. 박씨는 지난 3월 10일, 마스크를 사기 위해 연차를 썼다. 그는 “오전 9시쯤 약국에 도착했는데 이미 100명 이상이 번호표를 받아 갔더라”면서 “여섯 살배기 아이를 잠깐 옆집에 맡겨두고 신분증을 챙겨 부랴부랴 갔는데, 연차까지 내고도 마스크 하나를 못 샀다”며 허탈해했다. 인근 약국으로 뛰어가봤지만, 이미 늦었다. 그는 “내가 살다 살다 ‘마스크 배급 사회’에 살게 될지는 몰랐다”고 했다.
 
  “‘수요와 공급의 원리’, 중학교 때 배우는 내용이잖아요. 이 정부는 시장경제 원리를 철저히 무시하고 있어요. 수요가 늘면, 자연히 공급이 느는 법이잖아요. 물론 매점매석이야 정부가 개입해야 할 문제지만, 공급이 수요를 못 따라가서 이 사달이 난 건데 그걸 왜 균등 배급으로 해결하는지 모르겠어요. 지금 정부가 할 일은 마스크 업체에 원자재 수입, 수급문제 해결, 추가 공장 가동 관련 생산력 지원 아닌가요? 잘 돌아가던 공장을 간섭으로 멈추게 만들더니, 결국 배급이 웬 말인지…. 시장의 무서움을 모르고 정부가 모든 걸 컨트롤할 수 있다는 발상이 이해되지 않아요.”
 
  박씨는 “집값이 안 잡히는 이유, 마스크 대란을 보면 답이 나온다”면서 “300년 전에 ‘로베스피에르의 우유’가 알려준 걸 21세기에 반복 중”이라고 말했다. 박씨는 또 “장하성 전 정책실장은 2018년 ‘모두가 강남에 살 필요는 없다’고 했다. 조국 전 장관은 2012년 ‘모두가 용이 될 필요는 없다’고 했다”면서 “그런데 본인들은 강남에 살면서, 딸을 ‘용’으로 키웠다. 이번엔 ‘모두가 KF94 마스크 쓸 필요 없다’고 말하고 있지 않으냐”고 꼬집었다.
 
 
  ‘선’ 넘는 우울증과 분노
 
코로나19로 하늘길이 모두 끊긴 상황인 3월 초 인천국제공항에는 적막감이 감돈다. 사진=조선DB
  워킹맘인 박씨의 사정은 그나마 나은지도 모른다. 경북 칠곡군에 홀로 거주하는 김혜순(56)씨는 요즘 자꾸 극단적인 생각이 든다고 했다. 몇 년 전 홀몸이 된 김씨는 그간 두 아들에게 용돈을 받으며 생활했다. 심한 터널증후군으로 한동안 일을 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긴 시간 무기력감에 빠져 있던 그는, 아들 내외의 설득 끝에 2월부터 국비지원 자격증 학원을 다니기 시작했다. 서서히 기분이 전환되는 듯했다. 일주일쯤 다녔을까. 새 삶에 대한 기대감도 잠시, 학원은 3월 22일까지 휴원 조치에 들어갔고, 김씨는 근 한 달간 바깥출입을 하지 않고 있다. 우울증은 무섭도록 빨리 찾아왔다. 일명 ‘코로나 블루(코로나로 우울증을 호소하는 현상)’다. 김씨는 “매스컴으로 전해지는 대구·경북 지역민에 대한 외부인의 선입견과 혐오 발언도 증상 악화에 크게 한몫했다”고 말했다.
 
