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원순, 주요 선진국엔 내구연한 기준 없는데도 “차령(車齡) 20년 이상 전동차 폐기하겠다” 주장
⊙ 서울시, 지하철 2·3호선 노후 전동차 교체 예산 없다며 정부에 국비 지원 요구
⊙ 서울시, 2011~2017년 박원순표 사업 5개에 3600억원 집행 또는 편성
⊙ “5년간 2000억원 규모 마을 사업 진행… 얼마나 효과 있었나 고민” (서울시 마을공동체위원회 위원)
⊙ 서울메트로, 2011~2015년 직원 연봉 인상률 30%… 같은 기간 공공부문 임금인상률 12%의 2.5배
⊙ 서울시, 지하철 2·3호선 노후 전동차 교체 예산 없다며 정부에 국비 지원 요구
⊙ 서울시, 2011~2017년 박원순표 사업 5개에 3600억원 집행 또는 편성
⊙ “5년간 2000억원 규모 마을 사업 진행… 얼마나 효과 있었나 고민” (서울시 마을공동체위원회 위원)
⊙ 서울메트로, 2011~2015년 직원 연봉 인상률 30%… 같은 기간 공공부문 임금인상률 12%의 2.5배
- 박원순 시장은 2014년 5월 서울 지하철 2호선 상왕십리역에서 열차 추돌 사고가 발생해 380여 명이 다치고, 재산 피해 28억원이 발생했을 때도 ‘노후 전동차 교체’를 선언했었다.
1월 22일, 서울특별시 산하 서울메트로 지하철 2호선 잠실새내역(옛 신천역)에서 화재 사고가 났다. 이날 오전 6시28분쯤 잠실역에서 잠실새내역으로 진입하던 열차의 두 번째 칸 아래 배터리에서 불꽃이 튀면서 불이 붙었다.
화재 발생 직후, 해당 열차 기관실에서는 승객들에게 “차량 안에서 잠시 대기해 달라”고 안내했지만, 열차 안에 있던 승객과 지하철 역사에 있던 사람들은 스스로 즉각 대피했다. 특히 불이 난 두 번째 칸, 그와 인접한 첫째, 셋째 칸 승객들은 외부에서 연기가 들어오자 전동차 문과 스크린도어를 열고 급하게 빠져나왔다. 폐쇄 공간인 차량 내부에 유독 연기가 유입돼 이를 흡입한다면, 1~2분 사이에 대형 참사로 번질 수도 있는 상황이었지만, 불이 크게 번지지 않아 사상자는 발생하지 않았다.
박원순, 화재 원인을 ‘차량 노후화’라고 얘기했지만…
박원순(朴元淳) 서울시장은 같은 날 오후 KBS 〈대선주자에게 듣는다〉에 출연해 사고 전동차가 노후화해 불이 났다는 취지로 얘기했다. 다음은 당시 프로그램 사회자와 박 시장의 문답이다.
— 오늘 서울 지하철 2호선 잠실새내역 구간을 달리던 전동차에서 불이 났거든요. 그래서 대피하는 일이 있었고. 다행히 인명피해는 없었습니다만, 시장님이 현장 가서 지휘하셨나요?
“(전략) 제가 보고를 받아보니까 그게 한 20년 이상 노후화된 전동차더라고요. 지금 서울시의 지하철이란 게 전반적으로 사실 노후화돼 있습니다. 서울시 예산만으로는 힘든데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1000억원 이상 배치해서 20년 이상 된 전동차는 금년에 갈기로 이렇게 돼 있는데 또 거기서 사고가 있었습니다. 어쨌든 이런 사고는 절대 없어야 되겠죠.”
박 시장은 잠실새내역 사고 전동차를 가리켜 “20년 이상 노후화된 전동차”라고 했다. 그에 따르면 서울 지하철 1·2·3·4호선을 운영하는 서울메트로의 보유 전동차 1954량의 61%인 1184량이 여기에 해당하지만, 현행법상 전동차의 사용 내구연한은 존재하지 않는다.
