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D-15(5월 20일) 여론조사 첫 패배 충격 후 심기일전… 정책과 인물로 승부
⊙ ‘굿모닝버스’, ‘따복’ 등 정책명, 후보가 직접 이름지어
[편집자 주]
6·4 지방선거를 앞두고 새누리당 경기도지사 남경필 후보는 지속적인 우세를 지켜 왔다. 그러나 세월호 참사 이후 여당에 대한 민심은 싸늘했고, 공식 선거운동 기간 개시를 이틀 앞둔 5월 20일 여론조사에서 남경필 후보는 처음으로 새정치민주연합 김진표 후보에게 뒤처지게 된다. 6월 4일 방송3사 출구조사에서도 남경필 후보(49.0%)는 김진표 후보(51.0%)에게 패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12시간에 걸친 숨막히는 개표결과 남 후보는 0.8%포인트 차로 승리를 거두었다.
남경필 후보를 10여 년간 보좌해 왔고 경기도지사 선거캠프에서 핵심 역할을 했던 한 측근은 남 후보의 지사 출마 결심과정과 세월호 사건, 당내 경선 등 중요 시점에 심경을 기록한 일기를 남겼다. 그의 <남경필 경기도지사 도전일기>를 《월간조선》이 입수해 정리했다.
⊙ ‘굿모닝버스’, ‘따복’ 등 정책명, 후보가 직접 이름지어
[편집자 주]
6·4 지방선거를 앞두고 새누리당 경기도지사 남경필 후보는 지속적인 우세를 지켜 왔다. 그러나 세월호 참사 이후 여당에 대한 민심은 싸늘했고, 공식 선거운동 기간 개시를 이틀 앞둔 5월 20일 여론조사에서 남경필 후보는 처음으로 새정치민주연합 김진표 후보에게 뒤처지게 된다. 6월 4일 방송3사 출구조사에서도 남경필 후보(49.0%)는 김진표 후보(51.0%)에게 패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12시간에 걸친 숨막히는 개표결과 남 후보는 0.8%포인트 차로 승리를 거두었다.
남경필 후보를 10여 년간 보좌해 왔고 경기도지사 선거캠프에서 핵심 역할을 했던 한 측근은 남 후보의 지사 출마 결심과정과 세월호 사건, 당내 경선 등 중요 시점에 심경을 기록한 일기를 남겼다. 그의 <남경필 경기도지사 도전일기>를 《월간조선》이 입수해 정리했다.
- 6월 5일 아침 남경필 경기도지사 당선인이 꽃목걸이를 걸고 축하를 받고 있다.
2014. 3. 5 (수)
남경필 의원이 새누리당 최고중진 연석회의에서 경기도지사 선거 출마를 공식 선언했다. 사실 남 의원은 그동안 안철수 의원을 잠재적인 경쟁자 또는 대결해야 할 상대로 생각했다. 안철수 신당과 민주당 합당 직후인 3월 5일 출마를 선언한 이유나 선언문에서 “안철수가 포기한 ‘새정치’를 내가 하겠다”고 발표한 이유도 이 때문이다.
그동안 기자와 지역구민 등 주변에서 남 의원의 도지사 출마설과 원내대표 출마설을 끊임없이 문의할 때 함구하느라 힘들었는데 이제 마음 편히 지방선거를 준비할 수 있게 됐다.
지방선거는 여당의 무덤이라는데, 인지도가 높은 남 의원이 ‘등떠밀려 나왔다’, ‘차출돼 나왔다’는 설도 적지 않았지만 사실과 다르다. 남경필 의원의 20여 명 참모그룹은 2012년 총선 후 남 의원이 5선이 되면서부터 자천 타천으로 원내대표와 경기도지사를 놓고 끊임없이 고민해 왔다. 학계 인사들과 함께 국가모델 연구모임도 끊임없이 해 왔고, 각종 정책도 차곡차곡 준비해 왔다.
남 의원이 구체적으로 출마 여부를 놓고 고민하기 시작한 것은 올해 초다. 올해 1월 가진 출판기념회 자리에서 기자들은 남 의원에게 원내대표냐 경기도지사냐에 대해 공격적으로 질문해 왔고 참모진의 의견들도 팽팽했다. 두 자리는 해야 할 일도 다르지만 선거운동 방식도 완전히 다르기 때문에 참모진은 양쪽 모두를 준비할 필요가 있었다.
원내대표는 중앙 정치인들을 대상으로 선거운동을 해야 하지만, 경기도지사 선거는 1000만여 명의 유권자를 상대로 한 엄청난 규모의 선거다. 경기도는 광역단체 중 인구가 가장 많고 지역도 넓은 데다 각 기초단체의 특성도 각각 완전히 달라 가장 어려운 선거 중 하나라고 꼽힐 정도다.
남 의원은 출마구상을 위해 3월 초 배낭여행을 할 계획도 세워 두고 있었다. 그런데 야권연합으로 결심이 빨라지게 된 것이다. 참모진 모두 총선과 대선 등 여러 번의 선거를 치러 봤지만 지방선거는 거의 처음이라 긴장감이 한층 더했다.
4. 9 (수)
그동안 우리가 준비한 남경필 후보의 공약 중 가장 주목할 만한 ‘굿모닝버스’ 공약을 공식 발표했다. 경기도민의 민원 중 가장 큰 비중이 서울로 출퇴근하는 교통문제다. 경기도민의 상당수가 출퇴근에 1~2시간 이상 뺏긴다.
서울시와 국토교통부와의 협의 등 경기도 자체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기 때문에 경기도 교통문제는 도지사의 정치력이 필요한 과제다. 김문수 도지사가 과거에 내놓았던 공약 중 도민들로부터 가장 높은 관심을 끌었고 성공적이었던 것이 GTX(수도권 광역급행철도)이기도 했다.
교통문제는 경기도민들에게 가장 관심이 높은 과제이기 때문에 우리 입장에서는 유권자의 이목이 집중되는 선거 후반부에 집중적으로 홍보할 계획을 갖고 있었다. 그런데 새정치민주연합 김상곤 예비후보가 당내 경선을 시작하기도 전 ‘무상버스’로 먼저 여론의 시선을 끈 것이다.
무상급식도 논란이 되는 터에 무상버스라니, 현실성 없을 것이 뻔했다. 무상버스란 당장 사람들의 시선을 끌긴 하겠지만 비용문제와 타 시도와의 연계성 등 여러 면에서 실현 가능성이 떨어진다. 우리는 수개월에 걸친 정책연구를 통해 현실적인 제약조건 속에서도 도민들이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는 방안을 연구했다.
현재 경기도와 서울을 오가는 버스는 교통문제 해결을 위해 법적으로 노선연장이나 노선확대, 차량 수 추가가 불가능하다. 하지만 더 자주 다니는 것은 법적 규제가 없다는 점에 착안했다. 2분에 한 대씩 경기도에서 서울로 출근할 수 있도록 한 ‘굿모닝버스’ 공약을 구체적으로 발표했다.
사실 상대 후보가 ‘무상버스’라는 귀에 쏙 들어오는 네이밍(naming)을 한 만큼 우리 역시 이 정책을 뭐라고 이름지어야 할지 수없이 고민했다. ‘멀티버스’, ‘2분버스’ 등 수많은 이름이 나왔지만 딱 이거다 할 만한 이름이 없는 가운데 남경필 후보가 “출근버스니까 ‘굿모닝버스’ 어떤가”라는 말을 꺼냈다. 평소에도 톡톡 튀는 아이디어가 많았지만 이 작명은 정말 칭찬하지 않을 수 없었다.
