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진단] ‘安哲秀 현상’ 주역들이 본 安哲秀新黨 : 월간조선

안철수 의원의 새정치신당이 2월 17일 창당발기인대회를 하면서 본격 시동을 걸었다. 하지만 개업소식과 별개로 이미 정치권 주변에는 ‘안철수 현상’에 관여했거나 뛰어들었다가 지금은 안 의원과 소원해진 이들이 제법 있다. 개중에는 화병 난 이들도 있다.

한때는 ‘청춘 콘서트’팀(법륜·윤여준·김종인·박경철 등)이 ‘안철수 쪽 관계자’로 가끔 등장했지만, 요즘엔 거의 언론에 등장하지 않는다. 기획된 거리 두기 느낌도 들지만 일부는 결별했다는 얘기도 들린다. 윤여준(尹汝寯) 전 환경부 장관은 안 의원과 소원해졌다가 다시 합류한 케이스.

몇 해 전만 해도 언론에 등장한 안철수 ‘측근’ 혹은 ‘관계자’는 박경철(안동 신세계연합의원 원장)씨인 경우가 많았다. 그도 지금은 거의 밖으로 얼굴을 내밀지 않는다. 박 원장과 동향(同鄕)인 중앙지 한 정치부 기자는 “그냥 안부 전화만 주고받는 것으로 알고 있다. 더는 측근이 아닌 것 같다”고 했지만, 속사정을 알 수 없다. 이 기자는 또 “지난 안 의원의 대선 캠프(진심캠프) 시절, 금태섭·강인철 변호사 등과의 갈등으로 멀어졌다는 얘기도 있다”고 전했다. 분명한 점은 양쪽이 무언가 말 못할 사정이 있다는 것이다.

최장집(고려대), 김호기(연세대), 김민전(경희대), 김근식(경남대) 같은 학자들도 ‘안철수 키워드’로 자주 거론되는 인물이다. 그중 최장집(崔章集) 교수는 이미 안철수 싱크탱크(정책네트워크 내일)에서 보따리를 쌌고, 나머지도 정치 행보를 평생 같이할 동지라기보다 필요에 의해 초빙된 과외선생에 가까워 보인다. 혹자는 그들을 ‘멘토’라고 부를지 모르겠다.(안 의원은 과거 “내게는 김제동, 김여진씨를 비롯해 300여 명의 멘토가 있다”고 말한 바 있다.)

‘안철수 멘토’ 하면 김종인(金鍾仁) 전 의원이 떠오른다. ‘청춘 콘서트’ 게스트로 참여하다 안 의원과 자주 만나면서 언론이 그를 ‘안철수 멘토’로 부르기 시작했다. 하지만 김 전 의원은 기자에게 “누가 나더러 (안철수) 멘토라고 하는데 멘토라고 생각해 본 적 없다”고 했다. “(안철수 신당과) 나하고는 아무 관계가 없다”고 덧붙였다.

―그래도 한때는 정치적 조언도 했잖아요.

“허허, 우리 정당사를 보면 그 나름 뿌리를 내려온 정당이 두 개밖에 없다고. 새누리당하고 민주당하고. 나머지 정당들은 이렇게 저렇게 다 흡수돼 버렸어요. 독자적으로 살아남은 정당이 없습니다. 그런 정치상황에 대한 인식을 철저히 해야 하는데….”

―좀 더 구체적으로….

“시류에 적당히 편승하면 정당이 될 것도 같지만, 당이 그렇게 쉽게 되지 않는다고….”

―당도 만들어지기 전에 벌써 야권연대가 나와요.

“하하하.”

그는 이런 말을 덧붙였다.

“세계 정당사를 봐도 대개 판단할 수 있잖아요. 정당이라는 게 그렇게 금방 만들어지는 게 아니라고.”

한때 멘토였던 그는 안철수 신당을 부정적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정치도 사람이 한다

안철수 의원과 ‘시골의사’ 박경철. 한때 가깝던 두 사람의 관계가 소원해졌다는 얘기가 들린다. 지난 2011년 9월 2일 서울 서대문구청에서 ‘청춘 콘서트’ 행사를 시작하기 전 기자들에 둘러싸인 안철수와 박경철.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의 주변에는 ‘친노(親盧)’라고 불리는 강골 측근들이 있었다. 이광재(李光宰)·안희정(安熙正)·이강철(李康哲)씨 등이 대표적인 노무현의 동지다. 안철수 의원에겐 동지라는 말이 무척 낯설다. 그의 지근에 윤여준·김효석·박호군·윤장현·이계안 등 새정치추진위 5명의 공동위원장이 있지만, 스킨십이나 친밀도를 따질 때 ‘친노의 노무현’과 비교할 수 없다. 그렇다 보니 신세진 사람이 적어 측근비리 소지가 없는 긍정적인 면이 있을지는 모른다.

