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총 27번 열린 공천심사위 총정리
⊙ 서울시장 후보 컷오프 둘러싼 중앙당의 자중지란, 기초단체장 컷오프 둘러싼 서울시당의 자중지란
극심
⊙ 신뢰성 떨어지는 여론조사 방식 개선되어야
洪性傑
⊙ 54세. 고려대 행정학과 졸업. 美아이오와 주립대 정치학 석사, 美노스웨스턴대 정치학 박사.
⊙ 前새누리당 여의도연구소 이사, 前사이버커뮤니케이션학회 회장, 現국민대 행정정책학부 교수.
⊙ 서울시장 후보 컷오프 둘러싼 중앙당의 자중지란, 기초단체장 컷오프 둘러싼 서울시당의 자중지란
극심
⊙ 신뢰성 떨어지는 여론조사 방식 개선되어야
洪性傑
⊙ 54세. 고려대 행정학과 졸업. 美아이오와 주립대 정치학 석사, 美노스웨스턴대 정치학 박사.
⊙ 前새누리당 여의도연구소 이사, 前사이버커뮤니케이션학회 회장, 現국민대 행정정책학부 교수.
- 지난 5월 12일 서울 올림픽체조경기장에서 열린 2014 전국동시지방선거 새누리당 서울시장 후보자 선출대회에서 김황식, 이혜훈, 정몽준(왼쪽부터) 당시 예비후보가 손 잡고 인사하고 있다.
올 2월 어느날이었다. 여권으로부터, 지방선거에 새누리당 중앙당 공천위원으로 추천하려 하는데 맡아 보겠느냐는 제안을 들었다. 그동안 방송에서 정치와 선거 관련한 논평을 해 온 사람으로서 공천과정을 직접 들여다본 경험이 없던 차에 이런 제안을 받으니 적지 않은 관심이 생겼다. 잠시 생각한 끝에 그러겠노라고 답했다. 필자가 제6회 전국동시지방선거에서 새누리당의 중앙당 공천관리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하게 된 계기다.
공천의 의미와 중요성은 새삼 강조할 필요조차 없다. 그렇다면 공천은 얼마나 민주적이고 객관적으로 이루어져야 하는가? 사실 공천은 정당의 고유권한이기 때문에 어떤 과정을 거쳐 공천을 하는지도 정당의 선택에 달려 있다고 할 수 있다. 다만 공천과정에 문제가 있고 유권자들이 이를 심각하게 받아들일 경우, 선거에서의 승리를 장담할 수 없기 때문에 정당은 공천과정에서 유권자들의 눈치를 살피지 않을 수 없다.
2008년 4월 9일 치러진 17대 총선에서 당시 한나라당의 공천은 친박계 인사들에 대한 ‘공천학살’이라는 평가를 받았고, 서청원 전 대표를 비롯한 공천탈락 인사들이 만든 ‘친박연대’가 총선에서 상당한 성과를 거둔 것은 공천과정의 문제가 선거결과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제6회 전국동시지방선거에 임하는 새누리당은 대선공약이었던 기초단체 공천폐지를 포기하는 부담을 안고 있었다. 대선공약 폐기라는 정치적 부담을 완화하기 위해 새누리당은 국민들에게 공천권을 돌려드리겠다는 ‘상향식 공천’의 원칙을 천명하고 당헌당규를 개정하였다. 이에 따라 공천과정 자체가 과거와는 완전히 달라져야 했다.
실제로 이번 공천과정에서 논란의 여지가 있는 사안이 제기될 때마다 당헌당규를 들여다보고 공천 관련 규정을 검토하고 논의하는 과정을 거쳤는데, 사무처의 간부직 직원이 지금까지 공천과정에서 이렇게 당헌당규를 앞에 놓고 논의한 것은 처음 있는 일이라는 말을 할 정도였다.
그렇다고 이번 공천과정을 100% 상향식이었다고 보기는 어렵다. 우선 당헌당규의 개정이 졸속으로 이루어져 상향식 공천의 원칙과 충돌할 가능성이 있는 여러 조항들이 산재해 있었다. 때때로 당 지도부인 최고위원회가 당헌당규를 무시하는 개입을 했으며, 공천위가 이에 반발하기도 했었다. 당초 합의한 공천원칙에도 불구하고 최고위나 개별 최고위원의 강한 의지나 당협위원장들의 강력한 반발에 부딪혀 상향식 공천을 끝까지 밀어붙이지 못하는 경우도 발생했다. 그런가 하면 컷오프나 경선과정에서 수많은 이의제기가 끊임없이 접수되었는데, 이들 중 상당수는 짧은 공천기간 내에는 진위를 확인할 방법이 없는 의혹제기가 많았고, 상황에 따라서는 공천이 확정된 후보를 끌어내리기 위한 의도가 엿보이는 의혹제기도 많았다.
시·도당 공천위에서 해결되지 못한 문제들을 중앙당 공천위에 위탁하는 요청도 다수 접수되기도 했고, 공천위원장을 비롯한 위원들이 외부의 압력이나 의혹제기 등을 받아 이를 공천위에서 논의하기도 했다. 그런가 하면 공천관리규정(위원회 스스로 결정하여 시·도당 공천위에 내려보낸 규정)을 자의적으로 해석하려는 시도도 있었다.
공천신청자나 컷오프된 당사자, 이해관계가 있는 당협위원장 등은 사전에 허가나 동의를 구하지 않은 상태에서 시도 때도 없이 공천위원회가 열리는 중앙당사에 나타나 출석 소명을 요구하는가 하면 수많은 자료를 배포하기도 했다. 공천위원들에게 다양한 형태로 의견을 개진하거나 지지를 부탁하는 청탁, 자신의 입장을 호소하는 읍소 등이 개별적으로, 혹은 집단적으로 수없이 전달되기도 했다. 공천과정은 문자 그대로 한편의 드라마와 같았다.
초선의원들은 소극적, 외부위원들은 적극 의견개진
필자는 이번 지방선거 공천과정의 기록을 남기기 위해 모든 대화내용 등을 유심히 관찰하고 메모해 두었다. 물론 관찰자인 필자의 주관적 견해가 반영되어 있기 때문에 이번 공천과정이 우리나라 정당의 공천을 대표할 수 있는 사례가 되기는 어렵겠지만 실제 공천과정에 참여한 사람의 입장에서 정리하는 것도 정치사적 의미가 있을 것이라 판단했다.
새누리당 중앙당 공천위는 2014년 2월 28일 오후 2시, 의원회관의 새누리당 사무총장실에서 상견례를 겸한 첫 모임을 가진 이래 5월 13일 오후 9시 새누리당 6층 회의실에서 있었던 제27차 회의를 끝으로 활동을 마감했다. 이 기록은 총 27차에 걸친 중앙당 공천위원회의 활동을 핵심 주제를 중심으로 관찰자의 입장에서 정리한 것이다.
중앙당 공천관리위원회는 총 14명으로 구성되었다. 처음엔 15명으로 구성될 예정이었으나 새누리당 내부 사정으로 1명(안덕수 의원)이 제외되었다. 공천위원은 10명의 의원(홍문종 사무총장, 김재원 전략기획본부장, 김동완, 김세연 제1사무부총장, 류지영 여성위원장, 박인숙, 신동우, 신의진, 윤재옥, 황영철), 원외 당협위원장 1인(김정 중랑구 갑), 새누리당 제2사무부총장(전희재), 그리고 2명의 외부위원(이은경 변호사, 필자)으로 구성되었다. 공천위원의 출신지역이나 직역 대표성을 보면 <표1>과 같다.
외부위원을 제외한 위원 구성을 보면 지역적으로 제주를 제외한 전 지역을 대표할 수 있을 정도로 지역안배가 이루어졌음을 알 수 있고, 성별의 측면에서 보면 5명의 여성위원이 참여하여 약 36%의 비율을 차지하고 있다. 다만 홍문종, 김재원, 김세연, 황영철 의원을 제외하면 모든 당내위원이 초선으로서 당내 유력인사들의 압력이나 부탁을 외면하기 어려울 수 있다는 점과 전략기획본부장, 제 1·2 사무부총장이 모두 위원으로 참여하여 홍문종 사무총장의 영향력이 크게 미칠 수 있는 것이 한계로 작용할 수 있다.
실제로 위원회의 운영과정에서 대다수 초선의원들은 자신과 직접적인 관계가 있는 경우나 사안이 중대하여 개별적 의견을 제시해야 하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논의과정에 참여하기보다는 대체로 조용히 듣고 위원회 결정을 그대로 수용하는 경향을 보였다. 외부위원들은 개인의 판단에 따라 적극 혹은 소극적인 의견을 개진하였고, 상향식 공천의 원칙이 무시될 가능성이 있는 경우에는 더욱 적극적으로 반대의견을 표명함으로써 가급적 국민과의 약속을 지키게 하기 위해 노력했다.
공천위원 풀(pool) 구성 필요
총 27차례에 걸친 공식회의 경험을 바탕으로 공천위원의 구성문제를 평가한다면, 다음과 같은 제언이 가능하다. 우선 공천위원 구성의 기본원칙을 마련하여 가급적 객관적이고 투명하게 공천위원 풀을 구성하고 그중에서 무작위로 추첨하여 결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특정인이나 당 지도부에 의해 일방적으로 추천되고 위원으로 임명되는 것은 이후의 공천작업을 수행하는 과정에서 자신을 위촉해 준 지도부나 정치인의 영향력으로부터 자유롭기 어렵다.
이 문제는 시·도당의 공천관리위원회 구성에서도 나타났는데, 결국 공천관리위원회 위원과 위원장을 누가 맡느냐에 따라 공천결과가 큰 영향을 받게 되었다. 또한 당내외 인사의 구성비율을 7:3 또는 6:4 정도로 하여 공천과정에 당과 지도부의 의견이 반영되도록 하되 객관적으로 국민의 입장과 눈높이에서 검증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아울러 초·재선이나 3선 이상 의원들의 비중을 균형 있게 구성할 필요가 있고, 원외 당협위원장과 당외 인사의 비중도 높이는 것이 논의과정의 중립성과 객관성을 높일 수 있을 것이다.
새누리당은 당헌당규에 따라 광역단체장은 중앙당 공천관리위가, 기초단체장, 광역 및 기초의회 의원은 각 시·도당 공천관리위가 각각 담당하도록 하고 있다. 그러나 공천관리를 위한 지침은 전국적인 통일성을 기하기 위해 중앙당 공천위가 의결하여 이를 시·도당에 하달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에 따라 공천위는 1차 회의부터 상향식 공천제를 확립하기 위한 절차적 문제점이나 과거 공천과정과의 차별화, 그리고 예비후보자들의 자격조건을 포함한 시·도당 공천위에 보낼 지침들을 소개하고 기본적 내용들을 의결하였다.
3월 3일 오후 2시에 개최된 제2차 회의에서는 후보자 자격기준이 과거 공천심사위 시절과 동일하다는 점과 상향식 공천제의 의미를 살릴 수 있는 공천관리지침을 만들라는 최고위 의견을 접수하고 논의하였다. 후보자의 자격기준은 과거 공천심사위 시절과 다르게 설정할 이유가 없다는 점에 동의하였으며, 여성과 장애인, 청년 등 정치적 소수자에 대한 배려기준과 방안에 대한 심도 있는 논의가 이루어졌다.
당협위원장의 영향을 최대한 배제하여 상향식 공천의 의미를 살릴 수 있도록 노력하자고 의결하였으며, 당헌당규를 철저히 준수하되 상향식 공천이 실질적으로 이루어질 수 있도록 일반국민 선거인단의 모집에서 무작위 표출과 의도적 표출(지역의 여론주도층 인사 대상)을 병행하는 방안의 가능성을 검토하도록 기획조정국에 지시하였다.
아울러 시·도당 공천위의 공천과정을 위한 다양한 지침을 만들어 제시해야 하는데, 가급적 전국적 통일성을 기할 필요가 있는 기본원칙을 중심으로 지침을 만들어 지역적 특수성이나 상황을 시·도당에서 적절히 반영할 수 있도록 하자는 데 동의하였다. 공천과정에서 지역의 당협위원장과 협의해야 하는 사항은 당헌당규에 명백히 규정되어 있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모두 삭제하도록 함으로써 공천과정이 당협위원장의 영향력으로부터 자유롭게 이루어질 수 있는 제도적 기반을 마련하기로 하였다.
경선규칙과 공천관리위원회 운영규칙에 대한 세부사항은 3월 4일 오후 9시부터 속개된 3차 회의에서도 계속 논의되었다. 특히 과거 당협위원장이 사실상 지명해 왔던 기초의원이나 광역의원에 대한 공천을 상향식으로 전환하기 위해 필요한 경선규칙과 운영규정의 개선은 스스로가 당협위원장인 공천위원들에게도 직접적 영향을 미치는 것이어서 많은 논란이 있었다. 장시간에 걸친 논의를 통해 지역적 특수성이나 상황을 적절히 반영할 수 있도록 가급적 꼭 필요한 세부규칙만을 규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데 합의하였다.
말 많았던 여성 우선공천
공천과정 중 가장 논란이 뜨겁고 많은 혼란이 있었던 사안은 여성 우선공천지역의 지정에 대한 것이었다. 새누리당의 당헌당규는 선출직 공직자 후보에 30% 이상의 여성을 공천하도록 하고 있고, 공천만이 아니라 실제 당선을 위해 가급적 당선이 확실한 지역을 여성 우선공천지역으로 선정하여 여성끼리만 경쟁하도록 규정하였다.
여성 우선공천지역에 대한 논의는 제3차 회의(3월 4일 오후 9시)부터 본격화했다. 첫 논의부터 과거 지속적으로 여성을 공천했던 송파구의 지역정서가 심상치 않다는 주장이 제기되었다. 송파구는 구청장 2회, 총선 2회 등 지난 4차례에 걸친 선거에서 모두 여성 우선공천지역으로 선정되었는데, 이에 대한 지역주민의 반발이 매우 커서 이번에도 전략 공천을 할 경우 오히려 당선이 어렵다는 주장이었다. 반면, 현 구청장을 비롯해 여성후보가 경쟁력을 갖고 있어 전략 공천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 지역구 의원이며 공천위원인 박인숙 의원의 주장이었다.
문제는 여성 우선공천제도 자체는 당헌당규에 규정되어 있어 반대할 수 없지만 대상 지역을 어디로 할 것이냐를 두고 구체적으로 논의가 시작되면 상황이 180도 달라진다는 점이었다. 거의 모든 위원들이나 당협위원장들이 여성 우선공천은 찬성하지만 그것이 자신들의 지역이라면 극력 반대하는 입장을 보였다. 여성위원장 자격으로 공천위원에 참여한 류지영 의원(비례)은 지난 선거보다 여성 우선공천지역을 늘려 줄 것을 강력히 요구하면서 당헌당규에 정해진 대로 30%는 여성으로 공천하자고 주장하였다. 홍문종, 김재원 의원 들도 30%까지는 몰라도 지난 지방선거보다는 여성공천자의 수가 늘어야 한다는 입장을 견지했다. 원론에 동의하면서도 각론에 들어가면 답이 나오지 않는 답답한 상황이 계속되었다.
