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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내부 문건으로 본 朴元淳의 ‘제로페이 실적 올리기 총력전’

“실적 저조한 하위 10개 구에 ‘6개월간 특별교부금 동결’ 정식 선언할 것”

글 : 박희석  월간조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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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원순 공약에서 비롯된 ‘제로페이’… 자영업자·소비자 모두 외면해 실적 저조
⊙ 자영업자 84.2% 대상 적용 카드 수수료율 ‘0.8~1.3%’… 혜택 감안 시 “수수료 때문에 힘들다”는 설득력 약해
⊙ 박원순, “제로페이 성패에 서울시 명예 달렸다… 하늘·땅·지하, 모든 곳에서 제로페이 홍보하라!”
⊙ ‘오로지 시민’ 외치던 박원순이 특별교부금 동결한다면 그로 인한 피해는 ‘서울시민’에게 돌아갈 것
⊙ “서울시장의 ‘특별교부금 동결권’ 보유 여부는 조례 보고 판단하라!”(서울시 행정협력팀장)
  박원순(朴元淳) 서울시장이 “자영업자의 신용카드 수수료 부담을 줄이겠다”며 내놓은 ‘서울페이’ 공약에서 비롯된 이른바 ‘제로페이’가 자영업자와 소비자의 참여가 저조해 난항을 겪고 있다. 시범사업 기간이라고는 하지만, 66만명에 달하는 서울시 자영업자 중 ‘제로페이’에 가맹 신청을 한 이는 전체의 5%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졌다. ‘제로페이’를 이용하는 소비자도 많지 않다. 시범사업 시작일인 2018년 12월 20일부터 지난 1월 4일까지 ‘제로페이’ 결제 건수는 총 1607건이다. 이 기간, 1일 평균 결제 건수가 107건에 불과했다는 얘기다. 사용자가 거의 없어 ‘제로페이’를 두고 “사용자가 ‘제로(0명)’여서 ‘제로페이’”란 비아냥도 관련 기사에 댓글로 달릴 정도다. 민간 경쟁 시장에 서울시를 비롯한 ‘관(官)’이 개입한 탓에 ‘관제페이’란 비판도 나온다. ‘공무원 동원’ ‘과잉 홍보’라고 지적하는 목소리도 있다. 그럼에도 박 시장은 “첫술에 배부를 수는 없다”면서 “3월 말 이후에는 ‘제로페이’가 본격적으로 확산될 것”이라고 주장한다.
 
 
  ‘제로페이’는 박원순의 ‘대권용 사업’인가?
 
2018년 6월 13일, 박원순 시장이 부인 강난희씨와 함께 ‘3선 성공’ 축하 인사를 받고 있다. 소상공인 부담 카드 수수료 경감 사업인 ‘제로페이’는 당시 박 시장이 내건 ‘서울페이’에서 비롯됐다. 사진=뉴시스
  일각에선 ‘제로페이’를 박원순 시장의 ‘대권용 사업’이라고 의심하기도 한다. 박 시장이 ‘최장수 서울시장’이자 범여권 지지층이 꼽는 유력한 ‘차기 주자’인 만큼, ‘제로페이’의 경우에도 ‘정치적 해석’이 따라붙는다. 이명박(李明博)·오세훈(吳世勳) 전 서울시장과 비교해 ‘실적’이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기도 하는 박 시장에게 ‘제로페이의 성공’은 중요할 수밖에 없다. 박 시장 본의와 무관하게 ‘제로페이’는 그의 ‘미래’를 가를 주요 변수라고 할 수 있다. ‘제로페이’가 전국 소상공인을 대상으로 하는 사업이므로, 해당 사업에 성공하면 박 시장은 ‘정책 능력’을 인정받게 된다. 지지도도 오르게 된다. 투입된 예산과 인력에 비해 성과가 없다면, 박 시장은 정치적 타격을 받게 된다. 박 시장은 ‘제로페이’를 가리켜 “삶의 벼랑 끝에 놓인 자영업자를 살리는 길”이라는 식으로 주장하지만, 해당 사업의 성공은 ‘박원순을 살리는 길’이기도 한 셈이다.
 
  그래서일까. 저조한 실적을 만회하기 위해 서울시가 총력전을 펼치고 있다. 서울시 관내 자치구에 ‘제로페이 가맹률 제고’를 위한 ‘협조’를 요청했다는 보도도 나왔다. 자치구까지 내세워 제로페이를 성공하게 하겠다는 서울시의 ‘의지’가 읽히는 대목이다. 박 시장도 마찬가지다.
 
