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리들병원 그룹, 올해 초 ‘문재인 테마주’로 200억 대박
⊙ 김수경 우리들병원 그룹 회장 《문재인 운명》 발간에 깊숙이 관여
⊙ 문재인과 김수경은 1996년부터 인연
⊙ 스폰서 의혹 제기에 “더 이상 악몽은 꾸기 싫다”(김수경 회장)
⊙ 김수경 우리들병원 그룹 회장 《문재인 운명》 발간에 깊숙이 관여
⊙ 문재인과 김수경은 1996년부터 인연
⊙ 스폰서 의혹 제기에 “더 이상 악몽은 꾸기 싫다”(김수경 회장)
2002년 16대 대선 당시 민주당 노무현 후보는 허리 디스크로 고통을 겪고 있었다. 대선이 코앞이라 수술할 엄두를 내지 못했다. 대선에서 승리한 노무현 전 대통령은 당선자 시절인 2003년 1월 30일 자신의 허리를 이상호(李相昊) 우리들병원 원장에게 맡겼다. 이 원장은 대선 당시 노무현 민주당 후보의 선거대책위원회에 참여할 정도로 노 전 대통령과 각별했다. 그때 캠프에서 활동했던 관계자는 “이 원장은 당시 대선 때 민주당 선거대책위원회 ‘100만 서포터스 사업단’의 부단장을 맡아 활동하는 등 노 대통령의 당선을 위해 헌신적으로 활동했다”고 회고했다. 대통령 당선자를 수술한 이후 우리들병원은 ‘아무도 손댈 수 없는’ 성역(聖域)이 됐다.
실제로 우리들병원은 노무현 정권 때인 2004년 수도약품을 시발로 본격적인 기업 인수에 들어가 제주도 돈내코 종합레저타운, 수도정밀화학, 한림창업투자, 에이치케이에셋, 한스바이오메드 등을 잇달아 흡수해 불과 몇년 만에 16개 계열사와 5개 척추전문병원을 거느린 거대 의료전문 기업으로 거듭났다. 당시 한나라당은 “정권 차원의 비호(庇護)가 작용했다”고 공격했지만, 더 이상의 근거를 대지 못하는 시시비비를 가릴수 없었다.
이명박 정권 들어 내리막
2006년 10월 13일 당시 한나라당 고경화(高京華) 의원이 발표한 국정감사 정책자료집 <노무현 대통령과 이상호의 우리들병원 신화(神話)>의 내용이다.
<노 전 대통령이 수술받은 이후 관련 의학회와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수차례 편법시술에 대해 시정요구를 했음에도 보건복지부(현 보건복지가족부)는 우리들병원의 병행 시술을 계속 인정했다. 2003년 당시 신영수(申英秀)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원장이 우리들병원 척추수술의 문제점을 인지(認知)하고 복지부에 “부적절한 척추시술 우려가 큰 만큼 ‘척추수술 사전심사제’를 도입하자”고 정식 건의했지만, 복지부는 아무런 회신 공문을 내지 않았다. 오히려 2개월 후, 임기를 채운 신 전 원장은 재임할 것이란 예상과 달리 교체돼 외압의혹이 제기되기도 했다.>
‘권불오년(權不五年)’이라고 했던가. 이명박 정부가 들어선 2008년 우리들병원은 강도 높은 세무조사를 받았다. 일반적인 병원 세무조사와는 확연히 달랐다고 한다. 대기업 상대 특수기획조사를 주로 담당하는 서울지방국세청 조사4국이 뛰어들었다는 점부터 그렇다. 게다가 부산·대구 등 전국 지방국세청의 ‘특명조사국’이 한꺼번에 참여하는 특별세무조사(심층세무조사)로 강도가 셌다. 세무조사 결과 국세청은 이 원장의 부인인 김수경(金守經) 우리들병원 그룹 회장을 세금포탈 등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고, 75억원의 벌금을 추징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이 원장과 김 회장이 이혼소송까지 벌였다. 이후 우리들병원 그룹의 성장세는 꺾였다.
우리들병원에서 근무했던 관계자는 “정권교체 후 국세청에서도 가장 강도가 높다는 조사4국의 세무조사와 병원 내부에서도 사이가 매우 좋은 것으로 소문났었던 이상호 원장과 김수경 회장과의 이혼으로 인해 많은 어려움을 겪었다”고 말했다.
부부 모두와 가까웠던 김점선 화백이 “닭살 돋게 부부관계가 좋았다”고 표현할 정도로 금실(琴瑟)이 남달랐던 이들이 이혼한 이유는 명확히 밝혀지진 않았다.
다만 2011년 12월 4일 《조선일보》 기사를 인용하자면 다음과 같다.
<2010년 7월 말 이 원장은 김 회장을 상대로 이혼을 요구하는 소송을 제기했다. 시어머니를 학대하고 의부증이 있는 등 혼인관계 파탄 책임이 김 회장에게 있다면서 위자료 2억5000만원도 청구했다. 그러나 김 회장은 “시어머니를 잘 모셨고 의부증은커녕 오히려 남편의 바람을 나만 모르고 있을 정도로 둔한 부인이었다”면서 “젊은 여자와 벌인 불륜을 은폐하려고 먼저 이혼소송을 낸 것”이라고 맞섰다.>
이들은 2012년 4월 25일 2년 가까이 끌어 온 이혼 및 재산분할 소송을 마무리지었다.
우리들병원의 하락세는 끝이 보이지 않았다. 우리들제약을 매각하려던 계획도 수포로 돌아갔다. 강신호(姜信浩) 동아제약 회장의 차남인 강문석(姜文錫) 전 디지털오션 대표가 2011년 우리들제약을 인수하겠다고 뛰어들었지만 자금부족 등의 이유로 중도에 포기하면서 원매자를 찾기가 쉽지 않은 상태라고 한다.
文在寅 통한 기사회생, 우연인가
잊혀 가던 우리들병원 그룹이 다시 주목받기 시작한 것은 민주통합당 문재인(文在寅) 상임고문이 대권 주자로 급부상하면서부터다.
우리들병원 그룹의 계열사인 우리들생명과학의 주식은 증권시장에서 문재인 테마주로 분류돼 2012년 1월 첫 주 상승률 1위(전주대비 90.29%)를 했다. 이 과정에서 이상호 원장과 그의 자식들은 큰 이득을 봤다. 이 원장은 자신이 소유하고 있던 ‘신주인수권부사채(BW)’를 행사, 우리들생명과학 주식 500만주를 1주에 500원의 가격으로 취득했다. BW는 회사채의 일종으로 해당 회사의 주식을 미리 정해 놓은 가격에 살 수 있는 권리(Warrant)가 주어진 채권(Bond)이다. 경제 상황이 좋지 않은 기업이 주로 발행한다.
