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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포커스

일본 기자가 본 ‘아베 vs 문재인 격돌의 900일’

아베, 우려에서 기대, 다시 우려로… 인내 끝에 犬猿之間으로

글 : 조성호  월간조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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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文 대통령의 ‘투 트랙’ ‘셔틀외교’ 제안에 기대감 가진 아베
⊙ 文에게 냉소 지은 트럼프, 싱글벙글한 文, 이를 못 본 체한 아베
⊙ 뉴욕서 열린 韓日정상회담에서 文의 말 듣고 ‘불안감’ 휩싸인 아베
⊙ 文 대통령이 조국 임명 강행하자 한숨 내쉬며 “여러 문제가 있는데…”
《문예춘추(文藝春秋)》 2019년 12월호에 실린 ‘아베 신조 VS 문재인, 격돌의 900일’.
  문재인 대통령과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는 사실상 견원지간(犬猿之間)이 돼버렸다. 한일(韓日) 간의 불편했던 과거사, 예컨대 강제징용과 위안부 문제 등은 가뜩이나 얼어붙은 양국 관계를 더 냉각시켰다. 갈등의 골이 깊게 팬 두 사람 사이에서는 그간 어떤 대화가 오갔을까.
 
 
  ‘아베-문재인’이 나눈 내밀한 이야기
 
기사 ‘아베 신조 vs 문재인, 격돌의 900일’을 쓴 이와타 아키코(岩田明子) 기자.
  이 궁금증을 풀어줄 만한 기사가 일본의 한 유명 시사 월간지에 실렸다. 《문예춘추(文藝春秋)》 2019년 12월호에 실린 ‘아베 신조 vs 문재인, 격돌의 900일’이란 제하의 글이 그것이다. 작성자는 NHK의 해설위원 겸 정치부 기자인 이와타 아키코(岩田明子) 씨다. 이와타 기자는 2000년대 초, 아베 총리가 관방(官房) 부(副)장관으로 있을 때부터 그를 담당해온 ‘아베 전문 기자’다.
 
  이 글에는 아베 총리와 문재인 대통령 사이에 있었던 내밀한 뒷얘기가 많이 실려 있다. 당연히 일본과 아베 총리의 시각과 입장이 많이 반영돼 있기는 하나, 한·미·일 3국 정상의 대화가 세밀하게 묘사돼 있어 재미와 박진감이 느껴진다.
 
  과거사를 둘러싸고 양국 정상이 벌인 날선 공방은 물론,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각국 정상들 앞에서 쏟아낸 문 대통령에 대한 불만과 냉소도 그려져 있다.
 
  《월간조선》은 이 기사를 발췌 요약해 독자들에게 소개한다. 일부 표현은 원문의 의미가 손상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이해하기 쉽도록 다듬었으며, 독자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 군데군데 해설을 덧붙였음을 밝힌다.
 
  이 기사에서 가장 흥미로운 대목은 아베 총리의 ‘문재인관(觀)’이다. 당초 아베 총리는 문재인 대통령에 대해 우려를 갖고 있었다. 그러나 취임 초, 문 대통령과의 통화에서 우려는 ‘기대’로 바뀌었고, 얼마 안 돼 그의 ‘기대’는 다시 ‘우려’로 바뀌었다고 이와타 기자는 말한다.
 
  아베 총리는 문 대통령 취임 직후인 2017년 5월 11일 첫 전화 정상회담을 가졌다. 그때까지만 해도 아베 총리는 문 대통령에 대한 경계심을 갖고 있었다고 한다. 일본 매체들이 문 대통령을 ‘외교 경험 제로’ ‘일본을 모르는 반일(反日)’ 등으로 평가했기 때문이다.
 
