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黨心과 民心 괴리 시 당내 상처 오래 남아
⊙ 2007년 대통합민주신당, 경선 흥행 위해 4차례 창당, 국민선거인단 극대화했지만 패배
⊙ 與野 모두 2002년과 흡사한 상황
金亨俊
⊙ 55세. 한국외대 중국어과 졸업. 美아이오와대 계량정치학 박사.
⊙ 국민대 정치대학원 교수, 한국선거학회장, 한국정치학회 부회장 역임.
現 명지대 인문교양학부 교수, 한국정책과학연구원(KPSI) 원장.
⊙ 저서: 《젠더 폴리시스》.
⊙ 2007년 대통합민주신당, 경선 흥행 위해 4차례 창당, 국민선거인단 극대화했지만 패배
⊙ 與野 모두 2002년과 흡사한 상황
金亨俊
⊙ 55세. 한국외대 중국어과 졸업. 美아이오와대 계량정치학 박사.
⊙ 국민대 정치대학원 교수, 한국선거학회장, 한국정치학회 부회장 역임.
現 명지대 인문교양학부 교수, 한국정책과학연구원(KPSI) 원장.
⊙ 저서: 《젠더 폴리시스》.
- 2007년 이명박 후보가 대선 후보로 선출된 후 박근혜 후보는 경선 승복을 다짐했지만, 두 사람 사이의 앙금은 사라지지 않았다.
여야(與野) 모두 12월 대선(大選)을 향한 경선(競選) 구도가 짜였다. 새누리당에선 박근혜(朴槿惠) 의원을 비롯해 김문수(金文洙) 경기도 지사, 김태호(金台鎬) 의원, 임태희(任太熙) 전 대통령실장, 안상수(安相洙) 전 인천시장 등 5명이 출사표(出師表)를 던졌다. 비박계(非朴系)를 대표했던 정몽준(鄭夢準) 의원과 이재오(李在五) 의원은 요구했던 완전국민경선제(오픈 프라이머리) 도입이 받아들여지지 않자 공언한 대로 불참(不參)을 선언했다.
당장 새누리당 경선 흥행에 빨간 불이 켜졌다는 우려가 많다. 경선은 후보 간 치열한 경쟁의 장(場)이 되어 국민과 소통하고 국민들의 관심을 끌어올려야 하는데 박근혜 의원과 나머지 4명의 지지율 격차가 워낙 커 경선이 사실상 ‘박근혜 추대’ 분위기로 흐르고 있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새누리당 경선 구도가 5파전으로 짜졌지만 1강(强) 4약(弱)의 ‘맥 빠지고 긴장감도 없는 무늬만 경선’으로 전락할 것이 틀림없다. 더구나, 새누리당 경선 기간도 런던올림픽(7월 28일~8월 13일)과 겹쳐 관심도가 크게 떨어질 것으로 보인다. 여하튼 새누리당 경선은 박근혜 의원에게 최대한 상처를 주지 않으면서, 2위 싸움에 관심을 집중시키는 전략을 구사할 것으로 보인다.
‘어게인 2002’
반면, 민주통합당(이하 민주당)은 ‘경선 흥행’에 목숨을 걸고 있다. 민주당 경선 구도는 손학규(孫鶴圭) 상임고문, 친노(親盧)를 대표하는 문재인(文在寅) 의원, 김두관(金斗官) 전 경남지사, 정세균(丁世均) 전 대표, 조경태(趙慶泰) 의원, 김영환(金榮煥) 의원, 박준영(朴晙瑩) 전남지사 등이 참여하는 7파전이 형성되어 열기를 더하고 있다. 특히, 초반 경선 구도가 손학규-문재인-김두관 3강 체제로 만들어지면서 국민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민주통합당은 지난 당 대표 경선에서 흥행에 성공한 권역별 순회 투표 방식을 다시 한 번 적용한다. 오는 8월 23일부터 30일간 순차적으로 이뤄지는 권역별 순회 투표에서 모바일 투표와 현장 투표, 투표소 투표 합산 결과를 발표하는 방식을 통해 경선의 역동성(力動性)을 높이려고 하고 있다. 또한 지난 6·9 전당대회 당 지도부 선출과 달리 대선후보는 국민이 선출한다는 취지를 살리기 위해 당원, 대의원, 일반 국민의 반영 비율을 정하지 않도록 해서 표의 등가성(等價性)을 살리기로 했다.
여하튼 민주당은 ‘어게인 2002’를 꿈꾸고 있다. 2002년 대선 당시 민주당은 제주에서 시작해 서울에서 끝난 경선에서 ‘노무현(盧武鉉) 돌풍’을 만들며 경선을 온 국민의 관심사로 만들었다. 민주당의 최고 대선 전략은 바로 경선을 통한 바람의 창출이다.
한국 대선에서 후보 선출을 위한 당내 경선이 주목을 받기 시작한 것은 1997년 신한국당 경선이었다. 1997년 초 신한국당은 노동법 파동, 김영삼(金泳三) 대통령 아들 구속, 한보사태 등으로 정권의 위기와 선거 경쟁력 약화라는 상황에서 대선 승리를 위한 고육책(苦肉策)으로 새로운 경선 방식을 채택했다. 과거와 달리 집권 여당 총재인 대통령의 영향력을 최소화함으로써 실질적인 자유경선이 이뤄졌다.
2002년 집권당이었던 새천년민주당도 대통령 아들 구속으로 연결된 각종 비리 스캔들과 각종 재보궐 선거에서의 참패 등으로 빚어진 위기를 극복하고, 정권 재창출을 위한 전략의 일환으로 정당 사상 최초로 국민참여경선제를 도입해 돌풍을 일으켰다.
2007년 대선에서는 여야 모두 당내 후보 경선이 치열하게 전개되었다. 무엇보다 이명박(李明博) 전 서울시장과 박근혜 전 대표가 격돌했던 한나라당 경선은 그야말로 용호상박(龍虎相搏)의 대혈전(大血戰)이었다. 결과적으로 경선 이후에도 주류(主流)인 친이계(親李系)와 비주류인 친박 간의 내전(內戰)이 계속되어 경선 후유증이 만만치 않았다.