여성 우선공천지역은 여성후보를 공천했을 때 당선 가능성이 매우 높아야 한다. 이에 따라 서울의 강남벨트는 지난 수차례의 선거에서 여성공천을 실시해 왔고, 그 과정에서 재선을 추진하는 현 구청장들이 이에 불복하여 무소속으로 출마하는 사례가 빈번했다.
당선 가능성이 높다는 측면에서는 영남지역도 당연히 대상이 되어야 하지만 부산, 대구 등 대도시 지역을 제외하면 공천할 만한 여성인재가 거의 없고 시골정서의 특성상 여성을 공천하면 당선 가능성이 희박하다는 현실적 문제가 있었다. 이에 따라 공천위원회에서도 출신지역에 따른 설왕설래가 반복되는 지루한 논의가 계속되었다.
여성 우선공천에 대한 논의는 이 시기 거의 모든 회의에서 가장 오랫동안 논의된 주제였지만 언제나 장시간에 걸친 토론에도 불구하고 구체적인 합의가 이루어지지 못했다. 남성위원들은 물론이고 심지어는 여성위원들 간에도 견해 차이가 있었다. 일부 여성위원들은 그동안 집중적으로 여성을 전략 공천했던 지역은 이번에 제외해야 한다고 주장한 반면, 다른 위원들은 그 지역들이 당선 가능성이 높으니 반드시 우선공천지역으로 공식 지정하여 여성 정치신인들에게 기회를 주어야 한다고 강력히 주장했다.
이러는 가운데 시간은 속절없이 흘러 후보등록 마감이 가까워지고 있었다. 후보등록이 이루어진 후 여성공천 지역을 선정할 경우, 그 지역에서 공천을 신청한 남성 후보들의 불이익이 예상되는 만큼 가급적 빠른 시간 내에 여성공천지역을 선정할 필요가 있었다. 결국 제6차 회의(3월 12일 오후 9시)에서 서울과 지방을 무차별적으로 오가며 논의한 끝에 서울의 서초, 강남, 용산, 광진, 금천구와 부산의 중구, 사상구, 대구 중구, 인천 계양구 등을 1차적으로 여성공천지역으로 의결하였다. 의결과정에서 홍문종 위원장을 비롯한 지도부 위원들은 전화로 해당 지역의 당협위원장들과 협의하였고 대부분의 지역에서 어렵기는 했지만 일단 당협위원장의 동의를 얻어 낼 수 있었다. 아울러 공천위는 지역별로 기존의 여성 우선공천지역 수보다 최소 한 군데 이상을 늘리기로 의견을 모았다.
최고위가 공천위 결정 뒤집어
공천위의 이 결정은 즉각 보도되었고 공식화되는 듯했다. 그러나 다음 날인 13일에 열린 최고위원회에서 일부 최고위원들의 강력한 반대로 여성 우선공천지역 지정은 무산되었다. 이 과정에서 당초 마지못해 자신의 지역을 여성 우선공천지역으로 지정하는 데 동의했던 당협위원장들도 강력한 반대의사를 다시 표명했다. 이어진 몇 차례의 비공개 최고위를 통해 서울 종로, 서초, 용산구, 부산 중구, 대구 중구, 경기 과천 및 이천 등 7개 지역구를 선정하여 발표했다. 이것은 사실상 명백한 당헌당규 위반이었다. 당헌당규에 따르면 최고위는 공천위의 결정을 심사하여 확정할 수는 있지만 이를 수정하여 의결할 권한은 없다. 공천위의 결정을 추인하지 않을 경우 이에 대한 재의를 공천위에 요구할 수 있고, 재의요구에 대하여 공천위가 2/3 이상의 동의로 확정하면 최고위는 그대로 확정 발표해야 한다. 최고위의 수정의결 결정은 명백한 당헌당규 위반이어서 공천위는 이를 수용할 수 없었다.
그러나 새누리당 공천과정에 대한 잡음이 선거에 미칠 부정적 영향이 크다는 홍문종 위원장과 김재원 부위원장의 설득에 따라 이번에 한해 최고위의 결정을 수용하여 의결하되 이어지는 여성 우선공천지역 선정에서는 공천위의 결정을 관철시키겠다는 약속을 받았다. 그러나 경기 이천, 경북 포항, 부산 사상 등 2차 선정지역에 대하여도 최고위는 공천위의 결정을 수용하지 않고 결정이 계속 미루어지는 사태가 발생하였다. 홍문종, 김재원 공천위 위원장 및 부위원장은 최고위의 반대에 부딪혀 더 이상 여성 우선공천지역 추가결정에 대한 논의가 진전을 보지 못하게 되었고, 최고위는 2차 선정지역을 전면 백지화하고 대신 전국의 모든 선거구에서 출마하는 여성 정치신인에 대하여 자신의 득표에 10%의 가산점을 주기로 하는 새로운 대안을 제시하였다. 이 문제에 대하여 더 이상 논의하는 것은 공천 및 경선일정에 큰 차질이 예상되었기에 공천위는 논란 끝에 3월 27일에 열린 11차 회의에서 최고위가 제시한 현직을 제외한 여성 및 장애인(1~4급) 후보자들에게 자신의 득표수에 10%를 가산하는 대안을 수용하기로 결정하였다.
하지만 현직만 제외하다 보니 전직인 여성정치인도 신인으로 취급되어 가산점을 받게 됨으로써 이에 불만을 가진 지역에서 많은 이의제기가 있었는데, 그 대표적인 지역이 송파구였다. 송파구에서는 현직 박춘희 구청장과 전 구청장인 김영순 후보가 경선에서 맞붙게 되었는데 김영순 후보만 10% 가산점을 받게 된다는 점에서 송파구의 당협위원장 3명이 모두 연명으로 이의를 제기하는 등 어려움을 겪었다. 가까스로 경선을 하게 되었지만 이번엔 경선관리를 맡은 일부 당직자들이 여론조사 결과를 먼저 개봉하여 열람하는 불법행위가 발생하여 경선이 전면 무효화되었고, 결국 경선의 최종 시한이었던 5월 12일에서야 100% 여론조사를 통해 후보가 결정되는 어려움이 있었다.
종합하면, 여성 우선공천지역 제도는 여성 정치신인의 진출을 확대하자는 취지로 도입되었지만 현실적으로 볼 때 당선 가능성이 확실시되는 지역에 집중 배치할 수밖에 없어 소수의 지역을 지속적으로 우선공천지역으로 선정하게 되는 부작용이 있다. 특정 지역에 여성후보만을 공천하는 것이 반복되면서 남성후보자는 물론 지역유권자들의 반발이 거세지고, 실제 선정과정에서 막대한 시간과 노력의 낭비가 발생한다.
여성신인들의 정계진출에 도움이 되는 것은 사실이지만 적어도 기초단체장 등 책임과 기능이 중요한 자리에 대한 후보를 능력이나 경력, 자격보다 성별에 따라 공천한다는 것은 근본적인 문제가 있다. 또 시간이 갈수록 우수한 여성인재들이 배출되고 있어 조만간 여성의 대거 정계진출이 가능할 것으로 보이는 상황에서 특정 지역을 우선공천지역으로 선정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
그보다는 여성 정치신인이 구조적으로 차별을 받고 있는 상황이 계속되는 한 그들의 득표에 20% 정도의 가산점을 주는 방향으로 제도를 개선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으로 보인다. 자신의 득표에 10%를 가산하는 것은 실제로 20%를 득표했을 때 2%를 가산해 주는 정도에 불과하여 가산효과가 적다는 점에서 이를 높이는 것이 필요하다. 다만, 정치신인이라면 남성도 정계진출의 어려움을 겪는 것은 마찬가지라는 점을 고려할 때, 여성을 배려하는 제도는 한시적으로 운영할 필요가 있다.
광역단체장 경선원칙 합의과정
이번 공천과정에서 빼놓을 수 없는 논란 중 하나는 광역단체장 후보 경선원칙을 결정하는 것이었다. 새누리당 당헌과 경선규정은 광역단체장의 경우 대선규정을 준용하도록 되어 있다. 이를 그대로 적용할 경우, 책임당원, 일반당원, 국민경선인단, 여론조사의 비중을 2:3:3:2의 비율로 경선을 치러야 한다. 국민경선인단의 선정은 세대별, 지역별, 성별 안배 등을 모두 고려해야 하므로 여론조사기관에 의뢰하여 선정하는데 많은 시간과 비용이 든다. 이번 선거의 경우, 1명을 선정하는 데 약 5만5000원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되었다. 아무리 비용이 많이 들고 어렵다 해도 경선원칙이 당헌당규에 정해진 이상 이를 그대로 지키는 것이 타당하다.
그러나 일부 지역에서 제기된 문제들로 인해 경선원칙을 그대로 지키는 것이 오히려 민주주의의 기본원칙에 위배되는 상황이 발생했다. 대표적인 곳이 제주와 울산이었다. 이 두 지역은 경선을 예상한 후보자들이 자신의 지지자들을 수개월에 걸쳐 대거 입당시켜 당원투표자를 대량 확보해 둔 곳이었다. 제주의 경우, 우근민 당시 도지사가 2013년 입당하면서 1만7000명에 달하는 지지자들을 수개월에 걸쳐 동반 입당시켰는데, 제주도당 당원의 총수가 불과 6만여 명에 불과한 상황에서 약 1/3에 달하는 당원이 특정 경선후보의 지지자인 셈이어서 당의 경선원칙을 그대로 적용하면 불공정한 경선이 될 수밖에 없었다. 울산도 정도의 차이는 있으나 김두겸 예비후보가 자신의 지지자들을 대거 기획 입당시킴으로써 경선의 공정성이 심하게 우려되는 지역이었다.
공천위는 이 두 지역에 대하여 장시간 논의하였으나 합의에 이르지 못하였다. 결국 3월 12일에 있은 제6차 회의에서 공천위원들이 무기명투표를 거쳐 울산은 원칙을 그대로 적용하고 제주는 100% 여론조사를 통해 경선을 실시하기로 결정하였다.
이렇게 결정한 주요 근거는 경선의 공정성이 민주주의의 기본원칙으로서 경선규정보다 중요하다는 점과 당헌당규에 ‘취약지구’에 대한 규정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취약지구는 본래 호남지역을 예상한 규정이지만 당 중앙상임위 유권해석에 의하면 당 후보가 해당 지역의 국회의석의 30% 미만을 확보한 지역을 취약지구로 분류할 수 있었다. 제주는 지역구 전체에서 새누리당이 전패한 지역으로 호남과 유사한 상황이었으나 울산은 당세가 우세한 지역이었다는 것이 표결결과를 좌우한 것으로 판단된다.
표결결과는 매우 아슬아슬했는데, 제주지역이 특히 그러했다. 당시 원희룡 후보가 여론조사에서 상당히 앞서 가고 있었고 당 지도부가 원 의원을 출마시키기 위해 고심하고 있었다는 점을 고려할 때, 제주지역에 대한 표결결과는 매우 의외였다. 언론에서는 원희룡 의원을 후보로 만들기 위해 의도적으로 100% 여론조사를 실시하기로 했다고 보도했으나 이는 사실과 다르다. 적어도 무기명투표 시에는 당 지도부의 의사가 위원들의 의사결정에 큰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중앙당 공천위가 경선원칙에 대한 논의를 진행하고 있을 때, 예비후보들이 각자 자신의 입장을 강하게 피력하기 시작했다. 제주지사 출마가 예상되는 원희룡 후보는 당시 100% 여론조사 경선을 수용해 주지 않으면 출마하지 않을 수 있다는 기자회견을 하여 공천위를 압박하였다. 김기현 의원도 기획입당의 문제를 제기하면서 공천위가 이를 바로잡아 줄 것을 강력히 요청했다. 후보들의 요청은 짐작하건대 최고위를 통해, 혹은 직접적으로 홍문종 사무총장 겸 공천관리위원장과 김재원 전략기획본부장 겸 공천관리부위원장에게 집중되었을 것이다. 내게도 후보들이 전화를 걸어 와 자신의 입장을 설명하면서 도움을 요청하였는데, 이에 대해 필자는 당이 결정하는 대로 따르는 것이 당원의 도리라는 원칙론만 제시하였다. 또 일부 경선후보들은 자신들에게 불리한 경선원칙이 채택되면 경선에 참여하지 않고 무소속으로 출마할 수 있다는 협박(?)을 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러한 일들이 공천위원들의 투표에 영향을 미쳤다고 보기는 어렵다. 결과적으로, 두 지역에서 경선원칙의 불만을 이유로 무소속으로 출마한 후보는 없었다.
광역단체장에 대한 경선에 대통령 경선의 원칙을 준용한다는 규정은 많은 현실적 문제를 제기했다. 무엇보다 규모와 특성, 현황 등에서 차이가 큰 광역단체들에 동일한 기준을 일률적으로 적용하기 매우 어렵고 광역단체 내 지역안배, 세대안배와 더불어 특히 45세 이하 유권자의 일정 비율을 의무적으로 포함시켜야 하는 국민경선인단 모집규정은 경선과정의 시간과 비용을 크게 증가시킨다. 또 여론조사의 경우, 나중에 다시 설명하는 바와 같이 20여개 업체가 전국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여론조사를 실시하는 과정에서 많은 문제가 발생한다는 점을 고려할 때, 이를 경선의 기준으로 포함시키는 것 또한 많은 문제가 있다. 향후 광역단체장 경선원칙은 당원과 일반국민의 참여를 5:5로 유지하되 비용을 줄이면서도 유권자의 표심을 직접적으로 반영할 수 있도록 일반국민에 대하여는 개방적 예비선거(open primary)로 전환하는 것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개방적 예비선거를 실시할 경우, 타 정당 지지자들에 의한 역선택이 우려된다는 지적이 있다. 그러나 이는 논리적으로는 가능하지만 현실적으로는 서로 상대후보들에 대한 역선택이 모두 가능하다는 점과 역선택도 역시 유권자의 뜻이라는 점, 그리고 다수의 유권자가 참여할 경우 역선택의 부정적 효과는 희석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할 때 크게 문제될 것은 없다고 판단된다. 또 후보자들이 자신을 지지하는 유권자를 동원하려고 노력할 것이고 이 과정에서 동원능력이 큰 단체나 개인이 후보자들과 부적절한 합의를 할 우려가 있다는 것이 문제가 될 수 있다(통합진보당의 경기동부연합과 같은 단체가 동원능력이 크다는 점을 생각해 보라!). 그러나 이 문제는 단기적으로는 공직선거법상 처벌이 가능할 것으로 보이며, 장기적으로 민주주의의 성숙도가 높아지면서 문제의 심각성이 완화될 수 있을 것으로 판단된다.
