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장의 취재 最前線〈2〉 반기문 유엔사무총장의 최대 아킬레스건 등장했다 : 월간조선

올해 말 임기를 마치고 내년 초 귀국해 대통령 선거에 출마할 것이 유력시되는 반기문(潘基文) 유엔사무총장에게 암초가 등장했다. 하나도 아니고 둘이다. 반 총장이 달려갈 ‘대권(大權) 가도’에서 두고두고 그의 발목을 잡을 것으로 예상되는 이슈는 동생 반기호 전 보성파워텍 부회장과 조카 반주현씨 문제다.

반기문 총장의 형제는 5남2녀다. 반 총장이 장남, 밑으로 반기상-반정란(교사)-반기호(전 보성파워텍 부회장)-반경희(약사)씨다. 반기호 전 보성파워텍 부회장은 《월간조선》이 두 차례 보도했다. 《월간조선》 8월호는 ‘반기문 총장 동생이 보성파워텍 떠나려는 이유’라는 기사를 보도했다.

반 총장 동생 반기호씨 사퇴 후 보성파워텍 주가 3분의 1 토막

고 성완종 경남기업 회장이 베트남 하노이에 건설한 랜드마크72.
반기문 총장의 조카 반주현씨는 이 건물 매각과 관련해 최근 사기죄로 유죄판결을 받았다.

그의 사임(辭任)이 임박했다는 내용이 9월 초 그의 사퇴로 적중했다. 이로 인해 한때 1만5500원까지 치솟았던 보성파워텍의 주가(株價)는 내리 하락해 10월 10일 현재 5480원이다. 반 전 부회장 사퇴로 무려 1만원이 빠져 주가가 세 토막이 나 버린 것이다. 이는 엄밀히 말해 반 전 부회장의 책임이 아니다.

손실을 본 투자자들은 “반 전 부회장이 보성파워텍 유상증자 후 계획했던 것처럼 사퇴했다”며 불만을 터트리고 있다. 보성파워텍의 유상증자 성공과 이로 인한 막대한 수익을 지켜본 뒤 사퇴한 게 의도된 수순(手順)이라는 의혹이다. 일각에선 “대통령 선거 때 낙선운동을 하겠다”며 극단적인 말까지 나오고 있다.

반기호 전 보성파워텍 부회장보다 더 심각한 것은 반기문 총장의 바로 밑 동생 반기상씨의 아들 반주현씨 문제다. 반기상씨는 SC은행의 전신인 제일은행 출신이다. 1992년 원주지점장으로 승진한 후 마포·합정동 지점장을 거쳤으며, 점포개점실 임원을 거쳐 1998년 외환위기 이후 정년퇴직했다.

반주현씨의 아버지가 반 총장 바로 밑의 동생 반기상씨

고 성완종 경남기업 회장.

그는 2006년까지 무역회사를 운영한 것으로 알려졌는데 지금은 형 반기문 총장의 대권 가도를 돕고 있다고 한다. 반주현씨는 바로 이 반기상씨의 아들로 올해 38세다. 미국 뉴욕시립대 버룩칼리지에서 경영학을 전공했으며 미국명은 데니스 반(미국명 DENNIS JOOHYUN BAHN)이다. 그는 뉴욕에서 결혼했다고 한다.

반주현씨의 실명이 세상에 드러난 것은 지난달 말이다. 지난해 고(故) 성완종 회장이 운영했던 경남기업이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의 사촌조카 반주현씨를 상대로 낸 59만 달러(6억 5000만원)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과 관련해 법원이 반주현씨에게 패소(敗訴) 판결을 내렸던 사실이 뒤늦게 공개된 것이다.

서울북부지법 민사합의 12부는 경남기업 법정관리인이 조카 반주현씨를 상대로 낸 59만 달러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공시송달’로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다고 한다. ‘공시송달’이란 주소 불명(不明) 등으로 소송 상대방(반주현)이 서류를 수령하지 않고 재판에 불응할 경우 서류를 관보에 게시해 소송 내용이 상대방에게 전달된 것으로 보고 재판을 진행하는 것을 말한다.

법원에 따르면 당시 미국계 부동산 투자회사 임원이던 반주현씨는 고 성완종 회장이 생존해 있을 때 경남기업의 베트남 호텔을 대신 매각해 주겠다고 속이고 중간에 계약금 등을 가로챈 의혹을 받고 있다. 경남기업 소유의 호텔은 2011년 베트남 수도 하노이에 1조원을 투자해 세운 ‘랜드마크72’를 말한다.

