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전망] 4월 總選, 문재인·안철수 누가 이길까 : 월간조선

새해 벽두에 불거진 북한의 4차 핵실험으로 주춤했던 더불어민주당(이하 더민주)의 탈당 행렬이 1월 중순부터 재개됐다. 2월 설 연휴까지 이어질 전망이다. 탈당 러시 속에서 안철수 의원의 ‘국민의당(가칭)’이 야당의 심장부인 광주에서 과반을 차지하게 됐고, 국회 원내교섭단체를 구성할 가능성이 커졌다. 올해 4월에 치러질 총선은 여러 면에서 역대 총선과 차이가 있다.

역대 總選과 올해 4월 총선의 차이점

첫째, 제1야당의 두 축이었던 김대중·노무현 세력이 결별해 총선을 치르게 됐다. 1996년 총선 이후 20년 만에 야권이 나뉘어 선거를 치르는 셈이다. 둘째, 보수가 통합되어 단일화된 구조 속에서 치러지는 최초의 선거이다. 지난 2012년 충청 지역을 기반으로 하는 선진당이 새누리당과 합당한 이래 보수 세력은 결집돼 있다. 셋째, 통합진보당 해산 이후 처음 치러지는 선거이다. 물론 진보 세력을 대표하는 정의당이 있지만 과거와는 달리 진보 세력이 쇠퇴하고 있다. 넷째, 집권 4년 차에 치러지는 총선이지만 박근혜 대통령의 지지도가 40%대를 유지하고 있다. 역대 정부에서 집권 4년 차 때 대통령 지지도는 통상 20~30%대에 머물러 있었다. 다섯째, 헌법재판소의 판결로 선거구 간 인구 편차가 2대 1로 조정되어 치러지는 최초의 선거다. 농어촌 지역의 선거구는 줄어들고 수도권 지역 선거구가 전체 지역구에서 50% 이상을 차지할 전망이다.

이번 총선의 가장 큰 키워드는 ‘여당 과반’이냐 ‘여소야대’ 정국이냐의 싸움이다. 이에 못지않게 더 큰 관심을 끄는 것은 더민주와 국민의당 중 누가 야권의 주도권을 잡고 제1야당이 될 것인가이다. 이에 대한 해답을 얻기 위해서는 야권 분열에 대한 역사적 흐름을 고찰해 볼 필요가 있다. 〈표1〉은 1988년부터 역대 총선에서 펼쳐진 실증적 사례를 분석한 것이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제1야당에서 분당해 신당을 창당한 세력이 모두 승리했다. 1987년 대선 과정에서 DJ가 제1야당인 통일민주당(이하 통민당)을 탈당해 평화민주당(이하 평민당)을 창당했다. 야권 분열로 대선에서 민정당의 노태우 후보가 36.6%의 득표로 당선됐고, DJ(27%)가 통민당의 김영삼 후보(28%)의 뒤를 이어 3위를 차지했다. 하지만 1988년 4월 총선에서 평민당은 70석을 얻어 통민당(59석)을 제치고 제1야당이 됐다. 평민당 득표율은 19.3%로 통민당(23.8%)보다 뒤졌지만 호남 36개 지역구를 모두 차지하면서 승리했다. 한편, PK 지역을 기반으로 한 통민당은 집권당인 민정당과 영남 지역에서 경쟁하면서 이 지역의 37.9%(25석)를 얻는 데 그쳤다. 평민당은 총선 전보다 무려 46석을 더 많이 얻은 반면, 통민당은 11석을 더 얻는 데 그쳤다.

1996년 총선에서도 정계에 복귀한 DJ가 제1야당인 민주당을 탈당해 만든 새정치국민회의(이하 국민회의)가 79석을 얻어 민주당(15석)을 압도했다. 국민회의는 총선 전보다 의석수가 46석 늘어난 반면, 민주당은 19석이 감소하면서 제4당으로 전락했다. 국민회의는 호남 지역구에서 97.3%를 석권했을 뿐만 아니라 수도권에서도 22석을 얻어 민주당(4석)을 제압했다. 야권 분열로 집권당인 신한국당은 수도권 전체 96석 중 54석(56.3%)을 차지했다.

