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민에게 약속한 상향식 공천 실패 등 공천잡음 극복하는 것이 가장 큰 과제
⊙ 정책과 공약은 경제살리기가 최우선, ‘경제 살릴 수 있는 든든한 정당’ 강조
⊙ 경제 외엔 ‘발목잡기’ 야당 지적, 안보정당 강조 등이 주요 선거전략
⊙ 의석수 늘어난 수도권이 승패 가를 것… 젊은층 대상으로 차별과 격차 해소 공약
⊙ 정책과 공약은 경제살리기가 최우선, ‘경제 살릴 수 있는 든든한 정당’ 강조
⊙ 경제 외엔 ‘발목잡기’ 야당 지적, 안보정당 강조 등이 주요 선거전략
⊙ 의석수 늘어난 수도권이 승패 가를 것… 젊은층 대상으로 차별과 격차 해소 공약
- 황진하 사무총장을 단장으로 하는 새누리당 총선기획단은 매주 2차례 회의를 열어 총선전략을 논의한다.
새누리당은 공천문제로 총선을 앞두고 전략과 관련한 당론을 정리하지 못한 분위기다. 총선을 한 달여 앞둔 3월 중순 현재 새누리당의 총선 사령탑은 2016년 1월 18일 출범한 20대 총선기획단이다. 황진하 사무총장을 단장으로 한 총선기획단의 구성원은 홍문표·박종희 사무부총장, 권성동 전략기획본부장(간사), 나성린·이명수·강석훈·유의동 의원 등 현직 의원과 김종석 여의도연구원장, 조동원 홍보기획본부장, 김우석 전 디지털정당위원장 등 11명이다.
총선기획단은 공정한 공천관리위원회를 구성하고 총선전략 및 홍보전략을 세우는 등 선거대책위원회(선대위) 출범 전까지 총선에 대한 모든 것을 기획한다는 목표로 출범했다. 보통 총선 해당 연도의 1월 초중순에 발족하는 총선기획단은 공천위원회 구성과 공천자료 준비, 선거전략 및 정책과 공약 준비 등이 주요 업무이며, 공천을 완료하면 이후 발족하는 선거대책위원회로 업무를 넘기고 해산했다.
그러나 20대 총선 준비 과정에서 새 누리당의 총선기획단은 다소 우왕좌왕하는 모습을 보였다. 먼저 공천관리위원회와 적지 않은 갈등을 보였다. 공천 과정에서 황진하 단장과 홍문표 의원, 권성동 간사 등 총선기획단 주요 구성원과 공관위 이한구 위원장이 전략공천 등 공천문제를 놓고 충돌했고, 기획단의 일원인 조동원 본부장이 당의 내홍과 관련해 탈당을 시사하기도 하는 등 총선기획단의 2개월이 매끄럽게 흘러왔다고 보기는 어렵다.
뿐만 아니라 비례대표 후보 선발을 위한 공개오디션 등 총선기획단이 내놓은 많은 아이디어들이 사장(死藏)됐고, 총선을 한 달여 남겨둔 상황에서 슬로건 등 원론적인 사항도 최종 결정하지 못한 상태다.
새누리당의 한 고위 관계자는 “총선기획단이 매주 2회씩 회의를 갖고 토론하며 다양한 아이디어를 내놓았지만 실제로 시행한 것은 찾기 힘들다”며 “살생부와 컷오프 논란 등 여러 사건이 벌어지는 한편 의원들이 공천과 본인 지역구 관리 등 이유로 총선전략을 심도 있게 연구하기 힘들었고, 총선기획단의 의견이 최고위원회의에 제대로 전달되지 못했다”고 전했다.
새누리당은 공천이 마무리되는 대로 선거대책위원회를 출범시켜 본격적인 선거운동에 돌입할 예정이며, 역대 총선처럼 선대위는 총선기획단이 마련한 전략을 토대로 선거운동을 하게 된다. 그러나 새누리당 총선기획단이 지금까지 어떤 목표와 전략을 세웠는지는 잘 알려져 있지 않다. 새누리 총선기획단은 어떤 전략으로 4·13 총선을 준비하고 있을까.
