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장개척단 사업 위한 해외출장 강행군, 外遊 지적하더라”(문희갑 전 시장)
⊙ 예산권 쥔 議會 ‘벽’ 넘지 못해 현안 과제 백지화되는 경우 경험
⊙ 무소속 장점도 많지만 ‘與無野大’론 상식적으로 불가능
⊙ 예산권 쥔 議會 ‘벽’ 넘지 못해 현안 과제 백지화되는 경우 경험
⊙ 무소속 장점도 많지만 ‘與無野大’론 상식적으로 불가능
- 무소속은 당선이 되더라도 입법과 예산권을 쥔 국회의 벽을 넘지 못할 것이란 의견이 많다. 2010년 11월 19일 국회 예결위 정책질의가 민주당 의원들의 방해로 파행됐을 때의 모습.
“여당이 재집권하면 밀어붙이기로 세월이 지날 것이고, 야당이 집권하면 여소야대로 임기 내내 시끄러울 것입니다. 무소속 대통령이 여야 대선 후보보다 국정운영을 더 잘할 수 있습니다.”
무소속 안철수(安哲秀) 후보가 내놓은 이른바 ‘무소속 대통령론(論)’이다. 이를 둘러싼 정치적 논란은 거세다. 기존 정치권은 안 후보의 주장을 현실과 동떨어진 외침으로 판단하고 있다. 비록 기존 정당정치에 대한 불신이 극에 달하긴 했지만, 집권을 하고 국정을 운영하려면 정당정치에 기반을 둬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이러한 ‘무소속 대통령 불가론’에 대해서는 대표적인 친야(親野) 논객인 조국(曺國) 서울대 교수조차 동의한다. 그는 좌파 성향의 인터넷매체 《프레시안》과의 인터뷰에서 “무소속 대통령은 무조건 실패한다는 얘기를 하고 싶다. 예수님이 온다 해도 무소속 대통령은 정국을 이끌어 갈 수 없다”며 “새누리당과 민주당 양쪽을 모두 포괄하는 거국내각을 만든다? 그것은 환상”이라고 했다.
그럼에도 불구, 안 후보는 아직 정당을 멀리하고 있다. 때문에 대한민국 헌정사 최초로 무소속 대통령 탄생 가능성은 열려 있다. 무소속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된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안 후보의 이야기대로 초당적 국정운영을 이뤄 낼까, 아니면 국회의 동의를 구하지 못해 국민 여론에만 기댄 ‘포퓰리즘 정책’만 남발하다가 ‘실패한 대통령’이 될 것인가.
《월간조선》은 무소속 후보가 대통령이 됐을 때 대한민국이 어떻게 굴러갈지 가늠하는 차원에서 100%는 아니지만 나름 순도(純度)가 높은 무소속으로 지방선거에 출마, 당선됐던 전·현직 지방자치단체장들을 선정해 이야기를 들어 봤다. 지방정부는 중앙정부의 축소판으로 볼 수 있기 때문이다. 기성 정치권과 차별화하기 위해 주요 정당들과 거리를 둬 가면서 바닥을 다져 온 후보일수록 순도가 높은 무소속으로 볼 수 있다.
“무소속 되니 당 부탁전화 없더라”
가장 먼저 2010년 무소속으로 강진군수에 당선된 바 있는 민주통합당 황주홍(黃柱洪) 의원을 인터뷰했다.
황 의원은 2004년 11월 재선거와 2006년 6월 지방선거에서 민주당 소속으로 재선에 성공했지만 “정당이 자치단체장 후보자를 공천하면 돈 선거를 조장하고 지방행정이 중앙에 종속된다”는 이유를 들어 2010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민주당을 탈당, 무소속으로 민주당 ‘텃밭’에서 승리한 인물이다.
정당 소속과 무소속을 모두 경험한 황 의원은 “무소속이 더 낫다”고 주장했다. 공천권을 가진 국회의원의 눈치를 보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소신껏 일할 수 있다는 게 이유였다. “재선 때는 당 대표까지 전화를 걸어 인사청탁을 하더라고요. 끝까지 들어주지 않았지만 참 신경 쓰였습니다. 그런데 무소속으로 당선되니 그런 전화가 일절 없더라고요. 일하기 편했습니다.”
하지만 그도 강진군의회에 확실한 ‘우군(友軍)’이 없어, 자신이 관철하려던 정책이 발목 잡힐 때가 더러 있었다. 대표적인 경우가 강진군의 ‘제2 칠량 농공단지 조성사업’이 민주당 소속 군의원들의 반대로 무산된 것이다. 황 의원의 이야기다.
“재선 때 제1 칠량 농공단지를 조성했습니다. 강진군에 농공단지가 생긴 것은 처음이었습니다. 반응이 좋았습니다. 시장수요를 미리 다 조사했기 때문에 분양률이 높을 것이란 확신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3선이 된 후에 미래를 내다보고 옆 부지에 제2 농공단지를 조성하려고 했습니다. 그런데 민주당 소속 군 의원들이 ‘제1 농공단지의 분양률이 100%가 된 이후에 추진해도 늦지 않다’며 반대를 하더군요. 민주당 입장에서는 전혀 반대할 이유가 없는 사업인데도 말이에요. ‘행정은 몇 년을 내다봐야 합니다’라고 아무리 설득을 해도 먹혀들지 않았습니다. 반대가 너무 심해 ‘에잇, 안 하고 말지’ 했습니다. 결국 칠량 제2 농공단지 조성사업비를 삭감, 추진이 무산됐습니다.”
황 의원의 말이 사실이라면 반드시 추진되어야 할 사업임에도 불구, 입법과 예산권을 쥔 의회의 벽을 넘지 못해 정책을 현실화하지 못했다는 이야기가 된다.
당시 상황을 잘 아는 강진군의 한 인사는 “2011년 6월 27일 (주)한조가 강진 칠량 농공단지로 들어오면서 분양률이 58%가 됐다. (주)한조가 어떤 곳인가. 연 매출이 400억원에 달하는 우량기업 아닌가. 분위기가 좋을 때 칠량 제2 농공단지 조성사업에 박차를 가했어야 했는데 아쉽게 됐다”고 했다.
- 당시 군(郡)의 여론은 어땠습니까.
“앞으로 신규 농공단지가 조성되지 않으면 (주)한조 같은 대형규모의 기업 유치는 불가능하다는 여론이 비등했습니다.”
- 투자요건을 갖추지 않고서는 유망한 기업과 접촉은 크게 제한을 받게 될 것이라는 의견이 많았다는 이야기입니까.
“그렇지요. 새로운 공단조성이 시급히 이뤄져야 한다는 의견이 상당수였습니다.”
- 그런데 왜 군의회에서 예산이 삭감됐나요.
“(주)한조가 입주하기 전 칠량 농공단지의 분양률이 16%대밖에 안된다는 점을 이유로 들었는데, 그게 다가 아니었겠지요. 군수가 무소속인 것도 작용하지 않았겠습니까.”
지역경제 활성화 위한 결단이 특혜의혹으로 둔갑
그는 추가로 군 의원들이, 장학기금 일부를 농협에서 광주은행으로 옮겨 예치하기로 결정한 황 의원을 마치 비리가 있는 것처럼 몰아붙인 사례가 있었다는 점도 귀띔해 줬다. 당시 본회의(2010년 12월 15일) 회의록을 들춰봤다. 다음은 회의록을 요약한 것이다.
▲윤희숙 의원-“(장학기금 일부를 농협에서 광주은행으로 옮겨 예치한 것) 형평성에 어긋납니다.”
▲황주홍 군수-“윤 의원님 지적대로 군 금고 심의과정에서 ‘농협이 1위 했고 광주은행 2위 했다’, 저 부정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둘을 둘 수가 있고 셋을 둘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왜 윤 의원은 (제가) 광주은행에 특혜를 주는 것처럼 얼토당토않은 얘기를 하십니까?”
