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 大選 포커스] 야권 大選주자의 인맥과 전략 : 월간조선

12월 대선을 6개월여 앞두고 야권 유력 대선주자들의 대선 레이스가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민주통합당 손학규(孫鶴圭)·문재인(文在寅) 상임고문은 6월 14일과 17일 사흘 간격을 두고 대선 출마 선언을 하고, 김두관(金斗官) 경남지사는 현역의원들의 지지 선언과 출판기념회 등을 통해 사실상 출사표를 던졌다. 이들은 여의도에 대선캠프로 사용할 사무실을 마련하고 본격적인 세(勢) 확대 활동에 들어갔다. 8월 중순경 시작될 대선 경선을 앞두고 6월 대전(大戰)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아직 야권이라 단정할 순 없지만 안철수(安哲秀)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도 7월에는 사회적 현안에 대한 자신의 정치적 견해를 담은 책을 발간하면서 대선 행보에 시동을 걸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의 인맥과 전략을 알아봤다.

金斗官 경남지사

민주통합당 소속 김두관 경남지사는 7월 중순 대선 출마 선언을 목표로 이념·지역을 초월한 각양각색의 인사들이 참여하는 초정파적 대선캠프를 추진하고 있다. 문재인 상임고문 등 다른 야권 대선주자에 비해 출발이 늦은 만큼 우군세력을 최대한 모아 ‘김두관 붐’을 일으키고 확실한 대안후보로 자리매김하겠다는 전략이다.

김 지사 측은 이미 서울 여의도 부근에 대선캠프 성격의 사무실을 8~9군데나 마련한 것으로 알려졌다. 싱크탱크인 자치분권연구소가 캠프 역할을 하고 있지만, 이강철 전 노무현 대통령 정무특보 등 원로그룹이 주도하는 생활정치포럼과 전국 단위 지지모임인 ‘모다함(모두다함께)’, 지방자치단체 출신 인사들의 모임인 ‘머슴골’ 등 7~8개의 전략그룹과 지지모임이 김 지사를 위해 뛰고 있다.

정파·지역·이념 뛰어넘은 ‘담 없는’ 대연합 캠프

최근 김 지사 캠프는 지역과 정파·이념·노선·직업을 뛰어넘어 각양각색의 인사들로 넘쳐나고 있다. 친노(親盧) 출신에서부터 비노(非盧), 호남의 구(舊) 민주당 출신, 부산·경남 지역 인사들과 새누리당 출신, 중소기업인, 총선 낙천·낙선자 등까지 총망라돼 있다. “요즘 정치권에서 김두관 캠프와 접촉 한번 안 해본 사람 없을 것”이란 말까지 나올 정도다.

캠프의 공식적인 좌장은 자치분권연구소장인 원혜영 민주당 의원이지만, 김병준 전 청와대 정책실장과 윤승용 전 청와대 홍보수석이 중심적 역할을 하고 있다. 캠프의 실무는 자치분권연구소 박재구 대변인과 강병원 홍보위원, 배종호 전 KBS기자협회장 등이 홍보라인을, 박래군 전 행자부 장관 보좌관과 김세종 자치분권연구소 정책실장, 이철상 VK 대표 등이 캠프 전략과 정책 등을 맡고 있다.

정대철 전 의원과 이부영 전 의원, 이강철 전 특보, 김태랑 전 의원, 김정길·김기재 전 행자부 장관, 전윤철 전 감사원장 등이 김 지사에 대한 정치적 멘토 역할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역의원 중에는 민주당 김재윤·민병두 의원 등이 김 지사 지지그룹으로 통한다. 외곽에선 모다함 권영우 대표와 양원동 사무총장, 자치단체장 출신 인사들이 움직이고 있다.

구 동교동계의 권노갑 고문과 한광옥 전 의원 등도 김 지사와 가깝다. 정동영 상임고문계 인사들도 최근 김 지사 캠프에 합류할 움직임을 보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문재인과 嫡子 쟁탈전이 1차 관문

2012년 6월 11일 국회 기자회견장에서 민주통합당 의원들이 김두관 경남지사의 대선 출마 촉구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민병두, 최재천, 안민석, 원혜영, 김재윤, 문병호 의원.

