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市, 구비서류 제대로 갖추지 않은 민주당에 서울광장 사용 허락
⊙ “민주당 같은 사례는 없었던 것으로 기억”
⊙ 행정대집행보다는 변상금 부과한다더니 保守단체 천막은 강제철거
⊙ “민주당 같은 사례는 없었던 것으로 기억”
⊙ 행정대집행보다는 변상금 부과한다더니 保守단체 천막은 강제철거
- 민주당 김한길 대표가 2013년 9월 11일 오전 서울광장 천막당사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서울 중구 태평로1가 서울시청 앞 광장은 원래 차도(車道)였다. 한·일 월드컵이 열린 2002년 다수의 국민은 이곳에 모여 목청껏 ‘대~한민국’을 외쳤다. 월드컵 기간(2002년 5월 31일~6월 30일)인 2002년 6월 13일 제3회 전국 동시 지방선거에서 서울시장으로 당선된 이명박(李明博) 전 대통령은 취임(2002년 7월 1일)과 동시에 시청 앞 광장을 시민에게 돌려주겠다고 약속했다. 시청 앞 도로를 없애고 그곳에 바닥을 파서 조명장치를 넣고 유리로 덮어 화려한 공간을 만들겠다는 계획이었다. 하지만 예산이 모자랐다. 어쩔 수 없이 잔디로 덮었는데 반응이 좋았다. 2004년 5월 1일 53억원의 예산을 들인 1만3207m² 규모의 서울광장은 그렇게 탄생했다. 이곳의 공식명칭은 ‘문화와 예술이 있는 서울광장’으로 ‘Culture & Art in Seoul Plaza’이다.
서울광장은 ‘집회의 명소’가 됐다. 주위에 시청과 덕수궁이 있고, 서울 한복판이라는 상징성 때문인지 광장 조성 이후 연일 다양한 대중집회가 열리고 있다. 특히 광장 사용이 2010년 9월 허가제(許可制)에서 신고제(申告制)로 바뀌고 나서 이용 단체들은 더욱 늘었다. 서울시 관계자는 “광장이 비는 날이 거의 없다”며 “행사가 2~3건씩 겹치는 날도 많다”고 했다.
서울광장은 신고만 하면 이용 가능
서울광장은 어느 단체든 별지서식만 잘 작성하면 이용할 수 있다. ‘서울특별시 서울광장의 사용 및 관리에 관한 조례’ 5조 1항은 ‘신고자는 사용 목적과 일시, 신고자의 성명과 주소, 사용예정인원 등을 기재한 별지서식의 광장사용신고서를 광장을 사용하고자 하는 날 또는 사용개시일(이하 “사용일”이라 한다)의 90일 전부터 5일 전까지 시장에게 제출하여야 한다’고 돼 있다. 여기에서 별지서식은 서울광장사용신고서(별지 1호), 행사계획서(별지 2호), 서울광장사용위치도(별지 3호), 시설물설치내역 및 원상복구계획(별지 4호)을 뜻한다.
‘서울특별시 서울광장의 사용 및 관리에 관한 조례 시행규칙’ 제4조에 따르면 신고자의 제출서류에 흠이 있는 경우, 보완에 필요한 상당한 기간을 정하여 지체 없이 신고자에게 보완을 요구해야 한다. 신고자에게 제출서류의 보완을 요구하는 경우에는 문서·구술·전화·모사전송 또는 이메일 등의 방법으로 하되, 신고자가 특별히 요청한 때에는 문서로 해야 한다. 신고자가 서류를 보완하지 않을 경우 ‘민원사무처리에 관한 법률’ 등 관련 법령에 따라 처리한다.
‘민원사무처리에 관한 법률’은 신고자는 해당 민원사무의 처리가 종결되기 전에 그 신청의 내용을 보완하거나 변경 또는 취하할 수 있다고 돼 있다. 종합하면 4가지 별지서식이 갖춰지지 않으면 서울광장을 사용할 수 없다는 이야기다. 서울광장 대여(貸與)를 담당했던 시 공무원은 “서류가 미흡하면 (서울광장을) 사용할 수 없다”고 했다.
이런 내용의 조례와 법률이 존재함에도 불구, 서울시는 구비서류를 제대로 갖추지 않은 민주당에 서울광장 대여를 허락한 것으로 확인됐다.