▲윤희숙 의원-“2010년도 강진농협에서 만기 된 예금이 하나도 다시 재입금되지 않은 상태에서 광주은행으로 다 갔던 부분을 지적하는 것입니다.”
▲황주홍 군수-“어떻게 이렇게 진실을 왜곡시키고 마치 강진군에서 전면적으로 광주은행에 특혜 준 것처럼 말씀하십니까. 현재, 대략 1000억원 안팎의 강진군 예산은 농협에, 79억원은 광주은행에 예치되어 있습니다. 사실상 광주은행은 농협의 10분의 1에도 못 미치는 돈을 강진군으로부터 예치 받고 있을 뿐입니다. 이게 어떻게 특혜입니까. 앞으로도 전국적인 주목과 찬사를 받는 강진군민장학재단이 강진교육을 살리는 중추적인 역할을 다할 수 있도록 적극적인 지원과 협조를 부탁드립니다.”
여러 경로를 통해 사실을 확인한 결과 강진군은 장학기금 조성 초기단계인 지난 2006년 광주은행의 ‘민원성 항의’를 받자 내부 협의를 거치고 농협과 광주은행 양측의 동의를 받아 기금을 형평성 있게 예치하기로 했다.
이에 황 의원은 2008년 말, 1000억원대에 이르는 일반회계, 특별회계, 기금 등 규모가 큰 군 예산의 예치는 종전대로 강진군 농협으로 하되, 그 차선책으로 100억원 내외에 이르는 강진군민장학재단의 인재육성기금은 광주은행에 예치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방침을 세웠다.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해 군 금고인 농협과 지역은행인 광주은행에 형평성 있게 예산을 예치했을 뿐인데 군 의원으로부터 특혜 의혹을 받은 셈이다. 황 의원은 “꼭 무소속의 한계로 보지 않는다”고 했다. 하지만 황 의원이 정당에 몸담고 있었다면 그렇게까지 인정사정 볼 것 없이 공세를 폈을까 하는 의문은 가시지 않았다.
“눈물 흘린 적도 있다”
대구 달성군 화원읍 본리리에서 만난 문희갑(文熹甲) 전 대구시장도 비슷한 이야기를 들려줬다.
문 전 시장은 무소속 신분으로 1995년 민선 1기 대구시장으로 당선됐다. 12대(민정당·전국구), 13대(민자당·대구 서구갑) 국회의원을 역임한 그는 14대 총선(1992년)에서 대표적인 5공(共) 인사였던 정호용(鄭鎬溶) 전 의원에게 패배한 직후인 1993년 미국으로 건너가 예일대학교 산림 및 환경대학원 객원 교수를 맡았다. 1년 뒤 계명대 초빙교수로 임명돼 한국으로 돌아온 그는 1995년 실시된 민선 1기 지방선거에 무소속으로 출마해 조해녕(曺海寧), 이해봉(李海鳳), 이의익(李義翊) 등 쟁쟁한 후보들을 꺾었다. 카리스마가 넘치는 문 전 시장이었지만 정당에 소속된 국회의원들과 시(市)의원들은 그의 역점 정책에 사사건건 제동을 걸었다. 문 전 시장은 당시 상황을 이렇게 설명했다.
“가장 대표적으로 트집 잡힌 것이 월드컵경기장 사업이었습니다. 월드컵을 앞두고 대구에 종합월드컵경기장을 건설하게 됐습니다. 저는 언젠가 대구도 올림픽을 개최해야 한다고 생각해 세계 제일의 경기장을 지으려 했습니다. 그래서 당초 4만석 규모로 짓자는 것을 6만7000석으로 확대했습니다. 그때 어땠는지 아십니까. 국회의원이란 국회의원은 다 제 욕을 했습니다. 경기장을 왜 이렇게 넓게 만드느냐고 트집을 잡는데 그때 애먹은 것은 말로 표현 못합니다. 예산지원은 당연히 없었고요. 제가 경제기획원 예산실장, 경제기획원 차관 했을 때 인맥을 동원해서 겨우 예산을 확보해서 건설할 수 있었습니다. 제가 준공식(竣工式) 할 때 울었습니다.”
대구 종합월드컵경기장은 1997년 10월 2일 기공식을 가지고 2001년 5월 준공식을 가졌다. 당시 비판받았던 월드컵경기장 사업은 10년 후 ‘2011 대구세계육상선수권 대회 유치 성공’의 요인 중 하나로 평가받았다. 또 이런 일화도 취재 도중 들을 수 있었다. 1995년 선거를 앞두고 김영삼(YS) 전 대통령의 영입제의를 일축, 무소속 시장의 설움을 톡톡히 겪었다는 것이다. 문 전 시장의 말이다.
“제가 무소속 출마를 선언했는데 YS가 민자당 공천을 줄 테니 출마하라고 했습니다. 하지만 저는 그 전부터 무조건 무소속으로 도전하려고 마음을 먹은 상태였습니다. YS가, 낙선하면 부총리로 임명하겠다는 카드를 제시했지만 무소속 출마를 강행했습니다. 다행히 당선이 됐는데 YS가 그렇게 애를 먹이더라고요. 대표적인 게 위천공단 추진 건인데 아무리 부탁해도 끝까지 위천을 국가산업단지로 지정해 주지 않더라고요. 하여튼 시·도지사 회의 때마다 (YS와) 전쟁을 치렀습니다.”
인신공격성 발언 亂舞
무소속이었던 문 전 시장은 대구시의원들과도 불편한 관계였다. 양측의 갈등은 문 전 시장이 야심 차게 추진한 ‘시장개척단 사업’을 계기로 폭발했다. 문 전 시장은 1995년 지역경제 국제화와 수출시장 다변화를 위해 ‘시장개척단 사업’을 펼쳤다.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에 의존해 파견되던 기존 개척단 사업과는 달리 문 전 시장이 기획한 사업은 현지 지방정부, 의회, 상공단체 등에 지역 중소기업이 만든 제품을 직접 설명할 수 있었다. 이 과정에서 와인오프너를 제작하는 한 중소기업은 세계 최고의 유명 백화점인 영국의 해로드(Harrods) 백화점에 납품할 기회가 주어지기도 했다.
하지만 시의회 의원들은 외유(外遊)성 출장이라고 비판했다. “석고대죄하라”는 이야기까지 나왔다. 적지 않은 나이에 비행기를 수십 시간씩 타고 빡빡한 일정에 쫓기며 해외시장 개척에 나서기 쉬운 일이 아닌데 놀러 나간다 듯한 오해를 하고, 하는 일마다 못마땅하게 여기는 인사들이 야속하기만 했다. 다음은 당시 상황을 잘 아는 전직 대구시 공무원과의 일문일답이다.
- 시장개척단에 대한 평가가 어땠나요.
“1999년도였을 겁니다. 시장개척단이 네덜란드, 덴마크, 터키에서 수출상담을 벌여 2795만 달러를 계약한 적이 있습니다. 또 2000년도에는 요르단에서 상담추진액 824만7000달러와 계약예상액 327만 달러, 쿠웨이트에서 상담추진액 1124만3000달러와 계약예상액 320만 달러 실적을 각각 올리는 등 괜찮은 성과를 거뒀다는 평가가 있었습니다.”
사실 확인을 위해 언론 기사 등 과거 자료들을 분석한 결과 문 전 시장은 지방자치단체장으로는 처음으로 해외시장개척단을 직접 인솔, 대구지역업체 생산품 세일즈에 나서 큰 성과를 거둔 점이 인정돼 1996년 지방자치단체 경제활성화 부문 대상을 수상했다.
