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文在寅·安哲秀, 기대에 못 미쳐 높은 점수 줄 수 없다”(경실련)
⊙ “安哲秀 의원과 보좌진은 밤을 새워가며 최선 다해”(琴泰燮 변호사)
⊙ “安哲秀 의원과 보좌진은 밤을 새워가며 최선 다해”(琴泰燮 변호사)
- 문재인 민주당 의원, 안철수 무소속 의원은 사실상 ‘첫 국감’에서 좋은 점수를 받지 못했다.
국정감사가 끝났다. 이번 국감은 여러 면에서 ‘처음’이란 의미를 갖는다. 지난해 국감이 대선에 묻혔기 때문에, 사실상 19대 국회의 첫 국감이다. ‘박근혜(朴槿惠) 정부’가 출범 이후 8개월간 추진한 정책의 공과를 묻는 첫 국감이기도 하다. 국정 전반을 다루는 대통령직을 노렸던 문재인(文在寅), 안철수(安哲秀) 의원에게도 사실상 ‘첫 국감’이었다. 세간의 이목은 이들에게 쏠렸다.
문재인 의원은 현 정부와 각을 세우며 야권을 움직이고 있다. 그의 상임위는 기획재정위원회로 정부의 경제정책을 공격할 수 있는 곳이다.
안철수 의원은 보건복지위 소속으로 기초연금 축소 등 현 정부의 복지정책을 비판할 수 있다. 이런 이유로 두 사람의 국감 질의에 관심이 쏠리는 건 당연한 일이었다. 그러나 국감이 끝나고 발표되는 ‘우수의원’에 그들 이름은 보이지 않았다.
《조선비즈》가 지난 11월 4일부터 8일까지 기획재정부와 한국은행, 통계청·관세청·국세청 등 기재부 외청 관계자 30명(최대 3명까지 중복 투표 가능)을 대상으로 ‘국감 우수의원’을 설문 조사한 결과 1위는 12표를 받은 민주당 이용섭 의원이, 2위는 똑같이 9표를 획득한 새누리당 이한구, 안종범 의원이 차지했다. 앞서 밝혔듯 기재위는 문재인 의원이 속한 상임위다. 그는 피감기관 관계자들로부터 인정받지 못했다.
안철수 의원도 마찬가지다. 관련 보도를 종합하면 “국감 기간 특별한 존재감을 보이지 못했다”는 게 중론이다. 문재인·안철수, 두 사람이 국감에서 좋은 성적을 받지 못한 이유는 무엇일까.
文在寅, 법안까지 낸 질문
문재인 의원의 질의 내용을 살피기 위해 보도자료를 찾았지만, 1건도 없었다. 문 의원 측은 “보도자료를 따로 작성하지 않는다”며 “블로그에 가면 국감 현장에서 질의한 내용을 요약해 올린 글이 있다”고 말했다. 보통 의원실에선 국감 때 자기 의원의 활약상을 홍보하기 위해 보도자료를 만드는 관행이 있는데 문 의원은 그렇게 하지 않았다는 얘기다. 다음은 문 의원 블로그에 공개된 글들을 참고한 것이다.
문재인 의원은 10월 16일 기재부 국감에서 현오석(玄旿錫) 경제부총리에게 ‘부가가치세 인상 계획’에 대해 물었다. 이와 관련, 문 의원 측은 “부가가치세는 과세범위가 넓고, 국민들에게 미치는 영향이 직접적이라 매우 신중하게 접근해야 된다는 인식이 깔려 있다”고 질의 배경을 밝혔다.
부가가치세는 소비행위에 부과되는 세금으로, 납세의무자와 조세부담자가 다른 간접세의 일종이다. 그러나 부가가치세 등 간접세는 ‘역진성’이란 문제점을 갖고 있다. 소득과 무관하게 단일세율이 적용되므로 저소득자의 소득 대비 세금 비중이 고소득자보다 클 수밖에 없다. 이는 부가가치세가 시행된 1977년 이래 항상 지적됐던 사안이다.
한국언론진흥재단이 운영하는 기사검색시스템 ‘카인즈’와 인터넷 포털 네이버의 ‘뉴스 라이브러리’에 따르면 ‘부가가치세 역진성’이 언급된 기사는 ‘부가가치세법’이 시행된 1977년 1월 1일부터 2013년 10월 15일까지 328건이다. 1년에 9번씩 관련 기사가 보도된 셈이다.
재무·세무기관 국감에서도 이 문제는 단골 메뉴였다. 18대 국회 국감(2008~2011년)만 해도 ▲2008년-김광림, 박병석, 정양석, 오제세, 이정희, 이종구 ▲2010년-김광림, 이정희 ▲2011년-강길부, 이용섭 등이 ‘부가가치세’ 문제를 지적했다. 요약하면 문 의원의 부가가치세 관련 질의는 새로운 내용이 아니라는 얘기다.
같은 날, 문 의원은 노동시간 단축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는 “현행 근로기준법에 따르면 근로시간은 일주일에 40시간이고, 당사자가 합의하면 일주일에 12시간을 한도로 근로시간을 연장할 수 있다”며 “노동시간 한도가 52시간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는가”라고 현오석 부총리에게 물었다. 현 부총리는 “현행법은 68시간으로 돼 있다”고 답했다. 두 사람의 근로시간 상한이 다른 이유는 무엇일까.
문 의원의 말처럼 ‘근로기준법’은 1일 근로시간을 최장 8시간으로 명시하고 있다. 주당 근로시간 상한은 40시간이다. 여기에 허용된 연장 근로시간을 합하면 주당 근로시간 한도는 52시간이지만, 실제 현장에선 68시간이다.
고용노동부가 ‘휴일근로’와 ‘연장근로’는 별개라고 유권해석을 내리면서 일주일 중 휴일인 주말을 제외한 기간에 52시간 근로가 이뤄졌던 것이다. 여기에 주말에 이뤄지는 ‘휴일근로(1일당 최장 8시간)’ 16시간을 합하면 총 68시간이 되는 것이다. 이에 따라 현 부총리는 앞서 밝힌 것과 같은 답을 한 것이다.
이에 대해 문 의원은 “토, 일 포함되는 것이 일주일인데, 왜 주말노동은 별개로 하는 것이냐”며 “이것은 서울고등법원, 대구지방법원의 판결이 난 사항이고, 법조계의 공통된 해석”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이 또한 새로운 내용은 아니다.
지난해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고용노동부 국감에서 한정애, 이종훈 의원 등이 연장근로 관련 ‘고용노동부 유권해석’의 문제점을 지적했었다.
올해 5월에는 김성태 새누리당 의원이 주당 근로시간 상한을 현행 68시간에서 52시간으로 축소하는 내용의 ‘근로기준법 일부 개정 법률안’을 발의했다. 당시 이를 알린 기사는 32건이다. 9월에는 국감 이전 노동계 현안으로 분류되면서 39건으로 늘었다. 국감 시작 일주일 전, 10월 7일엔 새누리당과 고용노동부가 김 의원 발의안을 정기국회에서 처리키로 합의했다. 10월 7일과 8일, 이를 보도한 기사는 ‘휴일-연장근로, 주 12시간 못 넘게 한다(동아일보)’ 등 38건이었다.
文在寅, MB정부 경제정책 두고 舌戰
국감 둘째 날인 10월 17일 문 의원은 “한국의 최저임금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권고에 한참 못 미친다”며 “최저임금을 생활임금 수준으로 상향해 주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에 현오석 부총리는 “임금 근로자도 있지만, 자영업자도 어렵다. 임금 수준을 정할 때는 자영업자가 근로자를 고용하는 측면도 고려해서 결정해야 한다”며 “최저임금심의위원회에서는 임금 상승이 기업에 미치는 영향까지 분석해 최저임금을 정한다”고 답했다.
10월 18일, 한국은행 국감에서 문재인 의원은 총액한도대출 등의 정책금융이 한은의 독립성과 상충되는 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저조한 실적과 관련해서는 “박근혜 정부의 모호한 창조경제 정책에 영합하기 위해 졸속 추진한 것 아니냐?”고 몰아붙였다. 총액한도대출이란, 한은이 신용정책 차원에서 중소기업 대출 확대, 지역 간 균형을 위해 1994년 도입한 대출 제도다.
