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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세진의 여의도 포커스

당권파와 비당권파 계파갈등, 한 치 앞이 안 보이는 바른미래당

선거제 개편 놓고 접점 없는 대치… “이대로 가면 공멸” 목소리 높아지는 가운데 정계개편만이 답?

글 : 권세진  월간조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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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당권파-비당권파, 혁신위원회 만들어 ‘협의 이혼’ 시도했지만 수포로 돌아가
⊙ 주대환 혁신위원장 “당 깨려는 검은 세력들에 실망, 분노”
⊙ 계파갈등 극심하지만 分黨 못 하는 이유는 국고보조금?
⊙ “이대로 총선 치르면 계파 불문하고 다 망한다” 지역구 불안한 의원들
⊙ 바른미래당 사는 방법은 선거제 개편? ‘빅텐트’ 정계개편?
⊙ 합당 주역 안철수 돌아오면 상황 달라질까
바른미래당 최고위원회의. 당권파와 비당권파의 불안한 동거가 계속되고 있다.
  국회 원내 제3당인 바른미래당이 심상치 않다. 2018년 초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의 결합으로 탄생한 바른미래당은 그동안 계파갈등이 계속되며 내상(內傷)을 입은 가운데 최근 이른바 ‘협의 이혼’을 시도했지만 이마저 수포로 돌아가며 내홍에 휩싸였다. 계파갈등이 격화되면서 풍전등화(風前燈火)의 상황이지만 내년 총선을 앞두고 제3당의 지위를 버리고 나갈 세력도 눈에 띄지 않는다. 당의 한 관계자는 “풍전등화였던 적이 한두 번이냐”라며 “이런 상태로 총선까지 갈 수도 있다”고 자조의 목소리를 냈다.
 
 
  혁신위원장은 왜 열흘 만에 사퇴했나
 
손학규 대표(왼쪽 세 번째)는 지난 7월 1일 주대환 혁신위원장(왼쪽 네 번째)과 혁신위원들에게 임명장을 수여했다.
  최근 바른미래당의 내부 갈등은 손학규 대표와 호남 의원들을 주축으로 한 당권파와 유승민 의원 등 바른정당계 및 안철수계를 주축으로 한 비당권파의 갈등이다. 사건이 터진 것은 지난 7월 11일이다. 당 지도부는 당 혁신과 계파갈등 봉합 등의 목적으로 7월 1일 ‘혁신위원회(혁신위)’를 만들고 8월 15일까지 활동시한을 정했다. 그러나 출범 열흘 만인 7월 11일 주대환 위원장이 돌연 사퇴 기자회견을 가졌다. 주 위원장은 “혁신위원들을 뒤에서 조종하는, 당을 깨려는 검은 세력들에 실망하고 분노했다. 맞서 싸우려 했지만 역부족이었다”며 사퇴의 뜻을 전했다.
 
  주 위원장은 손학규 대표가 임명한 인물로 당권파로 분류되는 만큼 그가 말한 ‘검은 세력’은 비당권파인 바른정당계를 뜻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비당권파는 지속적으로 손학규 대표 퇴진을 주장해왔고, 혁신위원회 내 비당권파 혁신위원들은 손학규 대표의 재신임 여부를 놓고 여론조사를 실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혁신위는 ‘여론조사를 통한 지도부 재신임안’을 7월 10일 가결했다. 주 위원장 입장에서는 이를 받아들일 수 없었고 결국 사퇴라는 초강수를 뒀다. 당규상 혁신위 회의는 혁신위원장이 소집할 수 있는 만큼 혁신위 파행이 불가피하다. 이후 혁신위원 2명이 사퇴했고 일부 위원은 상호 비난에 나섰다.
 
  당권파로 분류되는 조용술 위원은 “당 유력인사가 직접 손 대표 퇴진 안건을 위원에게 지시했다”고 폭로했고, 비당권파 혁신위원들은 “근거 없는 폭로에 사과하라”고 비난했다. 당권파 측 김소연 위원은 위원 사퇴의사를 밝혔고, 비당권파 위원들은 새 혁신위원장을 임명해 혁신위 활동을 이어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런 상황에 권성주 혁신위원은 무기한 단식에 돌입했다.
 
  앞서 혁신위 출범은 바른미래당 갈등 봉합을 위한 최후의 보루였다는 말이 나왔다. 당 지도부가 혁신위를 구성한 것은 당내 갈등이 격화되면서 이대로는 총선을 치르기 힘들다는 판단을 했기 때문이다. 손 대표는 진보세력 출신인 주대환 위원을 위원장으로 임명했다. 혁신위의 위원은 총 8명으로 주 위원장이 추천한 4명과 유승민계 추천 2명, 안철수계 추천 2명으로 구성됐다. 전자 4명은 당권파, 후자 4명은 비당권파인 셈이다.
 