  아베 총리의 이러한 편견은 문 대통령과의 전화 회담 후 바뀌었다. 아베 총리는 문 대통령에게 “미래 지향적인 일한(日韓) 관계를 만들어나가고 싶다”고 했다. 북한과의 관계에 대해선 “대화를 위한 대화로는 의미가 없다. 북한의 진지한 의지와 구체적인 행동을 이끌어내기 위해 지소미아(GSOMIA·한일군사정보포괄보호협정)를 바탕으로 일·미·한의 협력을 추진하고 싶다”고 제안했다.
 
  이에 문 대통령은 “아베 총리의 오랜 탁월한 리더십에 경의를 표한다”며 “일본과는 전략적인 관계뿐만 아니라 가장 가까운 친구다. 북한에 대해서는 제재와 함께 대화도 병행해서 진행하고 싶다”고 화답했다. 그러면서 양국 간의 핵심 이슈인 역사문제에 대해서도 “신중하게 다루면서 언제든 대화를 하며, ‘셔틀외교’를 부활시키고 싶다”고 했다.
 
 
  文, ‘셔틀외교’ 부활 제안
 
  한일 셔틀외교는 노무현 전 대통령과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전 일본 총리 간에 시작됐다. 하지만 고이즈미 총리가 야스쿠니 신사(靖国神社)를 참배해 중단됐다. 이명박(MB) 전 대통령도 재임 중 후쿠다 야스오(福田康夫) 총리와 셔틀외교를 하겠다고 합의했으나, 2012년 8월 MB가 독도를 방문하는 바람에 이 역시 무산되고 말았다.
 
  문 대통령이 한일 간의 역사문제와 대북(對北) 제재를 분리 대응하자는 ‘투 트랙’ 접근을 밝힌 건 아베 총리로서는 의외였다. ‘셔틀외교’도 의미 있는 제안이었다. 30분간의 첫 전화 회담에 대해 이와타 기자는 “아베 총리는 (문 대통령과) ‘의외로 냉정한 대화를 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고 느꼈다”고 썼다.
 
  3개월여 후인 8월 29일, 북한은 일본 상공을 통과하는 탄도미사일을 발사했다. 그 직후 트럼프 대통령은 아베 총리와의 통화에서 “지금까지 없었던 도발”이라며 “문재인 대통령은 북한에 너무 무르다. 북한이 대화를 요구하는 상황을 조성할 필요가 있다고 (아베 총리가) 문 대통령에게 말해주지 않겠느냐”고 제안했다.
 
  긴급 사태였지만 문재인-아베 대화는 우리 측의 사정으로 다음 날(8월 30일)로 미뤄졌다. 이튿날 이뤄진 전화 회담에서 아베 총리는 트럼프의 요구대로 “한국이 (북한을 상대로) 대화를 요구해선 안 된다는 입장을 트럼프 대통령과의 통화에서 확인했다”고 전했다. 문 대통령의 입장은 조금 달랐다. 문 대통령은 “압박을 통해 대화의 장(場)으로 다가가지 않아야 한다”면서 “북한이 대화를 요구하게 해야 한다는 점은 공감한다”는 반응을 보였다. 이와타 기자는 이에 대해 “(북한에 대한) 압박 강화를 둘러싸고 일미(日美)와 한국 사이에는 틈이 생기고 있었다”고 분석했다.
 
 
  文 겨냥한 트럼프의 냉소
 
2017년 9월 21일(현지시각) 문재인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 뉴욕 롯데 팰리스 호텔에서 한미정상회담을 갖고 있다.
  같은 해 9월 19일, 미국 뉴욕에서 유엔 총회가 열렸다. 이날 기조연설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 김정은을 ‘로켓맨’이라 칭하며 “로켓맨이 자살 임무를 수행하고 있다”고 강도 높게 비난했다. 이어 “미국은 엄청난 힘과 인내가 있지만 미국과 동맹을 방어해야 한다면 우리는 북한을 완전히 파괴하는 것 외에는 다른 선택이 없다”고 경고했다.
 
  이후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 주최로 오찬이 열렸다. 이 자리에서 문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의 ‘초강경 발언’과는 전혀 다른 얘기를 꺼냈다. 국제사회가 일관된 노력을 통해 평화적·근원적 방식으로 북한 문제를 해결할 필요가 있다는 취지의 말을 한 것이다. 이와타 기자가 기록한 오찬장에서의 일화다.
 
