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한길, 10월 재·보선 패배할 경우 체제 흔들
⊙ 朴元淳, 민주당 끝까지 남아서 대선 꿈꿀 듯
⊙ “안철수 新黨으로 옮겨갈 민주당 의원 많아 봐야 5명”(민주당 핵심 의원)
⊙ 安, 2017년 또다시 주저앉나…? 측근들 “말도 안 되는 이야기”
⊙ 朴元淳, 민주당 끝까지 남아서 대선 꿈꿀 듯
⊙ “안철수 新黨으로 옮겨갈 민주당 의원 많아 봐야 5명”(민주당 핵심 의원)
⊙ 安, 2017년 또다시 주저앉나…? 측근들 “말도 안 되는 이야기”
민주당 김한길 대표, 무소속 안철수(安哲秀) 의원, 박원순(朴元淳) 서울시장 간의 인연(因緣)은 각별하다. 김 대표와 안 의원은 20년 가까이 알고 지냈다. 김 대표가 방송인 시절인 1990년대 초반 그가 진행하던 토크쇼에 안 의원이 출연한 것이 계기다. 이후 두 사람은 부부동반으로 식사를 같이하는 사이로까지 발전했다.
안 의원은 지난해 11월 22일 대선 예비후보직을 사퇴하고 미국으로 출국(2012년 12월 19일)하기 전 김 대표에게 전화를 걸어 출국인사를 하기도 했다. “잘 다녀오라”는 김 대표의 덕담에 안 의원은 “왜 실패했는지 꼼꼼히 따져보겠다”고 했다. 박 시장은 김 대표에게 도움을 받은 적이 있다. 김 대표는 2011년 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 공동선거대책위원장을 맡아 박 시장이 승리하는 데 일조(一助)했다. 박 시장과 안 의원의 정치적 인연은 유명하다. 여론조사상으로 가장 유력한 서울시장 후보였던 안 의원은 서울시장 보궐선거를 앞두고 한 자릿수 지지율을 기록하던 박 시장에게 후보직을 전격 양보한 바 있다.
하지만 공교롭게도 오랜 인연의 세 정치인은 10월 재보선, 내년 지방선거, 2016년 20대 총선, 2017년 19대 대선 등 선거 때마다 치열한 경쟁을 벌여야 한다. 야권의 맹주(盟主) 자리를 놓고서다.
安哲秀, 김한길과 정면승부 택해
당장 김 대표와 안 의원은 10월 재보선에서 정면승부를 벌여야 한다. 전문가들은 10월 재보선에서 민주당의 분위기가 좋을 것이라 예상했지만, 민주당은 안 의원 측에 ‘10월 재보선 단일화’를 제의했다. 혹시 모를 불안감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안 의원 측은 그러나 이 제의를 거부했다.
무소속 안철수 의원은 5월 14일 10월 재보궐선거에 후보를 내는 등 독자세력화를 시도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안 의원은 이날 오후 여의도 한 식당에서 취재진과 만나 “사람들을 구하면 (10월 재보선에) 도전할 것”이라고 했다.
그는 영입 기준으로는 ‘개인적 이해관계보다 대의를 중시하는 가치관’을 꼽으면서 “우리나라의 전반적인 구조개혁에 대해 큰 역할을 하고 싶다는 생각이 기본적으로 깔려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인재영입이 기대에 미치지 못해 10월 재보선에 지지세력 출마 계획을 중도에 포기할 가능성에 대해선 “그것은 아주 극단적인 경우”라고 밝혀 10월 재보선에 승부수를 던져 세력화에 나서겠다는 의지를 재차 확인했다. 10월 재보선 출마 후보군으로는 대선 캠프 출신의 내부 인사와 새로 영입할 외부 인사가 모두 포함된다고 밝혔다.
김 대표의 경우 당내 세력 기반이 허약하다. 당내에 김한길계로 분류할 만한 의원이 몇 명 되지 않는다. 전당대회에서 61%라는 안정적 득표율을 기록했지만 ‘반사이익(反射利益)’ 성격이 강하다. 총·대선에 패배한 친노 중심의 범주류 세력을 이번에 일선에서 일단 물러나게 해야 한다는 정서가 압도하면서 당내 비주류와 대구·경북, 충청 표가 김 대표에게 쏠렸다는 것이다. 때문에 만약 10월 재보선의 성적이 좋지 않으면 ‘김한길 체제’ 자체가 흔들릴 수 있다.
윤여준(尹汝寯) 전 환경부장관의 이야기다.
“작년 대선 때 민주통합당 문재인 후보 캠프 국민통합추진위원장을 맡으면서 비노(非盧), 반노(反盧)의 이야기를 들어보니 ‘아, 이 세력이 친노(親盧)와는 함께 가기 어렵겠구나’라는 판단이 섰습니다. 새누리당과 민주당의 감정의 골보다 더 깊더군요. 과연 이들이 당 안에서 선의의 경쟁을 하는 파벌로 공존이 가능하겠느냐는 의심이 들었습니다. 외부 충격(10월 재보선 패배)이 있다면 분당 가능성도 있다고 봅니다.”
정치평론가로 활약하고 있는 최창렬 용인대 교수도 비슷한 분석을 내놓았다. 최 교수는 “안 의원 측이 10월 재보선에서 좋은 성적을 거둔다면 민주당은 당 간판을 내려야 할 상황이 올 수 있다”며 “내부에 잠재된 계파갈등이 폭발할 것”이라고 했다.
현재 선거법이나 정치자금법, 기타 다른 법 위반 혐의로 1심이나 2심에서 의원직 상실형을 선고받아 항소심이나 최종심을 기다리는 지역구 의원(선거사무장·회계 담당자의 위반까지 포함)은 13명이다. 이 가운데 새누리당 의원 지역구가 수도권·충청권·영남권에서 모두 9곳이다. 민주당과 통합진보당, 무소속은 각각 2곳, 1곳에 불과하다. 민주당은 영남과 충청 7곳은 새누리당에 내어주더라도 수도권 4곳 중 2곳과 호남권 2곳에서 승리하면 선전한 것으로 계산하고 있다.
최근까지 민주당 수석 대변인을 맡았던 정성호 의원실 관계자는 “여당에 유리한 지역이 많아 솔직히 수치상으로는 이길 수 없다는 계산을 하고 있다”며 “호남의 경우는 안 후보 측과 치열한 대결을 펼칠 것 같은데 이곳에서 밀리면 끝이다. 총력전을 펼쳐 반드시 승리할 것”이라고 했다. 정 의원은 김 대표의 최측근이다.