  당권파와 비당권파가 동수였던 만큼 혁신위가 중도적인 결론을 내놓을 것이라는 낙관론과 결론이 나지 않을 것이라는 비관론이 엇갈렸다. 비당권파 측에서 주장하던 손학규 지도부 재신임안도 의결에 부칠 경우 4대 4의 결과가 예상돼왔다. 그런데 7월 10일 의결 결과 5대 3으로 손학규 대표 재신임안이 가결됐다. 당권파에서 이탈표가 나온 것이다. 누가 가결에 표를 던졌는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당규상 혁신위에서 의결된 안은 최고위원회에 상정해야 한다.
 
  그러나 주 위원장이 이를 이행하지 않고 사퇴하자 비당권파는 “(주대환 위원장이) 손 대표 퇴진을 저지하기 위해 무리수를 뒀다”며 “혁신위 의결안을 최고위에 상정하라”고 주장하고 있다. 당 지도부는 주대환 체제에서 의결된 혁신안은 상정하지 않고 새로운 혁신위원장을 물색한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당권파 내부에서도 “이런 상황에 누가 (혁신위원장을) 하겠느냐”는 의견이 대다수여서 사실상 혁신위는 좌초하는 분위기다.
 
 
  바른미래당의 계파는
 
  바른미래당은 현역 의원 28명으로 원내 제3당이며 거대 양당(더불어민주당, 자유한국당)을 제외하면 유일한 교섭단체다. 안철수의 국민의당과 유승민의 바른정당 등 두 당이 합당한 정당이지만 계파는 4개에 달한다. 국민의당계는 호남계(9명)와 안철수계(7명)로 분리되며, 바른정당 출신인 유승민계(8명)와 어느 계파에도 속하지 않으며 활동은 민주평화당에서 하고 있는 비례대표 3인(이상돈·장정숙·박주현), 활동을 하지 않는 박선숙 의원이 있다. 비례대표 3인은 국민의당 시절 비례대표로 국회에 입성한 호남계 의원들로, 분당 당시 민주평화당에 합류하려 했지만 자진 탈당할 경우 의원직을 상실하게 돼 당적을 유지한 채 민주평화당의 당론에 따라 움직이고 있다.
 
  손학규 대표가 취임한 후 주승용·김동철 의원 등을 중심으로 한 호남계가 당권파로 불리며, 이들은 보수정당 출신인 유승민계와는 적지 않은 갈등을 벌여왔다. 특히 패스트트랙과 동물국회 사태 등을 통해 안철수계가 호남계보다는 유승민계와 뜻을 함께하는 분위기가 되면서 유승민계와 안철수계가 비당권파를 형성하게 됐다.
 
  국민의당계와 바른정당계가 당권 파-비당권파로 명확하게 갈린 것으로 나타난 시점은 지난 5월 원내대표 선거 때다. 당시 국민의당 출신 김성식 의원과 바른정당 출신 오신환 의원이 경선에서 맞붙었고, 수적으로는 국민의당 출신(16명)이 바른정당 출신(8명)에 비해 훨씬 많았지만 오 의원이 과반 득표를 얻으며 낙승했다. 안철수계가 유승민계와 연합한 결과다. 안철수계와 유승민계는 비당권파를 형성하면서 당 지도부에 대해 날을 세워왔고, 혁신위원회 구성 당시에는 바른정당 출신 정병국 의원을 전권을 가진 위원장으로 임명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당권파와 비당권파가 충돌하는 이유
 
지난 5월 원내대표 선거에서 바른정당 출신 오신환 의원(왼쪽)이 국민의당 출신 오성식 의원(오른쪽)에 승리했다.
  지난해 지방선거 당시 공천 정국에서 자신의 계파 인물을 내세우는 데 집중하느라 손발이 맞지 않던 당권파와 비당권파의 충돌이 다시 가시화된 것은 지난 4월 선거제 개편과 관련해서다. 손학규 대표는 정당 득표율에 따라 총 의석수가 결정되는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주장해왔고, 자유한국당을 제외한 여야 4당(더불어민주당, 바른미래당, 민주평화당, 정의당)이 이에 합의해 선거제 개편안을 패스트트랙(우선처리안건)에 태웠다. 그러나 비당권파는 손 대표가 범여권 3당과 연합하며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을 밀어붙인 데 대해 불만을 표시해왔다.
 