문 의원이 지적한 사안은 지난 6월부터 한은이 ‘기술형 창업지원 제도’를 추진하면서 총액한도대출 규모를 확대한 것이다. ‘기술형 창업지원 제도’는 17개 시중은행이 창업 7년 이내 기술기업에 자금을 대출하면, 한은이 대출금의 25~50%를 연리 0.5%로 대출해 주는 방식이다. 이에 따라 한은이 내년 9월까지 3조5000억원을 공급하면, 실제 중소기업이 받는 대출금은 10조원(추정치)이 된다.
그러나 ‘기술형 창업지원 제도 실적 저조’는 문 의원 질의에 앞서 기재위 소속 이용섭 민주당 의원이 보도자료를 통해 지적한 것이었다. 한은 국감 열흘 전인, 10월 8일 이 의원(기재위)은 보도자료를 통해 “6~8월간 기술형 창업기업 지원 실적은 1844억원(476건)에 불과했다”며 “충분한 검토와 사전 준비 없이 무리하게 진행했기 때문”이라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한은은 “제도 도입 초기라 대출 규모가 작을 뿐, 빠르게 늘어나는 추세”라고 해명했다.
문 의원은 여기에 앞서 말한 ‘박근혜 정부와의 영합’, ‘중앙은행 독립성’ 등을 덧붙여 “총액한도대출은 정책금융에 해당해 중앙은행 독립성과 상충한다”고 주장했다. 김중수 한은 총재는 “정부 정책과 영합하려는 게 아니라 정책 효과의 확대를 위해 조화를 이루려는 것”이라며 “총액한도대출은 한은이 은행을 통해 지원하므로 정책금융으로 볼 수 없다”고 밝혔다.
문 의원은 10월 22일 서울·중부지방국세청 국감에서 ‘효성그룹 세무조사’에 대해 질의하고, ‘금강산 관광 관련 사업자 세정 지원’을 주장했다. 이날 그는 최근 효성그룹이 1조원대 분식회계 및 수천억원대의 탈세 혐의에 대해 조사받는 것과 관련 “2008~2009년 효성그룹 비자금 수사에 이어, 2010~2011년 효성그룹 세무조사를 했는데, 왜 그때는 혐의를 발견하지 못했느냐”며 “그때는 정권의 눈치를 보느라 제대로 조사를 못 했거나 조사를 했어도 문제제기를 못 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있다”고 말했다.
“文在寅, 기업에 대한 정확한 파악 없이 세정 지원 당부”
‘효성그룹 해외비자금 의혹 사건’은 지난 5월 서울국세청이 특별세무조사에 들어가 ▲차명계좌와 분식회계를 통한 비자금 조성 ▲거액의 탈세 혐의 등을 확인하고 9월 5일 조석래 효성그룹 회장을 출국금지시키면서 알려지게 됐다. 이때부터 10월 21일까지 보도된 ‘효성그룹 비자금’ 관련 기사는 596건, 1일 평균 13건이다. 이 중 다수가 이명박 전 대통령과 효성그룹 간 관계를 거론하며 세무조사가 미흡했던 이유에 의문을 제기하는 내용이었다. 문 의원 질의에 특별히 새로운 내용은 없었단 얘기다.
문 의원은 같은 날 중부지방국세청 국감에서 “금강산 관련 사업자들에 대한 배려가 없어 아쉽다”며 세정 지원을 요구했고, 이종호 중부청장은 “금강산 관련 업체에 대해 적극적인 세정 지원을 하겠다”고 밝혔다.
10월 23일 인터넷 매체 《이투데이》는 “현재 적자를 내는 현대아산은 법인세도 내고 있지 않은 상황”이라며 “세정 지원과 관련해 현대아산이 받을 수 있는 혜택은 특별히 없어 현실성이 떨어진다”고 전했다. 이어 “이런 지원책은 기업 상황에 대한 정확한 파악 없이 언급된 발언으로 해석된다”고 덧붙였다. 이에 따르면 문 의원의 제안은 돈을 못 벌어 세금을 못 내는 기업엔 ‘무용지물’인 셈이다.
10월 24일, 문재인 의원은 한국은행 대구·경북본부, 부산·경남본부 국감에 참석했다. 이 자리에서 문 의원은 현 정부의 ‘선박금융공사 설립 무산’을 “대표적 공약 파기”라고 따졌다. 선박금융공사는 선박의 건조·구매·거래에 필요한 자금을 조선사나 해운사에 빌려주는 역할을 하는 곳이다.
이날 문재인 의원은 “(선박금융공사 설립이) WTO 보조금 금지규정 때문에 어렵다면, 그 금지규정을 극복할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해서라도 선박금융 전문기관을 만드는 것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 문제는 지난해 7월 이진복(李珍福) 새누리당 의원(부산 동래)이 ‘한국선박금융공사법안’을 발의한 시점을 전후로 부산을 지역구로 둔 국회의원들이 주장하면서 언론에 자주 등장했다.
지난해 대선 과정에서 부산 민심을 잡기 위해 박근혜 당시 새누리당 대선 후보, 문재인 민주당 후보는 ‘선박금융공사 설립’을 공약으로 제시했다.
선박금융공사는 김대중 정부 시절 해양수산부가 신설되고 그 필요성이 대두됐으나 공기업 민영화 정책에 역행하고 재정사정도 여의치 않아 유야무야됐던 사안이다. 세계무역기구(WTO) 규정상 금지보조금 시비에 휩쓸릴 수 있다는 문제도 걸림돌이 됐다. 현 정부도 이런 이유를 들어 선박금융공사 설립을 유보했다.
수조원의 세금이 들어가는 공조직 신설에 대한 논의도 충분치 않았다. 유사기능을 수행하는 국책은행도 여러 곳이다. 선박금융공사 신설 시 업무중복을 피할 수 없다는 얘기다. 또 ▲금융 인프라 ▲관련 전문인력 ▲재원도 부족한 상황이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선 기존 국책은행에 대한 구조조정이 불가피하다.
따라서 문재인 의원이 정책적 대안 없이 “WTO 금지규정을 극복할 대안을 마련하라”고 한 것은 반향을 일으키지 못했다. 10월 30일 한국수출입은행 국감 때도 같은 말을 했지만, 관련 기사는 1건뿐이다. 이는 10월 25일 부산 지역 신문 《국제신문》이 보도한 것이다. 그만큼 언론의 관심을 끌지 못했단 말이다.
국감 시 ‘文在寅 질의’ 관련 기사는 하루에 1개 미만
같은 날 문 의원은 대구국세청 국감에서 “1인당 지역 총생산(GRDP)이 십몇 년째 최하위일 뿐 아니라, 2011년 통계를 보면 울산의 1/4 수준”이라며 기업에 대한 적극적인 세정 지원을 당부했다. 다음 날 부산국세청 국감에서도 적극적이고 선제적인 세정 지원을 주문했다. 이 내용을 보도한 곳은 대구 《매일신문》뿐이다.
문 의원은 부산국세청 국감에서 ‘집단 투기 의혹’이 제기된 부산 대연혁신도시와 관련해선 “엄정하게 세무조사를 실시하여 과세할 것이라 믿는다”며 “사후처방이 아닌 문제가 발생한 구조부터 개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대연혁신도시 집단 투기 의혹’은 13개 공공기관 임직원들이 부산시로부터 일반 분양가보다 저렴한 가격에 특별분양받은 아파트를 전매제한기간 1년이 지나자 되팔아 분양차익을 얻고, 실거래가를 줄여 신고한 ‘다운계약서’가 100건 이상 확인된 것을 가리킨다. 이는 지난 8월 초부터 제기된 문제로, 이미 10월 초 국세청이 조사에 들어간 사안이다. 문재인 의원 발언이 있기 전 보도된 관련 기사만 21건이다.
문 의원은 10월 29일 조달청 국감에선 부정당업자 제재와 관련해 질의했다. 문 의원 블로그에 따르면 올해 ▲대림산업 공장 폭발 사고 ▲삼성전자 화성공장 불산 가스 누출 사고 ▲현대제철 가스 누출 사고 등 대기업에서 대형 안전사고가 발생했음에도 해당 업체들의 2012~2013년 조달계약 실적이 7000억~1조3000억원에 달한다는 조달청 제출자료에 근거해 “대기업에서 일어나는 대형 안전사고에 대한 제재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아, 전체적인 산업안전 소홀로 인한 대형사고에 대해서 부정당업자 제재를 못하는 것 아니냐”고 질의했다.