1997년 대선에서 2007년 대선에 이르기까지 대선후보를 선출하기 위한 각 정당의 경선은 본선(本選)에서 양날의 칼로 작용했다. 2002년 민주당 경선은 흥행 대박을 터트리면서 본선 승리의 견인차 역할을 했다. 반면 1997년 신한국당 경선은 경선 과정에서 불거진 1위 후보자에 대한 검증이 결국 본선에서 발목을 걸어 대선 패배의 원인이 되기도 했다.
1997년 - 집권당 첫 경선
그렇다면 과연 2012년 대선에서 여야 경선은 본선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가?
새누리당 박근혜 측은 비박 인사들의 경선 불참으로 빚어진 경선 흥행 먹구름에 별로 신경을 쓰지 않는 분위기이다. 오히려 박 전 비상대책위원장의 지지도가 압도적인 상황에서 차분한 경선이 본선에 도움이 된다는 인식을 갖고 있는 것 같다. 민주통합당은 대선 승리의 핵심 전략으로 다단계 경선을 염두에 두고 있다. 1단계는 민주당 차원에서 치열한 경선을 통해 대선후보를 선출하는 것이고, 2단계는 민주당 대선후보와 장외(場外)의 안철수(安哲秀) 서울대 교수 간의 후보 단일화 경선을 치르는 복안이다. 누가 최종 후보로 선출될지 모르는 예측불허의 민주당 경선은 일단 국민들의 관심을 끌 것이고 경선 결과가 이변(異變)을 도출할 경우 대선 판도에 큰 파장을 일으킬 수도 있다.
최근 한국 대선의 역사는 경선의 역사라 불릴 만큼 경선이 중요한 대선 이벤트로 자리 잡고 있다. 한국 대선에서 경쟁적인 당내 경선이 이뤄진 것은 1997년 신한국당 경선, 2002년 새천년민주당 경선, 2007년 대통합민주신당과 한나라당 경선이다. 각 경선마다 처한 환경과 제도적 특성이 다르지만 분명한 것은 경선 제도가 시간의 경과와 더불어 조금씩 진화하고 있다. <표1>은 역대 한국 대선 및 2012년 대선에 이르기까지 각 정당들이 채택한 경선 제도의 특성을 고찰한 것이다.
1997년 신한국당은 당내 대의원을 대상으로 한 전당대회에서 대선후보를 선출했다. 대의원 구성은 1992년 민자당 전당대회 대의원의 약 2배에 이르는 1만2430명으로 대폭 늘렸다. 대의원 구성비도 당연직 대 지역구 선출직의 구성비를 기존의 4대 6에서 1.5대 8.5로 고쳐 당 총재인 대통령의 영향력을 최대한 배제하려고 했다. 또한 지구당 대의원의 숫자를 7명에서 35명으로 늘려 지구당 위원장의 영향력을 최소화시키려고 했다. 주목할 만한 것은 1차 투표에서 과반수 미달 시 상위 2인을 대상으로 결선(決選)투표를 실시하도록 한 점이다. 집권당 사상 최초의 자유경선인 만큼 시행착오도 컸다. 회유와 협박, 향응 제공, 음모설과 결탁설이 난무했고, 지지자 수 부풀리기, 세(勢) 몰이와 세 과시, 줄 세우기가 판을 쳤다.
2002년 - 국민경선 첫 도입
2002년 새천년민주당은 정당 사상 처음으로 국민경선제를 도입했다. 전체 7만명의 선거인단은 전국 대의원 대회 대의원 1만4200명(20%), 일반 당원 2만800명(30%), 그리고 일반 유권자 공모 3만5000명(50%)으로 구성되어 당원과 일반 국민이 각각 50%씩 차지하도록 했다.
대선후보 결정 방식으로는 호주식 선호투표제(alternative voting system)를 채택했다. 대선 경선 참여자들이 후보자들 전체를 대상으로 자신의 선호 순위를 기입하고, 1등 당선자가 과반수를 획득하지 못하면 가장 하위 순위의 후보자가 얻은 표의 다음 순으로 표를 이전해서 과반수 득표자를 선출하는 방식이다. 이는 권역별 순회 투표 방식으로 결선 투표 시행이 현실적으로 어려운 것을 극복하기 위한 의도였다.
2007년 - 최초로 모바일투표 등장
여하튼 2002년에 민주당은 16개 시·도(市道) 순회 경선을 실시함으로써 초반부터 일반 국민들의 관심을 집중시켰다. 특히, 3월 16일에 치러진 광주(光州) 경선에서 노무현 후보의 승리는 선거 판도를 일시에 바꿔버렸다. 이인제(李仁濟) 대세론이 힘없이 무너지면서 노무현 바람(盧風)이 거세게 불었다. 2002년 민주당 경선 16부작 드라마는 공전의 히트를 치면서 이회창(李會昌) 대세론을 한 방에 날려 보냈다.
2007년 대선을 앞두고 소위 범(汎)여권은 낮은 지지도를 극복하고 대선정국의 주도권을 잡기 위해 3차례의 합당과 4차례의 창당(創黨)을 거듭했다. 그렇게 해서 탄생한 정당이 대통합민주신당이었다.
대통합민주신당은 낮은 지지도를 만회하려 흥행에 지나치게 집착하다 보니 국민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국민경선제를 도입해 선거인단 수를 늘리는 데 집착했다.
일반 선거인단, 휴대폰 선거인단, 여론조사를 종합적으로 활용했다. 경선기간은 9월 울산·제주에서 시작해 10월 15일에 후보를 확정지었다. 집계방법은 투표소 투표와 휴대폰 투표의 유효투표 총수를 90% 반영하고 여론조사를 10% 반영하였다. 완전한 국민참여형 경선을 지향하면서 일반 국민만 참여하는 168만명 이상의 선거인단을 구성했고, 정당 사상 최초로 모바일 투표를 실시했다. 모바일 투표를 위해 총 23만8000명을 별도로 모집했다.
2007년 한나라당 경선 선거인단은 총 23만1384명으로 대의원 20%(4만6196명), 당원 30%(6만9496명), 국민선거인단 30%(6만9496명), 여론조사 20%(4만6196명)로 구성되었다. 기존의 시·도별 순회 방식에서 전국 동시 실시로 수정했고 당원과 일반 국민 선거인단 구성에서도 인구 비례 원칙이 준수되었다. 40세 미만 비율이 ‘30% 이상’에서 ‘20% 이상 40% 이하’로 바뀌었다.
