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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중분석

공공기관 물갈이 본격화… 낙하산은 얼마나?

공공기관 30개 빈자리 문재인계(系)가 독식하나

글 : 권세진  월간조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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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장(首長) 공모 중인 기관 대부분에서 현(現) 정권 관련 인물 유력설(說)
⊙ 언론진흥재단, 국방과학연구소, 교육과정평가원 등에 “특정 인물 내정돼 있다” 소문
⊙ 국민연금공단 이사장 문재인 싱크탱크(정책공간국민성장) 출신 유력
⊙ 임기 1년 이상 남은 기관장들, 울며 겨자 먹기로 사의 표시
지난 3월 대선 출마를 선언하는 문재인 대통령.
  8월 현재 국내 정부기관 산하 공공기관 332개 기관 중 10%에 가까운 30여 곳의 기관장이 공석(空席)이다. 기관장 임기가 끝나 직무대행 체제로 운영되는 곳도 있고, 올 초 임기가 끝났으나 대선정국 덕에 자리를 지키고 있는 기관장들도 있다. 정권이 바뀌면서 임기가 많이 남았지만 스스로 사임한 경우도 많다. 수개월째 비어 있는 곳이 많지만 공공기관장 인사를 해야 하는 청와대 인사추천위원회가 비서실 및 장차관급 인사를 하는 상태여서 공공기관장 인사는 올스톱(all-stop) 상태였다.
 
  8월 들어 차관급 인사가 마무리되면서 곧 정부는 공공기관 인사에 돌입할 것으로 보인다. 정권이 바뀐 직후의 인사인 만큼 정권이 바뀔 때마다 끊임없이 이뤄져 왔던 보은(報恩) 인사와 낙하산 여부 및 그 범위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미 몇몇 기관에는 대선캠프 출신 인사가 내정됐다는 설도 있다. 문재인 정부는 “낙하산 인사는 없다”고 공언했지만 “정치권 출신이라고 배제할 수는 없다”는 입장도 밝혀 낙하산 논란은 사라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새 수장을 맞을 기관들의 인사 관련 현황을 《월간조선》이 조사했다.
 
 
  공모 중인 기관 인선 과정 살펴보니
 
2017년 6월 16일 서울 세종로 정부서울청사에서 박순애 경영평가단장이 2016년도 공공기관 성과연봉제 등 경영평가 결과 및 후속조치에 대해 브리핑을 하고 있다.
  2017년 8월 현재 국내 공공기관은 332개로 공기업 35개, 준정부기관 89개, 기타 공공기관 208개다. 공공기관 운영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해당 기관은 비상임이사 등이 참여하는 임원추천위원회를 구성하고 공개모집을 통해 기관장 후보를 복수로 선정한다. 이후 공공기관의 형태에 따라 소관부처 장관이 임명하거나 장관이 제청하면 대통령이 임명한다. 따라서 올해 상반기에 기관장의 임기가 끝나거나 스스로 물러난 기관들도 새 정부가 임명하는 장관이 취임하기 전까지는 인사를 할 수 없는 상태였다.
 
  또 해당 기관과 부처에서 기관장 후보를 결정하더라도 최종 임명권자는 대통령이기 때문에 청와대 인사추천위원회가 또 한번의 검증작업을 거친다. 인사추천위는 대통령비서실장, 인사수석 등으로 구성된다. 사실상 청와대의 ‘낙점’이 결정적이다.
 
  현재 기관장이 공석인 한국언론진흥재단, 한국문화예술위원회, 한국교육과정평가원, 국방과학연구소(ADD), 한국여성정책연구원,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 등 기관은 기관장 공모와 면접 등 인선작업을 진행 중이다. 속내를 들여다보면 기관 하나하나가 심상치 않다.
 
  현재 이사장 공모 중인 한국언론진흥재단은 문재인 대선캠프 특보였던 M씨가 사실상 내정됐다는 설이 파다하다. 신문사 국장 출신인 M씨는 대선에 임박해서는 캠프 미디어특보단장을 맡기도 했다.
 
  한국문화예술위원회는 박명진 전임 위원장이 ‘블랙리스트’의 책임을 지고 임기를 채우지 못한 채 사퇴한 상태여서 현 정부와 이념을 같이하는 인물이 임명될 수밖에 없다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문화예술계 일각에서는 “공모할 것도 없이 청와대가 지명하면 된다”는 주장까지 나온다.
 
  애초 8월 초까지 소장직을 공모했던 국방과학연구소는 기한을 갑자기 8월 18일까지로 연장하면서 규정 역시 예전 소장 공모와 달리 ‘예비역 영관급 이상’으로 바꿨다. 송영무 국방장관의 핵심 측근으로 불리는 방사청 출신 A모 예비역 대령을 발탁하기 위한 수순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그동안 국방과학연구소장은 무기개발 분야에 오랫동안 종사해 온 민간 전문가나 예비역 장성 출신들이 도맡아 왔다.
 