4. 16 (수)
당내 경선 경쟁자인 정병국 의원과 《OBS》 경인TV 스튜디오에서 첫 TV토론을 하기로 한 날이다. 어제까지 모두들 오늘 오후 4시45분으로 예정된 TV토론을 맹렬하게 준비하고 있었는데, 아침 뉴스에 세월호 속보가 나왔다. 큰일이 났음을 직감했다. 일단 방송국, 정병국 후보 측과 연락 결과 TV토론 취소가 오전 중 결정됐지만, 남경필 후보의 행보가 과제였다.
참모진은 서로 다른 의견으로 나뉘어 논쟁했다. 피해자가 가장 많은 지역이 안산인 만큼 경기도지사 후보가 즉시 현장을 찾아야 한다는 의견과 정치인의 성급한 방문은 오히려 좋지 않은 이미지를 가져올 수 있다는 의견이 반반이었다. 그 와중에 후보가 방송국으로 향하던 차를 급히 돌려 진도로 향했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우리 참모진도 급하게 진도행을 결정했다.
진도 실내체육관에 도착해 보니 이미 남경필 후보는 실종자 가족들의 호통과 분노를 온몸으로 받아들이고 있는 상태였다. 물리적 충돌도 있었던 듯 후보의 옷매무새와 얼굴 상태도 심상치 않았다. 나중에 듣고 보니 누군가에게 뺨을 맞기도 했고, 양복도 찢어졌다고 한다. 실종자 가족들의 슬픔과 분노가 워낙 컸던 만큼 보좌진이 후보를 보호한다며 막아설 형편도 아니었다. 남경필 후보는 밤늦은 시간 잠시 차에서 쉰 동안을 제외하고는 하루 종일 체육관에 가족들과 함께 앉아 있었다.
“청와대는 뭐하느냐”, “찾으러 갈 테니 배를 띄워 달라”는 가족들의 요구에 남 후보는 청와대에 전화를 하기도 하고, 지인에게 문의해 고깃배를 수배하기도 했다. 알고 지내는 경기도 공무원들에게 연락을 하고 상황을 가족들에게 전하는 것도 남 후보의 일이었다.
밤을 새우고 난 후 우리 참모진과 보좌진 사이에서는 “더 있어도 우리가 해결할 수 있는 일이 없고, 상황이 더 나빠질 수도 있으니 올라가자”는 의견과 “그래도 현장을 지켜야 한다”는 의견이 또다시 팽팽했다. SNS와 인터넷에서는 정치인들이 뭐하러 거기에 갔느냐는 비난이 폭주했다.
그러나 남경필 후보가 계속 있겠다는 입장을 밝혔고, 중앙당에서도 지방선거 일정을 잠정적으로 중단하자고 결정한 상태여서 올라가자고 할 명분도 마땅치 않았다. 결국 우리도 다른 일이 있는 몇몇을 제외하고는 진도에 머물기로 결정했다.
4. 18 (금)
새누리당에 세월호특위가 구성돼 첫 회의를 열었다. 특위 위원으로 위촉된 남경필 후보는 현장 분위기를 중앙에 전달하는 임무를 띠고 새벽에 서울로 올라가 오전 회의에 참석한 후 다시 진도로 내려왔다. 안산이 지역구인 김명연 의원과 박순자 전 의원, 이주영 해양수산부 장관 등이 진도 현장을 지키고 있어 남 후보가 굳이 현장을 계속 지켜야 하느냐는 의견도 있었지만, 후보 스스로 진도를 지키겠다는 의지가 커서 말릴 수가 없었다. 경선 경쟁자인 정병국 의원도 함께 자리를 지켰다. 이 와중에 선거운동을 할 정치인은 없을 것이다.
사실 특별히 하는 일은 없었다. 한구석에서 조용히 앉아 있거나 가족들의 손을 잡아 주고 이야기를 들어 주는 것이 전부였다. 나중에 정신과의사 등 전문가들에게 들어 보니 ‘그저 들어 주는 것, 손잡아 주는 것’이 가장 좋은 위로 방법이라고 한다.
4. 28 (월)
새누리당 지도부가 지방선거 일정 재개를 선언했다. 남경필 후보도 비로소 집으로 돌아올 채비를 하기 시작했다. 계속 진도에 머물며 가끔 서울을 오간 지 12일째다. 처음엔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던 유가족들도 남 후보의 손을 잡아 주며 “수고했다”, “고생했다”는 말을 남겼다. 후보의 얼굴살이 많이 빠지고 초췌해져 이제부터라도 건강을 챙겨야 한다는 조언을 하고 싶었지만 온국민이 슬픔에 빠져 있는 상태에서 차마 그런 얘기를 꺼낼 수가 없었다.
5. 10 (토)
새누리당 경기도지사 후보 선출 경선이 남경필 후보의 승리로 끝났다. 사실 경선 전, 아니 출마하기로 결심한 올해 초부터 남 후보의 경쟁력과 본선 당선 가능성에 대해서는 우리 모두 의심치 않았다. 하지만 이번 선거에는 세월호 참사라는 엄청난 변수가 있다. 모든 언론은 당연히 여당이 책임론에서 벗어나기 어려울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었다. 여당은 물론 대통령에 대한 여론의 비난 수위도 심각해졌다. 진심을 담아 유권자들을 대하고 정책과 인물로 승부하는 수밖에 없다.
5. 11 (일)
새정치민주연합 경기도지사 후보로 김진표 후보가 큰 표차로 당선됐다. 예상했던 결과이고, ‘젠틀’한 선거가 되지 않을까 싶다. 남 후보와 김진표 후보는 동향(수원)인 데다 경복고 선후배 사이고 다니는 교회도 같다. 정치경력은 남 후보(5선)가 김 후보(3선)보다 높지만 연배의 차이도 있어 서로 선배님과 후배로 호칭하며 친하게 지내고 있다. 수원과 교회, 보수층 등 지지층이 겹치는 점이 약간 부담스럽다는 의견도 있지만, 경기도는 지연과 학연 등으로 선거를 치를 수 있는 좁은 지역이 아니다. 김 후보는 경제 및 행정 전문가인 만큼 그 분야의 강점을 내세울 것으로 보여 우리도 그에 대한 대책을 세우고 있다. 언론은 벌써 보수 내 진보파(남경필)와 진보 내 보수파(김진표)의 대결로 파악하는 분위기다. 묘한 구도다.
5. 15 (목)
남경필 의원이 지방선거 출마를 위해 국회의원직을 사퇴했다. 10여 년 동안 지냈던 의원회관에서 짐을 싸려니 만감이 교차했다. 중앙정치와 다소 거리를 두게 됐다는 생각에 기분이 묘했다. 30대에 국회에 입성해 5선을 지낸 남 의원의 마음은 어떨까.
5. 19 (월)
남 후보가 경기도 선거대책위원회 구성을 완료하고 명단을 발표했다. 별칭은 ‘함께하는 따뜻한 캠프’다. 남 후보는 ‘따뜻함’이라는 말을 좋아한다. 중요 공약 중 하나인 ‘따복(따뜻하고 복된) 마을’도 직접 지은 이름이다.