競選이 당의 분열 초래하기도
한국 대선 경선 역사를 고찰해 보면 경선이 다음과 같은 이유에서 본선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첫째, 경선 과정에서 불거진 후보 검증이 본선에서는 독(毒)이 될 수 있다. 1997년 신한국당 경선이 가장 전형적인 사례였다.
이른바 9룡(龍)이 격돌한 경선에서 1위를 달리던 이회창 후보의 아들 병역 비리 의혹이 제기되었다. 당시 야당인 새정치국민회의는 신한국당이 경선 과정에서 스스로 제기한 이 의혹을 본선에서 집중적으로 쟁점화하면서 이회창 후보를 몰아 세워 정권을 교체하는 데 성공했다. 이 후보의 아들 병역 비리 의혹은 신한국당 경선에서 2위를 차지했던 이인제 후보가 탈당해 대선에 출마하는 명분을 제공하기도 했다.
2007년 한나라당 경선에서는 박근혜 후보 측이 이명박 후보의 도곡동 땅 차명(借名) 의혹 사건과 BBK 의혹 사건을 집요하게 추궁하면서 이 후보의 도덕성을 공격했다. 심지어 박 후보 측의 핵심 인사는 “전과 13범으로 도덕성에 치명적 약점이 있는 이명박 후보는 대통령이 되어서는 안 된다”는 인신공격까지 했다.
경선에서 이명박 후보에 대한 검증으로 불거진 도덕성 논쟁은 본선 막판 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가 탈당(脫黨)하여 무소속으로 출마하는 빌미를 제공하기도 했다.
둘째, 경선 후 당내 응집력(凝集力)이 약화되면서 당 대선후보의 본선 경쟁력을 약화시킬 수 있는 위험성이 있다.
지난 2002년 민주당 경선에서 당내 비주류인 노무현 후보가 당선되었다. 하지만 선거에서 패한 구(舊)주류 세력은 끊임없이 노 후보를 흔들었다. 노 후보가 진두지휘했던 2002년 6월 지방선거에서 민주당이 참패하자 후보 교체론까지 등장했다. 2002년 4월 경선 이후 비주류의 노 후보는 11월에 정몽준 후보와의 단일화에서 승리하기까지 당내 반대 세력으로부터 견제를 받았다. 특히, 경선 결과 민심(民心)과 당심(黨心)이 일치하지 않을 때 대표성의 문제가 생겨 당내 응집력이 크게 훼손되어 본선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표2>는 2007년 대선 한나라당 경선 결과이다.
박근혜 후보는 대의원과 당원이 중심이 된 선거인단 투표에서는 552표 차이로 승리했지만 여론조사에서 2884표 져 결국 2452표(1.5%포인트) 차이로 석패(惜敗)했다. 박근혜 후보는 경선 패배 직후 “경선과정의 모든 일을 하루아침에 잊을 수 없다면 몇 날 며칠이 걸려서라도 잊어버리자”고 화합을 강조하면서 “다시 열정으로 채워진 마음으로 돌아와 당의 화합에 노력하고 우리의 열정을 정권 교체에 쏟자”라고 역설했다.
박 후보가 경선 결과에 깨끗이 승복했지만 당심과 민심이 어긋난 경선 결과로 친이계와 친박계의 내전 상태가 본선 기간 중에도 지속되었다.
셋째, 조직 동원 선거로 당 이미지가 타격을 받아 본선에서 불리하게 작용될 수 있다.
2007년 대통합민주신당은 흥행만을 의식해 일반 국민만으로 선거인단 168만명을 구성했다. 그런데 정동영(鄭東泳) 측 지지자에 의해 노무현 대통령의 주민등록번호도 도용되어 선거인단에 등록되는 사태가 발생했다. 이런 조직·동원 선거에 반발하여 손학규 후보는 경선 중단을 요구하며 캠프를 해체했다. 결국 어설픈 완전국민경선제를 표방한 대통합민주신당의 경선은 조직·동원 선거로 얼룩졌고, 지지자 동원 경선으로 전락해 본선에 별로 도움이 되지 않았다.
光州 경선의 드라마
경선은 부정적인 효과만이 아니라 대선 승리에 긍정적으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첫째, 바람을 일으키면서 본선 경쟁력을 강화시킬 수 있다. 2002년 새천년민주당 경선이 전형적인 사례이다.
경선 전 대선후보 지지도에서 야당의 이회창 후보가 여당의 후보들을 압도했다. 실제로 《세계일보》와 월드리서치의 1월 28일 여론조사에 따르면, 민주당 대선후보 지지도 조사에서 노무현 후보는 이인제 후보(36.2%)에 이어 2위(12.4%)에 머물렀다. 더구나, 노풍의 발화점인 민주당 광주경선 직전 3월 10일 《동아일보》·KRC가 실시한 조사에서는 이회창 후보와의 가상 대결에서 6.5%포인트 차로 밀렸다. 그러나 3월 16일 광주 경선 승리 후 바람을 타면서 노 후보의 지지율이 급등했다. 《동아일보》·KRC 4월 1일 조사에서 노 후보는 이 후보와의 양자 대결에서 45.3% 대 34.6%로 10.7%포인트 앞섰고, 4월 10일 《문화일보》·YTN 조사에선 56.2% 대 29.5%로 격차를 더욱 벌렸다. 이런 조사 결과들은 경선 돌풍 후 영남 후보의 본선 경쟁력이 위력을 발휘하면서 나타난 현상이었다. 특히, PK 지역에서의 노 후보에 대한 높은 기대와 지지가 결국 본선 경쟁력을 강화시켰다.
경선 과정에서 긍정적 이미지 형성이 중요
둘째, 경선 과정에서 형성된 당선자의 긍정적 이미지가 국민을 감동시키면서 본선 승리의 견인차 역할을 한다.
