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규칙안 겸직 원천 봉쇄에서 ‘셀프 면죄부’로 탈바꿈
⊙ 非 인기 종목 체육 단체장은 ‘봉사직’ vs. ‘막강한 권한’
⊙ 국회의원, 공무원에 준하는 겸직 금지 對象 돼야
⊙ 非 인기 종목 체육 단체장은 ‘봉사직’ vs. ‘막강한 권한’
⊙ 국회의원, 공무원에 준하는 겸직 금지 對象 돼야
- 2013년 7월 2일 국회는 국회의원 겸직 금지를 골자로 한 국회법 일부개정법률안을 통과시켰다.
간단한 O, X 문제 하나부터 풀어보자.
<지난 2013년 7월 2일 국회의원 겸직 금지를 골자로 한 국회법 일부개정법률안이 국회를 통과했다. 이에 따라 법률이 허락한 국무총리 및 국무위원, ‘공익 목적의 명예직’, 다른 법률에서 국회의원이 임명·위촉되도록 정한 직, 정당의 직, 의원 본인 소유의 재산을 활용한 임대업 등 ‘의원 직무 수행에 지장이 없는 영리업무’를 제외하고는 ‘겸직’이 사실상 원천적으로 봉쇄됐다. 맞다고 생각하는가.>
독자들은 이 문제에 대해 뭐라고 답했는가. 아마 대부분 정답을 맞혔을 것이다. 정답은 X다. 지난 2013년 7월 2일 국회법 일부개정법률안이 본회의를 통과(재석 242인 중 찬성 234인, 반대 1인, 기권 7인)한 것은 맞다. 국회의원은 국무총리 및 국무위원 외에 ▲공익 목적의 명예직 ▲다른 법률에서 국회의원이 임명·위촉되도록 정한 직(농업협동조합법, 수산업협동조합법에 따른 조합, 중앙회와 그 자회사의 임직원) ▲정당의 직을 겸하는 것과 ▲의원 본인 소유의 재산을 활용한 임대업 등 의원 직무 수행에 지장이 없는 영리업무를 제외하고는 겸직(兼職)할 수 없다는 개정안 내용 또한 사실이다. 하지만 정답이 X인 것은 법안이 통과했다고 해서 의원들의 ‘겸직’이 원천적으로 봉쇄된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이렇게 앞뒤가 맞지 않은 상황이 발생한 이유는 무엇일까.
의원 兼職 금지 법안의 탄생 배경
국회의원의 겸직 문제는 어제오늘 일이 아니었다. 1969년 3선개헌(三選改憲)으로 불리는 6차 개헌에서 겸직을 사실상 허용한 후부터 끊임없이 제기돼 왔다. 논의(論議)만 하다 무산되기를 반복했던 국회의원 겸직 문제가 본격적으로 여야의 협상 테이블에 놓인 것은 지난 2012년 4월 11일 총선 직후다. 당시 국회사무처가 ‘제19대 국회의원 겸직 신고 현황’을 공개했는데 국회의원 10명 중 3명은 ‘겸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총 300명의 국회의원 중 96명이 한 개 이상의 직업을 갖고 있었던 것이다. 당장 국회의원의 겸직 문제가 여론의 도마 위에 올랐다. 의정 활동의 질(質) 저하 등 폐해가 우려된다는 이유에서였다. 18대 대선을 앞둔 여야는 앞다퉈 ‘국회의원 겸직 금지’를 공약으로 내걸었다. 그리고 공약 실현을 위해 2012년 8월 22일 국회쇄신특별위원회(쇄신특위)가 출범했다. 쇄신특위는 겸직 금지, 헌정회 연로 회원 지원금 개선, 국회 폭력방지 등이 담긴 쇄신법 초안을 2012년 11월 말 관련 상임위인 국회 운영위원회(운영위)로 넘기고 활동을 종료했다. 여야가 합의를 통해 쇄신안을 채택한 만큼 운영위에서 통과를 시키면 본회의 처리가 가능했다. 그러나 운영위는 쇄신법 초안을 논의하지 않았다. 대선과 겹쳐 시간적 여유가 없다는 게 이유였다. 당시 운영위원장은 새누리당 원내대표였던 이한구(李漢久) 의원이었다. 원내대표는 당연직으로 국회 운영위와 정보위의 위원이 되며, 여당 원내대표는 국회 운영위원장까지 맡는다.
18대 대선 이후 “운영위가 법안 심사만 하면 곧바로 처리할 수 있었는데 시간이 없었다는 게 말이 되느냐”는 비난 여론이 높아지자 여야 원내지도부는 2013년 1월 정치쇄신특위 구성에 합의, 국회쇄신 논의를 이어나가기로 했다. 2013년 4월 11일 만들어진 정치쇄신특위는 6월 18일 앞서 쇄신특위가 합의한 사항(의원 겸직 금지, 헌정회 연로회원 지원금 개선, 국회 폭력 방지)과 같은 의견을 운영위에 제안했다.
운영위는 6월 24~26일까지 총 3일에 걸친 법안심사소위 심사를 통해 의원 겸직 금지, 헌정회 연로회원 지원금 개선, 국회 폭력 방지를 골자로 한 ‘국회법 일부개정 법률안’을 처리했다. 이 개정안은 7월 1일 법제사법위원회의 체계·자구 심사를 거쳐 다음날인 2일 본회의를 통과했다. 국회의원 특권 중 하나인 ‘의원 겸직’을 폐지하는 길이 열리는 순간이었다. 하지만 실상은 달랐다. 겸직을 허락하는 ‘공익 목적의 명예직’이라는 것의 범위가 애매모호했기 때문이다.
운영위는 6월 24~26일 개정안을 심사할 당시 ‘공익 목적의 명예직’의 범위를 “장애인이나 문화 관련 단체의 고문이나 자문 역을 제외한 일반 단체의 모든 직을 겸직할 수 없도록 한다”고 결론을 내렸다. 그러나 국회법 개정안에는 이런 내용이 없다.
당시 운영위 법안심사소위 회의에 참석한 관계자에게 물었다. 그는 “원래 상세한 기준은 규칙안에 넣기 때문에 개정안에 포함하지 않은 것”이라고 답했다. 규칙안은 국회법의 하위 법령이다. 하위 법령은 제정, 개정 법안에 따르는 세부사항을 규정한 것을 뜻한다.
