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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세진의 여의도 포커스

소장파 사라진 정치권

與野 막론하고 소장파 실종… 늙어가는 정당들

글 : 권세진  월간조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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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올드보이 대표 등 권위적인 지도부 때문” vs “젊은 의원들 패기 부족”
⊙ 30~40대 및 초선 의원 숫자 적지 않지만 개혁에 나서는 사람은 없어
⊙ 與, 이해찬 체제에서 당내 목소리 내기 쉽지 않아
⊙ 野, “과거 10여 년 박근혜 체제에서 개혁파 나올 환경 무너졌다”
개천절 경축식에 참석한 여야 지도부.
여야 4당 대표(자유한국당은 비대위원장) 모두 65세 이상이어서 ‘올드보이’로 불린다.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66세), 바른미래당 손학규 대표(72세), 민주평화당 정동영 대표(65세) 등 여야 정당 대표를 65세 이상의 다선(多選) 출신 ‘올드보이’들이 차지하고 있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비상대책위원회 체제인 자유한국당은 내년 초 전당대회를 통해 대표를 선출할 계획이지만 한국당 대표 역시 올드보이가 아닐 가능성은 별로 없다.
 
  올드보이 대표보다 더 심각한 것은 정당에 ‘소장파(少壯派)’가 사라졌다는 것이다. 소장(少壯)은 어리고 원기 왕성하다는 뜻으로 소장파란 어떤 조직이나 단체 안에서 주로 젊은 층이 모여서 하나의 세력을 이루고 있는 파(派)를 말한다.
 
  역대 정당 내 소장파의 아이콘으로는 1990년대 386(30대, 80년대 학번, 60년대 출생), 2000년대 초반 한나라당(현 자유한국당)의 ‘남원정(남경필·원희룡·정병국)’과 열린우리당(현 더불어민주당)의 ‘천신정(천정배·신기남·정동영)’이 있다. ‘남원정’은 2000년 16대 국회에 들어오면서 ‘미래를 위한 청년연대’를 발족했고, 보수 일색이던 한나라당 내부에서 개혁의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천신정’은 김대중 대통령이 1990년대 영입했던 인물들로 노무현 대통령 집권 후 새천년민주당의 개혁을 주장했다.
 
 
  초선 의원의 고충
 
2002년 한나라당 소장파 모임인 미래연대 의원들이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각 당 전당대회에서 올드보이들의 귀환이 가능했던 것은 그들과 맞설 젊고 유능한 정치인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젊은 의원들은 “올드보이들이 당을 장악하고 있어 소장파가 나타날 여지가 없다”고 주장한다.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는 논쟁인 셈이다.
 
  당 대표가 올드보이라도 당내 소장파가 일어나 세력을 얻는다면 당의 개혁과 쇄신이 가능하다. 그러나 현재 여야 어느 당에도 소장파가 목소리를 내는 모습은 찾아보기 힘들다. 30대 국회의원은 여성 비례대표 두 명(자유한국당 신보라, 바른미래당 김수민)에 불과하다. 초선은 많지만 연령대가 높고 소장파 자체가 존재하지 않는다. 정당 역사상 이 정도로 소장파 또는 개혁파가 없던 때도 드물다는 평가가 나온다.
 
  야당 초선 의원 A씨의 얘기다.
 
  “당 대표만 올드보이인 게 아닙니다. 지도부 전체가 이른바 올드보이라고 봐도 무방합니다. 대표가 올드보이일지언정 젊은 사람들이 개혁의 목소리를 내야 한다는 얘길 주변에서 많이 듣지만 당내에서 목소리를 내는 게 쉽지 않아요. 특히 보수야당 의원의 경우 눈에 띄게 개혁의 목소리를 내면 당내에서는 ‘건방지다’는 시선을 받게 되고 당 외부, 즉 국민으로부터는 ‘뭐 잘한 게 있다고 나서냐’는 얘길 듣게 됩니다. 우리 지지 기반이어야 할 보수세력들은 우리 당을 ‘탄핵의 원흉’으로 보고 있어 시선이 곱지 않으니까요. 젊은 의원이나 초선 의원들은 대부분 저와 같은 상황이라 대부분 지역구와 의정활동에 집중할 뿐 당내 개혁에 나서겠다는 사람은 거의 없습니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특히 이해찬 대표 취임 이후 당내에서 개혁의 목소리를 내기는 더 어려워졌다는 얘기가 나온다. 민주당 한 초선 의원 보좌관은 “현재 초선 의원 상당수가 문재인 대표 시절 영입된 ‘문재인 키즈’들인데, 문 대통령의 높은 인기와 지지율에도 불구하고 이들의 당내 입지는 매우 좁은 편”이라고 말했다. 그 원인에 대해 “의원 수, 성향과 상관없이 당은 이른바 ‘386 운동권’, 친노를 기반으로 한 친문들이 장악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라며 “문재인 키즈들이 당내에서 목소리를 내기 쉽지 않다”고 그는 밝혔다.
 
