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6·4 지방선거는 朴元淳 시장을 위한 選擧… 鄭夢準 패했지만 再起 가능성 충분
⊙ “光州 윤장현 승리는 안철수 아닌 기호 2번의 승리”
⊙ 安熙正·金富謙 각각 야권의 忠淸·大邱 맹주로 자리 매김
⊙ 지방선거 성적표로 徐淸源·金武星 당권 有不利 판단 어려워
⊙ “光州 윤장현 승리는 안철수 아닌 기호 2번의 승리”
⊙ 安熙正·金富謙 각각 야권의 忠淸·大邱 맹주로 자리 매김
⊙ 지방선거 성적표로 徐淸源·金武星 당권 有不利 판단 어려워
- 정치전문가들은 6·4 지방선거의 가장 큰 승자로 박원순 서울시장을, 최대 피해자로 안철수 새정치연합 공동대표를 꼽았다. 사진은 6·4지방선거를 앞두고 시민들에게 지지를 호소하는 안 대표와 박 시장.
2014년 최대 ‘정치 이벤트’인 지방선거가 마무리됐다. 지방선거 이후 차기 대권(大權)과 당권(黨權)을 꿈꾸는 여야 잠룡들이 받아든 성적표는 극명하게 엇갈렸다. 각별한 의미의 승리로 차기 대선에서 가장 유리한 고지를 점한 정치인도 있지만, 대선과 멀어졌다는 평가를 받는 정치인도 있는 것이다. 과연 이번 지방선거의 최고 수혜자, 최대 피해자는 누구일까. 시각에 따라 다를 수 있다. 가급적 객관적으로 따져보기로 했다. 《월간조선》은 각 정당의 전략 책임자·정치학자·정치평론가·여론조사 전문가 다수를 인터뷰, 잠룡들의 손익계산서를 작성해 봤다. 또한 수혜를 입었다는 전문가들의 의견이 많이 나온 정치인 순으로 등급을 매겼다. 참고로 어떤 선거든지 후보자와 당 지도부 중심으로 치르는 만큼, 그 범주에 속하지 않은 정치인들의 등급은 상대적으로 낮을 수밖에 없었다.
朴元淳 만장일치 (A+)
오랫동안 별 변화가 없던 차기 대권 주자들의 지지도 추세에 변화가 생겼다. 6·4 지방선거의 결과다. 안철수(安哲秀) 새정치민주연합 대표와 박원순(朴元淳) 서울시장의 추이(推移) 그래프가 교차한 것이다.
그간 야권 후보 중 1~2위를 오르내렸던 안 대표는 아래로, 박 시장은 위로 서로 위치가 바뀌었다. 《한국일보》가 지방선거 이후인 지난 6월 9일 발표한 ‘차기 대선 후보 선호도’ 여론조사 결과(전국 유권자 1000명을 상대로 한 여론조사. 표본오차 95% 신뢰수준 ±3.1%포인트)를 보면, 박원순 시장이 17.5%를 얻어 문재인(文在寅) 의원(13.6%)과 안철수 의원(12.2%)을 제치고 1위를 차지했다. 지방선거의 정치인 손익을 따져볼 때 박 시장이 최대 수혜자인 셈이다.
인터뷰에 응한 전문가들의 의견도 만장일치(滿場一致)였다. 모두 지방선거 ‘대박’의 주인공으로 서울시장 재선(再選)에 성공한 박 시장을 꼽았다. 최창렬 용인대 교수는 “박 시장은 이번 선거운동 과정에서 새정치민주연합의 상징색인 파란색을 거의 쓰지 않았다. 당과 거리를 두고 ‘시민 후보’로서의 이미지를 앞세워 지지층의 외연을 확장하겠다는 의도였는데 이 전략이 탁월했다”며 “대선 지지율 1위였던 정몽준 후보에게 승리한 만큼 이번 지방선거의 최대 수혜자는 박원순 시장”이라고 했다.
신율 명지대 교수도 비슷한 견해를 내놨다.
“지방선거에서 재선에 성공한 박 시장은 야권 후보로서 가장 유리한 입지를 확실히 자리매김한 것으로 생각할 수 있습니다. 박 시장이 꺾은 정몽준 새누리당 후보가 차기 대선 후보 지지율 1위를 달리고 있던 ‘거물’이었기 때문이지요. 이번 지방선거는 박 시장을 위한 선거였다고 봐도 무방하다고 봅니다.”
정치평론가 유창선 박사는 “서울시 전체가 ‘박원순 효과’ 속에서 야당의 압승을 이끌었다”며 “박 시장의 강점은 기존 야권의 인물들과 달리 정파성이 강한 인물로 비치지 않는다는 것인데 이번 선거의 경우 이러한 장점이 잘 나타났다”고 했다.
여권의 핵심 관계자는 “박 시장이 정몽준 캠프의 네거티브 공세를 잘 이겨냈다”며 “정몽준 캠프에서 뚜렷한 증거 없이 공세를 펼쳐, 잘 넘어간 면이 있지만, 어쨌든 이번 선거를 통해 박 시장을 공격할 거리가 상당 부분 사라진 게 사실이다. 이는 향후 박 시장에게 아주 유리하게 작용할 것이다. 이번 선거를 통해 박 시장은 아주 큰 이득을 봤다”고 주장했다.
이 밖에 “이번 지방선거는 박원순이라는 상품이 새누리당 강세지역(강남·서초·송파)에서도 잘 팔린다는 것을 보여준 선거”(노동일 경희대 교수) “박 시장은 이번 선거에서 본인의 경쟁력을 마음껏 드러냈다”(김미현 알앤서치 소장) “서울시장 재선은 대선으로 가는 레드카펫”(배종찬 리서치앤리서치 본부장) 등의 평가가 나왔다.
박 시장이 지방선거의 최대 수혜자이긴 하지만 선거 과정에서 상처를 입은 만큼 대선으로 가는 길이 평탄하지만은 않을 것이란 견해도 있었다. 정치평론가 박상헌 박사의 이야기다.
“박 시장이 결과적으로 압승했지만, 선거 과정에서 상처를 입은 것이 있습니다. 의제 설정을 제대로 못 했고 부인 관련 문제도 대중이 궁금해했는데 대처를 제대로 못 해 나중에 대권을 향할 때 부담이 될 것입니다. 유력한 차기 후보군인 건 맞지만 과거보다 신선도나 평가가 줄어든 것은 사실입니다.”
安熙正·金富謙 (Ao)
2012년 대통령 선거에서 박근혜(朴槿惠) 대통령에게 65만8928표를 몰아준 충남(문재인 후보는 49만7630표) 지역에서 도지사 재선에 성공한 안희정(安熙正) 충남도지사도 수혜자다.
황태순 위즈덤센터 수석연구위원은 “이번 지방선거는 충청 기반 정당(자유민주연합·자유선진당 등)이 사라진 이후 여야가 충청에서 1 대 1로 맞선 첫 전국 선거였다”며 “이런 상황에 안 지사가 재선에 성공한 원인은 안희정을 잘 키워 대권 후보로 만들자는 ‘충청 대망론’ 때문이다. 이번 승리로 안 지사는 충청도의 대표 정치인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게 됐다”고 했다.
새정치민주연합 관계자도 “충남에서 새누리당보다 낮은 정당 지지율을 딛고 승리할 수 있었던 것은 인물론 때문”이라며 “박근혜 대통령을 좋아하는 충남 정서가 높지만, 충남 사람들이 박근혜 지지와 안희정 대망론을 분리해서 판단한 것이다. 이번 선거를 계기로 안 지사는 친노 진영의 차기 대권 주자로 발돋움할 수 있게 됐다”고 분석했다.
정군기 홍익대 교수는 “안 지사는 한미 FTA나 박정희 대통령에 대한 평가에서 유연한 입장을 밝히는 등 중도 강화 전략을 펴며 다른 친노 인사들과 차별화를 해왔다”며 “선거 때도 마찬가지였다. 친노 출신임에도 ‘화합’의 모습을 보였다. 박원순 시장 다음으로 수혜를 본 정치인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홍성걸 국민대 교수는 “(안 지사가 차기 대권 주자) 굳히기에 들어갔다”고 평가했다.