  김씨와 같은 증상을 호소하는 사람들은 현재 3만명 이상으로 집계된다. 지난 3월 10일, 국가트라우마센터에 따르면 ‘코로나 블루’로 접수된 상담이 총 3만4818건이다. 지난해 강원도 산불 당시 1000여 건의 상담이 이뤄진 것으로 보면, 그 규모가 어느 정도인지 가늠이 된다. 센터에 따르면 코로나19로 우울감을 넘어 분노를 느끼는 사람들의 비중도 늘어났다. 유명순 서울대 보건대학교 교수가 지난 2월 25~28일 조사한 설문에 따르면, 코로나19 사태 초기인 1월 31일~2월 3일에는 관련 뉴스를 접했을 때 6.8%만 분노를 느꼈으나, 2차 조사에서는 분노 지수가 21.5%로 대폭 올랐다. 3월 들어서는 수치가 더 높아졌을 것이다.
 
  이 같은 주부들의 ‘분노’는 국경을 넘나든다. 지난 3월 8일. 김선애(50)씨는 일본으로 출국하는 딸 민선(25)씨를 부둥켜안고 펑펑 울었다고 한다. 한국에서 대학교를 졸업한 민선씨는 올해 일본의 한 전문학교에서 디자인을 공부할 예정이다. 김씨는 “원래 출국 예정일은 2주 뒤였는데 갑자기 일본에서 입국 제한 조치를 발표하는 바람에 부랴부랴 짐을 싸게 됐다”고 했다. 그러는 바람에 일본 내 단기 거처가 불분명한 상태다. 자취방은 2주 뒤 날짜로 계약했기 때문이다. 김씨는 “정부가 뚜렷한 대책도 없이 감정적인 한·일 싸움을 하는 바람에 죄 없는 딸만 피해를 입고 있다”며 울분을 터뜨렸다.
 
  3월 11일 기준 코로나19와 관련해 한국 체류·경유자의 입국을 제한하는 나라는 총 116개국이다. 자연히 항공편은 대폭 줄었고, 하늘길은 거의 끊기다시피 한 상황이다. 이렇다 보니 해외에서 귀국 예정이던 사람들은 항공사로부터 일방적으로 ‘결항이 됐으니 환불해주겠다’는 통보를 받고 있다.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또 다른 주부 A씨의 한탄 글이 올라와 있다. 호주에서 유학 중인 딸이 이번 학기 휴학을 하고 3월 말 한국에 들어오기로 돼 있었는데 항공편이 사실상 끊긴 탓에 만나지 못할 것 같다는 내용이다.
 
 
  가족 건강 위협, 지지층 이탈의 기폭제
 
‘맘카페’ 회원들과의 미팅을 위한 포스터.
  고개 돌린 주부들. 이는 비단 몇몇의 이야기가 아니다. 수도권 지역에서 선거운동 중인 한 후보자는 “선거운동을 하다 보면 특히 주부 민심이 많이 바뀌었다는 걸 느낀다”면서 “2년 전 보궐 선거 때는 ‘야당이 더 분발해야 한다’는 고언(苦言)을 많이 들었는데 이제는 ‘정말 죽겠다, 살려달라’면서 손을 잡고 우는 주부들도 있다”고 했다.
 
  실제 현장에서 본 여성 유권자들의 민심을 더 들어보기 위해 양금희 여성유권자협회장(대구 북구갑 예비후보)에게 지난 3월 10일 전화를 걸어봤다. 그런데 뜻밖의 비보가 날아들었다. 양 회장 캠프 사무장이 급작스럽게 사망 후 코로나 양성 판정을 받았다는 것이다. 3월 8일, 정부가 “혼잡하지 않은 야외나 가정 내, 개별공간에서는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아도 된다”고 밝힌 직후였다. 양 회장은 자신 또한 격리 상태이며, 몇 시간 뒤 검사를 앞두고 있다고 했다. 어수선한 가운데 양 회장은 “(정부의 안이한 대처로) 국민들, 특히 대구의 자영업자, 코로나 확진자와 가족들이 말도 못 하게 고통받고 있다”면서 “지금은 민심을 눈으로 확인하는 입장이 아니라, 당사자가 돼 함께 고통받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이재묵 한국외국어대학교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이번 사태는 이처럼 당장 나에게, 내 가족에게 피해가 올 수 있는 ‘안전 위협’의 이슈이기 때문에 지지층 이탈의 기폭제가 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그에 따르면 주부 유권자들은 진보, 보수와 같은 이념적인 문제보다 가정의 안위와 행복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경향이 강하다. 그런 와중에 이번 사태로 마스크 구하기 힘들다는 것을 온몸으로 체감했고, 내 아이가, 내 부모님이 걸릴 수도 있다는 불안을 직접 경험한 것. 이 교수는 “이는 세월호 당시 ‘저 아이가 내 아이였다면’ 하는 분노가 주부들의 민심을 움직인 것과 크게 다르지 않은 것”이라고 덧붙였다.
 