외부 전문가를 영입하고 경기지역 의원들이 각자 직책을 맡은 것은 물론, 명예선대위원장과 선대위 고문 등에 중앙당 거물급들이 대거 포함됐다. 솔직히 중앙당의 지원이 적극적이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도 있었는데 ‘매머드급’ 선대위 구성으로 든든했다.
후보와 팀장급 참모진 27명은 선거 기간 운영할 단체 SNS방을 만들었다. 정책, 유세, 일정, 메시지, 연설, 조직 등 다양한 사안을 언제라도 실시간으로 공유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남경필 후보의 아이디어였다. 사실 선거판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자기가 맡은 일만 할 뿐 전반적인 상황을 잘 모르는 경우도 많다. 나 같은 정책보좌진은 현장 분위기를 잘 모르는 경우도 다반사다. 한 참모는 “선거판에서 참모들끼리도 자기 분야가 아니면 잘 모르는 일이 많았는데 이 방이 생기니 실시간으로 공유할 수 있어서 큰 도움이 된다”고 말하기도 했다.
5. 20 (화)
방송3사 여론조사 결과가 발표됐다. 충격이었다. 경기도지사 선거를 준비한 이후 공식적으로 첫 패배였다. 차이는 1%포인트가 채 되지 않았지만 (남경필 34.8%, 김진표 35.7%) 순위가 뒤집혔다는 것은 엄청난 의미가 있다.
캠프 모두가 시쳇말로 ‘멘붕(멘탈 붕괴)’에 빠졌다. 결과가 발표된 후 캠프 단체 SNS방에서는 12시간 이상 27명이 아무도 말을 하지 않을 정도로 분위기는 심각했다. 남 후보는 늘 15~20%포인트 이상의 차로 리드해 왔고, 세월호 사고 직후 격차가 5% 내외로 줄어들기도 하고 비공개 여론조사에서 근소한 차로 뒤진 적은 있었지만 공식적인 방송사 여론조사에서 뒤처진 것은 처음이었다. 이틀 후면 공식 선거운동 시작이다. 혼신의 힘을 다해 뛰는 수밖에 없다는 각오를 다졌다.
5. 21 (수)
마지막 여론조사 결과 발표일이다. 《중앙일보》 여론조사 결과 남 후보가 8.5%포인트 앞선 것으로 나왔다. 한숨 돌리긴 했지만 이번 여론조사는 수치가 하도 들쑥날쑥해 신뢰도가 크게 떨어진다는 평가다. 마음이 복잡하다.
5. 22 (목)
공식 선거운동이 시작됐다. 남경필 후보는 새벽기도 후 출근길 수원역에서 유권자들에게 인사를 하는 것으로 공식 일정을 시작했다. 안산 단원고에도 다녀왔다. 첫날 얼마나 뛰었는지 캠프는 모두 기진맥진한 분위기다. 새벽부터 밤까지 뛰어다녀야 할 텐데 벌써 헐떡거리다니. 앞이 안 보였다. 그러나 다리는 목적지를 향해 가고 있었다.
5. 23 (금)
경기도지사 후보들의 정책이 전국적인 관심을 얻는 분위기다. 우리가 내놓은 굿모닝버스와 ‘따복마을(따뜻하고 복된 공동체 마을) 6000개 조성’은 이미 많은 중앙언론에서 거론됐다. 둘 다 남 후보가 직접 작명한 것이다.
야당 쪽의 이슈는 보육교사 공무원화다. 새누리당은 오늘 성명을 통해 김진표 후보의 정책인 보육교사 공무원화가 실시될 경우 10조원의 비용이 발생하며, 그 부담이 국민에게 돌아간다고 지적했다.
경기도 내 어린이집·유치원 교사는 총 15만~20만명 정도다. 그들의 표는 김진표 후보에게 갈 것이 분명하고, 어떤 방법을 써도 우리쪽으로 끌어오기는 어려울 것이다. 하지만 그 외 세금을 부담하는 도민들은 분명 반감을 가질 수 있다. 주변에서도 김진표 후보는 괜찮지만 공약이 문제라는 이야기도 많이 들었다. 정책으로 후보를 평가하는 선거 분위기는 어쨌든 바람직하다. 경기도는 인구가 많고 지역이 넓어 조직선거는 현실적으로 힘들다. 정책과 인물로 승부해야 한다. 그 점에서는 충분히 자신감이 있다.
5. 24 (토)
새정치민주연합 중앙당 대변인이 성명을 발표했다. “남경필 새누리당 후보가 우리당 김진표 후보에게 역전당하는 등 위기감이 커지자 지도부가 총출동해 낯 뜨거운 비방에 열을 올린 것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22일 여론조사에서 역전당한 것에 충격이 크긴 했지만 상대 후보 비방으로 갈 계획은 추호도 없다. 상대 후보에 대한 네거티브 전략 아이템이 우리에게 왜 없겠는가. 하지만 네거티브는 남 후보의 이미지와 철학에 맞지 않는다는 것이 캠프의 결론이었다.
이번 선거에서 이슈가 되는 계층인 ‘40대 앵그리맘(angry mom)’ 몇 명을 만났다. 여당 성향 또는 정치 무관심 계층이었다가 세월호 사고를 통해 정치적 시각을 갖게 된 40대 엄마들을 뜻한다. 세월호 사고와 청와대 및 정부의 대응에 대해 분노하고 있었지만, 의외로 남경필 후보에 대해서는 호의가 있었다. “말뿐인 구태 정치인과는 다르다”, “합리적이다”라는 평이었다.
5. 25 (일)
한국정당학회 매니페스토 정책평가단의 공약평가에서 수도권 광역단체장 후보 중 남경필 후보가 1위를 차지했다. 특히 재난안전시스템 공약과 ‘굿모닝버스’가 높은 점수를 얻은 것이 큰 보람이었다. 평가에 참여한 교수들은 ‘세월호 참사 이후 높아진 재난안전 문제에 많은 고민을 했고 다양한 아이디어를 제안했다’는 평가와, ‘굿모닝버스는 직업창출 효과가 있다’고 평했다. 나 같은 정책보좌진에게는 큰 힘이 되는 칭찬이었다. 반면 상대 후보는 모든 공약에서 ‘C학점’을 받는 등 점수가 좋지 않았다. 정책대결의 승리라는 기쁨이 밀려 왔다.
5. 27 (화)
‘남경필의 무한도전’을 시작했다. 공식 선거운동 마지막 날인 6월 3일까지 7박8일 동안 민생 현장에서 숙박하며 시민과 함께하겠다는 새로운 선거운동 방식이다. 건강에 무리가 갈 수도 있는 일정이지만, 젊은 데다 심야시간 역시 활용하고 싶다는 후보의 뜻을 반영한 것이다. 출퇴근은 광역버스를 이용하고 마을공동체 공장 체험, 아파트 경비 체험, 편의점과 주유소 아르바이트 체험 등을 통해 도민들을 만날 예정이다. 남 후보의 나이가 비교적 젊고 성격이 매우 적극적이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기도 하다. 참모로서는 다행이 아닐 수 없다.
5. 28 (수)
김진표 후보 선대위가 성명을 통해 남경필 후보가 제주도 땅을 매입, 투기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서귀포 과수원 등 3개 필지를 매입해 농지개혁법과 농지법을 위반했다는 것이다. ‘드디어 네거티브가 시작됐구나’라는 생각에 허탈했다.
