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추적] 박근혜·노무현 정부 낙하산 인사 비율 분석해 보니 : 월간조선

“전문성 없는 인사들을 낙하산으로 보내는 것은 국민께도 큰 부담이 되고, 다음 정부에도 부담되는 일입니다. 잘못된 일이라 생각합니다.”

박근혜(朴槿惠) 대통령은 대통령 당선 직후인 2012년 12월 25일, 이명박 정부의 낙하산 인사를 비판하며 이같이 말했다. “인사 원칙의 첫 번째 기준은 전문성”이라고 밝힌 박 대통령의 이야기를 접한 많은 대선 공신(功臣)들은 좌절했다. 하지만 ‘원칙’을 목숨처럼 중요시한다는 박 대통령도 역대 대통령과 마찬가지로 낙하산 인사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공공기관을 일종의 ‘보상처’로 활용하는 권력의 악습에서 벗어나지 못한 것이다.

박근혜 정부의 낙하산 인사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는 지난 2월 20일 최고조에 달했다. 이날 기획재정부(기재부)는 청와대에 새해 업무보고를 하면서 “공공기관의 임원 자격 요건을 강화해 낙하산 인사를 방지하겠다”고 했다. 낙하산 인사를 막기 위해 공공기관운영위원회 산하에 ‘임원자격기준 소위원회’를 만들어 임원의 자격 요건을 마련하겠다는 복안이었다. “호주(오스트레일리아)나 그리스 등은 5년 이상 관련 업무경력 등 계량화한 임원 자격 기준을 보유하고 있다”며 해외 사례도 보고했다. 그런데 하필 이날 청와대는 이상권(李商權) 전 새누리당 의원을 한국전기안전공사 사장으로 임명했다. 그는 18대 대선 때 박근혜 후보의 인천총괄본부장을 맡았던 인물이다. 결론적으로, 낙하산 인사 방지 방안 보고를 받은 날 낙하산을 내려 보낸 셈이다.

민주당의 親朴인명사전 발간

민주당이 발표한 〈공공기관 친박 인명사전〉.

이날 이후 민주당은 “낙하산 인사 원천적으로 봉쇄해야 한다”며 공기업 및 준정부기관의 기관장과 이사, 감사 후보자를 추천할 때 대통령령으로 정한 임원 추천 기준에 따르도록 하는 ‘공공기관의 운영에 관한 법률’(이하, 공운법) 일부개정법률안(민주당 전순옥)을 내놨다.

같은 당 우윤근(禹潤根) 의원은 공기업·준정부기관의 기관장 및 임원, 감사 등의 임명과 관련, ‘정치적 보상’에 따른 인사를 하지 못하도록 하는 내용의 ‘공공기관의 운영에 관한 법’ 개정안을 준비 중이다. 우 의원 측 관계자는 “개정안에 공기업·준정부기관의 기관장 및 임원 감사 임명과 관련, 5년 이상의 전문적 지식과 업무 경험을 요구토록 명문화할 것”이라고 했다.

급기야 민주당 민병두(閔丙梪) 의원은 3월 11일 박근혜 대통령과 가까운 정치권 인사들의 신상과 전·현(前·現) 직책 등을 담은 <친박(親朴) 인명사전>을 발간하기도 했다.

A4용지 35쪽 분량의 소책자 형태로 발간된 사전에는 민 의원이 ‘친박근혜 인사’로 지명한 인사들의 이름이 한 페이지당 대여섯 명씩 가나다순으로 나열돼 있으며 학력과 주요 경력 등 이력이 간략히 소개돼 있다.

민 의원은 머리말에서 “기관장, 감사, 이사에 머물렀던 ‘낙하산 인사’가 사외이사로까지 범주를 넓혀 전방위적으로 이뤄지고 있어 문제”라며 “그동안 드러나지 않은 친박 인사들의 규모와 실체가 <친박 인명사전> 2집, 3집을 통해 밝혀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 새누리당 전략기획팀 핵심 관계자는 “‘친박’과 ‘낙하산 인사’의 기준이 모호한 상황에서 자의적 판단과 분류에 따라 이런 책자를 발간하는 것은 개인의 사생활 침해는 물론, 무리한 정치 공세가 될 수 있다”며 “무슨 근거로 이런 책자를 발간한 건지 모르겠다”고 했다.