호남 민심 놓고 大격돌
10월 재보선 결과는 안 의원에게도 중요하다. 결과에 따라 야권발(發) 정계 개편의 중심이 되느냐 결국 ‘300분의 1’이 돼 그동안 누렸던 대선주자의 위세가 꺾이느냐, 판가름난다. 그래서일까. 안 의원 측은 재보선이 예상되는 지역의 특성이나 과거 경향 등 기초적인 분석을 끝내고 선거에 출마할 만한 핵심 측근들을 준비시켜 놓은 것으로 알려졌다.
안 의원 측 상황을 잘 아는 관계자의 설명이다.
“안철수 의원의 정치 시계는 10월에 맞춰져 있습니다. 4월 재보선 때부터 이미 10월 재보선 준비를 시작했다고 보면 됩니다. 안 의원은 10월 선거에 출마할 만한 핵심 측근들을 일부러 노원병 지역 찬조연설자로 내세워 연설과 유세 연습을 시켰습니다. 4월 선거에서 최대한 선거 정치 경험을 쌓게 하자는 의도인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지난 5월 11일자 《조선일보》에 따르면 당시 안 의원의 노원병 유세에선 10월 출마 가능성이 큰 금태섭·조광희 변호사와 하승창 전 대선 캠프 대외협력팀장 등 측근들이 자주 찬조연설을 했고, 유세 현장에도 동행했었다. 또 안철수 대선 캠프에서 활동했던 이근식 전 행정자치부 장관, 오홍근 전 국정홍보처장, 이봉조 전 통일부 차관, 천근아 연세대 교수 등도 찬조연설자로 나섰다.
이에 대해 안 의원의 언론창구 역할을 하는 금태섭 변호사는 “후보는 정해지지 않았지만, 기본적으로 선거에는 (안 의원 사람들이) 출마한다는 입장”이라고 했다.
안 의원은 재보선 승리를 위해 팔을 걷어붙인 모습이다. 안 의원은 5·18광주민주화운동 기념일을 즈음해 부산과 광주를 잇달아 방문할 계획이다. 안 의원 쪽 관계자는 “고향인 부산을 들르고 광주를 방문하는 일정 등을 꼭 정치적으로 해석해야 하느냐”고 주장했다. 국회의원이 되고 난 후 첫 방문지로 부산과 광주를 택한 것은 예사롭지 않다. 더욱이 부산과 광주는 10월 재보선이 유력한 경남 양산과 전남 나주·화순 등과 인접해 있다. 양산은 안 의원 부친의 고향이기도 하다. 특히 안 의원은 광주에 들르고 나서 여수·순천을 방문하는 방안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져 눈길을 끈다. 이곳은 안 의원의 아내인 김미경(金美暻) 교수의 고향이지만, 역시 재보선 가능성이 점쳐지는 지역이기 때문이다.
민주당 관계자는 “신당이 됐든 지지자 모임 연합체가 됐든 안 의원이 본격적인 세력화에 나설 경우 최대 변수는 호남 민심일 수밖에 없다”며 “안 의원의 이번 광주 방문은 야권의 권력지도가 ‘민주당 대 안철수’로 공식화되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安哲秀 신당 창당 時點은?
안 의원이 정치 시계를 10월 재보선에 맞춰놓은 만큼 새누리당과 민주당의 관심은 안철수 신당이 언제 떠오를지에 쏠린다. 안 의원 측은 신당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공감대를 형성한 상태다. 금 변호사는 “지난 대선을 겪으며 안 의원과 저희 모든 사람이 조직과 세력의 필요성을 절실하게 느꼈기 때문에 그 (세력화) 작업을 해나가야 한다는 데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며 “그런 과정에서 신당 창당이 하나의 옵션(선택지)이 될 수 있다. 정치라면 정당을 떠나 생각할 수 없으므로 (신당 창당은) 있을 수 있는 일”이라고 했다.
안 의원의 측근인 무소속 송호창(宋皓彰) 의원도 지난 4월 30일 한 라디오 방송에 출연 “신당 창당 문제를 포함해 (안 의원과) 정치혁신에 대해 의논해 나갈 생각”이라고 밝혔다.
‘안철수 신당’과 관련한 취재 도중 정치권에 오래 몸담은 한 인사로부터 “안철수 쪽에서 곧 신당을 창당할 것인데, 신당 후보로 지방선거에 나가달라는 제의를 받았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사실이라면 안 의원 측은 벌써 물밑에서 신당 창당 준비작업을 하는 게 된다. 안 의원 측 윤태곤 비서관에게 문의했다. 윤 비서관은 안철수 대선 캠프에서 상황실 부실장으로 일했다. 그는 신당 창당 작업과 관련, “전혀 하지 않고 있다”고 주장했다. 창당과 관련한 조그마한 움직임도 없다는 것이다.
그는 ‘신당 창당 움직임이 전혀 없는데 신당 간판을 달고 지방선거에 나가달라는 요청을 받은 사람들은 무엇이냐’는 질문에 대해서는 “지난 대선 과정에서 저희와 실제 함께 일했던 포럼의 인사들이 신당 창당을 미리 준비하는 차원에서 주변에 이야기한 것일 수도 있고, 우리랑 전혀 상관없는 사람들이 그냥 이야기한 것일 수도 있다”고 답했다. 윤 비서관의 이야기가 맞다면 현실적으로 안철수 신당의 창당시기는 10월 재보선 이후가 된다. 당장 시작해도 10월 재보선까지는 5개월밖에 남지 않았다. 그래서 신당을 서둘러 만들지는 않을 것이라는 게 정치평론가들의 대체적인 전망이다. 결국 ‘안철수당’은 10월 재보선 이후에 모습을 드러낼 것으로 보인다. 그럼 10월 재보선 이후 언제일까.
