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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 시대

‘성공한 대통령’을 소망하며

돌출·코드·촛불·반쪽 지지자만 믿다간 망한다

글 : 함성득  한국대통령학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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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진보 언론, 시민단체, 노조 앞세워 기업 흔들면 경제불황 고착시킬 수 있어
⊙ 미국만이 아닌, 중국과 북한 향해 노(NO) 할 수 있어야
⊙ 대탕평 없으면 집권 초기 귀중한 시간을 허공에 날릴지도
⊙ ‘부정부패 청산’과 ‘정치보복’ 구별해야

함성득
1963년 경북 예천 출신. 연세대 정외과 졸업, 미 카네기멜론대 정책학 박사 /
미 레이건정책연구소 선임연구원, 미 조지타운대 교수, 미 스탠퍼드대 후버연구소 펠로,
미 존스홉킨스대 국제관계대학원(SAIS) 펠로, 제18대 국회 헌법연구자문위원회 간사위원,
고려대 교수, 현 한국대통령학연구소 소장 / 저서 《제왕적 대통령의 종언》 《대통령학》
《대통령비서실장론》 등
지난 5월 10일 자정쯤 대통령 당선이 확정된 문재인 대통령이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지지자들의 환호에 답하고 있다.
  #에피소드 1
 
  문재인 대통령을 처음 만났을 때의 기억은 아직도 생생하다. 그의 ‘사슴처럼 선한 눈망울’은 인상적이었다. 눈이 매우 작은 나는 그 눈망울이 무척이나 부러웠다. 이후 그는 나에게 언제나 ‘맑은 눈망울의 사나이’였다.
 
  2003년 노무현 대통령 집권 초 당시 문재인 민정수석의 측근 중 한 사람이 “다음 대통령으로 문재인 어때요?”라고 내게 물었다. 나는 “말이 돼? 저렇게 곧고, 착하고, 재미없고, 카리스마도 없고, 그리고 정치를 생리적으로 싫어하는 사람이 무슨 대통령을 해!”라고 대답했다. 대통령학 연구자인 나는 노무현 전 대통령이 의원 시절 사적으로 그와 자주 만났지만 그가 대통령이 되리라는 생각은 하지 못했다. 하지만 ‘문재인 대통령’을 예견했던 그 사람은 내게 노무현 의원이 대통령이 될 것도 예언했다. 심지어 이 사람은 지난 3월에 차기는 물론 차차기 ‘진보 진영의 대통령’까지도 내게 예언했다.
 
 
  #에피소드 2
 
  2012년 제18대 대선에서 문재인 대통령은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 아깝게 패배했다. 며칠 후 나는 생일을 맞이한 그와 김정숙 여사 그리고 박영선 의원 부부와 저녁 만찬을 함께했다. 이 자리에서 문재인 대통령은 ‘제가 저녁형 인간이어서 아침 일찍 일어나야 하는 대선 과정이 조금은 힘들었다’고 솔직하게 이야기했다. 나는 며칠 전 큰 선거에서 패배한 그의 진솔하고 의연한 모습에 신선한 충격을 받았다.
 
 
  #에피소드 3
 
  2012년 대선 기간에 김정숙 여사에게 내가 집필한 책, 《영부인론》을 선물하면서 대통령의 부인으로서 정치적 역할과 중요성에 대해 강의를 했다. 김 여사의 밝고 명랑한 에너지는 나를 기분 좋게 만들었다. 그녀는 늘 미소가 떠나지 않는 ‘웃음 가득한 소녀’였다. 그녀는 역대 영부인들이 추진했던 역점 사업, 소위 ‘펫 프로젝트(Pet Project)’에 큰 관심을 보였다.
 