非공개된 규칙안의 내용
그렇다면 운영위 관계자의 이야기대로 ‘국회의원 겸직 및 영리업무 종사 금지에 관한 규칙안(이하 규칙안)’에는 장애인이나 문화 관련 단체의 고문이나 자문 역을 제외한 일반 단체의 모든 직을 겸직할 수 없도록 한다는 항목이 있을까. 국회 의안정보시스템 규칙안부터 찾아봤다.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은 국회에서 논의하거나 처리한 모든 법안의 제안일자·의결일자·의결결과·주요내용·심사진행상태를 검색할 수 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규칙안은 검색되지 않았다. 국회기 및 국회 배지 등에 관한 규칙 일부개정규칙안(대안), 국회의원 성명 표기에 관한 규칙안 등 다른 규칙안은 검색이 됐지만 유독 ‘국회의원 겸직 및 영리업무 종사 금지에 관한 규칙안’은 나오지 않았다. 무슨 내용이 담겼기에 공개를 하지 않는 것일까. 취재 과정에서 국회 관계자로부터 새누리당 중진의원실에 규칙안이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그 의원을 찾아가 규칙안을 입수했다. 내용을 살펴보니, ‘공익 목적의 명예직’의 범위를 “장애인이나 문화 관련 단체의 고문이나 자문 역을 제외한 일반 단체의 모든 직을 겸직할 수 없도록 한다”는 당초 약속과는 거리가 있었다.
다음은 규칙안의 내용이다.
<가. 국회법 개정안의 ‘공익 목적의 명예직’은 학술·종교·자선·기예·문화·체육·장학·안전·복지 기타 사회 일반의 이익에 이바지하기 위한 공익활동을 주된 목적으로 하는 법인 또는 단체에서 직무 수행과 관련하여 보수를 받지 않는 비상근·무보수의 직으로 함.(보수란 명칭에 관계없이 직무 수행에 대한 대가로 정기적·계속적으로 제공하는 급여, 활동보조비, 업무추진비, 법인카드의 사용, 사무실·차량 등의 제공 또는 대여하는 경우임.)
나. 국회법 개정안의 ‘다른 법률에서 의원이 임명·위촉되도록 정한 직’은 독립기념관법 제7조 제3항 제3호에 따른 이사, 대한적십자사 조직법 제10조 제3항 제3호에 따른 위원 등으로 함.
다. 국회법 개정안의 ‘정당법에 따른 정당의 직’은 정당법에 따라 선거관리위원회에 등록한 정당의 대표자·간부, 등록 여부를 불문하고 정당의 당직, 선거대책본부장 등 일시적 지위의 당직으로 함.>
내용을 요약하면 일반 단체 등에서 정기적으로 출퇴근하지 않고 돈만 받지 않으면 얼마든지 겸직을 허용한다는 것이다. 특권을 내려놓겠다며 국회법을 개정해 놓고 규칙안을 교묘하게 활용해 ‘셀프 면죄부’를 준 셈이다.
이는 같은 국회의원도 인정한다. 정의당 정진후 의원의 말이다.
“규칙안은 겸직 금지에서 제외되는 직책을 ‘학술과 종교, 자선, 기예, 문화, 체육, 장학, 안전, 복지, 기타 사회 일반의 이익에 이바지하기 위한 공익 활동을 주된 목적으로 하는 법인 또는 단체의 비상근, 무보수직’으로 규정하고 있는데 이는 지난해(2013년) 6월 정치 혁신과 국회의원 특권(特權) 내려놓기 차원에서 논의됐을 때 의사결정권을 갖는 직책까지 제외해 사실상 일반 단체의 모든 겸직을 제한했던 원안(原案)에서 크게 후퇴한 것입니다. ‘공익 목적의 명예직’ 등에 한해서 국회의원 겸직 금지 예외를 허용한다는 두루뭉술한 규정 때보다 국회의원의 겸직 가능한 직책들을 구체적으로 지적해서 합법화한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최경환·전병헌이 밀어붙였다”
이런 규칙안은 누구의 작품일까. 규칙안을 보면 제안자는 국회운영위원장으로 돼 있다. 당시 운영위원장은 새누리당 최경환(崔炅煥) 의원이었다. 최 의원은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취임 준비로 인해 연락이 닿지 않았다. 대신 오랜 기간 최 의원과 호흡을 맞춘 보좌진에게 사실 여부를 물었다.
그는 “제안자만 국회운영위원장으로 돼 있을 뿐 최 의원이 직접 만든 안이 아니다. 여야 합의로 만든 안”이라고 했다. 당시 운영위 소속 의원들도 비슷한 이야기를 했다. 새누리당 김진태(金鎭台) 의원은 “여야가 이견을 조율해서 만들었다”고 했다. 같은 당 신동우(申東雨) 의원도 “여야 원내 지도부에서 논의해서 규칙안을 통과시킨 것”이라고 전했다. 새정치민주연합 김성주(金成柱) 의원 또한 “여야가 합의하지 않았으면 규칙안을 운영위에서 처리할 수 없었을 것”이라고 했다. 이야기를 종합해 보면 ‘규칙안’은 여야 다수 국회의원의 합작품이라는 결론이 나온다. 규칙안을 누가 만들었다고 꼬집어 이야기할 수는 없지만 규칙안 처리를 강력히 밀어붙인 의원은 있었다.
당시 새정치민주연합 운영위 간사였던 정성호(鄭成湖) 의원은 “당시 각각 새누리당, 새정치민주연합의 원내대표였던 최경환, 전병헌 의원이 체육단체장을 겸직할 수 있게 한 규칙안 처리를 밀어붙인 경향이 있다”고 했다.
—최경환, 전병헌 의원이 규칙안 통과를 강행한 것입니까.
“‘명예직’이란 단체의 직무를 실질적으로 수행하는 것을 전제로 하여 그에 대한 보수를 받지 않는 무보수 비상근직을 의미하는 것이 본질이라는 데 의견을 함께한 것이지요.”
—이런 의견에 의원님은 어떻게 생각했습니까.
“사실 저는 체육단체장을 겸직하면 안 된다고 생각했는데….”
—그런데 왜 반대하지 않았습니까.
“양당 원내대표가 그러니까….”
—운영위에서 반대 의견이 없었습니까.
“(여야 운영위원들이) 합의했습니다. 원내대표들이 주장하니까….”
국회 운영위 관계자도 정 의원의 이야기에 힘을 실어줬다.
“규칙안에 대해 여야 운영위원들의 이견이 거의 없었다”며 “아무래도 최경환, 전병헌 원내대표가 체육단체장을 맡고 있어서 그랬던 것 같다”고 했다. 새정치민주연합 최동익 의원은 “운영위 전체회의에서 저나 홍익표 위원이 규칙안에 대해 반대 의사를 표명했는데 당시 운영위원장이었던 최경환 의원이 그냥 망치를 두들기고 통과시킨 것으로 기억한다”고 했다.
규칙안 처리에 적극적이었던 최경환 의원은 당시 한국여자농구연맹 총재직을 맡은 상태(현재는 사임)였다. 전 의원은 e스포츠협회장(현재 임기 중)이었다.