2002년 3월 16일 민주당 광주 경선에서 영남 출신 노무현 후보가 예상을 깨고 큰 표차로 1위(37.9%)를 차지했다. 무엇보다 호남 지역 출신 한화갑 후보(17.9%)를 압도했다. 이런 경선 결과는 지역주의 타파, 호남 민심의 탈(脫)DJ·동교동화 평가 못지않게 노무현 후보 이미지에 대한 국민들의 인식에 엄청난 변화를 주었다. 노무현 후보가 낡은 정치를 청산하고 망국적 지역주의를 허물 수 있는 변화와 개혁의 아이콘으로 급부상하는 계기가 만들어졌다. 이런 ‘변화와 개혁’의 이미지가 결국 본선 과정에서 불거진 ‘후보 교체론’과 같은 치명적 위기를 극복하는 데 버팀목이 되었고 대선 승리의 결정적인 요인이 되었다.
셋째, 유권자의 자발적 참여와 정치 효능감을 강화시켜 대선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
2002년 민주당 경선에서 국민 선거인단에 대한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일반 국민 중 민주당 경선에 참여하겠다고 응모한 유권자가 184만명에 달했고, 경쟁률은 무려 48대 1에 달했다. 이 숫자는 각 후보 진영이 조직을 동원했다고 하더라도 상당한 부분 국민의 자발적 참여 때문에 가능했다고 볼 수 있다.
당시 민주당 경선이 흥행에 성공하자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무늬만 경선을 치렀던 한나라당의 경우, 국민 공모 선거인단 경쟁률이 3대 1 수준에 불과했던 것과 비교하면 당시 민주당 경선이 얼마나 흥행에 성공했는지를 잘 보여주고 있다.
특히, 20~30대 젊은 세대가 “내가 참여하면 세상을 바꿀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갖고 경선에 자발적으로 참여함으로써 본선에서 큰 도움이 되었다. 젊은 세대가 특정 정당 경선에 참여해 자신이 지지한 후보가 당선되면 본선에서도 그 후보를 위해 적극적으로 선거 운동에 참여할 가능성이 크다. 다시 말해, 경선을 통해 충성스럽고 능동적인 지지층을 만들어 본선에서 활용할 수 있다. 지난 2002년 대선에서 노무현 후보 승리에 적극적이었던 노사모가 여기에 해당된다.
최근 국내외 정치 환경은 불가측성과 불확실성이 높아지고 있다. 새누리당 4·11 총선 완승, SNS의 영향력 확대, 종북(從北) 문제로 인한 야권연대의 파괴력 약화, 안철수 교수의 대선 출마 여부, 북한의 3대 세습 체제 구축, 유로존 위기, 미국 경기 침체 등의 여러 요인이 복잡하게 얽혀 있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대선후보를 뽑는 경선이 향후 본선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전망하는 것은 참으로 어려운 작업이다.
與野 모두 2002년과 흡사
하지만 경선 룰 협상 과정, 경선 구도, 경선 흥행의 측면에서 고찰해 보면 현재 새누리당은 2002년 한나라당 경선과 상당히 유사한 면이 많다.
비록 2002년 한나라당은 야당의 위치에 있었지만 대선 지지도에서 이회창 후보가 압도적이었다. 현재 박근혜 의원의 지지도 초강세 현상과 일치한다. 더구나, 경선 룰을 둘러싸고 주류와 비주류 간의 갈등으로 비주류가 경선에 불참한 것도 유사하다.
2002년 당시에는 박 의원이 부총재의 신분으로 비주류였는데 집단지도체제 도입 및 대선후보 경선 방식을 놓고 이회창 총재와 갈등하다 탈당했다. 대표적인 비박 주자였던 정몽준, 이재오 의원이 완전국민참여경선제 요구를 친박계가 묵살하자 경선 불참을 선언한 2012년 상황과 참으로 유사했다.
2002년 대선에서 한나라당 경선은 민주당 경선이 끝난 후 이회창, 최병렬, 이부영, 이상희 등 4명이 참여했지만 11개 경선 지역에서 이회창 후보가 압승을 거두면서 긴장감과 흥행이 실종된 경선이 되어버렸다. 한마디로 2002년 한나라당 경선이나 2012년 새누리당 경선이나 똑같이 유력 대권후보를 대통령으로 만들기 위한 ‘묻지마식 일방통행 경선’이 판을 치고 있다.
현재 민주통합당 경선은 대세론과 대안론이 충돌하면서 2002년 새천년민주당 경선과 상당히 유사한 양상을 보이고 있다. 2002년에는 이인제 대세론 대 노무현 대안론(代案論)이 충돌했는데 현재 민주당에서는 문재인 대세론 대 손학규 대안론 또는 김두관 대안론이 거론되고 있다. 만약, 경선 초반 대세론이 대안론에 무너지게 되면 2002년 경선 초반에 노풍이 점화된 것과 같이 새로운 바람이 불 수도 있다.
다만, 새누리당과는 달리 경선 과정이 치열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후보 간 검증 공방도 거세질 것이다. 이 과정에서 경선 당선자가 치명적인 상처를 입을 수 있고, 이것이 본선 경쟁력을 떨어뜨리는 요인이 될 수도 있다. 이런 리스크에도 불구하고 순회 경선 투표 결과가 박빙으로 나오게 되면 민주당은 경선 흥행을 점화시킬 수 있을 것이다. 또한 경선 과정에서 각 후보들이 제시하는 공약과 비전이 국민들의 관심을 촉발시키고 언론의 집중 조명을 받게 되면 그것이 본선에서 득(得)이 되면 득이 되지 실(失)이 되지는 않을 것이다.
競選 통해 耐性 길러야
여야 정당의 경선을 한국월드컵 축구 경기에 비유해 보자. 2002년 월드컵에서 4강 신화를 이룩한 히딩크 감독은 월드컵 개막 직전까지 선수들의 부상 위험에도 불구하고 유럽 및 남미 강팀들과 평가전을 가졌다. 선수들의 생체 리듬을 유지하고 이들 강팀들에 대한 콤플렉스를 씻어 내성(耐性)을 키우려고 했기 때문이다. 만약 약체(弱體) 팀을 데려다 평가전을 했다면 본선 경쟁력을 끌어올리지 못했을 것이다.
경선도 마찬가지이다. 경선 과정이 치열하고 긴장감이 고조되어야 후보들에 내성도 생기고 본선에서 자신감을 가질 수 있다. 새누리당에 절대적으로 필요한 부분이다. 무늬만 경선이든 피 터지는 경선이든 여야 경선후보들은 검증을 두려워해서는 안 된다. 경선 과정에서 필연적으로 후보자들은 도덕성 검증을 포함한 정체성 검증, 통치 리더십 검증을 받을 것이다.