2002년 대선에서 여당이었던 새천년민주당은 영남 출신 노무현 후보를 내세워 정권 재창출에 성공했다. 하지만 2003년 11월에 노 대통령이 민주당을 탈당해 열린우리당을 창당함으로써 쪼개졌다. 2004년 3월 12일에 터진 노무현 대통령 탄핵소추안에 대한 비판적인 여론에 힘입어 열린우리당 지지도가 급상승했고, 총선 결과 열린우리당이 원내 152석을 확보하면서 1987년 민주화 이후 최초로 집권당이 국회 과반수 의석을 차지했다. 열린우리당은 총선 전 47석에서 무려 105석을 더 많이 얻었다.

새천년민주당은 추미애를 선대위원장으로 내세워 지지세 회복을 도모했지만 광주와 전라북도에서 모든 의석을 열린우리당에 내주고, 전라남도에서 5석, 비례대표 4석을 얻어 원내 9석에 그쳤다. 당시 민주노동당은 권영길 대표의 지도하에 두 곳의 지역구에서 승리했고, 13.0% 정당투표 득표율로 8석의 비례대표 의석을 차지해 10석을 얻어 새천년민주당을 제치고 원내 제3당이 됐다.

2004년 총선에서는 과거 지역구 투표율에 따라 전국구 의석을 배정하던 방식을 탈피해 지역구 투표와 비례대표 투표를 분리한 1인 2표제를 최초로 도입했는데 민노당이 최대 수혜자였다.

요약하면, 역대 총선 결과 제1야당을 탈당해 창당한 신생 정당이 모두 성공했다. 창당을 이끈 인물(예를 들어 김대중·노무현)과 지역기반(호남)이 핵심적인 요인이었다. 비록 야당의 정치적 텃밭인 호남에서 더민주를 향한 민심 붕괴 조짐이 나타나고 있지만 과연 안철수 의원이 DJ와 같은 강력한 리더십을 바탕으로 정치력을 발휘할지는 더 두고 봐야 할 것이다.

이번 총선 승패를 결정할 4대(大) 핵심변수를 짚어보자.

누가 호남을 지배하나

《조선일보》·미디어리서치가 작년 12월(28~29일)에 야권 분열에 대한 호남 민심을 파악하기 위해 광주·전남·전북 유권자 500명을 대상으로 여론조사를 실시했다. 조사 결과, 호남에서 문재인 대표에 대한 정서적 일체감이 와해되면서 안철수 신당의 강세 현상이 확인됐다.

‘올해 총선에서 지지할 정당’을 물어본 결과, 안철수 신당(32.6%)이 더민주(18.5%)를 제치고 1위에 올랐다. 호남에서 안철수 신당 지지율은 서울(22.9%), 인천·경기(19.9%), 충청권(12.3%) 등 다른 지역에 비해 가장 높았다. 이런 결과가 나온 것은 호남에서 무당파 3명 중 1명 이상(37.7%)이 안철수 신당으로 옮아갔고, 더민주 지지자도 4명 중 1명(24.2%)가량이 안철수 신당으로 지지를 바꾼 것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새해를 맞아 다른 언론사가 공개한 호남 지역 여론조사에서도 안철수 신당의 약진은 두드러졌다. 《동아일보》·리서치앤리서치 조사에서 안철수 신당 지지율은 28.6%, 더민주는 22.9%, 새누리당은 14.4%였다. 《한국일보》·코리아리서치 조사에선 안철수 신당 32.4%, 더민주 22%, 《서울신문》·에이스리서치 조사에선 안철수 신당 27.4%, 더민주 21.2%로 나타났다. 지난 12월 31일 공개된 《문화일보》·엠브레인 조사에서는 안철수 신당이 44.2%, 더민주는 21.8%였다. 《광주일보》·리얼미터 조사에서도 안철수 신당은 41.9%로 29.4%의 더민주를 앞섰다.

