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민연금 등의 수급자가 본격 나타나기 전이어서 복지 수준이 낮은 것처럼 보이는 錯視현상
⊙ 현재의 복지 수준으로도 2050년이면 재정위기 불보듯
吳正根
⊙ 64세. 고려대 경제학과 졸업. 英맨체스터대 경제학 박사.
⊙ 한국은행 금융경제연구원 통화연구실장, 同부원장, 동남아중앙은행(SEACEN) 조사국장,
고려대 경제학과 연구교수, 한국국제금융학회장 역임. 現 한국경제연구원 초빙연구위원,
건국대 금융IT학과 특임교수, 아시아금융학회 회장, 한국금융ICT융합학회 공동회장.
⊙ 저서: 《금융위기와 금융통화정책》 등.
⊙ 현재의 복지 수준으로도 2050년이면 재정위기 불보듯
吳正根
⊙ 64세. 고려대 경제학과 졸업. 英맨체스터대 경제학 박사.
⊙ 한국은행 금융경제연구원 통화연구실장, 同부원장, 동남아중앙은행(SEACEN) 조사국장,
고려대 경제학과 연구교수, 한국국제금융학회장 역임. 現 한국경제연구원 초빙연구위원,
건국대 금융IT학과 특임교수, 아시아금융학회 회장, 한국금융ICT융합학회 공동회장.
⊙ 저서: 《금융위기와 금융통화정책》 등.
최근 복지와 증세(增稅)가 관심이 되면서 한국의 복지와 국민부담 수준에 대한 논란이 진행되고 있다. 지금 한국은 저(低)부담 저복지, 중(中)부담 중복지, 고(高)부담 고복지 중 어느 모델인지, 또 앞으로 지향해야 할 바는 무엇인지에 대한 논란이다.
야당과 일부 학자들은 국제통계를 들어 한국은 저부담 저복지 수준이므로 복지 수준을 올리고, 재원(財源)은 부자나 대기업으로부터 세금을 더 거두어서 마련하면 된다고 주장한다. 다른 한편에서는 인구구조가 급격히 고령화(高齡化)하고 있어 복지수요는 기하급수적으로 급증하고 있는 반면, 1인당 국민소득이 아직 3만 달러도 안 되는 가운데 잠재성장률이 급격히 하락하고 세수증가율은 낮아지는 현실을 감안할 때, 현재보다 부담과 복지 수준을 높이는 것은 위험하다고 반박한다.
무슨 논쟁이든지 팩트를 가지고 논쟁을 해야 한다. 팩트에 대한 분석 없이 인기영합적 선동과 ‘주장’만 난무해서는 혼란만 가중시킬 뿐이다. 복지와 증세 논쟁도 마찬가지다.
결론부터 얘기하면 한국의 복지와 국민부담률은 복지성숙도와 소득 수준을 고려할 때, 현재의 제도로도 20여 년 뒤에는 ‘중부담 고복지’ 수준이 되어 재정위기를 초래할 수 있는 수준이므로 복지를 위해 세금을 늘리기보다는 복지개혁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한국의 복지제도를 살펴보면, 선진국에 비해 역사가 짧지만 대체로 필요한 제도는 고루 갖추고 있다. 1차 안전망인 국민연금, 공무원연금, 군인연금, 사학(私學)연금 등 공적(公的) 연금과 건강보험, 고용보험, 노인장기요양보험, 산재(産災)보험 등 사회보험이 근간을 이루고, 각종 노인복지, 청소년복지, 가족·여성복지 관련 제도들이 이를 뒷받침하고 있다. 저소득층을 위해서는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 장애인복지 등 공적 부조(扶助)를 제공하고, 긴급복지지원 제도도 구비되어 있다.
다만 아직 모든 국민이 충분한 복지를 누리기에는 한계가 있고, 현재의 국민연금과 노인복지 제도로는 노후생활 보장이 미흡하다는 문제가 있다. 육아·아동·청장년 복지, 저소득층 공적 부조, 노인장기요양보험은 넉넉하지는 않지만 괜찮은 수준이다. 공무원·군인·사학연금은 오히려 혜택을 과도하게 주고 있는 점이 문제가 되고 있다.
한국의 복지 지출이 낮다?
그럼 우리나라의 국민부담과 복지지출은 다른 나라와 비교할 때 어느 정도 수준일까?
흔히 한국의 국민부담률과 복지지출 수준의 적정성을 볼 때 OECD가 발표하는 국민부담률(GDP에 대한 조세부담률+사회보장기여금률)과 GDP 대비(對比) 공공사회적 지출 비율을 본다. 그러나 OECD 통계를 가지고 한국의 복지 수준이 어느 정도인가를 비교하는 방식에는 두 가지 큰 오류가 있다.
첫째, 길게는 100여 년 가까이 되는 선진국에 비해 한국은 복지 역사가 짧다. 때문에 아직 국민연금 등 일부 연금의 경우에는 본격적인 수급자가 나오지 않고 있다. 이를 ‘복지성숙도가 낮다’고 표현한다. 때문에 당연히 복지지출 비율이 상대적으로 낮을 수밖에 없다.
