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각 광역市·道 서울사무소장 전부 4급인데 경남(1급)과 제주(3급)만 고위공무원인 이유는?
⊙ 서울사무소에 시·도 공무원 10여 명 상주, 서울 중심지 사무실에서 주로 對官 및 의전 업무
⊙ 제주도, 4급 소장직 3급 부이사관으로 격상… 지방의회·언론, “원희룡 지사 인맥관리용” 비판
⊙ 홍준표 경남지사, 지방자치 최초로 1급 공무원을 서울사무소에 파견
⊙ 정치권 출신 ‘어공(어쩌다 공무원)’ 다수 유입… 소장은 시·도지사의 ‘심복’도
⊙ 민선 6기 출범, 정부부처 세종시 이전 후 서울사무소는 ‘광화문에서 중앙정부 업무→여의도에서
정치권 업무’로
⊙ 서울사무소에 시·도 공무원 10여 명 상주, 서울 중심지 사무실에서 주로 對官 및 의전 업무
⊙ 제주도, 4급 소장직 3급 부이사관으로 격상… 지방의회·언론, “원희룡 지사 인맥관리용” 비판
⊙ 홍준표 경남지사, 지방자치 최초로 1급 공무원을 서울사무소에 파견
⊙ 정치권 출신 ‘어공(어쩌다 공무원)’ 다수 유입… 소장은 시·도지사의 ‘심복’도
⊙ 민선 6기 출범, 정부부처 세종시 이전 후 서울사무소는 ‘광화문에서 중앙정부 업무→여의도에서
정치권 업무’로
- 전국 시·도지사협의회에서 한자리에 모인 광역단체장들. 서울시와 충북·세종시를 제외하고는 모두 서울사무소를 운영하고 있다.
2014년 10월 28일, 제주도 한 호텔에서 전국 광역자치단체장(시·도지사)들이 모인 가운데 ‘제31회 전국 시·도지사협의회 전국총회’가 열렸다. 강원·경남·경기도지사 3명이 불참하고 14명의 광역단체장이 모인 이 자리에서 가장 뜨거웠던 이슈는 ‘지방자치회관’ 건립 문제였다.
박원순 서울시장과 이춘희 세종시장은 각각 서울과 세종에 지방자치회관을 유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원순 시장은 “서울시가 100억원을 내놓을 테니 시·도지사협의회 기금과 시·도별 기금을 합쳐 건물을 매입하자”고 했고, 이춘희 시장은 “정부세종청사 인근 한솔동에 있는 한국토지주택공사 땅에 건물을 지으면 된다”고 주장했다. 이춘희 시장은 “이미 총리실과 기획재정부 등 36개 중앙행정기관이 세종시에 와 있는데 왜 천문학적인 돈을 들여 지방자치회관을 서울에 지어야 하느냐”고 반문했다. 박원순 시장의 안에 따르면 서울 지방자치회관 건립비용은 720억원에 달한다.
시·도지사협의회는 이날 지방자치회관 건립 문제를 마무리 지을 예정이었으나 도지사 3명이 불참한 데다 박 시장과 이 시장이 의견조율에 실패하면서 안건은 다음 총회로 넘어갔다.
문제의 지방자치회관이란 무엇일까. 전국의 광역자치단체와 지방자치단체 상당수는 중앙정부와 업무를 협의하고 국비를 확보하는 등의 활동을 하기 위해 서울에 일부 직원들이 상주하는 사무실, 즉 서울사무소를 두고 있다. 이들은 대부분 자치단체의 자체비용으로 서울 사무실을 임차해 사용하고 있는데 이들 사무실을 하나의 건물에 모아 지방자치회관을 만들면 자치단체나 중앙정부 양쪽 다 훨씬 효율적으로 업무를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지방자치단체의 서울사무소란
박원순 시장과 이춘희 시장의 이 같은 설전은 최근 광역자치단체, 정확히는 시·도지사들이 서울사무소를 확대개편하고 있는 움직임과 맞물린다. 정치권 출신 시·도지사들이 서울사무소의 정무적 역할을 강화하면서 인원 및 사무실 규모를 확대하고 있기 때문이다.