  갈등이 폭발한 것은 4월 말 선거제 개편안을 의결해야 할 사법개혁특별위원회 위원인 비당권파 오신환 의원을 당 지도부가 사보임 결정하면서부터다. 오 의원이 “패스트트랙에 동의하지 않겠다”고 말하면서 당시 원내대표였던 당권파 김관영 의원은 오 의원에 대해 사개특위 사임을 선언, 당권파인 채이배 의원을 보임했다. 오 의원과 비당권파는 이에 강하게 반발했고 이 과정에서 자유한국당이 오 의원 편을 들며 국회 내 충돌이 일어나기도 했다.
 
  결국 오 의원은 사개특위에서 사임됐지만 5월 원내대표 선거에서 승리하며 반격에 나섰다. 오신환 원내대표가 취임하면서 비당권파의 영향력 확대와 손학규 대표 퇴진에 속도가 붙을 것으로 보였지만, 손 대표는 정책위의장과 사무총장 등 지도부에 당권파를 잇따라 임명하면서 ‘손학규 체제’를 더 공고히 했다. 오 의원과 비당권파는 “원내대표와 손발을 맞춰야 할 정책위의장을 대표 마음대로 임명하는 법이 어디 있느냐”고 불만을 표현했지만 당시엔 큰 갈등 없이 넘어갔다.
 
 
  비당권파 “손학규 대표, 월권에 해당 행위”
 
  갈등은 7월에 다시 시작됐다. 더불어민주당과 자유한국당은 6월 말 국회정상화 합의에 따라 사법개혁특별위원회와 정개특위 위원을 민주당과 한국당이 하나씩 맡기로 하면서 정개특위위원장인 정의당 심상정 의원이 격렬하게 반발했다. 이에 7월 1일 손학규 대표는 “이정미 정의당 대표와 제가 단식하면서 여야 간 합의로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지켜냈다”며 “민주당이 정개특위 위원장을 맡고 심상정 위원장에게 다시 양보하는 결단을 보여주길 정중히 요구한다”고 제언했다.
 
  손 대표의 이런 발언에 비당권파는 격분했다. 손 대표가 당은 생각하지 않고 자신의 정치적 지위만 고려하며 행동한다는 것이다. 지상욱 의원은 이날 자신의 소셜미디어를 통해 “손 대표는 대체 어느 당 대표자인가. 불법 강제 사보임 땐 그 불법성에 한마디 안 하고 그쪽에 치우치더니 이젠 한 발 더 나아가 의원들 총의로 당선된 오신환 원내대표의 권한마저 탐하고 있다. 당헌당규에 나온 대표 권한이나 잘 지키기 바란다”고 공격했다. 하태경 최고위원도 7월 2일 최고위원회의에서 “교섭단체도 아닌 정의당 의원을 정개특위 위원장으로 만드는 데 왜 바른미래당 대표가 앞장서나”라며 “심상정 의원이 맡아야 한다고 한 발언은 해당 행위라고 보기 때문에 손 대표가 즉각 이 발언을 취소해야 하며 당원과 국민들께 진정성 있게 사과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런 상황이 이어지는 와중에 혁신위원회가 주대환 위원장의 사퇴로 와해되면서 갈등의 골은 깊어지고 있다.
 
 
  정계개편 가능성
 
  비당권파가 당 지도부에 반발하는 근본적인 이유는 손학규 대표 체제로 총선을 치러서는 필패(必敗)라는 주장이다. 유승민계 한 당직자는 “미래를 지향하는 중도정당의 간판이 손학규라는 게, 또 당 지도부가 호남계라는 게 총선에서 국민에게 설득력을 가질 수 있겠냐”고 말했다. 그는 “손학규 체제로는 (의석수) 한 자릿수도 얻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손학규 대표는 이번 대표직 수행이 정치 인생 마지막 행보일 수 있는 만큼 불명예 퇴진을 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반면 당권파 한 의원은 “바른미래당이 총선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손 대표가 앞장선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손 대표가 책임지고 도입하는 길밖에 없다”며 “손 대표 아닌 누가 대표가 되면 총선에서 승리할 수 있다는 얘기냐”고 반문했다.
 