하지만 알고 보면 농지법 위반 1개 필지는 기부채납 예정이었고, 2개 필지는 위법사항이 없어 조금만 파헤쳐 보면 별 문제 아니라는 걸 알 수 있다. 그런데도 이런 네거티브에 나선다는 것이 이해가 가지 않았다. 남 후보가 다소 ‘부잣집 아들’의 이미지가 있다 보니 그 점을 건드릴 요량인 것 같았다.
5. 29 (목)
선관위 주최 《KBS》 토론회가 열렸다. 오늘 토론에서는 처음으로 3자토론(남경필, 김진표, 백현종)이 이뤄졌는데, 토론 중 김진표 후보가 아닌 백현종 후보가 제주도 땅투기 의혹을 제기했다.
이 상황을 예상했던 후보와 우리 참모진은 토론을 했다. 같이 네거티브로 맞불을 놓느냐, 제기된 의혹에 해명만 하고 넘어가느냐, 아예 못 들은 척 무시하느냐 등등 몇 가지 안을 두고 고심했다. 원래 남 후보와 김진표 후보는 정치경험도 같이 했고 친한 사이인 만큼 굳이 각을 세울 생각은 없었다. 어떻게 해야 우리 측 표심도 잃지 않으면서 부드럽게 넘어갈 수 있을까.
해결책은 후보에게서 나왔다. 남 후보의 정치경륜은 역시 무시할 수 없었다. 상대방을 직접 공격하지 않고 선배 정치인의 말을 인용했다. 남 후보는 1998년 경기도지사 선거 당시 손학규·임창렬 후보의 예를 들었다. 남 후보는 손학규 전 지사와 친한 사이로, 손 전 지사가 자신에게 “패배가 아쉬운 것이 아니라 네거티브를 했다는 것이 아쉽고 부끄럽다”고 말했다는 것이었다. 이어 “네거티브까지 해서 이기고 싶은가”라는 뜻을 전했다. 고등학교 17년 선배인 김 후보가 뜨끔할 만한 말이었다.
선거가 일주일만 남은 상태에서 불거진 의혹이어서 그나마 다행이었다. 선거 초반에 이런 네거티브가 나왔다면 양쪽 모두 쓸데없는 데 전력을 낭비했을 것이다. 남 후보는 “나에게 비싸고 좋은 옷을 주지 말고, 어울리는 옷, 맞는 옷을 달라”고 했다. 네거티브는 효과가 있을지언정 자신에게 맞는 옷은 아니라는 뜻이었다.
5. 30 (금)
새누리당 주요 당직자들이 사전투표를 했다. 김진표 후보도 사전투표했다. 많은 후보가 홍보효과가 있는 사전투표에 나섰지만 남 후보는 오늘 하루도 선거운동에 집중하겠다며 사전투표를 하지 않았다.
서청원 선대위원장은 경기도 각 지역을 돌며 기초단체장 후보를 지원했다. 새누리당 중앙당의 지원은 큰 힘이 된다. 단지 새정치민주연합 역시 경기도에 상당한 공을 들이는 분위기여서 긴장감을 늦출 수 없다. 안철수 의원도 “수원은 마음의 고향”이라며 경기도를 몇 번이나 찾고 있다. 새정치연합은 서울과 인천에서 승기를 잡았다고 생각하는 듯 경기도에 적지 않은 지원을 하고 있다. 또 안산이 있는 경기도에서 이기지 못하면 그들의 정권심판론이 힘을 잃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
5. 31 (토)
남경필 후보가 서울 신도림역에서 서울 정몽준 후보, 인천 유정복 후보와 협약식 및 공동선언식을 가졌다. 키워드는 ‘안전’이었다. 모두 훌륭한 후보들인데 세월호 정국에서 고전하고 있는 듯해 안타깝다. 특히 경기와 인천은 세월호와 직접적으로 관련이 있는 지역이라 그 민심을 진심으로 끌어안지 않으면 승리하기 어렵다.
6. 1 (일)
선거운동 기한 이틀을 남기고 통합진보당 백현종 후보가 돌연 사퇴를 선언했다. 황당했다. 심지어 사퇴의 변은 “남경필 후보 당선을 막기 위한 것”이었다. 대선 당시 이정희 후보와 같은 모습이다.
백 후보는 그동안 3~5%의 지지율을 보였다. 남 후보와 김 후보의 지지율 차와 엇비슷하다. 모든 언론이 백 후보의 표가 김진표 후보 쪽으로 갈 것이며 한 치 앞을 볼 수 없는 선거가 될 것이라는 예상을 내놓았고 기자들은 모두 우리를 공격하지 못해 안달이 난 것 같았다.
하지만 캠프의 분위기는 의외로 담담했다. 대선 때 이정희 후보는 백 후보와 같은 입장을 보였지만 이정희 후보가 성공했다거나 민심을 얻었다고 볼 수 없기 때문이다. 오히려 반감만 사지 않았을까. 우리도 백 후보의 얼토당토않은 입장에 대해 성명을 내놓기는 했지만 크게 걱정하지는 않았다.
남경필 후보는 오늘 서울역광장에서 서울 정몽준 후보, 인천 유정복 후보와 함께 ‘국가 바로세우기를 위한 광역단체장 후보 결의대회’에 참석했다. 이미 인물과 정책 대결은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었고, 선거 막판에는 보수층과 여당 지지세력을 끝까지 결집할 필요가 있다.
6. 2 (월)
서청원 중앙선대위원장과 이완구 비상대책위원장 등이 수원을 찾아 중앙당 현장 회의를 갖고 남경필 후보와 합동유세를 했다. 비가 와서 사람이 많이 모이지 않을까 걱정했지만 중앙당 지원으로 성공적인 유세를 치렀다.
이번 선거를 치르며 중앙당이 경기도에 ‘화력’을 집중해 준 데 대해 적지 않은 놀라움과 고마움을 느꼈다. 사실 선거운동 초반에만 해도 중앙당이 어느 정도로 지원을 하겠느냐에 대해 의구심을 가진 사람도 많았다. 하지만 야당에서 ‘새누리당의 남경필 구하기’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중앙당이 경기도에 많은 지원을 한 것이 사실이다. 남 후보 인물과 정책을 중심으로 한 지지기반에 새누리당을 중심으로 결집하는 보수 지지층을 합치면 충분한 표차로 이길 수 있을 것이다.
6. 3 (화)
선거운동 마지막 날, ‘남경필의 무한도전’을 종료했다. 캠프는 이번 경기도지사 선거는 포퓰리즘과 네거티브가 없는, 젠틀한 선거였다고 자평하고 있다. 들쑥날쑥한 여론조사 결과와 막판 백 후보의 ‘남경필 떨어뜨리기’에 다들 마음고생을 좀 하긴 했지만 세월호 정국에서 이 정도로 선전한 데 의미를 두고 있다. 오늘 밤 상황을 보면 근소한 차로 이길 것으로 보인다.
6. 4 (수)
선거 당일. 김진표 후보는 사전투표를 했고 남경필 후보는 오늘 집 근처에서 투표했다. 캠프 사람들은 선거운동이 끝났지만 가만히 앉아 있기는 초조해 이곳저곳을 돌아다니고 상황을 파악하다가 오후가 되면서 캠프로 모여들었다. 분위기는 나쁘지 않았다. 캠프 내 여론조사 전문가들은 우리가 5%포인트 정도의 차로 이길 것으로 예상했고, 조금은 느긋한 마음이었다.