민형종 조달청장은 “물품 분야에 대한 안전사고 규정에 미흡한 부분이 있다”며 “앞으로 물품 분야의 안전관리 위반 업체에 대해서 입찰참가 등의 제한이 이뤄질 수 있도록 협의하겠다”고 답변했다.
조달청의 부정당업자 제재가 미흡하다는 지적은 이전 국감에서도 자주 등장한 지적이다. ▲2011년 권영세, 이혜훈 ▲2012년 김현미, 조정식 등이 관련 질의를 했다. 그래서였을까. 기관장의 ‘제도 개선 검토’ 취지의 답변을 들었지만, 이 내용은 언론에 보도되지 않았다. 같은 자리에서 ‘청년·벤처기업에 대한 공공구매 확대’를 주문한 것과 관련해서도 기사를 찾을 순 없었다.
10월 30일 문 의원은 한국수출입은행 국감에 참여했다. 이날 그는 부산·경남 지역 현안을 언급했다. 한국수출입은행이 주채권은행 자격으로 경영에 참여한 ‘성동조선’의 하청업체들이 제소해 공정거래위원회가 명령한 미지급대금 36억원에 대한 지급 이행을 요청한 것이다.
이와 관련 《국제신문》은 ‘문재인, 지역 현안 해결사’란 제하 <수출입은행관계자들은 “국감 다음날인 31일 문 의원실을 찾아 오는 9일까지 지급명령을 이행하겠다”면서 “하청업체와의 분쟁이 최소화되도록 노력하고 협력업체 계약서 전수조사를 시행하겠다”고 약속했다>고 보도했다. 이는 문 의원 발언과 관련해 유일한 기사다.
종합하면 문 의원은 이번 국감에 앞서 소개한 내용을 포함해 총 18개(중복 제외) 주제를 가지고 피감기관에 질의했지만, 언론의 주목을 받진 못했다. ‘카인즈’에서 올해 기재위 국정감사 시작일인 10월 16일부터 사실상 종료일인 11월 1일까지 ‘문재인 국정감사 질의’란 검색어로 기사를 찾은 결과 26건이 나왔다. 이 중 다른 문제로 문 의원이 언급된 기사를 제하면 12건이다. 15일 동안 국감 질의와 관련해선 하루에 한 건도 나오지 않은 셈이다.
安哲秀, “국감에서 작은 목소리 대변하겠다”
지난해 10월 26일 안철수 당시 무소속 대선 예비후보는 경남 진주시 경상대에서 이뤄진 강연에서 “국회의원 세비가 작년 대비 16% 인상됐다. 세비가 올라서 국회가 일을 더 잘하시냐”고 반문하며 “국정감사 때 (열심히) 국감하지 않은 의원들은 자진해서 세비를 반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리고 올해 국감 첫날인 10월 14일 자신의 트위터에 “국정감사 첫날, 목소리 크고, 힘있는 사람이 아니라 말없이 성실하게 살아가는 분들의 작은 목소리를 대변하겠습니다”라고 글을 남겼다. 과연 그는 세비를 반납하지 않아도 될 만큼 국감에서 최선을 다했을까.
안 의원의 사이트 ‘여러분과 안철수의 동행’에는 국감 기간 안철수 의원 측에서 작성한 보도자료, 국감 당시 질의응답 내용이 게시돼 있다. 이에 따르면 안 의원은 총 30가지의 주제에 대해 질문했다. 일부 질의 말미에는 ‘정책 대안’도 제시했다.
그런데 관련 기사는 적었다. 안 의원이 국회의원에 당선된 4월 24일부터 국감 시작 전날인 10월 13일까지 관련 기사는 총 7635건이다. 1일 평균 53개의 기사가 나왔단 얘기다. 국감 기간(10월 14일~11월 1일)에는 총 463건이다. 하루에 24개꼴이다. 국감이 시작되자 안 의원에 대한 언론의 관심이 감소했음을 의미한다고 볼 수 있다.
국감 질의와 관련해 수치는 더 초라해진다. 모두 143건이 보도됐다. 하루 7.5건인 셈이다. 실제 안 의원의 국감 질의와 관계된 기사는 21건이다. 하루에 한 번 나왔단 얘기다. 그는 무슨 활동을 했을까.
10월 14일 안 의원은 복지부 국감에서 “지난 5년간 추진한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계획에 실제 재정 투입은 절반도 이뤄지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는 2009~2012년까지 23개 항목의 보장성 강화와 관련, 2012년 말까지 누적 재정 추계는 2조8829억원이지만 실제 투입된 금액은 1조3739억원이라는 것을 말한다. 즉 정부가 수요를 잘못 예측해 실제 집행액이 당초 추정액의 절반 수준이란 얘기로, ‘과다 추계’를 지적한 것이다.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사업에 대한 복지부 내부 평가가 전혀 없다는 점도 비판했다.
노인 장기요양보호시설의 지역 간 편차에 대해서도 지적했다. 이는 그간 언론에서 ‘노인장기요양보험 시행 5년’을 평가하는 기사로 여러 번 다룬 사안이다.
安哲秀, 言論에 이미 소개된 내용 다수 ‘재탕’
안 의원은 10월 15일 복지부 국감 2일차에 기초연금과 관련 “무엇보다 노인빈곤 해소에 도움이 되는 기초연금을 만들기 위해 심도 있는 논의를 하겠다”고 밝혔다. 또 기초연금 도입으로 노인 빈곤율을 얼마나 낮출 수 있는지 목표율이 없다며 지표 설정을 요구했다.
안 의원 보도자료에 따르면 그는 “두루누리 사회보험 지원사업을 저소득 자영업자에게 확대하는 방안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고도 물었다. 범정부적 자살예방 대책 마련 등도 주문했다. 이는 다수의 언론이 이전에 사설과 시론을 통해 지적했던 문제다.
‘두루누리 사업’은 근로자 10인 미만 사업장의 125만원 미만 저임금 근로자에게 국민연금 보험료를 지원하는 것이다. 안 의원이 언급한 것은 이 사업이 시행된 2012년 7월부터 지속적으로 제기된 문제이고, 지난해 최동익 민주당 의원도 보도자료를 통해 “두루누리 사업은 저소득 자영업자들에게 허탈감을 안겨주고 있다”고 지적한 내용이다.
10월 15일 안철수 의원은 식품의약품안전처 국감에서 “식약처는 지난 3년간 1609번의 해외 실사를 나갔는데, 일본 원전사고(2011년 3월) 이후 독일, 중국, 미국, 프랑스 등은 38차례 현지실사를 했지만, 일본은 단 한 차례도 방문하지 않았다”며 “국민들이 일본산 식품의 안전관리를 신뢰할 수 있도록 일본에 식약관을 파견하라”고 주문했다. 이는 안철수 의원이 새롭게 밝힌 사실이다.
안 의원은 같은 자리에서 식약처 산하 식품안전정보원장 선임 관련 외압 의혹도 제기했다. 식약처가 ‘낙하산 인사’를 위해 해당 기관 이사회가 요청한 원장 연임을 승인하지 않고, 식약처 현직 직원 선임을 위한 원장추천위 구성을 강요했다는 내용이다. 이에 대해 정승 식약처장은 “이사회가 연임 결정을 했다는 보고를 받았을 때 담당 국장인 식품안전정책국장이 공석이었다. 주무 국장이 이사회에 참석 못하는데 이사회 결정이 바람직한지에 대한 내부 의견이 있어서 보류해 달라고 한 것”이라며 “불승인하는 게 맞았다고 본다”고 답변했다.
또 안철수 의원은 “올해 8월 진행된 식약처 을지훈련에서 실시한 결과 비상시 장티푸스 백신과 탄저 백신은 동원이 어려워 비축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정부는 당초 비상시 필수의약품을 의료기관과 보건소에서 보관하는 비축제도를 운용했다. 하지만 비상대비자원관리법에 규정된 3개월분의 의약품을 비축하고, 유통기한이 지난 것들을 교체하는 과정에서 상당한 비용 부담이 발생해 예산이 낭비되고 있다는 감사원의 지적에 따라 지난 2006년부터 제약사가 의약품을 비축, 보관하다 비상시에 정부에 공급하는 방식의 동원제도로 변경했다. 하지만 그동안 제약사들의 의약품 생산능력을 서면으로만 검증했고, 물류체계가 마비됐을 때 운송시스템에 대한 점검은 이뤄지지 않았다.