서울을 제외한 16개 광역자치단체는 충청북도와 세종시를 제외하고 모두 서울에 6~23명 규모의 서울사무소를 두고 있다. 충북도는 세종시에만 사무소를 두고 있으며 세종시는 타 지역에 별도의 사무소를 두고 있지 않다.
원래 이들 광역자치단체 서울사무소의 역할은 ▲중앙행정기관과 긴밀한 사무연락 ▲국회 및 중앙부처와 협조체제 구축 ▲출향인사 관리 ▲시정·관광 홍보 ▲투자유치, 기업 비즈니스 활동 지원 등이다. 단체장이나 귀빈의 서울 출장 시 의전도 업무에 포함된다. 10여 명의 인원이 근무하는 서울사무소를 운영하는 데 드는 비용은 보통 연간 7억~10억원 선이다.
그런데 2014년 6월 지방선거 이후 원희룡 제주도지사, 홍준표 경남도지사, 남경필 경기도지사, 서병수 부산시장 등 중앙정치무대에서 맹활약하던 정치인들이 지방에 상주하게 되면서 서울사무소는 중앙정치권 및 언론 관계자들과 자주 접촉하며 이들을 관리하고 중앙 소식을 지방에 알리는 역할을 강화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김문수 경기도지사 재임 당시 경기도 서울사무소장을 역임한 박상길씨는 “2014년 지자체 민선 6기에 들어서면서 거물급 정치인들이 대거 지방으로 내려옴에 따라 그동안 조용히 일하던 지자체 서울사무소의 역할이 정치권에서 더 주목을 받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그는 경기도 서울사무소장에 이어 김문수 지사 언론특보를 거쳐 경기도지사 비서실장을 지낸, ‘김문수 최측근’ 중의 한 명이다. 그의 얘기다. “10여 년 전만 해도 서울사무소의 업무는 예산 관련 업무 아니면 의전 정도였던 것 같습니다. 그런데 최근에는 사무소들이 정부팀, 국회팀, 언론팀 등으로 업무를 세분화하는 추세입니다. 지방을 떠날 수 없는 시·도지사 입장에서는 국회나 언론의 정보를 수집해 전달해 주는 역할도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어요.”
광역시 서울사무소 근무 경험이 있는 한 공무원은 “사실 지방공무원이 중앙부처 국·과장 만나기는 하늘에 별 따기처럼 힘들고 만나도 예산을 달라거나 깎지 말아달라며 생떼를 쓰는 것 말고는 크게 할 수 있는 일도 없어 언젠가부터 국회 보좌관들을 주로 만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그는 “국회의원이나 언론사 간부와 지방에 있는 시장의 연결고리를 만들어주는 일이 생면부지의 공무원들을 찾아가는 것보다 더 효율적이라는 생각이 들어 그렇게 했는데, 요즘 다른 서울사무소들도 그런 경향이 있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최근 서울사무소의 정무 기능을 강화한 도백(道伯)으로는 홍준표 경남도지사, 원희룡 제주도지사, 서병수 부산시장을 꼽을 수 있다. 이들은 서울사무소장의 공무원 급수를 높이고 사무실을 여의도로 옮기는 등 노골적으로 중앙정치권을 바라보고 있다.
서울사무소장 급수 갑자기 ‘점프’
원래 광역자치단체의 서울사무소장은 각 도 공히 4급(서기관급) 공무원이었다. 그런데 경상남도와 제주특별자치도가 이 기준을 파괴했다.
