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야권은 의혹사건 나타날 때마다 줄기차게 특검 주장
⊙ ‘사실관계’ 아닌 ‘정치적 폭로’로 특검 시작
⊙ 실효성도 없고 솜방망이 처벌로 끝난 특검이 대부분
⊙ 여야 바뀔 때마다 攻守 전환
⊙ 면죄부·정치·삽질로 비판받은 역대 특검
⊙ ‘사실관계’ 아닌 ‘정치적 폭로’로 특검 시작
⊙ 실효성도 없고 솜방망이 처벌로 끝난 특검이 대부분
⊙ 여야 바뀔 때마다 攻守 전환
⊙ 면죄부·정치·삽질로 비판받은 역대 특검
- 2013년 11월 21일 민주당 김한길 대표와 전병헌 원내대표를 비롯한 국회의원들이 서울시청 앞 서울광장에서 ‘특검 즉각 실시’를 촉구하며 광화문광장까지 가두행진을 하고 있다.
“지난 대선 관련 의혹은 모두 ‘특검’에 맡겨 정리하겠다고 대통령이 결단해야…”
지난 1월 6일과 13일 김한길 민주당 대표는 대통령의 특별검사(特別檢事·이하 특검) 수용을 주장했다. 6일엔 박근혜 대통령의 신년 기자회견이 예정되어 있었다. 기자회견에 앞서 김 대표가 특검을 주장한 것은, 박 대통령이 특검을 수용하도록 압박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박 대통령은 민주당의 특검 수용 요구에 대해 “특검과 관련해서는 재판 중인 사안이어서 대통령으로서 언급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며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야권은 작년부터 줄기차게 특검을 주장하고 있다. 특검은 민주당, 정의당, 무소속 안철수 의원 등 범야권을 결집시키는 연결고리이다. 이들은 작년 11월 말 ‘국정원과 군 등 국가기관의 선거개입 진상규명과 민주헌정질서 회복을 위한 시민사회·종교계 연석회의’(이하 연석회의)를 출범시켰다. 여기에서 특검 도입을 위한 연대를 공고히 하기로 결의했다.
그러나 ‘특검’을 명분으로 뭉쳤던 범야권은 ‘특검’ 때문에 균열이 생겼다. 지난해 12월 3일 여야(與野) 당대표와 원내대표가 ‘4자회담’을 통해 극적으로 합의한 국회 정상화 방안이 불씨가 되었다. 여야 지도부는 국정원 개혁특위와 정치개혁특위를 설치하고 2014년 예산안을 연내에 처리하기로 합의했다. 민주당이 위원장을 맡는 국정원 개혁특위는 ‘지난 대선 과정에서 불거진 국정원 정치 개입 의혹 등 국가기관의 정치 개입을 차단하기 위한 방안을 입법화’하는 것이 목적이었다.
야권의 불만은 민주당이 4자회담에서 정국 정상화의 최대 걸림돌이었던 특검을 쟁취하지 못했다는 점이다. 연석회의는 4자회담 직후 보도자료에서 “민주당의 ‘특검 없는 특위 수용 합의’를 국민에 대한 약속 위반으로 간주하고 이에 반대한다”며 “민주당이 국민에 밝힌 특검 추진 약속을 위반한 것이며 연석회의 존재 의미를 스스로 부인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무소속 안철수 의원 역시 “특검을 수용하지 않은 것은 유감”이라며 특검의 필요성을 거듭 주장했다. 이러한 반발에 민주당은 특검 수용을 촉구하는 결의문까지 만들며 사태 수습에 나섰다.
국가기관의 대선 개입 의혹 사건에 대한 여야의 공방이 대선이 끝난 지 1년이 넘도록 계속되면서 ‘특검’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우선 해당 사건에 특검이 나서는 것이 가능한지가 의문이다. 또 여야가 합의해 특검이 출범했을 때 어떤 실익이 있는지도 논란이 되고 있다.
새누리당은 “이미 기소돼 재판이 진행 중인 사안에 대해 다시 수사할 수 없다”고 주장한다. 헌법 제13조는 “모든 국민은 동일한 범죄에 대해 거듭 처벌받지 않는다”며 ‘이중처벌 금지 원칙’을 규정하고 있다. 원세훈 전 국정원장은 이미 국정원 직원들에게 댓글을 올리도록 지시한 혐의(공직선거법 및 국정원법 위반)로 불구속 기소돼 재판 중이다.
그동안 특검수사는 모두 11번이 실시됐다. 과거 특검 역시 현재처럼 많은 정치적 논란이 있었다. 과거 특검을 분석해 보면, 현재의 정치적 논란과 놀랄 만큼 비슷한 경우가 많다. 때문에 특검의 실효성을 파악하기 위해서는 역대 특검수사를 돌이켜볼 필요가 있다.
역대 특검수사는 두 경우에 시작됐다. 우선 대통령 등 정권 최고위층이 관련된 경우이다. 다음으로 검찰 조직 비리 수사이다.
과거 특검은 엄청난 사회적 논란 끝에 시작됐지만 새로운 사실이 밝혀진 경우는 거의 없었고, 설령 새로운 범죄 혐의를 발견해 기소를 했다고 하더라도 대부분 집행유예 등 솜방망이 처벌로 마무리됐다는 공통점이 있다.
▲조폐공사 파업유도 특검(1999년) ▲옷 로비 특검(1999년) ▲이용호 게이트 특검(2001년) ▲대북송금 특검(2003년) ▲노무현 대통령 측근 비리 특검(2004년) ▲철도공사 유전개발 특검(2005년) ▲삼성 비자금 특검(2008년) ▲BBK 특검(2008년) ▲스폰서 검사 특검(2010년) ▲10·26 디도스 특검(2012년) ▲내곡동 특검(2012년) 등 11번의 특검을 들여다보자.⊙
역대 특검 정밀분석
사건개요
1999년 6월 7일 당시 진형구 대검찰청 공안부장이 만취상태에서 법조출입 기자 3명에게 한국조폐공사의 구조조정 및 파업사태와 관련해 “조폐공사 파업은 우리(대검 공안부)가 만들었다”고 언급하면서 시작됐다. 대검찰청 공안부가 조폐공사 파업을 유도했다는 의혹이 삽시간에 퍼졌다.
조폐창 조기 통폐합을 통해 파업을 유도하려 했던 시도가 있었는지 있었다면 누가 주도했는지가 논란이 됐다. 진 부장의 발언이 취중실언(失言)인가, 아니면 취중진담(眞談)인가가 쟁점이었다.
검찰수사 결과
진형구 전 대검 공안부장의 단독범행으로 결론. 검찰은 1999년 7월 취중발언 직후 민주노총 등이 진형구 공안부장, 강희복 조폐공사사장, 김태정 검찰총장 등 3명에 대한 고발을 제기하자 특별수사본부를 구성해 수사에 착수했다. 그해 7월 30일 서울지검 특별수사본부는 “‘조폐공사 파업유도’ 사건은 개인공적을 쌓으려는 진형구의 단독범행이었고 검찰의 조직적인 개입은 없었다”고 발표했다. 검찰은 또 김태정 검찰총장은 파업유도 내용을 보고받지 않았고, 강희복 조폐공사사장은 진씨의 압력으로 조폐창 조기 통폐합을 강행했을 뿐 진씨와 공모하거나 범행에 가담하지 않았다며 무혐의 처리했다.
특검의 결론
1999년 12월 17일 발표한 최종 수사결과에서 ‘(파업사태는) 강희복 전 조폐공사사장이 주도한 것’이라고 결론 내렸다. 특검은 수사에서 무혐의 처리됐던 강희복 전 사장을 업무방해 등으로 구속 기소했다.
특검팀은 강 전 사장이 파업사태를 주도하고 진 전 부장이 협력한 것이 사건의 실체라고 설명했다. 강 전 사장이 노조파업 유도 계획을 짜고 실행에 옮겼으며, 그 과정에서 진 전 부장은 ‘영향을 준 것’에 불과했다는 것이 특검의 결론이었다.
특검은 국가기관의 조직적 개입 의혹에 대해서 ‘무혐의’ 결정을 내렸다. 재계(財界)는 경영자의 정책적 판단을 업무방해죄로 처벌한 것은 문제라며 반발했다.
재판 결과
서울지법은 2001년 7월 파업유도 사건에 대해 “파업유도의 실체는 없었다”며 정부(혹은 검찰 등 공안기관)의 개입은 없었던 것으로 결론 내렸다. 주요 혐의는 대부분 무죄였다.
법원은 진형구 전 공안부장 단독범행, 강희복 전 사장 단독범행으로 결론 내린 검찰과 특검의 수사결과를 모두 뒤집었다. 법원은 조폐창 조기 통폐합이 진 전 부장의 권고가 있긴 했지만, 강 전 사장이 경영상 판단에 따라 단행한 것으로 결론 내렸다. 그 결과 법원은 진 전 부장의 직권남용과 업무방해 혐의는 무죄로, 강 전 사장의 업무방해 부분 역시 무죄를 선고했다.
다만 진형구 전 부장의 노동관계법 위반(제3자 개입 금지)죄는 인정해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형은 계속 줄어들었다. 결국 2005년 4월 대법원은 징역 8월에 집행유예 1년으로 형을 줄였다. 한편 강희복 전 사장은 휴가비 미지급 등 가벼운 혐의만 인정해 벌금 300만원을 선고했다.
유죄를 인정했다는 의미는 있었지만, 실질적인 처벌은 없었다. 2005년 8월 15일 진 전 부장은 광복 60주년을 맞아 특별 사면됐다.
DJ정부, 집권하자 특검 때문에 골머리
1999년 2월 당시 여당이었던 국민회의는 ‘특별검사 임명에 관한 법률’을 철폐하기 위해 자민련에 도움을 청했다. 해당 법안은 1996년 10월 야당 시절 국민회의와 자민련이 공동으로 발의했다. 1998년 정권이 바뀌면서 법사위에 계류 중이었던 특검법안은 야당에서 여당으로 위치가 바뀐 국민회의에 골칫거리가 된다.
논란이 됐던 것은 1996년 당 원내총무로 특검제 발의자 명단 첫머리에 이름을 올렸던 박상천 법무장관이 “대통령이 임명하는 특별검사가 검찰보다 중립적이라는 보장이 없으며, 특별검사가 공명심으로 수사권을 남용해 항시적인 정치 불안을 가져올 수 있다”며 특검을 적극 반대했기 때문이다.
이런 가운데 조폐공사 파업유도 사건에 정부 개입이 없었다는 검찰의 수사발표는 국민들에게 꼬리 자르기로 비쳤다. 당연히 검찰에 대한 국민적 불신은 높아졌다.
이런 분위기 속에 특검 필요성은 더욱 설득력을 얻게 됐다. 검찰의 미지근한 수사 결과에 야당의 반발이 계속되자, 김대중 대통령은 1999년 10월 7일 대한변협으로부터 특검후보를 2배수로 추천받아 조폐공사 파업유도 사건의 특별검사로 강원일 변호사를 임명했다. 특별검사 제도가 본격적으로 시행된 것이다.
특검의 소득없는 수사 결과도 문제였지만, 더 큰 문제는 특검 이후 발생했다. 수사 이후 공소 유지를 누가 하느냐의 문제였다. 즉 수사 인계 절차·방법과 관련한 혼선이 있었다.
당시 특검은 특검법상 기소와 공소 유지를 하게 되어 있음에도 사건을 검찰에 인계했다. 검찰은 사건을 “인계받을 수 없다”는 공문을 작성해 특검에 보내는 등 항의했다. “특검의 업무대행기관이 될 수 없다”는 이유였다. 법리적으로도 문제가 됐다. 검찰과 특검의 결론이 다른 상황, 즉 ‘한 사건에 두 가지 결론’이 나온 상황에서 검찰이 이를 모두 껴안는 것은 모순이었다. 그럼에도 결국 검찰은 두 사건을 모두 껴안았다.
사건개요
신동아그룹 최순영 전 회장의 부인 이형자씨가 남편의 구명을 위해 1998년 10월부터 그해 12월까지 고위층과 김태정 당시 검찰총장 부인 연정희씨에게 로비를 시도했다는 의혹이다.
특히 연정희씨가 호피무늬 반코트를 받았다가 반환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의혹은 증폭됐다.
검찰수사 결과
1999년 6월 2일 서울지검 특수부는 옷 로비 의혹 수사 결과를 발표했다. 결론을 요약하면 ‘남편인 최순영 회장의 구명을 위해 접근한 이형자를 이용해 강인덕 전 통일부 장관 부인 배정숙이 부린 농간에 김태정 법무장관 부인 연정희가 누명을 썼다’ 즉 ‘실패한 로비로 옷 로비 시도가 없었다’가 결론이었다. 연정희씨가 호피 반코트를 반환한 것은 ‘분수에 맞지 않는 것 같아 입어보지 않고 반환’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특검의 결론
1999년 12월 20일 특검은 사건을 이형자씨의 ‘포기한 로비’ 사건으로 정리했다. 사직동팀과 검찰이 내사와 수사를 잘못해 사건의 본질이 축소, 변질됐다고 결론 내렸다. ‘옷 로비를 시도하기는 했지만 포기했다’는 결론이었다.
정리하면, 이형자씨가 남편 구명을 위해 고위층과 연정희씨에게 로비를 시도했으나 1998년 12월 “최 회장이 곧 구속될 것”이라는 연정희씨의 말을 듣고 로비를 포기하고 김태정 당시 검찰총장을 낙마시키기 위해 연씨의 고급 옷 구입 사실을 적극 유포한 사건이라고 설명했다. 김 총장을 낙마시키려고 결심한 이유는 옷값 대납 요구 과정에서 감정적인 갈등이 있었기 때문일 것으로 정리됐다.
한편 특검은 연정희씨가 호피 반코트를 돌려준 것은 ‘소유 의사로 입거나 소지하다가 투서 사실을 남편인 김태정 법무장관에게 듣고 서둘러 반환했다는 의혹이 있다’고 밝혔다. 또 특검은 “사직동팀 조사과정에 청와대법무비서관이 개입해 내사결과를 축소, 조작했을 가능성이 있다”며 “이형자씨가 연정희씨의 고급 옷 구입 사실을 퍼트린다는 첩보를 입수하고도 사실관계를 축소, 조작해 대통령에게 허위보고했다는 의혹이 짙다”고 덧붙였다.
