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朴槿惠, 野圈 단일 후보보다 5% 뒤지고 있는 것으로 보아야
⊙ 2040세대의 투표율은 4월 총선보다 28.4%p 증가, 5060세대는 21.9%p 증가 예상
⊙ 朴槿惠, 40대·중도·화이트칼라·수도권·무당파층에서 취약하고 유권자들의 정권교체 욕구 강해
크게 불리
⊙ 朴槿惠, 경제민주화가 아니라 쉬우면서도 대립적인 쟁점 찾아야 反轉 가능
金亨俊
⊙ 55세. 한국외대 중국어과 졸업. 美아이오와대 계량정치학 박사.
⊙ 국민대 정치대학원 교수, 한국선거학회장, 한국정치학회 부회장 역임.
現 명지대 인문교양학부 교수, 한국정책과학연구원(KPSI) 원장.
⊙ 저서: 《젠더 폴리시스》.
⊙ 2040세대의 투표율은 4월 총선보다 28.4%p 증가, 5060세대는 21.9%p 증가 예상
⊙ 朴槿惠, 40대·중도·화이트칼라·수도권·무당파층에서 취약하고 유권자들의 정권교체 욕구 강해
크게 불리
⊙ 朴槿惠, 경제민주화가 아니라 쉬우면서도 대립적인 쟁점 찾아야 反轉 가능
金亨俊
⊙ 55세. 한국외대 중국어과 졸업. 美아이오와대 계량정치학 박사.
⊙ 국민대 정치대학원 교수, 한국선거학회장, 한국정치학회 부회장 역임.
現 명지대 인문교양학부 교수, 한국정책과학연구원(KPSI) 원장.
⊙ 저서: 《젠더 폴리시스》.
대선(大選)이 60일도 남지 않았다. 국민의 관심은 대선 정국의 최대 이슈인 야권(野圈) 후보 단일화에 쏠려 있다. 과연 단일화가 이뤄질지, 단일화의 방법과 시기·절차는 어떨지, 누구로 단일화될지에 맞춰져 있다. 더불어 박근혜(朴槿惠·이하 대선후보 호칭 생략) 새누리당 후보와 야권 단일 후보 중 누가 승리할지에 대해서도 관심이 많다.
여론조사는 과학적이고 체계적인 방법으로 이런 관심들에 대한 해답을 줄 수 있다.
한국 선거에서 여론조사가 처음으로 등장한 것은 1987년 대선 때였다. 그 이후 여론조사는 여론을 형성하고 주도해 나가는 데 큰 힘을 발휘하며 선거 결과를 좌우하는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했다.
여론조사의 언론보도는 유권자의 투표행태와 후보자 경쟁구도 형성에 두 가지 측면에서 영향력을 행사한다.
하나는 정치 커뮤니케이션 차원의 심리적 효과를 지적할 수 있다. 여론의 형성과 확산을 연구하는 학자들은 대개 인간이 사회적 존재로서 소외(疎外)를 두려워하기 때문에 다른 사람의 태도나 행동을 관찰해 여론의 흐름을 파악하는 경향이 있다고 주장한다. 즉, ‘침묵의 나선(螺線)효과 이론’에 따르면 자신이 지배적 여론과 같은 생각을 공유하고 있을 때는 의견을 적극적으로 개진하는 반면 그렇지 않을 경우에는 침묵하는 경향이 나타난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여론의 흐름을 지배하는 의견은 ‘우세자 편승 효과’, 또는 ‘밴드왜건’(bandwagon effect)에 따라 더 강화되고 소수의견은 이른바 침묵의 소용돌이 속으로 더욱 잦아들게 된다는 것이다. 예컨대 2002년 대선에 노풍(盧風)이 강하게 휘몰아쳤을 때 노풍을 확인한 노무현 후보 지지자들은 어디를 가나 목소리를 높였고, 반대로 노 후보를 지지하지 않는 유권자들은 조용히 추이를 지켜보았다. 노 후보에 대해 잘 모르거나 판단을 유보한 유권자들은 심리적 부담이나 사회적 압력을 느끼면서 노 후보 쪽으로 기울어지는 경향을 보였다.
선거 여론조사 보도의 또 다른 영향력은 유권자의 전략적 움직임을 자극하는 데 있다. 전략적 유권자는 자신의 선호도보다 선거결과를 중시하기 때문에 당선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투표방향을 결정한다. 선거 여론조사 보도는 이러한 평가과정에 누가 당선 가능성이 높고 누가 낮은가 등의 정치적 정보를 제공함으로써 유권자의 전략적 투표를 부추긴다.
하지만 어느 후보의 지지율이 앞서 가는지에만 초점을 맞추는 경마식(競馬式) 여론조사는 유권자의 판단을 왜곡시키고 선거가 정책보다는 후보자의 이미지에만 좌지우지되도록 부추기는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1. 저마다 다른 여론조사 결과
12월 대선을 앞두고 각종 언론매체에서는 대선 후보자들에 대한 지지도 조사를 매일매일 쏟아 내고 있다. 특히 언론사의 ‘정밀 저널리즘(precision journalism)’ 표방과 함께 한국 사회에서 여론조사 보도는 이제 보편화하고 있다. 여론조사의 홍수 시대에 살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문제는 비슷한 시기에 조사된 여론조사 결과가 큰 차이를 보이면서 들쭉날쭉 춤을 추고 있다는 것이다.
한국갤럽이 지난 10월 8~10일 실시한 데일리 정치지표 조사에서는 박근혜가 양자(兩者)대결에서 두 야권 후보보다 앞서는 것으로 나타났다.
박근혜 대 안철수(安哲秀)의 양자대결은 49% 대 45%로 박 후보가 4%포인트(p) 앞섰다. 지역별로는 서울에서 안 후보 52%-박 후보 42%, 인천·경기에서는 안 후보 48%-박 후보 47%로 나타났다. 대전·충청에서는 박 후보 57%, 안 후보 37%를 기록했다. 부산·경남은 박 후보가 57%를 기록하며 안 후보(33%)보다 24%p 앞섰다.
박근혜 대 문재인(文在寅)의 양자대결은 51% 대 42%로 박 후보가 크게 앞섰다. 야권 단일 후보 적합도에서는 문 후보(49%)가 안 후보(35%)보다 14%p 앞섰다.