대통령의 통치 리더십에 가장 필요한 자질은 국가를 잘 운영할 수 있는 능력이다. 이런 자질은 미래에 대한 통찰력과 역사의식, 균형 감각, 소통과 통합력, 결단력, 위기관리 능력 등을 포함한다.
국민은 경선 과정에서 각 후보가 위기를 맞이했을 때 어떻게 잘 대처하는지, 민감한 정치 현안에 대해 얼마나 열린 마음으로 경쟁자를 설득하고 합의를 이끌어내는지, 선택에 따른 위험을 무릅쓰고 적시(適時)에 과감한 결정을 내리고 얼마나 이에 대한 책임을 지는지를 보면서 후보들을 평가할 것이다. 경선 과정에서 후보자들이 정직함과 지혜로 이런 검증들에 잘 대처하고 국민들이 갖게 될지도 모를 의혹을 불식시켜 나가는 것이 최고의 본선 전략이 될 것이다.⊙
당장 새누리당 경선 흥행에 빨간 불이 켜졌다는 우려가 많다. 경선은 후보 간 치열한 경쟁의 장(場)이 되어 국민과 소통하고 국민들의 관심을 끌어올려야 하는데 박근혜 의원과 나머지 4명의 지지율 격차가 워낙 커 경선이 사실상 ‘박근혜 추대’ 분위기로 흐르고 있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새누리당 경선 구도가 5파전으로 짜졌지만 1강(强) 4약(弱)의 ‘맥 빠지고 긴장감도 없는 무늬만 경선’으로 전락할 것이 틀림없다. 더구나, 새누리당 경선 기간도 런던올림픽(7월 28일~8월 13일)과 겹쳐 관심도가 크게 떨어질 것으로 보인다. 여하튼 새누리당 경선은 박근혜 의원에게 최대한 상처를 주지 않으면서, 2위 싸움에 관심을 집중시키는 전략을 구사할 것으로 보인다.
‘어게인 2002’
반면, 민주통합당(이하 민주당)은 ‘경선 흥행’에 목숨을 걸고 있다. 민주당 경선 구도는 손학규(孫鶴圭) 상임고문, 친노(親盧)를 대표하는 문재인(文在寅) 의원, 김두관(金斗官) 전 경남지사, 정세균(丁世均) 전 대표, 조경태(趙慶泰) 의원, 김영환(金榮煥) 의원, 박준영(朴晙瑩) 전남지사 등이 참여하는 7파전이 형성되어 열기를 더하고 있다. 특히, 초반 경선 구도가 손학규-문재인-김두관 3강 체제로 만들어지면서 국민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민주통합당은 지난 당 대표 경선에서 흥행에 성공한 권역별 순회 투표 방식을 다시 한 번 적용한다. 오는 8월 23일부터 30일간 순차적으로 이뤄지는 권역별 순회 투표에서 모바일 투표와 현장 투표, 투표소 투표 합산 결과를 발표하는 방식을 통해 경선의 역동성(力動性)을 높이려고 하고 있다. 또한 지난 6·9 전당대회 당 지도부 선출과 달리 대선후보는 국민이 선출한다는 취지를 살리기 위해 당원, 대의원, 일반 국민의 반영 비율을 정하지 않도록 해서 표의 등가성(等價性)을 살리기로 했다.
여하튼 민주당은 ‘어게인 2002’를 꿈꾸고 있다. 2002년 대선 당시 민주당은 제주에서 시작해 서울에서 끝난 경선에서 ‘노무현(盧武鉉) 돌풍’을 만들며 경선을 온 국민의 관심사로 만들었다. 민주당의 최고 대선 전략은 바로 경선을 통한 바람의 창출이다.
한국 대선에서 후보 선출을 위한 당내 경선이 주목을 받기 시작한 것은 1997년 신한국당 경선이었다. 1997년 초 신한국당은 노동법 파동, 김영삼(金泳三) 대통령 아들 구속, 한보사태 등으로 정권의 위기와 선거 경쟁력 약화라는 상황에서 대선 승리를 위한 고육책(苦肉策)으로 새로운 경선 방식을 채택했다. 과거와 달리 집권 여당 총재인 대통령의 영향력을 최소화함으로써 실질적인 자유경선이 이뤄졌다.
2002년 집권당이었던 새천년민주당도 대통령 아들 구속으로 연결된 각종 비리 스캔들과 각종 재보궐 선거에서의 참패 등으로 빚어진 위기를 극복하고, 정권 재창출을 위한 전략의 일환으로 정당 사상 최초로 국민참여경선제를 도입해 돌풍을 일으켰다.
2007년 대선에서는 여야 모두 당내 후보 경선이 치열하게 전개되었다. 무엇보다 이명박(李明博) 전 서울시장과 박근혜 전 대표가 격돌했던 한나라당 경선은 그야말로 용호상박(龍虎相搏)의 대혈전(大血戰)이었다. 결과적으로 경선 이후에도 주류(主流)인 친이계(親李系)와 비주류인 친박 간의 내전(內戰)이 계속되어 경선 후유증이 만만치 않았다.
1997년 대선에서 2007년 대선에 이르기까지 대선후보를 선출하기 위한 각 정당의 경선은 본선(本選)에서 양날의 칼로 작용했다. 2002년 민주당 경선은 흥행 대박을 터트리면서 본선 승리의 견인차 역할을 했다. 반면 1997년 신한국당 경선은 경선 과정에서 불거진 1위 후보자에 대한 검증이 결국 본선에서 발목을 걸어 대선 패배의 원인이 되기도 했다.
1997년 - 집권당 첫 경선
그렇다면 과연 2012년 대선에서 여야 경선은 본선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가?
새누리당 박근혜 측은 비박 인사들의 경선 불참으로 빚어진 경선 흥행 먹구름에 별로 신경을 쓰지 않는 분위기이다. 오히려 박 전 비상대책위원장의 지지도가 압도적인 상황에서 차분한 경선이 본선에 도움이 된다는 인식을 갖고 있는 것 같다. 민주통합당은 대선 승리의 핵심 전략으로 다단계 경선을 염두에 두고 있다. 1단계는 민주당 차원에서 치열한 경선을 통해 대선후보를 선출하는 것이고, 2단계는 민주당 대선후보와 장외(場外)의 안철수(安哲秀) 서울대 교수 간의 후보 단일화 경선을 치르는 복안이다. 누가 최종 후보로 선출될지 모르는 예측불허의 민주당 경선은 일단 국민들의 관심을 끌 것이고 경선 결과가 이변(異變)을 도출할 경우 대선 판도에 큰 파장을 일으킬 수도 있다.