  〈트럼프 대통령 옆자리에 아베 총리가 앉았다. 일부러 옆자리에 아베를 불렀고, 기분 좋게 대화에 열중하고 있던 트럼프. 이윽고 문재인을 발견하자 한마디 영어와 함께 싸늘한 냉소를 지었다. 자리가 얼어붙을 정도였지만 문재인은 싱글벙글한 표정으로 그 자리를 넘겼다고 한다. 통역은 번역하지 않고, 아베도 못 본 척했다.〉
 
  이와타 기자는 트럼프 대통령이 문 대통령을 향해 어떤 ‘냉소’ 섞인 말을 했는지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당시 미일(美日) 언론이 보도한 기사도 뒤져봤지만, 이들 사이에 오간 대화는 발견할 수 없었다.
 
 
  아베, “정권 바뀌어도 약속 지켜야”
 
  문 대통령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불신(不信)이 강해지고 있었지만, 아베 총리는 두 사람 사이에서 인내하는 자세를 취했다. 더 정확히 말하면 조정·중재하는 역할에 주력하고자 했다.
 
  2018년 2월, 평창 동계올림픽을 앞두고 남북정상회담 얘기가 나오는 등 한반도 정세에 순풍(順風)이 불고 있었다.
 
  문 대통령은 김정은의 여동생 김여정과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이 참석하기로 한 개막식에 아베 총리도 참석해달라는 요구를 해왔다. 이와타 기자는 “(아베 총리는) 당초엔 신중한 자세였지만, ‘평화 실현으로 이어진다면’이라고 생각해 참석을 결단했다”고 했다. 동계올림픽 개막식 직전 강원도 평창에서 한일정상회담이 열렸다. 이 자리에서 문 대통령은 박근혜 정부 시절인 2015년 타결된 위안부 합의에 관한 얘기를 아베 총리에게 꺼냈다. 양국 정상이 나눈 대화를 이와타 기자의 기사를 토대로 옮기면 다음과 같다.
 
  〈- 아베 총리 “(위안부 관련) 일·한 합의는 국가와 국가 간의 약속이다. 정권이 바뀌어도 약속을 지키는 것이 국제사회의 원칙이다. 이것을 뒤집는 것은 엄중히 삼가주셨으면 한다. 징용자 재판에 대해서도 일한청구권협정에 위반되는 것과 같은 판결이 나오면 일한 관계의 기초가 손상되는 것이 된다.”
 
  - 문재인 대통령 “위안부 합의에 대한 재협상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있지만, 재협상은 하지 않고 출연금 10억 엔도 반환하지 않겠다. 징용자 문제는 대법원이 심리 중이지만 합리적인 판단을 제시할 것이라고 믿고 있다. 다만, 역사문제는 정부 간의 합의만으로 해결되기는 어렵다.”〉
 
  박근혜 정부 시절인 2015년 12월 28일 ‘12·28 한일 위안부 합의’가 체결됐다. 이 합의를 통해 한일 양국은 일본군 위안부 문제가 최종적으로, 불가역적(不可逆的)으로 종결되었음을 선포했다. 이와 함께 일본 정부는 정부 예산 10억 엔을 배상금 차원에서 한국 정부에 지급했다. 2017년 연말, 문재인 대통령은 이 합의에 문제가 있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 일본은 ‘국제법상 합의는 파기될 수 없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강원도 평창에서 한일정상회담이 이뤄진 시기는 강제징용 관련 대법원 판결을 8개월여 앞두고 있을 때였다. 그해 10월 30일 대법원은 ‘신일철주금(新日鉄住金·현 일본제철 주식회사)은 강제징용 피해자 4명에게 1인당 1억원씩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일본은 ‘1965년 일한청구권협정으로 강제징용 피해 보상 문제는 모두 해결됐다’는 입장을 보이며, 대법원 판결에 강한 유감을 표명했다. 한일 관계의 ‘운명을 가른’ 이 판결 이후 일본은 우리나라에 이른바 ‘화이트 국가’에서 배제하는 ‘무역 보복 조치’를 단행했다.
 