재판 결과
2000년 11월 법원은 국회 청문회 등에서 위증(僞證)한 혐의로 기소된 김태정 전 검찰총장 부인 연정희씨에게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로비 당사자 이형자 전 신동아그룹 회장 부인은 무죄였다. 당시 재판부는 선고 직전 재판의 성격과 한계에 대해 “신이 아닌 인간이 하는 재판으로 진실을 다 밝혀낼 수는 없다”며 “거짓말의 정도나 빈도, 방법이 중요기준일 뿐 도덕적 비난과 국민들이 이 사건으로 느낀 피로감은 중요한 결정기준이 아니다”고 말했다.
재판의 종지부는 김태정 전 장관이 찍었다. 2002년 12월 옷 로비 사건과 관련한 사직동팀 내사보고서를 유출했다는 혐의로 재판을 받아온 김 전 장관은 법원으로부터 무죄선고를 받았다. 1심에서 그는 집행유예 판결을 받고 항소했었다.
야당, “김태정 구하기 위해 검찰 자존심 포기”
1999년 중순 ‘조폐공사 파업유도 의혹’과 최순영 전 신동아그룹 회장 부인이 법무부장관 부인 등에게 옷 로비를 시도했다는 ‘법무부장관 옷 로비 의혹’이 동시다발로 터졌다. 두 사건 모두 검찰 최고위층이 관련되어 있었다.
당시 야당(한나라당)이 흥분한 이유는 검찰이 옷 로비 의혹 사건에 대해 “로비 시도가 없었다”고 결론 내리고, 김대중 대통령이 로비 당사자로 지목된 김태정 법무장관을 유임시켰기 때문이다. 한나라당은 “검찰수사는 짜맞추기식 면죄부용이며, 법무부장관 부인 한 사람을 구하기 위해 검찰이 자존심을 스스로 포기했다”며 “김대중 대통령이 김태정 장관을 끝까지 보호하는 것은 김 장관이 검찰총장 시절 DJ비자금 사건을 보류해 준 데 대한 보상이다”고 주장했다.
한나라당은 적극적인 공세에 나섰다. 경북 지역에서 옷 로비 사건 규탄 대회를 열고, 국정조사권 발동까지 요구했다. 당시 한나라당은 김태정 법무장관의 즉각 퇴임, 특별검사 임명 후 재수사, 포괄적인 로비 의혹 진상 규명을 요구했다.
검찰의 미지근한 수사 결과에 야당의 반발이 계속되자, 김대중 대통령은 1999년 10월 7일 대한변협으로부터 특검후보를 2배수로 추천받아 옷 로비 사건에 최병모 변호사를 특별검사로 임명했다.
사건개요
2001년 인수·합병의 귀재로 불리던 G＆G그룹 이용호 회장이 보물선 인양 사업과 기업 사냥, 주가조작을 하면서 정·관계 유력 인사와 검찰 고위 간부의 보호를 받은 사건이다. 검찰은 2001년 9월 680억원대 횡령과 250억원대 주가조작 혐의로 이씨를 구속 기소했으나 로비를 통해 사건이 축소됐다는 의혹이 있었다. 여당의 유력 정치인이 검찰과 금감원에 청탁을 넣었다는 의혹이 핵심이었다.
검찰수사 결과
2000년 5월 서울지검은 이용호씨를 주가조작, 횡령 혐의로 내사하다가 ‘불입건 처리’로 종결했다. 이 과정에 정치권 실세, 대통령 인척, 검찰 고위 간부 등이 개입했다는 의혹이 있었다. 그러다 2001년 9월 대검 중수부가 재수사에 나서, 이씨를 구속했다.
대검은 이씨의 로비 의혹을 수사했지만, 성과를 내지 못했다. 2000년 불입건 경위에 대해 검찰 특별감찰본부가 구성돼 당시 서울지검장 등을 상대로 조사했지만 부당한 압력은 없었던 것으로 결론 내렸다.
특검의 결론
차정일 특별검사팀은 당시 ‘살아 있는 권력의 최측근 인사들을 법정에 세웠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수동 전 아태재단 상임이사, 대통령의 처조카 이형택 전 예금보험공단 전무, 신승남 전 검찰총장의 동생 신승환씨 등 9명을 구속 기소하고, 김봉호 전 국회부의장 등 3명을 불구속 기소했다.
특검의 가장 큰 소득은 검찰총장 동생 신승환씨를 구속 기소한 것이다. 이용호씨로부터 로비 대가로 6666만원을 받은 사실이 확인됐다. 그 결과 신승남 검찰총장이 사퇴했다.
신승남 전 총장과 김대웅 전 광주고검장은 이용호 게이트와 관련해 비호 의혹이 제기된 이수동 아태평화재단 상임이사에게 내사 정보를 누설한 혐의로 기소됐다.
재판 결과
2003년 1월 대법원은 알선수재 혐의로 신승환씨에게 징역 1년6월과 추징금 2억1666만원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신승남 전 총장과 김대웅 전 고검장 재판은 2007년 6월 대법원에서 각각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 징역 8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이들은 대법원에서 형이 최종 확정된 2007년 사면, 복권 받았다.
검찰 수뇌부가 의혹의 중심
‘조폐공사 파업유도 사건’과 ‘옷 로비 사건’이 특검의 손으로 넘어간 것은 검찰 수뇌부가 의혹의 중심에 있었기 때문이다. ‘손은 안으로 굽는다’는 속담이 있다. 검찰 고위 관계자가 사건의 한가운데에 있는 사건을 검찰에 맡기는 것은 당연히 문제가 있다. 여기서 두 사건을 특검에 맡겨야 한다는 정당성이 생겼다. 이용호 게이트 역시 신승남 검찰총장이 엮여 있었다.
2001년 이용호 전 G＆G그룹 회장의 정관계 로비 의혹을 수사한 ‘이용호 게이트 특검’은 지금까지 특검 가운데 가장 국민적인 지지를 많이 받은 특검이다. 당시 특별검사는 차정일 변호사였다.
야당 측이 이용호 게이트에 대한 특검을 요구하는 등 검찰에 대한 비판이 계속되자, 당시 신승남 검찰총장은 언론에 이렇게 이야기했다.
“이용호 사건에 대한 검찰의 수사는 100% 자신한다. 옷 로비와 파업유도 사건에 대한 특검이 실시됐지만 검찰의 수사가 제대로 됐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이번 이용호 사건에 대한 수사에 대해서는 더더욱 자신 있다. 특검을 하고도 실패해 국민들에게 손해를 끼치고 사회혼란만 야기한다면 (야당이) 책임을 져야 한다.”
호언장담(豪言壯談)이었고 특검을 해봐야 별거 없다는 주장이었다. 그러나 특검이 권력 최측근을 줄줄이 구속 기소하면서 검찰은 할 말이 없게 되었다.
사건개요
2003년 현대상선의 대북지원 과정에 정권 실세가 개입됐다는 대북송금 사건이 불거졌다.
쟁점은 두 가지였다. 우선 ‘대북경협자금이냐, 아니면 남북정상회담 성사 대가냐’라는 문제였다. 다음으로 최종 책임자가 김대중 대통령인지 아니면 박지원 당시 문화부장관인지 임동원 당시 국정원장인지를 밝혀내야 했다.
검찰수사 결과
검찰은 수사를 유보했다. 2003년 2월 3일 검찰은 이와 관련한 ‘검찰의 입장’을 발표했다. 검찰은 발표문을 통해 “현재 정치권에서 진상규명을 위한 노력이 진행 중이므로 검찰수사를 유보하고 국회의 논의를 우선하는 것이 앞으로 남북관계의 지속적 발전과 국가 장래 이익을 위해 타당하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특검의 결론
2003년 6월 25일 송두환 특별검사는 2000년 4월 남북정상회담 합의 과정에서 현대가 대북 경협사업권 대가 명목으로 4억 달러(현금 3억5000만 달러와 평양체육관 건립 등 현물지원 5000만 달러)를 주기로 약속한 것과 별개로 정부는 북한에 현금 1억 달러를 주기로 약속했다고 발표했다.
특검은 수사 결과를 바탕으로 박지원 전 장관, 고 정몽헌 현대그룹 회장, 임동원 전 국정원장 등을 기소했다. 특검은 노무현 대통령에게 수사기간 연장을 요청했으나, 대통령은 이를 거부했다.
재판 결과
법원은 대체로 관계자들에게 유죄를 선고했다. 그러나 사회적 논란은 그 후로도 계속됐다. 특히 논란이 된 것은 박지원 전 문화관광부장관의 150억원 수뢰 혐의였다. 이 부분은 특검을 통해 돈세탁 등이 드러났지만 구체적인 내용은 밝혀지지 않았다.
2003년 9월 법원의 1심 판결을 보면 사건에 대한 사법부의 입장을 알 수 있다. 핵심은 “목적이 정당하더라도 실정법상의 절차를 지키지 않으면 안 된다”였다.
재판부는 “법치주의 원칙을 쉽게 포기한 채 사기업을 통해 정상회담 직전에 대북송금을 실행함으로써 국민적 의혹을 불거지게 하고 북한을 제도화의 틀로 이끌어내지 못해 향후 대북경협에 상당한 부담감을 남긴 점을 종합한다면 엄정한 형사적 책임을 묻지 않을 수 없다”며 유죄 선고 이유를 밝혔다. 다만 가장 논란이 되었던 ‘대북송금의 정상회담 대가성’ 부분에 대해서는 “사법적 판단대상이 아니다”며 결론 내리지 않았다.
비록 유죄를 선고했지만 관계자들은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재판은 계속 이어져 2004년 3월 대법원은 임동원 전 국정원장 등 관계자들의 형을 확정했다. ‘대북송금은 통치행위가 아니다’는 결론을 내렸다는 점이 의미가 있었다. 대통령의 권한의 한계에 대한 범위를 만들었다는 성과가 있었다. 대북송금 사건 관계자들은 2004년 석가탄신일 특별사면을 받았다.
가장 뜨거운 논란이 된 박지원 전 장관의 현대 비자금 150억원 수뢰 혐의는, 2004년 11월 대법원이 무죄 취지로 서울고등법원에 돌려보내는 등 지리하게 계속된 재판을 거쳐 결국 2006년 9월 대법원은 150억 부분은 무죄로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다만 대북불법송금, 대출압력 혐의는 유죄로 인정했다. 결국 박 전 장관은 징역 3년을 선고받고 사건은 마무리됐다.
대통령이 사건의 당사자
2003년 현대상선 대북지원 과정에서 정권 실세가 개입했다는 의혹이 불거졌다. 김대중 대통령이 사건의 당사자라는 특징이 있었다. 김대중 대통령은 2월 14일 대국민담화를 발표했다. 주요 내용은 다음과 같다.
“대북송금 문제를 둘러싼 논란으로 큰 심려를 끼치게 되었습니다. 참으로 죄송하기 그지없습니다. 저 개인으로서도 참담하고 가슴 아픈 심정일 뿐입니다. 남북관계의 이중성과 북의 폐쇄성 때문에 남북문제에 있어서는 불가피하게 비공개로 법의 테두리 밖에서 처리할 수밖에 없는 경우가 있습니다. 평화와 국익을 위한 충정을 이해해 주십시오.”
그러나 그해 2월 26일 국회는 ‘남북정상회담 관련 대북비밀송금 의혹사건 등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검사 임명 등에 관한 법률안’을 통과시켰다. 여당(민주당)은 불참하고, 한나라당과 자민련 의원들만 참석한 가운데 법안은 통과됐다.
이와 관련해 2012년 7월 토론회에서 문재인 당시 민주당 대선 경선 후보는 의미 있는 발언을 했다.
문 후보는 “만약 검찰에 수사를 맡겼다면 검찰수사가 선을 넘을 경우에 남북관계의 근간을 해칠 수도 있고 더 나아가서는 정치자금 문제로 수사가 비화(飛火)될 수 있었다”며 “현대그룹이 그 자금을 어떻게 조성했느냐는 문제로까지 비화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아마도 문 후보는 고 노무현 대통령이 김대중 대통령을 보호하기 위해서 특검에 반대하지 않았다는 취지로 해당 발언을 한 것으로 보인다.
해당 발언은 특검의 성격에 대해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한다. 특검은 수사범위가 한정된다. 즉 특검법에 정해진 범위 이상은 수사할 수가 없다. 특검이 보호막으로 악용(惡用)될 수 있는 것이다.
사건개요
2004년 최도술 전 청와대 총무비서관이 부산 지역 기업으로부터 300억원을 수수했다는 의혹, 썬앤문그룹이 노무현 대선캠프에 96억원을 제공했다는 의혹, 청주 나이트클럽 소유주 수사 외압 의혹 등이 동시다발로 제기됐다. 의혹을 모두 묶어 대통령 측근 비리 의혹조사 특검이 2004년 1월 출범했다.
검찰수사 결과
노무현 측근 비리 사건은 다양한 정치 의혹을 포괄하고 있었다. 검찰은 각각의 의혹을 수사했다. 그 결과 당시 정권 실세였던 안희정 현(現) 충남도지사를 구속 기소하고, 문병원 썬앤문 회장이 대선 당시 정치인에게 정치자금을 제공한 혐의를 밝혀내 40여 명을 기소했다.
특검의 결론
제기된 의혹 대부분을 ‘사실무근’으로 결론 내렸다. 성과라면 최도술 전 비서관의 4억9100만원 불법자금을 확인해 추가 기소한 것이 전부였다. 정권 실세였던 안희정씨를 구속 기소했던 검찰에 비해 초라한 성적이었다.
최도술씨의 300억원 수수설, 썬앤문그룹의 96억원 제공설, 청주 K나이트 클럽 소유주의 50억원 제공설 등 정치권에서 제기한 의혹들을 ‘근거 없다’로 결론 내렸다.