“최고의 전략은 공천인데…”
새누리당 총선기획단에서 홍보전략 담당인 조동원 홍보기획본부장, 공약 담당인 김종석 여의도연구원장을 제외한 위원 중 실제로 전략 및 기획을 총괄하고 있는 사람은 기획단 간사인 권성동 의원이다.
그는 지난 3월 12일 4차 공천심사 발표에서 강원 강릉 지역구에 단수후보 추천을 받아 사실상 공천이 확정된 상태. 2015년 7월부터 전략기획본부장직을 맡아 당의 전략통으로 활동해 온 그는 “지금 상황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경제”라며 “‘경제를 살릴 수 있는 든든한 정당’을 주요 어젠다로 설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밖에도 개혁, 안보, ‘일하는 국회’ 등이 총선기획단이 제시하고 있는 전략들이다. 특히 젊은 층 공략을 위해 개혁을 강조하고 있는 총선기획단은 지난 1월 24일 기획단 이름을 ‘개혁 앞으로! 총선기획단’으로 이름 붙인 바 있다.
권성동 의원은 “솔직히 정책적인 전략보다 국회의원 선거에서 최고의 전략은 공천을 제대로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권 의원과의 대화 내용이다.
—새누리당의 20대 총선 주요 전략이 무엇인가요.
“총선이라는 게 대선과 달리 각 지역에서 지역 대표 인물을 뽑는 것이다 보니 당이 할 수 있는 최고의 전략은 그 지역에 적합한 후보를 공천하는 것입니다. 그 지역 주민이 원하는 바를 들어주는 것이 전체적으로 승리하는 길이라는 거죠. 솔직히 말하자면 중앙당 차원의 공약이나 슬로건, 전략은 그 다음 문제입니다. 수도권을 제외한 각 지역에 내려가 보면 중앙당의 공약과 정책이 힘을 크게 발휘하지 못해요. 그 무엇보다 중요한 것이 제대로 된 공천입니다.”
—그런데 지금 새누리당 공천 결과를 보면 각종 의문점이 제기되는 상황입니다.
“총선기획단이 최고위와 공관위에 여러 번 건의를 했는데 제대로 전달이 되지 못한 것 같습니다. 국민에게 약속했던 경선, 상향식 공천에 실패해 면목이 없습니다.”
—공천이 잘못됐더라도 당 입장에서는 최대한 이기는 전략을 마련해야 되지 않겠습니까.
“수도권은 정책과 공약으로 어느 정도 승부할 수 있겠지만 그 외 후보들은 각자 지역에서 후보 자신의 경쟁력과 함께 집권여당으로서의 강점을 어필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봅니다. 선거라는 게 단 하나의 전략이나 구호로 가는 건 아니니까요.”
—전반적 전략계획이나 슬로건은 한 달 앞으로 총선이 다가왔는데도 왜 아직 없습니까.
“솔직히 유권자들은 자기 지역에 공천이 완료되기 전까지는 아무도 전략이나 슬로건에 관심을 갖지 않는다고 봅니다. 물론 총선기획단에서 정책위나 여의도연구원이 각종 공약과 전략을 준비하고 있지만 아직 내놓을 단계는 아니라고 봅니다. 공천이 완료되고 공식 선거운동에 돌입하면 내놓지 않을까요.”
180석은 ‘국회선진화법 이겨내기 위한 희망사항’
새누리당은 20대 국회 목표 의석수로 150~160석을 제시하고 있다. 김무성 대표가 한때 언급했고, 언론에서 새누리당의 목표 의석수로 언급하고 있는 180석은 ‘불가능한 희망사항’이라는 것이 총선기획단의 설명이다.