박상병 박사는 “내년 지방선거 전 창당할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 10월 재보선에서 안철수 세력의 후보들이 유의미한 성과를 낸다면 신당이 탄력을 받을 수 있다”고 했다. 신율(申律) 명지대 교수도 “측근들과 지지자들에 의해 10월 재보선 직후 내년 6월 지방선거를 겨냥해 신당을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몇몇 전문가들은 창당 시점을 아예 내년 6월 지방선거 이후로 봤다. 황태순 위즈덤센터 수석연구위원은 “신당 창당은 10월 재보궐 선거, 2014년 6월 지방선거 결과를 지켜보고 나서 2016년 20대 총선 직전인 2015년도에 될 가능성이 크다”며 “그 이전에 어설프게 창당을 하면 제2의 문국현이 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김형준(金亨俊) 명지대 교수도 “민주당이 무기력한 상황에서 10월 재보선 때 신당을 만들 필요는 없다. 그리고 지방선거를 앞두고 정계 개편이 이뤄진 적이 없다는 점에서 신당 창당 시점이 지방선거 이후가 될 수 있다. 큰 틀의 정계 개편은 결국 2016년 총선을 앞두고 이뤄질 것”이라고 예측했다.
안 의원의 측근 인사도 “안 의원은 신당이라는 외형적 틀을 짜는 것보다 새 인물 영입을 통한 인적 세력화가 우선이라고 생각하고 있다”며 “10월 재보선과 내년 지방선거에 나갈 후보군을 찾는 데 주력할 것”이라고 했다.
여론조사기관 모노리서치가 지난 4월 25일 성인 남녀 1070명을 대상으로 일반전화 RDD(무작위 임의 걸기) 방식으로 여론조사를 시행한 결과(신뢰수준 95%, 표본오차 ±2.99%p) 안철수 신당이 내년 6월 지방선거 이전에 창당할 것이라는 답변이 24.7%로 가장 많았다. 그 뒤는 ‘오는 10월 재보궐 선거 전 창당(23.7%)’, ‘내년 지방선거 이후 창당(12.8%)’ 등이 이었다.
新黨 파괴력 미지수
안철수 의원이 신당을 만들면 그 파괴력은 어떨까. 갑론을박이 있지만 의외로 파괴력이 약할 것이란 분석이 조금 더 신뢰를 얻고 있다. 안 의원의 지향점이 독자 신당이라고 봤을 때 성공한 사례는 1985년도 한 번뿐이기 때문이다. 그해 김영삼(金泳三) 전 대통령과 고(故) 김대중(金大中) 전 대통령이 주도한 신한민주당(신민당)은 창당 25일 만에 치른 2월 총선에서 지역구 50석, 전국구 17석을 얻어 제1야당으로 등극하며 기존 야당인 민한당을 붕괴시켰다. 안철수 신당이 이런 파괴력을 지닐지는 미지수다.
경기 지역 민주당 재선의원의 말이다.
“10월 재보선에서 민주당이 패배하면 수많은 당원과 현역의원들이 안철수 신당 쪽으로 옮겨갈 것이란 예상이 많은데 민주당 127명의 현역의원 중 비노, 반노 의원이 몇 명일 것 같습니까. 20명도 안 됩니다. 친노는 기본적으로 안 의원과 같이하기를 원하지 않습니다. 20명 중에 어떤 일이 있어도 민주당에 남겠다는 의원이 10명이 넘습니다. 분석을 해봤는데 안철수 신당이 생길 경우 그쪽으로 당적을 옮길 의원은 많아 봐야 5명 정도입니다.” 그는 확실하게 옮겨갈 것 같다는 의원 3명의 실명을 거론하기도 했다.
김 대표와 가까운 의원도 “재보선에서 패배, 비노·반노 의원들이 안철수 신당으로 갈 가능성은 1% 이하”라고 못박았다. 민주당 조경태(趙慶泰) 최고위원도 “10월 재보선 결과와 관계없이 김한길 체제는 유지될 것”이라고 했다.
물론 민주당에 염증을 느껴온 당원들이 진보 진영에서 민주당을 대체할 정당이 나온다면 신당을 선택할 수도 있다.
강진군수를 지냈던 민주당 황주홍(黃柱洪) 의원은 “신당이 만들어지면 ‘안철수 신당’과 민주당은 전국에서 경쟁할 것”이라며 “민주당에 피로감이 있는 당원들은 신당이 민주당을 대체할 수 있다고 판단되면 신당을 선택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시사저널》이 여론조사 전문기관인 ‘리얼미터’에 의뢰해 4·24 재보선 결과가 나온 다음 날인 25일 전국 민주당원 1000명(대의원 625명, 권리당원 375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신뢰수준 95%, 오차범위 ±3.1%)를 실시한 결과 ‘안철수 의원 중심의 신당이 만들어지면 어떤 선택을 하겠는가’라는 질문에 26.9%가 ‘민주당 상황을 좀 더 지켜본 후 신당으로 옮길지를 고민하겠다’고 응답했다. ‘당장 신당으로 당적을 옮길 계획’이라는 응답은 6.0%였다. 당장이든 나중이든 민주당을 이탈해 신당으로 옮길 의사를 가진 대의원과 당원이 32.9%로 10명 중 3명꼴이었다.
“朴元淳, 安哲秀 신당으로 안 갈 것”
안철수 신당의 창당 여부를 떠나 2014년 6월 지방선거에서는 안 의원 측과 박 시장의 대결이 펼쳐진다. 그간 두 사람의 동반자 관계에 묘한 기류가 형성될 수 있다.
박 시장은 최근 여러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민주당 후보로 서울시장 재선에 도전하겠다”고 천명했다. 박 시장은 지방선거 전 안철수 신당이 창당되면 그쪽으로 당적을 옮길 것이란 관측에 대해 “소설 같은 이야기”라며 “사람이 원칙과 상식을 갖고 있지 않느냐. 싫든 좋든 이미 입당했으므로 민주당 이름으로 출마할 것”이라고 일축했다. 박 시장이 민주당으로 출마한다는 것은 안철수 신당 후보 또는 안철수 측 무소속 후보와의 경쟁을 뜻한다. 어디까지나 가정이지만 박 시장이 입장을 바꿔 민주당을 탈당, 안 의원 측으로 가거나 안 의원 측이 후보를 내지 않는다면 대결을 피할 수도 있다. 하지만 그럴 가능성은 거의 없어 보인다.
황태순 위원의 이야기다.
“박 시장이 민주당을 탈당, 안 의원 측으로 간다는 것은 안 의원 밑으로 가는 게 됩니다. 그렇게 하겠습니까? 박 시장은 민주당에서 나름 독보적인 위치를 점하고 있습니다. 안 의원 밑으로 갈 이유가 없지요.”