속전속결 처리
여야 원내사령탑이 밀어붙여서였을까. 운영위는 세월호 참사 충격이 한창인 4월 29일 오후 14시09분에 운영위소위를 열고 이 같은 내용이 담긴 규칙안을 속전속결로 처리한다. 홍익표(洪翼杓)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반대 의견을 내지만 통과하는 데는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 당시 속기록이다.
[소위원장 윤상현(새누리당)-의사일정 제1항 국회의원 겸직 및 영리업무 종사 금지에 관한 규칙 제정의 건을 상정합니다. 먼저 수석전문위원께서 교섭단체에서 마련한 규칙안을 중심으로 간략히 보고해 주시기 바랍니다.
수석전문위원 구기성-(중략)‘공익 목적의 명예직’을 영리가 아닌 사회 일반의 이익에 이바지하기 위한 공익활동을 주된 목적으로 하는 법인 또는 단체에서 직무 수행과 관련하여 보수를 받지 않는 비상근·무보수의 직으로 정의하고 있습니다.
소위원장 윤상현-본 안건에 대해서 위원님들 의견을 말씀해 주시기 바랍니다.
홍익표 위원(새정치민주연합)-저는 조금 더 나아가서 체육은 좀 다시 봐야 하지 않을까 생각해요. 정치인들이 과연 체육회의 회장을 하는 게 맞느냐는 문제인데 저는 이게 권위주의 유산이라고 생각합니다.
소위원장 윤상현-그래도 명예직으로….
홍익표 위원-저는 정치인의 겸직 금지, 국회의원의 겸직 금지에 두 가지 목적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하나는 돈 문제, 영리 활동하지 말라는 거고요. 불필요한 일 하지 말고 국회의원으로서의 업무에 충실하라는 건데 체육회의 회장직이라는 것은 그쪽의 전문성과 그쪽 사회에서의 네트워크도 필요한 직인데 그것을 정치인이 하는 것이 맞느냐 하는 문제입니다. 현재 정치인들이 여야를 가리지 않고 상당히 많은 분이 체육회 회장을 하고 계시는데 저는 의원님들이 체육회 회장직을 그만두고 체육회는 체육인들에게 돌려주는 게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소위원장 윤상현-좋은 의견입니다마는 현실적으로 아직….
홍익표 위원-아니, ‘현실적으로’가 아니라 이 문제를 적극적으로 검토해 볼 수 있지요.
신동우 위원(새누리당)-저도 사실 관심 있어서… 왜 국회의원들이 체육회의 장을 하는가, 그리고 어떻게 그 체육 분야에 오래 종사하지 않은 사람이 될 수 있는가, 내가 궁금했어요. 그런데 이런 설명을 하더라고요. 체육계를 가면 대개 파벌이 있답니다. 몇몇 학교 출신으로 이 파벌이 구성돼서 그중의 하나가 회장이 되는 것을 서로 용납 못 한다는 거예요. 차라리 바깥에서 와서 전체를 이렇게 아우를 수 있는 사람이 필요하다, 물론 그게 꼭 정치인이 돼야 한다는 보장은 없지만 때로는 거기서 영리를 목적으로 하는 게 아니라면 저는 그것도 크게 보면 ‘봉사의 하나가 아닌가’ 그렇게 생각을 합니다.
홍익표 위원-그런데 체육회장 같은 경우는 실제로 상당히 많은 돈이 있고요. 이게 보수를 받지 않는다 하더라도 우회할 수 있는 방법이 대단히 많아요. 실제로 업무와 관련돼서 직접 회장이 결재하지 않는다 하더라도 체육회 차원에서 사무총장이 결재할 수도 있는 거고, 그리고 이게 사실은 제가 보기에는 권위주의 체제의 유산이라고 자꾸 말씀드리고 싶어요. 권위주의 사회에서 체육과 정치가 일치하면서 일종의 사회 여론을 호도하는 차원에서 체육회를 정치인이 개입한 건데요, 이 문제는 이제 좀 바로잡아야 할 때가 된 것 같습니다.
김진태 위원(새누리당)-저도 한 가지만 말씀드릴게요. 저는 조그맣지만, 우리 지역에서 체육단체장을 제가 직접 맡고 있어서 드리는 말씀인데, 오히려 돈이 들어가요. 물론 (홍 위원 이야기가) 일리는 있습니다. 그 사람들이 왜 국회의원한테 그 자리를 자꾸 주려고 하느냐 하는 그런 건 있는데, 그렇다고 체육단체장에 대해서만 제한을 두려고 하는 것은 문제가 있습니다. 자율·도덕에 맡겨도 되지 않을까 합니다.
홍익표 위원-그런데 이게 분명히 두들겨 맞아요. 왜 그러냐 하면 현재 중진의원들이 체육단체장 하는 것에 대한 길을 터 주기 위해서 규정을 이렇게 만들었다는 비판이 분명히 나옵니다.
소위원장 윤상현-그런데 일단 지난번에도 우리가 체육단체장 돈 안 받기로 했고, 또 거의 다 무보수 비상근 명예직으로 하고 있으니까…, 좀 전에 김진태 위원님께서 말씀하신 대로 또 돈을 오히려 갖다 내는 경우도 많으니까 일단 점진적으로 하기로 하고 우리 홍익표 위원님의 그 말씀은 여기에 의견 개진으로 확실하게 박아 놓는 것으로 하고 통과시키기로 하시지요.]
운영소위는 회의가 열린 지 14분 만(14시23분 산회)에 규칙안을 운영위 전체회의에 상정했다. 운영위는 14시28분 예정에 없었던 전체회의를 열고 규칙안을 전격 합의 처리했다. 걸린 시간은 단 4분(14시32분 산회)이었다.
운영위가 이날 통과시킨 규칙안은 현재 법제사법위원회에 계류 중이다. 5월 2일 본회의에서 통과시키려 했지만 당시 법사위원장이었던 새정치민주연합 박영선(朴映宣) 원내대표가 제동을 걸었기 때문이다. 국회 관계자는 “규칙안이 운영위를 통과한 이후 ‘특권 지키기’라는 비판 여론이 컸던 점을 의식한 측면이 있다”고 했다.
국회 윤리심사자문위원회의 문건을 보니
규칙안이 운영위에서 처리되기 전인 2014년 3월 18일 강창희(姜昌熙) 국회의장은 ‘국회법 개정안(의장이 겸직 가능 여부를 결정할 때는 먼저 국회법 제42조의 2에서 규정한 윤리심사자문위원회의 의견을 들어서 결정해야 한다. 이 경우 의장은 윤리심사자문위원회의 의견을 존중해야 한다)’에 따라 윤리심사자문위원회에 의견서를 요청했다.