이런 역사적 특성을 도외시한 채 지금 복지지출 비율이 상대적으로 낮다고 해서 복지지출을 늘리면, 나중에 연금 수급자가 본격적으로 나오기 시작했을 때 재정은 파탄 날 수밖에 없다. [그림]에서 OECD 국가평균 공공사회적 지출/GDP 비율은 안정적으로 증가하고 있는 데 비해 한국은 급격히 증가하고 있는 점이 이러한 현상을 반영하고 있다.
한국은 소득 수준 자체가 OECD 중하위권
다른 하나는 소득 수준의 차이다. OECD 34개 회원국의 통계가 가능한 2013년 1인당 국민소득은 OECD 평균이 4만863달러인 데 비해 한국은 2만5975달러로 34개 회원국 중 23위에 불과하다. OECD 내에서 중하위권에 속하는 수준이다. 이처럼 낮은 소득 수준이 국민부담과 복지 수준에 어떤 영향을 가져오는지 쉽게 이해하기 위해 간단한 예를 하나 들어보자.
인구 100명의 작은 국가가 두 곳 있다. A국(國)은 1인당 소득이 1억원, 전체 국민소득이 100억원인 선진국이다. B국은 1인당 소득이 3000만원, 전체 국민소득이 30억원인 중진국이다. A국에서는 국민부담률이 20%만 돼도 20억원의 재원을 마련할 수 있다. 그래서 20명의 은퇴 노인들이 1인당 1억원씩의 노령(老齡)연금으로, 일을 할 때와 다름없이 풍족한 노후(老後)를 즐길 수 있다. 반면 B국에서는 국민부담률이 똑같이 20%인 경우 재원은 6억원, 20명의 은퇴 노인들의 1인당 노령연금은 3000만원에 불과하다. 당연히 상대적으로 노후가 풍족하지 않게 된다. A국에서는 1인당 1억원 소득 중 20%를 세금으로 내고도 8000만원의 소득이 있어 재직자(在職者)들의 생활에 문제가 없고, 은퇴 후 고부담 고복지도 가능하다. 반면에 B에서는 1인당 소득 3000만원 중 20%를 세금으로 내면 남는 소득이 2400만원밖에 되지 않는다. 재직자들의 생활도 넉넉지 않아서 부담률을 낮추어달라고 주장하게 된다. 특히 저소득층이 한 푼도 낼 돈이 없다고 아우성치면서 부담률이 낮아지게 된다. 은퇴 노인들은 은퇴 노인들대로 생활이 안 된다고 연금을 올려달라고 아우성치게 된다. 이런 주장들이 포퓰리즘 정치와 결탁되면 재정이 악화되어 재정위기가 오게 된다. 이것이 중진국에서 선진국으로 넘어가는 과정에서 겪게 되는 선진국 고비다. 이 고비를 슬기롭게 극복하지 못하면 재정위기로 다시 후진국으로 추락하게 된다. 소득 수준의 차이를 간과한 단순한 비율의 상대적 비교가 이런 큰 함정이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
2050년의 한국은 低부담 高복지
이런 한계를 고려하지 않고 단순히 한국의 국민부담률과 복지지출 비율을 OECD 평균과 비교하면 현재의 한국은 ‘저부담 저복지’ 국가에 속한다.
하지만 복지성숙도가 높아져서 연금 수급자가 본격적으로 증가하는 2050년의 복지지출 비율을 가지고 얘기해 보면 상황이 달라진다. 한국은 2050년 공공사회적 지출/GDP 비율이 2014년의 10.4%에서 25.9%로 급증한다. 현재의 제도를 그대로 유지하기만 하는 것으로도 저부담 고복지 국가가 된다는 얘기다. 저부담이면 복지 수준도 저~중복지가 돼야 하는데 저부담 고복지가 된다면, 현재의 제도로도 재정위기를 피하기 힘들게 된다.
소득 수준의 차이를 내포하고 있는 상대비교의 한계점을 완전히 제거하고 한국의 부담률과 복지 수준을 분석하기는 힘들다. 하지만 최대한 문제를 줄여보기 위해 두 가지 방법을 사용해 보았다. 하나는 OECD 회원국들이 한국의 2013년 국민소득과 비슷한 수준의 국민소득 수준이 되던 해의 국민부담률과 공공사회적 지출 비율을 가지고 상대적 비교를 하는 방법이다[표1]. 다른 하나는 2013년 한국의 1인당 국민소득에 대한 OECD 회원국들의 1인당 국민소득 배율(倍率)을 구한 다음, 이를 이용해 2013년 OECD 회원국의 국민부담률과 공공사회적 지출 비율을 조정하는 표준화 작업을 한 후, 그 결과 나온 OECD 회원국의 국민부담률과 공공사회적 지출 비율을 한국의 비율과 상대적으로 비교하는 방법이다[표2].
첫째 방법으로 분석해 보면, 2014년 현재 한국은 저부담 저복지 국가지만, 2050년에는 저부담 고복지 국가가 되어 재정위기를 초래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방법에 따르면 다른 OECD 회원국들은 지금 한국의 1인당 소득과 비슷한 시기(OECD 평균으로는 2003년)에 들어섰을 때 상당수가 이미 고부담 고복지를 시행하고 있었기 때문에, 아직 복지성숙도가 낮은 한국은 현재는 상대적으로 저부담 저복지 국가인 것으로 나타난다.