박근혜 대통령의 정치적 고향인 대구에서 새정치민주연합 후보로 나서 40.3%라는 득표를 한 김부겸 전 의원도 지방선거 이후 몸값이 수직으로 상승했다. 이기면 선(善), 지면 죄인인 선거판이지만 그의 낙선은 기존 선거의 패배와 단순비교할 수 없기 때문이다.
김태일 영남대 교수의 이야기다.
“40.3%는 대단한 수치입니다. 이전 두 차례 선거(2006, 2010년)에서 야당 후보자의 득표율은 각각 21%, 16%였어요. 40%는 상징성이 있습니다. 선거 과정에서 김부겸 후보는 나름대로 상생정치를 보여줬습니다. 앞으로 해볼 만한 터전을 만들었다고 생각합니다. 김 후보가 이번 선거를 통해 차기 대선으로 가는 발판을 마련했다고 보는 것이지요.”
그가 말을 이었다.
“김 후보는 삼세판을 말하고 있습니다. 2016년 20대 총선에 대구에서 또 출마할 것이란 이야기지요. 그때는 승리할 것 같습니다. 엄청난 사건이 되겠지요. 그렇게 되면 야권의 유력 대선 주자로 부상할 것입니다. 야권의 대선 주자들은 대개 경상도 출신 아닙니까. 충분히 가능성이 있다고 봅니다.”
김 후보는 대구시장 선거에서 자신의 지역구인 수성구에서 47.49%를 얻었다. 권영진 당선자의 49.9%에는 못 미치지만 2년 전 총선 득표율보다 7%포인트 올라갔다.
박상헌 박사는 “이번 지방선거를 통해 김부겸 후보가 재발견됐다. 대구에서 40% 얻은 것도 그렇지만 저는 당적을 유지한 채 출마했다는 사실에 높은 점수를 주고 싶다. 부산의 오거돈 후보처럼 영남에서는 무소속이 편한데, 새정치연합이라는 당적을 고수했다. 김 후보는 지고도 이긴 것”이라고 했다.
황태순 연구위원도 비슷한 견해를 내놨다.
“새정치민주연합 당적을 유지한 채 선거에 나간 것은 높게 평가받을 만해요. 김 후보는 선거 과정에서 이른바 ‘박근혜 마케팅’을 실시했습니다. 계파, 정파를 뛰어넘으려 노력하는 그의 행동에 대구 유권자들이 감동했다고 봐야죠. 20, 30, 40대에서 권영진 당선자보다 더 많은 표를 받은 것만 봐도 잘 알 수 있습니다. 비록 패배했지만 김 후보는 박근혜 대통령 이후 인물난에 허덕이는 TK에서 희망을 걸어볼 수 있는 정치인이 됐다고 봅니다.”
최창렬 교수는 “(김부겸 후보가) 야권의 대선 주자로 당당히 이름을 올렸다”고 했고, 정군기 교수는 “아름다운 패배로 인해 후일을 도모할 수 있게 됐다”고 했다. 안 지사와 김 전 의원이 A+가 아닌 A0 등급을 받은 이유는 박 시장처럼 ‘만장일치’가 나오지 않아서다.
신율 교수는 광역단체장에 당선됐다 하더라도 서울 이외의 지역이면 대권을 꿈꾸기에는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예측했다.
“안타깝게도 서울 이외의 지역에서 광역단체장에 도전해서 당선됐다 하더라도, 서울 이외의 지역은 중앙 미디어와의 접근 경로가 제한돼 대권을 꿈꾸기에는 어려운 것이 현실입니다. 김문수 전 경기도지사가 3선을 포기한 이유를 보더라도 이런 주장은 틀린 것이 아니라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김능구 e윈컴(정치컨설턴트) 대표는 “김부겸 후보의 경우 선거 마지막 보인 모습에 실망한 부분이 있다”며 “당적은 그간 살아온 이력이 있어서 쉽게 못 바꾼다. 그런데 박정희 마케팅에 이어 마지막에 박근혜 마케팅을 한 것은 아니라고 본다”고 지적했다.
南景弼·元喜龍 (A-)
남경필(南景弼) 새누리당 경기지사 당선자는 새정치민주연합 김진표(金振杓) 후보와 개표 마지막 순간까지 접전을 벌이다 신승(辛勝)하면서 차기 대권 주자 반열에 성큼 다가섰다. 경기지사가 최대 승부처였던 만큼 승리가 갖는 파괴력은 컸고 자연스레 그의 주가는 치솟았다.
황태순 위원의 이야기다.
“솔직히 그동안 남경필 의원은 오렌지 이미지가 너무 강했습니다. ‘반대를 위한 반대’를 통해 반사이익을 누리는 정치를 해왔는데 이번에 인격도 훌륭하고 후보로서 자질도 훌륭한 새정치민주연합 김진표 후보를 꺾음으로써 이런 이미지를 상당부분 털어냈다고 봅니다. 경기도는 3군 사령부, 해병사령부, 해군 2함대 사령부가 있는 군사적 요충지이고 환(環)황해권의 핵심 경제 지역이 될 수 있습니다. 따라서 경기 도백은 통일·외교·안보를 직간접적으로 배울 수 있는 좋은 자리입니다. 잘만 한다면 남 의원은 여권의 차기 대권 주자로 떠오를 수도 있다고 봅니다.”
박상헌 박사는 “남 의원의 경우 선거 과정에서 그간 부정적인 것들을 많이 씻어냈다. 경선 과정과 세월호 참사 대처는 물론이고, 김진표 후보와의 본선 대결에서 서울과 비교해 수준 높은 선거를 보여줬다”며 “보육교사 공무원화와 같은 ‘김진표 어젠다’에 끌려들어 가도 내부에서 논리로 싸워주는 모습을 보여주면서 그간 국회의원 배지를 단 도련님, 오렌지라는 이미지를 벗고 자신의 긍정적인 모습을 선거 캠페인 과정에서 잘 보여줬다”고 평가했다.
고향인 제주에서 화려하게 부활한 원희룡(元喜龍) 제주도지사 당선자도 여권 ‘잠룡’으로서 입지를 굳혔다는 분석이다.
황태순 위원은 “제주도민은 원희룡 후보 당선을 제주 정치권의 세대교체로 보고 있다. 야당 세가 강한 제주도에서 새누리당 간판을 달고 압도적인 표차로 승리할 수 있었던 것은, 제주도민 입장에서 침체한 제주에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는 적임자라는 인식, 나아가 ‘제주 인물’을 키워야겠다는 유권자들의 의지가 반영된 결과”라고 했다. 김능구 e윈컴 대표는 “남·원 당선자가 승리함에 따라 드디어 자신들이 가진 용꿈을 펼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했다고 본다. 본래부터 용꿈을 생각한 사람들이라 역동적으로 도정을 운영할 것 같다. 예전에는 광역단체장이 되면 중앙무대에서 사라졌지만 이번에는 상당히 다를 것이다”고 했다.
반대 의견도 있었다. 남·원 당선자가 문재인·박원순·안철수·안희정이라는 새정치민주연합의 강력한 카드에 비해서는 아직 무게감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남·원 당선자가 A- 등급을 받은 이유이기도 하다.
최창렬 교수는 “남경필, 원희룡 당선자는 훌륭한 분들이지만 아직 대선을 이야기하기에는 조금 이른 감이 있다”고 했다. 내공이 좀 부족하다는 것이다. 홍성걸 교수는 “뭐만 하면 대권 후보 반열에 올랐다고 하는데, 선거 한번 이겼다고 대권 후보가 됩니까?”라고 반문했다. 노동일 교수는 “이무기가 용이 되기 위해선 1000년의 세월을 수련에 힘써야 한다”고 에둘러 설명했다.
박상헌 박사는 “원희룡 당선자의 경우 눈에 띄게 제주도를 바꿔야 한다는 압박감에 사로잡힐 가능성이 있다”며 “지나치게 대권을 바라본다면 오히려 성과를 내기 어려울 것으로 본다”고 했다. 제주도지사 선거 과정을 가까이서 지켜본 새누리당 관계자도 비슷한 말을 했다.