문제는 사람 볼 줄 아는 안목(眼目) 내지 판단기준이 무엇이냐는 것이다. 안목은 좌·우파의 이분법과 상관없는 말이다. 그러나 안철수 현상에 동참했다가 이런저런 이유로 떠난 이들을 좀 더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헤어짐이 불가피했다 해도 “안철수도 외면했던 안철수 현상의 주역들”(신명식 전 《내일신문》 편집국장)은 여전히 ‘철수 생각’을 하며 정치판을 들여다보고 있다.

사람 보는 눈이 안 의원에게 부족한 것은 아닌지, 아니면 그의 됨됨이에 실망해서 떠난 것인지 알 수 없다. 정치는 철학과 노선만으로 되지 않는다. 정치도 사람이 한다.

기자는 지난 대선을 앞두고 안철수 캠프와 인연을 맸었던 이들을 만나보았다. 이들은 나름 안철수 현상의 주역이었다. 첨예한 좌우 진영논리에 실망해 안철수라는 제3 섹터를 발견한 자들이었다. 물론 ‘권력의 끈’이 필요해 찾아간 이도 있었을 것이다.

기자가 만나본 몇몇 인사는 “안철수 때문”, 혹은 “안철수에 무임승차한 주변 ‘고위인사’들 때문에 등을 돌렸다”고 했다. 그들 마음에는 여전히 안철수 당에 대한 기대와 걱정, 분노가 섞여 있었다. 아직도 가슴 속에 상처가 남아서인지, 아니면 야권발(發) 정계개편의 핵(核)인 안 의원을 의식해서인지 툭 까놓고 얘기하지 못했다. 실명공개도 꺼렸다. 개중에는 이런저런 매체를 빌려 야멸차게 안 의원의 뒤통수를 친 이도 있고, 여당 최고위원의 언론특보가 된 이도 있었다.

“할 말이 없습니다”

조용경(趙庸耿) 전 포스코엔지니어링 대표는 지난 대선 당시 안철수 캠프의 국민소통자문단장으로 2개월을 함께 안 의원과 지냈다. 그는 안 의원이 당시 민주당 문재인(文在寅) 후보와 ‘문-안 연대’를 선언하자 2012년 12월 7일 성명을 내놓고 캠프를 떠났다. “안철수가 3~4차례 정도 단일화하지 않겠다는 확약을 했었다. 안철수 현상이 던지는 메시지는 ‘정치판을 바꿔라’는 것이지 어느 한쪽에 힘을 몰아주는 게 아니다”는 것이 이유였다.

1년여가 지난 지금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까. 안철수 신당에 대해선 어떤 느낌을 갖고 있을까.

“안철수 정치 얘기라면 인터뷰 안 하겠습니다. 할 말이 없습니다.”

그에게 안철수 당 얘기를 꺼내자 목소리가 달라졌다.

―안 의원이 신당을 만든다고 합니다. 과거 인연도 있으니 덕담이라도….

“덕담도, 악담도 할 얘기가 없습니다. 할 말이 없습니다.”

거듭 물었으나 답변을 들을 수 없었다. 그는 “현재 미얀마 전략산업과 관련한 일을 자문하고 있다. 해외에서 보내는 시간이 많아졌다”며 근황을 전했다.

다만, 그의 지인을 통해 당시 그의 ‘불덩이’ 같은 마음을 들을 수 있었다.

“다시 한 번 가슴 속에서 뜨거운 불덩이가 치미는 기분을 느낍니다. 그간 안철수의 눈을 가리고, 그 민초들에게 엄청난 상처를 주었던 안 캠프 일부 고위인사들의 오만함을 사과하고, 그들의 손을 (안철수 쪽으로) 이끌었던 장본인으로서 송구함과 자괴함을 금할 수 없습니다.”

