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반문 결집 위해 더불어민주당 탈당 후 자유한국당·바른정당·국민의당 인사들과 연쇄 회동
⊙ “경제·외교 등 국가 당면 과제 해결할 자신 있다”
⊙ “반기문이 뛰면 자신의 ‘고령’ 핸디캡은 사라질 거라고 좋아해”
⊙ 40년간 교수, 장관, 국회의원 하며 쌓은 경험 풍부 … 더불어민주당을 원내 1당으로 만든
지도력도 강점
⊙ 팔순 바라보는 ‘고령’이 가장 큰 약점 … 대선 출마는 노욕으로 비칠 수도 있어
⊙ “김무성이 김종인을 제3의 후보로 내세운다면 한번 싸워 볼 만해”
⊙ ‘김종인표 빅텐트’ 구축하는 데 가장 큰 ‘걸림돌’은 안철수?
⊙ “경제·외교 등 국가 당면 과제 해결할 자신 있다”
⊙ “반기문이 뛰면 자신의 ‘고령’ 핸디캡은 사라질 거라고 좋아해”
⊙ 40년간 교수, 장관, 국회의원 하며 쌓은 경험 풍부 … 더불어민주당을 원내 1당으로 만든
지도력도 강점
⊙ 팔순 바라보는 ‘고령’이 가장 큰 약점 … 대선 출마는 노욕으로 비칠 수도 있어
⊙ “김무성이 김종인을 제3의 후보로 내세운다면 한번 싸워 볼 만해”
⊙ ‘김종인표 빅텐트’ 구축하는 데 가장 큰 ‘걸림돌’은 안철수?
- 사진=조선일보
김종인(金鍾仁) 전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회 대표가 당을 나왔다. 김 전 대표는 탈당 배경으로 문재인계의 당내 권력 독점과 독선을 뜻하는 ‘친문(親文) 패권주의’를 언급했다. 그는 “민주당이 혼란을 겪었던 이유는 특정 세력이 당을 완전히 장악하고 있고, 거기에 저항하는 세력들이 떨어져 나가고 그랬던 것 아니냐”며 “그걸 탈피시키기 위해서 노력을 했는데 도대체 영향을 미칠 수 없는 상황이 되더라”고 말했다. 안철수와 호남 지역의 의원들이 떨어져 나간 뒤 비대위 대표로서 당내 혼란상을 수습하고, 총선에서 더불어민주당이 원내 1당으로 올라설 수 있게 한 그였지만, ‘친문 패권주의’란 벽 앞에선 무기력할 수밖에 없었단 얘기다.
당내에서 더는 자신의 역할이 없다고 판단한 김 전 대표는 3월 6일 탈당을 선언한 뒤 광폭 행보를 하고 있다. 손학규(孫鶴圭) 전 경기도지사(3월 7일), 더불어민주당 비문계 의원들(3월 9일), 유승민(劉承旼) 바른정당 의원(3월 9일), 남경필(南景弼) 경기도지사(3월 10일), 인명진(印明鎭) 자유한국당 비상대책위원장(3월 11일), 나경원(羅卿瑗) 자유한국당 의원(3월 12일) 등을 만났다.
이는 친문·친박 세력을 배제한 ‘반문연대’를 결성하고, ‘개헌’과 ‘경제민주화’를 내세워 ‘문재인 대세론’에 도전하겠다는 김 전 대표의 의지가 담긴 행보라고 해석할 수 있다. 탈당 후, 김 전 대표는 사실상 대선에 뛰어들겠다는 의중도 드러냈다. 예전부터 그는 ‘킹메이커’는 되지 않겠다고 수차례 밝혀 왔고, 3월 10일 《중앙선데이》와의 인터뷰에선 “국민 분열을 해소하고 경제·외교 등 당면 과제를 해결할 능력과 자신이 없으면 대선 출마를 안 하는 것이 현명하다”면서 “난 스스로 자신이 없다고 생각하진 않는다”고 말했다. 이는 출마 선언 시기만 정해지지 않았을 뿐 김 전 대표의 마음은 이미 대선 출마 쪽으로 기울었다는 걸 의미한다. 김 전 대표의 최측근은 이와 관련해 “김 전 대표는 ‘경제, 외교, 안보에 집중하는 한편 21대 총선이 있는 2020년까지 개헌을 이뤄 7공화국을 준비하는 대통령이 되겠다’는 생각이 강했다”고 말했다.
“경제민주화는 보통 의지와 능력으로는 불가능 … 현재 후보 중엔 실천할 수 있는 사람 없어”
3월 13일자 《조선일보》에 따르면 대선 출마와 관련해 김종인 전 대표는 “어떤 당에 소속되지 않은 채, 내가 직접 나서는 방안도 적극 검토 중”이라고 했다. 김 전 대표가 대선에 나가려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내각제 개헌’과 ‘경제민주화’다. 김 전 대표는 ‘내각제 개헌’이 필요한가에 대해 이렇게 얘기했다.