경상남도는 2014년 12월 5일 “서울본부(서울사무소) 책임자를 4급 서기관에서 1급 정무특보로 격상한다”고 밝혔다. 사무소 인원도 8명에서 9명으로 늘렸다. 용산의 사무실도 2015년 초 여의도로 옮길 예정이다. 1급 정무특보 후보로는 최근 사표를 낸 조진래 전 정무부지사 또는 전직 국회의원이 거론되고 있다. 경남도 관계자는 “현재 8명의 인원으로는 관리인력을 빼면 국회와 정부 등 대외협력 업무를 담당할 인력이 거의 없어 중앙정부 및 정치권과 원활한 관계를 유지하고 투자유치 업무도 계속하려면 인력을 확충해야 한다는 데 도청과 도의회가 합의했다”고 밝혔다.
원희룡 제주도지사도 논란의 중심에 서 있다. 원희룡 지사는 2014년 7월, 제주도 서울사무소장 인사에서 청와대 행정관 및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정책보좌관 출신인 이기재씨를 3급(부이사관) 공무원으로 임명했다. 또 서울사무소 직원 수도 9명에서 14명으로 늘렸다. 이는 서울사무소를 둔 14개 시·도 중 강원도(23명)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숫자다.
심지어 원희룡 도지사 측은 취임 직후 내놓은 조직개편안에서 “서울사무소 인원을 9명 늘려 18명까지 확충해야 한다”는 안을 내놓았지만 제주도의회에 의해 제동이 걸렸다.
시·도지사가 서울사무소를 마음대로 확대하거나 옮길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지방자치법에 따라 지방자치단체 사무소 소재지의 변경 및 설치에 대한 사항은 ‘행정기구 설치 조례’에서 규정하며 시·도의회의 의결을 거쳐야 한다.
원희룡 지사의 이 같은 서울사무소 확충 계획에 제주도의회는 “원 지사의 인맥관리용”이라며 반발에 나섰다. 도지사의 안에 따르자면 신규채용해야 할 사무관급 이상이 7명이나 되는데 대부분 개방형 직위로 지사 측근을 데려올 것이 뻔하고, 또 서울에서 그렇게 많은 제주도 고위직 공무원이 할 일이 무엇이냐는 것이었다. 원 지사 측은 “사업예산을 최대한 확보하기 위해서는 인력이 더 필요하다”며 도의회를 설득해 결국 5명을 충원했다.
정치인 출신 소장 속속 등장
이 밖에도 중앙정치인 출신 시·도지사들은 원래 시·도 공무원이 담당했던 서울사무소장 자리를 잇달아 정치권 출신 인사들에게 내주고 있다. 서울사무소장은 일부 시·도를 빼면 대부분 개방형 직위이지만, 대체로 시·도 공무원이 맡아와 ‘무늬만 개방형’이라는 지적을 받기도 했다. 그런데 민선 6기 들어서는 실제로 개방형 인사가 잇달아 이뤄지고 있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서울사무소장은 시·도지사의 측근이면서 ‘여의도 정치’에 익숙한 인물로 속속 물갈이되고 있다. 최근 임명된 김상훈 경기도 서울사무소장은 남경필 지사의 국회의원 당시 보좌관 출신으로, 김 소장은 남경필 지사와 경기도 국회의원들의 자리를 마련하는 등 정무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두 달 전 임명된 이웅수 인천시 서울사무소장도 유정복 인천시장의 국회의원 시절 보좌관 출신이다.
서병수 부산시장은 정치권 출신 측근인 인사를 현재 공석인 서울사무소장으로 내정하고 2015년 초 ‘서울본부장’으로 격상시켜 정식 인사발령을 내는 한편, 광화문 한복판(교보빌딩)에 있던 서울사무소 사무실을 여의도로 옮길 예정이다.
내정자 A씨는 “광화문보다 여의도가 훨씬 할 일이 많다는 판단하에 결정한 것”이라며 “다른 시·도 사무소도 여의도에 많아 시너지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그는 “서울사무소는 기본적으로 시·도 예산 확보의 성격이 강한데, 정부부처에서 예산을 확보해도 국회에서 삭감되는 경우가 많은 만큼 정부부처보다 국회를 공략하는 것이 더 효과적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여의도는 지방 潛龍들의 별장?
