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남권 글로벌센터 사업 추진 과정, 해당 지역 市의원도 몰라
⊙ 민주당 출신 소유 건물이 매입대상으로 낙점
⊙ 리모델링 비용만 15억1900만원
⊙ 서남권 글로벌센터 사업과 관련 계속 말 바꾸는 서울시
취재지원 : 孔聖閏 月刊朝鮮 인턴기자
⊙ 민주당 출신 소유 건물이 매입대상으로 낙점
⊙ 리모델링 비용만 15억1900만원
⊙ 서남권 글로벌센터 사업과 관련 계속 말 바꾸는 서울시
취재지원 : 孔聖閏 月刊朝鮮 인턴기자
- 2013년 10월 22일 서울시청에서 열린 안전행정위원회 서울시청 국정감사에서 박원순 시장이 의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지난 10월 22일 오후 4시 국회 안전행정위원회 국정감사가 열린 서울시청에서 고성(高聲)이 흘러나왔다. 새누리당 유승우(柳勝優) 의원이 영등포구 대림동에 위치한 서남권 글로벌센터 매입 과정에서 민주당 측 인사에게 특혜가 주어졌다는 의혹을 제기하자 민주당 소속 의원들이 강력히 항의하고 나선 것이다.
여야 의원들 사이에 첨예한 대립이 계속 이어지자 안행위원장인 새누리당 김태환(金泰煥) 의원은 오후 4시40분쯤 정회를 선포했다. 30여 분 동안 ‘냉각기’를 가졌던 여야 의원들은 오후 5시10분쯤 국감장으로 다시 들어섰지만 분(憤)이 풀리지 않아 보였다.
서울시 국감이 끝난 바로 다음 날인 10월 23일 유 의원의 사무실을 찾았다. 그가 무슨 근거로 어떤 의혹을 제기했는지 자세히 듣기 위해서였다. 간혹 국회의원들은 면책(免責) 특권을 활용해 근거 없는 의혹을 제기하기도 한다. 유 의원 측 관계자는 “근거는 확실하다”며 두툼한 서류뭉치를 건넸다. 그는 “서울시로부터 제출받은 자료”라며 “읽어보면 왜 우리가 의혹을 제기했는지 잘 알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유 의원 측 관계자가 설명한 의혹의 골자(骨子)는 다음과 같다.
<서울시는 지난 2012년 11월 서남권 글로벌센터 사업을 위해 영등포구 대림동에 있는 건물(연면적 934m2)을 매입했는데, 그 건물의 주인이 공교롭게도 전 민주당 영등포 지역위원장인 K씨였다. 그 건물을 서울시에 추천한 것은 영등포구청인데 영등포구청장 또한 민주당 출신이다. 우연의 일치로 볼 수도 있지만 낡은데다 접근성도 좋지 않은 K씨의 건물을 서남권 글로벌센터로 사용하기 위해 23억원이나 주고 산 것은 특혜 의혹을 받을 만하다.>
유 의원의 주장은 사실일까.
의혹 당사자들의 관계는?
우선 박원순(朴元淳) 서울시장과 조길형(趙吉衡) 영등포구청장, 그리고 건물주인 K씨의 관계부터 알아봤다. 유 의원의 주장이 어느 정도 설득력을 얻으려면 세 명 사이에 연결고리가 어느 정도 존재해야 하기 때문이다. 연결고리를 찾는 과정에서 조 구청장과 K씨의 이력(履歷)이 겹치는 부분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K씨는 현재 공익법인 아시아사랑나눔(Asia Children Charity)의 총재인데, 이 단체의 부회장이 조 청장이다. 아시아사랑나눔은 아시아인을 하나로 묶어 제도권 내에서 상호 협조하고 공생의 길을 간다는 설립취지하에 공동 정책개발, 정기 모임 개최, 상호 지원 등의 사업을 수행하는 국제적 단체다.
또 K씨가 1995년부터 2002년 영등포 제4선거구 서울 시(市)의원이었을 때 조 구청장은 영등포구의회 구(區)의원을 역임했다. 이 밖에 두 사람은 90년대에 민주평화통일 자문위원으로도 활동하기도 했다.
과연 두 사람은 어떤 관계일까. 영등포 토박이 다수를 상대로 두 사람의 관계를 취재했다. 조 청장과 K씨는 영등포에서만 30년을 활동했다. 정치적 성향을 떠나 두 사람의 관계에 대한 질문을 받은 인사들의 답변은 대부분 “상당히 가깝다”였다. 한 인사의 이야기다.
“두 사람의 관계는 ‘가족’이라고 보면 됩니다. 영등포 사람치고 두 사람 관계를 모르는 사람은 드물 것입니다. 서남권 글로벌센터 문제는 국정감사에 나오기 전부터 동네에서는 제기됐던 문제였습니다. ‘서로 끌어주고 당겨주는구나’ 그런 이야기가 나왔었죠.”
또 다른 인사의 전언은 좀 더 구체적이었다.
“19대 총선 출마를 마음먹은 K씨가 지역원로에게 잘 부탁한다는 전화를 했는데 지역원로가 농반진반 ‘집 앞 가로수나 좀 바꿔줘’라고 말했다고 하더군요. 그런데 며칠 뒤에 보니 진짜로 가로수가 바뀌어 있어 원로가 깜짝 놀랐다고 합니다. 가로수는 구청이 나서야만 가능한 일입니다. 이 사례만 봐도 두 사람의 관계를 잘 알 수 있는 것 아닙니까.”
각별한 사이라는 것을 당사자들도 인정할까. 먼저 영등포구청 전산 홍보팀을 통해 조 청장에게 질의서를 보냈다. 영등포구청 측은 <조길형 구청장은 4선의 구의원과 민선 5기 영등포구청장으로 20여 년간 정치활동을 하고 있어 지역 내 대부분의 정치인과 친분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K씨도 지역 내 정치인 중 한 분으로 서로 알고 지내는 사이입니다>라는 답변을 보내왔다.
K씨와는 직접 통화를 했다. K씨는 조 청장과의 관계를 묻는 질문에 불편한 심기를 내보였다. 그는 대뜸 “지방선거 앞두고 박원순 시장과 조 청장 흠집 내려고 새누리당 구의원 한명이 장난친 것”이라며 “이번 건은 박 시장, 조 청장과는 아무 상관없는 일”이라고 했다. 정확한 답변을 듣기 위해 조 청장과의 관계를 다시 한 번 물었지만 K씨는 질문과 관계없는 말만 했다.