  실제로 정치커뮤니케이션에서 강자(정부)에 대한 약자(국민)의 ‘공분(公憤)’은 여론 동원을 촉매하는 감정 중 제일로 꼽는다.
 
 
  주부들이 文을 지지한 이유
 
2017년, 한 TV 프로그램에서 대선을 앞두고 한 여성 유권자에게 ‘문재인을 지지하는 이유’를 묻자 이 여성은 “젠틀하고 잘생겨서”라고 했다. 실제로 문 대통령을 지지했던 주부들은 그 이유로 그의 ‘이미지’를 많이 꼽았다.
  앞서 만나본 주부들은 모두 문재인에게 표를 던진 이들이다. 이들에게 ‘당시 왜 문재인을 지지했느냐’고 물어봤다. 박수경씨는 “정부의 선한 의도를 믿었기 때문”이라고 했다.
 
  “최저임금 상승, 부동산 정책 경험하면서 아, 이건 아닌데 싶었지만 그때까지만 해도 정부의 선한 의도를 믿었습니다. 소외계층 위한다잖아요. 다주택자, 투기꾼 잡고 무주택자 위한다잖아요. 그런데 정부가 순수한 게 아니라, 제가 순진했던 거예요. 이제 알았어요. 그들은 순수한 게 아니고 무능한 거구나. 그리고 무능은 확실히 죄가 되는구나. 직접 마스크 줄을 서보니 알겠더군요.”
 
  주부들에게 ‘지지한 이유’를 물어본 결과 흥미로운 사실을 알 수 있었다. 이들은 하나같이 문 정부의 ‘이미지’를 이유로 들었기 때문이다. 이번엔 김선애씨의 말이다.
 
  “정의로운 사회가 될 줄 알았어요. 기회는 평등하고, 과정은 공정하며 결과는 정의로워야 한다고 했잖아요. 사실 조국 사태를 겪으면서 ‘어라?’ 싶었는데 그때까지만 해도 관망했습니다. 그런데 이번 코로나19로 완전히 등을 돌렸어요. 벼랑 끝에 몰린다 싶으니까 ‘반일(反日)카드’를 내놓는 모습을 보고 ‘아, 이건 아니다’ 싶었습니다. 특히 그 일로 딸이 피해를 입었으니까요.”
 
  지유씨는 “당시 박근혜 대통령이 워낙 큰 잘못을 했고 이미지가 안 좋았는데, 문재인 대통령은 사람이 괜찮아 보였고 특히 인상이 너무 좋았다”고 했다.
 
  익명을 요구한 정치평론가 A씨는 이들의 지지 배경을 이렇게 설명했다.
 
  “일단 당시 새누리당에는 ‘적폐’라는 이미지가 씌었습니다. 마침 세월호라는 치명적인 약점도 있었고요. 그 ‘적폐’를 심판하겠다는 용사가 나타난 겁니다. ‘정의’라는 옷을 입은 문재인이라는 용사죠. 전국의 엄마들이 세월호에, 적폐에 분노하고 있는 와중에, 당시 문재인을 지지한다는 건, ‘나 또한 깨어 있는 시민이 되고 정의로운 사람이 되는 것’이었어요.
 
