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4 지방선거 이후] 辛勝한 유정복 캠프 공식 선거운동 기간 상황 日誌 : 월간조선

5/22(목·D-13)

공식 선거운동 첫날. KBS 라디오 출연으로 일정을 시작했다. 유 후보는 전날 회의 때 잡았던 콘셉트대로 ‘박근혜 마케팅’을 펼쳤다. 이날 유 후보는 자신을 대통령과 가까운 사람으로 소개하며 ‘힘 있는 후보론’을 폈다.

첫날인 만큼 선거 출정식을 가져야 했는데 논의 끝에 장소를 인천역 광장으로 정했다. 유 후보가 핵심으로 내세운 인천발 KTX 노선 신설 공약을 시민에게 알리고 반드시 추진하겠다는 뜻을 전달한다는 의지를 표현하기 위해서였다. 인천시청 미래광장에 있는 세월호 합동분향소에서 참배를 마친 뒤 인천역에 도착한 유 후보는 “진정성 있는 공약들을 인천시민에게 약속한다”고 지지를 호소했다.

이후 유 후보는 계속 시장만 찾았다. 이날만 유 후보는 시장 7곳(연안부두 어시장, 신포시장, 송현시장, 현대시장, 신기시장, 석바위시장, 모래내시장)을 돌아다니며 유세를 벌였다.

오후, 캠프에 비상이 걸렸다. 연평도 서남방 14km 지점, 서해 북방한계선(NLL) 이남 우리 측 해역에서 초계 임무를 수행 중이던 우리 함정 인근에 적 포탄 2발이 떨어진 것이다. 빠른 입장 표명이 무엇보다 중요했다. 모든 선거운동 일정을 취소하고 현장에 달려가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지만 유 후보는 “군 장병에게 오히려 방해가 될 것”이라며 입장만 발표하겠다고 했다.

캠프 내부에서는 입장을 발표할 때 송영길 후보의 연평도 포격 당시 발언을 지적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다. 송 후보는 연평도 포격 당시 트위터에 ‘팀스피릿 훈련의 다른 명칭인 호국훈련을 수행하는 도중〜자극받은 북이 우리 군 포진지 등을 집중적으로 공격한 것으로 보입니다’라고 트위터에 글을 올린 것도 모자라 포격 때 폐허가 된 연평도의 한 가게 앞에서 소주병을 들며 “어! 이거 진짜 폭탄주네”라고 말해 논란을 일으킨 바 있다.

‘네거티브’로 비칠 수 있어 잠시 고민했지만 ‘국가관’과 관련된 문제인 만큼 과거 송 후보의 글과 발언 내용도 포함키로 했다.

안전행정부 장관 출신인 유 당선자는 세월호 책임론에 직면해 고전했지만 결국에 승리를 거뒀다. 지난 5월 22일 유 당선자가 세월호 합동분향소에서 참배하는 모습.

유 후보는 북한의 연평도 초계함정 포격에 이 같은 입장을 밝혔다.

<2010년 연평도 포격 당시 민간인 2명과 해병대원 2명이 사망한 것이 엊그제 같은데, 또다시 이러한 도발을 일삼는 북한의 행동은 남북 간의 신뢰를 쌓아 나가고자 하는 우리 정부와 국민의 노력을 허망하게 하고 있다는 점을 북한은 반드시 깨우쳐야 할 것이다. 연평도 포격 당시 송영길 후보는 우리 군의 훈련이 북한을 자극해서 연평도 포격 사건으로 이어졌다고 주장하며, 우리 군의 사기를 크게 저하한 바 있다. 그뿐만 아니라 연평도 피해 현장을 방문한 자리에서 이른바 ‘폭탄주’ 발언으로 인천시민과 국민의 공분을 산 바 있는데, 이러한 국가관으로는 인천과 인천시민의 안전을 지키기는커녕 오히려 위험에 빠뜨릴 수 있음을 알아야 한다. 이번 북한의 도발로 인해 다시 한 번 인천시장이라는 자리는 다른 지역과 달리 안보에 대한 식견과 경험을 가진 사람이 필요하다는 것을 느끼며, 유정복 후보는 앞으로 더욱더 큰 책임감으로 우리 국민과 인천시민을 보호해 나갈 것임을 약속드린다.>