황진하 총선기획단장은 “김무성 대표가 얘기한 180석은 19대 국회를 식물국회로 만들었던 국회선진화법 개정 필요성을 얘기하는 과정에서 나온 것으로, 국민 편에서 일을 제대로 할 수 있는 의석을 목표로 해야 한다는 취지에서 나온 얘기”라며 “지금 상황에서 (그 수치를) 예측이나 기대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권성동 총선기획단 간사도 “19대 국회가 최악의 국회라고 평가받고 있고 쟁점법안 처리도 안 되다 보니 당 지도부에서 나온 희망사항이고, 일반 다수결의 원칙이 적용되는 국회를 만들기 위해선 180석이 필요하기 때문에 표를 모아 달라는 의미로 나온 얘기”라고 말했다. 그는 “과반수를 기본으로 현재 의석보다 많은 의석을 얻는다면 성공이라고 할 수 있고, 차선으로는 과반수만 얻어도 선방했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새누리당의 한 고위 관계자 역시 “국회선진화법 때문에 민생법안이 처리되지 못하면서 국회가 일을 안 한다는 비난이 이어질 당시 김무성 대표와 원유철 원내대표가 인터뷰나 최고위 회의에서 했던 이야기일 뿐”이라며 “지금 당내에서 180석을 이야기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고 말했다. 그는 “야당의 분열상이 심각할 때는 새누리 단독으로 160~170석도 내다볼 수 있다고 생각했지만, 지금은 야당의 분열을 얘기할 겨를도 없이 새누리 내부의 공천 후유증 문제가 심각해 목표의석을 선정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핵심 어젠다는 경제
국회의원 선거에서는 각 당의 정책과 공약을 중심으로 선택해야 한다는 것이 중론이다. 현실적으로 정책이나 공약을 보고 투표하는 사람이 많지 않지만, 명분으로서의 정책과 공약은 매우 중요하다. 황진하 총선기획단장은 “이번 총선의 핵심 어젠다는 경제와 안보”라고 말했다. 황진하 단장은 “경제살리기는 기본적인 국민의 요구라며 그에 더해 안보문제 해결이 여당의 의무”라고 설명했다. 황 단장은 “남북관계가 긴장 국면으로 가서 국민이 불안하면 투자심리와 소비심리도 위축되는 등 부작용이 예상되기 때문에 이를 해결하도록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북한과 인접한 파주지역이 그의 지역구임과 무관하지 않다. 그러나 다른 위원들은 “안보를 최우선으로 강조하기는 조심스러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총선기획단 간사 권성동 의원은 “무엇보다 경제가 우선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지역별 선거라고는 하지만, 전국적으로 중요한 어젠다가 있지 않습니까.
“전국적으로 중요한 이슈는 무엇보다 경제입니다. 각 후보들이 지역에 가 보면 모두들 먹고살기 어렵다는 얘기, 잘살게 해 주면 지지하겠다는 얘기를 많이 합니다. 새누리당이 집권여당으로서 경제를 살릴 수 있는 든든한 정당이 될 수 있다는 것이 새누리당 후보들의 전략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야당이 계속 여당을 공격하지만, 그들은 국정에 대한 책임이 없기 때문에 무슨 얘기든 할 수 있는 것이지요. 기호1번이 책임정당이라는 얘기를 해야 한다고 알리고 있습니다.”
—야당이 분열되는 상황에서 야당심판론을 내세워야 한다는 의견도 있습니다.
“야당이 갈라지고 의견충돌 중이라 이를 심판해야 한다는 것이 선거전략 중의 하나가 될 수도 있다고 봅니다. 또 야당이 갈라지는 상황에 믿을 만한 정당은 새누리밖에 없다는 것도 좋은 의제가 되겠지요. 하지만 그게 제1전략은 아닙니다. 야당은 야당이고, 여당은 책임정당이 돼야 합니다.”
새누리당의 총선 공약은 지난 1월 5일 발족한 총선공약개발본부(본부장 김정훈 정책위의장)가 마련했다. 공약개발본부는 ‘활기찬 대한민국, 행복한 대한민국, 안전한 대한민국, 반듯한 대한민국’이라는 4대 비전을 목표로 공약을 개발해 3월 1일 공약발표회를 열었다. 김정훈 정책위의장은 “20대 총선 공약의 이름은 ‘공정 곱하기’이며, 차별과 격차 해소를 통해 공정사회를 구현하고 이른바 ‘수저론’을 없애겠다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총선기획단은 이를 기초로 구체적인 공약홍보 전략을 마련 중이다.
현장에서는 공약의 신뢰 여부가 문제
경제살리기와 격차해소 등 경제문제가 중요하긴 하지만 이를 현실화하려면 현 여당에 대한 ‘신뢰성’이 문제라는 지적도 있다. 공천이 거의 완료된 상황에서 새누리당 총선기획단의 주요 전략은 “믿을 만한 정당을 만들자”다.
