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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리무중 한반도를 살릴 외교의 길

미국 국가안보전략 보고서 2017

“압도적인 힘으로 한반도 비핵화(非核化) 강제할 수 있는 옵션들 개선시켜 나갈 것”

글 : 이춘근  한국해양전략연구소 선임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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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국과 러시아는 미국의 가치와 이익에 정반대되는 세계를 형성하기 원한다”고 명시
⊙ “북한, 자기 국민들을 굶긴 채 수백억 달러를 들여 핵무기, 생화학무기를 개발, 미국 본토를 위협”
⊙ “김정은이 평화적으로 핵을 포기할 확률 10%, 김정은이 축출될 확률 20%, 미국이 무력으로 북한핵을 제거할 확률 70%, 미국이 북한핵을 허용할 확률 0%”(미국 평론가)
작년 11월 12일 동해상에서 실시된 한미 해군연합훈련에 참여한 미국 항공모함들.
왼쪽부터 니미츠, 로널드 레이건, 루스벨트.
  훌륭한 목표와 계획을 세워 놓고 이를 실천하기 위해 애쓰는 사람들은 그렇지 못한 사람들보다 더욱 체계적이고 효율적인 삶을 살 가능성이 높을 것이다. 개인들이 모여 만든 회사, 국가들도 마치 생명을 가진 유기체처럼 더 잘살려고, 더 오래 살려고 그리고 더욱 건강하게 살려고 노력한다. 그래서 회사들, 국가들도 자신들이 앞으로 어떤 목표를 가지고 그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어떻게 행동할 것이라는 계획표를 만들고 이를 실천하기 위해 애쓴다.
 
  다만 국가들의 경우 처한 환경이 험악하기 때문에 자신의 계획을 노골적으로 공개하려고 하지는 않는다. 그래서 국제정치를 공부하는 학자들은 어떤 나라가 무슨 목표를 가지고 있는지 어떻게 행동할 것인지를 연구하는 데 표준이 될 수 있는 자료를 구하기 대단히 어렵다. 특히 그 나라의 국가안보정책에 관한 자료는 가능한 한 비밀을 유지하려는 것이 일반적이다.
 
  냉전(冷戰) 당시의 일화다. 미국과 소련은 세계의 패권(覇權)을 두고 서로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었다. 미국과 소련은 경쟁도 했지만 서로 무기를 감축하자는 협상도 했고, 상호 협력할 부분을 찾기 위해서도 노력했다. 협상에 임하는 두 나라의 협상가들은 모두 상대방의 전략이 무엇인지 그리고 그 전략을 달성하기 위해 얼마나 많은 자원을 보유하고 있는지를 알기 위해 노력하지 않을 수 없었다. 미국은 민주주의 체제의 속성상 국민들에게 국방 관련 예산, 국방정책 등을 주기적으로 간행되는 정부의 공식 보고서들을 통해 공개했다. 당연히 소련의 협상가들은 미국의 공식 자료를 통해 미국에 관한 정보의 상당 부분을 얻을 수 있었다.
 
  그런데 문제가 생겼다. 상호간 무기를 감축하는 협상을 진행하기 위해서라면 상대방이 얼마만큼 많은 무기를 가지고 있느냐는 물론 내가 얼마나 많은 무기를 가지고 있느냐를 알아야 한다. 그런데 소련의 협상가들은 그것을 몰라 미국 협상가들에게 자신들이 얼마만큼 무기를 가지고 있는지를 물었다고 한다. 미국은 냉전 당시 자신의 국방정책 관련 보고서는 물론 소련의 군사력에 관한 자료도 주기적으로 발간했다. 미국이 발행하는 《소련의 군사력 (Soviet Military Power)》 이라는 간행물은 소련 사람들 자신들이 얼마나 많은 무기를 가지고 있는지 그리고 자신들의 국방정책의 내용이 무엇인지를 알기 위한 자료로서도 활용했다고 한다.
 
