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與 여성 비례대표들, 강남·서초, 인천 송도 등 여당 유리한 신설 지역구 ‘북적’
⊙ 野 여성 비례대표는 주로 수도권 희망… “신설 지역구에는 여성을 우선 공천하라” 주장도
⊙ 여야 모두 여성 비례대표들 지역구 위원장 공모에서 줄줄이 실패
⊙ 새로운 공천방식으로 여성 공천 문은 넓어졌지만 여론조사에선 여전히 약해
⊙ 野 여성 비례대표는 주로 수도권 희망… “신설 지역구에는 여성을 우선 공천하라” 주장도
⊙ 여야 모두 여성 비례대표들 지역구 위원장 공모에서 줄줄이 실패
⊙ 새로운 공천방식으로 여성 공천 문은 넓어졌지만 여론조사에선 여전히 약해
- 국회에서 열린 정치개혁특별위원회에서 여야 의원들이 인사를 나누고 있다. 정치개혁특위는 선거구 획정 문제와 오픈프라이머리 등 정치현안을 논의하고 있다.
제20대 총선(2016년 4월 13일)이 7개월 앞으로 다가오면서 각 언론사와 여론조사기관 등이 시·도별 출마 예상자를 집계한 결과, 현행 246개 지역구에 출마 예상자로 거론되는 후보가 1000명을 훌쩍 넘어서고 있다. 지역구별로 4~5 대 1의 경쟁률이 예상되는 것이다. 선거구 조정이 완료되면 출마 예상자는 더 늘어날 전망이다.
이 가운데 새누리당은 지역구 국회의원 후보 여성 추천 30% 이상을 의무화하는 공천개혁안을 지난 4월 의원총회에서 만장일치로 추인한 상태다. 따라서 여성정치인들의 지역구 도전이 좀 더 쉬워진 편이다. 이에 지역구에 도전하는 여성정치인도 늘어났다.
새누리당의 한 고위관계자는 “오픈프라이머리와 여성 지역구 30% 등 공천개혁안 때문인지 지역구에 도전하겠다는 여성후보가 확실히 많고, 모두들 적극적이다”라며 “특히 수도권 여당 우세 지역은 여성끼리 경쟁하는 구도도 적지 않다”고 말했다.
그동안 지역구에서 여성후보는 남성에 비해 약세를 보여 왔던 것이 사실이지만, 새누리당과 새정치민주연합이 20대 총선을 위해 만든 새로운 룰을 분석해 보면 여성후보가 공천받기는 더욱 유리해진 상황이다. 여야 여성정치인의 20대 총선 지역구 준비 현황을 점검했다.
새누리 여성 비례대표 대다수 총선 출마
이전까지 여성 비례대표들의 차기 총선 지역구 도전은 일부에 불과했는데, 19대 여성 비례대표들은 거의 대다수가 지역구에 뛰어들고 있다. 특히 새누리당의 비례대표 여성의원들은 총선 출마 의지가 없는 이자스민 의원과 출마에 비교적 소극적인 신경림 의원을 제외하고 모두 지역구 경쟁에 뛰어든 상태다. 특히 서울 경기 지역 중에서도 여당이 유리한 강남권, 또 분구(分區) 예상 지역을 노리는 의원이 많다.
총선 공천 시 유리한 고지를 선점하게 되는 당협위원장직을 이미 거머쥔 여성의원도 있다. 민병주 의원은 2014년 9월 대전 유성 당협위원장에 선출돼 지역기반을 다지고 있다.
민병주 의원은 “원래 대전이 고향은 아니지만 1991년 원자력연구원에 온 이후 유성은 제2의 고향”이라며 “유성 인구가 많아 분구가 예상되지만 분구와 상관없이 출마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비례대표 의원이 지역구에 출마하는 데 대해 현직 의원이 기득권을 갖게 된다며 비난하는 시각도 있지만, 비례 출신이 재선에 도전해 의정활동을 이어 가는 것은 당에서 오히려 권장해야 할 일”이라고 덧붙였다.