“원 당선자가 큰 지지를 받긴 했지만, 도민들 사이에서 원 당선자는 ‘어차피 떠날 사람’이라는 인식이 강합니다. 길게 봐야 합니다. 성급하게 행동하면 큰일을 그르칠 수 있습니다.”
洪準杓·徐淸源·金武星 (B+)
당내에서 비주류로 남느니, 지방정부의 수장을 통해 행정 능력과 대중성을 인정받으며 차기를 도모하겠다는 홍준표(洪準杓) 경남도지사의 전략은 지금까지는 딱 맞아떨어지고 있다. 당내에서 ‘독불장군’으로 통하는 홍 지사는 서울 지역구에 머무르다 지방정부 장악으로 기반을 잡은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2012년 총선에서 5선에 도전했다 낙선한 충격은 컸으나, 오히려 12월 경남도지사 재보선 도전 기회를 잡으면서 홍 지사에게는 전화위복이 됐다. 이번 지방선거 과정에서 홍 지사는 서병수(徐秉洙) 부산시장 당선자를 지원하는 등 경남을 넘어 부산까지 넘보며 PK의 새 맹주를 꿈꾸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김민전 경희대 교수는 “홍 지사가 재선에 성공한 것은 향후 정치 행보에 상당한 플러스 요인이 될 것”이라며 “홍 지사가, 새누리당 대선 후보 경선에서 승리할지, 승리해서 대권을 거머쥘지는 알 수 없지만 입지가 좋아진 것만은 사실”이라고 했다. 김미현 알앤서치 소장도 “세월호 참사 역풍, 진주의료원 논란에도 지사직을 수성했다는 것은 높게 평가할 만한 사실”이라고 했다.
하지만 여당의 텃밭인 ‘경남’에서 압도적인 승리를 하지 못한 만큼 차기 대선 후보로 보기에는 부족하다는 지적도 있었다.
김태일 영남대 교수는 “홍 지사가 이번 선거에서 승리하긴 했지만 뚜렷이 기억에 남을 만한 메시지나 이미지를 만들지 못했다고 본다”며 “이번 선거가 홍 지사에게 플러스가 됐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했다. 선거 과정에서 홍 지사의 약점으로 꼽히는 불통 이미지가 전혀 개선되지 않았다는 이야기도 나왔다.
“이번 선거 때 경합한 새정치민주연합 김경수 후보는 선거기간 내내 ‘불통·불신·불안 경남 도정을 폈다’고 홍 후보를 비판했습니다. 보건의료 노조 등의 반발에도 진주의료원을 폐업시키는 등 일방적인 행정을 해왔다는 이유에서였지요. 이렇다 할 중앙행정 경험과 인지도가 부족한 신인 정치인이었던 김 후보는 36.1%를 득표했습니다. 저는 김 후보가 꽤 많은 득표를 한 것은 홍 지사의 포용력 한계, 소통의 부재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황태순 위원)
새누리당 당권 경쟁에 나선 서청원(徐淸源·7선)·김무성(金武星·5선) 두 다선(多選) 의원은 지방선거에 직접 출마하지 않았다. 하지만 중앙선대위원회 공동위원장을 맡아 전국을 뛰어다녔다. 우선 서 의원의 경우 기대치를 채웠다. 자신의 지역구인 경기 화성시장 선거에서 패배하긴 했지만 ‘경기도지사 선거’를 승리로 이끈 공(功)이 분명히 있다.
황태순 위원은 “지방선거에서 박근혜 마케팅을 가장 먼저 들고 나온 사람이 서청원 의원”이라며 “박근혜 마케팅은 상당히 큰 성과를 거뒀다. 경기도지사 선거에서 신승할 수 있었던 것도 박근혜 마케팅이 어느 정도 통했기 때문”이라고 했다.
새누리당 관계자는 “원희룡, 남경필 당선자를 광역자치단체장 선거판에 끌어들인 사람이 서청원 의원”이라면서 “서 의원은 지난 2월 출마를 심하게 거부하던 두 사람을 여러 차례 만나 출마를 종용했고, 마뜩잖아 하던 청와대에 ‘둘은 새누리당의 미래’라고 밀어붙여 성사시켰다. 만약 이들이 출마하지 않았으면 경기도와 제주도에서 상당히 힘든 선거를 치렀을 것이다. 이것이 7선 의원의 남다른 안목”이라고 밝혔다.
그렇다고 김 의원이 그리 수세에 몰린 것은 아니다. 대박은 터뜨리지 못했지만 그래도 중간은 했다는 평가다. 부산 출신 5선 의원인 김 의원의 가장 큰 호재는 이번 선거 최대 격전지로 꼽혔던 부산에서 승리했다는 것이다. 오거돈이라는 강적이 등장한 만큼 서병수 당선자에게는 절대 쉽지 않은 선거였다. 그러나 다시 한 번 여당에 기회를 준 부산시민 덕에 김 의원은 한숨을 돌렸다.
정군기 교수는 “부산시장 선거에서 졌으면 큰일날 뻔했지만 어쨌든 이기는 바람에 김 의원이 꽤 괜찮은 환경에서 대권 도전을 할 수 있게 됐다”고 했다. 황장수 미래경영 연구소 소장도 “선거 일주일 전 비공식 여론조사 결과 서병수 후보가 오거돈 후보에 15%포인트 차 뒤지는 것으로 나왔다”며 “전국 유세를 계획했던 김무성 의원이 모든 일정을 취소하고 부산에만 올인했다. 김 의원이 부산에서 승리하는 데 한몫 톡톡히 했다”고 했다.
다만 김 의원의 경우에는 서울시장 선거의 ‘참패’로 인해 비주류의 결집력과 돌파력이 풀어졌을 수 있다는 점이 가장 큰 문제로 뽑힌다.
신율 교수는 “가뜩이나 비박계의 정의화 의원이 당내 선거에서 국회의장으로 선출된 마당에 정몽준 의원마저 당선되면, 당은 비박계의 목소리로 가득 찰 판이었다”며 “정몽준이라는 강력한 비박계 대권 주자가 패배함으로써 친박에 힘이 쏠리게 됐으며, 그런 점에서 봤을 때 서 의원과 비교하면 김 의원이 조금 불리하다고 볼 수도 있다”고 했다.
文在寅·孫鶴圭·金文洙 (Bo)
문재인(文在寅) 의원, 손학규(孫鶴圭) 고문, 김문수(金文洙) 전 경기도지사는 지방선거 과정에서 존재감이 크게 드러나진 않았지만 그렇다고 크게 잃은 것도 없다는 평이다.
문 의원의 경우, 자신이 전력 지원한 부산·경남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지 못했다. 홍성걸 교수는 “본인의 친구라고 소개한 황호선 사상구청장 후보가 패배했다”며 “패배할 수는 있지만, 예상보다 표 차이가 많이 났다”고 했다. 황 후보의 득표율은 36.28%로 새누리당 송숙희 당선인(63.71%)보다 27.43%포인트나 뒤졌다. 하지만 새정치민주연합 관계자는 “참여정부 출신으로 4년 전 지방선거에서 대거 기초자치단체장에 당선됐던 후보들이 이번에 재선에 성공했다”며 “친노 좌장인 문 의원에게 나쁠 게 없는 결과”라고 했다.
실제 김영배(성북), 김성환(노원), 차성수(금천) 후보를 비롯해 민형배(광주 광산), 김만수(경기 부천), 염태영(경기 수원), 채인석(경기 화성), 황명선(충남 논산), 복기왕(충남 아산) 당선자가 대표적인 참여정부 출신 인사다. 참여정부에서 청와대 행정관을 지낸 이창우씨도 이번에 서울 동작구청장에 당선됐다.