윤리심사자문위원회는 국회 윤리특별위원회 산하 기구로 국회쇄신이나 의원 윤리제고를 위한 제도적 장치 마련을 위해 2010년 5월 설치된 ‘국회의원이 아닌 자로 구성’된 ‘법정상설기구’이다.
심사 요청을 받은 윤리심사자문위원회는 5월 13일 강창희 의장에게 ‘국회의원 겸직 등 신고에 대한 심사보고서’를 제출했다. 《월간조선》이 입수한 심사보고서를 보면 겸직을 신고한 국회의원 95명의 겸직 건수는 총 306건이며, 심사 결과 이 중 80건이 겸직 불가 판정을 받았다.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공공기관·이익단체: 否 16건 ▲체육 관련 단체: 否 23건 ▲장학 관련 단체: 否 4건 ▲동문회·향우회·종친회: 否 4건 ▲보건복지·장애인 단체: 否 8건 ▲학교 법인 이사회: 否 1건 ▲캠페인성 관련 단체: 否 4건 ▲연구 단체: 否 5건 ▲노인·여성·청소년 단체: 否 9건 ▲기타단체: 否 6건 *겸임교수 등 비전임 교수직: 현재 출강 중인 경우에 한해 겸직 가능.>
윤리심사자문위원회는 불가(不可) 이유에 대해 이같이 설명했다.
<공익단체의 비상근·무보수직이라 하더라도 단체의 ‘회장·총재·이사장’ 등은 단체를 사실상 대표하고, 단체의 주요한 사항에 대한 결정과 운영에 관하여 국회의원의 의정 활동에 지장을 초래할 수 있다. 따라서 ‘공익 목적의 명예직’에 해당하지 않으므로 겸직이 불가하다. 다만 ‘명예회장, 이사, 고문’ 등은 단체를 대표하지 않고 단체의 주요사항에 대한 결정권도 없으며, 단체 운영에 직접 관여할 수 없고 국회의원의 성실한 의정 활동에 지장을 초래하지 않으므로 ‘공익 목적의 명예직’에 해당한다.>
강 의장은 겸직 불가 통보를 받은 의원들에게 이 같은 사실을 알리는 동시에 이의 신청을 받았다.
異議 신청한 의원들의 의견
윤리심사자문위원회의 심사 결과에 반발한 의원들은 강 의장에게 이런 이의를 제기했다.
<1. 자문위의 ‘명예직’에 대한 해석은 합리적 근거 없는 포퓰리즘적 견해
2. ‘비상근 무보수직’이라는 법령 및 대법원 판결의 ‘명예직’ 정의에 배치
3. 법사위 계류 중인 ‘국회의원 겸직 및 영리업무 종사 금지에 관한 규칙안’의 ‘공익 목적의 명예직’ 개념 정의와도 불부합
4. 관련 법규에 따라 합법적으로 선출된 단체장을 소급해 지위 박탈함은 헌법에 위배
5. 국회 규칙안 본회의 통과 후 ‘공익 목적의 명예직’ 해당 여부 결정 요청.>
쉽게 설명하면 규칙안이 처리되지 않은 상태에서의 윤리심사자문위원회의 심사 결과는 하나의 의견일 뿐이라는 것이다.
겸직 금지 해당 의원 측 관계자는 “법사위에 계류 중인 규칙안이 본회의에서 의결될 경우 상위법인 국회법과 조화롭게 해석, 적용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강 의장이 임기를 마침에 따라 공은 현 정의화 국회의장에게 넘어온 상태다.
7월 2일 자 《조선일보》를 보면 정 의장은 윤리심사자문위의 의견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을 보였다. 정 의장 측은 대변인을 통해 “국회의원이 특권을 내려놓아야 한다는 원칙에는 변함이 없다”고 했다. 6월 현재 정 의장은 어떠한 결정도 하지 않은 상태다. 국회의 한 보좌진은 “의원 다수가 이의를 제기한 만큼 정 의장도 윤리심사자문위원회 결정을 받아들이는 결정을 할 수 없을 것”이라며 “우선 규칙안부터 처리하는 게 맞다”고 전했다.
규칙안이 본회의를 통과할 경우 공공기관·이익단체 16건을 제외한 나머지 건에 대해서는 겸직이 가능하다.
사실 비상근, 무보수직까지 겸직을 금지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는 의원들의 주장도 이해가 가지 않는 것은 아니다. 비인기 종목의 체육단체장직을 겸직 중인 한 중진의원은 “비인기 종목은 회장직을 맡겠다는 사람이 없는 실정이어서 그나마 정치인들이 사명감을 갖고 해당 종목을 육성하기 위해 무보수 봉사를 하고 있으며 의원들이 체육단체장직을 맡으면서 국회 이미지를 높이는 효과도 있다”며 “무조건 그만두라고만 하는 것은 문제”라고 했다.
실제 경기단체들도 단체장으로 현역 국회의원, 특히 여당 실세를 선호한다고 한다. 방패막이나 보호막이 되어줄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체육계의 한 인사는 “형식적으로 선거를 치르지만, 내부에서는 힘 있는 실세 회장이 와주기를 은근히 바라고 있다. 의원이 직접 나서 정부예산을 챙겨주면 종목 운영에도 많은 도움이 되는 것이 사실”이라고 했다.
“스포츠에 줄 대는 국회의원 근절해야”
하지만 이것이 국민과의 약속을 뒤집는 이유가 될 수는 없다. 분명 여야는 의원 겸직을 사실상 원천 봉쇄하는 데 의견을 모았었다. 기타 공익단체장은 명예직으로 맡아도 된다고 주장하지만 꼭 그렇지만도 않다. 체육단체장을 예로 들자면 외형상으로는 명예직에 가깝지만, 권한은 막강하다. 일부 겸직 의원은 협회장 직함으로 조화 또는 축·부의금을 보내는 것으로 알려졌다. 선거에 단체 조직을 간접 동원하고 지역구 민원을 해결해 주기도 하는 등 ‘보수(報酬)’를 뛰어넘는 효과를 누리는 것으로도 전해진다.
조정훈(趙正薰) 《조선일보》 스포츠부장은 올 4월 3일 ‘만신창이 된 한국 스포츠 界’라는 제목의 칼럼에서 이렇게 썼다.
<체육계 정상화 작업이 성과를 거두려면 정부나 정치인들도 달라져야 한다. 전문성이 떨어지는 사람을 낙하산으로 체육계 요직에 앉히는 구태(舊態)를 반복하면서 “너희는 그러지 마라”고 하는 건 말이 안 된다. 있으나 마나 한 겸직 금지법을 만들어놓고 겸직 특권을 누리는 국회의원들도 문제다. 스포츠에 줄을 대고 자기 욕심만 채우는 국회의원 스포츠 단체장들이 나오지 않도록 확실한 제도적 장치도 마련해야 한다.>
양승함(梁勝咸) 연세대 정치외교학과 교수의 이야기다.