경북 지역 3선의 새누리당 의원도 “본인은 부정하겠지만, 박 시장의 꿈이 커졌을 것”이라며 “안철수 신당으로 가면 안 의원에게 밀려 대선에 출마하지 못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절대 가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신율 교수의 주장도 비슷했다.
“우리나라 정당 역사를 보면 현직 대통령이 만들었거나, 지역적 맹주가 만들었거나, 지역에 기반을 둔 정당이 생명력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안철수 신당은 창당하더라도 이 세 가지에 포함되지 않습니다. 생명력이 없을 수 있지요. 문국현의 창조한국당과 같을 겁니다. 그런 곳에 박 시장이 왜 가겠습니까. 전통 있는 민주당에 남아서 대선 후보를 꿈꾸는 게 훨씬 낫습니다.”
시사평론가 유창선 박사는 ‘박원순과 안철수’라는 제목의 칼럼을 통해 “서울시장 자리는 민주당으로서도, 신당으로서도 놓칠 수 없는 전략적 승부처다. 이런 곳에서 박 시장이 민주당 후보로 나서고 신당의 또 다른 후보가 경쟁을 벌이는 구도가 전개된다면 두 사람 모두에게 상처가 될 가능성이 크다. 박 시장은 자신이 시장에 당선될 수 있도록 아름다운 양보를 했던 사람을 외면했다는 따가운 시선을 받을 것이고, 안 전 교수는 박 시장과 함께하지 못하는 정치력의 한계를 지적받게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4년 후 민주당과 安哲秀 대결의 승자는?
박 시장은 자신이 야권의 차기 대선주자로 거론되는 것에 대해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사람 망칠 이야기”라며 “그런 헛된 꿈을 좇다간 나에게 주어진 본연의 직무나 역할을 못 하게 된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불구, 서울시장 선거에 재출마를 선언한 박 시장의 출사표는 향후 5년을 내다보는 대권 플랜의 시동으로 해석된다. 서울시장은 막강한 ‘현직’을 기반으로 잠재적 대선주자로 부각되는 경우가 많다. 지방자치단체장 임기가 끝나는 시점과 대선이 맞물려 있는 2017년은 더욱 그렇다. 여당이 정권을 쥐면 야권 후보가 서울시장이 된 과거 사례를 보면 박 시장의 재선 가능성은 큰 편이다. 박 시장이 재선에 성공한다면 그는 야권의 유력한 대선주자로 자리매김하는 유리한 고지에 올라설 수 있다. 좀 이르지만, 박 시장과 안 의원은 차기를 놓고 경쟁할 수밖에 없다.
민주당 관계자들은 “정치는 생물이다. 박 시장이 민주당의 대선 후보가 된다는 가정은 너무 먼 미래의 이야기다. 4년 뒤 상황을 누가 알 수 있겠느냐”면서도 “만약 박 시장이 민주당 대선 후보가 돼 안 후보와 경쟁한다면 박 시장이 유리할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안 의원이 2012년과 마찬가지로 도중하차할 것이란 이유에서였다.
안 의원과 같이 일하다가 틀어져 2012년 문재인 의원 대선 캠프에서 일했던 인사는 이런 견해를 밝혔다.
“제가 작년에 민주통합당 선대위 공동위원장 한 분에게 ‘안 후보는 생전 실패를 해본 적이 없는 사람이라 자신이 실패하는 것을 수용하지 못할 것이다. 때문에 단일화 구도를 승패 구도로 몰면 나자빠질 것이다. 명예롭게 물러설 수 있는 쪽으로 구도를 몰아줘야 한다’고 이야기를 한 적이 있습니다. 안 후보가 중도 사퇴하면 아름다운 단일화가 성사되지 않지 않습니까. 그 걱정에 이런 건의를 했는데 아니나 다를까 안 후보가 사흘 후에 사퇴하더라고요. 안 후보는 이기기 어려운 싸움을 할 때, 지는 것보다 부전패(不戰敗)를 택하는 사람입니다. 그게 그나마 자기의 명예를 지키는 것이라 생각하는 것이지요. 험한 파도가 올 때 비키고 싶어하는 성향이 사라지지 않는다면 양보를 가장한 도중하차는 반복될 것입니다.”
새누리당 당직자는 “안 의원이 62년생이고, 박 시장이 56년생이다. 아마 야권 지지세력 사이에서는 젊은 안 의원이 19대는 박 시장에게 양보하고 20대 때 출마하라는 요구가 생길 것이다. 누구를 선택할지 애매할 때 그런 이야기가 나올 수 있다. 이명박 전 대통령과 박근혜 대통령이 맞붙었던 2007년 한나라당 대선 후보 경선 때도 그러지 않았느냐”고 했다. 실제 당시 이명박 대통령 경선 캠프에서는 연장자인 이 대통령이 먼저 대통령이 돼야 한다는 논리를 내세우기도 했다.
박 시장 측 정무라인과 자주 소통하는 한 인사는 박 시장의 정치력이 만만치 않아 안 의원이 상대하기는 어려울 것이란 말을 했다. 그의 전언이다.
“박 시장의 정치력이 보통이 아닙니다. 무서울 정도지요. 한번은 박 시장 정무비서관을 하는 선배를 만났어요. 그때가 작년 초인데 한창 강용석 의원이 박 시장 아들의 병역 문제를 물고 늘어질 때였습니다. 강 의원은 박 시장 아들이 ‘MRI 바꿔치기’로 병역을 기피했다며 자신이 입수한 박 시장 아들 MRI를 공개하기도 했습니다. 상황이 박 시장에게 불리하게 돌아가는 것 같아 그 선배에게 ‘가만히 있을 거야?’라고 물으니 ‘한방에 훅 갈 거야’라고 답하더라고요. 무슨 비책이 있나 했더니 곧바로 아들에게 서울시청 기자단 대표 참석하에 MRI 촬영을 시키더라고요. 그다음 어떻게 됐습니까? 말 그대로 강 의원은 한방에 가지 않았습니까. 박 시장은 누구보다 정치적인 사람입니다.”