여론조사 문제 있었다
여론조사는 경선후보자의 컷오프나 후보자 결정에 매우 중요한 기준이다. 기초자치단체장의 경우, 당원과 여론조사를 5:5의 비율로 반영하여 경선하는 것이 일반원칙이다. 그러나 후보들이 동의할 경우 100% 여론조사나 국민경선인단을 포함하여 경선을 실시할 수 있었다.
광역단체장의 경우, 20%는 여론조사 결과를 반영하도록 규정되어 있었다. 이에 따라 경선후보자들 간의 지지도가 엇비슷한 지역의 경우, 사실상 통계적 의미가 없는 오차범위 이내의 차이가 경선의 당락을 결정하는 사례가 속출했다. 오차범위 이내의 차이를 근거로 당락을 결정하는 것 자체도 문제지만, 여론조사가 동시다발적으로 전국에 걸쳐 이루어짐에 따라 조사설계상의 문제가 발생하거나 휴대전화의 지역 특정화가 가능한 여론조사기관과 그렇지 못한 기관이 모두 여론조사에 참여함에 따른 신뢰성의 문제도 있었다.
무엇보다 심각한 것은 직접 전화를 걸어 질문하는 조사원들이 조사의 원칙에 충실해야 하는데 다수의 지역에서 후보자의 경력을 잘못 설명하거나 후보자의 이름을 잘못 발음한 경우를 비롯해 사전에 합의된 문구를 그대로 묻지 않는 경우가 다수 발생하였다는 점이다. 또 일부 조사기관들은 정확한 여론조사를 수행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지 못하고 마치 대목처럼 장사에 임했다는 것도 심각한 문제였다.
여론조사를 기반으로 한 경선은 상향식 공천의 원칙에 따라 당원과 민의의 파악이 중요해지면서 더 나은 방식을 찾기 어려웠기 때문에 대거 도입한 것이었다. 여론조사는 공정성을 기하기 위해 2곳 이상의 조사기관을 복수로 선정하여 동일 규모의 표본을 추출하여 조사하고 그 결과에서 모름이나 무응답을 제외한 유효 응답만을 100%로 하여 지지도를 확정하는 방식으로 진행했다.
문제는, 전국적인 여론조사가 가능한 기관이 20여 군데인데, 이들이 여야 모두의 여론조사 수요를 감당하기에는 인력이 턱없이 부족했다, 일부 규모가 큰 기관들의 경우, 지방의 소규모 여론조사기관과 협약을 하고 지역의 조사에 회사명을 대여하거나 자신이 수주해 놓고 지방의 파트너에게 조사를 시키는 경우도 많았다.
조사를 정확하고 객관적으로 수행한다면 문제가 없으나 엄청난 일거리에 밀려 약식으로 조사를 하거나 앞에서 지적한 바와 같이 조사원들에 대한 교육이 미흡하여 조사과정에 문제가 발생한 경우가 많았다는 것은 여론조사의 유용성에 의문을 제기한다.
이번 지방선거의 경우, 복수의 조사기관이 조사를 해야 한다는 규정에도 불구하고 일부 시·도당에서는 단일 조사결과만을 가지고 경선을 완료한 경우가 발생해 문제가 되었다. 현실적으로 여론조사기관을 복수로 선정하려고 해도 할 수 있는 기관이 없는 경우도 있었다. 이 경우 추가적 여론조사를 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이행되지 않아 결국 불공정한 경선이 될 수밖에 없었다.
또 일부 지역에서는 동일한 방식으로 조사를 했음에도 조사기관에 따라 오차범위를 크게 뛰어넘는 상반된 결과가 다수 발생하였고 이에 대한 후보자들의 강력한 이의제기가 있었다. 이 경우에는 당의 여론조사팀(여의도연구원)에 의뢰하여 조사기관과 방식, 과정에 대한 정밀분석을 시도하여 그 결과를 보고 공천위에서 다시 논의하는 방식을 택하였다.
조사방식이나 과정에 문제가 있는 경우, 이를 공천의 유일한 근거로 활용하지 않는 방식으로 가급적 객관성을 유지하려 노력했지만 주민의 여론을 충실하게 반영했는지는 확신하기 어렵다.
종합하면, 여론조사에 의한 경선은 유권자의 선택을 최대한 반영하려는 상향식 공천원칙에 부합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많은 문제를 내포하고 있다. 가장 큰 문제는 통계적으로 후보의 경쟁력에 의미 있는 차이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사실상 유일한 근거로 경선후보가 확정된다는 것이다. 또 짧은 기간에 과도한 조사작업이 몰리면서 조사결과의 신뢰성에도 문제가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 막대한 시간과 비용이 들어 경선후보자들에게 큰 부담이 된다. 큰 비용이 드는데도 그 결과의 신뢰성에 이처럼 많은 의혹이 제기된다면 이 방식은 재고되어야 하지 않을까? 필자는 여론조사가 참고자료로는 사용될 수 있지만 지금처럼 경선의 유일한, 혹은 중요한 근거로 활용되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그렇다면 어떤 대안이 있을까? 앞에서도 제시한 바와 같이 당원과 국민의 의사를 가급적 충실하게 반영하는 방법은 당원투표 50%와 일반 유권자 50%로 하는 개방적 예비선거를 제도화하는 것이 대안이라고 생각된다.
서울시장 경선과정과 후보자 수 결정 논란
지방선거의 꽃은 서울시장 선거일 것이다. 이번 선거의 경우, 박원순 현시장의 지지도가 상대적으로 매우 높은 상황에서 새누리당은 이에 대항할 수 있는 무게 있는 후보자를 공천하기 위해 노력하였다. 공천위의 활동이 시작되기도 전에 황우여 대표나 홍문종 사무총장이 김황식 전 총리를 후보 경선에 끌어들이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인 것은 이미 언론을 통해 많이 보도된 바 있다.
다만 언론은 이를 친박계가 김황식 전 총리를 지지하고 있고, 이것이 청와대의 뜻이라는 식으로 보도를 했는데, 그것이 어디까지 진실인지는 알 수 없다. 다만 친박계의 핵심들이라고 할 수 있는 홍문종, 김재원 의원 등이 마음만 먹으면 김황식 후보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공천위의 결정을 좌우할 수 있는 구조였지만 회의장안에서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았다는 것은 분명히 말할 수 있다.
앞에서도 언급했지만 후보등록 시한을 당초 예정했던 3월 10일에서 15일로 연기한 것에 대해 일부 언론이나 정몽준 후보 측에서 당시 미국에서 귀국하지 않고 있던 김황식 전 총리를 위한 것이라고 주장했었다. 하지만 이것은 사실이 아니다. 이미 설명한 바 있지만 당시는 공천위가 출범한 직후였고 후보등록 시한은 당 기조국에서 6·4 지방선거일을 기준으로 역산하여 산출한 것이었다.
2월 28일, 첫 회의에서 이를 즉시 시·도당에 통보할 것을 결정했으므로 결국 후보등록까지 불과 10일 정도의 여유가 있는 상황이었다. 3차 회의부터 시·도당에서 등록시한이 너무 촉박하니 연기해 달라는 요청이 쇄도했고, 공천위가 이를 수용한 것이 전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를 정치적으로 해석하는 언론이나 후보캠프를 보면서 정치평론을 하는 필자는 웃음이 날 정도였다.
17개 광역단체에서 컷오프가 필요한 지역은 모두 7개였다. 3월 20일(목)에 개최된 제9차 회의에서는 이들 지역에 대해 여론조사를 실시하여 컷오프를 위한 참고자료를 확보할 것을 의결했는데, 일부 후보들로부터 자신을 알릴 수 있는 시간과 기회가 충분하지 않다는 이의제기가 있었다. 그러나 이미 예비후보로 등록하여 상당기간 활동해 온 후보자들은 가급적 빨리 컷오프가 이루어지길 바라고 있었고, 경선일정을 고려할 때 여론조사를 더 이상 미루기도 어려운 실정이었다.
또 충남과 대전 등 일부지역에서는 이미 후보자들의 순회토론회가 이루어지고 있었는데 이를 완료해야 한다는 점과 일부 후보의 요청이 있었다는 점, 그리고 7개 지역을 동시에 여론조사하기에는 적합한 조사기관의 수를 충분히 확보하기 어렵다는 현실적 문제에 따라 충남지역은 주말을 넘겨 그 다음 주 초에 조사하는 것도 검토하도록 했다. 이것은 결과적으로 후보경선에 뒤늦게 뛰어든 정진석 후보에게 유리할 수 있었는데, 홍문표, 이명수 등 다른 후보 측에서 별다른 이의제기가 없었기 때문에 그대로 시행되었다.
이혜훈 후보 컷오프 논란
서울시장 경선과정에서 결정적인 사건은 무엇보다 컷오프 과정을 통해 경선후보를 몇 명으로 결정하느냐에 관한 것이었다. 3월 25일(목)에 열린 제10차 회의에서 논의가 있었다. 서울시장 후보는 총 6명이 등록했는데, 그중 3명은 2% 미만의 지지율을 보이고 있어 컷오프하자는 데 이의가 없었다. 문제는 나머지 3명의 후보 중 정몽준, 김황식 후보의 지지율과 이혜훈 후보의 지지율이 큰 격차를 보이고 있어 이 후보를 경선후보로 포함시킬 것인가에 집중되었다. 당내 여론조사는 물론 언론기관이나 다른 여론조사기관의 조사결과를 모두 검토해도 이혜훈 후보의 지지율은 6% 내외를 보였다.
필자는 이 시점에서 중요한 것은 이혜훈 후보를 포함시키는 것이 새누리당 후보 경선과정에 미칠 영향과 나아가 박원순 시장과의 본선경쟁력에 어떤 구도가 도움이 될 것인가를 결정하는 것이라 생각했다. 그래서 이런 입장에서 공천위에 2명으로 경선을 치르는 것과 3명이 치르는 것의 전략적 손익을 잘 계산해 보아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순간, 공천위원들 간에 약간의 웅성거림이 있었다. 필자는 공천위의 역할은 서울시장 직을 탈환하는데 어떤 방식이 더 도움이 될 것인가를 결정하는 것이라는 것과 현역의원들은 쉽게 이야기하지 못할 것을 알기에 외부위원으로서 이 문제를 검토하자고 제안하는 것이라는 설명을 덧붙였다. 이에 회의장이 잠시 술렁거렸고, 홍문종 위원장이 그러면 3명을 먼저 컷오프하고 나머지 3명에 대하여 정밀 여론조사를 다시 실시한 후 그 결과를 보고 재논의하자고 제안하여 다음 회의로 결정을 미뤘다.
회의 직후부터 여기저기서 전화가 걸려오기 시작했다. 주로 이혜훈 후보가 경선에 포함되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이 후보 본인도 문자와 전화를 통해 과거 경선후보 결정의 예를 강조하면서 자신이 경선후보에 포함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런가 하면 정몽준 후보 측에서는 이 후보를 경선에서 제외하여 친박계의 표를 김황식 후보에게 밀어 주려는 의도라면서 이 후보가 포함되지 않으면 경선이 파행될 것이라는 취지의 경고성 기자회견을 했다. 반면 김황식 후보 측은 마치 경선후보가 2명으로 확정될 예정인 것처럼 각종 인터뷰에서 발언하였다. 이로써 경선후보의 구도가 2인이냐 3인이냐는 언론에 초미의 관심사로 등장하였고, 박심논란은 더욱 가열됐다.
사실 공천위는 경선구도를 논의하는 과정에서 특정 후보에 대한 이익이나 불이익에 대해 검토하거나 논의한 적이 없었다. 경선의 컨벤션 효과 극대화를 통해 본선 경쟁력을 제고하려면 어떤 구도가 더 나을 것인가를 신중하게 검토한 것뿐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각 후보 측에서 과잉반응을 보였고, 그로 인해 황우여 대표와 홍문종 사무총장이 사실상 유감을 표명하는 상황까지 발생했다.
3월 27일(목)에 개최된 제11차 회의에서 서울시장 후보의 경선 컷오프에 대한 공천위의 결정이 이루어졌다. 3명의 예비후보를 대상으로 한 여론조사 결과도 이때 다시 위원들에게 제시되었다. 이 후보에 대한 지지도는 6인 구도에 비해 약간 올랐으나 여전히 10%에 미치지 못하여 이 후보가 경선에 포함되더라도 후보로 결정될 가능성은 거의 없어 보였다. 이미 당내외에서 많은 논의가 있었기 때문에 구체적인 논의를 재론할 필요는 없었다.
홍문종 위원장은 경선구도 문제를 처음 제기한 필자에게 먼저 의견을 물었다. 필자는 경선구도를 어떻게 구성하느냐의 문제는 당 후보의 본선경쟁력 제고에 미치는 영향을 기준으로 결정해야 한다는 본래의 생각엔 변함이 없지만 이 문제를 둘러싸고 당이 내홍이라 불릴 만큼 어려운 상황이 계속되고 있고 양자대결 구도로 확정될 경우, 두 후보가 집단적으로 반발하여 경선 자체가 불투명한 상황이 발생할 것이 우려되는 점을 고려하여 3자 구도로 가야 할 것이라는 입장을 피력했다.
이에 대해 몇몇 위원들이 다시 이의를 제기하려는 모습을 보였지만 홍문종 위원장은 곧바로 그렇다면 3인으로 확정하자고 결론을 내렸다. 당내외에서 그토록 논란이 뜨거웠던 서울시장 경선후보자 수에 대한 결정은 불과 2분 이내로 이렇게 싱겁게 마무리되었다.
서울시장 토론회의 큰소리
오히려 심각한 문제는 3인 구도로 확정된 이후에 벌어졌다. 공천위의 결정이 있기 불과 4시간 전에 김황식 후보는 어느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당 공천위가 결정하는 대로 따르겠다는 의사를 이미 밝혔다. 이는 아마도 양자대결로 결정될 것이라는 참모진의 의견이 있었던 것으로 추정된다. 청와대와 친박계의 지지를 받고 있다는 생각이 참모진의 이러한 의견을 쉽게 수용하게 만들지 않았을까. 그러나 앞에서도 지적한 바와 같이 공천위가 친박계나 청와대의 직접적 영향하에서 의사결정을 했다고 볼 만한 근거는 어디에도 없었다. 특히 외부인사인 내게는 누구도 양자구도를 지지해 달라고 부탁을 한 바가 없었다.
이런 상황에서 3자 구도로 결정되자 이미 보도된 바와 같이 김황식 후보가 이에 반발하여 모든 활동을 중단하고 칩거에 들어갔다. 결국 사흘 만에 다시 경선에 복귀하기는 했지만 이 사건은 김황식 후보가 가진 장점을 살리지 못하고 친박계의 조직적 지원에만 기대고 있다는 비판을 불러일으켜 이후 좀처럼 정몽준 후보를 따라잡지 못하는 결정적 계기가 되고 말았다.
돌이켜 보면, 서울시장에 나선 분이 경선구도에 따라 후보가 될 수 있고 없고가 결정된다면 그처럼 약한 모습이 없을 것이다. 경선구도를 양자구도로 가지고 가지 못한 것에 대한 잘못된 대응이 김황식이라는 좋은 후보를 잃게 만든 계기가 되지 않았나 생각한다.