총선기획단의 위원인 조동원 새누리당 홍보기획본부장의 얘기다. “경제를 살린다고 말만 해서는 먹혀들지 않습니다. 그 신뢰성을 얼마나 구체적으로 보여줄 수 있느냐가 문제라고 봅니다.” 조동원 본부장과의 대화다.
—아직 눈에 띌 만한 슬로건도 없고 국민의 뇌리에 새겨질 만한 내용이 없는 것 같습니다.
“물론 이번주(3월 둘째주) 중으로 슬로건과 전략을 내놓을 계획이지만, 내놓는 것보다는 그것이 얼마나 신뢰를 받을 수 있느냐가 더 문제인 것 같습니다. 제가 새누리당에서 여러 번 선거 홍보를 전담하고 있는데, 이번에야말로 ‘신뢰’에 대한 구체적인 내용을 내놓으려 합니다. 우리 홍보기획본부가 내놓은 ‘5대 개혁과제’가 있는데, 각 지역 후보들에게 숙지하도록 하고 이를 지키겠다는 ‘계약서’를 받아 대대적으로 알리고자 합니다.”
—각 후보가 계약서를 어떻게 쓸 수 있을까요.
“그동안 공약을 아무리 내놓아도 속이 빈 공약이라는 얘기가 많았지요. 이제 중앙당에서 내놓은 공약을 각 지역 후보가 법적 공증과 같은 방법을 통해 ‘대한민국과 계약한다’는 형식으로 보여주려고 합니다. 국민과의 ‘약속’임을 명백하게 보여주겠다는 거죠.”
—그런다고 믿음을 얻을 수 있을지는 의문입니다.
“그동안 중앙당의 공약 및 정책과 각 지역 선거 현장과는 괴리가 있었던 것이 사실입니다. 아예 중앙당 공약을 제대로 읽지 않고 알아서 선거운동하는 후보도 많았어요. 하지만 이제는 시민과 언론이 지켜보는 앞에서 약속을 한다는 사실을 여러 통로를 통해 보여주려고 합니다.”
—당선되고 나면 다 잊지 않을까요.
“지금까지 총선 전략이나 대선 전략은 그 선거 자체에만 관심이 있었던 것으로 분석됩니다. 하지만 저는 이미 나의 공천 또는 입신 여부와 상관없이 선거를 여러 번 치러 본 전문가입니다. 총선 결과 승자들이 계속 그 공약과 정책을 이어 나가야 대선에서 그 당이 승리할 수 있고, 대선 승리자가 공약을 잘 지켜 나가야 그 당이 총선에서 승리할 수 있습니다. 지금의 전략은 20대 총선뿐만이 아니라 이와 함께 2017 대선을 위한 것이라고 보면 될 듯합니다.”
과반만 해도 성공
새누리당 내부 인사들과 총선기획단 인사들의 총선 전망은 야당의 분열에도 불구하고 계속 어둡다. 당 지지율과 별개로 각 지역에서 후보의 지지도와 당선 가능성을 따져 볼 때 승리를 거두기 어려울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총선기획단 위원인 김우석 전 새누리당 디지털정당위원장의 얘기다. “야당이 와해되는 상황에서도 (희망 의석으로) 과반수만을 이야기해야 하는 여당의 형편이 안타깝습니다. 야당은 그나마 현역의원 컷오프와 친노 청산 등 다양한 의제로 국민을 설득하고 있는데, 여당은 그런 모습을 보이지 못하고 있거든요. 애초 김무성 대표가 약속한 상향식 공천도 제대로 이뤄지지 못했고, ‘야당 발목잡기론’도 크게 효과가 없는 것으로 보입니다. 개성공단 사태로 인한 안보우선론도 여당에 긍정적으로 작용해야 하는데 그렇지 못했죠. 또 총선에서는 선대위원장이나 새로운 대표로 참신한 새 얼굴을 내세우는 것이 큰 효과가 있는데, 그것조차 성공하지 못했어요.”
그는 새누리당이 공천 과정에서 국민에게 보여준 실망감을 극복하고 총선에서 선방하기 위해서는 획기적인 방안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여당은 안이함의 딜레마에 빠지기 쉬워요. 이러다 국민의 실망과 불만이 구체적으로 분출되면 여당은 위험할 수 있습니다. 잘못하면 과반수 의석도 차지하지 못할 수가 있어요. 선거가 한 달 남은 상황에서 새로운 바람을 일으켜야만 합니다.”