“현재 국회의원들은 수많은 명예직을 겸하고 있습니다. 그러잖아도 가장 바쁜 직업 중의 하나가 국회의원이라는데 명예직마저 걸치고 있으니 국회 운영이라는 본업에 소홀해지고 정쟁까지 곁들여 식물국회, 파행국회를 만들기 일쑤입니다. 국회의원들이 명예직을 좋아하는 것은 자신들의 정치 이익과 잘 맞기 때문입니다. 공익을 위한다는 명분 아래 자신의 지지 기반 확보와 정치력 과시를 위해 그 바쁜 와중에도 겸직하는 것이지요. 또 국회의원에게 대표직을 맡기는 공익단체들은 전문성이 없거나 부족함에도 정치권력을 이용해 자신들의 집단이익을 확보하려고 합니다. 국회의원들이 공무원에 준하는 겸직 금지 대상이 돼야 함은 공정사회 구현을 위해 당연합니다.”⊙
<지난 2013년 7월 2일 국회의원 겸직 금지를 골자로 한 국회법 일부개정법률안이 국회를 통과했다. 이에 따라 법률이 허락한 국무총리 및 국무위원, ‘공익 목적의 명예직’, 다른 법률에서 국회의원이 임명·위촉되도록 정한 직, 정당의 직, 의원 본인 소유의 재산을 활용한 임대업 등 ‘의원 직무 수행에 지장이 없는 영리업무’를 제외하고는 ‘겸직’이 사실상 원천적으로 봉쇄됐다. 맞다고 생각하는가.>
독자들은 이 문제에 대해 뭐라고 답했는가. 아마 대부분 정답을 맞혔을 것이다. 정답은 X다. 지난 2013년 7월 2일 국회법 일부개정법률안이 본회의를 통과(재석 242인 중 찬성 234인, 반대 1인, 기권 7인)한 것은 맞다. 국회의원은 국무총리 및 국무위원 외에 ▲공익 목적의 명예직 ▲다른 법률에서 국회의원이 임명·위촉되도록 정한 직(농업협동조합법, 수산업협동조합법에 따른 조합, 중앙회와 그 자회사의 임직원) ▲정당의 직을 겸하는 것과 ▲의원 본인 소유의 재산을 활용한 임대업 등 의원 직무 수행에 지장이 없는 영리업무를 제외하고는 겸직(兼職)할 수 없다는 개정안 내용 또한 사실이다. 하지만 정답이 X인 것은 법안이 통과했다고 해서 의원들의 ‘겸직’이 원천적으로 봉쇄된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이렇게 앞뒤가 맞지 않은 상황이 발생한 이유는 무엇일까.
의원 兼職 금지 법안의 탄생 배경
국회의원의 겸직 문제는 어제오늘 일이 아니었다. 1969년 3선개헌(三選改憲)으로 불리는 6차 개헌에서 겸직을 사실상 허용한 후부터 끊임없이 제기돼 왔다. 논의(論議)만 하다 무산되기를 반복했던 국회의원 겸직 문제가 본격적으로 여야의 협상 테이블에 놓인 것은 지난 2012년 4월 11일 총선 직후다. 당시 국회사무처가 ‘제19대 국회의원 겸직 신고 현황’을 공개했는데 국회의원 10명 중 3명은 ‘겸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총 300명의 국회의원 중 96명이 한 개 이상의 직업을 갖고 있었던 것이다. 당장 국회의원의 겸직 문제가 여론의 도마 위에 올랐다. 의정 활동의 질(質) 저하 등 폐해가 우려된다는 이유에서였다. 18대 대선을 앞둔 여야는 앞다퉈 ‘국회의원 겸직 금지’를 공약으로 내걸었다. 그리고 공약 실현을 위해 2012년 8월 22일 국회쇄신특별위원회(쇄신특위)가 출범했다. 쇄신특위는 겸직 금지, 헌정회 연로 회원 지원금 개선, 국회 폭력방지 등이 담긴 쇄신법 초안을 2012년 11월 말 관련 상임위인 국회 운영위원회(운영위)로 넘기고 활동을 종료했다. 여야가 합의를 통해 쇄신안을 채택한 만큼 운영위에서 통과를 시키면 본회의 처리가 가능했다. 그러나 운영위는 쇄신법 초안을 논의하지 않았다. 대선과 겹쳐 시간적 여유가 없다는 게 이유였다. 당시 운영위원장은 새누리당 원내대표였던 이한구(李漢久) 의원이었다. 원내대표는 당연직으로 국회 운영위와 정보위의 위원이 되며, 여당 원내대표는 국회 운영위원장까지 맡는다.
18대 대선 이후 “운영위가 법안 심사만 하면 곧바로 처리할 수 있었는데 시간이 없었다는 게 말이 되느냐”는 비난 여론이 높아지자 여야 원내지도부는 2013년 1월 정치쇄신특위 구성에 합의, 국회쇄신 논의를 이어나가기로 했다. 2013년 4월 11일 만들어진 정치쇄신특위는 6월 18일 앞서 쇄신특위가 합의한 사항(의원 겸직 금지, 헌정회 연로회원 지원금 개선, 국회 폭력 방지)과 같은 의견을 운영위에 제안했다.
운영위는 6월 24~26일까지 총 3일에 걸친 법안심사소위 심사를 통해 의원 겸직 금지, 헌정회 연로회원 지원금 개선, 국회 폭력 방지를 골자로 한 ‘국회법 일부개정 법률안’을 처리했다. 이 개정안은 7월 1일 법제사법위원회의 체계·자구 심사를 거쳐 다음날인 2일 본회의를 통과했다. 국회의원 특권 중 하나인 ‘의원 겸직’을 폐지하는 길이 열리는 순간이었다. 하지만 실상은 달랐다. 겸직을 허락하는 ‘공익 목적의 명예직’이라는 것의 범위가 애매모호했기 때문이다.
운영위는 6월 24~26일 개정안을 심사할 당시 ‘공익 목적의 명예직’의 범위를 “장애인이나 문화 관련 단체의 고문이나 자문 역을 제외한 일반 단체의 모든 직을 겸직할 수 없도록 한다”고 결론을 내렸다. 그러나 국회법 개정안에는 이런 내용이 없다.
당시 운영위 법안심사소위 회의에 참석한 관계자에게 물었다. 그는 “원래 상세한 기준은 규칙안에 넣기 때문에 개정안에 포함하지 않은 것”이라고 답했다. 규칙안은 국회법의 하위 법령이다. 하위 법령은 제정, 개정 법안에 따르는 세부사항을 규정한 것을 뜻한다.