문재인 테마주로 묶여 주식이 대박나기 전까지 우리들생명과학 주식은 바닥을 쳤다. BW는 주식연계채권이나 주식관련사채로 불리기도 하는데 이것을 가진 투자자들은 향후 해당 기업의 주가가 오르면 상승한 주가가 아닌 미리 정해 놓은 가격에 주식을 살 수 있기 때문에 그만큼 시세차익을 거둘 수 있다.
예를 들어, 투자자 A씨가 B기업의 주식을 주당 1000원에 살 수 있는 BW를 샀다고 가정했을 때 현재 B기업의 주가가 1500원까지 올랐다면 A씨는 자신의 권리를 행사해 시장가격보다 500원 싼 1000원에 B기업의 주식을 살 수 있는 것이다. 이런 권리를 이용, 이 원장은 1주당 3400원가량 하는 우리들생명과학 주식을 1주당 500원에 500만주를 취득할 수 있었다.
헐값에 주식 500만주를 사들인 이 원장은 2월 22일에 103만주, 23일에 62만주를 1주당 평균 3450원에 매각해 총 48억원의 시세차익을 챙겼다. 이후에도 이 원장은 3월까지 BW를 통해 구입한 나머지 주식 전량(335만주)을 팔았다.
김수경 회장 동생은 진보당 비례대표 후보
앞선 2월 17일 아들 이승열, 딸 이서군씨는 보통주 21만1007주를 장내매도해 이득을 얻었다. 우리들생명과학뿐 아니라 우리들제약의 경우도 이 원장과 특수관계인 이서군(딸) 김수진(처제) 김대수(처남)씨가 2월 16일 각각 보통주 4만1522주, 10만6100주, 18만7986주를 장내매도하며 이득을 취했다.
우리들병원 그룹이 문재인 테마주로 꼽히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하다. 노 전 대통령과 각별했던 후원자가 운영하는 기업과 ‘노무현 아바타’ 문 고문이 연결되는 것은 불가피한 일이다. 하지만 단순한 시각으로 보기에는 주가의 상승폭이 너무 컸다. 게다가 문재인 테마주로 분류되는 서희건설, 바른손, 조광페인트 등의 기업은 비슷한 시기에 주가가 급등하지 않았다. 우리들생명과학, 우리들제약이 문재인 테마주 중 단기간에 가장 화려하게 불을 뿜은 종목이었던 것이다.
이유는 무엇일까. 취재 중 노무현 정부 당시 핵심 요직에 있던 인사에게 귀가 솔깃해지는 이야기를 듣게 됐다. 그의 증언이다.
“김수경 회장이 문재인을 (대선주자로) 띄웠습니다. 《운명》 책을 기획한 것도 김 회장이라고 알고 있습니다. 김 회장의 기획력이 탁월하거든요. 책을 발간하는 데 필요한 자금도 지원해 줬다고 들었는데요. 처음에 김 회장이 유시민 공동대표를 지원했었는데 유 대표의 인기가 좀처럼 오르지 않으니까 문재인을 키우려 한 것이죠. 힐링캠프 출연도 김 회장이 힘을 썼다고 합니다. 김 회장이 김제동씨를 잘 알거든요. 김 회장은 소설가이자 사업가로 문화계에도 발이 넓습니다. 정치적이기도 하고요.”
김 회장은 출판사인 열음사를 운영하면서 문화계는 물론, 여야 정치권에도 발이 넓다. 김 회장의 동생인 김수진씨는 노사모 출신으로 이번 총선에서 통합진보당 비례대표 19번을 받았다. 유시민(柳時敏) 통합진보당 공동대표와 가까운 것으로 알려졌다.
노무현 정부 때 또 다른 관계자는 “지금 문재인 캠프의 핵심인 이호철(李鎬喆) 전 청와대 민정수석, 변양균 정책실장 등은 대표적인 ‘부산라인’이다. 부산에서 잔뼈가 굵은 김수경 회장과 이상호 원장과는 가까운 관계다. 대선정국이 되면 누구를 돕겠는가”라고 했다.
김수경 회장, 《문재인의 운명》 기획
과연 사실일까. 사실이라면 김 회장은 무너져 가는 회사를 살리기 위해 전략적·의도적으로 문 고문에게 자서전 발간을 제의했다는 추정이 가능해진다. 공교롭게도 《문재인의 운명》 397쪽에는 “대통령과 친분이 있는 사람들과 그들의 기업이 표적이 되기 시작했다. 우리들병원 이상호, 김수경 회장이 세무조사를 받은 데 이어, 창신섬유 강금원 회장은 검찰수사를 받았다”며 우리들병원을 옹호하는 내용이 실렸다.
주식정보를 주고받는 인터넷 사이트에는 이런 내용을 언급하며 우리들생명과학과 우리들제약 주식에 투자할 가치가 있다는 이야기가 많았다.
2011년 6월 15일 펴낸 회고록 《문재인의 운명》은 문 고문을 일약 야권 대선주자 지지율 1위로 만드는 발판이 됐다. 책 발간 이후 문 고문은 신뢰·의리 이미지에 노 전 대통령에 대한 향수, PK(부산·경남) 대선주자로서의 주목도가 더해졌다.
사실 확인을 위해 4월 23일부터 김 회장에게 인터뷰를 요청했지만 ‘어렵다’며 응하지 않았다. 이혼소송 때문에 정신이 없다는 게 이유였다. 법원의 이혼 판결(4월 25일) 이후인 5월 1일 다시 한번 인터뷰를 요청했다. 당일 우리들생명과학 측에서는 “단독 인터뷰는 하지 않겠다. 다만 취재형식의 답변은 고려해 보겠다”는 답변을 보내 왔다.
그러던 중 김 회장이 《문재인의 운명》 제작에 깊숙이 관련된 것이 틀림없을 것이라는 단서를 찾아냈다. 책을 출판한 가교출판사의 정해운 대표가 김 회장과 매우 가까운 사이였던 것이다. 김 회장은 문학전문 출판사 열음사의 대표를 맡고 있었는데 정 대표는 이곳에서 영업부장으로 오래 일을 했다.
정 대표에게 김 회장과의 관계를 묻기 위해 4월 23일, 5월 7일부터 11일까지 수차례 취재를 요청했지만, 그의 연락은 끝내 오지 않았다. “직원들은 정 대표에게 직접 물어보라”는 말만 반복했다. 메모와 연락처를 남겼음에도 소용없었다. 다만 정 대표는 2011년 9월 16일 《국민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사실 노 전 대통령과 인연이 있다. 내가 1990년 초반에 문학도서로 유명한 열음사에서 편집자를 거쳐 영업부장으로 일했는데, 그때 열음사 법률고문이 노 전 대통령이었다. 노 전 대통령은 국회의원 선거(1992년 14대 총선)에서 떨어지고 변호사로 활동하고 있었다. 사무실이나 회식 자리에서 그를 여러 번 만났는데, 사람이 순수하고 소탈해서 스스럼없이 지냈다. 열음사 사람들이 전체적으로 노 전 대통령과 화기애애하게 지냈다. 편집부장으로 일했던 노혜경 시인은 나중에 노사모 회장이 됐다. 나도 매달 회비 1만원씩 내는 노사모 초기 회원이었다”고 말했다. 정 대표와 김 회장의 관계를 미루어 짐작할 수 있는 증거들이다.