여의도에 서울사무소를 둔 광역자치단체는 인천(시장 유정복), 광주(시장 윤장현), 울산(시장 김기현), 경기도(도지사 남경필), 제주도(도지사 원희룡)이며 경남(도지사 홍준표)과 부산(시장 서병수)은 2015년 초 서울사무소를 여의도로 옮길 계획이다. 14개 서울사무소 중 7개가 여의도에 자리 잡는 것이다.
이들 광역자치단체의 장은 울산에서 국회의원을 지낸 김기현 울산시장을 제외하면 모두 서울에서 맹렬하게 활동해 온 중앙정치인 출신이다. 윤장현 광주시장은 원래 정치인은 아니지만 안철수 새정치민주연합 전 대표의 전략공천으로 당선된 만큼 엄밀히 말하면 중앙정치인이라 볼 수 있다. 또 이 중 인천, 경기, 제주, 경남, 부산의 서울사무소장은 일반직 공무원이 아닌 시·도지사의 최측근, 정치권 출신이다. 이들에게 주어진 가장 큰 임무가 무엇일지는 어느 정도 추측 가능하다.
소장은 市·道지사의 눈과 귀
지방의회는 서울사무소의 정체성에 대한 지적을 끊임없이 제기한다. 강원도의회는 “서울사무소에는 별정직 아닌 일반행정직을 파견해야 향후 서울과 도청의 가교가 될 수 있고, 별정직 채용은 (도지사의) 보은인사라고 볼 수밖에 없다”는 의견을 내놓았고, 제주도의회는 “서울사무소 각 팀 업무의 경계가 모호하고 인원이 타 시·도에 비해 과다하다”고 지적했다. 심지어 제주도의회 모 의원은 “서울사무소가 정치 낭인(浪人)들의 안식처가 되는 것 아니냐”는 발언도 서슴지 않았다.
익명을 요청한 한 전직 서울사무소장은 “소장은 사실상 시·도지사의 눈과 귀가 돼야 한다”고 말했다. 그의 얘기다. “중앙정치무대에서 활발하게 활동하다 지방 시·도지사로 일하게 되면 명예는 있을지 몰라도 중앙에서 멀어진다는 소외감이 생길 수밖에 없습니다. 지방 사무실에 앉아 있으면 국회 소식을 뉴스나 전화로밖에 알 수가 없으니까요. 이런 갈증을 채워줘야 하는 곳이 서울사무소입니다. 예전에는 서울사무소장이 기획재정부 간부를 만나려 노력하는 것이 일상이었지만, 요즘 서울사무소장들은 국회 주변에서 의원과 보좌관, 기자, 국정원 요원 등을 만나고 보스(시·도지사)에게 정보를 보고하는 것이 업무의 상당히 큰 부분입니다.”
특히 서울에서 멀리 떨어져 있는 홍준표 경남지사와 원희룡 제주지사가 다른 시·도의 형평성과 어긋나게 소장 급수를 격상시킨 데 대해 “멀리 떨어져 있다는 불안감과 초조함 때문에 무리수를 두고 있는 것 아니냐”는 것이 지역 정가의 분위기다. 국회 보좌관이 4급이고 보좌관과 4급 서울사무소장들이 주로 정보를 교환하는데, 홍 지사나 원 지사가 이보다 높은 급수를 부여해 국회의원이나 정부 국장들과 ‘핫라인’을 만들고자 하는 의도가 있다는 것이다.
정무적 역할을 하는 서울사무소장을 지낸 인물은 사실상 시·도지사의 수족이나 마찬가지인 만큼 이후 비서실장이나 시·도 내 요직으로 가기도 한다. 실제 경기도 김상훈 서울사무소장은 차기 경기도지사 비서실장으로 내정돼 있다는 것이 정설이다.