“우리가 지난 70년 동안 대통령제 경험을 해 봤잖아요. 40년 동안은 권위주의적인 대통령을 가져 봤고 그 다음 30년 동안은 정치민주화가 이루어지면서 상대적으로 덜 권위적인 대통령제를 경험했는데 둘 다 본질적으로는 제왕적 대통령제였죠. 이제는 제왕적 대통령제가 문제라는 것을 국민들이 다 아는 거 아닌가요? 이른바 87년 체제 이후의 지난 30년을 보세요. 지금까지 성공한 대통령이 단 한 명도 없잖아요. 그 폐해가 극명하게 드러난 것이 박근혜(朴槿惠) 대통령 탄핵 아닙니까. 물론 훌륭한 대통령이 나와서 나라를 제대로 이끌어 가면 그런 얘기가 없어져 버렸겠죠. 우리 국민이 단 한 번도 그런 사람을 경험하지 못했잖아요. 제가 가장 심각하게 보는 것은 대통령 선거가 있을 때마다 차려지는 대선 캠프예요. 제가 보기에 거기에 몰려드는 사람들은 자리 사냥꾼들이에요. 전부 다 그렇다고 할 수는 없겠지만, 대부분이 그렇다는 말입니다. 자기가 도운 사람이 대통령에 당선되면 어디 자리 하나 얻을까 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거죠. 그런 사람들이 5년마다 한 번씩 자리를 차지하는데, 가면 기본적인 인사체계 자체가 혼란해질 수밖에 없어요. 권력에 따라서 사람이 바뀌니 국영기업체나 이런 데가 효율적으로 운영될 수 없다는 걸 우리가 경험하고 있잖아요. 그런 것을 바꾸지 않고는 이 변화된 새로운 사회에서 우리나라를 효율과 안정으로 끌고 가기가 힘들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개헌을 하자는 겁니다.” - 《월간조선》 2017년 2월호 중
김 전 대표는 ‘경제민주화론’의 저작권자다. 그 1987년 개헌 당시 〈국가는 균형 있는 국민경제의 성장 및 안정과 적정한 소득의 분배를 유지하고, 시장의 지배와 경제력의 남용을 방지하며, 경제주체 간의 조화를 통한 경제의 민주화를 위하여 경제에 관한 규제와 조정을 할 수 있다(헌법 119조 2항)〉고 한 이른바 ‘경제민주화 조항’ 신설을 주도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전 대표가 얘기하는 경제민주화란, 소수 대기업의 일방적인 시장지배를 규제하고, 원칙에 따라 공정한 거래와 경쟁이 이뤄지도록 하는 걸 의미한다. 김 전 대표는 2012년 대선 당시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 측에 양극화 해소와 대규모 경제 세력 개혁, 노동·복지 정책, 조세·재정 개혁 등 경제민주화를 향한 주요 정책 과제를 제시했지만, 제대로 실행되지 않았다고 평가한다. 현재 거론되는 대선 주자 중에서도 자신의 숙원인 ‘경제민주화’를 실천할 수 있는 사람이 없다고 생각한다. 다음은 《월간조선》 2월호에 보도된 김 전 대표 인터뷰에서 이와 관련한 부분을 발췌한 것이다.
〈— 거론되는 대선 후보 중 대표께서 생각하는 경제민주화를 잘 실천할 수 있는 분엔 어떤 사람이 있습니까.
“글쎄요. 솔직히 얘기해서 저는 그 점에 대해서는 아무도 안 믿어요.”
— 왜요.
“경제민주화를 실천하려면 보통 의지와 능력을 갖추지 않으면 할 수가 없어요. 말로는 하기가 쉽지만 실행하려고 할 때 여러 가지 압박을 감내하면서 관철해 낼 능력을 갖춰야 하는데, 그게 뭐 그렇게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에요. 확고한 신념과 실천하려는 투철한 의지가 필요한 일이에요. 경제민주화라는 게 우리나라 경제사회 구조에 대한 확고한 인식을 바탕으로 해야만 그런 생각을 할 수가 있는데 말이 좋아서 ‘경제민주화, 경제민주화’ 하지, 실질적으로 실천하려면 웬만한 의지로는 어려워요. 제가 보기에 그런 믿음을 가진 사람은 아직 한 사람도 보이지 않아요.”〉
“제3지대에서 김종인보다 경쟁력 있는 후보 찾기 쉽지 않아”
김종인 전 대표가 대선 주자로서 가진 대표적인 강점은 ‘경험’이다. 경제학자였던, 김 전 대표는 노태우 정부 시절 보건사회부 장관과 청와대 경제수석을 지내 이론과 실무에 밝다. 경제와 복지 분야의 국정 참여와 함께 1981년부터 지금까지 국회의원을 다섯 차례 역임하면서 쌓은 경험 덕분에 김 전 대표는 자신이 구상한 정책들을 설파할 수 있는 실력을 갖추고 있다. 개념조차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채 참모들이 입력한 대로 정책들을 읊조리는 일부 후보들과는 다른 점이다.
김 전 대표는 우파 성향 유권자들에겐 ‘확고한 안보관’으로, 좌파 성향 유권자들에겐 ‘경제민주화 전도사’로서 지지를 이끌어 낼 수 있다. 일각에선 김 전 대표의 ‘경제민주화’에 대해 ‘좌파 정책’이라고 비판하지만 2012년 총선과 대선에서 ‘시대정신’으로 자리매김했었고, 현재 상황이 당시보다 개선됐다고 얘기할 수 없기 때문에 ‘대기업 규제’와 ‘정부의 시장개입 확대’ 등을 지지하는 좌파 성향의 유권자들에겐 여전히 매력적인 구호일 수밖에 없다.