《월간조선》이 입수한 서울시 내부 자료를 보면 민주당은 2013년 8월 ‘민주주의 회복과 국정원개혁 국민운동본부 행사진행’을 위해 총 4번(2013년 8월 1일, 8월 2일, 8월 13일, 8월 27일) 서울광장 사용 신청을 했는데 단 한 번도 서울시에 서울광장사용신고서(별지 1호)를 제외한 행사계획서(별지 2호), 서울광장사용위치도(별지 3호), 시설물설치내역 및 원상복구계획(별지 4호)을 제출하지 않았다.
서울시의 이중잣대
다른 단체의 상황은 어떨까. 서울시가 국회에 공개한 일부 관련자료와 서울시 공무원의 증언으로는 민주당과 같이 서울광장사용신고서 하나만 제출하고 광장을 빌린 사례가 없었다.
게다가 서울시는 민주당의 제출 자료가 미비했음에도 보완을 요구하지 않았다. 앞서 설명했듯 ‘서울특별시 서울광장의 사용 및 관리에 관한 조례시행규칙’ 제4조에 따르면 신고자의 제출서류에 흠이 있는 경우, 보완에 필요한 상당한 기간을 정하여 지체 없이 신고자에게 보완을 요구해야 한다. 서울시가 민주당에만 특혜를 준 것은 아닐까.
상황을 아는 관계자와 3자를 통해 어렵게 연락이 닿았다. 그는 극도로 말을 아꼈다.
—서울시 서울광장의 사용 및 관리에 관한 조례 5조 1항에 따르면 4개의 서류를 다 제출해야 광장 대여가 가능한데 민주당은 서울광장사용신고서만 냈는데도 허가한 이유는 무엇입니까.
“원칙상으로는(4개를 모두 제출하는 것이 맞는데)….”
—조례를 어긴 것 아닙니까.
“조례에 나온 별지서식은 서울광장사용신고서이고 나머지 3가지는 구비서류기 때문에….”
—조례에 4가지가 전부 별지서식으로 나와 있는데 무슨 말씀이십니까.
“조례상으로는 그렇지만….”
—나머지 3개 서류는 제출하지 않아도 광장을 대여할 수 있다는 말처럼 들리는데 민주당처럼 광장을 빌린 사례가 있습니까.
“간혹 나이 많은 분들이 서류 1~2가지 정도 빼놓을 때는 있어요. 제 기억이 맞을지는 모르겠지만 민주당처럼 서울광장사용신고서 1개만 내고 광장을 대여한 사례는 없었던 것 같습니다.”
—서울특별시 서울광장의 사용 및 관리에 관한 조례 시행규칙 제4조를 보면 신고자의 제출서류에 흠이 있을 경우 보완을 요구해야 한다고 나와 있는데 민주당에 보완을 요구했습니까.
“제가 담당이 아니라 잘 모르겠습니다.”
—혹시 행사가 끝나고 나서 보완요구를 하는 경우가 있습니까. 그렇다면 요식행위 같은데요.
“그렇지 않습니다.”
서울시 국정감사를 담당했던 국회의원 및 그의 보좌진과 서울시의원 등을 통해 확인한 결과 서울시는 행사가 끝난 뒤에야 민주당에 서류보완 요구를 했다.
이 정도 사안을 특혜로 볼 수 있느냐는 반론이 나올 수도 있다. 그러나 상식 기준에서 서류미비를 눈감고 넘어간 것은 특혜로 판단할 수 있다. 유력 정치인의 자식이 서류미비에도 공기업에 입사했다가 발각될 경우 특혜 의혹에 휘말리는 것과 별반 차이가 없어 보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민주당이 제출하지 않은 세 가지(행사계획서·서울광장사용위치도·시설물설치내역 및 원상복구계획) 별지서식은 상세하게 작성해야 하는 만큼 나름의 시간이 소요된다.
박주희 바른사회시민회의 사회실장은 “정당이 법을 위반하는 상황을 두고 볼 수 없다”며 “서울시는 봐주기식으로 넘어가면 안 된다”고 했다.