 
  1. 최순실 국정농단 때문에 대통령이 된 사실을 인정해야
 
국정농단을 초래한 최순실을 중심으로 한 적폐청산을 전면에 내세울 경우 국민통합이 요원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지난 3월 11일 ‘박근혜정권퇴진 비상국민행동’이 주최한 촛불집회 모습이다. 사진=공동취재단
  문재인 대통령은 약 7개월 앞당겨 치러진 조기 대선에서 역대 최다 표차인 557만 표라는 압도적인 차이로 당선되었다. 우선 큰 승리를 축하한다. 그러나 대통령은 자신의 국정비전을 제대로 평가받았다기보다는 최순실 국정농단에 따른 반사이익과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한 그리움 때문에 당선되었다는 사실을 인정해야 한다. 조금은 미안한 말일 수 있다. 그래도 사실은 사실이다. 대통령이 이 사실을 겸허하게 인정해야 얽히고설킨 국정의 해법을 찾아낼 수 있다.
 
  다수의 국민은 최순실의 국정농단에 대해 철저한 수사를 원했다. 또한 잘못이 있는 재벌·정치인·검찰·관료 등에 대한 적폐청산을 바랐다. 보수 세력과 기득권은 안보와 경제위기를 핑계 삼아 지지를 호소했다. 그러나 문재인 대통령의 적폐청산 프레임 앞에 경제와 안보는 큰 힘을 발휘하지 못했다. 국민은 적폐청산을 확실하게 할 수 있는 정권교체를 원했다. 결국 ‘문재인 대세론’의 뿌리는 이러한 국민의 열망이었다. 이 거대한 흐름을 보수 세력은 애써 외면하거나 심지어 홍준표 또는 안철수 바람으로 우회돌파 하려고 했다.
 
 
  ‘문재인 대세론’ 실체를 알아야
 
  한편 국민이 최순실 국정농단의 철저한 청산만을 요구한 것은 아니다. 경제 불황에 따른 양극화, 청년실업, 북한의 핵과 미사일 위협, 사드 배치 관련 대미·대중관계 등 산적한 국내외적 어려움을 슬기롭게 극복해 줄 것도 기대했다. 국민의 이런 바람이 문재인 대세론에 버금가는 모습을 보였던 당내 경선에서 ‘안희정 바람’과 대선에서 ‘안철수 바람’의 근간이었다. 따라서 대통령은 단호한 적폐청산과 산적한 국정현안의 해결을 기대하는 국민의 두 마음을 헤아려야 성공할 수 있다.
 
  대통령의 국민적 지지는 국정비전이나 개인적 매력에 기초한 ‘감성적 지지’보다는 최순실 국정농단에 따른 반 박근혜 정서가 표로 연결된 ‘정치적 지지’가 높다. 정치적 지지 때문에 대통령에 당선될 수 있었지만 국정비전을 통해 국민의 마음을 얻는 데는 성공하지 못했다. 앞으로 대통령의 행보가 어려운 이유가 여기에 있다. 대통령의 국정운영에서 가장 우려되는 점이기도 하다.
 
 
  2. 국민이 여전히 불안해하는 대통령
 
  우리나라는 북한의 핵 위협 위기와 이를 둘러싼 미국·중국·일본의 각축전에 휘말려 있다. 강대국들 간의 각축은 우리의 경제 혹은 안보 위기를 촉발할 수 있다. 이 상황에서 대통령은 국정운영과 관련해 몇 가지 ‘불안감’을 보여주고 있다.
 
  첫째, 최순실 국정농단이 초래한 적폐청산을 전면에 내세우다가 나라의 근간까지 흔들어 버릴까 봐 불안하다. 특히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사법처리 및 사면을 둘러싸고 이념·지역·연령별로 국론이 분열되면 국민 통합은 요원해진다. 아직까지 일부 친박(親朴) 보수 세력은 그들의 이념을 박근혜 전 대통령과 일체화하고 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정치적으로 완전히 추락했고 실패했다. 그녀는 더 이상 보수의 상징이나 아이콘이 될 수 없다. 그럼에도 이들은 자신들의 정치적 이익을 위해 박근혜의 환영을 악용하고 있다. 이들이 뼈아픈 자기성찰 없이 성급하게 준동하는 것은 보수 세력의 비극이다.
 
  보수 세력이 새로 태어나기 위해서는 박근혜를 확실하게 버려야 한다. 하지만 보수 세력은 국민의 분노라는 제단에 박근혜를 바쳐 회생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대통령이 어떤 카드를 던져서라도 극복해야 할 매우 불행한 현실이다. 이를 해결하지 못하면 반쪽 내지 그들만의 대통령으로 전락한다.
 