반면, 아산정책연구원이 리서치앤리서치(R&R)에 의뢰해 10월 7~9일 실시한 조사에서는 박근혜가 안철수와의 양자대결에서는 크게 뒤지고 문재인과의 대결에서는 초박빙(超薄氷)이었다. 구체적으로 안 후보(50.9%)가 박 후보(40.9%)보다 10.0%p 앞섰다. 지역별로는 서울에서 안 후보 58.8%-박 후보 35.1%로 한국갤럽 조사와 큰 차이가 없었다. 하지만 인천·경기에서 한국갤럽 조사는 두 후보 간의 차이가 1%p지만 R&R 조사에서는 안 후보(53.1%)가 박 후보(39.1%)보다 14.0%p 앞섰다. 대전·충청 지역의 경우, 한국갤럽 조사에서는 박 후보가 안 후보보다 25%p 앞섰는데 R&R 조사에서는 오히려 안 후보(46.3%)가 박 후보(43.8%)보다 2.5%p 앞섰다. 부산·경남에서는 한국갤럽의 경우, 박-안 두 후보 간의 지지율 차이가 24%p였는데, R&R 조사에서는 박 후보(48.4%)가 안 후보(42.3%)보다 겨우 6%p 앞섰다.
문재인과의 양자대결에서는 문 후보(45.7%)와 박 후보(45.5%) 간에는 0.2%p 차이의 치열한 접전을 벌였다.
야권 단일 후보 적합도에서도 한국갤럽 조사와는 달리 안 후보가 39.7%로 문 후보(36.2%)보다 3.5%p 앞섰다. 여론조사 기관인 리얼미터가 10월 9~10일에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박 후보가 양자대결에서 두 야권 후보보다 뒤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박근혜-안철수 양자대결에서는 안 후보(49.0%)가 박 후보(43.2%)보다 5.8%p 앞섰다. 박근혜-문재인 양자대결에서도 문 후보(46.6%)가 박 후보 (44.6%)보다 오차범위 내에서 앞섰다. 야권 단일 후보 선호도에서는 안 후보(41.5%)가 문 후보(35.2%)에게 앞섰다.
비슷한 시기에 실시한 진보와 보수 언론매체의 여론조사에서도 결과는 확연하게 차이가 있었다. 《한겨레》와 리서치플러스가 10월 5~6일에 실시한 조사에서는 양자대결시 안 후보(52.2%)는 박 후보(42.1%)보다 10%p 이상 앞섰다. 문 후보(48.7%)도 박 후보(46.2%)보다 앞섰다.
《중앙일보》가 동일한 시기에 실시한 여론조사에서는 정반대의 결과가 나왔다. 양자대결 시 박 후보가 50.0%로 안 후보(46.5%)를 3.5%p 앞섰다. 박 대 문 대결에서는 박 후보(51.8%)가 문 후보(45.0%)를 크게 앞섰다.
비슷한 시기에 여론조사를 실시했는 데 왜 조사기관별로 정반대의 결과가 나타나는 것일까. 유권자들은 이런 상반된 조사결과들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해석해야 하는가.
여론조사 기관마다 조사 설문방법 달라
여론조사 전문가들은 “조사결과가 들쭉날쭉한 것은 조사방법이나 질문방식 등의 차이가 영향을 주고 있다”고 진단한다. “각 후보 캠프의 선대위 구성과 인물영입 경쟁 등이 진행 중인 상황에서 표심도 조사마다 요동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한국갤럽의 데일리 정치지표는 유권자 912명을 대상으로 휴대전화 임의걸기(RDD)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R&R은 유권자 1062명을 상대로 조사했고, 가구전화 50%, 휴대전화 50%의 비율로 RDD 방식을 써서 이뤄졌다. 리얼미터 조사에서는 유선전화 및 휴대전화 RDD 자동응답(ARS) 방식으로 진행됐다. 표본을 추출하는 방식이 이렇게 다르기 때문에 조사기관별로 차이가 존재하는 것은 당연한 것이다.
조사기관별로 설문문항에서도 큰 차이가 있다. 가령, 한국갤럽은 양자대결 구도 시 “만약 이번 대선에 새누리당 후보로 박근혜, 야권 단일 후보로 안철수가 출마하면 누가 대통령이 되는 것이 더 좋다고 생각하십니까?”라는 설문문항을 사용하고 있다. R&R은 “올해 대통령 선거가 박근혜와 안철수 두 후보의 맞대결로 치러진다면, 선생님께서는 둘 중 어느 후보에게 투표하시겠습니까”라는 설문문항을 사용한다.
엄격하게 표현하면 한국갤럽 설문문항은 선호도 조사이고, R&R은 지지도 조사이다. 조사기관별로 설문항목이 이렇게 다른데도 언론에서는 모두 지지도 조사 결과라고 발표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런 상황에서 유권자는 어느 조사결과를 믿어야 할지 참으로 혼란스럽다.
2. 여론조사 제대로 읽는 법
여론조사 홍수 속에서 민심을 제대로 읽기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조치가 필요하다.
첫째, 동일한 여론조사 기관에서 동일한 설문을 사용해서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의 추이를 분석해야 한다. 다른 여론조사 기관에서 실시한 결과를 혼합해서 여론의 추이를 분석하고 보도하는 것은 잘못된 것이다. 여론조사 기관마다 설문내용과 순서가 동일하지 않은데 이런 점들을 무시한 채 서로 다른 조사기관의 자료들을 혼합해서 ‘지지율’이라는 수치로 단순 비교하는 것은 참으로 위험한 것이다. 다른 조사기관들이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를 혼합해서 마치 동일한 기관에서 실시한 것처럼 추이를 분석하는 것은 여론조사의 생명이라고 할 수 있는 타당성(validity)과 신뢰성(reliability)을 스스로 망가뜨리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림 1>은 KBS·미디어리서치가 지난 5월 26부터 10월 6일까지 6차례 걸쳐 실시한 대선후보 지지도 추이를 분석한 것이다.
우선 이런 지지도 추이 분석을 통해 확인된 것은 다자대결에서는 ‘1강(박근혜) 2중(문재인·안철수)의 구도가 고착화됐다. 다만, 안철수가 문재인을 계속 앞섰지만 문 후보의 지지도가 7월 이후 지속적으로 상승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11월의 저주’는 재현될 것인가
이런 여론조사 추세가 던지는 함의는 박 후보가 과거사 논란, 측근 비리, 인적쇄신 파동 등의 악재(惡材)를 맞이해도 40% 정도의 지지로 부동의 1위를 달리고 있다는 점이다. 따라서, 후보 단일화가 이뤄지지 않으면 야권은 필패(必敗)라는 것을 잘 보여준다.
지난 1987년 대선에서 노태우(盧泰愚) 후보가 36.6%의 낮은 득표로 승리할 수 있었던 것은 김영삼(YS·28%)과 김대중(DJ·27%)이 독자 출마해 야권 표가 분산되었기 때문이다. 이번 대선에서도 문재인-안철수 간에 후보 단일화가 성사되지 않으면 1987년 상황이 재연될 가능성이 크다.
현재 야권에서는 ‘무소속 대통령론’을 둘러싸고 논쟁이 치열한데 이는 야권이 처한 상황을 직시하지 못한 부질없는 것이다. 3자대결 구도에서는 ‘무소속 대통령’ 가능성은 거의 없고, 만약 야권이 안철수 후보로 단일화가 되어 승리하면 그는 무소속 대통령이 아니라 야권 연대(連帶) 대통령이 되기 때문이다.