  미국은 1990년 소련이 붕괴한 이후 더 이상 《소련의 군사력》 이라는 보고서를 간행하지 않는다. 대신 미국은 매년 중국의 군사력에 관한 보고서를 간행하고 있다. 2000 회계연도에 입안된 법안(National Defense Authorization Act)을 통해 미국 의회는 미국 국방부로 하여금 중국의 군사력과 국방정책에 관한 보고서를 매년 제출하도록 요구하고 있다. 비밀보고서도 있고 공개되는 보고서도 있는데 최근 것은 2017년 5월 15일에 발간되었다.
 
  미국은 2017년 12월 18일 트럼프 행정부의 국가안보전략 보고서를 발표했다. 이미 트럼프 대통령은 여러 연설 혹은 문건 등을 통해 자신의 외교정책에 대해 많은 것을 공개했지만 이번 발간된 《미국의 국가안보전략-2017년 12월 (National Security Strategy of the United States of America, December 2017)》 보고서는 향후 트럼프 행정부의 국가안보 정책을 명쾌하게 밝혀 주고 있다. 트럼프의 성격이 직설적인 것처럼 이번 보고서는 미국이 그동안 간행했던 16권의 국가안보전략 보고서들 중 가장 내용이 분명하고 확실한 용어들로 쓰여 있다.
 
 
  안보보고서 통해 대통령의 안보철학 투영
 
미국의 국방태세를 강화하는 골드워터-니콜스법을 통과시킨 배리 골드워터 상원의원(왼쪽)과 빌 니콜스 하원의원.
  미국 의회는 레이건 대통령이 재임 중이던 1986년, 골드워터-니콜스 법 (Goldwater-Nichols Act)을 제정하여 각 행정부는 국가안보에 관한 기본 계획서를 주기적으로 발간해서 의회에 제출할 것을 요구했다. 이 법안에 의거, 레이건 대통령 이후 미국의 모든 대통령들은 각각 미국 국가안보 보고서(National Security Strategy)를 간행해 왔다.
 
  1986년 레이건 대통령의 첫 번째 국가안보전략 보고서에서부터 트럼프 대통령의 국가안보전략 보고서에 이르기까지 17회의 국가안보전략 보고서가 간행되었다. 각 대통령들이 발간하는 국가안보전략 보고서의 영문 제목은 약간씩 달랐지만 대체로 《미국의 국가안보전략(National Security Strategy of the United States )》이라는 제목을 가지고 있고 그 제목 아래에 간행된 해와 달이 표시되었다.
 
  임기 중 1999년을 제외하고 매년 국가안보전략 보고서를 간행함으로써 7번의 국가안보전략 보고서를 간행, 최다 간행기록을 세운 클린턴 대통령의 국가안보전략 보고서는 이름도 상이했다. 1994~1996년에 이르는 3년 동안 매년 간행된 국가안보전략 보고서는 《포용과 확대를 위한 국가안보전략(A National Security Strategy of Engagement and Enlargement)》이라고 되어 있었다. 전임자들인 레이건과 조지 부시(41대) 대통령들에 의해 소련이 붕괴된 이후 미국의 패권적 지위가 확립된 시대의 첫 번째 대통령인 클린턴은 사실 구체적인 외교정책이 없어도 될 정도로 막강한 나라의 수장(首長)이나 마찬가지였다.
 
  미국 국민들과 세계는 유일 패권국이 된 미국이 구체적으로 무엇을 어떻게 할 것이냐를 알기 원했다. 클린턴 대통령은 자신의 국가안보전략 보고서를 통해 “미국적 가치를 전 세계에 전파하고 확산(engage and enlarge)하겠다”고 답했던 것이다. 클린턴은 개입과 확대라는 이름의 보고서를 3번 간행했다.
 
  이후 1997년, 1998년 그리고 2000년 간행한 국가안보전략 보고서의 이름을 약간 바꿨다. 20세기가 끝나고 21세기로 진입하는 시점에서 클린턴의 국가안보전략 보고서들은 《새로운 세기의 국가안보전략(A National Security Strategy of the New Century)》이라는 제목으로 발간되었다. 2001년 임기 종료 직전 간행된 클린턴의 국가안보전략 이름이 다시 《세계화시대의 국가안보전략(A National Security Strategy for the Global Age)》으로 바뀌었다. 클린턴은 나름대로 미국이 주도하는 세계질서, 즉 세계화 시대가 이룩되었다는 의미에서 자신의 마지막 국가안보전략 보고서에 ‘세계화 시대’라는 이름을 붙일 수 있었던 것이다.
 
