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 탄핵] 200장 大解剖! 故 김영한 전 청와대 민정수석 備忘錄 : 월간조선

고(故) 김영한 전 민정수석은 2014년 6월부터 2015년 1월까지 청와대에서 근무했다. 그는 청와대 비서관 회의 참석자들의 발언을 소상히 기록했다. 2014년 6월 10일 시작돼 2015년 1월 23일이 마지막인 비망록의 분량은 200여 쪽에 달한다. 그는 꼼꼼한 성격을 반영하듯 박근혜 대통령 발언에 ‘領(영)’, 김기춘 전 청와대 대통령 비서실장 발언에는 ‘長(장)’이라는 표시를 남겼다.

이 비망록을 두고 김기춘 전 실장은 국회 국정조사 특별위원회에서 “본인(고 김 전 수석)의 해석이 담긴 것”이라고 말했다. 비망록에 적힌 내용이 100% 자기 발언을 그대로 적은 게 아니라 고 김 수석의 해석이 섞였다는 뜻이다. 고 김 수석의 비망록이 진실인지, 김기춘씨의 해명이 진실인지는 특검을 통해 밝혀질 것이다.

《월간조선》은 독자들이 최태민·최순실 스캔들과 박 대통령 탄핵 사태를 객관적으로 판단할 수 있도록 이 비망록 전체를 공개한다. 독자들의 판단을 돕기 위해 원문을 최대한 살리면서 읽기 쉽도록 만들었다. 정확한 이해를 위해 당시 상황에 대해서는 설명(※)을 붙였다.

김영한 전 청와대 민정수석비서관의 비망록에서 가장 주목해야 할 부분은 세 가지다. 첫째, 최순실 스캔들과 국정농단의 흔적이 등장하는가. 둘째, 박근혜 대통령의 동생 박지만씨를 둘러싼 문고리 3인방(안봉근·이재만·정호성 비서관)의 견제로 불거진 ‘십상시(十常侍)’ 사태에서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이 어떤 역할을 했는가. 셋째, 결국 박 대통령 탄핵의 문을 연 ‘세월호 사고 당일 7시간의 행적’에 대해 청와대 내부에서 어떤 논의가 오갔느냐다. 불행(?)하게도 세 가지 사안 모두에서 김기춘 전 실장은 주도적인 역할을 수행했고 그것이 본인이 의도했던 것과는 달리 국민적 의혹을 불러일으켰다.

최순실 스캔들과 국정농단의 흔적

박근혜 대통령으로부터 임명장을 받고 있는 김영한 전 민정수석.

김기춘 전 실장은 “최순실이라는 이름을 들어본 적도 없다”고 했다가 최근 국회 국정조사 특별위원회에서 민주당 박영선 의원이 박근혜 대통령이 이명박 대통령과 후보 경선을 할 때 발언하고 있는 동영상을 보여주자 “모른다고 할 수는 없겠다”며 말을 바꿨다. 그러면서 “나이가 들어서… (기억이 예전 같지 않다)”라고 변명했다.

김영한 전 수석의 비망록에는 ‘최순실’이라는 이름이 등장하지는 않는다. 그런데 ‘최순실을 과연 몰랐을까’라는 부분에 대해서는 의문이 남는다. 최근 밝혀진 대로 최순실은 박 대통령의 의상과 액세서리를 전담하다시피 챙겨왔다. 2014년 7월 13일 자에 김영한씨는 ‘귀빈 및 가족 일반’이라는 인쇄물을 오려 붙여놓았다.

이 인쇄물의 요지는 ▲귀빈(박근혜 대통령) 및 가족 일반 동정 및 동선/경내 산책, 운동·휴식 등 개인활동 장소, 시간 등과 관련하여 홍보 차원에서 공개되지 않은 동정/비공식 출저·비공식 행사를 제외한 개인활동 ▲귀빈 비공식 접견/외부에 공개되지 않은 손님, 친척에 대한 접견 장소, 시간, 내용 등 ▲귀빈 말씀(하문 상황)/언론 등 외부에 공개하지 않은 비공식 말씀 및 하문 사항 ▲귀빈 친인척 관련 사항/경호실법 시행령 제2조(가족의 범위) 내에 해당되지 않는 친인척 관련 평시 동정 보고/친인척 청와대 출입기록 등 ▲귀빈 사저·선영·생가 관련 사항/외부에 공개되지 않은 경비, 증개축/귀빈의 안전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사항 ▲귀빈 식자재 공급처/귀빈 음식 선호도/피복 선호도 및 구입처(업체 등)/개인 일상용품 구입처 ▲귀빈 습관/의식주 관련 일반적(정기적, 반복적) 습관이다.