분명히 박근혜 정부의 낙하산 인사 실태는 문제가 있다. 유력 언론사는 물론, 김광두(金廣斗) 국가미래연구원장조차 낙하산 인사를 지적(2014년 3월 3일 한국일보 인터뷰)했다. 김 원장은 박 대통령의 ‘경제 과외교사’로 불리는 인물이다. 그가 이끄는 국가미래연구원은 박근혜 정부의 싱크탱크 격이다.

하지만 민주당이 인명사전을 만들면서까지 낙하산 인사를 지적하는 것은 선뜻 이해가 되지 않는 부분이 있다. 민주당의 전신인 열린우리당 의원들은 10년 전 노무현 정부 때만 해도 “낙하산 인사도 왕왕 필요하다”고 주장해 왔기 때문이다. ‘남이 하면 불륜, 내가 하면 로맨스’라는 것과 별반 다를 게 없다는 이야기다.

실제 지난 2005년 10월 7일 재정경제위원회의 소비자보호원 국정감사에서 김철 전 한누리투자증권 고문이 8월 소비자보호원(소보원) 부원장에 임명된 데 대해 야당 의원들이 낙하산 인사가 아니냐고 추궁하자 유시민(柳時敏) 열린우리당 의원은 “모든 낙하산이 나쁜 건 아니다”라고 했다. 그는 특히 한나라당(현 새누리당) 의원들을 향해 “(정권을) 놓치신 지 8년이 지나서 가물가물하신 모양이다. 이렇게 공격해 놓고 나중에 어떻게 하려고 그러느냐”고 했고, ‘낙하산 인사’라고 비판한 심상정 의원(현 정의당 원내대표)에게도 “심 의원, 정권 한번 잡아 보세요”라는 농을 던지기도 했다.

인명사전 발간을 주도한 민병두 의원도 노무현 대통령이 주도적으로 창당한 열린우리당 비례대표로 17대 국회에 첫발을 들여놨다.

박근혜 정부 77% 낙하산 또는 회전문 인사

박근혜 대통령 인사 발언.

《월간조선》은 과거 노무현 정부와 현 박근혜 정부의 낙하산 인사 실태를 객관적으로 분석해 보기로 했다. “우리 때보다 지금이 훨씬 심하다”며 <친박 인명사전>까지 발간하는 민주당 측의 언행(言行)을 검증하기 위해서다.

우선 박근혜 정부의 낙하산 실태부터 파악했다. 내부인사와 유관기관 출신을 제외하고는 낙하산과 회전문 인사로 봤다. 이는 《경향신문》 등이 박근혜 정부 낙하산 인사 실태를 검증하면서 적용한 기준이다.

현재(2월 23일) 공공기관 경영정보 공개시스템 ‘알리오’에 공시된 295개 공공기관장을 전수(全數)조사한 결과 박근혜 정부에서 임명된 공공기관장은 121명(41.0%)이었다. 이 중 기관 내부인사는 18명(14.9%), 유관기관 출신은 9명(7.4%)이었다.

대선 캠프 정권 인수위 등에 참여했거나 집권당 공천에서 탈락했거나 공천을 받고도 낙선한 사람, 대통령 등 권력 실세(實勢)와 관련이 있는데 공공기관장(이사장, 사장, 원장 등)으로 발탁된 인사는 총 44명(36%)이었다. 대통령 등 권력 실세와 관련이 있는 인물은 기준이 애매한 만큼 언론 보도와 민병두 의원이 발간한 <친박 인명사전>에 적시(摘示)한 인물을 참고했다.

우선 박근혜 새누리당 대통령 후보 대선 캠프였던 국민행복추진위원회에서 활동하다가 공공기관장으로 발탁된 인물부터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고학찬 예술의전당 사장(국민행복추진위원회 ‘문화가 있는 삶 추진단’ 자문위원) ▲정현욱 명동·정동극장 극장장(문화가 있는 삶 추진단) ▲박계배 한국공연예술센터 이사장(문화가 있는 삶 추진단) ▲곽병선 한국장학재단 이사장(행복교육추진단장) ▲옥동석 한국조세연구원장(정부개혁추진단장) ▲이상무 한국농어촌공사 사장(행복한 농어촌 추진단장)