박원순 서울시장과 이춘희 세종시장이 지방자치회관을 유치하기 위해 설전을 벌인 것도 이 같은 분위기를 감지한 것이 아닐까. 주요 부처들이 모두 세종시로 이동한 현재 서울에 720억원(추정)을 들여 지자체 사무소들이 상주하는 지방자치회관을 건립해야 할 이유는 ‘지자체의 정무적 역할’이라고밖에 설명할 방법이 없다. 행정부처는 모두 세종에 있는데 지자체들이 청와대와 국회만 바라보고 서울로 와야 한다는 것인지 박 시장의 의중이 궁금할 뿐이다. 민선 6기에 들어선 지방자치제가 원래의 취지를 잃지 않아야 할 것이다.⊙
박원순 서울시장과 이춘희 세종시장은 각각 서울과 세종에 지방자치회관을 유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원순 시장은 “서울시가 100억원을 내놓을 테니 시·도지사협의회 기금과 시·도별 기금을 합쳐 건물을 매입하자”고 했고, 이춘희 시장은 “정부세종청사 인근 한솔동에 있는 한국토지주택공사 땅에 건물을 지으면 된다”고 주장했다. 이춘희 시장은 “이미 총리실과 기획재정부 등 36개 중앙행정기관이 세종시에 와 있는데 왜 천문학적인 돈을 들여 지방자치회관을 서울에 지어야 하느냐”고 반문했다. 박원순 시장의 안에 따르면 서울 지방자치회관 건립비용은 720억원에 달한다.
시·도지사협의회는 이날 지방자치회관 건립 문제를 마무리 지을 예정이었으나 도지사 3명이 불참한 데다 박 시장과 이 시장이 의견조율에 실패하면서 안건은 다음 총회로 넘어갔다.
문제의 지방자치회관이란 무엇일까. 전국의 광역자치단체와 지방자치단체 상당수는 중앙정부와 업무를 협의하고 국비를 확보하는 등의 활동을 하기 위해 서울에 일부 직원들이 상주하는 사무실, 즉 서울사무소를 두고 있다. 이들은 대부분 자치단체의 자체비용으로 서울 사무실을 임차해 사용하고 있는데 이들 사무실을 하나의 건물에 모아 지방자치회관을 만들면 자치단체나 중앙정부 양쪽 다 훨씬 효율적으로 업무를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지방자치단체의 서울사무소란
박원순 시장과 이춘희 시장의 이 같은 설전은 최근 광역자치단체, 정확히는 시·도지사들이 서울사무소를 확대개편하고 있는 움직임과 맞물린다. 정치권 출신 시·도지사들이 서울사무소의 정무적 역할을 강화하면서 인원 및 사무실 규모를 확대하고 있기 때문이다.서울을 제외한 16개 광역자치단체는 충청북도와 세종시를 제외하고 모두 서울에 6~23명 규모의 서울사무소를 두고 있다. 충북도는 세종시에만 사무소를 두고 있으며 세종시는 타 지역에 별도의 사무소를 두고 있지 않다.
원래 이들 광역자치단체 서울사무소의 역할은 ▲중앙행정기관과 긴밀한 사무연락 ▲국회 및 중앙부처와 협조체제 구축 ▲출향인사 관리 ▲시정·관광 홍보 ▲투자유치, 기업 비즈니스 활동 지원 등이다. 단체장이나 귀빈의 서울 출장 시 의전도 업무에 포함된다. 10여 명의 인원이 근무하는 서울사무소를 운영하는 데 드는 비용은 보통 연간 7억~10억원 선이다.