당시 성완종 회장은 그룹이 심각한 자금난을 겪자 ‘랜드마크72’ 매각에 나섰다. 이 호텔만 제값에 팔리면 자금난을 일거에 해결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 반주현씨가 등장했다. 당연히 그가 고 성완종 회장에게 신뢰를 사기 위해 반기문 총장 등의 이름을 팔았을 것이라는 의혹이 등장할 수밖에 없다.

여기서 항목별로 반주현씨가 어떤 인물이며 어떤 수법을 사용했는지 알아본다.

반주현씨는 어떤 회사에 다니고 있었나.

반주현씨는 영국계 미국 부동산 컨설팅 업체 ‘콜리어스 인터내셔널(Colliers International)’ 뉴욕지점에 근무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콜리어스 인터내셔널은 502개 사무소에서 1만6300명 이상의 전문가들이 일하고 있는데 본지가 회사 홈페이지에서 조회를 한 결과 반씨의 이름은 없었다.

반주현씨는 ‘랜드마크72’ 관련 국제사기사건에서 어떤 역할을 했나.

그는 2014년 경남기업이 ‘랜드마크 72’를 매각하려고 했을 때 매각 주간사 ‘콜리어스 인터내셔널’의 실무 담당자였다. 매각 협상을 주도했던 반주현씨는 카타르투자청이 건물 매입에 관심이 있다며 인수의향서 등을 경남기업에 전달했다. 1조7000억원의 부채에 시달리던 성완종 회장이 기뻐할 뉴스였다.

이 과정에서 반주현씨는 경남기업에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을 통해 카타르 국왕과 접촉할 수 있다”는 이야기를 넌지시 건넸다고 한다. 그러면서 자신과 사촌인 반기문 총장의 아들 반우현씨의 이름을 거명했다는 것이다. 반우현씨는 카타르 도하은행에 실제 근무했는데, 카타르 도하은행의 최대주주가 카타르투자청이며 2대 주주가 카타르 왕족(王族)이다.

고 성완종 경남기업 회장의 장남으로 경남기업 실장을 지낸 성승훈씨는 한 매체에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다른 지도자들보다도 이 카타르 국왕과 친분이 상당히 있으시다는 걸 (반주현씨가) 이야기를 하셨다”며 “반주현씨 사촌 형님(반기문 총장의 아들 반우현씨)이 카타르 쪽에서 일을 하고 있어 그쪽(카타르)의 투자자들과 본인(반주현)이 얘기를 할 수 있겠다고 해 경남기업에서도 그걸 믿었다”고 말했다.

반주현씨의 장담과 달리 카타르투자청은 1년 가까이 별다른 움직임이 없었다. 이후 경남기업은 반주현씨가 전달했던 인수의향서가 허위 서류였다며 작년 7월 계약금 59만 달러를 돌려달라는 소송을 제기한 것이다. 하지만 해외에 거주하고 있는 반씨는 재판에 참석하지 않아 공시송달, 패소 판결을 받은 것이다.

반주현씨는 어떤 인물인가?

반주현씨의 콜리어스 인터내셔널 입사 경위와 관련해서도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사진=JTBC캡처.

반주현씨가 지금까지 언론에 모습을 드러낸 적은 딱 한 번 뿐이다. 2015년 5월 28일 반주현의 연합뉴스와의 인터뷰가 그것이다. 당시 그는 “베트남에 있는 경남기업 소유 ‘랜드마크 타워’의 카타르 매각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반 총장에게 매각을 성사시켜 달라고 부탁한 적이 있느냐”는 질문에 이렇게 말했다.

“반기문 총장께 부탁이나 민원을 했다면 매각은 반드시 성사됐을 것이다. 그런데 성사되지 못했다. 그런 것만 봐도 반 총장께 부탁이나 민원을 하지 않았다는 것을 알 수 있지 않으냐. 결단코 부탁하지 않았다. 반 총장께서는 그런 문제에는 도움을 주는 분이 아니다.” 반 총장 이름을 안 팔았다는 것이다.

그는 또 ‘경남기업에 전달한 카타르투자청 명의의 랜드마크 인수의향서가 위조된 것이라던데’라는 질문에도 이렇게 말했다.

“매각을 추진했던 내 회사와 직원인 나는 의향서가 진짜인 것으로 생각했다. 회사와 나 역시 매각 추진 과정에서 대리인을 고용했는데, 이 사람이 우리 쪽에 가져온 것이다. 그러니 위조를 했다면 대리인이 중간에서 했을 가능성이 있다.” 이 역시 자기는 책임이 없고 중간 대리인이 위조했다며 발뺌하는 발언이다.