두 번째, 한국 소득을 기준으로 표준화한 방법에서는 2014년은 중부담 중복지, 2050년은 중부담 고복지가 될 것으로 나타났다.
결국 위의 두 가지 요소, 즉 소득 수준과 복지성숙도를 교정한 경우에 한국은 현재 이미 중부담 중복지 국가이고, 국민연금 수급자가 본격적으로 나오기 시작하는 2050년에는 중부담 고복지 국가가 될 것이다.
이렇게 교정한 방법으로 한국의 복지 수준 추이를 들여다보면, 한국은 앞으로 현재 자국의 소득 수준을 고려하지 않은 채 포퓰리즘에 편승해 고복지를 시행해 재정위기에 빠진 남유럽국가들처럼 될 가능성이 높다는 결론이 나온다. 반면에 독일, 영국 등 재정안정국들은 중부담 중복지 방향으로 복지개혁을 단행했다.
GDP 對比 국가채무 비율이 60% 넘어서면 재정위기
마지막으로 재정지속가능성 분석을 통해 한국의 복지 수준을 분석해 보자. 한국의 재정건전성과 지속가능성이 근년에 들어 급속히 악화되고 있다.
국가채무는 1997년 60조원에서 2014년 527조원으로 크게 증가했다. 국가채무의 GDP에 대한 비율은 같은 기간 11.9%에서 35.1%로 크게 높아졌다. 더 큰 문제는 앞으로는 더 빠른 속도로 재정이 악화될 것이라는 점이다. 2030년에는 국가채무가 1950조원으로 급증하고 GDP에 대한 국가채무 비율도 58%로 급증할 것으로 보인다. 2050년에는 국가채무는 8347조원, 국가채무 비율은 121%로 기하급수적으로 급증할 것으로 보인다.
최근 스페인의 경우처럼 대체로 GDP에 대한 국가채무 비율이 60%를 넘어서면 재정위기가 발생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유로존 가입을 위한 수렴조건 중 국가채무 비율 상한을 60%로 하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지금 추세로 가면 한국에서도 2030년경 재정위기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
복지수요는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고 있는데 성장률은 하락세인 것도 걱정이다. 현재 3% 초반대의 성장률은 2020년대 2%, 2030년대 1%까지 하락할 것으로 전망된다.
반면 국회 예산정책처 자료 등을 종합해 추산해 보면, 현재 복지제도를 그대로 유지할 경우, 2030년에는 복지지출과 공무원·군인연금, 건강보험, 지방정부복지, 국고보전액을 합한 총 복지지출이 작년 140조원에서 450조 수준으로 급증한다. 총 복지지출의 GDP 대비 비율도 10%에서 13%로, 예산 대비 비율은 40%에서 50%로 높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이 정도면 정상적인 예산운영이 힘들어진다. 2014년 같은 기간 성장률 하락으로 국세수입은 131% 증가하는 반면 총 복지지출은 223% 증가할 것으로 전망되는 데 따른 것이다. 여러 연구 중 가장 보수적인 수준이 이 정도다.
이상에서 분석해 본 것처럼 한국의 복지는 현재의 제도를 유지하는 것만으로도 재정지속 가능성이 우려되고 재정위기 가능성마저 배제할 수 없는 수준이다. 따라서 복지수요를 재정건전성과 어떻게 조화시킬 것인가 하는 점이 최대의 과제다. 과도한 복지지출의 개혁이 시급한 과제다. 복지개혁의 기본방향은 다음과 같다.
첫째, 공적연금·사회보험과 같이 보험료를 받고 연금이나 보험금을 지급하는 부문은 총 연금이나 총 보험금의 총 보험료에 대한 비율인 수익 비율이 1+장기투자수익률 범위 내에서 이루어지도록 해야 한다. 수익 비율이 1+장기투자수익률을 초과하는 연금보험 지급은 결국 동세대의 다른 사람들이나 후(後)세대의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이러한 시스템은 지속불가능하기 때문에 재정위기를 겪을 수밖에 없다. 주요국의 공적연금을 비교해 보면 재정위기를 겪고 있는 국가들은 모두 수익 비율이 1.7배를 초과하거나 소득대체율이 50%를 넘고 있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한국의 공무원·군인연금은 수익 비율이 그리스보다도 높고 소득대체율은 62.7이나 된다. 국민의 세금을 투입하지 않고서는 유지할 수 없는 수준이다. 현재 월평균 연금액이 219만원(2013년 기준)이므로 이 수준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보험료를 더 내거나 아니면 연금액을 줄일 수밖에 없다. 이런 기본 방향하에서 나머지 기술적인 설계는 전문가들이 하면 된다.
국민연금도 수익 비율이 1.7배로 만만치 않은데 정작 소득대체율은 40%로 월평균 연금액은 84만원(2013년 기준)에 불과하다. 국민연금만 가지고는 노후생활이 안 되기 때문에 개인연금 등 각자 다른 노후대책을 준비해야 하는 실정이다.