그런데 2014년 6월 지방선거 이후 원희룡 제주도지사, 홍준표 경남도지사, 남경필 경기도지사, 서병수 부산시장 등 중앙정치무대에서 맹활약하던 정치인들이 지방에 상주하게 되면서 서울사무소는 중앙정치권 및 언론 관계자들과 자주 접촉하며 이들을 관리하고 중앙 소식을 지방에 알리는 역할을 강화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김문수 경기도지사 재임 당시 경기도 서울사무소장을 역임한 박상길씨는 “2014년 지자체 민선 6기에 들어서면서 거물급 정치인들이 대거 지방으로 내려옴에 따라 그동안 조용히 일하던 지자체 서울사무소의 역할이 정치권에서 더 주목을 받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그는 경기도 서울사무소장에 이어 김문수 지사 언론특보를 거쳐 경기도지사 비서실장을 지낸, ‘김문수 최측근’ 중의 한 명이다. 그의 얘기다. “10여 년 전만 해도 서울사무소의 업무는 예산 관련 업무 아니면 의전 정도였던 것 같습니다. 그런데 최근에는 사무소들이 정부팀, 국회팀, 언론팀 등으로 업무를 세분화하는 추세입니다. 지방을 떠날 수 없는 시·도지사 입장에서는 국회나 언론의 정보를 수집해 전달해 주는 역할도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어요.”
광역시 서울사무소 근무 경험이 있는 한 공무원은 “사실 지방공무원이 중앙부처 국·과장 만나기는 하늘에 별 따기처럼 힘들고 만나도 예산을 달라거나 깎지 말아달라며 생떼를 쓰는 것 말고는 크게 할 수 있는 일도 없어 언젠가부터 국회 보좌관들을 주로 만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그는 “국회의원이나 언론사 간부와 지방에 있는 시장의 연결고리를 만들어주는 일이 생면부지의 공무원들을 찾아가는 것보다 더 효율적이라는 생각이 들어 그렇게 했는데, 요즘 다른 서울사무소들도 그런 경향이 있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최근 서울사무소의 정무 기능을 강화한 도백(道伯)으로는 홍준표 경남도지사, 원희룡 제주도지사, 서병수 부산시장을 꼽을 수 있다. 이들은 서울사무소장의 공무원 급수를 높이고 사무실을 여의도로 옮기는 등 노골적으로 중앙정치권을 바라보고 있다.
서울사무소장 급수 갑자기 ‘점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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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희룡 제주도지사, 홍준표 경남도지사는 최근 서울사무소장 급수를 높이는 등 서울사무소의 정무적 역할을 강화하고 있다. |
경상남도는 2014년 12월 5일 “서울본부(서울사무소) 책임자를 4급 서기관에서 1급 정무특보로 격상한다”고 밝혔다. 사무소 인원도 8명에서 9명으로 늘렸다. 용산의 사무실도 2015년 초 여의도로 옮길 예정이다. 1급 정무특보 후보로는 최근 사표를 낸 조진래 전 정무부지사 또는 전직 국회의원이 거론되고 있다. 경남도 관계자는 “현재 8명의 인원으로는 관리인력을 빼면 국회와 정부 등 대외협력 업무를 담당할 인력이 거의 없어 중앙정부 및 정치권과 원활한 관계를 유지하고 투자유치 업무도 계속하려면 인력을 확충해야 한다는 데 도청과 도의회가 합의했다”고 밝혔다.
원희룡 제주도지사도 논란의 중심에 서 있다. 원희룡 지사는 2014년 7월, 제주도 서울사무소장 인사에서 청와대 행정관 및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정책보좌관 출신인 이기재씨를 3급(부이사관) 공무원으로 임명했다. 또 서울사무소 직원 수도 9명에서 14명으로 늘렸다. 이는 서울사무소를 둔 14개 시·도 중 강원도(23명)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숫자다.
심지어 원희룡 도지사 측은 취임 직후 내놓은 조직개편안에서 “서울사무소 인원을 9명 늘려 18명까지 확충해야 한다”는 안을 내놓았지만 제주도의회에 의해 제동이 걸렸다.
시·도지사가 서울사무소를 마음대로 확대하거나 옮길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지방자치법에 따라 지방자치단체 사무소 소재지의 변경 및 설치에 대한 사항은 ‘행정기구 설치 조례’에서 규정하며 시·도의회의 의결을 거쳐야 한다.