둘째, 지지도 추세뿐 아니라 각 후보의 지지계층을 함께 고찰해야 한다.
<표 1>은 한국 대선에서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 5대 계층에서 드러난 지지도 추이에 대한 한국갤럽의 정치지표이다. 9월과 10월 조사에서 양자대결 시 박근혜는 안철수보다 각각 3%p와 4%p 앞섰다. 하지만 이들 5대 계층 중 단 한 곳에서도 박 후보는 안 후보를 앞서지 못했다. 이런 조사결과는 안 후보와 대결 시 박 후보의 표의 확장성이 크게 위협받고 있다는 것을 잘 보여주는 것이다.
반면 박근혜-문재인 양자대결 시에는 양상이 사뭇 다르다. 9월 추석 연후 전 조사에서는 40대, 중도, 수도권에서는 박 후보가 문 후보를 앞섰다. 무당파(無黨派) 층에서는 차이가 거의 없었다. 그러나 10월 조사에서 박 후보는 전체적으로 문 후보다 9%p 앞섰지만 중도층(박 47% 대 문 45%)과 인천·경기 지역(박 52% 대 문 41%)을 제외한 나머지 계층에서 모두 열세(劣勢)로 나타났다.
현재까지의 지지계층 분석이 주는 함의는 본선(本選)에서 안철수가 문재인보다 경쟁력이 조금 더 있다는 것이다.
더욱 주목해야 할 것은 중도층에서는 문 후보가 여전히 박 후보에게 열세라는 점이다. 문 후보가 민주당 대선후보 확정 후 이승만(李承晩)·박정희(朴正熙) 전 대통령 묘소 참배 거부, 대통령 취임식에 북측 인사 초청의사 표명, 개성공단 방문 신청, 2007년 10·4 공동선언 실행 요구 등 지나차게 이념적으로 경직된 행동을 보임으로써 중도층에서의 거부반응이 작용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는 안철수가 중도층에서 박 후보를 계속해서 앞서고 있는 것과는 큰 차이를 보이는 것이다.
안철수로 단일화할 경우, 문 후보 지지층의 대부분이 이탈 없이 안 후보를 지지하지만, 문재인으로 단일화할 경우, 안 후보 지지층의 약 10% 정도가 박 후보 지지로 이탈하고 있는 것도 문 후보의 본선 경쟁력을 약화시키는 요인이다. 다만, 1997년 대선에서 이인제(李仁濟), 2002년 대선에서 정몽준(鄭夢準) 후보의 사례에서 보듯이, 추석 이후 잘나가던 제3후보가 11월에 접어들면서 지지도가 하락하는 ‘11월의 저주’가 존재했다. 따라서 현재의 지지도 추이만을 토대로 야권 후보들의 12월 본선 경쟁력을 단정 짓는 것은 무리일 수 있다.
야권 단일화의 키를 쥔 호남 民心
셋째, 지지계층 분석뿐 아니라 후보자들의 지지강도도 면밀히 검토해야 한다.
특정 후보 지지에 대한 강도를 체계적으로 분석하기 위해 ‘지지강도 지수(ISS: Index for Support Strength)’를 만들 수 있다. 여론조사 결과를 통해 이런 지수를 만들 수 있다.
“대선까지 남은 기간 후보자에 대한 검증이나 후보 단일화 등 상황변화에 따라 지지 후보를 바꿀 의향이 있습니까?”라는 질문을 던지고 ‘바꾸지 않을 것이다’라는 비율을 ‘상황에 따라 바꿀 수 있다’는 비율로 나누면 된다. 만약 ISS 수치가 1보다 크면 지지강도가 큰 것이고, 반대로 1보다 작으면 강도가 낮은 것이다.
<그림 2>는 KBS가 미디어리서치에 의뢰, 지난 10월 5~6일에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이다. 유권자 전체 수준에서 ISS는 1.29로 나타났다. 하지만 박근혜 지지층은 ISS가 3.49로 문재인 지지층(1.02)과 안철수 지지층(1.01)보다 3배 가량 높았다.
문-안 지지층 2명 가운데 1명이 상황에 따라 지지 후보를 바꿀 수 있다는 것은 향후 야권 후보 단일화 과정, 야권 후보들에 대한 검증결과, 무소속 안철수 후보의 향후 정치행보 등과 같은 상황변수에 의해 야권 후보들의 지지율이 크게 출렁거릴 수 있다는 것을 함축하고 있다.
<표 2>는 유권자별 지지강도를 분석한 것이다. 안철수의 핵심 지지층인 20대와 30대의 ISS 수치가 0.49와 0.70으로 지극히 낮은 반면, 박 후보의 핵심 지지층인 50대와 60대 이상 고(高)연령층의 ISS 수치는 각각 2.04와 3.45로 상당히 높았다.
주목해야 할 것은 지역별로 호남 지역의 ISS가 1.00으로 나타난 것이다. 이 수치가 함축하는 것은 호남 지역에서 현재 문재인과 안철수 지지층의 지지강도가 지극히 취약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비록 지금은 문·안 두 후보 중의 한 사람을 지지하고 있더라도 향후 박근혜 후보와의 본선 경쟁력이 떨어지면 얼마든지 바꿀 수 있다는 것을 함축하고 있다. 결국, 호남 지역의 민심(民心)이 야권 후보 단일화의 열쇠를 쥐고 있다는 뜻으로도 해석된다.
정권교체 지수 지속적으로 상승
넷째, 한국 대선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칠 변수에 대한 고찰이 있어야 한다.
이를 위해 정권교체 의향에 대한 분석이 필요하다. 유권자의 정권교체 의향을 체계적으로 분석하기 위해 ‘정권교체 지수(IRC: Index for Regime Change)’를 만들 수 있다.
‘차기 대통령으로 여당인 새누리당 후보가 당선되는 것이 좋다고 보십니까 아니면 이번에는 야권의 후보가 당선되는 것이 좋다고 보십니까?’라는 여론조사 설문항목을 이용해 IRC 지수를 만들 수 있다. 즉 IRC는 ‘야권의 후보가 당선되는 것이 좋다’는 비율을 ‘새누리당 후보가 당선되는 것이 좋다’는 비율로 나눈 수치이다.
만약 IRC 수치가 1보다 크면 새누리당 재집권보다는 정권교체를 바라는 사람이 많다는 것을 의미한다. 반대로 1보다 작으면 정권교체를 원하는 사람보다는 새누리당 재집권을 원하는 사람이 많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림 3>은 KBS와 미디어리서치가 지난 7월부터 10월까지 유권자들의 정권교체 의향을 시(時)계열로 분석한 것이다. 7월 IRC는 1.15, 8월 1.17, 9월 1.45로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는 것이 확인되었다. 다만 10월 초에 들어서 IRC는 1.30으로 약간 하락했다.