  최근 《월간조선》이 입수한 서울시 내부 문건에 따르면 박 시장은 시범사업 개시 이틀 전인 2018년 12월 18일, 서울시 관내 자치구들의 ‘제로페이 실적 올리기’를 촉진하는 방안으로 “실적 하위 10개 구에 6개월간 특별교부금 동결을 선언하라”는 취지의 지시를 내렸다. 특별조정교부금은 ▲재해 등 재정 수요 발생 ▲재정 수입 감소 ▲공공시설 신설·복구·보수 등 특별 사유가 발생했을 때 지방자치단체를 지원하는 용도로 내려보내고, 사용되는 예산이다. ‘관내 자영업자의 제로페이 가맹률’을 ‘공금 배분’ 기준으로 삼겠다는 발상은 과연 타당한 것일까.
 
 
  국내 자영업자의 주요 고민은 ▲경기 위축과 경쟁 심화 ▲최저임금 인상 ▲점포 임차료
 
  ‘제로페이’는 소비자가 스마트폰 앱으로 QR 코드(바코드와 유사한 정보 저장 코드)를 인식하면, 연동 계좌에서 판매자 계좌로 금액이 이체되는 결제 방식이다. 신용카드 결제 과정처럼 카드사나 결제대행사를 거치는 게 아니므로, 기존에 판매자가 부담해야 했던 결제수수료가 없어지거나 대폭 줄게 된다. ‘제로페이’ 수수료는 전년도 매출액 8억원 이하는 0%, 8억원 초과〜12억원 이하는 0.3%, 12억원 초과는 0.5%다. 한마디로 연 매출 8억원 이하인 자영업자 대다수는 제로페이가 시행될 경우 ‘카드 수수료’를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는 얘기인데, 왜 이들의 참여율은 ‘저조’할까.
 
  취업 포털 사이트 ‘인크루트’ 산하 구인·구직 플랫폼 ‘알바콜’이 지난 1월 2일, 자영업자 회원 240명으로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자영업자들에게 ‘카드 수수료’는 중대한 문제라고 하기 어렵다. 해당 조사에서 전체 응답자의 22.4%는 ‘사업 운영에서 가장 걱정되는 사항’으로 ‘최저임금(인건비) 인상’을 꼽았다. 고객 감소(16.5%), 임차료 인상(15.5%), 원자재 가격 인상(11.4%) 등이 그 뒤를 이었다. 요약하면, 현재 국내 자영업자들은 ▲경기 위축에 따른 매출 감소 ▲부동산 가격 폭등에 의한 임차료 상승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과 그에 의한 물가 상승 등을 걱정하고 있다는 얘기다. 물론 정부와 서울시를 비롯한 지방자치단체가 각종 대책을 지속적으로 내놓고 있지만, 자영업자 위기의 근본 원인인 ‘불경기’가 해소되지 않은 상태에서 관련 대책이 유의미한 성과를 낼 것이라고 얘기하긴 쉽지 않다.
 
 
  ‘카드 수수료’는 자영업자 매출의 일부… 연 매출 5억원일 경우 순 부담액은 150만원
 
  농림축산식품부가 발표한 ‘2018 외식산업 경영실태 현황’에 따르면 2017년 국내 외식업체 연평균 매출액은 1억6955만원이다. 이 중 음식재료비는 5300만원으로 매출의 31.4%다. 인건비는 매출의 16%에 해당하는 2700만원이다. 업주 본인과 가족 종사자 인건비를 포함했을 때는 4800만원으로 28.5%다. 점포 임차료는 전체의 9.4%인 1590만원이다. 영업이익은 2880만원으로 매출의 17%다. 연 매출 3억원 이하 사업자에게 적용되는 신용카드 수수료율이 ‘0.8%’란 점을 감안했을 때, 외식업소 한 곳의 매출이 전부 신용카드로 이뤄졌다고 가정할 경우 연간 부담해야 하는 ‘신용카드 수수료’는 136만원가량이다.
 
  업종·지역별로 다소 차이가 있겠지만, 현행 법령과 수수료율을 고려했을 때도 ‘카드 수수료’는 ‘최저임금 인상’처럼 자영업자에게 직격타를 날리진 않는다. 실제로는 상당수 자영업자가 소비자의 신용카드 사용으로 ‘이득’을 보기 때문이다. 직불카드나 현금영수증 발급의 경우에도 그렇다.
 
