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02년 盧武鉉, “내가 이기지 못하더라도 단일화를 해야 한다”
⊙ 2002년 당시 盧–鄭 지지층 중첩, 후보 단일화 성사된 후 이탈률 높지 않아
⊙ 단일화 과정에서 시간의 압박을 받을 경우, 견고한 정당 조직을 갖고 있는 후보가 유리
⊙ 朴槿惠의 최근 右클릭으로 中道 차지하기 위한 싸움 치열해질 것, 이 점에서는 安哲秀가 유리
金亨俊
⊙ 55세. 한국외대중국어과 졸업. 美아이오와대 계량정치학 박사.
⊙ 국민대 정치대학원 교수, 한국선거학회장, 한국정치학회 부회장 역임.
⊙ 現 명지대 인문교양학부 교수, 한국정책과학연구원(KPSI) 원장.
⊙ 저서: 《젠더 폴리시스》.
⊙ 2002년 당시 盧–鄭 지지층 중첩, 후보 단일화 성사된 후 이탈률 높지 않아
⊙ 단일화 과정에서 시간의 압박을 받을 경우, 견고한 정당 조직을 갖고 있는 후보가 유리
⊙ 朴槿惠의 최근 右클릭으로 中道 차지하기 위한 싸움 치열해질 것, 이 점에서는 安哲秀가 유리
金亨俊
⊙ 55세. 한국외대중국어과 졸업. 美아이오와대 계량정치학 박사.
⊙ 국민대 정치대학원 교수, 한국선거학회장, 한국정치학회 부회장 역임.
⊙ 現 명지대 인문교양학부 교수, 한국정책과학연구원(KPSI) 원장.
⊙ 저서: 《젠더 폴리시스》.
- 지난 11월 12일 영화 <남영동 1985> 시사회에서 문재인 후보와 안철수 후보가 인사를 나누고 있다.
이번 대선(大選)의 최대 변수(變數)는 야권 후보 단일화이다. 민주통합당 문재인(文在寅) 후보와 무소속 안철수(安哲秀) 후보가 11월 6일 회동해 ‘새정치공동선언’ 후~후보 등록(11월 25~26일) 전에 단일화하기로 약속했다.
이제 문-안 두 후보 중 누구로 단일화될 것인가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두 후보 중 누구로 단일화가 돼야 박근혜(朴槿惠) 후보를 이길 수 있을지, 박 후보는 야권 단일화 이벤트를 어떻게 극복할지도 초미(焦眉)의 관심사이다.
이번 야권 후보 단일화 과정은 2002년 상황과 거의 유사하다. 2002년 민주당 노무현(盧武鉉), 국민통합21 정몽준(鄭夢準) 후보는 11월 15일 밤 국회에서 단독회담을 갖고 일반 국민을 대상으로 여론조사를 실시하고 27일 후보등록 전까지 후보 단일화 작업을 완료키로 하는 등 8개 항의 후보 단일화 원칙에 합의했다. 두 후보는 또 후보가 누구로 결정되든 단일 후보 선거운동에 최선을 다하기로 하고 낡은 정치의 틀을 깨는 정치혁명을 위해 공동노력하기로 약속했다. 두 후보는 11월 22일 TV와 라디오로 생중계되는 후보 단일화를 위한 합동 토론을 실시한 후 24일 여론조사를 실시하고 25일 최종 야권 단일 후보를 발표했다.
이번 단일화 과정이 지난 2002년과 결정적으로 다른 것은 후보 단일화 전에 정책연합의 틀을 만들기로 합의한 것이다. 새정치공동선언문을 준비하기 위한 양측 실무팀은 새 정치의 필요성과 방향, 정치개혁과 정당개혁의 과제, 새 정치와 정권교체를 위한 연대의 방향, 새 정치 실천을 위한 약속을 4대 의제로 설정했다. 이 밖에 경제·복지와 외교·안보 분야에서도 정책 실무팀을 가동했다. 이는 야권이 추진하는 후보 단일화가 권력 나눠 먹기가 아니라 가치 연대임을 홍보하기 위한 조치로 보인다.
文-安의 줄다리기
단일화 과정에 대해 문재인 후보는 ‘새정치공동선언 발표→양 캠프 각각의 정책발표→양 캠프가 공유하는 가치·정책 제시→단일화 방식 제시’로 이어지는 4단계 로드맵을 제시했다.
안철수 후보는 시종일관 새정치공동선언에서 제대로 된 정치혁신의 방향을 제시해야 단일화 논의도 잘 진행될 수 있다는 입장을 보였다. 그런데 별안간 새정치공동선언을 발표하기 전에 단일화 방식 협상에 착수할 것을 문 후보 측에 제안했다. 후보 단일화의 주도권을 잡기 위한 행보로 해석할 수 있다.
이에 따라 두 후보 측 각각 3인으로 구성된 단일화 협상 실무단이 구성됐다. 문재인 후보 측 협상팀장인 박영선(朴映宣) 의원은 “국민이 공감하는 단일화, 국민이 참여하는 단일화, 국민이 지지하는 단일화가 이뤄져야 한다”고 밝히면서 ‘국민 참여 경선’에 비중을 두고 있다. 한편, 안철수 후보 측 협상팀장인 조광희(趙光熙) 변호사는 “저희의 모든 선의와 지혜와 노력을 다해서 두 후보가 모두 이기는 단일화, 박근혜 후보를 이기는 단일화, 그리고 국민이 이기는 단일화를 위해 애를 쓰겠다”고 말해 본선(本選) 경쟁력을 강조했다.
양측의 기 싸움이 치열한 가운데 안 후보 측은 11월 14일 “민주통합당 문재인 대선 후보 측과의 단일화 룰 협상을 당분간 중단하겠다”고 발표했다. 안 후보 측 유민영 대변인은 “문 후보 측은 겉의 말과 속의 행동이 다르다”며 “유불리를 따져 안 후보를 이기고자 하는 마음 말고 진정으로 정권교체를 위해 노력하고 있는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최근 문 후보 측 핵심관계자가 기자들과 만나 최근 지지율 추세를 거론하며 “이번 주를 넘기면 안 후보가 양보할 수도 있다”고 말한 것이 협상 잠정 중단의 도화선이 되었다. 양측 모두 아름다운 단일화를 통한 정권교체를 다짐했지만 단일화 룰을 도출하는 과정이 얼마나 험난할지를 예고하고 있다.
盧-鄭 단일화 당시 逆선택 방지 규정
여하튼 야권 단일화 과정은 2002년 노무현-정몽준 단일화 협상 상황과 유사하게 전개되고 있다. 당시에는 단일화 전격 합의(11월 15일) 이후 실무협상타결(17일)→여론조사합의내용 유출 파문(18일)→정몽준 측 국민통합21의 재(再)협상 요구(19일)→여론조사방식 재협상(20일)→협상 중단(21일)→최종 합의(22일)로 이어졌다.
핵심 쟁점인 설문 문항은 1차 질문을 통해 한나라당 지지자를 걸러낸 후 2차 지지도에서 “한나라당 이회창 후보와 상대할 야권 단일 후보로 노무현 후보와 정몽준 후보 중 누구를 지지하느냐”로 합의했다. 또 “단 0.01% 앞서는 경우라도 유효치로 인정한다”는 쪽으로 정리했다.
정몽준 후보 측은 역(逆)선택 차단을 위해 여론조사 결과 이회창(李會昌) 한나라당 후보의 지지율이 일정수준 이하로 나올 경우 조사결과를 무효화(無效化)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양측은 ‘역선택’으로 인해 여론조사가 무효화됐을 경우 여론조사 기관을 바꿔 다음 날 2차 조사를 더 하고 그래도 안 되면 3차 조사를 하는 식의 보완책을 두기로 했다.
이에 따라 11월 25일 발표된 리서치앤리서치 조사에서 다자(多者) 대결 시 이회창 후보의 지지율이 무효화 기준인 30.4%를 넘어선 32.1%를 기록하자, 유효(有效)한 조사로 인정했다. 이어 단일 후보를 묻는 설문에서 노 후보가 46.8%, 정 후보가 42.2%를 얻어 노 후보가 앞섰다.
文在寅의 盧武鉉 따라 배우기?