이 추세는 새누리당 대선 가도(街道)에 빨간 불이 켜졌다는 것을 잘 보여주는 것이다. 아무리 후보 지지도가 출렁거리고 있다고 하더라고 유권자들의 정권교체에 대한 의향이 이렇게 일관성 있게 높다는 것은 어떤 방식으로든지 야권의 후보 단일화가 이뤄지면 박 후보가 크게 고전(苦戰)할 것이라는 추론이 가능하다.
40대, 이념적 투표로
<표 3>은 유권자별 정권교체 의향을 분석한 것이다. 한국 대선에서 결정적인 역할을 했던 충청 지역에서 IRC가 1을 겨우 넘기는 수준이라는 점이다. 수도권 지역의 IRC보다 훨씬 적었다. 지난 4·11 총선에서 충청 지역은 박 후보가 이끄는 새누리당에 압도적인 지지를 보였지만 대선에서는 다를 수 있다는 것을 함축하고 있다. 상황변화에 따라 현재의 지지를 바꿔 이번 대선에서도 충청이 캐스팅보트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점을 분명히 하고 있다.
대선 향배를 결정지을 40대의 IRC는 전국 평균보다 더 크다는 점은 주목할 만한 사실이다. 다시 말해 새누리당에 비상이 걸렸다는 뜻이다.
지난 2010년 지방선거 이후 형성된 유권자 지지행태의 변화 중 가장 눈에 띄는 것은 40대가 20대와 30대와 동조화(同調化)하고 있는 것이다. 즉 2040세대가 만들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과거 40대는 50~60대와 비슷한 성향을 보이면서 실리적 투표를 하는 경향을 보였다. 하지만 1980년대 민주화 투쟁을 경험했던, 1960년부터 1969년 출생의 소위 과거의 ‘386세대’가 연령적으로 43세에서 52세가 되면서 새로운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40대가 연령 효과보다는 세대 효과가 크게 작동되면서 실리적 투표보다는 이념적 투표를 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박근혜가 과거사 발언으로 논쟁을 일으켰을 때 가장 먼저 박 후보 지지에서 이탈한 세력이 40대라는 것도 이런 조사결과와 일맥상통한다.
<표 4>는 중앙선관위가 발표한 투표율 자료를 토대로 역대 선거에서의 세대별 투표율을 비교한 것이다. 이번 12월 대선 투표율이 2007년 대선 때의 63%와 같다고 가정하면 지난 4월 총선 때보다 대략 378만명이 투표장으로 더 나가야 한다. 2040세대의 투표율은 2012년 4월 총선보다 28.4%p 증가하는 반면, 5060세대는 21.9%p 증가가 예상된다. 특히 40대의 경우 13.7%p 증가가 예상된다. 따라서 누구든 40대의 표심을 잡지 못하면 대선 승리가 어려워진다.
현재 정치권에서는 투표시간 연장을 둘러싸고 논쟁이 일어나고 있다. 야당은 기존의 6시까지로 되어 있는 투표시간을 대폭 늘리자고 주장한다. 이런 투표율 연장이 어떤 효과를 가져올지는 20~30대 젊은 세대보다는 40대 투표율 제고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가 관건이다. 그런데 분명한 것은 현재까지 박 후보의 지지율이 40대에서 상당히 취약한 양상을 보이고 있다는 점이다.
3. 과학적 여론조사를 토대로 한 전략의 대전환
지금까지 분석한 여론조사 자료를 토대로 유권자들의 민심을 읽어 보면 12월 대선을 예측하기가 참으로 힘들다. 민심이 상당히 유동적이기 때문이다.
다만 보다 냉정하게 평가해 보면 기존 언론과 많은 평론가들의 평가와는 달리 박근혜 후보가 상당히 불리하다는 점이 확인되었다. 박 후보는 지지강도를 제외하고는 표의 확장성을 담보하는 40대, 중도, 화이트칼라, 수도권, 무당파층에서 상당히 취약하고 동시에 유권자들의 정권교체에 대한 욕구가 강하다는 것이 확인되었기 때문이다.
더구나 이번 대선의 최대 승부처라 할 수 있는 부산·경남(PK) 지역에서 상당히 표가 잠식되고 있다. 한국 대선에서 ‘PK 30% 룰’이 존재한다. 이 지역에서 야권 후보가 30% 정도 득표하면 새누리당이 위험하다.
지난 1997년 대선에서 이인제 후보는 이 지역에서 30%, 2002년 대선에서 노무현 후보는 29.4%를 득표했다. 지난 4·11 총선에서 민주당과 진보통합당의 야권연대 세력이 이 지역에서 얻은 정당득표율의 합은 38.7%였다. 그런데 최근 실시한 각종 여론조사에서 일관되게 나타나고 있는 것은 양자대결 구도시 부산 출신 문재인과 안철수가 PK 지역에서 평균 40%에 육박하는 지지를 받고 있다는 것이다.
KBS·미디어리서치 조사에 따르면 양자대결 시 안철수는 9월 21~22일에 44.8%를, 10월 5~6일에는 39.9%를 얻었다. 문재인은 각각 44.0%와 36.9%를 얻었다. 더구나 부동층(浮動層)에 친야(親野) 성향이 친여(親與) 성향보다 훨씬 많아 야권의 5% 숨은 표가 존재한다는 것이 2010년 지방선거 이후 입증되고 있다. 이런 여론조사 결과들을 입체적으로 분석해 보면 현 시점에서 박근혜 후보는 야권 후보에게 적어도 5% 정도 뒤지고 있다고 할 수 있다.
박근혜 주변에 ‘이기는 선거’ 해 본 사람 없어
박 후보가 현재의 열세를 딛고 승리하기 위해서는 과학적인 여론조사를 토대로 전략의 대전환을 모색해야 한다. 무엇보다 박 후보는 자신이 주도할 수 있는 쟁점을 토대로 자신에게 유리한 프레임을 만들어야 한다.
최근 한국 선거에서 ‘정책쟁점 투표’의 중요성이 높아지고 있다. 그런데 정책쟁점은 크게 ‘쉬운 쟁점’과 ‘어려운 쟁점’으로 구분하는 축과 ‘합의쟁점’과 ‘대립쟁점’으로 구분하는 또 다른 축을 기준으로 4가지 유형으로 분류할 수 있다.
‘쉬운 쟁점’은 정치적 지식이나 관심의 수준에 상관없이 유권자가 쉽게 투표할 수 있도록 유도한다. 감세(減稅), 무상(無償)급식 등이 이에 해당된다. ‘어려운 쟁점’은 청계천 복원, 한반도 대운하 건설과 같이 유권자가 정책대안(代案)을 상호 비교하기 위해 상당한 수준의 정치적 지식이나 관심을 필요로 한다.
‘합의쟁점’은 성(性)평등 실현, 일자리 창출 등과 같이 유권자 거의 모두가 동일한 선호를 갖는다. 반면에 ‘대립쟁점’은 보편적 복지와 같이 유권자의 선호가 찬성과 반대의 상반되는 입장으로 나눠진다.