일찌감치 준비에 나서 지역구를 관리 중인 민 의원 외에도 마포갑 당협위원장 선거에서 낙선했지만 꾸준히 지역에서 준비 중인 황인자 의원, 올해 초 대전 중구 출마 선언을 한 이에리사 의원은 각각 현직 당협위원장을 위협하며 활발히 활동 중이다.
그 외 다른 비례대표 여성의원들은 지역구는 결정했지만 총선 7개월을 앞둔 이제서야 활동에 나선 경우도 있고, 출마 결심은 했지만 아직 확실히 지역구를 정하지 못한 의원도 있다.
특히 현역의원들이 장악한 지역구도 넘볼 수 없고 지역기반이 탄탄한 원외 위원장의 지역도 넘보기 힘든 여성의원들은 상대적으로 가능성이 높은 분구지역을 공략하고 있다. 여권에 유리하면서 분구가 예상되는 지역은 서울 강남, 양천, 인천 송도 정도인데 이 지역을 각각 비례대표 류지영, 신의진, 민현주 의원이 노리고 있다.
세 의원은 아직 지역구 분구가 확정되지 않은 만큼 출마에 대해 말을 아꼈다. 특히 세 지역은 남성 비례대표 및 정치 신인들도 높은 관심을 보이고 있는 지역이어서 예비후보 난립이 예상되는 형국이다.
신의진 의원은 한때 고향인 부산 출마를 생각한 적도 있지만 최근에는 원희룡 제주지사의 지역구였던 양천갑 출마를 고려하고 있다. 아동 및 교육 전문가로 학부모들에게 인지도가 높은 만큼 교육열이 높은 곳을 공략한다는 것이다. 신의진 의원은 “아직 (지역구를) 확정한 것은 아니다”라며 “교육열이 높은 지역을 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대전, 지역구 여성의원 나올까
대전에는 새누리당 여성 비례대표 두 명이 지역구를 노리고 있어 새누리당에서 충청권 최초로 여성 지역구 의원이 탄생할 것인지가 지역 정가의 관심 대상이다. 민병주 의원 외에도 체육인 출신 이에리사 의원이 출마의지를 확고히 하고 있다.
이에리사 의원은 지난 8월 초 대전 중구 당협위원장 공모에 신청했다 탈락했지만, 이 지역에 출마할 것임을 확실히 선언했다. 특히 지난 9월 3일 새누리당 중앙여성위원장 선거에서 위원장으로 당선돼 총선행보에 탄력을 받았다. 이 의원과의 일문일답.
—중구에 출마하려는 이유는.
“탁구 라켓을 처음 잡은 곳인 중구가 충남도청 이전으로 과거의 영화를 잃고 대전의 변방으로 쇠락해 가는 모습이 안타까워 고향에 그동안 쌓은 경험과 역량을 모두 바칠 생각이다.”
—대전에 살지 않으면서 당협위원장 공모에 나설 때부터 ‘낙하산’ 논란이 있었다.
“지역에서 활동하던 분들이 서운해하거나 오해할 수 있다는 점은 이해한다. 하지만 총선을 코앞에 두고 나타나는 것보다는 낫다고 생각한다.”
—고(高)연령층을 제외하면 인지도가 낮은 편인데.
“외지에서 활동하다 보니 젊은 층에겐 인지도가 낮은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그동안 의정활동을 통해 터득한 노하우로 지역경제 활성화에 총력을 다하고 싶다.”
대구지역에서 권은희 의원 외에 또 다른 지역구 여성의원이 탄생할 수 있을지도 주목할 만하다. 이한구 의원이 20대 총선에 불출마하기로 하면서 비례대표 강은희 의원은 이 의원의 지역구인 대구 수성갑을 노렸던 것. 강 의원은 김문수 전 경기도지사가 대구 수성갑 당협위원장에 임명된 것에 대해 “연고 없는 인물의 당협위원장 임명은 불합리하다”며 “김문수 전 지사는 수도권에 출마하라”는 주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이 밖에 윤명희 의원이 경기 이천에서 출마를 준비 중이며, 문정림 의원은 출마를 결심했지만 지역구를 확정하지 않은 상태다.