 
  임기 첫해에 안보보고서 발간한 첫 대통령
 
클린턴과 부시 정권 시절의 국가안보 보고서. 대통령들의 안보철학이 제목에 담겨 있다.
  43대 조지 부시는 임기 첫해에 9·11 테러 공격을 당한 이후, 임기가 끝날 때인 2008년까지 줄곧 반(反)테러 전쟁을 치른 대통령이었다. 상대적으로 대단한 평화시대인 클린턴이 8년 동안 7회의 국가안보전략 보고서를 간행한 것과는 달리 임기 8년 중 7년 동안을 전쟁을 치르며 지냈던 부시 대통령은 2002년과 2006년 단 두 번 국가안보전략 보고서를 간행했다. 부시 대통령의 국가안보전략 보고서는 클린턴의 보고서와 달리 보다 강한 의미를 함축한 ‘The’라는 관사가 붙은 《미국의 국가안보전략 (The National Security Strategy of the United States of America)》이었다.
 
  오바마 대통령도 임기 중 2009년과 2015년 두 번의 국가안보전략 보고서를 발간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전임인 부시 대통령의 공격적인 군사안보 및 외교정책에 반기(反旗)를 들었던 인물로, 미국은 앞장서지 않고 ‘뒤에서 이끄는(lead behind)’ 나라가 되겠다고 했었다. 조용하게 일을 할 것이며, 앞에서 설치지 않는 미국이 될 것임을 천명했던 대통령답게 오바마의 국가안보전략 보고서의 공식 이름에는 ‘미국’이 빠져 있다. 다른 대통령들의 국가안보전략 보고서와 달리 오바마의 보고서는 《국가안보전략(National Security Strategy)》으로 되어 있다. 오바마가 2015년 《NSS 2015》를 간행한 지 2년 만에 트럼프의 국가안보전략 보고서가 간행된 것이다.
 
  보고서가 간행되는 주기에 대해서 특정한 요구사항이나 법칙은 없다. 2000년 이전에는 1989년, 1992년, 1999년을 제외하고 매년 국가안보전략 보고서가 간행되었지만 2001년 취임한 43대 부시 대통령과 2009년 취임한 44대 오바마 대통령은 자신의 재임기간 1기와 2기에 각 1회씩만 보고서를 발행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임 대통령들과 달리, 임기 첫해에 국가안보전략 보고서를 발간한 기록을 세운 대통령이 되었다. 이는 트럼프 대통령이 전임 대통령들보다 국가안보 이슈에 보다 더 신경을 쓰고 있다는 사실, 특히 전임 오바마 대통령의 국가안보전략과는 그 방향이 완전히 다른 국가안보전략을 추구하고 있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겠다.
 
 
  한국도 국가안보전략 보고서 필요
 
  미국과 같이 힘이 막강한 나라는 정교한 국가안보전략이 불필요할 수도 있다. 키신저 박사가 말한 것처럼 힘이 너무나 막강한 나라는 사전에 외교정책을 특정지을 필요가 없다. 우선 맞짱 뜨겠다고 덤비는 나라가 별로 없고, 사안이 발생하면 그때그때 처리하면 될 일이기 때문이다. 힘이 막강하다는 사실에서 여유가 생길 수 있는 것이다. 패권국인 미국은 ‘패권을 유지할 것이다’라는 목표만 분명히 해도 될지 모른다. 물론 키신저 박사는 미국이 아무리 막강하다 할지라도 정교한 외교정책을 가지고 있는 편이 그렇지 못한 편보다 더 나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미국처럼 막강한 나라도 각각의 행정부에 마치 ‘청사진’ 혹은 ‘설계도’와 같은 기능을 담당할 수 있는 국가안보전략 보고서를 국민의 대표기관인 의회에 제출할 것을 법적인 의무로 요구하고 있다는 사실은 본받을 필요가 있을 것 같다. 상대적으로 국력은 약하지만 국제문제가 국가의 운명에 대단히 중요한 영향력을 가지고 있는 우리나라의 각 행정부들도 미국의 국가안보전략 보고서보다 훨씬 구체적이고 더욱 정교한 국가안보전략 보고서를 만들어 의회에 제출하면 좋을 것 같다.
 