전문가들은 새누리당이 새 인물 영입과 혁신 공천 등을 이루지 못한 상황에서는 수도권에서는 정책 및 공약 중심의 전략, 지역에서는 인물 중심의 전략 등 이원적인 전략을 세워야 한다고 조언하고 있다. 그러나 선거를 한 달 남겨 둔 상황에서 얼마나 효과적인 전략이 나올지는 미지수다.
새누리당은 몇 개월 전 야당이 분란에 싸여 있을 때만 해도 ‘개헌의석(200석)’, ‘국회선진화법 저지선(180석)’을 자신있게 얘기한 바 있다. 그러나 계파 중심의 공천잡음에 휩싸이면서 이제 과반수(150석)만 차지해도 감사해야 할 형편이 되고 말았다. 새누리당이 공천 내홍을 극복하고 집권여당의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지 주목된다.⊙
총선기획단은 공정한 공천관리위원회를 구성하고 총선전략 및 홍보전략을 세우는 등 선거대책위원회(선대위) 출범 전까지 총선에 대한 모든 것을 기획한다는 목표로 출범했다. 보통 총선 해당 연도의 1월 초중순에 발족하는 총선기획단은 공천위원회 구성과 공천자료 준비, 선거전략 및 정책과 공약 준비 등이 주요 업무이며, 공천을 완료하면 이후 발족하는 선거대책위원회로 업무를 넘기고 해산했다.
그러나 20대 총선 준비 과정에서 새 누리당의 총선기획단은 다소 우왕좌왕하는 모습을 보였다. 먼저 공천관리위원회와 적지 않은 갈등을 보였다. 공천 과정에서 황진하 단장과 홍문표 의원, 권성동 간사 등 총선기획단 주요 구성원과 공관위 이한구 위원장이 전략공천 등 공천문제를 놓고 충돌했고, 기획단의 일원인 조동원 본부장이 당의 내홍과 관련해 탈당을 시사하기도 하는 등 총선기획단의 2개월이 매끄럽게 흘러왔다고 보기는 어렵다.
뿐만 아니라 비례대표 후보 선발을 위한 공개오디션 등 총선기획단이 내놓은 많은 아이디어들이 사장(死藏)됐고, 총선을 한 달여 남겨둔 상황에서 슬로건 등 원론적인 사항도 최종 결정하지 못한 상태다.
새누리당의 한 고위 관계자는 “총선기획단이 매주 2회씩 회의를 갖고 토론하며 다양한 아이디어를 내놓았지만 실제로 시행한 것은 찾기 힘들다”며 “살생부와 컷오프 논란 등 여러 사건이 벌어지는 한편 의원들이 공천과 본인 지역구 관리 등 이유로 총선전략을 심도 있게 연구하기 힘들었고, 총선기획단의 의견이 최고위원회의에 제대로 전달되지 못했다”고 전했다.
새누리당은 공천이 마무리되는 대로 선거대책위원회를 출범시켜 본격적인 선거운동에 돌입할 예정이며, 역대 총선처럼 선대위는 총선기획단이 마련한 전략을 토대로 선거운동을 하게 된다. 그러나 새누리당 총선기획단이 지금까지 어떤 목표와 전략을 세웠는지는 잘 알려져 있지 않다. 새누리 총선기획단은 어떤 전략으로 4·13 총선을 준비하고 있을까.
“최고의 전략은 공천인데…”
새누리당 총선기획단에서 홍보전략 담당인 조동원 홍보기획본부장, 공약 담당인 김종석 여의도연구원장을 제외한 위원 중 실제로 전략 및 기획을 총괄하고 있는 사람은 기획단 간사인 권성동 의원이다.