청와대 경호실은 이 같은 사항을 정확히 파악한 뒤 내규에 따라 기밀로 다뤄왔다. 이는 쉽게 말해 내용을 다 파악하지만 외부에 알리지는 않는다는 뜻이다. 그렇다면 최순실이 의상과 액세서리를 전담하면서 청와대 부속실 소속 이영선 행정관, 윤전추 행정관을 수족(手足)처럼 부려온 사실을 몰랐다는 것은 납득하기 힘들다.

2014년 12월 22일의 비망록에는 김기춘 전 실장이 발언했음을 표시하는 ‘長’자와 함께 ‘김희준 陸士 원용주·박지만·김희준 회동설. 박동열·김◦◦(54-5) 밍크장사 꽃뱀 한상율. 김춘식·여진욱(분실장)-조심 경고’라는 김영한 수석의 자필 메모가 나온다.

결정적으로 2014년 12월 22일의 비망록에는 김기춘 전 실장이 발언했음을 표시하는 ‘長’자와 함께 ‘김희준 陸士 원용주·박지만·김희준 회동설. 박동열·김○○(54-5) 밍크장사 꽃뱀. 한상율. 김춘식·여진욱(분실장)-조심 경고’라는 김영한 수석의 자필 메모가 나온다.

여기서 ‘꽃뱀’이라고 표현된 김씨는 최순실과 수개월 함께 거주한 측근으로, 그녀는 최씨 건물 2층에서 밍크 제품을 팔았다. 최순실은 김씨 외에 유명 방송인의 전 부인 K씨, J씨와 친자매처럼 가깝게 지냈다. 그랬던 네 사람의 관계가 틀어진 것은 최순실이 고영태·차은택 등과 밀착하면서부터다.

최순실에게 배신감을 느낀 김씨는 평소 가깝게 지내던 박동열 전 대전지방국세청장에게 최씨와 관련한 이야기를 털어놓았다고 한다. 박 전 청장은 박관천 전 청와대 행정관이 2014년 1월 ‘정윤회 문건’의 제보자로 지목한 인물이다. 이 문건이 보도되면서 ‘십상시 사태’로 확산된 것은 2014년 11월이다.

박 전 청장은 2014년 12월 9일 《조선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십상시 모임’과 관련, “박 경정에게 ‘강원도에 있는 정윤회씨가 가끔 오토바이를 타고 와서 청와대 사람들을 만나고 돌아갔다’ ‘그 장소가 성수대교 남단에 있는 식당이다’라는 얘기를 해준 것은 맞다”고 했다. 당시 정윤회는 최순실과 이혼하기 전이다.

김기춘 전 실장이 ‘꽃뱀’으로 지목한 김씨는 최순실의 국정농단과 관련한 이야기를 미국에 가서도 했다. 미국에 있는 한인 매체 발행인에게 털어놨다고 한다. 발행인의 부인과 김씨가 잘 아는 사이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매체는 최근 “최씨가 청와대를 제집처럼 드나들었다”는 등의 특종을 보도했다. 이런 점으로 미루어볼 때 김기춘 전 실장이 정윤회의 전처 최순실을 몰랐을 확률은 극도로 희박하다.

김영한 비망록에는 최순실 국정농단과 관련된 메모가 최소 10회 이상 등장한다. ‘김정기 한양대 교수’ ‘김진선 평창동계올림픽 조직위원장 사퇴’ ‘문화융성위원회’ ‘김종덕 전 문화체육부 장관’ 관련 사항, 체육비리합수단(문체부), 문체부 인사안, 박근혜 대통령이 지시한 ‘체육계 비리 상시 단속’ 등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