수익 비율이 1.7배나 되는데 이런 현상이 발생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근본적으로 국민연금에 과도하게 소득재분배 기능을 도입했기 때문이다. 적은 보험료로 많은 연금을 받는 무임승차자가 많다는 증거다. 근래에는 저소득층의 경우에는 적은 연금보험료도 국가가 대납(代納)해 주어 국민연금을 사실상 무상화(無償化)하고 일시적으로 한꺼번에 보험료를 내면 20~30년 동안 보험료를 내온 가입자와 차별 없는 연금을 지급한다는 등 임기응변적인 인기영합대책도 연이어 발표되고 있다. 연금의 재정건전성에는 아랑곳하지 않는 모습이다.
일-복지 연계 강화해야
연금은 기본적으로 국민 모두가 자신의 노후를 위해 보험료를 내고 거기에 국가와 회사가 일정 부분 보험료를 보조하는 제도다. 소득재분배라는 명분으로 무임승차자가 편승하는 구조는 바람직하지 않다. 이런 현상이 심해져 연금재정의 건전성이 우려되면 국민 노후보장의 마지막 보루인 국민연금마저 국민들로부터 외면당하는 사태가 올 수도 있다.
소득재분배는 국가가 수행해야 할 재정의 기능이다. 국민연금에 소득재분배 기능을 부여하는 것은 국민연금이라는 이름하에 또 다른 세금을 숨겨놓는 것이나 다름없다. 이런 부분들을 고쳐나가면서 보험료·연금액을 노후생활이 보장되는 수준으로 올릴 것인지 여부를 결정해야 국민들의 지지를 이끌어낼 수 있을 것이다.
둘째, 국민의 세금이 투입되는 공공부조, 사회복지서비스, 아동청소년복지, 가족·여성복지는 재정건전성과 지속성이 유지될 수 있도록 선별적 복지로 가면서 현재 61%에 달하는 무상 비율을 낮추어야 한다. 무상복지는 결국 국민의 세금으로 부담하는 것이다. 안 그래도 기초연금, 노인장기요양보험, 공무원·군인연금 국고보전, 건강보험 국고보전 등 고령화로 급격히 복지비용은 계속 증가할 것이다. 각종 무상복지 제도가 복지비용의 61%를 차지하는 제도로는 재정건전성과 재정지속성을 담보할 수 없다.
셋째, 국민기초생활보장급여, 실업급여 등은 장기간 급여를 지양하고 일과 복지를 연계해야 한다. 국민기초생활보장급여는 일정기간이 지난 후에는 일부라도 근로소득이 있는 경우에 급여를 제한하는 등 근로연계성을 강화해야 한다. 실업급여는 직업훈련과 연계한 적극적 노동정책을 강화, 인력난을 겪고 있는 중소기업 취업권고 거부시 급여를 중단하는 등 근로촉진형으로 바꾸는 것이 바람직하다.
현실적으로 增稅 어려워
복지개혁보다 중요한 것은 추락하고 있는 성장률을 반등시키는 일이다. 성장률이 반등해야 세수(稅收)가 증대하고 일자리가 늘어나 복지수요가 줄어든다. 성장률이 1% 증가하면 세수가 2조원, 일자리는 6만~7만 개가 늘어난다. 그로 인해 실업급여 등 줄어드는 복지수요까지 감안하면 성장률 증가는 재정건전성 제고(提高) 효과를 가져온다.
정치권 일각에서 복지를 위한 증세 얘기가 나오고 있다. 증세는 성장률을 높이고 복지제도를 개혁하고도 재정건전성이 악화될 우려가 있을 경우에는 검토하는 것이 순서다.
증세도 말처럼 쉬운 게 아니다. 한국의 주요 세금으로는 소득세·법인세·부가가치세 등이 있다. 소득세 인상은 작년의 소득세 개편 파동과 최근 연말정산 파동에서 나타난 바와 같이 조세저항이 만만치 않아서 힘들다. 부가가치세는 최근 일본의 소비세 인상 결과 소비위축으로 회복되던 경제가 다시 주저앉은 경험에서 보듯이 민간소비를 위축시킬 우려가 있다.
일부 정치인들은 ‘법인세 정상화’라면서 법인세 인상 카드를 만지작거린다. 하지만 현재 수년째 2% 남짓한 투자증가율이라는 투자빙하기가 이어지고 있고, 기업들의 영업이익이 두서너 기업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어닝쇼크를 기록하고 있을 정도로 악화되고 있는 실정이다. 법인세를 인상할 경우 세수 증대는 기대하기 힘든 반면, 투자를 위축시켜 경제를 더욱 침체시킬 우려가 있다.
부자增稅 주장의 허구
일부 정치인들은 인기영합적으로 부자증세를 주장하기도 한다. 하지만 지금도 소득세는 상위 10%가 83%를 부담하고 있고, 하위 36%는 세금 한 푼 안 내고 있다.
2008~2013년의 경제주체별 소득세 부담 분석 결과, 고소득층은 세금이 4.2% 증가한 반면 중산·서민층은 31%나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자영업자의 21%가 세금을 내지 않고 있다. 57만여 개 과세대상 기업 중 법인세도 상위 10%가 97%를 내고 52%가 세금 한 푼 안 내고 있을 정도로 집중도가 심한 실정이다. 2008~2013년 최저한세율 인상, 비과세 감면 축소 등으로 대기업이 부담한 법인세는 11조원이 증가한 반면 중소기업이 부담한 법인세는 12%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현재 세계적인 저성장에 대응하기 위해 전 세계적으로 법인세를 낮추고 단일화하는 것이 세계적인 추세다. OECD 회원국 중 23개국이 한국 같은 누진법인세가 아닌 단일세를 채택하고 있다. 한국만 경제는 아랑곳하지 않고 대기업 세금인상만 줄기차게 주장하고 있는 실정이다.