월드리서치 조사의 경우 다자 대결 시 이 후보 지지도가 28.7%로 무효화 기준에 해당돼 무효화, 두 개의 여론조사에서 노 후보가 1대 0으로 앞서 단일 후보로 최종 확정되었다. 월드리서치의 단일 후보 선택 조사에서 노 후보는 38.8%, 정 후보는 37.0%로 역시 앞섰으나 양측의 합의에 따라 무효화됐다.
2002년 노무현-정몽준 단일화 역사가 던지는 교훈은 단일화 협상 과정에서 통 큰 양보를 한 측이 오히려 국민의 지지를 받았다는 것이다. 노 후보 핵심 측근들은 “여론조사 무효화 및 파기 조항이 삽입되면 조사 결과에 따라 단일화 합의 자체가 무의미해지거나 불복 가능성이 높아진다”며 반대했다. “국민통합21 측이 역선택 방지 조항을 고집한 것은 결국 여차하면 여론조사 결과를 인정치 않고 단일화를 깨려는 의도가 아니냐”고 우려했었다.
하지만 노 후보는 반대를 무릅쓰고 협상을 관철시켜 불리한 상황을 반전(反轉)시켰다. 노무현 후보가 11월 22일 수도권 지역 기독교 목회자 초청 토론회에서 “내가 이기지 못하더라도 단일화를 해야 한다”고 말하면서 “단일화를 국민이 바라고 있고, 이미 약속도 포옹도 러브샷까지 해놓고 내부적인 이유로 안 됐을 때 국민들이 엄청나게 실망할 것이고 정치와 정치인들을 불신할 것”이라고 이유를 설명했다. 노 후보는 “하루 이틀이면 천하가 뒤집힐 시간으로 충분하다”고 말했다. 민주당도 “우리 정치 역사상 아름답고 빛난 거인의 결단에 눈물이 날 뿐”이라는 논평을 냈다. 노 후보의 결단은 자신이 양보하는 모양새를 취함으로써 단일화의 주도권을 쥐고 가겠다는 전략적 차원에서 이뤄졌고 결과적으로 지지율 반등으로 이어졌다.
문재인 후보는 지난 11월 4일 “단일화의 유리한 시기와 방법을 고집하지 않겠다”고 선언해 현재 단일화 방식으로 거론되는 여론조사, 모바일 경선, 혼합형, 담판 등 어떤 방식이든 수용할 수 있다는 입장을 제시한 적이 있다.
후보 등록 전에 단일화를 매듭지으려면 시간이 촉박하다. 여론조사와 TV토론 뒤 패널조사 등 두세 가지 혼합방식이 거론되고 있다. 여론조사 문항은 ‘야권 후보 적합도’와 ‘대(對) 박근혜 경쟁력’ 평가를 섞은 절충형이 채택될지도 모른다. 여하튼 후보 간 담판에 따라 단일화 최종 방식이 결정될 것 같다.
설문조사 방식에 따라 결과 엇갈려
현 시점에서 단일화 경쟁의 승자가 누가 될지 예측하는 것은 참으로 힘들다. 한국 선거는 돌발 변수에 의해 불확실성이 높고, 문 후보는 조직과 후보 적합도, 안 후보는 변화 이미지와 확장성에서 앞서 우열을 가리기 어렵기 때문이다. 더구나 어떤 단일화 방식을 채택하느냐에 따라 승부가 갈릴 수 있다. 2002년 대선 때와 같이 여론조사 방식을 채택할 경우, 새누리당 지지자의 역선택 방지 기준과 질문 문항을 어떻게 설계하느냐에 따라 결과가 달라질 수 있다. 《조선일보》·미디어리서치가 지난 10월 27일에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에 대한 본선 ‘경쟁력’에선 안 후보가, 후보 ‘적합도’에선 문 후보가 우세했다.
우선 2002년 노무현·정몽준 후보 단일화 때 방식처럼 “박 후보와 경쟁할 단일 후보로서 문재인 후보와 안철수 후보 중 누구를 지지하십니까?”라는 질문에 ‘문재인’ 43.8%, ‘안철수’ 39.8%, 무응답 16.4%였다.
그런데 다자 대결구도에서 박근혜 후보 지지자를 제외한 ‘비(非)박근혜’(야권 후보) 지지층의 경우는 정반대의 결과가 나왔다. 47.8%가 안 후보, 41.8%가 문 후보라고 답했다. 그러나 ‘새누리당 지지층’을 제외한 ‘야당 지지+무당파’에선 문 후보가 45.1%, 안 후보가 44.9%로 초박빙이었다.
“문재인 후보와 안철수 후보가 단일화를 한다면, 야권 단일 후보로 누가 더 적합하다고 생각하십니까?”로 질문하면, 비박근혜층에선 47.1% 대 43.7%, ‘야권·무당파층’에선 49.0% 대 40.7%로 문 후보가 앞섰다. 대통령 후보로서 국정 수행 능력 등에선 문 후보가 더 낫다고 평가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文在寅 측, 조직 강화 시작
단일화 질문 문항과 조사 대상에 따라 문·안 후보의 승패가 갈리고 있지만 특정 연령·지역·직업군에선 후보 간 우열이 변하지 않았다.
《조선일보》·미디어리서치 조사에서 문 후보는 40대와 60대 이상에서 안 후보를 앞섰고 안 후보는 20대에서 압도적 우위를 보이며 30대와 50대에서도 앞섰다. 지역적으로 문 후보는 부산·울산·경남과 충청 지역에서도 5~30%포인트가량 안 후보를 앞선 반면, 안 후보는 호남에선 문 후보에 비해 5~20%포인트가량 앞섰고 서울·인천·경기 등 수도권에서도 5%포인트 안팎 우위를 유지했다. 직업별로는 문 후보가 자영업자와 블루칼라층에서 강세를 보인 반면 안 후보는 학생·화이트칼라 등에서 강세였다.
이런 조사 결과들이 주는 함의는 야권 후보 단일화를 위한 여론조사에서 역선택이 분명히 존재하고, 동시에 설문 항목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결과가 달라질 수 있다는 점이다. 그러나 실제 상황에서는 조직력, TV 토론, 진보 매체 및 진보 인사들의 선택, 문화 권력과의 소통 등의 변수가 단일화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칠 것이다.
최근 문 후보 측은 민주당 현역 의원과 지역 조직을 총동원해 ‘100만 정예군’ 모으기 운동에 나섰다. 문 후보 측은 “단일화에 대비해 조직력이 필요하다”며 모바일 메신저 서비스인 카카오톡의 ‘대통령 선거 플러스 친구’에 지지자 100만명 이상을 모으기로 했다. 수도권·호남 등 현역 의원들에게 모두 30만명, 원외 지역위원장 20만명, 비례대표 의원 2만명, 직능·특위 20만명, 선대위 당직자 10만명 등 할당까지 했다.
조직면에서 절대적으로 불리한 안 후보가 단일화의 최대 승부처인 호남 등에서 과연 바람만으로 조직의 열세를 어떻게 극복할 수 있을까? 더구나 ‘진보 진영’의 언론 매체들과 참여정부 시절부터 친노(親盧) 성향을 보였던 문화계 인사들이 안 후보보다는 문 후보에 우호적인 입장을 견지하고 있는 것도 문 후보에게 유리한 국면이다.
‘약한 후보 고르기’가 逆風 부를 수도
권영세(權寧世) 새누리당 선대위 종합상황실장은 지난 11월 11일 출입기자 점심 간담회에서 “처음에는 문재인 후보가 야권 단일 후보가 될 것으로 보다가 중간에 안철수 후보가 될 수 있겠다고도 봤는데, 이제는 다시 문재인 후보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새누리당 선대위 핵심 관계자는 “단일화 승패는 호남의 선택에 달려 있는데, 결국 (호남이) 자기들 손때가 묻은 민주당에 힘을 실어줄 것”이라며 “안 후보가 되려면 호남 쪽에서 ‘안철수 말고는 정권을 찾아올 희망이 없다’고 생각하는 상황이 돼야 하는데, 지금은 안·문 후보 모두 박 후보와 오차범위 안에 있다”고 말했다.
《한국경제신문》과 글로벌리서치가 호남 유권자들만 대상으로 조사해 발표한 결과를 보면, 단일 후보 적합도에서 문 후보는 52.3%로 안 후보(43.7%)를 앞섰다. “박 후보와 붙었을 때 누가 더 경쟁력이 있느냐”는 조사에서도 문 후보는 49.5%로 46.5%를 기록한 안 후보를 제쳤다. 새누리당이 ‘문재인 단일 후보’를 공개적으로 말하는 배경에는 “안 후보보다 문 후보가 상대하기 쉽다”는 판단도 깔린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해 안 후보 측 금태섭 상황실장은 “박 후보 지지자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상대가 안 후보”라고 맞섰다. 유민영 대변인은 “보이지 않는 손들이 단일화 과정에 개입하는 것 같다”고 날을 세우기도 했다.