‘좌파적 경제관’과 달리 김 전 대표는 우파적 안보관을 지녔다. 그는 지난해 7월 11일 종말 단계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 찬반 논쟁이 치열할 당시 《한겨레》와의 인터뷰에서 “우리 경제가 이만큼 성장할 수 있었던 것은 한·미 상호방위조약 덕에 가능했다는 거다. 미군이 (사드를) 가져다 놓겠다고 결정하고 (우리 정부와) 협의해 놓았다. 우리가 찬성이냐 반대냐 따져야 할 차원을 넘어서 버렸다”고 말해 ‘사드 배치 반대는 불가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날, 김 전 대표는 ‘대북 퍼주기 정책’이라고 비판받는 이른바 ‘대북 포용정책’에 대해서도 비판했다.
“포용정책이란 것도 북한이 어느 정도 대화를 원하는 시점에서 가능했다. 지금처럼 계속 핵 개발하고 미사일 실험하는 상황에선 아무리 포용을 얘기해도 의미가 없다. (중략) 궁극적 목표인 평화와 통일을 위해 북한과 대화 채널은 어떤 형태로든 열어 놔야 하지만, 상황에 따라 전술적 목표는 달라질 수 있다.”
정동영(鄭東泳) 국민의당 의원은 “김 대표는 박근혜 대통령과 남북관계나 외교·안보에 대해 비슷한 생각을 가졌다”고 평가했을 정도로 김 전 대표의 안보관은 전통적인 여권 지지층의 생각과 유사하다. 이는 문재인 전 의원, 안희정 충남지사, 이재명 성남시장 등 야당 주요 후보들의 안보관을 우려하는 우파 성향 유권자들의 지지를 이끌어 낼 수 있는 김 전 대표의 강점이라고 얘기할 수 있다.
김 전 대표는 또 당내 패권을 장악했던 친문 세력의 전횡을 견제하고, ‘86 운동권’ 출신 ‘친문’들을 공천에서 배제했다. 그의 이런 쇄신 작업은 궤멸이 예상됐던 더불어민주당에 총선 승리를 안겼다. 이는 김 전 대표가 아니었다면 불가능했을 것이라는 게 정치권의 중론이다. 김 전 대표는 여소야대 상황에서 난마처럼 얽힌 정국을 풀어 가야 하는 차기 대통령에게 요구되는 지도력과 조정·관리 능력을 이미 보여줬던 셈이다. 이와 관련, ‘정치권 책사’ 윤여준(尹汝雋) 전 환경부장관은 김 전 대표의 경쟁력에 대해 다음과 같이 평했다.
“지금 제3지대를 얘기하기로 하면 그분보다 더 나은 경쟁력을 가진 후보를 찾기는 쉽지 않잖아요. 그리고 지금 우리가 앞으로 걱정하는 게 경제 위기와 안보 위기가 겹쳐서 온다는 거 아닙니까? 그럴 때는 상당히 경험이 많고 노련한 그리고 과단성 있는 리더십이 필요한데 그렇게 본다면 그동안 보여준 김종인 전 대표의 모습이 거기에 가장 부합하는 게 아니냐, 이렇게 생각하는 분들도 많아요.” - 3월 13일, CBS 라디오와의 인터뷰
김종인의 고령보다 촉박한 대선일이 더 큰 문제
‘동화은행 뇌물수수 사건’ ‘신군부의 국가보위비상대책위원회 참여’ 등 여러 약점이 있지만, 김종인 전 대표가 자신의 대선 출마의 가장 큰 장애물이라고 여기는 건 ‘나이’다. 1940년생인 김 전 대표는 올해 77세다. 현재 거론되는 대선 주자 중 가장 나이가 많은 문재인(64) 전 의원보다 13살 많다. 1965년생인 안희정 충남지사, 남경필 경기지사와는 25살 차이다. 건강은 개인차가 있고, 연령과 꼭 비례하는 건 아니라고 해도 김 전 대표가 대통령의 격무를 수행할 수 있을지 의문이 드는 건 어쩔 수 없다. 팔순을 바라보는 나이에 대권을 잡겠다는 것 자체가 ‘노욕(老慾)’ ‘노탐(老貪)’으로 보일 수도 있지만, 김대중(DJ) 전 대통령의 전례를 감안한다면 크게 비판받을 만한 일은 아니라고 얘기할 수 있다. 1924년생으로 알려진 DJ가 대통령에 취임했을 때 그의 나이는 74세였다. 지금의 김 전 대표와 불과 3살 차이밖에 나지 않는다.
‘고령’이란 약점에 대해 고민이 많았던 김 전 대표는 반기문(潘基文) 전 국제연합(UN) 사무총장의 대선 등판을 반겼다. 자신과 몇 살 차이 나지 않는 반 전 총장이 유력 대선 주자로 부상할수록 고령에 대한 유권자의 우려가 불식될 것이란 기대 때문이었다. 다음은 이와 관련한 김 전 대표 최측근의 이야기다.
“작년 12월, 반기문 총장이 귀국하기 직전이었어요. 김종인 박사는 반기문 총장이 들어오면 자신의 나이 핸디캡은 사라질 것 같다고 좋아하셨어요. ‘나 혼자만 나이가 많은 것처럼 사람들이 볼 수 있는데, 70대 중반인 반기문(73)이 오면 나이는 잊어버려도 될 것 같아’ 이러셨어요. 그 얘기 속에는 (대통령에) 한번 도전하고 싶은 욕망이 있는 거죠.”
한때 대선 주자 지지율 1위를 기록하고 ‘문재인 대항마’로 꼽히던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조차 활동 20일 만에 대선 불출마를 선언했는데, 그간 대선 주자로 거론되지도 않은 김 전 대표가 ‘반문연대’ 구심점 역할을 제대로 할 수 있을지, 조기 대선 정국에서 이른 시일 안에 후보 단일화를 할 수 있을지 회의적으로 보는 이들도 있다. 여론조사를 통해 드러난 유권자들의 시각도 이와 같다.