그런데 출구조사 발표가 얼마 남지 않은 시간, 방송사 출구조사에서 상당한 차로 뒤처졌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설마 했지만 사실이라는 확인까지 들려왔다. 모두들 사색이 돼서 할 말을 잃었고 남경필 후보는 집에 가서 쉬고 있겠다며 캠프를 떠났다. 그래도 지방선거 출구조사가 틀린 적이 많았다는 점, 여당 성향 유권자들의 답변율이 낮다는 점 등에 마지막 기대를 걸었다.
출구조사 결과가 발표되고 기자들의 질문 공세가 이어지던 시간은 어찌나 정신이 없었던지 거의 기억이 나지 않는다. 새벽이 돼도 개표가 끝나지 않자 모두 초조해졌다. 다른 지역은 투표가 완료됐는데 경기도는 아직 개표하지 않은 표가 10% 이상 남아 있었다.
알아보니 일부 지역의 개표기에 문제가 있어 수작업으로 개표를 한다고 했다. 그때까지도 두 후보 간 표 차가 거의 없는 수준이었다. 남은 지역이 관건이다.
그런데 그 지역이 바로 안산, 부천, 분당이다. 잠시 눈앞이 아찔했다. 세월호 사건 이후 안산에서 여당 표가 많이 나올 리가 있을까. 부천은 전통적인 야당 강세 지역이다. 분당도 서울에서 강남·서초·송파 지역이 여당에 등을 돌렸다는 결과가 나온 것을 보면 비슷한 지역색을 가진 분당 역시 기대하기 힘들다.
하지만 예상외로 안산에서 남 후보의 표가 적지 않게(46.7%) 나왔고, 부천과 분당에서도 선전했다. 수없이 선거를 치렀지만 아침 6시가 되도록 결과가 나오지 않은 것은 처음이다. 7시가 되자 비로소 ‘확정’이라는 단어를 볼 수 있었다. 서로를 부둥켜안고 울었다. 유례없이 힘든 선거였지만 그래서 결과는 더 감동적이었다.⊙
남경필 의원이 새누리당 최고중진 연석회의에서 경기도지사 선거 출마를 공식 선언했다. 사실 남 의원은 그동안 안철수 의원을 잠재적인 경쟁자 또는 대결해야 할 상대로 생각했다. 안철수 신당과 민주당 합당 직후인 3월 5일 출마를 선언한 이유나 선언문에서 “안철수가 포기한 ‘새정치’를 내가 하겠다”고 발표한 이유도 이 때문이다.
그동안 기자와 지역구민 등 주변에서 남 의원의 도지사 출마설과 원내대표 출마설을 끊임없이 문의할 때 함구하느라 힘들었는데 이제 마음 편히 지방선거를 준비할 수 있게 됐다.
지방선거는 여당의 무덤이라는데, 인지도가 높은 남 의원이 ‘등떠밀려 나왔다’, ‘차출돼 나왔다’는 설도 적지 않았지만 사실과 다르다. 남경필 의원의 20여 명 참모그룹은 2012년 총선 후 남 의원이 5선이 되면서부터 자천 타천으로 원내대표와 경기도지사를 놓고 끊임없이 고민해 왔다. 학계 인사들과 함께 국가모델 연구모임도 끊임없이 해 왔고, 각종 정책도 차곡차곡 준비해 왔다.
남 의원이 구체적으로 출마 여부를 놓고 고민하기 시작한 것은 올해 초다. 올해 1월 가진 출판기념회 자리에서 기자들은 남 의원에게 원내대표냐 경기도지사냐에 대해 공격적으로 질문해 왔고 참모진의 의견들도 팽팽했다. 두 자리는 해야 할 일도 다르지만 선거운동 방식도 완전히 다르기 때문에 참모진은 양쪽 모두를 준비할 필요가 있었다.
원내대표는 중앙 정치인들을 대상으로 선거운동을 해야 하지만, 경기도지사 선거는 1000만여 명의 유권자를 상대로 한 엄청난 규모의 선거다. 경기도는 광역단체 중 인구가 가장 많고 지역도 넓은 데다 각 기초단체의 특성도 각각 완전히 달라 가장 어려운 선거 중 하나라고 꼽힐 정도다.
남 의원은 출마구상을 위해 3월 초 배낭여행을 할 계획도 세워 두고 있었다. 그런데 야권연합으로 결심이 빨라지게 된 것이다. 참모진 모두 총선과 대선 등 여러 번의 선거를 치러 봤지만 지방선거는 거의 처음이라 긴장감이 한층 더했다.
4. 9 (수)
그동안 우리가 준비한 남경필 후보의 공약 중 가장 주목할 만한 ‘굿모닝버스’ 공약을 공식 발표했다. 경기도민의 민원 중 가장 큰 비중이 서울로 출퇴근하는 교통문제다. 경기도민의 상당수가 출퇴근에 1~2시간 이상 뺏긴다.
서울시와 국토교통부와의 협의 등 경기도 자체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기 때문에 경기도 교통문제는 도지사의 정치력이 필요한 과제다. 김문수 도지사가 과거에 내놓았던 공약 중 도민들로부터 가장 높은 관심을 끌었고 성공적이었던 것이 GTX(수도권 광역급행철도)이기도 했다.
교통문제는 경기도민들에게 가장 관심이 높은 과제이기 때문에 우리 입장에서는 유권자의 이목이 집중되는 선거 후반부에 집중적으로 홍보할 계획을 갖고 있었다. 그런데 새정치민주연합 김상곤 예비후보가 당내 경선을 시작하기도 전 ‘무상버스’로 먼저 여론의 시선을 끈 것이다.
무상급식도 논란이 되는 터에 무상버스라니, 현실성 없을 것이 뻔했다. 무상버스란 당장 사람들의 시선을 끌긴 하겠지만 비용문제와 타 시도와의 연계성 등 여러 면에서 실현 가능성이 떨어진다. 우리는 수개월에 걸친 정책연구를 통해 현실적인 제약조건 속에서도 도민들이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는 방안을 연구했다.
현재 경기도와 서울을 오가는 버스는 교통문제 해결을 위해 법적으로 노선연장이나 노선확대, 차량 수 추가가 불가능하다. 하지만 더 자주 다니는 것은 법적 규제가 없다는 점에 착안했다. 2분에 한 대씩 경기도에서 서울로 출근할 수 있도록 한 ‘굿모닝버스’ 공약을 구체적으로 발표했다.
사실 상대 후보가 ‘무상버스’라는 귀에 쏙 들어오는 네이밍(naming)을 한 만큼 우리 역시 이 정책을 뭐라고 이름지어야 할지 수없이 고민했다. ‘멀티버스’, ‘2분버스’ 등 수많은 이름이 나왔지만 딱 이거다 할 만한 이름이 없는 가운데 남경필 후보가 “출근버스니까 ‘굿모닝버스’ 어떤가”라는 말을 꺼냈다. 평소에도 톡톡 튀는 아이디어가 많았지만 이 작명은 정말 칭찬하지 않을 수 없었다.
4. 16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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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월 14일 새누리당 최고위원회의에서 경기도지사 남경필·정병국 예비후보가 참석 인사를 하고 있다. |
참모진은 서로 다른 의견으로 나뉘어 논쟁했다. 피해자가 가장 많은 지역이 안산인 만큼 경기도지사 후보가 즉시 현장을 찾아야 한다는 의견과 정치인의 성급한 방문은 오히려 좋지 않은 이미지를 가져올 수 있다는 의견이 반반이었다. 그 와중에 후보가 방송국으로 향하던 차를 급히 돌려 진도로 향했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우리 참모진도 급하게 진도행을 결정했다.