전직 여성의원들 강남권에 입질
전직 여성의원들도 서울 지역구에서 공천을 위해 뛰고 있어 눈길을 끈다. 이혜훈 전 의원은 원래 본인의 지역구였던 서울 서초갑에서 출마를 준비하고 있다. 이 전 의원은 서초갑에서 17·18대 총선에 당선돼 재선을 한 후 19대 총선 당시 “(여당에) 절대적으로 유리한 지역에 동일 인물에게 세 번까지 공천을 주는 것은 무리가 있다”는 당의 의견에 따라 공천을 포기했었다.
이혜훈 전 의원은 “여야 공히 새로운 경선 룰을 공표한 만큼 공정한 공천과 경쟁이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 전 의원과의 일문일답.
—서울 서초갑 출마설과 울산 출마설이 있다.
“내 지역구는 서초갑이고, 지역구를 옮겨 공천 신청할 생각은 없다.”
—재선 의원 출신인데 서초갑 같은 ‘여당 텃밭’에 공천을 신청하는 것에 대해 따가운 시선이 있지 않나.
“터무니없는 소리다. 두 번이나 출마해 당선된 지역이다. 지역 주민들이 판단할 것이다.”
—유승민계로 분류돼 공천 시 불이익이 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지 않나. 주변의 우려가 많다.
“그런 얘기가 나도는 자체가 새누리당에 대한 모욕이다. 새누리당은 사당(私黨)이 아닌 공당(公黨)이다. 누구와 가깝다는 이유로 공천에서 배제 또는 소외되는 일은 없을 것이다.”
—공천 룰이 다소 바뀌었는데.
“근본적으로는 더 민주적으로 바뀌었고, 그래서 누구라도 이유없이 희생되거나 손해 보는 일도 없을 것이라 기대한다. 오픈프라이머리가 100% 실행될 것으로는 예상하지 않는다.”
—유승민 의원과 여전히 가까운가.
“30년 인연이 어디 가겠나. 여전히 자주 연락한다.”
—주로 무슨 얘길 하나.
“그것까지는 말할 수 없다.”
—사무실, 조직 등 총선 준비는 시작했나.
“지금 사무실을 내고 활동에 나서면 사전 선거운동으로 선거법 위반이다. 철저하게 준법선거를 치를 생각이다.”
오픈프라이머리에서는 ‘친박’ ‘친김무성’ 의미 없다?
18대 비례대표를 지낸 정옥임 전 의원은 2013년부터 남북하나재단 이사장으로 일하다 지난 6월 퇴임했다. 임기를 한참 남겨 놓고 퇴임한 것은 내년 총선에서 서초을 지역구에 출마하기 위해서라는 소문이 무성했다.
정 전 의원은 19대 총선 당시 양천갑 지역구 공천을 신청했으나 낙천했다. 이후 김무성 현 새누리당 대표를 비롯해 전직 의원들과 미국을 함께 여행한 바 있다. 김무성 대표의 7월 방미 때도 외교특보 자격으로 함께하는 등 김무성 대표와 매우 가까운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정옥임 전 의원은 “새누리당의 공천개혁과 오픈프라이머리에 거는 기대가 크다”며 출마 의지를 밝혔다.
—서초을에 출마하나.
“맞다. 서초동에 개인사무소가 있고, 사전 선거운동은 할 수 없지만 선거를 위해 여러가지 아이디어를 준비 중이다.”
—19대 당시에는 다른 지역(양천갑)에 공천신청했는데 이번엔 왜 서초을인가 . 유리한 지역을 찾아간다는 지적이 있다.
“서초구에만 34년 살았다. 19대 총선 때도 서초에서 출마하고 싶었지만 당시엔 비례대표 의원들은 강남-서초-분당 등 여당이 확실히 유리한 지역에는 공천하지 않겠다는 것이 당의 방침이었다. 그래서 다른 지역으로 간 것이다. 내 고향은 서초다.”
