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2년 국정감사 “큰 땅을 한 재벌기업(LG)에 다 줘 버리면 문제”(박원순 서울시장)
⊙ 民主黨 시의원, “자격 갖춘 기업에 정해진 만큼 주는 게 어떻게 특혜냐?”
⊙ 2013년 5월 기준 마곡산단 입주한 중소기업 1개뿐
⊙ SH공사, 마곡개발비 이자로 연 1642억 지출
⊙ 2013년 5월 “서울시, ‘채무감축 목표 달성’ 위해 LG에 추가분양 예정”
⊙ 民主黨 시의원, “자격 갖춘 기업에 정해진 만큼 주는 게 어떻게 특혜냐?”
⊙ 2013년 5월 기준 마곡산단 입주한 중소기업 1개뿐
⊙ SH공사, 마곡개발비 이자로 연 1642억 지출
⊙ 2013년 5월 “서울시, ‘채무감축 목표 달성’ 위해 LG에 추가분양 예정”
- 논이 대부분인 2004년 마곡지구 전경. 개발 발표 이후 땅값이 3배 이상 뛰어, 보상비로 3조5000억원이 나갔다.
마곡개발 사업이 오락가락하고 있다. 서울시는 시장이 바뀔 때마다 개발계획을 수정하고, 설계를 변경하는 등 뚜렷한 원칙 없이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원래 작년(2012년)에 끝났어야 하는 기반시설 공사는 아직도 한창 진행 중이다. 2012년 말 기준 공정률은 30% 선에 그쳤다. 서울시는 2014년 12월 완공을 목표로 하고 있지만 이 또한 지켜질지 미지수다.
마곡도시개발사업은 서울의 마지막 금싸라기땅으로 불리는 강서구 가양동·마곡동 일대 부지 366만5086m²에 총사업비 6조6000억원을 투입, 주거·업무·상업시설과 함께 첨단 융복합연구산업단지를 조성하는 사업이다. 여기에 1만1000여 가구의 아파트 공사비(2조5000억원)까지 포함하면 총사업비는 9조원을 넘는다. 이렇듯 천문학적인 비용을 쏟아붓는 서울의 대규모 개발사업이 흔들리는 이유는 무엇일까.
李明博, ‘도시기본계획’과 배치된 마곡개발 발표
마곡지구는 조순(趙淳) 시장 시절인 1997년에 서울시가 수립한 ‘도시기본계획’에 따라 2011년까지 개발이 유보된 땅이었다. 훗날 토지자원 확보를 위해 자연 및 생산녹지 지역으로 보존한다는 게 이유였다.
그러나 조 시장의 뒤를 이은 고건(高建) 시장은 2000년 11월 “김포공항 인근에 개발예정인 100만평의 마곡지역을 (상암 디지털미디어시티와 함께) 개발해 공장시설을 갖출 수 있도록 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비슷한 시기 서울시정개발연구원은 ‘단계적인 개발을 한다’는 취지의 보고서를 서울시에 제출했지만, 개발 논의가 본격화된 건 이명박(李明博) 시장 재임 때였다.
원래 이명박 시장은 취임 이후 줄곧 “개발시대는 갔다. 후손에 여지를 주기 위해 되도록 개발하지 않는 시장이 되겠다”며 “마곡지구 건설 사업을 장기과제로 삼겠다”고 이야기해 왔다. “임대아파트를 건립하는 것을 제외하고는 공지와 녹지로 남기겠다”고도 말했지만, 얼마 안 가 개발 의사를 밝혔다.
2002년 10월 이 시장은 시의회 시정답변에서 마곡지구 개발에 대해 “도시의 지속가능성과 미래를 대비하는 방향으로 종합개발계획을 수립해 점진적으로 시행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2011년까지 개발 유보’라는 ‘도시기본계획’을 정면으로 뒤집은 것이다. 일각에선 2달 앞으로 다가온 대통령 선거를 의식해 개발계획을 터트린 것 같다는 분석을 내놓았다.
이렇게 10여년 동안 ‘개발 여부’를 놓고 시장 3명이 혼선(混線)을 거듭한 끝에 ‘마곡지구 개발계획’이 나왔다.
2005년 12월 서울시는 마곡지구를 ▲IT(정보기술) ▲BT(생명공학) ▲NT(나노기술) 등 첨단기술이 융합된 연구개발(R&D)단지로 조성한다는 내용을 담은 ‘마곡 R&D시티(MRC) 개발계획’을 발표했다. 당시 마곡지구 대부분은 논과 밭이었다. 평균 지가 30만원/m²이었던 마곡에 ‘투기 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吳世勳, ‘워터프론트’ 추진하다 157억 날려
토지 보상은 오세훈(吳世勳) 시장 때 이뤄졌다. 개발구역 중 사유지가 90%여서 지가는 3배 이상 뛰었다. 보상비로 3조5000억원이 나갔다. 시행업체인 SH공사(서울시 산하 주택·택지개발업체)가 차입해 지급한 돈이었다.
2007년 오(吳) 시장은 이 전(前) 시장의 ‘MRC 계획’에 자신의 ‘한강르네상스 프로젝트’라는 것을 접목했다. ‘한강르네상스 프로젝트’란, 서울을 여객, 관광, 크루즈가 가능한 동북아 중심 수상 관광도시로 만들어 국내외 관광객을 집중적으로 유치하겠다는 구상이었다.
그는 마곡·용산·여의도·합정지구를 수변도시로 만들어 한강르네상스 벨트를 구축하려고 했다. 그 일환으로 마곡지구 설계도엔 사업비 9000억원 규모의 ‘워터프론트(수변 레저복합시설)’가 추가됐다. 개발계획이 또 바뀐 것이다.
이는 79만1000m² 규모의 부지를 한강과 잇는 주운 수로와 요트 선착장, 여객선 터미널, 호수공원 등을 갖춘 여가 및 복합문화공간으로 개발하는 것이다.
당시 워터프론트를 놓고 ‘마곡 개발의 백미(白眉)’라고 평한 것은 부동산시장뿐이었고, ‘전시행정’이란 비판이 오히려 강했다.
반대 여론에 해당 자치구의 재검토 요구가 더해지자 ‘워터프론트’ 사업은 추진 동력을 잃고 말았다. 2010년 7월 강서구는 ▲집중호우에 따른 안전성 문제 ▲수질관리 및 오염 문제 ▲경제적 타당성 등을 들어 서울시에 ‘사업 재검토’를 요구했다.
오 시장은 반대 의견을 수렴해 2011년 5월 ‘워터프론트 백지화’를 포함한 ‘마곡개발 변경안’을 발표했다. 국내 부동산 경기가 침체한 데다, 민선 5기 초반부터 ‘서울시 채무 급증’에 대한 지적이 쏟아졌기 때문이다.
변경안에 따라 워터프론트 구역은 호수공원으로 축소·변경하고, 잔여 부지는 R&D 단지로 편입하게 됐다. 마곡 밑그림에 또 변화가 생긴 것이다.
서울시는 “대기업뿐 아니라 다양한 규모의 기업을 탄력적으로 유치하고, 중·소형 연구기관들의 초기 투자비용 부담을 완화하기 위한 것”이라며 ▲산업단지 획지계획 변경(46개→101개) ▲공급면적 변경(73만6944m²→77만922m²) 등을 담아 2011년 9월 ‘마곡 도시개발사업 개발계획 변경안’을 고시했다. 워터프론트 사전 작업에 투입한 세금 157억원은 ‘매몰비용’으로 처리했다.
麻谷 활성화 관건은 앵커기업 유치
‘워터프론트’는 마곡지구 상징물이었다. 이 사업이 좌초하자, 오 시장은 마곡산단 분양 활성화 차원에서 ‘앵커(선도)기업’ 유치에 승부를 걸었다.