모든 국민이 십시일반(十匙一飯)의 정신으로 재원을 부담할 때 복지재원을 절약할 수 있고, 무상복지 요구도 줄일 수 있다. 다시 한 번 강조하거니와 성장촉진과 복지개혁이 우선이다. 그래도 부족할 경우에는 세율을 내려 경제를 활성화하면서 세원(稅源)은 넓혀 재원을 확보하는 국민개세주의(國民皆稅主義)로 나아가야 한다. 그것이 복지수요와 재정건전성의 조화를 도모하는 정도(正道)다.⊙
야당과 일부 학자들은 국제통계를 들어 한국은 저부담 저복지 수준이므로 복지 수준을 올리고, 재원(財源)은 부자나 대기업으로부터 세금을 더 거두어서 마련하면 된다고 주장한다. 다른 한편에서는 인구구조가 급격히 고령화(高齡化)하고 있어 복지수요는 기하급수적으로 급증하고 있는 반면, 1인당 국민소득이 아직 3만 달러도 안 되는 가운데 잠재성장률이 급격히 하락하고 세수증가율은 낮아지는 현실을 감안할 때, 현재보다 부담과 복지 수준을 높이는 것은 위험하다고 반박한다.
무슨 논쟁이든지 팩트를 가지고 논쟁을 해야 한다. 팩트에 대한 분석 없이 인기영합적 선동과 ‘주장’만 난무해서는 혼란만 가중시킬 뿐이다. 복지와 증세 논쟁도 마찬가지다.
결론부터 얘기하면 한국의 복지와 국민부담률은 복지성숙도와 소득 수준을 고려할 때, 현재의 제도로도 20여 년 뒤에는 ‘중부담 고복지’ 수준이 되어 재정위기를 초래할 수 있는 수준이므로 복지를 위해 세금을 늘리기보다는 복지개혁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한국의 복지제도를 살펴보면, 선진국에 비해 역사가 짧지만 대체로 필요한 제도는 고루 갖추고 있다. 1차 안전망인 국민연금, 공무원연금, 군인연금, 사학(私學)연금 등 공적(公的) 연금과 건강보험, 고용보험, 노인장기요양보험, 산재(産災)보험 등 사회보험이 근간을 이루고, 각종 노인복지, 청소년복지, 가족·여성복지 관련 제도들이 이를 뒷받침하고 있다. 저소득층을 위해서는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 장애인복지 등 공적 부조(扶助)를 제공하고, 긴급복지지원 제도도 구비되어 있다.
다만 아직 모든 국민이 충분한 복지를 누리기에는 한계가 있고, 현재의 국민연금과 노인복지 제도로는 노후생활 보장이 미흡하다는 문제가 있다. 육아·아동·청장년 복지, 저소득층 공적 부조, 노인장기요양보험은 넉넉하지는 않지만 괜찮은 수준이다. 공무원·군인·사학연금은 오히려 혜택을 과도하게 주고 있는 점이 문제가 되고 있다.
한국의 복지 지출이 낮다?
그럼 우리나라의 국민부담과 복지지출은 다른 나라와 비교할 때 어느 정도 수준일까?
흔히 한국의 국민부담률과 복지지출 수준의 적정성을 볼 때 OECD가 발표하는 국민부담률(GDP에 대한 조세부담률+사회보장기여금률)과 GDP 대비(對比) 공공사회적 지출 비율을 본다. 그러나 OECD 통계를 가지고 한국의 복지 수준이 어느 정도인가를 비교하는 방식에는 두 가지 큰 오류가 있다.
첫째, 길게는 100여 년 가까이 되는 선진국에 비해 한국은 복지 역사가 짧다. 때문에 아직 국민연금 등 일부 연금의 경우에는 본격적인 수급자가 나오지 않고 있다. 이를 ‘복지성숙도가 낮다’고 표현한다. 때문에 당연히 복지지출 비율이 상대적으로 낮을 수밖에 없다.
이런 역사적 특성을 도외시한 채 지금 복지지출 비율이 상대적으로 낮다고 해서 복지지출을 늘리면, 나중에 연금 수급자가 본격적으로 나오기 시작했을 때 재정은 파탄 날 수밖에 없다. [그림]에서 OECD 국가평균 공공사회적 지출/GDP 비율은 안정적으로 증가하고 있는 데 비해 한국은 급격히 증가하고 있는 점이 이러한 현상을 반영하고 있다.
한국은 소득 수준 자체가 OECD 중하위권
다른 하나는 소득 수준의 차이다. OECD 34개 회원국의 통계가 가능한 2013년 1인당 국민소득은 OECD 평균이 4만863달러인 데 비해 한국은 2만5975달러로 34개 회원국 중 23위에 불과하다. OECD 내에서 중하위권에 속하는 수준이다. 이처럼 낮은 소득 수준이 국민부담과 복지 수준에 어떤 영향을 가져오는지 쉽게 이해하기 위해 간단한 예를 하나 들어보자.