이 문제와 관련해선 지난 5월 국회 안전행정위 소속 김한표(金漢杓) 새누리당 의원이 ‘비상대비자원관리법 일부 개정안’을 발의한 상황이다. 이 개정안의 골자는 정부가 비상시 필요한 의약품의 지역별 소요량을 조사해 그에 상응하는 양을 국공립병원 또는 보건소에 의무적으로 분산비축하고, 비축하는 의약품의 소유자 또는 제약사에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비축에 소요되는 비용의 전부 또는 일부를 지원한다는 것이다.
피감기관 시스템 보안을 단골로 요구
10월 24일 안철수 의원은 국민연금공단 국감에서 “현행 국민연금 제도는 소득재분배 기능이 약화되어 계층 간 불균형을 심화시키고, 1981년 이후 출생 세대에 불리하게 설계됐다”고 비판했다. 그는 “국민연금은 가입이 빨랐던 사람일수록 더 유리하게 설계돼 26세에서 60세까지 납입하고, 85세까지 연금을 수령한다고 가정할 때, 가장 유리한 세대는 1962년 이전 출생한 세대, 그다음으론 1963년에서 1980년 출생자, 1981~2001년 출생자 순이며, 2002년 이후 출생자가 가장 불리해진다”고 분석했다. 그러나 국민연금 수급액의 세대 간 불균형을 지적한 국회의원, 전문가, 언론은 셀 수 없을 정도다.
안 의원은 국민연금공단에 ‘장애인 국민연금 가입률 제고 방안 마련’, ‘장애인의 국민연금 내 장애연금 수급권 보장을 위한 업무처리 절차 개선’, ‘공사연금 정보연계 포털 구축’ 등을 주문했다. 최광 국민연금공단 이사장에 따르면, 이 중 공사연금 포털은 이미 정부에서 활발하게 논의하고 있다.
같은 날 안 의원은 ‘건강보험 적자’, ‘병원보다 의원 수가가 높은 상황’, ‘해고자 복직 문제’, ‘건보 재정전망 정부의 예산안 제출 전 실시’ 등을 언급했다. 이 또한 전혀 새로운 얘기가 아니다. 건보공단은 만성 적자에 시달리는 대표적인 기관이다. ‘건보 수가’와 관련해선 이미 지난 6월에 경실련이 병·의원 간 수가를 비교했었다. 해고자 15명의 복직 문제는 건보공단 노조에서 항상 주장하는 것이다.
안 의원은 자신의 전문 분야인 ‘인터넷 보안’과 관련한 질의도 했다. 그는 10월 18일 질병관리본부 국감에서 보건의료 영역의 개인정보 보안을 강조했다. 국민연금공단 내부 시스템 암호화 조치가 미흡한 점도 지적했다. 또 10월 28일 보건복지정보개발원 국감에선 “약 1700만명의 사회복지 정보를 담은 행복e음의 시스템은 해킹 공격 가능성을 시험하는 ‘모의해킹테스트’를 하지 않고 취약점 점검만 하는 데 그쳤다”며 “개인정보가 해킹이나 무단열람에 취약하게 관리되고 있다”고 밝혔다. 행복e음은 누가 어떤 복지서비스를 받는지, 앞으로 받을 수 있는 서비스는 무엇인지 확인할 수 있는 사회복지정보통합망이다.
이와 관련 국회 보건복지위 관계자는 “안철수 의원이 보안 전문가인 만큼 국가예산이 투입되고, 수많은 개인정보가 담긴 시스템의 보안을 강조한 건 분명히 잘한 일”이라면서도 “그 외에 복지정책 관련 질의를 할 때는 전문성이 다소 떨어지는 느낌을 받았다”고 말했다.
앞서 본 것처럼 안 의원은 후쿠시마 원전사고 이후 식약처의 일본 실사가 없었음을 지적하거나 자신의 전문성을 발휘할 수 있는 주제를 골라 유의미한 질의를 했다. 보건복지위 정쟁 이슈였던 ‘기초연금’에 대한 질의는 최대한 피하고, 정책적 대안을 제시하려고 노력했다. 그러나 이미 논의가 끝났거나, 대안이 마련된 문제, 언론에서 집중적으로 다룬 문제도 질의 내용에 다수 포함돼 있었다.
“朴槿惠 의원은 국감 우수의원 상도 받았는데…”
그렇다면 이들의 ‘첫 국감’에 대한 평가는 어떨까. 시민단체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은 11월 3일 ‘국감 우수의원 34명’을 선정, 발표했다. 이 중 초선 의원은 18명으로 전체의 53%다. 그러나 역시 초선인 문재인, 안철수 의원은 여기에 포함되지 않았다. 국회의원 300명 중 34명 안에 선정되지 못했으므로 ‘상위 10%’에 들지 못한 것이다.
경실련은 국회의원 300명을 대상으로 언론 보도, 보도자료, 정책자료 등을 참고했고, 상근활동가들이 직접 각 상임위 국감을 찾아 관찰한 결과를 토대로 의원들이 제기한 핵심 질의주제를 이슈제기 능력과 대안제시 능력을 중심으로 개혁성, 전문성, 공정성의 기준에 따라 5점 척도로 점수화해 ‘우수의원’을 선정했다고 밝혔다.
경실련 관계자는 문·안 의원이 ‘우수의원’에 선정되지 않은 이유에 대해선 “알려진 이름에 비해 왕성한 활동을 못했기 때문에 선정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당초 기대했던 것보다 그들의 활동이 미흡했단 얘긴가요.
“개별 의원에 대해 세부적인 평가를 하긴 조심스러운데요. 그런 부분이 상당히 있었기 때문에 높은 점수를 주긴 어려웠습니다.”
—구체적으로 어떤 부분이 부족했습니까.
“공개적으로 얘기하는 건 곤란합니다.”
매년 국감을 모니터링하고 ‘국감 우수의원’을 선정하는 국정감사NGO모니터단 홍금애 집행위원장도 경실련과 비슷한 평가를 했다.
“일단 국정감사 출석은 다 잘했습니다. 하지만 문·안 의원은 돋보이는 질의를 하지 못했습니다. 기관에 대해 파악이 잘 안 된 것 같아요. 사람들이 차기 대선 주자들의 국감 활동에 관심을 갖는 이유는 그들이 국민에게 희망을 주는 정책을 제시할 것이란 기대가 있기 때문이죠. 그런데 이번에는 그런 모습이 전혀 보이지 않았습니다. 예전 ‘박근혜 의원’은 그렇지 않았어요. ‘저런 시각으로도 볼 수 있구나’ 하는 생각을 갖게 했거든요. ‘국감 우수의원상’도 받았고요.”
安哲秀 측, “국감에서 무소속 한계 느껴”
왜 그랬을까. 민주당 소속 한 초선 의원의 말이다.
“문 의원은 국감 준비 기간인 9~10월에 NLL 대화록 폐기 공방에서 친노 진영 수장으로 전면에 나섰잖아요. 그리고 국감 기간에는 대선 불복 시비에 나서고. 또 자신의 공동선대위원장이었던 안도현씨 재판에 참석하면서 국감에 늦게 참석했어요. 국회의원이면 자신의 본분부터 챙겼어야 했는데, 문 의원은 국감 기간에 지난해 대선 관련 문제만 잡고 있었던 것 같아요.”
실제 문 의원은 “검찰은 정치를 하지 말고 수사를 하라(10월 10일, NLL 대화록 폐기에 대한 검찰 수사 관련)”, “지금까지 드러난 사실만으로도 지난 대선은 불공정했다. 미리 알았든, 몰랐든 박근혜 대통령은 그 수혜자다(10월 23일, 사이버사령부 등의 대선 개입 의혹 관련)” 등의 성명을 냈다.
안 의원의 경우는 창당 준비 작업에 바빴다. 안 의원은 9월 29일 자신의 싱크탱크 ‘정책네트워크 내일’의 자문·기획위원과 호남 지역 실행위원 명단을 발표했다. 12월을 목표로 창당준비위를 구성하고 있다는 얘기도 흘러나왔다. 이 때문에 ‘첫 국감’에 소홀했던 것은 아닐까. 다음은 안 의원의 공보를 담당하는 금태섭 변호사와의 문답이다.
—국감이 처음이라서 미흡한 점이 많지 않았습니까.
“미흡한 점이라면 본인이 미흡하다기보단 아무래도 무소속이라는 한계가 있는 것 같습니다.”
—안 의원이 국감보단 창당 준비에 힘을 쏟았다는 지적이 있습니다.