진도 실내체육관에 도착해 보니 이미 남경필 후보는 실종자 가족들의 호통과 분노를 온몸으로 받아들이고 있는 상태였다. 물리적 충돌도 있었던 듯 후보의 옷매무새와 얼굴 상태도 심상치 않았다. 나중에 듣고 보니 누군가에게 뺨을 맞기도 했고, 양복도 찢어졌다고 한다. 실종자 가족들의 슬픔과 분노가 워낙 컸던 만큼 보좌진이 후보를 보호한다며 막아설 형편도 아니었다. 남경필 후보는 밤늦은 시간 잠시 차에서 쉰 동안을 제외하고는 하루 종일 체육관에 가족들과 함께 앉아 있었다.
“청와대는 뭐하느냐”, “찾으러 갈 테니 배를 띄워 달라”는 가족들의 요구에 남 후보는 청와대에 전화를 하기도 하고, 지인에게 문의해 고깃배를 수배하기도 했다. 알고 지내는 경기도 공무원들에게 연락을 하고 상황을 가족들에게 전하는 것도 남 후보의 일이었다.
밤을 새우고 난 후 우리 참모진과 보좌진 사이에서는 “더 있어도 우리가 해결할 수 있는 일이 없고, 상황이 더 나빠질 수도 있으니 올라가자”는 의견과 “그래도 현장을 지켜야 한다”는 의견이 또다시 팽팽했다. SNS와 인터넷에서는 정치인들이 뭐하러 거기에 갔느냐는 비난이 폭주했다.
그러나 남경필 후보가 계속 있겠다는 입장을 밝혔고, 중앙당에서도 지방선거 일정을 잠정적으로 중단하자고 결정한 상태여서 올라가자고 할 명분도 마땅치 않았다. 결국 우리도 다른 일이 있는 몇몇을 제외하고는 진도에 머물기로 결정했다.
4. 18 (금)
새누리당에 세월호특위가 구성돼 첫 회의를 열었다. 특위 위원으로 위촉된 남경필 후보는 현장 분위기를 중앙에 전달하는 임무를 띠고 새벽에 서울로 올라가 오전 회의에 참석한 후 다시 진도로 내려왔다. 안산이 지역구인 김명연 의원과 박순자 전 의원, 이주영 해양수산부 장관 등이 진도 현장을 지키고 있어 남 후보가 굳이 현장을 계속 지켜야 하느냐는 의견도 있었지만, 후보 스스로 진도를 지키겠다는 의지가 커서 말릴 수가 없었다. 경선 경쟁자인 정병국 의원도 함께 자리를 지켰다. 이 와중에 선거운동을 할 정치인은 없을 것이다.
사실 특별히 하는 일은 없었다. 한구석에서 조용히 앉아 있거나 가족들의 손을 잡아 주고 이야기를 들어 주는 것이 전부였다. 나중에 정신과의사 등 전문가들에게 들어 보니 ‘그저 들어 주는 것, 손잡아 주는 것’이 가장 좋은 위로 방법이라고 한다.
4. 28 (월)
새누리당 지도부가 지방선거 일정 재개를 선언했다. 남경필 후보도 비로소 집으로 돌아올 채비를 하기 시작했다. 계속 진도에 머물며 가끔 서울을 오간 지 12일째다. 처음엔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던 유가족들도 남 후보의 손을 잡아 주며 “수고했다”, “고생했다”는 말을 남겼다. 후보의 얼굴살이 많이 빠지고 초췌해져 이제부터라도 건강을 챙겨야 한다는 조언을 하고 싶었지만 온국민이 슬픔에 빠져 있는 상태에서 차마 그런 얘기를 꺼낼 수가 없었다.
5. 10 (토)
새누리당 경기도지사 후보 선출 경선이 남경필 후보의 승리로 끝났다. 사실 경선 전, 아니 출마하기로 결심한 올해 초부터 남 후보의 경쟁력과 본선 당선 가능성에 대해서는 우리 모두 의심치 않았다. 하지만 이번 선거에는 세월호 참사라는 엄청난 변수가 있다. 모든 언론은 당연히 여당이 책임론에서 벗어나기 어려울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었다. 여당은 물론 대통령에 대한 여론의 비난 수위도 심각해졌다. 진심을 담아 유권자들을 대하고 정책과 인물로 승부하는 수밖에 없다.
5. 11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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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월 12일 경기도의회에서 열린 경기도지사 후보자 초청토론회에서 새누리당 남경필 후보와 새정치민주연합 김진표 후보가 악수를 하고 있다. |
5. 15 (목)
남경필 의원이 지방선거 출마를 위해 국회의원직을 사퇴했다. 10여 년 동안 지냈던 의원회관에서 짐을 싸려니 만감이 교차했다. 중앙정치와 다소 거리를 두게 됐다는 생각에 기분이 묘했다. 30대에 국회에 입성해 5선을 지낸 남 의원의 마음은 어떨까.
5. 19 (월)
남 후보가 경기도 선거대책위원회 구성을 완료하고 명단을 발표했다. 별칭은 ‘함께하는 따뜻한 캠프’다. 남 후보는 ‘따뜻함’이라는 말을 좋아한다. 중요 공약 중 하나인 ‘따복(따뜻하고 복된) 마을’도 직접 지은 이름이다.
외부 전문가를 영입하고 경기지역 의원들이 각자 직책을 맡은 것은 물론, 명예선대위원장과 선대위 고문 등에 중앙당 거물급들이 대거 포함됐다. 솔직히 중앙당의 지원이 적극적이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도 있었는데 ‘매머드급’ 선대위 구성으로 든든했다.
후보와 팀장급 참모진 27명은 선거 기간 운영할 단체 SNS방을 만들었다. 정책, 유세, 일정, 메시지, 연설, 조직 등 다양한 사안을 언제라도 실시간으로 공유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남경필 후보의 아이디어였다. 사실 선거판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자기가 맡은 일만 할 뿐 전반적인 상황을 잘 모르는 경우도 많다. 나 같은 정책보좌진은 현장 분위기를 잘 모르는 경우도 다반사다. 한 참모는 “선거판에서 참모들끼리도 자기 분야가 아니면 잘 모르는 일이 많았는데 이 방이 생기니 실시간으로 공유할 수 있어서 큰 도움이 된다”고 말하기도 했다.
5. 20 (화)
방송3사 여론조사 결과가 발표됐다. 충격이었다. 경기도지사 선거를 준비한 이후 공식적으로 첫 패배였다. 차이는 1%포인트가 채 되지 않았지만 (남경필 34.8%, 김진표 35.7%) 순위가 뒤집혔다는 것은 엄청난 의미가 있다.
캠프 모두가 시쳇말로 ‘멘붕(멘탈 붕괴)’에 빠졌다. 결과가 발표된 후 캠프 단체 SNS방에서는 12시간 이상 27명이 아무도 말을 하지 않을 정도로 분위기는 심각했다. 남 후보는 늘 15~20%포인트 이상의 차로 리드해 왔고, 세월호 사고 직후 격차가 5% 내외로 줄어들기도 하고 비공개 여론조사에서 근소한 차로 뒤진 적은 있었지만 공식적인 방송사 여론조사에서 뒤처진 것은 처음이었다. 이틀 후면 공식 선거운동 시작이다. 혼신의 힘을 다해 뛰는 수밖에 없다는 각오를 다졌다.