  명쾌한 전략 보고서를 간행함으로써 우리 국민들은 물론 이웃 나라로 하여금 대한민국이 지향하는 목표와 그 목표를 성취하기 위한 정책 대안(代案)들을 사전에 분명하게 밝힐 수 있을 것이다. 그렇게 함으로써 사전에 불필요한 오해를 방지할 수 있을 것이며 우리가 원하는 양보할 수 없는 국가이익을 분명히 해 둘 수 있을 것이다. 예를 들자면, 대한민국 정부는 국가 대전략 목표인 ‘통일’을 어떻게 이룩할 것이며 통일을 이룩한 한반도는 어떤 모습이 되어야 할지를 공개적으로 천명함으로써, 통일과정과 통일 후 한반도 주변국들로부터 야기될 수 있는 복잡한 국제정치적 사안들을 사전에 방지하고 정리할 수 있을 것이다.
 
  보다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통일을 이룩한 대한민국의 영토는 현재 남북한 영토를 합친 것과 같아야 한다’ ‘통일과정은 평화적인 수단을 우선으로 한다’ 등등의 내용을 사전에 분명하게 선언적으로 밝혀 두는 경우, 이웃 나라들이 한반도의 영토에 대해 가지고 있는 야욕 수준의 관심을 미연에 차단하는 효과를 낼 수 있을 것이다. 게다가 좋은 청사진은 난처한 상황에 처할 경우에도 우왕좌왕하지 않으면서 국제정치의 파도를 안정적으로 헤쳐 나갈 수 있는 가이드라인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미국의 4대 핵심 이익
 
  대통령이 서명하고 백악관을 발간 주체로 하는 미국의 국가안보전략 보고서는 미국이 세계를 주도하는 나라라는 사실 때문에 언제라도 국제정세에 큰 영향을 미치는 문건이 아닐 수 없다. 트럼프 대통령의 국가안보전략은 과거 어떤 대통령의 경우보다 ‘미국 제일주의(America First)’의 관점에서 바라본 미국의 안보이익과 국제환경, 그리고 대응 방향을 분명하게 제시하고 있다. 과거 발간된 다른 대통령들의 국가안보전략서가 외교적 수사(修辭)를 동원하여 관련국을 자극하지 않으려 노력했던 데 반해, 트럼프의 보고서는 중국과 러시아를 경쟁자(competitor) 또는 수정주의자(revisionist)로 표현하는 등 트럼프 대통령의 직설적 어법을 그대로 반영하고 있다. 이미 2011년 간행했던 《터프해져야 할 때(Time to Get Tough)》라는 책에서 트럼프는 ‘중국은 미국의 적(敵)’이라고 표현한 바 있었다. 최근 구설수를 일으키기는 했지만 트럼프의 전략가인 스티브 배넌(Steve Bannon)은 “중국 문제만 해결하면 모든 것이 다 해결된다”고 말할 정도로 중국 문제에 집중하라고 말하고 있다.
 
  혹자들은 트럼프의 보고서 때문에 미·중 관계나 미·러 관계가 경색될 우려도 있다고 말하고 있다. 하지만 이미 미·중, 미·러 관계가 경색되었기 때문에 그 같은 보고서가 나오게 되었다고 보는 편이 옳을 것이다. 트럼프의 국가안보전략 보고서는 가장 직설적인 대통령이 제시한 가장 꾸밈없는 미국의 국가안보전략서였다.
 