신명식(申明湜) 전 《내일신문》 편집국장은 언론사에 입사하기 전 노동운동을 한 인물이다. 안철수 캠프에서 주로 직능단체 쪽 일을 하며 안철수 현상 ‘전파’에 힘을 실었다고 한다. 후보 단일화에 반발, 조용경 전 대표가 캠프를 떠났을 때도, 그는 끝까지 남아 문재인 후보의 대선 운동을 도왔다. “대선 이후 전북 김제로 내려가 배 농사를 짓고 있다”고 했다. “앞으로 누구 밑에 들어가 당원으로 정치할 생각은 없다”는 말도 했다.

“호남은 전략적 선택을 한다”

안철수의 멘토들. 2012년 10월 31일 서울 종로구 천도교 중앙대교당에서 열린 한 토론회에 법륜 스님(오른쪽부터)과 김종인 전 의원, 윤여준 전 의원, 최상용 전 주일대사가 나란히 앉아 있다.

“안철수 현상은 안철수가 만든 게 아니라 국민이 만든 겁니다. 국민 지지를 자기 힘으로 만들었다고 생각하는 순간, 안 의원은 위태로워집니다. 국민은 ‘큰 바위 얼굴’을 갈망하고 있지만, 큰 바위 얼굴이 될지 안 될지는 안철수가 만드는 것이 아니라 국민이 만드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지금 신당을 만드는 과정도 그렇고, 국민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도록 경계해야 합니다.”

그는 이런 주장도 폈다. “안철수 현상의 대중적 진원지이자 민주당의 공고한 기반은 호남이다. 수많은 자생조직이 (호남에서) 생겼다. CS 코리아, 철수처럼, 철수산악회, 철수정책개발연구원, 광주전남 CS 코리아가 분화한 혁신포럼과 혁신연대 등 수천에서 수만 명이 가입한 각종 자생조직들이었다. 안철수 캠프의 ‘고위인사’들은 이들을 철저히 외면했다. 구태(舊態)라며 배격하고 제 발로 찾아온 사람을 문전박대하며 ‘우리와 관계없는 사람’이라고 외쳤다”는 것이다.

그는 “안 캠프 내 대중운동을 경험해 보지 못한 비례대표 국회의원 출신, 변호사들, 왜소한 시민운동 출신자들이 안철수를 둘러싼 채 이들을 철저히 배격했다. 하지만 지금도 호남에서 안철수 현상은 유효하다”고 했다.

―창당이 목전에 있습니다.

“영남에서 뭔가, 당선까지는 아니더라도, 의미 있는 가능성을 보여주면 호남은 따라온다고 봅니다. 호남은 전략적 선택을 하니까요. 호남에는 안 와도 좋고 영남에서 결판을 내면, (호남이) 덤으로 따라갑니다. 민주당도 어쩌지 못하는 영남에서 안철수 신당이 승부수를 던져야 합니다. 그런데 김부겸(金富謙)·김영춘(金榮春) 같은 분들도 안 되니 답답한 거죠.”

문제는 안철수 신당에 대한 영남의 반응이 미지근하다는 것이었다.

“그러니까 딜레마인데요, 본인은 진보도 보수도 아닌 제3지대를 지향한다고 하는데, 영남 사람 입장에선 절실하게 느껴지지 않는다는 거예요.”

영남 사람들이 볼 때 진정성이 없다고 느껴서일까?

그는 “진정성이라기보다는, 결국엔 안 되는 것은 당사자 책임인데 오랫동안 구축된 이미지가 있다. 저 사람은 문재인과 후보 단일화를 했던 사람이고, 영남 사람 입장에선 그런 이미지를 깰 수 있는 무언가를 보여주지도 못했고…”라고 말을 흐렸다.

―최장집 교수가 떠난 것을 두고 말들이 많아요.

“학자는 소신만 말하지 정치적 관계는 고려하지 않잖아요. 최 교수의 소신을 두고 (안 의원 쪽에서) ‘현실정치와 접목시키려 고민하고 있다’고 말하면 되는데, 그걸 ‘우리와 입장이 다르다’고 해버리면 최 교수만 바보가 되죠. 그런데 요즘 윤장현씨가 처신을 잘한다는 얘기가 들려요. 위쪽 아래쪽 서로 충돌하지 않게끔 지혜롭게 처신하고 있다는 겁니다. 이런 사람들이 안 의원 주변에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윤장현(尹壯鉉)씨는 한국YMCA 전국연맹 이사장과 5·18 기념재단 창립이사 등을 역임했다.

‘安哲秀, 남의 둥지에 알 낳기?’

