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 탄핵] 최태민 부부 묘지(墓地)의 네 가지 궁금증을 풀다 : 월간조선

2016년 12월 비선 실세로 지목된 최순실의 부모 묘(최태민·임순이 합장)에 갔다. 네 가지 의문을 풀기 위해서였다. 첫 번째는 최씨 묏자리의 명당(明堂) 여부였다. 최씨의 묘는 영동고속도로 용인IC 인근 능선의 동쪽 산자락 끝에 있는데 이 주변은 경기도 용인의 3대 명산인 석성산(石城山) 정기를 내려받은 명당이라고 알려졌다. 몇몇 언론도 최씨 묏자리를 명당이라고 보도했다.

〈마을 인근 낮은 구릉 위 양지바른 자리에 있는 최씨 부부 합장묘(최씨 부부 묘)로 아래에서 바로 올라가는 길은 없다. 최씨 부부 묘소 아래는 콘크리트로 씌워진 배수로가 둘러쳐져 있었다. 흔히 음택풍수에서 말하는 배산임수(背山臨水)의 전형적인 명당자리다.《주간경향》〉

〈천하의 명당자리에 누운 최태민.《세계일보》〉

예부터 용인은 산세가 수려하고 풍수가 좋아 ‘음택지(陰宅地)’로 유명하다. ‘사거용인(死去龍仁·죽어서는 용인에 묻힌다)’이란 말이 나온 것도 이 때문이다. 고려 말 충신 정몽주, 조선 초기 문신 이석형, 세종 때 대마도를 정벌한 이종무 장군, 중종 때 개혁정치가 조광조, 정조 시대를 대표하는 정승 채제공, 구한말 을사늑약에 항거해 자결한 민영환 열사 등의 묘가 용인에 있다.

“최태민 묘지는 명당이 아니다”

자식들은 1994년 사망한 최태민과 부인 임선이(2003년 사망)를 합장했다.

최씨 부부 묘(경기도 용인시 처인구 유방동 산81-3)를 함께 찾은 김성수 영목풍수지리연구소 소장은 “최태민 부부 묘에는 기가 전혀 없다. 명당이 아니다. 묘 정면을 봐라. 탁 트여 있지 않으냐. 앞을 산이 막아줘야 명당”이라고 했다. 그는 “이 산 주변에는 명당이 있을 수 있다”며 최씨 부부 묘에서 30m가량 떨어진 곳으로 갔다. 충주 석○○씨의 묘가 나왔다. 김 소장은 “이 야산에서는 이곳이 그나마 명당”이라며 “최씨 가족이 명당을 잡으려 한 것 같기는 한데 2% 부족했다”고 했다.

《세상을 풍수로 보다》의 저자 풍수 유람가 손건웅씨도 비슷한 이야기를 했다.

“상단에는 최태민 부모, 하단에는 최태민 부부 묘가 있는데 석성산을 기대고, 따뜻한 햇볕이 잘 드는 양지바른 곳에 안장했으니 명당이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이 일대의 주(主)된 맥로(脈路)를 확인해 보니, 석성산의 정상을 거쳐 백령사(百寧寺) 앞으로 낙맥 하여 동쪽의 고속도로 방향으로 향합니다. 자리가 될 수 없는 곳이지요.”

최씨 부부는 물론 최씨 부모의 묘소(최씨 부부 묘 바로 위 위치)도 흉지에 정확히 걸렸다는 것이다.

박민찬 도선 풍수과학원장도 주간지 기고문을 통해 “최태민 묘는 명당이 아니다”고 주장했다.

〈최태민의 묘는 명당이 아니다. 묘지의 혈은 다 끊겨 10%만 남았고 산맥의 좌청룡 끝에다 묘를 썼다. 따라서 균형이 맞질 않는다.〉

풍수지리학자 신석우씨도 “최태민 묘는 용혈사수의 모든 조건을 갖춘 명당이라고 할 수 있는 자리는 아니다”고 했다. 다만 그는 “낙산(樂山)이 묘 뒤를 가깝게 받쳐주고 있어 든든한 백이 있는 모양새다. 전순[前脣·묘지 앞에 있는 당판(堂板·묏자리를 포함한 기운이 응결된 주변의 일부분)]의 형태를 보면 작게나마 기운이 맺혀 있다. 재운은 좋은 자리라 할 수 있다”고 했다.