5/23(금·D-12)

첫날보다 일정을 타이트하게 잡았다. 쫓아가는 입장에서 여유를 부릴 수는 없었다. 콘셉트는 ‘소통’이었다. 후보가 민원이 제기되는 지역을 직접 찾아가 해결방안에 대해 시민과 논의했다. 뻔한 선거운동이었지만 반응은 좋았다. 유 후보는 국회의원 3선에 두 차례 장관을 역임했고 박근혜 대통령의 새누리당 활동 시절 비서실장도 두 번이나 지낼 정도로 정치계 중량급 인사지만 시민과 함께할 때엔 정치 초년생의 자세와 별반 다르지 않다.

선거운동의 방법이 발전할수록 선거캠프는 새로운 기술을 도입하려는 유혹이 커진다. 그러나 역대 선거를 보면 고전적 방법의 중요성은 여전하다. 유 후보는 이를 잘 아는 듯하다.

이날 유 후보는 오전 6시30분부터 오후 9시30분까지 총 26건의 일정을 소화했다. 이날은 북한이 인천 아시안게임 참가를 확정한 날이다. 전날(22일) 우리를 향해 대포를 쏘고 오늘은 잔치를 함께하자는 북한의 이중적 태도가 이해되지 않았지만 일단, 북한의 용단에 환영의 박수를 보낸다는 입장을 발표했다. 이날 오후 미리 입수한 자료를 보니 《중앙일보》 여론조사 결과 유 후보는 35.1%, 송 후보는 41.7%의 지지율을 보였다. 큰 격차는 아니지만 좁혀지지 않는 게 내심 신경 쓰였다.

5/24(토·D-11)

첫 주말을 맞아 유 후보는 계양산 산행을 시작으로 표밭갈이에 나섰다. 이날 유세에는 이인제 새누리당 중앙당 공동선대위원장과 성완종 새누리당 충남도당 위원장, 한영실 전 숙명여대 총장 등이 지원연설에 나섰다. 유 후보가 든든해했다. 유 후보와 한 전 총장은 송림초등학교 동창이라 가까운 사이다.

다음 날 보도되는 《일요신문》 여론조사에서 유 후보가 송 후보와의 격차를 상당히 줄였다는 정보를 입수했다. 47.8%(송영길) 대 45.4%(유정복)였다. 유 후보가 상승세를 타는 만큼 일요일(25일)에 열리는 인천시장 후보 초청 인천유나이티드 시민주주연합 및 청년서포터즈 간담회에서 송 후보의 실정(失政)을 집중 부각시키겠다는 전략을 세웠다.

5/25(일·D-10)

첫 일요일인 25일 유 후보는 종교, 체육 활동에 나선 지역민들과 접촉면을 확대하는 데 안간힘을 썼다. 오전 7시부터 인천 연수체육공원과 가천길대체육관, 부수지근린공원 등 연수구 일대를 샅샅이 훑었다.

오후 2시30분 인천 축구전용 경기장인 중구 도원동 아레나파크에서 열린 시민주주연합 초청 간담회에 참석, 전날 계획했던 대로 송 후보를 정조준했다.

유 후보는 간담회에서 “지난 2004년 3월 시민공모주를 통해 자본금 67억2800만원으로 출범한 인천유나이티드는 2010년 6월까지 6년 동안 자산을 약 120억원(현금 100억원 수준)으로 늘려 놓은 건실한 우량구단이었다”면서 “송 후보는 그러나 3년 반(2013년 6월 기준)이라는 짧은 기간 -101억4900만원의 깡통구단으로 전락시켰다. 이 때문에 올해 신인 자유선발 선수와 외국인 선수들 계약금도 제때 지급하지 못하는 일이 발생했다”고 비판했다.