2011년 7월 오 시장은 기자들과의 간담회에서 “(외국 베테랑 컨설턴트들로부터) ‘마곡분양에 성공하려면 앵커기업을 어디로 할 것인지를 밝혀라. 삼성이나 LG 들어오면 따라 들어올 데 많다. 특혜를 줘서라도 끌어들여라. 그러면 저절로 된다’는 값진 조언을 듣고 왔다”고 말했다.
서울시는 “선도역할을 하는 앵커시설의 여부가 산업클러스터 성공의 요인”이라며 마곡지구 활성화를 위한 ‘앵커(선도)기업 유치’를 발표했다.
당시 서울시는 “선도기업 유치를 통해 마곡산단 대외 이미지 제고, 다음 단계 분양 시 기업 입주 촉진, 선도기업과 중소·벤처기업 간 집적효과 극대화 등을 기대한다”고 밝혔다.
오 시장이 ‘특혜’를 언급했지만, 선도기업 유치는 ‘재정이 건전하고 마곡산단 활성화에 파급효과가 크다고 인정되는 입주기업을 우선 선정해 분양할 수 있다’는 <서울시 마곡산단 지원에 관한 조례>에 따른 것이다.
해당 조례에 의하면 우선분양은 <산업입지 및 개발에 관한 시행령>에 따라 입주 신청 기업이 산단 전체 면적의 30%까지 분양받을 수 있도록 하는 제도다. 해당 기업은 입지를 자율 선택할 수 있으며, <산업입지 및 개발에 관한 법률>에 따라 조성원가에 토지를 매입한다.
언뜻 보면 ‘특혜’일 수 있지만, 모든 산업단지 분양은 조성원가에 제공하도록 법에 명시돼 있다. 따라서 신청 기업에 주어지는 혜택은 ‘입지 선택권’뿐이다.
‘선도기업 유치’를 추진했던 오 시장은 선도기업 유치 실행에는 관여하지 않았다. 2011년 8월 ‘무상급식’에 대한 주민투표를 강행했지만, 투표가 무효로 끝나자 시장직을 사퇴했기 때문이다.
서울市, 4조원대 LG 투자계획 축소시켜
2011년 10월 26일,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박원순 후보가 당선된 날, 서울시는 <서울시, R&D 선도기업 유치 위한 마곡산업단지 사업설명회 개최> 제하의 4장짜리 보도자료를 배포했다.
이 문건에서 서울시는 “마곡산업단지 전체 분양면적(77만922m²)의 30%(23만1000m²)를 연내 우선 공급하기로 결정했다”며 “(마곡산단 부지 중) 선도기업을 대상으로 연내 30%를 분양한 뒤 2012년까지 50%를 공급하고, 잔여부지는 2014년까지 단계적으로 분양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기업들에 있어 우선분양은 서울 시내에 평당 1000만원 이하로 연구소 부지를 선점할 기회였다. 서울시도 사업설명회 과정에서 이런 장점을 선전하며 국내 기업에 마곡지구 입주를 권했지만, 참여율은 저조했다.
11월 29일 선도기업계획서 접수 결과 LG, 코오롱 외엔 아무도 입찰에 참여하지 않았다. 분양예정 면적의 99%에 달하는 23만m²를 신청한 LG는 4조3000억원을 투자, 전자, 통신, 화학 등 12개 계열사가 참여하는 융복합연구소를 ‘신설’하려는 계획을 갖고 있었다.
LG 관계자에 따르면 2011년 말 기준 LG 계열 12개사 연구원은 2만6000명, 그 증가율은 8~10%다. 이런 추세로 나간다면 10년 이내에 연구원 숫자는 2배로 증가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이에 따라 LG는 대규모 연구소 신설을 추진하고 있었고, 서울시가 마곡지구 우선분양을 공고하자 신청한 것이다.
코오롱 관계자에 따르면 1만1729m²(5%)를 신청한 코오롱은 2000억원을 들여 코오롱인더스트리 등 5개사가 참여하는 ‘코오롱 미래기술원’을 ‘이전’한다는 계획이었다.
분양대상자 선정은 마곡산업단지 정책심의위원회(심의위)가 맡았다. 관련 조례에 따르면 심의위가 입주신청 기업의 사업계획을 평가·심사하고 토지공급협의 대상자를 선정하면, 시장이 이를 협의·보완한 다음 입주계약을 체결하게 돼 있다.
심의 결과 LG는 1000점 만점에 906.81점, 코오롱은 738.49점을 받았다. 두 기업 모두 ‘합격선 700점’을 통과한 것이다.
서울시는 2012년 12월 13일 LG, 올해 1월 24일 코오롱과 마곡산단 입주계약을 체결했다. 그러나 실제 계약 결과는 신청안과 달랐다. 서울시는 코오롱과는 신청안 그대로 계약했지만, LG의 경우엔 분양 확정 부지 면적이 원안의 58% 수준인 13만3591m²에 그쳤다.
民主黨 시의원, “부시장들이 LG에 50%만 가져가라고 강요”
이와 관련, 재작년 서울시장 보선 당시 박원순 캠프 정책자문단에 참여했던 민주당 소속 김형식(金亨植) 서울시의원은 “김상범 부시장, 문승국 부시장, 서왕진 정책특보(현 서울시장 비서실장), 안균오 정책보좌관에 대해 공정하고 객관적인 방식으로 직무감찰을 진행하라고 요구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지난해 2월 27일 서울시의회 본회의 신상발언에서 “서울시 1·2부시장과 정책라인이 심의위 개최를 가로막은 것은 심각한 불법행위”라며 이렇게 말했다.
“부시장들이 멋대로 신청기업에 신청한 토지의 50%만 가져가라고 강요한다고 들었는데…. (그들은) 50% 이상은 안 된다, 50%만 가져가라고 강요했고 해당 기업 역시 그렇게는 마곡에 못 들어간다고 결정했다고 들었습니다. (중략) 그동안 이들 4인이 참으로 어처구니없는 일들을 저질러 온 것입니다. 융복합 연구단지로 기획된 마곡산업단지에 융복합 연구를 하겠다고 들어오려는 기업을 회의도 열지 않고 융복합 연구를 못할 조건만 받아들이라고 강요했고 결국 융복합 연구단지를 만들 기회를 스스로 차 버렸습니다. 그것도 조례가 정한 절차를 고의로 가로막으면서까지 말입니다. 저는 정말 궁금합니다. 이분들이 왜 50%를 고집할까.”
남원준(南元畯) 당시 마곡사업추진단장에 따르면 LG 신청 면적 조정은 2012년 1월 6일 선도기업 현황 검토회의, 1월 16일 부시장단 회의에서 논의됐다. 서울시가 심의위 협의 전 LG 면적을 축소한 이유는 지난해 4월 3일 서울시청 7층 기획상황실에서 열린 심의위 회의록에서 찾을 수 있다.
회의록에 따르면 심의위 간사 하종현 서울시 마곡사업담당관은 “정책심의 전 협의 결과 LG의 경우 58%인 13만3588m², 코오롱은 신청면적 그대로 협의조정됐다”고 보고했다.
이어 “산업단지의 생태계 조성, 또는 국내의 다양한 기능과 규모들이 어울려서 입주할 필요가 있고, 공급대상 토지에 소규모 토지가 36필지 정도 밀집돼 향후 중소기업 토지공급에 제약이 있어 규모조정을 사전에 협의했다”고 밝혔다.
그러자 한 심의위원이 “심의위에서 조정이 필요하다는 얘기가 없었는데, 누가, 누구의 판단에 의해서, 누구의 결정에 의해서 58%가 됐는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문제를 제기했다. 이에 대한 지적이 계속되자 김상범 행정1부시장은 이렇게 답했다.
“저의 책임하에 내부적으로 결정하고, 해당 업체와 얘기한 다음에, 사실은 조금 뒤늦게 보고된 감이 있습니다만, 거기에 대해서는 저희가 죄송하다고 생각을 하고요. 그렇게 됐습니다.”
이 문제를 지적한 김형식 시의원에게 이후 경과를 물었다.