호남 민심이 급변하는 가운데 지난 1월 12일 동교동계의 좌장인 권노갑 상임 고문이 더민주를 탈당했다. 이는 단순한 한 ‘노정객(老政客)’의 탈당이 아니라 사실상 DJ의 동교동계 전체의 탈당이다. 권 고문의 탈당은 더민주가 호남을 잃었다는 것을 넘어 야당의 적통성을 잃었다는 의미이다.

현재 호남은 그야말로 춘추전국시대를 방불케 하고 있다. 국민의당 이외에 천정배 의원과 박주선 의원, 박준영 전 전남지사도 각자 호남을 기반으로 독자 신당 창당을 추진하고 있다. 이런 와중에 박 의원과 박 전 지사, 그리고 원외 정당 민주당의 김민석 전 의원이 지난 1월 8일 회동을 가졌다. 이들은 3자가 먼저 손을 잡고 천정배 의원 측과 소통합을 한 뒤 국민의당과 대통합하는 단계적 통합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만약 이것이 현실화되면 국민의당이 명실상부한 호남의 적통 세력으로 인정받을 수 있다. 호남에서 벌어지고 있는 춘추전국시대와 같은 혼란 현상은 야당 대표 주자로서 호남의 힘으로 정치적 기반을 다진 문재인 대표가 정치적 과실을 호남과 나누지 않았기 때문이다.

여하튼 현재까지 호남의 민심은 국민의당으로 기우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더민주가 호남 민심 변화를 위한 어떤 반격의 카드를 쓸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더민주를 탈당한 동교동계는 당분간 제3지대에 머물면서 호남 민심의 풍향계 역할을 할 것이다. 한 여론조사 전문가의 지적처럼 “호남 민심은 한 사람에게 힘을 실어주고 있지 않다”며 “누가 이희호 여사를 방문해 마음을 얻는 게 아니라 호남 민심 반영을 누가 귀담아내느냐에 따라 표심이 요동칠 것”이라고 내다봤다.

현재 호남의 민심 쏠림은 국민의당에 대한 열정과 지지가 넘쳐서가 아니라 더민주에 대한 실망이 더 커서다. 호남이 국민의당의 텃밭이자 심장이 될지는 더 두고 봐야 한다. 결국 호남 패권의 지표는 국민의당 지지율이 이 지역에서 60% 이상을 차지할 것인지가 관건이다. 또한 향후 대선후보 지지도에서 안철수 의원이 호남에서 압도적인 지지를 받느냐가 중요하다. 마지막으로 이번 총선에서 호남 전체 지역구에서 70% 이상의 의석을 확보해야 호남 패권을 가졌다고 할 수 있다.

누가 大選후보 경쟁력이 더 있나

선거에서 인물 경쟁력은 중요하다. 지역구에 출마한 후보들의 자질과 능력도 중요하지만 당을 실질적으로 이끌어가는 인물의 경쟁력이 더 중요하다. 유권자들은 정당 대표와의 정서적 일체감에 따라 투표를 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표2〉는 문재인·안철수에 대한 강점·약점·기회·위기(Strength·Weakness·Opportunity·Threat)를 SWOT기법으로 분석한 것이다.

문재인 대표의 최대 강점은 여전히 100석 이상의 국회 의석을 갖고 있는 제1야당 대표임과 동시에 지난 2012년 대선후보로 48%를 득표했다는 점이다. 더민주의 당권을 완전히 장악해 본인의 책임하에서 총선을 치르는 것은 ‘큰 정치인’으로 거듭나는 기회가 될 것이다. 총선을 앞두고 경제가 어려워지면서 ‘헬조선’ ‘금수저’ 등 정부심판론이 대두할 경우, 국회에서 많은 의석을 갖고 있는 문 대표가 박 대통령의 대항마로 부각돼 안 의원과 차별화할 수 있다.