이 시기 캠프에서는 송 후보가 선거 지원 온 김한길 안철수 공동대표 등 대규모 지원단과 함께 전국소년체전이 열리는 문학 박태환 수영장을 방문한 자리에서 예의에 어긋나는 행동(신발을 신고 들어가 초등부 여자 다이빙 시합 중임에도 기념사진 촬영)을 했다는 보도자료를 배포했다. 후보는 후보대로, 캠프는 캠프대로 ‘송영길 때리기’에 박차를 가한 셈이다.

5/26(월·D-9)

유정복 당선자는 인천역에서 첫 유세를 시작했다.

캠프에서 같이 일하는 후배가 거리에 걸린 송 후보의 현수막 내용이 이상한 것 같다고 했다. 자세히 물으니 현수막에 ‘부채위기 극복, 866억 흑자전환’이라고 적혀 있다는 것이었다.

2013년 차입금 3962억과 지방채 발행 1098억, 인천터미널 부지 계약금 800억 등, 6000억원 가까운 돈이 전입되다 보니 지난해 회계기준상 부채가 줄고 흑자가 가능할 것도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이것이 진정한 흑자일까. 송 후보가 저렇게까지 나오는 것을 보면 유 후보가 상승추세라는 분석이 맞는 것 같았다.

이날 YTN이 보도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여전히 송 후보(37.6%)가 유 후보(30.2%)를 앞섰다. 하지만 적극 투표층만 따로 보면 송 후보가 39.5%, 유 후보가 35.1%로 두 후보의 격차가 4%포인트 정도밖에 되지 않았다.

27일은 KBS에서 열리는 인천광역시장 선거토론회가 있는 날이라 어떤 식으로 토론회에서 송 후보를 상대할지를 논의했다. 송 후보가 ‘세월호 책임론’을 전면에 내세울 것은 당연했다. 송 후보의 측근인 ○○○를 중심으로 세월호 참사에 대한 ‘유정복 책임론’을 끊임없이 제기해 왔기 때문이다.

유 후보는 ‘세월호 참사’가 발생하기 직전 안전행정부 장관을 맡았던 탓에 ‘세월호 책임론’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게 사실이다. 하지만 ○○○은 그 강도가 너무 심했다. 게다가 송 후보도 청해진해운에 물류대상을 주려 했다가 취소하는 등 논란에서 벗어나 있지 않았다. 후보와 캠프의 선택은 정면 승부였다.

5/27(화·D-8)

인천시선거방송토론위원회 주관으로 KBS 본관에서 열린 TV토론에서 유 후보와 송 후보는 각종 현안을 놓고 팽팽한 설전을 벌였다. 세월호에 대해서는 유 후보가 선공을 펼쳤다.

“재난관리법에 따르면 재난의 책임은 자치단체장에게도 있다”며 “이준석 선장이 몬 배가 3년 전에 사고로 다시 회항하는 일이 있었다. 그때 송영길 후보가 제대로 관리했다면 이런 참사는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다. 송 후보는 청해진해운에 물류대상까지 줬다”고 한 것이다.

이에 송 후보는 “세월호 사고 보름 전까지 안전행정부 장관으로 근무했는데, 도대체 재난사고 대응 매뉴얼을 어떻게 만들었기에 단 한 명을 구하지 못하고 숫자 집계조차 하지 못했느냐”고 반박했다. 팔은 안으로 굽는 법이라 그럴까. 캠프 내부에서는 유 후보가 토론을 더 잘했다는 평가가 나왔다.

5/28(수·D-7)

28일 유 후보는 동물보호 활동을 하는 탤런트 이의정씨 등과 함께 계양구 다남동의 유기동물보호소를 찾았다. 유 후보는 동물의 생명권에 특별한 관심을 쏟는다. 농림수산식품부 장관 당시 구제역 사태를 겪으면서 더 큰 관심을 갖게 됐다고 한다.

이 자리에서 유 후보는 “유기동물 보호 실태가 얼마나 심각한지를 깨닫게 됐다”며 “인천을 중심으로 동물애호가와 관련 단체, 수의사 등과 함께 유기동물 보호에 대한 포괄적 대책을 마련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

5/29(목·D-6)

사전투표 실시 전날, 아침부터 캠프 분위기가 밝았다. 《동아일보》가 보도한 인천시장 선거 여론조사에서 유정복 후보가 상승세를 타고 송영길 후보와의 지지율 격차를 오차범위 내로 좁혔기 때문이다. 적극투표층에선 유 후보(43.7%)가 송 후보(40.4%)를 3.3%포인트 앞섰다. 지역별 지지율을 보면 유 후보는 ▲계양구 ▲부평구 등 2개 구를 제외한 인천 전역에서 송 후보를 앞섰다.