김수경, 문재인과 1996년부터 인연
노무현 정부에서 장관을 지낸 이창동(李滄東)씨도 열음사가 낸 계간지(季刊誌) 《문학정신》의 편집위원으로 활동했다. 열음사는 친노(親盧) 문화인들의 사랑방이었던 셈이다. 현재 김 회장은 열음사 운영에 손을 놓고 있는데 이혼 절차가 완료된 만큼 다시 문학인으로의 복귀를 준비 중이다.
김 회장의 연락을 기다리는 와중에 그의 지인으로부터 김 회장과 문 고문이 언제부터 인연을 맺게 됐는지를 듣게 됐다.
“김 회장이 대표로 있던 열음사가 1996년 9월 12일 음란도서 《아마티스타》와 아나이스 닌의 소설 《에로티카》를 출간했다는 이유로 관할 부산 동래구청으로부터 출판사 등록취소를 당한 일이 있었습니다. 열음사의 동록취소 소식은 출판가에 충격을 줬습니다. 《외국문학》 《문학정신》 등의 계간지를 내며 해외문학 동향을 국내에 알려 온 문학서적 전문의 중견출판사가 불온서적 출간 등의 이유가 아닌 ‘음란성’이 문제가 돼 등록취소를 당한 것은 전대미문의 일이었기 때문이지요. 이에 불복한 김 회장이 부산고등법원에 ‘출판등록취소 집행정지 신청’을 냈는데 당시 사건을 맡은 변호사가 문재인 고문이었습니다. 노무현 전 대통령으로부터 소개받았다고 들었습니다.”
열음사는 1997년 6월 24일 승소했다. 이를 계기로 문 고문은 부산에 있는 우리들병원의 고문변호사를 맡게 됐다. 노 전 대통령은 서울 소재 우리들병원 고문변호사를 역임했다.
“건축가 정기용씨 장례식장에서 건의”
인터뷰에 난색을 보이던 김 회장으로부터 만나자는 연락이 왔다. “답변을 하지 않을 경우 소설을 쓸 수 있기 때문”이라는 이유였다. 5월 7일 오전 강남구 역삼동에 있는 우리들생명과학 사무실로 김 회장을 찾아갔다. 회장실은 9층이었는데 엘리베이터는 8층까지만 운행을 했다. 계단을 통해 회장실로 들어갔다. 회장실에는 클래식 음악이 잔잔하게 흘렀다. 10대 걸그룹이나 입을 법한 화려한 레깅스(leggings)로 멋을 낸 김 회장이 조용한 목소리로 반겼다.
“젊은 분이시네, 반가워요. 질문 내용을 미리 봤어요. 문재인씨 책에 관여했느냐고 물으셨던데. 네 했습니다.”
의외의 반응이었다. ‘절대 아니다’라는 답변을 예상했던 게 사실이었다.
―어떤 식으로 관여하게 됐나요.
“노 전 대통령 서거 이후 정기홍씨 장례식장에서 처음으로 문재인 고문을 만났습니다. 제가 ‘잊어 버리시기 전에 회고록을 내보면 어떻겠냐?’고 건의했습니다. 지인 몇 분이 옆에 계셨는데 누구나 할 것 없이 찬성하시더라고요.” 책 쓰기를 주저했던 문 고문은 이후 양정철(楊正哲) 전 청와대 홍보기획 비서관의 도움을 받아 자서전 집필작업을 시작했다고 한다.
정기용(鄭奇鏞)씨는 건축가다. 1996년 김 회장이 노 전 대통령에게 소개해 주면서 문 고문과도 알게 됐다. 정씨는 노 전 대통령의 봉하마을 사저 설계자로도 유명하다. 그는 2011년 3월 11일 숙환으로 별세했다.
―기획회의에도 참석했겠네요.
“자주는 아니고, 제목 정할 때 의견을 내는 정도였어요. ‘운명’이라는 제목을 정하는 데는 정연주 전 KBS사장이 역할을 하셨습니다.”
―그럼 가교출판사를 소개해 준 것은 김 회장이신가요.
“네. 해운이가 저희 출판사에서 영업부장을 오래했어요. 따로 나가서 독립했는데, 사실 우연이었어요. 해운이가 생전 찾아오지 않는데 하루는 출판단지 문제를 의논하기 위해 왔더라고요. 그래서 이 책(《문재인의 운명》) 내면 돈 좀 안되겠느냐. 한번 내 봐라. 그랬더니 흔쾌히 그러겠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소개해 줬습니다. 가교출판사가 어려웠는데 《문재인의 운명》이 출판사의 운명을 바꾼 것이죠.”
無名출판사에서 책 낸 이유는?
종전에 노 전 대통령과 관련된 책은 주로 학고재, 돌베개, 동녘 등 유명 출판사에서 나왔다. 그에 비하면 가교출판사는 무명에 가깝다. 하지만 가교출판사는 이 책 하나로 소위 대박을 쳤다. 20만부를 돌파했으니 단순계산으로 30억원(한권에 1만6000원)어치가 팔렸다. 원래 가교출판사는 1997년 천재시인 이상이 죽기 바로 전에 남긴 작품인 《황소와 도깨비》를 발굴, 독자들에게 소개했는데, 이를 계기로 어린이책 출판에 주력해 오던 출판사다.
이와 관련, 문 고문의 자서전을 집필하는 데 크게 기여한 양 전 청와대 비서관은 “김 회장과 정 대표의 인연도 인연이지만 그것보다는 가교출판사가 일종의 곤조가 없는 게 좋았어요. 우리는 우리 주문대로 발행해 줄 출판사를 찾고 있었거든요. 다른 사회과학 출판사들은 곤조가 있어서 자꾸 개입을 하려고 했어요. 그에 반해 정 대표는 이런 책을 출판한 경험이 없어서인지 주문대로 가는 분이었습니다. 또 동화책 제작에 주력하는 출판사이니 책이 예쁘게 나올 것이란 기대감도 있었고요”라며 김 회장과는 조금 다른 뉘앙스로 이야기했다.
―문 고문의 대선출마 등을 미리 염두에 두고 띄우기 위해 자서전 집필을 제안한 것입니까.
“오랜 친구로서 순수하게 제안한 것이고요. 사실 책 내는 과정에서 문 고문이 사는 양산(梁山) 집에 한번 갔었는데 부인하고 소꿉장난하듯 재미있고 아름답게 살고 계시더라고요. 개인적으로는 대통령 안 나왔으면 좋겠습니다.”