조 청장과 K씨가 오랜 기간 영등포 지역에서 활동하면서 얼굴을 익힌 지인(知人) 사이라는 점은 어느 정도 확인했지만 두 사람과 박 시장의 연결고리는 찾을 수 없었다.
영등포 지역에서 활동하는 새누리당 당원조차 “박 시장과 조 청장은 시장과 청장 사이 그 이상 이하도 아니고 박 시장과 K씨는 일면식(一面識)도 없을 것”이라고 했다.
지역 市의원도 몰랐던 사업
세 사람의 관계를 취재하는 와중에 흥미있는 사실을 접했다. 해당 지역의 민주당 유광상(柳光相) 시의원(영등포구 제4선거구)이 서남권 글로벌센터 사업 자체를 모르고 있었다는 것이다. 시의원이 자신의 지역구에서 벌어지는 사업 자체를 알지 못하는 것은 이례(異例)적인 일이다. 어렵사리 유 시의원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그와의 문답(問答)이다.
－서남권 글로벌센터 사업이 추진되는 것을 전혀 몰랐던 것이 사실입니까.
“네. 전혀 몰랐습니다.”
－지역구 사업인데 어떻게 모를 수가 있지요.
“(서울시 공무원이) 이야기를 안 하니까 알 수가 없지요. 처음에는 정말 섭섭했는데 지금 그 사업이 문제가 되고 나니까 내가 몰랐던 게 정말 잘된 것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공무원이 왜 시의원께 알리지 않았을까요.
“그건 저도 모르죠. 그나저나 저와 같은 당 분들이 관계된 이야기니까 불편하게 하지 마시고 딴 라인을 통해 알아보셨으면 좋겠습니다.”
－그런데 K씨는 전직 당원 아닙니까.
“최근에 복당했습니다.”
최근 민주당에 복당했다는 이야기에 대해 K씨는 “나는 당원이 아니다”고 했다. “복당했다는 증언을 들었다”고 재차 확인하자 “당원인지 아닌지 알아야 할 이유가 뭐가 있나. 민주당 당원은 건물을 가지고 있으면 안 되느냐”라고 역정을 냈다. 민주당 서울시당에 확인을 요청했지만, 개인정보보호를 이유로 알려주지 않았다.
K씨가 현 민주당 당원인지 아닌지는 중요한 사안이다. 지난 10월 22일 국정감사에서 유 의원이 서남권 글로벌센터 매입 과정에 민주당 측 인사에게 특혜가 주어졌다는 의혹을 제기했을 당시 민주당 유대운(劉大運) 의원은 “K씨가 민주당 출신이라는 것은 거짓”이라고 했었다.
서울시가 유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를 보면 서남권 글로벌센터 사업은 ▲영등포 빌리지센터와 ▲서울 외국인근로자센터 ▲다문화가족지원센터를 통합하는 것이다. 빌리지센터는 외국인의 서울 생활 정착을 돕고, 우리 문화 교육을 통해 한국을 알리는 역할을 수행하는 곳이다. 외국인근로자센터는 외국인 근로자의 문제 해결 및 권익 보호, 외국인 근로자의 국가별 커뮤니티 형성을 담당한다. 다문화가족지원센터는 다문화가족의 안정적인 정착과 가족생활을 지원한다.
서울시의 ‘서남권 글로벌센터 설치 대상지 매입 계획’ 자료를 살펴보니 조 청장은 2010년 10월과 2011년 3월 두 번에 걸쳐 서남권 글로벌센터 사업 추진을 당시 오세훈(吳世勳) 서울시장에게 건의했다. 당시 서울시에서 근무했던 고위 공무원은 “오 시장이 조 청장의 건의를 긍정적으로 받아들인 것으로 안다”고 했다. 하지만 지금 문제가 되고 있는 건물의 매입 등 사업을 본격적으로 추진하기 시작한 시기는 박원순 시장 때인 2012년 3월이다. 이때 서울시는 서남권 글로벌센터 설치 기본계획을 수립했다.
K씨 건물, 매입 대상으로 낙점
2012년 4월에서 6월 사이 서울시는 매입 대상 건물 5개소를 선정해 영등포구와 합동진단에 나섰다. 매입 대상 건물 5개소는 영등포구(1개소), 공인중개사(3개소), 중국인 커뮤니티(1개소)로부터 추천받았다. 유 의원 측은 “영등포구가 추천한 1곳이 K씨 소유의 건물”이라고 했다. 서울시는 2012년 7월 매입 결정을 위한 후보지를 3개소로 압축했고, 8월 K씨 소유의 건물을 매입 대상지로 최종 선정했다.
종합해 보면 영등포구가 구청장과 같은 당 지인인 K씨의 건물 1개만을 추천했고, 하필 이 건물이 매입지로 선정된 것이다. 유 의원이 의심의 눈초리를 거두지 않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11월 8일 영등포구청을 찾았다. 영등포구청에서 건물을 1개소밖에 추천하지 않은 이유를 듣기 위해서였다.
송주용 홍보전산과 언론홍보팀장은 “서울시 자료가 잘못된 것”이라며 “당시 저희는 K씨 건물을 포함해 대림동에 매물로 나온 4개소를 추천했다”고 했다. 그는 “공인중개사가 추천한 3개소가 우리가 추천한 곳”이라며 “당시 서울시 자료를 보고 왜 우리가 1개소만을 추천한 것으로 작성됐느냐고 물었더니 서울시 측에서 대답을 얼버무렸다”고 덧붙였다.
오승환 행정국장은 “조 청장은 우리가 추천한 4개소가 어디인지도 전혀 모른다. 건물 추천은 구청장 승인없이 가능하기 때문에 담당 팀장이 맡아서 했다”면서 “청장과 K씨가 아는 사이라 이런저런 이야기가 나오는 것 같은데 조 청장은 2012년 영등포구를 청렴도 1위로 만든 주인공이다. 전혀 관계가 없다”고 했다. 영등포구는 2012년 국민권익위원회로부터 공공기관 청렴도 전국 1등 상을 받았다.