박근혜가 제시하는 ‘경제민주화’ 쟁점은 평범한 유권자들이 이해하기 어려운 쟁점인 동시에 여야 모두가 찬성하는 합의쟁점의 성격을 띠고 있다. 이런 쟁점은 방어적 어젠다는 될 수 있어도 다른 후보와 차별화하면서 선거판을 주도하는 공격적 어젠다가 될 수 없다.
이것이 박근혜 후보의 최대 아킬레스건이다. 박 후보 주변에 대선에서 이기는 선거를 주도해 본 경험이 있는 사람이 거의 없다는 것도 큰 약점(弱點)이다. 지난 2002년 대선에서 노무현 후보가 제기한 ‘행정수도 충청 이전’은 참으로 ‘쉬우면서 대립적인 쟁점’이었다. 결국 노 후보의 이기는 선거의 결정적 요인이 되었다.
대선 후보들이 추석 후 민심을 잡으려면 무엇보다 자신의 능력이나 이미지와 밀접히 관련되어 있는 ‘쉬우면서 대립적인 정책쟁점’을 제시해야 한다. 이런 쟁점에 대한 견해와 인지를 바탕으로 국민들이 투표결정을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게으르고 창의성이 없는 정당과 후보는 결코 승리할 수 없다.⊙
여론조사는 과학적이고 체계적인 방법으로 이런 관심들에 대한 해답을 줄 수 있다.
한국 선거에서 여론조사가 처음으로 등장한 것은 1987년 대선 때였다. 그 이후 여론조사는 여론을 형성하고 주도해 나가는 데 큰 힘을 발휘하며 선거 결과를 좌우하는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했다.
여론조사의 언론보도는 유권자의 투표행태와 후보자 경쟁구도 형성에 두 가지 측면에서 영향력을 행사한다.
하나는 정치 커뮤니케이션 차원의 심리적 효과를 지적할 수 있다. 여론의 형성과 확산을 연구하는 학자들은 대개 인간이 사회적 존재로서 소외(疎外)를 두려워하기 때문에 다른 사람의 태도나 행동을 관찰해 여론의 흐름을 파악하는 경향이 있다고 주장한다. 즉, ‘침묵의 나선(螺線)효과 이론’에 따르면 자신이 지배적 여론과 같은 생각을 공유하고 있을 때는 의견을 적극적으로 개진하는 반면 그렇지 않을 경우에는 침묵하는 경향이 나타난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여론의 흐름을 지배하는 의견은 ‘우세자 편승 효과’, 또는 ‘밴드왜건’(bandwagon effect)에 따라 더 강화되고 소수의견은 이른바 침묵의 소용돌이 속으로 더욱 잦아들게 된다는 것이다. 예컨대 2002년 대선에 노풍(盧風)이 강하게 휘몰아쳤을 때 노풍을 확인한 노무현 후보 지지자들은 어디를 가나 목소리를 높였고, 반대로 노 후보를 지지하지 않는 유권자들은 조용히 추이를 지켜보았다. 노 후보에 대해 잘 모르거나 판단을 유보한 유권자들은 심리적 부담이나 사회적 압력을 느끼면서 노 후보 쪽으로 기울어지는 경향을 보였다.
선거 여론조사 보도의 또 다른 영향력은 유권자의 전략적 움직임을 자극하는 데 있다. 전략적 유권자는 자신의 선호도보다 선거결과를 중시하기 때문에 당선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투표방향을 결정한다. 선거 여론조사 보도는 이러한 평가과정에 누가 당선 가능성이 높고 누가 낮은가 등의 정치적 정보를 제공함으로써 유권자의 전략적 투표를 부추긴다.
하지만 어느 후보의 지지율이 앞서 가는지에만 초점을 맞추는 경마식(競馬式) 여론조사는 유권자의 판단을 왜곡시키고 선거가 정책보다는 후보자의 이미지에만 좌지우지되도록 부추기는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1. 저마다 다른 여론조사 결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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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선거철마다 나오는 여론조사가 국내에 처음 등장한 것은 1987년이었다. |
한국갤럽이 지난 10월 8~10일 실시한 데일리 정치지표 조사에서는 박근혜가 양자(兩者)대결에서 두 야권 후보보다 앞서는 것으로 나타났다.
박근혜 대 안철수(安哲秀)의 양자대결은 49% 대 45%로 박 후보가 4%포인트(p) 앞섰다. 지역별로는 서울에서 안 후보 52%-박 후보 42%, 인천·경기에서는 안 후보 48%-박 후보 47%로 나타났다. 대전·충청에서는 박 후보 57%, 안 후보 37%를 기록했다. 부산·경남은 박 후보가 57%를 기록하며 안 후보(33%)보다 24%p 앞섰다.
박근혜 대 문재인(文在寅)의 양자대결은 51% 대 42%로 박 후보가 크게 앞섰다. 야권 단일 후보 적합도에서는 문 후보(49%)가 안 후보(35%)보다 14%p 앞섰다.
반면, 아산정책연구원이 리서치앤리서치(R&R)에 의뢰해 10월 7~9일 실시한 조사에서는 박근혜가 안철수와의 양자대결에서는 크게 뒤지고 문재인과의 대결에서는 초박빙(超薄氷)이었다. 구체적으로 안 후보(50.9%)가 박 후보(40.9%)보다 10.0%p 앞섰다. 지역별로는 서울에서 안 후보 58.8%-박 후보 35.1%로 한국갤럽 조사와 큰 차이가 없었다. 하지만 인천·경기에서 한국갤럽 조사는 두 후보 간의 차이가 1%p지만 R&R 조사에서는 안 후보(53.1%)가 박 후보(39.1%)보다 14.0%p 앞섰다. 대전·충청 지역의 경우, 한국갤럽 조사에서는 박 후보가 안 후보보다 25%p 앞섰는데 R&R 조사에서는 오히려 안 후보(46.3%)가 박 후보(43.8%)보다 2.5%p 앞섰다. 부산·경남에서는 한국갤럽의 경우, 박-안 두 후보 간의 지지율 차이가 24%p였는데, R&R 조사에서는 박 후보(48.4%)가 안 후보(42.3%)보다 겨우 6%p 앞섰다.
문재인과의 양자대결에서는 문 후보(45.7%)와 박 후보(45.5%) 간에는 0.2%p 차이의 치열한 접전을 벌였다.
야권 단일 후보 적합도에서도 한국갤럽 조사와는 달리 안 후보가 39.7%로 문 후보(36.2%)보다 3.5%p 앞섰다. 여론조사 기관인 리얼미터가 10월 9~10일에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박 후보가 양자대결에서 두 야권 후보보다 뒤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박근혜-안철수 양자대결에서는 안 후보(49.0%)가 박 후보(43.2%)보다 5.8%p 앞섰다. 박근혜-문재인 양자대결에서도 문 후보(46.6%)가 박 후보 (44.6%)보다 오차범위 내에서 앞섰다. 야권 단일 후보 선호도에서는 안 후보(41.5%)가 문 후보(35.2%)에게 앞섰다.