- 대구시가 지난 95년부터 추진 중인 ‘해외시장 개척사업’에 참가한 지역 중소업체 중 24%가 실제로 수출계약 성과도 올리지 못하고 부도처리된 것으로 나타났다는 자료도 있던데요.
“실제 부도가 났거나 폐업한 업체는 13%였습니다.”
당시 대구시의회 행정자치위원회 소속 이성수 의원은 문희갑 대구시장이 취임한 지난 95년부터 2001년까지 해외시장 개척활동에 참여한 151개 기업 중 76개 업체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18개 업체(24%)가 부도처리되고, 3개 사는 소재 불명, 1개 사는 영업정지된 것으로 나타났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구시는 “151개 전(全) 업체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실제 부도가 났거나 폐업한 업체는 11개(13.2%)”라고 반박했다.
- 문 전 시장이 무소속이라 시 의원들과 껄끄러웠던 것입니까.
“그런 것도 있었습니다. 무소속인데도 ‘밀어붙이기’ 식으로 업무를 추진하니까 더 그랬지요.”
1999년 8월 31일 자 《영남일보》에 실린 취재수첩은 당시 상황을 잘 설명해 준다.
<문 시장과 시의회 사이에 또 불협화음이 나오고 있다. 문 시장이 오는 5일부터 11박12일 일정으로 네덜란드, 덴마크, 터키 등 3개국 유럽 거점도시 해외시장개척단 단장으로 나가는 문제 때문이다. 시의회는 이 기간에 문 시장이 단장으로 외유를 떠나는 것은 시기적으로 바람직하지 못하다는 입장이다. 가장 중요한 내년도 예산문제가 오는 9월 정기국회에서 다뤄지고, 시의회 임시회도 7일부터 14일까지 개최되는데 시장이 하필 단장으로 나갈 필요가 있느냐는 것. 그러나 일각에서는 시의회의 이러한 주장이 명분에 지나지 않는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명분의 뒷배경에는 문 시장에 대한 불만이 가득하다는 것이다. 전에 말 한마디 없다가 출국이 임박한 지난 27일 갑자기 점심에 초대하는 등 ‘시민의 대표기관인 시의회를 무시’한다는 섭섭함이 내포돼 있다는 분석이다.>
“살림이 어려운데 나무만 심다니”
민선 1, 2기 대구시장이었던 문 전 시장은 임기 동안 도심 녹지 확보와 나무 심기에 전력(專力)했다.
인도(人道) 등 여유가 있는 공간에는 두 줄로, 교통체계를 개선하며 발생한 자투리땅은 물론 와룡로 같은 큰 도로에는 아스팔트를 걷어 내고 심었다. 대구의 관문인 대구국제공항은 발주청이 중앙정부 산하 부산지방항공청임에도 수차례 실무접촉을 하고, 항공청장을 대구로 부르기까지 했다. 신천둔치는 하천법상 큰 나무를 심을 수 없는데도 심었다. 하지만 당시 의회는 물론 시민의 시각은 곱지 않았다. “대구시 살림이 어려운데 지나치게 나무를 많이 심는다” “작은 나무를 심지 않고 왜 큰 나무를 심느냐” “가로수 잎이 간판을 가려 장사가 안된다”는 등 비난이 일었다.
“대구를 숲의 도시로 만들고 싶었습니다. 대구는 1907년 기상관측 후 매년 여름철 최고기온을 기록하던 폭염도시였는데 나무심기의 영향으로 여름철 평균기온이 1도 정도 떨어졌습니다. 사업을 추진할 때 돈 많이 쓴다고 욕을 많이 먹었는데 당시 나무 심기에 투자된 돈은 1년에 150억원 정도로, 이는 대구시 일반회계 세출 예산의 1%에 불과했습니다.”
당시 ‘나무 시장’이라는 비판을 받았던 문 전 시장의 ‘푸른 대구 가꾸기 사업’에 대한 현재 평가는 이렇다.
<문 전 시장의 선견지명(先見之明) 덕분에 ‘삭막함’으로 알려져 왔던 대구가 전국적으로 ‘나무가 우거진 도시’로 각인되고 있다.>
문 전 시장과의 인터뷰를 끝내고 대구 서구에 있는 서중현(徐重鉉) 전 서구청장의 사무실로 발걸음을 옮겼다. 서 전 구청장은 서구에서는 유명인이다.
1988년 13대 국회의원 선거 출마로 정치에 발을 들여놓고 나서 17대까지 국회의원 선거에서만 다섯 번, 시의원 선거에서만 세 번 고배를 마신 뒤에야 2008년 6월 서구청장에 당선됐다. ‘단골 출마’ ‘습관성 출마’ ‘중독성 출마’라는 비아냥이 늘 따라다녔지만 어쩔 수 없었다. 그만큼 새누리당 ‘텃밭’인 대구에서 무소속으로 당선되는 일은 어려웠다.
서 전 청장은 ‘야권 성향’의 정치인이다. 첫 도전이었던 13대 총선에서도 고(故) 제정구(諸廷坵) 의원이 이끈 한겨레민주당 소속으로 출마했다. 하지만 대구의 보수적 표심은 꿈쩍도 하지 않았다. 이후 서 전 청장은 오랜 기간 무소속의 길을 걸어왔다. 2008년 6·4 재보궐 선거에서 승리한 서 전 청장은 2010년 6·2 지방선거에서도 무소속으로 당선, 재선에 성공했다. 하지만 19대 총선 출마를 위해 청장직에서 물러났다. 결과는 패배였다.
“서 청장, 그렇게 할 일이 없어요?”
‘대구경제살리기운동본부’라고 적힌 허름한 사무실에서 만난 서 전 청장은 “현역 국회의원이 도와주지 않으면 구청장이 할 수 있는 일이 없어서 (국회의원에)출마했다”고 했다. 목소리에 억울함이 묻어났다.
“나름대로 대구에서 가장 낙후된 서구를 좀 발전시켜 보겠다고 계획을 세워서 지역 국회의원(당시 홍사덕 의원)에게 가져가면 거의 퇴짜를 맞았어요.”
실제 새누리당 홍사덕(洪思德) 전 의원과 서 전 청장의 관계는 원만치 않았다. 홍 전 의원 입장에서는 자신이 공천한 후보를 두 번이나 꺾은 서 전 청장이 달가울 리 없었다. 옳고 그름을 떠나 홍 전 의원과 서 전 청장은 주요 사안마다 이견(異見)을 보였다. 서 전 청장의 이야기다.
“서구에 40년 된 서부시장이 있습니다. 한때 대구의 4대 시장으로 꼽힐 정도로 유명한 시장이었죠. 하지만 너무 낡아서 시장 기능을 전혀 살릴 수 없었습니다. 재건축을 하려고 했는데 솔직히 재건축은 경제논리로 따지면 불가능했습니다. 국회의원과 대구시장의 결심이 있어야 가능했지요.
그래서 당시 국회의원에게 지역의 재건축추진위원회 분들을 좀 만나 달라고 부탁을 해서 어렵게 자리를 마련했습니다. 그런데 그 의원이 이렇게 이야기하더군요. ‘서 청장, 그렇게 할 일이 없어요? 이것은 청장이 할 수 있는 일이 아닙니다. 재건축 안되는데 왜 자꾸 하려고 합니까!’ 재건축이 힘들다는 건 알았지만, 대놓고 면박을 주니, 정말 슬프더라고요. 그때 결심했죠. 총선 출마를요.”
서대구 공단 재정비 사업을 놓고도 홍 전 의원과 서 전 청장은 대립했다. 서 전 청장은 서대구공단에 스타 기업이나 벤처 기업을 유치해 첨단산업단지로 개발하겠다는 구상이었지만 홍 전 의원은 교육기관 유치에 관심을 보였다.