“우리는 국감 기간 국감에 집중하고 굉장히 열심히 했다고 자부합니다. 국감에 한 번도 안 빠지고 전부 참석하고, 다른 의원 못지않게 열심히 했습니다. (안 의원이 국감 기간에) 창당 준비에 매진했다는 건 사실과 다릅니다.”
—안 의원의 언론 노출이 대폭 줄었습니다. 그만큼 이슈제기를 못 한 것이라고 볼 수 있지 않습니까.
“국감 기간 때 의원님들이 하는 것 중에 국가기관이 잘못한 점을 폭로한다거나 이런 것들이 뉴스에 많이 나는데 우리는 그것보다는 대안을 제시하고 그런 쪽으로 하려다 보니 센세이셔널한 건 없었던 것 같은데요.”
—경실련도 “안 의원이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는 평가를 했는데요.
“무슨 근거로 그렇게 말했는지 모르겠네요. 정책 국감을 했는데 기대에 못 미쳤다고 하는 건 이해가 잘 안 됩니다. 초선으로서 안철수 의원과 보좌진은 국감을 맞아 전부 밤을 새워가며 최선을 다했습니다. 우리는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다했습니다. 그런데도 지적을 한다면 겸허히 받아들여야죠.”⊙
문재인 의원은 현 정부와 각을 세우며 야권을 움직이고 있다. 그의 상임위는 기획재정위원회로 정부의 경제정책을 공격할 수 있는 곳이다.
안철수 의원은 보건복지위 소속으로 기초연금 축소 등 현 정부의 복지정책을 비판할 수 있다. 이런 이유로 두 사람의 국감 질의에 관심이 쏠리는 건 당연한 일이었다. 그러나 국감이 끝나고 발표되는 ‘우수의원’에 그들 이름은 보이지 않았다.
《조선비즈》가 지난 11월 4일부터 8일까지 기획재정부와 한국은행, 통계청·관세청·국세청 등 기재부 외청 관계자 30명(최대 3명까지 중복 투표 가능)을 대상으로 ‘국감 우수의원’을 설문 조사한 결과 1위는 12표를 받은 민주당 이용섭 의원이, 2위는 똑같이 9표를 획득한 새누리당 이한구, 안종범 의원이 차지했다. 앞서 밝혔듯 기재위는 문재인 의원이 속한 상임위다. 그는 피감기관 관계자들로부터 인정받지 못했다.
안철수 의원도 마찬가지다. 관련 보도를 종합하면 “국감 기간 특별한 존재감을 보이지 못했다”는 게 중론이다. 문재인·안철수, 두 사람이 국감에서 좋은 성적을 받지 못한 이유는 무엇일까.
文在寅, 법안까지 낸 질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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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재인 의원이 10월 30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한국수출입은행 등에 대한 국감에 참석해 다른 의원의 질의를 듣고 있다. |
문재인 의원은 10월 16일 기재부 국감에서 현오석(玄旿錫) 경제부총리에게 ‘부가가치세 인상 계획’에 대해 물었다. 이와 관련, 문 의원 측은 “부가가치세는 과세범위가 넓고, 국민들에게 미치는 영향이 직접적이라 매우 신중하게 접근해야 된다는 인식이 깔려 있다”고 질의 배경을 밝혔다.
부가가치세는 소비행위에 부과되는 세금으로, 납세의무자와 조세부담자가 다른 간접세의 일종이다. 그러나 부가가치세 등 간접세는 ‘역진성’이란 문제점을 갖고 있다. 소득과 무관하게 단일세율이 적용되므로 저소득자의 소득 대비 세금 비중이 고소득자보다 클 수밖에 없다. 이는 부가가치세가 시행된 1977년 이래 항상 지적됐던 사안이다.
한국언론진흥재단이 운영하는 기사검색시스템 ‘카인즈’와 인터넷 포털 네이버의 ‘뉴스 라이브러리’에 따르면 ‘부가가치세 역진성’이 언급된 기사는 ‘부가가치세법’이 시행된 1977년 1월 1일부터 2013년 10월 15일까지 328건이다. 1년에 9번씩 관련 기사가 보도된 셈이다.
재무·세무기관 국감에서도 이 문제는 단골 메뉴였다. 18대 국회 국감(2008~2011년)만 해도 ▲2008년-김광림, 박병석, 정양석, 오제세, 이정희, 이종구 ▲2010년-김광림, 이정희 ▲2011년-강길부, 이용섭 등이 ‘부가가치세’ 문제를 지적했다. 요약하면 문 의원의 부가가치세 관련 질의는 새로운 내용이 아니라는 얘기다.
같은 날, 문 의원은 노동시간 단축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는 “현행 근로기준법에 따르면 근로시간은 일주일에 40시간이고, 당사자가 합의하면 일주일에 12시간을 한도로 근로시간을 연장할 수 있다”며 “노동시간 한도가 52시간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는가”라고 현오석 부총리에게 물었다. 현 부총리는 “현행법은 68시간으로 돼 있다”고 답했다. 두 사람의 근로시간 상한이 다른 이유는 무엇일까.
문 의원의 말처럼 ‘근로기준법’은 1일 근로시간을 최장 8시간으로 명시하고 있다. 주당 근로시간 상한은 40시간이다. 여기에 허용된 연장 근로시간을 합하면 주당 근로시간 한도는 52시간이지만, 실제 현장에선 68시간이다.
고용노동부가 ‘휴일근로’와 ‘연장근로’는 별개라고 유권해석을 내리면서 일주일 중 휴일인 주말을 제외한 기간에 52시간 근로가 이뤄졌던 것이다. 여기에 주말에 이뤄지는 ‘휴일근로(1일당 최장 8시간)’ 16시간을 합하면 총 68시간이 되는 것이다. 이에 따라 현 부총리는 앞서 밝힌 것과 같은 답을 한 것이다.
이에 대해 문 의원은 “토, 일 포함되는 것이 일주일인데, 왜 주말노동은 별개로 하는 것이냐”며 “이것은 서울고등법원, 대구지방법원의 판결이 난 사항이고, 법조계의 공통된 해석”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이 또한 새로운 내용은 아니다.
지난해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고용노동부 국감에서 한정애, 이종훈 의원 등이 연장근로 관련 ‘고용노동부 유권해석’의 문제점을 지적했었다.
올해 5월에는 김성태 새누리당 의원이 주당 근로시간 상한을 현행 68시간에서 52시간으로 축소하는 내용의 ‘근로기준법 일부 개정 법률안’을 발의했다. 당시 이를 알린 기사는 32건이다. 9월에는 국감 이전 노동계 현안으로 분류되면서 39건으로 늘었다. 국감 시작 일주일 전, 10월 7일엔 새누리당과 고용노동부가 김 의원 발의안을 정기국회에서 처리키로 합의했다. 10월 7일과 8일, 이를 보도한 기사는 ‘휴일-연장근로, 주 12시간 못 넘게 한다(동아일보)’ 등 38건이었다.
文在寅, MB정부 경제정책 두고 舌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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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철수 의원이 10월 24일 국민연금공단에서 열린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의 국민연금공단 국정감사에서 최광 이사장에게 질의하고 있다. |
10월 18일, 한국은행 국감에서 문재인 의원은 총액한도대출 등의 정책금융이 한은의 독립성과 상충되는 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저조한 실적과 관련해서는 “박근혜 정부의 모호한 창조경제 정책에 영합하기 위해 졸속 추진한 것 아니냐?”고 몰아붙였다. 총액한도대출이란, 한은이 신용정책 차원에서 중소기업 대출 확대, 지역 간 균형을 위해 1994년 도입한 대출 제도다.
문 의원이 지적한 사안은 지난 6월부터 한은이 ‘기술형 창업지원 제도’를 추진하면서 총액한도대출 규모를 확대한 것이다. ‘기술형 창업지원 제도’는 17개 시중은행이 창업 7년 이내 기술기업에 자금을 대출하면, 한은이 대출금의 25~50%를 연리 0.5%로 대출해 주는 방식이다. 이에 따라 한은이 내년 9월까지 3조5000억원을 공급하면, 실제 중소기업이 받는 대출금은 10조원(추정치)이 된다.
그러나 ‘기술형 창업지원 제도 실적 저조’는 문 의원 질의에 앞서 기재위 소속 이용섭 민주당 의원이 보도자료를 통해 지적한 것이었다. 한은 국감 열흘 전인, 10월 8일 이 의원(기재위)은 보도자료를 통해 “6~8월간 기술형 창업기업 지원 실적은 1844억원(476건)에 불과했다”며 “충분한 검토와 사전 준비 없이 무리하게 진행했기 때문”이라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한은은 “제도 도입 초기라 대출 규모가 작을 뿐, 빠르게 늘어나는 추세”라고 해명했다.