▲유현석 한국국제교류재단 이사장(외교통일 분야 위원) ▲정창수 인천국제공항공사 사장(지역발전추진단 추진위원) ▲손양훈 에너지경제연구원장(지속가능국가추진단 추진위원) ▲김한욱 제주국제자유도시개발센터(JDC) 이사장(제주특별자치도 국민통합행복추진위원회 상임위원장) ▲이배용 한국학중앙연구원장(중앙선거대책위원회 의장) ▲안홍철 한국투자공사 사장( 직능총괄본부 특별직능단장) ▲김영목 한국국제협력단 이사장(외교 통일특보) ▲현명관 한국마사회장(정책위원) ▲최경수 한국거래소 이사장(국민행복추진위원회 경제민주화 추진단)

▲최연혜 한국철도공사 사장(국민행복추진위원회 대전지역 추진위원) ▲김한욱 제주국제자유도시개발센터 이사장(제주특별자치도 국민통합행복추진위원장).

이 중 고학찬 사장, 옥동석 원장, 손양훈 원장, 현명관 회장은 박 대통령의 싱크탱크인 국가미래연구원 출신이기도 하다. 이들 중 옥 원장과 손 원장은 박 대통령 당선 후에는 18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도 참여해 국정기획조정분과 인수위원과 경제 2분과 전문위원을 각각 맡았다.

곽병선 이사장도 18대 대통령직인수위 교육과학분과 간사를 역임했다. 전성훈 통일연구원장은 인수위 외교국방통일분과에서 전문위원을 지냈다.

남다른 인연의 소유자

고학찬 예술의전당 사장, 허영 축산물품질평가원 원장, 김옥이 한국보훈복지의료공단 이사장, 김학송 한국도로공사 사장, 손범규 정부법무공단 이사장, 손양훈 에너지경제연구원 원장, 옥동석 한국조세재정연구원 원장, 이상권 한국전기안전공사 사장, 최광 국민연금공단 이사장, 현명관 한국마사회 회장(사진 왼쪽부터).

대통령 직속 자문기구인 국민경제자문회의 출신 몇몇도 공공기관장으로 임명됐다. 김경환 국토연구원 원장과 유길상 한국고용정보원장이 주인공이다. 두 사람은 지금도 국민경제자문회의 민생경제분과에서 함께 활동 중이다. 참여연대 공동대표를 역임한 박상증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이사장과 조규형 한국 재외동포재단 이사장, 송강영 체육인재육성재단 이사장은 대선 당시 박 대통령 지지 선언을 했다.

친박(친박근혜)계 정치인이 공공기관의 수장을 맡은 경우도 꽤 많았다. 우선 김학송 한국도로공사 사장은 16~18대 내리 3선을 한 유력 정치인이다. 김병호 한국언론진흥재단 이사장은 16·17대에 배지를 단 재선 의원으로 지난 대선 때 중앙선거대책위원회 공보단장을 맡았다.

손범규 정부법무공단 이사장, 박보환 국립공원관리공단 이사장, 박영아 한국과학기술평가원장, 정옥임 북한이탈주민지원재단 이사장, 김옥이 한국보훈복지의료공단 이사장, 김선동 한국청소년활동진흥원 이사장, 김성회 지역난방공사 사장, 원희목 한국보건복지정보개발원장, 이상권 한국전기안전공사 사장은 18대 국회의원 출신이다.

새누리당의 전신인 한나라당 부대변인 출신의 허영 축산물품질평가원장은 지난 총선 때 경남 창원시 마산갑 지역에서 출마를 선언했고, 2007년 대선 당시 비선 라인에서 박 대통령을 자문한 것으로 알려진 최광 국민연금공단 이사장은 이듬해 총선 때 부산 사하갑 지역에 공천을 신청해 국회 진입을 노렸다. 김석기 한국공항공사 사장은 19대 총선 새누리당 예비후보였다. 김원덕 한국건설관리공사 사장도 새누리당 부대변인 출신이다.

박 대통령과 박 대통령 동생 박지만 EG 회장과 남다른 인연을 가진 공공기관장도 있다. 김준경 한국개발연구원(KDI) 원장은 박정희 전 대통령의 최장수 비서실장을 지낸 김정렴 박정희대통령기념사업회 회장의 아들이다. 김규한 한국지질자원연구원장의 경우 박 대통령이 이사장을 맡았던 정수장학회 출신들로 구성된 ‘상청회’에서 감사를 역임했다. 이재영 한국토지주택공사 사장은 박 회장의 고등학교 선배이고, 강시우 창업진흥원 원장은 박 회장의 육사(37기) 동기다.

노무현 대선 캠프 및 인수위 출신의 공공기관장은?