내용을 잘 파악하고 있던 서구청 출입기자는 “서 전 청장은 대기업이나 외국 첨단 기업을 유치해 노후화한 서대구공단을 첨단산업단지로 탈바꿈시킬 계획이었지만 홍 전 의원은 ‘서대구공단에 들어올 대구 스타 기업이 2곳밖에 없는 등 기업 유치가 성과를 낼지 의문이 든다’며 대학 등 교육기관을 유치하는 것이 지역개발을 위해 보다 효율적이라는 의견을 개진했다. 자치단체장과 국회의원이 사업내용을 두고 왈가왈부할 게 아니라 먼저 재정비 지구 지정과 예산확보 등 숙제를 해결하는 데 힘을 모아야 할 때였는데 참 아쉬웠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해 줬다.
두 사람이 일선에서 물러난 현재 서대구 공단은 물류 및 유통산업, 융합 신섬유 등을 중심으로 한 도심형 복합산업공간으로 육성될 방침이다. 대구시 고위 관계자는 “디지털 밸리로 변신한 서울 구로공단처럼 발전시킬 것”이라고 했다.
“못하는 거지 뭐”
무소속으로 재선에 성공한 오세창(吳世昌) 동두천 시장은 취재원 중 유일한 현역이다. 현역 중에는 순수 무소속에 가깝다고 판단할 수 있는 지자체 장이 거의 없어 선정(選定)에 애를 먹던 차에, 민주통합당 의원으로부터 오 시장이 정당정치에 회의를 느끼고 오랜 기간 무소속으로 활동했다는 이야기를 듣고 만나게 됐다.
오 시장은 1983년 우연한 기회에 민정당 홍우준(洪禹俊) 전 의원의 보좌관으로 정치권에 발을 담갔다. 경기북부 지역에 소재한 경민대학 설립자인 홍 전 의원은 현 3선인 홍문종(洪文鐘) 의원의 아버지다. 이때부터 오 시장은 총선에 나선 여당의 동두천시 국회의원 후보들을 수석참모 입장에서 도왔다. 정치인의 꿈을 이루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당선이 된 의원들은 오 시장을 모른 척했다.
“그때 생각했습니다. 너희와 정치해서는 안되겠다. 그래서 그때부터 무소속으로 선거에 출마했습니다.”
1995년 제4대 경기도의회 도의원으로 선출된 그는 이인제(李仁濟) 당시 경기도지사의 권유로 신한국당에 잠시 입당했다가 다시 무소속 길을 걸었다. 2007년 4월 재보궐 선거에 무소속으로 출마해 당선된 오 시장은 2010년 지방선거에서 승리, 재선에 성공했다.
그는 시의회나 현역 국회의원들 때문에 발목을 잡힌 사업이 있느냐는 첫 질문에 소방서 센터건물 리모델링 사업 하나밖에 없다고 했다. 자세한 설명을 듣고 싶었지만 오 시장은 “아주 지엽적인 문제”라고 했다. 계속 묻자 “시의회에서 홍보성 사업이라고 예산을 깎아서 사업이 1년 정도 늦춰졌다”고 답했다. 오 시장은 언급을 삼갔지만 시의회 관계자에게 자세한 내막을 들을 수 있었다. 그의 전언이다.
“시와 시의회의 갈등은 2011년 2월 집행부가 요구한 일부 추경예산안에 대해 의회가 반대하면서 시작됐습니다. 시는 생연동 옛 소방서 터와 3층짜리 건물을 당초 매각하기로 했던 입장을 바꿔 리모델링한 뒤 1층은 CCTV통합센터로, 2~3층은 종합사회복지센터로 활용키로 하고 관련 안건과 예산을 시의회에 제출했지요.
의회는 이와 관련, 지난달 31일 리모델링 공사 예산 4억8000만원을 전액 삭감했고, 이에 따른 공유재산 관리계획 변경안도 부결 처리했습니다. 또 경기도 지침인 자원봉사센터 직원들의 직급 상향 조정에 따른 인건비 증가 예산은 물론 민간인 국제교류 국외여비와 외국인 업무지원 및 주부모니터단 운영비 등 총 6억2000여만원을 전액 삭감해 버렸습니다. 과거 같으면 통과시켜 줬을 예산들이었습니다. 무소속 시장을 향한 특유의 발목잡기였다고 봅니다.”
그가 말을 이었다. “‘오 시장이 지난해(2010년) 행정사무감사 때 행정재산으로 활용하라는 주문을 했던 의회가 뚜렷한 대안제시도 없이 갑자기 입장을 바꾼 것은 이해할 수 없다’고 반발했지만, 의원들은 요지부동이었지요. 결국 오 시장도 ‘못하는 거지 뭐…’라며 불쾌한 심기를 드러냈습니다.”
이에 익명을 요구한 동두천 시의원은 “소방서 터와 건물을 팔지 못한 것은 시의 잘못으로 비롯됐다. 사회복지단체 입주에 따른 형평성 논란과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한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는 게 의원들의 공통된 주장”이라고 반박했다. 무소속의 설움이 느껴질 만할 사안이지만 오 시장은 “(무소속으로 인한) 애로사항은 전혀 없다. 무소속이라 손해를 본 단체장이 있다면 그분의 노력이 모자랐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무소속 대통령론을 둘러싼 甲論乙駁
인터뷰에 응한 전·현직 지방자치단체장들은 ‘의회의 발목잡기’는 인정하면서도 무소속이 일하기에는 편하다고 입을 모았다. 무소속으로 받는 설움보다 정당으로부터의 해방이 더욱 ‘득’이 많다는 논리다. 무소속이라 당장 중앙정부의 예산지원에서 불이익을 받을 것으로 판단됐지만, 그들은 “지방자치단체 예산은 이미 정해져 있어 그럴 일이 거의 없고, 혹시 있다고 하더라도 운영하는 데 전혀 어려움이 없는 미미한 수준”이라고 했다.
오 시장은 “지역구 국회의원들은 단체장이 무소속이라고 해도, 자신의 선거운동을 위해서 예산확보 활동을 열심히 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황 의원도 “현역의원이 무소속 단체장과 불편한 관계라고 해서 예산을 못 따 오는 일은 없을 것이다. 가져오는 것이 자신들에게 이득이 되는 게 뻔한데 누가 예산확보를 등한시하겠는가”라고 동의했다.
문 전 시장 또한 “무소속 대통령이 나오면 왜 안 되는가. 무소속 대통령이 초당적 국정운영을 하겠다는 확고한 의지를 갖는다면 여·야 없이 국가이익에 우선하는 국정운영을 처음 시도해 볼 기회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진정 여소야대도 아닌 여무야대(與無野大) 국회의 무소속 대통령이 자신이 관철하려는 국정과제를 현실화시킬 수 있을까. 물론 대통령이 높은 지지율을 유지한다면 국민에게 직접 호소하면서 여론과 국민적 지지를 바탕으로 국회를 압박하는 방법이 있지만, 대통령의 높은 지지율은 1년을 버티기 어려운 것이 대한민국의 현주소다.
그렇다면 정치학자, 여론조사 전문가, 정치평론가 등 전문가들은 이들의 주장을 어떻게 생각할까.
신율(申律)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민주주의는 효율성을 최고로 추구하는 것은 절대 아니지만 일을 하려면 어느 정도의 뒷받침이 있어야 한다”며 “정당이 없는 대통령은 시민사회 등과 부딪칠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홍성걸(洪性傑) 국민대 행정학과 교수도 “무소속으로 당선됐다고 치자. 박원순 시장을 봐라. 무소속으로 당선돼서 민주당으로 들어갔음에도 아무것도 못하고 있다. 박 시장을 지지하는 의원들이 없기 때문이다. 무소속 대통령을 할 수 있음 해 보라고 해라. 아마 식물 대통령이 되고 말 것이다. 우리 사회와 제도에서는 무소속 대통령이 불가능하다고 본다”고 밝혔다.