“무슨 말을 해야 할지”
이런 목소리들에 대해 안 의원 측 관계자는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모르겠다. 그냥 웃으면 되는 거냐?”라고 불쾌감을 에둘러 표현했다. 한 관계자는 “도대체 몇 번의 가정(假定)이 들어간 이야기냐. 할 말이 없다. 차기 대선이 4년이나 남았고 안 의원과 박 시장 모두 대선 출마를 선언한 상황도 아닌데 둘이 경쟁하면 박 시장이 이긴다는 이야기는 납득하기 어렵다. 다만 안 의원이 험한 파도가 올 때 비키고 싶어하는 경향이 있다고 하는데 절대 그렇지 않다”고 반박했다.
박창환 장안대 교수는 “(안 의원이 양보할) 일은 생기지 않는다고 본다. 본인이 한 번 양보하고, 한 번 하차하면서 많은 것을 느꼈을 것”이라며 “굳이 양보를 해야 한다면 서울시장 후보직을 양보받은 박 시장이 해야 옳다”고 했다. 김태일 영남대 교수는 “야권 단일 후보직은 건전한 경쟁 관계에서 양보할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니다”고 말했다. 15년 경력의 새누리당 보좌관도 “정치에 양보가 어디 있느냐. 안 의원이 2011년 박 시장에게 시장후보직을 양보했던 것은 갑자기 찾아온 인기를 관리할 능력이 없어, 정신 못 차리고 있을 때였기 때문에 가능했던 것”이라고 했다.
흔한 말로 ‘정치는 생물’이라고 한다. 바뀔 수 있는 것이 정치다. 1년도 아닌 4년 후를 예측하는 것은 어찌 보면 불가능한 일이다. 다만 모든 ‘생물’은 행동에서 일정한 습관과 반복적인 패턴을 갖기 마련이다. 정치도 마찬가지다.⊙
안 의원은 지난해 11월 22일 대선 예비후보직을 사퇴하고 미국으로 출국(2012년 12월 19일)하기 전 김 대표에게 전화를 걸어 출국인사를 하기도 했다. “잘 다녀오라”는 김 대표의 덕담에 안 의원은 “왜 실패했는지 꼼꼼히 따져보겠다”고 했다. 박 시장은 김 대표에게 도움을 받은 적이 있다. 김 대표는 2011년 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 공동선거대책위원장을 맡아 박 시장이 승리하는 데 일조(一助)했다. 박 시장과 안 의원의 정치적 인연은 유명하다. 여론조사상으로 가장 유력한 서울시장 후보였던 안 의원은 서울시장 보궐선거를 앞두고 한 자릿수 지지율을 기록하던 박 시장에게 후보직을 전격 양보한 바 있다.
하지만 공교롭게도 오랜 인연의 세 정치인은 10월 재보선, 내년 지방선거, 2016년 20대 총선, 2017년 19대 대선 등 선거 때마다 치열한 경쟁을 벌여야 한다. 야권의 맹주(盟主) 자리를 놓고서다.
安哲秀, 김한길과 정면승부 택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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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민주당이 10월 재보선에서 고전하면 김한길 체제는 흔들릴 수 있다. |
무소속 안철수 의원은 5월 14일 10월 재보궐선거에 후보를 내는 등 독자세력화를 시도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안 의원은 이날 오후 여의도 한 식당에서 취재진과 만나 “사람들을 구하면 (10월 재보선에) 도전할 것”이라고 했다.
그는 영입 기준으로는 ‘개인적 이해관계보다 대의를 중시하는 가치관’을 꼽으면서 “우리나라의 전반적인 구조개혁에 대해 큰 역할을 하고 싶다는 생각이 기본적으로 깔려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인재영입이 기대에 미치지 못해 10월 재보선에 지지세력 출마 계획을 중도에 포기할 가능성에 대해선 “그것은 아주 극단적인 경우”라고 밝혀 10월 재보선에 승부수를 던져 세력화에 나서겠다는 의지를 재차 확인했다. 10월 재보선 출마 후보군으로는 대선 캠프 출신의 내부 인사와 새로 영입할 외부 인사가 모두 포함된다고 밝혔다.
김 대표의 경우 당내 세력 기반이 허약하다. 당내에 김한길계로 분류할 만한 의원이 몇 명 되지 않는다. 전당대회에서 61%라는 안정적 득표율을 기록했지만 ‘반사이익(反射利益)’ 성격이 강하다. 총·대선에 패배한 친노 중심의 범주류 세력을 이번에 일선에서 일단 물러나게 해야 한다는 정서가 압도하면서 당내 비주류와 대구·경북, 충청 표가 김 대표에게 쏠렸다는 것이다. 때문에 만약 10월 재보선의 성적이 좋지 않으면 ‘김한길 체제’ 자체가 흔들릴 수 있다.
윤여준(尹汝寯) 전 환경부장관의 이야기다.
“작년 대선 때 민주통합당 문재인 후보 캠프 국민통합추진위원장을 맡으면서 비노(非盧), 반노(反盧)의 이야기를 들어보니 ‘아, 이 세력이 친노(親盧)와는 함께 가기 어렵겠구나’라는 판단이 섰습니다. 새누리당과 민주당의 감정의 골보다 더 깊더군요. 과연 이들이 당 안에서 선의의 경쟁을 하는 파벌로 공존이 가능하겠느냐는 의심이 들었습니다. 외부 충격(10월 재보선 패배)이 있다면 분당 가능성도 있다고 봅니다.”
정치평론가로 활약하고 있는 최창렬 용인대 교수도 비슷한 분석을 내놓았다. 최 교수는 “안 의원 측이 10월 재보선에서 좋은 성적을 거둔다면 민주당은 당 간판을 내려야 할 상황이 올 수 있다”며 “내부에 잠재된 계파갈등이 폭발할 것”이라고 했다.
현재 선거법이나 정치자금법, 기타 다른 법 위반 혐의로 1심이나 2심에서 의원직 상실형을 선고받아 항소심이나 최종심을 기다리는 지역구 의원(선거사무장·회계 담당자의 위반까지 포함)은 13명이다. 이 가운데 새누리당 의원 지역구가 수도권·충청권·영남권에서 모두 9곳이다. 민주당과 통합진보당, 무소속은 각각 2곳, 1곳에 불과하다. 민주당은 영남과 충청 7곳은 새누리당에 내어주더라도 수도권 4곳 중 2곳과 호남권 2곳에서 승리하면 선전한 것으로 계산하고 있다.