—서울시가 심의위에 ‘LG 신청 면적 조정’을 상정하지 않고, 확정한 데 대해 문제를 제기했는데요.
“세부적으론 문제가 있었죠. 그런데 계속 지적하니까 (서울시가) 형식적 요건을 갖춘 거죠.”
—서울시가 추후 절차를 밟았다는 건가요.
“제가 없는 시간에 회의 시간을 잡아서 통과시키고, 서면으로 하기도 하고. 추후 승인 형식을 거치긴 했으니까 완전히 절차를 무시했다고 볼 순 없죠.”
공고 땐 ‘공급 가능’, 접수 후엔 말 바꿔
앞서 본 것처럼 서울시는 LG 신청안 축소 사유로 ▲산업단지 생태계 조성 ▲중소기업 토지 공급 제약 등을 들었다. 지난해 국감에서 박원순 시장은 ‘선도기업 문제’에 대해 “만약에 이것을 다 줬다면 특혜 의혹이 났을 것”이라며 “이렇게 큰 땅을 한 재벌기업에 다 줘 버린다면 그것이 문제가 되지 않겠느냐”고 발언했다.
이런 입장에 대해 김형식 시의원은 “원래 이만큼 팔겠다고 의회에서 결정했고, 공고를 낸 사안이었다”며 “여러 기업이 신청했는데 LG한테만 주자, 싸게 주자, 많이 주자고 하면 몰라도 자격을 갖춘 기업에 정해진 만큼 주는 게 어떻게 특혜일 수 있냐”고 반박했다.
그럼에도 서울시는 신청 면적의 58%만 주기로 내정하고, LG에 ‘협상’을 제안했다.
서울시가 제시한 면적 조정 사유는 “LG가 신청한 땅에 중소기업이 들어올 수 있는 필지가 많이 포함돼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는 2011년 10월 28일 서울시 산하 SH공사가 낸 분양공고를 보면 설득력이 떨어진다.
<마곡산단 선도기업 우선분양 안내> 9쪽엔 ‘공급 가능 필지’가 붉은 선으로 표시돼 있다. 이에 따르면 서울시가 주장한 중소기업용 필지들도 우선분양 대상이다. 공고문에는 해당 지역이 ‘중소기업용’이란 문구나 관련 규정이 없다.
“LG가 신청한 용지를 전부 공급하면 중소기업 토지 공급에 제약이 있다”는 것도 설득력 있는 주장은 아닌 듯하다. LG 신청안대로 공급해도 마곡산단 전체 면적의 70%에 해당하는 54만평의 부지가 남아 있기 때문이다.
<마곡지구 토지이용계획도>를 보면 산업단지 필지 207개 중 LG와 코오롱이 입주하기로 한 3필지를 빼면 204필지가 남는다. 여기서 LG가 원래 신청했다 조정된 구역의 필지는 총 35개다. 그렇다면 169필지가 남는다. 이 중 필지 평균면적(106평)보다 작은 소규모 필지는 120여 개다. 바꿔 말하면 LG 신청안대로 분양계약을 체결했더라도 중소기업 120개가 입주할 공간이 있었다는 얘기가 된다.
서울시가 내세운 또 다른 근거는 LG와 코오롱 신청 면적의 합(24만1921m²)이 우선분양 면적(23만1000m²) 범위를 초과한다는 것이다. LG가 분양용지 전체를 신청해, 코오롱과 겹치는 부분이 발생했다는 점도 이유로 들었다.
작년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서울시 국정감사에서 이 문제를 지적한 김성태(金聖泰) 새누리당 의원은 《월간조선》에 “코오롱과 겹치는 부분을 빼고, LG 신청 면적 중 일부만 축소해도 해결됐을 문제”라며 “서울시가 전임 시장과 차별화를 고집해 제대로 된 선도기업을 유치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어 “전임 시장이 벌여 놓은 사업을 잘 마무리하는 것도 현 시장의 소임인데, 박원순 시장의 편협함이 안타깝다”고 덧붙였다.
‘吳世勳’ 흔적 지운 ‘朴元淳표 마곡개발’
이 밖에 서울시는 “특정기업에 많이 주는 건 다양성이 강조되는 융복합연구단지 조성이란 개발취지와 맞지 않다”는 점도 내세웠다.
서울시 주장과 달리 국내외 기업도시 사례에선 특정기업이 산업단지를 주도했을 때 성공한 경우를 쉽게 찾을 수 있다.
첨단산업단지의 대명사 미국 ‘실리콘밸리’를 주도하며 ‘IT벤처의 산실’ 역할을 한 곳은 휴렛패커드(HP)다.
‘상장 도시’로 유명한 핀란드 울루 테크노폴리스는 1973년 노키아와 국책연구소 핀란드기술연구센터가 입주한 뒤 발전을 거듭했다. 이를 기반으로 울루는 1999년 세계 최초로 도시 전체를 증권거래소에 상장해 ‘산(産)·학(學)·연(硏) 협력’의 모범 사례로 꼽힌다.
미국 실리콘밸리에 버금가는 IT클러스터, 스웨덴 시스타 사이언스시(市)도 울루와 비슷한 과정을 거쳐 성장했다.
박상철(朴相鐵) 한국산업기술대 교수(산업·과학기술 정책)의 논문 <스웨덴 혁신클러스터 구축 전략>에 의하면 시스타는 1970년대 후반 스웨덴 최대기업인 에릭슨과 IBM이 입주하면서 IT클러스터로 진화했다. 이 지역은 현재 유럽 내 정보통신산업 부문 관련 가장 역동적인 첨단과학기술단지로 인정받고 있다.
IT클러스터와 차이는 있지만, 국내에서도 ‘기업도시’는 흔하게 볼 수 있다. 현재 ▲울산(현대차, 현대중공업) ▲거제(삼성중공업, 대우조선해양) ▲포항(포스코) ▲천안·아산(삼성전자) ▲파주(LG디스플레이) 등에 있는 산업단지가 특정기업 주도로 형성돼 지역경제에 기여하고 있다.
앞서 말한 이유로 서울시가 ‘축소 분양’을 고수하자, 강서구는 “원래 계획대로 실행하라”며 다음과 같이 서울시에 건의했다.
“당초 계획대로 산업단지 전체 면적의 30%는 융·복합 선도기업에 우선 분양해야 하고, 중소기업 유치 문제는 선도기업 유치와 분리해 잔여면적 70%의 범위 내에서 추진하는 것이 타당하다. 소모적인 지역 내 갈등을 야기하는 정책변경은 지양돼야 한다.”
그러나 서울시 입장은 변하지 않았다. 이미 ‘박원순식 마곡지구 개발방안’이 준비되고 있었기 때문이다. 전임 시장의 ‘마곡지구 설계도’가 또 무용지물이 됐다는 얘기다.
이와 관련, 김형식 시의원은 작년 2월 시의회 본회의에서 “지난 3개월 동안 마곡 개발일정이 중단되고 지체돼 400억원의 손실이 났다”고 지적했다.
그로부터 5개월 뒤, 서울시는 “중소·벤처기업도 입주할 수 있도록 대규모 필지 101개를 207필지로 쪼갰다”며 <마곡지구 개발계획 변경안>을 발표했다.
SH공사, 마곡개발비 이자로 年 1642억 지출
지난해 12월 13일 서울시는 LG와 입주계약을 맺었다. 부지 규모는 13만3591m²로 LG 신청 면적의 58%였다. 이에 따라 LG는 당초 계획의 ‘58% 수준’으로 사업계획을 조정해야 했다.
서울시에 따르면 마곡산단에 들어오는 LG 계열사는 12개사에서 LG전자, LG화학, LG이노텍, LG생명과학, LG디스플레이, LG하우시스 6개사로 줄었다. 입주 연구인력도 원안 2만6000명 대비 53% 축소된 1만4000명이 됐다. 이에 따라 투자금도 당초 4조2000억원의 57% 수준인 2조4000억원으로 줄었다.