문 의원은 여기에 앞서 말한 ‘박근혜 정부와의 영합’, ‘중앙은행 독립성’ 등을 덧붙여 “총액한도대출은 정책금융에 해당해 중앙은행 독립성과 상충한다”고 주장했다. 김중수 한은 총재는 “정부 정책과 영합하려는 게 아니라 정책 효과의 확대를 위해 조화를 이루려는 것”이라며 “총액한도대출은 한은이 은행을 통해 지원하므로 정책금융으로 볼 수 없다”고 밝혔다.
문 의원은 10월 22일 서울·중부지방국세청 국감에서 ‘효성그룹 세무조사’에 대해 질의하고, ‘금강산 관광 관련 사업자 세정 지원’을 주장했다. 이날 그는 최근 효성그룹이 1조원대 분식회계 및 수천억원대의 탈세 혐의에 대해 조사받는 것과 관련 “2008~2009년 효성그룹 비자금 수사에 이어, 2010~2011년 효성그룹 세무조사를 했는데, 왜 그때는 혐의를 발견하지 못했느냐”며 “그때는 정권의 눈치를 보느라 제대로 조사를 못 했거나 조사를 했어도 문제제기를 못 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있다”고 말했다.
“文在寅, 기업에 대한 정확한 파악 없이 세정 지원 당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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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민단체 관계자들이 국감을 관찰하고 있다. ‘2013 국감 우수의원’을 선정ㆍ발표한 경실련은 “문재인, 안철수 의원의 경우 국감에서 활동이 미흡해 좋은 점수를 주기 어렵다”고 밝혔다. |
문 의원은 같은 날 중부지방국세청 국감에서 “금강산 관련 사업자들에 대한 배려가 없어 아쉽다”며 세정 지원을 요구했고, 이종호 중부청장은 “금강산 관련 업체에 대해 적극적인 세정 지원을 하겠다”고 밝혔다.
10월 23일 인터넷 매체 《이투데이》는 “현재 적자를 내는 현대아산은 법인세도 내고 있지 않은 상황”이라며 “세정 지원과 관련해 현대아산이 받을 수 있는 혜택은 특별히 없어 현실성이 떨어진다”고 전했다. 이어 “이런 지원책은 기업 상황에 대한 정확한 파악 없이 언급된 발언으로 해석된다”고 덧붙였다. 이에 따르면 문 의원의 제안은 돈을 못 벌어 세금을 못 내는 기업엔 ‘무용지물’인 셈이다.
10월 24일, 문재인 의원은 한국은행 대구·경북본부, 부산·경남본부 국감에 참석했다. 이 자리에서 문 의원은 현 정부의 ‘선박금융공사 설립 무산’을 “대표적 공약 파기”라고 따졌다. 선박금융공사는 선박의 건조·구매·거래에 필요한 자금을 조선사나 해운사에 빌려주는 역할을 하는 곳이다.
이날 문재인 의원은 “(선박금융공사 설립이) WTO 보조금 금지규정 때문에 어렵다면, 그 금지규정을 극복할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해서라도 선박금융 전문기관을 만드는 것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 문제는 지난해 7월 이진복(李珍福) 새누리당 의원(부산 동래)이 ‘한국선박금융공사법안’을 발의한 시점을 전후로 부산을 지역구로 둔 국회의원들이 주장하면서 언론에 자주 등장했다.
지난해 대선 과정에서 부산 민심을 잡기 위해 박근혜 당시 새누리당 대선 후보, 문재인 민주당 후보는 ‘선박금융공사 설립’을 공약으로 제시했다.
선박금융공사는 김대중 정부 시절 해양수산부가 신설되고 그 필요성이 대두됐으나 공기업 민영화 정책에 역행하고 재정사정도 여의치 않아 유야무야됐던 사안이다. 세계무역기구(WTO) 규정상 금지보조금 시비에 휩쓸릴 수 있다는 문제도 걸림돌이 됐다. 현 정부도 이런 이유를 들어 선박금융공사 설립을 유보했다.
수조원의 세금이 들어가는 공조직 신설에 대한 논의도 충분치 않았다. 유사기능을 수행하는 국책은행도 여러 곳이다. 선박금융공사 신설 시 업무중복을 피할 수 없다는 얘기다. 또 ▲금융 인프라 ▲관련 전문인력 ▲재원도 부족한 상황이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선 기존 국책은행에 대한 구조조정이 불가피하다.
따라서 문재인 의원이 정책적 대안 없이 “WTO 금지규정을 극복할 대안을 마련하라”고 한 것은 반향을 일으키지 못했다. 10월 30일 한국수출입은행 국감 때도 같은 말을 했지만, 관련 기사는 1건뿐이다. 이는 10월 25일 부산 지역 신문 《국제신문》이 보도한 것이다. 그만큼 언론의 관심을 끌지 못했단 말이다.
국감 시 ‘文在寅 질의’ 관련 기사는 하루에 1개 미만
같은 날 문 의원은 대구국세청 국감에서 “1인당 지역 총생산(GRDP)이 십몇 년째 최하위일 뿐 아니라, 2011년 통계를 보면 울산의 1/4 수준”이라며 기업에 대한 적극적인 세정 지원을 당부했다. 다음 날 부산국세청 국감에서도 적극적이고 선제적인 세정 지원을 주문했다. 이 내용을 보도한 곳은 대구 《매일신문》뿐이다.
문 의원은 부산국세청 국감에서 ‘집단 투기 의혹’이 제기된 부산 대연혁신도시와 관련해선 “엄정하게 세무조사를 실시하여 과세할 것이라 믿는다”며 “사후처방이 아닌 문제가 발생한 구조부터 개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대연혁신도시 집단 투기 의혹’은 13개 공공기관 임직원들이 부산시로부터 일반 분양가보다 저렴한 가격에 특별분양받은 아파트를 전매제한기간 1년이 지나자 되팔아 분양차익을 얻고, 실거래가를 줄여 신고한 ‘다운계약서’가 100건 이상 확인된 것을 가리킨다. 이는 지난 8월 초부터 제기된 문제로, 이미 10월 초 국세청이 조사에 들어간 사안이다. 문재인 의원 발언이 있기 전 보도된 관련 기사만 21건이다.
문 의원은 10월 29일 조달청 국감에선 부정당업자 제재와 관련해 질의했다. 문 의원 블로그에 따르면 올해 ▲대림산업 공장 폭발 사고 ▲삼성전자 화성공장 불산 가스 누출 사고 ▲현대제철 가스 누출 사고 등 대기업에서 대형 안전사고가 발생했음에도 해당 업체들의 2012~2013년 조달계약 실적이 7000억~1조3000억원에 달한다는 조달청 제출자료에 근거해 “대기업에서 일어나는 대형 안전사고에 대한 제재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아, 전체적인 산업안전 소홀로 인한 대형사고에 대해서 부정당업자 제재를 못하는 것 아니냐”고 질의했다.
민형종 조달청장은 “물품 분야에 대한 안전사고 규정에 미흡한 부분이 있다”며 “앞으로 물품 분야의 안전관리 위반 업체에 대해서 입찰참가 등의 제한이 이뤄질 수 있도록 협의하겠다”고 답변했다.
조달청의 부정당업자 제재가 미흡하다는 지적은 이전 국감에서도 자주 등장한 지적이다. ▲2011년 권영세, 이혜훈 ▲2012년 김현미, 조정식 등이 관련 질의를 했다. 그래서였을까. 기관장의 ‘제도 개선 검토’ 취지의 답변을 들었지만, 이 내용은 언론에 보도되지 않았다. 같은 자리에서 ‘청년·벤처기업에 대한 공공구매 확대’를 주문한 것과 관련해서도 기사를 찾을 순 없었다.
10월 30일 문 의원은 한국수출입은행 국감에 참여했다. 이날 그는 부산·경남 지역 현안을 언급했다. 한국수출입은행이 주채권은행 자격으로 경영에 참여한 ‘성동조선’의 하청업체들이 제소해 공정거래위원회가 명령한 미지급대금 36억원에 대한 지급 이행을 요청한 것이다.