영등포구의 해명이 사실일까. K씨에게 혹시 조 청장의 건의를 받아 건물을 내놓았다거나, 조 청장에게 건물 매각(賣却)을 부탁한 적이 있는지를 질문했다.
K씨는 “왜 자꾸 엮으려 하느냐”며 “건물은 내 소신대로 내놓은 것이다. 서울시로부터 건물값도 제대로 못 받았는데, 손실분을 메워줄 것 아니면 이상한 이야기 좀 하지 말라”고 했다.
－서울시에 얼마나 손해를 보고 건물을 매각한 것입니까.
“제 건물이 한 달에 세(貰)로만 천만원씩 버는 건물입니다. 이런 건물을 20억에 살 수 있다고 생각합니까. 제가 돈을 드릴 테니까 기자님이 한번 사와 보세요.”
서울시는 (주)중앙감정평가법인과 (주)정일감정평가법인의 감정평가 결과에 따라 K씨 소유 건물의 매입비를 23억3600만원으로 산정했다.
－그렇게 좋은 건물을 내놓은 이유는 무엇입니까.
“복잡한 이유가 있습니다.”
－서울시가 내놓은 값이 마음에 안 들면 안 팔면 되는 것 아닙니까.
“솔직히 안 팔려고 했는데 제가 돈 욕심이 있는 사람도 아니고, 공익사업 한다기에 (매각)했습니다.”
공유재산심의회 회의록 살펴보니
지난 2012년 8월 14일 열린 제4차 공유재산심의회 회의록을 살펴보면 몇몇 참석자는 서남권 글로벌센터 매입 대상지가 너무 오래됐다는 점과 접근성이 떨어지는 점, 매입 가격이 너무 비싸게 책정됐다는 점 등을 지적했다. 회의록 내용을 요약했다.
<자산관리과장 : 매입하려는 건물이 상당히 낡아 보이는데 몇 년도 건물인가요?
글로벌계획팀장 : 1988년도에 건물이 지어졌고 사용연수는 약 24년 정도 됐습니다.
자산관리과장 : 리모델링비가 상당히 많이 소요될 것으로 보입니다.
자산관리과장 : 가격도 상당히 비싼 것 같습니다.
글로벌계획팀장 : 이 건물은 4차선 대로변에 있으며 2011년까지만 해도 인근 공인중개사들에게 물어보니까 30억 이상이었다고 합니다. (중략)
위원장 : 서울지역 7곳의 글로벌센터가 임차인데 이곳은 왜 매입을 하는 것이지요?
글로벌계획팀장 : 시장님께서 구청을 방문하셨을 때 구청장님이 영등포구에 외국인과 내국인의 갈등이 심하다고 말씀을 드려서….
위원장 : 그러니까 구청장 민원이니까 들어주는 겁니까?
글로벌계획팀장 : 아닙니다. 구청장 민원이기보다도 외국인들의 여러 가지 민원을 한곳에서 One-Stop으로 제공하겠다는 취지입니다. (중략)
정◯ ◯ 위원 : 이 글로벌센터 설치 위치가 충분히 검토됐나요.
글로벌계획팀장 : 위치 선정에 대하여 신중하게 검토했습니다.
정◯ ◯ 위원 : 저도 외국에서 생활했었는데, 보통 외국인들은 차량이 없습니다. 외국인들은 보통 교통수단으로 버스, 전철, 자전거를 이용하는데 글로벌센터가 활성화되려면 위치가 상당히 중요합니다.>
현장검증
서울시는 2012년 8월 K씨 소유의 건물을 매입 대상지로 선정한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다.
<이 건물은 지하철역과 다소 거리가 있고, 외관 상태가 미흡하나, 연면적이 넓고 내부구조상 활용도가 높으며, 대로변에 있고, ‘12년 내 세입자들이 전원 퇴거하여 공실로서 양도가 가능한 점 등 상대적으로 우수한 조건을 갖췄다.>
이 건물과 경합한 두 후보지에 대해서는 이면도로 위치 등 접근 불리, 내부구조 열악 등 하자가 있어 센터 건물로 부적합하다고 평가했다.
객관성 있는 조사결과였는지 직접 검증해 보기로 했다. 우선 매입 대상지로 선정된 K씨의 건물부터 찾았다. 외국인들이 대중교통을 이용한다는 점을 감안, 대림역에서 내려 찾아갔다.
기준을 대림역으로 잡은 것은 서울시가 내놓은 매입 대상지 선정기준에 ‘외국인 밀집지와 인접한 대림역 인근일 것’이란 항목이 있어서였다.
스마트폰에 있는 스톱워치(stopwatch) 기능을 이용해 시간을 쟀다. 보통 일반인의 속도로 걸었다. 매입지까지 걸린 시간은 정확히 23분40초였다. 대로변에 있어 찾기는 쉬웠지만, 접근성이 아쉬웠다.
다시 대림역으로 발걸음을 돌려 경합에서 탈락한 2 후보지를 찾아갔다. 13분14초가 걸렸다. 서울시 자료에 나타난 대로 대로변이 아닌 이면도로에 있었지만 찾는 데 큰 어려움을 겪지는 않았다.
이 건물 앞에서 만난 주민은 “이 건물 앞에 있는 것이 동심 어린이 공원인데 이 동네에서 가장 오래된 공원이라 이 동네 사는 사람들은 거의 다 안다”며 “이곳이 찾기 어려운 곳은 아니다”고 했다. 내부구조가 어떻기에 열악하다는 평가를 받았는지 올라가 보려 했지만, 건물 관계자는 업무 중이라 들어가 보는 것은 곤란하다고 했다. 이곳은 H전자라는 무선모형부품 제조회사가 입주해 있었다. 건물은 H전자 소유라고 했다.
마지막으로 세 번째 후보지를 방문했다. 대림역에서 15분47초가 걸렸다. 건물 면적이 가장 넓다는 게 장점(971.9m²)처럼 보였으나, 좁은 골목 사이에 있어 상대적으로 찾기가 어려웠고, 채광성이 부족했다.
세 건물을 직접 확인한 결과 매입 대상지가 2, 3 후보지보다 월등히 앞선다는 확신은 들지 않았다.