최근까지 민주당 수석 대변인을 맡았던 정성호 의원실 관계자는 “여당에 유리한 지역이 많아 솔직히 수치상으로는 이길 수 없다는 계산을 하고 있다”며 “호남의 경우는 안 후보 측과 치열한 대결을 펼칠 것 같은데 이곳에서 밀리면 끝이다. 총력전을 펼쳐 반드시 승리할 것”이라고 했다. 정 의원은 김 대표의 최측근이다.
호남 민심 놓고 大격돌
10월 재보선 결과는 안 의원에게도 중요하다. 결과에 따라 야권발(發) 정계 개편의 중심이 되느냐 결국 ‘300분의 1’이 돼 그동안 누렸던 대선주자의 위세가 꺾이느냐, 판가름난다. 그래서일까. 안 의원 측은 재보선이 예상되는 지역의 특성이나 과거 경향 등 기초적인 분석을 끝내고 선거에 출마할 만한 핵심 측근들을 준비시켜 놓은 것으로 알려졌다.
안 의원 측 상황을 잘 아는 관계자의 설명이다.
“안철수 의원의 정치 시계는 10월에 맞춰져 있습니다. 4월 재보선 때부터 이미 10월 재보선 준비를 시작했다고 보면 됩니다. 안 의원은 10월 선거에 출마할 만한 핵심 측근들을 일부러 노원병 지역 찬조연설자로 내세워 연설과 유세 연습을 시켰습니다. 4월 선거에서 최대한 선거 정치 경험을 쌓게 하자는 의도인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지난 5월 11일자 《조선일보》에 따르면 당시 안 의원의 노원병 유세에선 10월 출마 가능성이 큰 금태섭·조광희 변호사와 하승창 전 대선 캠프 대외협력팀장 등 측근들이 자주 찬조연설을 했고, 유세 현장에도 동행했었다. 또 안철수 대선 캠프에서 활동했던 이근식 전 행정자치부 장관, 오홍근 전 국정홍보처장, 이봉조 전 통일부 차관, 천근아 연세대 교수 등도 찬조연설자로 나섰다.
이에 대해 안 의원의 언론창구 역할을 하는 금태섭 변호사는 “후보는 정해지지 않았지만, 기본적으로 선거에는 (안 의원 사람들이) 출마한다는 입장”이라고 했다.
안 의원은 재보선 승리를 위해 팔을 걷어붙인 모습이다. 안 의원은 5·18광주민주화운동 기념일을 즈음해 부산과 광주를 잇달아 방문할 계획이다. 안 의원 쪽 관계자는 “고향인 부산을 들르고 광주를 방문하는 일정 등을 꼭 정치적으로 해석해야 하느냐”고 주장했다. 국회의원이 되고 난 후 첫 방문지로 부산과 광주를 택한 것은 예사롭지 않다. 더욱이 부산과 광주는 10월 재보선이 유력한 경남 양산과 전남 나주·화순 등과 인접해 있다. 양산은 안 의원 부친의 고향이기도 하다. 특히 안 의원은 광주에 들르고 나서 여수·순천을 방문하는 방안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져 눈길을 끈다. 이곳은 안 의원의 아내인 김미경(金美暻) 교수의 고향이지만, 역시 재보선 가능성이 점쳐지는 지역이기 때문이다.
민주당 관계자는 “신당이 됐든 지지자 모임 연합체가 됐든 안 의원이 본격적인 세력화에 나설 경우 최대 변수는 호남 민심일 수밖에 없다”며 “안 의원의 이번 광주 방문은 야권의 권력지도가 ‘민주당 대 안철수’로 공식화되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安哲秀 신당 창당 時點은?
안 의원이 정치 시계를 10월 재보선에 맞춰놓은 만큼 새누리당과 민주당의 관심은 안철수 신당이 언제 떠오를지에 쏠린다. 안 의원 측은 신당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공감대를 형성한 상태다. 금 변호사는 “지난 대선을 겪으며 안 의원과 저희 모든 사람이 조직과 세력의 필요성을 절실하게 느꼈기 때문에 그 (세력화) 작업을 해나가야 한다는 데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며 “그런 과정에서 신당 창당이 하나의 옵션(선택지)이 될 수 있다. 정치라면 정당을 떠나 생각할 수 없으므로 (신당 창당은) 있을 수 있는 일”이라고 했다.
안 의원의 측근인 무소속 송호창(宋皓彰) 의원도 지난 4월 30일 한 라디오 방송에 출연 “신당 창당 문제를 포함해 (안 의원과) 정치혁신에 대해 의논해 나갈 생각”이라고 밝혔다.
‘안철수 신당’과 관련한 취재 도중 정치권에 오래 몸담은 한 인사로부터 “안철수 쪽에서 곧 신당을 창당할 것인데, 신당 후보로 지방선거에 나가달라는 제의를 받았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사실이라면 안 의원 측은 벌써 물밑에서 신당 창당 준비작업을 하는 게 된다. 안 의원 측 윤태곤 비서관에게 문의했다. 윤 비서관은 안철수 대선 캠프에서 상황실 부실장으로 일했다. 그는 신당 창당 작업과 관련, “전혀 하지 않고 있다”고 주장했다. 창당과 관련한 조그마한 움직임도 없다는 것이다.
그는 ‘신당 창당 움직임이 전혀 없는데 신당 간판을 달고 지방선거에 나가달라는 요청을 받은 사람들은 무엇이냐’는 질문에 대해서는 “지난 대선 과정에서 저희와 실제 함께 일했던 포럼의 인사들이 신당 창당을 미리 준비하는 차원에서 주변에 이야기한 것일 수도 있고, 우리랑 전혀 상관없는 사람들이 그냥 이야기한 것일 수도 있다”고 답했다. 윤 비서관의 이야기가 맞다면 현실적으로 안철수 신당의 창당시기는 10월 재보선 이후가 된다. 당장 시작해도 10월 재보선까지는 5개월밖에 남지 않았다. 그래서 신당을 서둘러 만들지는 않을 것이라는 게 정치평론가들의 대체적인 전망이다. 결국 ‘안철수당’은 10월 재보선 이후에 모습을 드러낼 것으로 보인다. 그럼 10월 재보선 이후 언제일까.