김 지사의 1차 목표는 문재인 고문을 뛰어넘는 것이다. 같은 친노 출신이지만 문 고문은 ‘성골’, 김 지사는 ‘육두품’이다.

친노 주류의 전폭적 지원을 받고 있는 문 고문이 이미 몇 발짝 앞서 가는 데 반해 김 지사는 이제 출발선에 올랐다. 문 고문과의 ‘적자(嫡子) 쟁탈전’에서 이기지 못하면 ‘대선의 길’은 없다는 게 김 지사 측의 판단이다.

그래서 ‘리틀 노무현’으로 불렸던 김 지사는 최근 ‘어게인(again) 노무현’이 아니라 ‘비욘드(beyond) 노무현’을 구호로 내세웠다. ‘롤 모델’도 노 전 대통령이 아니라 브라질의 룰라 전 대통령이다. “노무현 대통령은 승리했으나 성공하지 못했다”며 노무현 정부에 대한 비판도 마다하지 않는다.

김 지사 측 인사는 “‘노무현의 그림자’라는 이미지로 비치는 문 고문과 확실히 차별화할 것”이라고 했다. 문 고문의 대체재로서 자리매김하는 것은 물론이고 ‘친노 프레임’에서 벗어나 본선에서 ‘표의 확장성’도 높이겠다는 전략이다.

친노 인사들뿐 아니라 비노와 구 민주계, 새누리당 성향 인사들까지 끌어들이며 ‘담 없는 캠프’를 선언한 것이나, 당과 대선주자들에 대해 비판적 목소리를 내는 것도 같은 맥락으로 이해된다. 김 지사 측 관계자는 “개방과 소통, 연대가 기본 방향”이라고 했다.

김 지사는 사석에서 “7월 중순 출마 선언 전까지 지지율을 5%까지는 올리겠다”고 했다. 이를 위해 ‘서민을 가장 잘 이해하는 이장 출신 대통령’, ‘부의 대물림, 학력·신분 차별 없는 공정사회’를 슬로건으로 내걸어 자기만의 색깔을 강조하고 있다.

6월 12일 자신의 저서 《아래로부터》 출판기념회를 비롯해 경남 지역 시·군 순회 간담회, 일반인 특강 등을 잇달아 열고 있다. 김 지사 측 핵심 인사는 “12일 출판기념회 이후 현역의원들 사이에서도 김 지사 지지그룹이 크게 늘어나면서 본격 세력화가 시작될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김 지사 주변에선 “김 지사 캠프가 이념·정책적 동질성과 구심점 없이 지나치게 연합군적 성격이 짙다”, “이질적 그룹 간 알력으로 내분이나 잡음이 일어날 가능성이 적지 않다”는 우려도 나온다.

<배성규·조선일보 정치부 기자>

文在寅 상임고문

문재인 상임고문의 대선 행보는 야권(野圈) 주자 중 가장 앞서 있다. 외곽조직을 이미 정비한 문 고문은 6월 17일 대선 출마 선언을 하고, 공식 대선캠프를 출범시켰다.

최근 부쩍 자신감 보여

문 고문은 지난 5월 23일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3주기 탈상(脫喪)을 계기로 노무현재단 이사장직을 그만두면서 ‘노무현의 영원한 비서실장’ 타이틀도 내려놓았다. 이미 대선 출마가 확실했던 그가 출마 선언을 6월로 미룬 데는 6월 9일로 예정된 전당대회 영향이 컸다. 당권(黨權) 경쟁에 개입한다는 말을 피하기 위해 몸을 낮췄다. 그런 문 고문이 6월 들어서는 대선주자 행보를 본격화했다. 그는 6월 6일 트위터에 ‘함께 쓰는 출마선언문’이란 제목으로 “곧 대통령 출마 선언을 하려 합니다. 선언문에 여러분의 의견을 더하고 싶습니다”란 글을 남겼다. “꼭 담았으면 하는 내용을 멘션(댓글)으로 보내주십시오. 정책, 비전, 시대정신 무엇이든 좋습니다. 함께 시작합시다”라고도 했다.