캠프는 그동안 송영길 시정의 무능과 부패, 청해진해운에 물류대상을 준 것을 비판한 게 주효했다고 평가했다. 지역신문이 인천시의 가장 시급한 과제를 조사했더니 송 후보의 우세 지지층인 20, 30, 40대에서 ‘재정난 해소’를 얘기하는 사람이 각각 55.4%, 60%, 48%였는데, 이는 선거 기간 초반보다 많이 증가한 수치라고 한다.

캠프는 유 후보가 송 후보 실정을 지적하면서 송 후보 지지층이 이탈하는 것이라고 판단하고, 오늘 오후 토론에서도 두 가지 문제를 집중적으로 제기하기로 했다.

유 후보는 티브로드 인천방송 스튜디오에서 열린 토론에서 “4년 전 부채 문제를 해결하겠다던 송 후보는 되레 부채를 13조까지 늘려 놨다”고 선공했다. 또 “송 후보는 부채를 해결한다면서 터미널 등을 헐값에 팔지 않았느냐”고 지적했다.

이에 송 후보는 안전 공약과 관련해 “전임 안전행정부 장관이지 않으냐. 매뉴얼을 어떻게 만들었기에 세월 참사가 발생했느냐”라고 역공했지만, 유 후보는 “송 후보가 3년 전 사고를 낸 청해진해운에 물류대상을 준 것은 책임이 없다고 생각하느냐”라고 맞받아쳤다.

5/30(금·D-5)

송영길 새정치연합 후보가 지난 5월 30일 안철수 대표와 함께 사전투표를 했지만, 그 영향은 크지 않을 것으로 봤다.

사전투표 첫날이었다. 유정복 후보는 투표 대신 선거운동에 집중하겠다고 했다. 수행팀과 유세팀의 전언으로는 현장 유세 시 시민의 반응이 정말 좋다고 해 ‘승리’할 수 있다는 자신감은 있었지만, 마지막 여론조사 지지율까지 송영길 후보에 뒤졌기 때문에 안심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었다. 후보와 캠프 모두 바닥민심을 훑으면서 유권자 마음잡기에 열중했다. 인천의 서쪽 끝 영종도와 동쪽 끝 부평구, 그리고 연수구를 오가며 지역 민원을 듣고, 관련 공약을 제시했다.

특히 유 후보는 최근 인천에서 ‘불량급식’으로 인한 식중독이 발생해 초·중·고생 1027명이 치료를 받는 상황이 발생한 걸 감안해 도화초등학교를 찾아 학생들의 건강상황과 급식현장을 확인했다.

이 자리에서 유 후보는 “2010년 지방선거 당시 송영길 후보는 ‘친환경 무상급식’ 등 비현실적인 공약을 남발하더니, 도중에 예산부족을 이유로 친환경을 포기하고, 급식관리조차 제대로 하지 않아 학생들이 큰 피해를 본 것에 대해 책임의식을 가져야 할 것”이라고 지적하며 “시장이 되면, 교육청과 긴밀히 협조해, 학교급식만큼은 절대 이상이 생기지 않도록 꼼꼼히 챙기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송영길 후보는 인천국제공항 사전투표소에서 안철수 대표와 함께 투표했다고 한다. 이에 대해 캠프 사람들은 무관심했다. 과거 무명의 박원순 변호사를 서울시장에 당선시킨 ‘안철수’가 아니기 때문이다. 광주에서라면 모를까, 인천에선 정치인 ‘안철수’의 존재감이 그리 크지 않다는 게 캠프 내부의 평가였다. 유 후보도 전혀 신경을 쓰지 않는 눈치였다.