노무현 정부의 공공기관장 인사도 박근혜 정부와 똑같은 기준을 적용해 분석해 봤다.

2007년 제정된 ‘공공기관 운영에 관한 법률’(공운법)에 따라 공기업의 규모와 명칭이 자주 바뀌어 온 만큼 혼란을 줄이고 객관적 분석이 가능하도록 현재 존재하는 공기업 중 노무현 정부 때도 존재한 공기업 227개를 분석 대상으로 삼았다. 공운법이 정한 기준에 따르면 올해 우리나라 공기업은 모두 304곳이다. 이 공기업들은 다시 공운법의 분류에 따라 ▲시장형·준시장형 공기업(30곳) ▲준정부기관(87곳) ▲기타 공공기관(187곳) 등 크게 세 가지로 나뉜다.

정부 사업을 대행하는 공기업 가운데 전체 수입에서 차지하는 자체 사업 수입의 비중이 절반을 넘으면 시장형·준시장형 공기업으로 분류되고, 절반에 못 미치면 준정부기관으로 지정된다. 시장형·준시장형 공기업엔 LH공사·석유공사·한국전력·가스공사·철도공사 등 일상생활과 관련한 사업을 벌이는 대형 공기업이 다수 포함돼 있다. 준정부기관엔 국민연금관리공단·근로복지공단 등 민관이 조성한 기금을 관리하는 곳이나 정부 기능을 위탁받아 집행하는 기관이 포진해 있다. 노무현 정부 때(2004년 기준) 전체 공기업은 268개였다.

노무현 대통령이 취임 이후 임명한 227개 공기업 기관장의 이력을 전수조사해 보니 내부인사는 17명(7%), 유관기관 출신은 15명(6%)인 것으로 집계됐다.

대선 캠프 정권 인수위 등에 참여했거나 집권당 공천에서 탈락했거나 공천을 받고도 낙선한 사람, 대통령 등 권력 실세와 관련이 있는데 공공기관장으로 발탁된 인사는 총 93명(40%)이었다. 나머지는 관료 출신이었다.

이는 노 대통령이 대통령직에 오르고 나서 처음으로 임명한 공공기관장만 분석한 결과다. 그러니까 처음에는 유관기간 전문가나 내부 승진자를 앉혔다가, 두 번째 임명 때 측근을 발탁했을 경우는 포함하지 않았다는 이야기다. 이 경우까지 합쳤다면 총수는 92명을 훌쩍 넘는다. 하지만 박근혜 대통령의 임기가 4년이나 남은 만큼 객관성을 위해 공평하게 기준을 선정했다.

우선 92명 중 14명은 새천년민주당 노무현 대선 후보 캠프 출신이었다. 그들의 면면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권인혁 한국국제교류재단 이사장(노무현 대통령후보 외교특보) ▲김영완 한국전자통신연구원장(노무현 대통령후보 대전·충남지역 조직특보) ▲유재흥 한국표준과학연구원장(노무현 대통령 추대위 충북본부 고문) ▲한이헌 기술보증기금 이사장(노무현 후보 캠프) ▲박판영 사립학교교직원연금공단 이사장(노무현 대통령후보 자문교수단) ▲박재호 국민체육진흥공단 이사장(노무현 대통령후보 부산선대위 부본부장) ▲유건 한국관광공사 사장(노무현 대통령후보 정책특보) ▲이주헌 정보통신정책연구원 원장(노무현 대통령 후보 IT 정책특보) ▲강재홍 한국 교통개발연구원 원장 (노무현 대통령후보 특위부위원장) ▲이치범 한국환경자원공사 사장 (노무현 대통령후보 특보) ▲김지현 별정우체국연합회 이사장(노무현 대통령후보 종교문화특보) ▲김철 뉴서울컨트리클럽 사장(노무현 대통령후보 기획특보) ▲김학민 한국사학진흥재단 이사장(노무현 대통령후보 용인시을 선거대책본부 본부장) ▲손주석 환경관리공단 이사장(노무현 대통령 후보 선대위 국민참여운동본부 행정지원실장).

16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출신(5명)들도 공기업 수장 자리를 꿰찬 것으로 나타났다.