2009년 개정된 ‘도시철도법’은 당초 도시철도 차량의 사용 내구연한을 25년으로 규정했다. 그 이후 제작된 차량의 경우엔 “발주 시 제작사양서에 명시한 수명(통상 30년)까지로 하되, 수명이 명시되지 아니한 경우에는 25년으로 한다”고 정했다. 같은 법률의 규칙은 “정밀진단자가 실시하는 정밀진단 결과 안전 운행에 적합하다고 인정된 도시철도 차량에 대한 사용 내구연한의 연장은 그 도시철도 차량의 사용 내구연한 만료일의 다음날부터 15년의 범위 내에서 정밀진단자가 인정하는 기간까지로 한다”고 밝혔다. 내구연한이 도래하더라도 ‘도시철도 차량 정밀진단 지침’에 따른 점검 결과 ‘적합’ 판정을 받으면 최장 40년까지 운행할 수 있다는 얘기다.
이는 1970~80년대보다 차량 제작 기술, 소재·부품의 품질 발전에 따른 차량 내구성 향상, 관리·점검 체계화 등으로 인해 차량 수명이 당초 내구연한보다 늘어난 점을 감안한 조치다.
외국에선 도입 후 최장 50년까지 전동차 운용
2014년 3월부터는 ‘철도안전법’에 의해 또 전동차 사용 내구연한 기준이 변경됐다. ‘철도안전법’ 7조 5항에 따라 국토교통부가 고시한 ‘철도안전관리체계 기술기준’에 의하면 도시철도 차량이 내구연한을 초과하더라도 5년 주기로 계속사용 여부를 평가해 연장사용할 수 있다.
한국철도기술연구원 광역도시철도융합연구실장 정종덕씨 등이 발표한 논문 〈도시철도 차량의 내구연수에 대한 기초 연구(2008년)〉에 따르면 주요 선진국들도 전동차의 내구연한을 따로 정하지 않는다. 다음은 해당 논문 중 관련 부분을 발췌한 것이다.
〈국외의 경우 철도선진국인 영국, 미국, 일본 등에서는 사용 내구연한 및 폐차 기준에 대해 국가적인 법규로 규제하고 있지 않다. 일본에서는 사용 내구연한에 대한 제한이 없으며, 연명공사를 운영처 자율로 시행하고 있고 (중략) 영국에서는 내구연한 및 폐차에 대한 규정이 없으며, 철도차량을 안전하고 경제적으로 오래 사용하는 것은 차량 소유주나 운영자의 소관이다. 미국의 경우도 내구연한에 대한 규제가 없으며, 각 운영사에서 철도차량 도입 시 정기 검수 및 전반 검사 계획을 수립하여 시행하고, 감독기관에서는 수립된 계획의 이행 여부 및 수행 결과의 적합성을 관리, 감독하고 있다.〉
서울메트로 사장 직무대행을 지낸 정수영씨 등은 2012년에 낸 논문 〈LCC분석을 통한 도시철도 전동차의 경제적 사용 내구연한 추정—서울메트로 사례를 중심으로〉에서 전동차 최소 내구연한이 40년 이상인 미국과 독일의 지하철 운영사 사례를 제시하면서 〈해외철도 운영사의 경우 사용기간이 최장 50년까지 효율적으로 운용하고 있음을 볼 수 있다. 이처럼 기술 측면과 비용 측면을 고려한 전동차의 효율적인 운용이 필요하다〉고 기술했다.
종합하면 철도 전문가들은 전동차에 절대적인 내구연한은 존재하지 않으며, 구형 차량이라도 공공재인 만큼 경제성을 고려해 운용해야 한다고 제언한 셈이다. 단순히 차령만을 놓고 ‘노후 차량’으로 규정한 뒤 폐기하려는 건 세금 낭비를 초래할 수 있다는 얘기다.
잠실새내역 화재 사고는 차량 노후화보다는 서울메트로의 부실한 정비·점검이 원인일 가능성이 있다. 서울메트로는 자사 홈페이지에 전동차 정비 체계에 대해 자세하게 기술해 놨다. 이에 따르면 서울메트로가 운용하는 전동차는 경정비(4단계), 중정비(2단계) 등의 정기검사를 받는다.