손학규 고문도 올인한 경기도에서 패했다. 하지만 큰 타격은 없을 것이란 전망이다. 김민전 교수는 “지난 20년간 ‘보수 대 진보’란 구도로 경기도지사 선거를 치르면서 단 한 번도 이기지 못했다”며 “선전했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김미현 소장은 “선관위에 따르면 새누리당 남경필, 새정치민주연합 김진표 후보가 나선 경기도지사 선거에선 무효표가 14만9886표나 나왔다. 남 후보와 김 후보의 득표 차(4만3157표)와 비교할 때 3배나 되는 무효표가 나온 것이다. 이는 당락을 바꾸고도 남을 만한 수치이다”며 “만약 통합진보당 후보가 사퇴하지 않았다면 김 후보가 승리했을 수도 있다”고 했다.
지방선거 불출마를 선언한 김 전 지사의 경우는 경기도지사 자리를 야권에 내줄 경우 입장이 난처해질 수 있었다. 지난 8년간 도정운영 성과가 야권 도지사로부터 평가절하될 가능성이 컸기 때문이다. 최창렬 교수는 “시·도지사가 대선 출마를 하려면 후임이 누구인지도 매우 중요하다”며 “2007년 대선 당시 서울시장이 오세훈이 아닌 강금실이었다면 이명박 전 대통령에게 쉽지 않은 게임이 됐을 것이다. 이런 점을 비춰봤을 때 김 전 지사는 이번 지방선거에서 손해 본 장사를 한 것 같지는 않다”고 했다. 황태순 위원도 이런 이유를 들며 “김 전 지사는 특별히 얻은 것도 없지만 잃은 것도 없다”고 했다.
鄭夢準 (B-)
박 시장에게 패한 정몽준(鄭夢準) 새누리당 서울시장 후보는 정치적 위기에 내몰렸다는 분석이 나온다. 서울시장 당선을 발판으로 대선으로 가려던 계획도 원점에서 수정이 불가피해졌다. 정 후보는 그동안 “시장에 당선되면 임기를 마치도록 하겠다”며 거듭 대선 출마를 부인해 왔지만 사실상 서울시장 출마는 대권에 도전하기 위한 그의 마지막 승부수로 여겨졌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정 후보가 폭로 비방 등 네거티브 외에 이렇다 할 정책, 비전을 보여주지 못한 것이 상처로 작용할 것이란 평가가 많았다. 김태일 영남대 교수의 이야기다.
“정몽준 후보는 박원순 후보에 대비되는 서울의 꿈을 제시하지 못했고, 네거티브로만 일관했습니다. 유권자들의 실망감이 클 수밖에 없었지요. ‘세월호’라는 변수가 있긴 했지만, 인천과 경기에서는 승리하지 않았습니까. 서울 패배는 정 후보 본인의 대처가 미흡했기 때문에 당한 것으로 생각합니다.”
김만흠 한국정치아카데미 원장은 여권 내 차기 대선 주자 1위를 고수하던 정 후보의 장점이 다 사라져 버렸다며 안타까워했다.
“정 후보는 선거 과정에서 지나치게 박원순 반대 캠페인에만 집중했습니다. 자잘한 네거티브나 상대방을 몹시 나쁜 빨갱이로 모는 프레임을 짜는 것에만 몰두, 미래 지향적 가능성이 보이지 않았습니다.”
최창렬 교수도 비슷한 의견을 내놨다. 그는 “자신의 장점을 적극적으로 알리고 홍보했어야 하는데 상대방 약점을 파고드는 데만 치중했다”며 “져도 어떻게 지느냐가 중요한데, 아름다운 패배로 보이지 않는다”고 했다.
황태순 위원은 정 후보가 ‘부잣집 도련님’의 이미지에서 아직 벗어나지 못했다고 평했다. 그는 “정 후보가 새누리당 서울시장 후보 경선에서 김황식 후보에게 승리한 뒤 수락연설 도중 ‘국민 미개 발언’으로 논란을 불러일으킨 막내아들에 대한 용서를 빌며 눈물을 쏟아냈는데 감동으로 와닿지 않았다”며 “유약한 부잣집 도련님 같았다. 이번 패배로 정 후보는 대선 후보군에서 탈락할 수도 있다”고 했다.
정 후보가 패배하긴 했지만 재기(再起) 가능성이 충분하다는 의견도 꽤 됐다. “멀리 봤을 때는 차라리 ‘패배’한 것이 낫다”는 주장까지 있었다. 정군기 교수는 “(선거 패배로 인해) 내상을 많이 입은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선거 때 보니 정 후보가 이미지도 많이 소탈해졌고, 언변도 많이 늘었더라. 충분히 재기의 발판을 마련할 것으로 본다. 정 후보는 여전히 여권 내 유력한 대권 주자다. 여론조사 결과도 이를 뒷받침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가 지난 6월 2~6일 전국 19세 이상 유권자 2025명을 대상으로 여야 차기 대선 후보 지지도 주간집계를 한 결과 정몽준 전 의원은 전주보다 3.1%포인트 하락한 14.7%를 기록, 1계단 내려앉은 2위를 기록했다(1위는 문재인 의원-16.8%).
노동일 교수는 “여전히 본인 하기에 따라서는 미래가 있을 수 있다”며 “여권에 문재인・안철수・박원순・안희정 등 야권의 대선 주자들에게 대항할 사람이 없기 때문이다. 정 후보가 이번 선거 패배 이유를 잘 곱씹어 보고, 본인의 이미지를 잘 쌓아 올린다면 재기가 충분히 가능하다”고 했다. 그는 이어 “솔직히 당선됐으면 미래가 없다고 봤다”면서 “서울시장 끝까지 하겠다고 약속했는데 중간에 그만두고 대선에 출마했더라면 정말 타격이 컸을 것이다. 아직 차기 대선은 3년이나 남았다. 그동안 내공을 잘 쌓는다면 어떤 일이 일어날지는 아무도 모른다”고 덧붙였다.
鄭東泳·丁世均·金斗官·李仁濟 (Co)
“보이지 않았다.”
새정치민주연합 정세균(丁世均) 의원, 정동영(鄭東泳)·김두관(金斗官) 고문, 새누리당 이인제(李仁濟) 의원이 이번 지방선거에서 어떤 역할을 했느냐는 질문을 받은 전문가들은 대부분 이같이 답했다.
신율 교수는 “이번 선거에서 전북 지역 14개 기초단체장 가운데 절반인 7곳에서 무소속 후보가 당선됐다. 익산(박경철), 김제(이건식), 완주(박성일), 진안(이항로), 장수(최용득), 임실(심민), 부안(김종규) 등이다. 전북에서 무소속 후보들이 절반이나 당선된 것은 처음”이라며 “이는 정동영 고문, 정세균 의원의 영향력이 거의 발휘되지 않았다는 방증”이라고 했다. 황태순 위원은 “김두관 고문, 이인제 의원의 존재감도 거의 없었다고 보는 게 맞다”며 “그들이 잘못했다기보다 그들이 설 자리 자체가 없었다”고 했다.
安哲秀 (C-)
안철수 새정치민주연합 공동대표는 광주시장 선거에 ‘올인’했다. 자당(自黨)의 윤장현(尹壯鉉) 후보가 패배할 경우 정치적으로 큰 타격을 입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윤 후보는 안 대표의 최측근으로 전략 공천됐다. 윤 후보는 예상했던 것보다 큰 득표율을 얻으며 당선됐다. 지방선거 이후 언론들은 “안 대표가 큰 위기를 모면했다” “본전을 찾았다”는 분석을 내놨다. 하지만 전문가들의 생각은 달랐다. 인터뷰에 응한 전문가 대부분은 이번 지방선거의 최대 피해자로 ‘안철수’를 꼽았다. 이유는 무엇일까.
홍성걸 교수의 이야기다.
“새정치민주연합 지도부는 광주의 윤장현 후보에 대한 전략 공천을 새 정치의 일환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저는 이런 생각 자체가 구태라고 생각합니다. 새 정치는 모든 기득권을 버려야 가능한데 안 대표는 그러지 않았습니다. 어쨌든 자기 사람을 전략 공천으로 심지 않았습니까. 이번에 안 대표가 윤 후보를 살렸기 때문에 체면치레했다는 분석이 있을 수 있지만 제가 보기에 안 대표는 이번 선거 과정에서 모든 것을 다 잃은 사람입니다. 여론이 곧장 반응하지 않습니까. 아마 야권의 대권 후보 반열에서도 상당히 밀려날 것입니다.”