인구 100명의 작은 국가가 두 곳 있다. A국(國)은 1인당 소득이 1억원, 전체 국민소득이 100억원인 선진국이다. B국은 1인당 소득이 3000만원, 전체 국민소득이 30억원인 중진국이다. A국에서는 국민부담률이 20%만 돼도 20억원의 재원을 마련할 수 있다. 그래서 20명의 은퇴 노인들이 1인당 1억원씩의 노령(老齡)연금으로, 일을 할 때와 다름없이 풍족한 노후(老後)를 즐길 수 있다. 반면 B국에서는 국민부담률이 똑같이 20%인 경우 재원은 6억원, 20명의 은퇴 노인들의 1인당 노령연금은 3000만원에 불과하다. 당연히 상대적으로 노후가 풍족하지 않게 된다. A국에서는 1인당 1억원 소득 중 20%를 세금으로 내고도 8000만원의 소득이 있어 재직자(在職者)들의 생활에 문제가 없고, 은퇴 후 고부담 고복지도 가능하다. 반면에 B에서는 1인당 소득 3000만원 중 20%를 세금으로 내면 남는 소득이 2400만원밖에 되지 않는다. 재직자들의 생활도 넉넉지 않아서 부담률을 낮추어달라고 주장하게 된다. 특히 저소득층이 한 푼도 낼 돈이 없다고 아우성치면서 부담률이 낮아지게 된다. 은퇴 노인들은 은퇴 노인들대로 생활이 안 된다고 연금을 올려달라고 아우성치게 된다. 이런 주장들이 포퓰리즘 정치와 결탁되면 재정이 악화되어 재정위기가 오게 된다. 이것이 중진국에서 선진국으로 넘어가는 과정에서 겪게 되는 선진국 고비다. 이 고비를 슬기롭게 극복하지 못하면 재정위기로 다시 후진국으로 추락하게 된다. 소득 수준의 차이를 간과한 단순한 비율의 상대적 비교가 이런 큰 함정이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
2050년의 한국은 低부담 高복지
이런 한계를 고려하지 않고 단순히 한국의 국민부담률과 복지지출 비율을 OECD 평균과 비교하면 현재의 한국은 ‘저부담 저복지’ 국가에 속한다.
하지만 복지성숙도가 높아져서 연금 수급자가 본격적으로 증가하는 2050년의 복지지출 비율을 가지고 얘기해 보면 상황이 달라진다. 한국은 2050년 공공사회적 지출/GDP 비율이 2014년의 10.4%에서 25.9%로 급증한다. 현재의 제도를 그대로 유지하기만 하는 것으로도 저부담 고복지 국가가 된다는 얘기다. 저부담이면 복지 수준도 저~중복지가 돼야 하는데 저부담 고복지가 된다면, 현재의 제도로도 재정위기를 피하기 힘들게 된다.
소득 수준의 차이를 내포하고 있는 상대비교의 한계점을 완전히 제거하고 한국의 부담률과 복지 수준을 분석하기는 힘들다. 하지만 최대한 문제를 줄여보기 위해 두 가지 방법을 사용해 보았다. 하나는 OECD 회원국들이 한국의 2013년 국민소득과 비슷한 수준의 국민소득 수준이 되던 해의 국민부담률과 공공사회적 지출 비율을 가지고 상대적 비교를 하는 방법이다[표1]. 다른 하나는 2013년 한국의 1인당 국민소득에 대한 OECD 회원국들의 1인당 국민소득 배율(倍率)을 구한 다음, 이를 이용해 2013년 OECD 회원국의 국민부담률과 공공사회적 지출 비율을 조정하는 표준화 작업을 한 후, 그 결과 나온 OECD 회원국의 국민부담률과 공공사회적 지출 비율을 한국의 비율과 상대적으로 비교하는 방법이다[표2].
첫째 방법으로 분석해 보면, 2014년 현재 한국은 저부담 저복지 국가지만, 2050년에는 저부담 고복지 국가가 되어 재정위기를 초래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방법에 따르면 다른 OECD 회원국들은 지금 한국의 1인당 소득과 비슷한 시기(OECD 평균으로는 2003년)에 들어섰을 때 상당수가 이미 고부담 고복지를 시행하고 있었기 때문에, 아직 복지성숙도가 낮은 한국은 현재는 상대적으로 저부담 저복지 국가인 것으로 나타난다.
두 번째, 한국 소득을 기준으로 표준화한 방법에서는 2014년은 중부담 중복지, 2050년은 중부담 고복지가 될 것으로 나타났다.
결국 위의 두 가지 요소, 즉 소득 수준과 복지성숙도를 교정한 경우에 한국은 현재 이미 중부담 중복지 국가이고, 국민연금 수급자가 본격적으로 나오기 시작하는 2050년에는 중부담 고복지 국가가 될 것이다.