정순균 한국방송광고진흥공사 사장(제16대 대통령직인수위 대변인), 최수만 한국방송통신전파진흥원 원장(제16대 대통령직인수위 경제2분과), 송인회 한국전기안전공사 사장(제16대 대통령직인수위 정무분과 자문위원), 최용선 한국조세재정연구원 원장(제16대 대통령직인수위 경제1분과 재정·조세자문위원), 최익수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 원장(제16대 대통령직인수위 자문위원)이 그 주인공이다.

낙선자와 당직자 출신 40명

권인혁 전 한국국제교류재단 이사장, 김정길 전 대한체육회 회장, 박양수 전 대한광업진흥공사 사장, 유건 전 한국관광공사 사장, 유대운 전 한국승강기안전관리원장, 이주헌 전 정보통신정책연구원장, 이해성 전 한국조폐공사 사장, 정순균 전 한국방송광고공사 사장, 한이헌 전 기술보증기금 이사장, 허진호 전 대한법률구조공단 이사장(사진 왼쪽부터).

집권당 공천에서 탈락했거나 공천을 받고도 낙선한 사람과 당직자 출신 다수(42명)도 공기업 기관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윤덕홍 한국학중앙연구원 원장(제17대 총선 열린우리당 소속으로 대구 수성을 출마 낙선), 허진호 대한법률구조공단(17대 총선 열린우리당 소속으로 부산 수영구 출마 낙선), 김정길 대한체육회(제17대 총선 열린우리당 소속으로 부산 영도구 출마 낙선), 이헌만 한국가스안전공사(17대 총선 열린우리당 소속으로 부산 사하갑 출마 낙선), 김용문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원장(17대 총선 열린우리당 소속으로 경남 밀양·창녕 출마 낙선), 정보통신수출 진흥센터 김선배 원장(17대 총선 열린우리당 소속으로 서울 서초을 출마 낙선), 이철 한국철도공사 사장(민주당 원내총무), 김하경 한국보훈복지의료공단 이사장(열린우리당 비례대표 후보), 송인회 한국전력기술 사장(열린우리당 정책위원회 부의장), 이정환 한국해양수산개발원장(열린우리당 중앙위원), 박양수 대한광업진흥공사 사장(열린우리당 선거대책위 조직위원장), 김기영 88관광개발 사장(열린우리당 정무위원회 부위원장), 이해성 한국조폐공사 이사장(열린우리당 부산시지부 지부장), 박양수 한국광물자원공사 사장(열린우리당 조직총괄단장), 김진 한국토지주택공사 사장(새천년민주당 21세기국정자문위원회 자문위원), 방용석 근로복지공단 이사장(2000년 민주당 원내부총무단), 이재용 국민건강보험공단 이사장(열린우리당 대구시지부 지부장), 이경호 한국보건산업진흥원장(열린우리당 정책위원회 보건복지 수석전문위원), 나도선 한국과학창의재단 이사장(열린우리당 과학기술정보화특위 위원장), 유대운 한국승강기안전관리원장(2002년 민주당 서울시의원) 등이 대표적이다. 유대운 원장의 경우 노무현 정부 탄생에 기여한 사람 중 공기업 임원 등으로 진출한 인사들의 친목 모임인 청맥회의 회장을 맡기도 했다.

노무현 대통령 자문위원회, 金大中 정부 인사 다수

대통령 자문위원회에서 활동하는 인사 10명도 공공기관장으로 임명됐다. 조희금 한국건강가정진흥원장은 노무현 대통령자문 정책기획위 사회여성분과위원회 위원 출신이고, 강수기 한국식품연구원 원장은 노무현 대통령자문 교육혁신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했다.

양명승 한국원자력연구원 원장, 박동욱 한국전기연구원 원장은 각각 노무현 대통령자문 국가에너지위원회 위원, 노무현 대통령직속 동북아시아대위원회 에너지환경전문위원회 위원을 역임했다. 이재희 인천국제공항공사 사장과 김호식 국민연금공단 이사장은 각각 노무현 대통령자문 물류정책추진기획단 단장, 노무현 대통령자문 정책기획위원회 국가발전전략분과 산업노동팀 위원으로 활약했다.

통일연구원장에는 노무현 대통령자문 정책기획위원 출신의 박영규씨가,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 원장에는 노무현 대통령자문 국가지속발전위원이었던 정회성씨가 올랐다.