서울시가 공개한 자료를 보면 매입 대상지의 매도 호가(好價)가 26억원이었던 데 반해 제2, 제3 후보지의 호가는 20억원이었다.
물론 이는 기자의 주관적 판단이다. 그래서 공인중개사에 문의했다. 대림역 주변 공인중개사 10곳을 찾아 공공기관이 들어설 경우를 가정해 어느 건물이 가장 적합할지를 물었다. 10곳 중 3곳만이 사견임을 전제로 견해를 내놨다.
A 부동산의 중개사는 “세 건물 다 공공센터로 부적합하다”며 “나 같으면 이 건물들을 매입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B 부동산의 중개사는 “대림동 일대에 공공센터로 적합한 건물은 없다”고 했다. C 부동산의 중개사는 비교적 자세한 설명을 들려줬다. 그의 이야기다.
“매입 대상지는 위치가 별로입니다. 외국인들이 찾다가 멀어서 다시 돌아갈 것입니다. 왜 (서남권 글로벌센터 건물로) 선정됐는지 모르겠습니다. 2 후보지, 3 후보지의 경우는 접근성 측면에서 매입 대상지보다 좋을지 몰라도 건물 자체가 썩 훌륭한 곳은 아닙니다. 아까 매도 호가를 말씀해 주셨는데 모두 시가보다 높게 책정된 것 같습니다. 누가 20억을 주고 이 건물을 매입하겠습니까.”
이 공인중개사의 주장은 앞서 K씨가 서울시에 손해를 보면서 건물을 팔았다는 이야기와는 정면 배치된다.
유 의원은 “매입가 23억원은 당시 기준가격(15.4억원)의 151%로 인근 부동산 실거래가보다도 다소 높은 수준”이라고 했다.
이와 관련 서울시는 보도자료를 통해 “기준가격은 토지 개별공시기준가격 및 지방세법상 건물의 시가표준액 기준으로 산정되어, 거래 시가(時價) 대비해서 낮게 책정되었으며, 당시 부동산중개사무소를 통한 거래 시가 조사 시 25억~30억 정도로 나타났다”며 “2012년도 서울시 표준지 공시지가의 실거래가 반영 비율은 59.8%에 불과하다”고 반박했다.
새로 드러난 사실들
현장검증을 하면서 몇 가지 새로운 사실을 알게 됐다. 우선 서남권 글로벌센터에 ‘외국인근로자지원센터’밖에 들어오지 않았다는 점이다. 서울시가 서남권 글로벌센터로 이용하기 위해 K씨로부터 건물을 매입한 것은 2012년 11월이다. 1년 가까이 지난 현재(2013년 11월) ‘외국인근로자지원센터’밖에 입주하지 않은 것은 문제가 될 수 있다. 앞서 설명했듯 서남권 글로벌센터 사업은 ‘영등포 빌리지센터’와 ‘서울 외국인근로자센터’, ‘다문화가족지원센터’를 통합하는 것이다.
서남권 글로벌센터에서 만난 관계자는 “우리는 올해 3월 6일에 입주했고, 영등포 빌리지센터와 다문화가족지원센터는 언제 들어올지 모른다”고 했다. 그는 이어 “우리는 이곳에서 외국인근로자센터 업무만 보고 있다”고 덧붙였다. 곧바로 대림역 부근에 있는 영등포 빌리지센터를 찾아 입주하지 않은 이유를 물었다.
영등포 빌리지센터 관계자는 “2014년 3월에 들어갈 예정”이라고 했다.
“왜 건물이 있는데 그때 입주하느냐”는 질문을 던졌더니 “2013년 3월에 재계약을 했기 때문”이라는 답이 돌아왔다. 선뜻 이해가 되지 않았다. 2013년 3월은 서울시가 서남권 글로벌센터 건물 매입을 완료한 시점이자 서울 외국인근로자센터가 서남권 글로벌센터로 입주한 시기이기 때문이다. 이 점을 추궁하자 그는 “시에서 리모델링 예산을 내려보내 주지 않아 어쩔 수 없이 재계약을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서울시에 사실 확인을 요청하니 “설치 대상지 감정평가액(23억3천만원)을 기준으로 한 건물주와의 가격협상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아 매매계약 체결이 지연(계약 체결일:2012년 11월 26일, 명의이전 등기:2012년 12월 27일)되어 개·보수 공사비를 ‘13 회계연도 예산에 반영하지 못했다”고 했다.
그렇다면 다문화가족지원센터는 왜 입주하지 않은 것일까. 다문화가족지원센터 측은 “원래부터 들어갈 계획이 없었다”고 했다.
다문화센터는 국비 매칭 펀드(50:50)사업으로 통합운영 시 예산 구분 등의 문제가 발생할 수 있어 당초 통합 대상이 아니었다는 것이었다.
서울시는 서남권 글로벌센터 사업 추진 이유로 3개소를 통합하면 외국인들의 여러 가지 민원을 한곳에서 해결할 수 있고 경비도 절감할 수 있다는 점을 들어왔다. 이 같은 사실은 ‘2012년 제4차 공유재산심의회 회의록’에도 잘 나타나 있다.
“왜 1년 전과 이야기가 다르냐”고 묻자 서울시는 “원래 다문화가족지원센터는 통합대상이 아니었다”는 이야기만 반복했다.
두 번째는 서울시가 지원할 개·보수 공사비가 15억1900만원이라는 점이다. 건물 매입비가 23억이니, 서남권 글로벌센터 사업비는 총 38억원으로 볼 수 있다. 서울시는 매입 대상지가 대림역과 접근성이 너무 떨어진다는 지적에 대해 “대림역 인근 매물은 시가 40억 수준이라 후보지 확보가 곤란하다”고 답해 왔다. 인근 부동산 종사자들은 매입 대상지와 비교했을 때 대림역 부근 건물의 리모델링 비용이 훨씬 적게 들 것으로 보고 있다.
예산을 40억 가까이 들일 계획이었다면 굳이 대림역에서 멀리 떨어진 건물을 매입 대상지로 선정할 필요가 있었느냐는 것이다.