보수단체 농성 천막은 강제철거
민주당은 2013년 8월 1일부터 11월 10일까지 101일간 서울광장에 천막당사를 차렸다. 이 중 신고를 하고 광장을 사용한 날은 8월 6일, 8월 12~13일, 8월 20일로 총 4일뿐이다. 나머지는 미신고 상태로 총 1655만원의 변상금을 냈다. 서울광장 사용료는 오전 6시~오후 6시까지는 시간당 1m²에 10원, 이외 시간은 야간 요금인 13원이 적용된다. 무단으로 사용하면 20%의 가산금이 붙는다.
조례가 정한 최소 사용단위는 500m²로 민주당이 실제 무단 점유한 면적은 500m² 미만이지만 500m² 사용에 해당하는 돈을 지불했다. 사용시간에는 광장에 시설물을 설치·철거하는 시간도 포함된다.
당시 민주당 천막당사는 시청역 5번 출입구 앞에 설치돼 시민이 통행에 큰 불편을 겪었다. 도심을 찾은 외국 관광객들이 서울도서관 외관 등을 구경하는 데에도 지장을 줬다. 하지만 서울시는 강제철거는 하지 않고 변상금만 부과했다.
이에 여권(與圈)에서는 박원순(朴元淳) 서울시장이 민주당 소속이어서 적극적인 대처를 하지 않고 있다는 비판이 나왔다. 변상금을 물리는 방법은 m³당 10~13원씩이라 실효성이 작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시 관계자는 “민주당에 자진철거를 요청하는 공문을 여러 번 보냈다. 시는 행정대집행(行政代執行)보다는 변상금을 부과한다는 원칙을 갖고 있다”며 “이는 다른 단체들의 무단점거 때도 마찬가지”라고 했다.
하지만 이 관계자의 이야기와는 다르게 강제 철거당한 사례가 있었다. 2013년 8월 7일 보수단체 대한민국어버이연합은 민주당의 서울광장 무단점거에 항의, 민주당 천막당사 철거를 요청하는 농성천막을 설치했는데 즉시 강제 철거당했다.
이철우(李喆雨), 이노근(李老根) 등 새누리당 의원은 “민주당에는 4차례 계고장을 보낸 것으로 끝냈지만, 보수단체가 세운 농성천막은 계고장 발부 없이 강제 철거한 이유를 박원순 시장은 밝혀야 한다”고 했다.
‘왜 보수단체의 농성천막은 강제 철거했느냐’는 질문에 해당 부서의 서울시 관계자는 “잘 아시지 않느냐”며 “시는 국회의 피감기관이라 함부로 할 수 없고, 정당의 일에 지방자치단체가 물리적으로 대처할 수 없다”고 했다.
서울시, 좌파단체에 辨償金 받아낼 의지 없어
바른사회시민회의가 정보공개 청구로 서울시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08년 6~7월 ‘광우병 위험 미국산 쇠고기 전면 수입을 반대하는 국민대책회의(광우병대책회의)’는 30일 동안 서울광장을 무단 점유했다. 광우병대책회의는 민주당·통합진보당(당시 민주노동당) 등 정당과 1000여 시민 단체로 결성된 연대 단체로, 한·미 쇠고기 협상 반대 시위를 주도했다. 서울시는 조례를 근거로 광우병대책회의에 변상금 1039만원을 물렸다. 하지만 서울시는 시효 기간인 5년이 지난 2013년 6월 광우병대책회의가 2008년 말 해체함에 따라 변상금을 받을 주체가 불분명하다는 이유로 변상금을 결손 처리했다. 광우병대책회의가 시위하는 기간 경찰과 시위대의 물리적 충돌로 생긴 피해는 상당했다. 당시 한국경제연구원이 발간한 <촛불시위의 사회적 비용>이라는 보고서를 보면 ▲사회 불안정에 따른 거시경제적 비용이 1조3520억원 ▲공공개혁 지연에 따르는 비용이 5708억원으로, 촛불시위에 따른 총 국가적 손실이 국내총생산(GDP)의 0.2%를 넘는 1조9228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보고서는 “만약 촛불시위가 1년 이상 장기간 지속돼 공공개혁 과제가 계속 미뤄진다면 국민경제적 비용은 3조4000억원으로 증가하고, 사회적 혼란으로 인한 거시경제적 비용은 약 3조7000억원까지 상승해 모두 7조원을 넘어설 수 있다”고 예측했다.