문 대표의 최고 약점은 친노(親盧) 패권주의 이미지와 진영 논리에 빠져 반대를 위한 ‘반대’만 하는 낡은 진보 이미지가 형성돼 있다는 점이다. 최대의 위협요인은 호남 지지 기반이 와해되고, “문재인으로는 총선 승리와 정권 교체가 힘들다”는 비판이다. 더불어 과거 친북좌파와 연대한 사례가 큰 부담이 될 수 있다.

안철수 의원의 최대 강점은 ‘새로운 정치 이미지’와 호남 지지 기반 구축이다. 양당(兩黨) 독과점체제에 대한 국민들의 피로감이 쌓인 상황에서 친박(親朴)과 친노심판론이 동시에 부상하면 좋은 기회를 가질 수 있다.

정치 경험이 많지 않고 과거 결정적 순간에 뒤로 물러난 데 대한 신뢰감 하락은 약점이다. 안 의원을 위협하는 가장 큰 요인은 안철수 사당화 논란이다. 새 정치를 부르짖고 있지만 실체가 약하고 실제 행보와 부조화를 이루고 있다. 더불어, 시간이 흐르면서 안 의원 측근 그룹과 더민주 탈당파 의원들 간 알력이 대두될 가능성이 있다. 치열한 경쟁이 벌어질 때 승패는 장점과 기회보다는 약점과 위협요인을 누가 더 잘 이해하고 해결하느냐에 달려 있다.

문·안 두 사람이 갖고 있는 자질이 결국 차이를 만들어낼 것이다.

《서울경제신문》이 한국리서치에 의뢰, 지난해 12월(23~24일) 10명의 대선후보 자질을 평가했다. ‘철학과 비전’ ‘경제 살리기 능력’ ‘양극화 해소 능력’ ‘국민과의 소통 능력’ ‘인간적인 매력과 품위’ 등 5가지 분야로 나눠 각각 0~10점 척도로 평가했다.

반기문 총장이 평균 6.4점을 받아 박원순 서울시장(5.2), 손학규 전 상임고문(5.1)을 큰 폭으로 제치고 1위를 차지했다. 안철수 의원이 그 뒤를 이어 4.9점으로 4위를 차지했다. 문재인 대표는 4.3점으로 9위를 차지했다.

5개 평가 항목 모두에서 안 의원이 문 대표보다 앞섰다. 이런 조사 결과는 쟁점법안 통과, 선거구 획정, 4대 개혁 등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한 여야 정당 대표들에 대한 불신과 분노가 반영된 것 같다. 문재인 대표에 대한 평가와 같이 김무성 대표의 종합 순위 또한 8위(4.4점)였다.

리얼미터가 지난 1월 1주(4~8일)에 실시한 여야 차기 대선주자 지지도를 조사한 결과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 안철수 의원, 더민주 문재인 대표가 모두 18%대의 지지율을 기록했다. 1, 3위 격차가 0.3%포인트에 불과했다.

작년 12월 둘째 주 조사에서 김 대표와 안 의원의 지지율 격차는 11.7%포인트였는데, 대선주자 지지도 추이에서 큰 변동이 진행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앞으로 이런 대선후보 지지도에서 어떤 흐름이 나타날 것인지는 문재인·안철수의 승패를 결정짓는 중요한 요인이 될 것이다. 2월 초에 있을 설 연휴 이후 대선후보 지지도에서 민심이 누구의 손을 들어주느냐가 중요하다.

《조선일보》와 미디어리서치가 실시한 2016년 신년 여론조사에서 ‘다음 대통령, 누구를 생각하십니까’란 질문에 반기문 총장이 지지율 27.4%로 1위를 차지했다. 그다음은 문재인 대표(15.2%), 김무성 대표(10.6%), 박원순 서울시장(10.3%), 안철수 의원(9.9%) 순이었다. 반 총장을 제외한 조사에서는 문 대표(16.7%)와 김 대표(16.6%), 안 의원(14.0%)과 박 시장(13.9%)이 오차 범위 내에서 혼전 양상이었다.