연합뉴스와 KBS가 코리아리서치에 의뢰해 3월 11~12일 남녀 유권자 2046명을 대상으로 한 여론조사 결과(신뢰도 95%, 표본오차 ±2.2%포인트, 응답률 14.1%)에 따르면 김 전 대표의 탈당과 반패권 개헌연대의 파급력이 없을 것이라고 답한 사람이 63.2%로 가장 많았다. 파급력이 클 것이라는 응답은 23.1%에 그쳤고, 13.7%는 모른다고 답했거나 응답하지 않았다. 유권자들이 ‘반문연대’ 결집이 쉽지 않을 것으로 본 셈이다. 이에 대해 앞서 언급된 김 전 대표의 최측근은 여러 시나리오를 언급했다.
“김무성(金武星) 대표가 문재인과 안철수를 제외한 제3의 후보로 김 박사(김종인)를 모실 생각이 있다면 한 번 싸워 볼 만하죠. ‘대통령 파면’과 함께 심판을 받은 골수 친박을 뺀 나머지를 제3지대에서 만나 연대하는 방법, 바른정당으로 모두 들어오게 하는 방법이 있겠죠. 여기에 유승민이 동의하느냐의 문제가 있어요. 불과 두 달 뒤에 대선을 치러야 하는데 서로 ‘네가 날 도와라’라고 하면서 시간을 허비하면 안 되니까 유승민 의원과 경선을 하는 것도 필요하겠죠.”
자유한국당, 바른정당, 국민의당의 ‘김종인 모시기’ 경쟁
김종인 전 대표는 탈당하면서 “다른 당엔 입당하지 않겠다”고 말했지만, 현재 더불어민주당을 제외한 각 정당은 ‘김종인 모시기’ 경쟁에 나섰다. 자유한국당 정우택 원내대표는 3월 7일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분권형 대통령제 형태에서의 대통령이라면 국민은 풍부한 사회경험과 경륜을 가진, 국가원수로서의 ‘깜’이 되는 사람을 찾을 것이다. 그런 점에서 김종인 전 대표는 굉장한 장점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대선 불출마를 선언한 뒤 ‘킹메이커’를 꿈꾸는, 바른정당 김무성 의원은 “친박 패권에서 친문 패권으로 패권이 교체되면 대한민국 민주주의가 심각한 위협을 받는 것”이라며 “김 전 대표는 통합이 큰 과제이고 그것에 최선을 다한다고 했는데, 그의 소신과 우리의 소신은 같다”고 말했다.
3월 10일 헌법재판소의 박근혜 대통령 파면 결정 이후 지도부 총사퇴를 감행한 바른정당은 조만간 비상대책위원회를 조직할 예정이다. 현재 비대위원장으로 언급되는 인물이 김 전 대표와 김무성 의원이지만, 김 전 대표의 경우 “내가 또 다른 당에 가서 비대위원장을 어떻게 하겠냐?”며 이를 일축했다. 정치권에선 김 의원이 비대위원장이 될 경우 지지율이 미미한 유승민 의원과 남경필 지사 대신 김 전 대표를 대선 후보로 세울 것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다.
박지원 국민의당 대표는 김 전 대표 탈당에 대해 “민주당의 총선 승리를 이끈 공로가 있는데도 정치 발전을 위해 의원직까지 버린 결단을 높이 평가한다”며 “그분이 원하는 개헌과 경제민주화, 패권정치의 종식을 위해서 국민의당이 같이 협력할 용의가 있다”고 밝혔다.
국민의당에 입당해 대선 후보 경선을 준비하는 손학규 전 경기지사는 “문 전 대표를 중심으로 형성되는 패권세력, 이것은 박근혜 후보, 박근혜 대통령의 권력보다 더하면 더했지 못할 것이 아니다”라며 “김 전 대표와 손학규, 국민의당이 중심이 돼 개혁세력을 연합·연대해 문재인 전 대표를 이기자”고 했다고 말했다.
안철수, “정치공학적 이합집산 경계한다”며 빅텐트에 부정적 입장 밝혀
19대 대선이 5월 9일에 치러질 것으로 점쳐지는 상황에서 김종인 전 대표가 ‘반문연대’란 빅텐트를 구축하는 데는 제약이 많다. 이 중 가장 큰 걸림돌은 ‘안철수(安哲秀)’다. 안철수 국민의당 의원은 “이번 대선은 문재인과 안철수의 양자대결이 될 것”이라고 주장해 왔다. 이는 2012년 대선 과정에서 예비후보 사퇴를 해 결과적으로 문재인 전 의원과 ‘후보 단일화’를 했던 안 의원이 이번 대선엔 꼭 출마하겠다는 뜻을 강조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자유한국당과 바른정당이 마땅한 대선 후보를 내지 못하는 상황에서 자신이 출마한다면 중도·보수층의 지지를 받아 문 전 의원을 이길 수 있다는 계산도 깔린 듯하다.
이런 까닭에 안 의원은 김 전 대표가 ‘반문연대’ 구심점 역할을 자임한 데 대해 부정적인 시각을 드러냈다. 그는 김 전 대표의 ‘빅텐트론’에 대해 “예전처럼 연대론을 포함해 정치공학적 이합집산에 관심이 쏠리다 보면 이벤트 중심으로 선거가 흐를 수 있는 점을 굉장히 경계하고 있다”고 말했다.