“더 이상 악몽은 꾸고 싶지 않다”
―결과적으로 문재인의 《운명》 책으로 인해 문 고문은 야권과 진보세력으로부터 큰 기대를 받는 정치인이 됐습니다. 그 결과 우리들병원 계열사 주식도 엄청나게 상승했고요.
“문재인 테마주로 돼 있더라고요. 왜 그렇게 됐는지 전혀 알 수가 없는데 조심스럽고 불편합니다. 노 전 대통령에게 인간적인 도리 한 것밖에 없는데 5~6년을 너무 힘들게 보냈어요. 악몽을 다신 꾸고 싶지 않습니다.”
―그래도 김 회장은 우리들제약, 우리들생명과학 주식이 상한가를 칠 때 팔아 200억원에 가까운 큰 이익을 봤습니다.
“이럴 때 팔지 말아 달라고 했는데 이상호 원장이 판 것입니다. 이혼 전이었기 때문에 제 이름도 거론된 것이고요.”
―김 회장과는 상관없다는 이야기입니까.
“네.”
―하지만 김 회장도 4월 21일 BW 권리를 이용해 획득한 주식 500만주를 모두 장내매도 했던데요.
“그것은 이득을 위해서가 아니었습니다. 제주도 사업을 하면서 은행 부채가 385억원이 있었는데 보증을 이 원장이 하고 있었어요. 그런데 개인회생 신청을 하는 바람에 제가 150억원을 갚지 않으면 공매에 들어갈 상황이었습니다. 제가 제주도 리조트를 위해 쏟은 열정과 자금을 생각해서 150억원을 갚기 위해 울며 겨자 먹기로 주식을 처분하게 된 것입니다.”
김 회장도 이 원장과 마찬가지로 BW 권한을 행사해 1주당 500원에 주식을 샀다. 당시 우리들생명과학 주식은 1주당 1800원가량이었다. 1주에 500원인 주식을 3450원에 팔았던 이 원장에 비해서 이득은 적지만 김 회장 역시 손해 본 장사를 한 것은 아니다.
“김제동 잘 모른다”
―노 전 대통령 때와 같이 문재인 고문 측에 자금을 대 줬다는 이야기도 있습니다.
“전혀 아닙니다. 전 이혼소송 때문에 경제적으로 완전히 봉쇄 상태에 있었는데…. 그리고 책이 대박났는데 왜 자금을 지원합니까. 책을 발간하면 좋겠다는 말을 거든 것 외에는 문 고문과 전혀 관계하지 않았습니다.”
지난 2003년 이 원장과 김 회장 소유의 우리들병원은 지난 2003년 계열사인 아스텍창업투자를 통해 안희정씨에게 1억9000만원의 정치자금을 제공한 적이 있다.
―힐링캠프에도 출연할 수 있게 해 주셨다는데요.
“어떤 근거로 그런 이야기를….”
―김 회장이 SBS 예능 프로그램 ‘힐링캠프, 기쁘지 아니한가’의 MC 중 한명인 김제동씨를 통해서요.
“전 김제동씨 잘 모릅니다.”
김씨는 김 회장이 이끄는 우리들생명과학이 개발한 ‘우리들체어’의 전속모델이다. 문 고문의 경우 이 프로그램에 출연한 직후인 2012년 2월 지지율이 수직상승,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를 앞서기도 했다.
―변양균(卞良均) 전 정책실장이 문재인 고문을 돕는 데에도 김 회장님이 한몫했다고 하던데요.
“변 실장은 DJ 때 민주당 전문위원으로 있었을 때부터 노 전 대통령이 똑똑하다고 점찍어 놓은 분입니다. 실력이 있는 분인데 제가 소개하고 말고가 있을까요?”
부산 출신인 변 전 실장은 김 회장의 전 남편인 이 원장과 부산고등학교 21회 동기다. 변 실장은 문재인 캠프에 ‘경제적 조언’을 해 주는 것으로 알려졌다. 문 고문은 변 전 실장이 올해 1월 발간한 《노무현의 따뜻한 경제학》에 “그는 날카로운 시각과 풍부한 학식을 지닌 경제학자입니다. 그는 전문성과 이론을 겸비한 유능한 정통 관료입니다. 그는 자신이 모시던 주군에게 가장 충직했던 참모였습니다. 또 그는 제가 만나본 관료 가운데 가장 관료 냄새가 나지 않는 사람이었습니다. 그런 재능이 모두 사람들에게 잊혔습니다. 저는 그의 그런 재능이, 다시 우리 사회를 위해 유익하게 쓰이길 바라는 사람 중 하나입니다. 다시 그가 세상으로 나와 헌신하고 봉사하길 원합니다”고 격려의 말을 남겼다. 변 실장의 책에는 문 고문의 글만 실려 있다.
문재인과 우리들병원 그룹 관계에 관심 가는 이유
문 고문은 자서전 출판 이후 전국을 순회하며 20여 회의 북 콘서트를 가졌다. 무료행사였다. 자금은 어디서 조달됐을까. 문 고문의 북 콘서트를 기획한 (주)피당(P當)에 전화를 걸어 북 콘서트 자금은 누가 지불했는지를 물었다.
관계자는 “노무현재단과 가교출판사가 정한 일이라 우린 알지 못한다”고 했다. 이곳의 대표는 탁현민 교수다. 그는 ‘나는 꼼수다’ 공연기획자로 대표적인 좌파성향 인사다.
노무현재단 측에 문의하니 “왜 그런 것을 알려고 하느냐”는 심드렁한 답변이 돌아왔다. “그냥 알고 싶다고 하니, 북 콘서트 한번 하는데 비용이 30만~50만원 사이이고 비용은 가교출판사가 모두 지원했다”고 말했다. 이야기가 사실인지 문 고문이 북 콘서트를 개최한 거제 청소년수련관, 부산MBC 롯데아트홀, 대구 달서구 첨단문화회관 등의 사용료를 확인하니 얼추 맞았다.
문 고문의 측근인 양정철 전 청와대 홍보기획 비서관은 “북 콘서트 비용에 대해서는 문 고문이 전혀 알지 못한다. 가교출판사도 대박을 내야 하기에 노 전 대통령 서거 2주년을 맞아 북 콘서트 형식으로 홍보하기로 한 것이고, 비용은 출판사 측에서 전부 부담했다. 돈이 많이 들었을 수도 있지만 그만큼 책을 많이 팔았다. 북 콘서트 비용에 대해 문 고문 쪽을 파 보려고 하는 거라면 아무것도 나오는 게 없을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북 콘서트 비용은 일반적으로 대관료에 동영상·음향기자재 대용비, 사회자와 가수 섭외비 등을 합쳐 산정한다. 새누리당 5선 중진의원의 북 콘서트를 총괄한 관계자는 “북 콘서트 두 번을 했는데 총 1500만원가량이 들었다”고 했다.