—지역기반을 갖고 있는 해당 지역 현역의원과 경쟁해야 하는데.
“그분 역시 19대 때 그 지역에 처음 출마한 분 아닌가. 그분이 특별히 유리할 이유는 없다고 본다.”
—서초-강남에 여당 여성 후보자가 너무 많다는 지적도 있고, 김무성 대표와 가까운 사이라 유리하다는 시선도 있다.
“여성이라서, 특정 정치인과 가까워서 결과가 달라지는 건 아니다. 당이 오픈프라이머리를 표명한 것은 지역구민이 스스로 선택할 수 있게 한 것인 만큼 공정한 평가를 받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새정치, 대부분 수도권 출마 희망
새정치민주연합 여성 비례대표 의원들도 대부분 출마를 결심, 지역구를 결정한 상태다. 배재정 의원은 20대 불출마를 선언한 문재인 대표의 ‘낙점’을 일찌감치 받아 부산 사하을에서 지역기반을 다지고 있다.
남인순 의원은 서울 송파병, 은수미 의원은 경기 성남중원, 진선미 의원은 서울 강동갑, 김현 의원은 경기 안산단원갑, 최민희 의원은 경기 남양주, 장하나 의원은 서울 노원갑에 출마할 예정이다. 임수경 의원도 출마 결심을 굳혔지만, 지역구는 아직 결정하지 못한 상태다.
이미 지난 5월 서울 송파병에 사무소를 개소하고 지역활동에 나선 남인순 의원은 “현역 프리미엄을 가진 비례대표 의원의 지역구행이 문제라는 일각의 지적은 받아들이기 힘들다”며 “여성의 정치참여가 확대되려면 여성 비례대표가 4년에서 그칠 것이 아니라 지역구로 가 더 힘을 갖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야당 내에서는 “신설 지역구에 여성을 우선 공천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새정치연합 혁신위원회의 여성 위원인 정춘숙 전 한국여성의전화 상임대표는 “혁신위가 내놓은 여성 지역구 공천 30%를 확실히 지키기 위해서는 구체적인 방안이 필요한데, 신설 지역구에는 여성을 공천하는 방식, 불출마하거나 출마하지 못하는 국회의원 지역구는 여성에게 주는 방식을 제도화하면 된다”고 말했다. 그는 “신설 혹은 현역 불출마 지역구 여성공천을 비례대표 여성할당제와 남녀 교호 순번제처럼 법제화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유리천장’ 뚫을 수 있을까
지역구 출신 여성의원들은 20대 총선에도 그대로 출마하려 하고 있다. 지금까지 불출마를 선언한 19대 여성 지역구 의원은 없다. 김희정 여성가족부 장관(부산 연제), 나경원 외교통일위원회 위원장(서울 동작을), 김을동(서울 송파병), 권은희(대구 북구갑), 정미경(경기 수원을) 의원은 현재 지역구에서 출마할 예정이다.
새정치민주연합에서도 추미애, 서영교, 유승희, 인재근, 이미경, 박영선, 김영주, 박혜자, 김상희, 이언주, 유은혜, 김현미, 전정희, 권은희 의원이 현재 지역구를 지키고 있으며 20대에도 출마할 계획이다.
그러나 비례대표 여성의원들은 아직 공천은커녕 지역구 위원장직도 맡기 힘든 형편이다. 새누리당은 올 초 사고당협위원장을 공모할 당시 여성 비례대표인 민현주(서울 중구), 문정림(서울 중구), 황인자(서울 마포갑), 이에리사(대전 중) 의원이 신청했으나 모두 여론조사의 벽을 넘지 못한 바 있다.