안 의원이 김 전 대표 구상에 반대하는 이유는 앞서 언급한 정치적 계산뿐 아니라 개인적인 구원(舊怨)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안 의원이 정치에 투신하기 전 김 전 대표는 안 의원을 지도자 감으로 보고 ‘경제 멘토’를 자처했다. “멘토만 300명”이라고 했던 안 의원은 김 전 대표 조언에 귀 기울이지 않았고, 김 전 대표는 대안으로 박근혜 당시 한나라당 비상대책위원장에게 갔다.
‘악연’을 쌓은 김 전 대표와 안 의원은 지난해 20대 총선 과정에서 사실상 회복 불가능한 관계가 됐다. 당시 김 전 대표는 새정치민주연합에서 떨어져 나간 국민의당과 관련해 “안철수만 빼고 더불어민주당으로 다시 온다면 받아 주겠다”고 말했다. 안 의원은 “김 대표가 오만한 말까지 서슴지 않고 있다”면서 “국민의당, 제3당이 우뚝 서는 것을 방해하고 저지하려는 정치공작”이라고 했다.
김 전 대표는 또 지난해 3월 16일 언론인 연구・친목단체 ‘관훈클럽’ 주최 ‘관훈토론회’에서 국민의당에 대해 “안철수 대표가 후보가 되기 위해 탈당해 안철수당이 만들어졌다” “갑작스레 특정인이 주도해 정당이 출현하는 게 납득이 가지 않는다”라고 비판했다.
이후에도 두 사람은 감정 섞인 말을 주고받으며 신경전을 벌였다. 최근 김 전 대표는 안희정 지사, 안철수 의원, 유승민 의원, 남경필 지사, 손학규 전 지사, 정운찬 전 국무총리 등에게 다 함께 만나자고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과연 김종인은 ‘빅텐트’를 펼칠 수 있을까.⊙
당내에서 더는 자신의 역할이 없다고 판단한 김 전 대표는 3월 6일 탈당을 선언한 뒤 광폭 행보를 하고 있다. 손학규(孫鶴圭) 전 경기도지사(3월 7일), 더불어민주당 비문계 의원들(3월 9일), 유승민(劉承旼) 바른정당 의원(3월 9일), 남경필(南景弼) 경기도지사(3월 10일), 인명진(印明鎭) 자유한국당 비상대책위원장(3월 11일), 나경원(羅卿瑗) 자유한국당 의원(3월 12일) 등을 만났다.
이는 친문·친박 세력을 배제한 ‘반문연대’를 결성하고, ‘개헌’과 ‘경제민주화’를 내세워 ‘문재인 대세론’에 도전하겠다는 김 전 대표의 의지가 담긴 행보라고 해석할 수 있다. 탈당 후, 김 전 대표는 사실상 대선에 뛰어들겠다는 의중도 드러냈다. 예전부터 그는 ‘킹메이커’는 되지 않겠다고 수차례 밝혀 왔고, 3월 10일 《중앙선데이》와의 인터뷰에선 “국민 분열을 해소하고 경제·외교 등 당면 과제를 해결할 능력과 자신이 없으면 대선 출마를 안 하는 것이 현명하다”면서 “난 스스로 자신이 없다고 생각하진 않는다”고 말했다. 이는 출마 선언 시기만 정해지지 않았을 뿐 김 전 대표의 마음은 이미 대선 출마 쪽으로 기울었다는 걸 의미한다. 김 전 대표의 최측근은 이와 관련해 “김 전 대표는 ‘경제, 외교, 안보에 집중하는 한편 21대 총선이 있는 2020년까지 개헌을 이뤄 7공화국을 준비하는 대통령이 되겠다’는 생각이 강했다”고 말했다.
“경제민주화는 보통 의지와 능력으로는 불가능 … 현재 후보 중엔 실천할 수 있는 사람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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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인 전 대표(우)는 3월 9일 서울시 영등포구 여의도의 한 식당에서 유승민 바른정당 의원(좌)과 오찬 회동을 했다. 사진=조선일보 |
“우리가 지난 70년 동안 대통령제 경험을 해 봤잖아요. 40년 동안은 권위주의적인 대통령을 가져 봤고 그 다음 30년 동안은 정치민주화가 이루어지면서 상대적으로 덜 권위적인 대통령제를 경험했는데 둘 다 본질적으로는 제왕적 대통령제였죠. 이제는 제왕적 대통령제가 문제라는 것을 국민들이 다 아는 거 아닌가요? 이른바 87년 체제 이후의 지난 30년을 보세요. 지금까지 성공한 대통령이 단 한 명도 없잖아요. 그 폐해가 극명하게 드러난 것이 박근혜(朴槿惠) 대통령 탄핵 아닙니까. 물론 훌륭한 대통령이 나와서 나라를 제대로 이끌어 가면 그런 얘기가 없어져 버렸겠죠. 우리 국민이 단 한 번도 그런 사람을 경험하지 못했잖아요. 제가 가장 심각하게 보는 것은 대통령 선거가 있을 때마다 차려지는 대선 캠프예요. 제가 보기에 거기에 몰려드는 사람들은 자리 사냥꾼들이에요. 전부 다 그렇다고 할 수는 없겠지만, 대부분이 그렇다는 말입니다. 자기가 도운 사람이 대통령에 당선되면 어디 자리 하나 얻을까 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거죠. 그런 사람들이 5년마다 한 번씩 자리를 차지하는데, 가면 기본적인 인사체계 자체가 혼란해질 수밖에 없어요. 권력에 따라서 사람이 바뀌니 국영기업체나 이런 데가 효율적으로 운영될 수 없다는 걸 우리가 경험하고 있잖아요. 그런 것을 바꾸지 않고는 이 변화된 새로운 사회에서 우리나라를 효율과 안정으로 끌고 가기가 힘들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개헌을 하자는 겁니다.” - 《월간조선》 2017년 2월호 중