 
  반쪽 내지 그들만의 대통령이 되지 않는 법
 
  둘째, 재벌 지배구조 개혁과 정경유착의 뿌리를 뽑는다면서 시장주의 원칙에서 벗어날까 봐 불안하다. 진보 언론, 시민단체, 그리고 노조 등을 앞세워 경제 주체인 재벌을 포함한 기업들을 너무 흔들면 경제 불황을 고착시킬 수 있다. 고착된 경제 불황은 청년실업과 양극화 문제를 더욱 심화시킬 것이다. 대통령은 이러한 의구심을 해소하면서 경제를 살리기 위해 시장주의라는 헌법 정신에 기초한 해법을 분명하게 제시해야 한다.
 
  셋째, 사드 배치, ‘주적 문제’, 그리고 ‘송민순 회고록 문건의 진위’ 논란 속에서 국민들은 특전사 출신인 대통령의 북한 관련 안보관에 대해 조금은 의구심을 갖고 있다. 더욱이 대통령은 저서에서 “미국에 노(No)라고 하겠다”고 말했다. 이를 그대로 실천할까 봐 불안하다. 왜 대통령은 중국이나 북한에는 노를 하지 않고 미국에 대해서만 그러겠다는 것인가? 이런 입장이 선거에서는 유리하게 작용했을지 모른다. 그러나 이는 대미관계를 악화시켜 안보 환경을 더욱 위험하게 만들 수 있다.
 
  넷째, 친문 패권주의, 즉 친문 측근에 의한 ‘인(人)의 장막’이 불안하다. 대통령의 중심 세력은 친박 못지않게 외곬인 친노(親盧)들이다. 민주당은 친문 그룹이 당 운영을 독점하면서 민주화되지 못했다. 김종인 전 대표는 ‘(문 대통령은) 자기 마음에 들지 않는 사람은 쳐내고, 마음에 드는 사람만 가지고 당을 이끌려고 하는데 과연 통합이 될까?’라고 말했다. ‘코드 인사’라는 이름 아래 아군과 적군으로 나라를 두 동강 냈던 노무현 전 대통령 시절로 돌아가서는 안 된다. 친노가 폐족이 된 전철을 다시 밟지 않도록 지혜를 짜내야 한다.
 
  다섯째, ‘여대야소’ 정국이었지만 ‘국회선진화법’의 위력 아래서 박근혜 전 대통령처럼 원만한 여야관계를 만들지 못해 대통령이 국가 주요 정책의 법률화에 실패할까 봐 불안하다. 불행하게도 지금 대통령은 ‘여소야대’ 구도 아래 있다. 더구나 초선의원 출신 대통령은 의정 경험이 일천하다. 상황은 녹록지 않다. 그래도 정치적 유연성이 부족했던 박근혜 전 대통령처럼 국회에 대해 비판과 탓만을 하면서 허송세월을 하여서는 안 된다. 대통령은 국정의 난맥상을 국회에서 돌파해야 한다.
 
 
  3. 취임 후 100일이 성패를 좌우한다
 
문재인 대통령은 청와대 홍보수석에 윤영찬, 민정수석에 조국, 인사수석에 조현옥을 깜짝 발탁했다. 5월 11일 조국 신임 민정수석이 청와대 춘추관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대공황이라는 절체절명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미국의 프랭클린 루스벨트 대통령은 취임 전 국정개혁안을 철저하게 준비해 취임 후 100일 동안에 이를 법률화하는 데 성공했다. 루스벨트 대통령의 성공 기반이 이때 구축됐다. 이후 ‘취임 후 즉시 준비된 국정정책 실행(Hit the Ground Running)’과 ‘취임 후 첫 100일(First Hundred Days)’은 대통령 성공의 중요한 명제가 되었다. 개혁정책은 국가혁신을 꾀하는 과정에서 필요하지만 기득권 계층은 격심하게 반발한다. 개혁정책은 비교적 국민적 인기가 높은 취임 후 100일 동안에 실행해야 한다. 그래야 성공 가능성이 높아진다.
 