최근 한국 대선의 역사는 경선의 역사라 불릴 만큼 경선이 중요한 대선 이벤트로 자리 잡고 있다. 한국 대선에서 경쟁적인 당내 경선이 이뤄진 것은 1997년 신한국당 경선, 2002년 새천년민주당 경선, 2007년 대통합민주신당과 한나라당 경선이다. 각 경선마다 처한 환경과 제도적 특성이 다르지만 분명한 것은 경선 제도가 시간의 경과와 더불어 조금씩 진화하고 있다. <표1>은 역대 한국 대선 및 2012년 대선에 이르기까지 각 정당들이 채택한 경선 제도의 특성을 고찰한 것이다.
1997년 신한국당은 당내 대의원을 대상으로 한 전당대회에서 대선후보를 선출했다. 대의원 구성은 1992년 민자당 전당대회 대의원의 약 2배에 이르는 1만2430명으로 대폭 늘렸다. 대의원 구성비도 당연직 대 지역구 선출직의 구성비를 기존의 4대 6에서 1.5대 8.5로 고쳐 당 총재인 대통령의 영향력을 최대한 배제하려고 했다. 또한 지구당 대의원의 숫자를 7명에서 35명으로 늘려 지구당 위원장의 영향력을 최소화시키려고 했다. 주목할 만한 것은 1차 투표에서 과반수 미달 시 상위 2인을 대상으로 결선(決選)투표를 실시하도록 한 점이다. 집권당 사상 최초의 자유경선인 만큼 시행착오도 컸다. 회유와 협박, 향응 제공, 음모설과 결탁설이 난무했고, 지지자 수 부풀리기, 세(勢) 몰이와 세 과시, 줄 세우기가 판을 쳤다.
2002년 - 국민경선 첫 도입
2002년 새천년민주당은 정당 사상 처음으로 국민경선제를 도입했다. 전체 7만명의 선거인단은 전국 대의원 대회 대의원 1만4200명(20%), 일반 당원 2만800명(30%), 그리고 일반 유권자 공모 3만5000명(50%)으로 구성되어 당원과 일반 국민이 각각 50%씩 차지하도록 했다.
대선후보 결정 방식으로는 호주식 선호투표제(alternative voting system)를 채택했다. 대선 경선 참여자들이 후보자들 전체를 대상으로 자신의 선호 순위를 기입하고, 1등 당선자가 과반수를 획득하지 못하면 가장 하위 순위의 후보자가 얻은 표의 다음 순으로 표를 이전해서 과반수 득표자를 선출하는 방식이다. 이는 권역별 순회 투표 방식으로 결선 투표 시행이 현실적으로 어려운 것을 극복하기 위한 의도였다.
2007년 - 최초로 모바일투표 등장
여하튼 2002년에 민주당은 16개 시·도(市道) 순회 경선을 실시함으로써 초반부터 일반 국민들의 관심을 집중시켰다. 특히, 3월 16일에 치러진 광주(光州) 경선에서 노무현 후보의 승리는 선거 판도를 일시에 바꿔버렸다. 이인제(李仁濟) 대세론이 힘없이 무너지면서 노무현 바람(盧風)이 거세게 불었다. 2002년 민주당 경선 16부작 드라마는 공전의 히트를 치면서 이회창(李會昌) 대세론을 한 방에 날려 보냈다.
2007년 대선을 앞두고 소위 범(汎)여권은 낮은 지지도를 극복하고 대선정국의 주도권을 잡기 위해 3차례의 합당과 4차례의 창당(創黨)을 거듭했다. 그렇게 해서 탄생한 정당이 대통합민주신당이었다.
대통합민주신당은 낮은 지지도를 만회하려 흥행에 지나치게 집착하다 보니 국민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국민경선제를 도입해 선거인단 수를 늘리는 데 집착했다.
일반 선거인단, 휴대폰 선거인단, 여론조사를 종합적으로 활용했다. 경선기간은 9월 울산·제주에서 시작해 10월 15일에 후보를 확정지었다. 집계방법은 투표소 투표와 휴대폰 투표의 유효투표 총수를 90% 반영하고 여론조사를 10% 반영하였다. 완전한 국민참여형 경선을 지향하면서 일반 국민만 참여하는 168만명 이상의 선거인단을 구성했고, 정당 사상 최초로 모바일 투표를 실시했다. 모바일 투표를 위해 총 23만8000명을 별도로 모집했다.
2007년 한나라당 경선 선거인단은 총 23만1384명으로 대의원 20%(4만6196명), 당원 30%(6만9496명), 국민선거인단 30%(6만9496명), 여론조사 20%(4만6196명)로 구성되었다. 기존의 시·도별 순회 방식에서 전국 동시 실시로 수정했고 당원과 일반 국민 선거인단 구성에서도 인구 비례 원칙이 준수되었다. 40세 미만 비율이 ‘30% 이상’에서 ‘20% 이상 40% 이하’로 바뀌었다.
競選이 당의 분열 초래하기도
한국 대선 경선 역사를 고찰해 보면 경선이 다음과 같은 이유에서 본선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첫째, 경선 과정에서 불거진 후보 검증이 본선에서는 독(毒)이 될 수 있다. 1997년 신한국당 경선이 가장 전형적인 사례였다.
이른바 9룡(龍)이 격돌한 경선에서 1위를 달리던 이회창 후보의 아들 병역 비리 의혹이 제기되었다. 당시 야당인 새정치국민회의는 신한국당이 경선 과정에서 스스로 제기한 이 의혹을 본선에서 집중적으로 쟁점화하면서 이회창 후보를 몰아 세워 정권을 교체하는 데 성공했다. 이 후보의 아들 병역 비리 의혹은 신한국당 경선에서 2위를 차지했던 이인제 후보가 탈당해 대선에 출마하는 명분을 제공하기도 했다.