김 전 대표는 ‘경제민주화론’의 저작권자다. 그 1987년 개헌 당시 〈국가는 균형 있는 국민경제의 성장 및 안정과 적정한 소득의 분배를 유지하고, 시장의 지배와 경제력의 남용을 방지하며, 경제주체 간의 조화를 통한 경제의 민주화를 위하여 경제에 관한 규제와 조정을 할 수 있다(헌법 119조 2항)〉고 한 이른바 ‘경제민주화 조항’ 신설을 주도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전 대표가 얘기하는 경제민주화란, 소수 대기업의 일방적인 시장지배를 규제하고, 원칙에 따라 공정한 거래와 경쟁이 이뤄지도록 하는 걸 의미한다. 김 전 대표는 2012년 대선 당시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 측에 양극화 해소와 대규모 경제 세력 개혁, 노동·복지 정책, 조세·재정 개혁 등 경제민주화를 향한 주요 정책 과제를 제시했지만, 제대로 실행되지 않았다고 평가한다. 현재 거론되는 대선 주자 중에서도 자신의 숙원인 ‘경제민주화’를 실천할 수 있는 사람이 없다고 생각한다. 다음은 《월간조선》 2월호에 보도된 김 전 대표 인터뷰에서 이와 관련한 부분을 발췌한 것이다.
〈— 거론되는 대선 후보 중 대표께서 생각하는 경제민주화를 잘 실천할 수 있는 분엔 어떤 사람이 있습니까.
“글쎄요. 솔직히 얘기해서 저는 그 점에 대해서는 아무도 안 믿어요.”
— 왜요.
“경제민주화를 실천하려면 보통 의지와 능력을 갖추지 않으면 할 수가 없어요. 말로는 하기가 쉽지만 실행하려고 할 때 여러 가지 압박을 감내하면서 관철해 낼 능력을 갖춰야 하는데, 그게 뭐 그렇게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에요. 확고한 신념과 실천하려는 투철한 의지가 필요한 일이에요. 경제민주화라는 게 우리나라 경제사회 구조에 대한 확고한 인식을 바탕으로 해야만 그런 생각을 할 수가 있는데 말이 좋아서 ‘경제민주화, 경제민주화’ 하지, 실질적으로 실천하려면 웬만한 의지로는 어려워요. 제가 보기에 그런 믿음을 가진 사람은 아직 한 사람도 보이지 않아요.”〉
“제3지대에서 김종인보다 경쟁력 있는 후보 찾기 쉽지 않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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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전 대표는 자유한국당, 바른정당, 국민의당 인사들과 연쇄 회동을 하면서 문재인에 대항하는 ‘반문연대’ 구축에 힘쓰고 있다. 사진=조선일보 |
김 전 대표는 우파 성향 유권자들에겐 ‘확고한 안보관’으로, 좌파 성향 유권자들에겐 ‘경제민주화 전도사’로서 지지를 이끌어 낼 수 있다. 일각에선 김 전 대표의 ‘경제민주화’에 대해 ‘좌파 정책’이라고 비판하지만 2012년 총선과 대선에서 ‘시대정신’으로 자리매김했었고, 현재 상황이 당시보다 개선됐다고 얘기할 수 없기 때문에 ‘대기업 규제’와 ‘정부의 시장개입 확대’ 등을 지지하는 좌파 성향의 유권자들에겐 여전히 매력적인 구호일 수밖에 없다.
‘좌파적 경제관’과 달리 김 전 대표는 우파적 안보관을 지녔다. 그는 지난해 7월 11일 종말 단계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 찬반 논쟁이 치열할 당시 《한겨레》와의 인터뷰에서 “우리 경제가 이만큼 성장할 수 있었던 것은 한·미 상호방위조약 덕에 가능했다는 거다. 미군이 (사드를) 가져다 놓겠다고 결정하고 (우리 정부와) 협의해 놓았다. 우리가 찬성이냐 반대냐 따져야 할 차원을 넘어서 버렸다”고 말해 ‘사드 배치 반대는 불가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날, 김 전 대표는 ‘대북 퍼주기 정책’이라고 비판받는 이른바 ‘대북 포용정책’에 대해서도 비판했다.
“포용정책이란 것도 북한이 어느 정도 대화를 원하는 시점에서 가능했다. 지금처럼 계속 핵 개발하고 미사일 실험하는 상황에선 아무리 포용을 얘기해도 의미가 없다. (중략) 궁극적 목표인 평화와 통일을 위해 북한과 대화 채널은 어떤 형태로든 열어 놔야 하지만, 상황에 따라 전술적 목표는 달라질 수 있다.”
정동영(鄭東泳) 국민의당 의원은 “김 대표는 박근혜 대통령과 남북관계나 외교·안보에 대해 비슷한 생각을 가졌다”고 평가했을 정도로 김 전 대표의 안보관은 전통적인 여권 지지층의 생각과 유사하다. 이는 문재인 전 의원, 안희정 충남지사, 이재명 성남시장 등 야당 주요 후보들의 안보관을 우려하는 우파 성향 유권자들의 지지를 이끌어 낼 수 있는 김 전 대표의 강점이라고 얘기할 수 있다.