  이미 골이 깊어질 대로 깊어진 상황에서 바른미래당의 의원들이 살아남을 수 있는 길은 정계개편뿐이라는 얘기가 나온다. 각 계파가 뜻이 비슷한 다른 정당과 연합, 정계개편에 일조할 가능성도 있다. 바른정당계가 자유한국당과 연합할 가능성과 호남계가 민주평화당과 연합할 것이라는 예상이 나온다. 그러나 비당권파인 한 핵심 당직자는 “당권파든 비당권파든 지금 다른 당과 연합하거나 탈당해 당적을 바꾸는 것은 실리와 명분 모두 잃는 일”이라며 “자유한국당이나 민주평화당으로 가는 것은 자멸하는 길임을 잘 알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의원들 입장에서는 정계개편이 이뤄져 보수와 진보의 ‘빅텐트’가 만들어지고 그 아래 모이는 것이 가장 좋은 시나리오”라며 “한국당, 민주당, 평화당이라는 간판이 사라지고 새로운 빅텐트가 생기면 의원들이 자유롭게 거취를 정할 수 있을 것이고, 그것만이 우리가 사는 길이라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왜 分黨 못 하나
 
  바른미래당이 뿌리깊은 갈등에도 불구하고 갈라서지 못하는 것은 교섭단체가 갖는 힘과 국고보조금 때문이다. 정당 국고보조금은 교섭단체를 구성한 정당에 총액의 50%를 먼저 균등 배분하고, 5석 이상 20석 미만의 정당에는 총액의 5%씩을 나눠 지급한다. 의석이 없거나 5석 미만의 의석을 가진 정당에는 최근 선거의 득표율 등 일정 요건을 충족한 경우에 총액의 2%를 지급한다. 국고보조금은 분기별로 2월, 5월, 8월, 11월에 지급된다. 올해 2분기 국고보조금은 108억5138만원으로 민주당 34억1350만원, 한국당 34억582만원, 바른미래당 24억6342만원, 정의당 6억8222만원, 평화당 6억4142만원, 민중당 2억3794만원, 애국당 706만원이다.
 
  또 바른미래당은 현재 거대 양당을 제외한 유일한 교섭단체로 대표 연설과 상임위 위원 배분 등에서 비교섭단체에 비해 우월한 지위를 갖고 있으며 캐스팅 보트 역할도 할 수 있다. 교섭단체 지위를 스스로 포기할 이유가 없다. 또 분당할 경우 당 이름과 당비 등 자산은 당에 남아 있는 편이 갖게 되는 만큼 특정 계파가 먼저 탈당할 이유도 거의 없다. 당명과 당비를 보유하고 있으면 다른 당과 합당 또는 연대를 할 때 훨씬 유리하다.
 
  혁신위를 구성한 것이 ‘합의 이혼’을 위한 수순이었다는 시각도 있다. 계파별 합의로 구성한 혁신위가 8월 중순 혁신안을 발표하면 계파별로 어떻게든 거취에 대한 결정을 내릴 것으로 예상됐기 때문이다. 그러나 혁신위가 좌초하면서 이 역시 불가능하게 됐다.
 
  이러다 결국 분당은 하지 않은 채 총선을 치를 가능성도 있다. 그러나 현재 바른미래당 의원들은 호남계를 제외하고는 지역구에서 당선이 쉽지 않은 형편이다. 비당권파, 특히 바른정당 출신 의원들의 지역구가 대부분 수도권으로 보수정당이 승리하기 힘든 지역이다. 안철수계 역시 대부분 지역구가 수도권이거나, 비례대표들은 총선에서 수도권에 출마할 계획이다. 호남계 의원들은 비교적 지역기반이 탄탄한 편이지만 바른미래당 간판으로 출마했을 때 당선을 장담할 수 없는 지역이 많다.
 
 
  안철수 행보는
 
바른미래당에 남은 변수는 창당 주역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의 귀국과 정치재개 여부다.
  남은 변수는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의 귀국과 정치 재개 여부다. 독일에 체류 중인 당의 창업주 안 전 국민의당 대표는 독일 체류 비자가 9월에 만료돼 9월께 귀국할 것으로 예상된다. 안 전 대표의 귀국으로 안철수계 의원들이 결집하고 또 다른 창업주 유승민 의원 및 유승민계와 의기투합할 수 있다. 국고보조금 지급일인 11월 15일 이후 결별 절차가 시작될 것이라는 예상도 나온다.
 
  안 전 대표의 측근은 “아직 안 전 대표의 의중을 정확하게 알긴 어렵지만 현재 체제로 총선에서 필패한다는 사실은 명확하지 않으냐”며 “안철수계와 유승민계 중심으로 중도혁신의 방향으로 당을 이끌어 총선에 임하는 것이 현재 상황에서 최선이며, 안 전 대표도 이를 알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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