지난 6월 7일에는 당일치기로 일본을 방문했고, 8일 모교(母校)인 경희대에서 강연을 했다. 9일 전당대회에선 자신이 지지했던 이해찬 대표가 선출되면서 힘을 더했고, 12일엔 민주당 정치개혁모임 의원들과 간담회를 했다.

문 고문은 “민주통합당 내에서 가장 경쟁력이 높은 제가 대선후보가 돼야 박근혜 새누리당 전 비상대책위원장을 이기고 정권교체가 가능하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그는 “시대적 흐름을 봐도 정권교체와 함께, 정치변화를 바라는 정치교체의 열망이 대단히 크다. 제가 이런 두 가지 요구를 충족할 수 있는 유일한 후보라고 생각한다”고도 했다.

대선캠프엔 친노 직계 대거 참여

문재인 상임고문이 2012년 4월 9일 부산 금정구 부산대 앞에서‘나꼼수’멤버들과 함께 민주당 장향숙 후보 지원유세를 하고 있다. 왼쪽부터 주진우 시사인 기자, 탁현민 성공회대 겸임교수, 문 고문, 김어준씨.

문 고문의 대선캠프는 노무현 정권 때 ‘한솥밥’을 먹었고, 4·11 총선에서 문 고문을 지원한 친노 직계 세력이 주축을 이루고 있다. 출마 선언 후 본격적으로 출범할 예정이지만, 아직 사무실을 정하지는 못했다. 캠프 관계자는 “보통 서울 여의도를 많이 생각하지만 반드시 여의도가 아닐 수도 있다”고 말했다.

선거기획 전반을 총괄하는 것은 총선 때 문 고문 캠프를 지휘했던 이호철 전 청와대 민정수석이다. ‘노무현의 마지막 비서관’으로 불리는 김경수 전 청와대 연설기획비서관은 문 고문의 대선캠프 대변인을 맡았다. 문 고문이 자서전 《운명》을 집필하는 데 큰 역할을 했던 양정철 전 청와대 홍보기획비서관은 캠프 실무를 두루 챙길 예정이다. 윤건영 전 청와대 정무기획비서관은 문 고문의 의원실 보좌관으로 등록했다.

노무현 청와대에서 민정수석비서관을 지낸 전해철 의원과 춘추관장을 지낸 서영교·김현 의원도 지원을 할 것으로 보인다. 김태년·홍영표·박남춘 의원 등도 참여한다. 이해찬·한명숙 전 총리가 원격 지원하는 것은 물론이다. 당의 한 관계자는 “일부 친노 현역의원이 김두관 경남지사 쪽으로 움직였지만, 문 고문을 지지하는 의원이 여전히 30명이 넘는다”고 했다.

문 고문은 출마선언문을 통해 대선전략과 정책비전을 드러낼 것으로 보인다. 김경수 대변인은 “출마선언문도 시민들과 함께 썼듯 대선 경선 과정에서도 최대한 많은 시민이 참여하는 시민민주주의가 실현되기를 바라고 있다”고 말했다.

외곽조직은 이미 가동 중

문 고문의 의제설정, 정책공약 제시 등을 도와줄 외곽조직 ‘담쟁이포럼’은 이미 지난 5월 30일 한완상 전 부총리를 대표로 출범했다. 서울 여의도 기계회관에 사무실을 마련한 포럼엔 ‘나는 꼼수다’ 기획자인 탁현민씨, 소설가 공지영씨, 시인 김용택·안도현씨, 영화제작가협회 차승재 회장 등이 설립 주축인 공동제안자로 참여했다.