그런데 새누리당의 ‘약한 상대 고르기’가 오히려 역풍(逆風)을 불러일으킬 수도 있다. 새누리당 발언이 오히려 정권교체를 염원하는 반(反)새누리당 세력과 중도층에서 안 후보 지지로 연결되는 효과를 가져올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 2002년 대선에서 노무현 후보와 정몽준 후보가 11월 15일 일반국민 여론조사를 통해 단일 후보를 결정하기로 전격 합의한 직후인 11월 16일에 실시된 주요 언론사와 여론조사기관의 합동 여론조사 결과, 노 후보의 약진이 두드러졌다. MBC-코리아리서치, 《한국일보》-미디어리서치, 《조선일보》-한국갤럽, 《중앙일보》 등 4개 여론조사에서 그동안 3위에 머물던 노 후보가 처음으로 정 후보를 제치고 2위로 올라섰다.
MBC 조사 결과 노 후보는 20.8%, 정 후보는 19.2%로 나타났고, 《한국일보》는 23.1% 대 20.3%, 《조선일보》 22.5% 대 21.7%, 《중앙일보》 23.8% 대 21.6% 등 모두 노 후보가 2위를 탈환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는 단일화 과정에서 시간의 압박을 받을 경우, 견고한 정당 조직을 갖고 있는 후보가 상당히 유리한 고지를 점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후보 단일화 효과 감지되기 시작
단일화 효과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하다. 단일화의 불확실성이 제거되어 시너지 효과를 낼 것이라는 긍정적 평가가 있는 반면, 이미 단일화 시너지 효과가 현재 두 후보 지지율에 상당부분 포함돼 있어 극적 효과가 없다는 부정적 전망도 있다. 그러나 단일화 과정 자체가 대선 정국의 이슈와 주도권을 장악할 것이며 단일화 과정이 얼마나 감동을 주느냐에 따라 그 효과는 달라질 것이다. 야권 단일화 효과는 크게 3가지 측면에서 고찰해 볼 수 있다.
첫째, 정권교체 강화 효과이다. 리얼미터가 야권 단일화 합의 회동 직후인 11월 7~8일에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 지지율은 하락한 반면,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와 안철수 후보는 동반 상승하는 등 야권 후보 단일화 효과가 감지됐다.
박근혜 후보는 양자(兩者) 대결에서 하락세를 보이며 문재인·안철수 후보에게 모두 뒤지는 것으로 조사됐다. 안철수-박근혜 양자대결에서 안철수 후보는 50.6%를 기록한 반면, 박근혜 후보는 40.0%에 그치면서 격차는 10.6%포인트로 크게 벌어졌다. 문재인-박근혜 양자대결에서도 문재인 후보는 3.7%포인트 급등한 47.9%를 기록한 반면, 박근혜 후보는 2.8%포인트 급락한 43.0%에 그치면서 역전(逆轉)이 일어났다. 후보 단일화 합의는 분명 문-안 동반 상승 효과를 가져오고 있다.
리서치앤리서치가 지난 11월 6~8일동안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안철수 후보가 문재인 후보에게 함께 만나 정치혁신에 대해 합의하면 좋겠다는 의사를 밝히면서, 두 후보의 회동이 대선정국에 미칠 영향에 관심이 모이고 있습니다. 선생님께서는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라는 질문에 ‘정권교체 의지가 강화될 것으로 본다’는 응답이 55.9%인 반면, ‘그 효과는 미미할 것으로 본다’는 응답은 29.7%였다. 또한 “올해 대통령 선거에서 어느 당 후보를 뽑으시겠습니까”라는 질문에 44.6%가 야당 후보를, 36.5%가 새누리당 후보라고 응답했다.
KBS와 미디어리서치가 지난 10월 28~29일에 실시한 여론조사에서도 “차기 대통령으로 여당인 새누리당 후보가 당선되는 것이 좋다고 보십니까? 아니면 야권 후보가 당선되는 것이 좋다고 보십니까”라는 질문에 새누리당 후보 36.5%, 야권 후보 50.8%로 나타났다.
유권자의 야권 후보에 대한 선호와 정권교체에 대한 욕구가 일관성 있게 높은 상황에서 야권의 후보 단일화가 이뤄지면 박 후보가 크게 고전(苦戰)할 것이라는 추론(推論)이 가능하다.
흔들리는 PK
둘째, PK(부산·울산·경남) 야권 결집 효과이다. 《시사저널》·미디어리서치가 지난 11월 7~8일에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 박근혜 후보가 PK에서 크게 흔들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지역에서 박근혜-문재인 양자대결의 경우, 박근혜 55.5%, 문재인 41.3%로 나타났다. 박근혜-안철수 양자대결에서는 박근혜 53.3%, 안철수 44.0%로 격차가 더 좁혀졌다.
더욱이 문 후보와 안 후보가 공동정부론에 합의하고 각각 대통령과 책임총리의 역할 구분을 한 채 같이 나설 경우, 박 후보는 49.9%, 야권 단일 후보는 46.3%로 오차범위 내 접전(接戰)을 펼칠 것으로 조사됐다.
2002년 대선에서 노무현 후보는 PK 지역에서 29.4%를 득표하고 총 2.3%포인트 차이(약 57만 표)로 승리했다. 만약 후보 단일화 효과로 PK 지역에서 야권 단일 후보가 35% 이상을 득표하면 새누리당에는 대선 승리 가도에 빨간 불이 켜지게 된다.
셋째, 야권 지지층 이탈 효과이다. 코리아리서치의 지난달 말 조사에 따르면, 안 후보 지지자 중에서 단일화 찬성은 68.5%, 반대가 29.4%였다. 안 후보 지지자 10명 중 3명이 반대한다는 것이다. 문 후보 지지자의 단일화 반대는 8.1%에 불과하다.
이는 문 후보로 단일화될 경우, 안 후보 지지층의 일부가 이탈할 수도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다. 그 이유는 안 후보 지지층의 핵심인 중도 무당파가, 문 후보를 이념적으로 경직되어 있고, 노무현 정부 정책과 차별성이 없는 ‘노무현 2기 정부’로 보기 때문이다.
실제로 《서울신문》과 여론조사기관인 엠브레인이 지난 11월 5~6일에 실시한 여론조사에 의하면, 안 후보로 단일화가 될 경우 문 후보 지지자 중 13.9%가 박 후보로 돌아서는 결과가 나왔다. 지난 10월 16~17일 조사에서 나타난 20.1%보다 6.2%포인트 줄어든 수치다. 문 후보로 단일화가 이뤄졌을 경우 안 후보 지지자 중 이탈 비율은 10월 조사에서는 20.4%, 이번 조사에서는 20.8%로 나타나 별다른 변화를 보이지 않았다. 여론조사에서 나타난 것은 분명 단일화 이후 문 후보가 안 후보에 비해 높은 이탈 비율을 가지고 있다.
이념 차이 불구, 지지층 중첩
그렇다면 진정 이런 야권 지지층 이탈이 현실화될까? 2002년 대선에서 노무현-정몽준 단일화 합의 직후인 11월 16일에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 “후보 단일화 때 어느 후보의 득표력이 더 높다고 보느냐”는 질문에 정몽준 후보를 선택한 국민은 42.7%로 노무현 후보의 35.6%보다 7.1%포인트 앞섰다. 정 후보는 모든 연령대에서 노 후보보다 지지율이 높게 나왔으며 특히 40대 이상에서 격차를 벌렸다.
정 후보로 단일화 시 노 후보 지지자 중 55.7%가 정 후보를 지지했고 이회창 후보 9.6%, 권영길 후보 6.0%, 부동층 23.4% 등으로 조사됐다. 반면 노 후보로 단일화 시 정 후보 지지자 중 노 후보를 지지한 사람은 31.1%에 불과했고 이 후보 11.5%, 권 후보 17.1%, 부동층 32.2% 등으로 이탈표가 많았다.