새정치민주연합에서도 남인순 의원이 서울 송파병, 은수미 의원이 성남중원, 한정애 의원이 서울 강서을 지역위원장 공모에 지원했으나 모두 실패했다. 20대 총선은 여야 공히 여성 공천의 문이 어느 정도 넓어진 것이 사실이지만, 여성정치인의 경쟁력이 어느 정도인지는 누구도 장담하지 못하는 형편이다.
대통령은 여성이지만 여성 현직 다선의원을 찾기 힘든 게 한국정치의 현실. 비례대표보다 지역구 의원의 힘이 막강하지만 지역구 여성의원은 아직 소수에 불과하고 공천 가능성도 높다고 보긴 어렵다. 20대 총선에서 여성정치인들의 도전 결과가 어떨지 기대보다는 우려가 앞서는 시점이다.⊙
이 가운데 새누리당은 지역구 국회의원 후보 여성 추천 30% 이상을 의무화하는 공천개혁안을 지난 4월 의원총회에서 만장일치로 추인한 상태다. 따라서 여성정치인들의 지역구 도전이 좀 더 쉬워진 편이다. 이에 지역구에 도전하는 여성정치인도 늘어났다.
새누리당의 한 고위관계자는 “오픈프라이머리와 여성 지역구 30% 등 공천개혁안 때문인지 지역구에 도전하겠다는 여성후보가 확실히 많고, 모두들 적극적이다”라며 “특히 수도권 여당 우세 지역은 여성끼리 경쟁하는 구도도 적지 않다”고 말했다.
그동안 지역구에서 여성후보는 남성에 비해 약세를 보여 왔던 것이 사실이지만, 새누리당과 새정치민주연합이 20대 총선을 위해 만든 새로운 룰을 분석해 보면 여성후보가 공천받기는 더욱 유리해진 상황이다. 여야 여성정치인의 20대 총선 지역구 준비 현황을 점검했다.
새누리 여성 비례대표 대다수 총선 출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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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새누리당은 지난 4월 의원총회에서 오픈프라이머리를 중심으로 한 공천개혁안을 의결, 발표했다. 이 안에 따르면 지역구 중 30%는 반드시 여성을 공천해야 한다. |
총선 공천 시 유리한 고지를 선점하게 되는 당협위원장직을 이미 거머쥔 여성의원도 있다. 민병주 의원은 2014년 9월 대전 유성 당협위원장에 선출돼 지역기반을 다지고 있다.
민병주 의원은 “원래 대전이 고향은 아니지만 1991년 원자력연구원에 온 이후 유성은 제2의 고향”이라며 “유성 인구가 많아 분구가 예상되지만 분구와 상관없이 출마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비례대표 의원이 지역구에 출마하는 데 대해 현직 의원이 기득권을 갖게 된다며 비난하는 시각도 있지만, 비례 출신이 재선에 도전해 의정활동을 이어 가는 것은 당에서 오히려 권장해야 할 일”이라고 덧붙였다.
일찌감치 준비에 나서 지역구를 관리 중인 민 의원 외에도 마포갑 당협위원장 선거에서 낙선했지만 꾸준히 지역에서 준비 중인 황인자 의원, 올해 초 대전 중구 출마 선언을 한 이에리사 의원은 각각 현직 당협위원장을 위협하며 활발히 활동 중이다.
그 외 다른 비례대표 여성의원들은 지역구는 결정했지만 총선 7개월을 앞둔 이제서야 활동에 나선 경우도 있고, 출마 결심은 했지만 아직 확실히 지역구를 정하지 못한 의원도 있다.
특히 현역의원들이 장악한 지역구도 넘볼 수 없고 지역기반이 탄탄한 원외 위원장의 지역도 넘보기 힘든 여성의원들은 상대적으로 가능성이 높은 분구지역을 공략하고 있다. 여권에 유리하면서 분구가 예상되는 지역은 서울 강남, 양천, 인천 송도 정도인데 이 지역을 각각 비례대표 류지영, 신의진, 민현주 의원이 노리고 있다.
세 의원은 아직 지역구 분구가 확정되지 않은 만큼 출마에 대해 말을 아꼈다. 특히 세 지역은 남성 비례대표 및 정치 신인들도 높은 관심을 보이고 있는 지역이어서 예비후보 난립이 예상되는 형국이다.
