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장의 취재 最前線 - 오세훈 전 서울시장 ‘소책자 시리즈’로 대권시동 걸었다 : 월간조선

4·13총선에서 서울 종로구에 출마했다가 낙선한 오세훈(吳世勳) 전 서울시장이 〈왜 지금 국민을 위한 개헌인가?〉라는 소책자를 지난 7월 25일 발간했다. 씨앤북스라는 출판사에 낸 것으로, 분량은 76쪽이다. 당선을 확신했다가 정세균 국회의장에게 큰 표차로 진 그는 이 책자 발간을 시작으로 대권(大權) 가도에 재시동을 걸었다.

‘오세훈의 생각 1’이라는 책자 표지의 문구가 보여주듯 그는 앞으로 이 같은 소책자를 모두 5권 펴낼 계획이라고 한다. 2편의 주제는 ‘왜 지금 공생(共生)인가’, 3편의 주제는 ‘왜 지금 안보(安保)인가’로 정해져 집필에 들어갔으며 4·5편의 주제는 추후에 상황을 봐 가며 결정할 예정인 것으로 전해졌다.

오 전 시장은 머리말에서 〈국민들은 하루하루가 살기 어렵다고 합니다. 이 상황에서 정치인들은 개헌을 해야 한다고 합니다. 권력구조를 바꾸면 모든 문제가 해결되는 것처럼 말합니다. 국민들은 도무지 이해하기가 힘듭니다〉라고 전제한 뒤 〈불황이 장기화하는데도 부자들의 자산과 소득은 늘어나고 양극화는 갈수록 심화되고 있습니다. 국민들은 행복은커녕 당장 먹고사는 문제가 시급하고 젊은이들은 ‘헬 조선’을 외치며 희망조차 사치가 되어 버린 상황입니다〉라며 현 시국을 요약했다.

오 전 시장은 이어 지금의 상황이 〈대통령이나 정부가 제 역할을 못하고 있는 것입니다. 대통령이 바뀌어도 이런 현상이 계속되고 있다면 국가 최고의 규율인 헌법의 효력이 제대로 작동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라고도 볼 수 있습니다〉라고 주장했다. 박근혜 대통령의 통치가 잘못됐고 헌법이 작동하지 않는 국가라고 본 것이다.

오 전 시장의 책자를 읽어 보면 그는 ‘4년 중임제 대통령’으로 권력구조를 개편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그 이유에 대해 오 전 시장은 이렇게 자기 입장을 밝혔다.

“서울시장 경험상 4년은 짧아”

〈대통령이 공약이행이나 국정을 운영하고 쇄신하는 데 있어 5년이라는 시간은 매우 짧습니다. 임기 안에 완성하려니 자꾸 무리를 하거나 하나도 제대로 하기 어려운 한계가 있습니다. 임기 초기에는 업무파악 부족이 불가피하고 첫해 예산은 대통령 취임 이전에 이미 확정돼 있어 공약사업을 시작하기 어렵습니다. 그 사이에 4년 단위의 국회의원 총선거, 지방선거 등도 전국적으로 치러야 합니다. 심지어 중간중간 재·보궐선거까지 있고 이때마다 소위 ‘정권심판’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임기 중간에 치러지는 선거에서 집권여당이 승리하지 못할 경우 급속한 권력누수(레임덕) 현상으로 국정수행이 더욱 어려워지기도 합니다.

따라서 대통령이 국민과 약속한 선거공약을 충실히 이행하고, 정쟁에 휘말리지 않고 국정을 안정적으로 수행할 수 있도록 시간적 여유를 충분히 줄 필요가 있다는 것입니다. 그렇게 해야 정책의 연속성도 확보할 수 있고, 정권교체 후 발생하는 혼란과 부작용도 줄일 수 있습니다.

중임제를 도입할 경우 현직 대통령이 임기 동안에 자신의 국정수행에 대한 평가를 받게 됩니다. 현재의 방식은 대통령이 아니라 대통령이 소속된 정당이 평가를 받는다고 할 수 있습니다. 임기 말 대통령의 인기가 떨어지면 여당의 차기 대권주자가 대통령에게 탈당을 강요하여 실제로 탈당을 한 경우도 있었고 ‘꼬리 자르기’ 식으로 차별화를 추구하기도 합니다. 이렇게 되면 대통령의 책임 있는 국정수행이 불가능하고 정치적 소모전이 거듭될 수밖에 없습니다. 이것이 바로 단임제의 단점이고 이를 개선하기 위한 대안으로 4년 중임제를 도입하자는 것입니다.〉

오 전 시장은 4년 중임제 주장이 자신과 같은 젊은 대권후보들에게 유리한 것이 아니냐는 비판을 의식한 듯 이렇게 주장하기도 했다.

〈4년 중임제가 도입된다고 해서 중임이 자동으로 되는 것은 아닙니다. 자신의 국정수행에 대해서 국민들이 긍정적인 평가를 하고 인정해 주어야 가능한 것입니다.