5/31(토·D-4)

사전투표 마감일인 지난 5월 31일 유정복 당선자가 인천 남구 도화동 찜질방에서 대학생들과 치맥을 먹고 있다.

사전투표 마감일, 언론에서는 사전투표율이 10%를 훌쩍 넘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캠프에선 어차피 이 중 상당수는 선거 당일에 투표하려던 걸 앞당겨서 하는 사람들이라고 예상했지만, 사전투표율이 높게 나오는 건 아무래도 야당 측에 유리한 신호일 수밖에 없었다.

‘세월호 참사’ 이후 부동층으로 돌아선 유권자들의 표심을 잡는 게 더 중요해졌다. 그런 의미에서 안전 부문 공약을 강조할 수밖에 없었고, 이는 인천만의 문제가 아니라서 사전에 당 차원에서 공동 캠페인을 준비했다.

유 후보는 선거운동 마지막 주말인 오늘 오전 당 지도부, 정몽준 서울시장 후보, 남경필 경기도지사 후보 등과 함께 서울 신도림역에서 ‘출퇴근·학교 안전 공약 공동선언’을 하고, 시민의 안전 관련 건의사항을 경청했다. ▲CCTV 가동상태 ▲화생방 장비 작동 여부 등 역사 내 안전실태를 점검하기도 했다.

인천에 돌아와선 연수구 일대를 돌면서 ‘송영길 인천시의 무능’을 지적하는 한편 ▲송도국제병원 건립 ▲인천신항~수인선 철도 인입선 건설 ▲인천발 KTX 유치 ▲인천~강릉 간 고속화철도 유치 ▲경인전철 지하화와 GTX 유치 ▲첨단 벤처타운 조성 등 연수구 7대 공약을 설명했다.

밤에는 남구 도화동 찜질방을 찾아 대학생들과 ‘치맥(치킨과 맥주)데이트’를 하며 청년층의 고충을 들었다. 그들은 역시 취직에 대한 고민을 많이 했다. 유 후보는 “청년이 돌아오는 부자도시 인천을 만들겠다”고 약속하고 ▲시장 직속 투자 및 기업유치단 운영 ▲청년 인턴제 확대 시행 등 경제 부문 공약을 설명했다.

이 밖에 단돈 1만5000원으로 전남 목포에서 제주도까지 여행했던 대학 시절 추억, 전국에서 짜기로 유명한 인천의 당구 문화 등에 대해 얘기를 나누면서 공감대를 형성하려 했다.

오늘 송 후보 측에선 김한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와 그의 부인 최명길씨가 지원유세를 했다고 한다. 연일 새정치민주연합 지도부가 인천을 찾는 걸 보면서, 캠프 사람들은 “우리가 확실히 승기를 잡았다” “방심하지 말고 남은 기간 더 열심히 해야 한다”는 얘기를 주고받았다.

6/1(일·D-3)

투표일을 3일 앞둔 일요일, 유 후보는 6시부터 구월동 낙원제일교회 등을 다니며 막판 표심잡기에 총력을 다했다. 당 중앙선대위도 인천터미널 중앙광장에서 현장회의를 열고 유 후보에 힘을 보탰다. 현장회의에선 평소 유 후보가 강조한 ‘중앙정부와 통하는 힘 있는 시장’과 관련해 지원사격을 하는 데 집중했다.

이완구 원내대표는 “올해 인천아시안게임이 성공하려면 인천시와 중앙정부의 연계가 확실히 돼야 한다”며 “박 대통령과 유 후보는 특별한 관계로 중앙정부의 지원을 끌어내기 쉽다”고 강조했다.

황우여 공동선대위원장도 “인천의 유일한 중앙행정기관이 해경인데, 이번에 해체 수순을 밟으면서 인천의 시름이 깊다”며 “최소한 국가안전처 산하 해양안전본부는 반드시 인천에 있게 해 그동안의 모든 경험과 시설, 주변 여건을 잘 활용하는 방향으로 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인천시 부채 문제에 대해선 “부채 탕감 문제도 결국 대통령과 시장이 깊이 의논하면서 해결책을 찾아야만 인천시가 회생할 수 있다”며 “유정복 후보를 꼭 당선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이 자리에 참석한 유 후보는 ‘부자도시 희망 인천’을 선언하고, 자신의 ‘인천시 부채해결 방안’을 설명했다.