非공개된 규칙안의 내용
그렇다면 운영위 관계자의 이야기대로 ‘국회의원 겸직 및 영리업무 종사 금지에 관한 규칙안(이하 규칙안)’에는 장애인이나 문화 관련 단체의 고문이나 자문 역을 제외한 일반 단체의 모든 직을 겸직할 수 없도록 한다는 항목이 있을까. 국회 의안정보시스템 규칙안부터 찾아봤다.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은 국회에서 논의하거나 처리한 모든 법안의 제안일자·의결일자·의결결과·주요내용·심사진행상태를 검색할 수 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규칙안은 검색되지 않았다. 국회기 및 국회 배지 등에 관한 규칙 일부개정규칙안(대안), 국회의원 성명 표기에 관한 규칙안 등 다른 규칙안은 검색이 됐지만 유독 ‘국회의원 겸직 및 영리업무 종사 금지에 관한 규칙안’은 나오지 않았다. 무슨 내용이 담겼기에 공개를 하지 않는 것일까. 취재 과정에서 국회 관계자로부터 새누리당 중진의원실에 규칙안이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그 의원을 찾아가 규칙안을 입수했다. 내용을 살펴보니, ‘공익 목적의 명예직’의 범위를 “장애인이나 문화 관련 단체의 고문이나 자문 역을 제외한 일반 단체의 모든 직을 겸직할 수 없도록 한다”는 당초 약속과는 거리가 있었다.
다음은 규칙안의 내용이다.
<가. 국회법 개정안의 ‘공익 목적의 명예직’은 학술·종교·자선·기예·문화·체육·장학·안전·복지 기타 사회 일반의 이익에 이바지하기 위한 공익활동을 주된 목적으로 하는 법인 또는 단체에서 직무 수행과 관련하여 보수를 받지 않는 비상근·무보수의 직으로 함.(보수란 명칭에 관계없이 직무 수행에 대한 대가로 정기적·계속적으로 제공하는 급여, 활동보조비, 업무추진비, 법인카드의 사용, 사무실·차량 등의 제공 또는 대여하는 경우임.)
나. 국회법 개정안의 ‘다른 법률에서 의원이 임명·위촉되도록 정한 직’은 독립기념관법 제7조 제3항 제3호에 따른 이사, 대한적십자사 조직법 제10조 제3항 제3호에 따른 위원 등으로 함.
다. 국회법 개정안의 ‘정당법에 따른 정당의 직’은 정당법에 따라 선거관리위원회에 등록한 정당의 대표자·간부, 등록 여부를 불문하고 정당의 당직, 선거대책본부장 등 일시적 지위의 당직으로 함.>
내용을 요약하면 일반 단체 등에서 정기적으로 출퇴근하지 않고 돈만 받지 않으면 얼마든지 겸직을 허용한다는 것이다. 특권을 내려놓겠다며 국회법을 개정해 놓고 규칙안을 교묘하게 활용해 ‘셀프 면죄부’를 준 셈이다.
이는 같은 국회의원도 인정한다. 정의당 정진후 의원의 말이다.
“규칙안은 겸직 금지에서 제외되는 직책을 ‘학술과 종교, 자선, 기예, 문화, 체육, 장학, 안전, 복지, 기타 사회 일반의 이익에 이바지하기 위한 공익 활동을 주된 목적으로 하는 법인 또는 단체의 비상근, 무보수직’으로 규정하고 있는데 이는 지난해(2013년) 6월 정치 혁신과 국회의원 특권(特權) 내려놓기 차원에서 논의됐을 때 의사결정권을 갖는 직책까지 제외해 사실상 일반 단체의 모든 겸직을 제한했던 원안(原案)에서 크게 후퇴한 것입니다. ‘공익 목적의 명예직’ 등에 한해서 국회의원 겸직 금지 예외를 허용한다는 두루뭉술한 규정 때보다 국회의원의 겸직 가능한 직책들을 구체적으로 지적해서 합법화한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최경환·전병헌이 밀어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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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4년 4월 29일 운영위는 예정에 없던 전체회의를 열고 규칙안을 4분 만에 처리했다. |
그는 “제안자만 국회운영위원장으로 돼 있을 뿐 최 의원이 직접 만든 안이 아니다. 여야 합의로 만든 안”이라고 했다. 당시 운영위 소속 의원들도 비슷한 이야기를 했다. 새누리당 김진태(金鎭台) 의원은 “여야가 이견을 조율해서 만들었다”고 했다. 같은 당 신동우(申東雨) 의원도 “여야 원내 지도부에서 논의해서 규칙안을 통과시킨 것”이라고 전했다. 새정치민주연합 김성주(金成柱) 의원 또한 “여야가 합의하지 않았으면 규칙안을 운영위에서 처리할 수 없었을 것”이라고 했다. 이야기를 종합해 보면 ‘규칙안’은 여야 다수 국회의원의 합작품이라는 결론이 나온다. 규칙안을 누가 만들었다고 꼬집어 이야기할 수는 없지만 규칙안 처리를 강력히 밀어붙인 의원은 있었다.
당시 새정치민주연합 운영위 간사였던 정성호(鄭成湖) 의원은 “당시 각각 새누리당, 새정치민주연합의 원내대표였던 최경환, 전병헌 의원이 체육단체장을 겸직할 수 있게 한 규칙안 처리를 밀어붙인 경향이 있다”고 했다.
—최경환, 전병헌 의원이 규칙안 통과를 강행한 것입니까.
“‘명예직’이란 단체의 직무를 실질적으로 수행하는 것을 전제로 하여 그에 대한 보수를 받지 않는 무보수 비상근직을 의미하는 것이 본질이라는 데 의견을 함께한 것이지요.”
—이런 의견에 의원님은 어떻게 생각했습니까.
“사실 저는 체육단체장을 겸직하면 안 된다고 생각했는데….”
—그런데 왜 반대하지 않았습니까.
“양당 원내대표가 그러니까….”
—운영위에서 반대 의견이 없었습니까.
“(여야 운영위원들이) 합의했습니다. 원내대표들이 주장하니까….”
국회 운영위 관계자도 정 의원의 이야기에 힘을 실어줬다.
“규칙안에 대해 여야 운영위원들의 이견이 거의 없었다”며 “아무래도 최경환, 전병헌 원내대표가 체육단체장을 맡고 있어서 그랬던 것 같다”고 했다. 새정치민주연합 최동익 의원은 “운영위 전체회의에서 저나 홍익표 위원이 규칙안에 대해 반대 의사를 표명했는데 당시 운영위원장이었던 최경환 의원이 그냥 망치를 두들기고 통과시킨 것으로 기억한다”고 했다.
규칙안 처리에 적극적이었던 최경환 의원은 당시 한국여자농구연맹 총재직을 맡은 상태(현재는 사임)였다. 전 의원은 e스포츠협회장(현재 임기 중)이었다.