이 밖에 김창엽 건강보험심사평가원장(노무현 대통령 복지분야 학자 자문 그룹), 변재관 한국노인인력개발원장(노무현 대통령자문 고령화 및 미래사회위원회 인구경제팀·인구생활팀 팀장)이 대통령 자문위원회 이력을 가진 공공기관장이었다. 노무현 정부가 김대중 정부를 계승한 정부인 만큼 김대중 정부의 인사(9명)도 공공기관장으로 내려왔다.

김기만 김대중 정부 춘추관장은 게임물등급위원회 위원장으로, 2001~ 2003년 대통령비서실 환경비서관을 역임했던 박대문씨는 수도권매립지관리공사 사장으로 발탁됐다.

이외에도 ▲장성자 한국양성평등교육진흥원장(김대중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정무분과 전문위원) ▲강윤모 제주국제자유도시개발센터 이사장 (김대중 정부 건설교통부 차관) ▲안종운 한국농어촌공사 사장(청와대 대통령비서실 건설교통 비서관) ▲이경태 대외경제정책연구원장(김대중 대통령자문 정책기획위원회 제2분과과장) ▲강재홍 한국교통연구원장(김대중 대통령직인수위 건설교통부담당 전문위원) ▲최준영 한국기술교육대학교 총장(청와대 대통령비서실 경제수석실 산업통상비서관) ▲김용달 한국산업인력공단 이사장(김대중 대통령직인수위) ▲박종화 한국국제보건의료재단 이사장(김대중 대통령 통일고문)이 노무현 정부에서 공공기관장을 지낸 김대중 정부 인사들이다.

대통령 등 권력 實勢와 관련 있는 인사

당시 공기업 사장 중에는 노 전 대통령 및 그의 측근과 남다른 인연을 가진 인사들도 14명 있었다. 노 대통령이 해양수산부 장관 시절, 같이 근무를 했거나, 노 대통령의 고등학교(부산상고) 선·후배 사이도 관련이 있는 것으로 분류했다. 반론이 있을 수 있지만, 박근혜 정부의 공공기관장을 분석할 때도 박지만 회장의 고등학교 선배와 육사 동기 등도 측근으로 분류했기 때문이다. 민주당 민병두 의원도 이들을 〈친박 인명사전〉에 포함했다.

국립공원관리공단 이사장으로 임명된 김재규씨는 영화 《변호인》으로 유명한 부림(釜林)사건 관련자다. 노 대통령이 이 사건의 변론을 맡으면서 인연을 쌓았다.

한국언론재단 이사장에 오른 정남기씨는 노무현 정부 당시 문화부 장관이었던 정동채씨와 가까운 사이였다고 한다. 당시 언론보도에 따르면 정 이사장과 정 장관은 합동통신에서 함께 재직하다 80년 ‘언론통폐합’ 때 해직된 경험을 갖고 있어, 정 장관과의 인연이 발탁의 배경으로 보인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정귀래 사장은 노 대통령의 측근인 정대철 전 의원의 사돈이었다. 정 전 의원은 노 대통령 후보 선대위원장이었다.

당시 한나라당(현 새누리당) 김재원(金在原) 의원은 농수산물유통공사 국정감사에서 낙하산 인사 의혹을 제기했다. 고형일 한국교육개발원장은 노무현 정부 때 산업자원부 장관을 역임한 정세균(丁世均) 민주당 의원과, 송관호 한국인터넷진흥원장은 정동영(鄭東泳) 전 의원과 가까운 사이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밖에 황두열 한국석유공사 사장은 노 대통령의 부산상고 선배였으며, 서정호 인천항만공사 사장은 해수부 공무원 시절, 해수부 장관이었던 노 대통령의 신임을 받았던 인물이다.

노무현 정부의 낙하산 회전문 인사 비율은 87%

노무현 대통령이 2005년 3월 24일 저녁 청와대로 국회 및 여야 지도자를 초청해 가진 만찬에서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와 건배하고 있다.

결론적으로 종합하면, 《경향신문》 등이 박근혜 정부 낙하산 인사 실태를 검증하면서 적용한 기준(내부승진 14.9%, 유관기관 출신 7.4%를 제외한 인사는 낙하산 인사로 간주)을 대입하면 박근혜 정부의 낙하산 및 회전문 인사 비율은 77.7%다.

조사결과 노무현 정부의 내부승진 비율은 7%(17명), 유관기관 출신 비율은 6%(15명)였으므로 낙하산 및 회전문 인사 비율은 87%였다.