박창환 장안대 교수 또한 “무소속 대통령이 초당적으로 다른 정당과 함께 꾸려 나가려 하다가 실패한 사례는 외국에도 있다”며 “무소속 대통령이 성공하려면 임기 내내 인기가 70~80% 돼야 하는데 그건 사실상 불가능한 일”이라고 예상했다.
與無野大 상식적 해법과는 거리 멀어
무소속은 장점도 있지만 분명히 단점도 존재한다. “무소속이 좋다”고 했던 전·현직 자치단체장들도 몇 번씩 의회에 발목이 잡혀 추진해야 할 정책을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접는 경우가 생겨났다. 눈물이 날 정도로 자존심 상하는 말을 듣기도 했다. 이런 상황이 꼭 무소속이었기 때문에 발생했다고 확신할 수는 없다. 하지만 ‘팔은 안으로 굽는다’는 속담처럼 같은 편에게 모질지 못한 것이 현실이다.
안철수 후보는 여소야대 국회에 끌려다니는 것보다 여당이 아예 존재 않는 여무야대 국회를 설득하는 편이 국정운영에 도움이 된다고 했다. 이 주장이 과연 상식적인 해법(解法)이 될 수 있을까. 헌법 8조는 대한민국은 정당국가라는 원칙을 천명(闡明)하고 있다.⊙
무소속 안철수(安哲秀) 후보가 내놓은 이른바 ‘무소속 대통령론(論)’이다. 이를 둘러싼 정치적 논란은 거세다. 기존 정치권은 안 후보의 주장을 현실과 동떨어진 외침으로 판단하고 있다. 비록 기존 정당정치에 대한 불신이 극에 달하긴 했지만, 집권을 하고 국정을 운영하려면 정당정치에 기반을 둬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이러한 ‘무소속 대통령 불가론’에 대해서는 대표적인 친야(親野) 논객인 조국(曺國) 서울대 교수조차 동의한다. 그는 좌파 성향의 인터넷매체 《프레시안》과의 인터뷰에서 “무소속 대통령은 무조건 실패한다는 얘기를 하고 싶다. 예수님이 온다 해도 무소속 대통령은 정국을 이끌어 갈 수 없다”며 “새누리당과 민주당 양쪽을 모두 포괄하는 거국내각을 만든다? 그것은 환상”이라고 했다.
그럼에도 불구, 안 후보는 아직 정당을 멀리하고 있다. 때문에 대한민국 헌정사 최초로 무소속 대통령 탄생 가능성은 열려 있다. 무소속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된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안 후보의 이야기대로 초당적 국정운영을 이뤄 낼까, 아니면 국회의 동의를 구하지 못해 국민 여론에만 기댄 ‘포퓰리즘 정책’만 남발하다가 ‘실패한 대통령’이 될 것인가.
《월간조선》은 무소속 후보가 대통령이 됐을 때 대한민국이 어떻게 굴러갈지 가늠하는 차원에서 100%는 아니지만 나름 순도(純度)가 높은 무소속으로 지방선거에 출마, 당선됐던 전·현직 지방자치단체장들을 선정해 이야기를 들어 봤다. 지방정부는 중앙정부의 축소판으로 볼 수 있기 때문이다. 기성 정치권과 차별화하기 위해 주요 정당들과 거리를 둬 가면서 바닥을 다져 온 후보일수록 순도가 높은 무소속으로 볼 수 있다.
“무소속 되니 당 부탁전화 없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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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민주통합당 황주홍 의원. |
황 의원은 2004년 11월 재선거와 2006년 6월 지방선거에서 민주당 소속으로 재선에 성공했지만 “정당이 자치단체장 후보자를 공천하면 돈 선거를 조장하고 지방행정이 중앙에 종속된다”는 이유를 들어 2010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민주당을 탈당, 무소속으로 민주당 ‘텃밭’에서 승리한 인물이다.
정당 소속과 무소속을 모두 경험한 황 의원은 “무소속이 더 낫다”고 주장했다. 공천권을 가진 국회의원의 눈치를 보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소신껏 일할 수 있다는 게 이유였다. “재선 때는 당 대표까지 전화를 걸어 인사청탁을 하더라고요. 끝까지 들어주지 않았지만 참 신경 쓰였습니다. 그런데 무소속으로 당선되니 그런 전화가 일절 없더라고요. 일하기 편했습니다.”
하지만 그도 강진군의회에 확실한 ‘우군(友軍)’이 없어, 자신이 관철하려던 정책이 발목 잡힐 때가 더러 있었다. 대표적인 경우가 강진군의 ‘제2 칠량 농공단지 조성사업’이 민주당 소속 군의원들의 반대로 무산된 것이다. 황 의원의 이야기다.
“재선 때 제1 칠량 농공단지를 조성했습니다. 강진군에 농공단지가 생긴 것은 처음이었습니다. 반응이 좋았습니다. 시장수요를 미리 다 조사했기 때문에 분양률이 높을 것이란 확신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3선이 된 후에 미래를 내다보고 옆 부지에 제2 농공단지를 조성하려고 했습니다. 그런데 민주당 소속 군 의원들이 ‘제1 농공단지의 분양률이 100%가 된 이후에 추진해도 늦지 않다’며 반대를 하더군요. 민주당 입장에서는 전혀 반대할 이유가 없는 사업인데도 말이에요. ‘행정은 몇 년을 내다봐야 합니다’라고 아무리 설득을 해도 먹혀들지 않았습니다. 반대가 너무 심해 ‘에잇, 안 하고 말지’ 했습니다. 결국 칠량 제2 농공단지 조성사업비를 삭감, 추진이 무산됐습니다.”
황 의원의 말이 사실이라면 반드시 추진되어야 할 사업임에도 불구, 입법과 예산권을 쥔 의회의 벽을 넘지 못해 정책을 현실화하지 못했다는 이야기가 된다.
당시 상황을 잘 아는 강진군의 한 인사는 “2011년 6월 27일 (주)한조가 강진 칠량 농공단지로 들어오면서 분양률이 58%가 됐다. (주)한조가 어떤 곳인가. 연 매출이 400억원에 달하는 우량기업 아닌가. 분위기가 좋을 때 칠량 제2 농공단지 조성사업에 박차를 가했어야 했는데 아쉽게 됐다”고 했다.
- 당시 군(郡)의 여론은 어땠습니까.
“앞으로 신규 농공단지가 조성되지 않으면 (주)한조 같은 대형규모의 기업 유치는 불가능하다는 여론이 비등했습니다.”
- 투자요건을 갖추지 않고서는 유망한 기업과 접촉은 크게 제한을 받게 될 것이라는 의견이 많았다는 이야기입니까.
“그렇지요. 새로운 공단조성이 시급히 이뤄져야 한다는 의견이 상당수였습니다.”
- 그런데 왜 군의회에서 예산이 삭감됐나요.
“(주)한조가 입주하기 전 칠량 농공단지의 분양률이 16%대밖에 안된다는 점을 이유로 들었는데, 그게 다가 아니었겠지요. 군수가 무소속인 것도 작용하지 않았겠습니까.”
지역경제 활성화 위한 결단이 특혜의혹으로 둔갑
그는 추가로 군 의원들이, 장학기금 일부를 농협에서 광주은행으로 옮겨 예치하기로 결정한 황 의원을 마치 비리가 있는 것처럼 몰아붙인 사례가 있었다는 점도 귀띔해 줬다. 당시 본회의(2010년 12월 15일) 회의록을 들춰봤다. 다음은 회의록을 요약한 것이다.
▲윤희숙 의원-“(장학기금 일부를 농협에서 광주은행으로 옮겨 예치한 것) 형평성에 어긋납니다.”