서울시장 경선과정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것이 후보자들의 TV토론 및 정책토론회였다. 당초 TV토론 4회, 정책토론회 5회를 개최하는 안에 후보들이 합의하였고, 첫 TV토론을 MBC가 키(key) 방송사로서 송출을 맡도록 결정되었다. 필자는 이 토론의 사회를 맡게 되었는데, 이것은 홍문종 위원장의 강력한 권유와 함께 TV토론회의 일정이 매우 긴박하게 결정되어 후보 측이 모두 동의하는 사회자를 섭외할 시간적 여유가 많지 않았다는 점, 그리고 무엇보다 사회자 초청비용이 들지 않는다는 점도 고려된 것으로 생각된다.
첫 TV토론회는 그런대로 무난하게 진행되었으나 토론 중 합의된 사항이 아닌 프린트된 종이를 들고 설명을 한 이혜훈 후보에게 경고를 하라는 PD의 전언이 있었고 이를 그대로 이행한 내게 이 후보 측에서 공개적으로 불만을 제기하는 일이 벌어졌다. 이는 사실 이 후보 측의 오해에서 비롯된 것이었지만 당외인사로서 새누리당을 위해 진행을 맡아 준 사람에 대한 예의가 아니라는 점에서 필자는 기분이 좋지 않았다.
계획된 토론회는 4월 16일 발생한 세월호 참사로 인해 대부분 취소되었고 두 번째이면서 마지막 정책토론회가 5월 9일에 열렸다. 첫 번째 정책토론회를 진행한 이은경 변호사가 후보 측의 이의제기와 소란으로 애를 먹었다는 말을 전해 들었던 터라 필자는 정책토론회의 사회를 맡지 않겠다고 했다. 그러나 홍 위원장의 강력한 요청과 이번엔 진행에 협조해야 한다는 것을 후보 측에 강력히 요청하겠다는 당 기조국의 부탁에 마지못해 사회를 수락했다.
중구 구민회관에서 열린 정책토론회는 대부분 무난하게 진행되었고 진행을 맡은 필자는 생산적 정책토론회를 만들기 위해 각 후보 측이나 패널들, 심지어 방청석에서의 야유에 대해서도 엄중하게 경고했다.
문제는 각 후보 측에서 추천한 패널들의 질문과정에서 발생했다. 질문 중 거의 절반이 김황식 후보에게 집중되어 정책토론회의 형평성이 저해되었다는 판단에 따라 필자는 진행자의 직권으로 김 후보를 제외한 두 후보에게 각 2분의 추가시간을 부여했고 이에 대해 김 후보께 양해를 구했다. 그리고 정책토론회는 성공적으로 막을 내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에 반발한 김황식 후보 측의 이성헌 전 의원을 비롯한 지지자들이 토론회가 끝난 직후 단상으로 몰려와 진행자인 내게 강하게 항의하는 사태가 벌어졌다. 필자는 또다시 당외인사로 진행을 맡아 준 사람에게 최소한의 예의도 저버리는 사람들에게 매우 화가 났고, 이에 큰소리가 오가게 되었다.
이 사태를 통해 필자는 정치권 인사들이나 그들 주변의 지지자들이 전반적으로 예의가 없고, 일반 사회인들과는 비교할 수 없는 종류의 사람들이라는 것을 다시 한 번 깨달았다. 돈 한 푼 받지 않고 자신들의 정당을 위해 진행을 맡아 준 사람에 대해 최소한의 기본적 예의를 갖추지 못하는 사람들이 국회의원을 했으니 이 나라의 정치권이 이 모양 이 꼴이 아니겠는가.
최고위와 공천위, 중앙당과 시·도당 공천위의 관계
공천과정에서 어려움이 있었던 것 중 하나가 당 최고위와 중앙당 공천위 관계, 중앙당과 시・도당 공천위 관계였다. 당헌당규에 의하면 공천과 관련한 사항에 대하여 중앙당 공천위의 의결사항은 최고위가 수용해 확정한다. 최고위가 중앙당 공천위의 결정에 반대할 경우 최고위는 공천위에 재의를 요청할 수 있고, 공천위가 위원 2/3 이상의 찬성으로 재의결할 경우 이를 확정 발표해야 한다.
그러나 이러한 규정은 지켜지지 않았다. 가장 대표적 사례가 앞에서 설명한 여성 우선공천지역과 관련한 의사결정 과정에서 나타났다.
최고위가 당의 최고 의사결정기구라는 점에서 다른 의원들에게는 특별한 문제로 받아들여지지 않았을지 모르지만 외부인사인 필자는 당의 지도부가 당헌당규를 우습게 보는 것 같아 마음이 편치 않았다. 상향식 공천은 최고위부터 실천에 옮겨야 하는데도 최고 의사결정체가 스스로 하향식 의사결정을 당연시하는 것 같아 씁쓸했다.
중앙당과 시·도당 공천위 간의 갈등도 공천과정에서 적지 않은 문제를 발생시켰다. 전술한 바와 같이 새누리당 당헌당규는 중앙당 공천위가 공천 및 경선규칙과 공천위 운영규칙을 제정하여 시·도당에 보내 공천작업을 하도록 하고 있다. 일부 시·도당의 경우, 중앙당 공천위의 결정을 수용하지 않거나 이를 이행하지 않는 사태가 벌어졌다. 당헌당규는 명시적으로 중앙당 공천위가 시·도당 공천위에 대하여 갖는 우월적 기능과 권한에 대한 규정을 갖고 있지 않기 때문이었다. 특히 시·도당 공천위가 중앙당 공천위에 요청을 해야만 중앙당이 개입할 수 있었다. 즉, 시·도당의 결정영역에 대해 권고는 할 수 있지만 중앙당 공천위의 결정을 이행하도록 강제할 수는 없다. 전국적인 통일적 기준을 적용해야 할 컷오프나 경선방식 등에 대하여 많은 잡음과 이의제기가 집중된 것은 이렇게 최종결정권이 시·도당 공천위의 몫으로 남아 있었기 때문이다.
이번 공천에서는 특히 중앙당과 서울시당의 공천위가 상당한 갈등관계를 보였다. 서울시당 공천위는 당초 김성태 시당위원장이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을 위원으로 위촉하여 구성했는데, 시·도당 위원장은 공천관리위원장을 겸할 수 없다는 최고위의 결정에 따라 김종훈 의원(강남구 을)이 위원장을 맡았다.
갈등은 서울시당 공천위가 당초 경선을 위한 컷오프의 기준으로 중앙당 공천위가 제시한 8개의 기준과는 별도로 도덕성을 비롯한 자체 기준을 설정하여 많은 예비후보를 별다른 근거 없이 대거 탈락시키면서 시작되었다. 경선은커녕 서류심사나 면접만으로 탈락된 많은 예비후보들이 서울시당 공천위의 결정을 수용할 수 없다면서 중앙당 공천위에 이의를 제기하였다. 일부 당협위원장들도 서울시당 공천위의 결정에 반발하여 공식 혹은 비공식적으로 중앙당 공천위에 빈번하게 이의를 제기하는 사태가 벌어졌다.
중앙당 공천위는 당초 이의제기 소위원회를 구성하여 1차적으로 검토하여 반드시 공천위 전체회의에서 논의해야 할 것을 선택적으로 상정하도록 하였다(후에는 모든 이의제기를 사실상 전체회의에서 검토하였다). 중앙당 공천위는 심도 있는 논의를 거쳐 경선과정에 대한 제언이나 수정요구 등을 의결하여 서울시당 공천위에 보냈으나 서울시당은 단 한 건도 이를 이행하지 않았다.
이러한 상황에서 중앙당 공천위원들도 서울시당 공천위가 감정적 대응을 하고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서울시당 공천위가 나름대로의 기준을 가지고 객관적 기준에 의해 컷오프를 실시했다고 해도 다른 지역에서는 당연히 경선후보에 포함되어야 할 후보를 다수 컷오프시킨 것을 중앙당 공천위의 입장에서 수용할 수는 없었다. 그럼에도 서울시당 공천위의 결정을 뒤집을 수 있는 권한이 명시적으로 규정되어 있지 않다는 이유로 중앙당 공천위가 자신의 의결사항을 시·도당에서 이행하지 않는 것을 바라보고만 있어야 했다.
이러한 갈등은 또 서울시당 공천위원장인 김종훈 의원과 다른 당협위원장들의 갈등을 포함하고 있었다. 김 위원장은 컷오프 대상자에 대하여 해당 당협위원장들과 모두 사전에 상의했다는 입장인 반면, 문제가 된 지역의 시 또는 구의원 후보를 추천한 당협위원장들은 자신들의 의사를 무시하고 서울시당 공천위가 자의적으로 잘라 냈다는 것이다. 다른 지역들도 이런저런 이의제기와 소명, 갈등이 있었지만 대체로 부분적 의사결정에 관한 것이었으나 서울시당과의 갈등은 이보다 더 심각한 것이었다.
김 위원장이 중앙당 공천위에 자진 출석하여 자신의 입장을 표명했고, 이에 갈등하는 다른 당협위원장도 스스로 소명하는 등 갈등완화를 위한 과정을 거쳤으나 상황이 나아지지는 않았다. 결국 김종훈 위원장이 서울시당 공천위원장을 사퇴하는 상황이 벌어진 것은 상향식 공천원칙에 대한 서로의 입장차이와 함께 당헌당규가 공천 관련 기구들 간의 업무영역과 상호관계, 계층적 구조 등에 대한 구체적 규정을 갖고 있지 않기 때문에 비롯된 것이었다. 향후 당헌당규의 보완이 필요한 부분이다.
절반의 성공으로 평가하는 이유
여야가 지난 대선에서 기초단체의 공천을 폐지하겠다고 공약한 것은 과거 공천과정에서 나타난 당협위원장의 전횡에서 비롯된 것이었다. 새누리당이 대선공약을 파기하면서 제시한 상향식 공천은 이번 지방선거에서 가장 중요한 원칙이었다. 그런데 새누리당 당헌당규는 공천과정에서 당협위원장의 의견을 참고하도록 하고 있는데, 이것의 의미와 당협위원장의 의견을 어느 정도 존중해야 하는지는 사실상 해석의 문제로 남게 되었다. 그러면 이번 공천과정은 어느 정도 상향식 원칙이 적용되었을까?
객관적 기준이나 지표는 없지만 이번 상향식 공천과정은 절반의 성공이라고 보는 것이 타당할 것 같다. 우선 최고위는 항상 공천과정이나 결과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위치에 있었다. 앞에서 제시한 여성 우선공천지역 사례는 물론이고 일부 기초단체의 이의제기와 관련해서도 최고위나 대표최고위원이 자신의 입장을 강력히 피력하곤 하였다. 이 경우 대부분 홍문종 사무총장이 최고위의 의견이나 입장을 전하고 공천위원들의 이해를 구하는 것이 보통이었다.
당협위원장들도 자신의 의견이나 입장이 반영되지 않을 경우, 다양한 채널을 활용하여 공천위를 압박하곤 했다. 일부 중진의원들의 경우에는 더욱 그 영향력이 커지곤 했다. 시·도당 공천위를 활용하여 기 결정된 후보를 이런저런 의혹제기를 통해 끌어내리려는 경우도 있었다.
필자는 의혹만으로 기 결정된 후보를 끌어내리려는 시도에 대해 강력히 제지해 보았고, 또 어떤 경우엔 무기명투표를 통해서 필자의 입장을 관철시키기도 했다. 그러나 중앙당 공천위의 결정도 다시 시·도당 공천위에서 뒤집어지는 경우가 허다했다. 이는 앞에서 설명한 공천위 간의 역할과 기능, 관계에 대한 명확한 규정이 미흡했기 때문에도 발생한 것이지만, 정치적 영향력과 위상이 높은 의원일수록 공천에 미치는 영향은 더욱 크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예외도 있었다. 특정 지역에서 군의원을 지낸 여성후보를 도의원으로 공천하는 과정에서 다선이며 정치적 영향력이 매우 큰 의원의 의사에 반하여 이를 수용하지 않고 도당 공천위가 임무를 마치고 해산해 버린 경우도 있었다. 입장이 난처해진 도당 공천위원장은 곧바로 해외출장을 떠나 버려 공천위 소집 자체가 불가능해지는 상황이 발생한 것이다.
하지만 대부분의 지역에서 적어도 광역단체장은 물론 기초단체장 후보의 결정과정도 상향식 공천의 원칙이 적용되었다고 할 수 있다. 반면 기초의회와 광역의회 의원 후보의 결정은 대체로 당협위원장의 의견을 반영하여 결정하였다고 할 수 있다. 기초 및 광역의원 후보의 결정은 사실상 당협위원장이 추천한 후보자들을 각 시·도당 공천위에서 결격사유 위주로 거른 다음, 경합이 발생할 경우 관련 당협위원장들이 협의하여 경선을 진행하는 방식을 택하였다. 기초의회의 경우, 후보의 기호배정도 당협위원장이 결정했다. 따라서 당협위원장의 결정이나 영향력은 매우 강했다.
이렇게 보면 기초단체 수준은 아직 상향식 공천이 실현되기에는 한계가 있다. 특히 다수의 유권자들이 후보보다는 정당을 기준으로 투표하는 상황에서 당협위원장의 영향력을 배제하기는 거의 불가능한 것으로 보인다. 향후 기초단체의 공천에서 당협위원장의 합리적 의견은 수용하되 불합리한 영향력의 행사를 어떻게 구별하여 선별적으로 배제할 것인지가 강구되어야 한다. 현재의 공천제도는 기초의회와 광역의회 수준에서 나타날 수 있는 당협위원장의 독단을 배제할 수 없다.
너무나 컸던 세월호의 영향
새누리당의 상향식 공천은 기초단체의 공천폐지라는 대선공약을 폐기하면서 대안으로 제시한 원칙이었다. 공천권을 국민에게 돌려드리겠다는 것이었다. 그 첫 번째 사례인 6·4 지방선거에서의 공천은 절반의 성공, 혹은 절반의 실패로 요약될 수 있다. 적어도 광역과 기초단체장 후보의 공천과정에서는 대체로 상향식 공천이 이루어졌거나 적어도 모양은 경선형태를 갖추었다. 물론 상향식 공천의 결과에 불복하거나 수용할 수 없는 일부 중진의원이나 시·도당의 당협위원장들은 끊임없는 의혹제기나 지도부에 대한 압력, 읍소 등을 통해 자신이 지지하는 후보로 교체하려는 시도가 지속되기도 했다.