  ‘부가가치세법’ 제46조와 시행령 제88조에 의해 2018년 기준 연 매출 10억원 이하 개인 사업자 중 음식·숙박업은 신용카드 매출액의 2.6%, 다른 업종은 1.3%만큼 부가가치세 납부세액공제(한도 500만원) 혜택을 받는다. 여신금융협회에 따르면 2018년 상반기 기준 ‘우대 수수료율’ ‘0.8%’를 적용받는 연 매출 3억원 이하 자영업자 점포는 전체 267만개의 76.5%에 해당하는 204만개다. ‘1.3%’가 적용되는 연 매출 3억원 초과~5억원 이하 점포는 7.7%인 21만개다. 종합하면, 전체 자영업자 84.2%의 경우 적용되는 신용카드 수수료율이 0.8~1.3%에 불과한 셈이다.
 
  연 매출 3억원이 모두 신용카드로 결제됐다고 가정했을 때 해당 자영업자가 내는 수수료는 240만원인 데 반해 세액 공제 혜택은 500만원이므로 260만원이 이득이다. 연 매출 5억원인 경우에도 수수료로 650만원을 내고, 500만원이 공제되므로 순 부담액은 연간 150만원에 불과하다.
 
 
  카드 수수료가 자영업자 영업이익의 50%를 차지한다?
 
  박원순 시장은 지난해 12월 20일, ‘제로페이’ 시범사업 개시일 ‘제로페이 이용 확산 결의대회’에 참석해 “서울에만 100만명, 전국 500만명의 자영업자가 너무나 힘든 영업환경에 놓여 있다. 카드결제 수수료가 많게는 영업이익의 50%를 차지한다”면서 “이런 수수료를 제로화할 수 있다면 엄청난 힘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주장했지만, 이는 시각에 따라 ‘과장’이라고 느낄 수도 있다. 박 시장의 발언은 마치 자영업자 영업이익을 업주 본인과 카드사 또는 결제대행사가 절반씩 나눠 갖는 것으로 잘못 해석될 여지도 있다.
 
  영업이익이란, 주된 영업활동에 의해 발생한 이익으로, 매출에서 매출원가와 판매·관리비(판관비)를 뺀 금액을 말한다. 판관비엔 급여, 퇴직급여, 광고비, 판촉비, 수수료 등이 포함된다. 이에 따르면 자영업자가 부담하는 ‘신용카드 수수료’는 ‘영업이익’을 얻기 위한 과정에 투입되는 ‘비용’, 즉 ‘영업비용’에 해당한다.
 
  바꿔 말하면, 카드 결제 서비스에 대한 수수료는 소매 결제 수단 중 각각 60%, 20%가량을 차지하는 신용·체크카드를 쓰는 사람들을 유치하는 데 ‘필수적인 지출’이란 얘기다. ‘카드 수수료’가 ‘부가가치세’처럼 사실상 소비자에게 ‘전가’돼 이미 판매가에 포함됐을 가능성도 감안해야 한다. ‘카드 수수료’가 자영업자 등골을 휘게 하는 ‘상납금’이 아니라 영업을 위한 비용이자 소비자가 ‘카드 사용’ 편의를 위해 추가로 내는 일종의 ‘이용료’라고 볼 수도 있다는 얘기다.
 
  지금까지 살핀 대로라면, ‘카드 수수료’는 자영업자에게 큰 부담이라고 보긴 어렵다. 그럼에도 ‘제로페이’ 시행 덕분에 대다수 자영업자는 기존에 내던 ‘카드 매출’의 ‘0.8~1.3%’에 해당하는 수수료를 안 내는 동시에 ‘카드 결제’ 때와 같은 세금 공제 혜택은 여전히 받기 때문에 이전보다 가져가는 몫이 커지게 된다. 이는 물론 ‘제로페이’가 성공했을 때의 얘기다. 지금과 같은 참여율이라면, 서울시가 내세우는 ‘제로페이’ 시행에 따른 경제적 이익을 자영업자가 기대하긴 어렵다.
 
 
  신용·체크카드보다 사용 유도할 ‘미끼’ 없고 보완도 쉽지 않아
 
  수혜자라고 할 수 있는 자영업자의 참여율이 저조한 건 소비자가 찾지 않아서다. 소비자 입장에선 신용기능이 있고, 각종 제휴 서비스·포인트 적립·할인 혜택을 받을 수 있는 신용카드보다 돌아오는 ‘이득’이 크지 않은 ‘제로페이’를 선택할 이유가 많지 않다.
 