‘이 사람이 대통령이 되면 좋다고 생각하는가’라는 질문에 지지율 선두인 반 총장만 유일하게 ‘그렇다(48.8%)’가 ‘아니다(42.7%)’보다 높았다. 대통령감으로 보는 긍정적 평가는 박원순(32.9%), 문재인(28.1%), 김무성(26.0%), 안철수(24.3%) 등의 순이었다. 조사 결과들이 주는 함의는, 국민들은 이번 총선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할 김무성, 문재인, 안철수 3자에 대한 평가가 상당히 유보적이라는 데 있다. 현 시점에서 문재인, 안철수 두 사람은 대등한 관계에서 한판 승부를 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된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객관적인 지표를 감안할 때 누가 승리할지는 단정하기 어렵다.

어느 정당이 최대 승부처인 수도권에서 승리할까

이번 총선의 최대의 격전지는 수도권이다. 더민주는 이 지역에서 수성해야 하는 입장이다. 지난 2012년 총선에서 더민주의 전신인 민주통합당은 수도권 전체 112석 중 65석(58.0%)을 차지했다. 그런데 수도권과 같은 박빙의 승부가 펼쳐지는 곳에서의 야권 분열은 패배로 직결될 수 있다.

1996년도 총선에서 보듯이, 보수 진영은 신한국당을 만들었고, 야당은 DJ의 새정치국민회의와 민주당으로 분열했다. 수도권 전체 96석 중에서 여당인 신한국당은 54석(57%), 국민회의는 22석(22.9%), 민주당은 4석(4.2%)을 얻는 데 그쳤다. 당시 신한국당은 서울 47개 의석 중 27개를 차지했는데, 재미있는 사실은 24곳에서 국민회의와 민주당 후보의 합이 신한국당 후보보다 많았다는 점이다.

2012년 총선 당시 수도권 전체 선거구 112곳(서울 48곳·경기 52곳·인천 12곳) 가운데 5%포인트 미만의 득표율 차이로 당락이 좌우된 곳은 서울 15곳, 경기 15곳, 인천 1곳 등 31곳(27.7%)이나 됐다. 이 가운데 1000표 미만의 표 차이로 희비가 엇갈린 초박빙 지역도 수도권에서 서울 4곳(서울 성동을·중랑을·서대문을·강서을), 경기 5곳(성남 중원·안산단원을·고양덕양갑·고양덕양을·시흥갑)이었다. 요컨대 수도권에서 야권 분열은 필패(必敗)를 낳는다.

국민의당이 새누리당 지지층을 상당 부분 흡수하고, 호남을 기반으로 한 전통적 야권 지지층을 결집하면 수도권에서도 의외의 파괴력을 가질 수 있다. 호남에서 불고 있는 민심 이반이 수도권으로 북상(北上)하면서 야권 지지층이 ‘당선 가능한 야당이 어디냐’를 놓고 고민할 것이다. 호남에서 지지 기반을 상실한 더민주가 만약 수도권에서 참패하면 상황은 심각해진다. 더민주가 제1야당의 지위를 지키려면 수도권에서 최소 40% 이상의 의석을 확보해야 한다. 만약 더민주가 호남을 잃고 수도권마저 잃는다면 야권의 주도권이 국민의당으로 넘어갈 수 있다.

국민의당이 이번 총선에서 원내교섭단체 구성을 넘어 전체적으로 50석 정도 차지한다면 일단 성공한 것으로 볼 수 있다. 1996년 총선에서 자민련이 50석을 얻어 확고한 제3정당 자리를 차지했다. 안철수 의원 입장에서는 이를 실현하기 위해 수도권에서 최소 20석 정도를 확보해야 한다. 반대로 수도권에서 의미 있는 의석을 확보하지 못할 경우 국민의당은 ‘호남 자민련’으로 전락할지도 모른다.