그는 지난 3월 12일 4차 공천심사 발표에서 강원 강릉 지역구에 단수후보 추천을 받아 사실상 공천이 확정된 상태. 2015년 7월부터 전략기획본부장직을 맡아 당의 전략통으로 활동해 온 그는 “지금 상황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경제”라며 “‘경제를 살릴 수 있는 든든한 정당’을 주요 어젠다로 설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밖에도 개혁, 안보, ‘일하는 국회’ 등이 총선기획단이 제시하고 있는 전략들이다. 특히 젊은 층 공략을 위해 개혁을 강조하고 있는 총선기획단은 지난 1월 24일 기획단 이름을 ‘개혁 앞으로! 총선기획단’으로 이름 붙인 바 있다.
권성동 의원은 “솔직히 정책적인 전략보다 국회의원 선거에서 최고의 전략은 공천을 제대로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권 의원과의 대화 내용이다.
—새누리당의 20대 총선 주요 전략이 무엇인가요.
“총선이라는 게 대선과 달리 각 지역에서 지역 대표 인물을 뽑는 것이다 보니 당이 할 수 있는 최고의 전략은 그 지역에 적합한 후보를 공천하는 것입니다. 그 지역 주민이 원하는 바를 들어주는 것이 전체적으로 승리하는 길이라는 거죠. 솔직히 말하자면 중앙당 차원의 공약이나 슬로건, 전략은 그 다음 문제입니다. 수도권을 제외한 각 지역에 내려가 보면 중앙당의 공약과 정책이 힘을 크게 발휘하지 못해요. 그 무엇보다 중요한 것이 제대로 된 공천입니다.”
—그런데 지금 새누리당 공천 결과를 보면 각종 의문점이 제기되는 상황입니다.
“총선기획단이 최고위와 공관위에 여러 번 건의를 했는데 제대로 전달이 되지 못한 것 같습니다. 국민에게 약속했던 경선, 상향식 공천에 실패해 면목이 없습니다.”
—공천이 잘못됐더라도 당 입장에서는 최대한 이기는 전략을 마련해야 되지 않겠습니까.
“수도권은 정책과 공약으로 어느 정도 승부할 수 있겠지만 그 외 후보들은 각자 지역에서 후보 자신의 경쟁력과 함께 집권여당으로서의 강점을 어필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봅니다. 선거라는 게 단 하나의 전략이나 구호로 가는 건 아니니까요.”
—전반적 전략계획이나 슬로건은 한 달 앞으로 총선이 다가왔는데도 왜 아직 없습니까.
“솔직히 유권자들은 자기 지역에 공천이 완료되기 전까지는 아무도 전략이나 슬로건에 관심을 갖지 않는다고 봅니다. 물론 총선기획단에서 정책위나 여의도연구원이 각종 공약과 전략을 준비하고 있지만 아직 내놓을 단계는 아니라고 봅니다. 공천이 완료되고 공식 선거운동에 돌입하면 내놓지 않을까요.”
180석은 ‘국회선진화법 이겨내기 위한 희망사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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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새누리당 최고위원회의에서 김무성 대표와 최고위원들이 총선전략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 |
황진하 총선기획단장은 “김무성 대표가 얘기한 180석은 19대 국회를 식물국회로 만들었던 국회선진화법 개정 필요성을 얘기하는 과정에서 나온 것으로, 국민 편에서 일을 제대로 할 수 있는 의석을 목표로 해야 한다는 취지에서 나온 얘기”라며 “지금 상황에서 (그 수치를) 예측이나 기대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권성동 총선기획단 간사도 “19대 국회가 최악의 국회라고 평가받고 있고 쟁점법안 처리도 안 되다 보니 당 지도부에서 나온 희망사항이고, 일반 다수결의 원칙이 적용되는 국회를 만들기 위해선 180석이 필요하기 때문에 표를 모아 달라는 의미로 나온 얘기”라고 말했다. 그는 “과반수를 기본으로 현재 의석보다 많은 의석을 얻는다면 성공이라고 할 수 있고, 차선으로는 과반수만 얻어도 선방했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새누리당의 한 고위 관계자 역시 “국회선진화법 때문에 민생법안이 처리되지 못하면서 국회가 일을 안 한다는 비난이 이어질 당시 김무성 대표와 원유철 원내대표가 인터뷰나 최고위 회의에서 했던 이야기일 뿐”이라며 “지금 당내에서 180석을 이야기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고 말했다. 그는 “야당의 분열상이 심각할 때는 새누리 단독으로 160~170석도 내다볼 수 있다고 생각했지만, 지금은 야당의 분열을 얘기할 겨를도 없이 새누리 내부의 공천 후유증 문제가 심각해 목표의석을 선정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핵심 어젠다는 경제
국회의원 선거에서는 각 당의 정책과 공약을 중심으로 선택해야 한다는 것이 중론이다. 현실적으로 정책이나 공약을 보고 투표하는 사람이 많지 않지만, 명분으로서의 정책과 공약은 매우 중요하다. 황진하 총선기획단장은 “이번 총선의 핵심 어젠다는 경제와 안보”라고 말했다. 황진하 단장은 “경제살리기는 기본적인 국민의 요구라며 그에 더해 안보문제 해결이 여당의 의무”라고 설명했다. 황 단장은 “남북관계가 긴장 국면으로 가서 국민이 불안하면 투자심리와 소비심리도 위축되는 등 부작용이 예상되기 때문에 이를 해결하도록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북한과 인접한 파주지역이 그의 지역구임과 무관하지 않다. 그러나 다른 위원들은 “안보를 최우선으로 강조하기는 조심스러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총선기획단 간사 권성동 의원은 “무엇보다 경제가 우선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지역별 선거라고는 하지만, 전국적으로 중요한 어젠다가 있지 않습니까.