재판 결과
2004년 11월 대법원은 대선 때 47억7000만원의 불법 대선자금을 거둬들인 혐의로 안희정 현 충남지사에 대해 징역 1년에 추징금 4억9000만원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또 최도술 전 총무비서관은 기업들로부터 22억원의 불법자금을 모금한 혐의로 징역 1년6개월의 원심을 확정했다.
노무현 검찰은 믿어도 된다?
2001년 11월 노무현 당시 민주당 상임고문은 “특검 상설화라는 대선공약을 지키지 않은 것은 DJ정부의 큰 실책”이라고 말했다. 노무현 대통령은 이런 인식을 바탕으로 대선 후보 시절 ‘한시적 특검 상설화’를 대선공약으로 내걸었다.
대통령이나 권력 핵심이 개입된 사건에 대해서 검찰이 수사하면 그 결과를 믿지 않게 된다. 야당은 결과에 승복하지 않고 끊임없이 공세를 펼친다. 노무현 대통령이 후보 시절 특검 상설화를 주장한 것은 이런 이유에서였다.
그러나 노무현 대통령은 당선 이후 야당의 대선자금 특검 요구에 묵묵부답이었다. 아마도 ‘과거 정부는 몰라도, 노무현 정부의 검찰수사는 믿어도 된다’는 생각이 깔려 있었기 때문으로 보인다.
당시 정치 상황은 야당 대표가 투쟁의 전면에 나섰다는 점에서 현재와 비슷하다.
2003년 11월 23일 야당(한나라당) 최병렬 대표는 “노무현 대통령이 측근 비리 의혹 특별 법안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할 경우, 국회에서 재의결하지 않고 대통령에 대한 전면적인 투쟁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노무현 대통령은 이런 야당의 요구에도 불구하고 이틀 뒤 국무회의에 상정된 ‘대통령 측근 비리 의혹 관련 특검법’ 공포안을 거부하고 국회 재의결을 요청했다. 최병렬 대표는 단식 투쟁에 나섰다.
최 대표는 “대통령의 특검 거부는 권력의 횡포이며, 대통령의 자기 혁신과 정권의 자체 변혁이 가장 절박하고 절실하다”고 주장했다. 이런 혼란 끝에 노무현 대통령은 12월 6일 국회에서 재의결한 특검법을 받아들였다. 노 대통령은 김진흥 변호사를 특별검사로 임명했다.
사건개요
2005년 러시아 유전개발 사업에 대한 정치적 외압 의혹을 말한다. 철도공사가 무리하게 유전인수 사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정치권, 청와대, 정부부처 등의 외압이 있었다는 의혹이었다. 외압의 실체로 이광재 열린우리당 의원이 거명됐다.
검찰수사 결과
검찰은 사건 당시 철도청장 등 공무원 5명을 구속 기속했으나 정치권 외압을 밝혀내지 못했다.
특검의 결론
2005년 11월 15일 특검은 “이광재 의원이 유전사업에 관여했다고 의심할 만한 정황은 있으나 이 의원에게 형사책임을 물을 증거가 부족하다”고 결론 내렸다. 결국 추가 사법처리 대상자도 없고, 드러난 새로운 혐의도 없는 특검이었다. 언론은 ‘삽질만 하다 끝난 특검’이라고 비판했다.
재판 결과
성과가 없었던 특검과 달리 이광재 의원을 끝까지 물고 늘어진 곳은 검찰이었다. 검찰은 2003년 썬앤문그룹 불법자금 1억500만원, 2005년 유전사업 연루 의혹, 삼성채권 6억원 수수 의혹, 2008년 강원랜드 비리 의혹 등 끊임없이 이 의원을 조사했다. 물론 대부분 무혐의, 공소권 없음, 내사종결 등으로 마무리됐다.
그러나 결국 검찰은 ‘박연차 게이트’ 유죄 선고를 받아냈다. 강원지사로 당선됐던 그는 지사직을 잃고 10년간 선거에 출마할 수 없게 됐다. 결국 최후의 승자는 검찰이었다.
특별검사 임명 절차 놓고 논란 벌여
2005년 ‘러시아 유전개발 사업의 정치권 외압 의혹’을 수사하기 위해 철도공사 유전개발 특검이 시작됐다. 유전사업 의혹 사건에서 특검 제도의 가장 중요한 문제가 불거졌다. ‘누구를 특검으로 임명하느냐’는 문제였다.
원래 특검은 대한변협회장이 단독으로 2명을 추천하면 그 가운데 한 명을 대통령이 임명했다. 변협에 특검 추천권을 맡겼던 것은 최대한 정치권의 영향을 배제하기 위해서였다. 그런데 이즈음부터 변협회장의 정치적 성향이 논란이 되었다. 여야가 ‘우리 편’ 특별검사를 세워야 한다는 정략적 접근을 시작한 것이다.
결국 논란 끝에 대법원장이 2명을 추천하는 것으로 결론이 났다. 이는 여야의 정치적 타협의 결과였다.
그러나 곧바로 삼권분립 정신을 위배한 위헌이라는 비판이 제기됐다. 판사가 검사를 지명하는 것이 말이 되느냐는 비판이었다. 재판을 맡는 사법부가 ‘자기들이 재판할 사건을 수사하고 기소하는 검사까지 고르는 것이 상식적인가’라는 의문이 제기됐다. 대법원 역시 국회 법사위에 대법원장의 특검 추천을 반대한다는 의견서를 보냈으나, 법사위는 이를 무시했다.
이런 논란 끝에 정대훈 변호사가 특별검사로 임명됐다. 정 변호사는 서울지법 부장판사 출신이었다. 판사 출신이 특검을 맡는 어색한 일이 벌어졌다. 특검은 의혹의 핵심인 이광재 의원에게 ‘정황은 있지만 증거가 부족’한 것으로 결론 내렸다. 의혹만 키웠지 아무런 소득이 없었다.
사건개요
2007년 삼성구조조정본부 법무팀장을 지낸 김용철 변호사의 잇단 폭로로 촉발된 삼성 특검은 삼성과 이건희 회장을 정면으로 겨냥하고 있었다.
의혹은 크게 4가지였다. 2000억원대 비자금 조성과 7조원대 분식회계 여부, 정·관·법조계에 대한 로비 의혹, 에버랜드 주식 편법 증여를 통한 경영권 불법승계, 노 대통령 당선축하금 제공 여부 등이었다.
해당 사건이 특검으로 넘어가게 된 것은 검사들이 삼성으로부터 떡값을 정기적으로 받았다는 ‘삼성 떡값 검사’ 의혹이 크게 작용했다.
검찰수사 결과
에버랜드 사건 관련해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을 기소했으나, 검사 후원(로비) 의혹은 모두 무혐의 처리했다.
특검의 결론
2008년 4월 17일 특검은 수사 결과를 발표했다. 세금을 포탈한 금액이 1000억원이 넘고 회사에 손실을 끼친 금액이 2000억원에 달하지만 ‘전원불구속’ 처분을 내리면서 ‘봐주기 수사’라는 불명예를 안았다. 특검은 삼성 떡값을 받았다는 것으로 거명된 전·현직 검찰간부 5명에 대해 사실무근, 내사종결 처분을 내렸다.
재판 결과
2008년 7월 16일 서울중앙지방법원은 이건희 회장의 조세포탈 혐의만 유죄를 인정했다. 그나마 유죄를 받은 조세포탈 혐의는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그해 10월 10일 서울고등법원의 결론 역시 같았다.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2009년 5월 29일 대법원은 이건희 회장이 장남 이재용씨에게 계열사인 에버랜드의 전환사채(CB)를 저가(低價)에 매입하도록 해줘 삼성그룹 경영권을 승계시킨 것은 법적으로 무죄라고 결론 내렸다. 이건희 회장에 대한 명예회복 역시 신속하게 이뤄졌다. 2009년 8월 서울고등법원에서 징역 3년, 집행유예 5년을 최종 선고받은 이건희 회장은 그해 12월 평창동계올림픽 유치 등을 명분으로 정부로부터 특별사면을 받았다. 그 후 이건희 회장은 2010년 3월 24일 경영에 복귀했다.
法理 논쟁으로 시작된 특검
2008년 삼성그룹의 검사 후원 의혹 및 비자금 조성과 에버랜드 전환사채 불법증여 의혹을 수사하기 위해 삼성 비자금 특검이 만들어졌다. 특별검사로는 조준웅 변호사가 임명됐다. 특검에 대해 당시 노무현 대통령은 “(삼성)특검법은 법리(法理)상으로나 정치적으로 문제가 많다”는 입장이었다.
사실 삼성 특검은 재판 중이거나 재판이 끝난 사건을 다시 수사한다는 법리적인 문제가 있었다. 현재 박근혜 정부가 민주당의 특검 수용 요구를 거절하는 명분은 “재판 중인 사안에 특검을 도입하는 것은 법리적으로 맞지 않다”는 원칙 때문이다.
삼성 특검은 부실 수사를 넘어 삼성에 면죄부를 줬다는 평가를 받았다. 단지 혐의를 찾지 못한 것에 그치지 않고, 향후 수사 가능성까지 막아버렸기 때문이다. 우선 로비 의혹과 관련해서 수사가 덜 된 부분에 대해 검찰에 넘기면 될 것을 굳이 종결 처리해 향후 수사 가능성을 막은 것이 문제가 됐다. 이에 대해 당시 특검은 “수사가 더 필요한 부분이 있으면 검찰에 인계하는 것이지 의혹을 검찰에 넘기는 것은 아니다”고 반박했다.
또한 비자금 차명계좌는 범죄 정황이 뚜렷했는데 조세포탈로 입건해 버려 횡령 혐의를 피할 수 있도록 면죄부를 줬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횡령 혐의에 대한 재수사의 길을 막았다는 비판이었다. 특검은 “차명계좌에 대한 재수사는 얼마든지 가능하다”는 입장이었다. 그러나 “특검이 일단 결론을 낸 이상, 재고발을 해도 삼성은 ‘이미 종결된 사건’이라고 반발할 것이고, 검찰도 특검의 결론을 참고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비판이 법조출입 기자들로부터 제기됐다. 이에 대한 조준웅 특검은 “검찰이 그렇게야 하겠느냐”고 얼버무렸다.
사건개요
2007년 11월 5일 통합신당은 ‘이명박 후보와 김경준이 공모해 옵셔널벤처스의 주가를 조작했다’는 고발장을 대검찰청에 접수했다. 사건은 대통령 당선이 유력했던 이명박 후보가 관련되면서 전 국민의 관심을 끌었다. 이명박 후보가 사기 사건에 연루된 BBK투자자문주식회사를 차명소유하고 있었는지, 옵셔널벤처스 주가조작에 관여했는지를 규명하는 것이 관건이었다.
검찰수사 결과
검찰은 이명박 후보는 BBK 설립과 무관하며 횡령·주가조작은 김경준의 단독범죄라고 결론 내렸다.
특검의 결론
2008년 2월 21일 정호영 특검팀은 이명박 대통령 당선자와 관련된 의혹이 모두 근거가 없다고 발표했다. 이 당선자의 관련 의혹은 모두 ‘무혐의’로 결론났다. 수사 결과 발표에서 정 특검은 “BBK는 100% 김경준 소유였고 김씨의 횡령과 주가조작 범행은 당선자와는 무관하다”고 밝혔다.
재판 결과
2009년 5월 28일 대법원이 옵셔널벤처스 주가조작 등의 혐의로 재미교포 김경준에 징역 8년 및 벌금 100억원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 판결하면서 마무리됐다.
이명박 대선 후보 겨냥한 정치성 특검
2007년 11월 16일 지난 17대 대선을 불과 32일 남겨놓고 인천공항을 통해 입국한 김경준은 한국사회에 엄청난 파장을 일으켰다. 당시 여당이었던 대통합민주신당은 이명박 한나라당 대통령 후보가 김경준의 주가조작 사건에 연루됐다는 소위 ‘BBK 의혹’에 목을 매고 있었다. 의혹이 사실일 경우 이명박 후보에게 치명상을 입힐 것이 분명했다.
여당이 사활을 걸고 추진한 결과, 2007년 12월 17일 이른바 이명박 BBK특검법은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특검법은 당시 이명박 대통령 후보를 겨냥하고 있었다. 만약 이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될 경우 특검수사는 어떻게 될 것인가? 특검수사로 혐의가 드러나서 기소가 될 경우 대통령직은 어떻게 되느냐? 등 여러 법리적 의문이 있었다. 논란이 있었지만, 최소한 특검 기소로 재판에서 벌금 100만원 이상 확정이 될 경우 대통령직을 잃게 될 것이라는 점은 분명했다.
당시 한나라당은 “특검은 위헌 요소가 많다”는 입장이었다.
첫째, 대법원장이 특검을 추천하는 것은 ‘재판 주체가 수사 주체를 선정해 삼권분립에 위배된다’고 비판했다.
둘째, 참고인 동행명령권이 문제가 됐다. ‘BBK특별법’에는 참고인들이 소환에 응하지 않을 경우 처벌할 수 있는 조항이 있었는데, 구체적인 범죄 혐의가 없는 참고인에 대해 법원의 영장이나 명령 없이 출두를 강제하는 것은 개인의 기본권을 옹호하는 헌법의 기본원리와 상충된다는 비판을 받았다.
셋째, 검찰수사를 전면 재수사한다는 것도 논란이 됐다. 이미 검찰수사가 끝난 부분을 빠짐없이 다시 수사한다는 것은 특검제의 법적 근거인 예외성, 보충성에 위배된다는 것이었다.
넷째, 이명박 후보 한 개인을 수사 대상으로 삼는 것도 논란이 됐다. 헌법상 무죄추정과 과잉금지 원칙에 위배된다는 것이었다. 분명 위헌적 요소가 있었다. 그러나 한나라당이 주도했던 이전 특검 역시 비슷한 위헌 요소가 있었다.
한나라당은 “노무현 대통령이 위헌적인 특검법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해야 한다”고 주장했으나, 정호영 특검의 출범을 막지는 못했다.