묘 훼손 흔적 없어

최태민 가계도.

두 번째는 최씨 부부 묘의 훼손 여부였다. 2016년 11월 최씨 부부 묘의 존재와 위치가 공개되면서 SNS에는 묘역 훼손을 조장하는 글이 올라왔다. “조만간 부관참시행” “이쯤 되면 최태민 묘부터 파내야 하는 것 아닌가” 등의 글에는 수천 개의 댓글이 달렸다. 묘지 관리를 해왔던 최씨의 셋째 아들 최재석씨는 선친의 묘가 훼손될까 불안해했다고 한다. 그는 최순득, 최순실 등과는 배다른 형제다.

최재석씨는 언론 인터뷰에서 계모 임선이(최순실 모친)에 대해 “악덕 중의 악덕인 계모였다”며 “배다른 자식을 패고 아주 그냥 치가 떨린다. 계모가 등장하는 드라마는 보지도 않는다”고 했다.

최재석씨의 걱정과는 달리 묘역 훼손 흔적은 전혀 없었다. 경찰이 묘역에 대한 경비계획은 없으나 불법 훼손이 발생할 경우 수사할 수밖에 없다는 뜻을 밝힌 게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최씨 부부 묘가 있는 곳의 주소를 알더라도 찾기 어려운 점도 한몫했을 것이다. 최씨의 묘는 길이 없는 야산 꼭대기에 있다. 야산에 오르려면 몇몇 집을 불가피하게 지나쳐야 하는데, 이 집들은 도사견처럼 보이는 개를 키우고 있었다. 사람이 지날 때마다 크게 짖어 심약(心弱)한 사람은 묘지에 오르기가 쉽지 않다. 기자들이 취재를 위해 묘역을 방문할 때마다 최재석씨의 모습이 보여, 주변에 CCTV가 설치돼 있다는 이야기도 있었지만 사실이 아니었다.

최씨의 지인은 “기자들이 취재 올 때마다 최씨를 만난 것은 그 시기 최씨가 거의 매일 묘를 찾았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묘 이전 계획

최태민의 부친인 독립유공자 최윤성(1892~1945)씨의 묘. 꽃바구니 하나가 쓰러져 있다.

세 번째는 최씨 부부 묘 이전 계획의 추진 상황이었다. 경기도 용인시에 따르면 처인구 유방동에 있는 최씨 일가의 묘지(약 720m²)는 장사(葬事) 등에 관한 법률(장사법)과 산지관리법을 위반했다.

용인시의 담당 공무원은 “가족묘지를 조성할 경우 장사법 14조에 따라 행정 관청에 반드시 신고해야 한다. 그러나 가족묘 2기(합장묘)로 이뤄진 최씨 일가 묘지는 신고 없이 조성됐다. 신고 없이 조성된 묘지는 이전명령 대상이다. 또 장사법 시행령 15조의 가족묘 설치 기준도 위반했다.

가족묘지의 면적은 100m² 이하, 봉분의 높이는 지면으로부터 1m 이하여야 한다. 최씨 가족묘는 면적과 봉분 높이 모두 기준을 초과했다. 또 산지관리법 14조에 따라 받아야 하는 산지전용허가도 받지 않았다”고 했다. 장사법 위반은 2년 이하의 징역이나 2000만원 이하의 벌금, 산지관리법 위반은 3년 이하의 징역이나 1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진다.

최재석씨는 용인시 처인구청에 전화를 걸어 “아버지의 묘를 다른 곳으로 옮기겠다”고 했다. 하지만 묘 이전은 불투명한 상태다. 용인시가 불법조성된 최씨 부부 묘와 관련, 최씨 가족에게 보낸 의견서 및 처분 사전통지서 등기우편이 반송됐기 때문이다. 반송 이유는 수취인불명이나 폐문부재(집의 문이 잠겨 있고, 집 안에 사람이 없는 것)였다. 의견서 및 처분 사전통지서가 수취인에게 송달되지 않으면 행정절차상 후속 행정처분을 할 수 없다.