  국민의 불안감을 해소하기 위해서 대통령은 명확한 국정비전으로 ‘준비된 대통령’의 모습을 제대로 보여주어야 한다. 대통령은 공약으로 내세운 적폐청산, 정치·경제 권력의 분립, 단절된 남북관계의 복원, 일자리 창출 등을 추진하는 데 모든 역량을 기울여야 한다.
 
  그러나 현실은 말처럼 쉽지 않다. 원래 대선의 선두 후보는 선거 한 달 전 ‘국정운영 팀’의 구성을 끝내고 집권 이후의 계획도 만들어 놓아야 한다. 하지만 대통령은 7개월이나 앞당겨진 대선, 안희정 후보와 치른 치열한 당내 경선, 안철수 후보를 포함한 치열한 다자 대결구도 때문에 선거에만 몰입했다. 설상가상 약 70일간의 정권 인수기간도 없이 당선과 동시에 대통령직에 취임했다. 그 결과 대통령은 국정운영에 대한 준비가 취약할 수밖에 없다.
 
  현재 대통령에게는 국정 전반에 대해 온갖 정보가 쏟아져 들어올 것이다. 대통령은 마치 소방 호스로 물을 마시는 것과 같은 상황에 처해 있을 것이다. 대통령은 모든 것을 꼼꼼하게 읽고 세세한 부분까지 챙기고 결정하는 스타일이다.
 
 
  임기 초 밀월기간, 허공에 날리지 않으려면…
 
  반면 대통령은 자신이 적극적으로 그리고 능동적으로 국정과제를 구상하고 개발·창출하는 스타일이 아니다. 그는 참모진이 제안한 구상을 꼼꼼히 검토하고 분석하여 채택하는 스타일이다. 따라서 대통령은 국민에게 감동을 주는 정치적 결단이 매우 부족하다. 대통령이 심각한 결정 장애 내지 결정 지체 상태에 빠질 위험은 늘 상존한다. 하지만 대통령은 시간을 갖고 여러 번 검토하기 때문에 돌출적인 결정을 내릴 가능성은 매우 낮은 편이다. 커다란 정치적 실수도 하지 않을 것이다.
 
  이러한 상황은 대선 과정을 돌아보면 충분히 예견할 수 있다. 대통령은 많은 참모진을 갖추고 선거에 뛰어들었다. 그럼에도 적폐청산을 제외한 새로운 국정비전을 뚜렷하게 개발하지 못했다. 당내 경선에서 안희정 지사의 세대교체 돌풍을 예견하지 못했다. 본선에서도 안보문제와 관련 홍준표 후보 등 다른 대선 후보들의 거센 공격에 당황하는 모습을 여러 번 보였다. 국민은 대통령의 선거공약용 국정비전에 대한 얘기는 많이 들었다. 그러나 국민의 기억에 뚜렷이 남은 것은 적폐청산 이외에는 거의 없다.
 
  대통령은 이러한 그의 정치적 한계를 극복해야 한다. 대통령은 국민의 의견을 수렴하여 미래지향적으로 여론을 이끌어 갈 수 있는 유일한 위치에 있는 사람이다. 하지만 지금까지 대통령의 행보는 국정비전을 가지고 국민을 리드한 ‘여론 선도자’라기보다는 촛불 민심을 좇아간 ‘여론 편승자’였다. 대통령의 이러한 경향은 사드 배치를 둘러싼 대미·대중관계에서 더욱 두드러졌다. 이제 대통령은 외롭고 힘든 결정을 과감하게 내려야 하는 막중한 책임을 부여받았기 때문에 여론 선도자의 모습을 보여주어야 한다.
 
  지금 대통령이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무엇일까? 그 해답은 ‘정권인수위원회가 없는 대통령, 당선인 시절이 없는 대통령’이라는 사실에서 찾아낼 수 있다. 대통령은 취임 직후 호남 출신의 이낙연 전남지사를 국무총리에 지명했고 임종석 의원을 비서실장에 임명했다. 대통령은 먼저 임종석 실장을 중심으로 실질적인 청와대 인수 작업과 핵심 인선을 신속하게 이룩해야 한다. 대통령은 인사검증과 관련해 청와대 비서실의 체계적인 보좌를 받아 이낙연 총리 지명자와 협의하여 차기 내각의 핵심 인선도 빠르게 마쳐야 한다. 청와대와 내각의 인선을 조기에 이룩하는 것은 문재인 정부의 연착륙을 좌우하는 절대조건이다.
 