BBK 특검은 이명박 후보에게 형사적 책임을 물을 만한 혐의가 전혀 없다고 결론 내렸다. 해당 사건은 특검이 정치적 목적으로 변질될 때의 부작용을 보여준다. BBK는 금융사기 사건이었다. 한국이 어설픈 금융시스템 때문에 외국인 투자자들의 놀이터가 되었던 사건이었다. 당연히 사건 수사는 주가조작 사기 피해자 구제(救濟)에 맞춰져야 했다. 또 김경준이 해외로 빼돌린 돈을 회수하는 노력이 필요했다. 그러나 정치적 사건으로 변질되면서, 정치권도 수사당국도 피해자 구제에는 관심이 없었다. 그렇다고 이명박 당선자와 관련된 의혹을 밝혀낸 것도 아니었다. 특검은 아무런 소득없이 국론만 분열시켰다.
사건개요
2010년 상반기 건설업자 정모씨의 진정서가 언론사, 사정기관 등에 흘러다니기 시작했다. 정모씨는 진정서를 통해 1984년부터 2009년까지 검사들을 접대했다고 폭로했다. 소위 ‘스폰서 검사’로 전·현직 검사 70여 명과 검사장 2명의 이름이 오르내렸다.
검찰수사 결과
의혹이 일파만파로 확대되었고, 검찰은 진상규명위원회를 구성했다. 위원회는 전·현직 검사 10명의 징계조치 권고 및 징계시효가 지난 검사 7명의 인사조치를 검찰에 요청했다.
특검의 결론
2010년 9월 28일 검사 향응수수 의혹을 수사해 온 민경식 특검팀은 한승철 전 대검 감찰부장을 비롯한 4명의 전·현직 검사를 뇌물수수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그러나 특검팀은 향응 의혹을 제기한 건설업자 정모씨의 진정을 묵살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황희철 법무부 차관과 의혹의 진원지로 지목된 박기준 전 부산지검장에 대해서는 무혐의 처분했다. 특검의 결론은 검찰의 진상조사와 특별히 다른 것이 없었다. 결국 ‘면죄부’ 특검이었다는 비판을 받았다.
재판 결과
‘스폰서 의혹’으로 면직 처분된 박기준 전 부산지검장과 한승철 전 감찰부장은 자신들은 비리가 없다며 면직 처분을 무효로 해달라는 소송을 냈다. 결국 2012년 2월 한승철 전 감찰부장은 법무연수원 연구위원으로 복직했다.
특검 이후 재판 과정은 한 편의 블랙코미디였다. 2011년 2월 사건에 연루돼 기소됐으나 1심에서 무죄 판결을 받은 현직 정모 검사는 민경식 특별검사팀을 비난하는 글을 검찰 내부 통신망에 올렸다. 그는 내부 통신망에 “스폰서 검사 파문을 온몸으로 체험하고 있는 못난이가 검찰 선후배와 동료들에게 경과보고의 의미를 담아 울적한 심정으로 썼다”며 ‘블랙코미디’라는 장문의 글을 남겼다.
통신망의 글에는 민경식 특별검사와 안병희 특검보는 블랙코미디의 주연과 조연이며, 재판에서 무죄 선고를 받은 것은 한마디로 특검이 완패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스폰서라고 하면 적어도 수년간 지속적인 관계를 맺어야 하는데 애초부터 18년 만에 만나서 단 한 번 저녁 먹고 노래방에 간 것을 문제 삼아 나를 스폰서 검사로 보는 것은 무리였다”며 “PD수첩이 급조한 비판적 여론을 등에 업고 한바탕 ‘저주의 굿판’을 벌였다는 것이 솔직한 인상”이라는 말까지 남겼다.
어이가 없는 것은 특검이 무죄 판결을 받은 검사에 대한 항소이유서를 법정 기한을 넘겨 법원에 낸 것이다. 항소 이유서를 제때 내지 않으면 2심 재판부는 원칙적으로 재판을 열지 않고 곧바로 항소를 기각하도록 돼 있다. 결국 정모 검사의 1심 무죄 판결은 확정됐다.
검찰총장이 분노 키워
“검찰만큼 깨끗한 데를 어디서 찾겠느냐.”
2010년 건설업자 정모씨가 진정서를 통해 1984년부터 2009년까지 검사들을 접대했다고 폭로했다. 성 접대까지 포함된 것으로 알려지면서, 국민들은 분노했다.
그러던 중 김준규 검찰총장의 발언은 국민들의 분노에 기름을 부었다. 검찰의 도덕성을 강조한 “검찰만큼 깨끗한 곳이 없다”는 발언이었다. 2010년 5월 12일 김준규 검찰총장은 사법연수원 강연에서 ‘스폰서 검사 의혹’에 대해 “수치심까지 느끼는 상황이다. 이제 검찰이 다시 태어나야 한다. ‘새 검찰’ 수준의 변화를 줄 것이다”고 말했다. 그러나 김 총장은 정치권에서 요구해 온 특검에 부정적이었다. 김 총장은 “정치권에서 특검 얘기가 나오고 있는데 검찰이 진상조사단(진상규명위)을 통해 기본적으로 정직함으로 대하면 국민들이 이해할 것”이라며 “검찰만큼 깨끗한 데를 어디서 찾겠느냐. 결국 권력의 원천인 국민이 견제하고 통제하고 관여하는 제도로 바꾸겠다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김 총장은 검찰의 수장으로서 조직의 자존심을 지키려 했으나, 결국 특검을 막지는 못했다.
‘스폰서 특검’은 이전의 특검과는 그 성격이 많이 달랐다. 과거 특검은 야당이 주장하고, 여당이 막는 모양이었다. 그러나 스폰서 특검은 정치권 모두 특검의 필요성을 인정했다. 오히려 상설특검 등 검찰 개혁의 중요한 근거가 됐다. 검찰 조직의 치부가 적나라하게 공개되면서, 검찰 비리를 담당하는 조직의 필요성이 제기됐다. 2010년 6월 11일 대검찰청은 검사의 비리를 전담 수사하는 검찰 내 특검을 도입하는 등 내부 감찰 기능을 강화하고 검찰문화를 개선하겠다는 ‘검찰제도 개혁안’을 발표하는 등 분위기 전환을 노렸다. 그러나 6월 29일 스폰서 검사 특검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고, 7월 15일 이명박 대통령은 민경식 변호사를 특검으로 임명했다. 역대 9번째 특검이었다.
스폰서 특검은 검찰 고위층이 수사의 대상이었다. 그러나 스폰서 특검은 특검 제도의 한계에 대해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한다. 스폰서 특검의 수사 핵심 주체는 검찰에서 파견 나온 10명의 검사였다. 이들은 소극적이었다. 특검은 검찰, 경찰에서 인력을 파견받아 임시로 운영된다. 기간이 지나면, 돌아갈 사람들이다. 잠시 특검에서 일하는 검사가 적극적으로 수사에 임할 동기가 부족했다. 스폰서 특검은 55일 동안 67명의 수사 인력을 동원해 24억원의 국민 세금을 썼다. 세금만 낭비했다는 비판이 계속됐다.
사건개요
2011년 10월 26일 서울시장 보궐선거 때 박원순 후보 및 선관위 홈페이지에 디도스(DDos·분산 서비스 거부) 공격이 발생했다. 민주주의의 근간을 파괴하는 선거 방해 공작의 주범은 박희태 국회의장과 최구식 한나라당 의원의 비서관이었다. 사건의 핵심은 ‘윗선 혹은 배후가 있느냐’에 모였다.
검찰수사 결과
경찰과 검찰 수사를 통해 최구식 한나라당 의원의 운전기사 공모씨와 도박사이트 운영자 강모씨 등이 저지른 범죄로 결론이 났다. 검찰은 “윗선과 배후가 없다”고 결론 내렸다. 박희태 전 국회의장의 전 비서관과 최구식 전 의원의 전 비서관 등 7명을 기소했다.
특검의 결론
2012년 6월 21일 박태석 특별검사는 특검사무실에서 디도스 사건 수사 결과를 발표했다. 수사 결론은 검찰과 다르지 않았다. 다만 경찰의 수사 내용을 최 전 의원에게 알려줬다며 김효재 전 청와대 정무수석 등 3명을 새로 불구속 기소했다.
또 디도스 공격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다며 선관위 고모 사무관을 불구속 기소하는 등 5명을 새로 불구속 기소했다.
재판 결과
김효재 청와대 정무수석이 수사기밀을 최구식 의원에게 알려줬다는 의혹에 대해, 김 수석은 “사실관계를 정확히 확인한 뒤 보고하기 위해 통화한 것이지 공무상 비밀을 누설한 적은 없다”며 혐의를 부인했다. 사실 정무수석이 정치인과 통화하는 것은 당연한 일로 이를 기밀누설로 몰고 가는 것은 무리가 있었다. 또 선관위 직원의 직무유기 부분 역시 논란이 됐다.
선관위는 “직무유기는 고의적으로 직무를 이탈했을 때 처벌할 수 있다는 것이 대법원의 판례”라며 선관위가 매뉴얼대로 대응하지 못해 직무유기를 했다는 특검의 주장을 반박했다. 결국 전체적으로 아무런 소득이 없자, 특검이 무리하게 끼워넣기로 기소했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논란 끝에 김효재 전 정무수석은 2012년 12월 대법원에서 공무상 비밀누설 혐의로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이 확정됐다. 반면 선관위 직무유기 부분은 무죄로 결론이 났다.
여당도 털고 가야 할 사건
2011년 10월 26일 서울시장 보궐선거 당일 박원순 후보 및 선관위 홈페이지에 디도스(DDos·분산 서비스 거부) 공격이 들어왔다. 선거 방해 공작의 주범은 박희태 국회의장과 최구식 한나라당 의원의 비서관이었다. 민주당은 “모든 정황을 볼 때 27세 9급 비서의 단독범행으로 보기엔 너무나 엄청난 일”이라며 “피의자는 최구식 의원의 지역구 출신으로, 모든 부분의 연관성을 볼 때 한나라당이 무관하다고 할 수 있겠느냐”고 주장했다.
당시 한나라당 입장에서도 디도스 의혹을 덮고 갈 수는 없었다. 경찰과 검찰이 “디도스 공격에 윗선이나 배후가 없다”고 결론을 냈으나, 여야는 모두 특검의 필요성에 동의했다. 한나라당 입장에서도 털고 가야 할 사건이었다. 결국 박태석 특검이 임명돼, 특검팀이 꾸려졌다. 그러나 특검팀은 “최 전 의원에 대해선 세 차례 소환조사, 서울·진주 사무실 압수수색, 계좌추적, 휴대전화 통화내역 분석 등 철저히 수사했지만 혐의점을 찾을 수 없었다”며 “최 전 의원은 디도스 공격을 지시할 이유나 이해관계가 없다”고 결론 내렸다. 디도스 특검엔 100명 이상의 인원이 수사에 참여하고, 20억원의 예산이 사용됐다.
사건개요
내곡동 의혹이란 2011년 5월 청와대 경호처가 이명박 대통령이 퇴임 후 거주할 사저 신축 터 일부를 대통령 아들 시형씨와 공동명의로 구입하면서 시형씨에게 감정가보다 값을 싸게 내도록 해 부당이득을 안겼고, 실제는 이 대통령이 소유주인데 시형씨 명의를 이용해 부동산실명제법을 어겼다는 내용이다.
검찰수사 결과
의혹에 대해 검찰은 2012년 6월 수사에서 부당이득, 부동산실명제법 위반 혐의 모두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
특검의 결론
이광범 특검은 2012년 11월 14일 ‘내곡동 사저 의혹’ 수사 결과를 발표했다. 특검은 이명박 대통령의 아들 시형씨에게 비싼 땅을 몰아주고, 경호처가 땅값을 대신 지불하도록 해 국가에 9억7000만원 손실을 끼친 혐의(배임)로 김인종 전 청와대 경호처장과 김태환 전 재무관 등 경호처 직원 3명을 불구속 기소했다.
재판 결과
특검은 김인종 전 청와대 경호처장 등 전·현직 경호처 관계자 3명을 기소하는 등 무혐의 처분을 내렸던 검찰에 비해서는 나름 성과가 있었다. 그러나 재판 결과는 솜방망이 처벌로 끝났다. 2013년 9월 27일 대법원은 배임 등의 혐의로 기소된 김인종 전 경호처장에게 징역 1년6개월에 집행유예 3년형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함께 기소된 경호처 행정관도 같은 형을 받았다. 내곡동 특검팀에 조작된 보고서를 제출하도록 지시한 혐의로 기소된 경호처 시설관리부장 역시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결국 유죄로 결론 내렸지만, 실질적인 처벌은 없었다.
정치 특검 논란
소위 내곡동 특검은 시작부터 위헌논란에 휩싸였다. 논란은 ‘특검 추천권’ 때문에 벌어졌다. 이전까지 10번의 특검은 대한변협회장(6회) 혹은 대법원장(4회)이 추천했다. 특히 내곡동 특검이 논란이 된 것은 민주당이 특별검사의 추천권을 갖도록 했기 때문이다. 당시 새누리당은 “민주당이 특별검사의 추천권을 갖도록 한 특검법은 정치권의 개입으로 수사의 객관성과 중립성을 해칠 우려가 크다”며 “위헌소지마저 있으므로 추천권자를 중립적, 객관적으로 바꾸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새누리당은 “특검에서 김대중, 노무현 전 대통령 사저 논란도 함께 조사해야 한다”며 맞불을 놓았다. 논란 끝에 대통령은 거부권까지 검토하다가 결국 2012년 9월 21일 내곡동 특검법을 수용했다.
당시 특검법에 따르면, 특별검사는 민주당이 10년 이상 판사·검사·변호사직에 있던 변호사 중에 2명의 후보자를 대통령에게 추천, 대통령이 3일 이내에 이 가운데 1명을 임명하도록 했다.
내곡동 특검은 향후, 특검 임명 절차에서 무시할 수 없는 전례(前例)를 남겼다. 여당이 관련된 사건의 특검 후보는 야당이 추천하고 야당이 관련된 사건의 특검 후보는 여당이 추천하는 것이 관례화될 가능성이 있다.