속전속결 처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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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의화 국회의장. |
[소위원장 윤상현(새누리당)-의사일정 제1항 국회의원 겸직 및 영리업무 종사 금지에 관한 규칙 제정의 건을 상정합니다. 먼저 수석전문위원께서 교섭단체에서 마련한 규칙안을 중심으로 간략히 보고해 주시기 바랍니다.
수석전문위원 구기성-(중략)‘공익 목적의 명예직’을 영리가 아닌 사회 일반의 이익에 이바지하기 위한 공익활동을 주된 목적으로 하는 법인 또는 단체에서 직무 수행과 관련하여 보수를 받지 않는 비상근·무보수의 직으로 정의하고 있습니다.
소위원장 윤상현-본 안건에 대해서 위원님들 의견을 말씀해 주시기 바랍니다.
홍익표 위원(새정치민주연합)-저는 조금 더 나아가서 체육은 좀 다시 봐야 하지 않을까 생각해요. 정치인들이 과연 체육회의 회장을 하는 게 맞느냐는 문제인데 저는 이게 권위주의 유산이라고 생각합니다.
소위원장 윤상현-그래도 명예직으로….
홍익표 위원-저는 정치인의 겸직 금지, 국회의원의 겸직 금지에 두 가지 목적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하나는 돈 문제, 영리 활동하지 말라는 거고요. 불필요한 일 하지 말고 국회의원으로서의 업무에 충실하라는 건데 체육회의 회장직이라는 것은 그쪽의 전문성과 그쪽 사회에서의 네트워크도 필요한 직인데 그것을 정치인이 하는 것이 맞느냐 하는 문제입니다. 현재 정치인들이 여야를 가리지 않고 상당히 많은 분이 체육회 회장을 하고 계시는데 저는 의원님들이 체육회 회장직을 그만두고 체육회는 체육인들에게 돌려주는 게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소위원장 윤상현-좋은 의견입니다마는 현실적으로 아직….
홍익표 위원-아니, ‘현실적으로’가 아니라 이 문제를 적극적으로 검토해 볼 수 있지요.
신동우 위원(새누리당)-저도 사실 관심 있어서… 왜 국회의원들이 체육회의 장을 하는가, 그리고 어떻게 그 체육 분야에 오래 종사하지 않은 사람이 될 수 있는가, 내가 궁금했어요. 그런데 이런 설명을 하더라고요. 체육계를 가면 대개 파벌이 있답니다. 몇몇 학교 출신으로 이 파벌이 구성돼서 그중의 하나가 회장이 되는 것을 서로 용납 못 한다는 거예요. 차라리 바깥에서 와서 전체를 이렇게 아우를 수 있는 사람이 필요하다, 물론 그게 꼭 정치인이 돼야 한다는 보장은 없지만 때로는 거기서 영리를 목적으로 하는 게 아니라면 저는 그것도 크게 보면 ‘봉사의 하나가 아닌가’ 그렇게 생각을 합니다.
홍익표 위원-그런데 체육회장 같은 경우는 실제로 상당히 많은 돈이 있고요. 이게 보수를 받지 않는다 하더라도 우회할 수 있는 방법이 대단히 많아요. 실제로 업무와 관련돼서 직접 회장이 결재하지 않는다 하더라도 체육회 차원에서 사무총장이 결재할 수도 있는 거고, 그리고 이게 사실은 제가 보기에는 권위주의 체제의 유산이라고 자꾸 말씀드리고 싶어요. 권위주의 사회에서 체육과 정치가 일치하면서 일종의 사회 여론을 호도하는 차원에서 체육회를 정치인이 개입한 건데요, 이 문제는 이제 좀 바로잡아야 할 때가 된 것 같습니다.
김진태 위원(새누리당)-저도 한 가지만 말씀드릴게요. 저는 조그맣지만, 우리 지역에서 체육단체장을 제가 직접 맡고 있어서 드리는 말씀인데, 오히려 돈이 들어가요. 물론 (홍 위원 이야기가) 일리는 있습니다. 그 사람들이 왜 국회의원한테 그 자리를 자꾸 주려고 하느냐 하는 그런 건 있는데, 그렇다고 체육단체장에 대해서만 제한을 두려고 하는 것은 문제가 있습니다. 자율·도덕에 맡겨도 되지 않을까 합니다.
홍익표 위원-그런데 이게 분명히 두들겨 맞아요. 왜 그러냐 하면 현재 중진의원들이 체육단체장 하는 것에 대한 길을 터 주기 위해서 규정을 이렇게 만들었다는 비판이 분명히 나옵니다.
소위원장 윤상현-그런데 일단 지난번에도 우리가 체육단체장 돈 안 받기로 했고, 또 거의 다 무보수 비상근 명예직으로 하고 있으니까…, 좀 전에 김진태 위원님께서 말씀하신 대로 또 돈을 오히려 갖다 내는 경우도 많으니까 일단 점진적으로 하기로 하고 우리 홍익표 위원님의 그 말씀은 여기에 의견 개진으로 확실하게 박아 놓는 것으로 하고 통과시키기로 하시지요.]
운영소위는 회의가 열린 지 14분 만(14시23분 산회)에 규칙안을 운영위 전체회의에 상정했다. 운영위는 14시28분 예정에 없었던 전체회의를 열고 규칙안을 전격 합의 처리했다. 걸린 시간은 단 4분(14시32분 산회)이었다.
운영위가 이날 통과시킨 규칙안은 현재 법제사법위원회에 계류 중이다. 5월 2일 본회의에서 통과시키려 했지만 당시 법사위원장이었던 새정치민주연합 박영선(朴映宣) 원내대표가 제동을 걸었기 때문이다. 국회 관계자는 “규칙안이 운영위를 통과한 이후 ‘특권 지키기’라는 비판 여론이 컸던 점을 의식한 측면이 있다”고 했다.
국회 윤리심사자문위원회의 문건을 보니
규칙안이 운영위에서 처리되기 전인 2014년 3월 18일 강창희(姜昌熙) 국회의장은 ‘국회법 개정안(의장이 겸직 가능 여부를 결정할 때는 먼저 국회법 제42조의 2에서 규정한 윤리심사자문위원회의 의견을 들어서 결정해야 한다. 이 경우 의장은 윤리심사자문위원회의 의견을 존중해야 한다)’에 따라 윤리심사자문위원회에 의견서를 요청했다.윤리심사자문위원회는 국회 윤리특별위원회 산하 기구로 국회쇄신이나 의원 윤리제고를 위한 제도적 장치 마련을 위해 2010년 5월 설치된 ‘국회의원이 아닌 자로 구성’된 ‘법정상설기구’이다.