그는 “북 콘서트 비용은 천차만별이지만 내가 알아본 결과 1회에 평균적으로 800만원가량이 든다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의 말대로 북 콘서트 1회당 평균비용이 800만원인 것이 시세(時勢)라면 문 고문은 매우 싼 가격에 북 콘서트를 개최한 것이 된다. 출판사 대표, 공연 기획자 등이 문 고문과 밀접한 관계에 있는 사람들이다.
결과론적인 이야기지만 김 회장의 아이디어(《운명》 책 발간) 덕분에 우리들병원 그룹과 김 회장의 측근이 대표로 있는 가교출판사는 많은 이득을 냈다. 문 고문도 이즈음에 대권주자로 급부상했음은 물론이다. 억울한 측면이 없지 않겠지만, 우리들병원 그룹은 권력의 단맛과 쓴맛을 동시에 본 기업이다. 본인은 극구 부정하고 있지만 김 회장은 정치권에 발이 넓고, 정치적이라는 평가다.
노무현 정부 관계자는 “우리들병원 기업이 이렇게까지 성장한 것은 김 회장의 수완(手腕)이 좋았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 수완이란게 무엇일까. 우리들병원 그룹과 문 고문의 관계에 관심이 가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실제로 우리들병원은 노무현 정권 때인 2004년 수도약품을 시발로 본격적인 기업 인수에 들어가 제주도 돈내코 종합레저타운, 수도정밀화학, 한림창업투자, 에이치케이에셋, 한스바이오메드 등을 잇달아 흡수해 불과 몇년 만에 16개 계열사와 5개 척추전문병원을 거느린 거대 의료전문 기업으로 거듭났다. 당시 한나라당은 “정권 차원의 비호(庇護)가 작용했다”고 공격했지만, 더 이상의 근거를 대지 못하는 시시비비를 가릴수 없었다.
이명박 정권 들어 내리막
2006년 10월 13일 당시 한나라당 고경화(高京華) 의원이 발표한 국정감사 정책자료집 <노무현 대통령과 이상호의 우리들병원 신화(神話)>의 내용이다.
<노 전 대통령이 수술받은 이후 관련 의학회와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수차례 편법시술에 대해 시정요구를 했음에도 보건복지부(현 보건복지가족부)는 우리들병원의 병행 시술을 계속 인정했다. 2003년 당시 신영수(申英秀)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원장이 우리들병원 척추수술의 문제점을 인지(認知)하고 복지부에 “부적절한 척추시술 우려가 큰 만큼 ‘척추수술 사전심사제’를 도입하자”고 정식 건의했지만, 복지부는 아무런 회신 공문을 내지 않았다. 오히려 2개월 후, 임기를 채운 신 전 원장은 재임할 것이란 예상과 달리 교체돼 외압의혹이 제기되기도 했다.>
‘권불오년(權不五年)’이라고 했던가. 이명박 정부가 들어선 2008년 우리들병원은 강도 높은 세무조사를 받았다. 일반적인 병원 세무조사와는 확연히 달랐다고 한다. 대기업 상대 특수기획조사를 주로 담당하는 서울지방국세청 조사4국이 뛰어들었다는 점부터 그렇다. 게다가 부산·대구 등 전국 지방국세청의 ‘특명조사국’이 한꺼번에 참여하는 특별세무조사(심층세무조사)로 강도가 셌다. 세무조사 결과 국세청은 이 원장의 부인인 김수경(金守經) 우리들병원 그룹 회장을 세금포탈 등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고, 75억원의 벌금을 추징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이 원장과 김 회장이 이혼소송까지 벌였다. 이후 우리들병원 그룹의 성장세는 꺾였다.
우리들병원에서 근무했던 관계자는 “정권교체 후 국세청에서도 가장 강도가 높다는 조사4국의 세무조사와 병원 내부에서도 사이가 매우 좋은 것으로 소문났었던 이상호 원장과 김수경 회장과의 이혼으로 인해 많은 어려움을 겪었다”고 말했다.
부부 모두와 가까웠던 김점선 화백이 “닭살 돋게 부부관계가 좋았다”고 표현할 정도로 금실(琴瑟)이 남달랐던 이들이 이혼한 이유는 명확히 밝혀지진 않았다.
다만 2011년 12월 4일 《조선일보》 기사를 인용하자면 다음과 같다.
<2010년 7월 말 이 원장은 김 회장을 상대로 이혼을 요구하는 소송을 제기했다. 시어머니를 학대하고 의부증이 있는 등 혼인관계 파탄 책임이 김 회장에게 있다면서 위자료 2억5000만원도 청구했다. 그러나 김 회장은 “시어머니를 잘 모셨고 의부증은커녕 오히려 남편의 바람을 나만 모르고 있을 정도로 둔한 부인이었다”면서 “젊은 여자와 벌인 불륜을 은폐하려고 먼저 이혼소송을 낸 것”이라고 맞섰다.>
이들은 2012년 4월 25일 2년 가까이 끌어 온 이혼 및 재산분할 소송을 마무리지었다.
우리들병원의 하락세는 끝이 보이지 않았다. 우리들제약을 매각하려던 계획도 수포로 돌아갔다. 강신호(姜信浩) 동아제약 회장의 차남인 강문석(姜文錫) 전 디지털오션 대표가 2011년 우리들제약을 인수하겠다고 뛰어들었지만 자금부족 등의 이유로 중도에 포기하면서 원매자를 찾기가 쉽지 않은 상태라고 한다.
文在寅 통한 기사회생, 우연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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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서실장 시절 노무현 대통령과 업무를 논의하는 문재인 고문. 문 고문은 노무현 전 대통령의 소개로 1996년부터 김수경 회장과 인연을 맺어 왔다. |
우리들병원 그룹의 계열사인 우리들생명과학의 주식은 증권시장에서 문재인 테마주로 분류돼 2012년 1월 첫 주 상승률 1위(전주대비 90.29%)를 했다. 이 과정에서 이상호 원장과 그의 자식들은 큰 이득을 봤다. 이 원장은 자신이 소유하고 있던 ‘신주인수권부사채(BW)’를 행사, 우리들생명과학 주식 500만주를 1주에 500원의 가격으로 취득했다. BW는 회사채의 일종으로 해당 회사의 주식을 미리 정해 놓은 가격에 살 수 있는 권리(Warrant)가 주어진 채권(Bond)이다. 경제 상황이 좋지 않은 기업이 주로 발행한다.