이런 식의 특검은 정치색을 띨 수밖에 없다. 사건의 실체를 밝히는 것이 아니라 정치 특검으로 변질될 수 있다. 국회가 특검 후보 추천권을 갖도록 하고 여야가 정치적 합의를 하도록 하는 것이 합리적이다. 내곡동 특검에서 남긴 선례가 앞으로도 유지될지 관심이다.
우려는 현실화됐다. 민주당이 추천한 김형태, 이광범 변호사는 민변(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 참여연대, 우리법연구회 등에서 활동하는 등 친야(親野) 성향이 뚜렷한 법조인이었다. 대통령 선거가 임박한 시기여서, 새누리당은 “특검을 대선에 이용하려는 음모”라며 반발했다.
청와대는 민주당에 특검 재추천을 요구하는 등 반발했지만, 결국 이광범 변호사를 특검에 임명했다. 이광범 특검은 청와대 경호처를 압수수색하고, 김윤옥 여사를 서면조사하는 등 나름 적극적으로 수사했다.⊙
지난 1월 6일과 13일 김한길 민주당 대표는 대통령의 특별검사(特別檢事·이하 특검) 수용을 주장했다. 6일엔 박근혜 대통령의 신년 기자회견이 예정되어 있었다. 기자회견에 앞서 김 대표가 특검을 주장한 것은, 박 대통령이 특검을 수용하도록 압박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박 대통령은 민주당의 특검 수용 요구에 대해 “특검과 관련해서는 재판 중인 사안이어서 대통령으로서 언급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며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야권은 작년부터 줄기차게 특검을 주장하고 있다. 특검은 민주당, 정의당, 무소속 안철수 의원 등 범야권을 결집시키는 연결고리이다. 이들은 작년 11월 말 ‘국정원과 군 등 국가기관의 선거개입 진상규명과 민주헌정질서 회복을 위한 시민사회·종교계 연석회의’(이하 연석회의)를 출범시켰다. 여기에서 특검 도입을 위한 연대를 공고히 하기로 결의했다.
그러나 ‘특검’을 명분으로 뭉쳤던 범야권은 ‘특검’ 때문에 균열이 생겼다. 지난해 12월 3일 여야(與野) 당대표와 원내대표가 ‘4자회담’을 통해 극적으로 합의한 국회 정상화 방안이 불씨가 되었다. 여야 지도부는 국정원 개혁특위와 정치개혁특위를 설치하고 2014년 예산안을 연내에 처리하기로 합의했다. 민주당이 위원장을 맡는 국정원 개혁특위는 ‘지난 대선 과정에서 불거진 국정원 정치 개입 의혹 등 국가기관의 정치 개입을 차단하기 위한 방안을 입법화’하는 것이 목적이었다.
야권의 불만은 민주당이 4자회담에서 정국 정상화의 최대 걸림돌이었던 특검을 쟁취하지 못했다는 점이다. 연석회의는 4자회담 직후 보도자료에서 “민주당의 ‘특검 없는 특위 수용 합의’를 국민에 대한 약속 위반으로 간주하고 이에 반대한다”며 “민주당이 국민에 밝힌 특검 추진 약속을 위반한 것이며 연석회의 존재 의미를 스스로 부인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무소속 안철수 의원 역시 “특검을 수용하지 않은 것은 유감”이라며 특검의 필요성을 거듭 주장했다. 이러한 반발에 민주당은 특검 수용을 촉구하는 결의문까지 만들며 사태 수습에 나섰다.
국가기관의 대선 개입 의혹 사건에 대한 여야의 공방이 대선이 끝난 지 1년이 넘도록 계속되면서 ‘특검’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우선 해당 사건에 특검이 나서는 것이 가능한지가 의문이다. 또 여야가 합의해 특검이 출범했을 때 어떤 실익이 있는지도 논란이 되고 있다.
새누리당은 “이미 기소돼 재판이 진행 중인 사안에 대해 다시 수사할 수 없다”고 주장한다. 헌법 제13조는 “모든 국민은 동일한 범죄에 대해 거듭 처벌받지 않는다”며 ‘이중처벌 금지 원칙’을 규정하고 있다. 원세훈 전 국정원장은 이미 국정원 직원들에게 댓글을 올리도록 지시한 혐의(공직선거법 및 국정원법 위반)로 불구속 기소돼 재판 중이다.
그동안 특검수사는 모두 11번이 실시됐다. 과거 특검 역시 현재처럼 많은 정치적 논란이 있었다. 과거 특검을 분석해 보면, 현재의 정치적 논란과 놀랄 만큼 비슷한 경우가 많다. 때문에 특검의 실효성을 파악하기 위해서는 역대 특검수사를 돌이켜볼 필요가 있다.
역대 특검수사는 두 경우에 시작됐다. 우선 대통령 등 정권 최고위층이 관련된 경우이다. 다음으로 검찰 조직 비리 수사이다.
과거 특검은 엄청난 사회적 논란 끝에 시작됐지만 새로운 사실이 밝혀진 경우는 거의 없었고, 설령 새로운 범죄 혐의를 발견해 기소를 했다고 하더라도 대부분 집행유예 등 솜방망이 처벌로 마무리됐다는 공통점이 있다.
▲조폐공사 파업유도 특검(1999년) ▲옷 로비 특검(1999년) ▲이용호 게이트 특검(2001년) ▲대북송금 특검(2003년) ▲노무현 대통령 측근 비리 특검(2004년) ▲철도공사 유전개발 특검(2005년) ▲삼성 비자금 특검(2008년) ▲BBK 특검(2008년) ▲스폰서 검사 특검(2010년) ▲10·26 디도스 특검(2012년) ▲내곡동 특검(2012년) 등 11번의 특검을 들여다보자.⊙
검찰 최고위층 겨냥… 의혹 못 밝혀 |
1999년 6월 7일 당시 진형구 대검찰청 공안부장이 만취상태에서 법조출입 기자 3명에게 한국조폐공사의 구조조정 및 파업사태와 관련해 “조폐공사 파업은 우리(대검 공안부)가 만들었다”고 언급하면서 시작됐다. 대검찰청 공안부가 조폐공사 파업을 유도했다는 의혹이 삽시간에 퍼졌다.
조폐창 조기 통폐합을 통해 파업을 유도하려 했던 시도가 있었는지 있었다면 누가 주도했는지가 논란이 됐다. 진 부장의 발언이 취중실언(失言)인가, 아니면 취중진담(眞談)인가가 쟁점이었다.
검찰수사 결과
진형구 전 대검 공안부장의 단독범행으로 결론. 검찰은 1999년 7월 취중발언 직후 민주노총 등이 진형구 공안부장, 강희복 조폐공사사장, 김태정 검찰총장 등 3명에 대한 고발을 제기하자 특별수사본부를 구성해 수사에 착수했다. 그해 7월 30일 서울지검 특별수사본부는 “‘조폐공사 파업유도’ 사건은 개인공적을 쌓으려는 진형구의 단독범행이었고 검찰의 조직적인 개입은 없었다”고 발표했다. 검찰은 또 김태정 검찰총장은 파업유도 내용을 보고받지 않았고, 강희복 조폐공사사장은 진씨의 압력으로 조폐창 조기 통폐합을 강행했을 뿐 진씨와 공모하거나 범행에 가담하지 않았다며 무혐의 처리했다.
특검의 결론
1999년 12월 17일 발표한 최종 수사결과에서 ‘(파업사태는) 강희복 전 조폐공사사장이 주도한 것’이라고 결론 내렸다. 특검은 수사에서 무혐의 처리됐던 강희복 전 사장을 업무방해 등으로 구속 기소했다.
특검팀은 강 전 사장이 파업사태를 주도하고 진 전 부장이 협력한 것이 사건의 실체라고 설명했다. 강 전 사장이 노조파업 유도 계획을 짜고 실행에 옮겼으며, 그 과정에서 진 전 부장은 ‘영향을 준 것’에 불과했다는 것이 특검의 결론이었다.
특검은 국가기관의 조직적 개입 의혹에 대해서 ‘무혐의’ 결정을 내렸다. 재계(財界)는 경영자의 정책적 판단을 업무방해죄로 처벌한 것은 문제라며 반발했다.
재판 결과
서울지법은 2001년 7월 파업유도 사건에 대해 “파업유도의 실체는 없었다”며 정부(혹은 검찰 등 공안기관)의 개입은 없었던 것으로 결론 내렸다. 주요 혐의는 대부분 무죄였다.
법원은 진형구 전 공안부장 단독범행, 강희복 전 사장 단독범행으로 결론 내린 검찰과 특검의 수사결과를 모두 뒤집었다. 법원은 조폐창 조기 통폐합이 진 전 부장의 권고가 있긴 했지만, 강 전 사장이 경영상 판단에 따라 단행한 것으로 결론 내렸다. 그 결과 법원은 진 전 부장의 직권남용과 업무방해 혐의는 무죄로, 강 전 사장의 업무방해 부분 역시 무죄를 선고했다.
다만 진형구 전 부장의 노동관계법 위반(제3자 개입 금지)죄는 인정해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형은 계속 줄어들었다. 결국 2005년 4월 대법원은 징역 8월에 집행유예 1년으로 형을 줄였다. 한편 강희복 전 사장은 휴가비 미지급 등 가벼운 혐의만 인정해 벌금 300만원을 선고했다.
유죄를 인정했다는 의미는 있었지만, 실질적인 처벌은 없었다. 2005년 8월 15일 진 전 부장은 광복 60주년을 맞아 특별 사면됐다.
DJ정부, 집권하자 특검 때문에 골머리
1999년 2월 당시 여당이었던 국민회의는 ‘특별검사 임명에 관한 법률’을 철폐하기 위해 자민련에 도움을 청했다. 해당 법안은 1996년 10월 야당 시절 국민회의와 자민련이 공동으로 발의했다. 1998년 정권이 바뀌면서 법사위에 계류 중이었던 특검법안은 야당에서 여당으로 위치가 바뀐 국민회의에 골칫거리가 된다.
논란이 됐던 것은 1996년 당 원내총무로 특검제 발의자 명단 첫머리에 이름을 올렸던 박상천 법무장관이 “대통령이 임명하는 특별검사가 검찰보다 중립적이라는 보장이 없으며, 특별검사가 공명심으로 수사권을 남용해 항시적인 정치 불안을 가져올 수 있다”며 특검을 적극 반대했기 때문이다.
이런 가운데 조폐공사 파업유도 사건에 정부 개입이 없었다는 검찰의 수사발표는 국민들에게 꼬리 자르기로 비쳤다. 당연히 검찰에 대한 국민적 불신은 높아졌다.
이런 분위기 속에 특검 필요성은 더욱 설득력을 얻게 됐다. 검찰의 미지근한 수사 결과에 야당의 반발이 계속되자, 김대중 대통령은 1999년 10월 7일 대한변협으로부터 특검후보를 2배수로 추천받아 조폐공사 파업유도 사건의 특별검사로 강원일 변호사를 임명했다. 특별검사 제도가 본격적으로 시행된 것이다.
특검의 소득없는 수사 결과도 문제였지만, 더 큰 문제는 특검 이후 발생했다. 수사 이후 공소 유지를 누가 하느냐의 문제였다. 즉 수사 인계 절차·방법과 관련한 혼선이 있었다.
당시 특검은 특검법상 기소와 공소 유지를 하게 되어 있음에도 사건을 검찰에 인계했다. 검찰은 사건을 “인계받을 수 없다”는 공문을 작성해 특검에 보내는 등 항의했다. “특검의 업무대행기관이 될 수 없다”는 이유였다. 법리적으로도 문제가 됐다. 검찰과 특검의 결론이 다른 상황, 즉 ‘한 사건에 두 가지 결론’이 나온 상황에서 검찰이 이를 모두 껴안는 것은 모순이었다. 그럼에도 결국 검찰은 두 사건을 모두 껴안았다.
로비 의혹 대부분 무죄 |
신동아그룹 최순영 전 회장의 부인 이형자씨가 남편의 구명을 위해 1998년 10월부터 그해 12월까지 고위층과 김태정 당시 검찰총장 부인 연정희씨에게 로비를 시도했다는 의혹이다.
특히 연정희씨가 호피무늬 반코트를 받았다가 반환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의혹은 증폭됐다.
검찰수사 결과
1999년 6월 2일 서울지검 특수부는 옷 로비 의혹 수사 결과를 발표했다. 결론을 요약하면 ‘남편인 최순영 회장의 구명을 위해 접근한 이형자를 이용해 강인덕 전 통일부 장관 부인 배정숙이 부린 농간에 김태정 법무장관 부인 연정희가 누명을 썼다’ 즉 ‘실패한 로비로 옷 로비 시도가 없었다’가 결론이었다. 연정희씨가 호피 반코트를 반환한 것은 ‘분수에 맞지 않는 것 같아 입어보지 않고 반환’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특검의 결론
1999년 12월 20일 특검은 사건을 이형자씨의 ‘포기한 로비’ 사건으로 정리했다. 사직동팀과 검찰이 내사와 수사를 잘못해 사건의 본질이 축소, 변질됐다고 결론 내렸다. ‘옷 로비를 시도하기는 했지만 포기했다’는 결론이었다.
정리하면, 이형자씨가 남편 구명을 위해 고위층과 연정희씨에게 로비를 시도했으나 1998년 12월 “최 회장이 곧 구속될 것”이라는 연정희씨의 말을 듣고 로비를 포기하고 김태정 당시 검찰총장을 낙마시키기 위해 연씨의 고급 옷 구입 사실을 적극 유포한 사건이라고 설명했다. 김 총장을 낙마시키려고 결심한 이유는 옷값 대납 요구 과정에서 감정적인 갈등이 있었기 때문일 것으로 정리됐다.