▲황주홍 군수-“윤 의원님 지적대로 군 금고 심의과정에서 ‘농협이 1위 했고 광주은행 2위 했다’, 저 부정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둘을 둘 수가 있고 셋을 둘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왜 윤 의원은 (제가) 광주은행에 특혜를 주는 것처럼 얼토당토않은 얘기를 하십니까?”
▲윤희숙 의원-“2010년도 강진농협에서 만기 된 예금이 하나도 다시 재입금되지 않은 상태에서 광주은행으로 다 갔던 부분을 지적하는 것입니다.”
▲황주홍 군수-“어떻게 이렇게 진실을 왜곡시키고 마치 강진군에서 전면적으로 광주은행에 특혜 준 것처럼 말씀하십니까. 현재, 대략 1000억원 안팎의 강진군 예산은 농협에, 79억원은 광주은행에 예치되어 있습니다. 사실상 광주은행은 농협의 10분의 1에도 못 미치는 돈을 강진군으로부터 예치 받고 있을 뿐입니다. 이게 어떻게 특혜입니까. 앞으로도 전국적인 주목과 찬사를 받는 강진군민장학재단이 강진교육을 살리는 중추적인 역할을 다할 수 있도록 적극적인 지원과 협조를 부탁드립니다.”
여러 경로를 통해 사실을 확인한 결과 강진군은 장학기금 조성 초기단계인 지난 2006년 광주은행의 ‘민원성 항의’를 받자 내부 협의를 거치고 농협과 광주은행 양측의 동의를 받아 기금을 형평성 있게 예치하기로 했다.
이에 황 의원은 2008년 말, 1000억원대에 이르는 일반회계, 특별회계, 기금 등 규모가 큰 군 예산의 예치는 종전대로 강진군 농협으로 하되, 그 차선책으로 100억원 내외에 이르는 강진군민장학재단의 인재육성기금은 광주은행에 예치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방침을 세웠다.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해 군 금고인 농협과 지역은행인 광주은행에 형평성 있게 예산을 예치했을 뿐인데 군 의원으로부터 특혜 의혹을 받은 셈이다. 황 의원은 “꼭 무소속의 한계로 보지 않는다”고 했다. 하지만 황 의원이 정당에 몸담고 있었다면 그렇게까지 인정사정 볼 것 없이 공세를 폈을까 하는 의문은 가시지 않았다.
“눈물 흘린 적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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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희갑 전 대구시장. |
문 전 시장은 무소속 신분으로 1995년 민선 1기 대구시장으로 당선됐다. 12대(민정당·전국구), 13대(민자당·대구 서구갑) 국회의원을 역임한 그는 14대 총선(1992년)에서 대표적인 5공(共) 인사였던 정호용(鄭鎬溶) 전 의원에게 패배한 직후인 1993년 미국으로 건너가 예일대학교 산림 및 환경대학원 객원 교수를 맡았다. 1년 뒤 계명대 초빙교수로 임명돼 한국으로 돌아온 그는 1995년 실시된 민선 1기 지방선거에 무소속으로 출마해 조해녕(曺海寧), 이해봉(李海鳳), 이의익(李義翊) 등 쟁쟁한 후보들을 꺾었다. 카리스마가 넘치는 문 전 시장이었지만 정당에 소속된 국회의원들과 시(市)의원들은 그의 역점 정책에 사사건건 제동을 걸었다. 문 전 시장은 당시 상황을 이렇게 설명했다.
“가장 대표적으로 트집 잡힌 것이 월드컵경기장 사업이었습니다. 월드컵을 앞두고 대구에 종합월드컵경기장을 건설하게 됐습니다. 저는 언젠가 대구도 올림픽을 개최해야 한다고 생각해 세계 제일의 경기장을 지으려 했습니다. 그래서 당초 4만석 규모로 짓자는 것을 6만7000석으로 확대했습니다. 그때 어땠는지 아십니까. 국회의원이란 국회의원은 다 제 욕을 했습니다. 경기장을 왜 이렇게 넓게 만드느냐고 트집을 잡는데 그때 애먹은 것은 말로 표현 못합니다. 예산지원은 당연히 없었고요. 제가 경제기획원 예산실장, 경제기획원 차관 했을 때 인맥을 동원해서 겨우 예산을 확보해서 건설할 수 있었습니다. 제가 준공식(竣工式) 할 때 울었습니다.”
대구 종합월드컵경기장은 1997년 10월 2일 기공식을 가지고 2001년 5월 준공식을 가졌다. 당시 비판받았던 월드컵경기장 사업은 10년 후 ‘2011 대구세계육상선수권 대회 유치 성공’의 요인 중 하나로 평가받았다. 또 이런 일화도 취재 도중 들을 수 있었다. 1995년 선거를 앞두고 김영삼(YS) 전 대통령의 영입제의를 일축, 무소속 시장의 설움을 톡톡히 겪었다는 것이다. 문 전 시장의 말이다.
“제가 무소속 출마를 선언했는데 YS가 민자당 공천을 줄 테니 출마하라고 했습니다. 하지만 저는 그 전부터 무조건 무소속으로 도전하려고 마음을 먹은 상태였습니다. YS가, 낙선하면 부총리로 임명하겠다는 카드를 제시했지만 무소속 출마를 강행했습니다. 다행히 당선이 됐는데 YS가 그렇게 애를 먹이더라고요. 대표적인 게 위천공단 추진 건인데 아무리 부탁해도 끝까지 위천을 국가산업단지로 지정해 주지 않더라고요. 하여튼 시·도지사 회의 때마다 (YS와) 전쟁을 치렀습니다.”
인신공격성 발언 亂舞
무소속이었던 문 전 시장은 대구시의원들과도 불편한 관계였다. 양측의 갈등은 문 전 시장이 야심 차게 추진한 ‘시장개척단 사업’을 계기로 폭발했다. 문 전 시장은 1995년 지역경제 국제화와 수출시장 다변화를 위해 ‘시장개척단 사업’을 펼쳤다.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에 의존해 파견되던 기존 개척단 사업과는 달리 문 전 시장이 기획한 사업은 현지 지방정부, 의회, 상공단체 등에 지역 중소기업이 만든 제품을 직접 설명할 수 있었다. 이 과정에서 와인오프너를 제작하는 한 중소기업은 세계 최고의 유명 백화점인 영국의 해로드(Harrods) 백화점에 납품할 기회가 주어지기도 했다.
하지만 시의회 의원들은 외유(外遊)성 출장이라고 비판했다. “석고대죄하라”는 이야기까지 나왔다. 적지 않은 나이에 비행기를 수십 시간씩 타고 빡빡한 일정에 쫓기며 해외시장 개척에 나서기 쉬운 일이 아닌데 놀러 나간다 듯한 오해를 하고, 하는 일마다 못마땅하게 여기는 인사들이 야속하기만 했다. 다음은 당시 상황을 잘 아는 전직 대구시 공무원과의 일문일답이다.
- 시장개척단에 대한 평가가 어땠나요.
“1999년도였을 겁니다. 시장개척단이 네덜란드, 덴마크, 터키에서 수출상담을 벌여 2795만 달러를 계약한 적이 있습니다. 또 2000년도에는 요르단에서 상담추진액 824만7000달러와 계약예상액 327만 달러, 쿠웨이트에서 상담추진액 1124만3000달러와 계약예상액 320만 달러 실적을 각각 올리는 등 괜찮은 성과를 거뒀다는 평가가 있었습니다.”
사실 확인을 위해 언론 기사 등 과거 자료들을 분석한 결과 문 전 시장은 지방자치단체장으로는 처음으로 해외시장개척단을 직접 인솔, 대구지역업체 생산품 세일즈에 나서 큰 성과를 거둔 점이 인정돼 1996년 지방자치단체 경제활성화 부문 대상을 수상했다.
- 대구시가 지난 95년부터 추진 중인 ‘해외시장 개척사업’에 참가한 지역 중소업체 중 24%가 실제로 수출계약 성과도 올리지 못하고 부도처리된 것으로 나타났다는 자료도 있던데요.