공천의 전 과정은 세월호 참사가 발생하면서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방향으로 흘러갔다. 4월 16일 사고 직후 모든 정치활동은 사실상 정지되었고, 이에 따라 일부 후보들이 편익을 받거나 손해를 보는 경우가 발생했다. 경기 안산의 경우, 모든 경선이 중지되고, 결국 중앙당 공천위에서 면접을 통해 단체장 후보를 확정하였다. 세월호 참사는 일부 지역에서의 상향식 공천을 원천적으로 불가능하게 만든 것이다. 그 밖에도 후보자들이 자신을 알릴 수 있는 기회가 크게 줄어듦에 따라 인지도가 높은 후보나 현역들이 반사이익을 받았다고 할 수 있다.
많은 시행착오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새누리당의 상향식 공천은 풀뿌리 민주주의를 실현하고 주민 중심의 지방자치를 실현하기 위한 첫 단계로서 어느 정도 합격점을 받았다고 생각한다. 문제는 이러한 상향식 공천이 어떻게 제도화되고 지속되느냐, 그리고 광역 및 기초의회 의원들까지 상향식 공천을 적용할 수 있는 방안은 무엇인가를 고민해야 한다는 점이다. 사실 상향식 공천이 반드시 바람직한 것이냐에 대하여도 이견은 있다. 정당이 자신의 책임하에 공천을 해야지, 반드시 상향식이라야 한다는 법이 있느냐는 것이다. 그러나 새누리당이 상향식 공천을 천명하는 한 향후 실질적인 상향식 공천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당헌당규를 비롯한 많은 제도 및 관행의 개선이 있어야 할 것이다.⊙
공천의 의미와 중요성은 새삼 강조할 필요조차 없다. 그렇다면 공천은 얼마나 민주적이고 객관적으로 이루어져야 하는가? 사실 공천은 정당의 고유권한이기 때문에 어떤 과정을 거쳐 공천을 하는지도 정당의 선택에 달려 있다고 할 수 있다. 다만 공천과정에 문제가 있고 유권자들이 이를 심각하게 받아들일 경우, 선거에서의 승리를 장담할 수 없기 때문에 정당은 공천과정에서 유권자들의 눈치를 살피지 않을 수 없다.
2008년 4월 9일 치러진 17대 총선에서 당시 한나라당의 공천은 친박계 인사들에 대한 ‘공천학살’이라는 평가를 받았고, 서청원 전 대표를 비롯한 공천탈락 인사들이 만든 ‘친박연대’가 총선에서 상당한 성과를 거둔 것은 공천과정의 문제가 선거결과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제6회 전국동시지방선거에 임하는 새누리당은 대선공약이었던 기초단체 공천폐지를 포기하는 부담을 안고 있었다. 대선공약 폐기라는 정치적 부담을 완화하기 위해 새누리당은 국민들에게 공천권을 돌려드리겠다는 ‘상향식 공천’의 원칙을 천명하고 당헌당규를 개정하였다. 이에 따라 공천과정 자체가 과거와는 완전히 달라져야 했다.
실제로 이번 공천과정에서 논란의 여지가 있는 사안이 제기될 때마다 당헌당규를 들여다보고 공천 관련 규정을 검토하고 논의하는 과정을 거쳤는데, 사무처의 간부직 직원이 지금까지 공천과정에서 이렇게 당헌당규를 앞에 놓고 논의한 것은 처음 있는 일이라는 말을 할 정도였다.
그렇다고 이번 공천과정을 100% 상향식이었다고 보기는 어렵다. 우선 당헌당규의 개정이 졸속으로 이루어져 상향식 공천의 원칙과 충돌할 가능성이 있는 여러 조항들이 산재해 있었다. 때때로 당 지도부인 최고위원회가 당헌당규를 무시하는 개입을 했으며, 공천위가 이에 반발하기도 했었다. 당초 합의한 공천원칙에도 불구하고 최고위나 개별 최고위원의 강한 의지나 당협위원장들의 강력한 반발에 부딪혀 상향식 공천을 끝까지 밀어붙이지 못하는 경우도 발생했다. 그런가 하면 컷오프나 경선과정에서 수많은 이의제기가 끊임없이 접수되었는데, 이들 중 상당수는 짧은 공천기간 내에는 진위를 확인할 방법이 없는 의혹제기가 많았고, 상황에 따라서는 공천이 확정된 후보를 끌어내리기 위한 의도가 엿보이는 의혹제기도 많았다.
시·도당 공천위에서 해결되지 못한 문제들을 중앙당 공천위에 위탁하는 요청도 다수 접수되기도 했고, 공천위원장을 비롯한 위원들이 외부의 압력이나 의혹제기 등을 받아 이를 공천위에서 논의하기도 했다. 그런가 하면 공천관리규정(위원회 스스로 결정하여 시·도당 공천위에 내려보낸 규정)을 자의적으로 해석하려는 시도도 있었다.
공천신청자나 컷오프된 당사자, 이해관계가 있는 당협위원장 등은 사전에 허가나 동의를 구하지 않은 상태에서 시도 때도 없이 공천위원회가 열리는 중앙당사에 나타나 출석 소명을 요구하는가 하면 수많은 자료를 배포하기도 했다. 공천위원들에게 다양한 형태로 의견을 개진하거나 지지를 부탁하는 청탁, 자신의 입장을 호소하는 읍소 등이 개별적으로, 혹은 집단적으로 수없이 전달되기도 했다. 공천과정은 문자 그대로 한편의 드라마와 같았다.
초선의원들은 소극적, 외부위원들은 적극 의견개진
필자는 이번 지방선거 공천과정의 기록을 남기기 위해 모든 대화내용 등을 유심히 관찰하고 메모해 두었다. 물론 관찰자인 필자의 주관적 견해가 반영되어 있기 때문에 이번 공천과정이 우리나라 정당의 공천을 대표할 수 있는 사례가 되기는 어렵겠지만 실제 공천과정에 참여한 사람의 입장에서 정리하는 것도 정치사적 의미가 있을 것이라 판단했다.
새누리당 중앙당 공천위는 2014년 2월 28일 오후 2시, 의원회관의 새누리당 사무총장실에서 상견례를 겸한 첫 모임을 가진 이래 5월 13일 오후 9시 새누리당 6층 회의실에서 있었던 제27차 회의를 끝으로 활동을 마감했다. 이 기록은 총 27차에 걸친 중앙당 공천위원회의 활동을 핵심 주제를 중심으로 관찰자의 입장에서 정리한 것이다.
중앙당 공천관리위원회는 총 14명으로 구성되었다. 처음엔 15명으로 구성될 예정이었으나 새누리당 내부 사정으로 1명(안덕수 의원)이 제외되었다. 공천위원은 10명의 의원(홍문종 사무총장, 김재원 전략기획본부장, 김동완, 김세연 제1사무부총장, 류지영 여성위원장, 박인숙, 신동우, 신의진, 윤재옥, 황영철), 원외 당협위원장 1인(김정 중랑구 갑), 새누리당 제2사무부총장(전희재), 그리고 2명의 외부위원(이은경 변호사, 필자)으로 구성되었다. 공천위원의 출신지역이나 직역 대표성을 보면 <표1>과 같다.
외부위원을 제외한 위원 구성을 보면 지역적으로 제주를 제외한 전 지역을 대표할 수 있을 정도로 지역안배가 이루어졌음을 알 수 있고, 성별의 측면에서 보면 5명의 여성위원이 참여하여 약 36%의 비율을 차지하고 있다. 다만 홍문종, 김재원, 김세연, 황영철 의원을 제외하면 모든 당내위원이 초선으로서 당내 유력인사들의 압력이나 부탁을 외면하기 어려울 수 있다는 점과 전략기획본부장, 제 1·2 사무부총장이 모두 위원으로 참여하여 홍문종 사무총장의 영향력이 크게 미칠 수 있는 것이 한계로 작용할 수 있다.
실제로 위원회의 운영과정에서 대다수 초선의원들은 자신과 직접적인 관계가 있는 경우나 사안이 중대하여 개별적 의견을 제시해야 하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논의과정에 참여하기보다는 대체로 조용히 듣고 위원회 결정을 그대로 수용하는 경향을 보였다. 외부위원들은 개인의 판단에 따라 적극 혹은 소극적인 의견을 개진하였고, 상향식 공천의 원칙이 무시될 가능성이 있는 경우에는 더욱 적극적으로 반대의견을 표명함으로써 가급적 국민과의 약속을 지키게 하기 위해 노력했다.
공천위원 풀(pool) 구성 필요
총 27차례에 걸친 공식회의 경험을 바탕으로 공천위원의 구성문제를 평가한다면, 다음과 같은 제언이 가능하다. 우선 공천위원 구성의 기본원칙을 마련하여 가급적 객관적이고 투명하게 공천위원 풀을 구성하고 그중에서 무작위로 추첨하여 결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특정인이나 당 지도부에 의해 일방적으로 추천되고 위원으로 임명되는 것은 이후의 공천작업을 수행하는 과정에서 자신을 위촉해 준 지도부나 정치인의 영향력으로부터 자유롭기 어렵다.
이 문제는 시·도당의 공천관리위원회 구성에서도 나타났는데, 결국 공천관리위원회 위원과 위원장을 누가 맡느냐에 따라 공천결과가 큰 영향을 받게 되었다. 또한 당내외 인사의 구성비율을 7:3 또는 6:4 정도로 하여 공천과정에 당과 지도부의 의견이 반영되도록 하되 객관적으로 국민의 입장과 눈높이에서 검증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아울러 초·재선이나 3선 이상 의원들의 비중을 균형 있게 구성할 필요가 있고, 원외 당협위원장과 당외 인사의 비중도 높이는 것이 논의과정의 중립성과 객관성을 높일 수 있을 것이다.
새누리당은 당헌당규에 따라 광역단체장은 중앙당 공천관리위가, 기초단체장, 광역 및 기초의회 의원은 각 시·도당 공천관리위가 각각 담당하도록 하고 있다. 그러나 공천관리를 위한 지침은 전국적인 통일성을 기하기 위해 중앙당 공천위가 의결하여 이를 시·도당에 하달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에 따라 공천위는 1차 회의부터 상향식 공천제를 확립하기 위한 절차적 문제점이나 과거 공천과정과의 차별화, 그리고 예비후보자들의 자격조건을 포함한 시·도당 공천위에 보낼 지침들을 소개하고 기본적 내용들을 의결하였다.
3월 3일 오후 2시에 개최된 제2차 회의에서는 후보자 자격기준이 과거 공천심사위 시절과 동일하다는 점과 상향식 공천제의 의미를 살릴 수 있는 공천관리지침을 만들라는 최고위 의견을 접수하고 논의하였다. 후보자의 자격기준은 과거 공천심사위 시절과 다르게 설정할 이유가 없다는 점에 동의하였으며, 여성과 장애인, 청년 등 정치적 소수자에 대한 배려기준과 방안에 대한 심도 있는 논의가 이루어졌다.
당협위원장의 영향을 최대한 배제하여 상향식 공천의 의미를 살릴 수 있도록 노력하자고 의결하였으며, 당헌당규를 철저히 준수하되 상향식 공천이 실질적으로 이루어질 수 있도록 일반국민 선거인단의 모집에서 무작위 표출과 의도적 표출(지역의 여론주도층 인사 대상)을 병행하는 방안의 가능성을 검토하도록 기획조정국에 지시하였다.
아울러 시·도당 공천위의 공천과정을 위한 다양한 지침을 만들어 제시해야 하는데, 가급적 전국적 통일성을 기할 필요가 있는 기본원칙을 중심으로 지침을 만들어 지역적 특수성이나 상황을 시·도당에서 적절히 반영할 수 있도록 하자는 데 동의하였다. 공천과정에서 지역의 당협위원장과 협의해야 하는 사항은 당헌당규에 명백히 규정되어 있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모두 삭제하도록 함으로써 공천과정이 당협위원장의 영향력으로부터 자유롭게 이루어질 수 있는 제도적 기반을 마련하기로 하였다.
경선규칙과 공천관리위원회 운영규칙에 대한 세부사항은 3월 4일 오후 9시부터 속개된 3차 회의에서도 계속 논의되었다. 특히 과거 당협위원장이 사실상 지명해 왔던 기초의원이나 광역의원에 대한 공천을 상향식으로 전환하기 위해 필요한 경선규칙과 운영규정의 개선은 스스로가 당협위원장인 공천위원들에게도 직접적 영향을 미치는 것이어서 많은 논란이 있었다. 장시간에 걸친 논의를 통해 지역적 특수성이나 상황을 적절히 반영할 수 있도록 가급적 꼭 필요한 세부규칙만을 규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데 합의하였다.
말 많았던 여성 우선공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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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2월 친박계 김을동 의원은 김성태 서울시당위원장의 독단을 비판하고, 홍문종 당시 사무총장에게 관련 보도자료를 전달했다. |
여성 우선공천지역에 대한 논의는 제3차 회의(3월 4일 오후 9시)부터 본격화했다. 첫 논의부터 과거 지속적으로 여성을 공천했던 송파구의 지역정서가 심상치 않다는 주장이 제기되었다. 송파구는 구청장 2회, 총선 2회 등 지난 4차례에 걸친 선거에서 모두 여성 우선공천지역으로 선정되었는데, 이에 대한 지역주민의 반발이 매우 커서 이번에도 전략 공천을 할 경우 오히려 당선이 어렵다는 주장이었다. 반면, 현 구청장을 비롯해 여성후보가 경쟁력을 갖고 있어 전략 공천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 지역구 의원이며 공천위원인 박인숙 의원의 주장이었다.
문제는 여성 우선공천제도 자체는 당헌당규에 규정되어 있어 반대할 수 없지만 대상 지역을 어디로 할 것이냐를 두고 구체적으로 논의가 시작되면 상황이 180도 달라진다는 점이었다. 거의 모든 위원들이나 당협위원장들이 여성 우선공천은 찬성하지만 그것이 자신들의 지역이라면 극력 반대하는 입장을 보였다. 여성위원장 자격으로 공천위원에 참여한 류지영 의원(비례)은 지난 선거보다 여성 우선공천지역을 늘려 줄 것을 강력히 요구하면서 당헌당규에 정해진 대로 30%는 여성으로 공천하자고 주장하였다. 홍문종, 김재원 의원 들도 30%까지는 몰라도 지난 지방선거보다는 여성공천자의 수가 늘어야 한다는 입장을 견지했다. 원론에 동의하면서도 각론에 들어가면 답이 나오지 않는 답답한 상황이 계속되었다.
여성 우선공천지역은 여성후보를 공천했을 때 당선 가능성이 매우 높아야 한다. 이에 따라 서울의 강남벨트는 지난 수차례의 선거에서 여성공천을 실시해 왔고, 그 과정에서 재선을 추진하는 현 구청장들이 이에 불복하여 무소속으로 출마하는 사례가 빈번했다.
당선 가능성이 높다는 측면에서는 영남지역도 당연히 대상이 되어야 하지만 부산, 대구 등 대도시 지역을 제외하면 공천할 만한 여성인재가 거의 없고 시골정서의 특성상 여성을 공천하면 당선 가능성이 희박하다는 현실적 문제가 있었다. 이에 따라 공천위원회에서도 출신지역에 따른 설왕설래가 반복되는 지루한 논의가 계속되었다.