  서울시는 ‘소득공제율 40%’ ‘공공시설 이용료 할인’ 등을 내걸었지만, 소비자의 ‘제로페이’ 사용 촉진을 유도할 수단으로서는 부족하다는 평을 받는다. 사용액이 총급여의 25%를 초과할 경우에 초과금액의 40%를 과세 대상 소득에서 빼 주겠다는 ‘소득공제율 40%’는 관련 법 개정이 이뤄져야 하지만, 세액 공제 한도 등 개정 내용과 시기를 장담하긴 어렵다.
 
  현재 신용카드 사용액의 공제율은 30%인 체크카드의 1/2에 불과한 15%인데도, 결제 건수와 사용액 면에서 신용카드가 압도적 우세인 상황을 봤을 때 세법 개정이 이뤄진다고 해도, ‘공제율 40%’가 신용·체크카드 사용자를 유인할 수단이라고 단언하기도 어렵다. 신용카드 사용액이 많은 까닭 중 하나는 결제 시기를 이월하거나 결제 금액을 나누어 낼 수 있다는 장점 때문이다. 계좌 잔고에 여유가 없어 체크카드 대신 신용카드를 쓰고 ‘월급 받아 카드 값 메우는’ 이들에게 ‘공제율’을 앞세우는 게 어떤 효과가 있을지 의문이다.
 
  체크카드의 경우에도 마찬가지다. 현행법상 연소득이 5000만원인 사람이 연간 2500만원 전액을 ‘제로페이’로 낸다고 해도 환급액은 각종 할인·수수료 면제 혜택이 있는 체크카드 사용 때와 동일한 45만원에 불과하다. 법 개정이 이뤄진다고 해도 앞선 소득·지출 조건일 경우 ‘전액 체크카드 결제’보다 환급액이 19만원 증가할 뿐이다. 현재로서는 다양한 혜택을 포기하고 “자영업자를 돕자”는 ‘선의(善意)’에 따라 소비자가 체크카드 대신 ‘제로페이’로 대거 갈아탈 가능성이 클 것이라고 낙관하긴 어렵다.
 
  서울시가 소비자를 유인할 수 있는 각종 혜택을 신설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지만, 이 역시도 현실적인 어려움이 있다. 서울시가 ‘제로페이’에 참여한 민간업체에 이런저런 요구를 할 경우 자칫 ‘직권남용’이란 오해를 살 수 있다. 민간업체 스스로 나서기도 어렵다. 수수료율이 낮아 별다른 이익을 기대하기 어려운 마당에 신용·체크카드에 버금가는 혜택을 제공하는 일은 타산이 맞지 않기 때문이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 수수료율을 올린다면 애초 “벼랑 끝에 몰린 자영업자의 숨통을 틔워 주자”며 추진한 ‘제로페이’의 취지와 배치된다는 지적이 나올 수도 있다.
 
  1월 11일, 《월간조선》은 상기 사항에 대한 서울시 입장을 듣기 위해 이창현 서울시 경제정책과 서울페이총괄팀장에게 9회에 걸쳐 전화했지만, 통화는 성사되지 않았다. 이에 따라 서울시에서 ‘제로페이’를 총괄하는 윤준병 서울시 행정1부시장이 1월 8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로 서울시의 반론을 갈음한다. 참고로 해당 글은 박원순 시장이 ‘일독’을 권한 바 있다.
 
  윤 부시장은 페이스북 글을 통해 “정부 차원의 노력에 대해 보수 및 경제 언론들이 관제페이라고 연일 비판하고 있다. 언론의 이런 비판이 과연 타당한가?”라고 물으면서 ‘제로페이’ 시행의 당위성을 주장했다.
 
  〈(전략) 핸드폰의 상용화로 국민들 대부분이 모바일 결제가 가능한 상황이 되었고, 디지털시대의 도래에 따라 신용카드의 매개 없이도 핸드폰 하나만으로 결제할 수 있는 편리한 시대가 되었습니다. 따라서 디지털시대에서의 주류적 결제수단은 앞으로 모바일에 의한 간편결제로 급격히 전환될 것입니다. 기술변화의 흐름에서 간편결제앱인 제로페이가 미래의 가야 할 결제 수단이라면 이를 조기에 활성화시키기 위한 정부 차원의 지원 노력은 지극히 당연한 것이지요. 관제페이라고 불려도 금년 3월의 본격적인 서비스를 목표로 제로페이 이용을 확대하기 위한 노력을 당당하게 해 나가야 합니다. (중략) 이제 제로페이가 시범서비스를 시작한 지 보름 정도 지난 상황입니다. 지금은 부족한 부분도 많지만 예정된 활성화 조치를 차질없이 이행해 간다면, 조만간 제로페이가 시민들이 애용하는 결제수단으로 정착되고 자영업자들이 판매대에서 제로페이로 결제할 것을 권장하는 모습이 일상화되며 이러한 현상을 당연하게 여기는 시대가 올 겁니다.〉
 