이처럼 국가에 큰 손해를 입힌 단체에 서울시는 변상금을 물릴 의지가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공유재산관리법에 지자체는 변상금을 내지 않는 단체나 개인의 재산을 압류해 강제 처분할 수 있게 돼 있기 때문이다. 서울시가 변상금을 받아낼 생각이 있었다면 광우병대책회의 참가 단체들을 상대로 진작에 압류 조치를 취할 수 있었다.
바른사회시민회의 관계자는 “연대 단체가 해체됐더라도 참여했던 주요 단체로부터 변상금을 받아내야 한다”며 “이런 식이라면 큰 이슈가 터질 때마다 범국민대책본부라는 이름으로 급조되는 연대 단체가 서울광장을 불법 점유할 것”이라고 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단체가 해체됐더라도 주요 단체에 변상금을 부과하는 개선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李明博·吳世勳 전 시장 때는 어땠나
2009년 8월 6일 《오마이뉴스》는 <[광장을 열어라 ⑥] 서울광장조례 제정 왜 문제인가>라는 기고문을 통해 이같이 밝혔다.
<서울시의 광장운영은 예견대로 매우 자의적이고 편의적이며, ‘정치적’으로 운영되었다. 노숙인 의료비 증액을 요구하는 연대 한마당은 불허하고, 행사를 강행했다는 이유로 인권활동가 등 3인을 고발했다. 그러나 ‘한미동맹 강화와 경제살리기를 위한 6·24 대강성 비상구국기도회’는 허용했다.
‘민족민주열사 합동추모제’는 서울광장 조성 목적에 맞지 않는다는 이유로 불허했지만 이와 유사한 성격의 ‘군경의문사희생자를 위한 추모제’와 ‘KAL 858기 실종사건 추모제’는 허용했고, ‘사학법개정 촉구집회’나 ‘수도이전반대 결의대회’ 등 정치적 목적을 분명히 하는 보수단체들의 집회는 ‘광장조성 목적에 맞지 않아도’ 수도 없이 개최되었다.>
사실 확인을 위해 국회를 통해 이명박-오세훈(吳世勳) 전 시장 때의 자료를 요구했다. 서울시는 “자료는 5년간만 보관하기 때문에 없다”고 했다.
민주당 의원실의 보좌진은 “새누리당의 전신인 한나라당도 사학법 개정 촉구 집회를 위해 서울광장에 나왔을 때를 살펴보면 문제가 나올 것”이라고 했다.
여·야를 떠나 서울시장은 정치색이 짙은 행보를 보이면 안 된다. 그러지 않으면 서울시와 중앙정부가 불필요한 마찰을 빚고 결국 손해는 시민에게 돌아가는 탓이다.
박 시장은 2013년 11월 7일 서울 중구 태평로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관훈클럽 초청 토론회에서 이렇게 이야기했다.
“좌우 이념 대결, 빈부 대결, 지역 간 격차가 심각한 우리 사회에서 좌우를 넘어 화합하고 조정하는 시장이 될 것입니다. 저는 좌파도 우파도 아닌 시민파입니다.” 그의 행동이 과연 시민 편이었까.⊙
서울광장은 ‘집회의 명소’가 됐다. 주위에 시청과 덕수궁이 있고, 서울 한복판이라는 상징성 때문인지 광장 조성 이후 연일 다양한 대중집회가 열리고 있다. 특히 광장 사용이 2010년 9월 허가제(許可制)에서 신고제(申告制)로 바뀌고 나서 이용 단체들은 더욱 늘었다. 서울시 관계자는 “광장이 비는 날이 거의 없다”며 “행사가 2~3건씩 겹치는 날도 많다”고 했다.
서울광장은 신고만 하면 이용 가능
서울광장은 어느 단체든 별지서식만 잘 작성하면 이용할 수 있다. ‘서울특별시 서울광장의 사용 및 관리에 관한 조례’ 5조 1항은 ‘신고자는 사용 목적과 일시, 신고자의 성명과 주소, 사용예정인원 등을 기재한 별지서식의 광장사용신고서를 광장을 사용하고자 하는 날 또는 사용개시일(이하 “사용일”이라 한다)의 90일 전부터 5일 전까지 시장에게 제출하여야 한다’고 돼 있다. 여기에서 별지서식은 서울광장사용신고서(별지 1호), 행사계획서(별지 2호), 서울광장사용위치도(별지 3호), 시설물설치내역 및 원상복구계획(별지 4호)을 뜻한다.