김 전 대표는 또 당내 패권을 장악했던 친문 세력의 전횡을 견제하고, ‘86 운동권’ 출신 ‘친문’들을 공천에서 배제했다. 그의 이런 쇄신 작업은 궤멸이 예상됐던 더불어민주당에 총선 승리를 안겼다. 이는 김 전 대표가 아니었다면 불가능했을 것이라는 게 정치권의 중론이다. 김 전 대표는 여소야대 상황에서 난마처럼 얽힌 정국을 풀어 가야 하는 차기 대통령에게 요구되는 지도력과 조정·관리 능력을 이미 보여줬던 셈이다. 이와 관련, ‘정치권 책사’ 윤여준(尹汝雋) 전 환경부장관은 김 전 대표의 경쟁력에 대해 다음과 같이 평했다.
“지금 제3지대를 얘기하기로 하면 그분보다 더 나은 경쟁력을 가진 후보를 찾기는 쉽지 않잖아요. 그리고 지금 우리가 앞으로 걱정하는 게 경제 위기와 안보 위기가 겹쳐서 온다는 거 아닙니까? 그럴 때는 상당히 경험이 많고 노련한 그리고 과단성 있는 리더십이 필요한데 그렇게 본다면 그동안 보여준 김종인 전 대표의 모습이 거기에 가장 부합하는 게 아니냐, 이렇게 생각하는 분들도 많아요.” - 3월 13일, CBS 라디오와의 인터뷰
김종인의 고령보다 촉박한 대선일이 더 큰 문제
‘동화은행 뇌물수수 사건’ ‘신군부의 국가보위비상대책위원회 참여’ 등 여러 약점이 있지만, 김종인 전 대표가 자신의 대선 출마의 가장 큰 장애물이라고 여기는 건 ‘나이’다. 1940년생인 김 전 대표는 올해 77세다. 현재 거론되는 대선 주자 중 가장 나이가 많은 문재인(64) 전 의원보다 13살 많다. 1965년생인 안희정 충남지사, 남경필 경기지사와는 25살 차이다. 건강은 개인차가 있고, 연령과 꼭 비례하는 건 아니라고 해도 김 전 대표가 대통령의 격무를 수행할 수 있을지 의문이 드는 건 어쩔 수 없다. 팔순을 바라보는 나이에 대권을 잡겠다는 것 자체가 ‘노욕(老慾)’ ‘노탐(老貪)’으로 보일 수도 있지만, 김대중(DJ) 전 대통령의 전례를 감안한다면 크게 비판받을 만한 일은 아니라고 얘기할 수 있다. 1924년생으로 알려진 DJ가 대통령에 취임했을 때 그의 나이는 74세였다. 지금의 김 전 대표와 불과 3살 차이밖에 나지 않는다.
‘고령’이란 약점에 대해 고민이 많았던 김 전 대표는 반기문(潘基文) 전 국제연합(UN) 사무총장의 대선 등판을 반겼다. 자신과 몇 살 차이 나지 않는 반 전 총장이 유력 대선 주자로 부상할수록 고령에 대한 유권자의 우려가 불식될 것이란 기대 때문이었다. 다음은 이와 관련한 김 전 대표 최측근의 이야기다.
“작년 12월, 반기문 총장이 귀국하기 직전이었어요. 김종인 박사는 반기문 총장이 들어오면 자신의 나이 핸디캡은 사라질 것 같다고 좋아하셨어요. ‘나 혼자만 나이가 많은 것처럼 사람들이 볼 수 있는데, 70대 중반인 반기문(73)이 오면 나이는 잊어버려도 될 것 같아’ 이러셨어요. 그 얘기 속에는 (대통령에) 한번 도전하고 싶은 욕망이 있는 거죠.”
한때 대선 주자 지지율 1위를 기록하고 ‘문재인 대항마’로 꼽히던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조차 활동 20일 만에 대선 불출마를 선언했는데, 그간 대선 주자로 거론되지도 않은 김 전 대표가 ‘반문연대’ 구심점 역할을 제대로 할 수 있을지, 조기 대선 정국에서 이른 시일 안에 후보 단일화를 할 수 있을지 회의적으로 보는 이들도 있다. 여론조사를 통해 드러난 유권자들의 시각도 이와 같다.
연합뉴스와 KBS가 코리아리서치에 의뢰해 3월 11~12일 남녀 유권자 2046명을 대상으로 한 여론조사 결과(신뢰도 95%, 표본오차 ±2.2%포인트, 응답률 14.1%)에 따르면 김 전 대표의 탈당과 반패권 개헌연대의 파급력이 없을 것이라고 답한 사람이 63.2%로 가장 많았다. 파급력이 클 것이라는 응답은 23.1%에 그쳤고, 13.7%는 모른다고 답했거나 응답하지 않았다. 유권자들이 ‘반문연대’ 결집이 쉽지 않을 것으로 본 셈이다. 이에 대해 앞서 언급된 김 전 대표의 최측근은 여러 시나리오를 언급했다.