경(輕)정비엔 매일 출고에 앞서 하는 기동점검, 입고 시에 각종 기기 및 마모 부품을 살피는 도착점검, 72시간 이내에 주요 부품과 기능을 확인하는 일상점검, 2~3개월 또는 주행거리 3만~5만km마다 기기 상태와 기능을 점검하는 월상검사가 있다.
중(重)정비엔 각각 2~3년(30만~50만km), 4~6년(60만~100만km)마다 부품을 분해·검사하고, 수선해 성능을 시험하는 중간검사와 전반검사가 있다. 이 밖에 이상 징후 발생 시 비정기적인 임시검사를 시행한다.
잠실새내역 화재 발생 전동차의 경우에도 기간별로 체계화된 점검을 받았다. 사고일 이틀 전엔 주요 부품 기능을 확인하는 일상점검을 받았다. 그럼에도 전동차의 핵심 부품인 배터리의 결함을 발견하지 못했고, 결국 화재 사고가 났다.
왜 그 숱한 점검 과정에서 문제점이 발견되지 않은 것일까. 서울메트로의 정비·점검과 서울메트로에 대한 서울시의 관리·감독이 제대로 이뤄졌는지 의구심이 들 수밖에 없는 이유다. 2014년 5월, 서울 지하철 2호선 상왕십리역에서 열차 추돌 사고로 380여 명이 다치고, 재산 피해 28억원이 발생했을 때도 박 시장은 “전체의 59%인 노후 전동차를 전면 교체해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사고 원인은 서울메트로 직원들의 신호기 유지·보수 및 열차 관제 업무상의 과실이었다.
서울시, “노후 전동차 교체하고 싶지만 정부가 외면해”
그럼에도 ‘박원순 서울시’는 전동차 화재 사고 원인을 파악하지 않은 상태에서 2022년까지 서울메트로의 제작된 지 25년이 넘은 전동차 620량을 전부 교체할 예정이다. 이와 함께 자체 예산만으로는 역부족이므로 정부가 국비 지원을 해달라고 주장한다.
김태호 서울메트로 사장은 1월 23일 기자회견에서 이런 교체 계획을 강조하면서 “전동차 노후화에 따른 교체 물량이 많은데 공사 부채가 많아 자체적으로 충당하기가 어려워 정부에 예산 지원을 요청하고 있다”고 밝혔다.
윤준병 서울시 도시교통본부장도 2월 3일 《서울신문》에 기고한 ‘서울지하철 안전, 정부의 지원 절실’을 통해 “자체 예산만으로는 노후 전동차를 교체하기 어려운 서울시 사정을 정부가 외면하고 있다”는 취지의 주장을 했다.
〈지난달 잠실새내역에서 발생한 운행 지연 사고 차량도 1990년 생산한 노후 전동차였다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지하철 노후시설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노후시설을 보강하고 노후 전동차를 교체하려면 수십조 원의 막대한 재원이 필요하다. 하지만 연간 4000억원이 넘는 적자에 시달리는 서울지하철은 투자할 여력이 없다. (중략) 노후도가 심각한 지하철 2·3호선 전동차 620량을 바꾸기 위해선 2022년까지 8370억원의 예산이 필요한데, 중앙정부는 자치단체에서 해결하라며 외면하고 있다.〉
서울시, 6년 동안 ‘마을공동체’ 사업에 2330억원 투입
‘시민 안전’을 위해 정부에 조속한 지원을 요청하는 건 당연한 일이지만, 서울시의 예산 편성·집행 내역을 살피면 자체 예산만으로도 충분히 노후 전동차를 교체할 여유가 있는 것처럼 보인다. 예산이 없어 전동차 교체를 적기에 하지 못한다는 서울시가 그동안 ‘박원순표 사업’들에 거액의 예산을 배정해 왔기 때문이다.
박 시장은 2011년 10월 취임 이후 2017년까지 소위 ‘마을공동체’ 975개를 만들고, ‘마을활동가’ 3180명을 양성하겠다고 밝혔다. 서울시는 2012년부터 2016년까지 마을공동체 사업 예산을 여기저기에 파편화해 편성·집행했다.