반주현씨는 “콜리어스 인터내셔널이 경남기업의 매각 추진 로비를 맡게 된 것은 이 회사 직원인 당신이 반 총장의 조카라는 점을 감안했기 때문 아닌가”라는 질문에 대해서도 이렇게 말했다.

“그렇게 보는 시각이 있을 수 있겠지만, 내가 다니는 콜리어스 인터내셔널은 경남기업 쪽에 회사의 사업 분야와 실적 등과 관련한 그간의 자세한 자료와 정보를 보냈고 경남기업에서 이를 검토해 적합하다고 판단한 것이다. 주먹구구로 정해진 것이 아니라 정상적인 절차를 통해 결정됐다.”

반주현씨는 “한국법원이 콜리어스 인터내셔널과 반씨가 제출한 의향서가 위조라는 것을 인정해 선급금 반환청구 소송 진행을 허가했는데”라고 묻자 다음과 같이 말했다.

“경남기업이 내가 다니는 회사와 나를 상대로 소송을 낸 것을 알고 있다. 그런데 명확히 할 것이 있다. 나를 상대로 한 것이 아니라 회사를 상대로 한 것일 뿐이다. 나는 직원으로서 회사의 입장에 맞춰 일하는 것이다. 아직 회사 입장은 정해지지 않았지만 나는 경남기업으로부터 받은 선급금 59만 달러(6500만원)를 돌려주자는 입장이다. 회사와 나는 잘못했거나 부정을 저지르지 않았지만 어쨌든 의뢰받은 사업이 실패했고 경남기업으로부터 받은 돈의 액수가 크지 않은 만큼 털고 가는 것이 낫다는 게 개인적인 입장이다. 돈을 돌려준다고 해서 잘못한 것이 있다는 것을 인정하는 것은 결코 아니다. 회사가 어떤 결정을 내릴지는 모르나 조만간 입장 발표가 있을 것으로 안다.”

그는 “부동산 사기 등의 문제로 13건이나 소송을 당했다는 얘기가 있던데”라는 질문에도 극구 부인했다.

“미국의 부동산 관련 법규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해 나온 소리다. 과거에 개인 자격으로 은행 대출 등을 받아 몇 개의 부동산에 투자한 적이 있다. 그런데 투자가 실패해 수익을 내지 못한 부동산들이 있었다. 대출금을 돌려줄 형편이 안 된 것이다. 당연히 은행 입장에서는 대출금을 못 받을 것으로 판단되면 대신해서 부동산을 압류하게 된다. 압류를 진행한 은행 입장에서는 재산권을 보호하기 위해 원소유자 등을 상대로 소송을 내는 것이다. 바로 그런 유의 소송이다. 법에 따른 당연한 절차일 뿐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니다. 아울러 13건 가운데는 중복된 사안도 있다.”

반기문 총장 측근 인사 “반주현은 병역기피 맞다”

지난 5월 29일 경북 안동 하회마을을 방문한 반기문 UN 사무총장. 대권행보와 관련해 관심을 끌었다.

반씨는 “반주현씨 문제가 반 총장과 연계돼 계속 회자되고 있는데”라는 질문에는 “개인적으로 말하자면 경남기업 매각 추진 문제로 나 역시 개인적으로 금전적인 손실이 컸다. 말하지 않고 있을 뿐이다. 개인적으로는 손해를 보면서 일한 것이다. 이번 일로 이러저러한 얘기와 보도가 나오는데, ‘반 총장 조카’라는 점만 아니라면 당장 허위 주장 등을 이유로 소송을 냈을 것이다. 그런데 꾹 참고 있다”고 반발했다.

여기서 주목할 부분은 그가 13건의 민사소송에 피소(被訴)됐다는 이야기가 사실인지 여부다. 본지가 미국 뉴저지 지방법원 홈페이지에서 다운받은 내용을 보면 모두 14건이 나온다. 이 가운데 10번과 11번은 같은 사건인 만큼 13건의 소송에 연루된 것은 사실이다.

반주현씨는 병역을 기피했는가.

이와 관련해 반주현씨의 아버지이며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의 동생인 반기상 전 경남기업 고문은 국내 한 언론을 통해 “한국에 입국할 수가 없어 뉴욕에서 결혼식을 올렸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반기문 총장 쪽 사정을 잘 아는 한 인사는 “반주현은 병역기피가 맞다”며 “반기문 총장의 대선 출마 때 가장 큰 아킬레스건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