  만약 여소야대 상황 아래서 이낙연 총리 지명자의 임명 동의가 순조롭지 않으면 장관 후보자들의 인사청문회와 이후 정부조직법 개정을 통한 정부 개편 등까지 어려워진다. 이미 대통령은 당선 직후 파격적으로 야당 대표들을 방문하여 협조를 구했다. 여기서 더 나아가 대통령은 ‘대탕평’의 원칙 아래 개혁 지향점이 같은 다른 정당 소속의 몇몇 인사도 내각에 참여시키는 ‘통합정부’를 구성해야 한다. 대통령은 치열한 대선 과정에서 악화된 여야관계를 회복시키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해야 한다. 이는 국회선진화법에 의해 가중된 정치적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 다행히 임기 초는 대통령과 언론, 국회, 나아가 국민과의 밀월기간(honeymoon period)이다. 대통령은 이를 제대로 활용하여 악화된 여야관계를 극복하여 집권 초의 귀중한 시간을 허공에 날리지 말아야 한다.
 
 
  빠른 시일 내에 방미(訪美)해야
 
국민의 문재인 대통령에 대한 불안감을 해소하려면 명확한 국정비전을 제시해야 한다. 5월 10일 오후 취임식을 마친 문재인 대통령이 청와대로 향하는 차에서 손을 흔들고 있다.
  한편 대통령은 대선 과정에서 헌법에 명시된 국무총리의 권한을 그대로 인정함으로써 총리의 권한을 강화시키는 ‘책임총리제’ 도입도 약속했다. 다만 대통령의 권한을 견제하기 위해 총리의 권한을 강화하는 것은 정치적으로 국정혼란을 가져올 수 있다. 우리는 김영삼 대통령 시절 당시 이회창 총리가 실질적으로 권한을 행사하려고 하다 좌절된 책임총리 경험을 갖고 있다. 따라서 대통령은 책임총리제보다는 ‘전담총리제’를 실천할 필요가 있다. 전담총리제는 총리를 국정운영을 담당하는 하나의 행정전문가로 인정하는 제도이다. 총리는 ‘양극화 해소’ 등 주요 국가 정책의 최종 결정자와 집행자 역할에 전념하는 제도이다. 특히 전담총리제는 총리와 대부분의 장관이 세종시에 있다는 사실을 고려할 때 더욱 바람직하다. 대통령은 국민통합과 국가의 중장기 발전전략, 외교·국방·통상 같은 거시적 차원에 중점을 두고, 총리는 행정 각 부처가 복잡하게 얽혀 있는 양극화 해소 등 주요 국가 정책의 조정·합의·집행에 집중하여 대통령을 제대로 보좌하는 전담총리제의 실천을 기대한다.
 
  둘째, 대통령은 취임 전에는 알지 못했던 외교·안보·국방·경제 등 국가 정책에 관한 정보를 충분히 학습하고 사드 배치 논란 과정에서 소원해진 한미관계 복원과 북한 핵 문제 해결을 위해 빠른 시간 내 방미해야 한다. 한미 정상회담을 빠르게 성사시켜서 긴밀한 안보 협조를 이끌어내야 한다. 대통령은 안보와 관련 이라크 파병을 결정한 노무현 전 대통령의 정신을 배워야 한다. 굳건한 한미관계를 기초로 중국을 방문해 사드 배치 때문에 악화된 대중관계도 회복시켜야 한다. 아울러 일본도 방문해 멀어진 대일관계도 복원시켜야 한다.
 