비슷한 시기에 실시한 진보와 보수 언론매체의 여론조사에서도 결과는 확연하게 차이가 있었다. 《한겨레》와 리서치플러스가 10월 5~6일에 실시한 조사에서는 양자대결시 안 후보(52.2%)는 박 후보(42.1%)보다 10%p 이상 앞섰다. 문 후보(48.7%)도 박 후보(46.2%)보다 앞섰다.
《중앙일보》가 동일한 시기에 실시한 여론조사에서는 정반대의 결과가 나왔다. 양자대결 시 박 후보가 50.0%로 안 후보(46.5%)를 3.5%p 앞섰다. 박 대 문 대결에서는 박 후보(51.8%)가 문 후보(45.0%)를 크게 앞섰다.
비슷한 시기에 여론조사를 실시했는 데 왜 조사기관별로 정반대의 결과가 나타나는 것일까. 유권자들은 이런 상반된 조사결과들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해석해야 하는가.
여론조사 기관마다 조사 설문방법 달라
여론조사 전문가들은 “조사결과가 들쭉날쭉한 것은 조사방법이나 질문방식 등의 차이가 영향을 주고 있다”고 진단한다. “각 후보 캠프의 선대위 구성과 인물영입 경쟁 등이 진행 중인 상황에서 표심도 조사마다 요동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한국갤럽의 데일리 정치지표는 유권자 912명을 대상으로 휴대전화 임의걸기(RDD)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R&R은 유권자 1062명을 상대로 조사했고, 가구전화 50%, 휴대전화 50%의 비율로 RDD 방식을 써서 이뤄졌다. 리얼미터 조사에서는 유선전화 및 휴대전화 RDD 자동응답(ARS) 방식으로 진행됐다. 표본을 추출하는 방식이 이렇게 다르기 때문에 조사기관별로 차이가 존재하는 것은 당연한 것이다.
조사기관별로 설문문항에서도 큰 차이가 있다. 가령, 한국갤럽은 양자대결 구도 시 “만약 이번 대선에 새누리당 후보로 박근혜, 야권 단일 후보로 안철수가 출마하면 누가 대통령이 되는 것이 더 좋다고 생각하십니까?”라는 설문문항을 사용하고 있다. R&R은 “올해 대통령 선거가 박근혜와 안철수 두 후보의 맞대결로 치러진다면, 선생님께서는 둘 중 어느 후보에게 투표하시겠습니까”라는 설문문항을 사용한다.
엄격하게 표현하면 한국갤럽 설문문항은 선호도 조사이고, R&R은 지지도 조사이다. 조사기관별로 설문항목이 이렇게 다른데도 언론에서는 모두 지지도 조사 결과라고 발표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런 상황에서 유권자는 어느 조사결과를 믿어야 할지 참으로 혼란스럽다.
2. 여론조사 제대로 읽는 법
여론조사 홍수 속에서 민심을 제대로 읽기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조치가 필요하다.
첫째, 동일한 여론조사 기관에서 동일한 설문을 사용해서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의 추이를 분석해야 한다. 다른 여론조사 기관에서 실시한 결과를 혼합해서 여론의 추이를 분석하고 보도하는 것은 잘못된 것이다. 여론조사 기관마다 설문내용과 순서가 동일하지 않은데 이런 점들을 무시한 채 서로 다른 조사기관의 자료들을 혼합해서 ‘지지율’이라는 수치로 단순 비교하는 것은 참으로 위험한 것이다. 다른 조사기관들이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를 혼합해서 마치 동일한 기관에서 실시한 것처럼 추이를 분석하는 것은 여론조사의 생명이라고 할 수 있는 타당성(validity)과 신뢰성(reliability)을 스스로 망가뜨리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림 1>은 KBS·미디어리서치가 지난 5월 26부터 10월 6일까지 6차례 걸쳐 실시한 대선후보 지지도 추이를 분석한 것이다.
우선 이런 지지도 추이 분석을 통해 확인된 것은 다자대결에서는 ‘1강(박근혜) 2중(문재인·안철수)의 구도가 고착화됐다. 다만, 안철수가 문재인을 계속 앞섰지만 문 후보의 지지도가 7월 이후 지속적으로 상승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11월의 저주’는 재현될 것인가
이런 여론조사 추세가 던지는 함의는 박 후보가 과거사 논란, 측근 비리, 인적쇄신 파동 등의 악재(惡材)를 맞이해도 40% 정도의 지지로 부동의 1위를 달리고 있다는 점이다. 따라서, 후보 단일화가 이뤄지지 않으면 야권은 필패(必敗)라는 것을 잘 보여준다.
지난 1987년 대선에서 노태우(盧泰愚) 후보가 36.6%의 낮은 득표로 승리할 수 있었던 것은 김영삼(YS·28%)과 김대중(DJ·27%)이 독자 출마해 야권 표가 분산되었기 때문이다. 이번 대선에서도 문재인-안철수 간에 후보 단일화가 성사되지 않으면 1987년 상황이 재연될 가능성이 크다.
현재 야권에서는 ‘무소속 대통령론’을 둘러싸고 논쟁이 치열한데 이는 야권이 처한 상황을 직시하지 못한 부질없는 것이다. 3자대결 구도에서는 ‘무소속 대통령’ 가능성은 거의 없고, 만약 야권이 안철수 후보로 단일화가 되어 승리하면 그는 무소속 대통령이 아니라 야권 연대(連帶) 대통령이 되기 때문이다.
둘째, 지지도 추세뿐 아니라 각 후보의 지지계층을 함께 고찰해야 한다.
<표 1>은 한국 대선에서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 5대 계층에서 드러난 지지도 추이에 대한 한국갤럽의 정치지표이다. 9월과 10월 조사에서 양자대결 시 박근혜는 안철수보다 각각 3%p와 4%p 앞섰다. 하지만 이들 5대 계층 중 단 한 곳에서도 박 후보는 안 후보를 앞서지 못했다. 이런 조사결과는 안 후보와 대결 시 박 후보의 표의 확장성이 크게 위협받고 있다는 것을 잘 보여주는 것이다.
반면 박근혜-문재인 양자대결 시에는 양상이 사뭇 다르다. 9월 추석 연후 전 조사에서는 40대, 중도, 수도권에서는 박 후보가 문 후보를 앞섰다. 무당파(無黨派) 층에서는 차이가 거의 없었다. 그러나 10월 조사에서 박 후보는 전체적으로 문 후보다 9%p 앞섰지만 중도층(박 47% 대 문 45%)과 인천·경기 지역(박 52% 대 문 41%)을 제외한 나머지 계층에서 모두 열세(劣勢)로 나타났다.
현재까지의 지지계층 분석이 주는 함의는 본선(本選)에서 안철수가 문재인보다 경쟁력이 조금 더 있다는 것이다.