  이 정상회담에 대해 이와타 기자는 “(문 대통령이) 핑계라고도 할 수 있는 말을 덧붙이면서도, 평창 동계올림픽 무렵의 문재인은 ‘투 트랙’ 방침을 아직 유지할 태세였다”며 “일·한 연대는 아직 그럭저럭 기능하고 있었다고 할 수 있다”고 회고했다.
 
 
  아베의 낙관
 
2018년 10월 30일 서울 서초구 대법원에서 김명수 대법원장 및 대법관들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일제 강제동원 피해자들의 신일철주금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소송 재상고심 판결 등 전원합의체 모습. 아베 총리는 이 판결이 일본 측에 유리하게 나오길 기대했다고 한다.
  아베 총리가 문 대통령에게 불신을 갖게 된 결정적 계기가 있었다. 남북정상회담 5개월 후인 2018년 9월 25일, 뉴욕에서 열린 한일정상회담에서다. 그동안 강제징용과 위안부 문제를 ‘투 트랙’으로 접근하겠다고 했던 문 대통령이 입장을 선회한 것이다.
 
  아베 총리의 최대 관심사는 우리 대법원에서 나올 신일철주금 강제징용에 관한 확정판결이었다. 위안부 문제가 계속 거론되는 것 역시 아베 총리 입장에서는 달가울 리 없었다.
 
  이와타 기자는 “이해(2018년) 8월 들어 박근혜 정권이 (강제징용 관련) 대법원 판결을 고의로 미뤘다며, 검찰이 당시 최고 재판소 장관(양승태 전 대법원장을 의미-기자 주)들을 수사 대상으로 올리는 등 형세가 불온해지고 있었다”고 설명했다. 또 이와타 기자는 “(문재인 정부가) 지난 정권의 거듭한 폐해를 규명하겠다고 주장하며 ‘적폐청산’을 가속화하고 있어, 아베도 불온한 분위기를 느끼고 있었다”고 했다.
 
  이때까지만 해도 아베 총리는 2017년 9월,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열린 정상회담에서 문 대통령이 한 말에 기대를 걸고 있었다. 당시 문재인 대통령은 “징용자 문제는 개별 노동자들이 소송을 제기한 것으로, 정부가 관여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므로 대법원이 적절한 판단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의 이 같은 발언은 아베 총리 입장에선 대단히 낙관적인 내용이었다. 이후에도 문 대통령은 비슷한 취지로 언급해왔다.
 
 
  아베, “국제법에 비추어 있을 수 없는 판단”
 
  하지만 같은 해 9월 25일 뉴욕에서 문재인 대통령의 태도는 달라졌다. 이와타 기자의 기사에 따르면, 문 대통령은 “박근혜 정권의 사법 개입이 밝혀져 어려운 상황이 됐지만 노력하겠다”고 아베 총리에게 짧게 말했다고 한다. ‘12·28 한일 위안부 합의’가 잘못됐다는 취지의 말이었다. 아베 총리는 강제징용 관련한 한국 대법원의 판결이 ‘예상보다 나쁘게 나오지 않을까’ 하는 불안감에 휩싸였다.
 
  앞서 말한 대로 우리 대법원이 ‘신일철주금은 강제징용자에 대한 손해배상을 하라’는 확정판결을 내림에 따라 아베 총리의 불안감은 적중했다. 아베 총리는 즉각 “국제법에 비추어 있을 수 없는 판단”이라고 단정적으로 말했다. 이와타 기자는 아베 총리가 그같이 밝힌 이유를 세 가지로 정리했다. 《문예춘추》 기사에서 옮긴다.
 