노무현 정권 때 첫 청와대 정책실장을 맡았던 이정우 경북대 교수가 포럼의 ‘두뇌’인 연구위원장에 선출됐다. 이종석·이재정 전 통일부 장관, 윤광웅 전 국방부 장관, 김만복 전 국정원장, 서훈 전 국정원 1차장, 이봉조 전 통일부 차관, 성경륭 국가균형발전위원장 등 노무현 정부에서 일했던 사람들이 대거 1차 발기인으로 참여했다. 2002년 대선 당시 ‘국민이 대통령입니다’란 캐치 프레이즈와 ‘기타 치는 노무현’ 광고를 만들었던 카피라이터 정철씨는 사무국장을 맡았다.

이와 별도로 ‘문풍지대’, ‘젠틀재인’ 같은 문 고문의 팬클럽을 합쳐 만든 ‘문재인의 친구들’도 곧 출범할 것으로 알려졌다.

<김진명·조선일보 정치부 기자>

孫鶴圭 상임고문

손학규 상임고문은 6월 초 서울 여의도 국회 앞 ‘신동해’ 빌딩에 200여 평 규모의 캠프 사무실을 마련하고 본격적인 대선 출마 준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손 고문은 6월 14일 서울 광화문 광장 세종대왕 동상 앞에서 대선 출마를 선언했다.

현역 10여 명 캠프 누가 참여하나

민주당 내 중진급에서는 유인태 의원과 이낙연 의원, 김부겸 전 최고위원, 정장선 전 의원 등이 손 고문과 인연이 깊다. 이들은 캠프가 본격 가동될 경우 합류 가능성이 점쳐진다.

2~3선급 중에는 손 고문의 대학 후배인 신학용(인천 계양갑) 의원을 비롯해, 6·9 전당대회 당 대표 후보로 나섰던 조정식(경기 시흥을) 의원, 양승조(충남 천안갑) 의원 등이 핵심이다. 이찬열(경기 수원갑) 의원, 이춘석(전북 익산갑) 의원, 김동철(광주 광산갑) 의원, 오제세(충북 청주흥덕갑) 의원 등도 손 고문의 사람으로 꼽힌다. 초선 중에는 최원식(인천 계양을) 의원 등이 손 고문과 가까운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전직 의원 중에는 송민순·서종표·이성남·전혜숙 전 의원 등이 여전히 통일·외교안보·국방·금융·보건복지 분야의 자문역을 맡고 있다. 전·현직 지자체장 중에서는 대표적인 친노 인사인 이광재 전 강원도지사가 일찌감치 손 고문의 편에 섰고, 송영길 인천시장과 이시종 충북지사, 이제학 전 서울 양천구청장, 이해식 강동구청장 등이 손 고문과 가깝다. 손학규 캠프에는 강훈식 정무특보, 김주한 공보특보, 민주노총 대변인 출신인 손낙구 전 보좌관, 홍주열 전 보좌관, 고용진 전 대표 비서실 차장 등 젊은 참모들이 많다.

정책자문 그룹은 그의 싱크탱크 역할을 해온 ‘동아시아미래재단’ 소속 교수들이 중심이다. 김성수 전 성공회대 총장과 송태호 전 문화체육부장관 등이 주도하는 이 재단에는 최영찬 서울대 교수, 조중래 명지대 교수 외에 홍경준 성균관대 교수, 박정원 상지대 교수, 박창근 관동대 교수 등이 참여하고 있다. 여기에 민주정책연구원장을 맡고 있는 박순성 동국대 교수, 지난 4월 유럽 복지 현장 방문에 동행했던 김진방 인하대 교수와 홍승권 서울대 교수, 이정식 한국노총 사무총장 등도 손 고문의 정책 브레인이다. 최장집 고려대 명예교수는 손 고문이 가장 의지하는 자문역 중 하나다. 2010년 8월 춘천 칩거를 깨고 여의도에 복귀할 때 던진 정계 복귀의 변을 감수하기도 했다.

문화예술계에서는 황석영 작가와 김지하 시인, 임권택 영화감독 등이 손 고문과 가까운 사이다.

‘수도권 후보’, ‘준비된 대통령’이 핵심 전략

2011년 2월 9일 조정식, 손학규, 김진표, 이찬열 의원 등이 삼호주얼리호 선장 석해균씨 위문방문했을 때의 모습.