세 번째는 서울시가 건물주와 관련한 이력사항을 2012년 6월 인지했다는 점이다. 앞서 여러 번 언급했듯 서울시는 건물주 K씨와 2012년 11월에 매매계약을 체결했다. 대안(代案)을 마련할 시간이 5개월이나 있었다.
朴元淳 “필요하면 내부 감사”
전직 서울 시의원은 “매입 대상의 경쟁력이 월등하다면 모를까 타 후보지와 비등비등했다면 건물주의 경력도 인지한 상황에서 왜 그곳을 선정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며 “잘잘못을 떠나 알려지게 되면 분명히 논란이 될 텐데 그렇게 되면 좋을 게 없지 않으냐”고 했다. K씨는 이런 견해를 아주 언짢아했다. 물론 K씨의 심정도 이해가 가지 않는 것은 아니다.
박 시장은 서남권 글로벌센터 사업과 관련한 의혹 제기에 대해 “일단 의심은 해볼 수 있다”며 “필요하다면 우리도 내부적으로 감사하겠다”고 했다.
객관적 사실에도 부합하지 않고, 처음 말 다르고 나중 말 다른 서남권 글로벌센터 사업. 앞뒤, 좌우가 모두 맞지 않는 이런 일이 왜 벌어졌을까. 한계를 느끼긴 했지만 취재를 해가면서 기자로서 밝혀내지 못하는 진실이 틀림없이 있을 것이란 의문이 더 커졌다.⊙
여야 의원들 사이에 첨예한 대립이 계속 이어지자 안행위원장인 새누리당 김태환(金泰煥) 의원은 오후 4시40분쯤 정회를 선포했다. 30여 분 동안 ‘냉각기’를 가졌던 여야 의원들은 오후 5시10분쯤 국감장으로 다시 들어섰지만 분(憤)이 풀리지 않아 보였다.
서울시 국감이 끝난 바로 다음 날인 10월 23일 유 의원의 사무실을 찾았다. 그가 무슨 근거로 어떤 의혹을 제기했는지 자세히 듣기 위해서였다. 간혹 국회의원들은 면책(免責) 특권을 활용해 근거 없는 의혹을 제기하기도 한다. 유 의원 측 관계자는 “근거는 확실하다”며 두툼한 서류뭉치를 건넸다. 그는 “서울시로부터 제출받은 자료”라며 “읽어보면 왜 우리가 의혹을 제기했는지 잘 알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유 의원 측 관계자가 설명한 의혹의 골자(骨子)는 다음과 같다.
<서울시는 지난 2012년 11월 서남권 글로벌센터 사업을 위해 영등포구 대림동에 있는 건물(연면적 934m2)을 매입했는데, 그 건물의 주인이 공교롭게도 전 민주당 영등포 지역위원장인 K씨였다. 그 건물을 서울시에 추천한 것은 영등포구청인데 영등포구청장 또한 민주당 출신이다. 우연의 일치로 볼 수도 있지만 낡은데다 접근성도 좋지 않은 K씨의 건물을 서남권 글로벌센터로 사용하기 위해 23억원이나 주고 산 것은 특혜 의혹을 받을 만하다.>
유 의원의 주장은 사실일까.
의혹 당사자들의 관계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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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승우 새누리당 의원. |
K씨는 현재 공익법인 아시아사랑나눔(Asia Children Charity)의 총재인데, 이 단체의 부회장이 조 청장이다. 아시아사랑나눔은 아시아인을 하나로 묶어 제도권 내에서 상호 협조하고 공생의 길을 간다는 설립취지하에 공동 정책개발, 정기 모임 개최, 상호 지원 등의 사업을 수행하는 국제적 단체다.
또 K씨가 1995년부터 2002년 영등포 제4선거구 서울 시(市)의원이었을 때 조 구청장은 영등포구의회 구(區)의원을 역임했다. 이 밖에 두 사람은 90년대에 민주평화통일 자문위원으로도 활동하기도 했다.
과연 두 사람은 어떤 관계일까. 영등포 토박이 다수를 상대로 두 사람의 관계를 취재했다. 조 청장과 K씨는 영등포에서만 30년을 활동했다. 정치적 성향을 떠나 두 사람의 관계에 대한 질문을 받은 인사들의 답변은 대부분 “상당히 가깝다”였다. 한 인사의 이야기다.
“두 사람의 관계는 ‘가족’이라고 보면 됩니다. 영등포 사람치고 두 사람 관계를 모르는 사람은 드물 것입니다. 서남권 글로벌센터 문제는 국정감사에 나오기 전부터 동네에서는 제기됐던 문제였습니다. ‘서로 끌어주고 당겨주는구나’ 그런 이야기가 나왔었죠.”
또 다른 인사의 전언은 좀 더 구체적이었다.
“19대 총선 출마를 마음먹은 K씨가 지역원로에게 잘 부탁한다는 전화를 했는데 지역원로가 농반진반 ‘집 앞 가로수나 좀 바꿔줘’라고 말했다고 하더군요. 그런데 며칠 뒤에 보니 진짜로 가로수가 바뀌어 있어 원로가 깜짝 놀랐다고 합니다. 가로수는 구청이 나서야만 가능한 일입니다. 이 사례만 봐도 두 사람의 관계를 잘 알 수 있는 것 아닙니까.”
각별한 사이라는 것을 당사자들도 인정할까. 먼저 영등포구청 전산 홍보팀을 통해 조 청장에게 질의서를 보냈다. 영등포구청 측은 <조길형 구청장은 4선의 구의원과 민선 5기 영등포구청장으로 20여 년간 정치활동을 하고 있어 지역 내 대부분의 정치인과 친분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K씨도 지역 내 정치인 중 한 분으로 서로 알고 지내는 사이입니다>라는 답변을 보내왔다.
K씨와는 직접 통화를 했다. K씨는 조 청장과의 관계를 묻는 질문에 불편한 심기를 내보였다. 그는 대뜸 “지방선거 앞두고 박원순 시장과 조 청장 흠집 내려고 새누리당 구의원 한명이 장난친 것”이라며 “이번 건은 박 시장, 조 청장과는 아무 상관없는 일”이라고 했다. 정확한 답변을 듣기 위해 조 청장과의 관계를 다시 한 번 물었지만 K씨는 질문과 관계없는 말만 했다.