“전국적으로 중요한 이슈는 무엇보다 경제입니다. 각 후보들이 지역에 가 보면 모두들 먹고살기 어렵다는 얘기, 잘살게 해 주면 지지하겠다는 얘기를 많이 합니다. 새누리당이 집권여당으로서 경제를 살릴 수 있는 든든한 정당이 될 수 있다는 것이 새누리당 후보들의 전략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야당이 계속 여당을 공격하지만, 그들은 국정에 대한 책임이 없기 때문에 무슨 얘기든 할 수 있는 것이지요. 기호1번이 책임정당이라는 얘기를 해야 한다고 알리고 있습니다.”
—야당이 분열되는 상황에서 야당심판론을 내세워야 한다는 의견도 있습니다.
“야당이 갈라지고 의견충돌 중이라 이를 심판해야 한다는 것이 선거전략 중의 하나가 될 수도 있다고 봅니다. 또 야당이 갈라지는 상황에 믿을 만한 정당은 새누리밖에 없다는 것도 좋은 의제가 되겠지요. 하지만 그게 제1전략은 아닙니다. 야당은 야당이고, 여당은 책임정당이 돼야 합니다.”
새누리당의 총선 공약은 지난 1월 5일 발족한 총선공약개발본부(본부장 김정훈 정책위의장)가 마련했다. 공약개발본부는 ‘활기찬 대한민국, 행복한 대한민국, 안전한 대한민국, 반듯한 대한민국’이라는 4대 비전을 목표로 공약을 개발해 3월 1일 공약발표회를 열었다. 김정훈 정책위의장은 “20대 총선 공약의 이름은 ‘공정 곱하기’이며, 차별과 격차 해소를 통해 공정사회를 구현하고 이른바 ‘수저론’을 없애겠다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총선기획단은 이를 기초로 구체적인 공약홍보 전략을 마련 중이다.
현장에서는 공약의 신뢰 여부가 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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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새누리당 이한구 공관위원장이 경선결과 발표를 앞두고 기자들에게 둘러싸여 있다. |
총선기획단의 위원인 조동원 새누리당 홍보기획본부장의 얘기다. “경제를 살린다고 말만 해서는 먹혀들지 않습니다. 그 신뢰성을 얼마나 구체적으로 보여줄 수 있느냐가 문제라고 봅니다.” 조동원 본부장과의 대화다.
—아직 눈에 띌 만한 슬로건도 없고 국민의 뇌리에 새겨질 만한 내용이 없는 것 같습니다.
“물론 이번주(3월 둘째주) 중으로 슬로건과 전략을 내놓을 계획이지만, 내놓는 것보다는 그것이 얼마나 신뢰를 받을 수 있느냐가 더 문제인 것 같습니다. 제가 새누리당에서 여러 번 선거 홍보를 전담하고 있는데, 이번에야말로 ‘신뢰’에 대한 구체적인 내용을 내놓으려 합니다. 우리 홍보기획본부가 내놓은 ‘5대 개혁과제’가 있는데, 각 지역 후보들에게 숙지하도록 하고 이를 지키겠다는 ‘계약서’를 받아 대대적으로 알리고자 합니다.”