 
  野 소장파 실종이 친박 때문?
 
한나라당을 ‘차떼기당’이라는 오명에서 구하는 데 앞장선 소장파 ‘남원정’(오른쪽부터 남경필·원희룡·정병국).
  여야 공히 소장파가 활동할 환경이 조성돼 있지 않다는 사실은 명백하다. 그러나 그 원인은 다소 차이가 있다. 보수정당 내 소장파는 왜 사라졌을까. 보수정당 내 소장파는 17대 미래연대, 18대 민본21 등 모임으로 활동했지만 19대부터 구심점이 보이지 않으면서 소장파라는 이름도 사라졌다. 19대, 20대 공천이 당시 비대위원장과 대통령이었던 박근혜 전 대통령의 의중에 따라 이뤄지는 바람에 당이 친박계 위주로 재편되면서 소장파 또는 개혁파가 나타날 환경이 사라졌다는 의견도 있다.
 
  친이계였던 전직 의원의 얘기다.
 
  “2000년대 당이 친이-친박으로 경쟁할 당시 친이는 ‘중도보수’, 친박은 ‘정통보수’라는 인식이 있었습니다. 두 세력이 경쟁하며 발전도 있었고 그땐 국민으로부터 지지를 많이 받았어요. 그런데 19대 공천에서 친이계가 대거 잘려나가는 ‘친박공천’이 이뤄지면서 공천을 받고 당선된 초선이나 젊은 의원들은 극히 보수 성향의 인물들뿐이더군요. 20대 공천은 골수친박이었던 이한구 공천위원장이 나서면서 더했죠. 솔직히 박근혜 전 대통령이 오랫동안 당의 실권을 잡으면서 소장파가 자랄 수 있는 환경을 없앴다고 봅니다.”
 
  정두언 전 새누리당 의원 역시 비슷한 주장을 펼쳤다. “남원정을 비롯해 나도 MB 시절 소장파로 활동했지만, 친박 득세를 거쳐 현재 보수정당의 소장파 명맥은 완전히 끊겼다”고 지적했다. 그는 “김영삼·김대중·노무현 전 대통령은 당내 소장파 출신이었는데 지금은 그런 인물이 없다”며 “5천만의 인구를 가진 나라에서 현재 지도자감이 보이지 않는다는 것은 국민적, 국가적 수치이자 불행”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이해찬 체제 출범 후 조용해진 여당 내 분위기
 
2000년대 초반 민주당 쇄신을 위해 나섰던 소장파 ‘천신정’(천정배·신기남·정동영).
  지난 8월 더불어민주당 전당대회 당시 한 후보는 “의원 129명 중 초선이 66명으로 최대 계파”라며 초선들이 나서야 한다고 주장한 바 있고, 당내 최연소(42세)이며 초선 의원인 김해영 의원이 최고위원에 당선되기도 했다. 김해영 최고위원 외에도 인지도가 높은 박주민 의원(46세) 등이 소장파라고 불리고 있다. 그러나 초선 또는 젊은 의원들이 함께 움직이는 모습은 보기 어렵다. 당 쇄신이나 개혁을 외치는 의원도 거의 없다. 이해찬 대표 취임 후 이 같은 움직임은 더욱 심해졌다는 것이 당내 분위기다.
 