원희룡 지사의 이 같은 서울사무소 확충 계획에 제주도의회는 “원 지사의 인맥관리용”이라며 반발에 나섰다. 도지사의 안에 따르자면 신규채용해야 할 사무관급 이상이 7명이나 되는데 대부분 개방형 직위로 지사 측근을 데려올 것이 뻔하고, 또 서울에서 그렇게 많은 제주도 고위직 공무원이 할 일이 무엇이냐는 것이었다. 원 지사 측은 “사업예산을 최대한 확보하기 위해서는 인력이 더 필요하다”며 도의회를 설득해 결국 5명을 충원했다.
서울사무소 현황은 시·도별로 천차만별이다. 소장과 정부담당·언론담당·비서·의전·기사 정도의 최소인원만 상주하는 곳도 있고, 대외협력팀·언론팀·투자유치팀 등을 운영하는 곳도 있다. 정무적인 역할은 대부분 소장이 담당한다. 소장의 주요 업무는 국회 보좌관 등 정치권 관계자 및 언론인들과 교류하는 일이다. 시·도지사가 서울로 출장 왔을 때 의전을 담당하는 역할을 하기도 한다. 소장 외의 공무원들은 각자 ▲중앙부처 연락 및 협조 ▲서울·수도권 정책동향 수집 ▲출향인사 및 상경인사 관리 ▲투자유치 지원 등 각각의 업무를 수행한다. 중앙부처 담당자의 업무는 사실상 예산 확보가 전부다. 예산 편성시기인 8~9월이면 해당부처에 출근하다시피 하는데, ‘을(乙)’로서의 어려움을 호소하는 경우가 많다. 중앙부처 공무원들이 지방공무원을 잘 만나주지 않기 때문이다. 정책동향이나 언론동향 수집 담당자는 혼자서는 업무진행이 어려워 다른 시·도의 서울사무소 공무원들과 ‘협업’을 하기도 한다. 또 시·도지사가 서울을 방문할 때 매끄럽게 동선을 짜고 미팅을 주선하는 것도 서울사무소의 중요 업무다. |
정치인 출신 소장 속속 등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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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종시 정부청사 전경. 대부분의 광역단체는 세종사무소 대신 서울사무소에 세종시 담당을 두고 있다. |
그러다 보니 서울사무소장은 시·도지사의 측근이면서 ‘여의도 정치’에 익숙한 인물로 속속 물갈이되고 있다. 최근 임명된 김상훈 경기도 서울사무소장은 남경필 지사의 국회의원 당시 보좌관 출신으로, 김 소장은 남경필 지사와 경기도 국회의원들의 자리를 마련하는 등 정무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두 달 전 임명된 이웅수 인천시 서울사무소장도 유정복 인천시장의 국회의원 시절 보좌관 출신이다.
서병수 부산시장은 정치권 출신 측근인 인사를 현재 공석인 서울사무소장으로 내정하고 2015년 초 ‘서울본부장’으로 격상시켜 정식 인사발령을 내는 한편, 광화문 한복판(교보빌딩)에 있던 서울사무소 사무실을 여의도로 옮길 예정이다.
내정자 A씨는 “광화문보다 여의도가 훨씬 할 일이 많다는 판단하에 결정한 것”이라며 “다른 시·도 사무소도 여의도에 많아 시너지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그는 “서울사무소는 기본적으로 시·도 예산 확보의 성격이 강한데, 정부부처에서 예산을 확보해도 국회에서 삭감되는 경우가 많은 만큼 정부부처보다 국회를 공략하는 것이 더 효과적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여의도는 지방 潛龍들의 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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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회를 상대로 예산 관련 로비를 해야 하는 지방자치단체들은 서울사무소를 국회의사당이 있는 여의도로 옮기는 추세이다. |
이들 광역자치단체의 장은 울산에서 국회의원을 지낸 김기현 울산시장을 제외하면 모두 서울에서 맹렬하게 활동해 온 중앙정치인 출신이다. 윤장현 광주시장은 원래 정치인은 아니지만 안철수 새정치민주연합 전 대표의 전략공천으로 당선된 만큼 엄밀히 말하면 중앙정치인이라 볼 수 있다. 또 이 중 인천, 경기, 제주, 경남, 부산의 서울사무소장은 일반직 공무원이 아닌 시·도지사의 최측근, 정치권 출신이다. 이들에게 주어진 가장 큰 임무가 무엇일지는 어느 정도 추측 가능하다.