여성 우선공천에 대한 논의는 이 시기 거의 모든 회의에서 가장 오랫동안 논의된 주제였지만 언제나 장시간에 걸친 토론에도 불구하고 구체적인 합의가 이루어지지 못했다. 남성위원들은 물론이고 심지어는 여성위원들 간에도 견해 차이가 있었다. 일부 여성위원들은 그동안 집중적으로 여성을 전략 공천했던 지역은 이번에 제외해야 한다고 주장한 반면, 다른 위원들은 그 지역들이 당선 가능성이 높으니 반드시 우선공천지역으로 공식 지정하여 여성 정치신인들에게 기회를 주어야 한다고 강력히 주장했다.
이러는 가운데 시간은 속절없이 흘러 후보등록 마감이 가까워지고 있었다. 후보등록이 이루어진 후 여성공천 지역을 선정할 경우, 그 지역에서 공천을 신청한 남성 후보들의 불이익이 예상되는 만큼 가급적 빠른 시간 내에 여성공천지역을 선정할 필요가 있었다. 결국 제6차 회의(3월 12일 오후 9시)에서 서울과 지방을 무차별적으로 오가며 논의한 끝에 서울의 서초, 강남, 용산, 광진, 금천구와 부산의 중구, 사상구, 대구 중구, 인천 계양구 등을 1차적으로 여성공천지역으로 의결하였다. 의결과정에서 홍문종 위원장을 비롯한 지도부 위원들은 전화로 해당 지역의 당협위원장들과 협의하였고 대부분의 지역에서 어렵기는 했지만 일단 당협위원장의 동의를 얻어 낼 수 있었다. 아울러 공천위는 지역별로 기존의 여성 우선공천지역 수보다 최소 한 군데 이상을 늘리기로 의견을 모았다.
최고위가 공천위 결정 뒤집어
공천위의 이 결정은 즉각 보도되었고 공식화되는 듯했다. 그러나 다음 날인 13일에 열린 최고위원회에서 일부 최고위원들의 강력한 반대로 여성 우선공천지역 지정은 무산되었다. 이 과정에서 당초 마지못해 자신의 지역을 여성 우선공천지역으로 지정하는 데 동의했던 당협위원장들도 강력한 반대의사를 다시 표명했다. 이어진 몇 차례의 비공개 최고위를 통해 서울 종로, 서초, 용산구, 부산 중구, 대구 중구, 경기 과천 및 이천 등 7개 지역구를 선정하여 발표했다. 이것은 사실상 명백한 당헌당규 위반이었다. 당헌당규에 따르면 최고위는 공천위의 결정을 심사하여 확정할 수는 있지만 이를 수정하여 의결할 권한은 없다. 공천위의 결정을 추인하지 않을 경우 이에 대한 재의를 공천위에 요구할 수 있고, 재의요구에 대하여 공천위가 2/3 이상의 동의로 확정하면 최고위는 그대로 확정 발표해야 한다. 최고위의 수정의결 결정은 명백한 당헌당규 위반이어서 공천위는 이를 수용할 수 없었다.
그러나 새누리당 공천과정에 대한 잡음이 선거에 미칠 부정적 영향이 크다는 홍문종 위원장과 김재원 부위원장의 설득에 따라 이번에 한해 최고위의 결정을 수용하여 의결하되 이어지는 여성 우선공천지역 선정에서는 공천위의 결정을 관철시키겠다는 약속을 받았다. 그러나 경기 이천, 경북 포항, 부산 사상 등 2차 선정지역에 대하여도 최고위는 공천위의 결정을 수용하지 않고 결정이 계속 미루어지는 사태가 발생하였다. 홍문종, 김재원 공천위 위원장 및 부위원장은 최고위의 반대에 부딪혀 더 이상 여성 우선공천지역 추가결정에 대한 논의가 진전을 보지 못하게 되었고, 최고위는 2차 선정지역을 전면 백지화하고 대신 전국의 모든 선거구에서 출마하는 여성 정치신인에 대하여 자신의 득표에 10%의 가산점을 주기로 하는 새로운 대안을 제시하였다. 이 문제에 대하여 더 이상 논의하는 것은 공천 및 경선일정에 큰 차질이 예상되었기에 공천위는 논란 끝에 3월 27일에 열린 11차 회의에서 최고위가 제시한 현직을 제외한 여성 및 장애인(1~4급) 후보자들에게 자신의 득표수에 10%를 가산하는 대안을 수용하기로 결정하였다.
하지만 현직만 제외하다 보니 전직인 여성정치인도 신인으로 취급되어 가산점을 받게 됨으로써 이에 불만을 가진 지역에서 많은 이의제기가 있었는데, 그 대표적인 지역이 송파구였다. 송파구에서는 현직 박춘희 구청장과 전 구청장인 김영순 후보가 경선에서 맞붙게 되었는데 김영순 후보만 10% 가산점을 받게 된다는 점에서 송파구의 당협위원장 3명이 모두 연명으로 이의를 제기하는 등 어려움을 겪었다. 가까스로 경선을 하게 되었지만 이번엔 경선관리를 맡은 일부 당직자들이 여론조사 결과를 먼저 개봉하여 열람하는 불법행위가 발생하여 경선이 전면 무효화되었고, 결국 경선의 최종 시한이었던 5월 12일에서야 100% 여론조사를 통해 후보가 결정되는 어려움이 있었다.
종합하면, 여성 우선공천지역 제도는 여성 정치신인의 진출을 확대하자는 취지로 도입되었지만 현실적으로 볼 때 당선 가능성이 확실시되는 지역에 집중 배치할 수밖에 없어 소수의 지역을 지속적으로 우선공천지역으로 선정하게 되는 부작용이 있다. 특정 지역에 여성후보만을 공천하는 것이 반복되면서 남성후보자는 물론 지역유권자들의 반발이 거세지고, 실제 선정과정에서 막대한 시간과 노력의 낭비가 발생한다.
여성신인들의 정계진출에 도움이 되는 것은 사실이지만 적어도 기초단체장 등 책임과 기능이 중요한 자리에 대한 후보를 능력이나 경력, 자격보다 성별에 따라 공천한다는 것은 근본적인 문제가 있다. 또 시간이 갈수록 우수한 여성인재들이 배출되고 있어 조만간 여성의 대거 정계진출이 가능할 것으로 보이는 상황에서 특정 지역을 우선공천지역으로 선정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
그보다는 여성 정치신인이 구조적으로 차별을 받고 있는 상황이 계속되는 한 그들의 득표에 20% 정도의 가산점을 주는 방향으로 제도를 개선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으로 보인다. 자신의 득표에 10%를 가산하는 것은 실제로 20%를 득표했을 때 2%를 가산해 주는 정도에 불과하여 가산효과가 적다는 점에서 이를 높이는 것이 필요하다. 다만, 정치신인이라면 남성도 정계진출의 어려움을 겪는 것은 마찬가지라는 점을 고려할 때, 여성을 배려하는 제도는 한시적으로 운영할 필요가 있다.
광역단체장 경선원칙 합의과정
이번 공천과정에서 빼놓을 수 없는 논란 중 하나는 광역단체장 후보 경선원칙을 결정하는 것이었다. 새누리당 당헌과 경선규정은 광역단체장의 경우 대선규정을 준용하도록 되어 있다. 이를 그대로 적용할 경우, 책임당원, 일반당원, 국민경선인단, 여론조사의 비중을 2:3:3:2의 비율로 경선을 치러야 한다. 국민경선인단의 선정은 세대별, 지역별, 성별 안배 등을 모두 고려해야 하므로 여론조사기관에 의뢰하여 선정하는데 많은 시간과 비용이 든다. 이번 선거의 경우, 1명을 선정하는 데 약 5만5000원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되었다. 아무리 비용이 많이 들고 어렵다 해도 경선원칙이 당헌당규에 정해진 이상 이를 그대로 지키는 것이 타당하다.
그러나 일부 지역에서 제기된 문제들로 인해 경선원칙을 그대로 지키는 것이 오히려 민주주의의 기본원칙에 위배되는 상황이 발생했다. 대표적인 곳이 제주와 울산이었다. 이 두 지역은 경선을 예상한 후보자들이 자신의 지지자들을 수개월에 걸쳐 대거 입당시켜 당원투표자를 대량 확보해 둔 곳이었다. 제주의 경우, 우근민 당시 도지사가 2013년 입당하면서 1만7000명에 달하는 지지자들을 수개월에 걸쳐 동반 입당시켰는데, 제주도당 당원의 총수가 불과 6만여 명에 불과한 상황에서 약 1/3에 달하는 당원이 특정 경선후보의 지지자인 셈이어서 당의 경선원칙을 그대로 적용하면 불공정한 경선이 될 수밖에 없었다. 울산도 정도의 차이는 있으나 김두겸 예비후보가 자신의 지지자들을 대거 기획 입당시킴으로써 경선의 공정성이 심하게 우려되는 지역이었다.
공천위는 이 두 지역에 대하여 장시간 논의하였으나 합의에 이르지 못하였다. 결국 3월 12일에 있은 제6차 회의에서 공천위원들이 무기명투표를 거쳐 울산은 원칙을 그대로 적용하고 제주는 100% 여론조사를 통해 경선을 실시하기로 결정하였다.
이렇게 결정한 주요 근거는 경선의 공정성이 민주주의의 기본원칙으로서 경선규정보다 중요하다는 점과 당헌당규에 ‘취약지구’에 대한 규정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취약지구는 본래 호남지역을 예상한 규정이지만 당 중앙상임위 유권해석에 의하면 당 후보가 해당 지역의 국회의석의 30% 미만을 확보한 지역을 취약지구로 분류할 수 있었다. 제주는 지역구 전체에서 새누리당이 전패한 지역으로 호남과 유사한 상황이었으나 울산은 당세가 우세한 지역이었다는 것이 표결결과를 좌우한 것으로 판단된다.
표결결과는 매우 아슬아슬했는데, 제주지역이 특히 그러했다. 당시 원희룡 후보가 여론조사에서 상당히 앞서 가고 있었고 당 지도부가 원 의원을 출마시키기 위해 고심하고 있었다는 점을 고려할 때, 제주지역에 대한 표결결과는 매우 의외였다. 언론에서는 원희룡 의원을 후보로 만들기 위해 의도적으로 100% 여론조사를 실시하기로 했다고 보도했으나 이는 사실과 다르다. 적어도 무기명투표 시에는 당 지도부의 의사가 위원들의 의사결정에 큰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중앙당 공천위가 경선원칙에 대한 논의를 진행하고 있을 때, 예비후보들이 각자 자신의 입장을 강하게 피력하기 시작했다. 제주지사 출마가 예상되는 원희룡 후보는 당시 100% 여론조사 경선을 수용해 주지 않으면 출마하지 않을 수 있다는 기자회견을 하여 공천위를 압박하였다. 김기현 의원도 기획입당의 문제를 제기하면서 공천위가 이를 바로잡아 줄 것을 강력히 요청했다. 후보들의 요청은 짐작하건대 최고위를 통해, 혹은 직접적으로 홍문종 사무총장 겸 공천관리위원장과 김재원 전략기획본부장 겸 공천관리부위원장에게 집중되었을 것이다. 내게도 후보들이 전화를 걸어 와 자신의 입장을 설명하면서 도움을 요청하였는데, 이에 대해 필자는 당이 결정하는 대로 따르는 것이 당원의 도리라는 원칙론만 제시하였다. 또 일부 경선후보들은 자신들에게 불리한 경선원칙이 채택되면 경선에 참여하지 않고 무소속으로 출마할 수 있다는 협박(?)을 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러한 일들이 공천위원들의 투표에 영향을 미쳤다고 보기는 어렵다. 결과적으로, 두 지역에서 경선원칙의 불만을 이유로 무소속으로 출마한 후보는 없었다.
광역단체장에 대한 경선에 대통령 경선의 원칙을 준용한다는 규정은 많은 현실적 문제를 제기했다. 무엇보다 규모와 특성, 현황 등에서 차이가 큰 광역단체들에 동일한 기준을 일률적으로 적용하기 매우 어렵고 광역단체 내 지역안배, 세대안배와 더불어 특히 45세 이하 유권자의 일정 비율을 의무적으로 포함시켜야 하는 국민경선인단 모집규정은 경선과정의 시간과 비용을 크게 증가시킨다. 또 여론조사의 경우, 나중에 다시 설명하는 바와 같이 20여개 업체가 전국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여론조사를 실시하는 과정에서 많은 문제가 발생한다는 점을 고려할 때, 이를 경선의 기준으로 포함시키는 것 또한 많은 문제가 있다. 향후 광역단체장 경선원칙은 당원과 일반국민의 참여를 5:5로 유지하되 비용을 줄이면서도 유권자의 표심을 직접적으로 반영할 수 있도록 일반국민에 대하여는 개방적 예비선거(open primary)로 전환하는 것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개방적 예비선거를 실시할 경우, 타 정당 지지자들에 의한 역선택이 우려된다는 지적이 있다. 그러나 이는 논리적으로는 가능하지만 현실적으로는 서로 상대후보들에 대한 역선택이 모두 가능하다는 점과 역선택도 역시 유권자의 뜻이라는 점, 그리고 다수의 유권자가 참여할 경우 역선택의 부정적 효과는 희석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할 때 크게 문제될 것은 없다고 판단된다. 또 후보자들이 자신을 지지하는 유권자를 동원하려고 노력할 것이고 이 과정에서 동원능력이 큰 단체나 개인이 후보자들과 부적절한 합의를 할 우려가 있다는 것이 문제가 될 수 있다(통합진보당의 경기동부연합과 같은 단체가 동원능력이 크다는 점을 생각해 보라!). 그러나 이 문제는 단기적으로는 공직선거법상 처벌이 가능할 것으로 보이며, 장기적으로 민주주의의 성숙도가 높아지면서 문제의 심각성이 완화될 수 있을 것으로 판단된다.
여론조사 문제 있었다
여론조사는 경선후보자의 컷오프나 후보자 결정에 매우 중요한 기준이다. 기초자치단체장의 경우, 당원과 여론조사를 5:5의 비율로 반영하여 경선하는 것이 일반원칙이다. 그러나 후보들이 동의할 경우 100% 여론조사나 국민경선인단을 포함하여 경선을 실시할 수 있었다.
광역단체장의 경우, 20%는 여론조사 결과를 반영하도록 규정되어 있었다. 이에 따라 경선후보자들 간의 지지도가 엇비슷한 지역의 경우, 사실상 통계적 의미가 없는 오차범위 이내의 차이가 경선의 당락을 결정하는 사례가 속출했다. 오차범위 이내의 차이를 근거로 당락을 결정하는 것 자체도 문제지만, 여론조사가 동시다발적으로 전국에 걸쳐 이루어짐에 따라 조사설계상의 문제가 발생하거나 휴대전화의 지역 특정화가 가능한 여론조사기관과 그렇지 못한 기관이 모두 여론조사에 참여함에 따른 신뢰성의 문제도 있었다.