노동일 교수도 “윤장현 후보가 승리했다고 안철수 대표가 승리한 것은 아니다”며 “광주는 누구를 공천해도 2번을 찍었을 것이다. 광주시민이 전통적으로 투표해 왔던 기호 2번에 대한 애정 때문이지, 안 대표 때문에 윤 후보를 찍은 것이 아니다. 지는 것보다는 이기는 게 낫긴 하지만 안 대표는 이번 지방선거에서 득보다는 실이 많은 정치인이다”고 했다.
신율 교수는 광주에 지나치게 ‘올인’, 당 대표로서의 균형 감각을 잃은 점을 지적했다.
“안 대표가 광주에 올인했는데 당 대표라면 오히려 수도권에 매진해야지 광주에만 힘을 쏟는 것은, 결국 자기 정치의 수단으로 지방선거를 바라보는 것이라는 비난을 벗어날 수 없습니다.”
그는 “사실 광주 선거 결과와는 무관하게 안 대표는, ‘전략 공천’이라는 이름으로 윤장현 후보를 내리꽂는 순간 이미 상처를 받았다고 할 수 있다”며 “안 대표는 ‘안철수 현상’에서 자신의 이름인 ‘안철수’를 스스로 지웠다고 할 수 있다. 안 대표는 더는 새 정치의 상징이 아니다. 안 대표는 ‘침몰’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부연했다.
김미현 알앤서치 소장은 이번 선거를 통해 안 대표에게는 호남밖에 없다는 이미지가 각인, 표의 확장성에 문제가 생겼다고 분석했다. ‘안철수가 호남의 힘을 얻어서 되살아났다’는 식의 해석은 안 대표가 차기 대선을 준비할 때 독약이 될 것이라는 것이다.
“안 대표에게 ‘호남 대권 주자’라는 이미지가 강화되면 수도권이나 중도층에서 확장성을 얻기 어렵게 됩니다. 결국 이는 새정치민주연합에도 독이 될 수 있지요. 새정치민주연합이 지역주의적 색채를 강화시켰다는 인상을 주고, 그러다 보면 또다시 정권 창출이 어려워지기 때문입니다. 새정치민주연합은 선거기간에 광주 유권자들을 향해 윤장현 후보가 당선되지 않으면 정권 창출이 어렵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오히려 이러한 말은 안철수 대표 및 새정치민주연합을 호남 지역에 국한해 정권 창출을 더 어렵게 하는 부메랑이 될 수도 있다고 봅니다. 이런 의미에서 봤을 때 안 대표는 피해자입니다.”
황태순 위원은 “이번 지방선거에서 가장 밑지는 장사를 한 정치인은 안철수 대표”라며 “동교동은 후보가 없을 때 양자를 들이는데 이번 지방선거를 통해 안 대표보다 더 섹시한 박원순이라는 카드가 생긴 것이 문제”라고 했다. 동교동계가 안 대표가 아닌 박 시장으로 말을 갈아탈 수도 있다는 이야기다.
지난 대선 때 안철수 캠프에 참여했던 김민전 경희대 교수는 안 대표에 대한 긍정적 평가를 내놓은 몇 안 되는 전문가 중 한 사람이었다.
그는 “현재 안 대표와 같이하고 있지 않다”고 선을 긋고서 “선거 결과를 보면 안 의원이 선방했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김 교수는 “역대 지방선거 결과를 봤을 때 2002년을 제외하고는 진보진영이 이처럼 선전한 적이 없었다”며 “광주에서도 윤장현 후보가 진다는 예상이 많았는데 결국 승리했다는 점에서 안 대표는 일정부분 성과를 냈다고 본다. 다만 안 대표의 성장동력인 정치개혁이 약화됐다는 점은 부정할 수 없다”고 분석했다.
김능구 대표는 “광주에서 윤장현 후보가 당선된 것은 안 대표에게 호남 민심이 전략적 선택으로 한 번 더 기회를 준 것”이라며 “이번 지방선거를 거치면서 얻은 압축된 경험들을 소중히 여겨야 한다”고 충고했다.⊙
朴元淳 만장일치 (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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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원순 서울시장. |
그간 야권 후보 중 1~2위를 오르내렸던 안 대표는 아래로, 박 시장은 위로 서로 위치가 바뀌었다. 《한국일보》가 지방선거 이후인 지난 6월 9일 발표한 ‘차기 대선 후보 선호도’ 여론조사 결과(전국 유권자 1000명을 상대로 한 여론조사. 표본오차 95% 신뢰수준 ±3.1%포인트)를 보면, 박원순 시장이 17.5%를 얻어 문재인(文在寅) 의원(13.6%)과 안철수 의원(12.2%)을 제치고 1위를 차지했다. 지방선거의 정치인 손익을 따져볼 때 박 시장이 최대 수혜자인 셈이다.
인터뷰에 응한 전문가들의 의견도 만장일치(滿場一致)였다. 모두 지방선거 ‘대박’의 주인공으로 서울시장 재선(再選)에 성공한 박 시장을 꼽았다. 최창렬 용인대 교수는 “박 시장은 이번 선거운동 과정에서 새정치민주연합의 상징색인 파란색을 거의 쓰지 않았다. 당과 거리를 두고 ‘시민 후보’로서의 이미지를 앞세워 지지층의 외연을 확장하겠다는 의도였는데 이 전략이 탁월했다”며 “대선 지지율 1위였던 정몽준 후보에게 승리한 만큼 이번 지방선거의 최대 수혜자는 박원순 시장”이라고 했다.
신율 명지대 교수도 비슷한 견해를 내놨다.
“지방선거에서 재선에 성공한 박 시장은 야권 후보로서 가장 유리한 입지를 확실히 자리매김한 것으로 생각할 수 있습니다. 박 시장이 꺾은 정몽준 새누리당 후보가 차기 대선 후보 지지율 1위를 달리고 있던 ‘거물’이었기 때문이지요. 이번 지방선거는 박 시장을 위한 선거였다고 봐도 무방하다고 봅니다.”
정치평론가 유창선 박사는 “서울시 전체가 ‘박원순 효과’ 속에서 야당의 압승을 이끌었다”며 “박 시장의 강점은 기존 야권의 인물들과 달리 정파성이 강한 인물로 비치지 않는다는 것인데 이번 선거의 경우 이러한 장점이 잘 나타났다”고 했다.
여권의 핵심 관계자는 “박 시장이 정몽준 캠프의 네거티브 공세를 잘 이겨냈다”며 “정몽준 캠프에서 뚜렷한 증거 없이 공세를 펼쳐, 잘 넘어간 면이 있지만, 어쨌든 이번 선거를 통해 박 시장을 공격할 거리가 상당 부분 사라진 게 사실이다. 이는 향후 박 시장에게 아주 유리하게 작용할 것이다. 이번 선거를 통해 박 시장은 아주 큰 이득을 봤다”고 주장했다.
이 밖에 “이번 지방선거는 박원순이라는 상품이 새누리당 강세지역(강남·서초·송파)에서도 잘 팔린다는 것을 보여준 선거”(노동일 경희대 교수) “박 시장은 이번 선거에서 본인의 경쟁력을 마음껏 드러냈다”(김미현 알앤서치 소장) “서울시장 재선은 대선으로 가는 레드카펫”(배종찬 리서치앤리서치 본부장) 등의 평가가 나왔다.
박 시장이 지방선거의 최대 수혜자이긴 하지만 선거 과정에서 상처를 입은 만큼 대선으로 가는 길이 평탄하지만은 않을 것이란 견해도 있었다. 정치평론가 박상헌 박사의 이야기다.
“박 시장이 결과적으로 압승했지만, 선거 과정에서 상처를 입은 것이 있습니다. 의제 설정을 제대로 못 했고 부인 관련 문제도 대중이 궁금해했는데 대처를 제대로 못 해 나중에 대권을 향할 때 부담이 될 것입니다. 유력한 차기 후보군인 건 맞지만 과거보다 신선도나 평가가 줄어든 것은 사실입니다.”