  셋째, 대통령은 빠른 시간 내에 자신의 국정비전부터 명확하게 밝혀야 한다. 대통령직인수위원회를 대신한 ‘국정기획위원회’를 통해 선거공약 중 실천 가능한 공약을 선택하고 이것이 국정비전에 철저히 반영되도록 노력해야 한다. 대선공약은 그가 국민과 맺은 약속이다. 다만 선거용으로 제시했던 실천 가능하지 않은 공약의 경우 인기가 높은 취임 100일 동안에 이를 국민에게 설명하고 과감하게 버려야 한다. 이것이 취임사에서 밝힌 ‘정직한 대통령’을 실천하는 길이다.
 
  넷째, 대통령은 대통령 임기 5년이라는 시간이 무척 짧은 기간이라는 사실을 철저하게 인식해야 한다. 과욕부터 버려야 한다. 선택과 집중의 관점에서 시대와 국민이 요구하는 소수의 국정목표를 달성해야 한다. 현재 국민은 이념·지역·연령·성별 등의 다름을 초월하여 적폐청산과 일자리 창출을 강력히 요구하고 있다. 이러한 요구를 기초로 국정기획위원회는 빠른 시간 내 문재인 정부를 대표할 수 있다고 생각되는 개혁정책을 선별해야 한다. 그리고 대통령은 선별된 개혁정책들을 일관성 있게 추진해야 한다.
 
 
  4. 성공을 기원하며
 
문재인 대통령은 대선기간 동안 자신이 ‘일자리 대통령’이 되겠다고 강조했다. 지난 3월 13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일자리위원회 출범식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나는 대선 과정에서 문재인 대통령을 지지하는 정치인들을 많이 만났다. 그들은 그의 자질이 특별히 뛰어나서보다는 대선 후보 가운데 국정 경험이 상대적으로 많아서 그나마 국정을 안정적으로 운영할 것 같아서 지지한다고 말했다. 또한 그들은 업무에 관한 한 대통령의 성정은 부드럽고, 경청을 잘 하지만 원칙을 중시하며, 공사 구분이 매우 철저하다고 말했다. 이 원칙 중시와 철저한 공사 구분 때문에 냉정하거나 차갑게 보일 수도 있다. 눈 질끈 감고 봐주는 인간관계가 아니라 시스템으로 정치를 이끌어가려고 하는 대통령의 냉정함은 강점이 되고 ‘대통령의 기회’를 만들어낼 수 있다. 반대로 이 냉정함이 정치적 포용력 부족이라는 약점으로 작용하면 ‘대통령의 위기’로 전이될 수 있다. 위기와 기회는 양날의 검이다. 자신의 성정을 강점과 기회로 만들려면 일과 결과로서 승부하는 대통령이 되어야 한다.
 
  아울러 대통령은 허울 좋은 업적 쌓기에 연연하지 말아야 한다. 국가 발전의 내실을 위해서는 역사의식이 분명해야 한다. 여론과 국민정서를 능동적으로 이끌어가려는 담대함도 갖추어야 한다. 정국을 주도하기 위해서는 민정수석, 시민사회수석, 대통령비서실장, 그리고 야당 대표 등을 역임하면서 익힌 풍부한 국정경험을 제대로 사용해야 한다.
 
 
  허울 좋은 업적 쌓기 연연하지 말아야
 
  대통령의 성공을 위한 처방책을 구체적으로 아래와 같이 제시한다. 첫째, 대통령의 일차적 사명은 최순실 국정농단에 대한 엄정한 수사와 정경유착 및 부정부패 등 적폐들을 말끔히 청소하는 것이다. 다만 대통령은 ‘부정부패 청산’과 ‘정치보복’을 구별해야 한다. 많은 사람은 대통령의 정치보복 금지 약속을 그다지 신뢰하지 않는다. 우리 정치사에서 이러한 약속이 지켜진 적은 없었다. 지금까지 박근혜 전 대통령을 날카롭게 비판해 온 대통령의 이미지를 생각할 때는 더욱 믿음이 안 간다.
 