  〈첫 번째, 국제법은 국내법보다 우선한다. 일한청구권협정은 조약=국제법이며, 국회에서 비준한 국가 간의 약속이다. 청구권협정에서는 상대국이나 그 국민의 재산·권리·이익이나 청구권에 대해 어떠한 주장도 할 수 없다고 하고 있다. 국내의 확정판결을 이유로 조약의 불이행을 주장할 수는 없다.
 
  두 번째, 배상·청구권에 관한 다른 나라의 판례와 관계 때문이다. 미국에서도 연합군 포로가 일본 기업에 사죄와 배상을 요구한 재판이 있었다. 이 ‘워커 판결’에서는 “포로가 주장하는 청구권은 샌프란시스코 평화조약으로 봉쇄되어 있다”며 배상청구권조차 인정되지 않았다. 전후(戰後)처리의 상식으로서, 어디선가 단락을 짓지 않으면 영속적인 평화를 얻을 수 없다는 생각이 배경에 있다.
 
  세 번째, 한국 정부는 일한청구권협정을 근거로 일본으로부터 받은 무상공여를 피해자 구제에 사용했다. 이는 2005년 노무현 정권이 발표한 입장이기도 하다.〉
 
 
  ‘신뢰할 수 없는 문재인’
 
문재인 대통령이 2019년 6월 29일 일본 오사카 국제컨벤션센터 인텍스 오사카에서 ‘불평등 해소 및 포용적이고 지속 가능한 세계 실현’을 주제로 열린 G20정상회의 세 번째 세션에 참석하고 있다. 이 회의에서 문 대통령은 아베 총리에게 말을 걸려고 했으나 불발됐다고 한다.
  아베 총리의 반발에 대해 우리 정부는 크게 개의치 않았다. 그해 11월 위안부 합의에 기초한 재단의 해산을 발표했고, 12월에는 한국 구축함이 자위대 전투기에 레이더를 비추는 등 양국 감정이 악화되는 일들이 연이어 일어났다.
 
  그럼 문재인 대통령은 왜 일본에 강경자세로 나온 걸까. 이와타 기자는 “남북 관계는 2018년 4월 정상회담을 정점(頂點)으로 뚜렷한 진전은 없고, 국내 경제도 어려웠다. 지지율이 다시 하락세로 돌아서는 가운데, 반일적 정책으로 방향을 틀었다고 아베는 보고 있었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관계 개선을 요구하는 목소리에 아랑곳하지 않고, 문재인은 졸렬하다고도 할 수 있는 외교 전략을 계속했다”고 꼬집었다.
 
  이와타 기자는 2019년 6월 말, 일본 오사카에서 열린 G20 정상회의에서 있은 일화 한 토막을 소개했다. 그의 설명에 따르면, 각국 정상이 선언문 문구(文句)를 조정하던 중 문 대통령은 아베 총리에게 말을 걸 타이밍을 노리고 있었다고 한다.
 
  이때 의장인 아베 총리는 파리협정의 선언문 취지를 포함시키기 위해 트럼프 대통령, 메르켈 독일 총리 등과 긴박하게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결국 문재인 대통령은 아베 총리에게 말조차 걸지 못했다는 게 이와타 기자의 설명이다.
 
  나중에 참모에게서 이 이야기를 들은 아베 총리는 “그랬었군”이라고 짧게 대답한 게 전부였다고 한다. 이에 대해 이와타 기자는 “일본에 있어 ‘신뢰할 수 없는’ 문재인은 우선순위에서 현저히 낮아져 있었다”고 덧붙였다.
 
 
  아베, 지소미아 파기에 “한국이 線을 넘었구나”
 
  2019년 8월 22일 저녁, 아베 총리는 우리 정부가 지소미아 파기 방침을 정한 것을 TV를 통해 봤다고 한다. 그는 놀라움을 감추지 못한 표정으로 “한국이 선(線)을 넘었구나”라고 말했다. 이와타 기자에 따르면, 아베 총리는 그 직전까지도 지소미아 연장 또는 조건부 연장을 생각하고 있었다.
 