조 청장과 K씨가 오랜 기간 영등포 지역에서 활동하면서 얼굴을 익힌 지인(知人) 사이라는 점은 어느 정도 확인했지만 두 사람과 박 시장의 연결고리는 찾을 수 없었다.
영등포 지역에서 활동하는 새누리당 당원조차 “박 시장과 조 청장은 시장과 청장 사이 그 이상 이하도 아니고 박 시장과 K씨는 일면식(一面識)도 없을 것”이라고 했다.
지역 市의원도 몰랐던 사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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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광상 민주당 시의원. |
－서남권 글로벌센터 사업이 추진되는 것을 전혀 몰랐던 것이 사실입니까.
“네. 전혀 몰랐습니다.”
－지역구 사업인데 어떻게 모를 수가 있지요.
“(서울시 공무원이) 이야기를 안 하니까 알 수가 없지요. 처음에는 정말 섭섭했는데 지금 그 사업이 문제가 되고 나니까 내가 몰랐던 게 정말 잘된 것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공무원이 왜 시의원께 알리지 않았을까요.
“그건 저도 모르죠. 그나저나 저와 같은 당 분들이 관계된 이야기니까 불편하게 하지 마시고 딴 라인을 통해 알아보셨으면 좋겠습니다.”
－그런데 K씨는 전직 당원 아닙니까.
“최근에 복당했습니다.”
최근 민주당에 복당했다는 이야기에 대해 K씨는 “나는 당원이 아니다”고 했다. “복당했다는 증언을 들었다”고 재차 확인하자 “당원인지 아닌지 알아야 할 이유가 뭐가 있나. 민주당 당원은 건물을 가지고 있으면 안 되느냐”라고 역정을 냈다. 민주당 서울시당에 확인을 요청했지만, 개인정보보호를 이유로 알려주지 않았다.
K씨가 현 민주당 당원인지 아닌지는 중요한 사안이다. 지난 10월 22일 국정감사에서 유 의원이 서남권 글로벌센터 매입 과정에 민주당 측 인사에게 특혜가 주어졌다는 의혹을 제기했을 당시 민주당 유대운(劉大運) 의원은 “K씨가 민주당 출신이라는 것은 거짓”이라고 했었다.
서울시가 유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를 보면 서남권 글로벌센터 사업은 ▲영등포 빌리지센터와 ▲서울 외국인근로자센터 ▲다문화가족지원센터를 통합하는 것이다. 빌리지센터는 외국인의 서울 생활 정착을 돕고, 우리 문화 교육을 통해 한국을 알리는 역할을 수행하는 곳이다. 외국인근로자센터는 외국인 근로자의 문제 해결 및 권익 보호, 외국인 근로자의 국가별 커뮤니티 형성을 담당한다. 다문화가족지원센터는 다문화가족의 안정적인 정착과 가족생활을 지원한다.
서울시의 ‘서남권 글로벌센터 설치 대상지 매입 계획’ 자료를 살펴보니 조 청장은 2010년 10월과 2011년 3월 두 번에 걸쳐 서남권 글로벌센터 사업 추진을 당시 오세훈(吳世勳) 서울시장에게 건의했다. 당시 서울시에서 근무했던 고위 공무원은 “오 시장이 조 청장의 건의를 긍정적으로 받아들인 것으로 안다”고 했다. 하지만 지금 문제가 되고 있는 건물의 매입 등 사업을 본격적으로 추진하기 시작한 시기는 박원순 시장 때인 2012년 3월이다. 이때 서울시는 서남권 글로벌센터 설치 기본계획을 수립했다.
K씨 건물, 매입 대상으로 낙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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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시가 서남권 글로벌센터로 사용하기 위해 매입한 건물. |
종합해 보면 영등포구가 구청장과 같은 당 지인인 K씨의 건물 1개만을 추천했고, 하필 이 건물이 매입지로 선정된 것이다. 유 의원이 의심의 눈초리를 거두지 않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11월 8일 영등포구청을 찾았다. 영등포구청에서 건물을 1개소밖에 추천하지 않은 이유를 듣기 위해서였다.
송주용 홍보전산과 언론홍보팀장은 “서울시 자료가 잘못된 것”이라며 “당시 저희는 K씨 건물을 포함해 대림동에 매물로 나온 4개소를 추천했다”고 했다. 그는 “공인중개사가 추천한 3개소가 우리가 추천한 곳”이라며 “당시 서울시 자료를 보고 왜 우리가 1개소만을 추천한 것으로 작성됐느냐고 물었더니 서울시 측에서 대답을 얼버무렸다”고 덧붙였다.
오승환 행정국장은 “조 청장은 우리가 추천한 4개소가 어디인지도 전혀 모른다. 건물 추천은 구청장 승인없이 가능하기 때문에 담당 팀장이 맡아서 했다”면서 “청장과 K씨가 아는 사이라 이런저런 이야기가 나오는 것 같은데 조 청장은 2012년 영등포구를 청렴도 1위로 만든 주인공이다. 전혀 관계가 없다”고 했다. 영등포구는 2012년 국민권익위원회로부터 공공기관 청렴도 전국 1등 상을 받았다.
영등포구의 해명이 사실일까. K씨에게 혹시 조 청장의 건의를 받아 건물을 내놓았다거나, 조 청장에게 건물 매각(賣却)을 부탁한 적이 있는지를 질문했다.
K씨는 “왜 자꾸 엮으려 하느냐”며 “건물은 내 소신대로 내놓은 것이다. 서울시로부터 건물값도 제대로 못 받았는데, 손실분을 메워줄 것 아니면 이상한 이야기 좀 하지 말라”고 했다.
－서울시에 얼마나 손해를 보고 건물을 매각한 것입니까.
“제 건물이 한 달에 세(貰)로만 천만원씩 버는 건물입니다. 이런 건물을 20억에 살 수 있다고 생각합니까. 제가 돈을 드릴 테니까 기자님이 한번 사와 보세요.”
서울시는 (주)중앙감정평가법인과 (주)정일감정평가법인의 감정평가 결과에 따라 K씨 소유 건물의 매입비를 23억3600만원으로 산정했다.
－그렇게 좋은 건물을 내놓은 이유는 무엇입니까.
“복잡한 이유가 있습니다.”
－서울시가 내놓은 값이 마음에 안 들면 안 팔면 되는 것 아닙니까.