이와 관련 《국제신문》은 ‘문재인, 지역 현안 해결사’란 제하 <수출입은행관계자들은 “국감 다음날인 31일 문 의원실을 찾아 오는 9일까지 지급명령을 이행하겠다”면서 “하청업체와의 분쟁이 최소화되도록 노력하고 협력업체 계약서 전수조사를 시행하겠다”고 약속했다>고 보도했다. 이는 문 의원 발언과 관련해 유일한 기사다.
종합하면 문 의원은 이번 국감에 앞서 소개한 내용을 포함해 총 18개(중복 제외) 주제를 가지고 피감기관에 질의했지만, 언론의 주목을 받진 못했다. ‘카인즈’에서 올해 기재위 국정감사 시작일인 10월 16일부터 사실상 종료일인 11월 1일까지 ‘문재인 국정감사 질의’란 검색어로 기사를 찾은 결과 26건이 나왔다. 이 중 다른 문제로 문 의원이 언급된 기사를 제하면 12건이다. 15일 동안 국감 질의와 관련해선 하루에 한 건도 나오지 않은 셈이다.
安哲秀, “국감에서 작은 목소리 대변하겠다”
지난해 10월 26일 안철수 당시 무소속 대선 예비후보는 경남 진주시 경상대에서 이뤄진 강연에서 “국회의원 세비가 작년 대비 16% 인상됐다. 세비가 올라서 국회가 일을 더 잘하시냐”고 반문하며 “국정감사 때 (열심히) 국감하지 않은 의원들은 자진해서 세비를 반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리고 올해 국감 첫날인 10월 14일 자신의 트위터에 “국정감사 첫날, 목소리 크고, 힘있는 사람이 아니라 말없이 성실하게 살아가는 분들의 작은 목소리를 대변하겠습니다”라고 글을 남겼다. 과연 그는 세비를 반납하지 않아도 될 만큼 국감에서 최선을 다했을까.
안 의원의 사이트 ‘여러분과 안철수의 동행’에는 국감 기간 안철수 의원 측에서 작성한 보도자료, 국감 당시 질의응답 내용이 게시돼 있다. 이에 따르면 안 의원은 총 30가지의 주제에 대해 질문했다. 일부 질의 말미에는 ‘정책 대안’도 제시했다.
그런데 관련 기사는 적었다. 안 의원이 국회의원에 당선된 4월 24일부터 국감 시작 전날인 10월 13일까지 관련 기사는 총 7635건이다. 1일 평균 53개의 기사가 나왔단 얘기다. 국감 기간(10월 14일~11월 1일)에는 총 463건이다. 하루에 24개꼴이다. 국감이 시작되자 안 의원에 대한 언론의 관심이 감소했음을 의미한다고 볼 수 있다.
국감 질의와 관련해 수치는 더 초라해진다. 모두 143건이 보도됐다. 하루 7.5건인 셈이다. 실제 안 의원의 국감 질의와 관계된 기사는 21건이다. 하루에 한 번 나왔단 얘기다. 그는 무슨 활동을 했을까.
10월 14일 안 의원은 복지부 국감에서 “지난 5년간 추진한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계획에 실제 재정 투입은 절반도 이뤄지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는 2009~2012년까지 23개 항목의 보장성 강화와 관련, 2012년 말까지 누적 재정 추계는 2조8829억원이지만 실제 투입된 금액은 1조3739억원이라는 것을 말한다. 즉 정부가 수요를 잘못 예측해 실제 집행액이 당초 추정액의 절반 수준이란 얘기로, ‘과다 추계’를 지적한 것이다.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사업에 대한 복지부 내부 평가가 전혀 없다는 점도 비판했다.
노인 장기요양보호시설의 지역 간 편차에 대해서도 지적했다. 이는 그간 언론에서 ‘노인장기요양보험 시행 5년’을 평가하는 기사로 여러 번 다룬 사안이다.
安哲秀, 言論에 이미 소개된 내용 다수 ‘재탕’
안 의원은 10월 15일 복지부 국감 2일차에 기초연금과 관련 “무엇보다 노인빈곤 해소에 도움이 되는 기초연금을 만들기 위해 심도 있는 논의를 하겠다”고 밝혔다. 또 기초연금 도입으로 노인 빈곤율을 얼마나 낮출 수 있는지 목표율이 없다며 지표 설정을 요구했다.
안 의원 보도자료에 따르면 그는 “두루누리 사회보험 지원사업을 저소득 자영업자에게 확대하는 방안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고도 물었다. 범정부적 자살예방 대책 마련 등도 주문했다. 이는 다수의 언론이 이전에 사설과 시론을 통해 지적했던 문제다.
‘두루누리 사업’은 근로자 10인 미만 사업장의 125만원 미만 저임금 근로자에게 국민연금 보험료를 지원하는 것이다. 안 의원이 언급한 것은 이 사업이 시행된 2012년 7월부터 지속적으로 제기된 문제이고, 지난해 최동익 민주당 의원도 보도자료를 통해 “두루누리 사업은 저소득 자영업자들에게 허탈감을 안겨주고 있다”고 지적한 내용이다.
10월 15일 안철수 의원은 식품의약품안전처 국감에서 “식약처는 지난 3년간 1609번의 해외 실사를 나갔는데, 일본 원전사고(2011년 3월) 이후 독일, 중국, 미국, 프랑스 등은 38차례 현지실사를 했지만, 일본은 단 한 차례도 방문하지 않았다”며 “국민들이 일본산 식품의 안전관리를 신뢰할 수 있도록 일본에 식약관을 파견하라”고 주문했다. 이는 안철수 의원이 새롭게 밝힌 사실이다.
안 의원은 같은 자리에서 식약처 산하 식품안전정보원장 선임 관련 외압 의혹도 제기했다. 식약처가 ‘낙하산 인사’를 위해 해당 기관 이사회가 요청한 원장 연임을 승인하지 않고, 식약처 현직 직원 선임을 위한 원장추천위 구성을 강요했다는 내용이다. 이에 대해 정승 식약처장은 “이사회가 연임 결정을 했다는 보고를 받았을 때 담당 국장인 식품안전정책국장이 공석이었다. 주무 국장이 이사회에 참석 못하는데 이사회 결정이 바람직한지에 대한 내부 의견이 있어서 보류해 달라고 한 것”이라며 “불승인하는 게 맞았다고 본다”고 답변했다.
또 안철수 의원은 “올해 8월 진행된 식약처 을지훈련에서 실시한 결과 비상시 장티푸스 백신과 탄저 백신은 동원이 어려워 비축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정부는 당초 비상시 필수의약품을 의료기관과 보건소에서 보관하는 비축제도를 운용했다. 하지만 비상대비자원관리법에 규정된 3개월분의 의약품을 비축하고, 유통기한이 지난 것들을 교체하는 과정에서 상당한 비용 부담이 발생해 예산이 낭비되고 있다는 감사원의 지적에 따라 지난 2006년부터 제약사가 의약품을 비축, 보관하다 비상시에 정부에 공급하는 방식의 동원제도로 변경했다. 하지만 그동안 제약사들의 의약품 생산능력을 서면으로만 검증했고, 물류체계가 마비됐을 때 운송시스템에 대한 점검은 이뤄지지 않았다.
이 문제와 관련해선 지난 5월 국회 안전행정위 소속 김한표(金漢杓) 새누리당 의원이 ‘비상대비자원관리법 일부 개정안’을 발의한 상황이다. 이 개정안의 골자는 정부가 비상시 필요한 의약품의 지역별 소요량을 조사해 그에 상응하는 양을 국공립병원 또는 보건소에 의무적으로 분산비축하고, 비축하는 의약품의 소유자 또는 제약사에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비축에 소요되는 비용의 전부 또는 일부를 지원한다는 것이다.
피감기관 시스템 보안을 단골로 요구
10월 24일 안철수 의원은 국민연금공단 국감에서 “현행 국민연금 제도는 소득재분배 기능이 약화되어 계층 간 불균형을 심화시키고, 1981년 이후 출생 세대에 불리하게 설계됐다”고 비판했다. 그는 “국민연금은 가입이 빨랐던 사람일수록 더 유리하게 설계돼 26세에서 60세까지 납입하고, 85세까지 연금을 수령한다고 가정할 때, 가장 유리한 세대는 1962년 이전 출생한 세대, 그다음으론 1963년에서 1980년 출생자, 1981~2001년 출생자 순이며, 2002년 이후 출생자가 가장 불리해진다”고 분석했다. 그러나 국민연금 수급액의 세대 간 불균형을 지적한 국회의원, 전문가, 언론은 셀 수 없을 정도다.