손 고문 대선 전략의 기본은 민주당 내 다른 대선주자들과의 차별화에 있다. 핵심 키워드로 말하면 ‘중산층·수도권 후보론’, ‘준비된 대통령’ 등이다. 문재인·김두관 등 다른 주자들이 지나치게 왼쪽으로 갈 때 자신은 중간층 유권자를 잡겠다는 것이다. 손 고문 측은 “수도권·40대·화이트칼라·중산층으로 대표되는 중간층을 잡지 않고서는 박근혜 새누리당 전 대표에게 이길 수 없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복지와 함께 ‘성장’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손 고문은 최근 강연에서 “정의와 복지사회를 뒷받침하는 것은 경제적 성장”이라며 “(일부에서) ‘우리는 성장에 관심이 없다’고 하는 것은 무책임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우리가 복지국가 모델로 삼고 있는 스웨덴만 해도 작년 경제성장률이 5.5%였다”며 “성장이 뒷받침되지 않는 복지는 허구”라고 주장했다. 손 고문 측 관계자는 “경제 민주화와 보편적 복지 등 여러 가지 개혁 정책을 국민들이 불안감을 느끼지 않도록 해내는 게 중요하다”면서 “이를 감당하고 잘 해낼 수 있는 사람은 오랫동안 대통령직에 대해 고민하고 준비를 해온 손 고문뿐”이라고 했다.

손 고문 측은 “박근혜 후보와의 본선 경쟁력을 생각하면 손학규가 후보가 돼야 한다”는 점을 알리는 데 주력하고 있다. 이른바 수도권 후보론이다. 부산·경남 후보로는 대선 본선에서 이길 수 없다는 것이다. 손 고문은 최근 부산 《국제신문》 특강에서 “이번 대선에서는 종국에 가서는 지역구도가 큰 힘을 발휘하지 못할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그는 “민주당의 지역적 기반은 호남인데, 호남 갖고는 안 되니 PK에서 후보를 빌려오자는 것은 이번에는 통하지 않을 것”이라며 “PK후보가 대선에서 얻을 수 있는 표가 중간층, 수도권에서 얻을 수 있는 표만큼의 큰 차이는 안 날 것이라 생각한다”고 했다. 손 고문은 “(자신이 당선됐던) 4·27 분당 재보선에서는 이명박을 찍었던 사람들이 나를 찍었다. 그렇게 돼야 우리가 선거에서 이길 수 있다”고 하고 있다.

<황대진·조선일보 정치부 기자>

安哲秀 원장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은 야권 대선주자 중 가장 높은 지지율을 보이고 있지만, 현재까지도 “시대의 부름이 있다면 정치에 참여할 수도 있다”는 기존의 입장에서 더 나아가지 않고 있다.

안 원장은 지난 5월 30일 부산대 공개강연에서도 “사회 변화를 바라는 열망이 저를 통해 분출된 것인데, 만약 제가 정치를 하게 된다면 그 기대에 어긋나지 않을 수 있을까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지는 것이 도리”라며 “지금 (해답을 찾아나가는) 그 과정 중에 있다”고만 했다. 그러나 정치권은 이미 그의 대선 출마를 기정사실화한 분위기다. 안 원장이 알음알음 캠프를 꾸려가고 있다는 얘기도 나온다.

안 원장 측, 전·현직 의원 접촉

안철수 원장은 최근 노무현 정부 청와대 춘추관장 출신인 정치 컨설턴트 유민영 한림국제대학원대학교 겸임교수를 개인 대변인으로 영입했다. 그간에는 안랩 홍보팀에서 안 원장의 정치행보와 관련한 언론대응을 해왔다. ‘안철수 재단’ 설립 건에 대해서는 강인철 변호사가 자문 겸 대변인 역할을 맡았다.

정치권 출신 인사가 본격적으로 그의 ‘메시지 관리’를 맡게 됐다는 데서 그간의 행보와는 결이 다른 것으로 해석된다. 유 대변인이 친노 진영과 김근태 전 상임고문계 인사들과 고리 역할을 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안 원장과 가까운 ‘시골의사’ 박경철씨도 김근태 고문이 이사장을 지낸 한반도재단 이사를 지냈다.