  여당 출신 한 전직 다선 의원은 “지금 더불어민주당은 과거 새누리당을 보는 것 같다”고 한탄했다. 그의 얘기다.
 
  “민주당을 통해 새로 정치권에 영입된 인물들이 하나같이 ‘월급쟁이’ 같다는 느낌입니다. 전문직이나 각 분야에서 성공한 인물들을 영입하는 건 보수정당의 특징이었는데 그걸 지난 총선에서 민주당이 똑같이 했고, 그들이 금세 여당 의원이 되다 보니 정치적인 파이팅(fighting)이 없어요. 당내에서 쓴소리하는 초선 의원 한 명 없다는 건 정당의 미래가 밝지 못하다는 겁니다. 지금은 문 대통령 인기 업고 그냥저냥 가고 있지만 총선이 1년 반도 안 남았는데 이대로 가다가는 좋은 결과를 얻지 못할 것 같습니다.”
 
 
  인기 없는 정당들
 
임종석 대통령비서실장과 우상호 의원 등 ‘386 소장파’는 현 정권의 실세로 불린다.
  문재인 대통령의 지지율은 높은 편이지만, 더불어민주당에 대한 지지율은 그에 못 미친다. 자유한국당 지지율은 언급할 필요도 없을 정도로 낮은 수준이다. 정당들이 국민의 신뢰를 얻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정당이 개혁하고 쇄신하기 위해서는 소장파가 필요하다. 특히 지금 같은 정당의 ‘올드보이 전성시대’에 소장파는 꼭 필요하다는 것이 정치권의 전반적인 인식이다.
 
  ‘보수의 아이콘’으로 불렸던 김용갑 전 한나라당 의원은 2000년대 소장파 남원정으로부터 ‘과거의 인물’이라며 공격당한 바 있지만 “남원정은 합리적인 소장파였다”라고 회고했다. “남원정이 ‘나이 든 사람들은 물러날 때가 됐다’고 늘 나를 공격했었는데 어느 날 그들과 만나서 안보에 대해 이야기한 적이 있어요. 내 얘기를 다 듣고 나더니 자기들은 안보에 대해 깊은 이해가 없어 오해했던 점이 있었다며 양해를 구하더군요. 나와는 서로 얼굴을 붉히기도 했지만 이런 패기 있는 젊은이들이 당을 이끌어나가도 괜찮겠다는 마음이 들었습니다. 지금 자유한국당에 그런 사람들이 있어서 목소리를 낼 수 있다면 얼마나 좋겠습니까.”⊙
 
386, 남원정, 천신정
 
  김대중 대통령은 1990년대 말 임종석, 이인영, 우상호, 강기정 등 386 운동권 출신 정치인들을 발탁, 영입했다. ‘386세대’로 불린 이들은 기존 정치인과는 다른 참신한 시대적 감수성을 보였고 당에 대한 쓴소리도 서슴지 않아 주목을 받았다. 2000년 16대 총선에서 대거 국회에 진출한 이들은 노무현 대통령 집권 후 빛을 발하며 지금의 위치로 성장했다.
 
  ‘남원정’은 2004년 17대 총선을 앞두고 이회창 총재가 16대 대선에서 불법정치자금을 수수했다는 ‘차떼기’ 사건이 불거지면서 빛을 발했다. 당시 차떼기정당이라는 별명을 얻은 한나라당 내에서는 개혁 바람이 거세게 불었다. 이때 남원정이 이회창 총재를 비판하며 개혁과 세대교체를 강하게 요구했고, 한나라당은 여의도 당사를 처분하고 거리로 나가 천막당사를 만들었다. 한나라당은 천막당사에서 위기를 극복하는 데 성공, 2000년 4월 17대 총선에서 121석을 얻었다. 100석도 얻지 못할 것이라던 예상을 깨면서 남원정의 정치적 입지는 탄탄해졌다.
 
  ‘천신정’은 DJ키즈로 분류되며 1990년대 전후로 영입됐다. 이후 노무현 대통령이 집권하자 새천년민주당의 개혁을 주장하면서 이들 셋은 개혁의 아이콘으로 불리게 됐다. 이후 열린우리당이 창당하면서 열린우리당에 합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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