문재인 테마주로 묶여 주식이 대박나기 전까지 우리들생명과학 주식은 바닥을 쳤다. BW는 주식연계채권이나 주식관련사채로 불리기도 하는데 이것을 가진 투자자들은 향후 해당 기업의 주가가 오르면 상승한 주가가 아닌 미리 정해 놓은 가격에 주식을 살 수 있기 때문에 그만큼 시세차익을 거둘 수 있다.
예를 들어, 투자자 A씨가 B기업의 주식을 주당 1000원에 살 수 있는 BW를 샀다고 가정했을 때 현재 B기업의 주가가 1500원까지 올랐다면 A씨는 자신의 권리를 행사해 시장가격보다 500원 싼 1000원에 B기업의 주식을 살 수 있는 것이다. 이런 권리를 이용, 이 원장은 1주당 3400원가량 하는 우리들생명과학 주식을 1주당 500원에 500만주를 취득할 수 있었다.
헐값에 주식 500만주를 사들인 이 원장은 2월 22일에 103만주, 23일에 62만주를 1주당 평균 3450원에 매각해 총 48억원의 시세차익을 챙겼다. 이후에도 이 원장은 3월까지 BW를 통해 구입한 나머지 주식 전량(335만주)을 팔았다.
김수경 회장 동생은 진보당 비례대표 후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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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들병원 그룹의 계열사인 우리들생명과학의 주식은 증권시장에서 문재인 테마주로 분류돼 소위 대박이 났다. |
우리들병원 그룹이 문재인 테마주로 꼽히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하다. 노 전 대통령과 각별했던 후원자가 운영하는 기업과 ‘노무현 아바타’ 문 고문이 연결되는 것은 불가피한 일이다. 하지만 단순한 시각으로 보기에는 주가의 상승폭이 너무 컸다. 게다가 문재인 테마주로 분류되는 서희건설, 바른손, 조광페인트 등의 기업은 비슷한 시기에 주가가 급등하지 않았다. 우리들생명과학, 우리들제약이 문재인 테마주 중 단기간에 가장 화려하게 불을 뿜은 종목이었던 것이다.
이유는 무엇일까. 취재 중 노무현 정부 당시 핵심 요직에 있던 인사에게 귀가 솔깃해지는 이야기를 듣게 됐다. 그의 증언이다.
“김수경 회장이 문재인을 (대선주자로) 띄웠습니다. 《운명》 책을 기획한 것도 김 회장이라고 알고 있습니다. 김 회장의 기획력이 탁월하거든요. 책을 발간하는 데 필요한 자금도 지원해 줬다고 들었는데요. 처음에 김 회장이 유시민 공동대표를 지원했었는데 유 대표의 인기가 좀처럼 오르지 않으니까 문재인을 키우려 한 것이죠. 힐링캠프 출연도 김 회장이 힘을 썼다고 합니다. 김 회장이 김제동씨를 잘 알거든요. 김 회장은 소설가이자 사업가로 문화계에도 발이 넓습니다. 정치적이기도 하고요.”
김 회장은 출판사인 열음사를 운영하면서 문화계는 물론, 여야 정치권에도 발이 넓다. 김 회장의 동생인 김수진씨는 노사모 출신으로 이번 총선에서 통합진보당 비례대표 19번을 받았다. 유시민(柳時敏) 통합진보당 공동대표와 가까운 것으로 알려졌다.
노무현 정부 때 또 다른 관계자는 “지금 문재인 캠프의 핵심인 이호철(李鎬喆) 전 청와대 민정수석, 변양균 정책실장 등은 대표적인 ‘부산라인’이다. 부산에서 잔뼈가 굵은 김수경 회장과 이상호 원장과는 가까운 관계다. 대선정국이 되면 누구를 돕겠는가”라고 했다.
김수경 회장, 《문재인의 운명》 기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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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재인 고문의 자서전은 23만부나 팔렸다. |
주식정보를 주고받는 인터넷 사이트에는 이런 내용을 언급하며 우리들생명과학과 우리들제약 주식에 투자할 가치가 있다는 이야기가 많았다.
2011년 6월 15일 펴낸 회고록 《문재인의 운명》은 문 고문을 일약 야권 대선주자 지지율 1위로 만드는 발판이 됐다. 책 발간 이후 문 고문은 신뢰·의리 이미지에 노 전 대통령에 대한 향수, PK(부산·경남) 대선주자로서의 주목도가 더해졌다.
사실 확인을 위해 4월 23일부터 김 회장에게 인터뷰를 요청했지만 ‘어렵다’며 응하지 않았다. 이혼소송 때문에 정신이 없다는 게 이유였다. 법원의 이혼 판결(4월 25일) 이후인 5월 1일 다시 한번 인터뷰를 요청했다. 당일 우리들생명과학 측에서는 “단독 인터뷰는 하지 않겠다. 다만 취재형식의 답변은 고려해 보겠다”는 답변을 보내 왔다.
그러던 중 김 회장이 《문재인의 운명》 제작에 깊숙이 관련된 것이 틀림없을 것이라는 단서를 찾아냈다. 책을 출판한 가교출판사의 정해운 대표가 김 회장과 매우 가까운 사이였던 것이다. 김 회장은 문학전문 출판사 열음사의 대표를 맡고 있었는데 정 대표는 이곳에서 영업부장으로 오래 일을 했다.
정 대표에게 김 회장과의 관계를 묻기 위해 4월 23일, 5월 7일부터 11일까지 수차례 취재를 요청했지만, 그의 연락은 끝내 오지 않았다. “직원들은 정 대표에게 직접 물어보라”는 말만 반복했다. 메모와 연락처를 남겼음에도 소용없었다. 다만 정 대표는 2011년 9월 16일 《국민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사실 노 전 대통령과 인연이 있다. 내가 1990년 초반에 문학도서로 유명한 열음사에서 편집자를 거쳐 영업부장으로 일했는데, 그때 열음사 법률고문이 노 전 대통령이었다. 노 전 대통령은 국회의원 선거(1992년 14대 총선)에서 떨어지고 변호사로 활동하고 있었다. 사무실이나 회식 자리에서 그를 여러 번 만났는데, 사람이 순수하고 소탈해서 스스럼없이 지냈다. 열음사 사람들이 전체적으로 노 전 대통령과 화기애애하게 지냈다. 편집부장으로 일했던 노혜경 시인은 나중에 노사모 회장이 됐다. 나도 매달 회비 1만원씩 내는 노사모 초기 회원이었다”고 말했다. 정 대표와 김 회장의 관계를 미루어 짐작할 수 있는 증거들이다.
김수경, 문재인과 1996년부터 인연
노무현 정부에서 장관을 지낸 이창동(李滄東)씨도 열음사가 낸 계간지(季刊誌) 《문학정신》의 편집위원으로 활동했다. 열음사는 친노(親盧) 문화인들의 사랑방이었던 셈이다. 현재 김 회장은 열음사 운영에 손을 놓고 있는데 이혼 절차가 완료된 만큼 다시 문학인으로의 복귀를 준비 중이다.