  주부들은 연대(連帶)의식을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조리원 모임, 학부모 모임, 동네 커뮤니티 활동을 하면서 공감대를 형성하고 소속감을 가지고자 하잖아요? ‘정의로운 정치인 지지자’라는 연대는 그것보다 훨씬 대승적이고 고차원적이죠. 주부들에게 무엇보다 강한 소속감을 주는 건 물론이고, 그들의 자의식(自意識)을 고취시키기에도 충분했던 거죠.”
 
 
  親文 성지 ‘맘카페’도 균열
 
2017년 2월 16일, 문재인 당시 대통령 후보가 대한민국바로세우기 제7차 포럼에 참석해 “페미니스트 대통령이 되겠다”고 선언하는 모습.
  모두가 등을 돌려도, 이들만은 굳건할 것 같았다. 주부들의 정보 공유를 위해 만들어진 온라인 카페, ‘맘카페’는 특히 친문(親文)들의 성지로 불린다. 이들의 정치색은 2017년 대선을 치르는 과정에서 더욱 짙어졌다. 당시 더불어민주당은 ‘레몬테라스’ ‘일산아지매’ 등 16개 맘카페를 대상으로 문재인 당시 후보와 유세 모임을 진행했는데, 이것이 일정 부분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지난해에는 회원 수 4만명의 한 맘카페가 ‘일자리 제공형’ 사회적기업으로 인정돼 정부 지원금 3300만원을 타가기도 했다. 일각에서 ‘맘카페와 문재인 정부의 커넥션’을 주장하는 근거다. 실제로 그간 맘카페에서는 문 대통령 찬양 일색의 게시물만이 올라왔었다.
 
  그런 맘카페의 분위기가 최근 들어 바뀌고 있다. 회원 수 약 300만명을 보유한 ‘맘스홀릭베이비’와 ‘레몬테라스’는 맘카페 중에서도 특히 ‘문빠’들이 많은 곳으로 꼽혔다. 이곳에서도 이제 심심찮게 문 대통령 비판글을 찾아볼 수 있다. ‘레몬테라스’의 경우, 3월 들어서만 ‘국회 문재인 탄핵 청원 링크’ ‘이제 하다못해 고등학생도 문재인 하야를 외치네요’ ‘문재인 대통령은 언제 약속 지킬까요?’ ‘문재인 뽑은 게 너무 후회돼요’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모두 100개가 넘는 댓글이 달렸고, 대부분은 게시글에 동조하는 분위기다. 이곳에서 정치글은 시사게시판인 ‘시이소방(시사이슈소통방)’에 올려야 한다. 정부 비판글이 꾸준히 올라오자, ‘레몬테라스’ 운영자는 지난 3월 3일 ‘시이소방’을 아예 폐쇄하기에 이르렀다.
 
  맘카페는 그간 문재인 대통령 비판글을 올리면 이용자를 ‘강퇴(강제퇴장)’시킨 걸로도 입방아에 올랐었다. ‘맘스홀릭베이비’ ‘레몬테라스’를 비롯해 각종 지역 맘카페 운영진이 자의적 기준으로 이용자를 쫓아내는 사례가 늘어나자, 피해자들이 모이는 인터넷 카페도 생겨났다. ‘인터넷 카페 강퇴, 활정(활동정지) 피해자들 모임’이다. 이들은 모두 기존 맘카페에서 정부 비판글을 올렸다가 퇴장당한 이용자들로, 달리 말해 탈(脫)문재인 집단이라고도 할 수 있다. 3월 11일 기준, 이곳의 회원은 2012명이며 꾸준히 늘어나는 추세다. 운영자 한영만(45)씨는 “조국 사태 당시 맘카페에서 조국을 비판하면 쫓겨났는데, 지금은 코로나19가 중국 때문이라는 기조의 글만 올려도 강퇴를 당하고 있다”면서 “코로나19 사태 이후 가입자들이 크게 늘게 된 배경”이라고 했다.
 
 
  中道 주부 끌어안으려면?
 