  많은 국민은 최순실 국정농단의 명확한 진상이 규명되기를 바란다. 그러나 대통령 자신의 정치적 이익을 위해 박근혜 정부를 정치적으로 차별화하는 것은 원하지 않는다. 대통령이 박근혜 정부에 대한 정치적 차별화를 시도하면 그의 정치적 포용성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는 더욱 높아질 것이다. 국민 화합의 정치는 처음부터 실종될 것이다. 따라서 법과 질서를 내세워 부정부패를 청산하는 ‘실무형 대통령’이 되어야 한다. 구체적으로 대통령은 정치검찰 숙청,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 신설, 국정원 개혁 등의 실천에 대해 용단을 내려야 한다. 나라의 원칙을 다시 세운다는 생각으로 실무적으로 접근하면서 희망을 주어야 한다.
 
  둘째, 대선 과정에서 약속한 ‘국민성장’의 실천 로드맵을 만들어내야 한다. 이를 위해 대통령은 취임 첫날 1호 업무 지시로 대통령 직속 ‘일자리위원회’를 설치했다. 또한 청와대에 ‘일자리 수석’도 신설했다. 이 위원회를 통해 문재인 정부의 모든 역량을 집중하여 일자리 창출에 전념해야 한다. 일자리 창출은 최고의 경제회복이고 최선의 복지이다. 또한 대통령은 재벌을 포함한 기업들에 정치에 너무 신경 쓰지 말고 경제에만 전념하라는 메시지를 강하게 보내야 한다. 경제 살리기에 정부·재벌·중소기업을 포함한 모든 경제 주체가 한마음으로 노력하는 분위기를 만들어내야 한다. 집권 초기에 긍정적인 경제적 업적 없이는 정치 및 사회 개혁의 추진은 불가능하다.
 
 
  집권 초기 긍정적 경제업적 쌓아야
 
  셋째, 문재인 정부의 안정된 시작을 위해서는 충성심보다는 대통령과 국정철학을 공유하는 전문가를 중시해야 한다. ‘인사가 만사’이다. 첫 조각은 대통령의 국정 스타일과 능력을 국민에게 처음으로 선보이는 것이다. 다수의 후보자를 직접 만나 토의하면서 그들의 장단점을 분석하여 신중하게 지명해야 한다. 지명자에 대한 검증 과정도 투명하고 철저하게 해야 한다. 이와 관련 대선 과정에서 약속한 ‘국민추천제’와 ‘인사추천 실명제’의 연착륙도 필요하다. 취임 후 지금까지 대통령은 국무총리와 비서실장을 포함한 내각과 청와대 인사에서 공정하고 책임 있는 인사 시스템의 시작과 발전 가능성을 보여줬다. 이 기대감을 지속시키려면 핵심 친문인사의 관리에 성공해야 한다. 집권 초기부터 친문인사들이 드러내 놓고 공직에서 활동하면 대통령은 정치적으로 포위되고 커다란 정치적 부담을 지게 된다. 다시 또 ‘코드’라는 이름 아래 전근대적인 지연이나 학연에 의한 정치가 이루어진다면 이 또한 정치적으로 용서받지 못할 것이다.
 
 
  국민을 위한 개헌을 공론화해야
 
소원해진 한미관계 복원과 북한 핵문제 해결을 위해 빠른 시일 내 방미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야당 대표 시절인 지난 2015년 3월 25일 경기 김포 해병 2사단 상륙장갑차대대를 방문, 장갑차에 올라 환하게 웃고 있다.
  넷째, 친인척 비리에 엄격하겠다는 약속을 구체적으로 실천해야 한다. 대통령은 대선 과정에서 아들의 취업 특혜 논란 때문에 고생했다. 그 때문만은 아니겠지만 영부인 김정숙 여사를 비롯하여 자식 등에 대해 대통령 주위에서 언급하는 것은 지금까지 금기시되고 있다. 이제 대통령은 영부인을 포함한 친인척 관리에 대한 제도적 투명성을 높여야 한다. 친인척 관련 좋은 정보와 나쁜 정보를 핵심 참모들과 논의해야 한다. 대통령의 정치적 아량과 유연한 자세가 필요하다. 투명하고 열린 친인척 관리만이 비리 문제를 사전에 예방할 수 있다.
 
  아울러 대통령과 행정부가 국민의 삶과 직결되어 있는 주요 사회문제를 모두 챙길 수는 없다. 이런 경우 영부인의 힘과 지혜를 제도적으로 활용할 필요가 있다. 영부인이 관심을 갖고 추진하는 역점 사업(Pet Project)이 있으면 이를 체계적이고 투명하게 추진해야 한다. 청와대 제2부속실을 중심으로 관련 제도의 정비와 구축이 필요하다.
 