2014년 2월 11일 서울 동작구 여성플라자에서 열린 한 토론회에 참석한 새정치추진위 공동위원장들. 왼쪽부터 윤여준, 안철수, 박호군, 윤장현, 이계안 위원장.

안철수 캠프 시절, 자생적으로 생겨난 안철수 지지모임을 문전박대했다는 주장을 두고는 이견이 있다. 안 의원을 지지하는 순수 모임도 있었지만 다른 정치인의 외곽조직이었다가 방향을 튼, 다소 ‘불순’해 보이는 단체도 있었다는 것이다. 당시 캠프에 참여했던 한 자원봉사자를 만났다.

“그 당시 안철수 후보를 지지한다는 모임이 하루가 다르게 늘어났어요. 정확한 수는 몰라도 전국적으로 150여 개를 넘었다는 겁니다. 스스로 배지를 만들고 산행도 가고, 모임도 갖고, 통제를 안 하면 훗날 구설에 오를 수 있겠다 싶었을 정도라고 알고 있어요.”

그래서 정체를 모르는 ‘꺼림칙한’ 단체는 아예 캠프 민원실 방문조차 막았다고 한다. 이 과정에서 캠프 내부 인사 간 갈등이 불거졌다.

어렵게 연락이 닿은 한 인사는 안철수 캠프에서 국민소통 파트를 맡았었다고 자신을 소개했다. ‘문-안 연대’ 이후 그는 정치 현업에서 물러나 개인사업을 하고 있다고 했다. “당분간 정치할 생각이 없다. 실명을 공개하면 사업에 지장이 된다”며 익명을 요구했다. 그는 당시 캠프 분위기를 이렇게 설명했다.

“당시 캠프는 안 의원보다는 민주당 출신의 노련한 정치인에 의해 꾸려지고, 운영되며, 결판이 난 캠프였다고 생각합니다. 그 사람의 생각 속에는 처음부터 국민을 위한 새 정치 열망이 없었고, 민주당 후보와의 단일화를 통해 승리하면 그만큼 자신의 이익이 커질 것이라는 식으로 캠프를 운영했다고 봐요.”

또 “대선 3자 구도에 자신이 없었던 탓에 단일화라는 대의명분을 요구하면서, 한편으론 대선 패배 시, 그 책임을 단일화에 응하지 않은 문재인 후보에게 전가해 기록으로 남기고 싶었을 것”이라고 했다.

지난 대선 당시 민주당 주변의 냉소적인 여론 중 하나는 ‘안철수, 남의 둥지에 알 낳기? 대통령 먹고, 민주당 먹고’였다. 그는 “안철수 의원이 캠프 회의에서 ‘열흘 뒤 단일화 논의를 시작하겠다’고 언급했는데 그의 말이 나오자 언론과 민주당에 정보가 흘러들어갔다. 예상보다 빨리 단일화 논의가 툭 삐져나온 것도 내부 ‘정보 누수’ 때문이다. 민주당 편향 인사들이 처음부터 안철수의 중도사퇴를 염두에 두고 움직인 게 아니냐”고 의심했다.

그는 이런 말도 했다.

“캠프 내 민주당 출신 인사들에게 당적 정리를 여러 차례 권유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어요. 이들은 ‘후보가 단일화될 테니 당적을 정리할 필요가 없다’고 주장했어요. 당적 정리 논란은 그해(2012년) 10월 초의 일인데 이때는 후보가 단일화의 ‘단’자도 꺼내지 않았던 시기입니다.”

그는 “캠프가 외연을 확대하지 못한 채 단일화 경쟁에서 패한 것은 민주당의 ‘조직’ 때문이다”며 “캠프를 장악한 민주당계 인사들이 외부인사의 캠프 진입 자체를 막았다. 철수산악회, 철수처럼 등 노사모와 같은 자발적 조직조차 구태정치로 몰아붙였다”고 했다.

당시 안철수 캠프 내에서는 민주당을 의식하는 그룹과, 독자 세력화(대중조직)를 주장하는 그룹이 격하게 충돌했다. 그러나 무게중심은 친민주당 분위기로 기울었다. 내부 소통은 꽉 막혀 있었다.

사조직에 대한 캠프 내 반대기류 탓에 부득이 ‘전국적 자원봉사 조직’(우리 민들레)을 만든 것도 그런 까닭이었다. 이후 안철수 현상의 불씨가 다시 이는 듯했다. 그러나 오래가지 못했다. 캠프와 상의도 없이 안 의원이 중도사퇴, 대선 불출마를 선언했기 때문이다.