  그 전날 중국 베이징 교외에서 진행된 한일 외무장관 회담에서 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고노 다로(河野太郎) 외무상에게 “협정은 안전보장상 중요한 틀로 인식하고 있다”고 답했기 때문이다. 그 말에 일본 측은 내심 안도하고 있었다. 일본은 타이밍상으로도 협정 파기는 생각하기 어렵다고 봤다. 8월에 들어 북한이 한미 합동군사훈련에 반발하며, 탄도미사일 발사를 반복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로 인해 한·미·일 공조의 중요성은 더욱 커지고 있었다.
 
  우리 정부가 협정 파기를 선언하자, 일본뿐 아니라 한일 중개역을 맡아온 미국도 즉각 “강한 우려와 실망”을 표명했다.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은 지소미아 파기 전인 8월 1일, 비밀리에 태국에서 고노 외무상에게 “지소미아를 연장하라고 강경화 장관에게 전했다”고 밝혔고, 실제로 강 장관에게 협정 연장을 계속 요청했었다.
 
  미국 입장에서 우리 정부의 지소미아 파기는 그러한 미국의 노력을 무시한 것으로 받아들여졌다. 더구나 우리 정부는 ‘지소미아 파기 선언 전에 미국 측의 이해를 얻었다’는 취지의 말을 해 트럼프 대통령의 분노를 증폭시키기도 했다.
 
  북한은 우리 정부의 지소미아 파기 통보 다다음 날인 8월 24일 아침, 두 발의 탄도미사일을 발사했다. 같은 날, 프랑스 G7정상회의의 워킹 디너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각국 정상 앞에서 이렇게 말했다. “문재인은 김정은에게 속고 있다.”
 
  지소미아 파기 선언으로 한국이 “선을 넘었다”고 본 아베 총리지만, 그 영향만큼은 ‘한정적’으로 파악하고 있었다는 게 이와타 기자의 설명이다. 북한이 일본으로 미사일을 발사하더라도, 미국의 조기 경계위성으로 발사를 포착하고 자위대 이지스함에서 추적·요격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으로부터 대북 정보를 받지 않아도 미일(美日)의 자산(資産)만으로 충분히 대북 억지력을 발휘할 수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조국 임명 강행하자 한숨 쉰 아베
 
  아베 총리의 걱정은 정작 따로 있었다. 문재인 대통령이 미북(美北) 중개 기능을 상실할 걸 우려하고 있었다고 한다. 아베 총리도 처음엔 남북관계가 순조롭게 돌아간다고 봤다. 그러나 북한의 태도는 남북·미북 정상회담 이후에도 달라지지 않았다.
 
  이와타 기자는 “아베는 미북 간 중개역으로 들떠 있던 문재인의 안이한 관점이, 그 후의 비핵화 협상을 어렵게 만든 측면이 있다는 생각을 했을 것”이라고 추정했다.
 
  이와타 기자의 설명에 의하면, 2019년 2월 미북정상회담이 결렬되자 북한 외무성이 미국과의 관계를 우선시해 한국을 배제하고 있다는 정보가 일본 총리 관저에 흘러 들어왔다고 한다. 북한이 한국 정부의 인도적 지원과 이산가족 상봉 등에 응하지 않는 게 이를 방증하는 것이라고 그는 주장했다.
 
  이와타 기자는 “아베는 지금 문재인이 북한의 눈치만 보고 주위를 ‘예스맨’으로 기용하고, 국내 정치도 냉정하게 통제하지 못하고 있다고 본다”고 전했다. 특히 아베 총리는 문 대통령이 ‘양파남’이란 야유를 받던 조국씨를 법무부 장관에 기용한 걸 두고, “여러 가지 문제가 있는데…”라며 한숨을 내쉬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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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길재    (2019-12-24) 찬성 : 11   반대 : 1
차마 자기들이 쓰진 못하겠고 해서 일본기자가 쓴 글을 가져왔나보네요. ㅍㅍ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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