이렇게 교정한 방법으로 한국의 복지 수준 추이를 들여다보면, 한국은 앞으로 현재 자국의 소득 수준을 고려하지 않은 채 포퓰리즘에 편승해 고복지를 시행해 재정위기에 빠진 남유럽국가들처럼 될 가능성이 높다는 결론이 나온다. 반면에 독일, 영국 등 재정안정국들은 중부담 중복지 방향으로 복지개혁을 단행했다.
GDP 對比 국가채무 비율이 60% 넘어서면 재정위기
마지막으로 재정지속가능성 분석을 통해 한국의 복지 수준을 분석해 보자. 한국의 재정건전성과 지속가능성이 근년에 들어 급속히 악화되고 있다.
국가채무는 1997년 60조원에서 2014년 527조원으로 크게 증가했다. 국가채무의 GDP에 대한 비율은 같은 기간 11.9%에서 35.1%로 크게 높아졌다. 더 큰 문제는 앞으로는 더 빠른 속도로 재정이 악화될 것이라는 점이다. 2030년에는 국가채무가 1950조원으로 급증하고 GDP에 대한 국가채무 비율도 58%로 급증할 것으로 보인다. 2050년에는 국가채무는 8347조원, 국가채무 비율은 121%로 기하급수적으로 급증할 것으로 보인다.
최근 스페인의 경우처럼 대체로 GDP에 대한 국가채무 비율이 60%를 넘어서면 재정위기가 발생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유로존 가입을 위한 수렴조건 중 국가채무 비율 상한을 60%로 하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지금 추세로 가면 한국에서도 2030년경 재정위기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
복지수요는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고 있는데 성장률은 하락세인 것도 걱정이다. 현재 3% 초반대의 성장률은 2020년대 2%, 2030년대 1%까지 하락할 것으로 전망된다.
반면 국회 예산정책처 자료 등을 종합해 추산해 보면, 현재 복지제도를 그대로 유지할 경우, 2030년에는 복지지출과 공무원·군인연금, 건강보험, 지방정부복지, 국고보전액을 합한 총 복지지출이 작년 140조원에서 450조 수준으로 급증한다. 총 복지지출의 GDP 대비 비율도 10%에서 13%로, 예산 대비 비율은 40%에서 50%로 높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이 정도면 정상적인 예산운영이 힘들어진다. 2014년 같은 기간 성장률 하락으로 국세수입은 131% 증가하는 반면 총 복지지출은 223% 증가할 것으로 전망되는 데 따른 것이다. 여러 연구 중 가장 보수적인 수준이 이 정도다.
이상에서 분석해 본 것처럼 한국의 복지는 현재의 제도를 유지하는 것만으로도 재정지속 가능성이 우려되고 재정위기 가능성마저 배제할 수 없는 수준이다. 따라서 복지수요를 재정건전성과 어떻게 조화시킬 것인가 하는 점이 최대의 과제다. 과도한 복지지출의 개혁이 시급한 과제다. 복지개혁의 기본방향은 다음과 같다.
첫째, 공적연금·사회보험과 같이 보험료를 받고 연금이나 보험금을 지급하는 부문은 총 연금이나 총 보험금의 총 보험료에 대한 비율인 수익 비율이 1+장기투자수익률 범위 내에서 이루어지도록 해야 한다. 수익 비율이 1+장기투자수익률을 초과하는 연금보험 지급은 결국 동세대의 다른 사람들이나 후(後)세대의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이러한 시스템은 지속불가능하기 때문에 재정위기를 겪을 수밖에 없다. 주요국의 공적연금을 비교해 보면 재정위기를 겪고 있는 국가들은 모두 수익 비율이 1.7배를 초과하거나 소득대체율이 50%를 넘고 있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한국의 공무원·군인연금은 수익 비율이 그리스보다도 높고 소득대체율은 62.7이나 된다. 국민의 세금을 투입하지 않고서는 유지할 수 없는 수준이다. 현재 월평균 연금액이 219만원(2013년 기준)이므로 이 수준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보험료를 더 내거나 아니면 연금액을 줄일 수밖에 없다. 이런 기본 방향하에서 나머지 기술적인 설계는 전문가들이 하면 된다.
국민연금도 수익 비율이 1.7배로 만만치 않은데 정작 소득대체율은 40%로 월평균 연금액은 84만원(2013년 기준)에 불과하다. 국민연금만 가지고는 노후생활이 안 되기 때문에 개인연금 등 각자 다른 노후대책을 준비해야 하는 실정이다.
수익 비율이 1.7배나 되는데 이런 현상이 발생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근본적으로 국민연금에 과도하게 소득재분배 기능을 도입했기 때문이다. 적은 보험료로 많은 연금을 받는 무임승차자가 많다는 증거다. 근래에는 저소득층의 경우에는 적은 연금보험료도 국가가 대납(代納)해 주어 국민연금을 사실상 무상화(無償化)하고 일시적으로 한꺼번에 보험료를 내면 20~30년 동안 보험료를 내온 가입자와 차별 없는 연금을 지급한다는 등 임기응변적인 인기영합대책도 연이어 발표되고 있다. 연금의 재정건전성에는 아랑곳하지 않는 모습이다.