송창석 서울시 마을공동체위원회 위원(전 희망제작소 부소장)은 2016년 4월 10일 열린 ‘2015년 마을계획 연구결과 공유회’에서 “마을 5년 차 동안 2000억원 참여예산 규모로 사업을 진행해 왔는데 그에 따른 효과가 얼마나 있었나 고민이 된다” “마을 공모사업의 폐해가 드러나면서 참여예산이 지역공동체 활성화의 기제로 과연 작동하고 있나라는 반성이 있었다”라고 밝혔다. 그에 따르면 서울시가 2012~2016년 마을공동체 사업에 2000억원을 투입했지만, 유의미한 결과를 내진 못했던 셈이다. 그럼에도 서울시는 올해 마을공동체 예산으로 330억원을 편성했다. 종합하면 박 시장 취임 이후 2300억원이 ‘마을’과 ‘마을활동가’들 수중에 들어갔다는 얘기다.
이 밖에 ▲서울역 고가 공원(380억원) ▲노들섬 문화 명소(500억원) ▲청년수당(240억원) ▲전태일 기념관(180억원) 등 몇몇 사업의 예산만 해도 1300억원이다.
또 서울메트로가 2012년에 전년의 4880만원에서 30% 인상해 6400만원으로 유지하는 정규직 직원 평균 연봉을 같은 기간 공공부문 임금인상률 12%를 적용해 인하한다면, 연간 500억원을 절약할 수 있다. 대선 불출마를 선언한 박 시장이 이제라도 치적용 사업이라고 의심받던 사업들을 중단하고 서울 시정에 집중한다면 서울시 자체 예산만으로도 ‘노후 전동차’를 전부 교체할 수 있지 않을까.⊙
화재 발생 직후, 해당 열차 기관실에서는 승객들에게 “차량 안에서 잠시 대기해 달라”고 안내했지만, 열차 안에 있던 승객과 지하철 역사에 있던 사람들은 스스로 즉각 대피했다. 특히 불이 난 두 번째 칸, 그와 인접한 첫째, 셋째 칸 승객들은 외부에서 연기가 들어오자 전동차 문과 스크린도어를 열고 급하게 빠져나왔다. 폐쇄 공간인 차량 내부에 유독 연기가 유입돼 이를 흡입한다면, 1~2분 사이에 대형 참사로 번질 수도 있는 상황이었지만, 불이 크게 번지지 않아 사상자는 발생하지 않았다.
박원순, 화재 원인을 ‘차량 노후화’라고 얘기했지만…
박원순(朴元淳) 서울시장은 같은 날 오후 KBS 〈대선주자에게 듣는다〉에 출연해 사고 전동차가 노후화해 불이 났다는 취지로 얘기했다. 다음은 당시 프로그램 사회자와 박 시장의 문답이다.
— 오늘 서울 지하철 2호선 잠실새내역 구간을 달리던 전동차에서 불이 났거든요. 그래서 대피하는 일이 있었고. 다행히 인명피해는 없었습니다만, 시장님이 현장 가서 지휘하셨나요?
“(전략) 제가 보고를 받아보니까 그게 한 20년 이상 노후화된 전동차더라고요. 지금 서울시의 지하철이란 게 전반적으로 사실 노후화돼 있습니다. 서울시 예산만으로는 힘든데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1000억원 이상 배치해서 20년 이상 된 전동차는 금년에 갈기로 이렇게 돼 있는데 또 거기서 사고가 있었습니다. 어쨌든 이런 사고는 절대 없어야 되겠죠.”
박 시장은 잠실새내역 사고 전동차를 가리켜 “20년 이상 노후화된 전동차”라고 했다. 그에 따르면 서울 지하철 1·2·3·4호선을 운영하는 서울메트로의 보유 전동차 1954량의 61%인 1184량이 여기에 해당하지만, 현행법상 전동차의 사용 내구연한은 존재하지 않는다.