소장은 市·道지사의 눈과 귀
지방의회는 서울사무소의 정체성에 대한 지적을 끊임없이 제기한다. 강원도의회는 “서울사무소에는 별정직 아닌 일반행정직을 파견해야 향후 서울과 도청의 가교가 될 수 있고, 별정직 채용은 (도지사의) 보은인사라고 볼 수밖에 없다”는 의견을 내놓았고, 제주도의회는 “서울사무소 각 팀 업무의 경계가 모호하고 인원이 타 시·도에 비해 과다하다”고 지적했다. 심지어 제주도의회 모 의원은 “서울사무소가 정치 낭인(浪人)들의 안식처가 되는 것 아니냐”는 발언도 서슴지 않았다.
익명을 요청한 한 전직 서울사무소장은 “소장은 사실상 시·도지사의 눈과 귀가 돼야 한다”고 말했다. 그의 얘기다. “중앙정치무대에서 활발하게 활동하다 지방 시·도지사로 일하게 되면 명예는 있을지 몰라도 중앙에서 멀어진다는 소외감이 생길 수밖에 없습니다. 지방 사무실에 앉아 있으면 국회 소식을 뉴스나 전화로밖에 알 수가 없으니까요. 이런 갈증을 채워줘야 하는 곳이 서울사무소입니다. 예전에는 서울사무소장이 기획재정부 간부를 만나려 노력하는 것이 일상이었지만, 요즘 서울사무소장들은 국회 주변에서 의원과 보좌관, 기자, 국정원 요원 등을 만나고 보스(시·도지사)에게 정보를 보고하는 것이 업무의 상당히 큰 부분입니다.”
특히 서울에서 멀리 떨어져 있는 홍준표 경남지사와 원희룡 제주지사가 다른 시·도의 형평성과 어긋나게 소장 급수를 격상시킨 데 대해 “멀리 떨어져 있다는 불안감과 초조함 때문에 무리수를 두고 있는 것 아니냐”는 것이 지역 정가의 분위기다. 국회 보좌관이 4급이고 보좌관과 4급 서울사무소장들이 주로 정보를 교환하는데, 홍 지사나 원 지사가 이보다 높은 급수를 부여해 국회의원이나 정부 국장들과 ‘핫라인’을 만들고자 하는 의도가 있다는 것이다.
정무적 역할을 하는 서울사무소장을 지낸 인물은 사실상 시·도지사의 수족이나 마찬가지인 만큼 이후 비서실장이나 시·도 내 요직으로 가기도 한다. 실제 경기도 김상훈 서울사무소장은 차기 경기도지사 비서실장으로 내정돼 있다는 것이 정설이다.
박원순 서울시장과 이춘희 세종시장이 지방자치회관을 유치하기 위해 설전을 벌인 것도 이 같은 분위기를 감지한 것이 아닐까. 주요 부처들이 모두 세종시로 이동한 현재 서울에 720억원(추정)을 들여 지자체 사무소들이 상주하는 지방자치회관을 건립해야 할 이유는 ‘지자체의 정무적 역할’이라고밖에 설명할 방법이 없다. 행정부처는 모두 세종에 있는데 지자체들이 청와대와 국회만 바라보고 서울로 와야 한다는 것인지 박 시장의 의중이 궁금할 뿐이다. 민선 6기에 들어선 지방자치제가 원래의 취지를 잃지 않아야 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