“솔직히 안 팔려고 했는데 제가 돈 욕심이 있는 사람도 아니고, 공익사업 한다기에 (매각)했습니다.”
공유재산심의회 회의록 살펴보니
지난 2012년 8월 14일 열린 제4차 공유재산심의회 회의록을 살펴보면 몇몇 참석자는 서남권 글로벌센터 매입 대상지가 너무 오래됐다는 점과 접근성이 떨어지는 점, 매입 가격이 너무 비싸게 책정됐다는 점 등을 지적했다. 회의록 내용을 요약했다.
<자산관리과장 : 매입하려는 건물이 상당히 낡아 보이는데 몇 년도 건물인가요?
글로벌계획팀장 : 1988년도에 건물이 지어졌고 사용연수는 약 24년 정도 됐습니다.
자산관리과장 : 리모델링비가 상당히 많이 소요될 것으로 보입니다.
자산관리과장 : 가격도 상당히 비싼 것 같습니다.
글로벌계획팀장 : 이 건물은 4차선 대로변에 있으며 2011년까지만 해도 인근 공인중개사들에게 물어보니까 30억 이상이었다고 합니다. (중략)
위원장 : 서울지역 7곳의 글로벌센터가 임차인데 이곳은 왜 매입을 하는 것이지요?
글로벌계획팀장 : 시장님께서 구청을 방문하셨을 때 구청장님이 영등포구에 외국인과 내국인의 갈등이 심하다고 말씀을 드려서….
위원장 : 그러니까 구청장 민원이니까 들어주는 겁니까?
글로벌계획팀장 : 아닙니다. 구청장 민원이기보다도 외국인들의 여러 가지 민원을 한곳에서 One-Stop으로 제공하겠다는 취지입니다. (중략)
정◯ ◯ 위원 : 이 글로벌센터 설치 위치가 충분히 검토됐나요.
글로벌계획팀장 : 위치 선정에 대하여 신중하게 검토했습니다.
정◯ ◯ 위원 : 저도 외국에서 생활했었는데, 보통 외국인들은 차량이 없습니다. 외국인들은 보통 교통수단으로 버스, 전철, 자전거를 이용하는데 글로벌센터가 활성화되려면 위치가 상당히 중요합니다.>
현장검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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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합에서 탈락한 2·3후보지의 모습. |
<이 건물은 지하철역과 다소 거리가 있고, 외관 상태가 미흡하나, 연면적이 넓고 내부구조상 활용도가 높으며, 대로변에 있고, ‘12년 내 세입자들이 전원 퇴거하여 공실로서 양도가 가능한 점 등 상대적으로 우수한 조건을 갖췄다.>
이 건물과 경합한 두 후보지에 대해서는 이면도로 위치 등 접근 불리, 내부구조 열악 등 하자가 있어 센터 건물로 부적합하다고 평가했다.
객관성 있는 조사결과였는지 직접 검증해 보기로 했다. 우선 매입 대상지로 선정된 K씨의 건물부터 찾았다. 외국인들이 대중교통을 이용한다는 점을 감안, 대림역에서 내려 찾아갔다.
기준을 대림역으로 잡은 것은 서울시가 내놓은 매입 대상지 선정기준에 ‘외국인 밀집지와 인접한 대림역 인근일 것’이란 항목이 있어서였다.
스마트폰에 있는 스톱워치(stopwatch) 기능을 이용해 시간을 쟀다. 보통 일반인의 속도로 걸었다. 매입지까지 걸린 시간은 정확히 23분40초였다. 대로변에 있어 찾기는 쉬웠지만, 접근성이 아쉬웠다.
다시 대림역으로 발걸음을 돌려 경합에서 탈락한 2 후보지를 찾아갔다. 13분14초가 걸렸다. 서울시 자료에 나타난 대로 대로변이 아닌 이면도로에 있었지만 찾는 데 큰 어려움을 겪지는 않았다.
이 건물 앞에서 만난 주민은 “이 건물 앞에 있는 것이 동심 어린이 공원인데 이 동네에서 가장 오래된 공원이라 이 동네 사는 사람들은 거의 다 안다”며 “이곳이 찾기 어려운 곳은 아니다”고 했다. 내부구조가 어떻기에 열악하다는 평가를 받았는지 올라가 보려 했지만, 건물 관계자는 업무 중이라 들어가 보는 것은 곤란하다고 했다. 이곳은 H전자라는 무선모형부품 제조회사가 입주해 있었다. 건물은 H전자 소유라고 했다.
마지막으로 세 번째 후보지를 방문했다. 대림역에서 15분47초가 걸렸다. 건물 면적이 가장 넓다는 게 장점(971.9m²)처럼 보였으나, 좁은 골목 사이에 있어 상대적으로 찾기가 어려웠고, 채광성이 부족했다.
세 건물을 직접 확인한 결과 매입 대상지가 2, 3 후보지보다 월등히 앞선다는 확신은 들지 않았다.
서울시가 공개한 자료를 보면 매입 대상지의 매도 호가(好價)가 26억원이었던 데 반해 제2, 제3 후보지의 호가는 20억원이었다.
물론 이는 기자의 주관적 판단이다. 그래서 공인중개사에 문의했다. 대림역 주변 공인중개사 10곳을 찾아 공공기관이 들어설 경우를 가정해 어느 건물이 가장 적합할지를 물었다. 10곳 중 3곳만이 사견임을 전제로 견해를 내놨다.
A 부동산의 중개사는 “세 건물 다 공공센터로 부적합하다”며 “나 같으면 이 건물들을 매입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B 부동산의 중개사는 “대림동 일대에 공공센터로 적합한 건물은 없다”고 했다. C 부동산의 중개사는 비교적 자세한 설명을 들려줬다. 그의 이야기다.
“매입 대상지는 위치가 별로입니다. 외국인들이 찾다가 멀어서 다시 돌아갈 것입니다. 왜 (서남권 글로벌센터 건물로) 선정됐는지 모르겠습니다. 2 후보지, 3 후보지의 경우는 접근성 측면에서 매입 대상지보다 좋을지 몰라도 건물 자체가 썩 훌륭한 곳은 아닙니다. 아까 매도 호가를 말씀해 주셨는데 모두 시가보다 높게 책정된 것 같습니다. 누가 20억을 주고 이 건물을 매입하겠습니까.”