“김무성(金武星) 대표가 문재인과 안철수를 제외한 제3의 후보로 김 박사(김종인)를 모실 생각이 있다면 한 번 싸워 볼 만하죠. ‘대통령 파면’과 함께 심판을 받은 골수 친박을 뺀 나머지를 제3지대에서 만나 연대하는 방법, 바른정당으로 모두 들어오게 하는 방법이 있겠죠. 여기에 유승민이 동의하느냐의 문제가 있어요. 불과 두 달 뒤에 대선을 치러야 하는데 서로 ‘네가 날 도와라’라고 하면서 시간을 허비하면 안 되니까 유승민 의원과 경선을 하는 것도 필요하겠죠.”
김종인 전 대표는 탈당하면서 “다른 당엔 입당하지 않겠다”고 말했지만, 현재 더불어민주당을 제외한 각 정당은 ‘김종인 모시기’ 경쟁에 나섰다. 자유한국당 정우택 원내대표는 3월 7일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분권형 대통령제 형태에서의 대통령이라면 국민은 풍부한 사회경험과 경륜을 가진, 국가원수로서의 ‘깜’이 되는 사람을 찾을 것이다. 그런 점에서 김종인 전 대표는 굉장한 장점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대선 불출마를 선언한 뒤 ‘킹메이커’를 꿈꾸는, 바른정당 김무성 의원은 “친박 패권에서 친문 패권으로 패권이 교체되면 대한민국 민주주의가 심각한 위협을 받는 것”이라며 “김 전 대표는 통합이 큰 과제이고 그것에 최선을 다한다고 했는데, 그의 소신과 우리의 소신은 같다”고 말했다.
3월 10일 헌법재판소의 박근혜 대통령 파면 결정 이후 지도부 총사퇴를 감행한 바른정당은 조만간 비상대책위원회를 조직할 예정이다. 현재 비대위원장으로 언급되는 인물이 김 전 대표와 김무성 의원이지만, 김 전 대표의 경우 “내가 또 다른 당에 가서 비대위원장을 어떻게 하겠냐?”며 이를 일축했다. 정치권에선 김 의원이 비대위원장이 될 경우 지지율이 미미한 유승민 의원과 남경필 지사 대신 김 전 대표를 대선 후보로 세울 것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다.
박지원 국민의당 대표는 김 전 대표 탈당에 대해 “민주당의 총선 승리를 이끈 공로가 있는데도 정치 발전을 위해 의원직까지 버린 결단을 높이 평가한다”며 “그분이 원하는 개헌과 경제민주화, 패권정치의 종식을 위해서 국민의당이 같이 협력할 용의가 있다”고 밝혔다.
국민의당에 입당해 대선 후보 경선을 준비하는 손학규 전 경기지사는 “문 전 대표를 중심으로 형성되는 패권세력, 이것은 박근혜 후보, 박근혜 대통령의 권력보다 더하면 더했지 못할 것이 아니다”라며 “김 전 대표와 손학규, 국민의당이 중심이 돼 개혁세력을 연합·연대해 문재인 전 대표를 이기자”고 했다고 말했다.
안철수, “정치공학적 이합집산 경계한다”며 빅텐트에 부정적 입장 밝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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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돈 국민의당 의원에 따르면 김종인 전 대표(좌)는 한때 안철수 국민의당 의원(우)의 경제 멘토였지만, 현재 두 사람의 관계는 곁에 있어도 말 한마디 하지 않을 정도로 악화됐다. 사진=조선일보 |
이런 까닭에 안 의원은 김 전 대표가 ‘반문연대’ 구심점 역할을 자임한 데 대해 부정적인 시각을 드러냈다. 그는 김 전 대표의 ‘빅텐트론’에 대해 “예전처럼 연대론을 포함해 정치공학적 이합집산에 관심이 쏠리다 보면 이벤트 중심으로 선거가 흐를 수 있는 점을 굉장히 경계하고 있다”고 말했다.
안 의원이 김 전 대표 구상에 반대하는 이유는 앞서 언급한 정치적 계산뿐 아니라 개인적인 구원(舊怨)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안 의원이 정치에 투신하기 전 김 전 대표는 안 의원을 지도자 감으로 보고 ‘경제 멘토’를 자처했다. “멘토만 300명”이라고 했던 안 의원은 김 전 대표 조언에 귀 기울이지 않았고, 김 전 대표는 대안으로 박근혜 당시 한나라당 비상대책위원장에게 갔다.
‘악연’을 쌓은 김 전 대표와 안 의원은 지난해 20대 총선 과정에서 사실상 회복 불가능한 관계가 됐다. 당시 김 전 대표는 새정치민주연합에서 떨어져 나간 국민의당과 관련해 “안철수만 빼고 더불어민주당으로 다시 온다면 받아 주겠다”고 말했다. 안 의원은 “김 대표가 오만한 말까지 서슴지 않고 있다”면서 “국민의당, 제3당이 우뚝 서는 것을 방해하고 저지하려는 정치공작”이라고 했다.
김 전 대표는 또 지난해 3월 16일 언론인 연구・친목단체 ‘관훈클럽’ 주최 ‘관훈토론회’에서 국민의당에 대해 “안철수 대표가 후보가 되기 위해 탈당해 안철수당이 만들어졌다” “갑작스레 특정인이 주도해 정당이 출현하는 게 납득이 가지 않는다”라고 비판했다.
이후에도 두 사람은 감정 섞인 말을 주고받으며 신경전을 벌였다. 최근 김 전 대표는 안희정 지사, 안철수 의원, 유승민 의원, 남경필 지사, 손학규 전 지사, 정운찬 전 국무총리 등에게 다 함께 만나자고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과연 김종인은 ‘빅텐트’를 펼칠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