그러나 후보 단일화가 성사된 이후에는 실제 이탈률이 그리 높지 않았다. 노 후보와 정 후보는 이념적으로 현격한 차이를 보였지만 지지층이 상당히 중첩되었기 때문이다. 이번 대선에서도 비슷한 상황이 전개될 가능성이 있다. 두 후보 모두 40대, 화이트칼라, 수도권, 무당파, PK 지역에서 높은 지지를 받고 있기 때문이다.
선거는 구도와 連帶의 싸움
역대 대선에서 나타난 패턴과 각종 여론조사 결과를 종합적으로 검토해 보면 안 후보가 문 후보보다 본선 경쟁력에서 앞선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첫째, 안 후보는 문 후보보다 박근혜 후보를 상대로 유리한 구도를 만들 수 있다.
선거는 구도와 연대(連帶)의 싸움인데 안 후보는 박 후보를 상대로 ‘미래 대 과거’의 유리한 구도를 만들 수 있다. 더구나 박 후보를 상대로 ‘뉴(new)와 올드(old) 구도’를 만들 수 있다.
선거에서 유권자들이 후보를 선택하는 기준은 많지만 가장 간단하고 보편적인 것은 ‘누가 새로운 사람이냐(who is new)’이다.
지난 4월 총선에서 새누리당이 승리한 것은 새누리당이 당명과 로고를 바꾸면서 뭔가 새롭다는 것을 보여준 반면, 민주당은 변화에 둔감한 올드로 인식되었기 때문이다. 작년 서울시장 선거의 경우, 박원순 후보가 뉴이고, 나경원 후보가 올드로 인식되면서 박 후보가 승리했다. 2008년 미국 대선에서 예상을 깨고 오바마가 힐러리에게 승리한 것도 ‘뉴 대 올드’의 구도가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지난 2007년 한나라당 대선 후보 경선에서 이명박 후보가 뉴이고, 박근혜 후보가 올드였기 때문에 이 후보가 승리한 것이다. 2002년 대선에서 이회창은 올드이고 노무현이 뉴로 인식되었기 때문에 노 후보가 승리한 것이다.
노무현 정부 실패 책임론에서 자유롭지 못한 문재인 후보가 박 후보와 맞설 경우 ‘과거 대 과거’ 구도가 만들어질 개연성이 크다. 더구나 ‘박근혜 대 문재인’이 격돌하면 좋든 싫든 ‘박정희 대 노무현’ 구도가 만들어지면서 이념과 지역 대결이 강화되면서 문 후보가 박 후보를 제압하기 힘들어진다.
둘째, 표의 확장성에서 안 후보가 문 후보를 앞선다.
안 후보는 한국 대선을 결정짓는 40대, 중도, 화이트칼라, 수도권, 무당파층에서 박 후보를 크게 앞서고 있지만 문 후보는 이들 계층에서 박 후보를 압도하지 못해 외연(外延) 확대의 어려움을 겪고 있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문 후보가 박 후보를 이기지 못하는 것은 이런 확장성의 한계 때문이다.
셋째, 20~30대 젊은 세대의 지지 강도에서 안 후보가 문 후보를 크게 앞서고 있다.
‘盧武鉉 프레임’에 갇힌 文在寅의 한계
2012년 총선에서 투표율은 54.2%였다. 2002년 대선 수준의 투표율(70.8%) 또는 2007년 대선 투표율(63.0%)이 나오기 위해서는 20~30대 젊은 세대의 투표 참여가 절대적이다. 만약 ‘박근혜 대 안철수’의 선거 구도가 만들어지면 ‘박근혜 대 문재인’ 선거 구도 때보다 20~30대 젊은 세대가 투표에 참여하는 인센티브가 훨씬 강할 것이다. ‘정치를 바꾸겠다’는 안철수 후보는 이들 젊은 세대의 롤 모델로서 인식되고 있기 때문이다. 2002년 대선에서 변화와 개혁을 기치로 내세운 노무현 후보를 위해 20~30대 젊은 세대가 적극적으로 투표장으로 몰렸던 것과 같은 상황이 재현될 수 있다.
그런데 문재인 후보로 단일화가 되면 이와 같은 젊은 세대의 열기를 기대하기 어렵다. 문 후보는 젊은 세대의 롤 모델로서 인지되지 않고 있으며 노무현 프레임에 갇혀 문재인다움을 제대로 보여주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넷째, 안 후보가 문 후보보다 호남 지역을 응집시킬 수 있는 힘이 더 강하다.
호남 지역에서는 여전히 친노 세력에 대한 거부감이 일정 부분 존재한다. 따라서 노무현 대통령과 운명을 같이 하고 있는 문재인 후보가 야권의 단일 후보가 될 경우, 이 지역에서 과거와 같은 압도적인 지지를 얻기 힘들지도 모른다.
지난 2002년 대선 당시 호남 지역에서 노무현 후보는 93.2%의 압도적인 지지를 받은 반면, 이회창 후보는 4.9%를 얻는 데 그쳤다. 지난 2007년 대선에서 이명박 후보는 호남 출신 정동영(鄭東泳) 후보를 상대로 531만 표 차이의 압도적인 승리를 했지만 호남 지역에서는 8.9%를 득표하는 데 그쳤다.
최근 각종 여론 조사를 보면 박근혜 후보는 호남 지역에서 15~20%의 득표를 하고 있다. 물론 실제 투표 상황이 오면 어느 정도 거품이 빠지겠지만 호남의 정신적 지주인 김대중(金大中) 전 대통령이 없는 첫 대선에서 호남의 반란이 일어날 수도 있다.
문 후보와 비교했을 때 안 후보의 경우, 이 지역에서 거부감이 거의 없다. 더구나 안 후보 부인이 전남 여수 출신이라는 점도 유리하게 작동될 여지가 있다.
이념문제에서 安이 文보다 자유로워
다섯째, 안 후보가 문 후보보다 중도(中道)를 흡수하고 외연을 확대하는 데 더 유리하다.
한국 대선은 누가 중도를 잡느냐의 싸움이다. 한국 대선에서 중도층에서 이기지 못하는 후보는 결코 승리할 수 없다. 지난 4월 총선에서 민주+통합진보+진보신당+정통민주+창조한국 등 범(汎) 진보 세력이 얻은 정당 득표는 총 48.5%였다. 반면, 새누리+선진+친박연합+한나라+국민생각 등 범 보수 세력이 얻은 정당 득표는 총 48.2%였다.
이번 대선처럼 초박빙의 승부가 예상되는 상황에서 중도가 누구를 선택할 것인가는 대선 승부를 결정짓는 가장 중요한 변수임에 틀림없다.
최근 박근혜 후보는 경제민주화를 이끌었던 김종인(金鍾仁) 위원장과 갈등을 일으키며 집토끼를 향한 보수 회귀 전략으로 선회했다. 박 후보가 그동안 좌(左)클릭하면서 중도 외연 확대를 추진했지만 이를 철회함으로써 중도 공간이 활짝 열렸다.
문 후보는 그동안 자신의 지지층을 강화하는 ‘전략적 극단주의(strategic extremism)’를 채택했기 때문에 이 공간을 점유하기 어렵다.
리서치앤리서치가 지난 11월 6~8일에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중도층에서 박근혜 대 안철수는 42.1% 대 47.6%인 반면 박근혜 대 문재인은 46.1% 대 45.4%였다. 한편 갤럽의 11월 5~7일 조사에 따르면, 중도층에서 안 후보 지지는 55%로 박 후보(36%)를 압도했지만 문 후보(48%)는 박 후보(40%)를 크게 앞서지 못했다.
더구나, 진보정의당 심상정 후보와 통합진보당 이정희 후보가 중간에 사퇴하지 않는 한 12월 4일, 10일, 16일에 실시되는 대선 TV 토론에 참여하게 된다. 따라서 이 TV 토론은 진보 대 보수의 격돌장이 될 것이다. 그런데 지난 4월 총선에서 민주통합당과 통합진보당의 야권연대를 주도했던 사람은 문재인 후보였다. 통합진보당의 종북(從北) 추종 노선 때문에 발생한 야권 연대 실패에 대한 책임에서 문 후보는 결코 자유롭지 못하다. 이에 비해 이념 논쟁에서 벗어나 있는 후보는 중도 무당파를 끌어안을 수 있는 잠재력이 훨씬 높다.
야권은 후보 단일화가 대선 승리, 정권교체, 정치 개혁, 민주주의를 위한 절대적인 요인이라고 주장하는 반면, 새누리당은 “후보 단일화는 권력 나눠 먹기에 혈안이 된 나쁜 선거전략”이라고 비판한다.