“관료 출신을 무조건 낙하산으로 볼 수 없다”는 지적을 받아들여 낙하산 인사의 기준을 대선 캠프 정권 인수위 등에 참여했거나, 집권당 공천에서 탈락했거나 공천을 받고도 낙선한 사람, 대통령 등 권력 실세와 관련이 있는 인물로만 축소해도 결과는 비슷했다.

박근혜 정부의 경우 121명 중 소위 말하는 측근 인사는 44명으로 전체의 36%를 차지한 반면 노무현 정부의 경우는 227명 중 93명(40%)이 노 대통령과 관련이 있는 인물이었다.

거의 동일한 잣대로 평가했을 때 “우리 때보다 박근혜 정부가 훨씬 심하다”는 민주당 측 주장은 사실과 달랐다.

민주당에서는 “공기업 상임감사, 상임이사 현황까지 들여다보면 상황이 다를 수 있다”고 반박할 수 있다. 그러나 지난 2006년 4월 당시 한나라당 공공부문 개혁특위 위원이었던 박재완 전 기획재정부 장관이 분석한 결과 총 111명의 공기업 상임감사가 열린우리당 출마자이거나 노무현 대통령 후보 특보, 대선 당시 선거대책위원, 대통령직 인수위원, 청와대 및 여당 출신이거나 관료 출신이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상임감사는 해당 기관의 제2인자로서 경영진을 견제할 수 있는 막강한 권한을 지니고 있다. 보수는 기관장보다 많지만 실제로는 ‘별로 할 일 없는 보직’이다. 낙하산으로 볼 수 있는 상임이사는 총 44명이었다.

낙하산 인사 근절이 과연 합당한 것인가

낙하산 인사 논란은 역대 정부에서도 끊이지 않았다. 과거 정부는 온갖 낙하산 방지책을 내놓았지만 늘 수포로 돌아갔다. 낙하산 인사로 인한 폐해는 크다. 일부 공기업의 경우 천문학적인 빚더미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한 에너지 전문가는 “전문성 없는 기관장이나 사외이사가 제대로 된 역할이나 목소리를 내지 못한 채 단순 ‘거수기’로 전락한 결과, 8000억원이 넘는 손실을 초래한 한국석유공사의 캐나다 자원개발 업체 하베스트 인수와 같은 투자 실패 사례가 빚어졌다”고 지적했다.

조직 운영에 어려움을 겪는 경우도 적지 않다. MB 정권 때 공공기관에서 일했던 한 인사는 “임기 2년이 보장된다고 해도 할 수 있는 일이 그렇게 많지 않다”며 “공공기관 내부에서도 ‘어차피 나갈 사람’이라고 여기는 분위기가 강하기 때문에 가급적 일을 벌이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민병두 의원이 <친박 인명사전>을 공개한 다음 날인 지난 3월 11일 새누리당은 노무현 정부 낙하산 인사 명단을 공개했다. 양쪽 자료를 살펴보면, 명확한 근거 없이 낙하산 인사 숫자만을 늘리려 했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민주당이 공기업 임원으로 발탁된 인물 중 114명이 친박계라고 하니, 새누리당이 “너희가 더 심했다”며 노무현 정부 낙하산 인사 149명 명단을 공개하는 식이다.

지금은 “우리가 더 나았다”면서 유치한 싸움을 할 때가 아니다. 박근혜 정부도 낙하산 논란에서 벗어나지 못한 지금이야말로 여·야 정치권은 정말 머리를 맞대고 근절책을 함께 만들어 가야 한다. 민영화(民營化)가 궁극적 대책이지만 당장 실현되긴 어렵다. 때문에 우선 전문성이나 경영 능력이 없으면 원천적으로 임명될 수 없도록 까다로운 요건을 마련해야 한다.

새누리당 3선 의원은 “낙하산 인사의 출구로 악용되는 공직자 윤리법 제17조도 보완할 필요가 있다”며 “민간의 유능한 인재들이 자유 경쟁을 통해 공기업에 진입해 실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공공기관 운영 시스템을 제대로 바꾸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같은 당 김기현(金起炫) 의원은 “정치인이 가면 무조건 낙하산인가. 낙하산 개념이 어디까지인지 잘 모르겠다”며 “선후배 등으로 연결된 내부승진자가 경영하면 개혁이 잘되겠냐. 개혁을 하려면 눈 딱 감고 (외부인사가 냉정하게) 하는 게 더 나을 수도 있다. 낙하산이든 아니든 무조건 성과를 가지고 평가해야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