5. 21 (수)
마지막 여론조사 결과 발표일이다. 《중앙일보》 여론조사 결과 남 후보가 8.5%포인트 앞선 것으로 나왔다. 한숨 돌리긴 했지만 이번 여론조사는 수치가 하도 들쑥날쑥해 신뢰도가 크게 떨어진다는 평가다. 마음이 복잡하다.
5. 22 (목)
공식 선거운동이 시작됐다. 남경필 후보는 새벽기도 후 출근길 수원역에서 유권자들에게 인사를 하는 것으로 공식 일정을 시작했다. 안산 단원고에도 다녀왔다. 첫날 얼마나 뛰었는지 캠프는 모두 기진맥진한 분위기다. 새벽부터 밤까지 뛰어다녀야 할 텐데 벌써 헐떡거리다니. 앞이 안 보였다. 그러나 다리는 목적지를 향해 가고 있었다.
5. 23 (금)
경기도지사 후보들의 정책이 전국적인 관심을 얻는 분위기다. 우리가 내놓은 굿모닝버스와 ‘따복마을(따뜻하고 복된 공동체 마을) 6000개 조성’은 이미 많은 중앙언론에서 거론됐다. 둘 다 남 후보가 직접 작명한 것이다.
야당 쪽의 이슈는 보육교사 공무원화다. 새누리당은 오늘 성명을 통해 김진표 후보의 정책인 보육교사 공무원화가 실시될 경우 10조원의 비용이 발생하며, 그 부담이 국민에게 돌아간다고 지적했다.
경기도 내 어린이집·유치원 교사는 총 15만~20만명 정도다. 그들의 표는 김진표 후보에게 갈 것이 분명하고, 어떤 방법을 써도 우리쪽으로 끌어오기는 어려울 것이다. 하지만 그 외 세금을 부담하는 도민들은 분명 반감을 가질 수 있다. 주변에서도 김진표 후보는 괜찮지만 공약이 문제라는 이야기도 많이 들었다. 정책으로 후보를 평가하는 선거 분위기는 어쨌든 바람직하다. 경기도는 인구가 많고 지역이 넓어 조직선거는 현실적으로 힘들다. 정책과 인물로 승부해야 한다. 그 점에서는 충분히 자신감이 있다.
5. 24 (토)
새정치민주연합 중앙당 대변인이 성명을 발표했다. “남경필 새누리당 후보가 우리당 김진표 후보에게 역전당하는 등 위기감이 커지자 지도부가 총출동해 낯 뜨거운 비방에 열을 올린 것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22일 여론조사에서 역전당한 것에 충격이 크긴 했지만 상대 후보 비방으로 갈 계획은 추호도 없다. 상대 후보에 대한 네거티브 전략 아이템이 우리에게 왜 없겠는가. 하지만 네거티브는 남 후보의 이미지와 철학에 맞지 않는다는 것이 캠프의 결론이었다.
이번 선거에서 이슈가 되는 계층인 ‘40대 앵그리맘(angry mom)’ 몇 명을 만났다. 여당 성향 또는 정치 무관심 계층이었다가 세월호 사고를 통해 정치적 시각을 갖게 된 40대 엄마들을 뜻한다. 세월호 사고와 청와대 및 정부의 대응에 대해 분노하고 있었지만, 의외로 남경필 후보에 대해서는 호의가 있었다. “말뿐인 구태 정치인과는 다르다”, “합리적이다”라는 평이었다.
5. 25 (일)
한국정당학회 매니페스토 정책평가단의 공약평가에서 수도권 광역단체장 후보 중 남경필 후보가 1위를 차지했다. 특히 재난안전시스템 공약과 ‘굿모닝버스’가 높은 점수를 얻은 것이 큰 보람이었다. 평가에 참여한 교수들은 ‘세월호 참사 이후 높아진 재난안전 문제에 많은 고민을 했고 다양한 아이디어를 제안했다’는 평가와, ‘굿모닝버스는 직업창출 효과가 있다’고 평했다. 나 같은 정책보좌진에게는 큰 힘이 되는 칭찬이었다. 반면 상대 후보는 모든 공약에서 ‘C학점’을 받는 등 점수가 좋지 않았다. 정책대결의 승리라는 기쁨이 밀려 왔다.
5. 27 (화)
‘남경필의 무한도전’을 시작했다. 공식 선거운동 마지막 날인 6월 3일까지 7박8일 동안 민생 현장에서 숙박하며 시민과 함께하겠다는 새로운 선거운동 방식이다. 건강에 무리가 갈 수도 있는 일정이지만, 젊은 데다 심야시간 역시 활용하고 싶다는 후보의 뜻을 반영한 것이다. 출퇴근은 광역버스를 이용하고 마을공동체 공장 체험, 아파트 경비 체험, 편의점과 주유소 아르바이트 체험 등을 통해 도민들을 만날 예정이다. 남 후보의 나이가 비교적 젊고 성격이 매우 적극적이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기도 하다. 참모로서는 다행이 아닐 수 없다.
5. 28 (수)
김진표 후보 선대위가 성명을 통해 남경필 후보가 제주도 땅을 매입, 투기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서귀포 과수원 등 3개 필지를 매입해 농지개혁법과 농지법을 위반했다는 것이다. ‘드디어 네거티브가 시작됐구나’라는 생각에 허탈했다.
하지만 알고 보면 농지법 위반 1개 필지는 기부채납 예정이었고, 2개 필지는 위법사항이 없어 조금만 파헤쳐 보면 별 문제 아니라는 걸 알 수 있다. 그런데도 이런 네거티브에 나선다는 것이 이해가 가지 않았다. 남 후보가 다소 ‘부잣집 아들’의 이미지가 있다 보니 그 점을 건드릴 요량인 것 같았다.
5. 29 (목)
선관위 주최 《KBS》 토론회가 열렸다. 오늘 토론에서는 처음으로 3자토론(남경필, 김진표, 백현종)이 이뤄졌는데, 토론 중 김진표 후보가 아닌 백현종 후보가 제주도 땅투기 의혹을 제기했다.
이 상황을 예상했던 후보와 우리 참모진은 토론을 했다. 같이 네거티브로 맞불을 놓느냐, 제기된 의혹에 해명만 하고 넘어가느냐, 아예 못 들은 척 무시하느냐 등등 몇 가지 안을 두고 고심했다. 원래 남 후보와 김진표 후보는 정치경험도 같이 했고 친한 사이인 만큼 굳이 각을 세울 생각은 없었다. 어떻게 해야 우리 측 표심도 잃지 않으면서 부드럽게 넘어갈 수 있을까.
해결책은 후보에게서 나왔다. 남 후보의 정치경륜은 역시 무시할 수 없었다. 상대방을 직접 공격하지 않고 선배 정치인의 말을 인용했다. 남 후보는 1998년 경기도지사 선거 당시 손학규·임창렬 후보의 예를 들었다. 남 후보는 손학규 전 지사와 친한 사이로, 손 전 지사가 자신에게 “패배가 아쉬운 것이 아니라 네거티브를 했다는 것이 아쉽고 부끄럽다”고 말했다는 것이었다. 이어 “네거티브까지 해서 이기고 싶은가”라는 뜻을 전했다. 고등학교 17년 선배인 김 후보가 뜨끔할 만한 말이었다.