심사 요청을 받은 윤리심사자문위원회는 5월 13일 강창희 의장에게 ‘국회의원 겸직 등 신고에 대한 심사보고서’를 제출했다. 《월간조선》이 입수한 심사보고서를 보면 겸직을 신고한 국회의원 95명의 겸직 건수는 총 306건이며, 심사 결과 이 중 80건이 겸직 불가 판정을 받았다.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공공기관·이익단체: 否 16건 ▲체육 관련 단체: 否 23건 ▲장학 관련 단체: 否 4건 ▲동문회·향우회·종친회: 否 4건 ▲보건복지·장애인 단체: 否 8건 ▲학교 법인 이사회: 否 1건 ▲캠페인성 관련 단체: 否 4건 ▲연구 단체: 否 5건 ▲노인·여성·청소년 단체: 否 9건 ▲기타단체: 否 6건 *겸임교수 등 비전임 교수직: 현재 출강 중인 경우에 한해 겸직 가능.>
윤리심사자문위원회는 불가(不可) 이유에 대해 이같이 설명했다.
<공익단체의 비상근·무보수직이라 하더라도 단체의 ‘회장·총재·이사장’ 등은 단체를 사실상 대표하고, 단체의 주요한 사항에 대한 결정과 운영에 관하여 국회의원의 의정 활동에 지장을 초래할 수 있다. 따라서 ‘공익 목적의 명예직’에 해당하지 않으므로 겸직이 불가하다. 다만 ‘명예회장, 이사, 고문’ 등은 단체를 대표하지 않고 단체의 주요사항에 대한 결정권도 없으며, 단체 운영에 직접 관여할 수 없고 국회의원의 성실한 의정 활동에 지장을 초래하지 않으므로 ‘공익 목적의 명예직’에 해당한다.>
강 의장은 겸직 불가 통보를 받은 의원들에게 이 같은 사실을 알리는 동시에 이의 신청을 받았다.
異議 신청한 의원들의 의견
윤리심사자문위원회의 심사 결과에 반발한 의원들은 강 의장에게 이런 이의를 제기했다.
<1. 자문위의 ‘명예직’에 대한 해석은 합리적 근거 없는 포퓰리즘적 견해
2. ‘비상근 무보수직’이라는 법령 및 대법원 판결의 ‘명예직’ 정의에 배치
3. 법사위 계류 중인 ‘국회의원 겸직 및 영리업무 종사 금지에 관한 규칙안’의 ‘공익 목적의 명예직’ 개념 정의와도 불부합
4. 관련 법규에 따라 합법적으로 선출된 단체장을 소급해 지위 박탈함은 헌법에 위배
5. 국회 규칙안 본회의 통과 후 ‘공익 목적의 명예직’ 해당 여부 결정 요청.>
쉽게 설명하면 규칙안이 처리되지 않은 상태에서의 윤리심사자문위원회의 심사 결과는 하나의 의견일 뿐이라는 것이다.
겸직 금지 해당 의원 측 관계자는 “법사위에 계류 중인 규칙안이 본회의에서 의결될 경우 상위법인 국회법과 조화롭게 해석, 적용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강 의장이 임기를 마침에 따라 공은 현 정의화 국회의장에게 넘어온 상태다.
7월 2일 자 《조선일보》를 보면 정 의장은 윤리심사자문위의 의견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을 보였다. 정 의장 측은 대변인을 통해 “국회의원이 특권을 내려놓아야 한다는 원칙에는 변함이 없다”고 했다. 6월 현재 정 의장은 어떠한 결정도 하지 않은 상태다. 국회의 한 보좌진은 “의원 다수가 이의를 제기한 만큼 정 의장도 윤리심사자문위원회 결정을 받아들이는 결정을 할 수 없을 것”이라며 “우선 규칙안부터 처리하는 게 맞다”고 전했다.
규칙안이 본회의를 통과할 경우 공공기관·이익단체 16건을 제외한 나머지 건에 대해서는 겸직이 가능하다.
사실 비상근, 무보수직까지 겸직을 금지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는 의원들의 주장도 이해가 가지 않는 것은 아니다. 비인기 종목의 체육단체장직을 겸직 중인 한 중진의원은 “비인기 종목은 회장직을 맡겠다는 사람이 없는 실정이어서 그나마 정치인들이 사명감을 갖고 해당 종목을 육성하기 위해 무보수 봉사를 하고 있으며 의원들이 체육단체장직을 맡으면서 국회 이미지를 높이는 효과도 있다”며 “무조건 그만두라고만 하는 것은 문제”라고 했다.
실제 경기단체들도 단체장으로 현역 국회의원, 특히 여당 실세를 선호한다고 한다. 방패막이나 보호막이 되어줄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체육계의 한 인사는 “형식적으로 선거를 치르지만, 내부에서는 힘 있는 실세 회장이 와주기를 은근히 바라고 있다. 의원이 직접 나서 정부예산을 챙겨주면 종목 운영에도 많은 도움이 되는 것이 사실”이라고 했다.
“스포츠에 줄 대는 국회의원 근절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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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체육단체장은 외형상으로는 명예직에 가깝지만, 권한은 막강한 것으로 알려진다./출처=조선DB |
조정훈(趙正薰) 《조선일보》 스포츠부장은 올 4월 3일 ‘만신창이 된 한국 스포츠 界’라는 제목의 칼럼에서 이렇게 썼다.
<체육계 정상화 작업이 성과를 거두려면 정부나 정치인들도 달라져야 한다. 전문성이 떨어지는 사람을 낙하산으로 체육계 요직에 앉히는 구태(舊態)를 반복하면서 “너희는 그러지 마라”고 하는 건 말이 안 된다. 있으나 마나 한 겸직 금지법을 만들어놓고 겸직 특권을 누리는 국회의원들도 문제다. 스포츠에 줄을 대고 자기 욕심만 채우는 국회의원 스포츠 단체장들이 나오지 않도록 확실한 제도적 장치도 마련해야 한다.>
양승함(梁勝咸) 연세대 정치외교학과 교수의 이야기다.
“현재 국회의원들은 수많은 명예직을 겸하고 있습니다. 그러잖아도 가장 바쁜 직업 중의 하나가 국회의원이라는데 명예직마저 걸치고 있으니 국회 운영이라는 본업에 소홀해지고 정쟁까지 곁들여 식물국회, 파행국회를 만들기 일쑤입니다. 국회의원들이 명예직을 좋아하는 것은 자신들의 정치 이익과 잘 맞기 때문입니다. 공익을 위한다는 명분 아래 자신의 지지 기반 확보와 정치력 과시를 위해 그 바쁜 와중에도 겸직하는 것이지요. 또 국회의원에게 대표직을 맡기는 공익단체들은 전문성이 없거나 부족함에도 정치권력을 이용해 자신들의 집단이익을 확보하려고 합니다. 국회의원들이 공무원에 준하는 겸직 금지 대상이 돼야 함은 공정사회 구현을 위해 당연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