이날 계약 체결을 발표하면서 서울시는 “입주사업이 완료되는 2021년부터 매년 6만명 이상의 고용유발 효과, 19조원 이상의 생산유발 효과가 나타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사업 규모를 축소했는데도 이 정도라면, 원안대로 진행했을 경우 더 큰 효과를 기대할 수 있었다는 얘기가 된다.
향후 마곡산단 분양이 제대로 되지 않는다면, 이는 막대한 ‘기회비용’이 된다. 서울시는 이런 ‘부담’을 감수하면서 분양을 진행하고 있다. 현재 분양률은 얼마나 될까.
원래 서울시는 2011년 30%를 분양한 뒤 2012년까지 50%를 공급하고, 잔여부지는 2014년까지 단계적으로 분양할 예정이었다. 이에 따르면 2013년 5월 14일 현재 분양률은 최소 80%가 돼야 하지만, 실제론 20.4%에 불과하다.
마곡산단 입주·분양 계약을 체결한 기업은 3곳이다. 대기업은 LG(13만3591m²·18.3%), 코오롱(1만1729m²·1.6%)이 전부다. ‘박원순 시정’이 강조한 중소기업은 올해 3월 조인한 제닉(3510m²·0.4%) 1곳뿐이다.
이외에 작년 12월 1차 일반분양 협의대상자로 선정된 대우조선해양, 롯데, 이랜드, 웹캐시 등 4개 기업이 분양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 이들의 신청 면적은 8만1248m²로 전체 대비 11.1%에 해당한다.
분양 기간 연장, 목표치 낮추고 ‘초과 달성’ 주장
서울시는 올해 5월 6일 2차 일반분양 신청을 마감했다. 대우조선해양 등 대기업 4곳, (주)상보를 포함한 중소기업 14곳이 사업계획서를 제출했다. 입주신청 면적은 6만1747m²(8.5%)다.
그렇다면 선도기업, 1·2차 입주신청 면적을 합산해도 39.9%다. 목표치와 비교하면 절반에 그치는 수준이지만, 서울시는 초과 달성을 주장한다.
박원순 시장 취임 이후 분양일정을 변경했기 때문이다. 현재 서울시는 ▲2012년 25% ▲2013년 10% ▲2014년 10% ▲2015~20년 45% ▲2020년 10% 등으로 나눠 분양한다는 계획을 진행하고 있다. 4년이었던 분양 기간을 9년으로 2배 연장한 것이다. 분양기간이 늘어나면 비용이 발생한다.
서울시가 시의회에 보고한 내용으로는 현재 SH공사가 마곡개발사업비에 따른 이자로 내는 금액은 연 1642억원이다.
물론 이 돈은 조성원가에 포함해 분양금으로 회수할 수 있다. 그러나 분양기간이 길어지면 결국 시민들 주머니에서 돈이 나가게 된다. 다음은 SH공사 관계자와의 문답이다.
—2014년 12월 기반시설 조성이 끝나고 조성원가를 확정하게 되는데, 미래에 발생할 비용까지 조성원가에 계상합니까.
“2014년 12월 조성이 완료될 때까지 투입된 비용으로만 정산합니다.”
—박원순 시장 취임 후 바뀐 산업단지 분양계획에 의하면 2014년 12월까지 45%를 분양하는 걸로 돼 있습니다. 이대로 진행된다면 2015년 1월부터는 미분양 용지 조성에 투입된 사업비에 따른 이자비용은 SH공사가 부담하게 됩니다. 결국 손해를 보며 땅을 팔게 되는 거 아닙니까.
“그렇게 보시면…. 손해라고 하는 것에 대해서는 고민을 좀 해 봐야겠습니다. 산업단지에서 손해를 보더라도 감정평가를 해서 최고 낙찰가로 매각하는 업무·상업 용지에선 수익을 낼 수 있습니다.”
이 관계자의 말처럼 업무·상업 용지는 조성원가로 분양하지 않으므로 수익을 낼 수 있다. 그러나 여기서 발생한 매각수익을 SH공사 손실분을 충당하는 데 쓰겠다는 건 ‘분양 실패’ 책임을 시민에 전가하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SH공사 설립목적은 시민의 주거생활 안정에 기여하는 것이다. 따라서 SH공사 수익은 장기전세주택, 공공임대주택 등의 건설재원으로 쓰여야 한다.
현재 서울시 분양일정대로라면 2015년 1월 이후 산업단지 미분양에 따른 손실은 결국 서울시민의 ‘세금’과 ‘주거 불안정’으로 메울 수밖에 없다.
朴元淳 재임 기간 마곡산단 조성원가 9% 상승
문제는 또 있다. 추정 조성원가 증가다. 2011년 10월 당시 서울시는 조성원가를 평당 996만원으로 추정했지만, 5월 14일 서울시 마곡사업추진단은 《월간조선》에 “추정 조성원가는 1100만원 안팎”이라고 밝혔다. 1년6개월 동안 9% 상승한 것이다. 그 이유는 ‘마곡개발계획’이 ‘박원순표’로 변경됐기 때문이다. 자세한 내용은 지난해 서울시 도시계획관리위원회 행정사무감사 회의록에 나와 있다.
<신언근 위원: 개발계획 변경으로 조성원가가 오를 것으로 예상이 되거든요. 그렇지요?
마곡사업추진단장 남원준: 네.
신언근 위원: 조성원가는 구체적으로 어떻게 되고 얼마나 증가할 것으로 판단합니까.
마곡사업추진단장 남원준: (전략) 이번에 토지이용계획을 바꾸면서 도로가 늘어나면서 유상공급 면적이 줄어들었습니다. 거기에서 조성원가가 조금 상승할 요소가 있고요. 그 외 저희가 중앙광장 부분을 만들다 보니까 추가비용도 있고 합니다.>
조성원가가 오르면 서울시가 강조한 자금력이 떨어지는 중소기업들의 입주는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 산단 경쟁력도 떨어진다. 여기에 계속되는 부동산 경기 침체를 감안하면 원활한 분양을 낙관할 수 있는 상황도 아니다.
분양실적이 저조하면 기업 유치를 위해 원가 이하로 팔게 되고, 여기서 발생한 손실은 또 세금으로 보충하는 일이 발생한다. 이런 사례는 최근 조성된 산업단지들에서 쉽게 찾을 수 있다.
30%는 안 되고, 24%는 된다?
이런 우려 때문이었을까. 최근 언론 보도를 보면 서울시가 LG에 추가로 토지를 공급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공급 규모는 산업용지 8개 필지, 4만2526m²(6%)인 것으로 예상된다. 추가 분양이 이뤄지면 LG는 마곡산단 전체 면적의 24%를 차지하게 된다.
지난해 박 시장은 LG가 신청한 30%를 다 줬다면 특혜 의혹이 제기됐을 것이란 취지로 얘기했다. 또 “(다 주게 되면) LG의 연구단지가 되지, 융복합된 단지가 되기는 힘들다”고 말했다. 특정기업이 산단의 3분의 1을 차지하는 건 마곡 첨단융복합연구단지 조성 목적에 배치된다는 얘기였다.
그런데 지금 와서 박 시장은 왜 ‘LG 연구단지’를 만들려고 하는 걸까. 3분의 1을 주는 건 ‘특혜’이고, 4분의 1은 아니라서 그런 것일까.
5월 3일자 《머니투데이》에 의하면 서울시가 입장을 바꾼 이유는 ‘채무감축 목표 달성’을 위해선 마곡지구 조기 활성화가 급선무라고 판단한 데 따른 것이라고 한다. ‘서울시 채무 7조원 감축’은 박원순 시장의 대표 공약 중 하나로, ‘재출마 의사’를 밝힌 박 시장이 가장 먼저 해결해야 할 과제다.