무엇보다 심각한 것은 직접 전화를 걸어 질문하는 조사원들이 조사의 원칙에 충실해야 하는데 다수의 지역에서 후보자의 경력을 잘못 설명하거나 후보자의 이름을 잘못 발음한 경우를 비롯해 사전에 합의된 문구를 그대로 묻지 않는 경우가 다수 발생하였다는 점이다. 또 일부 조사기관들은 정확한 여론조사를 수행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지 못하고 마치 대목처럼 장사에 임했다는 것도 심각한 문제였다.
여론조사를 기반으로 한 경선은 상향식 공천의 원칙에 따라 당원과 민의의 파악이 중요해지면서 더 나은 방식을 찾기 어려웠기 때문에 대거 도입한 것이었다. 여론조사는 공정성을 기하기 위해 2곳 이상의 조사기관을 복수로 선정하여 동일 규모의 표본을 추출하여 조사하고 그 결과에서 모름이나 무응답을 제외한 유효 응답만을 100%로 하여 지지도를 확정하는 방식으로 진행했다.
문제는, 전국적인 여론조사가 가능한 기관이 20여 군데인데, 이들이 여야 모두의 여론조사 수요를 감당하기에는 인력이 턱없이 부족했다, 일부 규모가 큰 기관들의 경우, 지방의 소규모 여론조사기관과 협약을 하고 지역의 조사에 회사명을 대여하거나 자신이 수주해 놓고 지방의 파트너에게 조사를 시키는 경우도 많았다.
조사를 정확하고 객관적으로 수행한다면 문제가 없으나 엄청난 일거리에 밀려 약식으로 조사를 하거나 앞에서 지적한 바와 같이 조사원들에 대한 교육이 미흡하여 조사과정에 문제가 발생한 경우가 많았다는 것은 여론조사의 유용성에 의문을 제기한다.
이번 지방선거의 경우, 복수의 조사기관이 조사를 해야 한다는 규정에도 불구하고 일부 시·도당에서는 단일 조사결과만을 가지고 경선을 완료한 경우가 발생해 문제가 되었다. 현실적으로 여론조사기관을 복수로 선정하려고 해도 할 수 있는 기관이 없는 경우도 있었다. 이 경우 추가적 여론조사를 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이행되지 않아 결국 불공정한 경선이 될 수밖에 없었다.
또 일부 지역에서는 동일한 방식으로 조사를 했음에도 조사기관에 따라 오차범위를 크게 뛰어넘는 상반된 결과가 다수 발생하였고 이에 대한 후보자들의 강력한 이의제기가 있었다. 이 경우에는 당의 여론조사팀(여의도연구원)에 의뢰하여 조사기관과 방식, 과정에 대한 정밀분석을 시도하여 그 결과를 보고 공천위에서 다시 논의하는 방식을 택하였다.
조사방식이나 과정에 문제가 있는 경우, 이를 공천의 유일한 근거로 활용하지 않는 방식으로 가급적 객관성을 유지하려 노력했지만 주민의 여론을 충실하게 반영했는지는 확신하기 어렵다.
종합하면, 여론조사에 의한 경선은 유권자의 선택을 최대한 반영하려는 상향식 공천원칙에 부합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많은 문제를 내포하고 있다. 가장 큰 문제는 통계적으로 후보의 경쟁력에 의미 있는 차이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사실상 유일한 근거로 경선후보가 확정된다는 것이다. 또 짧은 기간에 과도한 조사작업이 몰리면서 조사결과의 신뢰성에도 문제가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 막대한 시간과 비용이 들어 경선후보자들에게 큰 부담이 된다. 큰 비용이 드는데도 그 결과의 신뢰성에 이처럼 많은 의혹이 제기된다면 이 방식은 재고되어야 하지 않을까? 필자는 여론조사가 참고자료로는 사용될 수 있지만 지금처럼 경선의 유일한, 혹은 중요한 근거로 활용되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그렇다면 어떤 대안이 있을까? 앞에서도 제시한 바와 같이 당원과 국민의 의사를 가급적 충실하게 반영하는 방법은 당원투표 50%와 일반 유권자 50%로 하는 개방적 예비선거를 제도화하는 것이 대안이라고 생각된다.
서울시장 경선과정과 후보자 수 결정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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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4월 새누리당 최고위원회의 회의가 열리는 국회 대표실 앞에서 충남 서산지역 등에서 올라온 지방의회 의원들과 당원들이 공천재심 등을 주장하며 대표면담을 요구했다. |
다만 언론은 이를 친박계가 김황식 전 총리를 지지하고 있고, 이것이 청와대의 뜻이라는 식으로 보도를 했는데, 그것이 어디까지 진실인지는 알 수 없다. 다만 친박계의 핵심들이라고 할 수 있는 홍문종, 김재원 의원 등이 마음만 먹으면 김황식 후보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공천위의 결정을 좌우할 수 있는 구조였지만 회의장안에서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았다는 것은 분명히 말할 수 있다.
앞에서도 언급했지만 후보등록 시한을 당초 예정했던 3월 10일에서 15일로 연기한 것에 대해 일부 언론이나 정몽준 후보 측에서 당시 미국에서 귀국하지 않고 있던 김황식 전 총리를 위한 것이라고 주장했었다. 하지만 이것은 사실이 아니다. 이미 설명한 바 있지만 당시는 공천위가 출범한 직후였고 후보등록 시한은 당 기조국에서 6·4 지방선거일을 기준으로 역산하여 산출한 것이었다.
2월 28일, 첫 회의에서 이를 즉시 시·도당에 통보할 것을 결정했으므로 결국 후보등록까지 불과 10일 정도의 여유가 있는 상황이었다. 3차 회의부터 시·도당에서 등록시한이 너무 촉박하니 연기해 달라는 요청이 쇄도했고, 공천위가 이를 수용한 것이 전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를 정치적으로 해석하는 언론이나 후보캠프를 보면서 정치평론을 하는 필자는 웃음이 날 정도였다.
17개 광역단체에서 컷오프가 필요한 지역은 모두 7개였다. 3월 20일(목)에 개최된 제9차 회의에서는 이들 지역에 대해 여론조사를 실시하여 컷오프를 위한 참고자료를 확보할 것을 의결했는데, 일부 후보들로부터 자신을 알릴 수 있는 시간과 기회가 충분하지 않다는 이의제기가 있었다. 그러나 이미 예비후보로 등록하여 상당기간 활동해 온 후보자들은 가급적 빨리 컷오프가 이루어지길 바라고 있었고, 경선일정을 고려할 때 여론조사를 더 이상 미루기도 어려운 실정이었다.
또 충남과 대전 등 일부지역에서는 이미 후보자들의 순회토론회가 이루어지고 있었는데 이를 완료해야 한다는 점과 일부 후보의 요청이 있었다는 점, 그리고 7개 지역을 동시에 여론조사하기에는 적합한 조사기관의 수를 충분히 확보하기 어렵다는 현실적 문제에 따라 충남지역은 주말을 넘겨 그 다음 주 초에 조사하는 것도 검토하도록 했다. 이것은 결과적으로 후보경선에 뒤늦게 뛰어든 정진석 후보에게 유리할 수 있었는데, 홍문표, 이명수 등 다른 후보 측에서 별다른 이의제기가 없었기 때문에 그대로 시행되었다.
이혜훈 후보 컷오프 논란
서울시장 경선과정에서 결정적인 사건은 무엇보다 컷오프 과정을 통해 경선후보를 몇 명으로 결정하느냐에 관한 것이었다. 3월 25일(목)에 열린 제10차 회의에서 논의가 있었다. 서울시장 후보는 총 6명이 등록했는데, 그중 3명은 2% 미만의 지지율을 보이고 있어 컷오프하자는 데 이의가 없었다. 문제는 나머지 3명의 후보 중 정몽준, 김황식 후보의 지지율과 이혜훈 후보의 지지율이 큰 격차를 보이고 있어 이 후보를 경선후보로 포함시킬 것인가에 집중되었다. 당내 여론조사는 물론 언론기관이나 다른 여론조사기관의 조사결과를 모두 검토해도 이혜훈 후보의 지지율은 6% 내외를 보였다.
필자는 이 시점에서 중요한 것은 이혜훈 후보를 포함시키는 것이 새누리당 후보 경선과정에 미칠 영향과 나아가 박원순 시장과의 본선경쟁력에 어떤 구도가 도움이 될 것인가를 결정하는 것이라 생각했다. 그래서 이런 입장에서 공천위에 2명으로 경선을 치르는 것과 3명이 치르는 것의 전략적 손익을 잘 계산해 보아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순간, 공천위원들 간에 약간의 웅성거림이 있었다. 필자는 공천위의 역할은 서울시장 직을 탈환하는데 어떤 방식이 더 도움이 될 것인가를 결정하는 것이라는 것과 현역의원들은 쉽게 이야기하지 못할 것을 알기에 외부위원으로서 이 문제를 검토하자고 제안하는 것이라는 설명을 덧붙였다. 이에 회의장이 잠시 술렁거렸고, 홍문종 위원장이 그러면 3명을 먼저 컷오프하고 나머지 3명에 대하여 정밀 여론조사를 다시 실시한 후 그 결과를 보고 재논의하자고 제안하여 다음 회의로 결정을 미뤘다.
회의 직후부터 여기저기서 전화가 걸려오기 시작했다. 주로 이혜훈 후보가 경선에 포함되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이 후보 본인도 문자와 전화를 통해 과거 경선후보 결정의 예를 강조하면서 자신이 경선후보에 포함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런가 하면 정몽준 후보 측에서는 이 후보를 경선에서 제외하여 친박계의 표를 김황식 후보에게 밀어 주려는 의도라면서 이 후보가 포함되지 않으면 경선이 파행될 것이라는 취지의 경고성 기자회견을 했다. 반면 김황식 후보 측은 마치 경선후보가 2명으로 확정될 예정인 것처럼 각종 인터뷰에서 발언하였다. 이로써 경선후보의 구도가 2인이냐 3인이냐는 언론에 초미의 관심사로 등장하였고, 박심논란은 더욱 가열됐다.
사실 공천위는 경선구도를 논의하는 과정에서 특정 후보에 대한 이익이나 불이익에 대해 검토하거나 논의한 적이 없었다. 경선의 컨벤션 효과 극대화를 통해 본선 경쟁력을 제고하려면 어떤 구도가 더 나을 것인가를 신중하게 검토한 것뿐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각 후보 측에서 과잉반응을 보였고, 그로 인해 황우여 대표와 홍문종 사무총장이 사실상 유감을 표명하는 상황까지 발생했다.
3월 27일(목)에 개최된 제11차 회의에서 서울시장 후보의 경선 컷오프에 대한 공천위의 결정이 이루어졌다. 3명의 예비후보를 대상으로 한 여론조사 결과도 이때 다시 위원들에게 제시되었다. 이 후보에 대한 지지도는 6인 구도에 비해 약간 올랐으나 여전히 10%에 미치지 못하여 이 후보가 경선에 포함되더라도 후보로 결정될 가능성은 거의 없어 보였다. 이미 당내외에서 많은 논의가 있었기 때문에 구체적인 논의를 재론할 필요는 없었다.
홍문종 위원장은 경선구도 문제를 처음 제기한 필자에게 먼저 의견을 물었다. 필자는 경선구도를 어떻게 구성하느냐의 문제는 당 후보의 본선경쟁력 제고에 미치는 영향을 기준으로 결정해야 한다는 본래의 생각엔 변함이 없지만 이 문제를 둘러싸고 당이 내홍이라 불릴 만큼 어려운 상황이 계속되고 있고 양자대결 구도로 확정될 경우, 두 후보가 집단적으로 반발하여 경선 자체가 불투명한 상황이 발생할 것이 우려되는 점을 고려하여 3자 구도로 가야 할 것이라는 입장을 피력했다.
이에 대해 몇몇 위원들이 다시 이의를 제기하려는 모습을 보였지만 홍문종 위원장은 곧바로 그렇다면 3인으로 확정하자고 결론을 내렸다. 당내외에서 그토록 논란이 뜨거웠던 서울시장 경선후보자 수에 대한 결정은 불과 2분 이내로 이렇게 싱겁게 마무리되었다.
서울시장 토론회의 큰소리
오히려 심각한 문제는 3인 구도로 확정된 이후에 벌어졌다. 공천위의 결정이 있기 불과 4시간 전에 김황식 후보는 어느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당 공천위가 결정하는 대로 따르겠다는 의사를 이미 밝혔다. 이는 아마도 양자대결로 결정될 것이라는 참모진의 의견이 있었던 것으로 추정된다. 청와대와 친박계의 지지를 받고 있다는 생각이 참모진의 이러한 의견을 쉽게 수용하게 만들지 않았을까. 그러나 앞에서도 지적한 바와 같이 공천위가 친박계나 청와대의 직접적 영향하에서 의사결정을 했다고 볼 만한 근거는 어디에도 없었다. 특히 외부인사인 내게는 누구도 양자구도를 지지해 달라고 부탁을 한 바가 없었다.
이런 상황에서 3자 구도로 결정되자 이미 보도된 바와 같이 김황식 후보가 이에 반발하여 모든 활동을 중단하고 칩거에 들어갔다. 결국 사흘 만에 다시 경선에 복귀하기는 했지만 이 사건은 김황식 후보가 가진 장점을 살리지 못하고 친박계의 조직적 지원에만 기대고 있다는 비판을 불러일으켜 이후 좀처럼 정몽준 후보를 따라잡지 못하는 결정적 계기가 되고 말았다.
돌이켜 보면, 서울시장에 나선 분이 경선구도에 따라 후보가 될 수 있고 없고가 결정된다면 그처럼 약한 모습이 없을 것이다. 경선구도를 양자구도로 가지고 가지 못한 것에 대한 잘못된 대응이 김황식이라는 좋은 후보를 잃게 만든 계기가 되지 않았나 생각한다.
서울시장 경선과정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것이 후보자들의 TV토론 및 정책토론회였다. 당초 TV토론 4회, 정책토론회 5회를 개최하는 안에 후보들이 합의하였고, 첫 TV토론을 MBC가 키(key) 방송사로서 송출을 맡도록 결정되었다. 필자는 이 토론의 사회를 맡게 되었는데, 이것은 홍문종 위원장의 강력한 권유와 함께 TV토론회의 일정이 매우 긴박하게 결정되어 후보 측이 모두 동의하는 사회자를 섭외할 시간적 여유가 많지 않았다는 점, 그리고 무엇보다 사회자 초청비용이 들지 않는다는 점도 고려된 것으로 생각된다.
첫 TV토론회는 그런대로 무난하게 진행되었으나 토론 중 합의된 사항이 아닌 프린트된 종이를 들고 설명을 한 이혜훈 후보에게 경고를 하라는 PD의 전언이 있었고 이를 그대로 이행한 내게 이 후보 측에서 공개적으로 불만을 제기하는 일이 벌어졌다. 이는 사실 이 후보 측의 오해에서 비롯된 것이었지만 당외인사로서 새누리당을 위해 진행을 맡아 준 사람에 대한 예의가 아니라는 점에서 필자는 기분이 좋지 않았다.