安熙正·金富謙 (A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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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희정 충남지사. |
황태순 위즈덤센터 수석연구위원은 “이번 지방선거는 충청 기반 정당(자유민주연합·자유선진당 등)이 사라진 이후 여야가 충청에서 1 대 1로 맞선 첫 전국 선거였다”며 “이런 상황에 안 지사가 재선에 성공한 원인은 안희정을 잘 키워 대권 후보로 만들자는 ‘충청 대망론’ 때문이다. 이번 승리로 안 지사는 충청도의 대표 정치인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게 됐다”고 했다.
새정치민주연합 관계자도 “충남에서 새누리당보다 낮은 정당 지지율을 딛고 승리할 수 있었던 것은 인물론 때문”이라며 “박근혜 대통령을 좋아하는 충남 정서가 높지만, 충남 사람들이 박근혜 지지와 안희정 대망론을 분리해서 판단한 것이다. 이번 선거를 계기로 안 지사는 친노 진영의 차기 대권 주자로 발돋움할 수 있게 됐다”고 분석했다.
정군기 홍익대 교수는 “안 지사는 한미 FTA나 박정희 대통령에 대한 평가에서 유연한 입장을 밝히는 등 중도 강화 전략을 펴며 다른 친노 인사들과 차별화를 해왔다”며 “선거 때도 마찬가지였다. 친노 출신임에도 ‘화합’의 모습을 보였다. 박원순 시장 다음으로 수혜를 본 정치인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홍성걸 국민대 교수는 “(안 지사가 차기 대권 주자) 굳히기에 들어갔다”고 평가했다.
박근혜 대통령의 정치적 고향인 대구에서 새정치민주연합 후보로 나서 40.3%라는 득표를 한 김부겸 전 의원도 지방선거 이후 몸값이 수직으로 상승했다. 이기면 선(善), 지면 죄인인 선거판이지만 그의 낙선은 기존 선거의 패배와 단순비교할 수 없기 때문이다.
김태일 영남대 교수의 이야기다.
“40.3%는 대단한 수치입니다. 이전 두 차례 선거(2006, 2010년)에서 야당 후보자의 득표율은 각각 21%, 16%였어요. 40%는 상징성이 있습니다. 선거 과정에서 김부겸 후보는 나름대로 상생정치를 보여줬습니다. 앞으로 해볼 만한 터전을 만들었다고 생각합니다. 김 후보가 이번 선거를 통해 차기 대선으로 가는 발판을 마련했다고 보는 것이지요.”
그가 말을 이었다.
“김 후보는 삼세판을 말하고 있습니다. 2016년 20대 총선에 대구에서 또 출마할 것이란 이야기지요. 그때는 승리할 것 같습니다. 엄청난 사건이 되겠지요. 그렇게 되면 야권의 유력 대선 주자로 부상할 것입니다. 야권의 대선 주자들은 대개 경상도 출신 아닙니까. 충분히 가능성이 있다고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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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부겸 전 새정치연합 대구시장 후보. |
박상헌 박사는 “이번 지방선거를 통해 김부겸 후보가 재발견됐다. 대구에서 40% 얻은 것도 그렇지만 저는 당적을 유지한 채 출마했다는 사실에 높은 점수를 주고 싶다. 부산의 오거돈 후보처럼 영남에서는 무소속이 편한데, 새정치연합이라는 당적을 고수했다. 김 후보는 지고도 이긴 것”이라고 했다.
황태순 연구위원도 비슷한 견해를 내놨다.
“새정치민주연합 당적을 유지한 채 선거에 나간 것은 높게 평가받을 만해요. 김 후보는 선거 과정에서 이른바 ‘박근혜 마케팅’을 실시했습니다. 계파, 정파를 뛰어넘으려 노력하는 그의 행동에 대구 유권자들이 감동했다고 봐야죠. 20, 30, 40대에서 권영진 당선자보다 더 많은 표를 받은 것만 봐도 잘 알 수 있습니다. 비록 패배했지만 김 후보는 박근혜 대통령 이후 인물난에 허덕이는 TK에서 희망을 걸어볼 수 있는 정치인이 됐다고 봅니다.”
최창렬 교수는 “(김부겸 후보가) 야권의 대선 주자로 당당히 이름을 올렸다”고 했고, 정군기 교수는 “아름다운 패배로 인해 후일을 도모할 수 있게 됐다”고 했다. 안 지사와 김 전 의원이 A+가 아닌 A0 등급을 받은 이유는 박 시장처럼 ‘만장일치’가 나오지 않아서다.
신율 교수는 광역단체장에 당선됐다 하더라도 서울 이외의 지역이면 대권을 꿈꾸기에는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예측했다.
“안타깝게도 서울 이외의 지역에서 광역단체장에 도전해서 당선됐다 하더라도, 서울 이외의 지역은 중앙 미디어와의 접근 경로가 제한돼 대권을 꿈꾸기에는 어려운 것이 현실입니다. 김문수 전 경기도지사가 3선을 포기한 이유를 보더라도 이런 주장은 틀린 것이 아니라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김능구 e윈컴(정치컨설턴트) 대표는 “김부겸 후보의 경우 선거 마지막 보인 모습에 실망한 부분이 있다”며 “당적은 그간 살아온 이력이 있어서 쉽게 못 바꾼다. 그런데 박정희 마케팅에 이어 마지막에 박근혜 마케팅을 한 것은 아니라고 본다”고 지적했다.
南景弼·元喜龍 (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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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남경필 경기지사 당선자. |
황태순 위원의 이야기다.
“솔직히 그동안 남경필 의원은 오렌지 이미지가 너무 강했습니다. ‘반대를 위한 반대’를 통해 반사이익을 누리는 정치를 해왔는데 이번에 인격도 훌륭하고 후보로서 자질도 훌륭한 새정치민주연합 김진표 후보를 꺾음으로써 이런 이미지를 상당부분 털어냈다고 봅니다. 경기도는 3군 사령부, 해병사령부, 해군 2함대 사령부가 있는 군사적 요충지이고 환(環)황해권의 핵심 경제 지역이 될 수 있습니다. 따라서 경기 도백은 통일·외교·안보를 직간접적으로 배울 수 있는 좋은 자리입니다. 잘만 한다면 남 의원은 여권의 차기 대권 주자로 떠오를 수도 있다고 봅니다.”
박상헌 박사는 “남 의원의 경우 선거 과정에서 그간 부정적인 것들을 많이 씻어냈다. 경선 과정과 세월호 참사 대처는 물론이고, 김진표 후보와의 본선 대결에서 서울과 비교해 수준 높은 선거를 보여줬다”며 “보육교사 공무원화와 같은 ‘김진표 어젠다’에 끌려들어 가도 내부에서 논리로 싸워주는 모습을 보여주면서 그간 국회의원 배지를 단 도련님, 오렌지라는 이미지를 벗고 자신의 긍정적인 모습을 선거 캠페인 과정에서 잘 보여줬다”고 평가했다.
고향인 제주에서 화려하게 부활한 원희룡(元喜龍) 제주도지사 당선자도 여권 ‘잠룡’으로서 입지를 굳혔다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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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희룡 제주지사 당선자. |
반대 의견도 있었다. 남·원 당선자가 문재인·박원순·안철수·안희정이라는 새정치민주연합의 강력한 카드에 비해서는 아직 무게감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남·원 당선자가 A- 등급을 받은 이유이기도 하다.
최창렬 교수는 “남경필, 원희룡 당선자는 훌륭한 분들이지만 아직 대선을 이야기하기에는 조금 이른 감이 있다”고 했다. 내공이 좀 부족하다는 것이다. 홍성걸 교수는 “뭐만 하면 대권 후보 반열에 올랐다고 하는데, 선거 한번 이겼다고 대권 후보가 됩니까?”라고 반문했다. 노동일 교수는 “이무기가 용이 되기 위해선 1000년의 세월을 수련에 힘써야 한다”고 에둘러 설명했다.
박상헌 박사는 “원희룡 당선자의 경우 눈에 띄게 제주도를 바꿔야 한다는 압박감에 사로잡힐 가능성이 있다”며 “지나치게 대권을 바라본다면 오히려 성과를 내기 어려울 것으로 본다”고 했다. 제주도지사 선거 과정을 가까이서 지켜본 새누리당 관계자도 비슷한 말을 했다.