누가 연대에 성공할까

문·안 승부의 최대 승부처는 누가 연대에 성공하느냐이다.

문재인 대표는 상대적으로 운신의 폭이 좁다. 친노 운동권 중심의 정당이라는 이미지를 불식시키기 위해 연대해야 하는데 대상을 물색하기가 쉽지 않다. 지난 2012년 총선에서와 같이 외부 세력인 다른 야당과의 연대를 펼치기에 한계가 있다. 정의당과의 야권연대 또는 통합을 구상해 볼 수 있지만 이는 양날의 칼이 될 수 있다. 분명 외연을 넓히는 장점은 있지만 통진당 해산 이후 진보에 대한 국민적 이미지가 좋지 않다. 야권연대가 여의치 않을 경우, 문 대표가 취할 수 있는 것은 박영선 의원, 김부겸 전 의원 등 당내 온건중도 개혁 세력과 실질적·전략적으로 연대하는 것이다.

문 대표는 파격적인 외부인사 영입과 조기 선대위 체제 구축이라는 승부수를 던졌다. 2012년 대선 때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 캠프에서 국민행복추진위원장을 맡았고, 경제민주화 공약을 주도했던 김종인 전 장관을 선거대책위원장으로 영입했다. 통상 선대위가 구성되면 당 대표를 비롯한 최고위원회는 일상적 당무만 수행하며 2선으로 후퇴한다. 문 대표는 선대위 안정 후 대표직 사퇴 방침을 공식화했다.

김종인 깜짝 카드는 탈당 내홍(內訌)을 극복하고, 총선구도를 여야 간 정책·이념 경쟁으로 돌리려는 의도가 깔려 있다. 하지만 박근혜 대통령의 집권에 혁혁한 공을 세웠던 인물을 당의 ‘간판’으로 내세워 선거를 치르려는 것에 대해 야권 지지자들이 흔쾌히 수용할지는 미지수이다.

이에 반해 안 의원의 운신의 폭은 다소 넓다. 손학규 전 고문을 비롯한 정운찬 전 총리와의 연대를 최우선적으로 생각해 볼 수 있다. 여하튼 손·정(손학규·안철수·정운찬) 연대가 만들어진다면 파괴력은 상당할 것이다. 또는 박영선 의원을 당 대표로 영입에 성공한다면 수도권 전투의 교두보를 마련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연대와 영입은 문·안 두 사람의 능력만이 아니라 이들을 측근에서 돕고 있는 인사들의 역량과 지혜와도 직결된다. 안철수 의원은 윤여준 공동창당준비위원장의 역할에 큰 기대를 거는 것 같다.

정치권에서는 아직 거론되고 있지 않지만 안희정 충남지사가 어떤 행보를 취하느냐가 이번 총선에서 큰 변수가 될 수 있다. 만약 안 지사가 더민주를 탈당해 안 의원과 연대하면 후폭풍이 만만치 않을 것이다. 역대 총선과는 달리 이례적으로 이번에는 충청권을 기반으로 한 정당이 없다. 따라서 충청 유권자들이 어느 정당을 선택할지가 중요한 변수가 될 수 있다.

역대 총선에서 드러난 충청 유권자들의 지지 성향을 토대로 전망해 보면, 이들은 이번 총선에서 전략적 선택을 할 가능성이 있다. 충청 지역의 정치적 비중을 높이고 정치적 실리를 얻기 위해 야당에 힘을 실어줄 수 있다는 것이다.

현재 충청권 전체 의석(25석) 가운데 새누리당은 14석(의원직 박탈 송광호 전 의원 제외)을, 더민주는 10석을 확보하고 있다. 그러나 안희정 지사가 안철수 의원과 손을 잡을 경우 판도가 뒤바뀔 수 있다. 충청 지역의 3분화도 가능하다는 의미다. 여하튼 국민의당이 호남과 충청 지역의 지지 기반을 강화하면서 수도권에서 호남과 충청 출신자들의 표를 잠식하면 팽팽한 3당 경쟁체제가 만들어질 수 있다.