“실제 부도가 났거나 폐업한 업체는 13%였습니다.”
당시 대구시의회 행정자치위원회 소속 이성수 의원은 문희갑 대구시장이 취임한 지난 95년부터 2001년까지 해외시장 개척활동에 참여한 151개 기업 중 76개 업체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18개 업체(24%)가 부도처리되고, 3개 사는 소재 불명, 1개 사는 영업정지된 것으로 나타났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구시는 “151개 전(全) 업체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실제 부도가 났거나 폐업한 업체는 11개(13.2%)”라고 반박했다.
- 문 전 시장이 무소속이라 시 의원들과 껄끄러웠던 것입니까.
“그런 것도 있었습니다. 무소속인데도 ‘밀어붙이기’ 식으로 업무를 추진하니까 더 그랬지요.”
1999년 8월 31일 자 《영남일보》에 실린 취재수첩은 당시 상황을 잘 설명해 준다.
<문 시장과 시의회 사이에 또 불협화음이 나오고 있다. 문 시장이 오는 5일부터 11박12일 일정으로 네덜란드, 덴마크, 터키 등 3개국 유럽 거점도시 해외시장개척단 단장으로 나가는 문제 때문이다. 시의회는 이 기간에 문 시장이 단장으로 외유를 떠나는 것은 시기적으로 바람직하지 못하다는 입장이다. 가장 중요한 내년도 예산문제가 오는 9월 정기국회에서 다뤄지고, 시의회 임시회도 7일부터 14일까지 개최되는데 시장이 하필 단장으로 나갈 필요가 있느냐는 것. 그러나 일각에서는 시의회의 이러한 주장이 명분에 지나지 않는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명분의 뒷배경에는 문 시장에 대한 불만이 가득하다는 것이다. 전에 말 한마디 없다가 출국이 임박한 지난 27일 갑자기 점심에 초대하는 등 ‘시민의 대표기관인 시의회를 무시’한다는 섭섭함이 내포돼 있다는 분석이다.>
“살림이 어려운데 나무만 심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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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기동안 도심녹지 확보와 나무 심기에 전력(專力)한 문희갑 전 시장을 보는 당시 시선은 따가웠다. |
인도(人道) 등 여유가 있는 공간에는 두 줄로, 교통체계를 개선하며 발생한 자투리땅은 물론 와룡로 같은 큰 도로에는 아스팔트를 걷어 내고 심었다. 대구의 관문인 대구국제공항은 발주청이 중앙정부 산하 부산지방항공청임에도 수차례 실무접촉을 하고, 항공청장을 대구로 부르기까지 했다. 신천둔치는 하천법상 큰 나무를 심을 수 없는데도 심었다. 하지만 당시 의회는 물론 시민의 시각은 곱지 않았다. “대구시 살림이 어려운데 지나치게 나무를 많이 심는다” “작은 나무를 심지 않고 왜 큰 나무를 심느냐” “가로수 잎이 간판을 가려 장사가 안된다”는 등 비난이 일었다.
“대구를 숲의 도시로 만들고 싶었습니다. 대구는 1907년 기상관측 후 매년 여름철 최고기온을 기록하던 폭염도시였는데 나무심기의 영향으로 여름철 평균기온이 1도 정도 떨어졌습니다. 사업을 추진할 때 돈 많이 쓴다고 욕을 많이 먹었는데 당시 나무 심기에 투자된 돈은 1년에 150억원 정도로, 이는 대구시 일반회계 세출 예산의 1%에 불과했습니다.”
당시 ‘나무 시장’이라는 비판을 받았던 문 전 시장의 ‘푸른 대구 가꾸기 사업’에 대한 현재 평가는 이렇다.
<문 전 시장의 선견지명(先見之明) 덕분에 ‘삭막함’으로 알려져 왔던 대구가 전국적으로 ‘나무가 우거진 도시’로 각인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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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중현 전 대구 서구청장. |
1988년 13대 국회의원 선거 출마로 정치에 발을 들여놓고 나서 17대까지 국회의원 선거에서만 다섯 번, 시의원 선거에서만 세 번 고배를 마신 뒤에야 2008년 6월 서구청장에 당선됐다. ‘단골 출마’ ‘습관성 출마’ ‘중독성 출마’라는 비아냥이 늘 따라다녔지만 어쩔 수 없었다. 그만큼 새누리당 ‘텃밭’인 대구에서 무소속으로 당선되는 일은 어려웠다.
서 전 청장은 ‘야권 성향’의 정치인이다. 첫 도전이었던 13대 총선에서도 고(故) 제정구(諸廷坵) 의원이 이끈 한겨레민주당 소속으로 출마했다. 하지만 대구의 보수적 표심은 꿈쩍도 하지 않았다. 이후 서 전 청장은 오랜 기간 무소속의 길을 걸어왔다. 2008년 6·4 재보궐 선거에서 승리한 서 전 청장은 2010년 6·2 지방선거에서도 무소속으로 당선, 재선에 성공했다. 하지만 19대 총선 출마를 위해 청장직에서 물러났다. 결과는 패배였다.
“서 청장, 그렇게 할 일이 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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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중현 전 청장의 서부시장 재건축 추진을 당시 새누리당 홍사덕 의원은 강하게 반대했다. |
“나름대로 대구에서 가장 낙후된 서구를 좀 발전시켜 보겠다고 계획을 세워서 지역 국회의원(당시 홍사덕 의원)에게 가져가면 거의 퇴짜를 맞았어요.”
실제 새누리당 홍사덕(洪思德) 전 의원과 서 전 청장의 관계는 원만치 않았다. 홍 전 의원 입장에서는 자신이 공천한 후보를 두 번이나 꺾은 서 전 청장이 달가울 리 없었다. 옳고 그름을 떠나 홍 전 의원과 서 전 청장은 주요 사안마다 이견(異見)을 보였다. 서 전 청장의 이야기다.
“서구에 40년 된 서부시장이 있습니다. 한때 대구의 4대 시장으로 꼽힐 정도로 유명한 시장이었죠. 하지만 너무 낡아서 시장 기능을 전혀 살릴 수 없었습니다. 재건축을 하려고 했는데 솔직히 재건축은 경제논리로 따지면 불가능했습니다. 국회의원과 대구시장의 결심이 있어야 가능했지요.
그래서 당시 국회의원에게 지역의 재건축추진위원회 분들을 좀 만나 달라고 부탁을 해서 어렵게 자리를 마련했습니다. 그런데 그 의원이 이렇게 이야기하더군요. ‘서 청장, 그렇게 할 일이 없어요? 이것은 청장이 할 수 있는 일이 아닙니다. 재건축 안되는데 왜 자꾸 하려고 합니까!’ 재건축이 힘들다는 건 알았지만, 대놓고 면박을 주니, 정말 슬프더라고요. 그때 결심했죠. 총선 출마를요.”
서대구 공단 재정비 사업을 놓고도 홍 전 의원과 서 전 청장은 대립했다. 서 전 청장은 서대구공단에 스타 기업이나 벤처 기업을 유치해 첨단산업단지로 개발하겠다는 구상이었지만 홍 전 의원은 교육기관 유치에 관심을 보였다.
내용을 잘 파악하고 있던 서구청 출입기자는 “서 전 청장은 대기업이나 외국 첨단 기업을 유치해 노후화한 서대구공단을 첨단산업단지로 탈바꿈시킬 계획이었지만 홍 전 의원은 ‘서대구공단에 들어올 대구 스타 기업이 2곳밖에 없는 등 기업 유치가 성과를 낼지 의문이 든다’며 대학 등 교육기관을 유치하는 것이 지역개발을 위해 보다 효율적이라는 의견을 개진했다. 자치단체장과 국회의원이 사업내용을 두고 왈가왈부할 게 아니라 먼저 재정비 지구 지정과 예산확보 등 숙제를 해결하는 데 힘을 모아야 할 때였는데 참 아쉬웠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해 줬다.