“원 당선자가 큰 지지를 받긴 했지만, 도민들 사이에서 원 당선자는 ‘어차피 떠날 사람’이라는 인식이 강합니다. 길게 봐야 합니다. 성급하게 행동하면 큰일을 그르칠 수 있습니다.”
洪準杓·徐淸源·金武星 (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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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홍준표 경남지사. |
김민전 경희대 교수는 “홍 지사가 재선에 성공한 것은 향후 정치 행보에 상당한 플러스 요인이 될 것”이라며 “홍 지사가, 새누리당 대선 후보 경선에서 승리할지, 승리해서 대권을 거머쥘지는 알 수 없지만 입지가 좋아진 것만은 사실”이라고 했다. 김미현 알앤서치 소장도 “세월호 참사 역풍, 진주의료원 논란에도 지사직을 수성했다는 것은 높게 평가할 만한 사실”이라고 했다.
하지만 여당의 텃밭인 ‘경남’에서 압도적인 승리를 하지 못한 만큼 차기 대선 후보로 보기에는 부족하다는 지적도 있었다.
김태일 영남대 교수는 “홍 지사가 이번 선거에서 승리하긴 했지만 뚜렷이 기억에 남을 만한 메시지나 이미지를 만들지 못했다고 본다”며 “이번 선거가 홍 지사에게 플러스가 됐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했다. 선거 과정에서 홍 지사의 약점으로 꼽히는 불통 이미지가 전혀 개선되지 않았다는 이야기도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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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청원 새누리당 의원. |
새누리당 당권 경쟁에 나선 서청원(徐淸源·7선)·김무성(金武星·5선) 두 다선(多選) 의원은 지방선거에 직접 출마하지 않았다. 하지만 중앙선대위원회 공동위원장을 맡아 전국을 뛰어다녔다. 우선 서 의원의 경우 기대치를 채웠다. 자신의 지역구인 경기 화성시장 선거에서 패배하긴 했지만 ‘경기도지사 선거’를 승리로 이끈 공(功)이 분명히 있다.
황태순 위원은 “지방선거에서 박근혜 마케팅을 가장 먼저 들고 나온 사람이 서청원 의원”이라며 “박근혜 마케팅은 상당히 큰 성과를 거뒀다. 경기도지사 선거에서 신승할 수 있었던 것도 박근혜 마케팅이 어느 정도 통했기 때문”이라고 했다.
새누리당 관계자는 “원희룡, 남경필 당선자를 광역자치단체장 선거판에 끌어들인 사람이 서청원 의원”이라면서 “서 의원은 지난 2월 출마를 심하게 거부하던 두 사람을 여러 차례 만나 출마를 종용했고, 마뜩잖아 하던 청와대에 ‘둘은 새누리당의 미래’라고 밀어붙여 성사시켰다. 만약 이들이 출마하지 않았으면 경기도와 제주도에서 상당히 힘든 선거를 치렀을 것이다. 이것이 7선 의원의 남다른 안목”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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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무성 새누리당 의원. |
정군기 교수는 “부산시장 선거에서 졌으면 큰일날 뻔했지만 어쨌든 이기는 바람에 김 의원이 꽤 괜찮은 환경에서 대권 도전을 할 수 있게 됐다”고 했다. 황장수 미래경영 연구소 소장도 “선거 일주일 전 비공식 여론조사 결과 서병수 후보가 오거돈 후보에 15%포인트 차 뒤지는 것으로 나왔다”며 “전국 유세를 계획했던 김무성 의원이 모든 일정을 취소하고 부산에만 올인했다. 김 의원이 부산에서 승리하는 데 한몫 톡톡히 했다”고 했다.
다만 김 의원의 경우에는 서울시장 선거의 ‘참패’로 인해 비주류의 결집력과 돌파력이 풀어졌을 수 있다는 점이 가장 큰 문제로 뽑힌다.
신율 교수는 “가뜩이나 비박계의 정의화 의원이 당내 선거에서 국회의장으로 선출된 마당에 정몽준 의원마저 당선되면, 당은 비박계의 목소리로 가득 찰 판이었다”며 “정몽준이라는 강력한 비박계 대권 주자가 패배함으로써 친박에 힘이 쏠리게 됐으며, 그런 점에서 봤을 때 서 의원과 비교하면 김 의원이 조금 불리하다고 볼 수도 있다”고 했다.
文在寅·孫鶴圭·金文洙 (B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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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재인 새정치연합 의원. |
문 의원의 경우, 자신이 전력 지원한 부산·경남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지 못했다. 홍성걸 교수는 “본인의 친구라고 소개한 황호선 사상구청장 후보가 패배했다”며 “패배할 수는 있지만, 예상보다 표 차이가 많이 났다”고 했다. 황 후보의 득표율은 36.28%로 새누리당 송숙희 당선인(63.71%)보다 27.43%포인트나 뒤졌다. 하지만 새정치민주연합 관계자는 “참여정부 출신으로 4년 전 지방선거에서 대거 기초자치단체장에 당선됐던 후보들이 이번에 재선에 성공했다”며 “친노 좌장인 문 의원에게 나쁠 게 없는 결과”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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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손학규 새정치연합 고문. |
손학규 고문도 올인한 경기도에서 패했다. 하지만 큰 타격은 없을 것이란 전망이다. 김민전 교수는 “지난 20년간 ‘보수 대 진보’란 구도로 경기도지사 선거를 치르면서 단 한 번도 이기지 못했다”며 “선전했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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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문수 전 경기지사. |
지방선거 불출마를 선언한 김 전 지사의 경우는 경기도지사 자리를 야권에 내줄 경우 입장이 난처해질 수 있었다. 지난 8년간 도정운영 성과가 야권 도지사로부터 평가절하될 가능성이 컸기 때문이다. 최창렬 교수는 “시·도지사가 대선 출마를 하려면 후임이 누구인지도 매우 중요하다”며 “2007년 대선 당시 서울시장이 오세훈이 아닌 강금실이었다면 이명박 전 대통령에게 쉽지 않은 게임이 됐을 것이다. 이런 점을 비춰봤을 때 김 전 지사는 이번 지방선거에서 손해 본 장사를 한 것 같지는 않다”고 했다. 황태순 위원도 이런 이유를 들며 “김 전 지사는 특별히 얻은 것도 없지만 잃은 것도 없다”고 했다.
鄭夢準 (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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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몽준 전 새누리당 서울시장 후보. |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정 후보가 폭로 비방 등 네거티브 외에 이렇다 할 정책, 비전을 보여주지 못한 것이 상처로 작용할 것이란 평가가 많았다. 김태일 영남대 교수의 이야기다.
“정몽준 후보는 박원순 후보에 대비되는 서울의 꿈을 제시하지 못했고, 네거티브로만 일관했습니다. 유권자들의 실망감이 클 수밖에 없었지요. ‘세월호’라는 변수가 있긴 했지만, 인천과 경기에서는 승리하지 않았습니까. 서울 패배는 정 후보 본인의 대처가 미흡했기 때문에 당한 것으로 생각합니다.”
김만흠 한국정치아카데미 원장은 여권 내 차기 대선 주자 1위를 고수하던 정 후보의 장점이 다 사라져 버렸다며 안타까워했다.
“정 후보는 선거 과정에서 지나치게 박원순 반대 캠페인에만 집중했습니다. 자잘한 네거티브나 상대방을 몹시 나쁜 빨갱이로 모는 프레임을 짜는 것에만 몰두, 미래 지향적 가능성이 보이지 않았습니다.”
최창렬 교수도 비슷한 의견을 내놨다. 그는 “자신의 장점을 적극적으로 알리고 홍보했어야 하는데 상대방 약점을 파고드는 데만 치중했다”며 “져도 어떻게 지느냐가 중요한데, 아름다운 패배로 보이지 않는다”고 했다.