단일화에 대한 네거티브 공격 한계
후보 단일화 드라마는 재방송되고 있는 것 같다. 2002년 11월 15일 노-정 후보의 단일화가 성사되자 당시 한나라당이 보인 행태는 네거티브 대응 일색이었다. 마찬가지로 박근혜 후보 역시 최근 단일화 행보를 두고 “국민의 삶과 상관없는 단일화 이벤트로 민생 위기를 극복할 수 있겠느냐”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새누리당은 “문 후보의 구걸 정치와 안 후보의 타이밍 정치가 결합한 꼼수와 반칙의 ‘참 나쁜 단일화’”라고 비판했다.
여하튼 단일화의 목표를 서로 합의하지 못한 상태에서는 단일화가 된다 해도 언제 깨질지 모를 ‘크리스털 단일화’가 될 수 있다. 2002년 대선에서 노-정 단일화가 투표 전날 깨진 것이 이를 보여준다. 왜 단일화를 해야 하고 단일화가 왜 진정 새 정치인지를 국민에게 전달하지 못하면 단일화는 공허해진다.
한편 박 후보가 야권이 추진하는 단일화 효과를 극복하려면 단일화를 상쇄할 만한 파격적인 정책이나 비전을 내놓아야 한다. 비판만으로는 세상을 바꿀 수 없기 때문이다. 박 후보는 모든 기득권을 내려놓고 새누리당에 새로움을 다시 채우는 대변혁을 이뤄야 할 것이다.⊙
이제 문-안 두 후보 중 누구로 단일화될 것인가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두 후보 중 누구로 단일화가 돼야 박근혜(朴槿惠) 후보를 이길 수 있을지, 박 후보는 야권 단일화 이벤트를 어떻게 극복할지도 초미(焦眉)의 관심사이다.
이번 야권 후보 단일화 과정은 2002년 상황과 거의 유사하다. 2002년 민주당 노무현(盧武鉉), 국민통합21 정몽준(鄭夢準) 후보는 11월 15일 밤 국회에서 단독회담을 갖고 일반 국민을 대상으로 여론조사를 실시하고 27일 후보등록 전까지 후보 단일화 작업을 완료키로 하는 등 8개 항의 후보 단일화 원칙에 합의했다. 두 후보는 또 후보가 누구로 결정되든 단일 후보 선거운동에 최선을 다하기로 하고 낡은 정치의 틀을 깨는 정치혁명을 위해 공동노력하기로 약속했다. 두 후보는 11월 22일 TV와 라디오로 생중계되는 후보 단일화를 위한 합동 토론을 실시한 후 24일 여론조사를 실시하고 25일 최종 야권 단일 후보를 발표했다.
이번 단일화 과정이 지난 2002년과 결정적으로 다른 것은 후보 단일화 전에 정책연합의 틀을 만들기로 합의한 것이다. 새정치공동선언문을 준비하기 위한 양측 실무팀은 새 정치의 필요성과 방향, 정치개혁과 정당개혁의 과제, 새 정치와 정권교체를 위한 연대의 방향, 새 정치 실천을 위한 약속을 4대 의제로 설정했다. 이 밖에 경제·복지와 외교·안보 분야에서도 정책 실무팀을 가동했다. 이는 야권이 추진하는 후보 단일화가 권력 나눠 먹기가 아니라 가치 연대임을 홍보하기 위한 조치로 보인다.
文-安의 줄다리기
단일화 과정에 대해 문재인 후보는 ‘새정치공동선언 발표→양 캠프 각각의 정책발표→양 캠프가 공유하는 가치·정책 제시→단일화 방식 제시’로 이어지는 4단계 로드맵을 제시했다.
안철수 후보는 시종일관 새정치공동선언에서 제대로 된 정치혁신의 방향을 제시해야 단일화 논의도 잘 진행될 수 있다는 입장을 보였다. 그런데 별안간 새정치공동선언을 발표하기 전에 단일화 방식 협상에 착수할 것을 문 후보 측에 제안했다. 후보 단일화의 주도권을 잡기 위한 행보로 해석할 수 있다.
이에 따라 두 후보 측 각각 3인으로 구성된 단일화 협상 실무단이 구성됐다. 문재인 후보 측 협상팀장인 박영선(朴映宣) 의원은 “국민이 공감하는 단일화, 국민이 참여하는 단일화, 국민이 지지하는 단일화가 이뤄져야 한다”고 밝히면서 ‘국민 참여 경선’에 비중을 두고 있다. 한편, 안철수 후보 측 협상팀장인 조광희(趙光熙) 변호사는 “저희의 모든 선의와 지혜와 노력을 다해서 두 후보가 모두 이기는 단일화, 박근혜 후보를 이기는 단일화, 그리고 국민이 이기는 단일화를 위해 애를 쓰겠다”고 말해 본선(本選) 경쟁력을 강조했다.
양측의 기 싸움이 치열한 가운데 안 후보 측은 11월 14일 “민주통합당 문재인 대선 후보 측과의 단일화 룰 협상을 당분간 중단하겠다”고 발표했다. 안 후보 측 유민영 대변인은 “문 후보 측은 겉의 말과 속의 행동이 다르다”며 “유불리를 따져 안 후보를 이기고자 하는 마음 말고 진정으로 정권교체를 위해 노력하고 있는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최근 문 후보 측 핵심관계자가 기자들과 만나 최근 지지율 추세를 거론하며 “이번 주를 넘기면 안 후보가 양보할 수도 있다”고 말한 것이 협상 잠정 중단의 도화선이 되었다. 양측 모두 아름다운 단일화를 통한 정권교체를 다짐했지만 단일화 룰을 도출하는 과정이 얼마나 험난할지를 예고하고 있다.
盧-鄭 단일화 당시 逆선택 방지 규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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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11월 13일 문재인-안철수 대선 후보의 단일화 방식 논의팀 상견례에 앞서 안 후보 측 조광희 비서실장(왼쪽)과 문 후보 측 박영선 공동선대위원장이 악수를 하고 있다. |
핵심 쟁점인 설문 문항은 1차 질문을 통해 한나라당 지지자를 걸러낸 후 2차 지지도에서 “한나라당 이회창 후보와 상대할 야권 단일 후보로 노무현 후보와 정몽준 후보 중 누구를 지지하느냐”로 합의했다. 또 “단 0.01% 앞서는 경우라도 유효치로 인정한다”는 쪽으로 정리했다.
정몽준 후보 측은 역(逆)선택 차단을 위해 여론조사 결과 이회창(李會昌) 한나라당 후보의 지지율이 일정수준 이하로 나올 경우 조사결과를 무효화(無效化)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양측은 ‘역선택’으로 인해 여론조사가 무효화됐을 경우 여론조사 기관을 바꿔 다음 날 2차 조사를 더 하고 그래도 안 되면 3차 조사를 하는 식의 보완책을 두기로 했다.
이에 따라 11월 25일 발표된 리서치앤리서치 조사에서 다자(多者) 대결 시 이회창 후보의 지지율이 무효화 기준인 30.4%를 넘어선 32.1%를 기록하자, 유효(有效)한 조사로 인정했다. 이어 단일 후보를 묻는 설문에서 노 후보가 46.8%, 정 후보가 42.2%를 얻어 노 후보가 앞섰다.
文在寅의 盧武鉉 따라 배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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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무현 후보와 정몽준 후보가 2002년 11월 15일 밤 후보 단일화 방식에 합의한 뒤 국회 인근 포장마차에서 서로 팔을 걸고 소주잔으로 ‘러브샷’을 하고 있다. |
2002년 노무현-정몽준 단일화 역사가 던지는 교훈은 단일화 협상 과정에서 통 큰 양보를 한 측이 오히려 국민의 지지를 받았다는 것이다. 노 후보 핵심 측근들은 “여론조사 무효화 및 파기 조항이 삽입되면 조사 결과에 따라 단일화 합의 자체가 무의미해지거나 불복 가능성이 높아진다”며 반대했다. “국민통합21 측이 역선택 방지 조항을 고집한 것은 결국 여차하면 여론조사 결과를 인정치 않고 단일화를 깨려는 의도가 아니냐”고 우려했었다.