2007년 한나라당 경선에서는 박근혜 후보 측이 이명박 후보의 도곡동 땅 차명(借名) 의혹 사건과 BBK 의혹 사건을 집요하게 추궁하면서 이 후보의 도덕성을 공격했다. 심지어 박 후보 측의 핵심 인사는 “전과 13범으로 도덕성에 치명적 약점이 있는 이명박 후보는 대통령이 되어서는 안 된다”는 인신공격까지 했다.
경선에서 이명박 후보에 대한 검증으로 불거진 도덕성 논쟁은 본선 막판 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가 탈당(脫黨)하여 무소속으로 출마하는 빌미를 제공하기도 했다.
둘째, 경선 후 당내 응집력(凝集力)이 약화되면서 당 대선후보의 본선 경쟁력을 약화시킬 수 있는 위험성이 있다.
지난 2002년 민주당 경선에서 당내 비주류인 노무현 후보가 당선되었다. 하지만 선거에서 패한 구(舊)주류 세력은 끊임없이 노 후보를 흔들었다. 노 후보가 진두지휘했던 2002년 6월 지방선거에서 민주당이 참패하자 후보 교체론까지 등장했다. 2002년 4월 경선 이후 비주류의 노 후보는 11월에 정몽준 후보와의 단일화에서 승리하기까지 당내 반대 세력으로부터 견제를 받았다. 특히, 경선 결과 민심(民心)과 당심(黨心)이 일치하지 않을 때 대표성의 문제가 생겨 당내 응집력이 크게 훼손되어 본선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표2>는 2007년 대선 한나라당 경선 결과이다.
박근혜 후보는 대의원과 당원이 중심이 된 선거인단 투표에서는 552표 차이로 승리했지만 여론조사에서 2884표 져 결국 2452표(1.5%포인트) 차이로 석패(惜敗)했다. 박근혜 후보는 경선 패배 직후 “경선과정의 모든 일을 하루아침에 잊을 수 없다면 몇 날 며칠이 걸려서라도 잊어버리자”고 화합을 강조하면서 “다시 열정으로 채워진 마음으로 돌아와 당의 화합에 노력하고 우리의 열정을 정권 교체에 쏟자”라고 역설했다.
박 후보가 경선 결과에 깨끗이 승복했지만 당심과 민심이 어긋난 경선 결과로 친이계와 친박계의 내전 상태가 본선 기간 중에도 지속되었다.
셋째, 조직 동원 선거로 당 이미지가 타격을 받아 본선에서 불리하게 작용될 수 있다.
2007년 대통합민주신당은 흥행만을 의식해 일반 국민만으로 선거인단 168만명을 구성했다. 그런데 정동영(鄭東泳) 측 지지자에 의해 노무현 대통령의 주민등록번호도 도용되어 선거인단에 등록되는 사태가 발생했다. 이런 조직·동원 선거에 반발하여 손학규 후보는 경선 중단을 요구하며 캠프를 해체했다. 결국 어설픈 완전국민경선제를 표방한 대통합민주신당의 경선은 조직·동원 선거로 얼룩졌고, 지지자 동원 경선으로 전락해 본선에 별로 도움이 되지 않았다.
光州 경선의 드라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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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2년 3월 16일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 광주대회에서 노무현 후보 지지자들이 환호하고 있다. |
첫째, 바람을 일으키면서 본선 경쟁력을 강화시킬 수 있다. 2002년 새천년민주당 경선이 전형적인 사례이다.
경선 전 대선후보 지지도에서 야당의 이회창 후보가 여당의 후보들을 압도했다. 실제로 《세계일보》와 월드리서치의 1월 28일 여론조사에 따르면, 민주당 대선후보 지지도 조사에서 노무현 후보는 이인제 후보(36.2%)에 이어 2위(12.4%)에 머물렀다. 더구나, 노풍의 발화점인 민주당 광주경선 직전 3월 10일 《동아일보》·KRC가 실시한 조사에서는 이회창 후보와의 가상 대결에서 6.5%포인트 차로 밀렸다. 그러나 3월 16일 광주 경선 승리 후 바람을 타면서 노 후보의 지지율이 급등했다. 《동아일보》·KRC 4월 1일 조사에서 노 후보는 이 후보와의 양자 대결에서 45.3% 대 34.6%로 10.7%포인트 앞섰고, 4월 10일 《문화일보》·YTN 조사에선 56.2% 대 29.5%로 격차를 더욱 벌렸다. 이런 조사 결과들은 경선 돌풍 후 영남 후보의 본선 경쟁력이 위력을 발휘하면서 나타난 현상이었다. 특히, PK 지역에서의 노 후보에 대한 높은 기대와 지지가 결국 본선 경쟁력을 강화시켰다.
경선 과정에서 긍정적 이미지 형성이 중요
둘째, 경선 과정에서 형성된 당선자의 긍정적 이미지가 국민을 감동시키면서 본선 승리의 견인차 역할을 한다.
2002년 3월 16일 민주당 광주 경선에서 영남 출신 노무현 후보가 예상을 깨고 큰 표차로 1위(37.9%)를 차지했다. 무엇보다 호남 지역 출신 한화갑 후보(17.9%)를 압도했다. 이런 경선 결과는 지역주의 타파, 호남 민심의 탈(脫)DJ·동교동화 평가 못지않게 노무현 후보 이미지에 대한 국민들의 인식에 엄청난 변화를 주었다. 노무현 후보가 낡은 정치를 청산하고 망국적 지역주의를 허물 수 있는 변화와 개혁의 아이콘으로 급부상하는 계기가 만들어졌다. 이런 ‘변화와 개혁’의 이미지가 결국 본선 과정에서 불거진 ‘후보 교체론’과 같은 치명적 위기를 극복하는 데 버팀목이 되었고 대선 승리의 결정적인 요인이 되었다.
셋째, 유권자의 자발적 참여와 정치 효능감을 강화시켜 대선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
2002년 민주당 경선에서 국민 선거인단에 대한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일반 국민 중 민주당 경선에 참여하겠다고 응모한 유권자가 184만명에 달했고, 경쟁률은 무려 48대 1에 달했다. 이 숫자는 각 후보 진영이 조직을 동원했다고 하더라도 상당한 부분 국민의 자발적 참여 때문에 가능했다고 볼 수 있다.