더욱 주목해야 할 것은 중도층에서는 문 후보가 여전히 박 후보에게 열세라는 점이다. 문 후보가 민주당 대선후보 확정 후 이승만(李承晩)·박정희(朴正熙) 전 대통령 묘소 참배 거부, 대통령 취임식에 북측 인사 초청의사 표명, 개성공단 방문 신청, 2007년 10·4 공동선언 실행 요구 등 지나차게 이념적으로 경직된 행동을 보임으로써 중도층에서의 거부반응이 작용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는 안철수가 중도층에서 박 후보를 계속해서 앞서고 있는 것과는 큰 차이를 보이는 것이다.
안철수로 단일화할 경우, 문 후보 지지층의 대부분이 이탈 없이 안 후보를 지지하지만, 문재인으로 단일화할 경우, 안 후보 지지층의 약 10% 정도가 박 후보 지지로 이탈하고 있는 것도 문 후보의 본선 경쟁력을 약화시키는 요인이다. 다만, 1997년 대선에서 이인제(李仁濟), 2002년 대선에서 정몽준(鄭夢準) 후보의 사례에서 보듯이, 추석 이후 잘나가던 제3후보가 11월에 접어들면서 지지도가 하락하는 ‘11월의 저주’가 존재했다. 따라서 현재의 지지도 추이만을 토대로 야권 후보들의 12월 본선 경쟁력을 단정 짓는 것은 무리일 수 있다.
야권 단일화의 키를 쥔 호남 民心
셋째, 지지계층 분석뿐 아니라 후보자들의 지지강도도 면밀히 검토해야 한다.
특정 후보 지지에 대한 강도를 체계적으로 분석하기 위해 ‘지지강도 지수(ISS: Index for Support Strength)’를 만들 수 있다. 여론조사 결과를 통해 이런 지수를 만들 수 있다.
“대선까지 남은 기간 후보자에 대한 검증이나 후보 단일화 등 상황변화에 따라 지지 후보를 바꿀 의향이 있습니까?”라는 질문을 던지고 ‘바꾸지 않을 것이다’라는 비율을 ‘상황에 따라 바꿀 수 있다’는 비율로 나누면 된다. 만약 ISS 수치가 1보다 크면 지지강도가 큰 것이고, 반대로 1보다 작으면 강도가 낮은 것이다.
<그림 2>는 KBS가 미디어리서치에 의뢰, 지난 10월 5~6일에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이다. 유권자 전체 수준에서 ISS는 1.29로 나타났다. 하지만 박근혜 지지층은 ISS가 3.49로 문재인 지지층(1.02)과 안철수 지지층(1.01)보다 3배 가량 높았다.
문-안 지지층 2명 가운데 1명이 상황에 따라 지지 후보를 바꿀 수 있다는 것은 향후 야권 후보 단일화 과정, 야권 후보들에 대한 검증결과, 무소속 안철수 후보의 향후 정치행보 등과 같은 상황변수에 의해 야권 후보들의 지지율이 크게 출렁거릴 수 있다는 것을 함축하고 있다.
<표 2>는 유권자별 지지강도를 분석한 것이다. 안철수의 핵심 지지층인 20대와 30대의 ISS 수치가 0.49와 0.70으로 지극히 낮은 반면, 박 후보의 핵심 지지층인 50대와 60대 이상 고(高)연령층의 ISS 수치는 각각 2.04와 3.45로 상당히 높았다.
주목해야 할 것은 지역별로 호남 지역의 ISS가 1.00으로 나타난 것이다. 이 수치가 함축하는 것은 호남 지역에서 현재 문재인과 안철수 지지층의 지지강도가 지극히 취약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비록 지금은 문·안 두 후보 중의 한 사람을 지지하고 있더라도 향후 박근혜 후보와의 본선 경쟁력이 떨어지면 얼마든지 바꿀 수 있다는 것을 함축하고 있다. 결국, 호남 지역의 민심(民心)이 야권 후보 단일화의 열쇠를 쥐고 있다는 뜻으로도 해석된다.
정권교체 지수 지속적으로 상승
넷째, 한국 대선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칠 변수에 대한 고찰이 있어야 한다.
이를 위해 정권교체 의향에 대한 분석이 필요하다. 유권자의 정권교체 의향을 체계적으로 분석하기 위해 ‘정권교체 지수(IRC: Index for Regime Change)’를 만들 수 있다.
‘차기 대통령으로 여당인 새누리당 후보가 당선되는 것이 좋다고 보십니까 아니면 이번에는 야권의 후보가 당선되는 것이 좋다고 보십니까?’라는 여론조사 설문항목을 이용해 IRC 지수를 만들 수 있다. 즉 IRC는 ‘야권의 후보가 당선되는 것이 좋다’는 비율을 ‘새누리당 후보가 당선되는 것이 좋다’는 비율로 나눈 수치이다.
만약 IRC 수치가 1보다 크면 새누리당 재집권보다는 정권교체를 바라는 사람이 많다는 것을 의미한다. 반대로 1보다 작으면 정권교체를 원하는 사람보다는 새누리당 재집권을 원하는 사람이 많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림 3>은 KBS와 미디어리서치가 지난 7월부터 10월까지 유권자들의 정권교체 의향을 시(時)계열로 분석한 것이다. 7월 IRC는 1.15, 8월 1.17, 9월 1.45로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는 것이 확인되었다. 다만 10월 초에 들어서 IRC는 1.30으로 약간 하락했다.
이 추세는 새누리당 대선 가도(街道)에 빨간 불이 켜졌다는 것을 잘 보여주는 것이다. 아무리 후보 지지도가 출렁거리고 있다고 하더라고 유권자들의 정권교체에 대한 의향이 이렇게 일관성 있게 높다는 것은 어떤 방식으로든지 야권의 후보 단일화가 이뤄지면 박 후보가 크게 고전(苦戰)할 것이라는 추론이 가능하다.
40대, 이념적 투표로
<표 3>은 유권자별 정권교체 의향을 분석한 것이다. 한국 대선에서 결정적인 역할을 했던 충청 지역에서 IRC가 1을 겨우 넘기는 수준이라는 점이다. 수도권 지역의 IRC보다 훨씬 적었다. 지난 4·11 총선에서 충청 지역은 박 후보가 이끄는 새누리당에 압도적인 지지를 보였지만 대선에서는 다를 수 있다는 것을 함축하고 있다. 상황변화에 따라 현재의 지지를 바꿔 이번 대선에서도 충청이 캐스팅보트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점을 분명히 하고 있다.
대선 향배를 결정지을 40대의 IRC는 전국 평균보다 더 크다는 점은 주목할 만한 사실이다. 다시 말해 새누리당에 비상이 걸렸다는 뜻이다.