2009년 개정된 ‘도시철도법’은 당초 도시철도 차량의 사용 내구연한을 25년으로 규정했다. 그 이후 제작된 차량의 경우엔 “발주 시 제작사양서에 명시한 수명(통상 30년)까지로 하되, 수명이 명시되지 아니한 경우에는 25년으로 한다”고 정했다. 같은 법률의 규칙은 “정밀진단자가 실시하는 정밀진단 결과 안전 운행에 적합하다고 인정된 도시철도 차량에 대한 사용 내구연한의 연장은 그 도시철도 차량의 사용 내구연한 만료일의 다음날부터 15년의 범위 내에서 정밀진단자가 인정하는 기간까지로 한다”고 밝혔다. 내구연한이 도래하더라도 ‘도시철도 차량 정밀진단 지침’에 따른 점검 결과 ‘적합’ 판정을 받으면 최장 40년까지 운행할 수 있다는 얘기다.
이는 1970~80년대보다 차량 제작 기술, 소재·부품의 품질 발전에 따른 차량 내구성 향상, 관리·점검 체계화 등으로 인해 차량 수명이 당초 내구연한보다 늘어난 점을 감안한 조치다.
외국에선 도입 후 최장 50년까지 전동차 운용
2014년 3월부터는 ‘철도안전법’에 의해 또 전동차 사용 내구연한 기준이 변경됐다. ‘철도안전법’ 7조 5항에 따라 국토교통부가 고시한 ‘철도안전관리체계 기술기준’에 의하면 도시철도 차량이 내구연한을 초과하더라도 5년 주기로 계속사용 여부를 평가해 연장사용할 수 있다.
한국철도기술연구원 광역도시철도융합연구실장 정종덕씨 등이 발표한 논문 〈도시철도 차량의 내구연수에 대한 기초 연구(2008년)〉에 따르면 주요 선진국들도 전동차의 내구연한을 따로 정하지 않는다. 다음은 해당 논문 중 관련 부분을 발췌한 것이다.
〈국외의 경우 철도선진국인 영국, 미국, 일본 등에서는 사용 내구연한 및 폐차 기준에 대해 국가적인 법규로 규제하고 있지 않다. 일본에서는 사용 내구연한에 대한 제한이 없으며, 연명공사를 운영처 자율로 시행하고 있고 (중략) 영국에서는 내구연한 및 폐차에 대한 규정이 없으며, 철도차량을 안전하고 경제적으로 오래 사용하는 것은 차량 소유주나 운영자의 소관이다. 미국의 경우도 내구연한에 대한 규제가 없으며, 각 운영사에서 철도차량 도입 시 정기 검수 및 전반 검사 계획을 수립하여 시행하고, 감독기관에서는 수립된 계획의 이행 여부 및 수행 결과의 적합성을 관리, 감독하고 있다.〉
서울메트로 사장 직무대행을 지낸 정수영씨 등은 2012년에 낸 논문 〈LCC분석을 통한 도시철도 전동차의 경제적 사용 내구연한 추정—서울메트로 사례를 중심으로〉에서 전동차 최소 내구연한이 40년 이상인 미국과 독일의 지하철 운영사 사례를 제시하면서 〈해외철도 운영사의 경우 사용기간이 최장 50년까지 효율적으로 운용하고 있음을 볼 수 있다. 이처럼 기술 측면과 비용 측면을 고려한 전동차의 효율적인 운용이 필요하다〉고 기술했다.
종합하면 철도 전문가들은 전동차에 절대적인 내구연한은 존재하지 않으며, 구형 차량이라도 공공재인 만큼 경제성을 고려해 운용해야 한다고 제언한 셈이다. 단순히 차령만을 놓고 ‘노후 차량’으로 규정한 뒤 폐기하려는 건 세금 낭비를 초래할 수 있다는 얘기다.
잠실새내역 화재 사고는 차량 노후화보다는 서울메트로의 부실한 정비·점검이 원인일 가능성이 있다. 서울메트로는 자사 홈페이지에 전동차 정비 체계에 대해 자세하게 기술해 놨다. 이에 따르면 서울메트로가 운용하는 전동차는 경정비(4단계), 중정비(2단계) 등의 정기검사를 받는다.
경(輕)정비엔 매일 출고에 앞서 하는 기동점검, 입고 시에 각종 기기 및 마모 부품을 살피는 도착점검, 72시간 이내에 주요 부품과 기능을 확인하는 일상점검, 2~3개월 또는 주행거리 3만~5만km마다 기기 상태와 기능을 점검하는 월상검사가 있다.