선거가 일주일만 남은 상태에서 불거진 의혹이어서 그나마 다행이었다. 선거 초반에 이런 네거티브가 나왔다면 양쪽 모두 쓸데없는 데 전력을 낭비했을 것이다. 남 후보는 “나에게 비싸고 좋은 옷을 주지 말고, 어울리는 옷, 맞는 옷을 달라”고 했다. 네거티브는 효과가 있을지언정 자신에게 맞는 옷은 아니라는 뜻이었다.
5. 30 (금)
새누리당 주요 당직자들이 사전투표를 했다. 김진표 후보도 사전투표했다. 많은 후보가 홍보효과가 있는 사전투표에 나섰지만 남 후보는 오늘 하루도 선거운동에 집중하겠다며 사전투표를 하지 않았다.
서청원 선대위원장은 경기도 각 지역을 돌며 기초단체장 후보를 지원했다. 새누리당 중앙당의 지원은 큰 힘이 된다. 단지 새정치민주연합 역시 경기도에 상당한 공을 들이는 분위기여서 긴장감을 늦출 수 없다. 안철수 의원도 “수원은 마음의 고향”이라며 경기도를 몇 번이나 찾고 있다. 새정치연합은 서울과 인천에서 승기를 잡았다고 생각하는 듯 경기도에 적지 않은 지원을 하고 있다. 또 안산이 있는 경기도에서 이기지 못하면 그들의 정권심판론이 힘을 잃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
5. 31 (토)
남경필 후보가 서울 신도림역에서 서울 정몽준 후보, 인천 유정복 후보와 협약식 및 공동선언식을 가졌다. 키워드는 ‘안전’이었다. 모두 훌륭한 후보들인데 세월호 정국에서 고전하고 있는 듯해 안타깝다. 특히 경기와 인천은 세월호와 직접적으로 관련이 있는 지역이라 그 민심을 진심으로 끌어안지 않으면 승리하기 어렵다.
6. 1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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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월 1일 정몽준 서울시장 후보와 남경필 경기지사 후보를 비롯한 새누리당 광역단체장 후보들이 서울역광장에서 결의대회를 갖고 지방선거 승리를 다짐했다. |
백 후보는 그동안 3~5%의 지지율을 보였다. 남 후보와 김 후보의 지지율 차와 엇비슷하다. 모든 언론이 백 후보의 표가 김진표 후보 쪽으로 갈 것이며 한 치 앞을 볼 수 없는 선거가 될 것이라는 예상을 내놓았고 기자들은 모두 우리를 공격하지 못해 안달이 난 것 같았다.
하지만 캠프의 분위기는 의외로 담담했다. 대선 때 이정희 후보는 백 후보와 같은 입장을 보였지만 이정희 후보가 성공했다거나 민심을 얻었다고 볼 수 없기 때문이다. 오히려 반감만 사지 않았을까. 우리도 백 후보의 얼토당토않은 입장에 대해 성명을 내놓기는 했지만 크게 걱정하지는 않았다.
남경필 후보는 오늘 서울역광장에서 서울 정몽준 후보, 인천 유정복 후보와 함께 ‘국가 바로세우기를 위한 광역단체장 후보 결의대회’에 참석했다. 이미 인물과 정책 대결은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었고, 선거 막판에는 보수층과 여당 지지세력을 끝까지 결집할 필요가 있다.
6. 2 (월)
서청원 중앙선대위원장과 이완구 비상대책위원장 등이 수원을 찾아 중앙당 현장 회의를 갖고 남경필 후보와 합동유세를 했다. 비가 와서 사람이 많이 모이지 않을까 걱정했지만 중앙당 지원으로 성공적인 유세를 치렀다.
이번 선거를 치르며 중앙당이 경기도에 ‘화력’을 집중해 준 데 대해 적지 않은 놀라움과 고마움을 느꼈다. 사실 선거운동 초반에만 해도 중앙당이 어느 정도로 지원을 하겠느냐에 대해 의구심을 가진 사람도 많았다. 하지만 야당에서 ‘새누리당의 남경필 구하기’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중앙당이 경기도에 많은 지원을 한 것이 사실이다. 남 후보 인물과 정책을 중심으로 한 지지기반에 새누리당을 중심으로 결집하는 보수 지지층을 합치면 충분한 표차로 이길 수 있을 것이다.
6. 3 (화)
선거운동 마지막 날, ‘남경필의 무한도전’을 종료했다. 캠프는 이번 경기도지사 선거는 포퓰리즘과 네거티브가 없는, 젠틀한 선거였다고 자평하고 있다. 들쑥날쑥한 여론조사 결과와 막판 백 후보의 ‘남경필 떨어뜨리기’에 다들 마음고생을 좀 하긴 했지만 세월호 정국에서 이 정도로 선전한 데 의미를 두고 있다. 오늘 밤 상황을 보면 근소한 차로 이길 것으로 보인다.
6. 4 (수)
선거 당일. 김진표 후보는 사전투표를 했고 남경필 후보는 오늘 집 근처에서 투표했다. 캠프 사람들은 선거운동이 끝났지만 가만히 앉아 있기는 초조해 이곳저곳을 돌아다니고 상황을 파악하다가 오후가 되면서 캠프로 모여들었다. 분위기는 나쁘지 않았다. 캠프 내 여론조사 전문가들은 우리가 5%포인트 정도의 차로 이길 것으로 예상했고, 조금은 느긋한 마음이었다.
그런데 출구조사 발표가 얼마 남지 않은 시간, 방송사 출구조사에서 상당한 차로 뒤처졌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설마 했지만 사실이라는 확인까지 들려왔다. 모두들 사색이 돼서 할 말을 잃었고 남경필 후보는 집에 가서 쉬고 있겠다며 캠프를 떠났다. 그래도 지방선거 출구조사가 틀린 적이 많았다는 점, 여당 성향 유권자들의 답변율이 낮다는 점 등에 마지막 기대를 걸었다.
출구조사 결과가 발표되고 기자들의 질문 공세가 이어지던 시간은 어찌나 정신이 없었던지 거의 기억이 나지 않는다. 새벽이 돼도 개표가 끝나지 않자 모두 초조해졌다. 다른 지역은 투표가 완료됐는데 경기도는 아직 개표하지 않은 표가 10% 이상 남아 있었다.
알아보니 일부 지역의 개표기에 문제가 있어 수작업으로 개표를 한다고 했다. 그때까지도 두 후보 간 표 차가 거의 없는 수준이었다. 남은 지역이 관건이다.
그런데 그 지역이 바로 안산, 부천, 분당이다. 잠시 눈앞이 아찔했다. 세월호 사건 이후 안산에서 여당 표가 많이 나올 리가 있을까. 부천은 전통적인 야당 강세 지역이다. 분당도 서울에서 강남·서초·송파 지역이 여당에 등을 돌렸다는 결과가 나온 것을 보면 비슷한 지역색을 가진 분당 역시 기대하기 힘들다.
하지만 예상외로 안산에서 남 후보의 표가 적지 않게(46.7%) 나왔고, 부천과 분당에서도 선전했다. 수없이 선거를 치렀지만 아침 6시가 되도록 결과가 나오지 않은 것은 처음이다. 7시가 되자 비로소 ‘확정’이라는 단어를 볼 수 있었다. 서로를 부둥켜안고 울었다. 유례없이 힘든 선거였지만 그래서 결과는 더 감동적이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