신의진 의원은 한때 고향인 부산 출마를 생각한 적도 있지만 최근에는 원희룡 제주지사의 지역구였던 양천갑 출마를 고려하고 있다. 아동 및 교육 전문가로 학부모들에게 인지도가 높은 만큼 교육열이 높은 곳을 공략한다는 것이다. 신의진 의원은 “아직 (지역구를) 확정한 것은 아니다”라며 “교육열이 높은 지역을 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대전, 지역구 여성의원 나올까
대전에는 새누리당 여성 비례대표 두 명이 지역구를 노리고 있어 새누리당에서 충청권 최초로 여성 지역구 의원이 탄생할 것인지가 지역 정가의 관심 대상이다. 민병주 의원 외에도 체육인 출신 이에리사 의원이 출마의지를 확고히 하고 있다.이에리사 의원은 지난 8월 초 대전 중구 당협위원장 공모에 신청했다 탈락했지만, 이 지역에 출마할 것임을 확실히 선언했다. 특히 지난 9월 3일 새누리당 중앙여성위원장 선거에서 위원장으로 당선돼 총선행보에 탄력을 받았다. 이 의원과의 일문일답.
—중구에 출마하려는 이유는.
“탁구 라켓을 처음 잡은 곳인 중구가 충남도청 이전으로 과거의 영화를 잃고 대전의 변방으로 쇠락해 가는 모습이 안타까워 고향에 그동안 쌓은 경험과 역량을 모두 바칠 생각이다.”
—대전에 살지 않으면서 당협위원장 공모에 나설 때부터 ‘낙하산’ 논란이 있었다.
“지역에서 활동하던 분들이 서운해하거나 오해할 수 있다는 점은 이해한다. 하지만 총선을 코앞에 두고 나타나는 것보다는 낫다고 생각한다.”
—고(高)연령층을 제외하면 인지도가 낮은 편인데.
“외지에서 활동하다 보니 젊은 층에겐 인지도가 낮은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그동안 의정활동을 통해 터득한 노하우로 지역경제 활성화에 총력을 다하고 싶다.”
대구지역에서 권은희 의원 외에 또 다른 지역구 여성의원이 탄생할 수 있을지도 주목할 만하다. 이한구 의원이 20대 총선에 불출마하기로 하면서 비례대표 강은희 의원은 이 의원의 지역구인 대구 수성갑을 노렸던 것. 강 의원은 김문수 전 경기도지사가 대구 수성갑 당협위원장에 임명된 것에 대해 “연고 없는 인물의 당협위원장 임명은 불합리하다”며 “김문수 전 지사는 수도권에 출마하라”는 주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이 밖에 윤명희 의원이 경기 이천에서 출마를 준비 중이며, 문정림 의원은 출마를 결심했지만 지역구를 확정하지 않은 상태다.
전직 여성의원들 강남권에 입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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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새정치민주연합 혁신위원회 김상곤 위원장이 공천혁신안을 발표하고 있다. 새정치연합은 지역구 여성 공천신청자에게 25%의 가산점을 부여할 예정이다. |
이혜훈 전 의원은 “여야 공히 새로운 경선 룰을 공표한 만큼 공정한 공천과 경쟁이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 전 의원과의 일문일답.
—서울 서초갑 출마설과 울산 출마설이 있다.
“내 지역구는 서초갑이고, 지역구를 옮겨 공천 신청할 생각은 없다.”
—재선 의원 출신인데 서초갑 같은 ‘여당 텃밭’에 공천을 신청하는 것에 대해 따가운 시선이 있지 않나.
“터무니없는 소리다. 두 번이나 출마해 당선된 지역이다. 지역 주민들이 판단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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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야 통틀어 여성 비례대표 의원이 당협(지역)위원장직을 거머쥔 경우는 대전 유성의 민병주 의원이 유일하다. |
“그런 얘기가 나도는 자체가 새누리당에 대한 모욕이다. 새누리당은 사당(私黨)이 아닌 공당(公黨)이다. 누구와 가깝다는 이유로 공천에서 배제 또는 소외되는 일은 없을 것이다.”