당시 민주당 경선이 흥행에 성공하자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무늬만 경선을 치렀던 한나라당의 경우, 국민 공모 선거인단 경쟁률이 3대 1 수준에 불과했던 것과 비교하면 당시 민주당 경선이 얼마나 흥행에 성공했는지를 잘 보여주고 있다.
특히, 20~30대 젊은 세대가 “내가 참여하면 세상을 바꿀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갖고 경선에 자발적으로 참여함으로써 본선에서 큰 도움이 되었다. 젊은 세대가 특정 정당 경선에 참여해 자신이 지지한 후보가 당선되면 본선에서도 그 후보를 위해 적극적으로 선거 운동에 참여할 가능성이 크다. 다시 말해, 경선을 통해 충성스럽고 능동적인 지지층을 만들어 본선에서 활용할 수 있다. 지난 2002년 대선에서 노무현 후보 승리에 적극적이었던 노사모가 여기에 해당된다.
최근 국내외 정치 환경은 불가측성과 불확실성이 높아지고 있다. 새누리당 4·11 총선 완승, SNS의 영향력 확대, 종북(從北) 문제로 인한 야권연대의 파괴력 약화, 안철수 교수의 대선 출마 여부, 북한의 3대 세습 체제 구축, 유로존 위기, 미국 경기 침체 등의 여러 요인이 복잡하게 얽혀 있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대선후보를 뽑는 경선이 향후 본선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전망하는 것은 참으로 어려운 작업이다.
與野 모두 2002년과 흡사
하지만 경선 룰 협상 과정, 경선 구도, 경선 흥행의 측면에서 고찰해 보면 현재 새누리당은 2002년 한나라당 경선과 상당히 유사한 면이 많다.
비록 2002년 한나라당은 야당의 위치에 있었지만 대선 지지도에서 이회창 후보가 압도적이었다. 현재 박근혜 의원의 지지도 초강세 현상과 일치한다. 더구나, 경선 룰을 둘러싸고 주류와 비주류 간의 갈등으로 비주류가 경선에 불참한 것도 유사하다.
2002년 당시에는 박 의원이 부총재의 신분으로 비주류였는데 집단지도체제 도입 및 대선후보 경선 방식을 놓고 이회창 총재와 갈등하다 탈당했다. 대표적인 비박 주자였던 정몽준, 이재오 의원이 완전국민참여경선제 요구를 친박계가 묵살하자 경선 불참을 선언한 2012년 상황과 참으로 유사했다.
2002년 대선에서 한나라당 경선은 민주당 경선이 끝난 후 이회창, 최병렬, 이부영, 이상희 등 4명이 참여했지만 11개 경선 지역에서 이회창 후보가 압승을 거두면서 긴장감과 흥행이 실종된 경선이 되어버렸다. 한마디로 2002년 한나라당 경선이나 2012년 새누리당 경선이나 똑같이 유력 대권후보를 대통령으로 만들기 위한 ‘묻지마식 일방통행 경선’이 판을 치고 있다.
현재 민주통합당 경선은 대세론과 대안론이 충돌하면서 2002년 새천년민주당 경선과 상당히 유사한 양상을 보이고 있다. 2002년에는 이인제 대세론 대 노무현 대안론(代案論)이 충돌했는데 현재 민주당에서는 문재인 대세론 대 손학규 대안론 또는 김두관 대안론이 거론되고 있다. 만약, 경선 초반 대세론이 대안론에 무너지게 되면 2002년 경선 초반에 노풍이 점화된 것과 같이 새로운 바람이 불 수도 있다.
다만, 새누리당과는 달리 경선 과정이 치열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후보 간 검증 공방도 거세질 것이다. 이 과정에서 경선 당선자가 치명적인 상처를 입을 수 있고, 이것이 본선 경쟁력을 떨어뜨리는 요인이 될 수도 있다. 이런 리스크에도 불구하고 순회 경선 투표 결과가 박빙으로 나오게 되면 민주당은 경선 흥행을 점화시킬 수 있을 것이다. 또한 경선 과정에서 각 후보들이 제시하는 공약과 비전이 국민들의 관심을 촉발시키고 언론의 집중 조명을 받게 되면 그것이 본선에서 득(得)이 되면 득이 되지 실(失)이 되지는 않을 것이다.
競選 통해 耐性 길러야
여야 정당의 경선을 한국월드컵 축구 경기에 비유해 보자. 2002년 월드컵에서 4강 신화를 이룩한 히딩크 감독은 월드컵 개막 직전까지 선수들의 부상 위험에도 불구하고 유럽 및 남미 강팀들과 평가전을 가졌다. 선수들의 생체 리듬을 유지하고 이들 강팀들에 대한 콤플렉스를 씻어 내성(耐性)을 키우려고 했기 때문이다. 만약 약체(弱體) 팀을 데려다 평가전을 했다면 본선 경쟁력을 끌어올리지 못했을 것이다.
경선도 마찬가지이다. 경선 과정이 치열하고 긴장감이 고조되어야 후보들에 내성도 생기고 본선에서 자신감을 가질 수 있다. 새누리당에 절대적으로 필요한 부분이다. 무늬만 경선이든 피 터지는 경선이든 여야 경선후보들은 검증을 두려워해서는 안 된다. 경선 과정에서 필연적으로 후보자들은 도덕성 검증을 포함한 정체성 검증, 통치 리더십 검증을 받을 것이다.
대통령의 통치 리더십에 가장 필요한 자질은 국가를 잘 운영할 수 있는 능력이다. 이런 자질은 미래에 대한 통찰력과 역사의식, 균형 감각, 소통과 통합력, 결단력, 위기관리 능력 등을 포함한다.
국민은 경선 과정에서 각 후보가 위기를 맞이했을 때 어떻게 잘 대처하는지, 민감한 정치 현안에 대해 얼마나 열린 마음으로 경쟁자를 설득하고 합의를 이끌어내는지, 선택에 따른 위험을 무릅쓰고 적시(適時)에 과감한 결정을 내리고 얼마나 이에 대한 책임을 지는지를 보면서 후보들을 평가할 것이다. 경선 과정에서 후보자들이 정직함과 지혜로 이런 검증들에 잘 대처하고 국민들이 갖게 될지도 모를 의혹을 불식시켜 나가는 것이 최고의 본선 전략이 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