계획된 토론회는 4월 16일 발생한 세월호 참사로 인해 대부분 취소되었고 두 번째이면서 마지막 정책토론회가 5월 9일에 열렸다. 첫 번째 정책토론회를 진행한 이은경 변호사가 후보 측의 이의제기와 소란으로 애를 먹었다는 말을 전해 들었던 터라 필자는 정책토론회의 사회를 맡지 않겠다고 했다. 그러나 홍 위원장의 강력한 요청과 이번엔 진행에 협조해야 한다는 것을 후보 측에 강력히 요청하겠다는 당 기조국의 부탁에 마지못해 사회를 수락했다.
중구 구민회관에서 열린 정책토론회는 대부분 무난하게 진행되었고 진행을 맡은 필자는 생산적 정책토론회를 만들기 위해 각 후보 측이나 패널들, 심지어 방청석에서의 야유에 대해서도 엄중하게 경고했다.
문제는 각 후보 측에서 추천한 패널들의 질문과정에서 발생했다. 질문 중 거의 절반이 김황식 후보에게 집중되어 정책토론회의 형평성이 저해되었다는 판단에 따라 필자는 진행자의 직권으로 김 후보를 제외한 두 후보에게 각 2분의 추가시간을 부여했고 이에 대해 김 후보께 양해를 구했다. 그리고 정책토론회는 성공적으로 막을 내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에 반발한 김황식 후보 측의 이성헌 전 의원을 비롯한 지지자들이 토론회가 끝난 직후 단상으로 몰려와 진행자인 내게 강하게 항의하는 사태가 벌어졌다. 필자는 또다시 당외인사로 진행을 맡아 준 사람에게 최소한의 예의도 저버리는 사람들에게 매우 화가 났고, 이에 큰소리가 오가게 되었다.
이 사태를 통해 필자는 정치권 인사들이나 그들 주변의 지지자들이 전반적으로 예의가 없고, 일반 사회인들과는 비교할 수 없는 종류의 사람들이라는 것을 다시 한 번 깨달았다. 돈 한 푼 받지 않고 자신들의 정당을 위해 진행을 맡아 준 사람에 대해 최소한의 기본적 예의를 갖추지 못하는 사람들이 국회의원을 했으니 이 나라의 정치권이 이 모양 이 꼴이 아니겠는가.
최고위와 공천위, 중앙당과 시·도당 공천위의 관계
공천과정에서 어려움이 있었던 것 중 하나가 당 최고위와 중앙당 공천위 관계, 중앙당과 시・도당 공천위 관계였다. 당헌당규에 의하면 공천과 관련한 사항에 대하여 중앙당 공천위의 의결사항은 최고위가 수용해 확정한다. 최고위가 중앙당 공천위의 결정에 반대할 경우 최고위는 공천위에 재의를 요청할 수 있고, 공천위가 위원 2/3 이상의 찬성으로 재의결할 경우 이를 확정 발표해야 한다.
그러나 이러한 규정은 지켜지지 않았다. 가장 대표적 사례가 앞에서 설명한 여성 우선공천지역과 관련한 의사결정 과정에서 나타났다.
최고위가 당의 최고 의사결정기구라는 점에서 다른 의원들에게는 특별한 문제로 받아들여지지 않았을지 모르지만 외부인사인 필자는 당의 지도부가 당헌당규를 우습게 보는 것 같아 마음이 편치 않았다. 상향식 공천은 최고위부터 실천에 옮겨야 하는데도 최고 의사결정체가 스스로 하향식 의사결정을 당연시하는 것 같아 씁쓸했다.
중앙당과 시·도당 공천위 간의 갈등도 공천과정에서 적지 않은 문제를 발생시켰다. 전술한 바와 같이 새누리당 당헌당규는 중앙당 공천위가 공천 및 경선규칙과 공천위 운영규칙을 제정하여 시·도당에 보내 공천작업을 하도록 하고 있다. 일부 시·도당의 경우, 중앙당 공천위의 결정을 수용하지 않거나 이를 이행하지 않는 사태가 벌어졌다. 당헌당규는 명시적으로 중앙당 공천위가 시·도당 공천위에 대하여 갖는 우월적 기능과 권한에 대한 규정을 갖고 있지 않기 때문이었다. 특히 시·도당 공천위가 중앙당 공천위에 요청을 해야만 중앙당이 개입할 수 있었다. 즉, 시·도당의 결정영역에 대해 권고는 할 수 있지만 중앙당 공천위의 결정을 이행하도록 강제할 수는 없다. 전국적인 통일적 기준을 적용해야 할 컷오프나 경선방식 등에 대하여 많은 잡음과 이의제기가 집중된 것은 이렇게 최종결정권이 시·도당 공천위의 몫으로 남아 있었기 때문이다.
이번 공천에서는 특히 중앙당과 서울시당의 공천위가 상당한 갈등관계를 보였다. 서울시당 공천위는 당초 김성태 시당위원장이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을 위원으로 위촉하여 구성했는데, 시·도당 위원장은 공천관리위원장을 겸할 수 없다는 최고위의 결정에 따라 김종훈 의원(강남구 을)이 위원장을 맡았다.
갈등은 서울시당 공천위가 당초 경선을 위한 컷오프의 기준으로 중앙당 공천위가 제시한 8개의 기준과는 별도로 도덕성을 비롯한 자체 기준을 설정하여 많은 예비후보를 별다른 근거 없이 대거 탈락시키면서 시작되었다. 경선은커녕 서류심사나 면접만으로 탈락된 많은 예비후보들이 서울시당 공천위의 결정을 수용할 수 없다면서 중앙당 공천위에 이의를 제기하였다. 일부 당협위원장들도 서울시당 공천위의 결정에 반발하여 공식 혹은 비공식적으로 중앙당 공천위에 빈번하게 이의를 제기하는 사태가 벌어졌다.
중앙당 공천위는 당초 이의제기 소위원회를 구성하여 1차적으로 검토하여 반드시 공천위 전체회의에서 논의해야 할 것을 선택적으로 상정하도록 하였다(후에는 모든 이의제기를 사실상 전체회의에서 검토하였다). 중앙당 공천위는 심도 있는 논의를 거쳐 경선과정에 대한 제언이나 수정요구 등을 의결하여 서울시당 공천위에 보냈으나 서울시당은 단 한 건도 이를 이행하지 않았다.
이러한 상황에서 중앙당 공천위원들도 서울시당 공천위가 감정적 대응을 하고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서울시당 공천위가 나름대로의 기준을 가지고 객관적 기준에 의해 컷오프를 실시했다고 해도 다른 지역에서는 당연히 경선후보에 포함되어야 할 후보를 다수 컷오프시킨 것을 중앙당 공천위의 입장에서 수용할 수는 없었다. 그럼에도 서울시당 공천위의 결정을 뒤집을 수 있는 권한이 명시적으로 규정되어 있지 않다는 이유로 중앙당 공천위가 자신의 의결사항을 시·도당에서 이행하지 않는 것을 바라보고만 있어야 했다.
이러한 갈등은 또 서울시당 공천위원장인 김종훈 의원과 다른 당협위원장들의 갈등을 포함하고 있었다. 김 위원장은 컷오프 대상자에 대하여 해당 당협위원장들과 모두 사전에 상의했다는 입장인 반면, 문제가 된 지역의 시 또는 구의원 후보를 추천한 당협위원장들은 자신들의 의사를 무시하고 서울시당 공천위가 자의적으로 잘라 냈다는 것이다. 다른 지역들도 이런저런 이의제기와 소명, 갈등이 있었지만 대체로 부분적 의사결정에 관한 것이었으나 서울시당과의 갈등은 이보다 더 심각한 것이었다.
김 위원장이 중앙당 공천위에 자진 출석하여 자신의 입장을 표명했고, 이에 갈등하는 다른 당협위원장도 스스로 소명하는 등 갈등완화를 위한 과정을 거쳤으나 상황이 나아지지는 않았다. 결국 김종훈 위원장이 서울시당 공천위원장을 사퇴하는 상황이 벌어진 것은 상향식 공천원칙에 대한 서로의 입장차이와 함께 당헌당규가 공천 관련 기구들 간의 업무영역과 상호관계, 계층적 구조 등에 대한 구체적 규정을 갖고 있지 않기 때문에 비롯된 것이었다. 향후 당헌당규의 보완이 필요한 부분이다.
절반의 성공으로 평가하는 이유
여야가 지난 대선에서 기초단체의 공천을 폐지하겠다고 공약한 것은 과거 공천과정에서 나타난 당협위원장의 전횡에서 비롯된 것이었다. 새누리당이 대선공약을 파기하면서 제시한 상향식 공천은 이번 지방선거에서 가장 중요한 원칙이었다. 그런데 새누리당 당헌당규는 공천과정에서 당협위원장의 의견을 참고하도록 하고 있는데, 이것의 의미와 당협위원장의 의견을 어느 정도 존중해야 하는지는 사실상 해석의 문제로 남게 되었다. 그러면 이번 공천과정은 어느 정도 상향식 원칙이 적용되었을까?
객관적 기준이나 지표는 없지만 이번 상향식 공천과정은 절반의 성공이라고 보는 것이 타당할 것 같다. 우선 최고위는 항상 공천과정이나 결과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위치에 있었다. 앞에서 제시한 여성 우선공천지역 사례는 물론이고 일부 기초단체의 이의제기와 관련해서도 최고위나 대표최고위원이 자신의 입장을 강력히 피력하곤 하였다. 이 경우 대부분 홍문종 사무총장이 최고위의 의견이나 입장을 전하고 공천위원들의 이해를 구하는 것이 보통이었다.
당협위원장들도 자신의 의견이나 입장이 반영되지 않을 경우, 다양한 채널을 활용하여 공천위를 압박하곤 했다. 일부 중진의원들의 경우에는 더욱 그 영향력이 커지곤 했다. 시·도당 공천위를 활용하여 기 결정된 후보를 이런저런 의혹제기를 통해 끌어내리려는 경우도 있었다.
필자는 의혹만으로 기 결정된 후보를 끌어내리려는 시도에 대해 강력히 제지해 보았고, 또 어떤 경우엔 무기명투표를 통해서 필자의 입장을 관철시키기도 했다. 그러나 중앙당 공천위의 결정도 다시 시·도당 공천위에서 뒤집어지는 경우가 허다했다. 이는 앞에서 설명한 공천위 간의 역할과 기능, 관계에 대한 명확한 규정이 미흡했기 때문에도 발생한 것이지만, 정치적 영향력과 위상이 높은 의원일수록 공천에 미치는 영향은 더욱 크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예외도 있었다. 특정 지역에서 군의원을 지낸 여성후보를 도의원으로 공천하는 과정에서 다선이며 정치적 영향력이 매우 큰 의원의 의사에 반하여 이를 수용하지 않고 도당 공천위가 임무를 마치고 해산해 버린 경우도 있었다. 입장이 난처해진 도당 공천위원장은 곧바로 해외출장을 떠나 버려 공천위 소집 자체가 불가능해지는 상황이 발생한 것이다.
하지만 대부분의 지역에서 적어도 광역단체장은 물론 기초단체장 후보의 결정과정도 상향식 공천의 원칙이 적용되었다고 할 수 있다. 반면 기초의회와 광역의회 의원 후보의 결정은 대체로 당협위원장의 의견을 반영하여 결정하였다고 할 수 있다. 기초 및 광역의원 후보의 결정은 사실상 당협위원장이 추천한 후보자들을 각 시·도당 공천위에서 결격사유 위주로 거른 다음, 경합이 발생할 경우 관련 당협위원장들이 협의하여 경선을 진행하는 방식을 택하였다. 기초의회의 경우, 후보의 기호배정도 당협위원장이 결정했다. 따라서 당협위원장의 결정이나 영향력은 매우 강했다.
이렇게 보면 기초단체 수준은 아직 상향식 공천이 실현되기에는 한계가 있다. 특히 다수의 유권자들이 후보보다는 정당을 기준으로 투표하는 상황에서 당협위원장의 영향력을 배제하기는 거의 불가능한 것으로 보인다. 향후 기초단체의 공천에서 당협위원장의 합리적 의견은 수용하되 불합리한 영향력의 행사를 어떻게 구별하여 선별적으로 배제할 것인지가 강구되어야 한다. 현재의 공천제도는 기초의회와 광역의회 수준에서 나타날 수 있는 당협위원장의 독단을 배제할 수 없다.
너무나 컸던 세월호의 영향
새누리당의 상향식 공천은 기초단체의 공천폐지라는 대선공약을 폐기하면서 대안으로 제시한 원칙이었다. 공천권을 국민에게 돌려드리겠다는 것이었다. 그 첫 번째 사례인 6·4 지방선거에서의 공천은 절반의 성공, 혹은 절반의 실패로 요약될 수 있다. 적어도 광역과 기초단체장 후보의 공천과정에서는 대체로 상향식 공천이 이루어졌거나 적어도 모양은 경선형태를 갖추었다. 물론 상향식 공천의 결과에 불복하거나 수용할 수 없는 일부 중진의원이나 시·도당의 당협위원장들은 끊임없는 의혹제기나 지도부에 대한 압력, 읍소 등을 통해 자신이 지지하는 후보로 교체하려는 시도가 지속되기도 했다.
공천의 전 과정은 세월호 참사가 발생하면서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방향으로 흘러갔다. 4월 16일 사고 직후 모든 정치활동은 사실상 정지되었고, 이에 따라 일부 후보들이 편익을 받거나 손해를 보는 경우가 발생했다. 경기 안산의 경우, 모든 경선이 중지되고, 결국 중앙당 공천위에서 면접을 통해 단체장 후보를 확정하였다. 세월호 참사는 일부 지역에서의 상향식 공천을 원천적으로 불가능하게 만든 것이다. 그 밖에도 후보자들이 자신을 알릴 수 있는 기회가 크게 줄어듦에 따라 인지도가 높은 후보나 현역들이 반사이익을 받았다고 할 수 있다.
많은 시행착오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새누리당의 상향식 공천은 풀뿌리 민주주의를 실현하고 주민 중심의 지방자치를 실현하기 위한 첫 단계로서 어느 정도 합격점을 받았다고 생각한다. 문제는 이러한 상향식 공천이 어떻게 제도화되고 지속되느냐, 그리고 광역 및 기초의회 의원들까지 상향식 공천을 적용할 수 있는 방안은 무엇인가를 고민해야 한다는 점이다. 사실 상향식 공천이 반드시 바람직한 것이냐에 대하여도 이견은 있다. 정당이 자신의 책임하에 공천을 해야지, 반드시 상향식이라야 한다는 법이 있느냐는 것이다. 그러나 새누리당이 상향식 공천을 천명하는 한 향후 실질적인 상향식 공천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당헌당규를 비롯한 많은 제도 및 관행의 개선이 있어야 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