안 의원은 국민연금공단에 ‘장애인 국민연금 가입률 제고 방안 마련’, ‘장애인의 국민연금 내 장애연금 수급권 보장을 위한 업무처리 절차 개선’, ‘공사연금 정보연계 포털 구축’ 등을 주문했다. 최광 국민연금공단 이사장에 따르면, 이 중 공사연금 포털은 이미 정부에서 활발하게 논의하고 있다.
같은 날 안 의원은 ‘건강보험 적자’, ‘병원보다 의원 수가가 높은 상황’, ‘해고자 복직 문제’, ‘건보 재정전망 정부의 예산안 제출 전 실시’ 등을 언급했다. 이 또한 전혀 새로운 얘기가 아니다. 건보공단은 만성 적자에 시달리는 대표적인 기관이다. ‘건보 수가’와 관련해선 이미 지난 6월에 경실련이 병·의원 간 수가를 비교했었다. 해고자 15명의 복직 문제는 건보공단 노조에서 항상 주장하는 것이다.
안 의원은 자신의 전문 분야인 ‘인터넷 보안’과 관련한 질의도 했다. 그는 10월 18일 질병관리본부 국감에서 보건의료 영역의 개인정보 보안을 강조했다. 국민연금공단 내부 시스템 암호화 조치가 미흡한 점도 지적했다. 또 10월 28일 보건복지정보개발원 국감에선 “약 1700만명의 사회복지 정보를 담은 행복e음의 시스템은 해킹 공격 가능성을 시험하는 ‘모의해킹테스트’를 하지 않고 취약점 점검만 하는 데 그쳤다”며 “개인정보가 해킹이나 무단열람에 취약하게 관리되고 있다”고 밝혔다. 행복e음은 누가 어떤 복지서비스를 받는지, 앞으로 받을 수 있는 서비스는 무엇인지 확인할 수 있는 사회복지정보통합망이다.
이와 관련 국회 보건복지위 관계자는 “안철수 의원이 보안 전문가인 만큼 국가예산이 투입되고, 수많은 개인정보가 담긴 시스템의 보안을 강조한 건 분명히 잘한 일”이라면서도 “그 외에 복지정책 관련 질의를 할 때는 전문성이 다소 떨어지는 느낌을 받았다”고 말했다.
앞서 본 것처럼 안 의원은 후쿠시마 원전사고 이후 식약처의 일본 실사가 없었음을 지적하거나 자신의 전문성을 발휘할 수 있는 주제를 골라 유의미한 질의를 했다. 보건복지위 정쟁 이슈였던 ‘기초연금’에 대한 질의는 최대한 피하고, 정책적 대안을 제시하려고 노력했다. 그러나 이미 논의가 끝났거나, 대안이 마련된 문제, 언론에서 집중적으로 다룬 문제도 질의 내용에 다수 포함돼 있었다.
“朴槿惠 의원은 국감 우수의원 상도 받았는데…”
그렇다면 이들의 ‘첫 국감’에 대한 평가는 어떨까. 시민단체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은 11월 3일 ‘국감 우수의원 34명’을 선정, 발표했다. 이 중 초선 의원은 18명으로 전체의 53%다. 그러나 역시 초선인 문재인, 안철수 의원은 여기에 포함되지 않았다. 국회의원 300명 중 34명 안에 선정되지 못했으므로 ‘상위 10%’에 들지 못한 것이다.
경실련은 국회의원 300명을 대상으로 언론 보도, 보도자료, 정책자료 등을 참고했고, 상근활동가들이 직접 각 상임위 국감을 찾아 관찰한 결과를 토대로 의원들이 제기한 핵심 질의주제를 이슈제기 능력과 대안제시 능력을 중심으로 개혁성, 전문성, 공정성의 기준에 따라 5점 척도로 점수화해 ‘우수의원’을 선정했다고 밝혔다.
경실련 관계자는 문·안 의원이 ‘우수의원’에 선정되지 않은 이유에 대해선 “알려진 이름에 비해 왕성한 활동을 못했기 때문에 선정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당초 기대했던 것보다 그들의 활동이 미흡했단 얘긴가요.
“개별 의원에 대해 세부적인 평가를 하긴 조심스러운데요. 그런 부분이 상당히 있었기 때문에 높은 점수를 주긴 어려웠습니다.”
—구체적으로 어떤 부분이 부족했습니까.
“공개적으로 얘기하는 건 곤란합니다.”
매년 국감을 모니터링하고 ‘국감 우수의원’을 선정하는 국정감사NGO모니터단 홍금애 집행위원장도 경실련과 비슷한 평가를 했다.
“일단 국정감사 출석은 다 잘했습니다. 하지만 문·안 의원은 돋보이는 질의를 하지 못했습니다. 기관에 대해 파악이 잘 안 된 것 같아요. 사람들이 차기 대선 주자들의 국감 활동에 관심을 갖는 이유는 그들이 국민에게 희망을 주는 정책을 제시할 것이란 기대가 있기 때문이죠. 그런데 이번에는 그런 모습이 전혀 보이지 않았습니다. 예전 ‘박근혜 의원’은 그렇지 않았어요. ‘저런 시각으로도 볼 수 있구나’ 하는 생각을 갖게 했거든요. ‘국감 우수의원상’도 받았고요.”
安哲秀 측, “국감에서 무소속 한계 느껴”
왜 그랬을까. 민주당 소속 한 초선 의원의 말이다.
“문 의원은 국감 준비 기간인 9~10월에 NLL 대화록 폐기 공방에서 친노 진영 수장으로 전면에 나섰잖아요. 그리고 국감 기간에는 대선 불복 시비에 나서고. 또 자신의 공동선대위원장이었던 안도현씨 재판에 참석하면서 국감에 늦게 참석했어요. 국회의원이면 자신의 본분부터 챙겼어야 했는데, 문 의원은 국감 기간에 지난해 대선 관련 문제만 잡고 있었던 것 같아요.”
실제 문 의원은 “검찰은 정치를 하지 말고 수사를 하라(10월 10일, NLL 대화록 폐기에 대한 검찰 수사 관련)”, “지금까지 드러난 사실만으로도 지난 대선은 불공정했다. 미리 알았든, 몰랐든 박근혜 대통령은 그 수혜자다(10월 23일, 사이버사령부 등의 대선 개입 의혹 관련)” 등의 성명을 냈다.
안 의원의 경우는 창당 준비 작업에 바빴다. 안 의원은 9월 29일 자신의 싱크탱크 ‘정책네트워크 내일’의 자문·기획위원과 호남 지역 실행위원 명단을 발표했다. 12월을 목표로 창당준비위를 구성하고 있다는 얘기도 흘러나왔다. 이 때문에 ‘첫 국감’에 소홀했던 것은 아닐까. 다음은 안 의원의 공보를 담당하는 금태섭 변호사와의 문답이다.
—국감이 처음이라서 미흡한 점이 많지 않았습니까.
“미흡한 점이라면 본인이 미흡하다기보단 아무래도 무소속이라는 한계가 있는 것 같습니다.”
—안 의원이 국감보단 창당 준비에 힘을 쏟았다는 지적이 있습니다.
“우리는 국감 기간 국감에 집중하고 굉장히 열심히 했다고 자부합니다. 국감에 한 번도 안 빠지고 전부 참석하고, 다른 의원 못지않게 열심히 했습니다. (안 의원이 국감 기간에) 창당 준비에 매진했다는 건 사실과 다릅니다.”
—안 의원의 언론 노출이 대폭 줄었습니다. 그만큼 이슈제기를 못 한 것이라고 볼 수 있지 않습니까.
“국감 기간 때 의원님들이 하는 것 중에 국가기관이 잘못한 점을 폭로한다거나 이런 것들이 뉴스에 많이 나는데 우리는 그것보다는 대안을 제시하고 그런 쪽으로 하려다 보니 센세이셔널한 건 없었던 것 같은데요.”
—경실련도 “안 의원이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는 평가를 했는데요.
“무슨 근거로 그렇게 말했는지 모르겠네요. 정책 국감을 했는데 기대에 못 미쳤다고 하는 건 이해가 잘 안 됩니다. 초선으로서 안철수 의원과 보좌진은 국감을 맞아 전부 밤을 새워가며 최선을 다했습니다. 우리는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다했습니다. 그런데도 지적을 한다면 겸허히 받아들여야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