한편 특검은 연정희씨가 호피 반코트를 돌려준 것은 ‘소유 의사로 입거나 소지하다가 투서 사실을 남편인 김태정 법무장관에게 듣고 서둘러 반환했다는 의혹이 있다’고 밝혔다. 또 특검은 “사직동팀 조사과정에 청와대법무비서관이 개입해 내사결과를 축소, 조작했을 가능성이 있다”며 “이형자씨가 연정희씨의 고급 옷 구입 사실을 퍼트린다는 첩보를 입수하고도 사실관계를 축소, 조작해 대통령에게 허위보고했다는 의혹이 짙다”고 덧붙였다.
재판 결과
2000년 11월 법원은 국회 청문회 등에서 위증(僞證)한 혐의로 기소된 김태정 전 검찰총장 부인 연정희씨에게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로비 당사자 이형자 전 신동아그룹 회장 부인은 무죄였다. 당시 재판부는 선고 직전 재판의 성격과 한계에 대해 “신이 아닌 인간이 하는 재판으로 진실을 다 밝혀낼 수는 없다”며 “거짓말의 정도나 빈도, 방법이 중요기준일 뿐 도덕적 비난과 국민들이 이 사건으로 느낀 피로감은 중요한 결정기준이 아니다”고 말했다.
재판의 종지부는 김태정 전 장관이 찍었다. 2002년 12월 옷 로비 사건과 관련한 사직동팀 내사보고서를 유출했다는 혐의로 재판을 받아온 김 전 장관은 법원으로부터 무죄선고를 받았다. 1심에서 그는 집행유예 판결을 받고 항소했었다.
야당, “김태정 구하기 위해 검찰 자존심 포기”
1999년 중순 ‘조폐공사 파업유도 의혹’과 최순영 전 신동아그룹 회장 부인이 법무부장관 부인 등에게 옷 로비를 시도했다는 ‘법무부장관 옷 로비 의혹’이 동시다발로 터졌다. 두 사건 모두 검찰 최고위층이 관련되어 있었다.
당시 야당(한나라당)이 흥분한 이유는 검찰이 옷 로비 의혹 사건에 대해 “로비 시도가 없었다”고 결론 내리고, 김대중 대통령이 로비 당사자로 지목된 김태정 법무장관을 유임시켰기 때문이다. 한나라당은 “검찰수사는 짜맞추기식 면죄부용이며, 법무부장관 부인 한 사람을 구하기 위해 검찰이 자존심을 스스로 포기했다”며 “김대중 대통령이 김태정 장관을 끝까지 보호하는 것은 김 장관이 검찰총장 시절 DJ비자금 사건을 보류해 준 데 대한 보상이다”고 주장했다.
한나라당은 적극적인 공세에 나섰다. 경북 지역에서 옷 로비 사건 규탄 대회를 열고, 국정조사권 발동까지 요구했다. 당시 한나라당은 김태정 법무장관의 즉각 퇴임, 특별검사 임명 후 재수사, 포괄적인 로비 의혹 진상 규명을 요구했다.
검찰의 미지근한 수사 결과에 야당의 반발이 계속되자, 김대중 대통령은 1999년 10월 7일 대한변협으로부터 특검후보를 2배수로 추천받아 옷 로비 사건에 최병모 변호사를 특별검사로 임명했다.
국민적 지지… 검찰 수뇌부 단죄 성과 |
2001년 인수·합병의 귀재로 불리던 G＆G그룹 이용호 회장이 보물선 인양 사업과 기업 사냥, 주가조작을 하면서 정·관계 유력 인사와 검찰 고위 간부의 보호를 받은 사건이다. 검찰은 2001년 9월 680억원대 횡령과 250억원대 주가조작 혐의로 이씨를 구속 기소했으나 로비를 통해 사건이 축소됐다는 의혹이 있었다. 여당의 유력 정치인이 검찰과 금감원에 청탁을 넣었다는 의혹이 핵심이었다.
검찰수사 결과
2000년 5월 서울지검은 이용호씨를 주가조작, 횡령 혐의로 내사하다가 ‘불입건 처리’로 종결했다. 이 과정에 정치권 실세, 대통령 인척, 검찰 고위 간부 등이 개입했다는 의혹이 있었다. 그러다 2001년 9월 대검 중수부가 재수사에 나서, 이씨를 구속했다.
대검은 이씨의 로비 의혹을 수사했지만, 성과를 내지 못했다. 2000년 불입건 경위에 대해 검찰 특별감찰본부가 구성돼 당시 서울지검장 등을 상대로 조사했지만 부당한 압력은 없었던 것으로 결론 내렸다.
특검의 결론
차정일 특별검사팀은 당시 ‘살아 있는 권력의 최측근 인사들을 법정에 세웠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수동 전 아태재단 상임이사, 대통령의 처조카 이형택 전 예금보험공단 전무, 신승남 전 검찰총장의 동생 신승환씨 등 9명을 구속 기소하고, 김봉호 전 국회부의장 등 3명을 불구속 기소했다.
특검의 가장 큰 소득은 검찰총장 동생 신승환씨를 구속 기소한 것이다. 이용호씨로부터 로비 대가로 6666만원을 받은 사실이 확인됐다. 그 결과 신승남 검찰총장이 사퇴했다.
신승남 전 총장과 김대웅 전 광주고검장은 이용호 게이트와 관련해 비호 의혹이 제기된 이수동 아태평화재단 상임이사에게 내사 정보를 누설한 혐의로 기소됐다.
재판 결과
2003년 1월 대법원은 알선수재 혐의로 신승환씨에게 징역 1년6월과 추징금 2억1666만원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신승남 전 총장과 김대웅 전 고검장 재판은 2007년 6월 대법원에서 각각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 징역 8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이들은 대법원에서 형이 최종 확정된 2007년 사면, 복권 받았다.
검찰 수뇌부가 의혹의 중심
‘조폐공사 파업유도 사건’과 ‘옷 로비 사건’이 특검의 손으로 넘어간 것은 검찰 수뇌부가 의혹의 중심에 있었기 때문이다. ‘손은 안으로 굽는다’는 속담이 있다. 검찰 고위 관계자가 사건의 한가운데에 있는 사건을 검찰에 맡기는 것은 당연히 문제가 있다. 여기서 두 사건을 특검에 맡겨야 한다는 정당성이 생겼다. 이용호 게이트 역시 신승남 검찰총장이 엮여 있었다.
2001년 이용호 전 G＆G그룹 회장의 정관계 로비 의혹을 수사한 ‘이용호 게이트 특검’은 지금까지 특검 가운데 가장 국민적인 지지를 많이 받은 특검이다. 당시 특별검사는 차정일 변호사였다.
야당 측이 이용호 게이트에 대한 특검을 요구하는 등 검찰에 대한 비판이 계속되자, 당시 신승남 검찰총장은 언론에 이렇게 이야기했다.
“이용호 사건에 대한 검찰의 수사는 100% 자신한다. 옷 로비와 파업유도 사건에 대한 특검이 실시됐지만 검찰의 수사가 제대로 됐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이번 이용호 사건에 대한 수사에 대해서는 더더욱 자신 있다. 특검을 하고도 실패해 국민들에게 손해를 끼치고 사회혼란만 야기한다면 (야당이) 책임을 져야 한다.”
호언장담(豪言壯談)이었고 특검을 해봐야 별거 없다는 주장이었다. 그러나 특검이 권력 최측근을 줄줄이 구속 기소하면서 검찰은 할 말이 없게 되었다.
‘통치행위’ 논란… 대통령의 불법도 처벌 보여줘 |
2003년 현대상선의 대북지원 과정에 정권 실세가 개입됐다는 대북송금 사건이 불거졌다.
쟁점은 두 가지였다. 우선 ‘대북경협자금이냐, 아니면 남북정상회담 성사 대가냐’라는 문제였다. 다음으로 최종 책임자가 김대중 대통령인지 아니면 박지원 당시 문화부장관인지 임동원 당시 국정원장인지를 밝혀내야 했다.
검찰수사 결과
검찰은 수사를 유보했다. 2003년 2월 3일 검찰은 이와 관련한 ‘검찰의 입장’을 발표했다. 검찰은 발표문을 통해 “현재 정치권에서 진상규명을 위한 노력이 진행 중이므로 검찰수사를 유보하고 국회의 논의를 우선하는 것이 앞으로 남북관계의 지속적 발전과 국가 장래 이익을 위해 타당하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특검의 결론
2003년 6월 25일 송두환 특별검사는 2000년 4월 남북정상회담 합의 과정에서 현대가 대북 경협사업권 대가 명목으로 4억 달러(현금 3억5000만 달러와 평양체육관 건립 등 현물지원 5000만 달러)를 주기로 약속한 것과 별개로 정부는 북한에 현금 1억 달러를 주기로 약속했다고 발표했다.
특검은 수사 결과를 바탕으로 박지원 전 장관, 고 정몽헌 현대그룹 회장, 임동원 전 국정원장 등을 기소했다. 특검은 노무현 대통령에게 수사기간 연장을 요청했으나, 대통령은 이를 거부했다.
재판 결과
법원은 대체로 관계자들에게 유죄를 선고했다. 그러나 사회적 논란은 그 후로도 계속됐다. 특히 논란이 된 것은 박지원 전 문화관광부장관의 150억원 수뢰 혐의였다. 이 부분은 특검을 통해 돈세탁 등이 드러났지만 구체적인 내용은 밝혀지지 않았다.
2003년 9월 법원의 1심 판결을 보면 사건에 대한 사법부의 입장을 알 수 있다. 핵심은 “목적이 정당하더라도 실정법상의 절차를 지키지 않으면 안 된다”였다.
재판부는 “법치주의 원칙을 쉽게 포기한 채 사기업을 통해 정상회담 직전에 대북송금을 실행함으로써 국민적 의혹을 불거지게 하고 북한을 제도화의 틀로 이끌어내지 못해 향후 대북경협에 상당한 부담감을 남긴 점을 종합한다면 엄정한 형사적 책임을 묻지 않을 수 없다”며 유죄 선고 이유를 밝혔다. 다만 가장 논란이 되었던 ‘대북송금의 정상회담 대가성’ 부분에 대해서는 “사법적 판단대상이 아니다”며 결론 내리지 않았다.
비록 유죄를 선고했지만 관계자들은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재판은 계속 이어져 2004년 3월 대법원은 임동원 전 국정원장 등 관계자들의 형을 확정했다. ‘대북송금은 통치행위가 아니다’는 결론을 내렸다는 점이 의미가 있었다. 대통령의 권한의 한계에 대한 범위를 만들었다는 성과가 있었다. 대북송금 사건 관계자들은 2004년 석가탄신일 특별사면을 받았다.
가장 뜨거운 논란이 된 박지원 전 장관의 현대 비자금 150억원 수뢰 혐의는, 2004년 11월 대법원이 무죄 취지로 서울고등법원에 돌려보내는 등 지리하게 계속된 재판을 거쳐 결국 2006년 9월 대법원은 150억 부분은 무죄로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다만 대북불법송금, 대출압력 혐의는 유죄로 인정했다. 결국 박 전 장관은 징역 3년을 선고받고 사건은 마무리됐다.
대통령이 사건의 당사자
2003년 현대상선 대북지원 과정에서 정권 실세가 개입했다는 의혹이 불거졌다. 김대중 대통령이 사건의 당사자라는 특징이 있었다. 김대중 대통령은 2월 14일 대국민담화를 발표했다. 주요 내용은 다음과 같다.
“대북송금 문제를 둘러싼 논란으로 큰 심려를 끼치게 되었습니다. 참으로 죄송하기 그지없습니다. 저 개인으로서도 참담하고 가슴 아픈 심정일 뿐입니다. 남북관계의 이중성과 북의 폐쇄성 때문에 남북문제에 있어서는 불가피하게 비공개로 법의 테두리 밖에서 처리할 수밖에 없는 경우가 있습니다. 평화와 국익을 위한 충정을 이해해 주십시오.”
그러나 그해 2월 26일 국회는 ‘남북정상회담 관련 대북비밀송금 의혹사건 등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검사 임명 등에 관한 법률안’을 통과시켰다. 여당(민주당)은 불참하고, 한나라당과 자민련 의원들만 참석한 가운데 법안은 통과됐다.
이와 관련해 2012년 7월 토론회에서 문재인 당시 민주당 대선 경선 후보는 의미 있는 발언을 했다.
문 후보는 “만약 검찰에 수사를 맡겼다면 검찰수사가 선을 넘을 경우에 남북관계의 근간을 해칠 수도 있고 더 나아가서는 정치자금 문제로 수사가 비화(飛火)될 수 있었다”며 “현대그룹이 그 자금을 어떻게 조성했느냐는 문제로까지 비화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아마도 문 후보는 고 노무현 대통령이 김대중 대통령을 보호하기 위해서 특검에 반대하지 않았다는 취지로 해당 발언을 한 것으로 보인다.
해당 발언은 특검의 성격에 대해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한다. 특검은 수사범위가 한정된다. 즉 특검법에 정해진 범위 이상은 수사할 수가 없다. 특검이 보호막으로 악용(惡用)될 수 있는 것이다.
‘폭로’로 발단… 검찰수사만 못했던 특검 |
2004년 최도술 전 청와대 총무비서관이 부산 지역 기업으로부터 300억원을 수수했다는 의혹, 썬앤문그룹이 노무현 대선캠프에 96억원을 제공했다는 의혹, 청주 나이트클럽 소유주 수사 외압 의혹 등이 동시다발로 제기됐다. 의혹을 모두 묶어 대통령 측근 비리 의혹조사 특검이 2004년 1월 출범했다.
검찰수사 결과
노무현 측근 비리 사건은 다양한 정치 의혹을 포괄하고 있었다. 검찰은 각각의 의혹을 수사했다. 그 결과 당시 정권 실세였던 안희정 현(現) 충남도지사를 구속 기소하고, 문병원 썬앤문 회장이 대선 당시 정치인에게 정치자금을 제공한 혐의를 밝혀내 40여 명을 기소했다.
특검의 결론
제기된 의혹 대부분을 ‘사실무근’으로 결론 내렸다. 성과라면 최도술 전 비서관의 4억9100만원 불법자금을 확인해 추가 기소한 것이 전부였다. 정권 실세였던 안희정씨를 구속 기소했던 검찰에 비해 초라한 성적이었다.