김 회장의 연락을 기다리는 와중에 그의 지인으로부터 김 회장과 문 고문이 언제부터 인연을 맺게 됐는지를 듣게 됐다.
“김 회장이 대표로 있던 열음사가 1996년 9월 12일 음란도서 《아마티스타》와 아나이스 닌의 소설 《에로티카》를 출간했다는 이유로 관할 부산 동래구청으로부터 출판사 등록취소를 당한 일이 있었습니다. 열음사의 동록취소 소식은 출판가에 충격을 줬습니다. 《외국문학》 《문학정신》 등의 계간지를 내며 해외문학 동향을 국내에 알려 온 문학서적 전문의 중견출판사가 불온서적 출간 등의 이유가 아닌 ‘음란성’이 문제가 돼 등록취소를 당한 것은 전대미문의 일이었기 때문이지요. 이에 불복한 김 회장이 부산고등법원에 ‘출판등록취소 집행정지 신청’을 냈는데 당시 사건을 맡은 변호사가 문재인 고문이었습니다. 노무현 전 대통령으로부터 소개받았다고 들었습니다.”
열음사는 1997년 6월 24일 승소했다. 이를 계기로 문 고문은 부산에 있는 우리들병원의 고문변호사를 맡게 됐다. 노 전 대통령은 서울 소재 우리들병원 고문변호사를 역임했다.
“건축가 정기용씨 장례식장에서 건의”
인터뷰에 난색을 보이던 김 회장으로부터 만나자는 연락이 왔다. “답변을 하지 않을 경우 소설을 쓸 수 있기 때문”이라는 이유였다. 5월 7일 오전 강남구 역삼동에 있는 우리들생명과학 사무실로 김 회장을 찾아갔다. 회장실은 9층이었는데 엘리베이터는 8층까지만 운행을 했다. 계단을 통해 회장실로 들어갔다. 회장실에는 클래식 음악이 잔잔하게 흘렀다. 10대 걸그룹이나 입을 법한 화려한 레깅스(leggings)로 멋을 낸 김 회장이 조용한 목소리로 반겼다.
“젊은 분이시네, 반가워요. 질문 내용을 미리 봤어요. 문재인씨 책에 관여했느냐고 물으셨던데. 네 했습니다.”
의외의 반응이었다. ‘절대 아니다’라는 답변을 예상했던 게 사실이었다.
―어떤 식으로 관여하게 됐나요.
“노 전 대통령 서거 이후 정기홍씨 장례식장에서 처음으로 문재인 고문을 만났습니다. 제가 ‘잊어 버리시기 전에 회고록을 내보면 어떻겠냐?’고 건의했습니다. 지인 몇 분이 옆에 계셨는데 누구나 할 것 없이 찬성하시더라고요.” 책 쓰기를 주저했던 문 고문은 이후 양정철(楊正哲) 전 청와대 홍보기획 비서관의 도움을 받아 자서전 집필작업을 시작했다고 한다.
정기용(鄭奇鏞)씨는 건축가다. 1996년 김 회장이 노 전 대통령에게 소개해 주면서 문 고문과도 알게 됐다. 정씨는 노 전 대통령의 봉하마을 사저 설계자로도 유명하다. 그는 2011년 3월 11일 숙환으로 별세했다.
―기획회의에도 참석했겠네요.
“자주는 아니고, 제목 정할 때 의견을 내는 정도였어요. ‘운명’이라는 제목을 정하는 데는 정연주 전 KBS사장이 역할을 하셨습니다.”
―그럼 가교출판사를 소개해 준 것은 김 회장이신가요.
“네. 해운이가 저희 출판사에서 영업부장을 오래했어요. 따로 나가서 독립했는데, 사실 우연이었어요. 해운이가 생전 찾아오지 않는데 하루는 출판단지 문제를 의논하기 위해 왔더라고요. 그래서 이 책(《문재인의 운명》) 내면 돈 좀 안되겠느냐. 한번 내 봐라. 그랬더니 흔쾌히 그러겠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소개해 줬습니다. 가교출판사가 어려웠는데 《문재인의 운명》이 출판사의 운명을 바꾼 것이죠.”
無名출판사에서 책 낸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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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수경 회장은 문재인 고문에게 자서전을 내라고 건의했다. 이상호-김수경 부부가 이혼하기 전 사진. |
이와 관련, 문 고문의 자서전을 집필하는 데 크게 기여한 양 전 청와대 비서관은 “김 회장과 정 대표의 인연도 인연이지만 그것보다는 가교출판사가 일종의 곤조가 없는 게 좋았어요. 우리는 우리 주문대로 발행해 줄 출판사를 찾고 있었거든요. 다른 사회과학 출판사들은 곤조가 있어서 자꾸 개입을 하려고 했어요. 그에 반해 정 대표는 이런 책을 출판한 경험이 없어서인지 주문대로 가는 분이었습니다. 또 동화책 제작에 주력하는 출판사이니 책이 예쁘게 나올 것이란 기대감도 있었고요”라며 김 회장과는 조금 다른 뉘앙스로 이야기했다.
―문 고문의 대선출마 등을 미리 염두에 두고 띄우기 위해 자서전 집필을 제안한 것입니까.
“오랜 친구로서 순수하게 제안한 것이고요. 사실 책 내는 과정에서 문 고문이 사는 양산(梁山) 집에 한번 갔었는데 부인하고 소꿉장난하듯 재미있고 아름답게 살고 계시더라고요. 개인적으로는 대통령 안 나왔으면 좋겠습니다.”
“더 이상 악몽은 꾸고 싶지 않다”
―결과적으로 문재인의 《운명》 책으로 인해 문 고문은 야권과 진보세력으로부터 큰 기대를 받는 정치인이 됐습니다. 그 결과 우리들병원 계열사 주식도 엄청나게 상승했고요.
“문재인 테마주로 돼 있더라고요. 왜 그렇게 됐는지 전혀 알 수가 없는데 조심스럽고 불편합니다. 노 전 대통령에게 인간적인 도리 한 것밖에 없는데 5~6년을 너무 힘들게 보냈어요. 악몽을 다신 꾸고 싶지 않습니다.”
―그래도 김 회장은 우리들제약, 우리들생명과학 주식이 상한가를 칠 때 팔아 200억원에 가까운 큰 이익을 봤습니다.
“이럴 때 팔지 말아 달라고 했는데 이상호 원장이 판 것입니다. 이혼 전이었기 때문에 제 이름도 거론된 것이고요.”
―김 회장과는 상관없다는 이야기입니까.
“네.”
―하지만 김 회장도 4월 21일 BW 권리를 이용해 획득한 주식 500만주를 모두 장내매도 했던데요.