박상병 박사는 “내년 지방선거 전 창당할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 10월 재보선에서 안철수 세력의 후보들이 유의미한 성과를 낸다면 신당이 탄력을 받을 수 있다”고 했다. 신율(申律) 명지대 교수도 “측근들과 지지자들에 의해 10월 재보선 직후 내년 6월 지방선거를 겨냥해 신당을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몇몇 전문가들은 창당 시점을 아예 내년 6월 지방선거 이후로 봤다. 황태순 위즈덤센터 수석연구위원은 “신당 창당은 10월 재보궐 선거, 2014년 6월 지방선거 결과를 지켜보고 나서 2016년 20대 총선 직전인 2015년도에 될 가능성이 크다”며 “그 이전에 어설프게 창당을 하면 제2의 문국현이 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김형준(金亨俊) 명지대 교수도 “민주당이 무기력한 상황에서 10월 재보선 때 신당을 만들 필요는 없다. 그리고 지방선거를 앞두고 정계 개편이 이뤄진 적이 없다는 점에서 신당 창당 시점이 지방선거 이후가 될 수 있다. 큰 틀의 정계 개편은 결국 2016년 총선을 앞두고 이뤄질 것”이라고 예측했다.
안 의원의 측근 인사도 “안 의원은 신당이라는 외형적 틀을 짜는 것보다 새 인물 영입을 통한 인적 세력화가 우선이라고 생각하고 있다”며 “10월 재보선과 내년 지방선거에 나갈 후보군을 찾는 데 주력할 것”이라고 했다.
여론조사기관 모노리서치가 지난 4월 25일 성인 남녀 1070명을 대상으로 일반전화 RDD(무작위 임의 걸기) 방식으로 여론조사를 시행한 결과(신뢰수준 95%, 표본오차 ±2.99%p) 안철수 신당이 내년 6월 지방선거 이전에 창당할 것이라는 답변이 24.7%로 가장 많았다. 그 뒤는 ‘오는 10월 재보궐 선거 전 창당(23.7%)’, ‘내년 지방선거 이후 창당(12.8%)’ 등이 이었다.
新黨 파괴력 미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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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철수 신당이 만들어지면 민주당과 호남 민심을 놓고 경쟁할 것으로 보인다. 사진은 작년 10월 4일 대통령 후보였던 무소속 안철수 후보가 광주를 방문했을 때 모습. |
경기 지역 민주당 재선의원의 말이다.
“10월 재보선에서 민주당이 패배하면 수많은 당원과 현역의원들이 안철수 신당 쪽으로 옮겨갈 것이란 예상이 많은데 민주당 127명의 현역의원 중 비노, 반노 의원이 몇 명일 것 같습니까. 20명도 안 됩니다. 친노는 기본적으로 안 의원과 같이하기를 원하지 않습니다. 20명 중에 어떤 일이 있어도 민주당에 남겠다는 의원이 10명이 넘습니다. 분석을 해봤는데 안철수 신당이 생길 경우 그쪽으로 당적을 옮길 의원은 많아 봐야 5명 정도입니다.” 그는 확실하게 옮겨갈 것 같다는 의원 3명의 실명을 거론하기도 했다.
김 대표와 가까운 의원도 “재보선에서 패배, 비노·반노 의원들이 안철수 신당으로 갈 가능성은 1% 이하”라고 못박았다. 민주당 조경태(趙慶泰) 최고위원도 “10월 재보선 결과와 관계없이 김한길 체제는 유지될 것”이라고 했다.
물론 민주당에 염증을 느껴온 당원들이 진보 진영에서 민주당을 대체할 정당이 나온다면 신당을 선택할 수도 있다.
강진군수를 지냈던 민주당 황주홍(黃柱洪) 의원은 “신당이 만들어지면 ‘안철수 신당’과 민주당은 전국에서 경쟁할 것”이라며 “민주당에 피로감이 있는 당원들은 신당이 민주당을 대체할 수 있다고 판단되면 신당을 선택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시사저널》이 여론조사 전문기관인 ‘리얼미터’에 의뢰해 4·24 재보선 결과가 나온 다음 날인 25일 전국 민주당원 1000명(대의원 625명, 권리당원 375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신뢰수준 95%, 오차범위 ±3.1%)를 실시한 결과 ‘안철수 의원 중심의 신당이 만들어지면 어떤 선택을 하겠는가’라는 질문에 26.9%가 ‘민주당 상황을 좀 더 지켜본 후 신당으로 옮길지를 고민하겠다’고 응답했다. ‘당장 신당으로 당적을 옮길 계획’이라는 응답은 6.0%였다. 당장이든 나중이든 민주당을 이탈해 신당으로 옮길 의사를 가진 대의원과 당원이 32.9%로 10명 중 3명꼴이었다.
“朴元淳, 安哲秀 신당으로 안 갈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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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원순 서울시장은 최근 안철수 신당이 창당돼도 가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밝혔다. |
박 시장은 최근 여러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민주당 후보로 서울시장 재선에 도전하겠다”고 천명했다. 박 시장은 지방선거 전 안철수 신당이 창당되면 그쪽으로 당적을 옮길 것이란 관측에 대해 “소설 같은 이야기”라며 “사람이 원칙과 상식을 갖고 있지 않느냐. 싫든 좋든 이미 입당했으므로 민주당 이름으로 출마할 것”이라고 일축했다. 박 시장이 민주당으로 출마한다는 것은 안철수 신당 후보 또는 안철수 측 무소속 후보와의 경쟁을 뜻한다. 어디까지나 가정이지만 박 시장이 입장을 바꿔 민주당을 탈당, 안 의원 측으로 가거나 안 의원 측이 후보를 내지 않는다면 대결을 피할 수도 있다. 하지만 그럴 가능성은 거의 없어 보인다.
황태순 위원의 이야기다.
“박 시장이 민주당을 탈당, 안 의원 측으로 간다는 것은 안 의원 밑으로 가는 게 됩니다. 그렇게 하겠습니까? 박 시장은 민주당에서 나름 독보적인 위치를 점하고 있습니다. 안 의원 밑으로 갈 이유가 없지요.”
경북 지역 3선의 새누리당 의원도 “본인은 부정하겠지만, 박 시장의 꿈이 커졌을 것”이라며 “안철수 신당으로 가면 안 의원에게 밀려 대선에 출마하지 못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절대 가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신율 교수의 주장도 비슷했다.
“우리나라 정당 역사를 보면 현직 대통령이 만들었거나, 지역적 맹주가 만들었거나, 지역에 기반을 둔 정당이 생명력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안철수 신당은 창당하더라도 이 세 가지에 포함되지 않습니다. 생명력이 없을 수 있지요. 문국현의 창조한국당과 같을 겁니다. 그런 곳에 박 시장이 왜 가겠습니까. 전통 있는 민주당에 남아서 대선 후보를 꿈꾸는 게 훨씬 낫습니다.”