—각 후보가 계약서를 어떻게 쓸 수 있을까요.
“그동안 공약을 아무리 내놓아도 속이 빈 공약이라는 얘기가 많았지요. 이제 중앙당에서 내놓은 공약을 각 지역 후보가 법적 공증과 같은 방법을 통해 ‘대한민국과 계약한다’는 형식으로 보여주려고 합니다. 국민과의 ‘약속’임을 명백하게 보여주겠다는 거죠.”
—그런다고 믿음을 얻을 수 있을지는 의문입니다.
“그동안 중앙당의 공약 및 정책과 각 지역 선거 현장과는 괴리가 있었던 것이 사실입니다. 아예 중앙당 공약을 제대로 읽지 않고 알아서 선거운동하는 후보도 많았어요. 하지만 이제는 시민과 언론이 지켜보는 앞에서 약속을 한다는 사실을 여러 통로를 통해 보여주려고 합니다.”
—당선되고 나면 다 잊지 않을까요.
“지금까지 총선 전략이나 대선 전략은 그 선거 자체에만 관심이 있었던 것으로 분석됩니다. 하지만 저는 이미 나의 공천 또는 입신 여부와 상관없이 선거를 여러 번 치러 본 전문가입니다. 총선 결과 승자들이 계속 그 공약과 정책을 이어 나가야 대선에서 그 당이 승리할 수 있고, 대선 승리자가 공약을 잘 지켜 나가야 그 당이 총선에서 승리할 수 있습니다. 지금의 전략은 20대 총선뿐만이 아니라 이와 함께 2017 대선을 위한 것이라고 보면 될 듯합니다.”
과반만 해도 성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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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새누리당 황진하 사무총장이 공관위 보이콧을 선언한 이후 기자들의 질문을 받고 있다. |
총선기획단 위원인 김우석 전 새누리당 디지털정당위원장의 얘기다. “야당이 와해되는 상황에서도 (희망 의석으로) 과반수만을 이야기해야 하는 여당의 형편이 안타깝습니다. 야당은 그나마 현역의원 컷오프와 친노 청산 등 다양한 의제로 국민을 설득하고 있는데, 여당은 그런 모습을 보이지 못하고 있거든요. 애초 김무성 대표가 약속한 상향식 공천도 제대로 이뤄지지 못했고, ‘야당 발목잡기론’도 크게 효과가 없는 것으로 보입니다. 개성공단 사태로 인한 안보우선론도 여당에 긍정적으로 작용해야 하는데 그렇지 못했죠. 또 총선에서는 선대위원장이나 새로운 대표로 참신한 새 얼굴을 내세우는 것이 큰 효과가 있는데, 그것조차 성공하지 못했어요.”
그는 새누리당이 공천 과정에서 국민에게 보여준 실망감을 극복하고 총선에서 선방하기 위해서는 획기적인 방안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여당은 안이함의 딜레마에 빠지기 쉬워요. 이러다 국민의 실망과 불만이 구체적으로 분출되면 여당은 위험할 수 있습니다. 잘못하면 과반수 의석도 차지하지 못할 수가 있어요. 선거가 한 달 남은 상황에서 새로운 바람을 일으켜야만 합니다.”
전문가들은 새누리당이 새 인물 영입과 혁신 공천 등을 이루지 못한 상황에서는 수도권에서는 정책 및 공약 중심의 전략, 지역에서는 인물 중심의 전략 등 이원적인 전략을 세워야 한다고 조언하고 있다. 그러나 선거를 한 달 남겨 둔 상황에서 얼마나 효과적인 전략이 나올지는 미지수다.
새누리당은 몇 개월 전 야당이 분란에 싸여 있을 때만 해도 ‘개헌의석(200석)’, ‘국회선진화법 저지선(180석)’을 자신있게 얘기한 바 있다. 그러나 계파 중심의 공천잡음에 휩싸이면서 이제 과반수(150석)만 차지해도 감사해야 할 형편이 되고 말았다. 새누리당이 공천 내홍을 극복하고 집권여당의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지 주목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