일-복지 연계 강화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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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년 11월 13일 바른사회시민회의 등 자유주의 성향 시민단체 관계자들은 무상복지 예산 갈등 관련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복지 구조조정 논의를 요구했다. |
소득재분배는 국가가 수행해야 할 재정의 기능이다. 국민연금에 소득재분배 기능을 부여하는 것은 국민연금이라는 이름하에 또 다른 세금을 숨겨놓는 것이나 다름없다. 이런 부분들을 고쳐나가면서 보험료·연금액을 노후생활이 보장되는 수준으로 올릴 것인지 여부를 결정해야 국민들의 지지를 이끌어낼 수 있을 것이다.
둘째, 국민의 세금이 투입되는 공공부조, 사회복지서비스, 아동청소년복지, 가족·여성복지는 재정건전성과 지속성이 유지될 수 있도록 선별적 복지로 가면서 현재 61%에 달하는 무상 비율을 낮추어야 한다. 무상복지는 결국 국민의 세금으로 부담하는 것이다. 안 그래도 기초연금, 노인장기요양보험, 공무원·군인연금 국고보전, 건강보험 국고보전 등 고령화로 급격히 복지비용은 계속 증가할 것이다. 각종 무상복지 제도가 복지비용의 61%를 차지하는 제도로는 재정건전성과 재정지속성을 담보할 수 없다.
셋째, 국민기초생활보장급여, 실업급여 등은 장기간 급여를 지양하고 일과 복지를 연계해야 한다. 국민기초생활보장급여는 일정기간이 지난 후에는 일부라도 근로소득이 있는 경우에 급여를 제한하는 등 근로연계성을 강화해야 한다. 실업급여는 직업훈련과 연계한 적극적 노동정책을 강화, 인력난을 겪고 있는 중소기업 취업권고 거부시 급여를 중단하는 등 근로촉진형으로 바꾸는 것이 바람직하다.
현실적으로 增稅 어려워
복지개혁보다 중요한 것은 추락하고 있는 성장률을 반등시키는 일이다. 성장률이 반등해야 세수(稅收)가 증대하고 일자리가 늘어나 복지수요가 줄어든다. 성장률이 1% 증가하면 세수가 2조원, 일자리는 6만~7만 개가 늘어난다. 그로 인해 실업급여 등 줄어드는 복지수요까지 감안하면 성장률 증가는 재정건전성 제고(提高) 효과를 가져온다.
정치권 일각에서 복지를 위한 증세 얘기가 나오고 있다. 증세는 성장률을 높이고 복지제도를 개혁하고도 재정건전성이 악화될 우려가 있을 경우에는 검토하는 것이 순서다.
증세도 말처럼 쉬운 게 아니다. 한국의 주요 세금으로는 소득세·법인세·부가가치세 등이 있다. 소득세 인상은 작년의 소득세 개편 파동과 최근 연말정산 파동에서 나타난 바와 같이 조세저항이 만만치 않아서 힘들다. 부가가치세는 최근 일본의 소비세 인상 결과 소비위축으로 회복되던 경제가 다시 주저앉은 경험에서 보듯이 민간소비를 위축시킬 우려가 있다.
일부 정치인들은 ‘법인세 정상화’라면서 법인세 인상 카드를 만지작거린다. 하지만 현재 수년째 2% 남짓한 투자증가율이라는 투자빙하기가 이어지고 있고, 기업들의 영업이익이 두서너 기업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어닝쇼크를 기록하고 있을 정도로 악화되고 있는 실정이다. 법인세를 인상할 경우 세수 증대는 기대하기 힘든 반면, 투자를 위축시켜 경제를 더욱 침체시킬 우려가 있다.
부자增稅 주장의 허구
일부 정치인들은 인기영합적으로 부자증세를 주장하기도 한다. 하지만 지금도 소득세는 상위 10%가 83%를 부담하고 있고, 하위 36%는 세금 한 푼 안 내고 있다.
2008~2013년의 경제주체별 소득세 부담 분석 결과, 고소득층은 세금이 4.2% 증가한 반면 중산·서민층은 31%나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자영업자의 21%가 세금을 내지 않고 있다. 57만여 개 과세대상 기업 중 법인세도 상위 10%가 97%를 내고 52%가 세금 한 푼 안 내고 있을 정도로 집중도가 심한 실정이다. 2008~2013년 최저한세율 인상, 비과세 감면 축소 등으로 대기업이 부담한 법인세는 11조원이 증가한 반면 중소기업이 부담한 법인세는 12%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현재 세계적인 저성장에 대응하기 위해 전 세계적으로 법인세를 낮추고 단일화하는 것이 세계적인 추세다. OECD 회원국 중 23개국이 한국 같은 누진법인세가 아닌 단일세를 채택하고 있다. 한국만 경제는 아랑곳하지 않고 대기업 세금인상만 줄기차게 주장하고 있는 실정이다.
모든 국민이 십시일반(十匙一飯)의 정신으로 재원을 부담할 때 복지재원을 절약할 수 있고, 무상복지 요구도 줄일 수 있다. 다시 한 번 강조하거니와 성장촉진과 복지개혁이 우선이다. 그래도 부족할 경우에는 세율을 내려 경제를 활성화하면서 세원(稅源)은 넓혀 재원을 확보하는 국민개세주의(國民皆稅主義)로 나아가야 한다. 그것이 복지수요와 재정건전성의 조화를 도모하는 정도(正道)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