“그것은 이득을 위해서가 아니었습니다. 제주도 사업을 하면서 은행 부채가 385억원이 있었는데 보증을 이 원장이 하고 있었어요. 그런데 개인회생 신청을 하는 바람에 제가 150억원을 갚지 않으면 공매에 들어갈 상황이었습니다. 제가 제주도 리조트를 위해 쏟은 열정과 자금을 생각해서 150억원을 갚기 위해 울며 겨자 먹기로 주식을 처분하게 된 것입니다.”
김 회장도 이 원장과 마찬가지로 BW 권한을 행사해 1주당 500원에 주식을 샀다. 당시 우리들생명과학 주식은 1주당 1800원가량이었다. 1주에 500원인 주식을 3450원에 팔았던 이 원장에 비해서 이득은 적지만 김 회장 역시 손해 본 장사를 한 것은 아니다.
“김제동 잘 모른다”
―노 전 대통령 때와 같이 문재인 고문 측에 자금을 대 줬다는 이야기도 있습니다.
“전혀 아닙니다. 전 이혼소송 때문에 경제적으로 완전히 봉쇄 상태에 있었는데…. 그리고 책이 대박났는데 왜 자금을 지원합니까. 책을 발간하면 좋겠다는 말을 거든 것 외에는 문 고문과 전혀 관계하지 않았습니다.”
지난 2003년 이 원장과 김 회장 소유의 우리들병원은 지난 2003년 계열사인 아스텍창업투자를 통해 안희정씨에게 1억9000만원의 정치자금을 제공한 적이 있다.
―힐링캠프에도 출연할 수 있게 해 주셨다는데요.
“어떤 근거로 그런 이야기를….”
―김 회장이 SBS 예능 프로그램 ‘힐링캠프, 기쁘지 아니한가’의 MC 중 한명인 김제동씨를 통해서요.
“전 김제동씨 잘 모릅니다.”
김씨는 김 회장이 이끄는 우리들생명과학이 개발한 ‘우리들체어’의 전속모델이다. 문 고문의 경우 이 프로그램에 출연한 직후인 2012년 2월 지지율이 수직상승,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를 앞서기도 했다.
―변양균(卞良均) 전 정책실장이 문재인 고문을 돕는 데에도 김 회장님이 한몫했다고 하던데요.
“변 실장은 DJ 때 민주당 전문위원으로 있었을 때부터 노 전 대통령이 똑똑하다고 점찍어 놓은 분입니다. 실력이 있는 분인데 제가 소개하고 말고가 있을까요?”
부산 출신인 변 전 실장은 김 회장의 전 남편인 이 원장과 부산고등학교 21회 동기다. 변 실장은 문재인 캠프에 ‘경제적 조언’을 해 주는 것으로 알려졌다. 문 고문은 변 전 실장이 올해 1월 발간한 《노무현의 따뜻한 경제학》에 “그는 날카로운 시각과 풍부한 학식을 지닌 경제학자입니다. 그는 전문성과 이론을 겸비한 유능한 정통 관료입니다. 그는 자신이 모시던 주군에게 가장 충직했던 참모였습니다. 또 그는 제가 만나본 관료 가운데 가장 관료 냄새가 나지 않는 사람이었습니다. 그런 재능이 모두 사람들에게 잊혔습니다. 저는 그의 그런 재능이, 다시 우리 사회를 위해 유익하게 쓰이길 바라는 사람 중 하나입니다. 다시 그가 세상으로 나와 헌신하고 봉사하길 원합니다”고 격려의 말을 남겼다. 변 실장의 책에는 문 고문의 글만 실려 있다.
문재인과 우리들병원 그룹 관계에 관심 가는 이유
문 고문은 자서전 출판 이후 전국을 순회하며 20여 회의 북 콘서트를 가졌다. 무료행사였다. 자금은 어디서 조달됐을까. 문 고문의 북 콘서트를 기획한 (주)피당(P當)에 전화를 걸어 북 콘서트 자금은 누가 지불했는지를 물었다.
관계자는 “노무현재단과 가교출판사가 정한 일이라 우린 알지 못한다”고 했다. 이곳의 대표는 탁현민 교수다. 그는 ‘나는 꼼수다’ 공연기획자로 대표적인 좌파성향 인사다.
노무현재단 측에 문의하니 “왜 그런 것을 알려고 하느냐”는 심드렁한 답변이 돌아왔다. “그냥 알고 싶다고 하니, 북 콘서트 한번 하는데 비용이 30만~50만원 사이이고 비용은 가교출판사가 모두 지원했다”고 말했다. 이야기가 사실인지 문 고문이 북 콘서트를 개최한 거제 청소년수련관, 부산MBC 롯데아트홀, 대구 달서구 첨단문화회관 등의 사용료를 확인하니 얼추 맞았다.
문 고문의 측근인 양정철 전 청와대 홍보기획 비서관은 “북 콘서트 비용에 대해서는 문 고문이 전혀 알지 못한다. 가교출판사도 대박을 내야 하기에 노 전 대통령 서거 2주년을 맞아 북 콘서트 형식으로 홍보하기로 한 것이고, 비용은 출판사 측에서 전부 부담했다. 돈이 많이 들었을 수도 있지만 그만큼 책을 많이 팔았다. 북 콘서트 비용에 대해 문 고문 쪽을 파 보려고 하는 거라면 아무것도 나오는 게 없을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북 콘서트 비용은 일반적으로 대관료에 동영상·음향기자재 대용비, 사회자와 가수 섭외비 등을 합쳐 산정한다. 새누리당 5선 중진의원의 북 콘서트를 총괄한 관계자는 “북 콘서트 두 번을 했는데 총 1500만원가량이 들었다”고 했다.
그는 “북 콘서트 비용은 천차만별이지만 내가 알아본 결과 1회에 평균적으로 800만원가량이 든다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의 말대로 북 콘서트 1회당 평균비용이 800만원인 것이 시세(時勢)라면 문 고문은 매우 싼 가격에 북 콘서트를 개최한 것이 된다. 출판사 대표, 공연 기획자 등이 문 고문과 밀접한 관계에 있는 사람들이다.
결과론적인 이야기지만 김 회장의 아이디어(《운명》 책 발간) 덕분에 우리들병원 그룹과 김 회장의 측근이 대표로 있는 가교출판사는 많은 이득을 냈다. 문 고문도 이즈음에 대권주자로 급부상했음은 물론이다. 억울한 측면이 없지 않겠지만, 우리들병원 그룹은 권력의 단맛과 쓴맛을 동시에 본 기업이다. 본인은 극구 부정하고 있지만 김 회장은 정치권에 발이 넓고, 정치적이라는 평가다.
노무현 정부 관계자는 “우리들병원 기업이 이렇게까지 성장한 것은 김 회장의 수완(手腕)이 좋았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 수완이란게 무엇일까. 우리들병원 그룹과 문 고문의 관계에 관심이 가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이옥순
(2012-05-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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