중(重)정비엔 각각 2~3년(30만~50만km), 4~6년(60만~100만km)마다 부품을 분해·검사하고, 수선해 성능을 시험하는 중간검사와 전반검사가 있다. 이 밖에 이상 징후 발생 시 비정기적인 임시검사를 시행한다.
잠실새내역 화재 발생 전동차의 경우에도 기간별로 체계화된 점검을 받았다. 사고일 이틀 전엔 주요 부품 기능을 확인하는 일상점검을 받았다. 그럼에도 전동차의 핵심 부품인 배터리의 결함을 발견하지 못했고, 결국 화재 사고가 났다.
왜 그 숱한 점검 과정에서 문제점이 발견되지 않은 것일까. 서울메트로의 정비·점검과 서울메트로에 대한 서울시의 관리·감독이 제대로 이뤄졌는지 의구심이 들 수밖에 없는 이유다. 2014년 5월, 서울 지하철 2호선 상왕십리역에서 열차 추돌 사고로 380여 명이 다치고, 재산 피해 28억원이 발생했을 때도 박 시장은 “전체의 59%인 노후 전동차를 전면 교체해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사고 원인은 서울메트로 직원들의 신호기 유지·보수 및 열차 관제 업무상의 과실이었다.
서울시, “노후 전동차 교체하고 싶지만 정부가 외면해”
그럼에도 ‘박원순 서울시’는 전동차 화재 사고 원인을 파악하지 않은 상태에서 2022년까지 서울메트로의 제작된 지 25년이 넘은 전동차 620량을 전부 교체할 예정이다. 이와 함께 자체 예산만으로는 역부족이므로 정부가 국비 지원을 해달라고 주장한다.
김태호 서울메트로 사장은 1월 23일 기자회견에서 이런 교체 계획을 강조하면서 “전동차 노후화에 따른 교체 물량이 많은데 공사 부채가 많아 자체적으로 충당하기가 어려워 정부에 예산 지원을 요청하고 있다”고 밝혔다.
윤준병 서울시 도시교통본부장도 2월 3일 《서울신문》에 기고한 ‘서울지하철 안전, 정부의 지원 절실’을 통해 “자체 예산만으로는 노후 전동차를 교체하기 어려운 서울시 사정을 정부가 외면하고 있다”는 취지의 주장을 했다.
〈지난달 잠실새내역에서 발생한 운행 지연 사고 차량도 1990년 생산한 노후 전동차였다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지하철 노후시설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노후시설을 보강하고 노후 전동차를 교체하려면 수십조 원의 막대한 재원이 필요하다. 하지만 연간 4000억원이 넘는 적자에 시달리는 서울지하철은 투자할 여력이 없다. (중략) 노후도가 심각한 지하철 2·3호선 전동차 620량을 바꾸기 위해선 2022년까지 8370억원의 예산이 필요한데, 중앙정부는 자치단체에서 해결하라며 외면하고 있다.〉
서울시, 6년 동안 ‘마을공동체’ 사업에 2330억원 투입
‘시민 안전’을 위해 정부에 조속한 지원을 요청하는 건 당연한 일이지만, 서울시의 예산 편성·집행 내역을 살피면 자체 예산만으로도 충분히 노후 전동차를 교체할 여유가 있는 것처럼 보인다. 예산이 없어 전동차 교체를 적기에 하지 못한다는 서울시가 그동안 ‘박원순표 사업’들에 거액의 예산을 배정해 왔기 때문이다.
박 시장은 2011년 10월 취임 이후 2017년까지 소위 ‘마을공동체’ 975개를 만들고, ‘마을활동가’ 3180명을 양성하겠다고 밝혔다. 서울시는 2012년부터 2016년까지 마을공동체 사업 예산을 여기저기에 파편화해 편성·집행했다.