‘서울특별시 서울광장의 사용 및 관리에 관한 조례 시행규칙’ 제4조에 따르면 신고자의 제출서류에 흠이 있는 경우, 보완에 필요한 상당한 기간을 정하여 지체 없이 신고자에게 보완을 요구해야 한다. 신고자에게 제출서류의 보완을 요구하는 경우에는 문서·구술·전화·모사전송 또는 이메일 등의 방법으로 하되, 신고자가 특별히 요청한 때에는 문서로 해야 한다. 신고자가 서류를 보완하지 않을 경우 ‘민원사무처리에 관한 법률’ 등 관련 법령에 따라 처리한다.
‘민원사무처리에 관한 법률’은 신고자는 해당 민원사무의 처리가 종결되기 전에 그 신청의 내용을 보완하거나 변경 또는 취하할 수 있다고 돼 있다. 종합하면 4가지 별지서식이 갖춰지지 않으면 서울광장을 사용할 수 없다는 이야기다. 서울광장 대여(貸與)를 담당했던 시 공무원은 “서류가 미흡하면 (서울광장을) 사용할 수 없다”고 했다.
이런 내용의 조례와 법률이 존재함에도 불구, 서울시는 구비서류를 제대로 갖추지 않은 민주당에 서울광장 대여를 허락한 것으로 확인됐다.
《월간조선》이 입수한 서울시 내부 자료를 보면 민주당은 2013년 8월 ‘민주주의 회복과 국정원개혁 국민운동본부 행사진행’을 위해 총 4번(2013년 8월 1일, 8월 2일, 8월 13일, 8월 27일) 서울광장 사용 신청을 했는데 단 한 번도 서울시에 서울광장사용신고서(별지 1호)를 제외한 행사계획서(별지 2호), 서울광장사용위치도(별지 3호), 시설물설치내역 및 원상복구계획(별지 4호)을 제출하지 않았다.
서울시의 이중잣대
다른 단체의 상황은 어떨까. 서울시가 국회에 공개한 일부 관련자료와 서울시 공무원의 증언으로는 민주당과 같이 서울광장사용신고서 하나만 제출하고 광장을 빌린 사례가 없었다.
게다가 서울시는 민주당의 제출 자료가 미비했음에도 보완을 요구하지 않았다. 앞서 설명했듯 ‘서울특별시 서울광장의 사용 및 관리에 관한 조례시행규칙’ 제4조에 따르면 신고자의 제출서류에 흠이 있는 경우, 보완에 필요한 상당한 기간을 정하여 지체 없이 신고자에게 보완을 요구해야 한다. 서울시가 민주당에만 특혜를 준 것은 아닐까.
상황을 아는 관계자와 3자를 통해 어렵게 연락이 닿았다. 그는 극도로 말을 아꼈다.
—서울시 서울광장의 사용 및 관리에 관한 조례 5조 1항에 따르면 4개의 서류를 다 제출해야 광장 대여가 가능한데 민주당은 서울광장사용신고서만 냈는데도 허가한 이유는 무엇입니까.
“원칙상으로는(4개를 모두 제출하는 것이 맞는데)….”
—조례를 어긴 것 아닙니까.
“조례에 나온 별지서식은 서울광장사용신고서이고 나머지 3가지는 구비서류기 때문에….”
—조례에 4가지가 전부 별지서식으로 나와 있는데 무슨 말씀이십니까.
“조례상으로는 그렇지만….”
—나머지 3개 서류는 제출하지 않아도 광장을 대여할 수 있다는 말처럼 들리는데 민주당처럼 광장을 빌린 사례가 있습니까.
“간혹 나이 많은 분들이 서류 1~2가지 정도 빼놓을 때는 있어요. 제 기억이 맞을지는 모르겠지만 민주당처럼 서울광장사용신고서 1개만 내고 광장을 대여한 사례는 없었던 것 같습니다.”
—서울특별시 서울광장의 사용 및 관리에 관한 조례 시행규칙 제4조를 보면 신고자의 제출서류에 흠이 있을 경우 보완을 요구해야 한다고 나와 있는데 민주당에 보완을 요구했습니까.
“제가 담당이 아니라 잘 모르겠습니다.”
—혹시 행사가 끝나고 나서 보완요구를 하는 경우가 있습니까. 그렇다면 요식행위 같은데요.