최도술씨의 300억원 수수설, 썬앤문그룹의 96억원 제공설, 청주 K나이트 클럽 소유주의 50억원 제공설 등 정치권에서 제기한 의혹들을 ‘근거 없다’로 결론 내렸다.
재판 결과
2004년 11월 대법원은 대선 때 47억7000만원의 불법 대선자금을 거둬들인 혐의로 안희정 현 충남지사에 대해 징역 1년에 추징금 4억9000만원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또 최도술 전 총무비서관은 기업들로부터 22억원의 불법자금을 모금한 혐의로 징역 1년6개월의 원심을 확정했다.
노무현 검찰은 믿어도 된다?
2001년 11월 노무현 당시 민주당 상임고문은 “특검 상설화라는 대선공약을 지키지 않은 것은 DJ정부의 큰 실책”이라고 말했다. 노무현 대통령은 이런 인식을 바탕으로 대선 후보 시절 ‘한시적 특검 상설화’를 대선공약으로 내걸었다.
대통령이나 권력 핵심이 개입된 사건에 대해서 검찰이 수사하면 그 결과를 믿지 않게 된다. 야당은 결과에 승복하지 않고 끊임없이 공세를 펼친다. 노무현 대통령이 후보 시절 특검 상설화를 주장한 것은 이런 이유에서였다.
그러나 노무현 대통령은 당선 이후 야당의 대선자금 특검 요구에 묵묵부답이었다. 아마도 ‘과거 정부는 몰라도, 노무현 정부의 검찰수사는 믿어도 된다’는 생각이 깔려 있었기 때문으로 보인다.
당시 정치 상황은 야당 대표가 투쟁의 전면에 나섰다는 점에서 현재와 비슷하다.
2003년 11월 23일 야당(한나라당) 최병렬 대표는 “노무현 대통령이 측근 비리 의혹 특별 법안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할 경우, 국회에서 재의결하지 않고 대통령에 대한 전면적인 투쟁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노무현 대통령은 이런 야당의 요구에도 불구하고 이틀 뒤 국무회의에 상정된 ‘대통령 측근 비리 의혹 관련 특검법’ 공포안을 거부하고 국회 재의결을 요청했다. 최병렬 대표는 단식 투쟁에 나섰다.
최 대표는 “대통령의 특검 거부는 권력의 횡포이며, 대통령의 자기 혁신과 정권의 자체 변혁이 가장 절박하고 절실하다”고 주장했다. 이런 혼란 끝에 노무현 대통령은 12월 6일 국회에서 재의결한 특검법을 받아들였다. 노 대통령은 김진흥 변호사를 특별검사로 임명했다.
최후의 승자는 특검이 아닌 검찰 |
2005년 러시아 유전개발 사업에 대한 정치적 외압 의혹을 말한다. 철도공사가 무리하게 유전인수 사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정치권, 청와대, 정부부처 등의 외압이 있었다는 의혹이었다. 외압의 실체로 이광재 열린우리당 의원이 거명됐다.
검찰수사 결과
검찰은 사건 당시 철도청장 등 공무원 5명을 구속 기속했으나 정치권 외압을 밝혀내지 못했다.
특검의 결론
2005년 11월 15일 특검은 “이광재 의원이 유전사업에 관여했다고 의심할 만한 정황은 있으나 이 의원에게 형사책임을 물을 증거가 부족하다”고 결론 내렸다. 결국 추가 사법처리 대상자도 없고, 드러난 새로운 혐의도 없는 특검이었다. 언론은 ‘삽질만 하다 끝난 특검’이라고 비판했다.
재판 결과
성과가 없었던 특검과 달리 이광재 의원을 끝까지 물고 늘어진 곳은 검찰이었다. 검찰은 2003년 썬앤문그룹 불법자금 1억500만원, 2005년 유전사업 연루 의혹, 삼성채권 6억원 수수 의혹, 2008년 강원랜드 비리 의혹 등 끊임없이 이 의원을 조사했다. 물론 대부분 무혐의, 공소권 없음, 내사종결 등으로 마무리됐다.
그러나 결국 검찰은 ‘박연차 게이트’ 유죄 선고를 받아냈다. 강원지사로 당선됐던 그는 지사직을 잃고 10년간 선거에 출마할 수 없게 됐다. 결국 최후의 승자는 검찰이었다.
특별검사 임명 절차 놓고 논란 벌여
2005년 ‘러시아 유전개발 사업의 정치권 외압 의혹’을 수사하기 위해 철도공사 유전개발 특검이 시작됐다. 유전사업 의혹 사건에서 특검 제도의 가장 중요한 문제가 불거졌다. ‘누구를 특검으로 임명하느냐’는 문제였다.
원래 특검은 대한변협회장이 단독으로 2명을 추천하면 그 가운데 한 명을 대통령이 임명했다. 변협에 특검 추천권을 맡겼던 것은 최대한 정치권의 영향을 배제하기 위해서였다. 그런데 이즈음부터 변협회장의 정치적 성향이 논란이 되었다. 여야가 ‘우리 편’ 특별검사를 세워야 한다는 정략적 접근을 시작한 것이다.
결국 논란 끝에 대법원장이 2명을 추천하는 것으로 결론이 났다. 이는 여야의 정치적 타협의 결과였다.
그러나 곧바로 삼권분립 정신을 위배한 위헌이라는 비판이 제기됐다. 판사가 검사를 지명하는 것이 말이 되느냐는 비판이었다. 재판을 맡는 사법부가 ‘자기들이 재판할 사건을 수사하고 기소하는 검사까지 고르는 것이 상식적인가’라는 의문이 제기됐다. 대법원 역시 국회 법사위에 대법원장의 특검 추천을 반대한다는 의견서를 보냈으나, 법사위는 이를 무시했다.
이런 논란 끝에 정대훈 변호사가 특별검사로 임명됐다. 정 변호사는 서울지법 부장판사 출신이었다. 판사 출신이 특검을 맡는 어색한 일이 벌어졌다. 특검은 의혹의 핵심인 이광재 의원에게 ‘정황은 있지만 증거가 부족’한 것으로 결론 내렸다. 의혹만 키웠지 아무런 소득이 없었다.
면죄부 특검 |
2007년 삼성구조조정본부 법무팀장을 지낸 김용철 변호사의 잇단 폭로로 촉발된 삼성 특검은 삼성과 이건희 회장을 정면으로 겨냥하고 있었다.
의혹은 크게 4가지였다. 2000억원대 비자금 조성과 7조원대 분식회계 여부, 정·관·법조계에 대한 로비 의혹, 에버랜드 주식 편법 증여를 통한 경영권 불법승계, 노 대통령 당선축하금 제공 여부 등이었다.
해당 사건이 특검으로 넘어가게 된 것은 검사들이 삼성으로부터 떡값을 정기적으로 받았다는 ‘삼성 떡값 검사’ 의혹이 크게 작용했다.
검찰수사 결과
에버랜드 사건 관련해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을 기소했으나, 검사 후원(로비) 의혹은 모두 무혐의 처리했다.
특검의 결론
2008년 4월 17일 특검은 수사 결과를 발표했다. 세금을 포탈한 금액이 1000억원이 넘고 회사에 손실을 끼친 금액이 2000억원에 달하지만 ‘전원불구속’ 처분을 내리면서 ‘봐주기 수사’라는 불명예를 안았다. 특검은 삼성 떡값을 받았다는 것으로 거명된 전·현직 검찰간부 5명에 대해 사실무근, 내사종결 처분을 내렸다.
재판 결과
2008년 7월 16일 서울중앙지방법원은 이건희 회장의 조세포탈 혐의만 유죄를 인정했다. 그나마 유죄를 받은 조세포탈 혐의는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그해 10월 10일 서울고등법원의 결론 역시 같았다.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2009년 5월 29일 대법원은 이건희 회장이 장남 이재용씨에게 계열사인 에버랜드의 전환사채(CB)를 저가(低價)에 매입하도록 해줘 삼성그룹 경영권을 승계시킨 것은 법적으로 무죄라고 결론 내렸다. 이건희 회장에 대한 명예회복 역시 신속하게 이뤄졌다. 2009년 8월 서울고등법원에서 징역 3년, 집행유예 5년을 최종 선고받은 이건희 회장은 그해 12월 평창동계올림픽 유치 등을 명분으로 정부로부터 특별사면을 받았다. 그 후 이건희 회장은 2010년 3월 24일 경영에 복귀했다.
法理 논쟁으로 시작된 특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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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8년 4월 17일 조준웅 특별검사가 한남동 사무실에서 삼성 특검 수사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
사실 삼성 특검은 재판 중이거나 재판이 끝난 사건을 다시 수사한다는 법리적인 문제가 있었다. 현재 박근혜 정부가 민주당의 특검 수용 요구를 거절하는 명분은 “재판 중인 사안에 특검을 도입하는 것은 법리적으로 맞지 않다”는 원칙 때문이다.
삼성 특검은 부실 수사를 넘어 삼성에 면죄부를 줬다는 평가를 받았다. 단지 혐의를 찾지 못한 것에 그치지 않고, 향후 수사 가능성까지 막아버렸기 때문이다. 우선 로비 의혹과 관련해서 수사가 덜 된 부분에 대해 검찰에 넘기면 될 것을 굳이 종결 처리해 향후 수사 가능성을 막은 것이 문제가 됐다. 이에 대해 당시 특검은 “수사가 더 필요한 부분이 있으면 검찰에 인계하는 것이지 의혹을 검찰에 넘기는 것은 아니다”고 반박했다.
또한 비자금 차명계좌는 범죄 정황이 뚜렷했는데 조세포탈로 입건해 버려 횡령 혐의를 피할 수 있도록 면죄부를 줬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횡령 혐의에 대한 재수사의 길을 막았다는 비판이었다. 특검은 “차명계좌에 대한 재수사는 얼마든지 가능하다”는 입장이었다. 그러나 “특검이 일단 결론을 낸 이상, 재고발을 해도 삼성은 ‘이미 종결된 사건’이라고 반발할 것이고, 검찰도 특검의 결론을 참고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비판이 법조출입 기자들로부터 제기됐다. 이에 대한 조준웅 특검은 “검찰이 그렇게야 하겠느냐”고 얼버무렸다.
소득없이 국론만 분열 |
2007년 11월 5일 통합신당은 ‘이명박 후보와 김경준이 공모해 옵셔널벤처스의 주가를 조작했다’는 고발장을 대검찰청에 접수했다. 사건은 대통령 당선이 유력했던 이명박 후보가 관련되면서 전 국민의 관심을 끌었다. 이명박 후보가 사기 사건에 연루된 BBK투자자문주식회사를 차명소유하고 있었는지, 옵셔널벤처스 주가조작에 관여했는지를 규명하는 것이 관건이었다.
검찰수사 결과
검찰은 이명박 후보는 BBK 설립과 무관하며 횡령·주가조작은 김경준의 단독범죄라고 결론 내렸다.
특검의 결론
2008년 2월 21일 정호영 특검팀은 이명박 대통령 당선자와 관련된 의혹이 모두 근거가 없다고 발표했다. 이 당선자의 관련 의혹은 모두 ‘무혐의’로 결론났다. 수사 결과 발표에서 정 특검은 “BBK는 100% 김경준 소유였고 김씨의 횡령과 주가조작 범행은 당선자와는 무관하다”고 밝혔다.
재판 결과
2009년 5월 28일 대법원이 옵셔널벤처스 주가조작 등의 혐의로 재미교포 김경준에 징역 8년 및 벌금 100억원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 판결하면서 마무리됐다.
이명박 대선 후보 겨냥한 정치성 특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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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8년 2월 22일 당시 한나라당 강재섭 대표, 안상수 원내대표 등 소속 의원들이 국회 예결위원회 회의장에서 의원총회를 갖고 “민주당은 이명박 BBK 의혹 특검이 헛방으로 드러난 데 대해 사과하라”고 주장하고 있다. |
여당이 사활을 걸고 추진한 결과, 2007년 12월 17일 이른바 이명박 BBK특검법은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특검법은 당시 이명박 대통령 후보를 겨냥하고 있었다. 만약 이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될 경우 특검수사는 어떻게 될 것인가? 특검수사로 혐의가 드러나서 기소가 될 경우 대통령직은 어떻게 되느냐? 등 여러 법리적 의문이 있었다. 논란이 있었지만, 최소한 특검 기소로 재판에서 벌금 100만원 이상 확정이 될 경우 대통령직을 잃게 될 것이라는 점은 분명했다.
당시 한나라당은 “특검은 위헌 요소가 많다”는 입장이었다.
첫째, 대법원장이 특검을 추천하는 것은 ‘재판 주체가 수사 주체를 선정해 삼권분립에 위배된다’고 비판했다.
둘째, 참고인 동행명령권이 문제가 됐다. ‘BBK특별법’에는 참고인들이 소환에 응하지 않을 경우 처벌할 수 있는 조항이 있었는데, 구체적인 범죄 혐의가 없는 참고인에 대해 법원의 영장이나 명령 없이 출두를 강제하는 것은 개인의 기본권을 옹호하는 헌법의 기본원리와 상충된다는 비판을 받았다.
셋째, 검찰수사를 전면 재수사한다는 것도 논란이 됐다. 이미 검찰수사가 끝난 부분을 빠짐없이 다시 수사한다는 것은 특검제의 법적 근거인 예외성, 보충성에 위배된다는 것이었다.
넷째, 이명박 후보 한 개인을 수사 대상으로 삼는 것도 논란이 됐다. 헌법상 무죄추정과 과잉금지 원칙에 위배된다는 것이었다. 분명 위헌적 요소가 있었다. 그러나 한나라당이 주도했던 이전 특검 역시 비슷한 위헌 요소가 있었다.
한나라당은 “노무현 대통령이 위헌적인 특검법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해야 한다”고 주장했으나, 정호영 특검의 출범을 막지는 못했다.