전·현직 의원 등 야권 정치권 출신 인사들이 안 원장과 접촉하고 있다는 얘기도 많이 나온다. 19대 총선에서 낙선한 민주통합당 김효석 전 의원은 지난해부터 안 원장에게 여러 분야 전문가를 연결해 주는 등 그와 가까운 것으로 알려져 있다. 민주당 관계자는 “민주당 출신인 C, P 전 의원 등 유력 정치인이 안 원장과 민주당을 이어주는 역할을 할 수 있다”며 “특히 P 전 의원은 안 원장의 캠프에 본격 합류했다는 얘기가 들린다”고 말했다. 안 원장은 정치권 인사 및 교수·기업가 등과 수시로 만나 한두 시간씩 대선 수업도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연세대 김호기 교수, 경남대 김근식 교수 등 진보 성향 학자들이 중심이다. 이들은 안 원장의 대선캠프가 꾸려지면 본격적인 정책 자문그룹으로 전환할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한 야권 관계자는 “민주당과 가까운 정객, IT전문가, 법조인 등으로 이미 안 원장의 핵심 캠프가 꾸려졌다”며 “언제든 안 원장이 ‘활동개시’를 선언하면 즉각 대선체제로 전환할 수 있게끔 준비하고 있다고 한다”고 말했다.

출마 선언 최대한 늦출 듯

2011년 10월 9일 오후 서울 광화문 교보문고에서 열린 시골의사 박경철의 책 《자기혁명》 사인회에 온 안철수 교수가 축하인사를 하고 있다.

안 원장 측은 본격적인 출마 선언 시기 등에 대해 언급하고 있지는 않다. “서울대 1학기 강의가 끝나는 6월까지는 상황이 변동될 것이 없다”고 선을 긋고 있다. 한 야권 관계자는 “안 원장이 현재 집필 중인 서적의 출판기념회를 기점으로 본격 대선 행보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며 “이미 국민적인 피로감이 상당한 상황에서 7~8월 사이에는 출발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안 원장이 대선에 출마하면 일단 야권 대선후보와의 단일화가 필요할 것이라는 게 정치권의 관측이다. 안 원장 단독으로나 야당 후보만으로는 유력 대선주자인 새누리당 박근혜 전 대표를 넘어서기 어렵다고 보기 때문이다. 민주당은 안 원장이 이른 시일에 출마 선언을 하고 검증 과정을 거쳐 야권 후보와 단일화 경선을 가져야 한다는 입장이다. 그 방법으로는 야권의 대선주자들이 모두 참여해 한 차례의 국민참여 경선으로 범(汎)야권 대선주자를 가려내는 ‘범야권 오픈프라이머리’와 민주당 대선주자부터 선출한 후에 안 원장과 단일화하는 방법 등이 거론된다. 그러나 한 민주당 고위 관계자는 “안 원장 입장에서는 서두를 필요가 없다. 최대한 신비주의를 유지하다 10월쯤 출마를 결심해도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아직 이렇다 할 ‘조직’이 없는 안 원장으로서는 일찍 링 위에 오르면 전국적으로 탄탄한 조직망을 갖고 있는 정당 후보에 잡아먹힐 수도 있다는 우려가 있을 것”이라고 했다.

안 원장과 가까운 한 야권 관계자는 “안 원장은 현재 자신이 대한민국을 바꿔놓겠다는 신념이 어느 정도 있는지, 잘할 수 있을지를 계속 스스로 검증하고 있는 것”이라며 “검증이 끝났다고 결론 내리는 시점이 오면 무서운 속도와 집념으로 뛸 것”이라고 말했다.

<김경화·조선일보 정치부 기자>

丁世均, 鄭東泳 상임고문

정세균 상임고문은 4·11 총선 전까지만 해도 낮은 지지도 탓에 “대권(大權)이냐 당권(黨權)이냐”는 질문을 끊임없이 받아왔다. 그때마다 정 고문은 “이제 와서 당대표를 또 한번 더 한다고 내게 무슨 의미가 있겠느냐. 그동안 선당후사(先黨後私)는 많이 했다”는 말로 대권 의지를 피력해 왔다.