이 공인중개사의 주장은 앞서 K씨가 서울시에 손해를 보면서 건물을 팔았다는 이야기와는 정면 배치된다.
유 의원은 “매입가 23억원은 당시 기준가격(15.4억원)의 151%로 인근 부동산 실거래가보다도 다소 높은 수준”이라고 했다.
이와 관련 서울시는 보도자료를 통해 “기준가격은 토지 개별공시기준가격 및 지방세법상 건물의 시가표준액 기준으로 산정되어, 거래 시가(時價) 대비해서 낮게 책정되었으며, 당시 부동산중개사무소를 통한 거래 시가 조사 시 25억~30억 정도로 나타났다”며 “2012년도 서울시 표준지 공시지가의 실거래가 반영 비율은 59.8%에 불과하다”고 반박했다.
새로 드러난 사실들
현장검증을 하면서 몇 가지 새로운 사실을 알게 됐다. 우선 서남권 글로벌센터에 ‘외국인근로자지원센터’밖에 들어오지 않았다는 점이다. 서울시가 서남권 글로벌센터로 이용하기 위해 K씨로부터 건물을 매입한 것은 2012년 11월이다. 1년 가까이 지난 현재(2013년 11월) ‘외국인근로자지원센터’밖에 입주하지 않은 것은 문제가 될 수 있다. 앞서 설명했듯 서남권 글로벌센터 사업은 ‘영등포 빌리지센터’와 ‘서울 외국인근로자센터’, ‘다문화가족지원센터’를 통합하는 것이다.
서남권 글로벌센터에서 만난 관계자는 “우리는 올해 3월 6일에 입주했고, 영등포 빌리지센터와 다문화가족지원센터는 언제 들어올지 모른다”고 했다. 그는 이어 “우리는 이곳에서 외국인근로자센터 업무만 보고 있다”고 덧붙였다. 곧바로 대림역 부근에 있는 영등포 빌리지센터를 찾아 입주하지 않은 이유를 물었다.
영등포 빌리지센터 관계자는 “2014년 3월에 들어갈 예정”이라고 했다.
“왜 건물이 있는데 그때 입주하느냐”는 질문을 던졌더니 “2013년 3월에 재계약을 했기 때문”이라는 답이 돌아왔다. 선뜻 이해가 되지 않았다. 2013년 3월은 서울시가 서남권 글로벌센터 건물 매입을 완료한 시점이자 서울 외국인근로자센터가 서남권 글로벌센터로 입주한 시기이기 때문이다. 이 점을 추궁하자 그는 “시에서 리모델링 예산을 내려보내 주지 않아 어쩔 수 없이 재계약을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서울시에 사실 확인을 요청하니 “설치 대상지 감정평가액(23억3천만원)을 기준으로 한 건물주와의 가격협상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아 매매계약 체결이 지연(계약 체결일:2012년 11월 26일, 명의이전 등기:2012년 12월 27일)되어 개·보수 공사비를 ‘13 회계연도 예산에 반영하지 못했다”고 했다.
그렇다면 다문화가족지원센터는 왜 입주하지 않은 것일까. 다문화가족지원센터 측은 “원래부터 들어갈 계획이 없었다”고 했다.
다문화센터는 국비 매칭 펀드(50:50)사업으로 통합운영 시 예산 구분 등의 문제가 발생할 수 있어 당초 통합 대상이 아니었다는 것이었다.
서울시는 서남권 글로벌센터 사업 추진 이유로 3개소를 통합하면 외국인들의 여러 가지 민원을 한곳에서 해결할 수 있고 경비도 절감할 수 있다는 점을 들어왔다. 이 같은 사실은 ‘2012년 제4차 공유재산심의회 회의록’에도 잘 나타나 있다.
“왜 1년 전과 이야기가 다르냐”고 묻자 서울시는 “원래 다문화가족지원센터는 통합대상이 아니었다”는 이야기만 반복했다.
두 번째는 서울시가 지원할 개·보수 공사비가 15억1900만원이라는 점이다. 건물 매입비가 23억이니, 서남권 글로벌센터 사업비는 총 38억원으로 볼 수 있다. 서울시는 매입 대상지가 대림역과 접근성이 너무 떨어진다는 지적에 대해 “대림역 인근 매물은 시가 40억 수준이라 후보지 확보가 곤란하다”고 답해 왔다. 인근 부동산 종사자들은 매입 대상지와 비교했을 때 대림역 부근 건물의 리모델링 비용이 훨씬 적게 들 것으로 보고 있다.
예산을 40억 가까이 들일 계획이었다면 굳이 대림역에서 멀리 떨어진 건물을 매입 대상지로 선정할 필요가 있었느냐는 것이다.
세 번째는 서울시가 건물주와 관련한 이력사항을 2012년 6월 인지했다는 점이다. 앞서 여러 번 언급했듯 서울시는 건물주 K씨와 2012년 11월에 매매계약을 체결했다. 대안(代案)을 마련할 시간이 5개월이나 있었다.
朴元淳 “필요하면 내부 감사”
전직 서울 시의원은 “매입 대상의 경쟁력이 월등하다면 모를까 타 후보지와 비등비등했다면 건물주의 경력도 인지한 상황에서 왜 그곳을 선정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며 “잘잘못을 떠나 알려지게 되면 분명히 논란이 될 텐데 그렇게 되면 좋을 게 없지 않으냐”고 했다. K씨는 이런 견해를 아주 언짢아했다. 물론 K씨의 심정도 이해가 가지 않는 것은 아니다.
박 시장은 서남권 글로벌센터 사업과 관련한 의혹 제기에 대해 “일단 의심은 해볼 수 있다”며 “필요하다면 우리도 내부적으로 감사하겠다”고 했다.
객관적 사실에도 부합하지 않고, 처음 말 다르고 나중 말 다른 서남권 글로벌센터 사업. 앞뒤, 좌우가 모두 맞지 않는 이런 일이 왜 벌어졌을까. 한계를 느끼긴 했지만 취재를 해가면서 기자로서 밝혀내지 못하는 진실이 틀림없이 있을 것이란 의문이 더 커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