김무성 대표는 지난 1월 4일 서울시당 신년인사회에서 “180석을 얻지 못하면 미래가 없다. 어렵지만 180석을 목표로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회의원 총원(300명)의 5분의 3(60%)인 180석을 확보해 국회 선진화법을 바꾸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그런데 1988년 총선 이래 한 정당이 전체 의석의 5분의 3을 독식한 사례(事例)가 없다. 1988년 제13대 총선 이래 가장 크게 이긴 것은 2008년 총선 당시 한나라당(현 새누리당)이 153석을 얻은 경우이다. 2004년 총선 때는 열린우리당이 152석을 얻어 과반 의석을 차지했다.

이번 총선은 앞서 지적한 바와 같이 보수정당이 단일화된 구도에서 치러질 가능성이 크다. 〈표4〉는 역대 총선에서 나타난 보수성향과 진보성향 정당들의 의석수를 비교·분석한 것이다. 보수성향 정당들은 최소 153석에서 최대 197석까지 의석을 얻었다. 특히 현 선거 상황과 유사한 1996년 총선에서 보수성향 정당들은 야권 분열에 힘입어 189석을 차지했다. 이번 총선에서 여당이 분열되지 않고 결집한다면 ‘180석 확보’는 불가능한 목표가 아니다. 정치분석 전문가 박성민씨는 “대선에서는 여야 간 50 대 50 구도, 총선에서는 170 대 130 구도가 만들어졌다”고 주장한다. 여당이 총선전략도, 혁신도 없이 기득권에 안주하고 외연 확대를 하지 않으면 180석 목표를 달성하기란 쉽지 않다. 선거에서는 절대 강자가 없다.

우리나라의 선거 특징은 대통령 탄핵과 같은 돌발변수에 의해 선거판이 순식간에 뒤바뀌는 경우가 종종 발생한다는 점이다. 4월 총선을 앞두고 현 정부를 둘러싼 예민한 돌발변수가 발생하면 현재 판세는 하루아침에 바뀔 수 있다. 또 기존 정치권에 대한 비판과 혐오, 탈 이념화에 따른 중도층의 부상(浮上), 경제침체에 따른 대통령 부정(否定) 평가 심화, 정당 아닌 후보자 중심 선거, 예측 불허의 돌발변수 출현 등으로 이번 총선에서 새누리당이 압승할 것이라는 전망은 불투명하다. 새누리당이 목표로 하는 ‘180석 확보론’이 유권자들에게 오만하게 들릴 수도 있다.

간절하게 행동하는 사람이 승리

과거 선거경험을 비춰볼 때 이번 총선에서도 선거판이 몇 번 요동칠 것이다. 최근 인기를 끌고 있는 드라마 〈응답하라 1988〉에서 이런 내레이션이 나온 적이 있다.

“운명의 또 다른 이름은 타이밍이다. 주저없는 포기와 망설임 없는 결정들이 타이밍을 만든다. 운명은 그리고 타이밍은, 그저 찾아드는 우연이 아니라 간절함을 향한 숱한 선택들이 만들어내는 기적 같은 순간이다.”

이 내레이션을 현재 정치 상황에 적용해 보면, 문·안 두 사람 중 누가 자신의 모든 것을 버리고 더 간절하게 행동하느냐에 따라 승부가 결정날 것이다. 두 사람의 진검승부(眞劍勝負)는 지금부터다. 과거 사례를 보면, 선거에 이겨도 지는 경우가 있고, 져도 이기는 경우가 있다. 문재인·안철수 두 정치인은 이제 사적(私的) 감정을 내려놓고 자신들이 추구하는 가치와 정책을 갖고 경쟁해야 한다. 눈앞의 세 불리기와 이익에 매몰되지 말고 대한민국의 정치를 바꿀 수 있는 원대한 비전과 구체적인 대안을 갖고 경쟁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