그러나 박 시장은 작년 국회 환노위 서울시 국감에서 ‘선도기업 분양 논란’에 대해 김성태 의원이 질의하자 “밤낮없이 수많은 전문가와 함께 조금 더 좋은 방법으로 개발할 수 있는지 고민하고 연구했다”면서 이렇게 말했다.
“LG나 코오롱의 선도기업들에 대한 그런 분양 면적의 적절성에 대해서 저희들이 고민을 정말로 많이 했습니다. 아니, 저는 위원님이 지적하셨듯이, 예를 들어서 이것을 한꺼번에 팔아서 부채를 줄일 수만 있다면 제 공약도 달성하고 사실은 너무 좋은 일이지요. 그렇지만 저는 이 땅을 진실로 서울의 미래를 위해서 어떻게 하는 것이 가장 좋은가를 그렇게 고민을 했고요.”
얼마 전 박원순 시장은 “정책의 지속 가능성을 위해 3년은 너무 짧아 재출마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서울의 미래를 위해 고민 끝에 내린 결정조차 1년여 만에 뒤집으려는 박 시장에게 3년은 그리 짧은 시간이 아닌 듯하다.⊙
원래 작년(2012년)에 끝났어야 하는 기반시설 공사는 아직도 한창 진행 중이다. 2012년 말 기준 공정률은 30% 선에 그쳤다. 서울시는 2014년 12월 완공을 목표로 하고 있지만 이 또한 지켜질지 미지수다.
마곡도시개발사업은 서울의 마지막 금싸라기땅으로 불리는 강서구 가양동·마곡동 일대 부지 366만5086m²에 총사업비 6조6000억원을 투입, 주거·업무·상업시설과 함께 첨단 융복합연구산업단지를 조성하는 사업이다. 여기에 1만1000여 가구의 아파트 공사비(2조5000억원)까지 포함하면 총사업비는 9조원을 넘는다. 이렇듯 천문학적인 비용을 쏟아붓는 서울의 대규모 개발사업이 흔들리는 이유는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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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3년 1월 당시의 마곡지구 전경. (출처 SH공사) |
李明博, ‘도시기본계획’과 배치된 마곡개발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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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2년 10월 이명박 시장은 “마곡지구를 도시의 지속가능성과 미래를 대비하는 방향으로 종합개발계획을 수립해 점진적으로 시행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
그러나 조 시장의 뒤를 이은 고건(高建) 시장은 2000년 11월 “김포공항 인근에 개발예정인 100만평의 마곡지역을 (상암 디지털미디어시티와 함께) 개발해 공장시설을 갖출 수 있도록 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비슷한 시기 서울시정개발연구원은 ‘단계적인 개발을 한다’는 취지의 보고서를 서울시에 제출했지만, 개발 논의가 본격화된 건 이명박(李明博) 시장 재임 때였다.
원래 이명박 시장은 취임 이후 줄곧 “개발시대는 갔다. 후손에 여지를 주기 위해 되도록 개발하지 않는 시장이 되겠다”며 “마곡지구 건설 사업을 장기과제로 삼겠다”고 이야기해 왔다. “임대아파트를 건립하는 것을 제외하고는 공지와 녹지로 남기겠다”고도 말했지만, 얼마 안 가 개발 의사를 밝혔다.
2002년 10월 이 시장은 시의회 시정답변에서 마곡지구 개발에 대해 “도시의 지속가능성과 미래를 대비하는 방향으로 종합개발계획을 수립해 점진적으로 시행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2011년까지 개발 유보’라는 ‘도시기본계획’을 정면으로 뒤집은 것이다. 일각에선 2달 앞으로 다가온 대통령 선거를 의식해 개발계획을 터트린 것 같다는 분석을 내놓았다.
이렇게 10여년 동안 ‘개발 여부’를 놓고 시장 3명이 혼선(混線)을 거듭한 끝에 ‘마곡지구 개발계획’이 나왔다.
2005년 12월 서울시는 마곡지구를 ▲IT(정보기술) ▲BT(생명공학) ▲NT(나노기술) 등 첨단기술이 융합된 연구개발(R&D)단지로 조성한다는 내용을 담은 ‘마곡 R&D시티(MRC) 개발계획’을 발표했다. 당시 마곡지구 대부분은 논과 밭이었다. 평균 지가 30만원/m²이었던 마곡에 ‘투기 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吳世勳, ‘워터프론트’ 추진하다 157억 날려
토지 보상은 오세훈(吳世勳) 시장 때 이뤄졌다. 개발구역 중 사유지가 90%여서 지가는 3배 이상 뛰었다. 보상비로 3조5000억원이 나갔다. 시행업체인 SH공사(서울시 산하 주택·택지개발업체)가 차입해 지급한 돈이었다.
2007년 오(吳) 시장은 이 전(前) 시장의 ‘MRC 계획’에 자신의 ‘한강르네상스 프로젝트’라는 것을 접목했다. ‘한강르네상스 프로젝트’란, 서울을 여객, 관광, 크루즈가 가능한 동북아 중심 수상 관광도시로 만들어 국내외 관광객을 집중적으로 유치하겠다는 구상이었다.
그는 마곡·용산·여의도·합정지구를 수변도시로 만들어 한강르네상스 벨트를 구축하려고 했다. 그 일환으로 마곡지구 설계도엔 사업비 9000억원 규모의 ‘워터프론트(수변 레저복합시설)’가 추가됐다. 개발계획이 또 바뀐 것이다.
이는 79만1000m² 규모의 부지를 한강과 잇는 주운 수로와 요트 선착장, 여객선 터미널, 호수공원 등을 갖춘 여가 및 복합문화공간으로 개발하는 것이다.
당시 워터프론트를 놓고 ‘마곡 개발의 백미(白眉)’라고 평한 것은 부동산시장뿐이었고, ‘전시행정’이란 비판이 오히려 강했다.
반대 여론에 해당 자치구의 재검토 요구가 더해지자 ‘워터프론트’ 사업은 추진 동력을 잃고 말았다. 2010년 7월 강서구는 ▲집중호우에 따른 안전성 문제 ▲수질관리 및 오염 문제 ▲경제적 타당성 등을 들어 서울시에 ‘사업 재검토’를 요구했다.
오 시장은 반대 의견을 수렴해 2011년 5월 ‘워터프론트 백지화’를 포함한 ‘마곡개발 변경안’을 발표했다. 국내 부동산 경기가 침체한 데다, 민선 5기 초반부터 ‘서울시 채무 급증’에 대한 지적이 쏟아졌기 때문이다.
변경안에 따라 워터프론트 구역은 호수공원으로 축소·변경하고, 잔여 부지는 R&D 단지로 편입하게 됐다. 마곡 밑그림에 또 변화가 생긴 것이다.
서울시는 “대기업뿐 아니라 다양한 규모의 기업을 탄력적으로 유치하고, 중·소형 연구기관들의 초기 투자비용 부담을 완화하기 위한 것”이라며 ▲산업단지 획지계획 변경(46개→101개) ▲공급면적 변경(73만6944m²→77만922m²) 등을 담아 2011년 9월 ‘마곡 도시개발사업 개발계획 변경안’을 고시했다. 워터프론트 사전 작업에 투입한 세금 157억원은 ‘매몰비용’으로 처리했다.
麻谷 활성화 관건은 앵커기업 유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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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9년 10월 마곡지구 착공식에 참석한 오세훈 시장(오른쪽에서 5번째). 그는 마곡개발에 자신의 ‘한강르네상스 프로젝트’를 접목해 9000억원 규모의 ‘워터프론트’를 추진했다. |
2011년 7월 오 시장은 기자들과의 간담회에서 “(외국 베테랑 컨설턴트들로부터) ‘마곡분양에 성공하려면 앵커기업을 어디로 할 것인지를 밝혀라. 삼성이나 LG 들어오면 따라 들어올 데 많다. 특혜를 줘서라도 끌어들여라. 그러면 저절로 된다’는 값진 조언을 듣고 왔다”고 말했다.