—공천 룰이 다소 바뀌었는데.
“근본적으로는 더 민주적으로 바뀌었고, 그래서 누구라도 이유없이 희생되거나 손해 보는 일도 없을 것이라 기대한다. 오픈프라이머리가 100% 실행될 것으로는 예상하지 않는다.”
—유승민 의원과 여전히 가까운가.
“30년 인연이 어디 가겠나. 여전히 자주 연락한다.”
—주로 무슨 얘길 하나.
“그것까지는 말할 수 없다.”
—사무실, 조직 등 총선 준비는 시작했나.
“지금 사무실을 내고 활동에 나서면 사전 선거운동으로 선거법 위반이다. 철저하게 준법선거를 치를 생각이다.”
오픈프라이머리에서는 ‘친박’ ‘친김무성’ 의미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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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역구 재선 출신인 이혜훈 전 의원과 비례대표 초선 출신 정옥임 전 의원은 각각 서울 서초 갑, 을에 도전할 예정이다. |
정 전 의원은 19대 총선 당시 양천갑 지역구 공천을 신청했으나 낙천했다. 이후 김무성 현 새누리당 대표를 비롯해 전직 의원들과 미국을 함께 여행한 바 있다. 김무성 대표의 7월 방미 때도 외교특보 자격으로 함께하는 등 김무성 대표와 매우 가까운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정옥임 전 의원은 “새누리당의 공천개혁과 오픈프라이머리에 거는 기대가 크다”며 출마 의지를 밝혔다.
—서초을에 출마하나.
“맞다. 서초동에 개인사무소가 있고, 사전 선거운동은 할 수 없지만 선거를 위해 여러가지 아이디어를 준비 중이다.”
—19대 당시에는 다른 지역(양천갑)에 공천신청했는데 이번엔 왜 서초을인가 . 유리한 지역을 찾아간다는 지적이 있다.
“서초구에만 34년 살았다. 19대 총선 때도 서초에서 출마하고 싶었지만 당시엔 비례대표 의원들은 강남-서초-분당 등 여당이 확실히 유리한 지역에는 공천하지 않겠다는 것이 당의 방침이었다. 그래서 다른 지역으로 간 것이다. 내 고향은 서초다.”
—지역기반을 갖고 있는 해당 지역 현역의원과 경쟁해야 하는데.
“그분 역시 19대 때 그 지역에 처음 출마한 분 아닌가. 그분이 특별히 유리할 이유는 없다고 본다.”
—서초-강남에 여당 여성 후보자가 너무 많다는 지적도 있고, 김무성 대표와 가까운 사이라 유리하다는 시선도 있다.
“여성이라서, 특정 정치인과 가까워서 결과가 달라지는 건 아니다. 당이 오픈프라이머리를 표명한 것은 지역구민이 스스로 선택할 수 있게 한 것인 만큼 공정한 평가를 받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새정치, 대부분 수도권 출마 희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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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새정치연합 여성 비례대표 중 배재정 의원과 남인순 의원은 아직 지역위원장직을 받지 못했지만 지역활동에 활발하게 나서고 있다. |
남인순 의원은 서울 송파병, 은수미 의원은 경기 성남중원, 진선미 의원은 서울 강동갑, 김현 의원은 경기 안산단원갑, 최민희 의원은 경기 남양주, 장하나 의원은 서울 노원갑에 출마할 예정이다. 임수경 의원도 출마 결심을 굳혔지만, 지역구는 아직 결정하지 못한 상태다.