  트럼프의 《국가안보전략 2017》은 미국의 핵심 이익을 4가지로 나누어 제시했다. 이를 국가안보의 4대 기둥(4 pillars)으로 표현하고 있는데, 첫째, ‘미국 국민, 미국 영토, 그리고 삶의 방식을 보호함’(Protect the American People, the Homeland, and the Way of Life). 둘째, ‘미국의 번영을 촉진함’(Promote American Prosperity). 셋째, ‘힘을 통한 평화의 보존’(Preserve Peace Through Strength). 넷째, ‘미국의 영향력을 확대할 것임’(Advance American Influence) 등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임 오바마 대통령보다 국가안보를 더욱 강조하고 있으며 미국의 국가안보를 본토 방어와 힘을 통한 평화 등 두 개의 장(章)으로 나누어 설명하고 있다. 안보를 강조하는 한편 국제질서와 관련해서는 지역적 차원의 전략(The Strategy in a Regional Context)이라는 장을 따로 만들어서 4대 기둥과 분리해서 설명한다. 트럼프는 전임 대통령들보다 경제를 대단히 강조하고 있는데, 무역불균형 해소, 무역장벽 철폐, 수출기회 증대 등 미국 제일주의의 시각에서 경제 문제를 국가안보전략에 반영하고 있다.
 
 
  중·러를 ‘경쟁자’로 인식
 
  트럼프 대통령은 4가지 핵심 국가이익을 제시한 후, 지역적 차원의 전략을 따로 기술하고 있는데, 그중 가장 중요한 곳이 인도·태평양 지역이다. 미국은 인도·태평양의 수호자가 될 것이라는 의미이며 이는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서다. 이미 오바마 행정부도 아시아에 대한 재균형(re-balance) 정책을 전개했지만 트럼프는 인도양을 포함하는 것으로 대(對) 아시아정책의 범위를 넓히고 있다.
 
  트럼프의 국가안보전략은 중국 및 러시아와의 관계가 경쟁 관계임을 숨기지 않는다. 노골적으로 “중국과 러시아는 미국의 가치와 이익에 정 반대되는 세계를 형성하기 원한다(China and Russia want to shape a world antithetical to U.S. values and interests)”고 밝히며, 이들을 미국 주도의 자유주의적 세계질서에 대한 수정주의자(revisionist)로 규정한다. 중국을 동반자(partner)로 칭했던 오바마 대통령과 본질이 달라졌다.
 
  트럼프의 보고서가 간행된 후 중국과 러시아에서 적지 않은 불만이 표출되고 있다. 미국 내에서도 비판자들이 과연 중국과 러시아에 대한 강경한 입장을 여과 없이 드러낼 필요가 있었는지를 지적하고 있다. 그러나 트럼프의 보고서는 ‘현실주의적’ 시각을 반영하는 것이다. 아닌 것을 그렇다고 말한다고 상대방이 속을 가능성은 없다.
 
  트럼프의 국가이익 증진 수단은 힘이다. 레이건 대통령이 ‘힘을 통한 평화(peace through strength)’라는 정책 수단으로 소련을 궤멸시키는 데 성공했던 것을 그대로 본뜬 것이다. ‘힘을 통한 평화’란 트럼프 보고서가 이름을 그대로 지적한 중국 및 러시아 외에도 북한 및 이란 등의 전통적 위협과 비(非) 국가행위자들의 비 전통 위협을 억제하기 위한 수단이다. 트럼프의 국가전략보고서는 힘을 통한 평화를 이룩하기 위해 미국은 군사역량, 군수역량, 핵무기역량, 우주역량, 사이버역량, 정보역량을 획기적으로 강화하겠다고 천명하고 있다.
 
  트럼프의 전략은 미국이 처한 위협에 모두 대응하기보다는 우선순위를 정하고 현실적으로 선택할 것이다. 또한 “미국이 주도하지 않을 경우 악의를 가진 행위자들이 (미국의) 공백을 메우며 불이익을 가져다줄 수 있다는 교훈(lessons that when America does not lead, malign actors fill the void to the disadvantage of the United States)”을 얻었다고 기술하는 트럼프의 국가전략보고서는 과거와 다른 방법으로 세계질서를 주도할 것임을 말하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는 파리기후협정, UN에서의 협력 등 다자적(多者的) 국제주의 방식과는 다른 방식으로 미국 주도의 국제질서를 유지해 나갈 것이다.
 