서울시는 “선도역할을 하는 앵커시설의 여부가 산업클러스터 성공의 요인”이라며 마곡지구 활성화를 위한 ‘앵커(선도)기업 유치’를 발표했다.
당시 서울시는 “선도기업 유치를 통해 마곡산단 대외 이미지 제고, 다음 단계 분양 시 기업 입주 촉진, 선도기업과 중소·벤처기업 간 집적효과 극대화 등을 기대한다”고 밝혔다.
오 시장이 ‘특혜’를 언급했지만, 선도기업 유치는 ‘재정이 건전하고 마곡산단 활성화에 파급효과가 크다고 인정되는 입주기업을 우선 선정해 분양할 수 있다’는 <서울시 마곡산단 지원에 관한 조례>에 따른 것이다.
해당 조례에 의하면 우선분양은 <산업입지 및 개발에 관한 시행령>에 따라 입주 신청 기업이 산단 전체 면적의 30%까지 분양받을 수 있도록 하는 제도다. 해당 기업은 입지를 자율 선택할 수 있으며, <산업입지 및 개발에 관한 법률>에 따라 조성원가에 토지를 매입한다.
언뜻 보면 ‘특혜’일 수 있지만, 모든 산업단지 분양은 조성원가에 제공하도록 법에 명시돼 있다. 따라서 신청 기업에 주어지는 혜택은 ‘입지 선택권’뿐이다.
‘선도기업 유치’를 추진했던 오 시장은 선도기업 유치 실행에는 관여하지 않았다. 2011년 8월 ‘무상급식’에 대한 주민투표를 강행했지만, 투표가 무효로 끝나자 시장직을 사퇴했기 때문이다.
서울市, 4조원대 LG 투자계획 축소시켜
2011년 10월 26일,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박원순 후보가 당선된 날, 서울시는 <서울시, R&D 선도기업 유치 위한 마곡산업단지 사업설명회 개최> 제하의 4장짜리 보도자료를 배포했다.
이 문건에서 서울시는 “마곡산업단지 전체 분양면적(77만922m²)의 30%(23만1000m²)를 연내 우선 공급하기로 결정했다”며 “(마곡산단 부지 중) 선도기업을 대상으로 연내 30%를 분양한 뒤 2012년까지 50%를 공급하고, 잔여부지는 2014년까지 단계적으로 분양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기업들에 있어 우선분양은 서울 시내에 평당 1000만원 이하로 연구소 부지를 선점할 기회였다. 서울시도 사업설명회 과정에서 이런 장점을 선전하며 국내 기업에 마곡지구 입주를 권했지만, 참여율은 저조했다.
11월 29일 선도기업계획서 접수 결과 LG, 코오롱 외엔 아무도 입찰에 참여하지 않았다. 분양예정 면적의 99%에 달하는 23만m²를 신청한 LG는 4조3000억원을 투자, 전자, 통신, 화학 등 12개 계열사가 참여하는 융복합연구소를 ‘신설’하려는 계획을 갖고 있었다.
LG 관계자에 따르면 2011년 말 기준 LG 계열 12개사 연구원은 2만6000명, 그 증가율은 8~10%다. 이런 추세로 나간다면 10년 이내에 연구원 숫자는 2배로 증가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이에 따라 LG는 대규모 연구소 신설을 추진하고 있었고, 서울시가 마곡지구 우선분양을 공고하자 신청한 것이다.
코오롱 관계자에 따르면 1만1729m²(5%)를 신청한 코오롱은 2000억원을 들여 코오롱인더스트리 등 5개사가 참여하는 ‘코오롱 미래기술원’을 ‘이전’한다는 계획이었다.
분양대상자 선정은 마곡산업단지 정책심의위원회(심의위)가 맡았다. 관련 조례에 따르면 심의위가 입주신청 기업의 사업계획을 평가·심사하고 토지공급협의 대상자를 선정하면, 시장이 이를 협의·보완한 다음 입주계약을 체결하게 돼 있다.
심의 결과 LG는 1000점 만점에 906.81점, 코오롱은 738.49점을 받았다. 두 기업 모두 ‘합격선 700점’을 통과한 것이다.
서울시는 2012년 12월 13일 LG, 올해 1월 24일 코오롱과 마곡산단 입주계약을 체결했다. 그러나 실제 계약 결과는 신청안과 달랐다. 서울시는 코오롱과는 신청안 그대로 계약했지만, LG의 경우엔 분양 확정 부지 면적이 원안의 58% 수준인 13만3591m²에 그쳤다.
民主黨 시의원, “부시장들이 LG에 50%만 가져가라고 강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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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곡 워터프론트는 79만1000m² 규모의 부지를 한강과 잇는 주운 수로와 요트 선착장, 여객선 터미널, 호수공원 등을 갖춘 여가 및 복합문화공간으로 개발하는 것이었다. |
그는 지난해 2월 27일 서울시의회 본회의 신상발언에서 “서울시 1·2부시장과 정책라인이 심의위 개최를 가로막은 것은 심각한 불법행위”라며 이렇게 말했다.
“부시장들이 멋대로 신청기업에 신청한 토지의 50%만 가져가라고 강요한다고 들었는데…. (그들은) 50% 이상은 안 된다, 50%만 가져가라고 강요했고 해당 기업 역시 그렇게는 마곡에 못 들어간다고 결정했다고 들었습니다. (중략) 그동안 이들 4인이 참으로 어처구니없는 일들을 저질러 온 것입니다. 융복합 연구단지로 기획된 마곡산업단지에 융복합 연구를 하겠다고 들어오려는 기업을 회의도 열지 않고 융복합 연구를 못할 조건만 받아들이라고 강요했고 결국 융복합 연구단지를 만들 기회를 스스로 차 버렸습니다. 그것도 조례가 정한 절차를 고의로 가로막으면서까지 말입니다. 저는 정말 궁금합니다. 이분들이 왜 50%를 고집할까.”
남원준(南元畯) 당시 마곡사업추진단장에 따르면 LG 신청 면적 조정은 2012년 1월 6일 선도기업 현황 검토회의, 1월 16일 부시장단 회의에서 논의됐다. 서울시가 심의위 협의 전 LG 면적을 축소한 이유는 지난해 4월 3일 서울시청 7층 기획상황실에서 열린 심의위 회의록에서 찾을 수 있다.
회의록에 따르면 심의위 간사 하종현 서울시 마곡사업담당관은 “정책심의 전 협의 결과 LG의 경우 58%인 13만3588m², 코오롱은 신청면적 그대로 협의조정됐다”고 보고했다.
이어 “산업단지의 생태계 조성, 또는 국내의 다양한 기능과 규모들이 어울려서 입주할 필요가 있고, 공급대상 토지에 소규모 토지가 36필지 정도 밀집돼 향후 중소기업 토지공급에 제약이 있어 규모조정을 사전에 협의했다”고 밝혔다.
그러자 한 심의위원이 “심의위에서 조정이 필요하다는 얘기가 없었는데, 누가, 누구의 판단에 의해서, 누구의 결정에 의해서 58%가 됐는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문제를 제기했다. 이에 대한 지적이 계속되자 김상범 행정1부시장은 이렇게 답했다.
“저의 책임하에 내부적으로 결정하고, 해당 업체와 얘기한 다음에, 사실은 조금 뒤늦게 보고된 감이 있습니다만, 거기에 대해서는 저희가 죄송하다고 생각을 하고요. 그렇게 됐습니다.”
이 문제를 지적한 김형식 시의원에게 이후 경과를 물었다.
—서울시가 심의위에 ‘LG 신청 면적 조정’을 상정하지 않고, 확정한 데 대해 문제를 제기했는데요.
“세부적으론 문제가 있었죠. 그런데 계속 지적하니까 (서울시가) 형식적 요건을 갖춘 거죠.”
—서울시가 추후 절차를 밟았다는 건가요.