  다섯째, 대통령은 대선 과정에서 광화문으로의 대통령 집무실 이전과 청와대 개방을 약속했고 이를 2018년도 예산안에 반영하여 2019년에 완료하겠다고 강조했다. 이러면 매일 출퇴근하는 대통령의 이미지가 각인된다. 대통령이 주요 일정을 공개하면서 소통하는 청와대를 실천할 수 있다. ‘닫힌 청와대 대통령’이 아니라 ‘열린 광화문 대통령’으로서 첫발을 내딛게 될 것이다.
 
  여섯째, 대선 과정에서 약속한 대통령 4년 중임제를 포함한 권력구조, 국민의 기본권 및 복지의 향상, 지방분권, 선거제도 등과 관계되는 개헌 논의를 다룰 ‘헌법개정심의위원회’의 설치를 국회에 요청해야 한다. 정치인을 위한 것이 아니라 국민을 위한 개헌을 공론화해야 한다. 개헌과 관련해 현재 가장 심각한 구조적 문제인 선거 주기의 불일치도 시정해야 한다. 대통령은 임기 5년 동안 지방선거 두 번, 국회의원 선거 한 번, 대선 한 번의 선거를 치러야 한다. 이렇게 자주 선거를 치르는 상황에서는 어느 누구도 성공한 대통령이 되기 어렵다.
 
 
  열린 광화문 시대, 코드 인사부터 버려라
 
  일곱째, 민주화 이후 국회, 정당, 언론 등 제도적 기관들의 정치적 자율성이 높아졌다. 정치 과정에 참여하는 주체들이 과거와 달리 대통령을 포함한 일부 특권 계층에서 벗어나 국회, 정당, 언론, 시민단체, 이익집단 등으로 정치 주체가 다양해졌다. 2008년 이명박 전 대통령의 미국산 쇠고기 수입 결정에 반대한 촛불집회, 2016년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을 주장한 촛불집회 등은 변화되고 발전된 정치문화를 극명하게 보여주는 현상이다. 대통령은 국회, 정당, 언론, 시민단체, 이익집단 등의 갈등을 아우르는 ‘조화로운 통합의 리더십’을 발휘해야 한다. 노무현, 이명박, 박근혜 전 대통령 등은 조화로운 통합 리더십의 핵심인 원만한 여야관계를 형성해 내지 못했다. 대화와 타협을 통해 갈등을 해소하고 국회를 통해 주요 정책의 빠른 법률화를 이룩하지 못해 국정운영에 실패했다. 대통령의 지난 정치 및 의정활동을 돌이켜볼 때 그도 원만한 여야관계의 형성에는 한계를 보여주었다. 타협과 협상의 정치문화가 부족한 한국에서 정치적 갈등을 해소하면서 국정운영의 효율성을 높일 수 있는 근본적인 해결책은 무엇일까? 그 방안은 먼저 대통령이 대선 과정에서 약속한 ‘여야정협의체’를 상설화하여 여야 간 소통에 앞장서야 한다. 이러한 노력을 통해 그간 실종된 정치의 복원이 가능해지고 야당을 국정의 진정한 동반자로 만들 수 있다.
 
  또한 대통령은 타협과 협상 능력을 강조하는 정치적 리더십을 발휘해야 한다. 대통령은 성공을 위해 경제나 외교의 성과가 아닌 ‘대(對) 여야 관계’가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사실부터 철저하게 인식해야 한다. 국가의 정책은 빠른 법률화와 충분한 예산의 확보가 그 성패를 좌우하는 핵심 요인이다. 이를 위해 열린 마음으로 야당과의 타협을 이끌어내는 부드러운 대통령이 되어야 한다. 제왕적 대통령이 보여주었던 하향식의 일방적인 명령자가 아니라 타협과 협상에 기초한 부드러운 조정자가 되어야 한다. 입법을 예술처럼 만들어 내는 ‘정치의 마에스트로’ 대통령을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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