 
  북한과 이란을 함께 서술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작년 11월 7일 경기도 평택 미군기지를 방문, 한미 연합 방위태세를 점검했다. 사진=뉴시스
  트럼프 행정부 국가안보전략서는 북한의 핵과 미사일 개발 고도화에 따른 위협 인식을 충분히 지적했다. 북한(North Korea)의 위협이 실명으로 언급되고 있으며 북한의 핵 군사력이 미국 본토를 위협하고 있다고 여과 없이 표현되어 있다. 트럼프의 보고서는 북한을 “자기 국민들을 굶긴 채 수백억 달러를 들여 핵무기, 생화학무기를 개발, 미국 본토를 위협”하고 있으며 “미국인 수백만을 사망케 할 수 있는 핵능력을 추구하고 있다”고 비난한다. 트럼프 행정부 출범 이후 6차 핵실험과 대륙간탄도미사일급인 화성 14형, 15형의 연이은 발사 실험으로 촉발된 대북(對北) 위협 인식을 반영하고 있는 것으로 본다.
 
  북한은 미국뿐 아니라 동맹국들도 위협하고 있다고 분석한다. 보고서는 이에 대처하기 위해 미국은 “북한의 주변국들과 안보 유대를 강화하고 동맹국들을 추가적으로 보호하는 조치들을 촉진하고 추가할 것”이라고 말한다. 보고서는 특히 한국 및 일본과의 협력이 그 어느 때보다 강력하며 이들과의 협력을 통해 북한 위협에 대응해 나갈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보고서는 북한과 이란 간의 협력 여부를 명시하지는 않았지만, 북한과 이란을 함께 기술하여 핵무기 확산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으며 대처할 것임을 시사하고 있다. 트럼프의 북한 핵에 관한 전략 목표는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不可逆的)인 한반도 비핵화(非核化)”이다. 전임 대통령과 달리 트럼프는 “압도적인 힘(군사력)을 통해 북한의 침략행위에 대응하고 한반도의 비핵화를 강제할 수 있는 옵션들을 개선시켜 나갈 것”이라는 의지를 천명하고 있다.
 
  트럼프의 국가안보전략 보고서는 “지역방어 역량을 증진하기 위해 일본 및 한국과 미사일 방어를 협력할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힘을 통한 완전한 비핵화’ 추구
 
  한국 정부가 북한의 핵을 소홀히 다루는 것처럼 인식될 경우, 미국은 한국과 협력 없이, 단독적으로라도 북핵 문제를 해결하지 않을 수 없다고 느낄 만큼 북에 대한 위협 인식이 높다는 점에 주목하지 않을 수 없다. 또한 북한 핵에 대한 미국의 입장은 ‘힘을 통한 완전한 비핵화’라는 사실도 분명하다.
 
  트럼프 행정부 안보 관리들은 모두가 “미국이 북한 핵을 허용하는 일은 상상할 수 없는 일”이라고 누누이 강조해 왔다. 어떤 평론가가 말한 “김정은이 평화적으로 핵을 포기할 확률은 10%, 김정은이 축출될 확률 20%, 미국이 무력으로 북한 핵을 제거할 확률 70%, 미국이 북한핵을 허용할 확률은 0%”라는 이야기가 트럼프 행정부의 국가전략 보고서의 북핵 관련 내용과 일치하는 것임을 재삼 강조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트럼프의 국가안보전략 보고서는 우리에게 두 가지 주제의 큰 도전을 제시하고 있다. 하나는 미국이 중국과 본격적인 패권 경쟁을 벌이겠다고 천명한 마당에 한국의 입장은 무엇인가라는 것이며 두 번째는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를 지향하는 미국의 대북 정책에 한국은 어떻게 협력할 것인가의 문제다. 조선시대 말엽 우리의 선조들이 범했던 전략적 무지를 반복하면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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