“제가 없는 시간에 회의 시간을 잡아서 통과시키고, 서면으로 하기도 하고. 추후 승인 형식을 거치긴 했으니까 완전히 절차를 무시했다고 볼 순 없죠.”
공고 땐 ‘공급 가능’, 접수 후엔 말 바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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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2년 서울시 국감에서 박원순 시장은 “이렇게 큰 땅을 한 재벌기업에 다 줘 버린다면 그것이 문제가 되지 않겠느냐”고 발언했다. |
이런 입장에 대해 김형식 시의원은 “원래 이만큼 팔겠다고 의회에서 결정했고, 공고를 낸 사안이었다”며 “여러 기업이 신청했는데 LG한테만 주자, 싸게 주자, 많이 주자고 하면 몰라도 자격을 갖춘 기업에 정해진 만큼 주는 게 어떻게 특혜일 수 있냐”고 반박했다.
그럼에도 서울시는 신청 면적의 58%만 주기로 내정하고, LG에 ‘협상’을 제안했다.
서울시가 제시한 면적 조정 사유는 “LG가 신청한 땅에 중소기업이 들어올 수 있는 필지가 많이 포함돼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는 2011년 10월 28일 서울시 산하 SH공사가 낸 분양공고를 보면 설득력이 떨어진다.
<마곡산단 선도기업 우선분양 안내> 9쪽엔 ‘공급 가능 필지’가 붉은 선으로 표시돼 있다. 이에 따르면 서울시가 주장한 중소기업용 필지들도 우선분양 대상이다. 공고문에는 해당 지역이 ‘중소기업용’이란 문구나 관련 규정이 없다.
“LG가 신청한 용지를 전부 공급하면 중소기업 토지 공급에 제약이 있다”는 것도 설득력 있는 주장은 아닌 듯하다. LG 신청안대로 공급해도 마곡산단 전체 면적의 70%에 해당하는 54만평의 부지가 남아 있기 때문이다.
<마곡지구 토지이용계획도>를 보면 산업단지 필지 207개 중 LG와 코오롱이 입주하기로 한 3필지를 빼면 204필지가 남는다. 여기서 LG가 원래 신청했다 조정된 구역의 필지는 총 35개다. 그렇다면 169필지가 남는다. 이 중 필지 평균면적(106평)보다 작은 소규모 필지는 120여 개다. 바꿔 말하면 LG 신청안대로 분양계약을 체결했더라도 중소기업 120개가 입주할 공간이 있었다는 얘기가 된다.
서울시가 내세운 또 다른 근거는 LG와 코오롱 신청 면적의 합(24만1921m²)이 우선분양 면적(23만1000m²) 범위를 초과한다는 것이다. LG가 분양용지 전체를 신청해, 코오롱과 겹치는 부분이 발생했다는 점도 이유로 들었다.
작년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서울시 국정감사에서 이 문제를 지적한 김성태(金聖泰) 새누리당 의원은 《월간조선》에 “코오롱과 겹치는 부분을 빼고, LG 신청 면적 중 일부만 축소해도 해결됐을 문제”라며 “서울시가 전임 시장과 차별화를 고집해 제대로 된 선도기업을 유치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어 “전임 시장이 벌여 놓은 사업을 잘 마무리하는 것도 현 시장의 소임인데, 박원순 시장의 편협함이 안타깝다”고 덧붙였다.
‘吳世勳’ 흔적 지운 ‘朴元淳표 마곡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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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형식 시의원은 “여러 기업이 신청했는데 LG한테만 주자, 싸게 주자, 많이 주자고 하면 몰라도 자격을 갖춘 기업에 정해진 만큼 주는 게 어떻게 특혜일 수 있냐”고 말했다. |
서울시 주장과 달리 국내외 기업도시 사례에선 특정기업이 산업단지를 주도했을 때 성공한 경우를 쉽게 찾을 수 있다.
첨단산업단지의 대명사 미국 ‘실리콘밸리’를 주도하며 ‘IT벤처의 산실’ 역할을 한 곳은 휴렛패커드(HP)다.
‘상장 도시’로 유명한 핀란드 울루 테크노폴리스는 1973년 노키아와 국책연구소 핀란드기술연구센터가 입주한 뒤 발전을 거듭했다. 이를 기반으로 울루는 1999년 세계 최초로 도시 전체를 증권거래소에 상장해 ‘산(産)·학(學)·연(硏) 협력’의 모범 사례로 꼽힌다.
미국 실리콘밸리에 버금가는 IT클러스터, 스웨덴 시스타 사이언스시(市)도 울루와 비슷한 과정을 거쳐 성장했다.
박상철(朴相鐵) 한국산업기술대 교수(산업·과학기술 정책)의 논문 <스웨덴 혁신클러스터 구축 전략>에 의하면 시스타는 1970년대 후반 스웨덴 최대기업인 에릭슨과 IBM이 입주하면서 IT클러스터로 진화했다. 이 지역은 현재 유럽 내 정보통신산업 부문 관련 가장 역동적인 첨단과학기술단지로 인정받고 있다.
IT클러스터와 차이는 있지만, 국내에서도 ‘기업도시’는 흔하게 볼 수 있다. 현재 ▲울산(현대차, 현대중공업) ▲거제(삼성중공업, 대우조선해양) ▲포항(포스코) ▲천안·아산(삼성전자) ▲파주(LG디스플레이) 등에 있는 산업단지가 특정기업 주도로 형성돼 지역경제에 기여하고 있다.
앞서 말한 이유로 서울시가 ‘축소 분양’을 고수하자, 강서구는 “원래 계획대로 실행하라”며 다음과 같이 서울시에 건의했다.
“당초 계획대로 산업단지 전체 면적의 30%는 융·복합 선도기업에 우선 분양해야 하고, 중소기업 유치 문제는 선도기업 유치와 분리해 잔여면적 70%의 범위 내에서 추진하는 것이 타당하다. 소모적인 지역 내 갈등을 야기하는 정책변경은 지양돼야 한다.”
그러나 서울시 입장은 변하지 않았다. 이미 ‘박원순식 마곡지구 개발방안’이 준비되고 있었기 때문이다. 전임 시장의 ‘마곡지구 설계도’가 또 무용지물이 됐다는 얘기다.
이와 관련, 김형식 시의원은 작년 2월 시의회 본회의에서 “지난 3개월 동안 마곡 개발일정이 중단되고 지체돼 400억원의 손실이 났다”고 지적했다.
그로부터 5개월 뒤, 서울시는 “중소·벤처기업도 입주할 수 있도록 대규모 필지 101개를 207필지로 쪼갰다”며 <마곡지구 개발계획 변경안>을 발표했다.
SH공사, 마곡개발비 이자로 年 1642억 지출
지난해 12월 13일 서울시는 LG와 입주계약을 맺었다. 부지 규모는 13만3591m²로 LG 신청 면적의 58%였다. 이에 따라 LG는 당초 계획의 ‘58% 수준’으로 사업계획을 조정해야 했다.
서울시에 따르면 마곡산단에 들어오는 LG 계열사는 12개사에서 LG전자, LG화학, LG이노텍, LG생명과학, LG디스플레이, LG하우시스 6개사로 줄었다. 입주 연구인력도 원안 2만6000명 대비 53% 축소된 1만4000명이 됐다. 이에 따라 투자금도 당초 4조2000억원의 57% 수준인 2조4000억원으로 줄었다.
이날 계약 체결을 발표하면서 서울시는 “입주사업이 완료되는 2021년부터 매년 6만명 이상의 고용유발 효과, 19조원 이상의 생산유발 효과가 나타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사업 규모를 축소했는데도 이 정도라면, 원안대로 진행했을 경우 더 큰 효과를 기대할 수 있었다는 얘기가 된다.
향후 마곡산단 분양이 제대로 되지 않는다면, 이는 막대한 ‘기회비용’이 된다. 서울시는 이런 ‘부담’을 감수하면서 분양을 진행하고 있다. 현재 분양률은 얼마나 될까.