황태순 위원은 정 후보가 ‘부잣집 도련님’의 이미지에서 아직 벗어나지 못했다고 평했다. 그는 “정 후보가 새누리당 서울시장 후보 경선에서 김황식 후보에게 승리한 뒤 수락연설 도중 ‘국민 미개 발언’으로 논란을 불러일으킨 막내아들에 대한 용서를 빌며 눈물을 쏟아냈는데 감동으로 와닿지 않았다”며 “유약한 부잣집 도련님 같았다. 이번 패배로 정 후보는 대선 후보군에서 탈락할 수도 있다”고 했다.
정 후보가 패배하긴 했지만 재기(再起) 가능성이 충분하다는 의견도 꽤 됐다. “멀리 봤을 때는 차라리 ‘패배’한 것이 낫다”는 주장까지 있었다. 정군기 교수는 “(선거 패배로 인해) 내상을 많이 입은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선거 때 보니 정 후보가 이미지도 많이 소탈해졌고, 언변도 많이 늘었더라. 충분히 재기의 발판을 마련할 것으로 본다. 정 후보는 여전히 여권 내 유력한 대권 주자다. 여론조사 결과도 이를 뒷받침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가 지난 6월 2~6일 전국 19세 이상 유권자 2025명을 대상으로 여야 차기 대선 후보 지지도 주간집계를 한 결과 정몽준 전 의원은 전주보다 3.1%포인트 하락한 14.7%를 기록, 1계단 내려앉은 2위를 기록했다(1위는 문재인 의원-16.8%).
노동일 교수는 “여전히 본인 하기에 따라서는 미래가 있을 수 있다”며 “여권에 문재인・안철수・박원순・안희정 등 야권의 대선 주자들에게 대항할 사람이 없기 때문이다. 정 후보가 이번 선거 패배 이유를 잘 곱씹어 보고, 본인의 이미지를 잘 쌓아 올린다면 재기가 충분히 가능하다”고 했다. 그는 이어 “솔직히 당선됐으면 미래가 없다고 봤다”면서 “서울시장 끝까지 하겠다고 약속했는데 중간에 그만두고 대선에 출마했더라면 정말 타격이 컸을 것이다. 아직 차기 대선은 3년이나 남았다. 그동안 내공을 잘 쌓는다면 어떤 일이 일어날지는 아무도 모른다”고 덧붙였다.
鄭東泳·丁世均·金斗官·李仁濟 (Co)
“보이지 않았다.”
새정치민주연합 정세균(丁世均) 의원, 정동영(鄭東泳)·김두관(金斗官) 고문, 새누리당 이인제(李仁濟) 의원이 이번 지방선거에서 어떤 역할을 했느냐는 질문을 받은 전문가들은 대부분 이같이 답했다.
신율 교수는 “이번 선거에서 전북 지역 14개 기초단체장 가운데 절반인 7곳에서 무소속 후보가 당선됐다. 익산(박경철), 김제(이건식), 완주(박성일), 진안(이항로), 장수(최용득), 임실(심민), 부안(김종규) 등이다. 전북에서 무소속 후보들이 절반이나 당선된 것은 처음”이라며 “이는 정동영 고문, 정세균 의원의 영향력이 거의 발휘되지 않았다는 방증”이라고 했다. 황태순 위원은 “김두관 고문, 이인제 의원의 존재감도 거의 없었다고 보는 게 맞다”며 “그들이 잘못했다기보다 그들이 설 자리 자체가 없었다”고 했다.
安哲秀 (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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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철수 새정치연합 공동대표. |
홍성걸 교수의 이야기다.
“새정치민주연합 지도부는 광주의 윤장현 후보에 대한 전략 공천을 새 정치의 일환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저는 이런 생각 자체가 구태라고 생각합니다. 새 정치는 모든 기득권을 버려야 가능한데 안 대표는 그러지 않았습니다. 어쨌든 자기 사람을 전략 공천으로 심지 않았습니까. 이번에 안 대표가 윤 후보를 살렸기 때문에 체면치레했다는 분석이 있을 수 있지만 제가 보기에 안 대표는 이번 선거 과정에서 모든 것을 다 잃은 사람입니다. 여론이 곧장 반응하지 않습니까. 아마 야권의 대권 후보 반열에서도 상당히 밀려날 것입니다.”
노동일 교수도 “윤장현 후보가 승리했다고 안철수 대표가 승리한 것은 아니다”며 “광주는 누구를 공천해도 2번을 찍었을 것이다. 광주시민이 전통적으로 투표해 왔던 기호 2번에 대한 애정 때문이지, 안 대표 때문에 윤 후보를 찍은 것이 아니다. 지는 것보다는 이기는 게 낫긴 하지만 안 대표는 이번 지방선거에서 득보다는 실이 많은 정치인이다”고 했다.
신율 교수는 광주에 지나치게 ‘올인’, 당 대표로서의 균형 감각을 잃은 점을 지적했다.
“안 대표가 광주에 올인했는데 당 대표라면 오히려 수도권에 매진해야지 광주에만 힘을 쏟는 것은, 결국 자기 정치의 수단으로 지방선거를 바라보는 것이라는 비난을 벗어날 수 없습니다.”
그는 “사실 광주 선거 결과와는 무관하게 안 대표는, ‘전략 공천’이라는 이름으로 윤장현 후보를 내리꽂는 순간 이미 상처를 받았다고 할 수 있다”며 “안 대표는 ‘안철수 현상’에서 자신의 이름인 ‘안철수’를 스스로 지웠다고 할 수 있다. 안 대표는 더는 새 정치의 상징이 아니다. 안 대표는 ‘침몰’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부연했다.
김미현 알앤서치 소장은 이번 선거를 통해 안 대표에게는 호남밖에 없다는 이미지가 각인, 표의 확장성에 문제가 생겼다고 분석했다. ‘안철수가 호남의 힘을 얻어서 되살아났다’는 식의 해석은 안 대표가 차기 대선을 준비할 때 독약이 될 것이라는 것이다.
“안 대표에게 ‘호남 대권 주자’라는 이미지가 강화되면 수도권이나 중도층에서 확장성을 얻기 어렵게 됩니다. 결국 이는 새정치민주연합에도 독이 될 수 있지요. 새정치민주연합이 지역주의적 색채를 강화시켰다는 인상을 주고, 그러다 보면 또다시 정권 창출이 어려워지기 때문입니다. 새정치민주연합은 선거기간에 광주 유권자들을 향해 윤장현 후보가 당선되지 않으면 정권 창출이 어렵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오히려 이러한 말은 안철수 대표 및 새정치민주연합을 호남 지역에 국한해 정권 창출을 더 어렵게 하는 부메랑이 될 수도 있다고 봅니다. 이런 의미에서 봤을 때 안 대표는 피해자입니다.”
황태순 위원은 “이번 지방선거에서 가장 밑지는 장사를 한 정치인은 안철수 대표”라며 “동교동은 후보가 없을 때 양자를 들이는데 이번 지방선거를 통해 안 대표보다 더 섹시한 박원순이라는 카드가 생긴 것이 문제”라고 했다. 동교동계가 안 대표가 아닌 박 시장으로 말을 갈아탈 수도 있다는 이야기다.
지난 대선 때 안철수 캠프에 참여했던 김민전 경희대 교수는 안 대표에 대한 긍정적 평가를 내놓은 몇 안 되는 전문가 중 한 사람이었다.
그는 “현재 안 대표와 같이하고 있지 않다”고 선을 긋고서 “선거 결과를 보면 안 의원이 선방했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김 교수는 “역대 지방선거 결과를 봤을 때 2002년을 제외하고는 진보진영이 이처럼 선전한 적이 없었다”며 “광주에서도 윤장현 후보가 진다는 예상이 많았는데 결국 승리했다는 점에서 안 대표는 일정부분 성과를 냈다고 본다. 다만 안 대표의 성장동력인 정치개혁이 약화됐다는 점은 부정할 수 없다”고 분석했다.
김능구 대표는 “광주에서 윤장현 후보가 당선된 것은 안 대표에게 호남 민심이 전략적 선택으로 한 번 더 기회를 준 것”이라며 “이번 지방선거를 거치면서 얻은 압축된 경험들을 소중히 여겨야 한다”고 충고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