중앙선관위는 사전투표율 집계 결과를 발표했는데, 인천시의 경우는 11.33%로 전국 평균 11.49%보다 조금 낮은 수준을 기록했다. 연령별 투표율은 20대가 14.71%로 가장 높았다. 이를 두고 유·불리를 따지긴 이르지만, 반색할 만한 일은 아니었다.

6/2(월·D-2)

지난달 30일 공표 가능한 마지막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1승 4패다. MBC-SBS 공동조사에서는 43.9% 대 35.0%, 조선일보 미디어리서치 조사에서는 43.2% 대 35.3%, 국민일보 글로벌리서치 조사에서는 40.8% 대 35.7%, 한겨레 리서치플러스 조사에서는 44.5% 대 33.7%로 전부 유 후보가 송 후보에게 뒤지는 것으로 나왔다. 한국경제 한국리서치 조사에서만 유 후보가 39.9%로 36.5%의 송 후보를 앞섰다. 솔직히 캠프 분위기가 밝지만은 않았다. 그런 분위기를 감지해서였을까. 유 후보가 갑자기 “전혀 걱정하지 마라. 정말 이길 자신 있다. 혹시 패배하더라도 책임은 내가 다 질 테니까, 조금만 더 힘내자”고 했다. 그러더니 식사나 한번 하자고 했다. 일반적으로 후보는 캠프 직원과 식사 자리를 잘 하지 않는다.

이날 전 인천광역시의회 의원 88명은 유 후보 지지를 선언했다. 그들은 “오늘날 인천은 시 부채 13조원에다 자살률 1위, 이혼율 1위, 학력은 밑바닥에서 헤매는 등 나쁜 건 순위가 앞자리요, 좋은 건 뒷자리에 머물고 있다”며 “유 후보는 행정력, 정치력, 비전, 추진력, 시민통합 의지와 소통력, 도덕성 등 개인적 덕목과 중앙정부와의 협력 체계 확보 등의 정치 사회적 능력을 갖춘 적임자”라고 했다.

이와 발맞춰 유 후보는 인천 보훈병원 설립 등 남구 지역 7대 공약과 구도심 맞춤형 개발공약 등을 제시하며 지지세 확산에 주력했다.

이날 오후 국회에 새정치민주연합 자체 여론조사 결과가 담긴 자료가 돌았다. 입수해 살펴보니 유 후보(47.0%)가 송 후보(45.6%)를 앞서는 것으로 나타났다. 자신의 지지층을 결집하려는 새정치민주연합의 역공작이라는 판단이 섰다. 후보에게도 그렇게 보고했다.

6/3(화·D-1)

지방선거 공식 선거운동 마지막 날인 6월 3일 유 당선자는 세월호 참사 49재 추모행사에 참석했다.

지방선거 공식 선거운동 마지막 날인 3일은 마침 세월호 참사 49재 추모행사가 있는 날이었다. 그간 중장년층에서 상대적으로 높은 지지율을 보여 온 유 후보인 만큼 이날은 대학과 번화가를 돌며 막판 취약층인 20대 젊은층 표심 공략에 집중했다. 특히 인하대에서는 학생식당에 들러 학생들과 함께 식사까지 하며 막판 지지를 호소했다. 이만기 인제대 교수(전 씨름선수), 한영실 중앙공동선대위원장, 탤런트 심양홍·송재호·박윤배씨 등 유명인들이 유세에 동참해 줬다.

세월호 참사 49재 추모행사에는 오후 5시 조금 넘어서 참석했다. 주변 사람들이 송 후보는 5시쯤 먼저 도착해 참배한 후 출발했다고 했다. 그런데 송 후보는 추모행사에 10분도 머물지 않았다고 한다. 송 후보는 인쇄홍보물 표지에 이런 문구를 넣었다. ‘무책임한 안전행정부, 실패한 정부, 이제 우리는 가만히 있지 않겠습니다.’