하지만 노 후보는 반대를 무릅쓰고 협상을 관철시켜 불리한 상황을 반전(反轉)시켰다. 노무현 후보가 11월 22일 수도권 지역 기독교 목회자 초청 토론회에서 “내가 이기지 못하더라도 단일화를 해야 한다”고 말하면서 “단일화를 국민이 바라고 있고, 이미 약속도 포옹도 러브샷까지 해놓고 내부적인 이유로 안 됐을 때 국민들이 엄청나게 실망할 것이고 정치와 정치인들을 불신할 것”이라고 이유를 설명했다. 노 후보는 “하루 이틀이면 천하가 뒤집힐 시간으로 충분하다”고 말했다. 민주당도 “우리 정치 역사상 아름답고 빛난 거인의 결단에 눈물이 날 뿐”이라는 논평을 냈다. 노 후보의 결단은 자신이 양보하는 모양새를 취함으로써 단일화의 주도권을 쥐고 가겠다는 전략적 차원에서 이뤄졌고 결과적으로 지지율 반등으로 이어졌다.
문재인 후보는 지난 11월 4일 “단일화의 유리한 시기와 방법을 고집하지 않겠다”고 선언해 현재 단일화 방식으로 거론되는 여론조사, 모바일 경선, 혼합형, 담판 등 어떤 방식이든 수용할 수 있다는 입장을 제시한 적이 있다.
후보 등록 전에 단일화를 매듭지으려면 시간이 촉박하다. 여론조사와 TV토론 뒤 패널조사 등 두세 가지 혼합방식이 거론되고 있다. 여론조사 문항은 ‘야권 후보 적합도’와 ‘대(對) 박근혜 경쟁력’ 평가를 섞은 절충형이 채택될지도 모른다. 여하튼 후보 간 담판에 따라 단일화 최종 방식이 결정될 것 같다.
설문조사 방식에 따라 결과 엇갈려
현 시점에서 단일화 경쟁의 승자가 누가 될지 예측하는 것은 참으로 힘들다. 한국 선거는 돌발 변수에 의해 불확실성이 높고, 문 후보는 조직과 후보 적합도, 안 후보는 변화 이미지와 확장성에서 앞서 우열을 가리기 어렵기 때문이다. 더구나 어떤 단일화 방식을 채택하느냐에 따라 승부가 갈릴 수 있다. 2002년 대선 때와 같이 여론조사 방식을 채택할 경우, 새누리당 지지자의 역선택 방지 기준과 질문 문항을 어떻게 설계하느냐에 따라 결과가 달라질 수 있다. 《조선일보》·미디어리서치가 지난 10월 27일에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에 대한 본선 ‘경쟁력’에선 안 후보가, 후보 ‘적합도’에선 문 후보가 우세했다.
우선 2002년 노무현·정몽준 후보 단일화 때 방식처럼 “박 후보와 경쟁할 단일 후보로서 문재인 후보와 안철수 후보 중 누구를 지지하십니까?”라는 질문에 ‘문재인’ 43.8%, ‘안철수’ 39.8%, 무응답 16.4%였다.
그런데 다자 대결구도에서 박근혜 후보 지지자를 제외한 ‘비(非)박근혜’(야권 후보) 지지층의 경우는 정반대의 결과가 나왔다. 47.8%가 안 후보, 41.8%가 문 후보라고 답했다. 그러나 ‘새누리당 지지층’을 제외한 ‘야당 지지+무당파’에선 문 후보가 45.1%, 안 후보가 44.9%로 초박빙이었다.
“문재인 후보와 안철수 후보가 단일화를 한다면, 야권 단일 후보로 누가 더 적합하다고 생각하십니까?”로 질문하면, 비박근혜층에선 47.1% 대 43.7%, ‘야권·무당파층’에선 49.0% 대 40.7%로 문 후보가 앞섰다. 대통령 후보로서 국정 수행 능력 등에선 문 후보가 더 낫다고 평가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文在寅 측, 조직 강화 시작
단일화 질문 문항과 조사 대상에 따라 문·안 후보의 승패가 갈리고 있지만 특정 연령·지역·직업군에선 후보 간 우열이 변하지 않았다.
《조선일보》·미디어리서치 조사에서 문 후보는 40대와 60대 이상에서 안 후보를 앞섰고 안 후보는 20대에서 압도적 우위를 보이며 30대와 50대에서도 앞섰다. 지역적으로 문 후보는 부산·울산·경남과 충청 지역에서도 5~30%포인트가량 안 후보를 앞선 반면, 안 후보는 호남에선 문 후보에 비해 5~20%포인트가량 앞섰고 서울·인천·경기 등 수도권에서도 5%포인트 안팎 우위를 유지했다. 직업별로는 문 후보가 자영업자와 블루칼라층에서 강세를 보인 반면 안 후보는 학생·화이트칼라 등에서 강세였다.
이런 조사 결과들이 주는 함의는 야권 후보 단일화를 위한 여론조사에서 역선택이 분명히 존재하고, 동시에 설문 항목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결과가 달라질 수 있다는 점이다. 그러나 실제 상황에서는 조직력, TV 토론, 진보 매체 및 진보 인사들의 선택, 문화 권력과의 소통 등의 변수가 단일화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칠 것이다.
최근 문 후보 측은 민주당 현역 의원과 지역 조직을 총동원해 ‘100만 정예군’ 모으기 운동에 나섰다. 문 후보 측은 “단일화에 대비해 조직력이 필요하다”며 모바일 메신저 서비스인 카카오톡의 ‘대통령 선거 플러스 친구’에 지지자 100만명 이상을 모으기로 했다. 수도권·호남 등 현역 의원들에게 모두 30만명, 원외 지역위원장 20만명, 비례대표 의원 2만명, 직능·특위 20만명, 선대위 당직자 10만명 등 할당까지 했다.
조직면에서 절대적으로 불리한 안 후보가 단일화의 최대 승부처인 호남 등에서 과연 바람만으로 조직의 열세를 어떻게 극복할 수 있을까? 더구나 ‘진보 진영’의 언론 매체들과 참여정부 시절부터 친노(親盧) 성향을 보였던 문화계 인사들이 안 후보보다는 문 후보에 우호적인 입장을 견지하고 있는 것도 문 후보에게 유리한 국면이다.
‘약한 후보 고르기’가 逆風 부를 수도
권영세(權寧世) 새누리당 선대위 종합상황실장은 지난 11월 11일 출입기자 점심 간담회에서 “처음에는 문재인 후보가 야권 단일 후보가 될 것으로 보다가 중간에 안철수 후보가 될 수 있겠다고도 봤는데, 이제는 다시 문재인 후보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새누리당 선대위 핵심 관계자는 “단일화 승패는 호남의 선택에 달려 있는데, 결국 (호남이) 자기들 손때가 묻은 민주당에 힘을 실어줄 것”이라며 “안 후보가 되려면 호남 쪽에서 ‘안철수 말고는 정권을 찾아올 희망이 없다’고 생각하는 상황이 돼야 하는데, 지금은 안·문 후보 모두 박 후보와 오차범위 안에 있다”고 말했다.
《한국경제신문》과 글로벌리서치가 호남 유권자들만 대상으로 조사해 발표한 결과를 보면, 단일 후보 적합도에서 문 후보는 52.3%로 안 후보(43.7%)를 앞섰다. “박 후보와 붙었을 때 누가 더 경쟁력이 있느냐”는 조사에서도 문 후보는 49.5%로 46.5%를 기록한 안 후보를 제쳤다. 새누리당이 ‘문재인 단일 후보’를 공개적으로 말하는 배경에는 “안 후보보다 문 후보가 상대하기 쉽다”는 판단도 깔린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해 안 후보 측 금태섭 상황실장은 “박 후보 지지자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상대가 안 후보”라고 맞섰다. 유민영 대변인은 “보이지 않는 손들이 단일화 과정에 개입하는 것 같다”고 날을 세우기도 했다.
그런데 새누리당의 ‘약한 상대 고르기’가 오히려 역풍(逆風)을 불러일으킬 수도 있다. 새누리당 발언이 오히려 정권교체를 염원하는 반(反)새누리당 세력과 중도층에서 안 후보 지지로 연결되는 효과를 가져올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 2002년 대선에서 노무현 후보와 정몽준 후보가 11월 15일 일반국민 여론조사를 통해 단일 후보를 결정하기로 전격 합의한 직후인 11월 16일에 실시된 주요 언론사와 여론조사기관의 합동 여론조사 결과, 노 후보의 약진이 두드러졌다. MBC-코리아리서치, 《한국일보》-미디어리서치, 《조선일보》-한국갤럽, 《중앙일보》 등 4개 여론조사에서 그동안 3위에 머물던 노 후보가 처음으로 정 후보를 제치고 2위로 올라섰다.