  최근 교육부가 발표한 수능개편안 후속작업 등 교육계 현안을 관리할 한국교육과정평가원장도 현 정부 측근이 차지할 가능성이 크다.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은 공모 끝에 3명의 후보자를 결정했는데, 이 중 임명 가능성이 큰 것으로 알려진 S교수는 문재인 대통령의 2012년 대선 출마 당시 교육특위 정책자문단에 참여한 인물이다.
 
  한국여성정책연구원과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도 지난 8월 7일 원장 공모에 나섰다. 이명선 여성정책연구원장(이화여대 교수)과 노혁 청소년정책연구원장(나사렛대 교수)의 임기가 오는 8~9월 만료되기 때문이다.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의 경우 과거 장하진 전 여성부 장관과 김태현 전 한나라당 양성평등본부장 등 정치적 색채를 가진 인물들이 원장으로 재직한 전력이 있어 이번에도 ‘코드 인사’를 예상하는 시선이 많다.
 
 
  공모 돌입한 국민연금공단, 이사장은 누가
 

  현재 공석인 국민연금공단 이사장직도 세간의 관심을 끌고 있다. 문형표 전 이사장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에 관여한 혐의로 구속기소 된 이후 대행체제로 운영되고 있는데, 공단은 8월 초 임원추천위원회를 구성하고 이사장 공모에 돌입했다.
 
  공모 과정을 모두 거치는 데 한 달 정도 걸리는 점을 고려할 때, 국민연금공단의 신임 이사장은 9월 중으로 선임될 것으로 보인다. 유력한 후보로 거론되는 인물은 김연명 중앙대 사회복지학부 교수와 김성주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다. 연금 분야 전문가인 김연명 교수는 2012년 대선 당시 민주통합당의 미래캠프 복지국가위원회 위원으로 참여한 데 이어 이번 대선에서도 문재인 캠프의 싱크탱크인 ‘정책공간국민성장’에 들어가 복지팀장으로 복지공약을 주도했다. 그는 문재인 정부 출범 후 국정기획자문위원회에서 사회분과위원장을 맡아 100대 국정과제를 도출하는 데도 주도적 역할을 했다. 김성주 전 의원은 지난 19대 국회에서 보건복지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해 국민연금에 대한 이해가 깊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효성발(發) 개혁’이 예상되는 방통위 산하기관도 변화가 클 것으로 보인다. 방통위 산하기관 시청자미디어재단 이사장은 현재 공석이며 한국방송광고진흥공사(코바코) 사장도 곧 임기가 종료된다. 두 기관은 방송개혁의 주축이 되는 기관인 만큼 이효성 방통위원장의 코드 인사가 예상된다.
 
 
  유력 인물 대부분이 문재인계?
 
서울 사립명문대 학생회관에 설치된 대기업·공기업 채용정보 게시판을 보고 있는 학생.
  공석이거나 임기가 만료된 사장들이 대선정국을 거치면서 불가피하게 업무 중인 공공기관도 많아 이들 기관에서도 곧 공모가 시작될 것으로 보인다. 공석인 국민체육진흥공단 이사장직도 세간의 관심사인데, 정치인이 이사장이 된 경우가 많은 기관이기 때문이다.
 
  국민체육진흥공단은 이창섭 전 이사장(충남대 교수)의 임기가 지난 4월 종료된 후 직무대행 체제로 운영되고 있는데 아직 공모가 시작되지는 않았지만 이사장 후보로 김응용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장(전 해태 타이거즈 감독)이 강력하게 거론된다. 김응용 회장은 지난 19대 대선 때 문재인 캠프 지지자 그룹 ‘더불어포럼’ 공동대표로 활동하면서 문 대통령의 당선에 힘을 보탰다. 당시 호남홀대론으로 어려움을 겪었던 문 대통령은 해태 타이거즈에 대한 향수를 가진 호남 유권자들의 지지를 얻기 위해 김 회장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지지를 요청했다는 후문이다.
 
  한국조폐공사는 김화동 사장이 임기가 올 초 끝났지만 대선정국 때문에 사장직을 유지하고 있었는데, 새 정부 공공기관 인사가 본격화되면서 신임 사장 공모가 시작될 것으로 보인다. 조폐공사의 경우 기획재정부와 긴밀하게 손발을 맞춰야 하는 곳인 만큼 현 정부의 코드 인사는 자명해 보인다.
 