여기서 우리가 경계할 것은 권력구조를 바꾸는 중요한 정치제도의 변경을 특정 정치인과 연계해서 그 본질을 왜곡하고 희석시키는 것입니다. 자신있게 이야기할 수 있는 것은 서울시장 경험을 돌이켜볼 때 4년이라는 시간은 매우 짧더라는 것입니다. 정책을 입안하고 단계적으로 추진해 성과를 내는데 4년 임기는 분명 한계가 있습니다. 정책의 연속성과 책임있는 국정수행을 위해서 4년 중임제를 검토할 시기가 됐다고 봅니다.〉

오 전 시장이 말한 ‘특정 정치인과 연계해서 그 본질을 왜곡하고 희석시키는 것’의 구체적인 사례는 책자 16쪽에 나온다.

〈우리나라 개헌 역사를 보면 특정 정치인의 집권 연장이나 이해관계 때문에 이를 보장해 줄 제도가 도입된 경우가 적지 않았습니다. 이러한 경우 불과 몇 년이 지나지 않아 또 개헌을 해야 했습니다. 현행 헌법도 1987년 민주화운동 이후 대통령 직선제를 골간으로 하지만 대통령 임기를 5년 단임으로 제한한 것은 YS와 DJ 등이 순차적으로 대통령을 할 수 있도록 암묵적 합의가 있었던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돼 왔습니다.〉

이원집정부제의 문제점

그는 또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는 ‘분권형 대통령제(이원집정부제)’에 대해 간접적으로 반대 입장을 표했다.

〈분권형 대통령제는 외치와 내치를 구분하여 대통령의 권력을 총리에게 분산하자는 것이 가장 큰 취지입니다. 이원집정부제는 대통령제와 내각제의 중간형태가 아니라 대통령 소속 정당 의석이 의회 내 과반수를 차지하느냐 여부에 따라 대통령제와 내각제가 교대로 나타나는 체제로 봐야 합니다. 장점도 있지만 단점도 있습니다. 이원집정부제를 선호하는 입장에서는 대통령제와 내각제의 장점만이 발현될 것이라고 기대하지만 실제로는 그 반대로 각각의 단점이 교대로 나타날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오 전 시장은 개헌을 할 시점에 대해 ‘대선을 앞두고 단지 정치공학적 이유에서 졸속으로 개헌이 진행되는 것은 국가적 재앙이 될 수 있다’고 전제하면서 ‘2017년 대선주자가 임기단축을 공약하고 대통령에 당선 후 실천하면 가능하다’는 입장을 보였다.

차기 대통령 임기를 줄이자고 제안한 이유를 오 전 시장은 구체적으로 밝혔다.

〈이것(차기 대통령 임기 단축)을 제안한 취지는 대통령 선거는 5년마다 있고 국회의원과 지방선거는 4년마다 하다 보니, 그 시기가 달라 선거를 자주 해야 되고 이에 따라 엄청난 사회적 비용과 혼란이 생기는 것을 개선해 보자는 것입니다. 산술적으로는 20년에 한 번씩 일치하는 셈인데 대선과 지방선거가 일치하는 시점이 2022년, 그러니까 차차기 대통령 선거입니다. 그런데 이것도 지방선거는 6월 초이고 대통령선거는 12월 중순이라 이 두 선거를 통합해 시행하기 위해서 대통령선거를 6월 초로 앞당기자는 것입니다. 선거가 앞당겨지는 만큼 대통령 임기를 6개월 감축하면 앞으로 지속적으로 대선과 지방선거를 함께 할 수 있는 길이 열리는 셈입니다.〉

그러면서도 오 전 시장은 〈개헌의 절차를 살펴보면 국민투표를 거쳐야 하고 국회에서 재적의원의 2/3, 즉 현재 300명 기준으로 200명 이상의 찬성을 얻어야 한다. 20대 국회의 정당 분포를 보면 여야 1, 2당이 합의해야 하고 당내 계파까지 고려하면 대통령과 모든 정파의 동의가 필요한 셈이다. 따라서 대선을 앞두고 개헌 논의에 불이 붙었지만 그 실현 가능성은 낮다고 본다〉는 입장을 밝혔다.

“오세훈, ‘낙선 이후’ 대비 없어”

오세훈 전 서울시장은 지난 4·13 총선에서 서울 종로에서 출마했지만 낙선했다.

오 전 시장이 ‘소책자 시리즈’로 대권에 대한 도전의지를 다시 보인 데 대해 그의 ‘멘토’ 격인 인사는 이렇게 말했다.

“4·13총선에서 오 전 시장은 크게 두 가지 실수를 저질렀다. 하나는 당연히 당선될 것으로 보고 종로에서의 유세를 등한시하고 지원유세를 다닌 것이다. 그 사이 지역구민들의 분위기가 확 바뀌었다. 둘째는 ‘낙선(落選) 이후’에 대한 대비가 전혀 없었다는 것이다. 정치인은 당선보다 낙선했을 때 어떤 자세를 취하고 어떤 플랜을 가지고 있느냐가 중요하다. 그런데 오 전 시장은 그런 준비가 전혀 없었다.”

이 인사는 “오 전 시장에게 이런 문제를 제기했을 때 매우 당황한 듯 보였다”며 “이번 소책자는 일정 시간 충격을 견딘 뒤 그가 대통령이라는 목표를 쟁취하기 위한 결심을 실현하기 위해 나섰다는 하나의 증거라고 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