BBK 특검은 이명박 후보에게 형사적 책임을 물을 만한 혐의가 전혀 없다고 결론 내렸다. 해당 사건은 특검이 정치적 목적으로 변질될 때의 부작용을 보여준다. BBK는 금융사기 사건이었다. 한국이 어설픈 금융시스템 때문에 외국인 투자자들의 놀이터가 되었던 사건이었다. 당연히 사건 수사는 주가조작 사기 피해자 구제(救濟)에 맞춰져야 했다. 또 김경준이 해외로 빼돌린 돈을 회수하는 노력이 필요했다. 그러나 정치적 사건으로 변질되면서, 정치권도 수사당국도 피해자 구제에는 관심이 없었다. 그렇다고 이명박 당선자와 관련된 의혹을 밝혀낸 것도 아니었다. 특검은 아무런 소득없이 국론만 분열시켰다.
‘블랙코미디’로 조롱받은 특검 |
2010년 상반기 건설업자 정모씨의 진정서가 언론사, 사정기관 등에 흘러다니기 시작했다. 정모씨는 진정서를 통해 1984년부터 2009년까지 검사들을 접대했다고 폭로했다. 소위 ‘스폰서 검사’로 전·현직 검사 70여 명과 검사장 2명의 이름이 오르내렸다.
검찰수사 결과
의혹이 일파만파로 확대되었고, 검찰은 진상규명위원회를 구성했다. 위원회는 전·현직 검사 10명의 징계조치 권고 및 징계시효가 지난 검사 7명의 인사조치를 검찰에 요청했다.
특검의 결론
2010년 9월 28일 검사 향응수수 의혹을 수사해 온 민경식 특검팀은 한승철 전 대검 감찰부장을 비롯한 4명의 전·현직 검사를 뇌물수수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그러나 특검팀은 향응 의혹을 제기한 건설업자 정모씨의 진정을 묵살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황희철 법무부 차관과 의혹의 진원지로 지목된 박기준 전 부산지검장에 대해서는 무혐의 처분했다. 특검의 결론은 검찰의 진상조사와 특별히 다른 것이 없었다. 결국 ‘면죄부’ 특검이었다는 비판을 받았다.
재판 결과
‘스폰서 의혹’으로 면직 처분된 박기준 전 부산지검장과 한승철 전 감찰부장은 자신들은 비리가 없다며 면직 처분을 무효로 해달라는 소송을 냈다. 결국 2012년 2월 한승철 전 감찰부장은 법무연수원 연구위원으로 복직했다.
특검 이후 재판 과정은 한 편의 블랙코미디였다. 2011년 2월 사건에 연루돼 기소됐으나 1심에서 무죄 판결을 받은 현직 정모 검사는 민경식 특별검사팀을 비난하는 글을 검찰 내부 통신망에 올렸다. 그는 내부 통신망에 “스폰서 검사 파문을 온몸으로 체험하고 있는 못난이가 검찰 선후배와 동료들에게 경과보고의 의미를 담아 울적한 심정으로 썼다”며 ‘블랙코미디’라는 장문의 글을 남겼다.
통신망의 글에는 민경식 특별검사와 안병희 특검보는 블랙코미디의 주연과 조연이며, 재판에서 무죄 선고를 받은 것은 한마디로 특검이 완패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스폰서라고 하면 적어도 수년간 지속적인 관계를 맺어야 하는데 애초부터 18년 만에 만나서 단 한 번 저녁 먹고 노래방에 간 것을 문제 삼아 나를 스폰서 검사로 보는 것은 무리였다”며 “PD수첩이 급조한 비판적 여론을 등에 업고 한바탕 ‘저주의 굿판’을 벌였다는 것이 솔직한 인상”이라는 말까지 남겼다.
어이가 없는 것은 특검이 무죄 판결을 받은 검사에 대한 항소이유서를 법정 기한을 넘겨 법원에 낸 것이다. 항소 이유서를 제때 내지 않으면 2심 재판부는 원칙적으로 재판을 열지 않고 곧바로 항소를 기각하도록 돼 있다. 결국 정모 검사의 1심 무죄 판결은 확정됐다.
검찰총장이 분노 키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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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0년 7월 16일 이명박 대통령이 청와대에서 ‘스폰서 검사’ 의혹을 규명하기 위해 민경식 변호사에게 특별검사 임명장을 수여하고 있다. |
2010년 건설업자 정모씨가 진정서를 통해 1984년부터 2009년까지 검사들을 접대했다고 폭로했다. 성 접대까지 포함된 것으로 알려지면서, 국민들은 분노했다.
그러던 중 김준규 검찰총장의 발언은 국민들의 분노에 기름을 부었다. 검찰의 도덕성을 강조한 “검찰만큼 깨끗한 곳이 없다”는 발언이었다. 2010년 5월 12일 김준규 검찰총장은 사법연수원 강연에서 ‘스폰서 검사 의혹’에 대해 “수치심까지 느끼는 상황이다. 이제 검찰이 다시 태어나야 한다. ‘새 검찰’ 수준의 변화를 줄 것이다”고 말했다. 그러나 김 총장은 정치권에서 요구해 온 특검에 부정적이었다. 김 총장은 “정치권에서 특검 얘기가 나오고 있는데 검찰이 진상조사단(진상규명위)을 통해 기본적으로 정직함으로 대하면 국민들이 이해할 것”이라며 “검찰만큼 깨끗한 데를 어디서 찾겠느냐. 결국 권력의 원천인 국민이 견제하고 통제하고 관여하는 제도로 바꾸겠다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김 총장은 검찰의 수장으로서 조직의 자존심을 지키려 했으나, 결국 특검을 막지는 못했다.
‘스폰서 특검’은 이전의 특검과는 그 성격이 많이 달랐다. 과거 특검은 야당이 주장하고, 여당이 막는 모양이었다. 그러나 스폰서 특검은 정치권 모두 특검의 필요성을 인정했다. 오히려 상설특검 등 검찰 개혁의 중요한 근거가 됐다. 검찰 조직의 치부가 적나라하게 공개되면서, 검찰 비리를 담당하는 조직의 필요성이 제기됐다. 2010년 6월 11일 대검찰청은 검사의 비리를 전담 수사하는 검찰 내 특검을 도입하는 등 내부 감찰 기능을 강화하고 검찰문화를 개선하겠다는 ‘검찰제도 개혁안’을 발표하는 등 분위기 전환을 노렸다. 그러나 6월 29일 스폰서 검사 특검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고, 7월 15일 이명박 대통령은 민경식 변호사를 특검으로 임명했다. 역대 9번째 특검이었다.
스폰서 특검은 검찰 고위층이 수사의 대상이었다. 그러나 스폰서 특검은 특검 제도의 한계에 대해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한다. 스폰서 특검의 수사 핵심 주체는 검찰에서 파견 나온 10명의 검사였다. 이들은 소극적이었다. 특검은 검찰, 경찰에서 인력을 파견받아 임시로 운영된다. 기간이 지나면, 돌아갈 사람들이다. 잠시 특검에서 일하는 검사가 적극적으로 수사에 임할 동기가 부족했다. 스폰서 특검은 55일 동안 67명의 수사 인력을 동원해 24억원의 국민 세금을 썼다. 세금만 낭비했다는 비판이 계속됐다.
‘무리한 끼워넣기 수사’로 비판 |
2011년 10월 26일 서울시장 보궐선거 때 박원순 후보 및 선관위 홈페이지에 디도스(DDos·분산 서비스 거부) 공격이 발생했다. 민주주의의 근간을 파괴하는 선거 방해 공작의 주범은 박희태 국회의장과 최구식 한나라당 의원의 비서관이었다. 사건의 핵심은 ‘윗선 혹은 배후가 있느냐’에 모였다.
검찰수사 결과
경찰과 검찰 수사를 통해 최구식 한나라당 의원의 운전기사 공모씨와 도박사이트 운영자 강모씨 등이 저지른 범죄로 결론이 났다. 검찰은 “윗선과 배후가 없다”고 결론 내렸다. 박희태 전 국회의장의 전 비서관과 최구식 전 의원의 전 비서관 등 7명을 기소했다.
특검의 결론
2012년 6월 21일 박태석 특별검사는 특검사무실에서 디도스 사건 수사 결과를 발표했다. 수사 결론은 검찰과 다르지 않았다. 다만 경찰의 수사 내용을 최 전 의원에게 알려줬다며 김효재 전 청와대 정무수석 등 3명을 새로 불구속 기소했다.
또 디도스 공격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다며 선관위 고모 사무관을 불구속 기소하는 등 5명을 새로 불구속 기소했다.
재판 결과
김효재 청와대 정무수석이 수사기밀을 최구식 의원에게 알려줬다는 의혹에 대해, 김 수석은 “사실관계를 정확히 확인한 뒤 보고하기 위해 통화한 것이지 공무상 비밀을 누설한 적은 없다”며 혐의를 부인했다. 사실 정무수석이 정치인과 통화하는 것은 당연한 일로 이를 기밀누설로 몰고 가는 것은 무리가 있었다. 또 선관위 직원의 직무유기 부분 역시 논란이 됐다.
선관위는 “직무유기는 고의적으로 직무를 이탈했을 때 처벌할 수 있다는 것이 대법원의 판례”라며 선관위가 매뉴얼대로 대응하지 못해 직무유기를 했다는 특검의 주장을 반박했다. 결국 전체적으로 아무런 소득이 없자, 특검이 무리하게 끼워넣기로 기소했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논란 끝에 김효재 전 정무수석은 2012년 12월 대법원에서 공무상 비밀누설 혐의로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이 확정됐다. 반면 선관위 직무유기 부분은 무죄로 결론이 났다.
여당도 털고 가야 할 사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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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2년 3월 26일 서울 강남구 역삼동 영빌딩에서 분산서비스거부(DDos·디도스) 공격 사건을 수사할 특검팀이 사무실 현판식을 갖고 있다. |
당시 한나라당 입장에서도 디도스 의혹을 덮고 갈 수는 없었다. 경찰과 검찰이 “디도스 공격에 윗선이나 배후가 없다”고 결론을 냈으나, 여야는 모두 특검의 필요성에 동의했다. 한나라당 입장에서도 털고 가야 할 사건이었다. 결국 박태석 특검이 임명돼, 특검팀이 꾸려졌다. 그러나 특검팀은 “최 전 의원에 대해선 세 차례 소환조사, 서울·진주 사무실 압수수색, 계좌추적, 휴대전화 통화내역 분석 등 철저히 수사했지만 혐의점을 찾을 수 없었다”며 “최 전 의원은 디도스 공격을 지시할 이유나 이해관계가 없다”고 결론 내렸다. 디도스 특검엔 100명 이상의 인원이 수사에 참여하고, 20억원의 예산이 사용됐다.
대통령 최측근 단죄 |
내곡동 의혹이란 2011년 5월 청와대 경호처가 이명박 대통령이 퇴임 후 거주할 사저 신축 터 일부를 대통령 아들 시형씨와 공동명의로 구입하면서 시형씨에게 감정가보다 값을 싸게 내도록 해 부당이득을 안겼고, 실제는 이 대통령이 소유주인데 시형씨 명의를 이용해 부동산실명제법을 어겼다는 내용이다.
검찰수사 결과
의혹에 대해 검찰은 2012년 6월 수사에서 부당이득, 부동산실명제법 위반 혐의 모두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
특검의 결론
이광범 특검은 2012년 11월 14일 ‘내곡동 사저 의혹’ 수사 결과를 발표했다. 특검은 이명박 대통령의 아들 시형씨에게 비싼 땅을 몰아주고, 경호처가 땅값을 대신 지불하도록 해 국가에 9억7000만원 손실을 끼친 혐의(배임)로 김인종 전 청와대 경호처장과 김태환 전 재무관 등 경호처 직원 3명을 불구속 기소했다.
재판 결과
특검은 김인종 전 청와대 경호처장 등 전·현직 경호처 관계자 3명을 기소하는 등 무혐의 처분을 내렸던 검찰에 비해서는 나름 성과가 있었다. 그러나 재판 결과는 솜방망이 처벌로 끝났다. 2013년 9월 27일 대법원은 배임 등의 혐의로 기소된 김인종 전 경호처장에게 징역 1년6개월에 집행유예 3년형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함께 기소된 경호처 행정관도 같은 형을 받았다. 내곡동 특검팀에 조작된 보고서를 제출하도록 지시한 혐의로 기소된 경호처 시설관리부장 역시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결국 유죄로 결론 내렸지만, 실질적인 처벌은 없었다.
정치 특검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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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2년 11월 14일 이광범 특별검사가 서울 서초동 변호사 교육문화회관에서 이명박 대통령 내곡동 사저관련 수사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
당시 특검법에 따르면, 특별검사는 민주당이 10년 이상 판사·검사·변호사직에 있던 변호사 중에 2명의 후보자를 대통령에게 추천, 대통령이 3일 이내에 이 가운데 1명을 임명하도록 했다.
내곡동 특검은 향후, 특검 임명 절차에서 무시할 수 없는 전례(前例)를 남겼다. 여당이 관련된 사건의 특검 후보는 야당이 추천하고 야당이 관련된 사건의 특검 후보는 여당이 추천하는 것이 관례화될 가능성이 있다.
이런 식의 특검은 정치색을 띨 수밖에 없다. 사건의 실체를 밝히는 것이 아니라 정치 특검으로 변질될 수 있다. 국회가 특검 후보 추천권을 갖도록 하고 여야가 정치적 합의를 하도록 하는 것이 합리적이다. 내곡동 특검에서 남긴 선례가 앞으로도 유지될지 관심이다.
우려는 현실화됐다. 민주당이 추천한 김형태, 이광범 변호사는 민변(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 참여연대, 우리법연구회 등에서 활동하는 등 친야(親野) 성향이 뚜렷한 법조인이었다. 대통령 선거가 임박한 시기여서, 새누리당은 “특검을 대선에 이용하려는 음모”라며 반발했다.
청와대는 민주당에 특검 재추천을 요구하는 등 반발했지만, 결국 이광범 변호사를 특검에 임명했다. 이광범 특검은 청와대 경호처를 압수수색하고, 김윤옥 여사를 서면조사하는 등 나름 적극적으로 수사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