시사평론가 유창선 박사는 ‘박원순과 안철수’라는 제목의 칼럼을 통해 “서울시장 자리는 민주당으로서도, 신당으로서도 놓칠 수 없는 전략적 승부처다. 이런 곳에서 박 시장이 민주당 후보로 나서고 신당의 또 다른 후보가 경쟁을 벌이는 구도가 전개된다면 두 사람 모두에게 상처가 될 가능성이 크다. 박 시장은 자신이 시장에 당선될 수 있도록 아름다운 양보를 했던 사람을 외면했다는 따가운 시선을 받을 것이고, 안 전 교수는 박 시장과 함께하지 못하는 정치력의 한계를 지적받게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4년 후 민주당과 安哲秀 대결의 승자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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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1년 9월 6일 안 의원이 박 시장에게 서울시장 후보직을 양보하는 모습. |
민주당 관계자들은 “정치는 생물이다. 박 시장이 민주당의 대선 후보가 된다는 가정은 너무 먼 미래의 이야기다. 4년 뒤 상황을 누가 알 수 있겠느냐”면서도 “만약 박 시장이 민주당 대선 후보가 돼 안 후보와 경쟁한다면 박 시장이 유리할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안 의원이 2012년과 마찬가지로 도중하차할 것이란 이유에서였다.
안 의원과 같이 일하다가 틀어져 2012년 문재인 의원 대선 캠프에서 일했던 인사는 이런 견해를 밝혔다.
“제가 작년에 민주통합당 선대위 공동위원장 한 분에게 ‘안 후보는 생전 실패를 해본 적이 없는 사람이라 자신이 실패하는 것을 수용하지 못할 것이다. 때문에 단일화 구도를 승패 구도로 몰면 나자빠질 것이다. 명예롭게 물러설 수 있는 쪽으로 구도를 몰아줘야 한다’고 이야기를 한 적이 있습니다. 안 후보가 중도 사퇴하면 아름다운 단일화가 성사되지 않지 않습니까. 그 걱정에 이런 건의를 했는데 아니나 다를까 안 후보가 사흘 후에 사퇴하더라고요. 안 후보는 이기기 어려운 싸움을 할 때, 지는 것보다 부전패(不戰敗)를 택하는 사람입니다. 그게 그나마 자기의 명예를 지키는 것이라 생각하는 것이지요. 험한 파도가 올 때 비키고 싶어하는 성향이 사라지지 않는다면 양보를 가장한 도중하차는 반복될 것입니다.”
새누리당 당직자는 “안 의원이 62년생이고, 박 시장이 56년생이다. 아마 야권 지지세력 사이에서는 젊은 안 의원이 19대는 박 시장에게 양보하고 20대 때 출마하라는 요구가 생길 것이다. 누구를 선택할지 애매할 때 그런 이야기가 나올 수 있다. 이명박 전 대통령과 박근혜 대통령이 맞붙었던 2007년 한나라당 대선 후보 경선 때도 그러지 않았느냐”고 했다. 실제 당시 이명박 대통령 경선 캠프에서는 연장자인 이 대통령이 먼저 대통령이 돼야 한다는 논리를 내세우기도 했다.
박 시장 측 정무라인과 자주 소통하는 한 인사는 박 시장의 정치력이 만만치 않아 안 의원이 상대하기는 어려울 것이란 말을 했다. 그의 전언이다.
“박 시장의 정치력이 보통이 아닙니다. 무서울 정도지요. 한번은 박 시장 정무비서관을 하는 선배를 만났어요. 그때가 작년 초인데 한창 강용석 의원이 박 시장 아들의 병역 문제를 물고 늘어질 때였습니다. 강 의원은 박 시장 아들이 ‘MRI 바꿔치기’로 병역을 기피했다며 자신이 입수한 박 시장 아들 MRI를 공개하기도 했습니다. 상황이 박 시장에게 불리하게 돌아가는 것 같아 그 선배에게 ‘가만히 있을 거야?’라고 물으니 ‘한방에 훅 갈 거야’라고 답하더라고요. 무슨 비책이 있나 했더니 곧바로 아들에게 서울시청 기자단 대표 참석하에 MRI 촬영을 시키더라고요. 그다음 어떻게 됐습니까? 말 그대로 강 의원은 한방에 가지 않았습니까. 박 시장은 누구보다 정치적인 사람입니다.”
“무슨 말을 해야 할지”
이런 목소리들에 대해 안 의원 측 관계자는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모르겠다. 그냥 웃으면 되는 거냐?”라고 불쾌감을 에둘러 표현했다. 한 관계자는 “도대체 몇 번의 가정(假定)이 들어간 이야기냐. 할 말이 없다. 차기 대선이 4년이나 남았고 안 의원과 박 시장 모두 대선 출마를 선언한 상황도 아닌데 둘이 경쟁하면 박 시장이 이긴다는 이야기는 납득하기 어렵다. 다만 안 의원이 험한 파도가 올 때 비키고 싶어하는 경향이 있다고 하는데 절대 그렇지 않다”고 반박했다.
박창환 장안대 교수는 “(안 의원이 양보할) 일은 생기지 않는다고 본다. 본인이 한 번 양보하고, 한 번 하차하면서 많은 것을 느꼈을 것”이라며 “굳이 양보를 해야 한다면 서울시장 후보직을 양보받은 박 시장이 해야 옳다”고 했다. 김태일 영남대 교수는 “야권 단일 후보직은 건전한 경쟁 관계에서 양보할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니다”고 말했다. 15년 경력의 새누리당 보좌관도 “정치에 양보가 어디 있느냐. 안 의원이 2011년 박 시장에게 시장후보직을 양보했던 것은 갑자기 찾아온 인기를 관리할 능력이 없어, 정신 못 차리고 있을 때였기 때문에 가능했던 것”이라고 했다.
흔한 말로 ‘정치는 생물’이라고 한다. 바뀔 수 있는 것이 정치다. 1년도 아닌 4년 후를 예측하는 것은 어찌 보면 불가능한 일이다. 다만 모든 ‘생물’은 행동에서 일정한 습관과 반복적인 패턴을 갖기 마련이다. 정치도 마찬가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