“처음 소신이 무엇인지 다시 한 번 생각하라”

안철수 대선캠프에 참여했던 조용경(당시 국민소통자문단장)씨와 국민소통자문위원들이 2012년 12월 7일 기자회견을 갖고 “문재인 후보와의 연대에 동참할 수 없다”는 뜻을 밝히고 있다.

곽재원(郭在源) 한양대 석좌교수도 안철수 캠프에 잠시 가담한 적이 있다. 그러나 오래가지 못했다. 이념 성향이 자신과 맞지 않은 문재인 후보로 단일화되자 안철수 캠프를 떠났다. 신문기자 시절이던 1996년 초, 그는 정보통신부(現 미래창조과학부)를 출입하며 초창기 다음커뮤니케이션 창업자 이재웅 대표, 안철수연구소의 안철수 대표 등과 만나 인연을 쌓았다.

“당시 전 세계 IT혁명의 진원지였던 넷스케이프(Netscape)가 인터넷을 공개하면서 한국에서도 벤처 붐이 일 때였어요. 전 《중앙일보》 정보통신 팀장으로 있으며 안 의원과 처음 만났어요. 그러니까 둘 사이에 ‘역사’가 있는 셈이지요. 당시엔 정치 얘기는 없었고, 토론회 참여를 부탁받아 만나면서 인연을 쌓았어요.”

그는 “캠프에 갈 때는 (제가) 정치한다는 생각을 안 했다. 정치부보다 경제부에 주로 있었고 경제성장을 하려면 사회적 마찰비용을 줄여야 한다는 생각을 평소에 갖고 있었다. 안철수 현상도 국민의 그런 기대심리가 담겼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안철수 현상에는 좌우의 진영논리에서 벗어나 ‘따뜻한 보수, 온건한 진보’에 대한 염원이 담겨 있는 거 아닙니까. 그때 안 의원은 정치개혁을 주장했고 진영논리를 치유할 능력이나 결속능력을 지니고 있다고 생각했었어요. 그런데 어느 날 후보 단일화를 하겠다는 겁니다. 더구나 문재인에게 가는 것은 더욱 맞지 않다고 생각했어요. 안 의원에게도 얘기했어요. ‘(문재인과) 살아온 방식도 다르고 철학도 다르기 때문에 더는 당신을 지지할 수 없다’고요. 그래서 (캠프에서) 나온 겁니다.”

―조만간 신당을 만든다고 합니다. 어떤 생각이 듭니까?

“안철수 바람이 있었지만 (후보 단일화로) 한번 실패했잖아요. 그리고 저처럼 가까웠던 사람도 많이 떠났잖아요. 지금 안철수 주변에 누가 있나 보면, 전부 정치를 하고 싶은 분만 있는 것 같아요. 그러나 우리나라 허리인 중산층이 그에게 거는 기대는 ‘같은 실수를 되풀이하지 말라’는 겁니다. 안철수다운 새 정치를 보여달라는 것이죠.”

―실수를 하지 말라면….

“자기 길을 가라는 것이죠.”

―벌써 야권연대 얘기가 나오던데, 기웃거리지 말라는 뜻인가요?

“처음 (정치판에) 나올 때 가졌던 소신이 무엇인지 다시 한 번 생각하고 정당을 만들라는 겁니다.”

安哲秀 행보는 미완성 교향곡

2012년 11월 25일 오후 대통령 후보 사퇴 직후 안철수 대선캠프의 썰렁한 모습.

초창기 안철수 의원이 정치권에 뛰어들 때 조언했던 한 인사와 연락이 닿았다. 그 역시 실명공개를 꺼렸다. 언론사 편집국장 출신인 그는 “안철수 현상을 기대했고 그래서 뛰어들었으나 직접 현실정치에 참여할 생각은 없다”며 “기자의 시각으로 안철수 신당이 야권의 재편, 나아가 정치권의 흐름을 어떻게 바꿀지 지켜볼 생각”이라고 말했다.

“과잉 정치화와 이념의 정치화에 싫증난 제3 섹터의 수요가 있었고 그것이 일부 안철수 현상으로 드러났어요. 중도를 지향하고 진영논리에서 벗어난 타협 가능성을 기대할 수 있었으니까요.”

―안철수 당에서 그런 가능성을 찾을 수 있나요?