또 세월호 참사 촛불집회 사진을 썼다. 솔직히 송 후보의 진정성에 의심이 갔다. 다행히 유 후보는 주변의 조언 없이도 30분가량을 머물다가 자리를 떴다. 얼마나 머물렀느냐는 것을 따지는 것 자체가 정말 유치할 수도 있지만, 이것은 ‘진정성’의 문제다.

유 후보 유세에 동행하면서 느낀 점은 현장 분위기가 괜찮았다는 것이다. 유 후보가 남동공단을 방문한 자리에서 인천 관광경쟁력 제고를 위해 인천관광공사 부활, 카지노 특구 조성, 송도컨벤시아 2단계 공사 시행, 송도국제병원 건립 등 관광 활성화 5대 공약을 제시했을 때 반응이 상당했다.

캠프 사무실에서 ‘보도자료’를 작성하고 ‘전략’만 짜다 보면 현장 분위기를 알 길이 없다. 현장 분위기를 토대로 마지막 판세분석을 한 결과 무당층 지지율이 급등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감이 좋았다. 상대는 위기감을 느꼈는지 온갖 음해성, 비방성 허위사실을 문자와 카톡에 살포했다. 그러면서도 유 후보는 비방을 중단하라고 주장하는 송 후보 측을 보면서 많은 것을 느꼈다. 얼마나 급하면 이렇게까지 할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분위기가 우리쪽으로 흐르고 있다는 직감이 왔다.

<06:45 길병원사거리 아침출근 인사→ 07:25 전화인터뷰(경인방송 표준 FM)→ 11:00 남구 일원 방문→ 13:20 남동공단 산업용품상가 방문→ 14:20 남동공단 주요기업 방문→ 15:50 연수구 일원 방문→ 17:00 새누리당 세월호 합동분향소 참배→ 18:00 부평구 일원 방문→ 20:10~21:00 부평역 광장 합동유세>로 짜인 마지막 유세일정을 마쳤다. 내일 인천 시민은 어떤 선택을 할까.

6/4(수·D-Day)

유정복 당선자는 50.0%의 표를 얻어 1.8% 차이로 송영길(오른쪽) 새정치연합 후보를 물리쳤다.

결전의 날이다. 최선을 다했으니 결과를 지켜보는 일만 남았다. 사전투표율이 20~40대에서 낮고, 50~70대에서 전국 평균을 웃돌았지만, 우리에게 유리하다고만 볼 수 없다. 그 20~40대가 선거 당일인 오늘 투표장에 몰릴 수도 있는 탓이다. 투표율 추세를 수시로 체크하면서 6시를 초조한 마음으로 기다렸다. 지방선거 투표일인 4일, KBS·MBC·SBS 등 지상파 방송 3사는 투표 마감 시각인 오후 6시에 공동으로 광역단체장 선거 등에 대한 출구조사 결과를 발표한다.

인천의 투표율은 저조했다. 역대 선거 투표율을 봐도 인천은 낮았다. 인천은 1995년 실시한 제1회 지방선거부터 2006년 4회 지방선거까지 모두 전국 최하위에 머물렀다. 전국 투표율과 차이도 5.6%(1995년)에서 9.6%(2002년)를 보였다. 그나마 2010년 치른 제5회 지방선거는 50.9%의 투표율로 16개 광역시·도 중 13위를 차지하기는 했지만, 여전히 바닥권에서 벗어나진 못했다.

투표율을 분석하다 보니, 오후 6시가 다가왔다. 이윽고 캠프에 있는 TV에서 출구조사를 기다리는 카운트다운이 시작됐다. “10, 9, 8, 7… 2, 1!” 긴장되는 10초가 지나고 제일 먼저 서울시장 선거의 예측결과가 발표됐다. “박원순 후보가 55.4%, 정몽준 후보 44.7%로 박 후보가 9.7%포인트 앞서고 있다.”

“아! 그간 여론조사 결과와 비슷하구나. 혹시 우리도?” 아주 짧은 찰나였지만 별 생각이 다 들었다. 곧이어 인천시장 출구조사 결과가 발표됐다. 49.4% 대 49.1%. 0.3%포인트 차의 초박빙 양상이었지만 유 후보가 승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캠프에 모인 지지자들은 “이겼다”며 환호성을 외쳤다.