이미 지난 5월 서울 송파병에 사무소를 개소하고 지역활동에 나선 남인순 의원은 “현역 프리미엄을 가진 비례대표 의원의 지역구행이 문제라는 일각의 지적은 받아들이기 힘들다”며 “여성의 정치참여가 확대되려면 여성 비례대표가 4년에서 그칠 것이 아니라 지역구로 가 더 힘을 갖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야당 내에서는 “신설 지역구에 여성을 우선 공천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새정치연합 혁신위원회의 여성 위원인 정춘숙 전 한국여성의전화 상임대표는 “혁신위가 내놓은 여성 지역구 공천 30%를 확실히 지키기 위해서는 구체적인 방안이 필요한데, 신설 지역구에는 여성을 공천하는 방식, 불출마하거나 출마하지 못하는 국회의원 지역구는 여성에게 주는 방식을 제도화하면 된다”고 말했다. 그는 “신설 혹은 현역 불출마 지역구 여성공천을 비례대표 여성할당제와 남녀 교호 순번제처럼 법제화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유리천장’ 뚫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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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새누리당 이에리사 의원과 황인자 의원은 각각 대전 중, 서울 마포갑 당협위원장 공모에서 탈락했지만 출마를 전제로 지역에서 기반을 다지는 중이다. |
새정치민주연합에서도 추미애, 서영교, 유승희, 인재근, 이미경, 박영선, 김영주, 박혜자, 김상희, 이언주, 유은혜, 김현미, 전정희, 권은희 의원이 현재 지역구를 지키고 있으며 20대에도 출마할 계획이다.
그러나 비례대표 여성의원들은 아직 공천은커녕 지역구 위원장직도 맡기 힘든 형편이다. 새누리당은 올 초 사고당협위원장을 공모할 당시 여성 비례대표인 민현주(서울 중구), 문정림(서울 중구), 황인자(서울 마포갑), 이에리사(대전 중) 의원이 신청했으나 모두 여론조사의 벽을 넘지 못한 바 있다.
새정치민주연합에서도 남인순 의원이 서울 송파병, 은수미 의원이 성남중원, 한정애 의원이 서울 강서을 지역위원장 공모에 지원했으나 모두 실패했다. 20대 총선은 여야 공히 여성 공천의 문이 어느 정도 넓어진 것이 사실이지만, 여성정치인의 경쟁력이 어느 정도인지는 누구도 장담하지 못하는 형편이다.
대통령은 여성이지만 여성 현직 다선의원을 찾기 힘든 게 한국정치의 현실. 비례대표보다 지역구 의원의 힘이 막강하지만 지역구 여성의원은 아직 소수에 불과하고 공천 가능성도 높다고 보긴 어렵다. 20대 총선에서 여성정치인들의 도전 결과가 어떨지 기대보다는 우려가 앞서는 시점이다.⊙
새누리당과 새정치민주연합은 총선을 앞두고 공천원칙으로 각각 ‘보수특위 안(案)’과 ‘혁신위 안’을 사실상 확정한 상태다. 새누리당 안은 오픈프라이머리를 기본으로 한 것이고, 새정치연합의 혁신위 안은 오픈프라이머리와 전략공천을 적절히 배치하는 안이다. 이 중 여성 공천과 관련한 사항은 두 가지다. 첫째는 지역구 공천에 대한 가산점이다. 새누리당은 여성·신인·장애인 후보자의 경우 디딤돌 점수 10~20%를 가산점으로 부여하고, 지역구에 여성 30% ‘추천 권고’ 조항을 ‘강제’ 조항으로 개정했다. 새정치연합은 정치 신인에 10% 가산점, 여성·청년·장애인에게는 25%의 가산점을 주기로 했다. 둘째는 비례대표 공천비율이다. 새누리당은 비례대표에 여성을 60% 이상 배치하고 후보추천 과정을 100% 투명하게 운영하도록 했다. 새정치연합은 여성 당선 우선권 배정 비율을 60%로 상향 조정하고, 당선권 후보의 3분의 1 이상을 직능·노동·농어민 등 민생복지 전문가, 덕망 있는 현장활동 전문가를 공천하며, 비정규직 노동자와 영세 자영업자를 상위 순번에 배치한다고 제안했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