  정치인 입장에서 3040주부들은 매력적인 유권자다. 이재묵 교수는 “20대 미만은 진보적인 성향이 강하지만, 투표를 잘 하지 않고 50대 이상은 이미 관념이 공고한 경우가 많다”면서 “한편 3040주부들은 정치공학적으로 계산하지 않으면서도 정직하고, 비교적 순수하게 표를 던지는 계층으로, 마음만 잘 얻으면 동원(mobilize)이 잘 된다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 이는 정치인 입장에서 상당한 기회 요소다”라고 말했다.
 
  그렇다면 문재인에게서 등 돌린 주부들은 과연 누구를 지지할까. 안수연씨는 “정말 모르겠다”고 했다. 한참 뜸을 들이던 그는 “그렇다고 미래통합당이 마음에 드는 것도 아니다”라며 고개를 저었다. 김선애씨의 생각도 크게 다르지 않다. 그는 “만일 통합당을 찍게 되더라도, 마음에 들어서가 아니다”라면서 “국정 운영을 잘 못 하면 이념에 관계없이 국민들에게 심판당한다는 걸 보여주는 의미일 것이다. 그렇게 정책이 발전해나가는 것 아니겠느냐”라고 말했다.
 
  실제로 이번 사태로 주부 중도층이 두꺼워졌다는 분석이다. 이 교수는 “한동안 힘이 빠졌던 안철수 후보의 지지율이 대구에 갔다 온 후 반등했는데, 이는 친문, 친박도 아닌 중도층의 지지율을 그쪽에서 어느 정도 흡수했다는 방증”이라면서 “사람들이 몸을 움직여 국민의 안위를 지키는 모습에 반응한다는 증거이기도 하다”고 설명했다.
 
  이 교수는 이어 “중도 성향의 주부층을 흡수하기 위해서는 이념싸움과 정권심판처럼 추상적인 데 매달릴 것이 아니라, 주부들의 피부에 와닿는 정치를 해야 할 것”이라고 제언했다. 이 교수는 또 “주부들은 세월호에 분노하고, 코로나19에 분노했다. 이는 정당이 중요한 게 아니라는 뜻이다”라면서 “요즘 민심을 보면, 현 정권 심판을 위해 찍을 대상이 아니라 진정한 대안세력을 원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서로 심판하겠다고만 할 것이 아니라, 사과할 건 사과하고, 인정할 건 하면서 국민들의 아픔에 진심으로 공감하고, 실질적으로 민생을 도울 수 있는 생활정치가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정치평론가 A씨는 “이명박 정부 때 광우병 논란, 박근혜 정부 때 세월호, 그리고 지금의 코로나19까지 주부들 민심을 들끓게 한 키워드는 모두 가족의 안전, 건강과 직결된 것이었다”면서 “그러나 때를 놓치거나, 유체이탈 화법을 쓰거나, 초기의 패착(敗着)을 끝까지 인정하지 않으면서 누구 하나 ‘국민의 아픔이 곧 나의 아픔’이라는 메시지를 전달하지 못했다”며 안타까워했다.⊙
 
여전히 文 지지하는 주부들, 이유는?
 
  이번에 만난 주부들 중에서는 코로나19로 크고 작은 피해를 입고 있지만, 여전히 문 정부를 지지하는 이들도 있었다. 소위 ‘콘크리트 지지자’다. 이들은 “이번 사태는 전 세계적으로 퍼진 바이러스의 문제이지, 정부의 대응을 운운할 문제가 아니다”라는 입장을 보였다. 서울 신림동에 거주하는 노혜정(37)씨는 “내 손으로, 내가 직접 뽑은 대통령의 임기 중에 일어난 일”이라면서 “그 때문에 도중에 나 몰라라 돌아서는 건 무책임한 거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이 난국(亂局)을 (대통령과) 한마음으로 헤쳐나가는 것이 투표권을 행사한 사람으로서의 도리라는 게 그의 주장이다. 인천에서 선거운동 중인 A씨 또한 “문 대통령을 지지하는 주부들을 보면 하나같이 ‘의리를 지켜야 한다’는 입장인 게 흥미로웠다”고 말했다.
 