정 고문은 지난 총선에서 ‘정치 1번지’ 종로에 출마해 5선의 친박 핵심인 새누리당 홍사덕 의원을 꺾으면서 정치적 동력을 마련했다고 보고 있다. 이 여세를 몰아 대선 경선까지 상승세를 이어간다는 계획이다. 특히 당내 지분을 3등분해 왔던 손학규 상임고문이 총선에 불출마해 원외 신분인데다 정동영 상임고문 역시 강남을에서 낙선, 뚜렷한 계기를 찾지 못하고 있는 점도 정 고문에겐 호재다.

정 고문은 여의도에 일찌감치 마련한 자신의 싱크탱크인 ‘국민시대’를 주축으로 전국적인 대선캠프를 꾸릴 것으로 보인다. 야권에서 가장 먼저 대선 출마 선언을 함으로써 주목도를 높일 것이라는 분석도 나왔지만 정 고문 측은 “출마 선언을 하며 대선 경선에서 던질 정치적 어젠다를 준비하는 데 시간이 필요하다”며 “늦어도 6월을 넘기진 않을 것”이라고 했다. 지난해 발표한 ‘분수경제론’을 확대·발전시킨 정치적 메시지를 마련하기 위해 시민사회·전문가들의 의견을 수렴하고 있다.

그는 당내 친노 세력을 중심으로 만만치 않은 지분을 가지고 있다. 정 고문 측은 “당내 30~40명은 ‘친(親) 정세균’이라고 봐도 될 것”이라고 했다. 지난 5월 원내대표 경선에서 전병헌 후보가 얻었던 28표 역시 대부분 ‘정세균 사단’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현재 좌장 격인 전병헌 의원을 비롯해 당대표 경선에 출마한 강기정 의원과 최재성·안규백·김영주 의원 등이 측근 그룹으로 꼽힌다. 초선 중에서는 신장용·이원욱·박민수 의원 등이 대선캠프에 참여할 가능성이 있다.

정세균 민주당 최고위원의 싱크탱크 모임 격인 ‘국민시대’ 창립 모임이 2011년 2월 10일 서울 여의도 한 호텔에서 열렸다.

정 고문 측은 “합리성에 바탕을 둔 국정 노하우와 당이 위기에 처할 때마다 당대표 등 구원투수로 등판했던 경험 등을 어떻게 잘 알리고 홍보해 나갈지가 경선 전략의 핵심”이라고 했다. 문재인 상임고문과 김두관 경남도지사 등 친노 인사들과 한묶음으로 분류되는 것을 피하기 위해 정 고문은 인물론을 중심으로 당내 경선에서 차별화를 꾀하겠다는 방침이다.

정동영 상임고문은 4·11 총선에서 낙선한 뒤 몇몇 시위 현장에 모습을 드러낸 것 말고는 잠행을 계속하고 있다. 정치권 일각에선 “정치적 사퇴를 고려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말이 나오지만, 정 고문 측은 “모든 가능성은 열려 있다. 오히려 출마 쪽에 51% 기울어져 있다고 보는 게 맞을 것”이라고 했다. 그는 현재 국가 비전과 정책 노선을 가다듬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전국 조직인 ‘평화 복지 네트워크’가 언제든 대선캠프로 전환할 수 있다는 관측도 있다.

서울시장 선거와 당대표 경선마다 다크호스로 떠올랐던 박영선 의원도 경선 흥행을 위해 후보로 출마할 수 있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 최고위원을 지낸 이인영 의원 역시 ‘486’ 젊은 주자를 대표해 대선후보 출마를 저울질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수도권 4선인 김영환 의원과 부산에서 내리 3선을 한 조경태 의원도 대선 출마를 선언했다.⊙

<박국희·조선일보 정치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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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 大選 포커스

야권 大選주자의 인맥과 전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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