“신당은 정치적 가치관과 세계관 내지 비전을 먼저 확립한 다음 정책, 조직, 인물을 선보여야 하는데 안철수 신당은 아직 가치관과 세계관이 무엇인지 잘 보이지 않아요. 제3의 길을 정립하기 쉽지 않아 보입니다. 2017년 대선을 염두에 두고 정당을 만들기 전에, 자기 정체성부터 먼저 확립하는 데 매진하면 좋겠어요. 그가 내건 기치가 무엇인지 모호해서 국민은 잘 모릅니다. 정체성이 분명하면 사람들이 관심을 갖고 역량 있는 정치 신인들도 문을 두드릴 겁니다.”

이런 말도 했다.

“조직이 폐쇄적, 배타적으로 흘러가고 있고 실권을 지닌 젊은 실세들 탓에 역량 있는, 연배 있는 분들이 소외감과 무력감을 느끼고 있다는 얘기도 들립니다. 안 의원이 알아야 할 게 있어요. 정당은 기업과 달리 뜻을 같이하는 동지의 결사체입니다. 피고용인 관계가 아니에요. 조직력을 끌어낼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야 하는데, 주변에는 계속 배타적이라는 이야기가 나와요. 떠난 최장집 교수를 다시 모셔와야 한다는 얘기도 그래서 계속 들리는 겁니다.”

그는 “완전히 새로운 정당 모델을 제시해 야권이니 연대니 하는 말들이 불필요하게 만들 것인가? 그도 아니면 민주당 의원을 잘 빼내 올 것인가는 두고 볼 일”이라며 이렇게 말을 맺었다.

“이슈보다는 스타성으로 위력을 갖춘 안철수 태풍이 민심의 바다에서 에너지를 보충하면서 초대형 태풍으로 발전할지, 온대성 저기압으로 위력이 떨어질지는 예단하기 어려워요. 민주당 지도부와 안철수 의원이 각자 따로, 때로는 함께 그려갈 정치 변주곡이 그들의 운명을 결정지어 나갈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아직 그의 행보는 미완성 교향곡입니다.”

“가면을 벗고 가슴으로 국민을 대해야”

안철수 신당이 기존 정당의 한계를 무너뜨릴 수 있을까. 이미 유럽에서는 SNS를 기반으로 한 새로운 정당, 해적당(Pirate Party)이 유럽의회에 진출한 바 있다. 해적당은 2009년 유럽의회 선거에서 7.13%를 얻어 원내에 진출했고, 독일 해적당은 2011년 9월 베를린 시의회 선거에서 8.9%(152석 중 15석)라는 성적을 거뒀다. 1000여 명의 당원이 페이스북과 트위터 등 SNS를 통해 선거운동을 해 얻은 득표가 12만9700표였다고 한다. 안철수 캠프에 참여했던 또 다른 언론계 간부 출신 인사의 말이다.

“안철수 의원은 지식기업을 한 사람입니다. 벤처는 보통 아이디어와 열정·배짱으로 시작하지요. 노무관리와 달라요. 유럽의 해적당과 같은 호감을 불러올 수 있을까요? 지난 대선 캠프에서와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을까요? 알 수 없는 일입니다.”

―그래도 안철수 당은 그에게 새로운 도전이자 가능성이 되겠지요?

“정당을 만들고 소속 후보를 위해 머리를 조아리면 그제야 을(乙)의 마음이 눈에 보일 겁니다. 지금까지 안 의원은 을보다는 갑(甲)의 마음으로 살았어요. 선거판에선 국민이 거대한 갑처럼 보이게 되지요. 그걸 한번 경험해 보면 세상이 달라질 겁니다. 한 번도 을의 생각을 모르고 평생 갑으로 산 사람들은 우리가 발 디딘 현실을 잘 모릅니다.”

그는 “안철수 당이 살길은 가면을 벗고 가슴으로 국민을 대하는 것”이라고 했다.

“지금까지 안 의원은 청춘 콘서트와 강연활동 등 아날로그적 감성으로 대중의 관심을 끌었습니다. 그것은 누군가 뒤에서 안철수를 기획하고 치밀하게 준비해 온 결과물인지 몰라도, 지금까지는 그게 통했으나 정당을 만들면 차원이 달라질 겁니다. 한국 정당사에서 제3 섹터는 모두 실패했습니다. 그래도 그에게 기대를 걸 수밖에 없는 이유가 있어요. 실패하든 안 하든 언제나 도전은 가치 있는 일이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