두 사람이 일선에서 물러난 현재 서대구 공단은 물류 및 유통산업, 융합 신섬유 등을 중심으로 한 도심형 복합산업공간으로 육성될 방침이다. 대구시 고위 관계자는 “디지털 밸리로 변신한 서울 구로공단처럼 발전시킬 것”이라고 했다.
“못하는 거지 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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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세창 동두천 시장. |
오 시장은 1983년 우연한 기회에 민정당 홍우준(洪禹俊) 전 의원의 보좌관으로 정치권에 발을 담갔다. 경기북부 지역에 소재한 경민대학 설립자인 홍 전 의원은 현 3선인 홍문종(洪文鐘) 의원의 아버지다. 이때부터 오 시장은 총선에 나선 여당의 동두천시 국회의원 후보들을 수석참모 입장에서 도왔다. 정치인의 꿈을 이루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당선이 된 의원들은 오 시장을 모른 척했다.
“그때 생각했습니다. 너희와 정치해서는 안되겠다. 그래서 그때부터 무소속으로 선거에 출마했습니다.”
1995년 제4대 경기도의회 도의원으로 선출된 그는 이인제(李仁濟) 당시 경기도지사의 권유로 신한국당에 잠시 입당했다가 다시 무소속 길을 걸었다. 2007년 4월 재보궐 선거에 무소속으로 출마해 당선된 오 시장은 2010년 지방선거에서 승리, 재선에 성공했다.
그는 시의회나 현역 국회의원들 때문에 발목을 잡힌 사업이 있느냐는 첫 질문에 소방서 센터건물 리모델링 사업 하나밖에 없다고 했다. 자세한 설명을 듣고 싶었지만 오 시장은 “아주 지엽적인 문제”라고 했다. 계속 묻자 “시의회에서 홍보성 사업이라고 예산을 깎아서 사업이 1년 정도 늦춰졌다”고 답했다. 오 시장은 언급을 삼갔지만 시의회 관계자에게 자세한 내막을 들을 수 있었다. 그의 전언이다.
“시와 시의회의 갈등은 2011년 2월 집행부가 요구한 일부 추경예산안에 대해 의회가 반대하면서 시작됐습니다. 시는 생연동 옛 소방서 터와 3층짜리 건물을 당초 매각하기로 했던 입장을 바꿔 리모델링한 뒤 1층은 CCTV통합센터로, 2~3층은 종합사회복지센터로 활용키로 하고 관련 안건과 예산을 시의회에 제출했지요.
의회는 이와 관련, 지난달 31일 리모델링 공사 예산 4억8000만원을 전액 삭감했고, 이에 따른 공유재산 관리계획 변경안도 부결 처리했습니다. 또 경기도 지침인 자원봉사센터 직원들의 직급 상향 조정에 따른 인건비 증가 예산은 물론 민간인 국제교류 국외여비와 외국인 업무지원 및 주부모니터단 운영비 등 총 6억2000여만원을 전액 삭감해 버렸습니다. 과거 같으면 통과시켜 줬을 예산들이었습니다. 무소속 시장을 향한 특유의 발목잡기였다고 봅니다.”
그가 말을 이었다. “‘오 시장이 지난해(2010년) 행정사무감사 때 행정재산으로 활용하라는 주문을 했던 의회가 뚜렷한 대안제시도 없이 갑자기 입장을 바꾼 것은 이해할 수 없다’고 반발했지만, 의원들은 요지부동이었지요. 결국 오 시장도 ‘못하는 거지 뭐…’라며 불쾌한 심기를 드러냈습니다.”
이에 익명을 요구한 동두천 시의원은 “소방서 터와 건물을 팔지 못한 것은 시의 잘못으로 비롯됐다. 사회복지단체 입주에 따른 형평성 논란과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한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는 게 의원들의 공통된 주장”이라고 반박했다. 무소속의 설움이 느껴질 만할 사안이지만 오 시장은 “(무소속으로 인한) 애로사항은 전혀 없다. 무소속이라 손해를 본 단체장이 있다면 그분의 노력이 모자랐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무소속 대통령론을 둘러싼 甲論乙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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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1년 2월 집행부가 요구한 일부 추경예산안에 대해 의회가 반대하면서 동두천시와 시의회의 갈등은 불거졌다. |
오 시장은 “지역구 국회의원들은 단체장이 무소속이라고 해도, 자신의 선거운동을 위해서 예산확보 활동을 열심히 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황 의원도 “현역의원이 무소속 단체장과 불편한 관계라고 해서 예산을 못 따 오는 일은 없을 것이다. 가져오는 것이 자신들에게 이득이 되는 게 뻔한데 누가 예산확보를 등한시하겠는가”라고 동의했다.
문 전 시장 또한 “무소속 대통령이 나오면 왜 안 되는가. 무소속 대통령이 초당적 국정운영을 하겠다는 확고한 의지를 갖는다면 여·야 없이 국가이익에 우선하는 국정운영을 처음 시도해 볼 기회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진정 여소야대도 아닌 여무야대(與無野大) 국회의 무소속 대통령이 자신이 관철하려는 국정과제를 현실화시킬 수 있을까. 물론 대통령이 높은 지지율을 유지한다면 국민에게 직접 호소하면서 여론과 국민적 지지를 바탕으로 국회를 압박하는 방법이 있지만, 대통령의 높은 지지율은 1년을 버티기 어려운 것이 대한민국의 현주소다.
그렇다면 정치학자, 여론조사 전문가, 정치평론가 등 전문가들은 이들의 주장을 어떻게 생각할까.
신율(申律)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민주주의는 효율성을 최고로 추구하는 것은 절대 아니지만 일을 하려면 어느 정도의 뒷받침이 있어야 한다”며 “정당이 없는 대통령은 시민사회 등과 부딪칠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홍성걸(洪性傑) 국민대 행정학과 교수도 “무소속으로 당선됐다고 치자. 박원순 시장을 봐라. 무소속으로 당선돼서 민주당으로 들어갔음에도 아무것도 못하고 있다. 박 시장을 지지하는 의원들이 없기 때문이다. 무소속 대통령을 할 수 있음 해 보라고 해라. 아마 식물 대통령이 되고 말 것이다. 우리 사회와 제도에서는 무소속 대통령이 불가능하다고 본다”고 밝혔다.
박창환 장안대 교수 또한 “무소속 대통령이 초당적으로 다른 정당과 함께 꾸려 나가려 하다가 실패한 사례는 외국에도 있다”며 “무소속 대통령이 성공하려면 임기 내내 인기가 70~80% 돼야 하는데 그건 사실상 불가능한 일”이라고 예상했다.
與無野大 상식적 해법과는 거리 멀어
무소속은 장점도 있지만 분명히 단점도 존재한다. “무소속이 좋다”고 했던 전·현직 자치단체장들도 몇 번씩 의회에 발목이 잡혀 추진해야 할 정책을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접는 경우가 생겨났다. 눈물이 날 정도로 자존심 상하는 말을 듣기도 했다. 이런 상황이 꼭 무소속이었기 때문에 발생했다고 확신할 수는 없다. 하지만 ‘팔은 안으로 굽는다’는 속담처럼 같은 편에게 모질지 못한 것이 현실이다.
안철수 후보는 여소야대 국회에 끌려다니는 것보다 여당이 아예 존재 않는 여무야대 국회를 설득하는 편이 국정운영에 도움이 된다고 했다. 이 주장이 과연 상식적인 해법(解法)이 될 수 있을까. 헌법 8조는 대한민국은 정당국가라는 원칙을 천명(闡明)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