하지만 홍일표, 안상수 공동선대위원장은 웃음기 없는 얼굴로 귓속말을 나눴다. 승리를 확신할 수 없었을 것이다. 그도 그럴 것이 0.3%포인트 차는 전국 17개 광역단체장 선거 가운데 가장 적은 차였다. 게다가 이번 지방선거에선 사전투표라는 변수가 있었다. 지상파 3사는 11.49%의 투표율을 보인 이번 사전투표에 대한 별도의 출구조사는 하지 않았다. 최종 투표율이 60% 안팎이 된다고 가정할 경우 6분의 1가량의 표본이 출구조사에 잡히지 않은 결과가 되는 것이다. 결과가 얼마든지 뒤바뀔 수 있다는 이야기다. 선관위 개표현장에 투입한 캠프 관계자들을 통해 10분에 한 번씩 실 상황을 보고받은 뒤 후보에게 전했다.

유정복 당선자는 지난 6월 5일 인천광역시선거관리위원회에서 선관위원장으로부터 당선증을 받았다.

개표 진행이 늦어진 탓에 이날 밤 2시까지도 승부의 향방은 오리무중이었다. 5일 오전 1시를 넘기면서 유정복 후보가 송영길 후보와의 격차를 서서히 벌리기 시작하자 유 후보 캠프 측에선 환호성이 나왔다. 하지만 후보를 비롯한 캠프 핵심 관계자는 긴장의 끈을 놓지 않았다. 개표장치가 고장 나, 유 후보가 열세인 지역의 개표가 이뤄지지 않고 있었기 때문이다.

지지자들 사이에서는 왜 다른 당선자들은 수락연설을 하는데 유 후보는 하지 않느냐는 볼멘소리가 나왔다. 지지자들의 마음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었지만 우리는 100% 확정을 원하고 있었다. 5일 오전 3시. 드디어 유 후보는 선거사무소에서 수락연설을 했다.

“부채와 부패, 부실을 벗어나 희망과 활력의 새로운 인천을 열어 가겠습니다. 인천시민의 기대에 어긋나지 않는 깨끗하고 활력 넘치는 인천을 만드는 것으로 보답하겠습니다.”

많은 이들이 대역전극의 이유에 대해 물었다. 개인적으로 세 가지를 꼽고 싶다. 첫째, 유 후보는 민원인들의 목소리에 진정 귀를 기울였다. 시간이 아무리 늦어도, 찾아오는 민원인을 마다한 적이 없다. 아무리 사소한 이야기도 잘 들어 주고 같이 고민해 줬다. 당연하지만 이런 기본적인 것을 잘하는 정치인은 많지 않다.

둘째, 송영길 후보와의 진실게임 양상으로 선거를 끌고 간 전략이 주효했다는 점이다. 사실 그동안 송 후보는 공약만 해 두고, 손도 대지 못한 대형사업들이 너무도 많았다. 대표적으로 인천-충청 간 해저터널 공약은 누가 봐도 우습기 짝이 없으니 지켜질 리 만무하였고, 실제로 국토부 확인 결과, 검토조차 되지 않았다는 것이 밝혀지기도 했다.

송 후보 측은 우리에게 흑색선전한다고 여론전을 펼쳐 몰아붙이려고도 했지만, 신성한 한 표를 행사할 유권자들을 위해서라도 진실을 밝혀 내는 과정까지 피해서는 안 된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는 선거기간 동안 송 후보의 인천시 부채 문제, 측근비리 문제를 지적했다. 이는 송 후보의 ‘낙관론’에 의한 방심과 맞물려 큰 효과를 냈다고 판단한다.

마지막으론 세월호 참사 책임론의 역풍을 들 수 있다. 송 후보는 ‘유정복 책임론’을 들고 나왔지만, 그 역시 4년 전 유병언 세력과의 야권연대 의혹(새인천창조포럼 주장), 세월호 선주인 청해진해운에 물류대상 수여 의혹 등 세월호 논란을 피할 수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