  온라인 커뮤니티 중에서는 ‘82cook’과 ‘미시USA’가 ‘콘크리트’ 성향이 짙다. 이 사이트들은 앞서 레몬테라스처럼 이변을 보이지도 않는다. 그도 그럴 것이, 82cook은 지난 2015년부터 신규 회원을 받지 않고 있다. 회원 수는 수십만으로 추정되지만 ‘베스트 글’의 클릭 수가 약 2만 회인 것으로 보면 실제 활동인원은 1만명 정도로 보인다. 회원 수 약 40만명인 미시USA는 미주 지역 주소지가 있어야 가입이 가능하다.
 
  경우에 따라 주소지가 기재된 신분증까지 확인한다. 요컨대 두 커뮤니티 모두 ‘그들만의 리그’의 성격이 강하다는 이야기다. ‘미시USA’는 2018년 1월 1일부터 현재까지 제목에 ‘문재인’이 들어간 게시글만 2000개에 달한다. 그중 대부분은 그의 동향과 응원글이다. 이름 뒤에 ‘하트’가 붙은 글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하지만 드물게 비판글도 있다. 이런 글의 댓글에는 ‘왜 사니’ ‘숨 쉬는 게 민폐다’ 등의 ‘악플’이 달린다.
 
  ‘82cook’에서는 최근 대구 지역 혐오가 노골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대구·경북 사람들은 원래 이렇게 민폐냐’ ‘그쪽 지역은 원래 미개해서 개선이나 될까’ ‘이제 대구 사투리 듣기도 싫다’ ‘대구 여성의 66%는 신천지라고 생각하면 되느냐’와 같은 글이 눈살을 찌푸리게 만든다. “82 여러분, 대구분들에게 희망과 용기를 보냅시다”라는 게시글에는 ‘싫다’는 댓글이 더 많이 달렸다.
 
  이재묵 한국외국어대학교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해당 커뮤니티를 모니터링해보면 특히 집행부의 민주당 집중도가 높은 것 같다. 문재인 지지 일색인 게시글은 ‘반향실 효과(에코 체임버·비슷한 사람끼리 뭉쳐 있을 때 편협한 사고방식이 증폭되는 현상)’로 설명할 수 있을 것 같다”면서 “주류(主流)의 생각과 다르기 때문에 침묵하는 이용자도 상당히 많을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이 교수는 이어 “이는 온라인 양극화 문제로 이어지는데, 소수의 생각이 공격을 받는 구조로는 건강한 공론장의 역할을 수행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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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달기 2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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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완석    (2020-04-03) 찬성 : 16   반대 : 2
무능한 것을 이제라도 알았으니 다행입니다. 그리고, 뻔뻔하기도 합니다. 헌법도 무시하고 한풀이 하는 것 같아요. 대학시절에 데모만 하던 사람들이라 머리에는 들어 있는 것이 없어요. 경제, 안보, 외교, 60여년을 이끌어 반석 위에 올려 놓은 것을 단 3년동안 다 말아 먹었어요. 예전처럼 회복은 어렵지만 예전의 60% 정도 올려 놓으려면 국민들의 배를 주리고 또 처음부터 다시 시작을 하여야 하는 실정입니다. 어이가 없어서, 10대 강국에 들어 있는 상황을 3년만에 말아 드셨으니 기네스북에 올려야 하고 놈현 시절 강금실이는 정치인보고 코메디 한다고 하더니 문통, 조구기, 유시x이는 특급 코메디를 하고 있어요. 이를 어찌 막아야 하는지 난감할 뿐입니다.
  라현철    (2020-04-03) 찬성 : 25   반대 : 3
그동안 문재인과 그 무리들에게 철저히 사기당했고 지금도 당하고 있는것입니다.

202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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