지난 2010년 지방선거 이후 형성된 유권자 지지행태의 변화 중 가장 눈에 띄는 것은 40대가 20대와 30대와 동조화(同調化)하고 있는 것이다. 즉 2040세대가 만들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과거 40대는 50~60대와 비슷한 성향을 보이면서 실리적 투표를 하는 경향을 보였다. 하지만 1980년대 민주화 투쟁을 경험했던, 1960년부터 1969년 출생의 소위 과거의 ‘386세대’가 연령적으로 43세에서 52세가 되면서 새로운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40대가 연령 효과보다는 세대 효과가 크게 작동되면서 실리적 투표보다는 이념적 투표를 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박근혜가 과거사 발언으로 논쟁을 일으켰을 때 가장 먼저 박 후보 지지에서 이탈한 세력이 40대라는 것도 이런 조사결과와 일맥상통한다.
<표 4>는 중앙선관위가 발표한 투표율 자료를 토대로 역대 선거에서의 세대별 투표율을 비교한 것이다. 이번 12월 대선 투표율이 2007년 대선 때의 63%와 같다고 가정하면 지난 4월 총선 때보다 대략 378만명이 투표장으로 더 나가야 한다. 2040세대의 투표율은 2012년 4월 총선보다 28.4%p 증가하는 반면, 5060세대는 21.9%p 증가가 예상된다. 특히 40대의 경우 13.7%p 증가가 예상된다. 따라서 누구든 40대의 표심을 잡지 못하면 대선 승리가 어려워진다.
현재 정치권에서는 투표시간 연장을 둘러싸고 논쟁이 일어나고 있다. 야당은 기존의 6시까지로 되어 있는 투표시간을 대폭 늘리자고 주장한다. 이런 투표율 연장이 어떤 효과를 가져올지는 20~30대 젊은 세대보다는 40대 투표율 제고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가 관건이다. 그런데 분명한 것은 현재까지 박 후보의 지지율이 40대에서 상당히 취약한 양상을 보이고 있다는 점이다.
3. 과학적 여론조사를 토대로 한 전략의 대전환
지금까지 분석한 여론조사 자료를 토대로 유권자들의 민심을 읽어 보면 12월 대선을 예측하기가 참으로 힘들다. 민심이 상당히 유동적이기 때문이다.
다만 보다 냉정하게 평가해 보면 기존 언론과 많은 평론가들의 평가와는 달리 박근혜 후보가 상당히 불리하다는 점이 확인되었다. 박 후보는 지지강도를 제외하고는 표의 확장성을 담보하는 40대, 중도, 화이트칼라, 수도권, 무당파층에서 상당히 취약하고 동시에 유권자들의 정권교체에 대한 욕구가 강하다는 것이 확인되었기 때문이다.
더구나 이번 대선의 최대 승부처라 할 수 있는 부산·경남(PK) 지역에서 상당히 표가 잠식되고 있다. 한국 대선에서 ‘PK 30% 룰’이 존재한다. 이 지역에서 야권 후보가 30% 정도 득표하면 새누리당이 위험하다.
지난 1997년 대선에서 이인제 후보는 이 지역에서 30%, 2002년 대선에서 노무현 후보는 29.4%를 득표했다. 지난 4·11 총선에서 민주당과 진보통합당의 야권연대 세력이 이 지역에서 얻은 정당득표율의 합은 38.7%였다. 그런데 최근 실시한 각종 여론조사에서 일관되게 나타나고 있는 것은 양자대결 구도시 부산 출신 문재인과 안철수가 PK 지역에서 평균 40%에 육박하는 지지를 받고 있다는 것이다.
KBS·미디어리서치 조사에 따르면 양자대결 시 안철수는 9월 21~22일에 44.8%를, 10월 5~6일에는 39.9%를 얻었다. 문재인은 각각 44.0%와 36.9%를 얻었다. 더구나 부동층(浮動層)에 친야(親野) 성향이 친여(親與) 성향보다 훨씬 많아 야권의 5% 숨은 표가 존재한다는 것이 2010년 지방선거 이후 입증되고 있다. 이런 여론조사 결과들을 입체적으로 분석해 보면 현 시점에서 박근혜 후보는 야권 후보에게 적어도 5% 정도 뒤지고 있다고 할 수 있다.
박근혜 주변에 ‘이기는 선거’ 해 본 사람 없어
박 후보가 현재의 열세를 딛고 승리하기 위해서는 과학적인 여론조사를 토대로 전략의 대전환을 모색해야 한다. 무엇보다 박 후보는 자신이 주도할 수 있는 쟁점을 토대로 자신에게 유리한 프레임을 만들어야 한다.
최근 한국 선거에서 ‘정책쟁점 투표’의 중요성이 높아지고 있다. 그런데 정책쟁점은 크게 ‘쉬운 쟁점’과 ‘어려운 쟁점’으로 구분하는 축과 ‘합의쟁점’과 ‘대립쟁점’으로 구분하는 또 다른 축을 기준으로 4가지 유형으로 분류할 수 있다.
‘쉬운 쟁점’은 정치적 지식이나 관심의 수준에 상관없이 유권자가 쉽게 투표할 수 있도록 유도한다. 감세(減稅), 무상(無償)급식 등이 이에 해당된다. ‘어려운 쟁점’은 청계천 복원, 한반도 대운하 건설과 같이 유권자가 정책대안(代案)을 상호 비교하기 위해 상당한 수준의 정치적 지식이나 관심을 필요로 한다.
‘합의쟁점’은 성(性)평등 실현, 일자리 창출 등과 같이 유권자 거의 모두가 동일한 선호를 갖는다. 반면에 ‘대립쟁점’은 보편적 복지와 같이 유권자의 선호가 찬성과 반대의 상반되는 입장으로 나눠진다.
박근혜가 제시하는 ‘경제민주화’ 쟁점은 평범한 유권자들이 이해하기 어려운 쟁점인 동시에 여야 모두가 찬성하는 합의쟁점의 성격을 띠고 있다. 이런 쟁점은 방어적 어젠다는 될 수 있어도 다른 후보와 차별화하면서 선거판을 주도하는 공격적 어젠다가 될 수 없다.
이것이 박근혜 후보의 최대 아킬레스건이다. 박 후보 주변에 대선에서 이기는 선거를 주도해 본 경험이 있는 사람이 거의 없다는 것도 큰 약점(弱點)이다. 지난 2002년 대선에서 노무현 후보가 제기한 ‘행정수도 충청 이전’은 참으로 ‘쉬우면서 대립적인 쟁점’이었다. 결국 노 후보의 이기는 선거의 결정적 요인이 되었다.
대선 후보들이 추석 후 민심을 잡으려면 무엇보다 자신의 능력이나 이미지와 밀접히 관련되어 있는 ‘쉬우면서 대립적인 정책쟁점’을 제시해야 한다. 이런 쟁점에 대한 견해와 인지를 바탕으로 국민들이 투표결정을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게으르고 창의성이 없는 정당과 후보는 결코 승리할 수 없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