원래 서울시는 2011년 30%를 분양한 뒤 2012년까지 50%를 공급하고, 잔여부지는 2014년까지 단계적으로 분양할 예정이었다. 이에 따르면 2013년 5월 14일 현재 분양률은 최소 80%가 돼야 하지만, 실제론 20.4%에 불과하다.
마곡산단 입주·분양 계약을 체결한 기업은 3곳이다. 대기업은 LG(13만3591m²·18.3%), 코오롱(1만1729m²·1.6%)이 전부다. ‘박원순 시정’이 강조한 중소기업은 올해 3월 조인한 제닉(3510m²·0.4%) 1곳뿐이다.
이외에 작년 12월 1차 일반분양 협의대상자로 선정된 대우조선해양, 롯데, 이랜드, 웹캐시 등 4개 기업이 분양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 이들의 신청 면적은 8만1248m²로 전체 대비 11.1%에 해당한다.
분양 기간 연장, 목표치 낮추고 ‘초과 달성’ 주장
서울시는 올해 5월 6일 2차 일반분양 신청을 마감했다. 대우조선해양 등 대기업 4곳, (주)상보를 포함한 중소기업 14곳이 사업계획서를 제출했다. 입주신청 면적은 6만1747m²(8.5%)다.
그렇다면 선도기업, 1·2차 입주신청 면적을 합산해도 39.9%다. 목표치와 비교하면 절반에 그치는 수준이지만, 서울시는 초과 달성을 주장한다.
박원순 시장 취임 이후 분양일정을 변경했기 때문이다. 현재 서울시는 ▲2012년 25% ▲2013년 10% ▲2014년 10% ▲2015~20년 45% ▲2020년 10% 등으로 나눠 분양한다는 계획을 진행하고 있다. 4년이었던 분양 기간을 9년으로 2배 연장한 것이다. 분양기간이 늘어나면 비용이 발생한다.
서울시가 시의회에 보고한 내용으로는 현재 SH공사가 마곡개발사업비에 따른 이자로 내는 금액은 연 1642억원이다.
물론 이 돈은 조성원가에 포함해 분양금으로 회수할 수 있다. 그러나 분양기간이 길어지면 결국 시민들 주머니에서 돈이 나가게 된다. 다음은 SH공사 관계자와의 문답이다.
—2014년 12월 기반시설 조성이 끝나고 조성원가를 확정하게 되는데, 미래에 발생할 비용까지 조성원가에 계상합니까.
“2014년 12월 조성이 완료될 때까지 투입된 비용으로만 정산합니다.”
—박원순 시장 취임 후 바뀐 산업단지 분양계획에 의하면 2014년 12월까지 45%를 분양하는 걸로 돼 있습니다. 이대로 진행된다면 2015년 1월부터는 미분양 용지 조성에 투입된 사업비에 따른 이자비용은 SH공사가 부담하게 됩니다. 결국 손해를 보며 땅을 팔게 되는 거 아닙니까.
“그렇게 보시면…. 손해라고 하는 것에 대해서는 고민을 좀 해 봐야겠습니다. 산업단지에서 손해를 보더라도 감정평가를 해서 최고 낙찰가로 매각하는 업무·상업 용지에선 수익을 낼 수 있습니다.”
이 관계자의 말처럼 업무·상업 용지는 조성원가로 분양하지 않으므로 수익을 낼 수 있다. 그러나 여기서 발생한 매각수익을 SH공사 손실분을 충당하는 데 쓰겠다는 건 ‘분양 실패’ 책임을 시민에 전가하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SH공사 설립목적은 시민의 주거생활 안정에 기여하는 것이다. 따라서 SH공사 수익은 장기전세주택, 공공임대주택 등의 건설재원으로 쓰여야 한다.
현재 서울시 분양일정대로라면 2015년 1월 이후 산업단지 미분양에 따른 손실은 결국 서울시민의 ‘세금’과 ‘주거 불안정’으로 메울 수밖에 없다.
朴元淳 재임 기간 마곡산단 조성원가 9% 상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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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성태 의원은 “전임 시장이 벌여 놓은 사업을 잘 마무리하는 것도 현 시장의 소임인데, 박원순 시장의 편협함이 안타깝다”고 말했다. |
<신언근 위원: 개발계획 변경으로 조성원가가 오를 것으로 예상이 되거든요. 그렇지요?
마곡사업추진단장 남원준: 네.
신언근 위원: 조성원가는 구체적으로 어떻게 되고 얼마나 증가할 것으로 판단합니까.
마곡사업추진단장 남원준: (전략) 이번에 토지이용계획을 바꾸면서 도로가 늘어나면서 유상공급 면적이 줄어들었습니다. 거기에서 조성원가가 조금 상승할 요소가 있고요. 그 외 저희가 중앙광장 부분을 만들다 보니까 추가비용도 있고 합니다.>
조성원가가 오르면 서울시가 강조한 자금력이 떨어지는 중소기업들의 입주는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 산단 경쟁력도 떨어진다. 여기에 계속되는 부동산 경기 침체를 감안하면 원활한 분양을 낙관할 수 있는 상황도 아니다.
분양실적이 저조하면 기업 유치를 위해 원가 이하로 팔게 되고, 여기서 발생한 손실은 또 세금으로 보충하는 일이 발생한다. 이런 사례는 최근 조성된 산업단지들에서 쉽게 찾을 수 있다.
30%는 안 되고, 24%는 된다?
이런 우려 때문이었을까. 최근 언론 보도를 보면 서울시가 LG에 추가로 토지를 공급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공급 규모는 산업용지 8개 필지, 4만2526m²(6%)인 것으로 예상된다. 추가 분양이 이뤄지면 LG는 마곡산단 전체 면적의 24%를 차지하게 된다.
지난해 박 시장은 LG가 신청한 30%를 다 줬다면 특혜 의혹이 제기됐을 것이란 취지로 얘기했다. 또 “(다 주게 되면) LG의 연구단지가 되지, 융복합된 단지가 되기는 힘들다”고 말했다. 특정기업이 산단의 3분의 1을 차지하는 건 마곡 첨단융복합연구단지 조성 목적에 배치된다는 얘기였다.
그런데 지금 와서 박 시장은 왜 ‘LG 연구단지’를 만들려고 하는 걸까. 3분의 1을 주는 건 ‘특혜’이고, 4분의 1은 아니라서 그런 것일까.
5월 3일자 《머니투데이》에 의하면 서울시가 입장을 바꾼 이유는 ‘채무감축 목표 달성’을 위해선 마곡지구 조기 활성화가 급선무라고 판단한 데 따른 것이라고 한다. ‘서울시 채무 7조원 감축’은 박원순 시장의 대표 공약 중 하나로, ‘재출마 의사’를 밝힌 박 시장이 가장 먼저 해결해야 할 과제다.
그러나 박 시장은 작년 국회 환노위 서울시 국감에서 ‘선도기업 분양 논란’에 대해 김성태 의원이 질의하자 “밤낮없이 수많은 전문가와 함께 조금 더 좋은 방법으로 개발할 수 있는지 고민하고 연구했다”면서 이렇게 말했다.
“LG나 코오롱의 선도기업들에 대한 그런 분양 면적의 적절성에 대해서 저희들이 고민을 정말로 많이 했습니다. 아니, 저는 위원님이 지적하셨듯이, 예를 들어서 이것을 한꺼번에 팔아서 부채를 줄일 수만 있다면 제 공약도 달성하고 사실은 너무 좋은 일이지요. 그렇지만 저는 이 땅을 진실로 서울의 미래를 위해서 어떻게 하는 것이 가장 좋은가를 그렇게 고민을 했고요.”
얼마 전 박원순 시장은 “정책의 지속 가능성을 위해 3년은 너무 짧아 재출마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서울의 미래를 위해 고민 끝에 내린 결정조차 1년여 만에 뒤집으려는 박 시장에게 3년은 그리 짧은 시간이 아닌 듯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