송창석 서울시 마을공동체위원회 위원(전 희망제작소 부소장)은 2016년 4월 10일 열린 ‘2015년 마을계획 연구결과 공유회’에서 “마을 5년 차 동안 2000억원 참여예산 규모로 사업을 진행해 왔는데 그에 따른 효과가 얼마나 있었나 고민이 된다” “마을 공모사업의 폐해가 드러나면서 참여예산이 지역공동체 활성화의 기제로 과연 작동하고 있나라는 반성이 있었다”라고 밝혔다. 그에 따르면 서울시가 2012~2016년 마을공동체 사업에 2000억원을 투입했지만, 유의미한 결과를 내진 못했던 셈이다. 그럼에도 서울시는 올해 마을공동체 예산으로 330억원을 편성했다. 종합하면 박 시장 취임 이후 2300억원이 ‘마을’과 ‘마을활동가’들 수중에 들어갔다는 얘기다.
이 밖에 ▲서울역 고가 공원(380억원) ▲노들섬 문화 명소(500억원) ▲청년수당(240억원) ▲전태일 기념관(180억원) 등 몇몇 사업의 예산만 해도 1300억원이다.
또 서울메트로가 2012년에 전년의 4880만원에서 30% 인상해 6400만원으로 유지하는 정규직 직원 평균 연봉을 같은 기간 공공부문 임금인상률 12%를 적용해 인하한다면, 연간 500억원을 절약할 수 있다. 대선 불출마를 선언한 박 시장이 이제라도 치적용 사업이라고 의심받던 사업들을 중단하고 서울 시정에 집중한다면 서울시 자체 예산만으로도 ‘노후 전동차’를 전부 교체할 수 있지 않을까.⊙
| 1. 제목 '박원순 치적 쌓기엔 천문학적 자금 들여'에 대한 반론보도문 2. 내용 본지는 2017년 3월호에 "박원순 치적 쌓기엔 천문학적 자금 들여"라는 제목으로, 서울시가 차량의 내구연한만을 기준으로 20년 이상의 전동차를 노후 차량으로 규정한 후 폐기하고, 서울메트로의 2011~2015년 직원 임금인상률이 30%로 같은 기간 공공부문 임금인상률 12%의 2.5배이며, 박원순 시장의 취임 이후 2,300억원이 마을과 마을활동가들 수중에 들어갔고, 마을공동체위원회 송창석 위원이, "5년간 2,000억원 규모 마을 사업 진행, 얼마나 효과 있었나 고민"이라는 취지로 발언했다는 내용을 보도하였습니다. 이에 대해 서울시는, 전체 전동차 1,184량 중 한국철도기술연구원의 정밀진단평가 결과 기대수명 연장이 불가능하다고 판단된 620량만을 교체하기로 한 것이어서 차량의 내구연한만을 기준으로 20년 이상 전동차를 모두 폐기하기로 한 것은 아니고, 위 기간 동안 서울메트로의 임금인상률은 14.9%일 뿐 30%는 사실이 아니며, 보도된 2,300억원 중 2,000억원은 주민참여예산사업의 예산이지 마을공동체사업의 예산이 아니고 나머지 300억원 중에도 다른 사업의 예산이 포함되어 있어서 2,300억원이 모두 마을과 마을활동가들 수중에 들어갔다는 내용은 사실이 아니고, 마을공동체위원회 송창석 위원의 발언은 "서울시 예산참여예산사업은 주민들의 숙의·논의 과정을 거쳐 선정되는데, 자치구의 부족한 사업예산 지원단계를 넘어, 지역공동체에 기반한 활동을 견인하고 더 밀접하게 연계되었으면 좋겠다"라는 취지로, 서울시 주민참여예산사업의 효과성에 의문을 제기한 것은 아니라고 밝혀왔습니다. |
| [정정보도문] 본지는 2017년 3월호에 ‘박원순 치적 쌓기엔 천문학적 자금 들여’라는 제목으로, 서울메트로의 2011~2015년 직원 임금인상률이 30%로 같은 기간 공공부문 임금인상률 12%의 2.5배라는 내용을 보도하였습니다. 그러나 사실확인 결과 위 기간 동안 임금인상률은 14.9%이고 30%는 사실이 아님이 밝혀져 이를 바로잡습니다. 이 보도는 법원의 판결에 따른 것입니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