MBC 조사 결과 노 후보는 20.8%, 정 후보는 19.2%로 나타났고, 《한국일보》는 23.1% 대 20.3%, 《조선일보》 22.5% 대 21.7%, 《중앙일보》 23.8% 대 21.6% 등 모두 노 후보가 2위를 탈환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는 단일화 과정에서 시간의 압박을 받을 경우, 견고한 정당 조직을 갖고 있는 후보가 상당히 유리한 고지를 점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후보 단일화 효과 감지되기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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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11월 6일 서울광장에서 열린 전국수산인대회에 참석한 박근혜·문재인·안철수 후보가 함께 앉아 있다. |
첫째, 정권교체 강화 효과이다. 리얼미터가 야권 단일화 합의 회동 직후인 11월 7~8일에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 지지율은 하락한 반면,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와 안철수 후보는 동반 상승하는 등 야권 후보 단일화 효과가 감지됐다.
박근혜 후보는 양자(兩者) 대결에서 하락세를 보이며 문재인·안철수 후보에게 모두 뒤지는 것으로 조사됐다. 안철수-박근혜 양자대결에서 안철수 후보는 50.6%를 기록한 반면, 박근혜 후보는 40.0%에 그치면서 격차는 10.6%포인트로 크게 벌어졌다. 문재인-박근혜 양자대결에서도 문재인 후보는 3.7%포인트 급등한 47.9%를 기록한 반면, 박근혜 후보는 2.8%포인트 급락한 43.0%에 그치면서 역전(逆轉)이 일어났다. 후보 단일화 합의는 분명 문-안 동반 상승 효과를 가져오고 있다.
리서치앤리서치가 지난 11월 6~8일동안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안철수 후보가 문재인 후보에게 함께 만나 정치혁신에 대해 합의하면 좋겠다는 의사를 밝히면서, 두 후보의 회동이 대선정국에 미칠 영향에 관심이 모이고 있습니다. 선생님께서는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라는 질문에 ‘정권교체 의지가 강화될 것으로 본다’는 응답이 55.9%인 반면, ‘그 효과는 미미할 것으로 본다’는 응답은 29.7%였다. 또한 “올해 대통령 선거에서 어느 당 후보를 뽑으시겠습니까”라는 질문에 44.6%가 야당 후보를, 36.5%가 새누리당 후보라고 응답했다.
KBS와 미디어리서치가 지난 10월 28~29일에 실시한 여론조사에서도 “차기 대통령으로 여당인 새누리당 후보가 당선되는 것이 좋다고 보십니까? 아니면 야권 후보가 당선되는 것이 좋다고 보십니까”라는 질문에 새누리당 후보 36.5%, 야권 후보 50.8%로 나타났다.
유권자의 야권 후보에 대한 선호와 정권교체에 대한 욕구가 일관성 있게 높은 상황에서 야권의 후보 단일화가 이뤄지면 박 후보가 크게 고전(苦戰)할 것이라는 추론(推論)이 가능하다.
흔들리는 PK
둘째, PK(부산·울산·경남) 야권 결집 효과이다. 《시사저널》·미디어리서치가 지난 11월 7~8일에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 박근혜 후보가 PK에서 크게 흔들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지역에서 박근혜-문재인 양자대결의 경우, 박근혜 55.5%, 문재인 41.3%로 나타났다. 박근혜-안철수 양자대결에서는 박근혜 53.3%, 안철수 44.0%로 격차가 더 좁혀졌다.
더욱이 문 후보와 안 후보가 공동정부론에 합의하고 각각 대통령과 책임총리의 역할 구분을 한 채 같이 나설 경우, 박 후보는 49.9%, 야권 단일 후보는 46.3%로 오차범위 내 접전(接戰)을 펼칠 것으로 조사됐다.
2002년 대선에서 노무현 후보는 PK 지역에서 29.4%를 득표하고 총 2.3%포인트 차이(약 57만 표)로 승리했다. 만약 후보 단일화 효과로 PK 지역에서 야권 단일 후보가 35% 이상을 득표하면 새누리당에는 대선 승리 가도에 빨간 불이 켜지게 된다.
셋째, 야권 지지층 이탈 효과이다. 코리아리서치의 지난달 말 조사에 따르면, 안 후보 지지자 중에서 단일화 찬성은 68.5%, 반대가 29.4%였다. 안 후보 지지자 10명 중 3명이 반대한다는 것이다. 문 후보 지지자의 단일화 반대는 8.1%에 불과하다.
이는 문 후보로 단일화될 경우, 안 후보 지지층의 일부가 이탈할 수도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다. 그 이유는 안 후보 지지층의 핵심인 중도 무당파가, 문 후보를 이념적으로 경직되어 있고, 노무현 정부 정책과 차별성이 없는 ‘노무현 2기 정부’로 보기 때문이다.
실제로 《서울신문》과 여론조사기관인 엠브레인이 지난 11월 5~6일에 실시한 여론조사에 의하면, 안 후보로 단일화가 될 경우 문 후보 지지자 중 13.9%가 박 후보로 돌아서는 결과가 나왔다. 지난 10월 16~17일 조사에서 나타난 20.1%보다 6.2%포인트 줄어든 수치다. 문 후보로 단일화가 이뤄졌을 경우 안 후보 지지자 중 이탈 비율은 10월 조사에서는 20.4%, 이번 조사에서는 20.8%로 나타나 별다른 변화를 보이지 않았다. 여론조사에서 나타난 것은 분명 단일화 이후 문 후보가 안 후보에 비해 높은 이탈 비율을 가지고 있다.
이념 차이 불구, 지지층 중첩
그렇다면 진정 이런 야권 지지층 이탈이 현실화될까? 2002년 대선에서 노무현-정몽준 단일화 합의 직후인 11월 16일에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 “후보 단일화 때 어느 후보의 득표력이 더 높다고 보느냐”는 질문에 정몽준 후보를 선택한 국민은 42.7%로 노무현 후보의 35.6%보다 7.1%포인트 앞섰다. 정 후보는 모든 연령대에서 노 후보보다 지지율이 높게 나왔으며 특히 40대 이상에서 격차를 벌렸다.
정 후보로 단일화 시 노 후보 지지자 중 55.7%가 정 후보를 지지했고 이회창 후보 9.6%, 권영길 후보 6.0%, 부동층 23.4% 등으로 조사됐다. 반면 노 후보로 단일화 시 정 후보 지지자 중 노 후보를 지지한 사람은 31.1%에 불과했고 이 후보 11.5%, 권 후보 17.1%, 부동층 32.2% 등으로 이탈표가 많았다.
그러나 후보 단일화가 성사된 이후에는 실제 이탈률이 그리 높지 않았다. 노 후보와 정 후보는 이념적으로 현격한 차이를 보였지만 지지층이 상당히 중첩되었기 때문이다. 이번 대선에서도 비슷한 상황이 전개될 가능성이 있다. 두 후보 모두 40대, 화이트칼라, 수도권, 무당파, PK 지역에서 높은 지지를 받고 있기 때문이다.
선거는 구도와 連帶의 싸움
역대 대선에서 나타난 패턴과 각종 여론조사 결과를 종합적으로 검토해 보면 안 후보가 문 후보보다 본선 경쟁력에서 앞선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첫째, 안 후보는 문 후보보다 박근혜 후보를 상대로 유리한 구도를 만들 수 있다.
선거는 구도와 연대(連帶)의 싸움인데 안 후보는 박 후보를 상대로 ‘미래 대 과거’의 유리한 구도를 만들 수 있다. 더구나 박 후보를 상대로 ‘뉴(new)와 올드(old) 구도’를 만들 수 있다.
선거에서 유권자들이 후보를 선택하는 기준은 많지만 가장 간단하고 보편적인 것은 ‘누가 새로운 사람이냐(who is new)’이다.
지난 4월 총선에서 새누리당이 승리한 것은 새누리당이 당명과 로고를 바꾸면서 뭔가 새롭다는 것을 보여준 반면, 민주당은 변화에 둔감한 올드로 인식되었기 때문이다. 작년 서울시장 선거의 경우, 박원순 후보가 뉴이고, 나경원 후보가 올드로 인식되면서 박 후보가 승리했다. 2008년 미국 대선에서 예상을 깨고 오바마가 힐러리에게 승리한 것도 ‘뉴 대 올드’의 구도가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지난 2007년 한나라당 대선 후보 경선에서 이명박 후보가 뉴이고, 박근혜 후보가 올드였기 때문에 이 후보가 승리한 것이다. 2002년 대선에서 이회창은 올드이고 노무현이 뉴로 인식되었기 때문에 노 후보가 승리한 것이다.