“그렇지 않습니다.”
서울시 국정감사를 담당했던 국회의원 및 그의 보좌진과 서울시의원 등을 통해 확인한 결과 서울시는 행사가 끝난 뒤에야 민주당에 서류보완 요구를 했다.
이 정도 사안을 특혜로 볼 수 있느냐는 반론이 나올 수도 있다. 그러나 상식 기준에서 서류미비를 눈감고 넘어간 것은 특혜로 판단할 수 있다. 유력 정치인의 자식이 서류미비에도 공기업에 입사했다가 발각될 경우 특혜 의혹에 휘말리는 것과 별반 차이가 없어 보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민주당이 제출하지 않은 세 가지(행사계획서·서울광장사용위치도·시설물설치내역 및 원상복구계획) 별지서식은 상세하게 작성해야 하는 만큼 나름의 시간이 소요된다.
박주희 바른사회시민회의 사회실장은 “정당이 법을 위반하는 상황을 두고 볼 수 없다”며 “서울시는 봐주기식으로 넘어가면 안 된다”고 했다.
보수단체 농성 천막은 강제철거
민주당은 2013년 8월 1일부터 11월 10일까지 101일간 서울광장에 천막당사를 차렸다. 이 중 신고를 하고 광장을 사용한 날은 8월 6일, 8월 12~13일, 8월 20일로 총 4일뿐이다. 나머지는 미신고 상태로 총 1655만원의 변상금을 냈다. 서울광장 사용료는 오전 6시~오후 6시까지는 시간당 1m²에 10원, 이외 시간은 야간 요금인 13원이 적용된다. 무단으로 사용하면 20%의 가산금이 붙는다.
조례가 정한 최소 사용단위는 500m²로 민주당이 실제 무단 점유한 면적은 500m² 미만이지만 500m² 사용에 해당하는 돈을 지불했다. 사용시간에는 광장에 시설물을 설치·철거하는 시간도 포함된다.
당시 민주당 천막당사는 시청역 5번 출입구 앞에 설치돼 시민이 통행에 큰 불편을 겪었다. 도심을 찾은 외국 관광객들이 서울도서관 외관 등을 구경하는 데에도 지장을 줬다. 하지만 서울시는 강제철거는 하지 않고 변상금만 부과했다.
이에 여권(與圈)에서는 박원순(朴元淳) 서울시장이 민주당 소속이어서 적극적인 대처를 하지 않고 있다는 비판이 나왔다. 변상금을 물리는 방법은 m³당 10~13원씩이라 실효성이 작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시 관계자는 “민주당에 자진철거를 요청하는 공문을 여러 번 보냈다. 시는 행정대집행(行政代執行)보다는 변상금을 부과한다는 원칙을 갖고 있다”며 “이는 다른 단체들의 무단점거 때도 마찬가지”라고 했다.
하지만 이 관계자의 이야기와는 다르게 강제 철거당한 사례가 있었다. 2013년 8월 7일 보수단체 대한민국어버이연합은 민주당의 서울광장 무단점거에 항의, 민주당 천막당사 철거를 요청하는 농성천막을 설치했는데 즉시 강제 철거당했다.
이철우(李喆雨), 이노근(李老根) 등 새누리당 의원은 “민주당에는 4차례 계고장을 보낸 것으로 끝냈지만, 보수단체가 세운 농성천막은 계고장 발부 없이 강제 철거한 이유를 박원순 시장은 밝혀야 한다”고 했다.
‘왜 보수단체의 농성천막은 강제 철거했느냐’는 질문에 해당 부서의 서울시 관계자는 “잘 아시지 않느냐”며 “시는 국회의 피감기관이라 함부로 할 수 없고, 정당의 일에 지방자치단체가 물리적으로 대처할 수 없다”고 했다.