 
  “방송 출연하고, 젊은 세대 좋아하는 ‘센스있는 마케팅’ 준비하라”
 
  한편, 앞서 밝힌 것처럼 《월간조선》은 박원순 시장이 ‘특별조정교부금’을 앞세워 서울시 25개 자치구에 ‘실적 쌓기’를 압박했다고 해석될 수도 있는 발언이 담긴 문건을 입수했다. 이 문건엔 ‘제로페이’ 시범 사업 시행일 2일 전인 2018년 12월 18일, 서울시 간부들과 서울시 산하 공기업, 출자·출연기관 대표들이 모인 자리에서 박 시장이 ‘제로페이 안착’을 위한 대책을 주문하는 내용이 담겨 있다.
 
  해당 문건의 제목은 ‘제로페이 도입 관련 부문별 추진 현황 시장 보고 결과’이며, 작성자는 서울시의 박진영 기획담당관, 고경인 기획행정팀장, 김유정 주무관 등 3인이다. 문건에 따르면 당시 회의 참석자는 박원순 시장, 윤준병 행정1부시장, 진희선 행정2부시장을 비롯해 서울시 인사 35명과 서울시 산하 공기업과 출자·출연기관 대표 14명이 참석했다. 배석자는 서울시 조직담당관, 법무담당관, 재정관리담당관, 공기업담당관, 자치행정과장, 재무과장, 시민소통담당관, 인력개발과장 등 8명이다. 한마디로, 박 시장을 비롯한 서울시 간부와 산하기관 대표 57명이 모여서 ‘제로페이 현황’에 대해 논의한 내용이 담겨 있다는 얘기다. 참석 인사 면면과 규모를 보면, ‘박원순 서울시’가 ‘제로페이’ 성공을 위해 총력을 다한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이 자리에서 박 시장은 “제로페이의 성패에 서울시의 명예가 달려 있다”며 “최우선 현안으로 생각하고 모두 총력을 다한다는 결의를 다지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제로페이’에 참여한 민간업자 스스로 이용자 모집에 총력을 다하고, 프랜차이즈 가맹점주가 ‘제로페이’의 장점을 먼저 설명할 수 있도록 하는 훈련도 필요하다”고 주문하기도 했다.
 
  박 시장은 또 “코레일 열차 내 홍보를 추진하고, 전국 시·도 기획관리실장을 대상으로 서울시 경험을 패키지로 전달하는 등 전국적으로 사용될 수 있도록 노력하길 바란다”고 했다. 이어 “모든 기관 청사, 신한은행·우리은행 지점 건물에 제로페이 대형 걸개가 걸리도록 하고, 보이는 모든 곳(하늘, 땅, 지하)에 제로페이가 홍보되도록 하라”면서 “‘KBS 아침마당’ 등 주부 대상 프로그램에 출연해 설명하는 것도 한 방법”이라고 제안했다.
 
  박 시장은 “제로페이가 관제페이라는 것은 손해 보는 쪽에서 공격하는 논리다. 질식 위기에 처한 자영업자를 위해 관제페이라도 해야 하는 것에 대해 당당한 책임감과 사명의식을 갖고 항변할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또 “장기적으로 신용 기능 부가, 시민카드 확대, 마일리지 연결 등 기능 향상을 통해 제로페이 이용이 확산되도록 하고, 중앙정부와 협력해 공공시설 할인 등 혜택을 부여하는 한편 젊은 세대가 좋아하는 ‘센스있는 마케팅’을 준비하라”고 주문했다.
 
 
  “자치구 실적 매우 저조… 매일, 매주 단위로 순위 매겨라!”
 
2018년 12월 20일, 박원순 시장이 ‘제로페이 이용 확산 결의대회’에 참석해 “수수료를 제로화할 수 있다면 엄청난 힘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지만, ‘제로페이’는 현재 판매자와 소비자의 외면을 받고 있다. 사진=뉴시스
  박원순 시장은 12월 18일 회의석상에서 “자치구 실적이 매우 저조하다”며 “매일, 매주 단위로 순위 매겨서 하위 10개 구는 향후 6개월간 특별교부금을 동결하는 것을 정식 선언할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설명한 것처럼 ‘특별조정교부금’은 법령이 정한 ‘재정 수요’가 발생했을 때 지자체에 ‘더 주는 돈’이다.
 