용인시 관계자는 “최씨 가족이 의견서 제출 통보를 받고도 제출하지 않으면 행정처분이 가능하지만, 우편을 받지 않으면 행정처분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며 “실제 거주지 확보도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는 “최재석씨가 이전 의사를 밝히긴 했지만, 최태민과 함께 안장된 부인(임선이)이 최재석씨의 모친이 아니어서 묘 이장 권한이 없다. 최순영, 최순득, 최순실, 최순천의 동의가 없으면 묘는 이장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최씨 부부 묘비 뒷면에는 다섯 번째 부인 임씨와의 사이에서 낳은 네 딸 순영·순득·순실·순천의 이름과 각각의 사위 이모씨, 장석칠씨, 최순실의 전 남편 정윤회, 서동범씨의 이름이 있다. 또 최순득의 딸 장시호(구속)와 최순실의 딸 정유라의 개명 전 이름인 장유진, 정유연을 포함해 외손자·외손녀 7명의 이름이 적혀 있다.

최재석씨는 《조선일보》 기자와 만난 자리에서 “내가 장자인데도 비석에 최순실네 자매와 사위들 이름만 있고 내 이름은 없다”며 “아버지가 돌아가실 때 최순실 쪽과 다툼이 있었다”고 했다.

김찬경과는 무슨 관계

네 번째는 김찬경 전 미래저축은행 회장과 최씨 일가의 관계다. 최씨 가족묘역의 등기부등본에 따르면 최순영·순득·순실·순천 이외에도 하선희(55년생), 박상순(64년생) 등이 가등기(假登記) 형태로 지분을 공유하고 있다. 원래 축산업자 김모씨의 소유였던 이 땅을 2003년 하씨(40%), 박씨(30%)가 가등기했다. 당시 최태민의 맏딸 최순영(69)과 최순실도 아버지와 할아버지 묘역이 포함된 1982m2(전체의 30%)의 권리를 함께 가등기했다. 해당 임야가 토지거래허가구역 내에 있어서 13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여전히 가등기 상태였다. 대신 최씨의 자매는 원소유자 김씨를 상대로 2억5000만원의 근저당을 설정해 놓았다.

하씨는 미래저축은행 사기 사건으로 복역 중인 김찬경 전 회장의 부인이다. 박씨는 김 전 회장의 동서(同壻)다.

김 전 회장의 지인은 2016년 11월 23일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김 전 회장이 최순득의 남편인 장석칠씨와 친구 사이로, 1994년 최태민이 갑자기 심장마비로 숨지자 친척인 김씨의 용인 땅에 매장할 수 있도록 주선했고 이후 함께 매입한 것”이라고 했다.

무일푼의 가난한 집안에서 태어나 저축은행으로 자수성가 직전까지 갔었던 김 전 회장의 파란만장한 스토리 뒤에는 최씨 일가가 존재했을 수도 있는 대목이다. 김 전 회장 사건 초기 변호사였던 곽상도 새누리당 의원은 이후 박근혜 정부 초대 민정수석을 역임했다. 곽 의원 측은 “(곽 의원의 인선 역시 최순실 인사라는) 해당 의혹을 제기한 언론보도에 대해 언론중재위에 문제제기를 한 상태이며, 곽 의원은 최순실과 일면식도 없다”고 했다.

현재 김 전 회장은 미래저축은행 회사 자금 570억원을 횡령하고, 5200억원대 불법대출을 통해 회사에 3000억원이 넘는 손실을 끼친 혐의로 구속 수감 중이다.

그는 2012년 중국으로 밀항하려다 “김 회장이 경기 화성 궁평항에서 어선을 타고 밀항하려 한다”는 운전기사 최모씨의 진술 때문에 경찰에 잡혔다. 최순실의 경우도 17년 일한 운전기사의 폭로로 그 일가의 은밀하고도 충격적인 일상이 공개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