서울시, 좌파단체에 辨償金 받아낼 의지 없어
바른사회시민회의가 정보공개 청구로 서울시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08년 6~7월 ‘광우병 위험 미국산 쇠고기 전면 수입을 반대하는 국민대책회의(광우병대책회의)’는 30일 동안 서울광장을 무단 점유했다. 광우병대책회의는 민주당·통합진보당(당시 민주노동당) 등 정당과 1000여 시민 단체로 결성된 연대 단체로, 한·미 쇠고기 협상 반대 시위를 주도했다. 서울시는 조례를 근거로 광우병대책회의에 변상금 1039만원을 물렸다. 하지만 서울시는 시효 기간인 5년이 지난 2013년 6월 광우병대책회의가 2008년 말 해체함에 따라 변상금을 받을 주체가 불분명하다는 이유로 변상금을 결손 처리했다. 광우병대책회의가 시위하는 기간 경찰과 시위대의 물리적 충돌로 생긴 피해는 상당했다. 당시 한국경제연구원이 발간한 <촛불시위의 사회적 비용>이라는 보고서를 보면 ▲사회 불안정에 따른 거시경제적 비용이 1조3520억원 ▲공공개혁 지연에 따르는 비용이 5708억원으로, 촛불시위에 따른 총 국가적 손실이 국내총생산(GDP)의 0.2%를 넘는 1조9228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보고서는 “만약 촛불시위가 1년 이상 장기간 지속돼 공공개혁 과제가 계속 미뤄진다면 국민경제적 비용은 3조4000억원으로 증가하고, 사회적 혼란으로 인한 거시경제적 비용은 약 3조7000억원까지 상승해 모두 7조원을 넘어설 수 있다”고 예측했다.
이처럼 국가에 큰 손해를 입힌 단체에 서울시는 변상금을 물릴 의지가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공유재산관리법에 지자체는 변상금을 내지 않는 단체나 개인의 재산을 압류해 강제 처분할 수 있게 돼 있기 때문이다. 서울시가 변상금을 받아낼 생각이 있었다면 광우병대책회의 참가 단체들을 상대로 진작에 압류 조치를 취할 수 있었다.
바른사회시민회의 관계자는 “연대 단체가 해체됐더라도 참여했던 주요 단체로부터 변상금을 받아내야 한다”며 “이런 식이라면 큰 이슈가 터질 때마다 범국민대책본부라는 이름으로 급조되는 연대 단체가 서울광장을 불법 점유할 것”이라고 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단체가 해체됐더라도 주요 단체에 변상금을 부과하는 개선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李明博·吳世勳 전 시장 때는 어땠나
2009년 8월 6일 《오마이뉴스》는 <[광장을 열어라 ⑥] 서울광장조례 제정 왜 문제인가>라는 기고문을 통해 이같이 밝혔다.
<서울시의 광장운영은 예견대로 매우 자의적이고 편의적이며, ‘정치적’으로 운영되었다. 노숙인 의료비 증액을 요구하는 연대 한마당은 불허하고, 행사를 강행했다는 이유로 인권활동가 등 3인을 고발했다. 그러나 ‘한미동맹 강화와 경제살리기를 위한 6·24 대강성 비상구국기도회’는 허용했다.
‘민족민주열사 합동추모제’는 서울광장 조성 목적에 맞지 않는다는 이유로 불허했지만 이와 유사한 성격의 ‘군경의문사희생자를 위한 추모제’와 ‘KAL 858기 실종사건 추모제’는 허용했고, ‘사학법개정 촉구집회’나 ‘수도이전반대 결의대회’ 등 정치적 목적을 분명히 하는 보수단체들의 집회는 ‘광장조성 목적에 맞지 않아도’ 수도 없이 개최되었다.>
사실 확인을 위해 국회를 통해 이명박-오세훈(吳世勳) 전 시장 때의 자료를 요구했다. 서울시는 “자료는 5년간만 보관하기 때문에 없다”고 했다.
민주당 의원실의 보좌진은 “새누리당의 전신인 한나라당도 사학법 개정 촉구 집회를 위해 서울광장에 나왔을 때를 살펴보면 문제가 나올 것”이라고 했다.
여·야를 떠나 서울시장은 정치색이 짙은 행보를 보이면 안 된다. 그러지 않으면 서울시와 중앙정부가 불필요한 마찰을 빚고 결국 손해는 시민에게 돌아가는 탓이다.
박 시장은 2013년 11월 7일 서울 중구 태평로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관훈클럽 초청 토론회에서 이렇게 이야기했다.
“좌우 이념 대결, 빈부 대결, 지역 간 격차가 심각한 우리 사회에서 좌우를 넘어 화합하고 조정하는 시장이 될 것입니다. 저는 좌파도 우파도 아닌 시민파입니다.” 그의 행동이 과연 시민 편이었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