노무현 정부 실패 책임론에서 자유롭지 못한 문재인 후보가 박 후보와 맞설 경우 ‘과거 대 과거’ 구도가 만들어질 개연성이 크다. 더구나 ‘박근혜 대 문재인’이 격돌하면 좋든 싫든 ‘박정희 대 노무현’ 구도가 만들어지면서 이념과 지역 대결이 강화되면서 문 후보가 박 후보를 제압하기 힘들어진다.
둘째, 표의 확장성에서 안 후보가 문 후보를 앞선다.
안 후보는 한국 대선을 결정짓는 40대, 중도, 화이트칼라, 수도권, 무당파층에서 박 후보를 크게 앞서고 있지만 문 후보는 이들 계층에서 박 후보를 압도하지 못해 외연(外延) 확대의 어려움을 겪고 있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문 후보가 박 후보를 이기지 못하는 것은 이런 확장성의 한계 때문이다.
셋째, 20~30대 젊은 세대의 지지 강도에서 안 후보가 문 후보를 크게 앞서고 있다.
‘盧武鉉 프레임’에 갇힌 文在寅의 한계
2012년 총선에서 투표율은 54.2%였다. 2002년 대선 수준의 투표율(70.8%) 또는 2007년 대선 투표율(63.0%)이 나오기 위해서는 20~30대 젊은 세대의 투표 참여가 절대적이다. 만약 ‘박근혜 대 안철수’의 선거 구도가 만들어지면 ‘박근혜 대 문재인’ 선거 구도 때보다 20~30대 젊은 세대가 투표에 참여하는 인센티브가 훨씬 강할 것이다. ‘정치를 바꾸겠다’는 안철수 후보는 이들 젊은 세대의 롤 모델로서 인식되고 있기 때문이다. 2002년 대선에서 변화와 개혁을 기치로 내세운 노무현 후보를 위해 20~30대 젊은 세대가 적극적으로 투표장으로 몰렸던 것과 같은 상황이 재현될 수 있다.
그런데 문재인 후보로 단일화가 되면 이와 같은 젊은 세대의 열기를 기대하기 어렵다. 문 후보는 젊은 세대의 롤 모델로서 인지되지 않고 있으며 노무현 프레임에 갇혀 문재인다움을 제대로 보여주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넷째, 안 후보가 문 후보보다 호남 지역을 응집시킬 수 있는 힘이 더 강하다.
호남 지역에서는 여전히 친노 세력에 대한 거부감이 일정 부분 존재한다. 따라서 노무현 대통령과 운명을 같이 하고 있는 문재인 후보가 야권의 단일 후보가 될 경우, 이 지역에서 과거와 같은 압도적인 지지를 얻기 힘들지도 모른다.
지난 2002년 대선 당시 호남 지역에서 노무현 후보는 93.2%의 압도적인 지지를 받은 반면, 이회창 후보는 4.9%를 얻는 데 그쳤다. 지난 2007년 대선에서 이명박 후보는 호남 출신 정동영(鄭東泳) 후보를 상대로 531만 표 차이의 압도적인 승리를 했지만 호남 지역에서는 8.9%를 득표하는 데 그쳤다.
최근 각종 여론 조사를 보면 박근혜 후보는 호남 지역에서 15~20%의 득표를 하고 있다. 물론 실제 투표 상황이 오면 어느 정도 거품이 빠지겠지만 호남의 정신적 지주인 김대중(金大中) 전 대통령이 없는 첫 대선에서 호남의 반란이 일어날 수도 있다.
문 후보와 비교했을 때 안 후보의 경우, 이 지역에서 거부감이 거의 없다. 더구나 안 후보 부인이 전남 여수 출신이라는 점도 유리하게 작동될 여지가 있다.
이념문제에서 安이 文보다 자유로워
다섯째, 안 후보가 문 후보보다 중도(中道)를 흡수하고 외연을 확대하는 데 더 유리하다.
한국 대선은 누가 중도를 잡느냐의 싸움이다. 한국 대선에서 중도층에서 이기지 못하는 후보는 결코 승리할 수 없다. 지난 4월 총선에서 민주+통합진보+진보신당+정통민주+창조한국 등 범(汎) 진보 세력이 얻은 정당 득표는 총 48.5%였다. 반면, 새누리+선진+친박연합+한나라+국민생각 등 범 보수 세력이 얻은 정당 득표는 총 48.2%였다.
이번 대선처럼 초박빙의 승부가 예상되는 상황에서 중도가 누구를 선택할 것인가는 대선 승부를 결정짓는 가장 중요한 변수임에 틀림없다.
최근 박근혜 후보는 경제민주화를 이끌었던 김종인(金鍾仁) 위원장과 갈등을 일으키며 집토끼를 향한 보수 회귀 전략으로 선회했다. 박 후보가 그동안 좌(左)클릭하면서 중도 외연 확대를 추진했지만 이를 철회함으로써 중도 공간이 활짝 열렸다.
문 후보는 그동안 자신의 지지층을 강화하는 ‘전략적 극단주의(strategic extremism)’를 채택했기 때문에 이 공간을 점유하기 어렵다.
리서치앤리서치가 지난 11월 6~8일에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중도층에서 박근혜 대 안철수는 42.1% 대 47.6%인 반면 박근혜 대 문재인은 46.1% 대 45.4%였다. 한편 갤럽의 11월 5~7일 조사에 따르면, 중도층에서 안 후보 지지는 55%로 박 후보(36%)를 압도했지만 문 후보(48%)는 박 후보(40%)를 크게 앞서지 못했다.
더구나, 진보정의당 심상정 후보와 통합진보당 이정희 후보가 중간에 사퇴하지 않는 한 12월 4일, 10일, 16일에 실시되는 대선 TV 토론에 참여하게 된다. 따라서 이 TV 토론은 진보 대 보수의 격돌장이 될 것이다. 그런데 지난 4월 총선에서 민주통합당과 통합진보당의 야권연대를 주도했던 사람은 문재인 후보였다. 통합진보당의 종북(從北) 추종 노선 때문에 발생한 야권 연대 실패에 대한 책임에서 문 후보는 결코 자유롭지 못하다. 이에 비해 이념 논쟁에서 벗어나 있는 후보는 중도 무당파를 끌어안을 수 있는 잠재력이 훨씬 높다.
야권은 후보 단일화가 대선 승리, 정권교체, 정치 개혁, 민주주의를 위한 절대적인 요인이라고 주장하는 반면, 새누리당은 “후보 단일화는 권력 나눠 먹기에 혈안이 된 나쁜 선거전략”이라고 비판한다.
단일화에 대한 네거티브 공격 한계
후보 단일화 드라마는 재방송되고 있는 것 같다. 2002년 11월 15일 노-정 후보의 단일화가 성사되자 당시 한나라당이 보인 행태는 네거티브 대응 일색이었다. 마찬가지로 박근혜 후보 역시 최근 단일화 행보를 두고 “국민의 삶과 상관없는 단일화 이벤트로 민생 위기를 극복할 수 있겠느냐”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새누리당은 “문 후보의 구걸 정치와 안 후보의 타이밍 정치가 결합한 꼼수와 반칙의 ‘참 나쁜 단일화’”라고 비판했다.
여하튼 단일화의 목표를 서로 합의하지 못한 상태에서는 단일화가 된다 해도 언제 깨질지 모를 ‘크리스털 단일화’가 될 수 있다. 2002년 대선에서 노-정 단일화가 투표 전날 깨진 것이 이를 보여준다. 왜 단일화를 해야 하고 단일화가 왜 진정 새 정치인지를 국민에게 전달하지 못하면 단일화는 공허해진다.
한편 박 후보가 야권이 추진하는 단일화 효과를 극복하려면 단일화를 상쇄할 만한 파격적인 정책이나 비전을 내놓아야 한다. 비판만으로는 세상을 바꿀 수 없기 때문이다. 박 후보는 모든 기득권을 내려놓고 새누리당에 새로움을 다시 채우는 대변혁을 이뤄야 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