  최순실 사태로 물러난 송성각 전 제일기획 상무가 수장으로 있었던 한국콘텐츠진흥원도 새 원장을 맞아들일 계획이다. 현재 직무대행 체제로 운영되고 있는데 원장직에 한때 여명숙 포스텍 교수가 거론되기도 했으나 여 교수는 게임물관리위원회 위원장으로 임명됐다. 그 외 후보군으로 거론되는 인물은 정의준 건국대 문화콘텐츠학과 교수, 남선현 전 JTBC 사장이 있다.
 
 
  여권 전직 의원들 하마평
 
문재인 대통령이 8월 초 인천공항공사에서 열린 ‘공공부문 비정규직 제로시대’ 행사에 참석해 발언을 하고 있다.
  정가에서는 “문재인 대통령 당선에 기여한 여권 전직 의원들이 공공기관 수장직을 노리고 있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3년 뒤 총선에 출마할 때 경력을 추가하기 위해 과거 활동했던 상임위원회와 관련된 기관장 자리를 적극 타진하고 있다는 것이다.
 
  최규성 전 의원은 농어촌공사 사장 후보군으로 거론된다. 국회 농해수위원장을 지낸 그는 19대 대선에서 문재인 캠프 농업 분야 상임선대위원장을 맡아 활약했다. 민주당 원내대표를 지낸 이강래 전 의원은 도로공사 사장 내정설이 돌고 있다. 이 전 의원은 김대중 정부에서 정무수석을 지낸 전략통으로 대선에서 동교동계 지지를 이끌어내는 역할을 했다. 전주 출신 장영달 전 의원은 국방위원장과 원내대표를 지낸 전문가로 국방대학교 총장 등 국방·안보 분야에서 중용될 것이라는 예측이 있다.
 
  사실상 내정된 자리 외에도 빈자리는 많다. 도로교통공단은 이사장 임기가 최근 종료됐고 교통안전공단도 오는 10월 이사장 임기가 만료된다. 독립기념관, 교통안전공단, 강원랜드, 한국보훈복지의료공단, 국민건강보험공단, 한국건설기술연구원, 한국인터넷진흥원, 동북아역사재단, 한국교통연구원, 한국가스안전공사 등이 오는 가을 기관장 임기가 끝난다. 건설교통부, 복지부, 문화관광체육부 등 산하기관이 많은 부처는 기관장 및 임원 인선에만 수개월이 걸릴 전망이다.
 
 
  임기 상관없는 ‘물갈이’ 본격화
 
  한편 임기가 남았지만 전 정권의 적폐로 분류돼 임기를 마치기 힘든 수장들도 많아질 것으로 보인다. 한국노총과 민주노총 양대 노총이 올 초 ‘적폐 공공기관장’으로 꼽은 인물 중 한국도로공사 김학송 사장, 코레일 홍순만 사장, 김옥이 한국보훈복지의료공단 이사장, 이승훈 한국가스공사 사장은 이미 지난 7월 사표를 제출했다. 리스트에 포함된 유제복 코레일유통 대표이사, 김정래 한국석유공사 사장, 서창석 서울대병원장, 방하남 한국노동연구원장, 박희성 한국동서발전 사장, 정영훈 한국수산자원관리공단 이사장, 이헌 대한법률구조공단 이사장 등 역시 임기를 다 채우지 못할 가능성이 있다. 국정역사교과서 편찬심의위원으로 활동했던 김호섭 동북아역사재단 이사장과 이기동 한국학중앙연구원 원장은 최근 사의를 표명했다.
 
  자유한국당의 한 의원은 “대선 직후 친박 기관장 물갈이설이 돌았는데 지금은 아예 모든 공공기관을 갈아치우겠다는 뜻으로 보인다”며 “9년 만에 정권이 바뀌어 챙겨줄 사람이 넘치는 지금 같은 때 지난 정권에서 임명된 공공기관장이나 감사가 그 자리에 앉아 있기는 힘들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감사원은 지난 6월 주요 공공기관 50여 개에 대해 강도 높은 채용비리 감사를 시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감사결과에 따라 기관장의 거취가 결정될 가능성이 크다. 특히 당시 감사를 주도한 사람은 김종호 공공기관감사국장으로 그는 최근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으로 임명됐다. 공직사회에서는 “청와대가 본격적으로 공공기관 물갈이를 하겠다는 의지”라고 분석하고 있다.
 
  공공기관 기관장뿐만 아니라 임원과 감사 자리, 지방공기업, 공공기관 유관단체까지 감안하면 대통령이 임명할 수 있는 자리 수는 2000여 개에 달한다. 문재인 대통령은 취임 후 여야 대표들과 만나 “공공기관 인사에 보은 인사나 낙하산 인사가 없도록 하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 그러나 이미 유력 후보로 거론되는 사람들이 대부분 대선캠프 출신이라는 점에서 낙하산 논란과 보은 및 논공행상 논란은 끊이지 않을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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