  서울시의 경우 ‘서울특별시 자치구의 재원 조정에 관한 조례’ 제11조에 따라 ▲재해로 인한 특별한 재정 수요 ▲공공시설 신설·복구·보수 ▲재정 수입 감소 등 특별한 사유가 있을 경우 자치구청장이 교부를 신청하고, 서울시장이 이를 심사해 내준다. 서울시장이 필요하다고 인정할 때는 교부 신청을 하지 않았어도 돈을 줄 수 있다.
 
  조례 내용만 보면 ‘특별조정교부금’을 자치구에 주고 안 주고는 전적으로 서울시장에게 달렸다고 볼 수 있다. 만일 박 시장의 ‘선언’에 따라 ‘제로페이 실적’이 낮은 자치구에 특별조정교부금을 ‘동결’한다면, 해당 자치구는 ‘돈 가뭄’에 허덕일 수밖에 없다. 구정 운영에 지장이 생긴다는 얘기다. 그로 인한 피해는 해당 자치구의 공무원이 아닌 그 지역에 사는 ‘서울시민’에게 돌아간다. 특별조정교부금 동결 대상에 포함되지 않기 위해 각 구청 직원들이 ‘제로페이 실적 쌓기’에 매진한다면, ‘행정 공백’이 생길 수밖에 없다. 이에 따른 피해자 역시 ‘서울시민’이다. 과연 ‘오로지 서울, 오로지 시민’만을 외쳤던 박원순 시장이 이 같은 발언을 실제 했던 것일까. 다음은 해당 문건 작성자 중 한 명인 고경인 서울시 기획조정실 기획행정팀장의 말이다.
 
  “그렇게 말씀하신 게 맞습니다. 분명히 그렇게 말씀하셨는데, 다만, 그 말은 사실 선언적인 표현이고, 의지를 보이겠다는 뜻입니다. 시장님은 ‘제로페이’가 서울시에 굉장히 중요한 사업이고, 서울시가 제안해서 문재인 정부와 함께 하는 사업이니까 시 내부적으로 의미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이 사업 성공에 대해서 전 조직의 힘을 모으자는 뜻으로 말씀하신 걸로 이해해 주시면 될 것 같습니다.”
 
 
  서울시, “특별교부금 동결 관련 세부 방침 수립 안 해”
 
  고경인 서울시 기획행정팀장은 박원순 시장의 ‘특별교부금 동결’ 발언은 실제 그렇게 하겠다는 게 아니라 ‘선언적 표현’이자 ‘제로페이 성공’에 대한 의지 표명이라고 주장했다. 그렇다면 박원순 시장에게 실제 ‘특별교부금 동결’ 의사가 있을 경우 그 법적 근거는 무엇일까. 배종은 서울시 행정협력팀장에게 물었다. 배 팀장은 서울시에서 ‘특별조정교부금 사업 검토’를 담당한다.
 
  ― 박원순 시장이 제로페이 실적이 저조한 자치구에 대해서는 “특별교부금을 동결할 것을 정식 선언할 것”이라고 밝혔는데요. 어떤 근거로 이런 얘기를 한 겁니까.
 
  “일단 특별교부금은 ‘서울특별시 자치구의 재원 조정에 관한 조례’가 있어요. 그 관련 규정에 따라서 검토하고, 교부하는데요. 내부적으로 회의 결과를 요약해서 그렇지, 곧이곧대로 그 의도로 얘기한 건 아닌 걸로 파악이 되고 있습니다. 제가 회의에 들어가지 않아서 정확한 의도는 모르겠지만….”
 
  ― 그 조례에 따르면 서울시장에게 ‘특별교부금 동결 권한’이 있다고 볼 수 있다는 말이잖아요.
 
  “뭐, 권한이 있다고 볼 수도 있고, 그게 아니라고 볼 수도 있고요. 조례를 보고 한 번 판단해 보면 될 것 같습니다.”
 
  ― 제로페이 실적을 가지고 특별교부금 액수를 조정하는 게 가능합니까.
 
  “그걸 가지고 어떻게 할 거냐에 대해 세부적으로 방침을 수립한 게 아니라서….”
 
  ― 검토 사실이 없기 때문에 얘기하기 곤란하다는 건가요.
 
  “저희도 다각적으로 가능한 부분이 있으면 할 수도 있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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